계약(Contract) - 수정완료 1편 - 수정완료 “하아…꼭 학교에 가야하나?” 새벽의 여명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각. 얼굴에 여드름이 가득한 소년이 한숨을 한번 ‘푹’ 내쉬며 달걀 모양의 캡슐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출렁… 캡슐 속에서 몸을 일으킨 소년의 몸은 산처럼 비대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정도로 뚱뚱했다. 거기다, 얼굴에 돋아나 있는 여드름의 땀구멍 사이로 흘러내리는 개기름은 차마 눈뜨고는 보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생긴 덩치와는 다르게 얼굴에는 무엇이 두려운지 수심이 깊어 보였다. 찰싹! 소년은 간밤에 있었던 피로를 풀기위해서 인지 자신 스스로 뺨을 한 대 때린 후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교복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보통, 평범한 학생들은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 부모님이 깨워주는 것이 다반사였지만, 소년은 약간 달랐다. 쿵쿵! 평소 이른 시각부터 잠에 깨는 것인지, 아니면 밤새 게임을 즐겼던 것인지 부스스한 몸을 이끌고 간단히 씻고는 집을 나섰다. 아담한 모양의 집인 만큼 혼자살기에는 그만인 곳이다. 아무튼, 소년이 집을 나서자 그의 육중한 몸무게에 바닥은 울렸다. “후웁! 남아 17세 조제현! 두렵지만 빼 먹을 수는 없지!” 스스로 조제현이라는 소년은 부모가 없었다. 아니, 사고를 당해 잃어 버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새록새록… 학교를 가는 길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기에 잡념이 소년을 사로잡았다. 그의 기억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짧은 단편 영화라도 보는 듯이 회색으로 물든 세계는 그를 심연의 기억 속으로 이끌었다. 1년 전 제현의 가족은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큰 변을 당하고 말았다. 단순한 사고였다면 괜찮았을 테지만, 이 사고로 인해 소중한 부모님을 잃어버린 제현의 가슴을 찢어질 정도로 아팠다. 평범한 길이었다. 언제나 여행을 다녀오며 돌아오는 길. 하지만, 그날은 약간 달랐다. 마주오던 차가 차선을 변경하며 질주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접촉사고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던 존재가 사라졌다. 그날 이후 제현은 말도 없어졌으며, 친구와도 어울리지 못했다. 그리고 남은 것은 고독과 인간을 신용하지 못하는 일상이 계속되었다. 간간이 찾아오는 친척들은 부모님이 남겨준 유산을 가로채려는 속셈뿐이다. 그것이 제현을 고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다행히 굶어 죽을 일은 없었다. 부모님의 유산과 보험을 들었기 때문에 많은 유산을 소유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거기서 문제가 발생되었다. 미성년자의 경우 변호사나, 대리인이 없다면 모든 재산이 국가에 환원한다는 어이없는 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법이 있다고 한들 돈을 내어줄 제현이 아니었지만 다행히도 부모님의 친구 분께서 대리인 겸, 보호자로 나서주셨기 때문에 재산을 고스란히 유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 사람도 유산을 노리고 온 자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셨으며, 남이라고 생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정을 주셨다. 하지만, 착하던 아저씨도 사람은 사람이었던지 돈에 눈이 멀어 그 많던 재산을 몽땅 가져가 버렸다. 오직 궁핍하지 않게 생활할 정도의 생활비와 편지를 남겨두고서 떠나버렸다. 「제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구나. 이 아저씨도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져가는 절박한 심정을 알 수 있겠니? 너의 아버지와 난 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단다. 비록 이렇게 너의 유산을 가져가지만, 분명 너의 아버지도 흔쾌히 승낙 하실 거다. 100억 중 5억의 생활비를 남기마. 그리고 언젠가 너를 찾아가 용서를 구할 테니 너무 원망하지 않길 바라마. 그땐 정말로 나의 가족이 되 줄 수 없겠니? ps. 용서 받지 못할 이 아저씨가…」 그 날을 기점으로 제현은 그 어떤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아저씨에 대한 믿음과 절망, 배신감만이 세상에 대한 편견을 낳아 버렸다. 오직 분노만이 제현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도피처로 제현은 게임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 재미에 빠져들었다. 한 게임에 빠져들면 질릴 때까지 물고 늘어져 게임을 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강해졌다. 그때 느껴보는 성취감과 세상을 발아래에 둘 수 있다는 자신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이런 생활은 계속 반복 되었다. 1번… 2번… 3번을 거듭 할수록 제현의 생활은 변해갔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도 하나 둘씩 떨어져나갔다. 성적도 상위권이던 것이 조금씩 떨어져 이제는 꼴등이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하위의 등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1학년과 2학년 때 공부한 것이 있었던지, 한 지역에서 명문 고등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큰 고등학교로 진학 할 수 있었다. “하아… 다 왔다.” 고등학교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점점 커져가는 몸집과 나약하게 보이는 인상은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거나 따돌림 당하기에는 충분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제현을 괴롭히며, 돈을 빼앗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제현은 자연스럽게 왕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드르륵… 7시 30분 정확하게 7시에 출발한 것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먼 거리라고 느껴질 정도였지만 의외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학교였다. 일부러 먼 거리를 빙빙 둘러가는 습관이 들어버린 제현은 새삼스럽게 도착한 교실을 보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조심스럽게 열린 문을 통해 제현은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주위를 살피며 교실 안으로 들어섰다. 자신의 자리를 향해 걸음을 옮기던 제현은 몇 걸음도 채 떼기 전에 큰 충격에 휩싸였다. 퍽! “크윽…….” 검은색 슬리퍼 한 짝이 제현의 얼굴을 강타했다. 얼마나 아픈지 눈가에는 찔끔 물기가 어렸다. 매일 당하는 일이었지만,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왔다. 제현의 신음에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나누던 반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퍼졌다. 녀석들의 표정에는 비웃음과 멸시만이 가득했다. 당연 한 것인지도 몰랐다. 뚱뚱한 몸에 덩칫값 하지 못하는 의지. 제현은 온몸이 분노로 차올랐지만 정신만은 그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반항 한다면 더 큰 고통이 찾아온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결과 일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늦게 와! 씹새야. 옜다.” 퉁! 제현에게 슬리퍼를 던졌던 녀석이 다시 무언가를 던졌다. 구리 빛으로 빛나는 동전이 손에 들어오자 제현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녀석을 쳐다봤다. “씨발. 뚱뚱하면 눈치라도 빨라야지! 이걸로 빵하고 음료수 좀 사와라. 저번처럼 늦으면 뒈진다.” 녀석들은 소위 어느 학교에나 있는 일진(一眞)들이다. 약자를 괴롭히며, 그 위에 군림하는 녀석들이다. 제현이 빨리 등교하지 않아 많이 기다린 듯 오자마자 이런 심부름을 강요했다. 제현은 혹시나 싶어 손에 쥐어진 동전을 쳐다봤다. 스륵… 손을 살짝 펴보니 손에는 10원짜리 다섯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요즘 세상에 10원짜리 다섯 개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드물다. 간혹 매점에서 파는 사탕 정도 살 수 있을 정도다. 아무튼 제현은 매점을 향해 전력 질주를 했다. 산만한 덩치였지만, 의외로 민첩해서 인지 발 빠르게 매점에 도착해, 원하는 물건을 구입 할 수 있었다. 얼마나 빠르게 달렸던지 호흡이 많이 거칠어져 있었고, 몸에는 힘이 빠져 축 처져 있었다. 아직 한산한 시간이었던지 학생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찌릿! “으윽…” 갑작스럽게 두통이 찾아온다. 간만에 뛰었던지 머리에 전류가 흐르듯 찌릿한 느낌이 전해지자 제현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참을 생각인가?] “뭐, 뭐야!” 제현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인식하자 괜히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힘만 있다면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도리어 네가 군림 할 수 있을 텐데. 억울하지 않는가?] “누구, 누구야!” 괜히 두려움이 일렁였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일어나기에 충분했다. [힘을 갖고 싶다면 외쳐라! ‘계약하겠다.’라고! 언제든지… 외쳐라.] “아… 요즘 게임만 했나? 헛소리가 들릴 정도니…” 머리가 ‘찌릿’하며 시야도 흐릿해지더니 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제현은 게임으로 인해 정신이 피폐해졌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교실로 향했다. 드르륵- 문을 조심스럽게 열며, 교실로 들어가니 많이 기다렸다는 듯이 심부름을 보냈던 재석이가 빵과 음료수가 든 봉지를 낚아채며 희희낙락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일진으로써,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내일부터 늦게 오면 죽는다.” 재석의 평범한(?) 말에 제현은 속에서부터 뭔가 끊어지는 느낌과 동시에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마치, 아까의 환청에 동조하듯 온몸이 찌릿찌릿하며, 시야가 흐릿해졌다. 무언가 울컥하며 몸을 장악한 것처럼 마음대로 움직여댔다. 으드득! “씨발! 나도 이젠 못 참아! 내가 늦게 오든 말든 씨발. 네가 뭔 상관이야!” 제현의 돌방행동에 재석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주위의 분위기도 급속히 냉각되어 갔고 분위기상 밟아줘야 할 분위기 인 것 같았다. 이대로 참고 있자니 1학년 일진으로써 체면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툭툭! “아따. 화낸 게 졸라 무섭네. 야. 잘못하면 한대 치겠다!?” 재석은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제현의 머리를 ‘툭툭’치며 건들거리기 시작했다. 왕따는 이런 식으로 밟아 줘야 다음부터 반항하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현은 녀석의 비아냥거림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한마디로, 스팀 빡 받았다는 거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파괴본능이 치솟았다. “씨발!” 팍, 우드득…! “어… 어!? 아악! 내 손가락…….” 제현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먼저 움직였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 통쾌하게 재석의 손가락을 꺾어버렸다. 그 고통이 상당했던지 재석은 손가락을 부여잡으며 고통의 비명으로 부르짖고 있었다. 퍽! “새끼! 요즘 오냐오냐 봐줬더니 기어오르네!” 제현은 흥분의 기색을 감추기도 전에 재석의 발이 날아들었다. 복부로 파고든 발은 그대로 제현의 신형을 바닥으로 꼬꾸라트렸고, 주변에 있던 재석의 친구들은 그대로 제현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퍽! 퍼퍼퍽! “좆같은 새끼!” 일방적으로 맞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몸에는 커다란 타격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많은 발길질이 이어졌고, 그들의 슬리퍼에 묻어 있던 먼지들이 제현의 교복을 감싸 안았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딩동! 딩동! 다행히 수업 시작종이 울린 후에야 재석과 그 친구들은 진정이 되는지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괜히 선생님에게 이런 꼴을 보였다가 된통 당하는 것보다 다음 쉬는 시간에 패는 것이 이익 일 것이다. “씨발, 나중에 따라와라. 그때 아주 작살내줄 테니!” 재석은 돌아가면서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제현을 보며 차갑게 속삭였다. 아직도 분이 안 풀리는 지 광기가 어린 눈빛이었다. 탁, 타탁! 제현은 온 몸에 묻어 있는 먼지를 털어내며 입술을 약간 훔쳤다. 녀석들의 발길질에 당하면서 입술이 터진 모양이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 제현은 책상에 엎드렸다. 아이들의 비웃음을 듣기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멀리서 들리는 시계 소리는 똑똑히 들렸다. 째깍. 째깍…! 마치, 죽음의 시간이 흘러가듯 제현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조제현! 지금 장난 하는 거냐! 일어나지 못…….” 제현의 귓가로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들렸지만, 도중에 제현은 의식을 놓아버렸다. 마치, 누군가가 제현을 불러들이는 것인지 그의 정신은 어두운 곳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몸도 스스로의 의지를 알고 있듯이 긴장을 풀며 꿈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 %3C%3C1부가 재미 없으면, 2부 부터 봐도 무방%3E%3E 계약(Contract) - 수정완료 2편 - 수정완료 [나의 부탁을 들어 주지 않겠나!? 원한다면 더 이상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두운 공간 속에서 듣기 거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흡사 쇳소리가 귀로 들려오자, 흠칫 몸이 떨려왔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샘솟는 위엄이 전해지자, 제현은 자연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며 그 존재를 찾기 시작했다. 시각으로 찾을 수 없자, 제현은 마음속으로 외쳤다. ‘하고 싶어요! 반드시.’ 이상하게 목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몇 년은 말을 하고 살지 않았던 것처럼 목이 턱턱 막혀 온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정체 모를 목소리에 응답하고 싶었다. ‘하고 싶다. 원한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자 속은 답답했다. ‘뭐, 뭐야. 저건!?’ 제현의 답답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둠 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며 점점 다가왔다. 테니스공처럼 작기만 하던 물체는 끝도 없이 커져, 웬만한 빌딩보다도 크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 물체는 제현을 덮치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성난 파도처럼, 대지를 질타하는 폭풍처럼 크게 몰아치며 제현을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온 몸을 뒤덮자 제현은 숨이 턱턱 막히며, 눈, 코, 입은 물론, 있는 구멍, 없는 구멍을 찾아내며 몸속으로 흘러들어갔다. 푸쉬시시! 고통에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곳을 가로막은 검은 물체는 제현의 몸속으로 흡수될 때까지 몰아쳤다. 그리고 몸속으로 침입한 검은 물체가 부풀어 오르자, 제현은 마음속에서부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제현의 말문이 트였다. “으악…! 헉! 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검은 물체에 의해 막혀버린 구멍들로부터 전해지는 비릿한 향기와 절망을 느낀 순간 제현은 숨을 쉴 수 있었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제현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크게 비명을 질렀기 때문일까?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은 물론, 조용히 수업을 듣고 있던 반 친구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제현을 주시했다. 갑작스럽게 크게 비명을 질렀던 것 때문 일 것이다. 그리고 이곳이 학교라는 것을 깨닫자 제현은 머리를 숙이며 얼굴을 살짝 붉혔다. “푸하하! 저놈 뭐야. 미친 거 아니야?” “조제현! 무슨 짓이냐! 수업 중에…” 제현의 황당한 돌방 행동에 선생님과 반 친구들이 놀랐다는 듯이 소리쳤다. 간간히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욕설에 제현은 치욕스런 생각에 분노에 몸을 떨었다. 부끄럽다는 것 보다, 저 비웃음에 대한 복수를 하고 싶었다. 척! 제현은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적이고는 넘어진 의자를 바로 세우며, 자리에 앉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지만, 생색 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번쩍! “선생님! 수업 계속 진행하시죠.” 어수선한 분위기에 멀리서 누군가 선생님에게 말했다. 그 존재는 다름 아닌 재석이었다. 녀석은 보기와는 다르게 의외로 선생님들에게 사랑받는 애제자였다. 공부도 순위권에 들 정도였으며, 운동도 잘하니, 그야 말로 학생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은 있었다. 물론, 그것이 내숭이라는 것을 잘 아는 아이들은 치를 떨어야 했지만, 선생님들에게 비친 모습은 성실한 학생으로 비춰질 뿐이다. 게다가 집안도 잘 살고, 부유한 편이니 주위에서 인기 있는 녀석이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재력마저 받쳐주니, 어디가도 꿀리지 않을 녀석이었다. 부여하면서 다른 학생의 돈을 뜯어내는 행위를 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있는 것들의 유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제현은 입을 굳게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이런 시간도 아깝지. 아무튼 고맙구나.” “뭘요. 선생님… 학생으로서 당연한 행동입니다.” 재석의 말에 선생님의 표정은 한결 풀어졌고, 고개를 주억거리기 까지 했다. 한편, 제현은 저 간악하게 혀를 놀리는 재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제나 재석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만들었다. 그렇게 선생님은 제현에게로 향해 있던 시선을 칠판으로 돌렸고, 수업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하아… 아깐 뭐였지? 게다가 부탁이라니…’ 꿈치고는 너무 생생했다. 애절하게 까지 들리는 목소리와 뿌리 칠 수 없는 유혹에 제현은 잡념에 사로잡혔다. 아까 겪었던 일들이 모두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꿈을 개꿈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현실적이었기에 쉽사리 떨쳐 낼 수 없었다. 검은 공간에서 나온 이상한 목소리와 부탁이라는 묘한 단어가 떠오르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 세상에서 누구도 자신에게 부탁을 해 온 적이 없다. 오직, 구타와 명령뿐이다. 때문에 호기심은 더욱 깊어졌다. 딩동… 딩동! 꿈에 대한 잡념은 오래 가지 못했다. 마침, 종이 울려 퍼졌고,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자 약간 아쉽다는 표정으로 책을 덮었다. “아쉽게도 오늘은 이것으로 마쳐야 갰네. 반장은 오늘 한 페이지 체크 해두고 다음 시간에 보자.” 선생님의 짧은 말에 아이들은 각자 선생님에게 인사하고는 각자 할 일을 했다. 잠자는 녀석, 다음 시간 준비하는 녀석, 매점 가는 녀석들 등. 각양각색이었지만, 제현은 묵묵히 자리에 앉아 멍하지 있었다. 퍽… “따라와!” “씨발, 사람 귀찮게 하는 재주는 뛰어나요. 진짜.” 재석과 그 친구들인 진수와 명우가 제현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양팔로 제현을 끌어 올렸다. 강제로 세운 만큼 거칠었지만, 제현은 일말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녀석들을 따라가야 했다. 제현은 아까의 일을 떠올리며 흠칫 몸을 떨어야 했다. 꿈으로 인해 아까의 일을 잊었던 것 이다. 질질… 녀석들은 제현을 소각장으로 이끌었다. 그곳은 사람의 인적이 드물었고, 선생님들도 출입을 하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에 누군가와 싸움을 하거나, 구타하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달랐다. 인적이 드물었지만, 남의 싸움을 구경하기를 좋아하는 인간들인 만큼 많은 학생들이 재석의 뒤를 따랐다. 같은 반의 학생들도 다수 있었으며, 다른 반 학생들도 많았다. 역시 인간은 호기심 많은 동물이었다. “야야… 싸움 났어?” “씨바, 보면 모르냐? 이건 싸움이 아니고 일방적인 구타라고. 봐봐, 저 왕따 새끼 오들오들 떠는 거 안보여?” “하긴, 왕따가 제대로 덤비기나 하겠냐? 그냥 오늘 한 인간 작살나는 거지 뭐.” 각박하고 삭막한 학교생활에서 활력소가 되는 것이 바로 싸움이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불난 집에 부채질 한다. 자신이 당하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싸움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유희거리다. 물론, 때리는 입장에서의 말이지만. 어느새 구타가 시작될 곳인, 소각장으로 도착했다. 소처럼 질질 끌려온 제현은 많은 구경꾼들인 학교 학생들의 중앙으로 내팽겨 치듯이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얼마나 세게 멱살을 잡고 끌려왔던지, 교복의 단추하나가 사라져 출렁이는 가슴살이 보일 정도였다. 아무튼, 언뜻 비치는 기름기 넘치는 육질에 아이들은 비호감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미간을 좁히며 제현을 욕하고 있었다. 마치 눈이 썩어 들어간다는 투였다. “그래. 오늘 돼지 세끼 하나 잡아 보자. 자세 잡아!” 반대쪽에 서 있던 재석이 제현에게 소리쳤다. 그 말에 제현은 움찔 거리며 자세를 취했다. 제현이 취한 자세는 특이했다. 마치 게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마치, 무투가라도 됐다는 듯이 좌우로 벌어진 팔 사이로, 거친 숨결이 느껴졌다. “개그맨이냐? 장난해!?” “하하하, 저거 개그만이잖아! 좆나 웃겨!” 아이들은 제현의 자세에 배를 잡으며 바닥을 뒹굴었다. 어처구니없는 자세에 자신들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온 것이다. 어디서 보고 따라하는 것인지, 저 모습은 ‘나 지금 몸 개그 하고 있어요.’ 라고 광고하는 것 같았다. 스슷 재석은 제현의 우스꽝스런 행동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좌우로 스텝을 밟으며, 점점 앞으로 다가온다. 그 모습에 제현은 살짝 긴장했다. 주위의 아이들도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됐다는 듯이 긴장한 눈치다. 푸슉! 바람을 가르며 날아온, 재석의 잽이다. 왼손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디서 보고 따라한 것인지, 그렇게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제현의 뚱뚱하고, 운동을 전혀 하지 못한 몸으로는 피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퍽! 짧게 끊어 친, 주먹이 제현의 얼굴에 부딪혔다. 다행히 위력적이지는 않았던지, 볼이 출렁일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뒤이어 날아오는 긴 호선을 그리는 훅이다. 몸의 체중까지 실린 듯이 강력한 펀치로 예상되었다. 쉬이익! 강한 파공음이다. 바람을 가르는 느낌까지 들었다. ‘저건 위험하겠어.’ 어쩐 일인지, 주먹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눈은 따라 갔지만, 몸은 정신을 따라 주지 못했다. 피하고 싶어도 피하지 못하는, 주먹을 날리고 싶어도 날리지 못했다. 게다가, 싸움이라고는 게임에서 PK를 한 것 밖에 없으니, 현실에서는 젬병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퍼억! 제현은 무방비 상태에서 그대로 재석의 훅이 정통으로 얼굴에 들이 닥쳤다. 두 번째의 펀치였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한 강한 충격이다. 뇌를 뒤 흔드는 강한 충격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몸은 비틀 거리며 의지와는 다르게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퍽! 퍽… 퍼퍼퍽! 그 뒤로 이어지는 것은 그저 그런, 구타에 불과했다. 발길질과 주먹이 자세와는 다르게 날아온다. 그냥 막치는 것이다. 생각하지 않고 막 휘두르는 주먹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제현은 자신이 한심해졌다. 점점 얼굴과 온 몸에 멍이 들거나 찢어지는 상처가 늘어났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이정도 된다면 악에 바친 반항이라도 하겠지만, 연달아 날아드는 강한 펀치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퍽- 퍽! “개 새끼, 벌레 같은 네놈만 보면 속이 뒤틀린다.” 퍽! “씨발, 아까처럼 대 들어봐. 좆만아!” 퍼퍽! “대들어 바라고, 크크큭, 싸움도 좆도 못하면서 가만히 찌그러져 있을 것이지, 왜 반항하고 지랄이야. 사람 귀찮게 스리!” 재석은 주먹을 휘두르며 제현에게 소리쳤다. 그 말투 속에는 역겨움과 경멸, 조소가 어린 말투였다. 수십 번의 주먹질에 지치는 것인지, 부어오른 주먹이 쓰라린 것인지, 녀석은 손수건을 꺼내 들며, 자신의 몸에 붙은 제현의 피를 닦아 내기 시작했다. “역겨운 피.” 휙! 녀석은 피를 다 닦아 내고는 그 손수건을 제현에게 던져 버렸다. 피에 절은 손수건은 그대로 제현의 배 위에 떨어져 내렸다. 순간 울컥한 제현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와중에 소리를 내질렀다. 악에 바친 소리였다. “미친 새끼야!” “이 새끼, 방금 뭐라고 했어.” “미친 새끼라고 했다. 머저리야!” 제현은 억울하다는 심정으로 소리쳤다. 그저, 뚱뚱한 외모를 가진 것뿐이다. 하지만 녀석들은 그저, 좋은 먹잇감 그 이상, 이하로 보지 않았다. 간간히 보이는 여자들의 경멸어린 시선도 싫었다. 모든 것이 떠오르자, 세상에 대한 원망과 인간이라는 것에 대해 회의가 들었다. 그 모든 것을 떨쳐 내기 위해 제현은 소리 친 것이다. 퍼퍼퍽… “돌았나, 좋게 끝 낼 때, 찌그러져 있지, 왜 기어오르고 지랄이야!” 퉷- 제현의 악에 바친 모습이 충격이었던지, 녀석은 몇 분의 분풀이를 더하고는 주위에서 구경하던 아이들과 교실로 돌아갔다. 이미, 흥미를 잃어 먼저 간 아이들도 있었다. 이건 일방적인 구타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지만, 너무 시시했던 것 같았다. ‘잊지 않겠어. 언젠가 복수를!’ 제현은 아이들의 표정을 세세히 떠올렸다. 등을 돌린 그들의 등을 끝까지 노려본 제현을 본 몇몇의 아이들은 질렸다는 듯이 혀를 차고는 빠르게 그 자리를 떴다. 혹시 선생님이 이 장면을 본다면, 큰 화를 당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딩동… 딩동! 수업을 울리는 종소리가 전 학급에 울려 퍼졌지만, 제현은 자리에서 일어 날 수 없었다. 온 몸이 쓰라렸고, 아팠기 때문이다. 그리고 힘도 없었기 때문에 일어 날 턱이 없었다. ‘구해줘… 아파…!’ 주르륵 자신의 신세에 눈물이 흘러넘친다. 왜 맞았는지 이유도 모르겠다. 왜, 당하고만 살아야하는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저절로 눈물이 흘러 넘쳤다. 그 슬픔은 곧, 원망으로 바뀌며 세상을 저주했다. ‘저주 할 거야. 복수! 힘만 있다면, 나에게 힘만 있으면…!’ 심하게 다쳤음에도 도움의 손길을 건네지 않는 아이들에게 원망이 생겨났다. 슬픔은 잠시였다. 그 슬픔은 원망이 되고, 원망은 한이 되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앗아간,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아니, 저주스러웠다. “쿨럭- 푸웃.” 입이 다시 터진 것인지, 잔득 비릿한 혈 향이 느껴졌다. 그 피에 숨쉬기도 힘든 것인지, 침과 섞여 입 밖으로 분출되듯 뿜어져 교복을 더럽혔지만, 제현은 아무렇지 않게 눈을 부라리며,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저주 할 뿐이었다. 휘이잉- 순간 싸늘한 강풍에 제현은 알게 모르게 몸을 떨었다. 푸른빛을 내던 하늘이 검은 색으로 변하며, 주위가 깜깜한 공간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제현은 당황하기는커녕,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다는 듯이 체념적인 눈빛을 보냈다. “죽은… 건가!? 하하하.” [이계의 인간이여!] “누구? 누구야!?” 제현은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경계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운 육체에 눈알만 굴릴 뿐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그저 그 목소리에 순응 할 뿐이다. [어느 세계든, 인간은 추악한 존재.] “뭐, 뭐야, 넌 누구야.” 제현은 검은 로브 같은 것을 펄럭이며, 지팡이를 움켜쥔 미지의 존재에 눈을 부라렸다. 하지만 검은 물결에 눈을 질끈 감으며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 물결이 마치 온 몸을 조여 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힘을 주마! 어때? 끌리지 않은가? 나의 부탁을 들어 준다면, 너에게 무한한 힘을 주겠다.] 그 미지의 존재는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악마의 속삭임처럼, 달콤했다. [힘이 있다면 그 누구도 무시 할 수 없다. 힘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부탁을 들어주는 것! 손해는 없을 것이다.] “조, 좋아! 난 그 힘을 원해.” 제현은 그 달콤한 말에 넘어갔다. 아니, 넘어 갈 필요까지도 없었다. 힘만 있다면 지긋지긋하게 당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괴롭히면 되는 것이다. 상처를 입기 전에 녀석들에게 상처를 입히면 되는 것이다. ‘이건… 아까의 꿈이랑 같다!?’ 제현은 이것이 꿈이랑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목소리가 약간씩 떨려왔다. 마치,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듯이, 아니, 예고되었다는 듯이 리플레이 되는 영상과 같았다. [인과의 법칙에 따라. 너와 나의 영혼은 순리의 굴레에서 빠져나와 약속의 굴레로 들어간다.]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는 미지의 존재에게 반발심이라고 날듯 했지만, 제현은 묵묵히 무거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소리쳤다. “모든 것을 수락해! 설사 영혼을 판다고 할지라도, 난 힘을 원해!” 스슷… 스악! [후후… 나와 너의 계약은 이행 될 것이다. 서로의 피로써.] “무, 무슨 짓을…!?” [피의 계약! 어떤 계약보다 신성시 되며, 우선시 된다. 약속의 굴레는 나와의 약속이 이행되는 즉시 소멸 될 것이다.] 아직도 알 수 없는 말을 하고는 그 미지의 존재의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졌다. 그리고 그 어둠의 공간이 흐물흐물해 지며, 허물어졌다. 그리고 허물어진 블록 같은 것들이 액체로 변하며, 제현의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그 존재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너의 힘은 흡수. 모든 것을 끌어 들이며, 군림할 존재.] 그 영문 모를 말에 제현은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 지며 완전히 감겨 버렸다. 희미해지는 정신 속에 들려오는 작은 몇 마디가 머릿속에 틀어 박혔다. [나의 부탁… 나의 세계를… 것… 약속의 굴레에 따라… 이어질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제현의 정신은 다시 한 번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져 내렸다. 긴장하고 있던 몸은 탁 풀어지며, 잠에 빠진 듯이 축 늘어졌다. 그 미지의 존재가 준 힘은, 이 세상, 아니, 미지의 세계에서 얼마만큼 강력한 힘을 낼지 그 누구도 몰랐다. 새로운 시작(New Start) - 수정완료 3편 - 수정완료 “으윽, 머리가…” 꿈틀거리며 정신을 차리고 있는 제현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몸은 물먹은 솜털처럼 무거웠으면 머리를 뇌가 터질 듯 아파왔다. 고통을 참으며 간신히 몸을 일으킨 제현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왔다. “재석…에게 맞고 쓰러지고, 뭔가 덮쳤는데…” 제현은 자신에게 벌어진 현상을 천천히 되짚어 보고 있었다. 꿈만 같은 일들이었다. 누군가 자신에게 힘을 줬다. 누구에게도 무시 받지 않는 강력한 힘을 부여 받았다. 거짓말 같은 상황이었기에 제현은 얼굴을 구기며 몸을 일으켰다. 탁탁- 바닥에 쓰러져 교복이 더러워져 있었다. 재석 패거리 녀석들이 뱉은 침과 자신의 피가 뒤섞여 찝찝한 기분을 만들었다. 다행히 눈앞이 캄캄했기에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처참한 모습일 것이다. 거기다 입술을 터져 조금만 건드려도 아파왔다. “도대체 왜! 왜! 내가 당해야 하지? 왜! 젠장!” 입술이 터져 고통이 엄습하자 제현은 짜증과 히스테리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거기다 학생이 사라졌음에 불구하고 누구도 자신을 찾아주지 않았으며 양호실로 옮겨주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다. 교내에서 학생이 사라졌으면 선생님들이 찾아보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들이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온몸과 정신이 분노에 사로잡혀 있던 제현은 손에 잡히는 물건은 족족 거칠게 내팽개치며 화풀이를 해댔다. 만약, 제현이 자신의 모습을 봤다면 크게 놀랐을 광경이었다. 난폭하게 분노를 해소하고 있던 제현의 손이 잠시 움찔거리며 멈췄다. 행동이 옮겨지고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의 사고에 정보가 들어왔다. 분노! 분노로 인한 노이로제(Neurosis)는 극에 달해 있었고 자신의 행동에 놀란 제현은 움찔거리며 행동을 멈췄다. 탁- 탁- 제현은 마음을 한번 가다듬으며 먼지와 침, 피가 묻은 교복을 다시 털어내며 바지의 뒷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손수건을 꺼내들며 얼굴과 입사를 살며시 쓸어 닦았다.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던 중 이상한 종이쪼가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느낀 제현은 뚱뚱한 몸을 움직이며 종이를 잡아챘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아… 뭐, 집에서 보지 뭐.” 제현은 이곳이 어둡다는 것을 느끼고 종이쪼가리를 다시 호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음침한 소각장을 한번 쓸어본 제현은 아무생각 없이 자리를 떴다. 소각장을 지나 몇 발자국을 떼니 학교의 정경이 보였다. 빛이라고는 한 점 뿜어지지 않은 암흑천지였다. “보름달인가…” 빛이라고는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이었다. 그 보름달마저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걸음을 옮기기에 모자람이 없는 빛이다. 학교와 집은 약 5분 거리였기에 제현의 걸음으로도 금방 도착 할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한 제현은 옷을 훌러덩 벗고는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교복도 더러워 졌기에 이대로 입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흙과 먼지, 땀으로 인해 몸은 끈적거렸다. 안그래도 육중한 몸매를 소유하고 있는 제현으로써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보통 사람이 10분 정도면 끝낼 샤워를 15분 정도를 하고 나서야 제현은 끝마칠 수 있었다. 기름기가 좔좔한 뱃살을 내려다 본 제현은 아까 호주머니에 찔러 넣었던 종이쪼가리가 생각났다. 대충 옷을 걸친 제현은 종이쪼가리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궁금하겠지? 내가 누군지… 그리고 너에게 주어진 능력이 뭔지. 지금은 알 필요가 없다. 나중에 알려주지. 차원의 율법에 위배되겠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대의 힘이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자각하라! 너의 능력을…」 “자각…? 자각.” 쪽지의 말에 제현은 한참을 고심했다. 자각, 고작 그런 말로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자각하라니,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건만 기어야 할 녀석에게 뛰어 라고 무리한 주문을 한 것과 다름없었다. “음… 이건가? 발현하라! 얍!” 제현은 손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능력이라는 것을 펼치기 위해 발악했다. 한참을 생각한 끝에 제현은 결론을 내렸다. 사기 당했다고, 아까전의 일들은 허상이었다고 치부했다. “그러면 그렇지… 그런 능력이 쉽게 생겨날 리가 없지. 얻은 것이 있다면 대가가 있는 법이야. 역시… 노력 없이는 안 되는 건가?” 제현은 이상하게도 알 수 없는 말을 끝도 없이 되풀이 했다. 눈은 탁 풀려 있었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답을 요했다. 그렇게 몇 번이고 말을 한 끝에 제현의 정신은 처음으로 돌아왔다. “자각! 나약한 자신을 인정하는 거였나? 바로 자신을 돌아보라! 나 자신이 뭔지 느껴라! 그래!” 제현은 뭔가 감 잡았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렇게 한참을 기뻐하던 제현은 뚱뚱한 얼굴을 진지모드로 바꾸고 자세를 잡았다. 뚱뚱한 외모에 온갖 폼을 잡고 있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지만 제현은 진지했다. “나 자신을 보여 다오! 프로필 뷰(Profile View)!”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을 떠올리며 뚱뚱하며 나약한 자신을 떠올렸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자신의 모습! 추악하고도 나약한 자신을 떠올린 제현은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목소리로 ‘프로필 뷰’라고 소리쳤다. ------------------------------------------- [프로필] 이름 : 조제현 별칭 : 왕따 성향 : 중(中) 직업 : 고등학생 능력 - 쿠션(Cushion), 카무플라주(Camouflage) 특수 - 프로필 뷰, 흡수, 부여, 회수 -------------------------------------------- 제현은 긴장했다. 환상과도 같이 떠오른 자신의 프로필에 긴장한 것이다. 단 몇 줄로 나열된 자신의 모든 것이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능력이다. 처음 듣는 능력에 제현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자각으로 알아낸 능력은 ‘프로필 뷰’였다. 그것으로 인해 의문의 존재에게 부여 받은 것이 4가지 정도 되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2가지 능력은 자신 본연의 능력이었다. 그 능력들을 유심히 쳐다보자 머릿속에서 자연히 능력에 대한 것이 떠올랐다. ------------------------------------------------------------------- 쿠션(Cushion) : 맞는 것에 이골이 난자. 자신의 육신의 특성을 살려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줄여주는 능력 카무플라주(Camouflage) : 은신, 위장이 뛰어 난자. 극한의 두려움으로 주위의 존재감을 흐리는 능력 ------------------------------------------------------------------- 간단하게 몇 가지 능력을 읽은 제현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왕따로 인한 괴롭힘과 따돌림, 질시, 경멸로 인해 생겨난 능력이었다. 왠지 기분이 좋으면서 찜찜함,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특별한 능력이 생겼다. 능력을 보며, 흡수를 하며, 타인에게 능력을 부여하며, 부여한 것을 회수하는 기상천외한 능력을 얻었다. 상상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능력에 제현은 전율했다. 그리고 시험해보고 싶었다. 세상의 모든 능력을 흡수할 수 있는 가! 아니, 세상의 모든 존재를 누를 수 있을 지 궁금해졌다. 세상에 군림하며 세상을 멸시하고 싶었다. 자신이 당한 것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다. 꿀꺽- “해, 해보자! …흡수를!” 제현은 침을 꼴깍 삼키며 거실로 걸음을 옮겼다. 새로운 시작(New Start) - 수정완료 4편 - 수정완료 저벅, 저벅- 거실로 걸음을 옮기는 제현의 어깨에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그의 행동은 당연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찾아온 고독과 모진 세상의 거친 눈빛을 받으며 살아온 그였다. 판타지 책에서나 나올 법한 일을 겪었기에 그의 몸은 흥분에 휩싸였다. ‘흡수’의 능력만 있다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상에 군림하며 멸시와 질시를 피한다. 도리어 자신 스스로 세상을 멸시하며 질시한다. 얼마나 멋진 상상인가! 제현은 천천히 둥근 캡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게임 내의 능력이라면… 그깟 녀석들은! 흐흐흐!” 입이 귀에 걸릴 정도였다. 아무튼 복수와 세상을 질타할 상상을 하니 괴상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캡슐에 도착한 제현은 둥근 타원의 캡슐 중앙부의 붉은색 단추를 눌렀다. 그리고 잠시 후 캡슐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부르르- 위이잉! 「Now Loding」 캡슐이 부팅되며 캡슐을 가리던 장막이 걷히며 검은색 스크린이 떴다. 그 곳에는 ‘Now Loding’이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스크린 아래에는 2정도가 누울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제현은 몸집이 컸기에 약간 비좁은 공간이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약 20초 정도를 기다렸을 까. 스크린이 활짝 펴지며 제현의 전신을 둘러쌌다. 요즘 새로 나온 전신 스크린 형태의 캡슐이었다. 이 캡슐의 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제현의 개의치 않고 사들였다. 게임을 위해서라면 이정도의 투자는 기본이라고 생각한 그였다. 「매뉴얼 No.2 음성운행으로 전환하시겠습니까? Yes/No」 스크린에 짤막하게 문구가 나왔고 제현은 지체 없이 ‘Yes’를 선택했다. 1달에 한번 꼴로 매뉴얼이 떴기에 약간 귀찮은 면도 있었지만 괜찮은 기능이었다. 한 번 선택하면 업데이트일이 아니면 변경할 수 없기에 약간 황당한 면도 있었지만 괜찮은 기능이다. [(주)고려 캡슐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패스(Pass) 광고 기능은 꺼줘.” [광고기능 오프(OFF). 부팅이 완료됐습니다.] 스크린이 떴고 음성기능으로 변경되는 순간 부팅이 완료되었다. 제현은 스크린에 표시된 여러 가지 아이콘을 보며 원하는 아이콘을 찾아 이름을 외쳤다. 제현이 원하는 아이콘의 생김새는 불꽃이 휘날리듯 뿌리는 익룡의 모양이었다. 그 아이콘을 발견한 제현은 짧게 명령어를 말했다. “셀리온 월드 접속” [키워드 인식! 셀리온 월드에 접속합니다. 스크린을 종료하며 뇌파로 접속합니다.] 제현의 말에 캡슐은 셀리온 월드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잠깐 시야가 흐릿해졌고 검은색 공간이 생겨났다. 그곳으로 빨아 당기 듯 제현은 빨려 들어갔다. 그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곧 맑은 정신으로 돌아와 있었다. [셀리온 월드에 접속하신걸. 환영합니다. 계정을 말씀해 주십시오.] “가만두지 않겠다.” [인식되었습니다. 1차 락(Lock)을 해체, 홍체인식 및 뇌파 싱크롤을 조정합니다. 다소 어지러울 수 있으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알았어.” 우우웅- [2차 락(Lock)의 검증이 완료되었습니다. 생성된 캐릭터가 있습니다. 접속하시겠습니까?] “그래!” [즐거운 여행되시기 바랍니다.] 파아앗! 모든 절차가 끝나자 밝은 빛이 터지며 제현을 휘감았다. 정말 잘 만들어진 그래픽이었다. 가상현실의 역사상 이정도로 완벽한 구현은 처음일 것이다. 아무튼, 제현은 눈을 몇 번 끔뻑 거리며 흐름에 몸을 맡겼다. “휴- 드디어 들어온 건가?” 셀리온 월드의 절차가 까다로웠던지 제현은 약간 지쳤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현의 외모가 변해 있었다. 뚱뚱한 외관과 나약하게 보이게 하던 우중충한 얼굴은 사라지고 잘생긴 미남이 서 있었다. 많은 것을 변화시킨 것은 아니었던지 살만 빠진 모습이었다. 셀리온 월드를 시작해, 캐릭터를 생성할 때 성형이라는 기능이 있다. 물론, 많은 것을 변화시키지는 못하지만 머리카락의 색깔과 5~10센티미터 정도의 키, 그리고 몸매를 변형할 수 있다. 때문에 제현의 몸매는 날씬하게 변해 있었다. 머리카락의 색깔은 귀찮아서 검은색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게임 상이니. 프로필 뷰는 필요 없겠지? 상태창!” 제현은 허공에 소리쳤다. 그러나 놀랍게도 하나의 스크린이 뜨며 제현의 눈앞에 보기 좋게 나열되기 시작했다. ------------------------------------- [상태창] 이름 : 스텔스 레벨 : 400 직업 : 아크 메이지(9서클) 칭호 : 엘레멘탈 마스터(4대 속성 마법 마스터) 스킬 : 1-9서클 마법, 마나호흡법 ------------------------------------- 상태창은 의외로 간단했다. 현실성을 중시한 셀리온 월드 측의 배려(?)였다. 제현의 캐릭터는 ‘스텔스’라는 캐릭명을 사용하고 있었고, 레벨은 셀리온 월드 내에서 최고 레벨인 400레벨에 달해 있었다. 거기다 마법사를 키우는 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아크 메이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칭호 역시 만만치 않았다. 4대 속성을 마스터 한자를 증명하는 엘레멘탈 마스터라는 칭호를 달고 있었다. 스킬은 간소하게 정리 되어 있었지만, 두 가지에 모든 스킬이 포함되어 있기에 그 의미가 상상을 초월하는 상태창이었다. 씨익! 제현은 상태창을 훓어 보고는 입 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언제 봐도 기분 좋은 상태창이었다. 그렇게 쳐다보던 상태창을 향해 제현은 손을 뻗었다. 바치 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상태창에 손을 가져다댄 제현은 신중한 표정을 지으며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저 능력을 현실의 나에게 보낸다. 보낸다!’ “흡수(Absorption)!” 흡수라는 단어를 내뱉는 순간 가상현실 상의 육신은 오색 빛을 터뜨리며 공간을 뒤덮였다. 다행히 혼자 있었기에 누구도 그 빛을 보지 못했다. 거기다 머릿속으로 밀려들어오는 고통에 제현은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 제, 젠장.’ 너무 강렬하게 몰아치는 기운에 제현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고통도 잠시 뿐이었다. 씻은 듯이 사라지는 빛과 고통에 제현의 시선은 아까 보았던 상태창에 닿아 있었다. 그리고 경악했다. --------------- [상태창] 이름 : 스텔스 레벨 : 1 직업 : 무직 칭호 : 없음 스킬 : 무(無) ---------------- 절정에 달해 있던 게임 상의 능력이 모두 사라졌다. 고작 정신을 집중하고 외쳤을 뿐인데 이런 결과가 나오자 알게 모르게 두려움이 생겨났다. ‘혹시 누군가 눈치 채지 않을 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때문에 제현은 급히 로그아웃을 외쳤다. 확인해보고 싶었고 지금의 상황에서 도피하고 싶었다. “로그아웃!” [카운터 3,2,1 …정상적으로 로그아웃됐습니다. 게임을 종료하시겠습니까?] “그래! 빨리 종료해!” [정상적으로 처리되었습니다. 현실에서도 그대의 꿈을 펼치기를…….] 제현의 말에 캡슐은 모든 게임을 종료시켰다. 캡슐 밖으로 튀어나온 제현은 급히 외쳤다.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손이 벌벌 떨렸으며, 다리까지 후들거렸다. “프로필 뷰!” ------------------------------------------- [프로필] 이름 : 조제현 별칭 : 왕따 or 엘레멘탈 마스터 성향 : 중(中) 직업 : 고등학생 or 아크 메이지 능력 - 쿠션(Cushion), 카무플라주(Camouflage) 특수 - 프로필 뷰, 흡수, 부여, 회수 마법 - 1-9서클 마법, 마나호흡법 -------------------------------------------- 화아아악! 프로필을 확인한 제현은 알게 모르게 몸에서 치솟는 엄청난 포스를 맛봐야 했다. 끝도 없이 용솟음치는 기운과 기쁨! 온몸이 전율했다. 입을 쩌억 벌리게 만드는 프로필이다. 단 한 번의 흡수로 이렇게 강해졌다. 왠지 몸속의 기운이 요동치며 억제에 벗어나려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기분 탓이라고 치부한 제현은 능력을 펼칠 수 있는지 실험에 들어갔다. 공격 마법을 펼친 다면 건물이 무너져 내릴 위험도 있었기에 공격 마법이 아닌 마법을 펼쳐보기로 했다. “라이트(Light)!” 우웅- 파파팟! 제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3개 정도의 라이트 마법이 실현됐다. 판타스틱한 상황에 묘한 표정과 기쁨이 자리 잡았다. 이것이 꿈이 아닌지 볼도 꼬집어 봤지만 결코 꿈이 아니었다. 비록 1개를 만들기로 마음먹었지만 3개가 펼쳐진 것을 보고 아직 숙련에 미흡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크하하하! 이렇게 된 거 모조리 흡수하겠다!” 아크 메이지 특유의 마나가 몸속에 자리 잡았다. 그 강렬한 힘에 제현은 욕심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껏 해온 게임의 능력을 흡수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몸이 움직였다. 곧장 캡슐로 달려가는 제현의 걸음은 그 어떤 두려움도 자리 잡지 않았다. 새로운 시작(New Start) - 수정완료 5편 - 수정완료 흡수! 흡수! 제현은 미친 듯이 흡수했다. 몸 안에 차오르는 이질적인 기운을 더 느끼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점점 차오르고 만족감에 제현은 캡슐에서 몸을 일으켰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마음만은 상쾌했다. “드디어…… 다 흡수했다.” 뿌드득- 장장 두 시간에 걸쳐 게임을 검토하며, 흡수를 했기 때문에 시간은 상당히 흘러 있었다. 투자한 시간에 비해 얻은 능력은 별로 없었다. 이유는 대부분 게임을 접을 때 계정도 같이 지워버렸기 때문에 남아 있는 캐릭터가 별로 없었다. 하물며 게임을 다시 다운로드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이다. 캡슐에서 몸을 일으키며 몸의 곳곳에서 뼈의 아우성이 들렸지만 마음이 편해졌다. “흑마법, 신성마법… 하하하!” 제현은 웃음을 터뜨리며 방금 흡수한 능력을 떠올렸다. 흑마법과 신성마법이었다. 제현은 게임을 하면서 마법을 고집했다. 비현실적인 가상현실에서조차 특별하게 취급 받는 마법이 좋았다. 알고 보면 흡수라는 것도 마법과도 비슷했다.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특별한 능력! 어딘가 멋있어 보였고 수십, 수백에 달하는 몬스터를 마법 한방에 전멸시키는 것도 통쾌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해… 특별한 클래스(Class). 그래 정령!” 제현은 부족하다고 느꼈다. 지금까지의 흡수한 능력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그리고 떠올린 것이 정령이었다. 정령마법! 정령마법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제현은 셀리온 월드를 새롭게 시작할 것을 생각했다. 흡수를 통해 셀리온 월드의 능력치는 초기화 되어 있었다. 꺼리 낄 것이 없다. 게임상의 초기화 이것은 모든 것의 초기화를 뜻했다. 아마 운영자나 게임의 신인 메인컴퓨터도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내가 새롭게 태어난 날을 기리기 위해! 새롭게…” 제현은 오늘을 기념하고 싶은 심정으로 셀리온 월드를 실행했다. 오늘 새롭게 시작한 능력을 흡수해 완벽한 마법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흑마법! 속성마법! 신성마법! 모든 마법을 얻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령마법’ 이것을 얻는 다면 최고의 마법사가 되리라. 제현은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과감하게 게임에 접속했다. 파아앗!! 밝은 섬광이 터져나갔고 제현은 셀리온 월드에 접속할 수 있었다. 현실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육체의 가벼움과 탁한 공기로부터 벋어났다. 온몸을 휘감는 느낌에 제현은 완벽하게 셀리온 월드에 접속했다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접속을 해제한 곳이 마법사의 도시인 헤르시간이었기 때문에 바로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기초자금이며 장비도 넉넉했기에 쉽게 게임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마법사의 도시 헤르시안. 이곳은 지도상 서쪽에 위치한 거대한 마법 도시였다. 신기한 구조물들이 허공에 떠 있는가하면 웅장하게 지어진 마탑들이 동서남북 등으로 나뉘어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이곳은 셀리온 월드의 명물 중에 하나로 꼽히는 곳이었다. 와글와글- 또한, 수많은 아이템들이 수요와 공급을 통해 이동되는 곳이었다. 마법의 도시인만큼 아이템의 업그레이드가 활성화된 곳이었기에 유저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제현이 서 있는 곳은 마법사의 도시 중앙부에 위치한 워프 게이트 앞이었다. 각 마을, 도시마다 워프 게이트가 있는데 이곳은 특이하게도 워프 게이트가 도시의 중앙에 있었다. 대개 ‘워프 방’이라는 이름의 건물 안에 있지만 특별하게도 마탑들의 중앙에 위치해 있는 게이트였다. 헤르시안의 마탑은 총 4개가 있데 흑의 탑과 백의 탑, 청의 탑과 녹의 탑이 있다. 그 탑들은 신성마법, 흑마법, 속성마법, 정령마법을 뜻하는 탑이었다. 신기하게도 백의 탑은 신전이었다. “녹의 탑…” 제현은 다른 탑에는 시선도 주지 않고 ‘녹의 탑’으로 걸음을 옮겼다. 녹의 탑은 정령마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섣부른 선택은 후회를 부른다고 하지만, 제현은 이미 마음을 다 잡고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녹의 탑 앞에 도착한 제현은 자신의 로브의 깃을 쓸어 넘겼다. 지금 제현의 모습은 초보라고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착용하고 있는 로브는 셀리온 월드 내에서도 200개가 넘지 않는 수량으로 ‘현자의 로브’라는 이름의 아이템이었다. 이 로브의 옵션은 마나량과 회복량을 늘려주는 옷으로 고렙들에게 유용한 로브였다. 보통 마법증폭이 달린 옵션을 선호하지만, 그건 저 서클의 마법사들에게나 그런 것이었고 고서클의 유저에게는 현자의 로브와 같은 옵션을 선호했다. 아무튼, 제현이 입고 있는 로브는 물량이 적었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수 있는 로브였다. “한마디로 난 몸은 저렙이되 아이템은 고렙!” 제현은 중얼거리며 녹의 탑으로 들어갔다. 탑 안에는 샤먼, 즉 정령사 지망생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현실 시간으로 늦은 시각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벌써 상용화 된지 1년이나 됐지만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이 셀리온 월드였다. 그만큼 초보도 넘쳐났다. “그대에게 자연의 축복이 있기를…….” “축복이 있기를…” 한참을 기다리던 제현은 NPC의 말에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이런 관례가 귀찮았지만 NPC의 행동에 따라줘야 했다. “허허허, 무슨 일로 녹의 탑까지 왔는가?” “샤먼이 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제현은 인터넷에 나와 있는 대로 대답했다. 이런 식으로 육성법이 나와 있기 때문에 쉽게 샤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가져보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가슴은 벅차올라 있었다. “영혼을 바른 길로 인도 할 수 있겠는가?” “예!” 샤먼이 되기 위해 이런 질문이 있지만 특별히 직업과 연관되는 말은 아니었기에 그냥 대충 대답했다. 대답이 끝나는 순간 NPC의 몸에서 은은한 녹색의 빛이 광채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제현의 몸으로 흘러들어가 버렸다. [띠링, 클래스 ‘견습 샤먼’이 되셨습니다.] 직업을 얻었다는 말과 함께 빛이 사라졌다. 왠지 감흥이 색달랐지만 몸의 변화는 느낄 수 없었다. 이름만 ‘견습 샤먼’이었지 직업을 가지나 안 가지나 별 차이는 없었다. 다행히도 이곳에서 기본적인 초급 정령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제현은 눈앞의 NPC에게 입을 열었다. “기초 수업을 받고 싶습니다.” “기특하군. 저기 뒤쪽 후문을 통해 2층으로 가보게나.” 순간 눈앞에 퀘스트 창이 떴지만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꺼버렸다. “감사합니다.” “그대의 앞길에 자연의 축복이 있기를…….” NPC의 말을 끝까지 듣고 제현은 2층에 있는 수련장으로 올라갔다. 수련장이라고는 하나, 공부방에 가까웠다. 2층으로 올라가보니 한명의 샤먼이 제현은 맞이했다. 곧바로 수업에 참관할 수 있었다. 의외로 쉬운 관문인 모양이다. “별 차이는 없네.” 예전에 들어봤던 속성마법에 관한 내용과 별 차이는 없었다. 정령의 기원과 마나 운용법, 정령을 이용한 전투 방법 등 기초에 해당하는 내용을 설명하는 장소였다. 대충 아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제현은 곧장 다음 수련장으로 이동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 방으로 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테스트를 받고 나서야 다음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띠링, 첫 번째 관문을 통과 하셨습니다.] [퀘스트, 샤먼의 마음가짐을 통과하셨습니다.] 경쾌한 퀘스트 음이 터져나왔지만 살짝 무시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올라갔을 까 곧 처음과 비슷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은 정령을 소환을 연습하는 장소였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주저앉아 정령을 소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곳은 어렵다면 어려운 곳이었고 쉽다면 쉬운 곳이었다. 일단 운이 좋아야 하는 곳이다 보통 전직직후에는 정령소환서가 없다. 때문에 처음 게임을 접하는 자들은 이 퀘스트를 이용해야 한다. 이곳의 교관들이 나누어 주는 연습용 정령 소환서를 이용해 익히는 것으로 이 시험을 통과하면 자연히 정령을 하나 소환할 수 있는 영광(?)이 주어진다. 물론, 서민형 유저들의 경우에나 그렇지 돈이 많다면 직접 소환서를 사서 하는 것이 빠르다. 그러나 제현은 쉽게 레벨업 할 수 있는 기초 수련을 택했다. 그리고 돈도 절약되기 때문이다. 제발 좀 대라 하앗! 제발, 제발 아, 겨우 성공!! 아싸!! 제현이 두 번째 수련방으로 갔을 때 여기저기에서 기도하는 소리와 환호성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커다란 방에는 많은 견습 샤먼 유저들이 소환서를 이용해 정령 소환을 펼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대부분이 몇 번의 실패를 경함해야 했고 가끔 한명이 성공해 다음 방으로 나서고 있었다. 제현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조건을 클리어 해야 했기 때문에 연습용 소환서를 받아 들었다. 수련장의 바닥에 자리를 잡은 제현은 소환서를 펼치며 소환을 위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자연이여 나의 부름에 답하여라. 물, 불, 땅, 바람이여 나의 앞에 나타나라!” 마법진이 생겨났다. 이번 방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소환서에 마나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초보가 얼마나 큰 마나를 소유할 수 있겠는가? 아무튼 마나를 불어넣자 마법진이 생겨났다. 여타의 마법진과는 다르게 간단한 마법진이었지만 초보들의 눈에는 복잡하기 이를 대 없는 마법진이었다. 약간의 빛이 토해지며 소환서를 휘감았지만 역시나 정령은 고사하고 고요함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마나 회복을 위해 몇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었지만 현자의 로브로 인해 순식간에 차오르는 마나를 느끼며 제현을 즐거운 듯 소환마법을 준비했다. 그렇게 몇 번을 시도했을 까. 약간의 빛과 함께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요정이 하나 튀어나왔다. 등에 두 장의 날개를 퍼덕이며 주위를 맴도는 실프가 보였다. “실프!” 제현의 외침에 많은 사람들이 부러운 눈길과 질투에 찬 표정이 엇갈려 있었다. 제현은 성공의 징표로 실프를 교관에게 보이며 다음 방으로 향했다. 아마 다음 방이 마지막 일 것이다. “잘왔네. 마지막 관문인 실전의 관이네.” 역시 마지막은 실전의 관이었다. 다른 직업도 마지막 관은 실전이었기 때문에 제현은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마지막 방의 교관이 제지했다. “다른 직업과 다르게 샤먼은 타인의 전투를 지켜보는 것으로 끝을 맺지. 저 수정구를 잘보게… 먼 훗날 자네가 저렇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게나.” NPC의 말에 제현은 살짝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수정구를 쳐다보자 커다란 스크린이 생겨나며 눈앞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동영상에는 정령들을 소환해 조종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정령과의 빙의합체에 이르기 까지 많은 모습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정령을 이용해 최종 합체를 사용한 인간은 정령의 속성을 자유자제로 다루는 능력을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정령왕을 소환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현란한 샤먼들의 움직임에 쉼취해 있던 제현은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기계음이 들리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띠링, 기초 수업을 완료하셨습니다.] [칭호, ‘샤면의 길’을 습득하였습니다.] [스킬, 하급정령 ‘실프’를 습득하였습니다.] [레벨이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연달아 들리는 즐거운 소리에 제현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모두 캔슬하고는 ‘녹의 탑’에서 벗어났다. 이제 녹의 탑은 2차 전직 전에는 들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물론, 4대 속성의 정령을 소환하는 소환서를 사는 것은 잊지 않았다. 상당히 오래 게임을 했기 때문에 로그아웃을 선택했다. 로그아웃을 한 제현의 눈에 들어온 숫자는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만큼 흡수에 심취해 시간가는 줄 몰랐다는 뜻이었다. 몸과 정신이 매우 피로했기 때문에 제현은 그대로 침대로 쓰러졌다. 이것이 꿈이 아니길 빌면서……. 새로운 시작(New Start) - 수정완료 6편 - 수정완료 “실프! 윈드 커터(Wind cutter)!” 휘익- 서걱! “꾸웨에엑!” 학교를 다녀온 제현은 집에 오자마자 셀리온 월드에 접속해 사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도시와 가까운 오크 마을이었다. 이미 수십 마리를 잡은 것인지 녹색비가 바다를 이룰 정도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녹의 탑에서 ‘샤먼’으로 전직을 마친 제현은 근처 잡화점에서 체력 포션을 구입하고 곧장 오크 마을인 오크베이스라는 사냥터로 왔다. 잡화점을 나서면서 마나 포션도 구입할까 생각했지만 착용하고 있는 ‘현자의 로브’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구입을 포기했다. 마나량과 회복량을 늘려주는 로브였기 때문에 저 레벨인 제현은 마나 포션이 필요 없었다. 때문에 체력 포션만을 챙겨들고 이곳에서 홀로 사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도륙한 끝에 제현의 몸에서 밝은 빛이 뿜어졌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딱딱한 기계음이 들려오고 나서야 제현은 사냥을 멈췄다. 상당히 오랜 시간 사냥한 것인지 게임 상임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누구도 들을 존재가 없었지만 습관처럼 중얼거리는 제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후- 오크도 지겨워졌네. 레벨도 그럭저럭 올렸고……. 슬슬 옮겨볼까?” 불과 며칠 전이었지만 과거의 경험이 있어서 레벨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올릴 수 있는 사냥터를 줄줄이 꿰고 있는 조제현이었다. 그렇기에 적은 시간을 투자해 많은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사냥터를 생각하며 상태창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불과 15레벨의 상태창이라 별 볼일은 없었다.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제현은 사방에서 뿜어지는 새하얀 빛으로 인해 얼굴을 찌푸리며 상태창을 캔슬했다. 화아악! 셀리온 월드는 죽은 자리에서 몬스터가 리젠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몬스터의 독식을 막고 매크로 성 사냥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주위에서 밝은 빛이 터져 나오자 제현은 급히 전투태세를 갖추며 경계했다. 새하얀 빛 사이로 비치는 육중한 몸집과 위압감을 과시하는 녀석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보통 오크와는 다르게 완전 무장을 한 오크들이 제현의 주위를 감싸자 긴장감은 점점 커져갔다. 완전 무장한 오크들은 전사급의 몬스터였다. 오크는 다른 몬스터와 다르게 종류가 있는데 일반 오크와 전사급의 오크로 나눠진다. 일반 오크들의 레벨이 25레벨 대인 것을 생각한다면 전사급의 오크는 30레벨이었다. 그만큼 차이가 나는 몬스터들이었기에 제현은 살짝 긴장했다. “전사급이 대거 나타났다는 것은 오크 로드도?” 오크 로드(Ork Lord)는 전사급의 오크를 대동한 채 리젠되는 사기성 몬스터였다. 초보자들을 위한 보스 몬스터였지만 절대 초보는 잡을 수 없는 몬스터였다. 둘에서 셋 정도의 파티를 이루어야 잡는 초급 보스였기에 제현은 굳은 얼굴로 오크 로드를 쳐다봤다. 보스 몬스터가 아무리 랜덤으로 리젠 되지만 오크베이스의 초입부근에서 나올 리 없는 것이 보스몬스터였다. 그런데 이렇게 나오지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제현은 어떻게든 녀석을 쓰러트려야 한다는 생각에 자세를 잡았다. “취익! 적이다! 공격… 취익! 포위 공격하라!” 상황정리를 하고 있던 제현에게 오크 로드의 시선이 닿자 녀석은 정해진 대사를 읊으며 오크 전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멍청한 오크 전사들은 로드의 명령을 듣고도 잠시 갸웃 거리더니 오크 로드의 포효를 듣고서야 제현을 향해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그것을 보고 당할 제현이 아니었기에 녹의 탑에서 받은 정령인 실프를 소환했다. 시원한 바람이 불며 나타난 실프는 제현의 주위를 맴돌며 명령을 기다렸다. 뾰로롱! “실프! 헤이스트(Haste)!” 오크 전사들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자 제현은 주위를 맴도는 실프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처음에는 보조계열의 정령마법이었다. 마법과는 다르게 성장형 마법이었기에 3서클 마법을 펼치기에 무리는 없었다. 성장형 마법은 위력은 떨어지지만 능력이 상승할수록 위력이 증가하는 마법이다. 실프가 펼치는 위력과 상위 계열의 정령이 펼치는 위력이 다르다는 소리다. 아무튼 실프가 펼친 헤이스트는 푸른빛을 동반하며 제현에게 펼쳐졌다. 팟! 움직이지 않던 목표물인 제현이 갑작스럽게 움직이자 오크들은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 멈춰서 있었다. 그때, 한 오크가 빠르게 달려드는 제현을 보고 무기를 고쳐 쥐며 비명 같은 포효를 터뜨렸다. “꾸워억!” 한 오크의 포효에 다른 오크들이 무기를 다시 고쳐 잡았다. 하지만 그때는 늦은 후였다. 사방에서 쏘아지는 바람의 칼날과 빠른 움직임으로 오크의 목을 사정없이 따버리는 제현의 손짓에 여지없이 녹색 피가 뿜어졌다. “취익! 공격하라!” 오크 로드는 점점 쓰러지는 전사들을 보며 공격할 것을 명했다. 하지만, 실프로 인해 몸놀림이 빨라진 제현을 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더욱이 움직이며 정령을 부리는 제현을 잡는 것은 더욱더 불가능했다. 실프를 제외하고 3대 속성의 정령을 더 사용하고 있었기에 오크 전사들은 맥도 못 추고 죽어나갔다. 하지만 오크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할버드를 고쳐 쥐며 달려드는 오크들은 멍청한지 용감한지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그 점이 제현을 움찔하게 만들었다. 30마리 정도의 오크들이 일제히 제현을 향해 움직이자 발 디딜 틈도 없었다. 때문에 제현은 헤이스트를 캔슬 시키고 4대 정령을 집결시켰다. 정령을 이용해 모두 없앨 작정이었다. “취익! 지금이다!!” 후웅- 후웅! 제현이 멈춰 서자 오크들은 지금이 기회라는 것을 느낀 것인지 일제히 돌격을 감행했다. 아까부터 서성이던 녀석은 할버드를 고쳐 쥐며 수직으로 내려찍었다. 그 모습을 보며 제현은 정령을 향해 손짓했다. 귀여운 생김세의 난장이었다. 땅의 정령인 놈은 주인인 제현의 명령을 알아들은 것인지 오크가 뛰어오는 땅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정령의 손에서 뿜어진 갈색의 기운이 땅으로 흡수되자 땅은 작게 진동하며 둥근 기둥을 솟아올랐다. 푸슉- 퍽! 땅에서 기둥이 치솟자 할버드는 그대로 튕겨나갔다. 또한, 오크는 큰 타격을 입은 것인지 턱에서 녹색피를 뿜으며 뒤로 넘어졌다. 그 모습을 확인한 후 제현은 불의 정령을 이용해 파이어 애로우를 날리기 시작했다. 이미 놈과 불의 정령 샐러맨더의 조합으로 많은 오크들이 죽어나갔다. 그 후에도 정령들의 조합으로 수많은 오크들을 격퇴했고 오크 로드의 근처로 다가갈 수 있었다. 제현이 오크 로드의 영역으로 들어서자 오크 전사들의 공격은 더욱 거세어졌다. 위기의식을 느낀 모양이다. 자신의 로드가 죽으면 자신들도 죽게 된다는 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무식하게 달려드는 오크들을 향해 바람의 칼날을 날렸다. 휘이익! 서걱! 오크들의 공격을 피하고 공격하기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셀 수도 없었다. 바람, 불, 물, 땅의 정령을 이용해 죽이고 또 죽였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제현의 몸에서는 새하얀 빛이 터져 나왔고 체력과 마나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스킬, 엘레멘탈 폼(Erementar Form)이 생성되었습니다.] 레벨 업 소리와 함께 엘레멘탈 폼이라는 샤먼의 기술이 생성됐다. 제현의 주위는 오크 전사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고, 오크 로드의 살기등등한 모습이 보였다. 주변에 남아 있는 몬스터라고는 오크 로드뿐이었다. 1대 1의 상황이었다. 휘이잉- 왠지 모를 바람이 스쳐지나가자 제현이 착용하고 있는 현자의 로브가 앞뒤로 펄럭였다. 또한, 오크 로드의 갈퀴가 흔들리며 기묘한 상황을 연출했다. 주변에 널브러져 회색빛으로 사라지는 오크들의 시체 사이로 하늘로 비산했던 병장기들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후두둑- 챙! 하늘에서 떨어지며 틀어박힌 병장기들은 주위의 무성한 풀들 사이로 사라졌다. 그리고 오크 로드는 살기를 뿌리며 잡초들을 헤집으며 제현을 향해 다가섰다. 그에 따라 제현은 오크 로드와 거리를 벌리며 정령들을 대기시켰다. 저벅, 저벅-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얼마나 들렸을 까? 제현과 오크 로드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탐색전이 끝났다는 듯이 멈춰선 둘의 얼굴에는 차갑고 타오르는 듯 한 눈동자가 허공에 부딪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높은 레벨을 자랑하는 오크 로드다운 면모에 움찔한 제현은 뒤로 물러나며 정령을 좌우로 배치했다. 제현의 행동을 쳐다보던 오크로드는 기회를 다잡은 것인지 노호 성을 터뜨리며 달려들었다. 이상한 괴성을 터뜨리며 달려드는 오크 로드의 모습을 보자 순간 제현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 “취이이익! 죽어라! 크워어!” [오크 로드의 함성을 들으셨습니다. 회피율과 방어력이 일시적으로 감소합니다.] 비록 게임이었지만 오크 로드의 기세싸움에서 진 제현은 일시적인 무력감을 맛보아야 했다. 몸의 움직임도 둔화된 듯 한 느낌이 들었고 머릿속이 텅 비는 듯 한 느낌이 받았다. 멍하니 오크 로드를 쳐다보고 있던 제현은 앞으로 다가선 오크 녀석의 검에 왼쪽 팔을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스악! 피가 흘러내린다. 풀로 차있던 체력은 출혈과 함께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스치기만 한 상처였지만 녹슨 검이라 그런지 경미한 독이 중독되는 것과 출혈이 계속 진행됐다. 중독된 독은 초당 1~2정도의 데미지를 주고 있었고 블리딩은 10의 데미지를 주며 체력을 야금야금 깎아 먹고 있었다. 시간을 오래 끌수록 제현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다. “놈! 디그(Dig)! 운디네! 아쿠아(Aqua)!” 뾰로롱- 제현의 명령에 놈은 땅을 팠고 운디네는 땅을 판 장소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깊게 파여진 웅덩이는 오크 로드가 들어갈 정도로 넓고 깊었다. 제현은 그것을 확인하며 오크 로드를 그곳으로 유인하기 위해 실프에게 보조계 마법을 펼칠 것을 명했다. 몸의 속도를 더욱 가속화 시키는 헤이스트가 펼쳐지자 제현의 움직임은 가뿐해졌다. 헤이스트가 걸린 즉시 제현은 오크 로드를 유인했다. “멍청한 오크! 이리와!” 제현의 하찮은 도발에 오크 로드는 흥분하며 뒤를 쫓았다. 하지만, 보스급 몬스터답게 약간의 지능(?)이 있는 건지 웅덩이를 건너뛰며 제현을 따라잡고 있었다. 때문에 제현은 이를 앙 물고 다시 오크를 도발했다. 당연하게도 오크는 제현의 뒤를 따랐다. 일부로 웅덩이를 후회하며 몇 번을 움직였을 까? 웅덩이 쪽으로 방향을 튼 제현은 오크 로드의 시선을 끌며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병신 오크! 이리로 와! 멍청아……. 엇?!” 오크를 유인하기 위해 뒷걸음질 치며 움직이고 있던 제현의 발에 돌이 걸렸다. 어이없게도 제현은 자신이 판 웅덩이에 돌연 자신이 빠져 버린 것이다. 덩치가 큰 오크의 몸에 맞게 판 함정이라 그런지 웅덩이는 상당히 넓었다. 그리고 얼마나 깊은지 제현이 까치발을 들고서야 간신히 물위로 숨 쉴 수 있었다. 이 어이없는 상황에 제현은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셀리온 월드는 현실성을 중시한 게임(?)이었기 때문에 유저가 판 구덩이는 한참이 지나서야 복구되는 것이다. 제현의 모습을 보던 오크는 의미모를 표정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낡은 검을 수직으로 치켜세우고는 웅덩이를 향해 마구 찌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매서운 공격이었던지 제현의 몸에는 가느다란 생체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대로 계속 당하다가는 과다출혈과 독으로 인해 사망할 기세였다. “후웁!” 제현은 오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물속으로 잠수해 웅크리고 앉았다. 공격을 피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나도 거의 고갈된 것인지 정령을 이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놈을 이용해 땅을 팔 수도 없었다. 또한, 숨을 참는데도 한계가 있기에 빨리 빠져 나갈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그렇게 몇 초가 지나가 제현은 숨을 참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물위로 나가자니 오크 로드의 검이 걱정됐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푸학!” 후웅- 서걱! 제현은 다급히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때 오크 로드의 검이 머리카락을 스치며 거친 파공음을 터뜨리며 몇 가닥의 머리칼을 베어버렸다. 죽을 위기를 간신히 넘긴 제현은 다시 한 번 물속으로 잠수를 해야 했다. 물속으로 잠수한 제현은 머리를 세차게 굴렸다. 마음속으로 수십 가지의 생각이 교차했다. ‘빠져나갈 방법, 방법…… 아!!!’ 번쩍! 물속에서 계속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스킬하나가 생각났다. 방금 전 레벨 업을 통해 얻은 기술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엘레멘탈 폼이라면 이곳에서 빠져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정확한 능력을 잘 몰랐지만 스킬 창의 설명으로는 유저의 육신을 정령과 비슷하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했다. 아직 초보 단계라 하나의 정령력을 이용해 변신할 수 있었다. 엘레멘탈 폼은 초보스킬이면서 고 레벨들의 유저들도 곧잘 이용하는 아주 좋은 스킬이었다. 엘레멘탈 폼이 마스터 급에 이른다면 모든 정력을 집결시켜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고 했다. 그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가자 제현은 그 스킬을 사용했다. “엘레멘탈 폼(Erementar Form) 운디네!” 마나를 아끼기 위해 역 소환되어 있던 운디네가 물속에서 생겨나더니 제현의 주위로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운디네의 행동에 제현은 몸속으로 유입되는 정령력에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보글보글- 숨쉬기 어려웠던 물속이 마치 공기라도 되는 것처럼 숨결이 편해지고 있었다. 또한, 현자의 로브로 마나가 차오르기 시작하자 놈을 소환시켜 웅덩이의 벽을 파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자 놈이 오크 로드의 뒤쪽으로 길을 열었다. 제현은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웅덩이를 빠져나갔다. 제현은 아까의 치욕을 잊기 위해 눈에 살기를 띠웠다. 새로운 시작(New Start) - 수정완료 7편 - 수정완료 “엘레멘탈 폼 샐러맨더!” 웅덩이 밖으로 빠져나온 제현은 운디네의 엘레멘탈 폼을 해체시킨 후 샐러맨더의 정령력을 받아들였다. 놀랍게도 푸른눈으로 변해 있는 눈은 다시 붉은 색으로 변하며 샐러맨더와의 엘레멘탈 폼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표시했다. 엘레멘탈 폼은 정령의 정령력을 받아들여 일시적으로 속성의 한계를 뛰어넘고 정령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정령이 펼치는 기술의 2배에 해당하는 파괴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주 유용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마나의 소모가 많기 때문에 아주 위험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엘레멘탈 폼이었다. 즉, 몇 초 정도 밖에 운용할 수 없는 엘레멘탈 폼으로 사냥하는 바보는 없다는 것이다. 취익, 취익! 제현이 웅덩이에서 빠져나오지 않자 오크 로드는 이상한 기분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피고 있었다. 입에서는 연신 ‘취익’거리고 있었고 코에는 거친 숨결이 느껴지며 하얀 김을 뿜어냈다. 아직 제현을 찾지 못한 것인지 계속 두리번거릴 뿐 찾지 못하고 있었다. 서서히 엘레멘탈 폼이 캐릭터의 몸에 자리 잡자 두 눈은 붉게 타올랐고 온몸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이 퍼져나갔다. 그렇게 주먹을 쥐었다 펴며 정령력을 확인했다. 모든 준비가 끝난 제현은 소환해 놓은 땅의 정령을 이용해 오크 로드의 발을 일시적으로 묶어 버렸다. “취익!!” 녀석은 발이 묶이자 당황한 것인지 연신 취익 거리며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제현은 녀석의 울부짖음에 발을 빠르게 움직였다. 이윽고 녀석의 등 뒤로 이동한 제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바람의 정령의 보조계 마법이 뛰어난지 아니면 엘레멘탈 폼의 영향인지 몸은 아주 가벼웠다. 퍽! 오크 로드의 후방을 점한 제현은 빠른 속도로 주먹을 휘둘렀다. 불의 정령력을 더한 공격은 몇 배의 공격력이 더해졌고 주먹에는 불꽃이 튀며 녀석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오크의 후두부에 주먹이 강타하자 녀석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꾸액!” 오크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기합(?)을 넣었지만 계속된 공격에 정신을 놓아버리기 직전이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엘레멘탈 폼으로 인해 상승된 육체와 불의 기운을 불어넣은 주먹으로 가격당한 오크가 무사할 리가 없었다. “죽어랏!!” 제현은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하고 죽을힘을 다해 기합을 내뱉듯 뇌까리고는 오크 로드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회심의 일격임에도 녀석은 주춤거리더니 검을 고쳐 쥐고 있었다. 아무래도 공격이 약했던 모양이다. 후웅! 오크 로드는 그간 당했던 공격에 심한 타격을 입은 건지 처음의 공격에 비해서 상당히 느려져 있었다. 아주 느린 속도였기 때문에 제현은 쉽게 피해냈다. 피함과 동시에 제현은 불의 정령인 샐러맨더가 사용하는 파이어 볼트(Fire Bolt)를 펼쳤다. 화르륵! 거세게 타오르는 불꽃이 조그마한 구슬로 변하며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했다. 손바닥에 뭉쳐져 있는 붉은 기운을 보며 제현은 오크 로드의 옆구리를 향해 파이어 볼트를 던졌다. 간단한 공격임에도 오크 녀석은 비틀 거리더니 검으로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후두부를 공격한 것이 제대로 먹힌 모양이다. 제현은 비틀거리는 오크 로드를 보며 아이템 창에서 체력 포션을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상당히 체력이 떨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체력 포션을 이용해 회복 속도를 향상시켰다. 셀리온 월드의 포션은 다른 게임과 다르게 체력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회복 속도를 향상시키며 상처를 회복하는 정도로 쓰이는 것이었다. 물론, 일시적으로 체력이 상승하지만 미미한 수준이었기에 프리스트와 파티를 이루는 것은 필수였다. 하지만, 포션의 빠른 회복속도가 있었기에 이렇게 혼자서도 사냥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체력이 점점 차오르는 것을 느낀 제현은 슬슬 움직일 때가 됐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아까 오크 로드의 함성의 영향력 또한 없어졌기에 움직임은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다. 피핏- 빠직! 움직이려던 제현의 몸에서 돌연 붉은 스파크기 튀기 시작했다. 엘레멘탈 폼의 지속시간이 다된 것 같았다. “쳇! 지속시간이 문제군.” 엘레멘탈 폼이 아직 초보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금방 변신이 풀려 버렸다. 그래도 체력과 마력은 조금씩 차오르고 있었기에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실프! 샐러맨더! 운디네! 놈!” 제현은 엘레멘탈 폼이 풀림과 동시에 4대 속성 정령을 모두 소환했다. 그 후 보조계열 마법을 걸기 시작했다. 실프의 헤이스트(Haste) 놈의 스톤 스킨(Stone Skin) 움직임과 방어에 중점을 둔 보조계열 마법에 자신감이 생겼다. 제현은 마법이 걸린 즉시 오크 로드를 향해 몸을 날렸다. 오른손과 왼손에 머무는 샐러맨더와 운디네의 청명한 기운에 제현은 눈을 반짝이며 오크 로드의 가슴을 향해 파고들었다. 퍽! 직업이 샤먼이었기에 특별한 공격수단이 없었다. 육체적인 힘과 정령을 이용한 공격이 전부였다. 때문에 제현은 있는 힘껏 주먹을 뻗으며 오크 로드를 가격하기 시작했다. 물론, 일정한 레벨이 달성된다면 정령검사나 정령마법사로 전직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주먹으로 만족해야 했다. “취익!” 오크 로드는 제현의 주먹이 가소로운지 검을 움켜쥐며 역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현의 피부는 놈의 보조마법으로 단단한 피부를 유지하고 있었다. 캉! 오크 로드의 검은 힘없이 튕겨나갔고 그 틈을 이용해 제현의 공격은 더욱 거세어졌다. 하지만, 체력은 조금씩 깎이는 것인지 오크 로드의 공격이 계속 될수록 제현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제발……. 죽어!!” “꾸에엑!” 퍽! 제현의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진 것일까? 쓰러지지 않을 것 같던 오크 로드의 체력이 고갈되며 뒤로 천천히 넘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넘어지면서 까지 검을 휘두를 것인지 오크 로드의 손짓은 더욱 거칠어졌다. “헉!” 휘익- 오크 로드의 검이 수직으로 내려찍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제현의 머리는 좌우로 벌어지며 피를 분수처럼 뿜어댈 것이다. 죽음을 느낀 제현은 눈을 꼭 감았다. 1초… 2초… 3초 10초가량 시간이 지났을 무렵 제현은 아무른 부상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에 멈춰서 있는 오크 로드의 검은 머리에 닿기 직전 멈춰 있었다. 오크 로드의 체력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같이 죽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풀썩! 사방에 먼지를 뿌리며 넘어진 오크로드의 시체가 회색빛으로 물들었을 무렵 제현의 몸에서는 시릴 정도의 빛과 함께 연이어 터지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오크 슬레이어’ 칭호를 습득하셨습니다.] 힘들게 잡았기 때문일 까? 좀처럼 주지 않는 칭호가 주어졌다. 더욱 기쁜 점은 레벨 업이었다. 또한, 오크로드와 전사들이 남긴 아이템들이 제현에게는 짭짤한 수입이 될 것이다. 오크 로드와 전사들의 경험치가 상당했던지 폭발적인 레벨 업을 취할 수 있었다. “오크로드의 시체에선 뭐가 나왔나…….” 제현은 잠깐 휴식을 취하고 오크로드가 남기고간 시체. 즉, 아이템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바닥에는 누런색 양피지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썩 값어치가 높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단 보스 급 몬스터가 떨어트린 것이었기에 뭔가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 [속성의 양피지] 종류 : 스크롤 급수 : 매직 설명 : 어떤 속성이 부여되어 있다고 전해지는 양피지다. 정확한 정보는 없으며 잡화점에서 감정을 받아야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양피지. ------------------------------------------------------------------- 양피지를 줍고 여기저기 있는 잡템들과 땅에 떨어진 돈을 챙긴 후 오크 베이스에서 자리를 떠났다. 간간히 리젠되는 평범한 오크들을 볼 수 있었지만 제현의 상대는 아니었다.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마법 도시인 헤르시안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다. 사냥터와도 가까웠기 때문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저 멀리 4개의 탑이 보이는 마법사의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도시의 입구에 도착했음에도 제현은 쉽게 들어가지 못했다. 바로 길게 늘어진 사람들의 뒤에 서야 했기 때문이다. 셀리온 월드만의 독특한 운영방식이다. 마치 중세를 보는 것처럼 신분패가 있어야 도시로 입장할 수 있었다. 신분패는 초보마을을 벗어날 때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만약 신분패를 분실할 경우 도시에 진입하기가 어려워진다. 재발급을 받기 위해서는 그 금액이 50실버로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의 금액이 1골드인 것을 감안해 많은 돈이 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초보들에게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신분패를 보여라!” 도시의 입구를 지키는 NPC에게 신분패를 꺼내보였다. 제현의 신분패는 금색으로 도금되어 있었다. 신분패는 4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나무패는 초보들이 사용하는 패였고 동패는 전직을 완료한 자들이 사용하는 패였다. 은패의 경우 2차 전직과 어느 정도의 명성이 필요했고 금패역시 명성이 일정한 수위까지 올린다면 받을 수 있는 패였다. 신분패의 종류에 따라 마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워프 게이트다. 워프 게이트는 동패부터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또한 게임내의 수련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은패부터 이용이 가능했다. 그리고 금패의 경우는 상점들의 물건을 할인해 살 수 있는 특별한 서비스가 주어졌다. 제현은 경비병에게 금패를 보여준 후에야 도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도시 안에는 아이템을 사고파는 유저들이 보였다. 대부분 장비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코어 같은 물건을 팔고 있었다. 개중에는 마법서와 무구도 팔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상급 코어 팝니다.” “2서클 마법서 팔아요.” 여기저기서 아이템을 사고파는 소리와 흥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제현에게 필요한 아이템은 애초에 없었기에 사람들을 뚫고 잡화점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잡화점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인 건물의 외향은 설정상 낡고 초라해 보였지만 건물 내부에 전시되어 있는 물건은 깨끗하고 좋아보였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마법사의 도시답게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지만 어처구니없는 생각이다. 4개의 마탑을 제외한 곳에는 실망을 금치 못할 정도로 초라한 곳이었다. 제현은 잡화점을 문을 살짝 밀치며 안으로 들어갔다. 탁- 딸랑! 잡화점의 문을 열자 눅눅한 가죽냄새가 풍겨왔다. 또한 문에서 들려오는 쇠 긁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제현은 그 소리에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잡화점의 계산대 겸 카운터로 걸어갔다. 카운터에는 젊은 청년 하나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여느 게임과 마찬가지로 영업용 웃음을 흘리며 인사해왔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청년의 말에 제현은 아이템 창에 넣어 두었던 아이템을 꺼냈다. 대부분 재료와 쓸 대 없는 무기가 대부분이었다. 물건을 꺼내며 제현은 입을 열었다. “아이템의 처분과 포션을 구입하기 위해 왔습니다. 아! 건량과 이것의 감정도 부탁드립니다.” 제현은 아이템 창에서 쏟아져 내리는 아이템들과 양피지를 꺼내 청년에게 건네주었다. 청년은 잠시 이것저것 쳐다보더니 양피지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한참을 양피지를 살피더니 손에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왔다. “이 아이템들은 총 1만 골드 되겠습니다. 포션과 건량은 무슨 종류도 사시겠습니까?” 제현은 청년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한참을 고심한 끝에 결정을 내렸다. 장시간 사냥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에 많은 포션과 건량을 주문하기로 했다. 중급 정도의 포션과 고급 건량을 사기로 했다. “고급 건량은 1주일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으로 준비해주시고, 중급 체력 포션 300개 하급 마나 포션은 100개만 주십시오.” “고급 건량 5천 골드, 중급 체력 포션 2만 골드, 하급 마나 포션 1만 골드 되겠습니다. 그리고 감정비는 100만 골드입니다.” 제현은 엄청난 금액에 약간 얼굴을 찌푸렸다. 100만 골드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에 놀란 것이다. 감정비 치고는 과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급에 속하는 보스였기에 더욱 놀란 것이다. 하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모두 지불했다. 모든 것을 챙긴 뒤 제현은 잡화점 근처에 있는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다. 골목 안으로 들어간 제현은 아이템 창에 넣어둔 양피지를 꺼내 펼쳤다. ------------------------------------------------------------------- [정령의 양피지] 종류 : 스크롤 급수 : 유니크 설명 : 정령의 기운이 깃든 양피지로 랜덤으로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양피지다. 소환된 정령은 양피지의 소유자와 계약을 맺을 수 있다. 하지만, 정령은 최하급부터 정령왕 까지 랜덤으로 소환된다. 신중히 양피지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 제현은 입을 크게 벌렸다. 이정도의 아이템이라면 엄청난 값어치를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오크 로드가 아무리 보스 몬스터라지만 이정도의 아이템을 토해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드랍 했다는 것을 생각하니 제현의 입은 미소로 번져 있었다. 감정비로 100만 골드를 소비했다는 것도 잊은 채 싱글벙글 거렸다. 제현은 누가 볼세라 급히 아이템 창에 넣어두었다. 나중에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레벨을 올리고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레벨도 상당히 높아졌고 새로운 스킬인 엘레멘탈 폼도 얻었으니 더 강한 사냥터로 옮기는 것은 당연했다. 때문에 제현은 트롤의 숲으로 향하기로 마음먹었다. 트롤의 서식지는 오크가 리젠 되는 것과 다르게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둘러싸인 곳인데, 많은 유저들이 파티를 이루어 사냥하는 곳이었다. 제현도 파티를 구성해 사냥해도 되겠지만 적은 양의 경험치를 주기 때문에 혼자서 사냥하기로 마음먹었다. 여차하면 ‘부여’라는 기술로 현실의 몸에 각인되어 있는 9서클에 이르는 마법을 되돌려 놓으면 그만이다. “그워어어!” 쿵쿵! 대략 30분을 걸어서야 트롤의 숲에 도착했다. 제현은 수많은 유저들이 파티를 이루어 트롤을 사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조용한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한참을 두리번 거리던 제현은 적당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약간 외진 곳이었지만 인적이 드물고 트롤의 리젠이 느린 곳이었다. 거기다 트롤들의 시야에도 잘 뛰지 않으니 하나씩 처리해도 될 것이다. 과거 이곳에서 레벨 업을 했던 기억이 있는 제현은 금방 좋은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이곳이군.” 적당한 수풀과 우거진 나무 뒤에 자리를 잡은 제현은 트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한 마리씩 리젠되는 명당이었기에 트롤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금세 한 마리가 나타났다. 4미터쯤 되어 보이는 트롤은 코를 킁킁 거리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육중한 몸집답게 땅은 울렸다. 한손에 쥔 둔기는 흉악하지 그지없었다. 오크와는 달리 일단 공격하고 보자는 심산인지 괴성을 지르면서 달려들었다. 덩치에 걸맞게 무기 또한 엄청 컸기 때문에 중압감이 느껴졌다. “그워어어!” 부우우웅- 쿵!!! 트롤의 몽둥이가 제현의 머리를 간발의 차이로 지나갔다. 각종 보조마법으로 무장한 제현이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유저였다면 머리통을 맞고 즉사했을 것이다. 다행히 실프의 헤이스트에 목숨을 연명한 제현은 침착하게 요리조리 움직였다. 덩치가 큰 트롤이었지만 민첨성이 빨랐기 때문에 자칫 역습당할 위협도 있지만 제현은 능숙한 솜씨로 거리를 벌리며 정령을 소환했다. “놈! 다리를 잡아! 실프! 윈드 커터! 샐러맨더! 파이어 볼트!” 하급 정령답게 일일이 명령을 내려야 했기에 제현은 먼저 놈에게 트롤의 다리를 잡아 라는 지시를 내렸다. 즉시 땅을 파헤치며 트롤의 움직임을 방해하기 시작한 놈을 보며 제현은 실프에게 윈드 커터를 사용할 것을 명했다. 거칠게 쏟아지는 바람이 트롤에게 날아가자 자잘한 상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상처 난 부위를 공격하는 샐러맨더의 파이어 볼트는 재생능력을 저하시키기 충분했다. 적절한 조합으로 공격 한 제현은 놈을 불러들이며 엘레멘탈 폼을 준비했다. “놈! 엘레멘탈 폼!” 온몸을 휘감는 기운에 제현은 발을 크게 들었다. 괴성을 지르며 쓰러진 트롤을 향해 발을 찍어 버린 것이다. 정령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놈으로 트롤의 발을 묶으며 실프와 샐러맨더는 공격하며, 운디네는 놈을 도와 땅으로 발을 빠트리게 하는 방법으로 쉽게 사냥을 이루어졌다. 쿵! 트롤은 제현의 발차기에 기절한 것인지 뒤로 넘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는 제현은 다시 금 놈의 정령력을 이용해 다리를 돌처럼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 후 트롤의 뒤통수를 찍어버렸다. 그러자 수박 터지는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에 뇌수가 튀었다. 잔인한 모습이었지만 셀리온 월드의 특성상 회색 가루가 흩날리며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일정량의 골드를 남긴 트롤은 사라져갔다. 퍽!! 같은 패턴으로 제현은 3시간 동안 사냥했다. 점점 지루해지고 피로해지는 사냥에 제현은 마지막으로 남은 트롤의 뒤통수를 찍어 누르며 건량을 하나 꺼내 씹기 시작했다. 질겅, 질겅- “휴- 피곤해. 로그아웃해야겠다.” 제현의 레벨은 60에 임박해 있었다. 오크를 처리할 때가 15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폭렙을 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분홍빛 미래를 상상한 제현은 건량을 꿀꺽 삼키며 로그아웃을 선택했다. “로그아웃!” 물론, 상태창을 열어 스텟을 분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조금씩 흐릿해지는 시야를 보며 제현은 긴장의 끈을 놓았다. [10, 9, 8……] 로그아웃을 위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을 무렵 제현의 바로 옆에 트롤이 리젠되었다. 로그아웃할 때는 움직일 수 없는데, 자칫 잘못하면 죽을 위협에 놓인 것이다. 트롤은 굳어 있는 제현을 보며 커다란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죽기 일보직전 제현의 귀에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어이없는 상황에서 들려오는 천사의 목소리! [정상적으로 로그아웃됐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쾅! 기계음이 끝나기 무섭게 트롤의 몽둥이는 제현이 있던 자리를 향해 내리꽂았다. 트롤은 표적이 사라지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휴- 하마터면 죽을 뻔했네. 안전지대를 설치하는 것을 잊었어.” 캡슐에서 벗어난 제현은 아까의 일을 생각하며 몸서리 쳤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공격도 못하고 죽을 뻔 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늦게 로그아웃됐다면 죽었을 것이다. 아무튼 다음에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제현이었다. 스쿨 라이프(School Life) - 수정중 8편 - 수정완료 제현은 흡수 능력을 얻은 지 1주일이 지나고 있었다.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겁던 몸은 한결 가벼워졌고 거칠던 피부도 좋아졌다. 더욱이 몸속에 흐르고 있는 마나(Mana)라는 것은 신기했다. 뜀박질을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지치던 몸은 마나라는 것에 의해 장시간 뛸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언제나 피로하던 정신은 마나라는 것에 의해 맑아졌다. 하지만 마법은 처음에 비해 펼치기 어려웠다. 그때 펼친 마법은 우연이었던지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마법을 제대로 펼칠 수 없었다. 때문에 1주일이나 걸쳐 노력한 끝에 간단한 마법 정도는 펼칠 수 있게 되었다. “하아- 정신 집중이 이정도로 어려울 줄이야. 게임이랑 달라도 너무 달라.” 제현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게임과 다르게 현실에서의 마법은 어려웠다. 정신을 집중하고 마나를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역나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간의 노력이 없었다면 조금도 마법을 펼칠 수 없었을 지도 몰랐다. 일주일이나 게임을 포기하고 마법에 매달렸기 때문인지 정신은 피로했을 지언즉 몸은 가벼웠다. 제현은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현의 집은 단조로운 구조로 되어 있었다. 방 세 개에 거실과 부엌이 연결되어 있는 전형적인 아파트였다. 당연히 앞뒤로 발코니가 있어 바깥 경치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밤새 마나 컨트롤을 연습했기 때문인지 머리카락과 얼굴이 약간 푸석푸석한 느낌이 들었다. 음식도 별로 섭취하지 못했기에 살도 빠진 느낌이 들었기에 제현은 얼굴을 찌푸리며 화장실로 걸어 들어갔다. 평소와 다르게 바닥이 울리지도 않는 가벼운 걸음이다. 평소 같았으면 바닥이 울리며 배가 출렁거렸을 테지만 마나를 사용할 수 있게 되자 뱃살은 조금씩 빠져 일주일이 된 후에는 이상할 만큼 살이 빠져 있었다. “미스터리야. 미스터리” 화장실 거울 앞에 당도한 제현은 끝없이 중얼거렸다. 생전처음 보는 얼굴이 거울에 비춰져 있었다. 오른손을 들어 올려 눈을 비비는 행동하며 왼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확신시켜 주고 있었다. “확실히 난데……. 어떻게 일주일 만에 이런 일이.” 거울에 비친 제현의 모습은 놀랄 정도로 바뀌어 있었다. 마치 무협소설에서와 같이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한 것처럼 모든 게 색달랐다. 더러울 정도로 여드름이 가득 찼던 얼굴은 맨들맨들한 얼굴로 바뀌어 있었고 관리를 하지 않아 뚱뚱했던 몸은 살이 쫙 빠져 있는 모습이었다. 아쉬운 점은 근육질의 몸이 아니라는 점이지만 살이 빠졌다는 것이 중요했기에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설마 이게 부작용인가?” 제현은 온갖 생각이 들었다. 흡수를 통해 생겨난 병이라든지, 마나를 이용하면 살이 빠져 말라 죽는 다든지 이상한 생각이 다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가락을 얼굴에 가져다대며 꼬집어보기도 했다. 수차례 반복 한 후에 안심했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 제현은 생각을 고쳤다. “흡수의 약 빨이 이제 도는 건가?” 저번에 흡수한 직업들이 순간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때문이라면 모습의 변화가 이해되지만 왜 흡수한 직후 변하지 않은 것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마법을 사용한 적이 없었기에 마법의 영향이라고는 설명되지 않았다. 사용한 마법이라고는 라이트 마법 밖이었기 때문이다. 마법의 사용에 있어 아직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변한 모습에 막연한 두려움도 생겼지만 모든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자 마음이 편해졌다. 괜히 생각을 많이 해 머리가 복잡해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뭐 괜찮겠지. 학교나 가야겠다. 오랜만이니……. 모두 놀라겠지?” 제현의 자신의 모습이 변했다는 것을 상기하고 짧게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가는 학교라는 것에 마음이 설랬다. 샤워기의 꼭지를 틀어 샤워를 시작한 제현의 얼굴에는 꽃이 피어있었다. “하! 시원하다. 이제 가볼까?”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교복까지 챙겨 입은 제현의 모습은 약간 어색했다. 뚱뚱한 체격에 맞는 옷이었기에 교복은 헐렁했다. 그것은 매우 헐렁했다. 벨트로 간신히 허리를 맞춘 제현의 몰골은 어린 아이가 어른의 양복을 입은 것과 같은 모습이었기에 약간 우스꽝스러웠다. 대충 몸에 맞춰 입었기에 그런대로 볼만했다. 가방을 들쳐 맨 제현은 집을 나섰다. 아파트를 나서자 많은 학생들과 출근을 위해 차를 몰고 나서는 사람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아파트 인근에 정차하는 버스정류장에는 길게 줄지어서 있는 학생들도 보였다. 아마 시외에 있는 학교에 가기 위한 학생들일 것이다. 제현이 다니는 학교는 시외에 있지 않았다. 운이 좋아서인지 집과 가까운 학교였다. ‘사천고등학교’라는 명문 고등학교였다. 인근에는 다른 학교도 많았지만 사천고의 명성에 비해 낮은 학교들에 불과했다. 아무튼, 제현은 그런 학생들을 한번 보고는 사천고등학교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지름길로 가볼까?” 제현은 평소 다니지 않던 길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지름길이라고 해봐야 사람들이 다니는 거리 한복판이다. 하지만 왕따가 다니기에는 불편한 거리였다. 소위 노는 녀석들이 곳곳에 보이는 곳이었기에 제현이 다니기에는 부적합한 곳이었다. 빙 둘러서가던 거리와 다르게 지름길로 향하자 같은 학교 학생들이 곳곳에 보였다. 그간 가까운 거리를 멀리 돌아서 갔던 제현은 이 거리가 신기한지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걸었다. 툭! ‘음?’ 제현은 어깨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충격에 제현은 균형을 잡기 위해 앞으로 약간 튀어나가 듯이 신형을 바로잡았다. “이 새끼가 아침부터 야마 돌게 하네. 쳤으면 사과를 해야지!” 적반하장(賊反荷杖)이 이런 뜻일까?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저 양아치 같은 녀석이었다. 전제척인 더벅머리에 한쪽 귀를 뚫어 귀걸이를 착용한 녀석이다. 또한 운동을 했기 때문인지 탄탄해 보이는 몸을 지닌 녀석이었다. 우리 학교 교복을 착용하고 있는 것을 보니 같은 학교 학생이다. 제현은 잘못한 것이 없었기에 무시하며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저 녀석은 끝까지 따지려는 것인지 건들거리며 다가오며 욕을 내뱉었다. “야! 이 새끼야. 쳤으면 사과를 해야지.” 주위에 많은 학생들이 있었지만 쉬쉬하며 다들 지나치기에 바빴다. 괜히 끼어들지 않겠다는 뜻이다. 아마 녀석이 두려운 모양이다. “……뭐냐.” 제현은 평소부터 약간 과묵한 성격이었기에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왕따라는 것도 한몫했기 때문에 말할 기회가 많지 않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부딪힌 녀석이 욕을 내뱉으며 건들거리자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간 참고 살았기 때문에 쌓인 것이 많았다. 이제 힘도 얻었으니 자신감도 생겨났다. 평소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제현의 머리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마치 약에 취한 것처럼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것 같았다. “꺼져. 한번만 봐주지만 다시 마주치면 죽을 줄 알아라.” “이 새끼…….” 제현의 싸늘한 말에 녀석은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래도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짧게 말하며 학교로 서둘러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제현은 미소가 자연스럽게 지어졌다. 드디어 자신의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그 의지가 과했던지 제현은 몸과 마음이 다르게 행동했다. 마법을 펼친 것이다. “그리스(Grease)” 제현의 목소리라고는 믿기 힘든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엄 있고, 무상(無上)함이 어려 있는 목소리다. 갑작스럽게 펼쳐진 마법으로 제현의 마음은 약간 당황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철퍼덕! 제현의 귓가로 들리는 경쾌한 소리였다. 평소 때라면 넘어진 존재는 제현이었을 것이다. 왕따라는 이름아래 아이들의 구타에 바닥을 구르며 산지가 어언 한학기가 되어간다. 그 울분에 제현은 다시 마법을 펼쳤다. 일어서려는 녀석은 당황스러울 것이다. “그리스!” 철퍼덕! 귀걸이를 한 녀석은 부끄러운 마음에 얼른 일어서려했지만 몸은 다시 차가운 대지와 진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풋…… 크크큭.” 제현은 웃음을 참기 힘든지 크게 웃고 말았다. 속으로 웃는 다는 것이 그만 밖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자연스럽게 마음대로 마법을 펼쳤던 육신은 제현의 의지대로 돌아왔다. “씨발! 아침부터 돌아버리겠네.” 최대한 소리죽여 웃었지만 가까운 거리에 있던 양아치 녀석의 귀에 들어간 것인지 상당히 격앙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녀석의 얼굴은 부끄러움과 분노로 인해 검붉어져있었고 입에서는 씩씩 거리는 소리가 끝없이 들려왔다. 붉어진 얼굴 위로 혈관이 튀어나왔고 코는 벌렁거렸다. 제현은 두 차례의 경험으로 마법이라는 것이 분노와 의지가 전해지면 펼쳐진다는 것을 느꼈다. 게임과 다르게 생각만으로도 펼쳐진다는 것을 느낀 제현은 뛸 듯이 기뻤다. 고 서클의 마법은 모르겠지만 하위계열의 마법은 게임과 비슷한 설정으로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시동어만으로도 펼칠 것이다. 하물며 생각만으로 마법을 펼칠 수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이 새끼, 아까부터 거슬리네. 쳐 웃지 마라.” “남이 쳐 웃던. 바닥을 구르던 네놈이 뭔 상관이야. 갈 길이나 가라.” 제현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마법을 펼칠 수 있다는 확신이 머릿속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녀석이 기분 나쁜 말을 했기에 분노도 있었다. 방금 전의 우스꽝스러움에 화가 가라앉았지만 아직 덜 풀렸다. 생각만으로 마법이 펼쳐지는 것을 알았으니 제현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이 뭐 병신 같은 새끼가!” 녀석은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쥐며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보자 제현은 살짝 긴장했다. 게임 상에서야 익숙한 마법이지만 현실에서는 아니다. 또한, 주위 싸움이 났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현실에서의 싸움은 익숙하지 않은 제현은 화려한 마법대신 마나를 있는 힘껏 끌어올렸다. 마나라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 같았다. 자시의 육신을 날씬하게 바꿔줬던 마나가 아닌가! 꽈악- 팟! 녀석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빠른 스피드였지만 왠지 제현에게 모든 것이 보였다. 달리는 속도와 위압감이 느껴졌지만 피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제현의 예상은 빗나갔다. 스쿨 라이프(School Life) - 수정중 “죽어랏!” 퍽 녀석의 기습 공격에 면상은 내어준 나는 고개가 살짝 꺾였다. 아무리 마법사의 힘을 손에 넣었지만 육체는 인간의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다행히 이빨은 나가지 않은 것인지 입에서 피만 배어 나오고 있었다. 나의 모습에 녀석은 득의에 찬표정이 가득했다. “카악~ 퉤! 이제 네 주제를 알았냐? 크큭, 아까 괜히 쫄았군.” 탁, 탁, 타닥 녀석은 장난치듯 스텝을 밟으며 땅에 침을 뱉었다. 이리저리 스텝을 꼬고 있던 녀석은 나의 말에 굳어져 버렸다. “다 웃었냐? 나도 좀 움직여도 돼?” 이리 저리 장난을 치며 웃고 있던 녀석은 나의 살기등등한 모습에 약간 움츠러들더니 다시 진지 모드에 들어갔다. 확실히 게임과 현실은 달랐다. 게임에서의 충격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현실에서의 충격은 매우 컸다. 게임에서는 잘 따라 주던 몸이 현실에서는 잘 안 따라 주는 것을 보니 확실히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헤이스트” 스팟 나는 바람 속성의 버프인 헤이스트를 나 자신에게 걸었다. 그러자 몸이 공중으로 약간 떠오르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니 몸이 한층 가벼워 졌다. 마법이 잘 걸렸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땅을 살짝 튕기고 신형을 날려 녀석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눈으로 나의 움직임을 쫒고 있던 녀석은 갑자기 사라지는 나의 모습에 경악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통에 몸을 이리저리 베베꼬는 모습이 보였다. 퍽!!! 나는 녀석의 뒤쪽으로 신형을 이동시켰다. 갑자기 사라진 나를 찾는 것인지 이리 저리 눈을 굴리는 녀석에게 나는 주먹을 움켜쥐고는 녀석의 머리통에 주먹을 날려 버렸다. 최대한의 힘으로 가격 했기에 녀석은 비틀 거리더니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으아악, 이 새끼 가만 안 둔다.” “해보시지.” 녀석은 뒤통수를 감싸며 나에게 싸늘한 말을 내뱉었지만 나의 한마디에 전의를 상실해 버렸다. “크으윽, 다시는 안 그럴게 한 번만 봐줘” 녀석은 나의 기세가 참기 힘든지 고통을 호소했다. 나는 그쯤 했으면 됐다 싶었기에 몸을 돌려 학교 쪽으로 향했다. 휘익, “낄낄낄, 멍청한 녀석 죽어라! 크큭” 몸을 돌려 움직이는 나의 모습을 본 녀석은 주위에 떨어져 있던 돌멩이 하나를 집어 들고는 나에게 힘껏 던졌다. 쇠에엑 엄청난 속도와 파공음을 터뜨리며 나에게 다가오는 돌멩이가 나의 감각에 걸렸다. 보통사람들과는 다르게 마법사와 검사들은 이런 종류의 감각이 있었기에 나도 그것을 쓸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느껴 보는 감각이었기에 나는 어찌 할 바를 몰랐다. 나는 영쩜 몇 초(태클 걸려서 바꿈)가 지난 후에야 돌멩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피하기에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맞으면 골로 가는 수가 있다고 느낀 나였기에 하는 수 없이 마법을 사용해야 했다. 그렇다고 고서클의 마법을 사용하면 사람들 눈에 들것을 염려해야했다. “실드” 팅~ 투명한 방패막이 나의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돌멩이가 실드에 부딪쳤다. 간신히 돌멩이를 막은 나는 몸을 틀어 녀석에게 다가갔다. “뭐, 뭐야” 나의 마법에 당황 한 건지 내가 멀쩡해서 놀란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녀석에게 주먹을 먹였다. 나를 죽이려고 까지 한 녀석에게 인정사정 볼 것 없었기에 힘껏 녀석의 면상에 주먹을 꽂았다. 퍽!!!! 뿌직 나의 주먹이 쌨던지 한방에 녀석의 코가 가라 앉아 버렸다. 기절 한 것인지 녀석은 죽은 듯이 쓰러져 있었다. 다행인 점은 가슴은 오르락내리락 한 것으로 보아 살아 있다는 점이었고 문제는 코에서는 연신 붉은 피가 쏟고 있다는 것이었다. “젠장, 일이 이렇게까지 터지다니.” 정신을 차린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터뜨렸는지 이해가 갔다. 순간적으로 이성은 잃은 나였기에 아직 생생한 기억이 남아 있었다. 힐끔, 주위를 살짝 둘러본 나는 아직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 그냥 도망을 가자는 것을 택했다. 다다다다다 엄청난 속도로 학교 교문 쪽으로 달려간 나는 나무 뒤에 숨었다. “하아, 하아” 한숨 돌린 나는 몸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그리고 녀석의 피로 추정되는 것이 나의 손등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이 코피를 쏟으면서 나의 셔츠로 튄 피가 약간 묻어있었기에 그것을 닦기 위해 손수건을 꺼냈다. “아, 그 마법이 있었지. 클린” 손수건을 꺼내던 도중 한 가지 마법이 떠올랐다. 게임에서는 쓰레기 취급 받던 클린 마법이었기에 별 필요를 못 느꼈지만 현실에서는 아주 실용적인 마법이었다. 마법을 시전하자 나의 손등과 셔츠는 새로 빤 듯 아주 깨끗이 되어있었다. “다음에도 자주 애용해야 겠네.” 나는 이 마법이 아주 유용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다음부터는 자주 애용해야 갰다고 생각했다. 씻기 귀찮을 때 사용 하면 될 것이다. 교문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교실 안으로 재빨리 들어갔다. 교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가장 일찍 온 것은 오늘이 처음 일 것이다. 나는 나의 자리인 창가 쪽 제일 뒷자리에 앉았다. 나의 자리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짝이 없었다. 우리 반 숫자가 29명일 때 한명은 혼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왕따인 이유도 한몫했지만. 7시 30분쯤 되자 스쿨버스가 도착 한 듯 많은 학생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왔고, 도보로 등교하는 학생들도 속속 학교로 들어 왔다. 곧 반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 왔지만 나는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 나는 오자마자 잠을 잤기에 반 아이들은 나를 인식 하지 못했다. 아마도 잠자기 스킬의 영향 일 것이리라는 나의 생각이다. 8시가 되자 종이 울렸고 자율학습 시간이 시작 되었다. 웅성거리던 아이들도 자습시간이 되자 자신의 책을 펴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소수의 아이들만이 공부를 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율학습을 시작하는 종이 울렸는데도 떠들고 있었다. 탕! 탕! “조용히 못해? 학교에 떠들려고 왔나?” “어이, 1분단 제일 끝에 있는 놈, 아침부터 자고 있냐. 얼른 못 일어나겠나?” 1학년 학생주임인 최춘식 선생님이 회초리로 교실 뒷문을 두들겼다. 그제야 아이들은 조용히 했다. 곧 나를 호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자기 스킬이 완벽했음에도 선생님은 눈이 좋은지 은신기능 까지 달려있던 나의 스킬은 간파해냈다. “죄송합니다.” 나의 사죄에 선생님은 말없이 다른 반으로 가셨다. 촤라락 공부하는 척은 해야 하기에 나는 문학책을 펼쳤다. 그나마 한글로 되어있고 읽을 만 한 게 있었기에 문학책이 좋았다. 몇 줄을 읽었을까 나의 독서를 방해하는 무리들이다가 왔다. 그리고 다짜고짜 나에게 손을 뻗었다. 스쿨 라이프(School Life) - 수정중 선생님의 꾸중을 들은 나는 책상 서랍 속에 있던 문학책 한권을 꺼내 펼쳤다. 몇 장을 넘겼을까 오랜만의 독서를 방해하는 무리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야, 형아 들이 돈 좀 필요 한데, 가진 거 있으면 줘 바라” 탁, “돈 없어, 그러니까 딴 데 가서 알아봐” 나는 어깨에 얹어져 있던 재석의 손을 어깨에서 털어내며 진짜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읽던 문학책을 읽으려 고개를 돌렸다. “이 새끼 많이 컷네, 반항 할 줄 알고, 저번처럼 조져 줄까? 야, 누가 저 새끼 좀 밟아 줘라” 나의 행동이 아니꼬왓 던 것일까? 험악한 인상을 쓰며 주위에 있던 똘마니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퍽!! 재석의 말에 옆에 서있던 진수와 명우는 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와 발길질을 해댔다. 갑작스런 공격은 아니었지만 방어를 하고 있지 않았기에 힘없이 바닥으로 뒹굴 수밖에 없었다. “.........” 예전 같았으면 신음을 내뱉어야 했겠지만 이제는 정신력까지 높아져 참을 만 했다. 하지만 아픈 것은 아픈 것 이었다. 퍼퍼퍽, 퍽, 퍽 바닥으로 넘어진 나를 신나게 밟는 것이 재밌게 보였던 것일까? 재석은 흥미롭다는 얼굴로 나를 밟는 것에 동참했다. 한참을 같은 곳에 맞으니 속에서 고통이 밀려왔다. 게다가 재석까지 합세하니 고통은 두 배로 밀려왔다. 퍽,퍼퍽 크으윽 오토가드의 영향으로 충격은 많이 줄여 줬지만 한참을 맞으니 고통이 절로 밀려왔다. 아무리 인내심이 좋은 사람이라도 이쯤대면 이성을 잃고 날뛰고 말 것이다. 나도 슬슬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할 무렵 녀석들의 발길질이 멈추었다. “야, 이제 이러다 죽겠다. 그만 하자” 서서히 인내의 끈이 풀릴 때 나의 몸은 저절로 멈추었고 약간의 신음 까지 흘렸다. 그러던 중 갑자기 신음과 발을 막으려고 움직이던 나의 몸이 멈추자 약간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 “다음부터는 돈 좀 가지고 다녀라, 맞고 싶지 않으면” 녀석들이 반에서 나가자 바닥에 쓸어져 있던 나는 아무도 모르게 치료마법을 사용해 몸을 회복 시켰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교복을 탈탈 털어 내고 자리에 앉았다. 주위에서는 신기한 듯 나를 쳐다봤다. “저 새끼 그렇게 맞고도 움직이다니...괴물 아니야?” “냅둬, 맷집도 없으면 학교 다니겠냐? 예전에도 그렇게 맞더니 다음날 멀쩡하더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어나는 나를 보자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러 대화를 무시하며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나의 움직임을 주시 하고 있는 아이들의 시선이 어색해 나는 뒷머리를 긁으며 녀석들에게 살짝 웃어 주었다. 씨익 “저 색히 엄청 재수 없어, 왜 웃고 G랄이야” 크흠 나의 웃음에 쳐다보던 녀석들은 고개를 바로 돌리고는 욕설을 내뱉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는 약간 화도 나고 민망하기도 했기에 헛기침을 한번하고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띵동 책상에 얼마나 엎드려 있었을까 곧 1교시 수업이 시작되는 종이 울렸다. 수업종이 울린 것을 확인한 나는 본격적으로 잠자기 스킬을 사용했다. 드르륵 쿨~ 본격적인 꿈의 삼매경에 빠졌을 때 1교시 교과 수업 선생님이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탕탕 “자자, 조용, 반장, 인사~” “차렷!, 경례,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선생님이 교탁을 몇 차례 두드린 후 어수선한 교실의 분위기를 바로 잡았다. 곧이어 선생님에게 인사를 했고 수업은 시작되었다. 쿨~ 한참을 수업이 진행됐을까 수업에 지루함을 느낀 아이들이 속속 꿈나라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 선생님도 그것을 느낀 것인지 농담으로 아이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으셨다. 하지만 누군가의 코고는 소리 때문에 선생님은 이성을 잃어 버렸다. “어떤 놈이야!!!” 선생님의 고함소리에 잠에 빠져 있던 아이들은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아직도 코고는 소리가 들리자 선생님은 소리의 진원지인 창가 쪽 맨 뒤쪽으로 걸어갔다. “이상하네, 자는 사람이 없는데....내가 요즘 몸이 허한가?” 창가 쪽으로 가본 선생님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몸이 허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계속 들려오는 코고는 소리에 의심은 계속 되었지만 그것은 오래 가지 않았다. 창가 쪽의 반대쪽인 곳에서 한 학생이 자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대 뛰어가 뒤통수를 분필로 찍어 눌려 버렸다. 꾹~ “크아악!!” “요놈, 여기 숨어서 자면 내가 모를 줄 알고??” 반대편에 잠을 자고 있던 사람은 재석이었다. 재석은 교묘하게도 선생님의 시야에 벗어난 곳인 구석자리를 택했다. 더군다나 덩치가 큰 여려 명이 호위를 서듯 둘러쌓고 있었으며 벽이 앞을 가리고 있었기에 선생님의 레이더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휴, 나는 또 몸이 허 한줄 알았네, 야, 너, 졸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 나중에 머 될런지...쯧쯧” 선생님은 재석을 꾸짖고 수업을 재개 했지만 몇 분 되지 않아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렸다. “아 열받아, 조제현 이 새끼는 어디 간 거야, 화풀이 좀 하려고 했더니” 퍽 재석은 선생님에게 짓눌림을 당한 머리를 문지르며 제현의 책상을 걷어 차버렸다. 하지만 재석은 모르고 있었다. 제현은 아직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는 것을......, 다행히 재석의 발길질에도 책상에서 일어날 줄 모르는 제현이었다. 얼마나 운이 좋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스쿨 라이프(School Life) - 수정중 딱!!!! “크아악!”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나의 머리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그것만이라면 괜찮을 테지만 연타로 내려치니 뇌가 흔들릴 지경이었다. 얌전히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녀석에게 응징을 가하려 벌떡 일어났지만 나의 시야를 가리는 거대한 그림자 때문에 응징을 가하지 못했다. “서, 선생님” 왜냐하면 우리학교의 개라고 불리는 학생주임 선생님인 최춘식 선생님이 나의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날고 기는 불량한 녀석들이라도 최춘식 선생님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생쥐였다. “아침부터 자더니 아직도 자고 있냐? 얼마나 맞아야 정신 차리겠냐?” “죄송합니다.” 나는 다음 보복이 두려워 서 벌벌 떠는 표정으로 선생님을 쳐다봤다. 마지막 콤보 인 고개 숙이기 신공까지 더해지자 선생님은 나의 리얼리티한 연기력에 더 이상 뭐라고 말씀은 하시지 않으셨다. “이제 수업시간에 졸지 말고 수업 잘 듣도록, 알겠나?” “네....” 나는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나의 연기에도 주위의 아이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수근 대고 있었다. “조용, 자, 역행렬은 정사각행렬 A에 대하여 AX = XA = E 인 정사각행렬 X를 A의 역행렬이라고 하고 A에 마이너스 일승으로 나타낸다. 그러면 필수 확인문제 1번을 누가 한번 풀어 볼까?” 선생님의 갑작스런 질문에 아이들은 당황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나는 선생님의 수업진행 방식을 잘 몰랐기에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었다. 워낙 학교수업에 관심이 없었기에 모든 과목을 포기한 체 잠만 잤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도 있는 법 학교 체육시간은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나가 운동을 해야 했기에 유일하게 수업을 듣는 시간이라고 할수 있었다. “자, 아주 쉬운 문제다. 누가 풀어볼까? 설마 전부 모른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선생님은 아무도 자신 있게 나서는 이가 없자 다시 한 번 아이들을 다독였다. “그럼 부끄러워서 못하는 것으로 알고 내가 지명하겠다.” 기다림에 지친 선생님은 급기야 아이들을 지목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지목이라는 말에 속여져 있던 고개를 더욱 숙였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무슨 범죄를 저질러 얼굴을 내보이기 싫은 범죄자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떼구르르르 선생님이 한명을 희생자를 찾으려는듯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셨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눈을 피해 몸을 숨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언뜻 선생님의 표정에서 실망이라는 표정이 떠올랐지만 나에게 시선이 닿자 얼굴에 미소가 피어 오르셨다. “아, 거기, 이름이........조제현, 나와서 풀어보도록.” 마침내 선생님의 시야가 나에게로 닿았다. 하지만 한참을 나를 보시더니 겨우 입을 여셨다. 아마 나의 이름을 모르는 것이리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확실히 나는 학기 초부터 잠만 자왔기에 1학기 말까지 이르러서도 나의 이름을 모르는 게 당연했다. 그래도 약간 섭섭한 것은 섭섭한 것이었다. “휴~저 멍청이가 대신 걸려서 다행이다. 나는 내가 걸릴 줄 알고 얼마나 조마조마했다고.” “나는 꼭 나를 쳐다보는 것 같더라.” “저 바보 녀석 얼마나 우리에게 웃음을 줄까. 크크크” 선생님의 호명이 끝나자 반 아이들은 살았다는 듯이 숙여져 있던 머리가 나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나의 앞에 있던 녀석들은 나 때문에 자신들이 긴장하고 있었다는 듯 나를 비난했다. 그리고 내가 꼴통이라는 것을 아는 지 나에게 비웃음을 날리는 녀석들도 있었다. ‘개자식들 다음에 두고 보자.’ 나는 막상 녀석들에게 바보 취급당하자. 없던 용기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용기가 나도 풀리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아이들의 분위기에 꿀리지 않게 칠판 쪽으로 당당한 걸음으로 다가갔다. 꿀꺽, 막상 나와서 문제를 보니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나는 그저 마른 침을 삼키는 수밖에 없었다. “못 풀겠니?” 선생님은 나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게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물으셨다. 하지만 선생님의 물음에도 아무런 대답도 할수 없었다. “선생님 쟤 공부 지지리도 못해요.” 반의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선생님에게 말했다. 선생님도 아이들의 말을 듣고 나를 들여보내려는 듯 나에게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나는 화가 나고 쪽팔리는 마음에 이대로 자리에 돌아 갈수 없었다. “저, 풀 수 있어요.” 풀 수 없는 문제를 풀 수 있다고까지 말한 나는 그 자리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성은 들어가라고 시키는데 나의 자존심은 풀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에 나의 입은 풀 수 있다고 까지 말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가고 말았다. 째깍, 째깍 “하하, 들어 가보는 것이 좋지 않겠니? 선생님이 풀어 줄게.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 휘청~ 한참을 고심하던 나는 갑자기 머리에서 빛이 관통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느낌에 몸이 휘청했지만 자세를 바로 잡고 칠판을 뚜러저라 쳐다봤다. 이게 웬일? 안 풀릴 것 같던 문제가 갑자기 쉽게 보이기 시작했다. 샤샤샥 어렵던 문제가 갑자기 쉽게 보이더니 이상한 공식들이 나의 머릿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척추에서부터 타고 올라오던 전류 같은 것이 나의 연수를 지나 뇌의 곳곳을 파고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상한 수학기호들이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손이 칠판 쪽으로 절로 향했다. 빠른 손놀림으로 모든 문제를 푼 나는 주위의 조용한 분위기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매일 잠만 자는 줄 알았는데 공부 열심히 하는 구나, 다음부터는 빨리 기억 할수 있도록 노력하거라 그러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겠구나.” “예?” 나는 선생님의 말씀의 요지를 몰라 다시 물었다. “다음부터는 빨리 풀수 있도록 하라고, 자 모두들 제현이 처럼 공부 열심히 하거라” 나는 선생님의 말씀에 약간 기분이 좋아 졌다. 그냥 막 떠오른 생각대로 푸니 어렵던 문제가 저절로 풀려 이상했지만 내가 풀었다는 성취감에 마냥 기분이 좋았다. 주위에서는 내가 풀었다는 것이 놀랍다는 듯 경악하고 있는 학생이 있는 반면 나를 시기하듯 쳐다보는 재석이 과의 부류가 있었다. 나는 이런 현상이 마법사를 흡수해 수학실력이 늘어 난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측 할 뿐이었다. 딩동 자리에 들어와 10분 동안 잡생각을 하자 종소리가 울렸다. 이제부턴 자유 시간이었다. 학교생활의 로망(?)인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스쿨 라이프(School Life) - 수정중 “조제현, 이 새끼 좋단다. 한 문제 풀었다고 안그렇냐?” “고럼, 고럼, 고작 한 문제 풀었다고 천재가 된 줄 안다니까?” 드르륵~ “오, 저것바라 형님 말하는데 도망가다니. 게 서지 못하겠느냐? 크크크” “왜, 덤벼 보지? 쫄았냐? 어라 도망가네~ 케케, 멍청한 녀석 앞으로 한 두 문제 풀었다고 잘난 채 하지마라 그땐 이런 식으로 안 넘어 갈 테니까” 내가 문제를 풀어내자 그것이 못마땅한지 재석을 비롯해 진수와 명우까지 합세해 나에게 시비를 걸었다. 나는 마법으로 이 녀석들을 혼내 줄까 했지만 즐거운 점심시간이었기에 나는 녀석들의 비난에 화를 삭이며 교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 “휴~ 저 씨빠빠 같은 놈들 다음에 가만 두지 않을 테다. 두고 바라, 날 잡아서 죽여주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족쳐 줄 테니. 그나저나 오늘은 뭐로 때우지?”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와는 다르게 각자 도시락을 싸와서 식사를 하는데, 그 이유가 점심의 추억을 만들라나. 머라나 하여튼 우리학교 교생선생님이 좀 특이한 분이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인사하는 말도 이상했는데 그 말이 “여러분 사랑합니다.” 였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웃으면서 들을 수 있지만 계속 듣는 사람들은 거북한 인사말이었다. “오늘도 간단하게 때워야 겠다.” 나는 귀찮기도 했고 누가 도시락을 싸 주지 않았기에 매점에 가서 간단히 빵과 우유를 사들고 옥상에서 점심을 때우기로 결정했다. 언제나 옥상에는 많은 수의 학생들이 있었다. 대부분 점심 식사를 위해 온 것이겠지만, 불량스럽게 담배를 피우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런 사람들을 막는 사람들은 없었다. "오늘은 저기가 좋겠다." 나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물탱크 쪽 구석자리에 자리를 잡고 빵과 우유를 뜯어 먹기 시작했다. 파다닥, 퍽! 휘이융, 빠직 열심히 뜯어 먹고 있었을까. 빵과 우유의 채 반도 먹지 못하고 버리게 생겨 버렸다. 재석 패밀리가 어떻게 알았는지 옥상 구석에 있는 나를 찾아 온 것이 아닌가? 그리고 다짜고짜 나의 빵을 발로 걷어 차버렸다. 나는 땅으로 떨어져 버린 나의 빵을 쳐다보고 있었다. 배가 무척 고팠기에 나는 빵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빵만 계속 쳐다만 봤다. “이 새끼, 아침에 돈 없다며 이건 뭐냐? 구걸이라도 했냐?” “.......그냥 가라, 화 날려고 하니까.” 나는 재석이가 한 일에 대해 참을 인을 한 번 더 그렸다. 하지만 재석은 나의 기대에 반하듯 반항하기 시작했다. “가라고? 이놈이 미쳤나? 오래 살고 싶지 않구나?” “그냥 가라고 했다. 내가 먹던 빵을 발로 찬것은 용서 해주마, 그냥 조용히 가라. 인내심도 이제 한계에 달했다.” “이 새끼 미쳤군, 퉤, 이 빵 먹으면 방금 전의 일을 용서해주지. 키키키” 아침에 내가 돈을 안준 것이 그렇게 기분 나쁜지 연신 투덜거리며 나에게 화풀이를 해댔다. 게다가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기라도 하는지 빵에가 침을 뱉고 먹으라고 까지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싶었지만 더 이상 참을 인내심 따위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나에게 자비란.......없다.” 휘이잉~ 화아악!!! 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살기와 분노가 바람을 타고 녀석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재석과 나의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던 학생들은 엄청난 살기에 주춤 하더니 점점 멀리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재석 패밀리는 나의 살기에 옴싹 달싹할 수가 없었다. 평범한 사람이 위대한 자의 살기에 어떻게 움직이랴. 평범한 사람은 고수의 살기에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 맞는지 녀석들은 움에서 가느다란 선혈이 뿜어지더니 신음을 토해 내고 있었다. “크으윽” X4 주르륵 “그러게 내가 조용히 가라고 했잖아. 안 그러면 피 볼일도 없고 나도 무력 쓸 필요가 없잖아. 너는 오늘 큰 실수를 여러 번 저질렀다.” 퍽, 퍼퍼퍽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 화가 나면 무섭다는 말이 맞듯이 지금 제현의 목소리는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또한, 제현은 말을 하면서 주먹을 가볍게 쥐고서 때리는 모습은 악마 같았다. 때리는 사람의 표정이 없으니 악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웃는 얼굴이라도 지어주면 좋으련만 어떠한 표정이 없는 얼굴이었다. 퍽, 퍼퍼퍽 나의 무차별적인 구타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에서 인상을 찡그리는 학생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제현은 얼굴에 대한 배려 따위는 없는 것인지 얼굴에만 공격을 하고 있었다. 퍽!!! 퍼퍼퍽!!!!! 점점 때리는 강도가 세어지자 녀석들의 얼굴은 눈뜨고 못 볼 지경으로 변해 버렸다. 입술은 터져 입에서 연신 침과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고 광대뼈는 퉁 퉁 부어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또한 눈썹주위가 찢어 진 듯 피가 새어나와 눈을 파고들고 있었다. 다행이 치아는 상하지 않은 것인지 새하얀 이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사, 살려줘 컥 다시는 안 그럴게” 녀석들은 반항을 했지만 그것도 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고통에 몸부림치다 나에게 살려달라고 빌고 있었다. 진수와 명우는 엄청난 고통을 참지 못하고 기절까지 한듯했다. “네가 뭘 잘못했는데? 괜찮아~ 계속 그래도 되, 매일 오늘처럼만 해, 그럼 너도 좋고 나도 스트레스 풀어서 좋잖아? 안 그래?” 나는 정말 모른다는 듯이 재석의 퉁퉁 부어 있는 볼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 나의 찌르기 신공이 아픈지 보이지 퉁퉁 부어올라 눈을 가린 눈이 이리 저리 굴리며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정말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부탁이야“ “정말 괜찮 테도 그러네,” “미안해, 다시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다음부터 나에게 시비 걸면 이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그때는 죽는다.” 꿀꺽 팡팡 나는 계속 빌고 있는 녀석에게 다시 한 번 살기를 폭사시키며 경고를 했다. 그리고 보니 나는 어느새 살기를 자유자재로 사용 할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지만 좋다고 것으로 표출 하지는 않았다. 그러고는 녀석을 일으켜 새우고 등을 탁탁 두들겼다. 그리고 귀에 대고 살짝 말했다. “누구에게 말해도 죽는다.” 나는 또다시 살기를 담아서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러자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재석이었다. 그리고 재석과 패거리에게 다른 사람 눈에 띠지 않게 약간의 치유마법을 걸어 놨기에 빠른 속도로 치유가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겠지만. 휙 “너희들 알아서 처신 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충고 아닌 충고를 했다. 개중에 학교 선배도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 그걸 따질 시간도 없거니와 꿀릴 일도 없었기에 개의치 않고 용건만 말하고 옥상에서 벗어났다. 꿀꿀한 마음에 나는 학교 주위에 있는 공원이라도 가기로 했다. 그리고 학교 점심시간이 의외로 길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헤헤 까르르 나는 학교 주위에 있는 작은 공원에 도착해 그늘 벤치에 주저앉았다. 공원 주위에 뛰노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부모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웃고 뛰어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아까의 일을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너무 심했나? 아니야, 그 놈들이 나를 괴롭히지만 않았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야.’ 내심 녀석들에 대한 복수에 기분은 좋았지만 너무 많이 때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녀석들의 탓으로 돌리며 나, 자신을 위로 했다. -그래, 네 탓이 아니야. 그 녀석들의 탓이지, 오랜만에 좋은 구경했다. 흠칫 나는 급히 주위를 살피며 경계를 했지만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둘러 불필요 없다. 너에게 만 들리는 거니까. 왜 두려운가? 힘을 얻은 게 후회 돼? -늦었어, 크크크, 이제 후회해도 소용없다. 힘에는 그 대가가 따르는 법이니까. “무슨 대가 말이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나도 잘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나에게 힘을 준 녀석이었다. 또,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나의 부탁, 어떻게 보면 간단하겠지만 간단하지 않을 수도 있지. “무슨.....부탁이지?” -너는 거부 할수 없는 부탁이다. 지금 알필요도 없으니 즐겁게 생활하라고. 오늘 처럼 말이야. 크크크, 나의 부탁을 거부 할때, 너의 능력을 거두어 간다는 것만 알면 된다. 움찔 나는 녀석의 말에 나는 몸이 굳어 졌다. 어떻게 얻은 힘인데 예전으로 돌아가려 하겠는가.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녀석의 부탁을 들어 주는 수밖에 없었다. “무슨 부탁인지 모르지만 들어 주지,” ‘무슨 부탁인지 모르지만, 수틀리면 죽인다.’ -크크, 마음에 들어, 수틀리면 죽이겠다니. 하지만 그 따위 실력으로 나에게 도전할 생각을 하다니. 다음에도 딴 소리 지껄이면 죽는다. 나의 생각을 읽은 건지 죽이려고 마음먹었던 것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얻을 수 있는 능력과 게임은 많았기에 언젠가는 녀석에게 복수를 다짐했다. 어떻게 해서든 녀석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녀석을 쓰러뜨려야 했다. 부탁이라는 것도 의심스러웠기에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녀석의 지척조차 잡지 못했기에 녀석이 얼마나 고수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학교에 돌아온 후에도 녀석이 한말이 귀에서 떠나질 않았다. 앞으로 빡세게 게임을 돌려야 갰다는 생각들이 머리에서 나돌았다. 그리고 나를 이용하려는 녀석들과 무시하는 녀석들을 가만 두지 않겠다는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도둑의 도시 로엔으로 가자. [프로필] 이름 : 조제현 나이 : 17 직업 : 고등학생, 서브클레스 : 대마법사 칭호 : 엘리멘탈 마스터 전투력 : 200000 스킬 : 왕따 편 - 잠자기, 오토가드 흡수 편 - 능력흡수, 프로필 뷰, 능력부여, 능력회수 마법 편 - 백마법(9서클), 흑마법(9서클), 신성마법, 호흡법(마나 회복속도 향상) 학교에서의 일을 대충 마무리 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오랜만에 프로필 뷰를 사용해 나의 능력을 확인했다. 흑마법사와 성직자의 능력을 흡수했지만 별로 달라진 점은 없었다. 달라진 점이라고 해봐야 칭호에서 왕따가 빠졌다는 점과 스킬이 추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칭호 왕따가 사라진 이유가 뭘까? 음.....혹시 나의 행동에 따라 칭호가 달라지나?” 능력흡수를 통해 왕따가 사라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아마 오늘 있었던 재석 패거리 구타 사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폭행에 왕따라는 인식이 자연히 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왕따라는 칭호가 사라지면 다른 칭호가 올라올 텐데 그런 흔적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까가각 “그 숨어서 빌빌 거리는 쉐키는 얼마나 강할까.” 있는 힘껏 이를 갈고는 아까 공원에서 들었던 목소리의 주인공을 생각했다. 얼마나 강하기에 9서클 대마법사의 힘마저 가볍게 보는지 모르겠다. “에잇, 이제부터 광렙, 무조건 흡수다. 셀리온 월드 접속!!” 나는 아직 써보지 못한 흡수 능력 중 능력부여를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아무리 게임 상에서 최상의 레벨업 장소를 안다고는 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9서클의 마법중 파괴력이 가장 강력한 흑마법의 능력을 부여하기로 했다. 파아앗!!! 게임 접속에 필요한 절차를 거친 후 잠시 동안의 어둠이 내려왔지만 곧 나의 시야에 푸른 나무들이 꽉 들어찬다. 현실과는 다르게 상쾌한 공기와 생명의 마나가 나의 폐부를 가득매우고 있었다. 숨 쉴 때 마다 들어오는 마나의 느낌에 나는 절로 얼굴이 활짝 펴졌다. 그워어어어!!! 나의 청각에 몬스터들의 괴성이 들리자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사냥을 해왔기도 했지만 적은 수의 트롤들이 리젠 되는 장소였기에 안심하고 로그아웃 한 것이다. 화근이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전지대나 설치하고 로그아웃 할걸 그랬나?” 이미 후회해도 늦은 것인지 그 많던 트롤들이 나를 목표로 잡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은 트롤들인지 서로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뒤엉키는 녀석들도 있었다. “이틈에 빨리.......능력부여...스텔스.....흑마법사!!” 파아앗 나는 몸에 아무 이상이 없자 잘못 된 것이 아닌지 걱정되었지만 잠시 후 거대한 어둠의 마나가 나의 몸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크워어어!!! 쿵!!!! 나의 몸으로 흡수 되는 거대한 어둠의 힘을 느낀 트롤들이 더욱 흉폭 해지더니 나에게로 빠르게 달려들었다. 이제는 먹이경쟁이 아니라 위협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수많은 트롤들이 합심해 나에게로 돌진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옆으로 간신히 피한 나는 인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크으윽, 머 이리 아픈 거야.” 흡수 되던 힘이 심장 쪽으로 집약되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은 양인지 심장 쪽 가슴이 약간 부풀어 오르더니 이제는 터질듯 한 모습이 보였다. 다행이 자신의 주인을 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집약된 어둠의 마나가 심장에서 고리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고리를 만들면서 트롤들의 공격은 더욱 거세어 졌지만 주위에 쳐진 어두운 색의 방어막 같은 것이 나를 보호하고 있었다. “크아악!!!! 빌어먹을.......” 주르륵 많은 고리를 만들수록 고통은 더욱 심해졌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온 몸이 터질듯 한 느낌이 들더니 입에서 가는 선혈이 터져 나왔다. 다행히 방금 전의 고통을 끝으로 아홉 개의 고리가 완성되자 몸이 서서히 안정되어 갔다. 슥, 슥 아홉 개의 고리가 완성되자 나의 몸은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아직도 아린 가슴을 한차례 슥슥 비빈 후 트롤들을 쳐다봤다. 그냥 처다 봤을 뿐인데 트롤들은 주춤 하더니 뒤로 조금씩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까분 대까는 받아야지.......그것은 죽음뿐.” 흑마법이 배척당하는 이유가 어둠의 마나와 이상한 주문 때문이었다. 그것 외에는 백마법사와 다른 점이 없었지만 많은 소설에서 배척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 현상은 게임에서까지 미쳐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개중에 특이한 사람들이 고르는 직업이었지만, 극악의 경험치와 터무니없는 재료와 가격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둠이여 땅이여 열기보다 더운 곳에서 솟아나 나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모든 어리석은 자에게 네가 가진 힘을 보여라. 어스 퀘이크(Earth Quake)” 어두운 색의 마나가 나의 발밑으로 퍼져 나가더니 거대한 마법진이 희미하게 생성 되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나에게 범위를 표시해주는 것이었다. 대략 50미너 정도의 마법진이 갑자기 떨기 시작했다. 고고고고고 찌지직~, 피융!! 서서히 떨던 마법진이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었다. 마침내 마법진이 사라지자 땅이 갈라지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땅에서 돌의 가시가 올라와 나의 앞에 있는 트롤들을 학살하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땅의 흔들림에 트롤들은 주저앉았지만 그 자리에서 튀어 나오는 돌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또한, 갈라지는 지각 속으로 떨어지는 트롤들도 보였다. 고고고...... 한참을 진동했을까 서서히 마법의 강도가 줄어들더니 드디어 마법의 효과가 사라져 버렸다. 땅위에 있는 생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최소한의 범위로 시전 한 탓인지 주위의 피해는 그렇게 넓지 않았다. “조용하군.” 부스럭, 탁 트롤들의 괴성이 들려오지 않자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나의 마법공격에 초토화된 땅을 쳐다보고 있던 나는 뒤쪽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나에게 느껴졌다.(귀로 다 들었지만) “응? 뭐냐........너희들은” 나는 부스럭 대던 소리의 진원지에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는 여러명의 사람들이 나무 뒤에 숨어 머리만 빼꼼 내미는 모습이 보였다. 도둑의 도시 로엔으로 가자. 화아악!!! “어디까지 본거냐. 사실 그대로 나에게 고해라.” 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며 주위에 숨어있는 녀석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어떤 누구도 나의 거대한 살기에 제대로 된 답을 말하는 녀석들은 없었다. “크으윽” 대부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이고 신음을 흘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성을 바탕으로 했기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자, 말해라. 이곳에 왜 모였지?” 나는 살기를 거두고 녀석들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거대한 마나의 파동을 느끼고 이곳에 왔소. 왜 살기를 흘리는 것이오?” “하하하, 고작? 너희들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기 때문이다. 이만 죽어라.” 나는 어이없는 답변에 웃고 말았다. 꼭 이 녀석들을 죽일 필요는 없었지만 혹시라도 내가 능력부여를 한 것을 본 놈이 있을 수 있기에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죽으면 다시 살아 날수 있지만 몇 일간 게임에 접속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밀은 적어도 몇 일간 유지 될 것이리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자, 잠깐, 왜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지? 꼭 우리를 죽이겠다면 스크린 샷을 찍겠다. 물론 동영상까지.” 흠칫 “그런 협박이 나에게 통할 것이리라고는 생각 말아라.” 나는 녀석들에 약간 움찔 했지만 그것은 잠깐이었기에 눈치 챈 사람들은 없었다. 녀석들이 협박하는 것에 놀란 것은 스크린 샷이나 동영상을 게시판에 올리면 귀찮은 일이 생기고 pk범이라는 타이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간혹 현상수배까지 걸리는 사태 까지 갈수 있기 때문에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크하하!!, 다른 사람들에게 그딴 협박이 통할지 몰라도 오늘 잘못 걸린 것이다.” 나는 녀석들을 한차례 쭉 둘러 본 후 고위서클에 속해있는 광범위 공격 마법인 헬 파이어(Hell Fire)를 준비했다. “지옥의 정념이여, 타오르는 불길의 영원함이여, 내 앞의 모든 적들을 재조차 남기지 않고 모조리 쓸어버려라. 헬 파이어(Hell Fire)!!” 공중에서 검붉은 색의 불꽃이 혀를 날름날름, 움직이듯 이리 저리 타오르고 있었다. 마법 시전자인 내가 보기에도 엄청난 열기가 전해지는 듯 이마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마법 캐스팅이 끝나자 나는 주저 하지 않고 거대한 불꽃을 녀석들의 중앙에 던져 버렸다. 화아아악!!!! 으아악!! 꺄아악!! 살려줘~ 대략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있었지만 대량 학살 마법의 영향으로 대부분 거대한 불꽃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불속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다 재도 남지 않고 죽어버렸다. 게임 시스템 상 과다의 고통은 없을 테지만 일단 고통을 준 것에 만족스러웠다. “블랭크(blank), 누가 도망가라고 했지?” 홍염의 불꽃인 헬 파이어의 범위에 벗어나 있던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도망가고 있었다. 나는 무심한 목소리로 블랭크를 사용해 녀석들을 추월해 길목을 막고 말했다. “살려줘, 부탁이야 지금 죽으면 지금까지 모아온 경험치가.......부탁이야” “제발 살려주세요.” 세 명의 남녀가 나에게 겁에 질린 표정으로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나는 죽이기로 단단히 각오 했기에 녀석들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크크크, 디그(Dig) x3” “악!!” 팍, 파파팍 녀석들의 갑작스런 나의 디그 마법에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의 생각을 눈치 챈 것인지 필사적으로 구덩이 속에서 기어 나오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건 안돼, 제발, 부탁이야, 아무에게도 말 안할게 살려줘.” 구덩이에서 올라 올수 없다는 것을 인식 한 것인지 또 다시 나에게 빌기 시작했다. 그 중 여자는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마음이 동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푸른 빛줄기여, 하늘이 이끄는 곳을 관통하라, 워터 샤워(Water Shower)” 나는 두려움을 배로 하기위해 쓸 필요도 없는 마법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녀석들은 벌벌 떨며 나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솨아아아~ “이 나쁜 놈 다음에 너를 꼭 죽여 버리겠다.” “다음에 두고 보자. 그때는 이런 수난을 너에게 돌려주겠다.” “살려주세요. 흑흑흑” 녀석들은 물을 맞으며 나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하지만 여자는 살고 싶은지 계속 나에게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고 있었다. 녀석들의 저주 아닌 저주에 두려울 내가 아니었기에 나는 주저 없이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라이데인(Lighthein) 가랏!!!” 빠지지직!! “크아아악!!!” “꺄아악!!” 2서클 마법인데도 불구하고 녀석들은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었다. 당연히 물과의 만남으로 전기 공격은 배가 되었기에 녀석들은 죽을 수밖에 없었다. “엄살떨지마라. 계집, 너에게는 안 썼으니까. 너는 특별히 살려주지. 하하하” “고, 고맙습니다. 훌쩍.” 나는 여자에게 라인데인을 사용 하지 않았기에 여자는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동료들은 전기에 감전되어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회색빛에 물들어 로그아웃 되어 버렸다. “자, 손잡고 올라와라.” “고맙습.......아아악!!” 나는 여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물론 여자를 죽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여자를 감전사로 죽일 수 없지 않은가 최대한 덜 고통스럽게 죽이기 위해 이 방법 밖에는 없었다. 내가 여자에게 사용한 마법은 뱀파이어릭 터치(Vampireric touch)였다. 단순한 마법이라고 생각하지만 무서운 마법이었다. 자신보다 정신력이나 경지가 높지 않다면 필시 죽는 마법이었다. 뱀파이어릭 터치가 무서운 이유 중 하나가 당하는 사람의 생명력을 흡수하기 때문이었다. 무협게임에서의 흡성대법과 비슷한 위력이기는 했지만 상대의 생명력이기 때문에 내력 증진 같은 기능은 없었다. “휴우~ 요즘 내가 이상해지는 것 같아. 점점 잔인해진다고 해야 하나. 다음부터는 자중해야겠다.” 휘이잉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침묵을 고수 했다. 불에 타버리고 전기에 죽고 생명 흡수 마법에 죽은 녀석들의 비릿한 피가 나의 코에 들어 온 것일까. 단숨에 죽였기 때문에 피는 흐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비릿한 피의 향기가 나의 코를 마비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나무아미 관세음보살........나의 죄를 용서하시길. 그대들의 돈과 아이템은 나의 피와 살이 될 것이요. 크하하하, 이만 가리다.” 나는 불호를 한번외고는 녀석들의 명복을 빌고 조용히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돈과 아이템을 챙기고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다음 목적지는........도둑의 도시 로엔 이다.” 도둑의 도시 로엔으로 가자.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여자를 처치한 후 숲의 외각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빠져 나가는 중간, 중간에 트롤들의 습격이 있었지만 간단하게 처치하고 숲을 벗어났다. “드디어 숲에서 빠져 나왔네. 보자. 동쪽으로 가면 로엔이 나오겠다.” 숲을 빠져 나온 나는 기지개를 한차례 편 후 주위를 둘러 봤다. 주위에는 평야만이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무성히 자란 잡초들과 갈대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길을 통해 북쪽으로 계속 가면 도둑의 도시인 로넨이 나올 것이다. 셀리온 월드에는 총 4개의 도시가 존재 한는 데 마법사의 도시와 도둑의 도시, 전사의 도시 상인의 도시, 이렇게 4개의 도시가 존재했다. 물론 도시의 이름에 맞게 직업도 있었다. 내가 도둑의 도시인 로엔에 가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바로 정보를 구하러 가는 것이다. 얻고자 하는 정보는 각 드래곤의 거주지인 레어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이다. 지상 최강의 종족인 드래곤을 흡수 한다면, 신에 못지않게 강할 것이 라는 나의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족으로 추정되는 어둠도 (계약자라고 하기에는 이름이 어색해서 어둠이라고 칭함) 간단히 이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으로는 신의 능력을 흡수 해오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다. 게임 상에서 신이면 메인 컴퓨터인데 무슨 수로 불러 낼 것인가? 최선의 선택이 드래곤을 잡아먹는 일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운 좋게 마족이나 천족 하나라도 흡수하게 된다면 큰 전력이 될 것이다. 도둑의 도시로 가서 정보를 얻지 못한다면 전 지역을 돌아다니는 한이 있더라도 드래곤의 레어를 찾아야 할 것이다. 타다다닥 꾸에에엑!!!! 초록 빛깔의 푸른 초원 위에 먼지가 뭉게뭉게 피어나오고 있었다. 나의 시야에 두명의 남녀가 빠른 속도로 나에게 뛰어 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뒤에는 자이언트 오크들이 괴성을 지르며 뛰어 오고 있었고 하늘에서는 거대한 와이번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헉, 헉, 어서 피하십시오! 그럼 이만.” 그들은 대략 10대로 보였는데 그중 남자가 나에게 말을 하고 재빨리 나의 뒤쪽으로 도망갔다. 끼아악!!! 꾸룩~ “빨리 피하시세요, 몬스터들이 가까이 왔잖아요!” “........” 저 멀리 도망가던 남녀 중 예쁘장한 여기사가 급하게 나에게 피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무시 한 채 묵묵히 앞만 보고 걸어가고 있었다. “뭐하시는 거예요, 뒤에 몬스터 안보여요?” “네 갈 길이나 가라. 귀찮게 굴지 말고” 여자는 나의 행동이 답답한지 다시 한 번 외쳤지만 그 말의 답변을 듣자 여자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뭐예요? 기껏 걱정 되서 와줬더니, 야 우리들만 이라도 가자.” “흐흠, 말이 심한 거 아니오? 기껏 말해줬더니, 고맙다는 말은커녕 그런 말투라니, 우리끼리라도 가겠소. 우리를 원망 마시오.” 여자는 나의 말을 듣고 기도 차지 않는 듯 나에게 원망하지 말라는 듯이 말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남자친구로 보이는 자까지 나에게 말하고는 그 자리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었다. “잔말 말고 꺼져라. 방해만 되니” 뒤이어 들리는 싸늘한 나의 말에 뭐라고 하고 싶은지 연신 입만 뻥긋 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뒤쪽에서 자이언트 오크들과 와이번들이 가까이 다가왔는지 조금씩 뒤로 빠지며 물러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놈, 땅파기, 실프 와이번의 날개 짓을 방해해라." 나는 놈과 실프를 소환해내고 명령을 내렸다. 정령들은 나의 명령에 고개를 까딱 거리고는 자신들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나의 정령들은 평소와는 다르게 더욱 강력한 힘을 냈는데. 아마 흑마법사를 흡수한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퍽, 터더더덕 휘유우웅 땅이 갑자기 꺼지자 잘 달려가고 있던 자이언트 오크들이 땅속으로 처박히는 모습이 나의 눈에 잡혔다. 자이언트 오크들은 갑작스런 현상에 놀랐는지 반항도 하지 못하고 구덩이 속으로 빠져 버렸다. 그리고 하늘을 날고 있던 와이번들은 실프의 영향으로 바람을 타지 못해 지상으로 서서히 추락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지 하늘에서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거세게 들려 왔다. “번플레어(Burn Flare)!!” 나는 땅속에 처박힌 오크들을 처리하기 위해 5서클의 화염폭발 마법인 번플레어를 사용했다. 고온의 열기가 나의 손에서 뻗어 나와 오크들이 있는 거대한 구덩이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곧 거대한 굉음을 내고는 구덩이 속에서 폭발해버렸다. 많은 수의 오크들의 살점을이 터저 나가고 피가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치솟은 피는 비가 내리듯 지상을 향해 피를 뿌리고 있었다. 다행이 구덩가 깊은지 그리 많은 양의 피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비위가 약한 사람이 봤다면 필시 구토를 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번플레어의 영향으로 주위는 약간 녹아내려 있었고 구덩이 안은 초토화라고도 말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쿵!!! 끼아아악!!! 마침내 하늘에서 추락하던 수많은 와이번들이 땅으로 처박혀 버렸다. 덩치에 맞게 그 정도로 죽을 리 없다는 듯 신음을 내며 움찔거리는 모습도 보였지만 땅으로 떨어지면서 생긴 충격으로 내장이 파열되거나 그 압력으로 배가 터져 장기들이 사방에 뿌려지는 모습도 간간히 보였다. “운디네 소환. 저 와이번의 목으로 들어가 물로 녀석들의 목 구멍을 막아버려” 뾰로롱~ 공중에서 물이 서서히 뭉치더니 소녀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완전히 소녀의 형상을 갖추자 나의 명령을 받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명령에 조용히 있던 운디네가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명령을 이행했다. 케엑 끼에에 운디네가 완벽하게 명령을 완수 한 것인지 주위에 널려있던 수많은 와이번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질식사하기 시작했다. 자이언트 오크들이 죽으면서 많은 레벨 업을 했듯이 와이번 또한 나에게 엄청난 레벨 업을 선사 시켜 주었다. [띠링,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갑작스러운 폭렙에 정신을 차릴수 없었지만 기분은 째지도록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이봐요, 꼭 그렇게 죽일 필요는 없잖아요” 여자는 내가 운디네를 시켜 와이번들을 질식사 시킨 것이 잔인한 것인지 나에게 항의했다. “무서워서 벌 벌 떨며 도망친 녀석이 말이 많군, 이게 어떻다는 거지?” “........” 여자의 말에 나는 순간 속에서 울컥하는 느낌이 들어 조소를 머금고 남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약간의 살기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나의 입에서 튀어 나오자 여자는 온몸을 벌 벌 떨며 나를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희들 갈 길이나 가라.” 나는 멍하니 나를 쳐다보는 둘을 놓아두고 동쪽을 향해 걸어갔다. 얼마나 걸어갔을까 나의 감각에 두 남녀는 급히 나에게 달려오는 게 느껴졌다. “하하하, 혹시 귀찮지 않다면 우리를 도둑의 도시까지만 동행 해주면 안 되겠나? 보아하니 로엔까지 가는듯한데.......” 급히 뛰어온 남자가 약간 뜸을 들이더니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남자는 나와 함께 로엔까지 같이 가자는 부탁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여자는 무엇이 불만인지 땅을 향해 발길질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흠.......귀찮게만 하지마라.” 나는 두 남녀를 한번 쳐다보며 약간 망설이다가 간단히 말하고는 다시 발걸음을 부지런히 옮겼다. 남자도 나의 말이 긍정을 표하는 것을 알았는지 표정이 밝아지며 나의 뒤를 따랐다. “쳇, 그냥 좋게 같이 동행한다고 말할 것이지 꼭 그렇게 말해야 하나?” 여자는 나의 말투가 불만인지 계속 투덜거리면서도 나의 뒤를 따랐다. 나는 저 여자를 보자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밖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다. ‘로엔까지 조용히 가기는 글럿군.’ 여자를 보자 조용히 가기 틀렸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도둑의 도시 로엔으로 가자. “이봐, 그렇게 매너가 없어서 어떻게 여자한테 인기를 얻겠어.” “........” 모든 와이번을 처리한 나는 이 둘과 동행하게 되었다. 동행 하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아루스라는 여자가 나를 계속 못살게 굴고 있었다. 가령, 나이가 몇이냐는 둥, 이름이 무엇이라는 둥 귀찮은 질문만 해왔다. 나도 처음에는 간단하게 답변을 해주었지만 계속 되는 질문에 질려버렸기 때문에 지금처럼 씹고 있었다. “야, 계속 남의 말을 먹을래?” “아루스, 스텔스님을 귀찮게 하지마, 내가 봐도 귀찮겠다.” 이 두 사람은 이란성 쌍둥이남매였다. 하지만 보통 쌍둥이와는 다르게 성격이 완전히 차이가 있었다. 아루스는 활발하고 활동적인 반면에 루커스라는 이 남자는 그렇게 활발하지 못하고 차분한 성격이었다. 그리고 아루스를 말리는 것이 익숙한지 어색해 하지 않았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아루스가 계속 귀찮게 해서.......” “괜찮다.” 나는 아루스에게 얼마나 시달렸던지 말할 힘도 없었다. 그래서 평소와는 다르게 힘없이 말했다. 그 뒤에도 아루스가 계속 시비를 걸었지만 나의 화이어 애로우의 맛을 보고 잠잠해졌다. 이런 저런 사건이 있었지만 무사히 도둑의 도시 로엔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가는 중간 중간에 몬스터들의 습격도 있었지만 나의 마법과 정령들의 힘 덕분에 다친 곳 없이 도착했다. 물론나의 수고는 말로 할 수 없이 많았지만. * * * 도둑의 도시 로엔 이곳은 셀리온 월드의 중심에 세워져 있으며, 도시 전체가 어두운 분위기를 풍겼지만 대체로 유흥의 분위기를 띠는 붉은 계통의 등불을 사용했기에 주위는 밝았다. 그리고 이곳은 도박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덧붙여 여느 도시와는 다르게 많은 수의 성인들이 찾는 곳이었다. 또한 정보도 많아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있는 도시였다. 여느 도시와는 다른 점이 있다면 도시의 문을 지켜야할 경비병이 없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무법지대란 말이었기에 범죄 또한 빈번이 이루어지는 도시였다. “이제 해어져야 갰군요. 신세 많이 졌습니다.” “흥, 고마웠어요. 다음에 만나면 아는 척이라도 하죠. 스텔스씨” 두 남매는 나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그 자리에서 해어졌다. 나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두 남매의 차취를 끝까지 쳐다봤다. 그리고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 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도무지 상종하기 싫은 남매야.” 이 두 남매는 나의 무력과 살기에도 무감각한 반응을 보여 줬다. 특히 여자의 말빨은 나로서는 당해 낼 수 없는 경지였다. 나의 무표정함과 무미건조함의 언어를 강조해 지존의 경지에 올랐다면 그 여자는 발랄함과 끝이 없는 설교로 나를 교화 시킨 신급의 경지에 달해있었다. 다행히 루커스의 도움으로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났지만 그 여자의 설교는 치가 떨릴 정도였다. 현실에서는 어떻지 모르지만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였다. “ 야~ 폼 잡지 마 안 멋있으니까 ” 갑자기 저 멀리서 들리는 그 여자의 말에 나는 순간 움찔하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다시 오는 줄 알고 그 자리에서 급히 벗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 * * 화려한 골목 주위에서는 진한 분향과 알코올냄새가 진동 하고 있었고 골목 사이사이에는 반 나체의 여자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위해 요염한 몸짓으로 춤과 몸을 비비 꼬고 있는 자가 많았다. 지나가는 남자들의 눈길을 잡기에는 충분한 몸짓 인지 그 골목을 지나가는 유저들과 남성 NPC들이 하나 둘씩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다가가 무언 가 반짝이는 것을 건네더니 가까운 곳에 있는 허름한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봐요, 거기 청년, 물 좀 주고가.” “오빠, 물 좀 주고가~잉” 여자들은 한 푼이라고 더 벌어 볼 것인지 나에게 다가와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나를 부추겼다. 하지만 그것에 넘어갈 사람이 아닌 나로서는 여자들을 간단히 무시했지만 그것을 보고 더 진득이 같이 달라붙었다. “오빠, 싸게 해줄게. 이리와~” “꺼져라. 가까이 다가오는 자가 있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나의 무감각한 반응에 여인들은 더 싸게 해준다는 공략으로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싸늘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여인들은 하나 둘씩 제압해 나갔다. 하지만 나의 포스에도 돈이 중요한지 나의 행보를 방해하는 여인들이 간혹 있었지만 나의 손에서 일어나는 음습한 기운에 좌우로 갈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 처럼 도둑의 도시인 로엔에는 도박과 유흥, 정보들이 넘쳐 나는 도시였다. 뭐 나에게는 흥미가 없지만.........또한, 유일하게 게임의 창녀촌인 파스테티(prostitute)거리가 있는 곳이 이곳 이었기에 자연히 20세 이상의 욕구 불만인 젊은 남성들이 욕구를 풀기 위해서 생긴 곳이었다. 물론 20세밑의 학생들은 성행위가 불가능 했기에 그것이 불만인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학생들이었지만 게임을 폐쇄한다는 경고 아닌 경고에 그 사건은 빠른 속도로 사라져 버렸다. 또한, 학생들은 속옷마저 벗을 수 없다. 또한, 셀리온 월드에는 여성 강간을 방지하기 위해 여성 보호 시스템이 있는데, 그 시스템이 있기에 게임 상에서 성범죄가 일어 날 확률은 극히 적었다. 아주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의도적으로 몸을 파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건 그냥 넘어 가도록 하겠다. 창녀들을 물리치고 그 골목을 따라 한참을 걸었을까. 눈앞에 평범한 주점으로 보이는 낡은 건물이 하나 나타났다. 나는 한발 작 씩 가까이 다가가니 진한 술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곳으로 다가가 문을 서서히 열었다. 끼이익! 나는 앞의 문을 떠밀고 들어서자 조금씩 벌어지는 문틈사이에서 독한 술 냄새가 코 속으로 들어가자 이마가 찌푸려졌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문은 오래 됐다는 것을 표현하려는지 듣기 거북한 소음을 내며 열렸다. 문이 반쯤 열렸을까? 문틈 사이로 환한 빛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조금씩 드러난 주점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문을 활짝 열자 무슨 향수와 술을 뿌린 것인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 정도의 냄새가 나의 코를 타고 몸에 퍼져 나갔다. 꼭 무슨 체면 향을 탄 느낌이었다. 곧 종업원의 목소리가 나에게 들렸다. “손님, 어디로 모실까요?” “별빛이 잘 보이는 곳으로” 흠칫 “하하, 무슨 말씀인지? 여기는 창문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조용한 곳으로” “알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나의 말대답에 올 것이 왔다는 듯이 종업원은 조용히 카운트 뒤에 나있는 곳으로 급히 들어가 버렸다. 주위의 사람들은 그것을 눈치 체지 못한 것인지 시끄럽게 술을 먹고 있었다. “..........” 파아앗! 한참을 기다린 나는 그 종업원이 나의 말기를 못 알아들은 것이리라고 짐작하고 살기를 카운트 뒷 통로를 향해 뿌렸다. 하지만 나의 살기에 반응 한 것은 주위에서 술을 먹고 있던 손님들이었다. “뭐냐, 조용히 찌그러져서 술이나 마셔라.” 나는 녀석들의 불손한 시선에 통로를 향하던 살기를 돌려 녀석들에게 날려 보냈다. 무형의 살기가 녀석들을 휘감자 신음을 흘리며 자신들의 허리춤에 달려 있던 단검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덤빌 것인가? 그렇다면 목숨을 걸어라.” 나는 녀석들의 공격 태세에 약간 긴장하며 더욱 진득한 살기를 내뿜었다. 그것에 질수 없다는 것인지 주위에 있던 종업원과 손님들은 살기에 대응 하듯 나에게 살기를 집중적으로 퍼부었다. “죄송합니다, 손님 저를 따라 오시죠.” 나는 이쯤에서 움직여야 겠다는 생각으로 살기를 순간 감추고는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종업원 하나가 나에게 정중히 사과 하고는 나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많이 흥분했던 나는 잠시 동안 마음을 다스린 후에 녀석의 뒤를 따랐다. “이곳으로......” 나를 이끌고 주점 뒤에 숨겨져 있던 비밀통로의 바로 옆인 곳에 또 다른 통로 하나가 나있었다. 그리고 그곳의 기관인지 단추 하나를 누르더니 또 하나의 통로가 나왔다. ‘철저하군.’ 복잡하게 얽키고 설킨 통로를 보자 얼마나 비밀이 잘 유지 되었는지 눈에 보였다. 모든 통로를 지나고 또 다시 10분쯤 더 뺑뺑 돌아 걸었을까. 문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문 앞에는 검은 복장의 문지기들이 굿 건히 버티고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도둑의 도시 로엔으로 가자. “무기 소지는 허용하지 않습니다.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아이언 스캔(Iron Search)” 나는 몸 안에 있던 쇠로된 아이템을 풀어 눈앞의 탁자에 놓아두고는 녀석들의 아이언 스캔을 받았다. 간혹 정보를 산다고 찾아 온자가 자신들의 마스터를 공격하는 사태가 있다는 말에 나는 얌전히 스캔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녀석들이 예의를 차렸기에 망정이지 건들거리며 말했다면 정보고 나발이고 이곳을 엎어 버렸을 것이다. “자, 탐색을 끝났습니다. 이제 들어가셔도 됩니다.” “들어 가시죠.” 문 앞을 지키던 마법사가 탐색이 끝났다는 말에 옆에 서 있던 나를 안내하던 종업원이 문을 살짝 열어주었다. 끼이익!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는 곳마다 문 여는 소리가 요란히 울렸다. 방의 내부는 화려하지도 않고 수수하지도 않는 그런 방이었다. 한마디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방이랄까. 방의 내부는 문 앞에 큰 탁자와 거대한 의자 하나가 있었고, 그 주위에는 서재와 비슷한 책들이 여기 저기 꼽혀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다리를 꼬고 있는 늘씬한 여자가 요염한 자세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당신이 마스터 인가?” 나의 물음에 무엇이 웃긴지 눈앞의 여자는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며 차분히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얼굴을 찡그린 나는 여자에게 용건을 말했다. 물론 약간의 살기를 섞었다. “드래곤, 사는 곳, 정보” “호호호, 아무런 대가 없이는 못주겠는데? 아가~” 나는 여자의 말에 찡그려져 있던 얼굴이 더욱더 구겨졌다. 나는 여자가 장난 치고 있다는 직감에 살기의 강도를 높였지만 여자는 여유러운 얼굴로 계속 웃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에 부아가치미른 나는 다시 한 번 여자에게 나의 용건을 말했다. “드래곤 사는 곳, 정보” “호호호, 아가야. 여기가 어딘지 잊은 건 아니겠지?, 이름이 스텔스라고 했던가?” 나는 여자의 말에 흠칫 놀랬다. 말하지도 않았던 나의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기세 싸움에서 질수 없었기에 금방 표정을 바로 잡았다. 하지만 그것을 노치지 않은 것인지 생글생글 웃는 도둑 길드 마스터가 눈에 보였다. 쾅!!!! “장난치면 죽는다.” 웃는 낯 작의 얼굴을 보자 나를 가지고 논다고 생각한 나는 힘껏 탁자를 쳤지만 단단한 재질로 되어 잇는 것인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갑작스런 소음에 놀란 것인지 약간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말한다. 정보를 내놔라.” “정보를 주지. 그렇다면 너는 나에게 무엇을 줄 거지? 돈? 돈으로 그 정보를 사기에는 가격이 엄청 날 텐데?” 마지막이라는 말에 여자는 장난을 거두고 진지한 얼굴 나에게 말했다. 나는 잠시 고민하는 얼굴로 여자의 말을 되씹었다. “너의 목숨을 살려주지, 순순히 내 놓는 다면 아까의 무례는 잊겠다.” 나는 여자의 말의 답변을 말했다. 하지만 여자는 나의 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자신의 몸에서 무형의 기운을 나에게 뿜어내고 있었다. “그걸......대답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죽여라!!!” 여자는 살기를 나에게 뿌리며 답했다. 거기에 마나까지 실린 음성이었기에 살기는 더욱더 거 새어 졌다. 그리고 그것을 참지 못한 여자는 주위에 숨어 있던 자신들의 수하에게 주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쉬시시식!! 검은색의 인영이 사방에서 튀어나오며 나의 몸 쪽으로 파고들었다. 빛에 반사되는 은빛이 나의 눈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귀찮군.......윈드 월(Wind Wall)” 살수들이 나의 몸을 향해 단검이 사방에서 뻗어오자 나는 간단하게 바람의 장벽으로 녀석들을 튕겨 냈다. 윈드 월은 방어 계통의 마법이지만 공격까지 가능한 마법이었기에 녀석들은 입에서 가느다란 선혈을 내뿜었다. 4서클의 위력임에도 녀석들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바로 일어났다. 하지만 홀드(Hold)마법에 꿈쩍도 할 수 없었다. “이제 다한 건가? 죽음을 택하겠나. 정보를 주겠나?”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의 몸 주위에 마나를 뿜 내기 시작했고, 어느새 여자의 주위에 있던 호위들의 얼굴에는 낮 빛이 되기 시작했다. “졌습니다.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이만 저들을 풀어 주세요.” 스르륵 나를 쳐다보던 여자는 존댓말로 공손히 부탁조로 말했다. 여자의 부탁에 나는 손을 흭 저어 녀석들에게 걸린 홀드를 바로 풀어 주었고 풀린 것을 확인한 녀석들은 조용히 사라졌다. “드래곤 레어 말씀입니까?” 끄덕 여자는 자신들의 수하를 돌아 간 것을 확인한 후 필요한 정보를 다시 물었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아까 길을 안내 해주던 종업원이 두루마리를 하나 가져 왔다. 그것을 받아든 길드 마스터는 조용히 그것을 책상위에 내려 놓았다. “우리 길드가 알고 있는 드래곤 레어는 한군데밖에 없군요. 자, 여기 있습니다. 정보이용료는 100골드입니다.” 땡그랑 나는 여자가 너무 쉽게 정보를 주는 듯하자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정보 이용료를 지불한 나는 책상위에 있던 두루마리를 집어 들고 앞에 있는 여자를 쳐다보며 중얼 거렸다. “프로필 뷰“ [프로필] 이름 : 프로얀 전투력 : 10000 스킬 : 도둑 편- 은신, 헤이스트, 스틸, 정보수집 “앞으로 이런 식으로 장난 하지마라, 죽을 수도 있으니까. 프로얀” 나는 상대방에게 처음 써보는 프로필 뷰가 성공하자 기분이 좋았지만 겉으로는 들어내지 않았다. 나의 프로필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낀 나는 그것을 읽어보고는 나의 앞에 있는 길드 마스터인 프로얀을 보며 최대한의 살기를 폭사시키며 말했다. “어떻게 이름을? 크으윽” 프로얀의 얼굴은 금세 경악으로 물들었다.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았는지 그것이 궁금해 입을 열었지만 엄청난 살기에 곧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살기였다. 마스터 초급정도의 전투력이었기에 조금은 참아냈지만 나는 거의 그랜드 최상급에서 엠페러 급 정도였기에 그녀는 나의 살기를 받아 낼수 없었다. 나는 경악하고 있는 프로얀을 뒤로 한 채 문을 벗어났다. 물론 앞에 있는 탁자위에 쇠로된 물건들을 모두 챙겨 착용한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비밀통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크으윽, 꼭, 네놈의 정보를 알아내고 말겠다.” 뒤에서는 프로얀이 결의에 찬 목소리로 나에게 소리를 질러 댔지만 말을 무시 한 채 갈 길을 가는 나였다. 왔던 길로 돌아가는 길이 엇기에 처음의 주점 안으로 금방 돌아 올수 있었다. 주위에는 아까의 살기를 잊은 듯이 웃고 떠들며 술을 먹는 길드 원 들이 보였다. 몇몇은 나에게 눈빛을 주었지만, 금세 흥미를 잃었는지 자신의 할 일을 할뿐이었다. 도둑 길드의 은신처를 벗어난 나는 주위를 둘러본 후 근처 골목에서 로그아웃을 했다. “ 로그아웃 ” [ 10,9,8 .......1, 정상적으로 로그아웃됐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현실에서도 그대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드래곤을 잡자. 캡슐의 문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문이 다 올라가자 캡슐에서 나와 옆에 있는 시계를 봤다. 시계는 어느새 새벽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몇 시간만 있으면 학교 갈 시간이었기에 지금 잠을 자야 했지만 나는 오늘 학교가기를 포기하고 집에서 게임을 하기로 했다. 지금은 능력흡수가 중요 하지 학교가 중요 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를 빠진 다는 생각에 약간 찜찜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나는 게임을 오래 했기 때문인지 몸은 많이 굳어 있는 것을 느꼈다. 몸을 좌우로 흔들며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한 차례 풀어 준 후, 좁은 부엌에 있는 냉장고 속에서 우유 한 컵을 부어 벌컥 벌컥 마셨다. 꿀꺽, 꿀꺽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시원한 액체가 나의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피곤함으로 지쳐있던 몸이 잠깐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캬아, 시원하다. 드래곤이 얼마나 강한지 궁금한걸.” 나는 부엌을 나와 거실에 있는 캡슐에 한번 눈길을 준 뒤 방으로 들어가며 중얼 거렸다. 게임을 오래했기 때문일까? 몸에서는 땀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이런 적이 별로 없었지만 러닝의 뒤가 축축 한 것이 식은땀이 난 것이리라고 생각했다. “음.......클린(Clean)” 나는 간단한 마법인 클린 마법을 펼치기 위해 몸에서 마나를 끌어 모아 손에 집중했지만 심장 쪽에 있던 마나가 나의 의지대로 잘 움직여 주지 않았다. 한참을 집중한 끝에야 마나가 서서히 심장에서 오른쪽 팔로 움직였다. 그리고 클린 마법을 펼쳐 낼수 있었다. 예전에 비해 그 위력은 약해 졌지만 확실히 클린 마법은 성공했다. 나는 몸이 피곤하다고 생각 하고 그냥 넘어 갈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네. 마법 펼친 게 별로 없다지만 벌써 녹 쓸었나?” 겨우 마법을 한 차례 펼치고 속옷을 하나 갈아입었다. 상쾌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웠다. 자기에는 늦은 시각 이었지만 오늘 학교에 가지 않기 때문에 걱정 할 것 없이 편안하게 잠을 잔후 게임을 하기로 했다. 그 대단하다던 드래곤을 볼수 있을 것이다. 쿨~ 쿠울~ 상쾌해진 몸으로 침대에 눕자마자 정신은 많이 피곤했다는 듯이 바로 꿈나라로 빠져 들었다. * * * 끼이이익 쾅!!!! 단란한 3명의 가족이 타고 있던 차가 큰 덤프트럭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정면으로 부딪힌 승용차는 휴지조각인양 앞 범퍼를 중심으로 찌그러들어있었다. 띠잉, 띠잉 이 가족들이 타고 있던 승용차는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구겨졌고, 덤프트럭은 가드레일을 박은 채 깜빡이에 연신 불만 깜빡이고 있었다. 그리고 부딪힌 자동차가 기계 오류를 일으킨 것인지 경보 사이렌을 쉴세 없이 울리고 있었다. 으으으으..... 가족들이 타고 있던 차안 인 운전석과 조수석은 트럭과의 충돌로 인해 형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쭈글어 들어 거대한 낫처럼 뾰족하게 돋아 있었다. 그 낫 같은 것이 운전자와 조수석에 타고 있던 남여의 복부를 찌르며 조이고 있었다. 그에 신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살.....아 있.....어서 다행...” 앞의 조수석에 앉아 있던 여자는 복부에서 엄청난 출혈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식이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힘겹게 고개를 돌려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미약한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끝맺지 못하고 고개를 천천히 떨어뜨렸다. 그 옆에 타고 있던 자신의 남편은 죽은 지 오래였다. 뒷좌석 그곳에는 어느 곳과도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멀쩡했다. 사고가 났다고는 믿기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트럭과의 충격인지 소년의 이마에서는 약간의 출혈이 있었다. “크으으으......” 간간히 들려오는 신음소리가 살아 있음을 알려 주고 있었다. 운전석 뒤에 있던 중3으로 보이는 소년의 머리에는 피를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한 것인지 기절해있었다. 소년의 얼굴은 평범했으며 몸매도 보통사람과 똑같이 평범했다. 삐보, 삐보 사건이 터진 후 10분이 흘렀을까, 귀가 따가울 정도의 사이렌을 울리며 급히 다가오는 구급차가 여러 대 있었고, 그 뒤로 견인차들이 승용차 한 대를 차지하기 위해 차동차 경주를 벌이듯 치열한 경기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19차도 함께 오고 있었다. 119차가 도착하자 어수선한 사고지역을 빠른 시간 안에 진압한 경찰들이 그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리고 구급대원들은 승용차가 급하다는 것을 알고는 빠른 속도로 승용차로 달라붙었다. “성대원,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으니까 구급기계를 가져와, 빨리!!” “넵!!” 구조 대장이 사람의 손으로는 자동차의 문을 열수가 없다는 것을 판단하고는 자신의 부하대원에게 기계를 가져오라고 재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그에 따라 부하대원도 재빠르게 기계를 들고 왔다. 끼이익!!! 구부려 져있던 차문을 구급기계를 통해 뜯어낸 구조대원들은 신속하게 움직여 생존해 있는 소년을 구급차에 실고 가까운 병원으로 후송해고 있었다. 그리고 조수석과 운전석에 있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운전석에 타고 있던 사람은 즉사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인지 그 옆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여자를 구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었다. 하지만 깊이 박혀 있는 쇠가 구조를 할수록 더 깊이 박혀 들고 있었기에 조심해야 했다. “대장님, 절단 해야겠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고 장애물을 제거 한다. 빨리 움직여.” 구급대원들은 환자의 구출을 방해하는 자동차의 파편들을 제거하고 자동차의 본 네트와 유리를 제거했다. 그러고 깊이 박혀 있던 쇠를 더욱 미는 곳을 살짝 절단해 환자를 구출 할 수 있었다. 구출한 환자를 구급차에 실고 가까운 병원으로 후송했다. 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도 있고 찌그러진 곳을 파고드는 차의 파편과 쇠를 분리하는 작업이 늦어져 병원으로 후송 하던 중 생명을 다하고 말았다. 벌떡 그 자리에서 마지막 필름이 끊겨 버렸다. * * * “안돼!!!!!” “커헉!, 하아, 하아” 잠에서 깬 나는 연신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었다. 눈에는 닭똥만한 눈물들이 뚝뚝 떨어지며 침대 시트를 적시고 있었다. “젠장, 1년도 넘은 일을 아직도 꿈으로 꾸다니” 솨아아아 나는 연신 투덜거리고는 화장실에 있는 세면대에서 찬물을 틀어 얼굴에 끼얹고 있었다. 수차례를 반복하자 화끈 하던 얼굴은 어느새 정상적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진정되지 않던 마음을 진정 시키고는 거실에 있는 캡슐로 들어갔다. 캡슐로 들어간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그 자리에 누웠고 옆에 있던 헬멧을 착용했다. 그리고 시야가 검 얻게 변하더니 셀리온 월드라는 아이콘이 떴고 나는 그곳에 들어간다는 암시를 보냈다. 잠시 후 나는 셀리온 월드로 접속 할 수 있었다. 뷔이이잉~ 주위에 기계음이 울렸다. 곧 들려오는 컴퓨터의 목소리. [셀리온에 접속하신걸. 환영합니다. 계정을 말씀해 주십시오.] “가만두지 않겠다.” [접속이 완료 되었습니다. 그대의 뜻을 이루기를....] -파아앗!!! 점점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졌고 잠시 후 골목으로 몸이 소환 되었다. “인벤토리” 나는 인벤토리를 소환해 프로얀에게 받았던 드래곤 레어에 관한 정보를 펴 보기 시작했다. [ 블랙 드래곤 케이데리안 ] 서식지 : 늪, 우림 브레스 : 산성 나이 : 4000살 정도로 추정 특징 : 검을 좋아해 많은 검을 보유 하고 있다고 한다. 실력 또한 폴리모프 한 채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필적하는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투를 좋아해 걸어오는 시비는 피하지 않는 다고 한다. 하지만 싸움이 시작되면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하기 때문에 괜히 구경 하러 가지 않기를 바란다. 레어의 정확한 위치 : 죽음의 숲 깊숙 한곳에 늪이 있는데 그 근처에 있다고 추정, 한차례 등장한 사례가 있고, 그곳으로 사라졌기에 그곳이 확실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다. 이 양피지 외에도 잡스런 정보가 많았지만, 드래곤에 관한 것은 블랙 드래곤 뿐이기에 죽음의 숲으로 향했다. 점점 멀어지는 도둑의 도시를 뒤로 한 채 죽음의 숲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에 맞춰 햇빛 또한 나의 후광을 비추고 있었다. 보는 사람이 있다면 멋있는 장면 이 될 태지만.......마음에는 드래곤을 흡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아까 꾸었던 잠의 영향으로 우울한 생각만 가득 들어 차있었다. “기다려라 드래곤 너의 능력은 내가 접수하겠다!!!!” 마법 주문을 외듯 긴장된 마음과 우울한 기분을 털어 내기 위해 소리를 질러 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발걸음은 활기가 가득 찬듯했다. 그 페이스로 죽음의 숲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과연 드래곤을 잡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을을 품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때고 있었다. 드래곤을 잡자. 서걱~ “하아, 하아” 연녹색의 기다란 바람의 칼날이 여러 방향에서 날아들며 베고 지나갔다. 윈드 커터가 지나간 자리에는 몬스터들의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상당히 장시간의 전투였는지 사내의 호흡은 상당히 거칠어 져있었다. 얼굴에는 땀과 피가 뒤엉켜 말라 비틀어 져있었다. 몸에는 몬스터의 피 인지 녹색의 피와 붉은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언제 나오는 거야, 3시간은 걸어 온 것 같은데 아직도 보이지 않다니, 말이라도 사올걸 그랬나?” 푸른 초원 위에서 몬스터들을 도륙하고 있는 사람은 스텔스였다. 도둑의 도시인 로엔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수많은 몬스터와의 전투를 해왔기에 아무리 강한 스텔스라도 지치는 것은 당연했다. 로엔에서 전사의 도시인 바르티안 까지는 말로 3시간 걸어서는 8시간정도가 걸리는 엄청난 거리였다. 그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나는 3시간가량을 걸어 와서야 생각이 난 것이었다. 지금 돌아가자니 온 거리가 아깝고 그냥가자니 걸어갈 길이 먼 거리였다. “여기쯤에서 좀 쉬다가 가야겠다. 안전지대 설정” 털썩 많은 몬스터와의 전투에 몸은 피로 하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피로했기에 털썩 자리에 주저앉으며 안전지대를 설정하고 했다. 질겅, 질겅 휘이잉~ 휴식을 취하며 가지고 있는 건량을 질겅질겅 씹으며, 프로얀에게 받아온 드래곤에 관한 정보를 다시 한 번 펴보고는 안전지대에 펴져있던 돛 자리에 드러누워 버렸다. 조용히 바람을 느끼며 누워있자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다. 꾸룩 어느새 주위에는 자이언트 오크들이 소리를 지르며 안전지대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잠깐 눈은 감은 사이에 나도 모르게 오래 동안 잠에 빠진듯했다. 상당히 시간이 지난 듯 어느새 오크들은 셀 수 없을 만큼의 숫자로 불어나 있었다. 다행히 안전지대라서 밖에 있는 몬스터들은 나의 위치를 모르고 있었다. 나는 누워 있던 돛 자리에서 일어나 안전지대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줄어있던 공복도와 체력이 다 돌아 왔기에 움직이는 데는 불편함이 없었다. 안전지대 해체가 끝나가 자이언트 오크들은 그때를 기다린 듯이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오크들은 제각기 다른 무기들을 들고 달려들었는데, 대부분의 오크들은 손도끼를 들고 있었는데 도끼의 날은 군데군데 이가 빠져 조잡해 보였지만 의외로 날카로워 보였다. 후웅 안전지대에 가까이 있던 오크 하나가 나를 발견하고는 힘차게 도끼를 휘둘렀다. 다행히 나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기 때문에 다친 곳은 없었다. 내가 피한 도끼는 자신의 동족의 가슴에 틀어 박혀 있었다. 불운하게도 자신의 동족에게 도끼를 맞은 오크는 입에서 연신 피를 꾸역꾸역 개어 내고 있었다. “4단 합체” 나는 레벨업을 통해 빙의기술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려 4단 합체까지 할수 있었다. 빙의를 통해 공, 방, 민이 모두 상승한 나는 오크들이 가소롭게 보였다. 그리고 빙의를 통해 속성을 정령들처럼 자유자제로 펼칠수 있었기에 지금의 전력은 가히 무적이라고 할만했다. “바람의 칼날!” 나의 몸에서 연녹색의 바람이 일어나더니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눈에 잘 띠지도 않았기에 오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크들은 물러섬이 없었고 동귀어진의 수법으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쿠웨에에엑!!!” 오크들은 자기들끼리 뭐라고 수군거리더니 갑자기 머리를 끄덕이며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나에게 돌진하더니 갑자기 사방으로 흩어졌다. 나의 주위를 포위한 오크들은 무협에서 보는 진법으로 대항 할 것인지 한꺼번에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범위 공격 중 상당히 강한 정령마법인 불꽃의 춤을 사용해 사방으로 뿌렸지만 자신들의 동족을 방패로 삼아 나와의 거리를 좁혔다. “헉!” 후우웅!! 보통오크들에 비해서 머리가 좋은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 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나는 순간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할수없지 마법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레벨이 작은 내가 이렇게 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마법의 힘 덕분이었기에 다시 한 번 마법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잠잠했던 심장의 마나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자 검은색의 오라가 몸 주위를 감싸며 돌고 있었다. 그에 당황한 오크들은 뒤로 살짝 물러났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나의 마법 장력 때문에 뒤로 튕겨 날 수밖에 없었다. “어둠의 계약에 따라 나를 따르라. 불꽃의 비여, 나의 의지를 이어 받은 불길이여 눈앞의 적에게 영원한 안식의 비를.....파이어 레인(Fire Rain)” 나는 어둠의 마나를 한껏 끌어 올리며 6서클의 파이어 레인을 준비했다. 마법을 준비하는 마법사에게는 캐스팅도중이 치명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고위마법사일수록 캐스팅 중 마법장벽이 강해져 왠 만한 공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마법을 준비하는 나의 앞에 거대한 마법진이 새겨지더니 나의 주위를 지키고 있었고 손에서는 무엇이든 태워 버릴 듯 한 불꽃이 일렁이더니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화르륵!!! 솨아아아 마침내 올라 갈대로 올라간 불꽃은 비를 뿌리듯 하늘에서 불비를 뿌리고 있었다. 그 비에 닿은 오크들은 몸이 타들어가며 소멸하고 있었다. 이 마법은 아군까지 공격 할 수도 있었기에 셀리온 월드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마법 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아무리 개편 된지 조금된 게임이라도 6서클에 고위마법사는 흔치 않았다. 지금의 이 모습은 장관이었다. 살아남으려는 오크들의 몸부림이 나의 눈을 어지럽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모든 오크들은 불비를 피하지 못해 몸이 타서 죽어버렸다. 그 모습은 꼭 수많은 인간들에게 신들이 내리는 재앙과 같은 것이었다. “어리석은 오크들이여 영원한 안식을 하라. 나에게 엄청난 경험치를 선사해준 그대들의 환생에 좀 더 나은 몬스터로 태어나기를......저건 또 뭐야.” 나는 엄청난 경험치를 준 오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마치고 그 자리에서 벋어 나려고 했다. 하지만 수많은 몬스터들이 오크들의 시체 냄새를 맞은 것인지 사방에서 몬스터 군단이 이곳을 향해 돌진 하고 있었다. 시꺼먼 먼지를 내뿜으며 달려온 몬스터들은 점점 속력을 멈추더니 이제는 일정 범위 밖에서 멈추어 서있었다. 힘차게 달려온 몬스터들은 입에서 단내를 풍기고 있었다. 또한 까지 고여 얼마나 배가 고픈지 절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셀리온 월드는 다른 몬스터들까지 먹을 수 있는 기능까지 있었기에 죽은 시체는 몬스터들의 밥이 되는 일들이 잦았다. 물론 일정시간 지나면 시체들도 자연히 없어졌다. “너희들도........죽고 싶은가?” 나는 여러 몬스터들을 쭉 둘러본 후 녀석들에게 살기를 뿌리며 말했다. 하지만 고위 몬스터인지 나의 말을 무시 한 채 나에게 달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드래곤을 잡자. 엄청난 몬스터들의 반란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초원지대에는 있어서는 않될 몬스터들까지 보이고 있었다. 그중 오크들과 와이번의 초원 형 몬스터들이 있었지만 사막지역에 있어야할 센드 웜까지 있었고 스콜피온 킹까지 있었기에 몬스터들의 반란이라고 해도 맞는 말이었다. 쿠워어어어!!! 샤샥!!! 주위에는 나를 먹이로 인식하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모습도 모였지만 나를 집어 삼키기 위해 땅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샌드 웜까지 보였다. “바람의 힘이여, 나의 힘을 이어 받아 하늘로 띄워 주소서. 플라이(Fly)" 나는 샌드 웜의 기습에 몸을 하늘로 띄웠다. 그 기습은 순식간이었기에 나의 마법 또한 순식간이었다. 하늘로 날아 오른 나는 녀석들을 향해 거대한 마법 하나를 준비했다. “어둠의 힘이여, 땅이여, 너의 그 억울함을 표출하리라. 나의 앞을 가로 막는 나의 적, 그것은 너의 적이 될지니 나의 힘을 빌려 너의 분노를 표출하라. 그라운드 오브 데쓰(Ground Of Death)” 나는 공중에서 떠서 8서클 땅속성에 해당하는 전체 공격 마법인 그라운드 오브 데쓰를 사용했다. 데쓰 말고 퓨리를 사용해도 되지만 일정범위 공격 마법중 이마법이 최고라 생각했고 땅속의 샌드 웜까지 공격해야 했기에 이 마법이 적당했다. 나의 의지를 알아차린 듯이 어둠의 마나는 거세게 소용돌이치더니 드디어 나의 의지를 표출했다. 땅속 깊은 곳에서 지각이 솟아오르더니 가시의 모양으로 몬스터들의 몸을 꿰뚫고 있었다. 그리고 지하에 숨어있던 센드 웜의 몸을 관통해 그 돌부리에서 솟아오르는 피는 가히 지옥도를 그려 내고 있다고 말할 만 했다. 모든 몬스터가 처리 되었지만 아직 처리 되지 않은 몬스터가 있었다. 바로 공중 형 몬스터인 와이번 이었지만 걱정 할 것은 없었다. 나의 무위를 본 것인지 꼬리에서 불이 나게 도망가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띠링, 레벨이 상승하셨습니다.] [더 이상 경험치를 쌓을 수 없습니다. 2차 전직을 하신 후에는 정상적으로 경험치를 쌓으실 수 있으니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고위 몬스터들을 잡은 덕분인지 나의 레벨은 100에 육박하고 있었다. 약 3, 4일을 플레어해온 시간밖에 되지 않지만 나의 레벨은 2차 전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아져 있었다. 어차피 다른 도시에서도 전직을 할 수 있었기에 죽음의 숲에 갈 예정이었기에 그 가까운 마을에 가면 2차 전직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상한 몬스터 군단들을 처리한 후, 약4시간을 더 걸은 후에야 남쪽에 있는 전사의 도시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보자, 전직소가.......아 거기 있네.” 나는 도시에 도착한 후에 중앙 분수대근처에서 전직소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잘 보이지 않았기에 한참을 두리 번 거린 후에야 정갈한 건물인 전직소를 찾을 수 있었다. 전직소에는 전직 할 사람이 없는지 한 두 사람만 보이고 있었다. “무슨 일로 전사의 도시지부인 전직소를 찾으셨습니까?” “2차 전직을 하기위해 왔습니다.” NPC는 NPC인지 뻔히 아는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나의 용건을 말했다. “이 구슬에 손을 대어 주십시오.” 전직이라는 말에 눈을 초롱초롱 빛내던 사내는 구슬하나를 내밀어 그곳에 손을 대어 보라고 말했다. 나는 전직을 해본 적이 있었기에 재빨리 손을 대었고, 곧 그 구슬에서 녹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샤먼이시군요. 2차 전직에는 정령검사, 정령사, 정령마법사 가 있습니다. 어떤 것을 고르시겠습니까?” “음.....정령마법사....로 하지.” 전직관의 말에 나는 한참을 고심하다가 바로 정령마법사를 택했다. 정령마법사란 정령과 빙의를 하지 않고 정령들의 마법을 사용 할 수 있는 직업이었다. 단점이라면 초급 정령들만을 부릴 수 있었기에 사람들이 잘 하지 않는 직업이었지만 의외로 고수들이 많고 데미지가 강력한 직업이었다. “전직료는 20골드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이 없어 지금에도 사냥을 죽어라 해야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부유한 상태에서 게임을 진행했기에 바로 전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령마법사의 패널티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빙의라는 스킬을 가져 가버린 것이었다. 물론 많이 아쉬웠지만 빙의가 없어도 강력한 공격은 많이 할수 있었기에 그렇게 큰 아쉬움은 없었다. [2차 전직 정령마법사가 되셨습니다.] [스킬, 빙의가 소멸합니다.] 여러 가지의 정보를 알리던 목소리가 점점 사그라졌다. 모든 알림 창을 캔슬 한 나는 간단하게 식당에서 요기를 한 후 건량과 포션을 준비하기 위해 잡화점에 들러 포션을 구입하고 죽음의 숲으로 향하기 위해 급히 남쪽에 있는 성문으로 향했다. 툭 “어이쿠, 이놈아 앞 좀 재대로 보고 다녀라,” “죄송합니다. 갈 길이 바빠서 그만” 나와 부딪힌 늙고 초라하게 보이는 장님의 거지 노인이 나에게 호통을 쳤다. 급하게 간 나의 탓이기에 나는 용서를 구했다. 용서를 구한 나는 급히 남쪽 성문을 향해 뛰어가려 했지만 노인의 말에 가던 길을 멈췄다. “죽음의 숲으로 갈 생각인가?“ 흠칫 노인의 말에 나의 몸은 한차례 움찔 거렸다. “혹시 그곳에 갈 생각이라면 나의 부탁을 들어 주지 않겠나?” [띠링, 에픽 퀘스트, 노인의 부탁이 생성 되었습니다. ] [승낙 : 들어 드리겠습니다. 거절 : 아쉽게도 들어 드리지 못하겠군요. 라는 말을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들어 드리겠습니다.” 잘생기지 않는 에픽 퀘스트였기에 나는 생각 할 것도 없이 퀘스트를 허락했다. 귀에서는 딱딱한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연계 조건이 완성되었습니다.] “허허, 고마우이. 나의 부탁은 죽음의 숲에 어딘가에 있는 보석을 찾아오는 것이라네. 눈을 치료할 홍옥이라는 보석을 구해 오게 꼭 부탁하네,” “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겠습니다. ” [ 노인의 부탁-1 ] 0/1 홍옥 성공조건 : 홍옥이라는 보석을 찾아올 것 실패조건 : 홍옥을 구하지 못했을 경우 성공 보상 : ??? 실패 패널티 : 1주일간 능력감소 * * * 까악, 까악 아우~~ 어둠의 숲 초입에서부터 음침한 기운들이 들끓고 있었다. 그 기운은 나에게 상성이 잘 맞았지만 나의 뇌는 그것을 거부 하고 있었다. 긜고 간간히 들려오는 까마귀 소리와 늑대의 소리에 음침함은 한층 더해갔다. 숲의 초입에서 한참을 걸어 들어오니 숲의 바닥은 질퍽한 진흙으로 된 곳이었고, 나무의 줄기는 사람의 표정을 한 모양이 나있었다. 또한 여기저기서 몬스터들의 시체인지 썩는 냄새가 나의 코를 자극하기 시작했고, 유령의 소리로 추정되는 음색이 나의 귓바퀴를 통해 고막을 울리고 있었다. 텔레포트 마법으로 드래곤이 살고 있는 근처까지 갈수 있지만 드래곤의 공간 왜곡을 생각해 걸어 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걸었을까 서서히 몬스터들이 나를 습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거미종류인 자이언트 스파이더가 나를 공격하시 시작하더니 자이언트가 들어가는 몬스터들이 속속 나를 습격하기 시작했다. 푸쉬 “이번에는 자이언트 앤트인가 다음에는 뭐가 나올지 참” 자이언트 앤트는 집단행동 몬스터 인 듯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나를 둘러싸며 이상한 액체를 나에게 뿌려 대기 시작했다. 검은 액체가 나의 로브에 닺자마자 옷은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마 산성 침인 듯 여기저기서 타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푸쉬, 푸쉬 재차 산성 침을 뿌려 대기 시작하자 나는 급히 실드마법을 사용했지만 많은 자이언트 앤트의 침에 서서히 녹아가기 시작했다. 주위에 있는 자이언트 앤트의 숫자만 해도 100마리 어디서 오는 것인지 꾸역꾸역 수풀을 해치며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개미가 불속성에 약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광범위의 불속성의 필드 마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오너라, 화염의 힘, 타오르는 대지여. 파이어 필드(Fire Field)” 5클래스 마법이지만 9클래스마스터인 내가 펼치자 보잘것없는(?) 5클래스의 마법이 엄청난 위력으로 주위를 태우고 있었다. 뒤이어 여러 가지 있는 불 속성 마법 중에 광범위의 강력한 마법하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너의 주인이 명한다. 나의 명을 받아. 나의 적을 소멸시키는 화염의 폭풍우. 나의 앞을 막는 적을 소멸의 길로 인도 하 거라. 파이어 스톰(Fire Storm)” 강력한 마력을 쏟아 부은 덕분에 화염의 폭풍우는 보통위력을 뛰어 넘는 강력한 힘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영향력에 들어간 몬스터들은 몸이 타오르며 자신들의 동료에게 엉겨 붙었다. 파이어 스톰의 덕분에 모든 자이언트 앤트들이 타죽어 가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그레이트 파이어의 마법으로 확인 사살 까지 한 나는 어둠의 숲 중심 쪽으로 서서히 전진 하고 있었다. 여러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나의 모습은 땀과 벌래 형 몬스터들의 영향으로 녹색의 액체들이 여기저기 묻어있었다. 얼마나 걸었던지 신발에서는 진흙이 가득 묻어있어 이번 여행을 끝으로 신지 못할 것 같았다. “피 때문인지 더 이상 습격은 안하네.” 강력한 몬스터의 피가 몸에 묻은 듯 더 이상 하위몬스터들의 습격은 없어졌다. 간간히 상급 몬스터들이 습격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그 횟수는 줄어들었다. 1시간을 몬스터들과 싸우며 들어갔을까 거대한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 중턱에는 거대한 구멍이 나있었는데, 그곳에 드래곤이 사는 듯 했다. 입구까지 확인한 나는 더욱 힘찬 발걸음으로 한발 한발 발을 내딛었다. 드래곤을 잡자. 산 근처로 다 왔을까, 드래곤의 영향인지 더 이상 몬스터들이 습격을 하지 않았다. 다만, 드래곤의 가디언으로 추정되는 골램 들이 지키고 서있을 뿐이었다. 골램들은 파이어 골램들 뿐이었는데, 몸에서 무엇이든 태워 버릴 듯 한 불길들이 골램들의 몸을 보호하듯 둘러싸고 있었다. -인간, 돌아가라, 여기는 블랙드래곤 케이데리안님의 영역이다. 더 이상의 접근은 불허한다. “거절하지, 덤벼라” 골램 중 하나가 어눌한 목소리로 나에게 경고를 해왔다. 나는 애초부터 포기할 생각이 없었기에 골램의 말에 바로 답을 해주었다. -경고했다. 돌아가라, 더 이상의 접근은 불허한다. 골램은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 한 번 더 경고를 보냈다. 경고를 한다고 무서워 할 나는 아니지만 -후회하지 마라, 더 이상 봐 줄 수 없다. 영역을 침범한 이상적으로 간주 한다. “헤이스트(Haste)” 나는 간단하게 헤이스트 마법을 몸에 걸고 골램들에게 다가갔다. 골램들은 나의 발이 선을 침범 하자 적으로 간주 한 것인지 나에게 무차별 적인 공격을 가해왔다. 하지만 단순한 공격뿐인지, 한 가지 패턴으로만 공격을 가해왔기에 간단하게 피할 수 있었다. 쾅!!! 골램들은 나의 스피드를 따라 오지 못하는 것인지 그 자리에 있던 나를 때리지 못하고 애꿎은 땅만 파헤치고 있었다. 골램들의 공격으로 바닥은 여러 군데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고, 수풀에는 불이 붙어 옆으로 계속 번지고 있었다. 계속 공격을 피하 고만 있던 나는 물속성의 마법인 아쿠아 볼을 날렸지만,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하고 사라지고 말았다. “너의 주인이 명한다. 나의 명을 받아. 나의 적을 소멸시키는 얼음의 폭풍우. 나의 앞을 막는 적을 소멸의 길로 인도 하 거라. 아이스 스톰(Ice Storm)!!! 죽어라” 펑!! 휘이이잉~ 쩌저적!!!! 아쿠아 볼의 실패로 더 큰 마법을 준비한 나는 아이스 스톰을 펼쳤다. 주위에는 얼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얼음들이 바람을 타고 돌기 시작하더니 토네이도 모형으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파이어 골램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위력이 강했는지 골램들의 육체에 불이 꺼지며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마법의 효과가 사라지자 다시 파이어 골램들은 한군데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러 마리가 아닌 한군데로 모여 더 큰 형상의 골램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그냥 합체가 아닌지 더 큰 불길과 더욱더 빠른 스피드를 자랑했다. 쾅!! 쾅!! “컥!” 더욱더 빨라진 스피드로 인해 나는 녀석들의 공격으로 피를 뿌리며 튕겨 나갈 수밖에 없었다. “젠장, 엄청난 스피드.” 엄청난 스피드로 계속 피할 수밖에 없자. 하위 마법으로 대항할 수밖에 없었지만 거대한 파이어 골램에게 먹혀들지 않았다. 정령으로 대응 할까 했지만 그마저 하급 정령이었기에 나에게는 패가 없었다. “아. 인밴토리 오픈. 정령의 양피지.” 나는 갑자기 창고 속에 처박아 두었던 정령의 양피지를 생각해냈다. 랜덤으로 나온다고 하지만 고위 정령이 나온다면 이 골램을 처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에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그 양피지를 찢었다. [정령의 양피지를 사용합니다.] 띠링, 띠리리리리 랜덤인지라 이상한 소리가 나의 귀를 어지럽혔다. 그에 따라 골렘도 공격해왔지만 이리저리 피하는 나를 맞추지는 못했다. [정령이 선택되었습니다.] 랜덤으로 돌던 소리가 선택되었다는 말에 나는 재빠르게 정령소환을 외쳤지만 어떠한 정령도 튀어 나오지 않았다. “설마, 꽝인가?” 나는 최소한 최하급 정령이라도 나올 줄 알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실망과 절망의 맛을 보고야 말았다. 휘이이잉~ 거센 바람이 골램의 몸을 따라 상승하더니 공중에서 한군데로 뭉쳐지기 시작하더니 공간을 갈기갈기 찢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찢어진 공간에서 한 신형이 튀어 나왔다. -누가 날 불렀는가? 무심한 말투, 온몸이 까만 몸. 나는 순간 마족이라는 생각까지 미쳤다. 하지만 몸의 기운으로 볼 때 마족으로는 볼 수 없었다. 비슷하기는 했지만. -다시 말한다. 네가 날 불렀나? “그렇다. 내가 널 불렀다.” 나는 이리저리 자신을 부른 사람을 찾고 있는 녀석에게 내가 대답했다. 그러자 녀석은 무섭게 나를 째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무언가 중얼거리더니 나의 몸으로 스며들어 갔다가 다시 나왔다. -충만한, 어둠의 마나. 당신을 나의 주인으로 받들겠다. 잠시 들어갔다가 나온 녀석은 이상한 소리를 내뱉으며 나를 주인으로 받들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의 눈앞에 뜨는 동의를 선택하는 창이 나왔고 나는 바로 승낙을 선택했다. -나를 부른 이유는? “적의 소멸.” 녀석은 자신을 부른 이유를 대라고 하고 있었다. 나는 지체 하지 않고 골램을 가리키며 녀석들의 소멸을 말했다. 그러자 어둠의 정령 몸에서 어둠의 기운이 펄펄 끓더니 이상한 주문을 내뱉었다. -어둠의 정령이 부를지니 나의 힘으로 적을 멸하리라. 어둠의 화살이여 나의 적을 꿰뚤어 주소서. 어둠의 화살 녀석의 주문이 완성되자 어둠의 화살이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골램들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그 화살들이 골램들의 머리와 양팔 양다리에 박히더니 순식간에 허물어져 버렸다. 하지만 정령의 공격도 물인지 점점 회복해 나갔다.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지켜볼 내가 아니었기에 정령과 함께 마법주문을 외웠다. “너의 주인이 명한다. 나의 명을 받아. 나의 적을 소멸시키는 차가운 눈보라. 나의 앞을 막는 적을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얼려 버려라. 블리자드(blizzard)!!!” -어둠의 정령의 힘이여. 눈앞의 적을 없애 주오. 차가운 심연의 어두운 얼음. 나의 적을 얼려 버려라. 어둠의 눈보라 엄청난 마력이 들어간 블리자드 마법은 보통 마법과는 다르게 얼음의 크기가 축구공만 하게 커져갔다. 그리고 정령의 마법 또한 어두운 색의 눈보라가 치더니 주위의 기운들을 흡수해갔다. 아마 이 정령의 궁극의 필사기이리라는 나의 생각이었다. 두 마법은 빨아들이듯 주위에 있던 얼음들이 한군데로 모여 들기 시작해고, 거대한 태풍을 만난 것인지 얼음들이 더욱더 커져갔고 회전 하는 속도 또한 점점 빨라졌다. 그리고는 주위에 있는 나무들과 풀숲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자라 돌까지 집어 삼킨 블리자드는 점점 그 크기와 파괴력이 커져만 갔다. 이윽고 거대한 파이어 골램을 덮쳤다. 그어어어!! 골램의 비명인 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골램의 몸이 블리자드 속으로 사라졌다. 그것을 감싸는 어둠의 눈보라가 위력을 더해갔다. 몇 분이 지난 것일까 블리자드의 힘과 어둠의 눈보라 점점 작아졌고, 이윽고 블리자드는 시원한 바람을 뿌린 채 소멸했다. 주위에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공중에 떠있는 나와 다 뽑혀지고 부서진 나무의 잔해와 땅들.....그리고 어두운 색의 눈이었다. %3C쿠워어어어어!!! 누가 나의 영역을 침범 하는 것인가?%3E 드래곤 피어가 나의 몸을 휩쓸고 지나가고도 모자랐는지 숲의 끝까지 전해진 듯 숲은 한차례 술렁이기 시작 하더니 숲에 있던 새들이 날아올랐다. 뒤이어 몬스터들의 발자국 소리가 한 차례 울리더니 죽음의 숲 밖으로 배출되기 시작했다. 거대한 그림자가 태양을 가린 듯 나의 위에서는 드래곤이 날개를 쫙 편 모습으로 하늘을 유유히 날고 있었다. 드래곤의 머리가 밑에 있던 나의 모습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3C네가 나의 가디언인 파이어 골램을 죽인 것인가? 대가는 무엇인지 알고 있겠지?%3E 웅장한 드래곤의 위엄에 나는 움찔했지만, 흑마법 9클래스 마스터인 나였기에 바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소모한 마력과 체력을 치유하기 위해 포션을 복용했다. %3C쿠워어어어어!!%3E 드래곤의 피어가 방출되기 시작하자 나와 드래곤의 전투는 시작되었다. 드래곤을 잡자. %3C쿠워어어어어어!!!!%3E 주르륵~ 블랙 드래곤의 표효가 나의 고막을 거세게 뒤흔들고 있었다. 귀에서는 약간의 피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쳇, 귀에서 피가 나오는 것을 확인한 나는 급히 히어링 프로텍터 마법과 힐링 마법을 사용했다. 히어링 프로텍터는 고막을 보호하는 마법으로 인간이 듣는 한계 이상의 소리를 작게 줄여 주는 마법이었다. 이렇게 쓸모없는 마법이 이 순간에는 가장 도움이 되는 마법이 되는 순간이었다. 후우웅!!! 쾅!!! 드래곤의 피어가 터지고 나서 나의 시야를 꽉 매우는 칠흑의 검은 꼬리가 나에게로 날아들었다. “이, 이스케입 텔레포트” 나는 긴급 탈출 마법인 이스케입 텔레포트의 도움으로 거대한 드래곤의 꼬리를 피할 수 있었고 드래곤의 시야를 벗어난 곳에 안전히 착지 할 수 있었다. 휙 나의 탈출마법을 알아차린 것인지 곧장 나에게로 육중한 머리가 돌려 졌다. “화염을 가르는 한줄기 힘이여, 내 손에 모여 모든 적을 없애라, 중첩(reiterate)!! 익스플로젼 (explosion) 가라앗!!!” 나는 순간적인 틈을 노치지 않고 6클래스 마법 중 강력한 화염계 폭발 마법인 익스플로젼을 중첩까지 해가며 날렸다. 콰광쾅!!! 콰광!!! 갑자기 드래곤의 몸에서 엄청난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나의 갑작스럽게 펼친 마법에도 역시 마법의 주종답게 자신의 몸에 짙은 검은색의 실드가 익스플로젼 마법을 가로 막고 있었다. %3C쿠워어어어!!, 설마 내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생각 하는 것은 아니겠지?%3E 드래곤은 나의 강력한 마법에도 건재하다는 듯이 피어를 뿌리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모든 공격을 다 방어 하지 못한 것인지 꼬리부분의 드래곤 스케일이 많이 없어져 있었고, 없어진 비늘 주위에는 검은색으로 되어 있어 자세히는 볼 수 없었지만 거멓게 그을려져 있었다. 없어진 비늘 안쪽 피부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그중에 터진 부분에서 연신 피를 토해 내고 있었다. %3C리버스 그래비티(Reverse Gravity) %26 홀드 퍼슨 ( Hold Person)%3E 드래곤의 방어 마법과 상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나는 몸이 갑작스럽게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한마디로 중력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땅으로 내려 오기위해 발악하던 나의 몸은 드래곤이 리버스 그래비티에 이어 연계 마법인 홀드 퍼슨의 영향으로 꼼짝 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3C프로미넌스(prominunce)%3E 드래곤의 몸에서 한차례 빛이 번쩍 하더니 드래곤이 시전한 마법에 나는 기겁 할 수밖에 없었다. 8서클 마법인 프로미넌은 나도 쓸 수 있는 마법인데 화염계 마법 중 헬파이어와 호각을 다투는 마법이었다. 그리고 마나가 많이 소비 되는 탓에 잘 사용 하지 않는 마법 기술 이었고 이 고온의 화염구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녹여 버렸다. 또한, 산 마져 날려 버린다고 전해지는 마법이었다. 드래곤인 이 녀석은 마나 또한 많고 리버스 그래비티와 홀드 퍼슨 까지 걸린 나는 꼼짝도 못하는 상태 이므로 명중률 또한 많이 상승해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둠속 화염의 마나여, 이곳에 모여라 나와 함께 흐름을 멈춰다오 타오르는 불꽃은 검이되고 고온의 열기는 방패가 되어 나의 적은 소멸하리라. 프로미넌스(prominunce)” 나는 같은 마법으로 적의 마법을 상쇠 기키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마나를 끌어 모아 캐스팅을 완성했다. 하늘이 점점 검붉어 지기 시작하더니 붉게 타오르는 홍염의 불꽃이 나에게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나는 완성시킨 프로미넌스를 날렸다. 붉디붉은 색의 프로미넌스와 나의 검붉은 색의 프로미넌스는 정중앙에 맞부딪혔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하고 둘 다 고온의 열기를 사방으로 방출하며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화아아악!!! 사방으로 퍼져 나간 열기는 어둠의 숲을 서서히 녹이고 있었다. 하지만 거대한 열기임에도 불구하고 나와 드래곤의 주위에는 아무것도 녹아내린 흔적이 없었다. %3C메테오(Meteor)%3E 드래곤은 나에게 마법이 통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이곳을 완전히 초토화 시킬 속셈으로 9서클의 단발형 운석소환을 사용했다. 시동어가 녀석의 입에서 퍼지자 주위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생겨났고 거대한 마나장벽이 녀석을 보호 하고 있었다. 일단 마법이 사용되면 캔슬 할 수 없었기에 최대한 마나를 끌어 모아 방어를 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오라, 변치 않는 어둠이여 영원의 결계를 만들어 나를 보호하라. 다크 배리어(Dark Barrier)” 쾅!!! 운이 좋았던 것일까, 눈앞까지 왔던 운석은 나와 부딪치기 직전에 다크 배리어에 가로막혀 부딪치고 말았다. 엄청난 속력의 영향일까 깨어질 것 같지 않던 다크 배리어에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쩌저적 “나를 속박하고 있는 미지의 힘에 결계를 풀어다오. 디스펠 매직” 나는 깨어져 가는 다크 배리어를 바라보며 몸에 걸린 홀드 퍼슨과 리버스 그래비티 마법을 풀기위해 디스펠 매직을 시전 했다. 속박마법이 풀어지기 시작한 것을 느낀 나는 일루젼 마법으로 나의 모습을 만들고 나서 급히 텔레포트로 드래곤의 뒤쪽으로 이동을 감행했다. 쨍그랑 콰콰쾅!!! 다크 배리어가 깨어지자마자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메테오는 실드를 뚫고 땅을 향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메테오는 작은 크기의 운석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죽음의 숲에 4/1 에 해당하는 크기가 사라져 버렸다. 드래곤은 나의 텔레포트를 눈치 채지 못한 것인지 운석으로 인해 안으로 푹 들어간 곳을 오만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드래곤의 눈은 웃고 있는 듯 했다. 거기다 확인 사살 까지 하려는지 100미터가 넘을 듯 한 날개를 활짝 펴며 힘차게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3C쿠와아아아아!!! 어리석은 인간의 최후다!!!%3E 콰콰쾅!!!! %3C쿠워어어어어!!!%3E 얼마나 올라갔을까. 대략 15층 정도의 높이를 올라가고 나서야 제자리에서 날개를 퍼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드래곤의 입이 벌어지더니 입에서는 조그만 동그라미 모형을 띤 마나덩어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또한, 점점 그 크기가 커져 가기 시작했고 점점 커져가던 마나 덩어리는 자신이 쫘악 벌린 입보다 약간 커지고 나서야 멈추어 섰다. 대포가 터지는 듯한 엄청난 소리와 함께 검색의 브레스는 메테오의 영향으로 구멍이 생긴 곳을 향해 작열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산성으로 된 브레스 인지 깊이 패여 있던 구덩이의 넓이를 더욱더 크고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파고 들어가고 나서야 멈추어 섰다. 자신의 브레스가 마음에 들었는지 즐거운 표효를 내뱉고 있었다. 하지만 브레스를 최대한의 마나로 브레스를 쓴 것인지 약간 지친 기색으로 땅으로 내려서고 있었다. 드래곤의 뒤쪽에 있던 나는 땅으로 점점 내려서는 드래곤이 보였다. 나는 소환해제가 되어있던 어둠의 정령을 소환했다. 자세한 기능은 알지 못하지만 이 정령은 주인의 능력에 맞는 마법을 사용 할수 있었기에 아마 9서클에 해당하는 마법을 사용 할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빙의가 사라졌기에 합체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합공은 할수 있었기에 같은 마법 주문을 외게 했다. “자, 처음의 합격기다. 어둠의 정령," “어둠의 계약에 따라 나를 따르라, 어둠의 정령, 오너라,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고독, 빛의 달을 찌르는 어둠의 빙하가 되어, 빛과 살아있는 나의 적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어둠의 징벌!!! 다크 퍼니쉬먼트 (Dark Punishment)" 어둠의 정령이 나의 말에 따라 이중영창이 시작되었다. 나의 말이 앞에가고 어둠의 정령이 뒤이어 말을 잊고 있었다. 점점 영창이 길어질수록 정령과 나의 몸에서는 어둠의 포스가 주위를 가득 매우고 있었다. 천천히 땅으로 내려오던 블랙 드래곤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마나를 끌어 모으고 있었다. 드래곤을 잡자. 구구구구구 주위에서 요동치는 어둠의 기운과 블랙 드래곤만의 기운이 부딪히고 있었다. 얼마나 강대한 기운인지 자잘한 모래부터 시작해 거대한 암석까지 공중으로 치솟고 있었다. 찌지지지직!!!! 다크 퍼니쉬먼트와 드래곤의 마나가 부딪히면서 둥근 타원의 결계가 부딪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그 기운 중 어둠의 기운이 한쪽의 기운을 빨아 당기더니 이윽고 흡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3C쿠워어어어!!! 이정도의 마력이라니!!, 믿을 수 없다.%3E 드래곤은 자신의 마력이 점점 밀리는 것을 보고는 밑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무리어둠의 정령의 도움으로 한 단계의 마력상승과 파괴력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마력싸움에서 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드래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기세싸움도 이 정도다. 죽어라 드래곤!!! 가라, 다크 퍼니쉬먼트!!!“ 기세싸움도 슬슬 끝났고 이제는 드래곤을 죽이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 나는 다크 퍼니쉬먼트를 앞으로 날려 보냈다. 거대한 검은색 구의 마나덩어리가 점점 드래곤에게로 다가갔다. 육안으로 볼수 있는 마법임에도 불구하고 드래곤은 피할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엄청난 위압감과 큰 에너지 덩어리에 기세가 눌려 버린 것이었다. 다른 속성의 퍼니쉬먼트와는 차원이 다른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보통 퍼니쉬먼트에 비해 공격력이 배로 큰지 구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중력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암흑과 냉기가 합쳐져 지나가는 자리자리 냉기가 피어올랐다. %3C감히, 인간 따위가!!!!%3E 드래곤의 몸은 발부터 점점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검은 색이 바래가는 듯이 회색빛이 나오더니 바람에 따라 흩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드래곤은 드래곤인지 한쪽 꼬리가 회색빛이 나더니 사라져 버렸다. 얼어붙던 얼음도 몸통 위로는 올라가지 않는 것인지 거기에서 멈추어 버렸다. %3C으으....헬파이어를 몸에 둘러도 이런 피해가 생기다니......쿠워어어어!!!%3E 드래곤은 자신의 몸에 헬파이어를 응용해 몸에 둘렀던 것이었는지 그대지 큰 데미지는 없어 보였다. 다만 날개 한쪽과 꼬리만이 성치 못 한 것뿐이지 다른 곳은 이상이 없었다. %3C쿠워어어엉!! 이 망할 인간 죽여 버리겠다.%3E 쾅!! 드래곤은 잘린 꼬리 쪽과 날개가 아픈지 이리 저리 날뛰기 시작했다. 단순히 발광하는 것에 비해 여기저기에서 생기는 거대한 구덩이가 장난이 아님을 보여 주고 있었다. 발을 들어 나를 밟으려 했지만 얼어붙은 다리와 상한 몸으로 인해 스피드는 현저히 떨어져 있었기에 애꿎은 땅만 찍어 대고 있었다. “하하하, 죽인다고 말 한지가 1시간이 다되어 가는 데 아직도 나를 못 죽이고 있구나. 이제 마나가 거의 다 고갈 되었는가보지??” 드래곤은 나의 강력한 마법공격으로 인해 대부분을 소모했고 자기가 사용한 강력한 마법과 브레스로 인해 대부분의 마나가 소진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자잘한 상처 때문에 체력 또한 상당히 많이 소진해 있었다. %3C쿠와아아앙!!%3E 갑자기 드래곤이 한차례 표효를 하더니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빛은 나의 시야까지 가리기 시작했고 한참 후에야 빛이 점점 줄어들었다.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하자. 나의 눈에 잘생긴 미청년이 보이기 시작했다. 짧은 스포츠형의 검은 머리카락과 무엇이든 빨아들일 것 같은 검은 눈동자가 보이기 시작했고 뒤이어 강한포스가 느껴질듯 한 눈썹과 강한 고집이 느껴지는 다부진 입술 그리고 오만하게 솟아 있는 오뚝한 콧날이 눈에 뛰기 시작했다. 특이한 점은 엉덩이 쪽과 어깨 쪽에서 연신 피가 뚝뚝 떨어지는 점이었다. “크크큭, 이제 2차전에 들어가 볼까?” 드래곤이 실실 웃으며 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래곤의 몸 앞에서 검은 공간이 일렁거리더니 검이 하나 툭 튀어 나왔다. 상당히 좋은 검인지 화려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검의 색깔은 검은 색깔이었는데 드래곤의 머리색과 눈의 색깔 조화가 잘 맞았다. “너도 대부분의 마나를 소진 했을 터, 불리한 것은 네놈이다. 인간” 스르륵, 챙 오만한 소리와 뒤이어 들리는 검을 뽑는 소리가 나의 귓가에 울렸다. 상당히 오랜 기간을 들여 수련 한 것인지 발검 하는 폼과 울림이 예사가 아니었다. 또한 검의 예기와 청명하게 울리는 소리가 명검이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나는 드래곤을 한번 주시하고는 남아있는 마나 량을 체크했다. 마나 량을 볼 때 저 서클의 마법은 무난히 사용 할 수 있겠는데. 고위마법은 한 번 이상은 무리임을 보여 주고 있었다. “나의 다리를 묶는 사슬을 풀어주소서, 헤이스트(Haste).......나에게 일시적인 힘을 주소서, 스트렝스(Strengs).........마나여, 나의 앞에 있는 적을 벨수있는 검을 다오, 그것은 나의 의지, 마나의 검. 마나 소드(Mana Sword)" 나의 버프 마법과 마나를 이용한 검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드래곤이 보였다. 나의 마법이 다 완성됬는 것을 안 드래곤은 조소를 띠며 움직였다. “그때위 하찮은 마법으로 나의 검을 이길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챙, 챙챙, 챙!! 드래곤은 나의 마법이 우습게 여겨지는 것인지 조소를 띠며 나에게 선공을 펼쳤다. 녀석은 많이 지치고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스피드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보다 순발력이 빠르지는 않는지, 휘두르는 검을 종이 한 장차이로 흘려버린 나는 기본적인 검술인 수평 베기와 사선 베기로 상대하기 시작했다. “죽어랏!!” 계속 막고만 있던 드래곤은 나의 빈틈에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검을 내려 쳤다. 하지만 나도 간단히 당할 사람이 아니었기에 마나 소드에 있는 검 면을 손바닥으로 바쳐 들고 나서야 겨우 드래곤의 검을 막았다. 하지만 얼마나 쌔게 쳤던지 마나 소드에서 점점 균열이 가고 있었다. “쳇, 하필 이럴 때에” 나는 투덜거리듯 검 날을 쳐다보고 있는 드래곤에게 돌진했다. 동시에 라이트 익스플로젼을 사용했다. 그러자 사방에서 빛이 터져 나가며 녀석의 눈을 어지럽혔다. 그리고 헤이스트 마법까지 더해지자 나의 몸은 빛에 가려져 녀석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나 버렸다. 챙, 챙, 챙!!! “크하하하!, 이런 잔기술로 나의 눈을 어지럽힐 수 있다고 생각 하느냐?” 간단히 나의 검을 막은 드래곤이 폭소를 하며 오만한 자세로 검을 고쳐 쥐고는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뷔이잉!! 드래곤의 검에서 검은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가볍게 발을 튕긴 드래곤은 나의 코앞으로 순간이동 하듯이 갑자기 나타 무어라 중얼 거리더니 나의 검과 가슴을 베고 지나가기 시작했다. 쨍그랑, 푸욱 사방에 피를 튀기고 나의 마나 소드는 너무 쉽게 잘려져 버렸다. 나는 가슴을 손으로 움켜쥐며 드래곤을 피해 하늘을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나도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 드래곤은 나의 행동에 코웃음을 치고는 따라서 하늘에 날아올랐다. 나는 뒤따라올라 올 것을 예상하고는 워터 샤워를 시전 했다. 하늘에서 물방울이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드래곤에게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약하게 남은 마나를 무리해서 6클래스의 전격마법인 썬더 캐논을 날렸다. 갑작스럽게 물벼락을 맞은 드래곤은 나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급히 자리를 피하려했지만 나의 마법이 더 빨랐기에 그대로 직격으로 노란 빌을 뿌리는 썬더 캐논에 적중 되고 말았다. 폴리모프를 통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저항력은 보통 유저들보다 약간 더 높을 뿐이었기에 큰 타격을 받을 수 박에 없었다. 뽀얀 흰 피부를 자랑하던 드래곤은 썬더 캐논의 영향으로 새까맣게 타있었다. 온몸에서는 찌릿찌릿한 전기가 아직도 통하고 있었고, 정통으로 맞은 부분은 살이 타는 냄새까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절한 것인지 꿈틀꿈틀 움직이기만 할뿐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후, 하마터면 내가 죽을 뻔 했다. 이제 끝난 건가? 하마터면 내가 죽을 뻔했네.” 안도의 한숨을 내고 있던 나는 갑작스럽게 몸이 터져나가며 점점 몸이 커져가는 드래곤이 눈에 들어 왔다. 마나가 눈곱만치도 남아 있지 않는 마나를 확인한 나는 대응할 방법이 없었기에 재빨리 녀석을 흡수 하기위해 프로필 뷰를 사용했다. “프로필 뷰” [프로필] 이름 : 케이데리안 전투력 : 200000 스킬 : 드래곤 편- 드래곤 피어, 용언, 산성 브레스, 9서클 마법, 유희 “능력흡수” 드래곤의 프로필에 손을 얹진 나는 시동 어를 외쳤다. [띠링, 실패하였습니다. 패널 티가 부여 됩니다.] 나는 실패했다는 소리를 듣고 절망하고 말았다. 어느새 공중으로 상승한 드래곤은 산성 브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마나가 다 고갈 되지 않는 것인지 점점 검은 구체가 커져갔다. 나는 그것을 보고 다시 한 번 절망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 와서 포기를 할 수 없었기에 다시 한 번 흡수를 결심했다. %3C크하하하하!! 같이 죽는 거다. 인간!!! 나의 생명을 이용하는 최후의 브레스다!!!!%3E 녀석의 말에 나는 믿지도 않는 신에게 기도를 한차례 한 후 다시 시동 어를 외쳤다. “제발 부탁이다. 성공하기를 능력흡수” 프로필에 다시 손을 얹고 시동 어를 외쳤다. 몇 초가 흘렀을까 드래곤의 입에서 검은 구체가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고 나의 귓가에 희망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능력흡수를 성공 하였습니다. 성공확률이 10퍼센트 상승합니다.] 드래곤의 입에서 검은 구체가 소멸이 되자. 뒤이어 드래곤의 몸에서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는 점점 몸이 작아지기 시작한 드래곤이 보였다. %3C쿠와아아앙!!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죽여 버리겠다.%3E 그 말을 끝으로 드래곤의 모습은 어릴 적 헤층링의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그것도 잠시 점점 몸이 흩날리는 듯 발부터 조금씩 휘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끝까지 지켜보지 않고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 드디어 흡수를 성공했다. 크큭, 너의 능력은 잘 사용해주마, 서비스로 너의 기술로 죽여주지” “능력부여......스텔스.....블랙 드래곤” 드래곤의 모습에 한번 폭소를 터트리며 손가락으로 드래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비아냥거렸다. 그리고는 인심 쓴다는 듯이 드래곤의 능력을 나에게 부여하기 시작했다. 나의 몸에서 한차례 빛이 폭사되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힘이 들어오는지 몸에서는 마나의 기운이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마나가 점점 상승하기 시작했다. 스킬 창에는 드래곤이 쓰던 용언과 피어, 산성 브레스 등등 여러 가지 기술들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플라이 ( Fly )" 나는 플라이 마법을 용언으로 이용해 몸을 띄웠다. 평소같았으면 캐스팅에 들어가서 마법을 시현 했겠지만 지금은 용언을 얻었기에 시동어 만으로도 마법을 펼칠 수 있었다. 샤라락 나의 몸이 공중으로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나는 드래곤을 한번 바라본 후 드래곤이 있는 곳을 향해 산성 브레스를 준비했다. 고오오오오!!! 나의 몸 앞에 거대한 마법진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드래곤과는 다르게 마법진에 검은 구체가 생성되기 시작하더니 녀석보다는 작은 크기의 구체가 완성이 되었다. 징잉, 징잉, 징잉 파앗!!! 나는 녀석과 눈을 한번 맞추고는 녀석이 있는 곳을 향해 브레스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잘 가라, 크크크” 쿠워어어어!! %3C나는 기억을 잃고 다시 태어 나겠지만 네놈 만큼은 잊지 않겠다. 다음에는.....다음에는 네놈을 죽여 버리겠다!!!%3E 끝까지 드래곤의 위엄을 지키려는 듯 나의 눈에서 시선을 때지 않았다. 산성 브레스가 자신의 몸을 관통하는데도 시선만은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드래곤의 마지막 모습은 참으로 비참했다. 드래곤은 울분에 겨워 나에게 충고 아닌 충고를 하고 있었다. 브레스의 지속시간이 다되었는지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드래곤이 누워 있었던 자리에는 산성 브레스의 영향으로 완전히 녹아 내려있었고, 드래곤의 시체 또한 없었다. 다만 귓속을 파고드는 기계의 음색만이 들려왔다. [띠링, 레벨이 상승 하였습니다.] 몇 번을 레벨 업 한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의 레벨 업을 했다. 대략 50번 이상을 울렸을 까, 귓속을 파고들던 음성이 사라졌다. 드래곤이 죽고 남기고 간 것은 단 하나 뿐이었다. 그곳에서는 붉은 색의 빛을 띠는 보석만이 남아있었다. 가까이 다가간 나는 그 보석을 집어 들었다. [홍옥] 홍옥, 드래곤들 사이에서는 드래곤의 눈물이라고도 불리는 보석이다. 드래곤의 기운이 남아있어 어떠한 병을 낫게 할 수 있으며 마나를 사용하는 자라면 자신의 능력을 세 단계 이상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신비한 보석이다. 하지만 구하기가 어려운데다. 블랙 드래곤에게서만 나온다는 희귀한 보석이다. 또한, 드래곤의 수명이 길어 직접 이 보석을 본 사람은 없다고 전해진다. 다만 전설로만 전해지는 보석일 뿐이다. 아이템의 설명을 끝까지 읽은 나는 마음 한구석이 약간 찡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몸이 힘들었기에 곧 생각을 지우고 드래곤 레어 앞 입구 절벽에 걸터앉았다. 한참을 쉬고 난후 나는 드래곤의 레어 안속에 있는 보석들과 수집해놓은 듯한 검들을 아이템 창이 아닌 아공간 속으로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혹시라도 현실로 가지고 갈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띠링, 깜짝 이벤트가 발생 하였습니다.] 보석을 한참 챙기고 있었을까 나의 귓전을 때리는 기계적인 소리와 함께 나의 몸은 빛에 휩싸여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생각지 못한 이벤트 “뭐, 뭐야!!” 한창 드래곤의 레어에서 레어 급 아이템 몇 개와 보석을 챙기고 있던 나의 몸에서 빛이 방출되기 시작하더니 발밑에서는 알 수 없는 마법진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단순한 마법진이라면 좋으련만 새하얀 마법진의 문양을 보니 소환 진이었다. 지이이잉~ 찌지지직, 솨아아악!!!! 한참이 지나고 마법진이 완성이 되자 나의 몸과 마찬가지로 마법진에서도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너무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와 나의 눈을 덮치기 시작할 때 쯤 나의 몸은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공간과 공간을 뛰어 넘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또한 속까지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텔레포트와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느낌이 들기 시작 할 때 쯤 나의 몸은 레어가 아닌 전사의 도시 앞에 있는 탑 근처에 서있었다. 나만의 현상이 아닌 듯 여기저기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사람들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고 빛이 터져 나오며 나타나는 사람들이 생겨 나기 시작했다. 웅성웅성 한참이 지난 후 더 이상 나타날 사람들이 없는지 바닥의 소환마법 진 들이 사라져 버렸다. 갑자기 전사의 탑 중간 부분에 거대한 스크린이 생기더니 그곳에서 예쁘장한 여자의 얼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윽 “안녕하세요. 저는 GM샤인 이라고 합니다. 여러분 갑작스런 소환에 많이 당황스럽게 생각 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자의 시선이 주위를 한 차례 쭈욱 둘러보더니 작은 입술이 열리기 시작했다. 맑고 은은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 한 뒤 중요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역시 첫마디는 갑작스런 이 현상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죽음의 숲에서 몬스터들이 방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가 죽음의 숲에 살고 있던 블랙 드래곤인 케이데리안의 지배를 벗어난 몬스터들이 주위의 도시곳곳으로 흩어져 각 도시를 향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운영자들 측에서도 예상 밖의 일이기에 많이 당황스럽지만 이렇게 이벤트를 열게 되었습니다. 이벤트는 몬스터들로 부터 각 도시를 지키는 것입니다. 퀘스트 성공 시 기본적인 보상으로 전유저들의 레벨을 5상승 특별 보상으로는 몬스터를 많이 죽인 유저에게 각 직업별 무기 중 자신에 맞는 유니크급의 무기를 지급할 예정입니다. 실패 시 패널 티는 1주일간의 몬스터들의 능력이 상승 하는 것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무운을 빕니다.” 긴 설명이 끝나자, 퀘스트 창에서 퀘스트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퀘스트를 읽은 유저들은 각자 파티를 이루거나 포션과 무기를 정검 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파티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잡화점에 들러 여러 개의 포션과 너덜너덜해진 로브를 수선하기 위해 잠시 그 옷을 맞기고 대신할 간단한 검은색계통의 로브 하나를 구입했다. 그리고 레어에 있던 레어 급의 평범하게 생긴 나무 스태프 하나를 들고 성벽위로가 서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두두두두두두!!! 운영자의 말처럼 20분가량을 기달 린 끝에 초원 끝에서부터 먼지구름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은지 지면까지 진동하는 느낌이었다. 대부분이 벌레계열의 자이언트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몬스터들이 대부분이었다. 개중에 오크들과 리자드맨 들이 간간히 끼어 있었지만 대부분이 벌레 계열이었기에 눈에 잘 뛰지 않았다. 늪지대에 사는 몬스터들이라 그런지 체력이 많이 약했다. 그렇기 때문에 저 레벨의 유저들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공격력이 강해 빨리 죽을 수 있다는 점도 있었지만. “온다!!, 더럽게도 많군.” “그러게 말이야 운영자 새끼들은 어떻게 이걸 다 잡으라고 하는 거야, 이러다가 실패 하는 거 아니야?” "뒤쪽에 있는 인원을 바라. 우리도 쪽수라면 밀리지 않아, 그리고 그중에 고렙의 유저들도 많기 때문에 실패 하지는 않을 꺼야, 우리는 그냥 닥치는 대로 잡기만 하면 고렙들이 알아서 하겠지.“ 나의 옆에 있던 같은 또래 세 명의 고등학생들이 신경 쓰이게 옆에서 떠들어 대고 있었다. 한참을 잡담을 하던 녀석들은 몬스터들이 성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하자 입을 놀리던 것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쿠오오오!! 위이이잉 여기저기서 몬스터들의 함성소리와 날갯짓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은지 귀가 울릴 정도였다. “궁수들은 화살에 마나를 실어 날리시오!!!” 한 사내가 음성 확대 마법으로 주위에 있던 아처들에게 화살에 마나를 실어 보내라는 말을 전했다. 보통 몬스터들은 그냥 화살에 맞고 죽을 수 있지만 중 렙때 부터는 왼 만 한 화살로는 몸에 흠집도 내지 못했기에 화살에 마나를 실어 보내라고 한 것이었다. “발사!!!!!” 성벽위에 있던 아처(궁수)들이 몬스터들이 사정거리에 들어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자 일제히 마나로 된 화살을 몬스터들에게 날려 대기 시작했다. 워낙 많은 몬스터들이 있었기에 아무 대나 막 쏴대도 백발백중 다 명중 시켰다. 뒤이어 마법사들이 화염계열의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타오르는 불꽃이여, 여기에 모여들어 그 원한을 불꽃의 화살로 불태워라. 파이어 에로우(Fire Arrow)” “타올라라, 불불, 공이여, 타올라라, 파이어 볼(Fire Ball)” “불꽃에 대한 나의 마음이여, 나의 그 부끄러운 마음을 한꺼번에 터뜨려라. 파이어 버스트(Fire Burst)” 콰과과쾅!!!! 캐스팅은 자기 자신이 지어 내는 것이었기에 나의 캐스팅과는 전혀 다른 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리고 개중에는 이상한 캐스팅도 눈에 띄었지만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자신의 레벨에 맞는 마법들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아처들로 인해 많이 줄어들었음에도 많은 몬스터들이 계속해서 성문 쪽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몬스터의 숫자가 워낙 많았기에 줄어든 흔적이 별로 없었다. 마법으로 인해 지상 형 몬스터들이 많이 소멸했지만 공중 형 몬스터들은 건재했다. 그리고 마음을 짜고 했는지 모르지만 공중 형 몬스터들이 일제히 성벽위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그 중에 맨티스 자이언트가 있는데 이 녀석이 가장 위험한 몬스터였다. 녀석의 모습은 꼭 사마귀를 닮았는데 손에서부터 팔꿈치에 이르기까지 강철로 된 날카로운 날을 가지고 있는데 웬만한 검보다 파괴력이 강했다. 게다가 공중공격까지 되니 성위에 있다고 해도 전혀 안전하지 못했다. 서걱 “악, 살려줘” 많은 수에 맨티스들의 공격으로 인해 유저들이 하나둘씩 목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맨티스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마법사만을 골라 죽이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을 보호하라!!!!” 유저들은 그것을 저지 하기위해 기사들과 전사들이 달려들었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이 강력한 맨티스의 칼날에 목을 내주고 말았다. 몬스터 중에 가장레벨이 높은 맨티스들은 대략 100~160대의 유저들도 겨우 잡는 몬스터들이었기에 저 렙의 유저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퍽!!! 슈각!!! 서걱!!! 뒤이어 레벨이 높은 유저들이 하나둘 맨티스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은 간단한 윈드 커터(Wind Cutter) 마법으로 하나 둘씩 제압 해 가기 시작했고 전사와 기사들은 검에 오러를 씌우고 공격하자 갑옷 같던 맨티스 들의 피부가 터지고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쾅!! 쾅. 쾅!!! 많은 유저들이 맨티스들을 상대하고 있을 때 성 밖에서는 지상 형 몬스터이 성문을 뚫기 위해 몸통 박치기를 가하기 시작했다. 산성을 가진 자이언트 앤트들 같은 몬스터들은 성문을 향해 침을 뱉어 대기 시작하자 얼마가지 않아 성문이 뚫리기 시작했다. 많은 유저들이 싸우는 것을 구경만 하는 나도 이제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움직여 볼까? 신성한 불꽃이여, 불꽃의 장막이 되어 나를 지켜주소서, 어떨 때는 무기가 되고, 어떨 때는 방패가 되는 수호의 불꽃...파이어 월(Fire Wall)” 나는 성문을 향해 불의 장벽인 화이어 월을 사용해 성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중에 성문으로 들어서려던 몬스터들은 엄청난 열기에 불에 타죽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다른 몬스터들은 방향을 틀어 다른 쪽의 입구로 둘러가기 위해 다른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유저들은 몬스터들이 가는 쪽을 향해 마법과 화살을 날려 대기 시작했다. “저기 입구 막아!!!!” 한 유저가 한쪽 성문을 향해 달려드는 몬스터를 보자 그것을 막으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것인지 산성 액으로 된 침을 뱉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추욱!!! 지이이익!! 성문을 향해 침을 뱉는 벌래들을 죽여도 끝없이 달려드는 몬스터들로 인해 서서히 붕괴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쪽의 성문에 많은 몬스터들이 모여 있었기에 언제까지 이곳만 막을 수 없었다. 잠시 후 또 다시 한 번 산성 침이 뿌려지기 시작하자 다른 쪽 입구는 힘 한번 재대로 써보지 못하고 침에 의해 뚫려 버렸고 뚫린 모든 입구에서 몬스터들이 꾸역꾸역 들어오기 시작했다. 생각지 못한 이벤트 갑작스럽게 뚫린 성문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몬스터들에 의해 죽어버렸다. 나는 많은 몬스터들을 혼자서도 상대 할수 있었지만 보는 눈이 많았기에 다른 유저들과 같이 상대하려고 했다. 그리고 몬스터들을 상대 할 수 있는 인원들은 100명이 채 되지 않는 숫자만이 살아남아 있었기에 조금만 버티면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궁지로 몰린 유저들은 이번 퀘스트가 실패한다는 것을 직감하고 로그아웃을 감행하는 유저들이 속속, 속출하기 시작했다. 스윽 “스, 승산이 없어. 나는 로그아웃 할테야” “나도.....로그 아웃” 그것을 본 많은 유저들은 여기저기에서 밝은 빛이 토해내며 로그아웃하는 사태 까지 가게 되었다. 이제 남은 인원은 고작 50명 정도 하지만 그 중 대부분의 유저들은 낮은 레벨 이었기에 실재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10명도 채 되지 않는 숫자였다. “이리로 모이세요. 구석에서 뭉쳐서 싸우죠. 뭐 이 인원으로 퀘스트를 완료 하지는 못하겠지만 최선을 다해봅시다.” 꿀꺽 여기저기 피가 묻어서 붉은 빛을 띠고 있는 풀 플레이트를 착용한 기사가 말하자 흩어져 있던 유저들이 한군데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 중 한명이 긴장이 되는 것일까 침을 꼴깍 삼키고 있었다. 그것에 자극을 받은 것인지 몬스터들은 연심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쿠워어어어어!!” “ 마법사분은 최대한 강한 마법을 준비 해주십시오! ” 몬스터들의 함성 소리 때문인지 붉은 풀 플레이트를 착용한 기사가 큰소리로 말하자 몇 없는 마법사들이 각자 가장 강한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캐스팅도중 공격을 당하면 마법이 캔슬 당하기 때문에 전사들과 기사들이 마법사들의 앞을 굳건히 지키고 서있었다. 마법을 사용 하는 사람들 중에는 당연히 나도 끼어 있었다. “너의 주인이 명한다. 나의 명을 받아. 나의 적을 소멸시키는 화염의 폭풍우. 나의 앞을 막는 적을 소멸의 길로 인도 하 거라. 파이어 스톰(Fire Storm)!!” “무엇이든 꿰뚫는 창이여, 나의 의지를 이어 받아 나의 앞에선 모든 적을 뀌뚫어 주소서. 윈드 스피어!!” “화염의 불꽃이여, 불꽃의 파도를 일으켜 나의 적에게 죽음을 내리 거라. 파이어 웨이브!!!” 휘이이잉!!!, 화르르륵!! 푹!! 털썩 나의 마법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여러 가지의 속성 마법들이 난사되기 시작했다. 그중에 나의 마법이 가장 강했던지 나의 파이어 스톰 마법으로 여기저기에서 많은 몬스터들이 폭풍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많은 몬스터들을 빨아들이고 난 뒤에야 만족했다는 듯이 파이어 스톰은 하늘을 향해 불타오르고 있는 몬스터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중 높이 날아간 몬스터들은 중력의 법칙에 의해 땅으로 서서히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7서클 마스터?? 아무리 오픈한지 몇 달이 되었다지만 7서클이라니, 정말 고수군요.” 나의 앞을 보호 하고 있던 아까의 붉은색이 도는 갑옷을 착용한 기사가 나의 무위에 감탄을 터뜨렸다. 하지만 하늘에서 떨어지는 검게 그을린 시체를 보고는 금방 입을 다물어 버렸다. 투두둑 하늘에서 떨어진 새까맣게 탄 자신들의 동족을 보고도 그것에 크게 동요 하지 않고 자신들의 동족을 밟아 넘어서며 우리들에게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취익, 죽여라!! 숫자는 우리가 더 우세하다. 취익!!!” “크르르르” 여기저기서 몬스터들의 외침이 들왔다. 마나가 다 고갈된 마법사들을 지쳐서 땅에 쓰러져 있었다. 마법사를 호위하듯 서있는 기사와 전사들이 마법사들의 앞에 서서 몬스터들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챙, 챙 푹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와 피부와 뼈를 가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전사들과 기사들은 필사적으로 막아 내기 시작했고 약간의 마나를 회복한 마법사들은 자신의 마나에 맞는 마법을 난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 여기저기서 회색의 빛을 내뿜으며 강제 로그아웃되는 사람들이 속속 속출하기 시작했다. 한참이지난 후, 단두사람과 다수의 몬스터들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수로 따지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큭, 이제 우리 둘만 남았네요, 그럼 기사인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후훗” 슈각 많이 지친 것인지 풀 플레이트를 입은 기사가 신음을 내뱉으며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한참을 상대한 후 서서히 검의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격 하던 것도 잠시 체력이 다 떨어 진 것인지 더 이상 칼을 휘두르지 않았다. 털석 삭, 스르르륵 기사는 체념하듯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작별이사를 하듯 나에게 말을 걸었고 곳 머리가 몸에서 서서히 분리되기 시작했다. 떨어지고 난 머리 쪽에 있는 목과 몸에 붙어 있는 목에서 연신 피를 콸콸 쏟더니 곧 회색의 빛이 기사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몸통에서 시작하던 회색의 빛이 머리까지 감싸고 난후에는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제 나뿐인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음성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연신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지독하게도 많네. 이놈의 몬스터들, 크큭, 연기한다고 나도 참 많이 힘들었어.” 기사가 죽은 것을 확인한 나는 속이 후련하다는 듯이 약간의 웃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나에게 몰려오는 몬스터들의 모습에 표정을 굳히며 앞을 주시할 뿐이었다. “크크크, 바람의 힘이여, 나의 힘을 이어 받아 하늘로 띄워 주소서. 플라이(Fly)" 나는 캐스팅이 필요 없는 플라이 마법을 캐스팅을 써가면서 마법 시동어를 외쳤다. 그러자 마법으로 서서히 공중으로 몸이 떠오르고 있었다. 지상 형 몬스터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어 하늘 위에 있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몇몇 살아남은 공중 형 몬스터들은 나의 뒤를 따라 하늘을 향해 상승하기 시작했다. 파드드득 파리의 날개를 한 몬스터들이 연신 날갯짓을 하며 나에게로 다가 왔다. 남은 공중 형 몬스터들의 숫자가 3자리 숫자를 넘지 않았기에 나는 워터 샤워를 광범위로 사용해 몬스터들을 지상으로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날개가 물에 젖은 몬스터들의 날개가 흐물흐물 해지기시작하더니 하나둘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 쳤다. 물론 그 충격으로 대부분의 공중 형 몬스터들은 머리가 터져 죽었고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흐물흐물 해진 날개로 하늘을 날수 없었다. “와아아아악!!!!” 나는 새로 익힌 드래곤 피어로 한차례 목청껏 일갈을 터뜨리자 몬스터들은 움찔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자신들의 지배자였던 블랙 드래곤처럼 엄청난 위엄과 위압감이 점점 생기기 시작했는지 몬스터들은 겁에 질린 채로 바닥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몬스터들을 봐줄 사람이 아니었기에 대량 학살용 마법 중 단연 으뜸이라고 하는 화염속성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의 장기는 암속성(어둠)과 빙(얼음)계열 이었지만 그냥 넘어 가도록 하겠다. “경배는 죽어서 해라. 너희들의 경험치 만이 나의 기분을 풀어 줄 것이다. 오라, 변하지 않는 대지여, 불이여, 나의 몸에 흐르는 피보다 더 붉게 타 오르거라,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모든 어리석은 자들에게 나의 위대한 힘을 보여 주거라! 볼케이노(Volcano)!!!” 나의 입에서 볼케이노를 시전하는 마법 캐스팅이 시전되고 있었다. 마법의 진행이 길어 질수록 땅에서 일어나는 마법진과 나의 손에서 일어나는 마법진이 공명을 터뜨리더니 이윽고 8서클에 해당하는 볼케이노 마법이 터져 나왔다. “볼케이노여, 부풀어 올라라, 그리고 터져라!!!!” 쩌저저적, 쾅, 콰콰쾅!!!!! 나의 외침에 지각이 점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부풀어 오르던 지각이 한계점에 다다랐는지 터져 나가며 맨틀에서부터 솟아 올라온 마그마가 들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각이 갈라진 틈 사이로 여러 마리의 몬스터들이 추락하기 시작했고 지각을 뚫고 나온 용암과 지각들이 몬스터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나의 마법은 신속했고 정확했다. 화르르르륵 탁, 탁 “취에에엑” “크아앙” 용암에 녹아내리는 몬스터들.....그리고 점점 벌어지는 대지에 몸을 맏기는 몬스터들이 나의 눈에 비쳐 졌다. 그리고 주위에서는 몬스터들의 고통에 찬 비명가 노래 가락 처럼 들려 올뿐이었다. 그렇게 10분이 흘렀을까 나의 주위에는 몬스터들의 시체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녹아있는 이상한 물체들이 널려 있었다. 나의 귓가에 한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빛이 터져 나오는 나의 몸........ [띠링, “전사의 도시를 지켜라” 퀘스트가 완료 하였습니다.] [전사의 도시를 지켜라] 몬스터를 죽인 수 : 30000/100000 보상 : 레벨10상승 (몬스터 죽인 수에 비례) 부상 : 현자의 지팡이(유니크) [띠링, 레벨이 10상승 하였습니다.] [현자의 지팡이를 획득 하였습니다.] [레벨 업........] 귀에서는 아까부터 잡아온 몬스터들의 경험치가 한꺼번에 나의 경험치 창 쪽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번 울리기 시작하던 레벨 업 소리가 쉴세 없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레벨 업을 알리던 소리가 멈추어 섰다. “.........” 기계음이 사라지자 적막감만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8시간 이상의 전투로 인해 몸보다는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 있었다. 드래곤과의 전투 후 곧 바로 논스톱으로 몬스터들과의 대전을 치렀으니 정신적으로 얼마나 지쳐있겠는가, 나는 주위에 떨어져 있는 아이템들을 한번 보고는 그대로 로그아웃이라고 외쳤다. “로그아웃.......피곤하다.” 곧 공중에서 새하얀 빛이 나의 몸을 덮쳤고 잠시 후 그 자리에는 시원한 바람만이 불어오고 있었다. “아 피곤해, 오늘도 학교를 가지 못 했네, 내일가지 뭐, 하루 더 땡땡이친다고 달라 진 것은 없겠지.” 게임 때문에 어제 땡땡이를 한번 치고 연달아 오늘 하루 더 치게 되었다. 몬스터의 침공으로 인해 8시간이상을 소비한 나는 오후 1시쯤 되어서야 게임을 중단하고 캡슐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뿌드득 꼬르륵 캡슐 밖으로 나온 나는 장시간 게임을 했기에 간단한 스트레칭을 했다. 스트레칭의 결과 뼈마디마디가 비명을 질러 대기 시작했기에 얼마나 오랫동안 캡슐 속에서 같은 자세로 있었는지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고 배에서는 배고프다고 연신 아우성을 질러 댔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간단히 요기를 하기 위해 주방으로 갔다. 주방에는 먹을 만한 게 없었기에 냉장고에 뒤져 보니 날짜가 지나 있는 빵이 하나 남아 있었다. 그리고.... 주의 : 날자가 지난 제품을 먹고 병이 생길시 저희 회사 측에서는 아무런 책임이 없습니다. 날짜를 확인합시다. 라는 문구가 나의 눈길을 잡았다. “포이즌 큐어” 혹시나 몰라 포이즌 큐어로 빵을 치료(?) 하고 급하게 빵 하나를 먹어치운 뒤에야 꼬르륵 거리던 배를 진정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배가 고팠지만 먹을 것도 없고 잠도 많이 왔기에 주린 배를 움켜지고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가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드르렁, 푸우~~ 방안에서는 코고는 소리가 들릴 뿐 다른 소리는 나지 않았다. 다만, 몸에서 새하얀 빛이 연신 뿜어져 나왔다가 사라졌다 할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학교 갔던 날에 있었던 일 나는 1시부터 자기 시작한 잠을 새벽 3시까지도 계속 자고 있었다. 아니 자고 싶었다. 하지만 어제 먹은 빵이 잘못 된 것인지 배에서는 x마려운 듯이 연신 아우성을 질러 대고 있었다. 뿌웅~~ “크아악!!,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아픈 배를 움켜지며 자고 있던 나는 도무지 배가 아파 참을 수가 없었다. 방귀를 시작으로 나의 배속은 임산모의 배에서 아기가 연신 배를 차듯 나의 x또한 나의 배를 가격하는 듯 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목에 까지 덮고 있던 이불을 내팽개치며 화장실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후다닥 쾅!!! 엄청난 속도로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문은 얼마나 쌔게 열었던지 약간 금이 가있었다. 속옷 차림으로 있던 나는 급히 팬티를 내리며 좌변기로 향해 엉덩이가 수직낙하를 시작했다. 엉덩이를 내리는 도중에도 엉덩이에서는 찔끔 찔끔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좌변기에 앉자마자 나는 관략 근에 힘을 줬던 것을 풀어주니 십이지장을 통해 흐르던 x가 나의 x꼬로 나오기 시작했다. 투투투투투투!!! 나의 엉덩이에서는 쉴세 없이 따발총을 날려 대기 시작했다. 변기 안속에 있던 깨끗한 물은 어느새 x물들로 가득 차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다 끝이 난 것이 아닌 듯 또 한 번의 따발총 소리가 들린 후에야 그 전쟁은 끝이 났다. “휴우~ 이제야 살 것 같네, 조금만 늦었어도 그 자리에서 할 쌀 뻔 했어” 슥, 슥 휴지로 엉덩이를 딱는 나의 얼굴에는 안도감과 살았다는 얼굴이 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입에서는 입 꼬리가 귀에 걸릴 정도였다. “쳇, 찝찝하네. 내x지만, 더럽네. 나의 몸에 깃든 더러움을 없애 주소서, 클린(Clean)” 찜찜함을 없애기 위해 나는 클린 마법을 온몸에 사용 했고 곧 나의 전신에서는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의 볼에 침으로 인해 말라 붙어있던 것과 땀으로 인해 적셔져 있던 등, 방금 큰 전쟁을 통해 얻은 훈장들을 깨끗이 사라 지개 했다. “근데 이거 정말 전쟁의 영향으로 출혈이 심한걸. x꼬를 치료라도 해야겠다. 힐(Heal)” 휴지로 딱은 종이를 보자 그곳에는 혈흔이 가득했다. 꼭, 여자들이 그것을 한 흔적인양, 엉덩이에서 성스러운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더니 찢어진 x꼬가 아물기 시작했다. 이제는 완전히 치유 된 것인지 엉덩이가 자유로웠다. 꼭 하늘은 나는 기분이었다. “캬~, 역시 마법이 최고여!!” 마법에 감탄을 한번하고 방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 번의 전쟁으로 속은 텅 비어 있었기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크으윽, 왜 이러지 아까 다 배출한 것이 아니었나?” 화장실에서 나와 몇 발자국 걸음을 떼었을까 아까처럼 갑자기 배에서 엄청난 고통이 밀려 왔다. 이제는 걸음을 걷기도 힘들었다. 쿵 한발자국 떼었을까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팬티에 쌀 수 없었기에 기어서 화장실로 향했다. 얼마나 괄략근에 힘을 주며 기었을까 드디어 좌변기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팬티를 내리고 좌변기에 앉는 순간 나의 몸은 앞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파아아앗 엎어진 나의 몸에서 빛이 한차례 폭사되기 시작했다. 화장실의 불빛만이 간간히 비치던 집안이 이 새하얀 빛이 폭사됨으로 해서 집안의 여기저기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집의 바깥까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밖에서 나의 집을 보면 외계인이 우주비행선을 타고 하늘로 이동 되는 듯 한 빛기둥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화아아악 빛이 사그라지더니 이제는 몸에서 엄청난 열기가 내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열기는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가지 않았다. 부우우웅 쩌저저적 열기와 함께 엎어져 있던 나의 몸은 서서히 공중에 떠오르더니 몸의 정면이 하늘로 향하게 돌아갔다. 그리고 몸 여기저기서 논에 물이 없을 때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 현상이 여러 번을 반복하고 이윽고 갈라진 틈 사이에서 누런 액체가 모공을 통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액체에서는 시궁창에서 나는 듯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빠직, 빠악 액체가 다 나온 듯 더 이상 나오지 않자 뼈가 기이하게 뒤틀리며 부서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이하게 뒤틀린 뼈들은 다시 한 번 뒤틀리기를 반복을 했고 뼈가 가루가 될 때까지 진행 됐다. 더 이상 부서질 뼈가 없는지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없어져 버렸다. 파아아앗 다시 한 번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이제는 부서진 뼈가 바르게 고쳐지기 시작했다. 기이하게 뒤틀려 있던 몸들은 바르게 고쳐져 갔고 논에 물이 없는 것 처럼 갈라져 있던 피부에서는 새하얀 피부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수하아아악!!! 또한 머리 위에서는 검은색의 기운이 정수리 쪽으로 조금씩 흡수 되고 있었다. 흔히, 무협에서는 오기조원(五氣朝元)이랑은 약간 다르지만 아무튼 화경(化境)의 경지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9서클 마스터인데 반해 화경이라는 경지는 낮은 경지였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 난지는 모르지만 좋은 현상임에는 틀림없었다. 흐으으읍 주위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자 방출 되어 있던 마나들이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듯 코를 통해 심장 속으로 흡수 되어 들어가 버렸다. 이 모든 현상이 끝나자 주위에는 누런 액체들과 비닐처럼 투명한 껍질 같은 것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어둠만이 깔려 있었다. “으음.......” 한참이 지나고 빛이 눈을 비추자 나는 심음을 토해내며 깨어 날 수밖에 없었다. 후드득 상체를 일으키자 몸에 쌓여 있던 투명한 무엇이 땅으로 떨어졌다. 상체를 일으키고 감겨져 있는 눈을 뜨기 위해 눈을 한차례 비볐다. 어떻게 된 것인지 눈에는 이상한 것이 묻어 있었기에 그것을 때어 내고 나서야 눈을 뜰 수 있었다. “이것들은 머야, 이 냄새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화장실이었다. 그제야 배가 아파 화장실에 기어가 쓰러진 것 까지 기억이 났다. 하지만 주위에는 이상한 액체들과 껍데기 들이 널려 있었고 이상한 냄새들 까지 나의 코로 흡입되기 시작했다. 흡입된 냄새는 토가 나올 정도로 지독한 냄새였기에 벌거벗은 지도 모르고 거실로 향해 뛰쳐나가 버렸다. “이런, 몸에도 묻어있네 클린(Clean)” 거실로 향해 뛰어 가보니 몸에는 덕지덕지 붙은 액체들과 비늘들이 많았다. 그것들을 떼어 내며 클린 마법을 걸었다. 클린 마법을 걸자 액체들과 비늘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거실 바닥에 떨어진 비늘들을 손으로 쓸어 담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집에 있기에 옷은 입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벤티레이션(Ventilation)” 휘이잉 화장실에 도착하니 시궁창 냄새가 가득 차있었다. 어떻게 이곳에서 잠을 잔건지 나도 참 신기 했다. 우선이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통풍마법인 벤티레이션을 사용 했다. 주위에는 약간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악취가 점점 사라져 갔다. “텔레키니시스(Telekinesis).........파이어(Fire)” 하지만 화장실 바닥에서는 투명한 비늘들이 가득했다. 염동력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비늘들을 공중에 띠우기 시작했다. 공중에 띄워진 비늘들은 파이어로 태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비늘들이라 금방 다 타버렸고 마법도 곧 해체가 되었다. 나는 달라진 게 없는지 거울을 향해 전신을 비추기 시작했다. 거울을 보던 나의 눈동자는 서서히 커져가기 시작했다. “이,,이게, 나?” 본래 나의 머리는 약간 노란 빛을 띠고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검은색이 되어 있었다. 또한 얼굴에 잡티가 다 사라져 있었으며 결정적으로 얼굴이 우유 빛처럼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또한 앙상하던 나의 뼈는 굵어져 있었고 빼빼 말라 근육이라고는 없던 나의 몸은 살도 살짝 붙었고 알맞게 근육이 생겨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진정한 화경의 경지 그러니까 마법으로 치자면......6서클 까지 올랐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또한, 왜 이런 경지에 올랐는지는 그 어느 누구도 모른다. “하하하!,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드래곤을 흡수한 보람이 있어, 크크크” 무조건 드래곤의 흡수라고 치부하는 제현이었다. 학교 갔던 날에 있었던 일 영문도 모르지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기뻤다. 즐거운 웃음을 내뱉으며 방으로 터벅터벅 발소리는 내며 돌아갔다. 장롱 안에서 있던 속옷 챙겨 입고 책상 쪽 의자에 걸려있는 교복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시간이.......엥? 아직도 6시?” 교복을 다 입고 옆의 시간을 보니 6시 밖에 되지 않았다. 나는 할 짓도 없었기에 잘 보지도 않는 TV를 보기 위해 거실에 있는 소파에 몸을 마겼다. 띠잉 “속보를.......” “여러분.......” “ 채널 돌려, 돌려, 돌려, 앗, 뒤로 ” TV를 틀자 새벽 뉴스와 알 수 없는 방송 밖에 아지 않았다. 한참을 채널을 돌렸을까 나도 잘 알고 있는 게임채널에서 셀리온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었다. “ 예, 이 번 셀리온의 갑작스런 이벤트의 동영상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 겡임 방송을 담당하는 자키가 말을 하자 화면이 셀이온 월드의 이벤트 영상을 보여 주고 있었다. 곧 몬스터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더니 성을 덮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마법과 화살 들이 날아다니고 성위로 올라온 몬스터를 퇴치하기 위해 달려드는 전사와 기사들……. 여기저기서 성문 안으로 몰려 들어오는 몬스터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나와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부터 이상하게 영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기사가 나에게 말하고 목이 떨어지는 순간 검은 로브를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다.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는 나의 몸과 공중에 멈추어 서서 몬스터들에게 고함을 내 질렀다. 그러자 몬스터들이 움찔 한 사이 로브 밖으로 튀어 나온 나의 턱이 달싹 거리기 시작하더니 나의 몸을 휘감는 듯한 불꽃이 일어나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다 맞았다. 하지만 그 뒤에서 시작되는 볼케이노가 작열했고 나의 볼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눈물을 비추는 게 아닌가? 흘리지도 않는 눈물을 묘사하기 시작하더니 나의 입에서 또 다른 말이 튀어 나오기 시작했다. “죽어간 사람들의 복수다. 나를 원망하지마라, 너희들이 자초한일, 비명을 질러라 고통에 몸부림쳐라, 그것만이 죽어간 사람들의 혼을 달래는 길이다!!!” 똑! 그 말을 끝으로 나의 볼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한 눈물이 턱을 타고 한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떨어지던 눈물이 지면에 닫자 온 세상이 빛에 휩싸이기 시작했고 나의 몸은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뒤이어 샐리온 월드라는 문구가 나왔다. -색다른 경험, 그대의 꿈을 이루는 환상, 그 꿈을 향해 오십시오. 셀리온 월드 웅장한 음악이 울렸고 광고성 음성과 글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글들은 나의 관심 밖이었다. “ 뭐야, 이 영상은 사기 아니야? ” 황당해서 뭐라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한 적도 없는 말이 나의 입에서 튀어나오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의 기술이 많이 발전되다 보니 나의 목소리마저 똑같이 만들 수 있게 되어 버렸다. 이건 완전 범죄였다. 그 자리에 있었던 당사자인 나마저 속일정도의 영상이 여기에 있으니 세상 어느 누구도 이 영상을 의심 하지 않을 것이다. 팅 황당한 영상을 다본 나는 TV를 꺼버렸고 옆에 있던 시계를 보니 어느새 시간은 7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정신없이 동영상을 본 것인지 시간이 많이 지나 있었다. “에잇, 학교나 가야지.” 준비를 일찍 다 마쳤기에 학교를 향에 집을 나섰다. 집 밖으로 오랜만에 나와서 그런지 세상이 달라 보였다. 눈부신 햇빛에 눈이 찌푸려졌지만 오랜만에 나왔기에 정신만은 상쾌했다. 웅성웅성 어느새 등교 타임이 되었는지 거리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짝짝이 모여 수다를 떨며 학교를 향해 가고 있었다. 우리 학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옆에 붙어 있었기에 언제나 등교 타임에는 학생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간간히 다른 학교 학생과 출근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지만. 무시하도록 하자......... 학생들에 파묻혀 학교 안으로 무사히(?) 들어 올수 있었다. 어느새 교문에는 스쿨버스가 도착 한 것인지 다른 지역 학생들도 속속 교내로 들어가고 있었다. 드르륵 교실 안에는 먼 저온 학생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교실로 들어서자 각자 이야기를 하거나 공부를 하던 아이들이 나에게 시선이 집중 됐다. 며칠 째 안 나온 나였기에 당연한 시선이라고 생각하며 녀석들의 시선을 외면했다. “야, 조제현, 학교 왜, 안 나왔어?” “야, 내말 안 들려?” 나의 자리에 앉았다.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거는 녀석이 있었지만 그냥 무시하고 그대로 책상에 어 퍼져 잠을 청했다. 나의 학교라고 생각하는 곳은 잠자는 곳이라는 생각이 깊이 박혀 버렸기에 언제나 학교에서는 수면을 취하는 곳이 되어 버렸다. 딩동 아이들의 등교 시간이 끝나고 한참이 지나자 담임의 시간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번은 자습 시간대신 담임의 시간이었는데 이 정책역시 특이한 교장선생님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드르륵 “전체 차리엇, 경례” “반갑습니다.”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자 반장이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반장의 인사 소리에 잠이 깨어나 잠결에 인사를 했다. “자자, 힘들어도 힘내고 간단하게 이번 달에 있을 학교행사와 주의 사항을 알려 주겠다.” “다음 주에 시험 있는 것은 알겠지? 이번에는 컨닝하다 걸린 사람은 0점 처리 한다니까 주의 하고 컴퓨터용 사인펜은 꼭 준비 하거라, 빌리거나 하면 그것도 컨닝으로 간주하니까 조심하고 아참, 휴대폰 소지도 금지 된거 알지?” “예~~” 선생님이 모두들 알고 있는 주의 사항을 다 말하고 출석부를 부르기 시작했다. “1번 김민지” “네~” “15번 양재석” “예” “......26번 조제현” “예” 1번부터 차례대로 부르기 시작했다. 곧 나의 차례가 왔고 선생님은 기대 하지 않았다는 듯이 나의 이름을 부르셨다. 하지만 선생님의 예상과는 달리 나의 대답은 곳바로 나왔다. “음? 조제현, 오늘은 학교 나왔나? 조금 있다가 교무실로 따라와” “네...” 나의 이름에 답이 오자 의문을 느낀 선생님은 나의 자리를 한번 보더니 내가 있는 것을 보자 교무실로 따라 오라고 했다. 선생님이 출석 확인을 다하자 곧 자습이 시작되었다. 말만 담임의 시간이었다. 출석 부르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럼 조용히 자습하고 있거라, 종 치고 제현이는 교무실로 오너라” 드르륵 “히히히, 그러게 학교는 왜, 빠졌데? 혹시 내가 무서워서 학교 빠졌냐? 크크” 선생님이 말씀을 하고 나가자 재석이 녀석이 나에게 시비를 걸어 왔다. 안 그래도 기분이 나쁜 상태였기에 누구라도 걸리면 아작을 내 주고 싶었지만 상황이 안 좋았기에 묵묵히 참고 있었다. 물론 그냥 봐준다는 것이 아니었다. 나중에 보복을 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쫄았냐? 간 크게 학교도 않나오는데 개길 배짱은 없는 가보지?” "히히히, 저 새끼 쫄 아서 책상만 바라보고 있는 거 바라“ 재석이의 말을 시작으로 진호와 동호가 나를 도발하는 말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닥쳐라, 며칠 전에 살려달라고 빌 때를 잊은 것은 아니겠지 그때처럼 지금도 그래 볼까?” 나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세 녀석은 움찔 했지만 상한 자존심을 찾기 위해서인지 나에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스트레이트로 나의 머리에 주먹으로 선빵을 날렸다. 퍽!! 의자에 앉아 있던 나의 몸이 옆으로 나가 떨어 졌다. 물론 이것도 연기다. 주위에 시선이 있기에 나는 얌전히 맞아 주고 있었다. 퍽퍽퍽!! 세 놈 이서 합심을 한 것인지 엎어져있는 나의 몸을 다구리(여러 명이서 때리는 행위) 발로 마구 짓 밟고 있었다. 나의 복부와 옆구리 심지어는 다리에 있는 관절까지 자근자근 밟고 있었다. 바디 체인지의 영향인지 몸에는 그렇게 데미지가 들어오지는 않았다. 물론 기분은 더러웠지만 학교도 몇일 빠진 상태고, 저번에 재석이 패거리를 패줬던 일도 있었기에 지금은 조용히 맞아 주는 게 상책이었다. 힐끔, 나는 맞고 있는 와중에도 느긋이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나의 시야에 반장이 말리지 못해 안절부절 하고 있었고 다른 우리 반 아이들은 흥미롭다는 듯이 이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여학생들은 눈을 찌푸리며 처다 보고 있었다. “저 S(씨)B(방)S(세)는 반항도 못하냐? 저 새끼 남자 맞아? 그렇게 매일 맞으면 반항이라도 하겠다.” “맞아, 저 K(캐)B(뱅)S(신)같은 놈은 남자도 아니야” 나의 귀에 여학생들이 속삭이는 말이 들렸다. 며칠 전의 일을 아직 모르는지 연신 나를 비하 하는 말들이 들렸다. ‘역시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봐서는 안 되겠다. 저년들은 재석이보다 더 나쁜 년들이네, 뒷담이나 까고 말이야, 저년들 다음에 걸리면 죽었다.’ 나는 속으로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예전부터 맞는 데는 이골이 나 있었기에 별로 다친데 없이 일어 설수 있었다. 나는 일부러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키는 나를 보자 흠칫한 녀석들은 때리던 것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탁, 탁 “이 만큼 맞아 줬으면 됐냐?, 이 정도 맞았으면 나도 너희 좀 패도 되겠지? 오늘은 만큼은 참으려고 했는데 지금 기분이 영 꽝이거든, 안 죽고 싶으면 알아서 도망가라” 몸에 뭍은 먼지를 털어내며 재석이 일행에게 살기를 살짝 뿌리며 말했다. 나의 말은 들은 녀석들은 코웃음을 치며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 새끼 저번에는 방심해서 당한 거고 지금은 다르다. 에잇!” 휘익 재석의 주먹이 바람을 가르고 나의 눈을 향해 나라 왔다. 하지만 나의 시야에는 거북이 속도만큼이나 느려 터진 주먹이었다. 주먹이 날아오는 동안 눈을 굴려 주위를 둘러 봤다. 아이들은 희열에 찬 듯한 눈을 하며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내가 나가 떨어 질것이라는 표정이었다. 퍽!!! “다했냐? 이게 네 펀치??” 엄청난 타격 음이 들렸지만 나의 모습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리고 나의 말에 주위아이들의 눈이 토끼 같이 커져갔고 입도 벌어 졌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내가 나가떨어질 것이리라는 예상을 했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 물론 예전부터 걸어 다니는 샌드백이라는 별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쇠에에엑 퍼억!!!! 빡, 우두둑 나의 주먹이 녀석에게 빠른 속도로 나라갔다. 나의 주먹을 가르는 속도는 공기를 가르는 게 아니라 찢어발기는 듯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나의 주먹이 녀석의 볼에 닺자 녀석의 치아가 도미노를 타듯이 이빨이 벌어진 입에서 옆으로 튀어 나왔다. 다행히 치아가 흐트려졌지만 음식을 먹을 정도는 됐기에 안심 할 수 있었다. 이빨이 부러진 것은 단하나 아랫니였기에 눈에 띄지도 않았다. 이빨이 부러지고 녀석은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단 일격, 한 대씩을 주고받았을 뿐인데 녀석은 이빨까지 부러지고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그에 반해 나의 모습은 처음 그대로인 상태였다. 나는 살짝 친 것뿐이었는데 이정도의 파괴력이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물론 새로운 육체를 얻어 적응은 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일줄 정말 몰랐다. 휙 “너희들도.......이렇게 되고 싶으냐? 더 이상 나를 건드리고 싶다면 죽을 각오를 해라” 나의 고개가 진수와 명우에게로 갔다. 그러자 녀석들은 움찔하더니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주위의 침묵 속에서 재석의 입에서는 연신 피를 쏟아 내고 있었다. 그로인해 재석의 피가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재석이 피가 나의 발치까지 닿을 정도로 출혈이 심했지만, 어느 누구도 재석이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퍽! “힐링” 나는 재석에게 다가가 발로 치는 척하며 터진 입안을 아무도 모르게 힐링으로 치료를 했다. 아마 출혈로 죽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너무 착해......' 나는 너무 착해서 탈이었다. 만약에 무림인이 이런 광경을 봤다면 물러 터졌다고 말했을 것이다.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다리 하나는 부러 뜨리라고 충고 까지 할지 누가 아는가? 딩동, 딩동 종소리가 울렸음에도 반 아이들은 움직일 줄 몰랐다. 나의 움직임에 따라 아이들의 눈동자는 나를 향할 뿐이었다. 아이들의 눈빛은 경외감과 두려움의 눈빛만이 가득 차있었다. 침묵의 반을 뒤로 한 채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생각하며 천천히 교무실로 향했다. 학교 갔던 날에 있었던 일 찰칵 2층에 있는 교무실로 올라간 나는 교무실의 문을 바라 봤다. ‘시험문제 출제중이니 학생들은 출입금지’ 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나는 선생님이 교무실로 오라고 하셨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교무실 문의 손잡이를 잡아 열고는 천천히 들어갔다. “학생, 문에 붙은 것은 보지 못했나? 눈은 장식이야? 밖으로 빨리 나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문 앞 책상에 서 일을 보고 있던 한 인상이 더러운 선생님이 나에게 소리를 치셨다. 나는 그 소리에 살짝 인상이 굳어지며 이 선생님에게 따지려고 했지만 그 뒤에서 들려온 말 때문에 참았다. “아, 김 선생 저 학생은 내가 불렀네. 조제현, 이리로 와” 담임선생님의 말에 김 선생이라고 불린 사람은 나를 한번 처다 보더니 다시 자신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하, 나도 시험 기간인 걸 깜빡하고 너를 불렀네, 미안하게 됐다. 자자,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 하자” 교무실 창가 쪽 빛이 잘 드는 구석진 자리에 우리 반 선생님의 자리가 있었다. 선생님은 웃으며 나에게 의자를 건넸다. 나는 의자에 앉으며 선생님의 말씀을 기다렸다. “다름이 아니라, 네가 왜 요 며칠을 학교에 않나 왔나 해서 말이다. 무슨 일 있었니?” “아, 그게 몸이 안 좋아서요. 갑자기 학교 가려니까 머리도 아프고 해서.......”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것은 아니겠지? 사실대로 말 하거라” 선생님은 나의 말이 변명이라는 것은 금방 눈치 채고는 짐짓 화를 내시며 사실대로 말하라고 나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나는 주위를 한차례 둘러 본 후 아무도 보지 않다는 것을 보고 선생님에게 말을 걸었다. 스르륵 “선생님, 사실대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전에 선생님 이 물건 좀 봐주세요. 제가 봐도 이게 뭔지를 모르겠네요.” 선생님은 나의 말에 손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살짝 펴지는 나의 손을 계속 쳐다보고 계셨다. “나의 마나를 받아 나의 의지가 되어, 나의 의지대로 움직여라, 꼭두각시의 춤, 브레인와싱(Brainwashing), 선생님 죄송합니다.” “뭐라고? 크으윽” 선생님의 나의 손을 계속 보고 있다가 빛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고 기겁해 하셨다. 손에서 튀어나온 회색빛이 선생님의 머릿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뒤이어 선생님의 입에서 미약하게 신음소리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마법에 걸리기 시작 한 후 3분이 흘렀을까 정신계 마법 중 흑마법 세뇌 마법에 속한다는 브레인와싱(Brainwashing) 대항하던 것을 멈추더니 선생님의 동공이 서서히 풀어지기 시작했다. 브레인와싱이 흑마법에 속하는 이유는 따로 없었다. 다른 이를 조종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흑마법으로 분류 된 것이었다. 물론 백마법사도 사용 할 수 있는 공통마법이었는데 성공확률이 희박하고, 잔인한 마법이었다. 그리고 고 서클로 갈수록 성공확률은 높아지는 마법이었다. “선생님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으십시오. 제가 무슨 일을 하던 간에 선생님은 저를 무척 신뢰합니다. 또한, 저는 학교에서 가장 약한 사람입니다. 아셨습니까? 또한 방금 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기억 하려고 하면 머리에서는 고통이 생길거구요. 또한 제가 교무실 밖으로 나가면 선생님은 평소 때처럼 행동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럼 저는 나가 보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히 계십시오.” “아참, 선생님 머리가 약간 어지러우실 수 있으니 편히 쉬세요. 그럼 지금 나가겠습니다.” 쿵!! 사악하게도 선생님에게 정신계 마법인 브레인와싱으로 약간의 세뇌를 했다. 완전히 마법에 걸려 든 것인지 나의 말에 선생님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의 말이 끝나자 선생님은 멍한 상태로 나를 주시 하더니 교무실 밖으로 내가 나가자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힘없이 쓰러져 버렸다. “이봐, 이 선생, 왜 이러는가. 정신 차려 보게” 갑자기 쓰러진 우리 반 선생님 때문인지 주위에서 놀란 선생님들은 담임선생님의 몸을 흔들어 댔지만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주위의 선생님들은 급히 담임선생님을 들쳐 매고는 가까운 병원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내가 괜한 짓을 한건 아닌지 몰라. 몸에는 별 이상이 없으니까 한 며칠만 쉬시면 되겠지. 크크크” 업혀서 실려 가는 선생님을 뒤로 한 채 1층에 있는 교실로 향하며 중얼 거렸다. 점점 인성이 사악해진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기분 탓이라고 단정 지을 뿐이었다. “교실이 왜, 이렇게 먼 거야 짜증나게......” 1층으로 내려온 나는 서편제일 끝에 있는 우리 반으로 향했다. 우리 학교는 총 10반으로 되어 있고 각반에 30명 정도씩 배정 되어 있었다. 당연히 서편제일 끝이라고 하면 10반이었기에 상당히 먼 거리에 속했다. 뚜벅, 뚜벅 촤라락 ‘병신 세끼들, 왕따였을 때는 무시하더니.....’ 나의 발걸음이 조금씩 움직이자. 복도에서 이야기를 하던 수많은 학생들이 나를 기준으로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많은 학생들의 표정은 두려움과 호기심들로 가득 차있었다. 나는 그런 행동을 하는 녀석들을 보자 힘이 최고라는 생각과 녀석들의 비굴함이 눈에 걸렸다. 나의 권력 같은 힘 때문에 복도는 조용 했기에 나는 조용히 교실 앞까지 갈수 있었다. 드르륵 어느새 도착한 교실 문을 옆으로 살짝 열자 아이들의 웅성이던 소리마저 그쳐 버렸다. 하지만 복도에 있던 아이들은 교실로 들어가는 나를 보자 어느새 복도는 다시 시장바닥이 되어버렸다. 나의 귓가로 여러 말들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저 녀석이 재석이를 꺾었다며, 그것도 한방에” “그럼 일 학년 통이 바뀌는 건가?” “그렇겠지, 한방에 날려 버렸는데 그 정도는 되겠지,” “혹시, 보복 하는 거 아니야? 우리가 괴롭힌 게 하루 이틀도 아니었고......” “야, 무서운 생각 하지마, 앞으로 조용히 지내자....그게 우리가 살길이야” 대부분의 아이들은 나를 주제로 재석이 와의 싸움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나의 무위에 놀란 녀석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를 괴롭히던 녀석들은 속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녀석들도 있었다. 두리번, 교실로 들어온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자리에 앉았다. 잠깐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온 사이에 재석이 패거리들은 사라져 있었다. 아마 병원에 갔으리라는 짐작 이들뿐 더 이상 그 녀석들을 생각 하지 않았다. 학교 갔던 날에 있었던 일 선생님과의 상담(?)을 무사히 끝마치고 돌아온 나는 역시 교실에서 조용히 잠을 잤다. 오늘도 역시 잠으로 학교를 때운 나는 마지막 교시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오늘의 일진이 안 좋은지 이상한 녀석들이 막 꼬이기 시작했다. 부릉, 부르릉 빠바바바방!!!! 요란한 오토바이의 엔진소리, 나는 그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려, 근방에 있는 오토바이를 바고 나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오토바이 3대를 봤다. 녀석들은 미니트렌드 레드, 블랙, 블루를 타고 있었다. “어이, 형씨! 혹시 조제현 이라고 아시우? 우리가 급하게 찾고 있는데 말이야” “가르쳐주기 싫다면.”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입에는 담배를 하나 꼬나물고 오토 가다리(오토바리를 타고 폼을 재며)를 잡으며 피우고 있었다. “네가 조제현 이냐? 빨강색의 오토바이에서 내린 녀석이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담배를 한 손에 꼬나 쥐고선 껄렁껄렁한 자세로 다가오는 한 녀석을 보며 나는 웃음이 터져 나오려 했다. “네가 재석이를 그 지경으로 만들었냐? 앙?” 녀석의 표정이 기이할 정도로 변했다. 껄렁하는 눈동자가 시뻘겋게 핏발이 섰고,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주위에서있던 검은 색 오토바이를 탄 장발의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파란색의 짧은 머리 사내가 나에게 말을 걸었던 녀석을 호위하듯 포진해 있었다. “조용히, 따라 와라.” “그러지.” 아마 오전에 있었던 재석 구타 사건과 관련있다고 생각한 나는 군말없이 녀석들의 뒤를 따랐다. 부르릉 부릉~ 요란한 오토바이소리에 길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급히 자리를 피했다. 녀석들의 뒤를 따라 한참을 걸었을까 한 폐차장이 하나 보였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없었다. 아마 녀석들의 영향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자, 왜, 우리 막내인 재석이를 때린 것에 대한 보상은 받아야 겠지?” 체인, 요즘 사천지역에서 활동하는 폭주족 클럽으로 유명했다. 월래 사천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루프는 신흥 폭주 클럽인 체인에 의해 와해되었고 새로운 군림자로 불리고 있는 녀석들이었다. 물론, 일반 사람들과 학생들은 몰랐지만, 소문으로 조금씩 들었기에 녀석들의 정체를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저, 저놈이.....이 새끼, 죽여버려!!!” 녀석의 큰소리에 나는 군말 없이 파이팅 자세를 취한 뒤 체인이라는 패거리를 향해 달려들었고, 그 중 빨간색 오토바이에 탄 리더의 얼굴에 정통으로 주먹을 먹였다. 그 순간 나의 몸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콰아악!! “크아악!?” 패거리 중 그 옆을 고수하던 블랙의 얼굴을 처 밟으며 땅으로 착지 했다. 녀석들 어떻게 당한 것인지 영문도 모르고 비명만 질러 댔다. “이 새끼!!, 뭐야!!!” 남은 색깔 패밀리 중 파랑색이 다짜고짜 달려다는 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나의 움직임이 한발 앞서기에 녀석의 주먹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지 않을 14명의 패거리들이 쇠파이프와 강목, 오토바이 체인으로 나를 견제하기 시작해 육체적으로 대항하기에는 힘든 감이 있었다. 크아아악!!! 주먹을 피한 나는 발에 힘을 주고는 공중으로 치솟아 올라 머리로 녀석의 인중을 향해 박아 버렸다. 얼마나 강력한지 한 방 맞은 녀석은 코와 이빨을 움켜쥐며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하하하, 병쉰 세키들......” 피식 “뭘 웃어, 시방새야!! 우리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냐? 앙?” 찍 나의 발차기에 바닥과 진한 키스를 나누고 있던 리더가 정신을 차리고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까의 상처 때문인지 녀석의 침에는 선홍색의 붉은 피가 침과 섞여 나오고 있었다. “다, 씨부렸냐?” 패거리중 하나가 나의 살기에 주춤 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확실히 9서클의 마법사의 힘은 이 신진 세력이라는 체인에게도 압도적인 것이었다. “재석이를 때려 눕혔다기에 기대 했는데 기대 이상이군.......제현.......잘됐군, 그렇지 않아도 요즘 날뛴다는 녀석을 만나보고 싶었다.” 이 녀석은 나의 공격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았는지 여유 있게 나에게 말을 건 냈다. 이상하게도 태연하게 움직이는 녀석에게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녀석의 말에 눈을 부라리며 녀석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잠시후 체인의 헤드가 여유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사천고의 통은 재석이가 해야겠다.” 녀석은 나에게 말을 하면서 오토바이의 보관함 안에 있던 체인을 꺼내 들었다. “그것 때문에 여유 있었던 것이냐?” 녀석의 모습에 괜히 당황했던 나는 가소롭다는 듯이 녀석을 눈을 꼬나 봤다. 녀석은 나의 여유 만만한 표정에 눈살을 찌푸리며 나에게 번개 같이 달려들었다. 촤라랑~ 리더가 가볍게 좌우로 쭈욱! 잡아 당겼다. 그러자 갑자기 나에게 날아드는 체인을 피했지만 뱀처럼 나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그 체인은 나의 왼손에 촥 감겼고 벗어 날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체인 패밀리 들이 나의 양발과 오른손 마저 감고 나서야 나는 위험성을 실감 할 수 있었다. “지금이다. 다굴까!!! 얼른, 벗어나기 전에!!!” “와아아아아!!!” 자신들의 리더와 그 밑의 간부들이 체인으로 나의 몸을 감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자 똘마들이 연장을 고쳐 쥐고는 나에게 달려들었다. 퍽!!!!! 퍼퍼퍽!!!! 순식간에 달려드는 녀석들의 공격에 나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 큰 고통은 아니었지만 기분은 최악이었다. “어, 어떻게.....크윽!” 하지만 나에게는 마법이 있었기에 윈디 마법으로 녀석들을 뒤쪽으로 날려 보냈다. 영문도 모르게 뒤쪽으로 날아간 녀석들은 신음을 토해 낼 수밖에 없었다. 팽!! 빠각!!! 오른손과 양발의 체인을 풀고는 왼손에 남아있던 체인을 녀석이 잡고 있던 힘을 이용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기 직전에 리더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회전 시켰다. 그리고 리더의 손등을 발로 차버렸다. 엄청난 회전력과 들이대는 힘 때문에 녀석의 손목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부러져 버렸다. “크아아악!! 이 새끼 죽여 버린다.” 나에게 왼손이 부러진 것이 화가 나는지 주머니 속에 있던 나이프를 꺼내 들고는 나에게 무작정 돌격을 해왔다. 하지만 그것을 지켜보고 있을 사람이 아니었기에 나는 칼을 피해 몸을 아래로 살짝 숙여 느린 속도로 날아오는 나이프를 피했다. 그리고 윈드 에로우로 녀석의 복부와 옆구리를 가격했다. 그것은 순식간이었기에 아무도 그 광경을 볼수 없었다. "무, 무슨 일이....." 영문도 모르게 당해버린 리더의 모습에 쫄따 들은 가히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까불었군.......다시는 이 근방에서 나타 나지마라........!!!” “저 녀석이 이 저렇게 당하지 않을 텐데?” 스팟!! "크아아악!!!" 재수 없게 나에게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하는 녀석의 손가락을 뒤로 꺾어 버렸다. 그리고 복부를 차 버렸다. 그러자 엄청난 비명을 지르며 저 멀리 널브러지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다시는 이딴 일로 나에게 찾아 오지마라. 그리고 나에게 다시 한 번 눈에 뛰면 그땐.....죽여 버리겠다!!!!” 마지막으로 뒤쪽에 윈드를 맞고 튕겨 나간 녀석들이 보는 앞에서 살기를 일으켜 목을 긋는 흉내를 냈다. 그 모습을 본 녀석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개 거품을 물고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다. “자아, 이제 집으로 가볼까” 폭주족을 따라 들어 왔던 폐차장을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와 아까의 일을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왔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냉수를 한 컵 마시고는 옆에 있는 달력을 봤다. 달력을 보니 내일은 놀 토였고, 그 다음날은 일요일 이었다. 환상적인 날짜를 보며 나의 입가에는 미소가 어렸다. 사기에 분노하다. “히히히, 며칠 동안은 학교 걱정 안 해도 되겠네. 할 짓도 없으니 접속이나 해야겠다.” 컴퓨터가 나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했다. 하지만 셀리온 월드의 갑작스런 패치가 있었기에 1분가량 기다린 후에야 패치가 완성되었고 곧 진입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시야가 검었게 변하며 나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그리고........갑자기 펼쳐지는 영상........ 상당히 넓은 숲이 펼쳐지고 발끝이 나무의 꼭대기를 스쳐지나갔다. 마법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움직임.......그리고 투명 할 정도로 맑고 넓은 하늘 하지만 숲을 지나 그 앞에 보이는 것은 참 옥한 모습이었다. 갑자기 스쳐 지나가는 생각과 목소리. “이것이 네가 원하던 일인가?” 누군가가 나에게 물어 왔다. 아니, 들려 왔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이 아름다운 곳이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고 하늘이 검었게 변했다. 하늘을 뚫고 날아드는 운석과 끝없이 펼쳐지는 살육도......그 끝은 검은 날개를 가진 인간과 하얀 날개를 가진 인간, 그리고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도마뱀들.......그리고 평범한 병장기를 움켜쥔 채 두려움을 무릅쓰며 적을 베는 인간들........모두의 자멸이었다. 펑!!!! 퍼버벙!!!! 콰아앙!!!! 하늘에서는 운석의 소나기와 드래곤들의 브레스가 작열했고 지상에서는 마족들과 천사들 인간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무리는 대륙을 지키려는 자들이, 한 무리는 중제하려는 자들이, 한 무리는 침략하려는 자들이, 한 무리는 그것을 저지하려는 자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먹고 먹히는 전쟁 속에 한 남자만이 유유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서서히 그 사내의 모습이 나타났지만 그의 얼굴은 흐릿했다. 그리고 입이 벌어지더니 무감각한 말이 튀어 나왔다. “신은.......인간을.......버렸다.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할뿐......” 그 말을 끝으로 사내의 양손에서는 알 수 없는 미증유의 기운이 펼쳐지더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를 덮치기 시작했다. 그 영상을 끝으로 나의 몸은 강렬한 쇼크를 받은 것인지 크게 들썩이는 느낌이 들더니 서서히 정신이 돌아 오기 시작했다. “..........!!!” 번쩍, 하며 나의 눈이 떠졌다. 하지만 주위의 영상은 로그인에 필요한 아이뒤와 패스워드가 있는 화면이었다. “하하하, 그게 꿈? 고작 3분? 어이없군.......로그인” 웃기지도 않는 현상에 코웃음을 치고는 로그인했다. 다시 시야가 검어지며 정상적으로 로그인 되었다. * * * “xxx 팔아요~~” “xx 삽니다. 급구요” 접속하자마자 여기저기서 사고파는 소리가 들려 왔다. 하지만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니 대부분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검정색의 로브를 입고 있었고 후드까지 쓰고 있었다. 지금 나의 모습이 저들의 모습과 같았다. 동영상의 영향 인 듯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널려 있었다. 그런 옷을 안 입은 사람들은 바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검은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띠링, 운영자님의 호출이 있습니다. 응하시겠습니까? yes / no] “yes” 나의 귀에 기계적인 소리가 들렸다. 운영자가 호출한 것이었는데. 아마 동영상 때문인 듯 했다. 나는 생각 할 것 없이 동의를 표하자 나의 주위의 환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주위는 아담한 집안에 테이블 하나와 두 개의 의자가 마주보며 있는 모습이 들어 왔다. 또한, 한 의자에 앉아 있는 운영자인 것으로 보이는 여자가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GM프레이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동의를 구하지 않고 TV에 방영 한 것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바쁘신데 이렇게 시간의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예“ 게임마스터라는 녀석의 입에서 기름칠 한 것인지 혀가 자연스럽게 굴러 가기 시작했다. 지금 나의 기분은 최악이었다. 아침의 동영상이 생각나니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뜸들이지 말고 용건이나 말하시죠.” “하하, 그렇게 경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회원님에게는 불이익이 가지 않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어제 있었던 이벤트에서 동영상을 찍고 방영 한 것을 아시리라 믿겠습니다.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못 한 점 지금 사과드립니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보상을 하려고 하는데 혹시 원하시는 게 있으시면 말하십시오. 아, 스킬 같은 것과 전투력 같은 것은 올려 드리지 못하는 점 을 알아 두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작자의 말을 들으니 더 화가 나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때리고 싶어진다고 할까 화를 꾹 참으며 곰곰이 생각했다. 나의 고민 하는 모습에 GM프레이는 자리를 비켜 줬고 10분 뒤에 다시 이곳으로 왔다. “결정 하셨습니까?” “네, 솔직히 저는 게임의 아이템은 필요 없습니다. 모든 드래곤이나 마족이 있는 곳만 가르쳐 주면 좋겠는 데요?” “흐음, 그건 조금 무리 일 것이리라고 생각 합니다. 드래곤에 관해 숨겨진 퀘스트가 있기 때문에 가르쳐 드리기 힘들군요. 그리고 마족에 관한 에피소드 역시 있기에.......다른 것을 하심이?” “아, 그럼 없었던 걸로 하고 신고 들어가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나는 손까지 흔들어가며 진짜 간다는 듯 한 눈빛으로 녀석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녀석은 졌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후~ 블랙 드래곤을 잡으신 것은 저희 측에도 알고 있습니다. 머 석연치 안게 잡은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데.....전부는 가르쳐 드릴 수 없고 일부만 가르쳐 드리죠.” 녀석이 내민 양피지에는 블랙을 제외한 블루, 레드, 그린의 위치만이 나와 있었다. 하지만 이정도도 귀중한 정보였기에 아침에 있었던 사건에 대한 화는 조금 누그러들었다. 받아든 양피지는 조심스럽게 아이템 창에 챙겨 넣었다. “제가 원하는 것을 받았으니 더 이상 동영상에 대해서는 언급 하지 않겠습니다.” “하하!!, 유저님이 원하시는 것을 얻었으니 얼마나 잘사는지 보겠습니다. 그럼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로 만나지 말았으면 합니다. 유저님, GM프레이를 이용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동 해드리겠습니다.” “아, 잠깐만요. 저도 할 말은 하고 가야겠네요. 꼭 이 말은 안하려고 했는데.......” 나는 녀석의 긴말을 들으며 화를 꾹 참으며 웃는 얼굴로 워프 시키려던 놈을 제지 시켰다. 나의 모습에 궁금증을 풀기 위해 나의 말을 듣고 있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의 모든 것이 다 좋은데....... 그 입 좀 어떻게 고쳐보세요. 당신의 그 말투 하나하나가 재수 만 빵으로 없어요. 왼지 모르게 당신의 말투를 들으면 화가 납니다. 지금도 한 대 치고 싶지만 꾹 참고 있으니 현실에서 만나면 저를 피하십시오. 다칠지도 모르니…….그럼 이동 시켜 주십시오.” “이, 이이, 후우~. 워프” "빠이, 빠이“ “이익, 나중에 두고 보자!!!” 이 녀석의 얼굴이 붉어지고 터지기 일보직전에 심호흡을 하더니 나를 워프 시켰다. 나는 웃으며 손까지 흔들어 댔다. 뒤이어 녀석의 소리가 들려 왔지만 무시하고는 눈을 감아 버렸다. 주위에서는 아까 와 같이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 왔다. 계속해서 나의 시야 하단에서 깜박이는 퀘스트 완료 창을 꺼 버린 후 남쪽에 있는 퀘스트를 준 노인을 찾아 걸어갔다. 노인은 내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지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할아버지, 홍옥 가지고 왔습니다. 자 여기” “고맙네, 드디어 눈을 뜨게 되었어. 그럼 보상은 해주어야지. 잠시만 기다리게 이것부터 먹고 나서 보상해줌세” 나는 장님의 할아버지에게 홍옥을 주었다. 그것을 받은 할아버지는 실글 벙글 웃으며 한입에 그것을 삼키더니 온몸에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빛이 사라지자 할아버지는 온데간데없고 붉은 빛과 검은 빛이 띠는 머리의 건장한 청년이 서있었다. 또 이상 한 점은 눈 또한 붉다는 점이었다. “크크크, 어리석은 인간이여, 드래곤의 눈물은 잘 받았다.” 나의 귓전을 때리는 소리를 듣고 나는 속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의 온몸은 나 화났다는 것을 표출하는 것인지 살기가 들끓기 시작했다. “크크킄, 보상은 받아야 겠지? 워프” 봉사 노인, 아니 이제는 나의 적이라고 불러야할 존재가 워프를 시전해 그 자리에서 나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이상한 점은 위프 마법의 빛이 빨간색이 아니라 붉은 보라색이었다는 점이었다. 사기에 분노하다. 휘이잉~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들판위에 마주 보고 있는 두 명의 사내의 머리를 살짝 건드리고 지나갔다. 그 싸늘한 바람에 두 명의 사람들은 살짝 몸을 떨었다. 또한, 높게 솟은 산을 뒤로 한 채 두 명의 남자가 마주보며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한 명의 남자는 검은 핏빛처럼 검붉은 빨간 머리를 하고 있었고 다른 한명은 칠흑마저 덮어 버릴 듯한 검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띠링, 퀘스트 상급마족 디오를 처치하라!!!] 블랙 드래곤을 죽여 용의눈물을 흡수한 상급마족 디오를 퇴치하라 죽인 증거로 마의 심장을 회수 한 후 북쪽 끝에 있는 드워프 마을에 찾아 가시오. 보상 : 무기 업그레이드 검붉은 머리와 대치중인 사람은 바로 나, 스텔스였다. 용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것을 섭취한 노인은 알고 보니 중급 마족이었던 녀석이었다. 하지만 용의 심장을 섭취 한 후 상급 마족으로 등극 할 수 있었다. “이제, 시작 할까? 이만큼 기다려 줬으면 나도 많이 참은 거라고 용의눈물을 구해 준건 고맙지만 이제 죽어야 갰어, 크크크, 새로운 힘도 실험 해봐야 하겠고 말이야” 번쩍 파앗!!! 캉!!! 디오는 말을 마치자마자, 나에게 손을 내밀며 달려들었다. 그리고 손가락하나하나에서 붉은 색의 강기 같은 것이 어리더니 곳 외부로 표출 되고 있었다. 블러드 네일, 마족이라면 누구나 쓸수 있는 기술이지만 등급에 따라서 그 위력은 천지 차이였다. 달려드는 디오를 보고나서 나는 살짝 몸을 숙여 로브 안에 있던 현자의 지팡이를 꺼내 들어 녀석이 휘두르는 블러드 네일을 가로 막았다. 찌익!!! 나의 지팡이가 녀석의 블러드 네일을 가로막자 디오는 공중으로 회전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닌지 발을 살짝 퉁구며 나의 옆으로 이동해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베기, 하지만 단순한 것이 아닌지 독 같은 것이 블러드 네일에서 뿜어져 나왔다. “리얼 배리어(Real Barrier)!!!” 치이이익!!!! 녀석의 순간적인 공격에도 당황하지 않고 무속성의 리얼 배리어를 사용했다. 무 속성답게 모든 속성을 막을 수 있다는 이점은 있었지만 방어력이 약했기에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었다. 얼마나 독한 산성의 독인지 배리어가 타는 냄새가 나에게 전해지는 듯했다. “언제까지 방어만 할 생각이냐!! 제대로 해라, 나를 무시하는 것이냐?” 디오는 나에게 말을 걸면서도 공격을 멈출 줄 몰랐다. 엄청난 움직임, 상급마족이라고는 및기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예전에도 싸워 본적이 있는 상급마족임에도 그 전투력과 경험차이는 천지 차이였다. 캉!!!! “화염을.......가르는.......한줄기 힘이여, 내 손에 모여.......모든 적을 없애라, 익스플로전(Explosion)” 나는 디오의 공격을 피하며 무빙 캐스팅을 했다. 웬만한 집중력과 정신력이 없다면 사용 할 수 없는 기술이었다. 용언을 사용해도 되지만 아직 익숙하지도 않고 심력이 많이 소모되기에 함부로 남발 할 수 없는 기술이었다. 쾅, 콰과과과쾅!!!! “무, 무빙 캐스팅!!! 어떻게 인간 따위가!” 디오는 나의 무빙 캐스팅에 당황해 익스플로전을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6서클의 마법답게 화려한 이팩트와 파괴력으로 디오의 몸은 너덜너덜 해졌다. 터진 복부에서는 내부 장기가 쏟아져 나왔고 그 곳에서는 새하얀 김과 함께 타는 냄새가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다. “너무 싱거운 거 아닌가? 마족씨?” 나는 시체가 되어버린 디오의 시체를 보며 발로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꿈틀거림도 없는 디오의 모습에 나는 이겼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미 시체가 되어버린 녀석을 흡수 할수 없었기에 몸을 돌려 이동했다. “크크크, 어딜 가시나? 용의 눈물, 정말 좋군......엄청난 회복력이야.” 바람에 몸을 맞기며 걸음을 옮기고 있던 나의 몸에 엄청난 기운이 나를 감싸더니 나를 속박 해버렸다. 그리고 들리는 디오의 목소리에 나는 순간 몸을 떨었다. “흥, 이게.....드래곤을.....잡은 힘인가?” 파아아앗!!! 녀석의 눈에서 엄청난 살기가 나에게 쏘아져 나왔다. 분명 몸이 터져 죽은 놈이 멀쩡히 살아 나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육체 따위는 의미가 없다. 용의 눈물, 즉, 드래곤의 피가 응고 되어 생기는 물건........이것이 없어지지 않는한 나는 불사다. 멍청한 인간!!!!” 슈각!!! 디오는 천천히 나에게 걸음을 옴기며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손가락에서 미약한 기운이 어리더니 순식간에 신형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나의 눈앞에 나타나며 나에게 블러드 내일을 내려 그었다. 퍽!!!! 잠시동안의 정적과 함께 나의 복부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터져 나갔다. 그리고 하늘로 튀어 오르는 피가 나의 시야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이게, 네 힘?” 탁!!! 나의 신형이 앞으로 기울자 디오는 손을 뻗어 나의 목을 움켜쥐며 하늘로 들어 올렸다. “이제 죽음을 기다리라고!!!! 그 정도 시간은 선사해주지.” 때구르르르 디오는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나의 몸을 멀리 내팽겨 쳤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마 허파 쪽에 상처를 입은 듯 나의 숨을 헐떡이고 있을 뿐이었다. 땅으로 쓰러진 나의 복부에서 피가 쏟아져 나와 땅을 적시고 있었다. ‘나의 마나여, 죽어가고 있는 자에게 희망을, 살아있는 자에게 평온을, 다친 자의 몸을 모두 회복 시켜 주소서, 리커버리(Ricovery)’ 나는 없어져가는 의식을 붙잡으며 속으로 회복마법을 캐스팅했다. 그리자 서서히 나의 몸은 아물어 갔고, 의식은 뚜렷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드디어 몸에서 활력이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나의 몸은 완전히 회복 되어있었다. “크하하하!! 회복한다고 달라질게 어디 있겠나? 용의 눈물을 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순식간에 죽여주지......” “훗,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 버렸군.......능력부여, 스텔스 올(ALL)" 나는 디오의 말에 살짝 코웃음을 치고는 조용히 능력부여를 했다. 지금 상태로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했기에 모든 힘을 부여했다. 전투력 차이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했기에 한 행동이었다. “2차전.......시작 해볼까? 하앗!!!!” 나의 신형이 디오를 향해 움직였다. 순간 나의 기세에 놀란 디오는 움직일줄 모르고 있었다. 사기에 분노하다. 나의 신형이 순간적으로 녀석의 허점인 복부 쪽으로 파고들었다. 나의 투기에 옴싹달싹 하지 못하던 녀석은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복부에 마나를 불어 넣어 방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까운 거리였기에 플라즈마 볼(Plazma Ball)의 위력으로 복부가 다시 터져 나가 버렸다. “크킄, 이런 타격으로는 나를 죽일 수 없다고 했을 텐데? 인간?” 디오는 복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가 다시 하늘로 솟아오르며 자신의 복부를 향해 날아와 합체(?)를 하고 있었다. 완전히 나아버린 자신의 배를 한번 쓰다듬고는 살기어린 말로 나에게 말했다. “보통의 마법적인 타격으로는 무리인가?” 녀석은 비웃음에 가득 찬 표정으로 나에게 손톱을 휘두르고 있었다. 점점 지쳐가는 나의 체력과는 반대로 녀석은 아직도 쌩쌩함을 보여 주고 있었다. 나는 저번의 패널티로 인해 이제 몇 개 남아 있지 않는 신성마법중 하나를 사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혹시라도 신성나마법이 통할까 해서였다. “허억, 허억, 그럼 이 속성은 어떠냐!!!! 홀리 블레스터(Holley Blaster)” 나는 숨을 헐떡이며 홀리 블레스터를 사용했다. 신성한 기운이 주위에서 생겨나더니 빠른 속도로 디오를 향해 날아갔다. 쾅!!!! 엄청난 기운이 디오의 몸을 덮쳤다. 신성한 기운에 디오는 옆으로 피하려 했지만 사방에서 느껴지는 신성력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거만한 표정을 짓던 녀석이 갑자기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신성력에 대항했다. “크으윽!!, 네 녀석 따위에게 쓰러질 줄 아느냐!!!!” 신성력에 대항하던 녀석의 몸에서 기이한 연기가 일어나더니 서서히 녹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전 포고 인양 엄청난 기합소리를 내며 어둠의 기운을 사방으로 뿌리며 대항하고 있었다. “크으으윽!!!” 녀석은 신음을 흘리더니 어둠을 기운을 자신의 전신으로 퍼트렸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그 기운을 몸 곳곳 세포 하나하나까지 보내듯이 자신의 온몸을 어둠으로 감싸고 있었다. 뿌드득, 파아아앗!!! 갑자기 녀석의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당황하며 뒤로 살짝 물러섰다. 어둠의 기운이 디오의 몸에서 빠져 나오자 녀석의 몸이 변하기 시작 한 것이었다. 등 뒤에서는 검은색의 날개가 생겨났고 이마 쪽에서는 거대한 한 쌍의 뿔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캬캬캬캬, 인간한테 나의 본 모습을 보여 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인간, 영광으로 알아라!!” 완벽한 마족으로 변신한 녀석은 가볍게 손을 좌우로 흔들며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끝맺기 전에 검은색의 구가 나에게로 덮쳐 왔다. 녀석의 손가락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색의 마나 덩어리는 작은 구슬 조각 같은 크기로 다시 나누어지더니 나의 퇴로를 차단하며 공격을 감행했다. “오라, 변치 않는 어둠이여 영원의 결계를 만들어 나를 보호하라. 다크 배리어(Dark Barrier)” 콰과과쾅!!! 디오 녀석이 어둠속성의 공격을 해올 줄 알고 미리 조금씩 캐스팅을 해 놨기에 녀석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엄청난 공격 때문인지 배리어가 약간씩 깨진 모습이 보였다. “칫, 인간따위에게 나의 기술이 막히다니, 치욕이군......죽여 버리겠다!!!!” 펄럭. 팍 거대한 날개를 움직이며 순식간에 공중에서 날아와 나에게 블러드 네일을 휘둘렀다. 간신히 녀석의 신형을 본 나는 현자의 지팡으로 막았지만 힘의 차이 때문에 지팡이는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마지막이다, 각오해라 인간!!!!” 녀석의 말에 나는 살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박력과 강력한 카리스마에 움찔 한 나는 순간 죽음을 예상했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나는 최고의 마법을 준비했다. “어둠의 정령, 소환......정령마법 오의(奧義) 다크퍼니쉬 먼트........어둠의 계약에 따라 나를 따르라,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고독, 빛의 달을 찌르는 어둠의 빙하가 되어, 빛과 살아있는 나의 적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어둠의 징벌!!! 다크 퍼니쉬먼트 (Dark Punishment)” 점점 다가오는 녀석의 모습에 초조한 감도 있었지만 호연지기(浩然之氣) 즉, 마음을 가다듬자 녀석의 움직임이 한없이 느리게 느껴졌다. 정령을 소환해 정령마법 최종 오의를 사용했다. 물론 정령과의 이중 영창 마법이었다. 고요하게 울리는 나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졌고 거대한 마나가 나와 정령을 감싸더니 기이한 마법진이 공중높이에서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둠의 기운과 차가운 얼음의 기운이 모여 들더니 점점 그 크기를 불려 가고 있었다. 또한, 주위의 먼지하며, 공기까지 빨아들이더니 그 크기가 엄청나게 커져 버렸다. “잘 가라, 인간!!!!" 휘이익!!! “그건 안 되지, 마족, 그 말은 내가 하고 싶다. 잘 가라, 마족이여!!!!” 구구구구구구!!!!!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녀석의 손에서 검은 빛이 어리더니 블러드 네일에서 검은색의 강기가 덫 씌워 졌다. 그것은 상급 마족부터 사용 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그 기술은 드래곤이라도 무시 할 수 없는 근접전과 원거리에서 모두 사용 할 수 있는 마족들의 비기였다. 하지만 그것에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기에 지금까지 모아온 기운을 녀석에서 쏘아 보냈다. 거대한 구가 움직이자 기이한 소리가 났지만 엄청난 파괴력의 상징임을 알 수 있었다. 찌이이익!!! 공간을 찢어발기는 어둠의 기운과 어둠의 기운이 맞부딪히며 요란한 굉음을 터뜨렸다. 갑작스럽게 모은 녀석의 기운과 약간이나마 더 오래 키운 나의 기운과 부딪히자 녀석의 강철 같던 손톱이 깨지며 녀석의 몸은 하늘로 다시 비상했다. 그리고 점점 얼어가는 녀석의 날개.......그리고 몸 뚱 아리가 녀석의 패배를 보여 주고 있었다. 하지만 녀석의 마지막 공격에 왼팔이 날아 가버린 나는 점점 마나가 고갈되어 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바......바보 같은.....키아아악!!!!!” 녀석은 알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땅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얼어붙은 날개와 몸 뚱 아리는 산산 조각나며 하늘에서 우박이 내리듯 다른 방향으로 퍼져 나갔다. 녀석의 몸에서는 피한방울도 용납하지 않는 다는 듯이 전부 얼어붙어 버렸고 유일하게 얼굴만이 얼어붙지 않았다. “이......인간한테.......쿨럭.” 땅으로 떨어진 녀석은 미약하게나마 생명력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보며 치유해줄 사람이 아닌 나는 조용히 잘린 왼팔을 한번 보고는 녀석의 정보를 불어 냈다. “프로필....뷰” [프로필] 이름 : 디오 카트라지 전투력 : 150000(%2B100000) 스킬 : 마족 편 - 계약, 블러드 네일, 현신, 마안, 마언, 5서클 흑마법, 마기컨트롤 “%2B10만? 휘유~ 엄청 강 하구만.......능력흡수!” [띠링, 실패하였습니다. 패널티가 적용됩니다.] 나는 녀석의 프로필을 확인한 후 곧바로 능력흡수를 선택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실패의 소리......역시 쉽게 얻는 능력은 쉽게 잃어버리는 법인지 저번의 신성마법도 반이나 날려 버렸기에 이번에는 무엇이 없어질지 불안했다. “또....실패? 젠장, 뽑기운 진짜 없군.,.....능력흡수!!!” [띠링, 실패하였습니다. 패널티가 적용됩니다.] “또 실패?” 나는 용기를 내어 다시 시도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포기할까도 했지만 계속되는 실패에 오기가 생겨 다시 한 번 도전하기로 했다. 아니, 포기 하려 했지만 디오 녀석의 말에 포기 할 수가 없었다. “쿨럭......크크크..윽, 먼가.....되는 일이 없는가 보지?.......크크크크. 병신” “닥쳐라!!! 죽어 가는 놈이!!! 능력흡수!!!!!” [띠링, 능력흡수에 성공하였습니다.] 녀석의 말에 나는 순간 울컥하는 마음에 정신도 집중하지 않고 능력흡수를 외쳐 버렸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성공해버렸기에 허탈해 할뿐 더 이상 어떠한 움직임도 할수 없었다. 푸쉬시시시시시 마족의 몸에서 검은 빛의 마나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빠져 나오는 마나 량에 따라 마족의 몸 또한 점점 소멸해 갔다. 한줌의 마나까지 다나온 것인지 더 이상 검은 빛의 마나는 나오지 않았다. 모두 빠져 나온 마나들은 그 자리에서 하나로 뭉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둥그런 모양으로 합쳐지기 시작했고 완전히 동그래졌을 때 나의 심장을 향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왼팔에서 계속 뿜어져 나오는 혈액 때문에 정신이 가물가물 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치료.....부터다.....윽!!” 털썩, 정신을 지탱해주던 긴장감이 사라지자 나의 몸은 자연히 앞으로 숙여 졌다. 그리고 옆에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던 어둠의 정령의 몸이 점점 흐릿해지더니 사라져 버렸다. 회복.....그리고 드워프 마을로 “으으으......살아...있는 건가......!?” 미약하게 숨만 쉬고 있던 몸이 조금씩 꿈틀거리더니 이제는 의식이 점점 돌아 왔다. 장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은 것인지 몸 구석구석이 쑤셔 왔고 목소리 또한 갈라지는 듯한, 목소리였다. “하......한쪽, 팔이 없다!?” 나는 몸을 일으키기 위해 양손으로 땅을 짚으려 했지만 왼팔에서 느껴지는 허전함에 고개를 돌려 봤다. 하지만 그곳은 바람만이 통하는 통로인지 로브의 소매가 펄럭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아아악!!! 빌어먹을!!!!" 허전한 왼팔을 보자 살기가 마구 들끓었지만 몸의 마나가 나의 의지대로 움직여 주지 않자 신음을 토해 내며 멍하니 몸을 일으켰다. 휘이잉!! 한차례 바람이 불어오자 뚫린 왼팔에서 느껴지는 바람 때문에 몸을 한번 움츠리고는 주위를 둘러 봤다. 주위의 환경은 말 그대로 초토화!, 초토화라는 말도 부끄러울 정도로 주위에는 전쟁이 일어 난 듯이 구멍이 여기저기 뚫려 있었고 얼음과 피가 흩어져 있었다. “저건......” 마지막으로 마족과 함께 있었던 곳에서 이상한 빛을 내뿜는 구슬 같은 것이 하나 보였다. 아기 주먹만 한 구슬 덩어리가 미약한 빛을 내뿜으며 땅속에 박혀 있었다. 나는 그곳으로 다가가 구슬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문구하나..... 마의 심장...퀘스트에 필요한 재료였다. 그것을 챙겨 든 후 나는 왼쪽어깨를 감싸며 전사의 도시로 향했다. * * * “헉, 헉.....몬스터 까지 나를 병신 취급 하는 건가?” 꾸웨에에엑!!! 나는 숨을 몰아쉬며 쓰라린 왼쪽 어깨를 쓰다듬었다. 깔끔하게 잘려 나간 팔덕분에 더 이상의 고통은 없었지만 허전했다. 물론 신전에 들려서 치료를 한다면 다시 재생 될 수 있을 테지만 우선은 죽지 않고 전사의 도시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계속 달려드는 몬스터들로 인해 걸음의 속도는 현저히 줄어들었고 마나는 점점 고갈 되어 가고 있었다. 스스스스스 초윈 위에서 느껴지는 바람이 풀을 살랑 거리며 나의 귀를 즐겁게 했다. 하지만 몬스터들의 계속된 공격에 지친 나는 이 소리마저 나의 체력을 고갈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이글이글 하늘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태양이 나에게 환상을 보여 주는 것인지 앞에는 4명 정도의 인간이 보였다. “젠장, 여기에 몬스터는 왜 이렇게 센 거야? 길 잘못 찾은 거 아니야?” “글세....잘못 온건 아닌데.....여기쯤이 맞을 텐데.....어?” 나는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말소리에 간신히 정신을 붙잡을 수 있었다. 여자, 두 명에 남자 두 명이었다. 전형적인 마법사 하나, 성직자 하나에 전사계열의 사람 두 명 이었다. 여자는 무엇이 불만인지 계속 투덜거리고 있었고, 옆에서 답변하는 남자는 무엇이 난처한지 뒷머리를 글 적이더니 나를 발견하고는 나에게 뛰어 왔다. “어? 저번에 만나셨던 그.....스텔스? 아.....어쩌다가......” 저번에 만났던 루커스라는 작자였다. 그 녀석은 나의 얼굴을 확인하자 친근하게 나의 안부를 물었지만 왼팔이 허전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나에게 자초지정을 물었지만 갑자기 앞으로 쓰러지는 나를 보자 급히 나를 안아 들었다. “이...이봐요. 스텔스님? 스텔스.......” 점점 흐릿해지는 정신 속에 녀석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쏟아지는 잠속에 나는 정신의 끈을 놓아버렸다. * * * 사아아아아아!!!! 주위의 어둠의 공간......대기를 들끓는 마기.....그 힘의 중심에는 한 소년이 서있었다. “여....여긴, 어디!?” 젖살이 막 빠질 듯한 15~17세 정도의 소년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 홀로 놓여 있었다. 크르르릉 갑자기 어두운 공간 안에서 동물의 소리가 들려왔다. 점점 가까이 들리는 야수의 소리에 놀란 소년은 뒷걸음질 치며 빠르게 이동했다. 하지만 그 속도를 높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야수의 소리에 소년은 무작정 뛰고 또 뛰었다. 푸른 달빛아래.....죽음의 춤이 시작된다.....시간의 윤회.....재생을 위한 끝...너의 존재는 공포를 낳고...죽음과 공포라 불리는 순간...세상은 종언을 맞이한다. 이계의 힘과 이질적인 자여........공포로 침식하는 순간.....이 싸움의 종지부는 찍힐 것이다......... 소년의 뒤에서 들리는 알 수 없는 말과 언어에 잠시 걸음을 멈추자 기이한 언어는 점점 희미해지며 사라져갔다. 그리고 그 심연의 어둠속에서 미약한 빛이 일더니 소년의 몸을 뒤 감싸고 어둠의 공간에서 사라졌다. 뒤에서 들려오는 이 한마디를 못들은 채....... 이계의 절대자..... 회복.....그리고 드워프 마을로 “으음......” “정신이 드는가?” 어둠의 나락 속에 있던 나는 점점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인자한 목소리하나가 들려왔다. “신.....전? 누가 나를......” “아. 어떤 젊은 처자가 너를 대려 왔지...허허허, 다음에 만나면 아는 채라도 하자더군......” 늙은 신관이 나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을 해줬다. 하지만 뒤에 들리는 말소리에 약간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 여자가 나에게 도움을 줬다는 점을 생각하니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아픈 것은 아픈거고....계산은 해야겠지? 왼팔 재생 2백골드....숙박비....30실버 되겠네.....자” 나는 친절하던 신관이 인상을 바꾸고 돈을 요구하자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어쩌랴? 기껏해야 프로그램으로 된 NPC인 것을 어쩌겠는가? 그냥 돈을 내고 더러운 신전에서 나왔다. “하.....언제 드워프의 숲으로 가냐?.....그쪽은 워프게이트가 없는데.......우선 전사의 도시에서 벗어나 봐야겠다.” 막상 신전을 나오고 나니 드워프의 숲까지 갈 것이 걱정되었다. 그곳은 워프게이트가 없어서.....순수 도보나 마차 같은 이동수단으로 이동해야했다. 워낙 고렙의 사냥터라서 가는 사람들도 적었고 별로 알려지지 않은 숲이었다. 물론 경험치는 짭짤했지만 잘 가지 않는 곳 중 하나였다. 터덜, 터덜 전사의 도시에서 나와 조용히 도둑의 도시로 향했다. 저번에 가본적이 있었기에 길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잦은 몬스터들의 기습이 있었지만 간단하게 손을 휘둘러 죽여 버리고는 가던 길을 계속 재촉 할뿐이었다. 나는 황량한 벌판을 걸어가는 것에 지루함을 느끼고 입에서는 하품만이 연신 터져 나왔다. “그냥......가지 말까?? 별로 필요도 없는데.......” 끼아아악 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하늘에서는 와이번 무리가 먹이를 찾는 것인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푸른 하늘을 해맨 끝에 와이번은 나의 위치를 파악하고는 무서운 속도로 나에게 수직낙하를 해왔다. 키에에에에!!! 피융~ 엄청난 숫자의 와이번이 한꺼번에 수직 낙하 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고 말 할수 있었다. 서로가 배가 고픈지 나에게 달려드는 와이번이 아주 많았다. 그것 때문에 나는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와이번을 간발의 차이로 피해 낼 수 있었다. 머리위에서 느껴지는 풍압만이 와이번의 입속으로 들어 갈뿐 나의 몸은 아무이상이 없었다. “저놈은....붉은색의 와이번은.......보스?” 보통 와이번과는 다르게 몸집이 크고 색깔까지 검붉은 색의 와이번이 나에게로 수직낙하를 해왔다. 공중에서 자신의 날개를 퍼덕여 회전까지 더하자 총알처럼 나에게 회전하며 날아 왔다.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지듯 긴 잔영이 퍼지며 불꽃같은 느낌이 들자 약간의 위압감이 생겨났다. 사!!!!!! 거대한 와이번의 몸체가 나의 몸을 살짝 스쳐 지나가자 거대한 풍압이 나의 몸을 훝고 지나갔다. 풍압의 영향인지 나의 몸에서는 약간의 피가 배어나왔다. 그만큼 보스 몬스터의 공격방식은 지능적이라고 할만 했다. 치고 빠질 필요 없이 지나가기만 했을 뿐인데, 이정도의 타격이라면 몬스터들 중의 최강이라고 할 만한 몬스터였다. “하지만.......너는 상대를 잘못 만났다!!! 윈드 토네이도(Wind Tornado)” 스산한 살기를 살짝 내비치고는 윈드 토네이도를 사용했다. 하늘에서는 바람의 흐름이 갑자기 변하더니 와이번의 날개 짓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기류가 조금씩 반응해 토네이도를 만들어 낸 것이었다. 와이번들의 날개 짓이 소용이 없는지 기류의 탓인지는 몰라도 한두 마리씩 땅으로 곤두박질치며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쿵!!!! 수많은 와이번들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떨어져 내렸다. 떨어져 내린 녀석들은 내부 장기와 머리가 터져 죽어버리는 것이 대반사였다. 하지만 보스 몬스터는 보스 몬스터인지 하늘에서 유유히 토내이도의 기류를 피해 하늘에서 이리 저리 질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동족들이 땅으로 떨어져 죽는 모습을 보고는 눈에서 불이라도 난 듯이 살기를 내뿜으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하하, 그거 가지고 나를 죽일수 있다고 생각해?? 블링크(Blink)” 번 번히 나에게 공격을 해오는 녀석을 약 올리기라도 할 듯이 나는 블링크로 이리저리 도망을 다녔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하면 재미가 없듯이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키키키, 재밋겟다.” 순간적으로 기발한 생각이 나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거대한 검붉은 색의 와이번을 향해 마법하나를 펼쳤다. “우주의 힘이여,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여, 모든 만물을 짓누르는 미지의 힘이여 나의 앞에 있는 모든 적들에게 견딜 수 없는 짐을 주소서....그래비티(Gravity)” 휘우우웅 “플로우트(Float)” 8서클의 중력마법에 힘을 이기 못한 와이번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지상에 닿을 때쯤에 부유마법인 플오우트를 사용했다. 이 플로우트는 물속에 잠긴 것을 띄우거나 어떤 물채를 공중으로 띄우는 마법이다. 간단한 마법이지만 마나를 잘 컨트롤 하지 못하면 잘 실패하는 마법 중 하나였다. 찌지직 나의 마법에 꼼짝하지 못하고 공중으로 서서히 뜨고 있는 와이번이 나의 마법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악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세 개 발부등치는 지 근육이 끊어지는 소리 까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의 눈을 봐라, 챰 퍼슨(Charm Person)” 키르르르르 “너는 나에게 친근감을 갖는다. 나는 너의 주인이다. 다시 한 번 말한다. 나는 너의 주인 너는 나의 종” 끼룩, 끼룩 나의 챰 퍼슨 마법에 대항하던 녀석도 두 번 이상으로 펼치니 고분고분 나의 말에 기분 좋게 애교(?)를 떨고 있었다. 툭 튀어 나온 주둥이로 나의 얼굴을 비비는 모습이참 어찌나 귀여운(?)지 확 패주고 싶었다. 주위에 보는 사람이 있다면 산채로 머리를 잡아먹히는 모습이 연출 되는 상황이었다. “자, 가자 도둑의 도시를 지나, 드워프의 숲으로!!! 와이번, 발진!!” 키에에에에~~!!!! 나는 간단히 근육이 파열된 곳을 치료 해주고 하늘을 날것을 명령했다. 나의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린 듯이 날개를 힘차게 펄럭이며 붉은 태양이 떠있는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회복.....그리고 드워프 마을로 와이번을 타고 한참 바람을 가르고 하늘을 날아가니 도둑의 도시 로엔이 나의 눈앞에 보였다. 거대한 도시에 걸맞게 도둑의 도시는 크고 웅장했다. 그리고 야경 또한 멋있었기에 나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물론 도둑의 도시만 밤이라는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지만...밑에서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들어 레드 와이번을 처다 보고 있었다. “헉, 저거 레드 와이번? 이곳에 나타날 리가 없는데?” 딱 “저건 소환수 잔아 바보야, 소환수는 도시 안으로 들어 올수도 있어, 아직도 한 번도 못밨냐?” “그러냐? 그렇다고 바보라니 이자식이, 사람이 모를 수도 있지, 현실에서 두고 보자 가만두지 않겠다.” “헤헤헤, 한번만 바주라 응? 좋은 아이템 하나 줄게” 힘차게 날개를 젖는 와이번의 풍압소리와 밑에서 놀라운 함성을 지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나의 귀에 미약하지만 들려 왔다. 전사의 도시에서 와이번을 타고 날아서 오니, 6시간가량 걸릴 거리가 3시간 만에 이곳 도둑의 도시까지 날아 올수 있었으니 얼마나 빠른지 말 다한 것이다. 사실 셀리온 월드에서는 소환사를 하는 사람들이 극히 적었다. 이유는 극악의 레벨업과 야생의 몬스터들을 자신의 소환수가 되기까지의 까다로운 퀘스트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반에 하다 말고 그만 두는 사람들이 대부분 많았다. 하지만 일단 레벨만 높다 면 가장 강력한 직업중 하나로 꼽히는 직업이 소환사였다. 다만, 문제는 극히 작은 수의 사람들만이 이 직업들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매우 희귀한 직업임에는 틀림없다. “하암, 빠른 것도 좋지만 이제는 질리네.” 빠른 공기의 저항을 견디기 위해 에어 실드 마법으로 비행기의 강화유리처럼 둥글게 생긴 것이 나의 몸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 에어 실드 때문에 바람을 느낄 수 없었지만 속력만큼은 끝내 줬기 때문에 한동안은 심심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계속된 속도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혹시 청룡열차를 연속으로 10번 이상 타본 적 있는가? 처음 탈 때는 스릴 있고 재미있지만 4번 이상을 넘어가면 하품이 나온다는 공식이 나오듯이 지금도 같은 공식이 성립되고 있었다. “몬스터 안나오나?? 하늘에 날면 공중형 몬스터를 많이 만날줄 알았는데.........” 꾸룩, 꾸룩 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딘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왔다. 지루함에 질려 있던 나는 오크 멱따는 소리가 이렇게 반가 울 수가 없었다. 날개 달린 오크라고 생각했지만 주위에는 날개 달린 오크들을 볼수 없었다. 퓽~ 주위를 다시 둘러보니 구름을 뚫고 인간과 새를 합쳐 놓은 듯 한 거대한 조각상 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각각 창을 들고 이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 녀석들은 가고일이라는 몬스터로 대부분 성당 같은 곳이나 돌산 같은 곳에서 서식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높은 하늘 위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이 녀석들은 와이번 보다는 크기는 작았지만 워낙 쪽수가 많기 때문에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었다. 그리고 가고일은 마법이나 마법 검이 아니면 죽일 수 없었기에 쉽게 볼 수 없는 몬스터였다. 하지만 나는 마법을 사용 할 수 있었기에 손쉽게 죽일 수 있을 것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좋지만 나의 길을 방해하지 마!! 파이어 볼 (Fire Ball)” 쾅!!! 팅~ 팅팅~~ 내 와이번의 앞길을 가로막는 가고일을 처치하기 위해 나는 과감하게 파이어 볼을 녀석들에게 날려 보냈다. 나의 눈먼 파이어 볼에 맞은 가고일 하나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몸이 터져 나갔다. 길을 가로막던 가고일이 터져 나가자 파편이 튀며 나의 앞을 막고 있던 실드에 맞았지만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탁, 다다다다탁!!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고일의 마법방어력이 상당히 높은지 터져 나갔던 몸뚱이가 빠른 속도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회복을 끝마친 가고일은 다시 무리에 합류해 나의 뒤를 쫓고 있었다. “강력한 마법을 써야 하나? 안되겠지? 하는 수 없이 따돌려야 갰다. 블레이즈(Blaze)” 워낙 많은 수의 가고일 들이라 한꺼번에 처리 할 수 있는 마법이 있지만 그 마법을 사용 하면 그 피해가 내가 타고 있는 와이번에게 까지 끼칠 것을 염려해 따돌리기로 했다. 왜냐 하면 공중에서 큰 마법을 사용하면 와이번의 비행에 지장을 주기에 피해를 작게 주는 낮은 서클의 마법을 사용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녀석들을 따돌리기 위해 4서클 화염속성의 마법인 블레이즈를 와이번에게 걸었다. 화아아악 마법이 와이번에게 걸리자 어느새 하늘에는 화염의 길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마법은 시전 자가 건 대상이 지나가는 자리에 불길이 남는 마법이었다. 꼭 비행기가 에어쇼에서 이용하는 구름 같은 것을 하늘에 뿌려 글을 만들 듯이 이 마법 또한 그런 형태의 마법이었다. “자동조종에서 반자동 조종으로 바꾼다. 나의 명령을 따르라!!!” 키에에에~ 나는 와이번의 자동조종에서 반 수동조종으로 체계를 바꾸었다. 물론 와이번이 잘 날아 주었지만 나의 명령을 더하면 잘 따돌릴수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저공비행이다!!” 피이융~~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와이번의 뒤에는 많은 수의 가고일 들과 화염의 길이 길게 나있었다. 화염의 영향으로 많은 수의 가고일 들이 사라져 있었지만 아직도 많은 수의 가고일 들이 뒤를 쫓고 있었다. 남은 가고일 들을 없애기 위해 레드 와이번은 저공비행을 감행했다. “에드 히즌 (Adhesion)” 나는 수직으로 낙하하는 와이번의 등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접착 마법인 에드 히즌 마법을 이용해 와이번의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에드 히즌 마법을 사용 하자 조금씩 움직이던 몸이 이제는 완전히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와이번의 등위에서는 거센 공기가 에어 실드에 부딪혀 왔다. “이제 수직 상승해” 키에에에 쾅!!!! 나의 명령을 들은 와이번은 지상에 닫기 직전 몸을 비틀어 수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미쳐 방향을 틀지 못한 가고일 들이 땅에 들이 박에 이제는 영원히 부활 할 수없는 상태가 되었다. 또한 가고일 뿐만 아니라 밑에서 레드 와이번의 화려한 비행을 지켜보고 있던 많은 유저들도 가고일에게 깔려 죽고 말았다. “토네이도다. 원을 그려. 클로킹 모드!!! 인비지빌리티(Invisibillty)!!!” 나는 가고일들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클로킹 모드인 인비지빌리티를 사용했다. 녀석들의 앞에서 점점 희미해져가는 나의 모습을 보자 가고일들은 당황하며 따라 왔지만 이미 사라진 후였다. “휴우~ 아까 저 유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가고일 을 떨어트린 게 어디야, 정말 질긴 녀석이었어. 와이번 수고했다. 리커버리 (Recovery)” 키키키키키 무사히 가고일을 떨어뜨리고 나자 저 멀리 나의 시야에 보이는 푸른 숲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나의 시야를 따라 푸른 숲 위에 다다르자 끝도 없이 펼쳐진 숲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가고일을 따돌린다고 열심히 날개 짓을 하던 와이번에게 회복마법을 다시 한 번 더 걸어주고는 챰 마법에 걸려있던 와이번을 마법에서 해체 해주었다. 마법이 완전히 해체되자 고맙다는 표시 인 듯 와이번은 괴성을 한번 외치더니 그 자리에서 떠나 버렸다. “저곳이.....드워프의 숲? 차앗!” 와이번의 등에서 경치를 감상하고는 도착지점에 왔다고 생각되자 지체 없이 등에서 뛰어 내렸다. 잠시후 나는 중력의 법칙에 의해 점점 숲속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보호 장비도 없이 말이다. 회복.....그리고 드워프 마을로 슈우웅! “플라이(Fly)......뭐....뭐야! 매직 캔슬?” 편한 마음으로 와이번의 등에서 뛰어내린 나는 플라이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떨어지는 속도가 줄어들기는커녕 그 속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었다. 바람의 장력 때문에 마법이 캔슬 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떨어지기까지 채 오십 미터도 남지 않자 나의 마음은 급해져만 갔다. “시간의 흐름이여, 순리의 힘이여, 나의 의지에 따라 모든 짐을 덜어주소서....모든 순리의 역행....리버스 그래비티 (Reverse Gravity)” 나는 순리의 역행마법중 하나인 리버스 그래비티를 사용했다. 나에게 중력이 사라지자 몸은 한결 가벼워 졌고 공중에서 떨어지는 몸은 서서히 그 속도를 줄여갔다. 하지만 이미 가속도가 붙은 몸이었기에 이대로 가다가는 땅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 분명했다. “윈드 붐 (Wind Boom)" 펑!!!! 숲으로 떨어지던 나는 순간적으로 윈드 붐을 사용했다. 손에서 바람의 장력이 나가자 밑에 있던 숲과 나무들은 순식간에 파괴되어 버렸다. 떨어지는 속도와 공기를 터뜨리는 마법에 모든 것이 부서져 버린 것이었다. 다행이도 그 여파로 나의 몸은 다시 공중으로 솟구쳤다. 공중에 떠오른 몸은 자연히 다시 떨어지는 법....나는 간단하게 플라이 마법으로 몸의 균형을 맞춘 후 지면으로 내려 설수 있었다. “살았네,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는 것은 위험 했어, 플라이 마법이 캔슬 되다니.....갑자기 캔슬 되니까 충격이 장난이 아닌걸.....이 마법 조합을 사용 했지만 다음에는 다른 방법을 강구 해봐야겠다. 다시는 이 방법을 쓰고 싶지 않으니.......” 지면에 닫기 직전에 역 중력 마법과 윈드 붐을 사용 했다. 역 중력 마법은 중력을 반대로 바꾸는 마법으로 떨어지는 속도를 줄여 주는 역할을 했다. 또한 윈드 붐은 지면에 쏘아져 바람의 터져 나가며 떨어지던 몸을 공중으로 상승 하게 하는 완충 작용을 해 안전하게 땅으로 착지 할 수 있었다. 한 번의 오차라도 생긴다면 땅으로 떨어져 뼈라는 뼈는 박살날 수 있는 상태였기에 위험천만한 마법 조합이었다. “자, 이제 드워프가 사는 곳을 찾아볼까?” 엄청난 모험을 한 상태였기에 나는 무엇이든 가능 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엄청나게 넓은 숲의 드워프를 찾기란 엄청 힘든 것이었다. 별수 없이 도보로 엄청 큰 숲을 다 뒤지거나 우연히 길에서 드워프를 만나는 수밖에는 없었다. 출발.... “어디 있는 거냐~~~ 드워프!!!!!” 20분 뒤.. “제발 나와라...드워프!!!” 40분 뒤.... “헥헥, 드워프~~ 제발....” 1시간 뒤.... “이런, x썅 드워프는 어디에 사는 거야, 더럽게 찾기 어려운 곳에 사는구만!!!” “에잇!!!” 텅!!! “크아악” 2시간을 찾아 해매고 있었지만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찾는 답 시고 헤이스트 까지 써가며 이리 저리 뛰어 다녔지만 그것도 30분이 지나가 점점 지쳐가 지금의 상태 까지 오게 되었다. 오기로 버티고 있던 나는 2시간이 지나자 그 화를 참지 못하고 애꿎은 나무에다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거대한 나무를 한 대 걷어 차버렸다. 하지만 얼마나 단단한 나무인지 걷어찬 충격이 나의 몸으로 고스란히 흘러 들어왔다. 그러니 당연히 나는 아픔의 괴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음? 나무에서 이런 소리가 났던가!?” “퍽“이 아닌 “텅“이라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거대한 나무를 이리 저리 둘러보고는 이것이 드워프가 설치한 기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 이곳이 통로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탕, 탕 자세히 나무를 관찰하니 나무의 속은 텅텅 비어 있었다. 나무처럼 생겼지만, 나무는 아니었다. 다시 한 번 주먹을 쳐보니....나무의 속은 비어 있었고 나무의 표면은 도색된 강철이었다. 정교하게 나무의 색깔처럼 되어 있었고 냄새까지 나무의 냄새가 나고 있었다. “스위치가.....어딘가에 있을 텐데.....” 더듬, 더듬 가짜 나무의 주위를 둘러보며 기관 장치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버튼 같은 것은 없었는지 평평한 나무 기둥만 있을 뿐이었다. 어딘가에 진을 움직일 장치가 있을 테지만 그것을 천천히 찾을 만큼 인내심은 남아 있지 않았다. “나의 인내심을 시험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지 못하겠다.” 파아앗 “윈드 피스트(Wind Fist)”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나는 3서클의 윈드 피스트를 사용 했다. 주위에 있던 바람들이 나의 몸으로 스며들기 시작하더니, 주먹으로 옮겨 가기 시작했다. 시원한 바람이 나의 주먹에 스며들자 주먹이 초록빛을 띄고 있었다. 시험 삼아 앞으로 내질렀더니 주먹은 보통 때의 정권 지르기보다 수십 배의 속력을 내며 공기를 터뜨렸다. “이깟 기관 부셔 버리겠다!!! 하아앗!!!” 슈욱 콰앙!!!!! 나의 주먹이 바람을 가르며 나무로 된 기관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주먹이 나무에 틀어 박혔다. 엄청난 근력과 순발력 거기다 윈드 피스트 까지 더해져 쇠로된 나무의 기둥 중앙에는 주먹모양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가버렸다. 끼릭, 끼이익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나무 안속에서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오랫동안 사용을 안 한 것인지 톱니가 억지로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 왔다. 끼이이익 모든 톱니바퀴가 다 돌아가자 서서히 나무 기둥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무에서 문같은 것이 점점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활짝 열려 버렸다. 어두운 통로....꼭 무언가가 나타 날것만 같았다. 회복.....그리고 드워프 마을로 나무가 점점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땅속에 숨어 있던 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어두운 공간속에서 매캐한 냄새와 한기가 새어 나왔다. 탁. “어두운 곳이군.” 화악, 화악 나는 발을 한 발짝 밀어 넣으며 중얼 거렸다. 어두운 곳에서 나의 말을 기다린 것인지 옆에 있던 여러 군데의 횃불이 차례대로 켜지기 시작했다. 모든 불이 다 켜진 것인지 통로에는 낮처럼 빛이 환하게 들어 왔다. 터벅, 터벅 푸슉 횃불로 인해 빨간 빛을 내뿜는 통로에 들어 선 순간 어디선가 갑자기 화살들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날아온 화살을 간신히 피한 나는 가슴을 쓰러 내리며 천장을 봤지만 그것을 본 것을 곧 후회 했다. 하늘에서는 거대한 도끼 모형의 추가 아래를 향해 빠르게 내리 꽂고 있었다. 슈각! “휴~ 하마터면....머리 잘릴 뻔 했군....” 슥슥 나는 천장에서부터 이어지는 거대한 도끼를 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무리 침입을 방지 한다지만 갑자기 튀어나오는 깜짝 함정 때문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것들은 순수 기관으로 만들어 졌기에 마나의 흔적을 읽을 수 없었기에 감으로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탁, 탁 “휘유....벽에 이상한 그림하며 꼭 항마진 같다니까.....” 통로의 벽에는 마족의 형상을 한 인간들과 천족의 형상을 한 인간들이 싸우는 모습들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벽에는 이상한글자까지 그려져 있었다. 드워프마을에 가는 것과는 상관없는 그림이었기에 대충 훑어보는 것이었지만.....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었다. 챠르릉!! 한참을 걸어 들어가자 공터 같은 거대한 넓이의 공간이 나왔다. 그리고 그 곳에는 빽빽이 들어서 있는 이상한 상형문자들과 숫자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내가 서있는 곳과 반대편의 거리는 대략 100미터 마법이라면 충분히 갈수 있는 거리였다. “플라이(Fly)” 이런 기초마법은 캐스팅이 필요 없었다. 정신력도 별로 소모하지 않고 마력 또한 많이 소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캐스팅으로 정신을 집중한다면 적은 량의 마나와 정신력을 소모 하겠지만 그것을 따질 정도로 나약하지 않았다. [띠링, 스킬사용이 불가능한 지역입니다.] 나의 귀에 흘러들어오는 말소리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간단하게 넘어 갈 생각을 하고 있던 나로서는 청천벽력(靑天霹靂)과 같은 말이었다. “하~ 할수 없군.....하지만.....어쩌란 말이냐!!!” 나는 마법을 사용 할 수 없다는 말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지만 우선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였다. 하지만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기에 언성이 높아 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그그그것것것은은은......질질질문문문의의의 답답답변변변뿐뿐뿐..... 어디선가 들려오는 말소리..... “무슨?” -그그그것것것은은은......질질질문문문의의의 답답답변변변뿐뿐뿐........ 나의 반문에 어디선가 다시 나의 말을 받아 첬다. 꼭 이 현상은 무협에서의 육합전성(六合傳聲)과 같은 기술이었다. 사방 아니, 육방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여러 군데에서 자신의 위치를 들키지 않게 위해 하는 기술이었는데, 그 기술이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꼭 메아리가 치는 듯한 소리였다. “똑바로 말 못해? 못 알아 듣겠잖아!!! 질문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빨리 질문이나 하시지!!!” -질질질문문문은은은......하하하나나나......내내내가가가 누누누구구구게게게??? “지금.....장난하는 거냐!!!!!” 나는 이상한 녀석의 말을 하나도 알아 듣지 못했다. 다만 질문이라는 단어만이 내가 알아들 수 있는 최소한의 언어였다. 하지만 뒤에 들려오는 질문은 나의 귓속을 한참 파고도 남았다. 녀석의 질문은......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녀석의 답변은 더욱 나를 화나게 만들고 있었다. -땡땡땡.........틀렸다. 기기기회회회는는는 세세세번번번.....두두두번번번남남남았았았다다다아아아~~~ “카아아아악!!!! 이자식이 장난해!!!!” -장장장난난난??? 땡땡땡!!! 기기기회회회는는는 한한한번번번 뿐뿐뿐...... 녀석의 말장난에 놀아난 기분에 나는 고함을 내질렀지만 기회는 단숨에 한번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그제야 나는 그것이 장난이 아님을 알고는 침묵을 유지 할뿐이었다. 1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나도 나의 입은 벌어 질줄 몰랐다. 황당한 질문에 답변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애초에 이것은 말도 되지 않는 문제였기에 업그레이드를 포기하기로 결정하기로 마음 먹었다. -답답답은은은??? “모른다......내가 할수 있는 것은......침묵뿐이다!!!! 치사해서 업그레이드 안해!!!!!!” -정정정답답답!!! “얼레?” 침묵의 연속을 깨고 이상한 녀석이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당연히 녀석의 말은 답변이었다. 하지만 정말 답을 알지 못한 나는 체념을 한 채 알수 없는 말을 중얼거릴 뿐이었다. 하지만 뒤에 들리는 말에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듯 한 느낌을 알 수 있었다. -정정정답답답!!! 답답답은은은......침침침묵묵묵!!! 기기기다다다림림림의의의 인인인내내내!!! 통통통과과과!!! “잉?” 나는 녀석의 말에 허탈해질 수밖에 없었다. 생각없이 중얼거린 말이 정답일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여튼 구사일생(?)으로 업그레이드의 앞으로 한걸음 다가 설수 있었다. “야!! 답변이 틀리고 그냥 저기 있는 글자들을 밟았으면 어떻게 되는 거냐?” -밖으로의 텔레포트!! 그리고 죽음 “뭐야.....제대로 말할수 있는 거냐?? 아까까지 한 것은 뭐야! -........빨리 저기 위로 올라가라, 인간 녀석!! 통과다!!! 저기 있는 이상한 글자를 쳐다보고 있던 나는 문뜩 떠오르는 생각에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똑바로 들려오는 말에 다시 한 번 의문에 질문을 던졌지만 어딘가에서 나타난 똥자루 같이 생긴 드워프 녀석이 나에게 나타났다. 나의 상상으로 생각하던 드워프와는 다르게 근육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미남(?) 드워프가 나의 반대편에 서있었다. 의문이 들었지만 녀석의 재촉으로 이상한 글자들이 가득 찬 곳으로 들어갔다. 뚜벅....뚜벅 “시작하지.....왜, 드워프의 마을로 가는 것은 모르겠지만......어쨋든 시험은 통과!! 드워프 마을로 전송!!! 대상은.....인간” 이상한 글자들 속으로 들어가자 드워프는 걸음을 옮기며 글자들의 바로 앞에 섰다. 그리고 손을 머리 위로 향하며 이상한 말로 중얼거리더니 손에서 황토빛의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점점 퍼져 나가더니 글자들의 속을 가득매우고야 그 빛은 멈추었지만 다시 한 번 폭사되듯이 나의 발밑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드워프의 전송이라는 말과 함께 나의 몸은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드워프들의 기습 x 사연 x 전투 지잉 온몸을 휘감으며 퍼진 마나의 안개가 나를 어딘가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중간중간, 기계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마법과 기계적인 요소의 힘으로 나를 이동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이잉.... “여기는.....” 눈부신 마나의 빛으로 인해 감겨져 있던 나의 눈꺼풀은 조금씩 떠지고 있었다. 점점 떠지는 나의 눈에 갑작스런 빛이 들어오자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참을 새하얀 세상으로 만 보이던 것이 칙칙한 묵 빛의 열기가 가득한 곳으로 와있다는 것을 알았다. 치이익!!! 탕! 탕탕! 탕! 여러군데 지어져 있는 대장간들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망치로 무언가 타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의 도시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금속의 소리였다. 이 마을은 어떻게 된 것인지 모든 곳이 대장간이었다. 나는 가장 가까운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기.....이봐요....마의 심장을 가지고 왔습니다.” 탕! 탕! “.........” 나는 후끈한 열기가 전해지는 대장간 안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다루고 있는 드워프하나가 보였다. 무언가에 정신이 팔린 것인지 정신없이 무언가를 치고 있었다. 마치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그것에 집중하고 치고 있었다. 그것 때문인지 나의 말을 씹으면서까지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다른 대장간으로 가서 같은 물음을 던 저도 같은 광경만이 나를 반길 뿐이었다. “카아아악!!!! 누가!!! 내말 좀!!! 들어줘!!!!!” 전 마을을 돌아다니며 말을 걸었지만 대꾸한마디도 하지 않는 드워프들에 질린 나는 마나를 실어 드워프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서서히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녀석들이었다. “위대한 존재시여!! 아직 완성하지.....완성하지 못하였사옵니다.” “위대한 존재시여!!” 나의 샤우트 마법이 걸린 상태에서 말한 것이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에 홀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드워프들이 나의 앞에 무릎을 꿇고 나에게 빌었다. 상당히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드워프를 시작으로 모든 드워프들이 애원하듯이 나에게 빌었다. “뭐...뭐냐!? 위대한? 존재?.....내가?” “위대한 존재시여, 3일의 말미를 더 주시옵소서......단 3일의 말미를.......” “하하.....나 위대한 존재 아니거든??” 나의 반문에 기겁한 드워프들이 고개를 더욱더 조아리며 나에게 빌고 또 빌었다. 무언가 겁에 질린 듯한 모습에 무안해진 나는 살짝 웃음을 내비치고는 위대한 존재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심의 눈빛을 지우지 않는 드워프들은 고개만을 조아리며 나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나 인간....인간이야. 마의 심장을 가지고 왔다. 현자의 지팡이를 업그레이드 시켜줘!” “..........인간?” “인간이야? 휴~” 나의 간단한 설명이 있자 드디어 드워프들은 내가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서서히 숙여져 있던 몸을 일으켜 나를 주시하며 자기네들끼리 숙덕거리기만 할뿐이었다. “큼....돌아가라 인간, 여기는 인간이 올 곳이 못된다.” “아아아, 그래, 나도 있고 싶어서 있는 게 아니야. 이거나 업그레이드 시켜줘!” 드워프 족장으로 보이는 늙은 드워프가 나에게 경고를 해왔다. 마치 있을 곳이 못 된다는 듯한 눈빛으로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정말 볼일이 있었기에 물러 설수 없다는 듯이 지팡이와 검은빛의 구슬을 꺼내들며 녀석들에게 보였다. “그건.....현자의 지팡이? 어떻게.....” “업그레이드 시켜줘. 그러면 조용히 떠나지.” 휘리릭 “어떻게 인간이....이걸 들고 있을 수 있지? 드워프들의 최고의 걸작.....신께 바쳤던 세상에 하나뿐인 신의 무구.....” 족장은 밑을 수 없는 몸놀림으로 나의 손에 있던 현자의 지팡이를 가로채 갔다. 그리고 이리저리 눈알을 돌리며 지팡이를 관찰하더니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며 놀라고 있었다. 한참을 드워프들과 그것을 돌려 보더니 다시 나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신께 바쳤던 무구를 어떻게 네가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걸작을 들고 있는 이상......너의 부탁은 들어 주겠다. 하지만 오래 머물 수 없다. 오늘이면......이 마을은.....” “응? 무슨 소리? 아무튼 잘 부탁해, 자.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마의 심장이다. 최상으로 만들어줘. 나는 조용히 있을 테니까.” 탕! 탕탕!! 탕! 드워프족장은 나에게 받아든 마의 심장을 조심스레 쥐고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 열심히 업그레이드의 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는 조용히 근처 나무아래에서 담금질의 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했다. 나의 무구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 인지 모든 드워프들은 족장의 대장간을 들르며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간간이 이상한 금덩어리를 조심스레 운반하며 나의 눈치를 살피는 드워프들이 눈에 띄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어갔다. 어느새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지하의 해는 조금씩 사라져 가는 느낌이 들더니 달 같은 은은한 음의 기운을 내뿜는 달이 떠올라 있었다. 하지만 드워프들의 망치질은 멈추지를 않고 있었다. 탕..... “완성!!! 드디어 완성이다!!!! 우리는 살았다!!!” 한차례의 큰 타격 음이 들려왔고 이어서 드워프들의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함성치고는 살았다는 말이 이상했지만 완성이라는 말에 나의 기분도 좋아졌다. 후끈한 열기에서 열심히 만든 드워프들에게 속으로 감사의 인사를 하고 드워프들이 모여 있는 족장의 대장간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지금이다. 저놈 잡아라!!” 나의 신형이 족장의 집으로 다 가자, 드워프 한놈들이 나에게 급습을 해왔다. 어이없는 현상에 당황한 나는 기습을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후두부를 강타 당한 나는 천천히 의식을 잃어 가며 녀석들을 노려봤지만 이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기에 반항 할 수 없었다. “올 때부터 재수 없었어....망할...드워프.....” 드워프들의 기습 x 사연 x 전투 “으음....망할 드워프.” 후두부에서 느껴지는 쓰라림에 눈살을 찌푸리며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강한 충격으로 인해 기절까지 몰고 간 드워프들의 근력에 치가 떨린 나는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순간적으로 머리에 마나를 둘렀지만 마나의 장벽을 뚫고 들어온 망치의 힘에 놀랄 뿐이었다. 끼이익 어둠으로 가득 차있던 공간에서 미약한 빛이 새어 들어오더니 이제는 환한 빛을 내뿜는 방으로 되어 있었다. 매캐한 공기들이 열린 문을 통해 빠른 속도로 활력이 가득 찬 공기로 바뀌어져있었다. 들어온 드워프들로 인해 잠시 눈을 찌푸린 나는 조용히 녀석들의 모습을 주시했다. “뭐냐.....나를 왜 이런 꼴로 만들었지? 나는 그냥 업그레이드를 시켜 달라고 했을 뿐이었는데? 지금 지팡이와 나를 풀어준다면 조용히 넘어 가겠다.” “우리고 이러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야! 우리는 살고 싶을 뿐이다. 우리들의 아이들과 마을의 생존......네놈과 그 지팡이를 그분께 바치겠다.” 나는 진득한 살기를 내뿜으며 드워프들에게 말했지만 녀석들의 눈동자는 두려움이 아닌 무언가에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흡사 정신병원에서 무언가의 환상에 빠져 웃음을 흘리는 녀석들과 같은 표정이었다. 잠시후 족장의 변명이 있었지만 나에게는 탐욕으로 가득 찬 녀석들 중 하나로 보일뿐이었다. “이따위 장치로 나를 속박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마라.....흐압!!” “후후후, 그것은 마나를 모으는데 방해를 하는 장치가 되어있다. 뻔히 마나사용자를 두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드워프들의 과학력과 머리를 무시하지마라!!” “크크....마나를 모으는데 방해가 된다고? 너희들은 실수 한 거다. 상대를 봐가면서 장난을 치라고 아이스(Ice)” 쩌저저적!! 단순한 1클레스의 마법이었지만 나를 속박하고 있던 쇠고랑을 간단히 얼려버렸다. 얼음의 힘으로 얼려진 쇠고랑에게 힘을 주자 조금씩 부서지시 시작했다. 그 모습에 놀란 드워프들은 주춤 거리며 나를 속박하고 있던 집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장난도.....정도껏 쳐라!!! 하찮은 놈들!” 화가 머리 끝까지난 나는 나를 가로막고 있는 쇠창살을 파이어 핸드로 녹여 버리고는 드워프들의 뒤따르며 따라갔다. 드워프들이 도망가는 곳의 끝은 동굴이 있었는데 그곳으로 도망가려는 듯 했다. 휘리릭!! 수많은 드워프들이 헤이스트를 쓰며 도망가는 모습은 절정이었다. 드워프들이 마법을 못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드워프들은 마법을 사용하는 종족이었다. 물론 광석과 녹는점이 높은 보석류의 광석을 녹일 때 사용하는 마법이 대부분이었지만 확실히 드워프들은 마법을 사용하는 종족이었다. 심지어 땅속성의 정령과 불속성의 정령까지 사용 할 수 있으니 놀랄 뿐이었다. “어둠의 정령....저 정령 떨거지를 처리해. 모두 처리하면 돌아가고.” 촤르륵!! 시간 끌기용으로 나의 앞을 가로막는 정령들을 보자 나는 시간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어둠의 정령을 소환해 뒤를 맡겼다. 나의 신형을 가로막는 정령들이 많았지만 어둠의 정령이 간단히 처리하자 가로막던 흙의 장벽이 순식간에 허물어 졌다. 잠시동안의 가로막음이었지만 모든 드워프들이 동굴 속으로 대피 할 정도의 시간은 되었다. 물론 마법으로 발놀림이 빨라진 드워프들이었지만.....하여튼 나는 드워프들을 쫓아 동굴 속으로 발을 옮겼다. 그그그그그!! 동굴 속으로 들어가자 드디어 드워프들의 장치가 발동 된 것인지 동굴의 지형이 변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동굴이 아니었는지 동굴의 지형이 변하기 시작했다. 꼭 드워프 마을에 들어오기 전의 시험의 관문인 듯했다. 푸슉!! 팅팅!! 티티팅!!! 변한 동굴이 어둠으로 휩싸이자 그 어둠을 틈타 수많은 화살들이 나에게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나의 무속 성 배리어 마법으로 간단히 막힌 화살들이 앞으로 튕겨 나갈 뿐이었다. “어디냐!!!” 갑작스런 화살세례에 몸을 주춤한 나는 조용히 말했지만 동굴의 특성상 메아리가 치며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되는 공격에 배리어를 치며 경계했다. “라이트(light)” 우선 나는 동굴의 곳곳에 라이트를 뿌렸다. 서서히 들어나는 공간에 드워프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수의 드워프들이 무기를 고쳐 쥐고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동굴은 이상하게 기척이 잘 잡히지 않는 곳이었다. “이 마을에서 썩 떠나라, 인간! 너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무구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 쓰겠다.” “쯧쯧, 아직 상황파악이 않되? 그따위 화살로 나를 공격해도 꿈쩍하지 않아......조용히.....내놔라!!” 사아아악!!!! 족장의 말에 이상한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드워프들을 도적놈들이라고 판단한 나는 용서할수 없는 분노가 속에서 끓어올랐다. 그 분노가 나의 마나라 표출되기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은은한 느낌의 마나겠지만 지금은 바늘로 찌르는 듯 한 느낌과 끈적거리는 듯 한 느낌의 마나들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검은빛의 마나들이 드워프들이 있는 곳까지 퍼지다가 어떤 장벽에 가로 막혔다. “마나.....장벽? 훗” 뚜벅...뚜벅 나는 드워프들이 쳐 놓은 마나장벽에 약간의 비웃음을 날리고는 그곳으로 다가갔다. 손을 뻗어 마나의 장벽을 손대자 찌릿한 느낌이 들었지만 고 서클의 마법사인 나에게는 피해를 줄 수도 없었고 가로막을 수 없었다. “나의 앞을 막는 거짓된 마나를 없애 주소서.....디스펠 매직(Dispell Masic)” 술렁...술렁 나의 손짓에 마나의 장벽이 술렁거리며 출렁거리더니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드워프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믿고 있던 방어막이 사라지자 마치 겨울에 옷을 벗고 밖을 돌아다니는 듯 한 한기가 느껴지자 두려움에 떨뿐 다른 행동을 취할 수는 없었다. 뚜벅...뚜벅 “왜.....그런 거냐? 신중하게 말해라. 너의 말로....너희 일족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그, 그.....그것은.....” 천천히 걸음을 옮긴 나는 오들 오들 떨고 있는 드워프의 족장 앞에 서서 살기를 띠며 말했다. 족장의 대답 여하에 따라 드워프 일족의 목숨이 달린 일이었다. 드워프들의 기습 x 사연 x 전투 “지금으로부터 1천년전.....”서버 오픈“이라는 사건을 통해 신인 ‘운영자‘께서 강림하셨다. 그리고 창조 하셨지.....북쪽의 숲을 드워프가.....서쪽의 숲을 엘프가.....그리고 남쪽과 동쪽을 인간이 다스리기로 되어 있었지....하지만, 인간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 되어 가고 있었다.....그것을 참지 못한 운영자께서 중재자로 용족을 보내셨다. 그들은 강력한 마법과 자신들의 힘으로 인간과의 전쟁을 중재 시켰어....하지만, 10년이 지나고 100년이 지나자....중재자의 역할은 점점 사라졌지 할일이 사라진 용족들이 중간 계를 지배하기 시작했지......점점 영역을 넓혀 가던 용족은 우리에게까지 손을 뻗혔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우리는 그들의 명령을 따를 수 밖에 없다......그들의 힘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 우리는 그들의 노여움을 사지 않기 위해 최고의 작품을 바칠 수밖에 없다. 우리를.......살려다오. 인간...” 장장 10분에 걸친 드워프 족장의 말에 지루했지만 용족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뇌물 같은 것을 바쳐서 용들의 노여움을 피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느껴졌는지 나의 화는 약간 수그러드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나의 물건을 훔친 죄는 아직까지 남아 있었기에 나의 분노는 많이 가시지는 않았다. “어째서....싸우지 않는 것이냐.” “허허허....싸웠지만 용의 노여움만 살뿐이었다. 우리는 미스릴이 필요해....너의 무기....통짜 미스릴이더군.....용들의 동상을 만드는데....미스릴이 부족하다.....부탁하겠네....제발....” “그 드래곤....무슨 색깔이지?” “그건 왜 묻는 것인가?......설마....” 나는 녀석들의 나약함에 치를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유가 있는 법....녀석들은 약자였기에 몸을 사릴 뿐이었다. 나 역시 강자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았던가.....나는 잠시 생각을 한후 드래곤의 색깔을 물어 봤다. 설마 모든 드래곤들이 이곳에 올리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조용히 녀석들에게 물었다. “안되네....더욱 화만 살뿐이야.....안되!!!” “하하하!! 그깟 드래곤 한 마리에 두려움에 떨다니....내가 잡아 주지!!” “한 마리가 아니야.....두 마리다. 레드와 그린.....” 족장은 나의 말에 경악하고는 안돈다고만 할뿐이었다. 하지만 나의 자신감 있는 말에 약간 동요의 눈빛을 보냈다. 잠시후 조용히 나의 말에 반문을 걸어왔다. 한 마리가 아니고 두 마리란다. 뜻밖의 수확이었다. “두 마리? 수확이군......” “제발 부탁이네....미스릴을....아니....지팡이를 나에게 주게.” “언제까지 그런 생활을 할 거냐!!! 너희들은 자존심도 없냐!! 싸워라....그리고 자유를 얻어라....내가 처치 해주지...그 드래곤!!!” 나는 두 마리의 수확에 기분이 좋아졌다. 한 마리도 찾기도 어려운 판국에 단숨에 두 마리의 정보를 알다니 기분이 좋았다. 물론 운영자한테 받은 양피지에도 적혀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두 마리를 동시에 찾으니 당연히 기분 좋을 수밖에 없었다. “무례를 용서 하십시오.......스티어님!!!” “용서를........” 갑자기 족장의 주위에 있던 드워프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는 사색이 된 얼굴로 빌고 있었다. 유일하게 서있는 사람이라고는 족장과 나 하나뿐이었다. 나는 갑자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는 긴장태세에 도립했다. “어이....너희들 뭐하는 거야? 스티어??” “하~ 유희도 힘들 구만.....고작 인간 따위에게 충고 같은 거나 듣고 있다니....어이....거기 인간, 죽!, 고!. 싶!. 나!?” 사아아악!!! 나는 족장의 입에서 유희라는 말이 나오자 드래곤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잠시후 족장의 주위에서 붉은 기류가 생성되더니 무형의 살기가 나를 덮쳐왔다. 저번에 만났던 블랙 드래곤보다는 약한 살기였지만 이것도 무시할 정도는 되지 못했다. 펄럭펄럭!! 츠츠츠츠츠 나는 스티어라는 녀석의 살기에 펄럭이는 로브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거대한 마나의 살기에 움직이는 로브를 막을 길이 없었다. 그리고 시야를 가리는 머리칼을 살짝 뒤로 넘기고는 나도 살기를 내뿜었다. 나의 눈은 더욱 검 얻게 변하며 더 큰 살기를 방출하고 있었다. 그 살기에 드워프들은 뼛속까지 시린 듯이 벌벌 떨며 우리의 눈치만을 살필 뿐이었다. “피해야해!! 동굴이 무너진다!!! 대피 하라!!” “어서 움직여!!” 잠시후 동굴 안이 ‘드드득‘ 거리며 소리를 내자 동굴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주위에는 돌가루가 피어올랐고 부서진 돌덩이들은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얼마나 기세 싸움을 했을까.....드워프들의 대피소동으로 나와 스티어는 잠시 살기를 거두었다. 멈추어진 살기에도 동굴은 계속 무너짐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마치 어스퀘이크를 맞은 듯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지각으로 골이 흔들릴 정도였다. 뚜벅....뚜벅.... 쾅!!! 와르르륵!! 나와 스티어가 대치하며 동굴을 빠져 나오자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순식간에 입구를 막아 버렸다. 무너져 내린 동굴은 진득한 먼지를 피어 올리며 사방으로 비상했다. 나와 스티어의 중앙으로 먼지가 피어오르자 잠시 동안 시야를 가렸다. “타앗!!! 윈드 토네이도(Wind Tornado)” 휘이이익!! 먼지가 시야를 가린 틈을 타 나는 녀석에게 윈드 토네이도를 먹였다. 나의 손바닥에서 시작된 미세한 바람이 녀석에게 출사 되자 주위의 먼지를 빨아 당기며 거대한 먼지의 토네이도로 변모했다. 휙! 복부를 향하던 윈드 토네이도가 녀석의 손짓으로 간단히 파훼되어 버렸다. 간단한 손짓이었지만 주위의 상황은 초토화였다. 녀석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열기가 바닥과 집들을 태우고 있었다. 우우우웅~ “이깟 지팡이....돌려주지, 서비스로 업그레이드는 시켜 줬다. 얼마나 버티는지 두고 보겠다. 인간. 파이어 캐논(Fire Cannon)” 휘익! 족장의 손안에 있던 지팡이가 그 크기를 줄이더니 마의 심장과 융합되어버렸다. 잠시후 검은 빛이 사라지더니 대략 30센티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일자형 지팡이가 하나 생성되었다. 꼭 해리포털이 사용하는 그런 지팡이의 모형이었다. 그리고 던진 지팡이가 화전을 하며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파이어 캐논 중앙에 자리 잡은 나의 지팡이는 회전을 더하더니 나에게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아이스 월(Ice Wall)” 쩌저적!! 나의 앞으로 다가온 파이어 캐논을 막기 위해 손을 내저어 아이스 월을 사용하자 거대한 장벽이 생성되었다. 잠시후 캐논과 부딪히자 굉음을 내뿜더니 캐넌은 조용히 미세한 불꽃을 내뿜은 후 사라져 버렸다. 스티어라고 불리는 레드 드래곤이 던진 지팡이를 받아 들고는 잠시 이리저리 살폈다. 검은 빛의 지팡이가 나의 손에 촥감기는 느낌이 들더니 약간의 공명음을 토해 냈다. 그리고 다시 드래곤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네놈.....친구 그린 드래곤은 어디 있지?” “하하하!! 하비스까지 부를 필요도 없지......드워프.....운 좋은 줄 알아라.” 나는 그린 드래곤이 없다는 것에 의문을 느끼고 스티어에게 물었지만 들려오는 말에 나는 속이 싸하게 갈아 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드워프들에게 살기를 뿌리는 녀석의 면상을 보자 다시 한 번 분노를 불태웠다. 나는 손을 내저어 주위에 불타고 있는 불을 모드 꺼트리고 다시 녀석을 노려봤다. “여기서는 좁으니 위로 올라가지......워프(Warp)!!” 나는 주위에 쓰러지는 드워프들을 한번 보고는 녀석의 마법에 몸을 맡겼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드워프들이 눈에 보였다. 잠시후 붉은 빛이 쏟아지자 눈을 감고 내부의 마나에 집중했다. 마나와 공명해야 마법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기에 조용히 생각 할뿐이었다. 잠시 생각을 하고 나자 주위의 환경이 변했다는 것을 느끼고 감겨져 있던 눈을 살짝 떴다. 드워프들의 기습 x 사연 x 전투 “여기는 나의 스테이지다. 네놈이 블랙 녀석을 죽인 것을 알고 있다. 네놈의 몸에서 그놈의 냄새가 느껴져, 그놈의 피가!” 츠츠츠츠츠!!! 워프를 해온 우리들은 조용히 서로를 노려보고 서 있었다. 단순한 노려보기였지만 주위의 풀들과 바람들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거세게 흔들리는 풀과 나무....폭풍을 만난듯이 요동치는 바람들....그것이 평범함을 용납하지 않고 있었다. “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네놈....인간 따위에게 죽을 놈이 아니었다. 케이는.....나에게.....죽을.....놈이었는데!!!” “훗, 드래곤은 언제나 이런 식이라니까......" 스티어는 나에게 죽은 블랙 드래곤과 상당히 친분이 있었는지 분노 하고 있었다. 여타의 드래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만나 본 것이라고 해봐야 블랙 드래곤이 전부였지만....드래곤이란 감정에 억매이지 않는 종족이었기에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와 닿았다. “무조건 살기부터 내뿜으니....그러니까 나에게 죽을 수밖에....크크크” “그렇게.....말하는 네놈이야 말로 죽어라!!! 볼케이노(Volcano)!!!” 그그그그그!! “후~ 꼭 이런 식이라니까.....플라이(Fly)" 나의 무미건조한 충고아닌 충고로 스티어의 표정은 시시각각변하고 있었다.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중얼거리던 스티어는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볼케이노를 사용했다. 주위에는 나무가 많은 숲이었기에 큰 화력을 내뿜으며 타오르고 있었다. 지각 안에서부터 솟아오르는 마그마 덩어리가 숲을 태우자 후끈한 열기가 나에게 전해져 왔다. 하지만 스티어의 표정은 마치 어머니의 자궁속에서 헤엄치는 듯한 편안한 표정으로 나의 신형을 뒤 쫒고 있었다. “이곳은....나와 하비스의 스테이지.....네놈에게 당하지 않는다!!!” “문득....예전이 생각나는 군...그딴 말을 짓거린 녀석이 있었지....꼭 인간이 못 이긴다는 생각은 버려라.....네놈들의 틀에 박힌 사고가 너의 명을 재촉하니까!! 블러드 네일!!” 촤아아악!! 나의 손에서 솟아져나오는 핏빛의 강기가 스티어의 가슴을 훝고 지나갔다. 순간적으로 버프 마법까지 걸었기에 나의 속도는 가히 최강이라고 할만 했다. 물론 육체적으로 수련을 쌓은 자들에 비해 느린 속도였지만 상당히 빠른 속도라고 자랑할 만했다. “마족!? 마족이었나? 크윽....” 나의 블러드 네일에 상처를 입은 스티어는 가슴을 움켜쥐며 뒤쪽으로 살짝 물러섰다. 간단하게 자신의 마나장력을 뚫고 들어온 마나 덩어리에 타격을 입고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잠시후 녀석의 입에서 마족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나의 기분은 묘하게 변해 갔다. 확실히 대부분의 마나는 어둠의 마나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마족이라고 오인 할만 했다. “폴리모프 해체!!! 어둠의 종자 녀석 중간계에서 썩 물러가라!!! 아무리 타락한 용족이라고는 하지만 사명은 잊지 않았다. 마족!!” 나는 마족으로 오인한 녀석은 사명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내뱉으며 본체로 돌아가고 있었다. 거대한 불꽃으로 휩싸인 스티어의 몸체가 밝은 휘강을 내뿜으며 거대해졌다. 그리고 잠시후 거대한 울음을 내뱉으며 나에게 살기를 내뿜었다. %3C쿠워어어어!! 사명.....그것은 용족이 할 일! 중간계에서 물러가라!! 마족!!%3E “크크크....본체로 돌아간다고 달라질게 있다고 생각해? 나는 드래곤도 흡수했고 마족도 흡수했다. 나는 무적이야!! 네놈 따위에게 질정도로 나약하지 않아!! 차앗!!!” 나는 알 수 없는 기운이 나의 뇌를 장악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의지와는 상관하지 않게 입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꼭 처음 마법이라는 것을 접했을 때처럼.....야생의 말이 날뛰는 것처럼 기운들이 마구 들 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전의 중급 마족이 사용하던 마기 컨트롤이라는 기술이 발현되더니 사방으로 마나의 구가 뻗혀 나가고 있었다. 차차차차차차.......퍼퍼퍼펑!!! %3C크어어어어!!%3E 사방으로 뻗어 하간 마나 덩어리들이 일제기 드래곤에게 일 점사를 하듯 날아들었다. 그리고 날아든 마나의 구가 레드 드래곤의 스케일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결코 나의 능력으로는 있을수 없는 일격이었다. 장시간의 전투로 겨우 이기던 드래곤을 몇 초도 되지 않고 곤죽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스....스티어!! 이게 무슨....시끄러워서 와봤더니....아니...마족?” 갑자기 하늘에서 연녹색의 빛을 토해내며 누군가 나타났다. 긴 장발의 녹색빛깔의 머리칼을 가진 미청년이 스티어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스티어의 몸 상태를 체크하던 녀석은 나에게서 느껴지는 어둠의 마나에 놀라 경계에 들어갔다. 그 역시 나를 마족으로 보고 있었다. 지금 나의 상태를 보면 다 마족이라고 착각 할 정도로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 나의 모습은 눈이 충혈 되어 있었고 입에서는 새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손톱을 길게 늘어트린 채 서있는 모습이었다. 가히 광인(狂人)이라고 할만 했다. “스티어....리커버리(Ricovery).....폴리모프 해체!!!.....같이 죽이자!....혼자서는 무리야...최상급마족으로 보인다.” %3C아...알았다.%3E 하비스의 치유마법에 정신을 간신히 차린 스티어는 하비스의 최상급 마족이라는 말에 경악했다. 평범하게 보이는 마족이 최상급 마족이라는 말에 정신이 쏙 빠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스으으으으 화르르르륵!! 하비스의 본체가 모습을 들어내자 숲이 울음을 토해내며 공명음을 내뿜었다. 그리고 주위에 비산해있던 마나들이 하비스에게 돌아가니 숲은 곧 생명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나에게 브레스를 내뿜었다. 진득한 가스 덩어리와 불꽃의 덩어리가 한 대 어우러져 나에게로 덮쳐 왔다. 드워프들의 기습 x 사연 x 전투 하비스와 스티어의 공동 브레스가 나에게로 날아오고 있었다. 보통 브레스와는 다르게 두가지 속성의 브레스가 한군데 어우러져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꼭 그 모양이 우리 나선형 은하를 위에서 본 회오리 모양이었다. 그리고 가스를 감싼 화염의 브레스가 더욱 기세 좋게 타오르고 있었고 타고난 가스의 연기가 독성 물질을 분출하고 있었다. 화르르르륵!!! 엄청난 위압감....피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로 날아오는 브레스를 멍하니 처다 볼 수는 없었다. “수호의 마나여, 나 여기 서있노라. 나의 적이 쏘아 보낸 죽음을 피하게 해주소서. 엡솔루트 실드(Absolute Shield)” 최강의 방어 마법 중 그나마 캐스팅이 빠른 엡솔루트 실드를 사용했다. 9서클의 레인보우 실드는 브레스도 막는다고는 하지만 지금 그것을 캐스팅이나 용언으로 발휘할 정도로 정신을 집중 할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폭주 상태인지 나의 의지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기에 지금 몸을 장악하고 있는 이지(二志)(마음과 따로논다)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쾅!!!! 거대한 마나의 기류와 자그마한 막이 부딪히며 엄청난 굉음을 토해 냈다. 실드를 따라 퍼져나가는 퓨전 브레스(가스 %2B 화염)가 지면과 뒤쪽의 멀쩡한 숲들을 죽이고 있었다. 이미 그린 드래곤이 가져간 숲의 기운 때문에 이미 죽어 있었지만 그나마 생존해있던 나무랑 풀들은 말라비틀어지며 소멸해가고 있었다. %3C쿠워어어어!! 하찮은 마족!! 죽어라!!%3E 나의 방어 마법에 가로 막힌 것 때문인지 두 마리의 용들은 더욱 강대한 마나를 지원하며 나에게로 마나를 퍼부었다. 쩌저저적!! 나의 실드가 조금씩 금이 가며 부서지고 있었다. 꼭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현상이었다. 나의 다른 마음은 점점 부서지는 실드를 보며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현신!!” 마족의 기술 중 하나인 현신이었다. 지금이 본체인대 변신 할 것도 없었기에 나는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흡수를 했을 때 정말 필요 없는 기술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냥 관상용(?) 스킬이라고만 생각했다. 슈욱!! 변할 것 같지 않던 나의 몸 뒤에서 미세한 마기를 뿜어내며 무언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펄럭! 등 뒤에 생겨 난 것은 어이없게도 검은색의 망토였다. 점점 사라져 가는 엡솔루트 실드를 보며 나는 문득 죽음이라는 단어가 머리에서 맴돌았지만 나의 육체만은 무언가를 실행 기키고 있었다. 그것은 망토를 이용해 브레스를 막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모습이었다. “정신이 돌아왔다!?” 망토가 나옴으로써 나의 정신은 제대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몸에서 느껴지는 마기가 더욱 강대 해진 것 같았다. 마치 다른 속성은 필요 없다는 것인지 속에서 들끓고 있던 4대 속성(수, 화, 지, 풍)의 마나가 마기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것이지?” 처음으로 만난 마족의 마나와 흑마법 그리고 사대 속성....그것들이 지금에서야 융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까지 흡수하고 아무런 변화가 없던 것이 이재 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생각 할 정도로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텔레포트로 도망 갈 것인가........운에 맞길 것인가!?” 나는 뚜렷해진 정신으로 한가지의 길을 선택해야 했다. 이대로 도망 갈 것인가!? 정신이 사용한 현신이라는 기술로 생긴 망토로 막아 볼 것 인가를......정신이 들고 나서 찰나의 순간이었다. “운에 맡긴다!! 드래곤 너의 운과 나의 운 중 누가 좋은지 시험해보자!!” 쩌저저적! 팅. 쨍그랑!! 정신이 돌아오고 나서 10초도 되지 않는 순간의 기억들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10분과도 같은 긴 시간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의 마지막 말로 부서진 엡솔루트 실드가 거대한 폭발을 하면서 퓨전 브레스의 열기가 나에게로 덮쳐 왔다. 사사사사사....화르르르륵....펑!!! 이때까지 가스와 화력이 만나 완전한 융합을 하지 않고 목표물인 나에게 덮칠때 폭발 시킬 생각이었는지 지금 이 순간이 되어서야 폭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열기만 느껴질 뿐 나의 몸을 난도질 하며 지나갈 브레스의 기운이 나의 팔 쪽에서 멈추어져 있었다. 치이이익!! 망토를 움켜 쥐고 있는 팔에서 전해지는 진한 마나의 향기가 나의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확실히 두 마리의 드래곤이 내뿜는 브레스는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점점 나의 몸은 뒤로 미끄러지며 땅을 파고 있었다. “멈춰....브레스를 멈춰라고!! 썩을 드래곤!! 헬 블래스터(Hell Blaster)” 점점 뒤로 밀려 났다가는 죽음이었기에 나는 왼손에 마기를 모아 헬 브라스트를 사용했다. 흑마법중 단연 으뜸으로 꼽힌 화속성의 헬 브라스트가 마기로 인해 배의 화력과 데미지를 가지며 녀석들에게 날아갔다. 거대한 아가리에서 연녹색과 붉은 홍염을 토해내는 녀석들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 언뜻 나의 모습으로 비쳤다. %3C스티어....피해라!! 6서클이지만 보통 마법이 아니야!! 브레스를 중지해!!%3E 쾅!!! 스티어는 하비스의 충고를 무시하고는 계속 브레스를 쏘아대다 헬 브라스트에 적중되고 말았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목에서부터 올라오는 브레스를 보고로 불리는 드래곤 보이스(Dragon Voice)....즉 목에 구멍이 생겨 버렸다. 에초부터 강력한 마법이 마기로 인해 업그레이드 되었기에 엄청난 파괴력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3C스티어!!! 이....망할 인간!! 다 같이 죽자!!! 메테오 샤워(Meteor Shower)%3E 녀석은 나를 이길수 없다는 절망감과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스티어가 다시는 브레스와 드래곤으로서의 생활을 할수 없다는 절망감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폭을 결심 한 듯 메테오 샤워를 사용했다. 메테오와는 다르게 여러 발....작은 운석을 엄청 많이 뿌리는 메테오 샤워를 사용했다. 물론 스웜보다는 약한 것이었지만 충분히 이 근방은 초토화 시킬 정도의 궁극의 마법이었다. “그렇게는.....안되지.....능력을 내놔라!! 드래곤!!!” 스팟!! 나는 허리춤에 끼어져 있던 업그레이드판 현자의 지팡이를 빼들고는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드워프들의 기습 x 사연 x 전투 “능력은.....주고 죽어야지!?” 나는 두 마리의 거대한 드래곤에게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망토는 바람에 따라 펄럭였고 꽉잡은 지팡이는 꼿꼿이 녀석들의 사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 마리는 목에서 피를 연신 쏟고 있었고 초록색의 드래곤은 모든 것을 체념 한 듯이 허공만 처다 보고 있을 뿐이었다. “프로필 뷰!” [프로필] 이름 : 스티어 리밍턴 전투력 : 150000 스킬 : 드래곤 편- 드래곤 피어, 용언, 화염 브레스, 9서클 마법, 유희 드래곤들은 다 같은 기술 밖에 없는 것인지 예전의 블랙 드래곤과 같은 기술뿐이었다. 그리고 전투력 또한 형편없이 약했기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능력흡수....” [능력흡수에 성공하였습니다.] 휘이이이잉!!! 쾅!!!! 나는 눈앞에 나타난 프로필을 보고는 능력흡수하고 외쳤다. 이번에는 단 한 번의 성공으로 패널티는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흡수 성공이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메테오 샤워 마법의 발동이 걸려 이제 운석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점점 다가오는 운석....그리고 그 영향으로 파여 들어가는 구덩이가 몇 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나에게로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쾅! 쾅쾅!! 눈앞에 보이는 것은 쉽게 부서지는 지각들 그리고 한번에 소멸해가는 식물들이 나의 눈에 비쳤다. 그리고 운석의 공격범위에는 지하까지 통하는 것인지 지하의 드워프 마을에게까지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의지여, 마나여, 나 여기 서있노라....바람의 속삭임처럼 들리는 간지러운 물결이 지상을 적시니....따스한 햇빛은 그 물결을 잠재운다.....나의 속삭임처럼....적의 외침처럼....모든 것을 잠재우리....평화로운 일상으로 모든 것을 되돌려라!! 레인보우 실드(Rainbow Shield)” 긴 캐스팅...물론 자작으로 만든 낯간지러운 마법 캐스팅이었지만 효과는 최상이었다. 점점 부서지는 지각을 뒤로 하고 나의 몸은 무지개 빛의 막으로 둘러싸이고 있었다. 유난히도 긴 캐스팅이었지만 일단 발동되면 웬만한 마법이나 물리적 타격으로는 절대 부서지지 않는 마법이었다. 콰콰쾅!!! 이윽고 나에게까지 그 여파가 밀려왔지만 레인보우 실드의 영향으로 모든 운석을 막아내고 있었다. 레인보우 실드의 영향력은 나의 몸만 겨우 감쌀 정도였기에 9서클 마스터인 나로서도 힘겹게 사용하는 마법이었다. 심지어 드래곤 조차도 이 마법의 범위가 그렇게 길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정도의 범위면 상당한 마법실력임에 틀림없었다. 쩌저적... 아무리 최강의 주문이라도 계속된 타격이라면 부서지기 마련인지 점점 레인보우 실드는 붕괴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운석이 다 떨어 진 것인지 더 이상 운석이 떨어지는 사태는 오지 않았다. %3C크르르르....이럴....수가....아직 살아 있는....것인가?%3E 휘이잉 “휘유, 위험 할 뻔했어!? 설마 자폭까지 생각 할 정도로 다급했나?” 그린 드래곤은 아직 살아 있다는 듯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말을 노칠 정도로 타격을 입지 않는 나였기에 모든 말을 알아들었다. 살짝 불어오는 바람에 흐틀어진 머리칼을 뒤로 살짝 넘긴 나는 녀석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네 친구도 저세상에 갔으니까 너도 조용히 나의 손에 죽어라....프로필 뷰” [프로필] 이름 : 하비스 인탱글 전투력 : 180000 스킬 : 드래곤 편- 드래곤 피어, 용언, 염소가스 브레스, 9서클 마법, 유희 %3C뭐...하는 짓이냐!! 아까 그 짓 네놈의 짓이냐!?%3E 하비스의 프로필이 눈앞에 펼쳐지졌다. 하지만 하비스라는 놈이 갑자기 발광을 하며 날뛰기 시작했다. 아까 스티어가 점점 말리 비틀어지며 마나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고는 나에게 공격적인 말투로 말했다. “그렇다면....네놈들은 나에게 힘의 양식을 주는 것이다. 그것을 나는 좋은 곳에 이용하고 있지...크크크, 순순히 내놔!” 나는 순순히 긍정을 표하고는 오만한 표정으로 녀석을 노려봤다. 하지만 그것이 믿겨지지 않다는 듯이 이리저리 눈을 굴리는 녀석의 모습을 보자 빨리 흡수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났다. “자.....흡수 되라! 능력흡수!” [띠링,능력흡수에 성공하였습니다.] 푸쉬쉬쉬시시시 점점 녀석의 몸에서 마나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녹색의 가스 같은 것이 나의 몸으로 흡수 되어 들어가자 무언가에 중독된 듯이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3C수....순히 당할듯 싶으냐!! 신이여....나의 몸을 바치오니....세상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무리를 없애어 주시옵소서...세크리파이스(Sacrifice)%3E 뷔이이잉!! “이...이딴 마법은 듣지도 못했다!!! 무, 무슨!!” 이상한 마나에 정신을 팔고 있던 나는 갑자기 녀석의 몸이 순식간으로 줄어들더니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자 당황해 하며 녀석을 노려봤다. 그리고 땅에다 무슨 글자를 몇 자 적더니 이상한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모든 영창이 끝나자 희생이라는 뜻의 마법구동어가 녀석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이 모든 준비가 채 10초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엄청난 캐스팅 속도라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나에게로 흡수 되던 마나들이 급격이 날뛰며 녀석의 주위에서 놀고 있었다. “크크크....나도 죽고......너도 죽자!!! 악의 무리 마족!!!!” 모든 능력의 스킬과 대부분의 마나를 흡수했지만 소량의 마나가 녀석에게 남아있던 것이 큰 화근이었다. 1서클정도 가량의 마나가 녀석의 바람대로 이상한 마법이 구현되자 나는 당황했다. 이런 마법은 프로필에도 나오지 않았던 마법이고 9서클 마법 중 속하지 않는 마법이었다. 이것은....있을 수 없는 마법이었던 것이다. 스스스스스........펑!!!!! 1서클의 마나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막을 펼쳐 내기 시작하더니 전 하늘을 뒤덮고 주위에 있던 모든 것을 속박하기 시작했다. 그 어떤 누구도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대략 50미터 정도는 완전한 속박에 걸려들었다. 그리고 한계에 달했다는 듯이 인간의 몸으로 있던 녀석의 세포하나하나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입..귀...눈..있는 구멍에서는 모조리 빛이 터져 나왔고 나의 몸을 덮쳤다. 드워프들의 기습 x 사연 x 전투 세상을 뒤엎은 연녹색의 빛이 눈부시게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사라져 가는 녀석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로 시간의 흐름은 느려졌다. 빛이 근처의 대지를 적셨고 하늘을 뚫었다. 그리고 나의 몸을 덮쳐왔다. 윙윙윙사사사사 귀에서 울리는 빛의 앵앵거림이 나에게 전해지자 전신을 관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로부터 잠시후 뇌에서부터 시작된 고통이 전신을 파고들더니 있는 구멍에서 검붉은 피가 줄줄 세어 나왔다. 입에서는 피를 내뿜었고 귀에서는 오래된 피인듯 진액이 뿜어져 나왔다. 또한 눈에서는 누런 액체가 나왔고, 코와 세포하나하나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현신이라는 것이 풀려버렸다. 마지막의 방어수단이었던 것이 사라졌다. 하지만 더이상의 피해는 오지 않았기에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찌지지지직 모든 것이 되감아지듯 연녹색의 빛이 사그라지고 나의 모든 구멍에서 나오던 피와 액체들이 사라져갔다. 마치 한순가의 꿈인 듯이 순식간에 생겨났다. 없어지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빛이 사라지자 주위에는 어느 순간부터 울창한 숲으로 변해 있었다. “마법이 실패 한 건가!?” 모든 현상이 끝났는지 정신이 또렷해지며 몸을 움찔거리며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주위를 둘러보니 예전 그대로의 숲으로 변해있었다. 다만...전투의 흔적으로 남아있는 운석덩어리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는 것으로 그게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쩌저적 “뭐....” 몸을 일으켜 주위를 살피고 있던 나는 갑자기 땅이 꺼지며 몸이 빨려 들어가자 찍소리도 못하고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털썩 지상과의 거리가 그렇게 높지 않은 것인지 커다란 충격으로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예전에 본 듯한 느낌의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캬하하핫 갑자기 어디선가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소리의 진원지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이들이라기보다는 털이 더부룩하게 난 아저씨들이 웃으며 뛰어 노는 모습이 보였다. “드래곤의 충격으로 미친 것인가!?” 나는 드워프들이 천진한 웃음을 내비치며 노는 모습에 드래곤들과의 싸움으로 인해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고 생각하며 측은한 눈빛으로 녀석들을 쳐다봤다. “헤헤헷, 응? 와~~ 인간이다. 다들 일로 와봐 인간이다. 인간” “어? 정말이네, 인간이야~ 우와~~ 진자 못생겼다.” “정말이네, 꼭, 우리의 시조인 오소리랄루삐딱쿠스 같이 키도 크고 정말 못생겼다.” 나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처럼 노는 아저씨들은 제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듯이 여기저기의 동네 아저씨들에게 달려가 떠들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또한 여자들의 목소리처럼 가성을 써가면서 말하는 드워프들을 보자 갑자기 몸에서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애들아~~ 밥 먹을 시간이다!! 어서와!!” “네~” 갑자기 마을에서 들리는 한 여성 형 드워프의 말에 나의 주위에서 뛰놀고 있던 정신병자 드워프들이 일제기 소리치며 마을로 뛰어 갔다. 나도 녀석들의 뒤를 쫓아 마을로 서서히 다가갔다. “음!? 인간이다.....이봐들 인간이야....” 땡땡땡... 마을로 다가가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드워프 하나가 요란하게 종을 치며 다른 동료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잠시후 베틀엑스와 여러 가지 연장을 챙겨든 드워프들이 흉흉한 기세로 나를 노려보며 대치했다. “무슨 일로 온 것이냐, 인간!!” “나, 몰라? 아까 봤을 거 아니야?” 종을 친 드워프가 용기를 내어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녀석이 말하는 말투로 보아 나를 모르는 듯한 말투를 사용하고 있었다. “네놈이 누구냐! 별 볼일이 없다면 이 마을에서 썩 꺼져라!” 정말 모른 다는 듯이 말하는 드워프들의 말에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모두 죽은 줄 알았던 녀석들이 멀쩡히 살아있지를 않나, 파괴되어 있던 숲이 다시 멀쩡해지질 않나....참으로 이해 할 수 없는 현상이 지금 벌어지고 있었다. “혹시....그 이상한 마법 때문에?” 나는 이 모든 현상이 아까 드래곤이 사용한 마법 때문이라고 치부하고 대충 넘어가기로 했다. 사실 드래곤이 사용한 마법은 자기희생으로 남은 수명을 사용함으로써 그 위력을 나타내는 마법이었다. 당연히 수명이 긴 드래곤인만큼 그 영향력은 무시 할수 없었다. 다만 그 마법은 자신을 희생시킴으로써 주위의 무너진 균형을 바로잡는 마법이었다. 그렇기에 모든 죽어가던 것이 되살아 난 것이었다. “저놈이 사술을 쓰려고 한다!! 저 수상한 놈을 죽이자!!” “죽이자!!!”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사이 그 모습이 마치 마법을 사용한 것으로 비친 것인지 드워프들은 광분하며 나에게로 달려들고 있었다. 손에는 육중한 배틀 엑스를 움켜쥐고서 빠른 스피드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예전에는 쓰던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육체만으로 싸울 뿐이었다. 간간히 광석을 녹이는 불 마법만 사용 할 뿐 그 왜의 마법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어이,,,뭔가 오해가 있나 본데...윽” 후웅 나는 오해를 풀기위해 녀석들을 보며 말했지만 정신이 돌아간건지 나의 말을 무시하고 무지막지한 도끼를 휘둘렀다. 다행이 머리와 몇 센치 차이고 피해 나갔다. 머리위에서 느껴지는 기분 나쁜 바람이 지나가자 머리칼이 몇가닥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나를 원망하지마라 너희들의 시작은 너희 들이 했다. 스톤 볼 (Ston Ball)” 나의 분노를 표현 하듯 스톤 볼을 여기 저기 난사하기 시작했다. 나의 계속되는 스톤 볼로 마을은 초토화 되어가고 있었다. 풋풋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던 마을은 스톤 볼의 영향으로 죽음의 마을이 되어 버렸다. 마을의 모습은 대부분의 집이 무너져 내려 버렸고 주위의 방책들은 돌멩이의 영향으로 무너져 내려 버렸다. 또한, 자칭 꼬마 녀석들의 놀이터도 사라져 버렸다. “이놈, 그만 두지 못할까” 죽은 줄 알았던 스티어의 모습이 보였다. 꼭 폴리모프 했을 때의 드워프 족장이었기에 멀쩡히 살아있는 녀석을 보자 질려버렸다. 하지만 녀석에게서 느껴지던 광기의 느낌이 들지 않자 그게 스티어가 아닌 것을 알고는 조용히 지켜 볼뿐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 나를 놓아두지 않을 작정인지 멈칫해있던 드워프들이 나에게로 달려들었다. “다시는 여기 안 올 테니까 잘 있으라고!! 플라이(Fly)" 자신의 방어를 무시 한 채 달려드는 드워프들의 모습은 마치 광기에 휩싸인 버서커의 모습이었다. 나는 내가 왜 도망가는지도 모른 체 밑으로 빠진 구멍으로 다시 빠져 나왔다. “그런데.....내가 왜? 도망갔지??....으윽!......피곤하다.....로그아웃” [10,9,8.......1, 정상적으로 로그아웃됐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드워프의 마을에서 빠져나온 후 몸이 피로하다는 것을 이제야 인식하고는 게임에서 빠져 나왔다. 학교를 다녀온 후.....쉬지도 않고 게임을 했기에 엄청난 공복감과 피로감에 지친것이었다. 패배의 쓴맛 지이잉 “윽!!” 뿌드득! 게임 속에서 로그아웃을 하자 멈추어져있던 현실에서의 육체가 활동하기 시작했다. 장시간 동안 한자리에서 멈추어져있던 몸이 갑자기 근육을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며 이상 현상을 내뱉고 있었다. 일명 게임 임팩트....뼈마디가 울음을 토하든 연속 다발적으로 온몸에서 뼈가 괴로운 비명을 지고 있었다. 뚝....뚜둑! 캡슐에서 몸을 일으키며 밖으로 나오자 바닥으로 이상한 액체가 흘러 내렸다. 주위에서는 피비린내가 나고 있었고 예전에 있었던 화장실 바디체인지 사건처럼 악취가 풍겨져 나왔다. “별로 변한 건 없는 것 같은데....악취부터 재거해야 겠지? 벤티레이션(Ventilation)” “.....” 휘이잉 “마법이 안 써진다??.....아차! 회수 안 해왔지.....엉? 흡수 했을 텐데....바로 부여 되는 건가!?” 나는 악취를 재거하기 위해 벤티레이션을 사용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현상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잠시 동안의 생각 끝에 회수를 안 해왔다는 것까지 미치자 머리를 한차례 문질렀다. “하하....빨리 회수 해 와야겠다.” 몸이 피곤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빠르게 게임을 다시 접속하고는 모든 능력을 회수 해왔다. 다시 한 번 벤티레이션을 사용해 주위에 가득한 이상기체들을 환풍 마법으로 제거 한 후 땀과 피로 범벅이 되어 있는 몸을 클린으로 가다듬었다. 피슈슈슈 시원한 바람이 집안 구석구석을 채워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때까지 모아온 능력들을 살피고 있었다. [프로필] 이름 : 조제현 나이 : 17 직업 : 고등학생, 종족 : 반마반룡, 인간 칭호 : 드래곤 슬레이어 전투력 : 210000 스킬 : 흡수 편 - 능력흡수, 프로필 뷰, 능력부여, 능력회수 마법 편 - 흑, 백마법(9서클), 호흡법 반마 편 - 마언, 계약, 블러드 네일, 현신, 마안, 마탄(=마나컨트롤) 반룡 편 - 드래곤 피어, 용언, 브레스(화염, 산성, 염소가스), 유희 (참고. 서브클레스를 지우고 종족으로 바꾸겠습니다.) 프로필을 열자 여러 가지 글자들이 나열되기 시작했다. 천천히 나의 프로필을 읽던 중 예전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있었다. 서브클레스가 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고 종족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어 있었다. 그리고 칭호도 바뀌어져 있었고, 스킬편도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상당히 오랜 시간 확인을 하지 않은 나의 잘못도 있지만 이것은 너무 변해도 많이 변해있었다. 종족이 생기니 스킬도 변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능력흡수를 통해 얻은 패널티가 치명적이었다. 신성마법이 소멸되어 있었고 학교에서의 파라다이스를 즐길 때 필수스킬인 잠자기가 속해 있던 왕따 편 스킬이 소멸해있었다. 이것은 엄청난 패널티였다. “이거....학교에서 잠도 자지 못 할 수도 있겠네....” 나는 신성마법이 소멸했다는 것보다 왕따 편의 잠자기 스킬이 소멸했다는 것이 큰 비중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아직 고등학생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로 써는 이정도 생각밖에 할수 없었다. 꼬르르륵 학교를 다녀오자마자 게임을 밤새도록 게임만 했기에 영양보충을 할 수 없었다. 게임을 잠깐 중단하고 먹으면 안 되냐....는 생각이 들테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한번 물고 늘어진 상태에서는 끝장을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기에 멈 출수 없었다. 게임사용 시간이 정해져있지만 왼지 요즘 따라 점점 더 길어지는 듯 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꼬르륵!! 다시 한 번 배에서는 배고프다고 아우성을 질러 대기 시작하고 나서야 다시 정신을 차릴수 있었다. “아, 배고파 간단하게 밥이나 차려 먹어야지.” 나는 꼬르륵 거리는 배를 쓰다듬고는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방에 있는 냉장고를 여는 순간 나는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많던 카레 팩과 통조림들...빵들이 모조리 사라 져 있었다. 한 달에 한번 보는 장을 보지 않았기에 텅 비어 버린 냉장고가 이해가 갔지만 모조리 사라져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런, 장이나 보러 가야 하나? 휴우, 귀찮은데....아사 직전이니....장이나 보러 가야겠다. 으으 힘없어.....” 끼니를 굶을 생각이 없었기에 간단히 장을 보러 가기 위해 몸단장(?)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게임을 하느라 벗지 않았던 교복과 속옷들을 던져 버리고 욕실에 들어갔다. 물론 클린 마법으로 씻었지만 피로를 풀 때는 역시 따듯한 물에 몸을 맡기는 것이었다. 솨아아!!! 따뜻한 물이 샤워기에서 뿌려져 나의 몸을 씻어 내리기 시작했다. 배가 무척 고팠기에 빨리 씻기 위해 비누를 온 몸에 비비고 머리 얼굴까지 다 바른 후에 타월로 비비기 시작했다. 온몸에 묻어 있던 비누 끼가 타월과 마찰을 하자 거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타월이 온몸 구석구석을 지나가자 그 자리에는 대량의 거품들이 일어났고 욕실 바닥에는 거품들이 꽉 들어 차 버렸다. “아악, 무울~~” 타월로 온몸을 비빈 후 바로 머리를 향해 나의 손이 작열해 박박 긁어 댔다. 머리를 다 문지르고는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 문지르던 중 비누 끼가 나의 눈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눈에서 느껴지는 쓰라림의 고통으로 샤워기를 찾기 위해 더듬거렸지만 어디로 사라 진 것인지 잡히질 않았다. 최후의 발악으로 침으로 해결 하려 했지만 침은 곧 말라 버렸다. “크윽, 이런 바보, 마법을 잊고 있었다니…….워터 샤워 (Water Shower)” 솨아아아아!! 마법을 잊은 나 자신을 한 체례 질책 한 후 수속성의 마법을 사용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품들을 걷어 냈다. 문득 이런 현상은 장시간 게임으로 인해 뇌의 기능에 장애를 준다것을 뉴우스~본 기억이 되살아났지만 살짝 무시하기로 했다. 약간 걱정이 되지만... “와아, 이제 살겠다. 드라이(Dry)” 실용마법중 하나인 건조 마법을 사용 했다. 이 마법은 파이어의 응용기로 작은 불꽃을 온몸에 퍼뜨려 몸을 말리는 기술이다. 마나 컨트롤이 부족한 초보 마법사들은 종종 머리를 태우기도 하는 마법이기도 했다. “자아, 이제 가볼까” 간단히 검은색으로 된 검은색 티와 검은색의 반바지를 차려 입었고 눈을 살짝 가리고 귀를 덮을 정도의 머리칼과 뒷목에 닿을 듯 한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어 본 후 현관문을 나섰다. 패배의 쓴맛 ‘그나저나....더 이상 인간이 아닌 건가?’ 흡수를 하다 보니 종족이라는 개념이 생겨났고 인간과 더불어 반마반룡이라는 종족으로 변해 있었다. 솔직히 종족이 다른 점은 상관없었지만 성격이 악하게 변하거나 몸이 통제 되지 않을 때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강하다는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수단이었기에 그렇게 큰 불만은 없었다. 오(O)마트를 가기 위해 집근처에 있는 버스 타는 곳으로 갔다. 아직 여름이었기에 후덥지근한 날씨였다. “보자 오 마트가 있는 것이 평화동이니까 189번 버스를 타면 되겠다.” 선인동인 나의 집과의 거리를 볼 때 평화동은 버스를 타고 15분가량 떨어진 곳이기에 걸어서는 30분 이상이 걸렸다. 걸어가도 되지만 아사 직전의 상태에서 걸어갈 힘이 없었기에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저희 사천 버스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치이익 5분정도 기다렸을까 189번이라고 적힌 버스하나가 도착했다. 그리고 여자의 목소리가 한번 울린 후 버스의 문이 스르륵 열렸다. 버스에 탑승 한 후 햇빛이 잘다는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우리가 왜,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데? 아저씨 불러서 차타고 가면 되잖아!!” “야.....사람들도 다 듣는 데....모처럼 이렇게 나온 건데....오 마트 가서 장이나 보고 들어가자.” “하~언니들 시키면 되잖아? 우리가 꼭가야되??” 피곤함을 달래기 위해 눈을 잠깐 감고 있던 중 갑자기 주위가 소란스러워 졌다. 그 원인은 뒤쪽에 한쌍의 남녀 때문이었다. 아마 부유한 집안의 딸자식 같았는데 지금 사람들이 많이 타고 있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사람들이 많았다면 무슨 꼴 당할지 모르는 소리였다. 이 녀석들이 하는 말은 한마디로 나 갑부요.....하는 소리였던 것이었다. ‘칫.....부자 놈들....’ 나는 속으로 녀석들의 집안을 부러워했지만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나도 얼마든지 돈은 벌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로또번호 사기라든가....은행 금고를 털 수 있는 무적의 마법이 있지 않은가. -이번에 도착할 곳은 오 마트가 있는 평화동입니다. 조용해진 주위의 환경에 가만히 좌석에 앉아서 밖의 풍경을 지켜보고 있던 나의 귀에 평화동이라는 여자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릴 것인지 여기저기서 물건을 챙기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 왔다. 치잉 -저희 사천 버스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이 열리기 시작하고 이용 해주어서 고맙다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 사람들을 따라 내려 도로 반대편에 있는 오 마트로 걸어 들어갔다. “식료품이 지하1층에 있었지?‘ 건물 안으로 들어온 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1층에 있는 식료품 코너로 갔다. 여기서 간단히 끼니도 때울 겸 돌아다니며 시식을 하기로 했다. 가는 곳마다 많이 주워 먹었기에 판매를 담당 하는 사람들의 질책 어린 시선을 받았지만 몇 가지 정도는 팔아 주자 얼굴이 환해지는 사람들이었다. “거기 어머니~~~, 저녁 식단으로 xx어떠세요. 지금 그것을 엄청난 가격 4만원 하던 것이 3만원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그것에서 더 깍은 2만9천900원 엄청난 가격 세일입니다. 한정 판매이기 때문에 지금 빨리 찾아주세요~~ 마감시간은 10분후에 마감 하겠습니다. 기회는 지금 뿐이라는 거 아시죠?” 마이크를 들고 한 여자가 엄청난 화술로 주부들을 휘어잡고 있었다. 주부들은 4만에서 3만원으로 떨어진 가격을 보고는 눈이 뒤집혀 버렸다. 거기다 결정타인 2만 9천 900원 이것을 말하고 나자 주부들은 전쟁을 방불케 하는 듯 여기저기서 xx를 잡기 위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마침 그곳에 있던 나는 그대로 아줌마들의 돌진에 말려들어 xx를 파는 곳까지 가게 되었다. “이제, 매진되기 직전입니다. 마지막기회 꼭 잡으세요.” 다시 이어지는 여자의 말에 아줌마들은 완전히 이성을 상실 한 듯 하나라도 더 집기 위해 손을 뻗기 시작했다. 제일 앞에 있던 나는 그 손을 피하기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많은 수의 아줌마들이 달려들자 아무 힘을 쓰지 못했다. “휴.....뭔 아줌마들이....그런 것에 목숨을 거냐....” 다행히 금방 모든 물건이 다 팔리자 나는 그곳에서 겨우 벗어 날수 있었다. 물론 나의 손에는 xx가 하나 들려 있었다. 맛있게 보였기 때문에 나도 하나를 사게 된 것이었다. “이제 먹을 거나 사러 가볼까? 배도 부르고 하하하, 다음에도 자주애용 해야 겠는 걸” 몇 번을 더 시식코너로 돌아다니며 주워 먹었기에 배는 빵빵해지고 몸은 활력을 되찾았다. 그리고 여기에 온 목적을 잊기 않고 있었기에 장바구니를 하나 쥐고는 필요한 생필품을 사러 갔다. “보자.....음식사고 샴푸....칫솔...치약도 사야겠네....” 아직 식료품 코너였기에 필요한 음식을 사러 사방으로 돌아 다녔다. 하지만 살것은 뻔히 정해져 있는 법......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카레라이스....짜장 밥....캔 통조림의 햄 종류와 참치 같은 것을 대량으로 구입하기로 했다. 이것으로 한 달 가량을 먹어야 했기에 최대한 많은 양을 집어 들었다. “생필품....왼쪽 코너를 돌면 있었지....보자....뭐를 써볼까 이번에는....” 왼쪽으로 코너를 돌아 생필품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여자의 생리대...화장지 같은 생활에 필요한 것들뿐이었다. 내가 필요로 하는 삼푸같은 것은 조금 더 걸어가고 나서야 눈에 보였다. “이번에는 비달사숨을 써볼까....따블리치를 써볼까.....너로 정했다!! 비달사숨!!” 나는 비달사숨과 따블리치를 보며 어떤 것으로 살까 정했다. 윤기 있는 머리를 가지고 싶다면 비달사숨을 정해야 했지만....상쾌한 머리상태를 원한다면 따블리치를 사야했다. 하지만 나는 윤기 있는 것으로 선택해 버렸다. 일명 충동구매? 라고나 할까나.....아무튼 그것으로 정해버리고 모든 생필품과 음식들을 살 수 있었다. 나의 쇼핑은 엄청난 속도로 끝나버렸다. 온 시간을 빼고 먹는 시간을 빼면 대략 10분?? 아무튼 엄청난 속도였다. 남자들은 이런 곳에 와서 즐기면서 하는 쇼핑을 할 줄 모르기에 당연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끔 가다 변종남자가 있기 마련이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런 쇼핑을 싫어한다. 아무튼 나의 쇼핑은 이것으로 끝을 맺었다. “다.....들고 갈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엄청난 양에 이었기에 문득 이것들을 무사히 들고 갈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지만 곧 좋은 생각이 떠올라 급히 오 마트를 나왔다. 패배의 쓴맛 “하....날씨 좋다~ 게임만 하지 말고 이제 광합성도 하면서 해야겠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집구석에만 처박히는 것도 범죄지....암~” 오 마트에서 물건을 챙겨 들고 나와 근처에 있는 쉼터로 향했다. 주말의 마지막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로 인해 북적이는 것을 피해 몸을 돌려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갔다. 쉼터로 못가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은 질색이었기에 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응? 여기에 이런 골목이 있었던가?”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 다니다 보니 이제 인적이 드문 골목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다른 골목과는 다르게 탁 트인 공터였다. “사람? 쳇...모처럼 좀 쉬려고 했더니...” 조용한 골목에서 여러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 오는 것을 보고는 조용히 그 자리에서 물러 갈 생각을 했다. 나는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있는 의자를 보고는 입맛을 다시며 그 자리에서 조금씩 멀어져 갔다. “어이....짱개 새끼들....한국에는 왜 온 거냐!....한국이 만만하게 보여?” “후후후....보옥이 있는 곳을 말해라!! 저급한 한국인....그러면 조용히 물러가겠다.” 나는 조용한 발소리로 그 자리에서 빠져 나가려 했지만 빠져 나갈 수 없었다. 걸어 들어온 골목길이 투명한 막으로 주위를 막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또한 어눌한 한국말이 들려왔기에 의도하지 않게 말을 듣고야 말았다. “좋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듣는 다니까.....약간만 주물러 줘!” “존명(尊命)!!!” 스슥!! 중국인중 권력이 상당한지 주위에 있던 검을 들고 있던 다수의 무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발검을 한 일단의 무리들이 여자에게 달려들었다. 세에에엑!! “매류통천(梅流通天)!!!” 검은 색계통의 옷을 착용한 무리들이 엄청난 속도로 검을 휘둘렀다. 찰나의 순간이었기에 밑으로 찍어 내리는 수법으로 여자에게 검을 휘둘렀다. 녀석들이 사용하는 수법은 무협게임에서 화산파의 매화 검수들이 배우는 기술 중 하나인 세로 베기의 수법이었다. 캉!! 세로와 가로에서 뻗어오는 검의 궤도를 파악한 여자는 순간 옆으로 살짝 피하고는 어디에서 구한 건지 권총하나를 집어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탕!! 두 자루의 총이 교차를 하며 이상한 빛 덩어리는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검은 옷의 무리 또한 만만치 않게 그 빛 덩어리를 검으로 퉁겨 내며 재차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여자의 일행으로 보이는 자는 손에 장갑을 끼더니 요상한 기술을 발휘했다. “윈드 번” 펑!! 이 말과 함께 주위에서 날뛰고 있던 검을 사용하는 무리들이 여자에게 다가 가던 중 갑자기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다시 주먹을 휘두르자 몸을 가지고 있던 옷이 터져 나갔다. 그곳에는 매화무늬의 문신이 새겨진 가슴이 보였다. “매화검진(梅花劍陳)을 펼쳐라!! 예상외로 강한 놈들이다!!” 주위에 흩어져 있던 검수들이 진을 형성하며 보법을 펼치며 검을 휘둘렀다. 한곳으로 몰린 여자와 남자는 녀석들의 공격을 대비하며 조금식 주춤 거렸다. “타앗!!” 총 9명의 사람들이 둥근 원을 만들며 검을 휘둘렀다. 그들의 검로가 꼭 매화모양의 검로였다. 사사사사!! 조금씩 시간이 지나자 방어를 하고 있던 남자의 몸에는 자잘한 상처가 생겨나고 있었다. “윈드 플레어!!” 여자와 남자도 만만치 않게 대응하고 있었다. 여자는 총을 이용해 무언가를 쏘고 있었고 남자는 바람 속성의 기술로 녀석들의 공격을 견재 하고 있었다. “염동 트윈 건너!!” 탕...탕탕!! 탕탕 여자의 외침을 시작으로 총을 난사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아군을 피한 나머지는 이 기술에 맞고 쓰러지는 녀석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설매제한(雪梅制寒)...칫...후퇴다!! 다음에 찾아오겠다.” 검진의 중심에 위치해있던 우두머리가 방어를 하며 자신들의 부하를 챙기며 급히 그곳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은 마치 헤이스트를 쓴 듯 한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녀석들의 검에서 보이던 검기로 추정되는 것의 영향으로 지각은 지진이라도 난 듯이 여기저기에 갈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여자를 지켜주고 있던 남자의 몸에는 자잘한 상처의 영향으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쳇....놓쳐 버렸나? 그러게 왜 방어를 해......니가 처리했으면 빠르잖아.” “레이디 퍼스트 몰라?” 마치 남자가 나섰다면 간단히 처리 할 수 있었다는 듯이 말하는 여자의 말에 나는 속으로 얼마나 강하기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여자도 엄청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약간 놀라고 있었다. 뚝. 모든 광경을 다 구경한 나는 조용히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발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멈추어 설수밖에 없었다. “네놈 누구냐!!” 나도 느끼지 못하는 남자의 신형이 나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방심을 하고 있었다고 쳐도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꽈악! “네놈은 누구냐!!” 살기를 내비치며 나에게 물어오는 녀석을 보자 알 수 없는 분노가 솟아났다. 패배의 쓴맛 “그 손....치워라!!” 목을 잡힌 나는 몸에 잠들어 있던 마나를 끌어 올렸다. 또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드래곤 피어와 마안의 영향으로 살기는 전보다 더욱 진득해졌다. 스스스 “초능력자?” 탁 스산한 기운이 몸에서 방출되자 녀석은 손을 놓고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뒤쪽에서 모든 것도 지켜보고 있던 여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가지고 있던 총을 움켜쥐고 있었다. “어느 나라 소속이냐!” 우우웅 나를 초능력자라고 오인한 녀석은 몸에서 바람의 기운을 끌어 모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소속? 사천고 소속이다. 매직 애로우!” 피슝 나는 빠른 대량으로 매직 애로우를 날려 보냈다. 갑작스럽게 생긴 매직 애로우에 놀란 녀석은 여자를 끌어안고는 투명한 막을 생성했다. 튕, 티티팅!! “장난 치지마라!! 윈드 플레어!!” 휘이잉 모든 마법을 막아낸 녀석은 다시 나에게 초능력을 써댔다. 바람의 기운이 밑에서부터 솟아나 나의 균형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이동한 녀석의 신형이 나의 다리를 잡아챘다. “레그 본 스매쉬!!” 나의 발을 잡아든 녀석은 이상한 말과 함께 초능력을 발휘했다. 발에서 전해지는 짜릿한 느낌이 들더니 뼈가 쪼그라들며 부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현실에서 이정도 고통은 처음이었기에 비명을 질러댈 뿐 어떠한 저항을 할 수 없었다. 마법을 쓰고 싶어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 손 놔!!” 나도 모르게 마탄이 나가고 말았다. 검은색의 구가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녀석의 볼을 살짝 훌고 지나갔다. 주르륵 “어둠계 능력자? 희귀한 능력!” 나의 속성을 단번에 알아보고는 경악에 찬 듯 한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내가 도와줄게! 파이어” 탕...탕탕!!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여자는 총에다 대고 힘을 불어 넣더니 나에게 총을 쏴대고 있었다. 그 총알은 염력으로 만든 건지 총알이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속성은 불속성인지 총탄 하나하나에 불의 속성이 걸려있었다. 화르르륵 총알의 영향으로 주위는 점점 불바다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의 영향은 나에게만 미치고 있었다. 남자는 바람을 이용해 나에게로 열기를 내보내고 있었기에 장기전으로 갈수록 나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컨트롤 웨더(Control weather)!!” 나는 재빠르게 컨트롤 웨더의 캐스팅을 했다. 빠른 시간 안에 완성된 마법은 하늘로 솟구치더니 구름을 자극했다. 잠시후 나의 의지대로 비가 주륵주륵 내리더니 주위에서 타고 있던 불들이 조금씩 줄어들어 갔다. “이게....어떻게 된거지?”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남자와 여자는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존재감이 커지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는 남녀였다. “이제야....분위기 파악이 되?? 그럼 잘 죽어라!!! 라이트닝 월(Lightning Wall)” 4서클의 마법이 캐스팅도 없이 나의 손에 펼쳐졌다. 땅이 이미 축축해져 물이 약간 고여 있는 상태였고 비 또한 계속 내리고 있었기에 라이트닝 마법이 적절했다. 공격과 방어가 동시에 되는 마법이었기에 지금 이 순간은 공격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찌직 시연된 마법이 나의 앞을 가로막자 땅으로 전기가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남녀를 덮치는 모습이 나의 눈에 똑똑히 보였다. 하지만 갑작스런 나의 행동에 무언가를 눈치챈 남자와 여자는 순식간에 자신의 주위에 있던 물을 증발시키며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었다. “어떻게....여러 가지 속성을 한꺼번에....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나의 여러 가지 속성마법에 놀란 여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중얼거리며 전기를 피해 도망가고 있었다. “크윽” 나는 남자의 브레이크라는 기술로 부러진 발 때문에 움직임에 불편함을 격고있었다. 그 모습을 놓치지 않은 녀석들은 나에게 바람과 불을 쏘아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후 전기의 지속시간이 끝나버렸다. “전기가 사라졌다. 지금이야!! 빨리 공격해!!” “알았어! 알고 있다고...하앗!” 남녀를 그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나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부실해진 하체 쪽으로 달려들자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뿐이었다. 콰당!! 녀석들의 계속된 공격에 나는 뒤로 넘어져버렸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남녀는 나의 가슴에 손을 얻었다. “게임 오버(Game Over) 바디 본 스매쉬” x2 “크아아악!!” 나의 무방비한 상태에 녀석들은 일전의 스매쉬 기술을 나에게 외쳤다. 그리고 나의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나는 몸부림 칠뿐이었다. 보통 녀석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이상한 기술과 알지도 못하는 녀석들에게 이런 꼴을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쿨럭....허억...허억” 꿈틀... 온몸이 끊어 질 듯한 충격이 가해지자 나의 정신은 혼미 해질 정도였다. 그리고 입에서는 피가 꾸역꾸역 나오고 있었고 온몸은 꿈쩍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다만 몸이 꿈틀되는 것이 숨이 붙어있다는 증거였다. “네놈....어디 소속이냐” 나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이 나에게 말을 거는 남자의 행동에 분했지만 지금으로는 고분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 더 이상의 공격은 나의 목숨에 지장이 있었기에 순순히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까 말했잖아.....쿨럭....퉷....너희 들이....허억....말하는 소속이 뭔지.....알아야 말하지!!” 나는 온몸의 뼈가 부서 질 듯 한 고통이 들면서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온몸의 뼈라고는 다 부서졌는지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나의 모습에 녀석들이 초능력으로 나의 몸을 일으켜 새우고는 나의 말을 들었다. “정말....모르는 것 같군.....” “야, 괜한 사람 반쯤 죽여 놓은 거 아니야? 저번에도 괜한 사람 족쳐서 저 지경으로 만들더니....이번에도 그러는 거야? 어찌 거기에서와의 성격이 천지 차이?” 으쓱 남자는 나의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여자의 말을 들어보니 한 두 번의 일이 아닌듯했다. “어쩔 거야....기관에 연락해야 하는 거 아니야?” 여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남자에게 물었다. 하지만 남자는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저 사람도 능력자....어쩌면 스파이 일지도 모르잖아. 확실히 여기서 처치하는 것도 좋겠어. 그리고 입막음도 되고 말이야.” 남자는 나를 끝가지 의심하고는 섬뜩한 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점점 나에게로 손을 뻗었다. 각성!? 각성!! “걱정마....아프지 않을 테니까.....자” 차르르릉~~ 녀석은 나에게 손을 뻗으며 손에 기운을 모았다. 바람의 기운이 녀석의 손을 따라 회전며 돌고 있었다. 그리고 회전하는 바람이 칼날 모양으로 변하더니 공기를 가르는 듯한 소리가 나고 있었다. “크으윽....이거나 먹어..크레이지 라이트(Crazy Light)” 번쩍 점점 다가오는 녀석에게 크레이지 라이트를 먹였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빛을 발하는 라이트계열의 일종으로 눈을 잠시 동안 멀게 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뭐...뭐야...이 빛은!?” 녀석은 눈이 부신지 눈을 움켜쥐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나는 그 틈을 타서 텔레포트를 감행했다. “텔레포트(teleport)....크으윽...” 텔레포트를 사용하자 나의 몸은 그 자리에서 꺼진 듯이 사라져 버렸다. 그사이 눈의 안정을 되찾은 녀석은 갑자기 나의 몸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입을 벌리고 나의 모습을 쳐다 볼뿐이었다. * * * 위이잉 적막감이 감돌던 집에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며 나의 몸이 소환 되었다. 만신창이가 된 나의 몸은 차가운 거실에 누워서 움직일 줄 몰랐다. 간간히 정신력으로 버텨 오던 의식마저 점점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거....이거, 말이 아닌걸?? 조제현군? 드래곤을 잡던 그 패기는 어디 갔나?” 어둠의 나락 속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녀석의 말에 나의 이름이 포한되어 있었기에 나는 대번에 어둠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나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을 뿐 어떤 움직임도 할 수 없었다. 뚜벅.....뚜벅.... “너는 약하지 않았어....왜....진 걸까? 그 녀석들은 네놈보다 약했는데.....한참이나!! 왜 그럴까?” 멀리서 걸어온 어둠....그 녀석의 모습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두운 로브로 가려져 있을 뿐이었다. 성별을 알 수 없는 목소리...형체를 알아볼 수없는 얼굴....모든 것이 배일에 쌓여 있는 녀석이었다. “왜 일까....능력이 딸려서? 아니야.....네놈 보다 강한 자는 없어!....그럼 왜 그럴까.....패배....네놈은 패배자야!.....그 정도로 나의 부탁을 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해?” 갑자기 로브가 휘날리며 녀석의 목소리는 한 층 더 가라앉았다. 싸늘해진 말만큼 나를 탓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네놈은 져서는 안돼! 어떤 그 누구한테도....하지만 진 이유가 뭘까? 그건 유약하고 썩어빠진 네놈의 정신 상태다!!!! 네놈의 마음속은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단 말이다!!!....혹시 죽지 않을까? 혹시 빼앗기지 않을까? 맞지 않을까? 아프지 않을까?.....더 맞지 않을까?........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뼛속까지 나약한 녀석.....그것만 극복한다면 그 누구도 네놈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어둠은 그 말을 끝으로 점점 형체를 잃어갔다. 그리고 한 자락 먼지도 남기지 않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런....건가??” 나는 어둠의 말을 곱씹었다. 나의 나약한 심성...아니 뼛속까지 뻗혀 있는 생각이야말로 나의 적이라는 것을..... ...... 정적...지금 나의 몸은 집을 있었지만 정신만은 어둠속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가지 영상이 떠올랐다. “엄마...집에 다와가?” “그래...조금만 더 가면 나올 거야...차도 막히지 않으니까...조금만 참으렴.” 씽긋 -저게 나인가? 한 소년이 보였다. 한 대의 승용차....뒤쪽에는 16세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 있었고 앞의 보조석에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인이 보였다. 그리고 운전석에 앉아 있는 40대 초반의 남자는 웃으며 자신의 아들인 듯 한 소년을 보고 웃고 있었다. 그것은 나였다. “아빠...빨리 가자...응? 오랫동안 집에 비웠더니 집이 그리워지네....?” “그래, 아들의 분부인데 안들을 수가 없지...그럼 속력을 내볼까?” 부우우웅 -안돼....속력을 높여서는 안돼!!! 단란한 가정 인 듯 인자하게 웃는 아버지를 보며 아들이 싱긋 웃더니 아빠에게 말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들의 말에 따라 자동차의 속력을 높여갔다. 나는 비명을 지르듯 말했지만 소년과 아빠는 말을 듣지 않았다. “자....다와 간다...이 코너만 돌면 집이 보일 거다......어어어??” -가면 안돼!!! 끼이익 쿵!! 그때 사고는 일어나고 말았다. 나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들리지 않은 것인지 가족들은 듣지도 않은 채 편안한 얼굴로 집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하지만 앞에서 달려오던 덤프트럭이 차선을 넘고 작은 승용차에 부딪힌 것이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앞좌석에 앉아 있던 부부는 몸이 순간적으로 앞으로 쏠리며 유리의 파편과 차의 쇠 조각이 복부에 끼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엄마! 아빠!!! “엄마...아빠!! 흑흑...나 때문에....내가 괜히 속력을 올리자고 해서.....” 다행히 뒷좌석에 앉아 있던 소년은 의자에 의해 타박상만 당했을 뿐 아무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앞의 부부는 정신이 혼미 해질 정도로 출혈이 심했고 상처 또한 깊었다. “아....아니야....괜찮아. 제현아.....나는 언제나....사랑한단다....아들아...컥” “여보....흑..흑...여보...” “아빠!!!!...흑...” -아빠.... 앞에서 미약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중년의 남자가 소년에게 괜찮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자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하던 생명은 끊어져 버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여자와 소년은 오열하며 울었다. 예전의 기억이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있었다. “아들...어디 있니? 아들....” “엄마...저 여기 있어요. 저 여기 있다 구요.” 여자는 남편을 잃었다는 슬픔과 과다 출혈로 점점 정신을 잃어갔다. 그 영향으로 앞이 점점 흐릿하게 보이자 자신의 아들을 다급하게 찾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에게는 불러도, 불러도 아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이 계속 부를 뿐이었다. “그래...거기 있었구나.....” -엄마!? 마지막 죽는 순간 유령 같은 환상을 본다고 했던가? 과거의 엄마가 나를 또렷이 쳐다보며 웃고 계셨다. “아들....죄책감 가질...필요 없어......살.......아 있......어서 다행.......” “엄마!!” -엄마..... 풀썩 여자의 말과 동시에 소년은 의식을 잃었다. 하지만 나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죄책감을 가지지 말라는.....과거 나는 이말을 듣지 않고 마음속 깊이 나 때문이라는 죄책감....그것이 이제는 말끔히 사라진 것이었다. 편안해지는 마음....다시 한 번 부모님께 미안하다는 생각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속에서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솟아나는 듯 했다. 사아..... 영상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 것인지....지금의 영상이 흐릿해지며 그림이 바뀌고 있었다. 각성!? 각성!! “야! 조제현....어디가?” “그냥 이리저리...” -여긴..? 갑자기 어두워진 공간에 다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영롱한 색깔을 내뿜더니 새로운 화면이 나에게 보여 졌다. 두 명의 남자와 한명의 여자....한 소년를 뒤 쫒는 아이들. 앞에서 뛰어가는 사람은 예전의 나였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한 달 후의 모습이었다. 앞에서 뛰어가는 소년의 얼굴은 제대로 영양을 섭취 하지 않아 초췌해진 얼굴이었다. “거기 서라니까?” “야! 어디가!” “날 내버려둬!! 가만 내버려 두라고!!” 소년은 뛰고 또 뛰었다. 하지만 뒤에서 쫒아 오는 소년 소녀의 모습에는 안타까움과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앞의 소년은 골목으로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다급해진 뒤쪽의 두 명은 더욱 속력을 높여 소년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야! 거긴 위험하다구!!” “따라 오지 마!! 친 한척 하지 말라고!!” “위험해!!” 소녀는 애타게 앞서 가는 소년을 붙잡으려 했지만 소년은 차가운 말을 내 뱉으며 앞만 보고 뛰어 갈뿐이었다. 골목이 끝나고 한적한 도로가 나왔다. 하지만 한적한 도로인 만큼 속력이 높은 법이었는지 소년은 앞에서 달려오는 차를 보고 멍하니 쳐다 볼뿐이었다. 끼이이익!!! “하아...하아....어떻해? 일반인한테는 보이면 안되는 건데....” -언제...저런 일이 있었지? 거대한 덤프트럭이 소년의 코앞에서 멈추어 서있었다. 두려움에 감겨져 있던 소년의 눈은 서서히 떠지며 앞의 트럭을 볼뿐이었다. 놀라운 점은 이상한 막이 자신을 가리고 있었고 바닥은 지글 거리며 움푹 패여 있었다. 구덩이에 처박힌 트럭의 운전수는 떨어질때의 충격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어떻하지?....어떻해?” “아빠에게 말해야지......야 조제현...거기서!” “오지마....오지마!” 두 명의 남녀는 조용히 이 사태에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두려움에 질려 점점 뒷걸음질 치는 제현의 보자 재빨리 다가가 제압했다. 그리고 소년은 천천히 의식을 잃었다. “빨리 돌아가자....목격자도 없는 것 같으니까 단순한 사고로 보일 거야” “응...” 제현을 기절시킨 소년은 제현을 등에 업고 재빨리 그곳에서 벗어났다. * * * “너희들 누가 능력을 아무데나 쓰라고 했어!!” “하지만....제현이가 차에 치일 뻔해서....” 꼼실꼼실.... 평범한 가정집....그리고 침대가 있는 방안에 죽은 듯이 잠을 자고 있는 소년과 그 옆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소년과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중년의 남자에게 꾸지람을 듣고 있는 중이었다. “됐다...사태 수습 팀을 불러 놨으니 다 알아서 처리 할 거다. 하지만 오늘 제현의 기억은 소각 시켜야 하니 수습 팀에 김성수라는 분이 이곳으로 오기로 했다.....다음부터 이런 일이 없도록 해라....” “소각이요? 위험하지 않아요? 그거?” 중년은 찌푸려진 얼굴을 살짝 펴며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무릎을 꿇고 있는 두 명의 아이들을 일으켜 새웠다. 하지만 중년의 말에 걱정이 되는지 침대에 누워 있는 소년을 보고는 다시 중년의 사내에게 말했다. “잠시 머리가 어지러울 뿐 별다른 이상은 없을 게다...” 띵동....띵동.. “아...마침 왔구나..” 소녀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자상한 말투로 말했다. 그 말을 마치자 집에서 초인종 소리가 요란히 울렸다. “사태 수습 팀의 김성수라고 합니다. 정신계 능력자입니다. 일반인이 능력을 봤다 구요?” “아, 그렇네....여기로” 일반 평복을 착용한 무뚝뚝하게 생긴 사내가 집안으로 걸어 들어와 사무적인 말만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년은 개의치 않다는 표정으로 사내를 방으로 안내 할뿐이었다. “잠시 깨워 주시겠습니까?” “네, 진짜 부작용은 없죠?” 방으로 들어온 사내는 침대에 누워 있는 소년을 무심한 눈길로 한번 보더니 소녀에게 침대위의 소년을 깨워 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소녀의 말에 약간 인상을 찡그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으음.....누구? 가까이 다가 오지마!! 이 괴물들아!!” 잠에서 깨어난 소년은 눈을 한번 비비더니 주위의 사람들을 바라 봤다. 그러자 갑자기 긴장한 눈빛을 내비치더니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합!” “뭐...뭐야!! 이거 풀지 못해!?” 김성수라 불린 사내는 조용히 손을 앞으로 내뻗었고 약간의 기합을 토해 내 더니 손에서 알수없는 기운이 소년을 속박하고 있었다. 그러자 무언가에 묶인 듯이 소년은 이리저리 방광을 하며 난돌을 부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번더 손을 내뻗자 소년은 움직일수 없는 상태까지 가게 되었다. 뒤에서 조마조마 하게 지켜보고 있는 중년과 남녀의 표정은 걱정이 가득했다. “걱정 말거라...다 네 녀석을 위한 거야!! 네 부모도 살아 있었다면 이 길을 가지 못하게 했을 테고...” 중년은 소년을 다독이고 있었지만 그 말을 들은 소년은 더욱 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하지만 김성수라 불린 사내가 다시 손을 휘젓자 입도 열수가 없는 상태로 변했다. “자....시작하겠습니다. 오늘 당신이 보았던 기억을 떠올립니다......떠올립니다...핫!!” 시작이라는 말과 동시에 성수의 눈에서는 안광을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몽롱하게 풀린 소년의 모습을 보고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댈 뿐이었다. “오늘 있었던 기억을 모두 잊습니다....모두......” 잠시후.... “.....흠....이 소년에게는 기억 조작이 잘 먹혀들지 않습니다....아니 소각이 되지 않다고 해야 하나요?? 할 수 없이 기억을 가두는 수밖에 없겠는데....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대로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끄덕... 성수의 계속되는 말에도 소년은 알 수 없다는 눈빛만 보낼 뿐 이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자 이 기술이 통하지 않다는 것을 느낀 사내는 조용히 기억을 봉인 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기억이 봉인 되었다....하지만....부작용으로 사고 전의 기억까지 봉인되는 어처구니없는 부작용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 영상을 끝으로 다시 어두운 공간으로 나의 정신은 보내졌다. -그런게 있었던가? 어떤 게 진실 된 기억이지? 저런 아이들이 내 주위에 있었던가? 으아아악!!! 만나다...적인가 아군인가. 탁한 공기가 흐르는 방...그곳에서는 이상한 기류가 누워 있는 소년의 주위에서 흐르고 있었다. 머리 쪽에서 검은색의 기류가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에 따라 소년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 있었다. 스스스~ 소년의 이마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던 검은 기류가 밝은 빛을 토해 내며 공중으로 비산했다. 그리고 검은 색의 기류가 빨강...검정...초록..흰색의 빛을 토해내며 소년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잠시후 한군데 모이더니 다시 검은 빛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머릿속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사아아.. 검은 빛이 사라짐에 따라 소년의 내부에서는 이상한 연기 같은 것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독한 연기가 모두 빠져나가자 이상한 바람 빠져 나가는 소리가 멈추었다. 그걸 끝으로 소년의 눈 쪽에서는 은빛의 물방울이 한줄기 흘러내리더니 뺨을 타고 바닥으로 한 방울 떨어졌다. 똑...번쩍. 계속 잠만 잘 것 같던 소년의 눈동자가 서서히 떠졌다. 그리고 하지만 소년의 눈동자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초점이 맞춰 지지 않고 있었다. “후....아프다...가슴이...” 소년의 정체는 제현이었다. 언제까지 검은 어둠의 나락에서 움츠려 졌던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는 조용히 심호흡을 하고 주위를 살폈다. 주위에는 통풍이 되지 않는 것인지 매캐한 공기들이 주위를 돌아다니며 깨끗한 공기를 더럽히고 있었다. 휘익 나의 손짓에 탁한 공기가 순식간에 집 바깥의 상퀘한 공기로 바뀌어져 있었다. “얼마나...쓰러져 있었던 거야...잠시 동안으로 공기가 이정도로 변색 되지는 않을 텐데..?” 나는 얼마나 쓰러져 있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정도로 쓰러져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검은 공간에서 보내지 않았기에 의심이 갔다. 대충 검은 공간에서의 영상은 1시간 남짓 그 정도의 시간이면 이제 겨우 오후 4시 정도여야 정상이지만 지금의 밖은 새벽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밝았다. “tv온” 팅- 나의 명령을 들은 컴퓨터가 조용히 tv를 틀었다. 잠시 로딩인지 검은 화면이 살짝 비쳤다가 제색을 찾아 갔다. 그리고 채널을 넘겨 시간과 날자가 적혀 있는 곳을 틀었다. “KBM 뉴스입니다. 현재 날자와 시각은...7월 10일 7시입니다. 계속된 폭염으로 연일 산불과 재산 피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은 전국.....자연 피해가 아닌......소행으로 조심스럽게 추측 하고 있습니다.......바랍니다. 아침 교통상황을 김충현 기자가 보도 하겠습니다. 김충현 기자?” 팅ㅡ “이런....4일이나 지난 건가? 그때....7월 6일이었으니...” TV에서 아침 뉴스의 아나운서가 말하는 날짜에 약간 충격을 먹었지만 금세 본래의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다. 시끄러운 TV를 꺼버렸다. 검은 공간에서 모든 영상을 보고 난 후부터 많은 표정이 지어지지 않는 이상 현상이 생겼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4일이나 굶었는데...배도 고프지 않아, 응?” 툭- 사일이나 굶었음에도 공복 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손을 옆으로 옮겼을까 옆에는 오 마트에서 샀던 통조림과 생필품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폭염으로 상할 위험이 있었지만 다행히 부풀어 오른 통조림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들을 모조리 모아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학교 갈 준비를 했다. 4일이나 빠진 상태였기에 오늘은 꼭 나가야 했다. 스윽..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교복을 단정히 정돈했다. 그리고 학교로 걸음을 옮겼다. 평소와는 다르게 움직임이 느릿했지만 발걸음은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머리가 개운 한 것이 목욕을 하고 시원한 바람을 셀 때와 같이 날아 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뚜벅..뚜벅.. “상쾌하다...하~”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공기를 폐부로 힘껏 빨아 당겼다 뱉었 다를 반복하며 학교로 걸었다. 그 행동을 반복하자 학교는 금방 도착 할 수 있었다. 7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기에 주위에는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이고 있었다. 가끔 나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 느낌을 애써 무시하고는 1층에 있는 서편제일 끝 반으로 걸음을 옮겼다. “야...쟤 누구야? 꼭 계집애 같이 생겨서 재수 없게 생겼어....혹시 전학생?” “조용히 해....들으면 어쩌려고...야..여기로 쳐다본다. 모르는 척해..좆댓다.” 휙...갸웃? “휴- 살았다. 아씨...네놈 때문에 괸히 가슴 졸였잖아...” “근데...왜 우리가 쫄아 야 하지? 약해 보이는데?” “그-그러게? 하하...이상하네...” 교내로 들어가자 일찍 등교한 학생들이 분주하게 여기저기로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고 반으로 걸어가는 중간에 있는 반 안의 학생들은 공부를 하기 바빴다. 개중에 복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아이들의 알 수 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 거릴 뿐 계속 갈 길을 갈뿐이었다. 물론 미세한 살기를 내뿜는 것도 잊지 않았다. 드르륵- 제일 끝으로 걸어온 나는 교실 문을 살짝 열었다. 문을 열자 안에서 매캐한 남자들의 땀 냄새가 콧속으로 전해졌지만 애써 무시하고는 1분단 재일 끝자리로 자리를 옮겨 앉으려 했다. 하지만 그 곳에는 한 개의 책상이 더 있었고 그 앞자리의 책상이 하나 비어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나의 자리를 찾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우리 반...이 아닌가?” 책상의 배치는 나의 자리만 제외 할뿐 그대로였고 반의 번호 또한 같았기에 나의 자리가 증발 하지 않은 한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의문만 느낄 뿐 반 아이들이 아무도 등교하지 않아 물어 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것을 말해 대략 난감한 상황이었다. 만나다...적인가 아군인가. 한동안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며 서 있었다. 똑같은 교실...그리고 뒤쪽의 똑같은 환경정리...무엇하나 바뀐 것은 없었지만 책상 2개가 더 늘어 있는 것을 보고는 전학생인가라는 의문을 표했다. 결과 적으로 나의 자리는 맨 뒤에 있는 두 책상 앞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별 일이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짝지가 없는 텅 빈 책상에 앉았다. 평소처럼 잠은 안 왔지만 멍하니 책상에 엎드렸다. 째깍, 째깍... 팔을 오므리고 책상에 엎드려 있으니 시계 소리가 나에게 전해져 왔다. 한 번 두 번 반복하자 얼마나 시간이 지난 지도 모를 만큼 흘렀다. 그리고 반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숫자도 많아졌다. 여전히 나의 뒤쪽에는 빈 두 책상만 남겨 놓고...모든 학생이 등교 한 것이었다. 째깍..째깍.. “야..쟤 언제 왔냐? 4일이나 땡땡이치더니 이제야 왔네....근데 좀 분위기가 달라 진거 같지 않냐?” “확실히...모습도 좀 바뀐 것 같고 왠지...흠.” 시계소리는 여전히 들려왔지만 중간에 떠드는 녀석들의 방해로 더 이상 시계소리에 집중 할 수 없었다. 평소라면 관심 밖인 나에게 관심을 가지며 떠드는 반 녀석들을 보니 느낌이 색달랐다. 드르륵-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이야~” 엎드려 있던 자세를 풀고 일어나려던 차에 뒤쪽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학생인지 전에 없었던 학생이었다. 한 명은 누구나 호감 가질 정도의 잘생긴 남자 애였고 역시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남자들이라면 자연히 눈길을 줄 듯 한 예쁜 여학생이었다. 하지만 나의 관심은 녀석들의 생김새가 아니었다. ‘뭐야....저 연놈들은 저번의 그놈들...’ 나는 녀석들의 얼굴을 보자 저번의 정체불명의 무리들과 싸우던 녀석들이었다. 그리고 나의 몸을 만신창이로 만든 녀석들이었다. 나는 녀석들에게서 느껴지는 미증유의 힘이 명확하게 느껴졌다. “앗....정체불명의 결석생이 너인가? 말로만 들어 왔던 조제현!?” 덥석 남자 녀석이 아는 채를 하며 책상위에 있던 나의 손을 가로 채더니 다짜고짜 붙잡았다. 피할 수도 있었지만 평범함을 내비치기 위해 조용히 잡혀 주었다. “넌....뭐냐?” 굳 건히 닫혀있던 나의 입이 조금씩 열렸다. 그리고 감정을 배제한 어떤 느낌도 들지 않는 표정과 목소리로 나의 손을 붙잡고 있는 녀석에게 말했다. “아하하, 전학생이야 여기 옆에 있는 이 얘는 나랑 이란성 쌍둥이, 시간상으로는 내가 동생이지만 뭐,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 나의 이름은 ‘이수강’ 친하게 지내자...” “나는 ‘이가연‘이라고 해, 친하게 지내자...자” 불쑥 이수강이라고 불린 녀석이 자신의 소개를 하고 이름을 밝혔다. 그리고 뒤이어 이가연이라고 불리는 여자아이도 나에게 소개를 다했고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야~ 좀 무안하다. 손 좀 잡아주면 안되니?” -적에게 베풀 친절 따위는 없다. 무안해 진 듯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손을 거두어 들였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나는 녀석들에게 베풀 친절 따위는 없었기에 조용히 매직마우스로 두 녀석에게 말했다. “저 새끼 진짜 재수 없네, 왕따 주제에 먼저 말 걸어 주면 감지덕지지 미친거 아니야?” “야, 듣겠다.” 나의 건방진 태도에 열이 뻗힌 몇몇의 반 아이들이 큰소리로 나에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이 앞의 여자에게 잘 보이려는 듯이 호기 있게 왜치는 모습이 꼭 주인에게 잘 보이려는 똥개 같은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나의 눈빛에 그 호기롭던 녀석들도 잠잠해졌다. “어이, 조제현, 말을 그따구로 하면 쓰나...가서 음료수나 사와라.” 잠자코 책상에 앉아 있던 재석이 나서며 나에게 톡 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 표정도 바꾸지 않은 채 무시하고 있었다. 아마 이 녀석도 이가연이라고 불린 적에게 잘 보이려는 듯했다. 이미 나는 녀석들을 적이라고 판단하고는 일체 동요도 없이 녀석들을 노려 볼뿐이었다. “이 새끼가....요즘 봐주니까 슬슬 기어오르네. 안 그러냐. 얘들아?” “맞아...우리가 가만히 맞아 주니까 제 세상인줄 알고 잘난 척 한다니까” “죽고 싶어 새꺄? 저번에 봐 준 것 가지고 간이 부웠냐?” 무시하며 조용히 자리에 앉으려던 나는 멀리서 들려오는 재석 패거리인 재석과 명우, 진수의 왜침에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시끄럽다.” 나는 녀석들의 표정과 몸짓에도 아무런 심정을 느끼지 못하고 간단한 말로 녀석들의 의견을 묵살시켰다. 하지만 나의 말이 촉매가 된 것인지 녀석들은 각자 무기 아닌 무기를 움켜쥐고는 나에게 다가 오고 있었다. 뒤에서는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수강과 가연의 모습이 보였다. 뿌드득. 목과 손을 푸는 듯이 조용히 몸을 풀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소롭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또한 뒤에서 히죽히죽 웃고 있는 듯 한 두 연놈의 태도가 약간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그것은 속에서의 생각 일뿐 겉으로는 무표정한 얼굴을 고수했다. “체인의 형들이 네놈보고 고맙다더라...조만간에 다시 보잖다...네놈 때문에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진 것을 생각하니 배앓이 뒤틀리는 듯 한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오늘 네놈은 죽었다고 복창해라!!” 후웅- 밀대의 봉만 분리시킨 작대기로 나에게 달려오는 명우가 보였다. 수직으로 내려 꽂는 막대기를 옆으로 살짝 피했다. 하지만 옆에서 날아오는 빗자루와 쓰레기통을 보고는 오른손으로 그것들을 쳐냈다. “하앗!” 그것이 끝이 아닌지 자세를 고쳐 잡고 다시 봉을 휘두르는 움직임이 보였다. 그리고 재석의 빗자루가 나의 안면으로 날아드는 것을 보고는 밑으로 살짝 몸을 숙였다. 하지만 부서진 쓰레기통의 파편을 발로 차는 진수의 움직임에 얼굴을 가리고는 옆으로 살짝 손을 내뻗었다. 퍽! 봉을 휘두른 것이 큰 움직임이었기에 허점이 그대로 들어나 있었다. 커버가 되어 있지 않은 복부를 왼손을 가볍게 말아 쥐며 회전을 더해 녀석의 명치를 가격했다. “크으윽.....쿨럭.” 쿵!! 정확하게 틀어박힌 주먹을 살짝 비틀자 녀석의 고통에 찬 비명이 들려왔다. 약하게 마나까지 주입했기에 내상도 입었을 것이다. 조금만 쉬면 낳을 테지만 속은 계속 쓰라릴 것이기에 큰 움직임과 지금의 싸움에서는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나는 녀석의 배에서 손을 때자 차가운 바닥으로 쓰러졌다. 복부가 아픈 것인지 신음을 흘릴 뿐 기절까지는 가지 않았다. 휙! “너희들...계속 할 테냐!?” 주춤 뒤로 물러 서있는 녀석들을 꼬나보며 살짝 말했다. 주위의 반 아이들은 이런 나의 움직임에 입을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수강과 가연은 재미있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만나다...적인가 아군인가. “시간 없다....빨리 정해라” 나는 옆에 있던 시계의 큰 바늘이 25분을 가리키고 있자 녀석들을 재촉했다. 30분이면 선생님이 들어올 시간이었기에 빨리 끝낼 심산이었다. “미안하다.” 순식간에 당한 명우의 모습을 보자 겁을 먹은 것인지 진수와 재석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나에게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무시하고 자리로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뚜벅... “다음은....네놈들 차례다...그때 그 일을 잊지 않았어....” 맨 뒤쪽에 앉아 있는 수강과 가연의 자리를 지나치며 조용한 말투로 말하고 지나갔다. 녀석들의 청각에는 분명히 들릴 정도의 소리였다. 중얼거리듯 말했기에 주위의 아이들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을 것이다. “후훗....그거 무섭네...기대하지.” 끼이익....탁. 나의 자리로 돌아온 나는 의자를 뺏다. 그러자 뒤에서 한 마디의 말이 들려왔다. 그 말을 끝으로 어떠한 말도 주고받지 않았다. 웅성웅성... 나는 자리에 앉아 멍하니 칠판만 바라 볼 뿐이었다. 애초부터 친구가 없었거니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타입도 아니었다. 그러니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자잘한 소리와 나에 대한 험담과 경외감 같은 잡소리가 들려왔지만 이제 그것에 화낼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하지 않았다. 띵동.. “좋은 아침입니다. 몇 일 있으면 시험 1학기 기말고사니까 준비 열심히 하도록. 수업시간에 는 졸지 말도록 하고...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거두어야지?.....그리고...조제현 왔나?” “네!” 종소리가 울리자 선생님이 즉각 들어왔다. 아이들의 인사와 함께 선생님을 반갑게 맞이하고는 아침 조례가 시작되었다. 간단한 안부인사와 시험에 관한 것들뿐이었다. 마지막으로 나를 찾는 것 왜에는 특별할 것이 없는 조례였다. “그래? 왔으면 다행이다. 조례는 마쳤으니까 화장실 가려면 가고 수업준비 해라.” 예전에 걸어 놓았던 세뇌 마법이 발동 되는 것인지 선생님은 약간 인상을 그릴뿐이었지만 다른 아이들의 눈에는 4일 동안 빠진 나에 대해 화낸다는 것으로 착각 할 정도로 보였다. 선생님의 눈이 약간 흐릿해졌다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저번처럼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약간 비틀거리며 교실을 나가셨다. “여...친구...학교에서 평판이 썩 좋지는 안군?” “호호. 어디서 봤나 했더니 오 마트 근처에 있던 골목에서 만났네?” 대부분의 아이들이 교실 밖으로 나가자 뒤쪽에 얌전히 앉아 있던 녀석들이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수강이 녀석이 괜히 친하지도 않으면서 나에게 친한척하며 다가왔다. 그리고 반대쪽에서는 가연이 나의 어깨에 손을 얻으며 나의 얼굴을 처다 보고 있었다. “저번에 어떻게 빠져 나갔어? 그 몸으로 말이야...지금 보니 멀쩡하네.” “저번에는 미안했다. 착각해서 그런 거야...너 혹시 우리 몰라? 저번에 만 난거 말고 1년 전에 말이야” 둘은 나의 안부를 물어 보며 나에 대해 묻고 있었다. 대답해줄 가치가 없었기에 침묵을 고수했다. 과거에 만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어둠 속에서 얻은 기억이 되살아났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녀석들도 아쉽다는 표정으로 조용히 자기들의 자리로 물러났다. “자...시험이 몇일 남지 않았다. 그런 의미로 더욱 빡센 수업을 시작 하도록 하겠다. 불만 없지?” “에ㅡ선생님 너무해요....자습 시간 주세요.” 곧 수업시간이 시작되었고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자리에 찾아가 앉았다. 몇 일 남지 않은 시험 때문인지 선생님의 수업은 더욱 빨라졌고 중요한 곳만 집고 계셨다. 공부에 뜻을 두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지루한 수업이었지만 반 아이들의 눈은 초롱초롱하게 선생님의 말을 하나라도 노치지 않겠다는 듯이 집중하고 있었다. 톡 학교 마치고 옥상에서 만나자. 뒤에서 쪽지 하나가 날아 왔다. 교과서를 찢어서 보낸 것인지 페이지를 나타내는 숫자가 보였다. 글씨체가 둥글한 게 가연이 보낸 쪽지 같았다.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무언의 동의를 표했다. * * * “자...보자고한 이유를 들어보자..” 정규 수업인 5시 30분에 모든 수업을 마치자마자 옥상으로 올라온 3명의 무리 중 나는 녀석들의 맞은편에 서서 녀석들을 노려보며 물었다. “네가 우리가 생각하는 ‘조제현‘인가 해서 말이야.....1년전 우리를 본 적 없나? 혹시나 해서 말이야...그 녀석 친구인데 어떻게 하다가 해어지게 됐거든.” 수강이가 대표로 나에게 말을 했다. 옆에는 가연이 나를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여름이라 그런지 아스팔트는 상당히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다. “글세....기억을 소각 하는 친구도 있었던가? 아님....친구의 돈을 가지고 나르는 친구?” 흠칫. 나는 호주머니에서 손을 빼며 말했다. 그러자 녀석들의 얼굴이 갑자기 기이하게 일그러지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지막 말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가연은 울 것 같은 표정을 고수하며 뒤쪽에 서 있을 뿐이었다. “네놈들은....적이냐....아군이냐....언제나 그랬어...친한 척하며 부려먹으려고 하지....내가 생각하는 친구들은 1년 전 나의 기억 소거와 함께 사라졌다.” 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이상한 느낌을 잠재우며 더욱 싸늘해진 말투로 녀석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녀석들은 흠칫하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리 잊었어? 친하게 지냈잖아...그건 우연한 사고였어. 친한 척이라니 우리는 진심으로 너를 대했는데.”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됐다. 공격이나 막을 준비해.” 여름이라 그런지 나의 주위에서는 열기와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 초능력자 구분 기준...마나 혹은 내공 하지만 초능력자는 사이킥 에너지라고 부릅니다. 사이킥(psychic) 즉 P라고 칭합니다. 내공이랑 측정하는 방식이 같습니다. 60 = 1갑자 60P(사이킥) = 1PA(사이킥 에너지) 라고 칭할 생각입니다. 깨달음의 방식이 아닌 내부 사이킥 에너지의 영향으로 강해지는 능력자이기 때문에 따로 경지가 필요 한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라고 보시는 게 나으실 듯 합니다. 꼭 그 경지의 힘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최대는 시험을 볼 수 있는 최소 갑입니다. D급 : 최소 10P~~~ 최대 1PA(1갑자) /소드 러너...삼류에서에서 일류정도 인 듯 C급 : 최소 1PA(1갑자)~~~ 최대 2PA 30P(2갑자 반) /익스퍼트 정도의 경지....일류에서 절정/ B급 : 최소 2PA 30P(2갑자 반)~~~최대 3PA(3갑자) /소드 마스터정도의 경지 즉 화경/ A급 : 최소 3PA~~~최대 5PA(5갑자) /화경 끝자락에서 현경 초입정도/ S급 : 최소 5PA~~~/현경/ SS급: 알수 없습니다. 대략 10PA(10갑자) 정도라고 조심스레 추측 ----------------------------------------------------------- 마법사 마나가 많은 이유....흔히 판타지에서 마나밀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마나가 많이 필요한 공부 1~2서클 소드 러너정도(삼류에서 일류) (1서클 = 1갑자, 2서클 = 2갑자) 3~5서클 익스퍼트(절정) (3서클 = 3갑자 4서클 = 4갑자....5서클 = 5갑자 이런 식입니다.) 6~7서클 마스터(화경) 8서클 그랜드 마스터(현경) 9서클 엠페러급 정도?(현경의 끝자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0서클 신 급-드래곤의 종족 중 로드가 사용...하급신이라고 볼 수있는 드래곤이다. 하지만 진정한 신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신 급이라고 칭할 수 있는 경지 -------------------------------------------------------------- 검사 소드 러너 = 삼류~일류 검을 다룰 줄 아는 사람정도?(신검합일) 내공은 1갑자를 넘지 못한다. 기운을 주입해 더 잘 자를수 있는 정도 소드 익스퍼트 = 절정고수 검기 사용.(길이 차이) 1갑자 소드마스터 = 화경 검강 사용,(길이 차이) 2갑자 반에서 3갑자 정도 그랜드 마스터 = 현경 어검술 이기어검 3~5갑자 정도? 엠페러 급 = 현경 끝자락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심검 또는 무형검....자연검 이라고 표현....검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다. 내공이 무한이라고도 한다. 혹은 8~10갑자 정도라고 추측 신급 = 생사경 우주검....알려지지 않은 경지 만나다...적인가 아군인가. 스윽 나는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 손에서는 마나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나의 행동에 긴장하기 시작한 수강과 가연은 이것이 장난이 아님을 알고 자신들의 기운을 끌어 모으며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고 있었다. 까딱. “와라....꼭 싸우겠다면 저번처럼 만들어 주겠다. 넌 우리를 이기지 못해. 한 가지만 알아 둬, 우리는 너를 진심으로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 전의 일은 우연한 사고였을 뿐이야.” “훗...웃기는 군...언제나 나는 뒤에서 너희들의 들러리일 뿐이었다. 이제 찾아 와서 뭘 하겠다는 것이냐? 이미 내 친구는 죽었다. 한수 양보 하지...와라” 건방지게 손을 까딱이며 나에게 오라는 신호를 보내는 수강의 모습에 나는 코웃음을 치고는 수강에게 말했다. 나의 말에 마음을 가다듬은 듯이 둘은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수강이 낀 풍(風)이라는 한자어가 적힌 장갑을 착용했고 가연은 권총 두 자루를 꺼내 그곳에 기운을 보내고 있었다. 사아아악ㅡ “간다!” 탓 순간이동인지 수강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가연은 나의 발을 묵으려는 듯이 바닥에 총을 쏴대고 있었다. 불을 피해 살짝 뒤로 물러나자 뒤에서 갑작스럽게 기척하나가 나타났다. 후웅 거대한 바람의 압력이 느껴지는 큰 존재감에 옆으로 살짝 피했다. 피하긴 했지만 볼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감이 살짝 스쳐 지나간 흔적이었다. 피가 배어 나와 입으로 흘러 들어가자 비릿한 피의 향기가 나의 정신을 일깨워 줬다. “훗...이제 상대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겠지? 포기 하는 게 어때...몇 일간 몸을 치유하느라 힘을 다 소비 한듯한데 말이야....내가 이래 뵈도 B급의 능력자라고...” 발을 살짝 팅구며 스텝을 밟고 있는 수강의 모습은 완전 파이터의 모습이었다. 수강의 신발에 나 있는 선혈을 보자 발로 공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게 다냐? 네 힘이....” “무..뭐? 헛..”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전투는 나의 갑작스런 말과 함께 쏘아지는 매직 애로우로 다시 전투로 돌입했다. 갑작스런 공격에 놀란 수강은 뒤로 살짝 빠졌지만 하나가 복부에 틀어박히자 신음을 토해 냈다. “나의 방어막을 뚫고 들어오다니..보통이 아니구나? 저번에 봤지만 신기하군...가연, 합동 공격이다. 만만하게 보면 안 될 것 같아...” “응. 그리고 미안...” 순수 마나로만 만들어진 무속성 마법이었기에 어떠한 속성에도 잘다는 마법이었다. 나의 속성이 여러 개 라는 것이 신기한 듯이 수강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가연에게 합동공격을 하자고 말했다. 가연은 싸우기 싫은 듯이 울먹이는 표정을 계속 고수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싸움을 시작했기에 피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상대하고 있었다. “말로 싸움하나? 빨리 덤벼라” 계속 말로 싸움 하는 듯이 싸움에 임하는 수강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나는 간단하게 말했다. 그러자 녀석들은 침묵을 고수하며 묵묵히 나에게 공격을 해왔다. “염동 트윈건너!” 탕...타타타탕!! 확- 가연의 오물거리듯 입이 살짝 벌어지자 총에서 놀라운 속도로 화염의 총탄이 나에게 날아 오고 있었다. 오직 속성의 기운만 실려 있는지 총알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피해는 엄청났다. 주위에는 불이 타오르고 꺼지고를 반복하며 계속 타오르고 있었다. 팅ㅡ 빠른 난사에 나는 어깨 죽지를 내어 주었다. 얼마나 빠른지 나의 간단한 실드 마법속도를 약간 넘어서는 정도였다. 다행히 한발만 허용했고 막았기에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 하지만 뒤쪽에서 느껴지는 수강의 공격에 실드는 깨어지며 등 쪽에 피해를 입었다. 잠깐의 방심이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어깨에서는 불이 타오르며 살을 태우고 있었고 등 뒤에서는 살갗이 터지며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양인지 바닥에 뚝뚝 떨어질 정도는 되었다. 뚝...뚝 등 뒤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피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고통은 느껴졌지만 예전처럼 두려움에 휩싸일 정도로 아프지는 않았다. 왠지 더욱 차분해 진 듯 한 느낌이었다. “힐(Heal)” 사ㅡ 검은색의 기류가 등 뒤를 감싸자 상처가 치유됨을 느꼈다. 하지만 어깨의 상처는 어쩔 수가 없었다. 힐이 듣지 않은 것이었다. 아마 화상으로 세포가 상해 치유가 되지 않는 듯 했다. 화상을 치유하려면 강력한 치유마법이 필요한듯했다. “간다!!” 나의 치유마법에 놀란 듯이 나를 멀뚱히 쳐다보는 녀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곧 자세를 고쳐 잡고 공격을 들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윈드 플레어!” 수강과 가연은 각각 자신들의 기술을 써댔다. 수강의 윈드 플레어에 막대한 바람이 나의 발밑에서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잠시후 나의 몸이 약간 뜨는 것을 느꼈고 나의 떠진 몸을 겨냥해 총을 쏠 자세를 취하는 가연의 모습이 보였다. “파이어 붐!” 탕탕탕탕!! “파이어 월(Fire Wall)” 가연의 총탄이 나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공중으로 떠오른 상태였기에 나의 몸은 무방비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손을 밑으로 뻗어 파이어 월을 사용했다. 땅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불꽃의 벽에 가연의 총알들이 부딪히자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다행히 만약을 생각해 실드를 두르고 있던 나에게는 어떠한 피해가 전해지지 않았다. “헉...헉...내 최고의 기술이었는데...막혀 버렸네...” 가연은 그 기술이 힘든 기술인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 옆에서 가연의 몸을 부축하고 있는 수강의 모습이 보였다. 수강은 가연이 더 이상 싸울 정도로 기운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한쪽으로 옮기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그 정도의 여유는 있었기에 잠자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고맙다. 기다려 줘서...2차전에 들어 가볼까?” “그러지...” 가연을 무사히 한쪽 구석으로 옮겨 놓은 수강이 고맙다는 말을 했고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수강과 나의 2차전이 시작되었다. 만나다...적인가 아군인가. 슈슈슉!! 나의 몸 주위를 빙글빙글 돌던 매직 에로우가 한꺼번에 녀석에게로 날아갔다. 빠른 템포와 끊어서 들어가는 매직 에로우를 여간 막기 힘든 것인지 신음을 토하며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리스(Grease)” 치이익...주르륵 바닥의 마찰력으로 버티고 있던 녀석은 갑자기 마찰력이 사라져 버리자 빠른 속도로 뒤쪽으로 미끄러지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마찰력이 생겨 넘어지고 말았다. 쿵!! “게임 오버(Game Over)? 이게 다냐? 일어 나 보라고.....이게 끝이냐? B급이라는 게....큰 거 없어?” 넘어진 녀석을 보자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나는 목소리를 내려 깔며 저번의 기억을 더듬어 녀석이 한 말을 되풀이 했다. 그러자 녀석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넘어진 자세를 바로 잡았다. “크으으...젠장!” 비틀거리며 일어선 수강은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떤 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왜 강해 졌는가? 라는 듯 한 물음을 물어 오는듯했다. “이정도로 끝나면 섭섭하지...저번에 당한 뭐더라...아 스매쉬? 그 정도의 고통은 당해야지.” 뚜벅....뚜벅. “파이어 핸드(Fire hand)....1서클 마법이지....마나도 별로 달지도 않구 말이야....그리고 네놈을 공격한 마법들 역시 1서클이다....별로 세지도 않는 마법이지....” 나는 손에 불을 붙였다. 타오르는 손....손에서 불이 타오르자 구석에 처박혀 있던 가연과 나를 쳐다보고 있던 수강의 눈동자가 커졌다. “시작 해보자고...이제...홀드 퍼슨(Hold Person)” 나의 걸음은 멈추지 않고 녀석에게로 다가갔다. 녀석은 나의 행동에 조금씩 뒤로 물러났지만 홀드 퍼슨의 영향으로 꼼짝 달싹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보통 잘 걸리지 않는 마법이었지만 의외로 잘 걸렸다. “이, 이게 무슨....무슨 짓이냐!...아..아아악!!” 치이이익!! 꼼짝도 못하며 무방비상태의 녀석에게 손을 뻗었다. 여전히 타오르고 있는 파이어 핸드는 녀석의 살갗에 닿자마자 타고 있었다. 산채로 구이는 고통을 맛보고 있는 녀석은 계속 해서 고통에 찬 비명만 질러 댈 뿐이었다. 언제 나의 뒤로 온 것인지 가연은 나의 팔을 잡고 늘어졌다. “하지마! 하지마!!!” “시끄럽다...다음은 네 차례니까 구석에 처박혀 있어!!...윈드(Wind)” 쿵!! 나의 팔을 잡고 늘어지며 발악을 하고 있었다. 한줌의 기운도 없는 것인지 초능력이라는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 육체의 힘만으로 나에게 대항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발악에 가까운 행동에 귀찮음을 느끼고 바람을 이용해 멀리 날려 보냈다. 멀리 날아간 것을 확인하듯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크아아악!!! 으으으.....” “다 탔으면 확인해봐야지....안 그래? 네놈에게 당한 고통은 이정도가 아니었다구....윈드 커터(Wind Cuttur)” 슈슉! 고통에 찬 녀석의 비명에 맞추어 나의 파이어 핸드가 녀석의 팔과 목 가슴주위로 태우고 있었다. 참기 어려운지 비명은 날로 갈수록 커지더니 이제는 줄어 들어버렸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봐줄 정도로 너그럽지 못했던지 나는 바람의 칼 날로 녀석을 태운 화상의 부위를 살짝 갈라놓았다. 슈각!! “크허헉!! 컥! 컥!” 화상부위가 벌겋게 터져 나가며 갈라졌다. 그러자 녀석은 고통의 한계에 다다른 듯이 짧은 비명만 질러 대고 있었다. 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천천히 낮은 서클로 고통을 주고 또 주고 있었다. “그만! 그만해!!” 몇 번을 반복했을까 녀석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너덜너덜해진 옷 사이로 비치는 화상자국과 칼에 베인듯이 벌어진 살들 사이에서 벌건 선홍빛의 피가 배어 나왔다. 하지만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무한 반복을 하던 나를 제지하기위해 다시 가연이 달려들었지만 나를 제지 할 수 없었다. “왜....네 녀석들이 한 행동은 잘한....것이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공격 해놓고....실수? 죽여 놓고 미안하다고 할 건가?....아...나도 이건 실수다....됐나?....실수로 죽여주지....파이어 볼(Fire Ball)” 화르르륵ㅡ 나의 앞을 가로막는 가연을 보며 나는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가연은 눈물을 흘리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고 뒤에서는 살았다는 표시로 움찔 거리며 꿈틀 거리고 있었다. 나는 살기를 내비치며 파이어 볼을 구현 시켰다. 몸에서 불의 기운이 살짝 피어오르자 손에서는 타오르는 구체가 떠올랐다. 다른 파이어 볼과는 다르게 검은 색의 기류도 약간 섞여 있는 특이한 파이어 볼이었다. “하하하하!!!! 이거 재미있군....저번이랑 바뀌었어...상황이 말이야!! 어때.......Game Over....start all over again? (게임 종료....다시시작 하기겠습니까?) Yes or No." “어때....재미있지 않나?....아주 통쾌 하군.....네년은 어떻게 할까...” 나는 타오르는 불꽃을 쳐다보며 황홀하다는 듯이 쳐다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 녀석들을 쳐다봤다.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오며 실성 한 듯이 쪼개며 녀석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흔히 게임에서 죽으면 나오는 말이 나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부르르 “너는 누구야!! 우리가 알던 제현이가 아니야....흑” 나의 차가운 말에 가연은 몸을 부르르 떨며 나에게 소리쳤다. 나는 그녀의 말에 머리가 멍해지는 듯 한 착각이 들었다. 갑자기 일어나는 궁금증....녀석들이 알고 있던 나는 뭘까? 아니 누굴까 라는.... “사람은 변하기 마련....나는 변한 것뿐이다...어리석은 것.....쯧...나는 나다.” 나는 가연의 말을 곱씹으며 조용히 답변을 해주었다. 갑작스런 나의 부드러운(?)말에 놀란 듯이 나를 쳐다보는 가연의 모습이 들어왔다.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눈은 퉁퉁 부어 있는 모습이었다. "으으으.." 언뜻 가연의 모습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녀석의 모습은 다 죽어가는 듯 한 모습이었다. 아마 지금 병원에 가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만나다...적인가 아군인가. “넌....제현이가 아니야....” 화르륵!! “편안하게 죽어라!” 나는 손에서 떠도는 검붉은 색의 파이어 볼을 던졌다. 슬로우 모션처럼 붉은 꼬리를 남기며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녀석들과의 거리는 채 10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였다. “약속했잖아....우린....친구라고...” 뚝... 활활 타오르며 날아가는 파이어 볼의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미약한 소리가 나의 귀 속으로 전해져 들어왔다. 그리고 순간 세상은 정지 된 듯이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갔고 나의 의식 속에서는 이상한 생각이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기억을 봉인해야 합니다.....부작용으로 그전의 기억까지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안 돼요....우리를 잊으면...다른 방법은... 절레... 어둠속에서 보아온 영상의 뒷부분인지 갑작스럽게 생각이 나버렸다. 여자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나며 김성수라는 남자에게 말했다. 하지만 성수라는 남자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 뿐이었다. -잊어도 우리는 너의 영원한 친구야.... 기억을 봉인시키기 전 나의 몸을 붙들고는 여자 아이가 나에게 큰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기억을 봉인하기 위해 머리에 손을 얻은 김성수는 자신의 기운을 있는 힘껏 끌어 올리더니 나의 머릿속에 주입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필름을 거기서 끈긴 듯했다. 친구야...친구야...친구야...친구...야 지금 와서 그 여자아이의 말이 나의 머릿속에서 메아리치고 있었다. 그 여자아이....나의 앞에 있는 녀석들이었다. 파이어 볼이 닿기 1미터도 채 되지 않는 거리였다. 이대로라면 죽음 뿐이었다. -너의 선택은? 갑작스런 기억의 파동이 나의 의식을 일깨웠다. 그리고 나는 지체도 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파이어 볼이 가연에 닿기 직전 나는 온몸으로 파이어 볼을 막았다. 갑작스런 나의 돌발행동에 가연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갑작스럽게 마나를 끌어 모았기에 나의 몸은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 왔다. 주르르...뚝 “왜!?” 나의 입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자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가연은 나의 행동에 의문을 품고 물어왔다. 하지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마나가 몸에서 마구 들끓자 주체 할 수없이 마나가 전신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몸속의 기운은 자신의 주인을 지키려는 듯한 움직임 일뿐 몸에 이상은 주지 않았다. 기운이 상처가 난 곳으로 퍼지더니 순식간에 아물어 버렸다. 입에서 조금씩 배어나오던 피도 서서히 멈추어버렸다. “컥!..카악!..퉷!” 몸속의 마나들이 순식간에 퍼졌다 다시 제자리로 찾아 들어갔다. 그 갑작스런 충격으로 입에서는 가래 같은 피를 한번 뱉고는 자세를 바로 잡았다. 하지만 아직도 파이어 볼의 충격이 남아 있는 것인지 몸은 달구어져 있었다. “왜냐고!? 1년 전에 구해준 보답이다. 이제 빚은 없다....아는 척 하지 마라......이건 서비스라고 생각해라!....나의 마나여, 죽어가고 있는 자에게 희망을, 살아있는 자에게 평온을, 다친 자의 몸을 모두 회복 시켜 주소서, 리커버리(Ricovery)” 휙....뚜벅...뚜벅. 나는 가연의 의문을 대충 1년 전의 구해준 보답으로 마무리 지었다. 갑작스런 기억으로 굳어졌던 나의 마음은 조금 가벼워 진 것 같았다. 분노가....분노가 말이다. 기억의 끝자락에서 나는 가슴이 찌릿하고 아픈 것이 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나의 행동에 후회는 하지 않았다. “고마워....우리는 아직 친구지?” 냉정하게 몸을 돌려 옥상을 막 벗어나려던 나의 발걸음을 잡는 소리가 들렸다. 가연의 말에 나는 마음 한구석이 찡해지는 듯 한 착각이 들었지만 멈추어져 있던 나의 걸음을 약간 지체했을 뿐 나를 완전히 잡지는 못했다. “착각 하지마. 너희 들을 치료 해 준 것은.....예전에 놀아준 보답이었다. 나는 늘 혼자였으니까....” 나는 옥상의 문을 닫고는 그대로 학교를 벗어나 버렸다. 붉은 하늘이 나의 마음 한구석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듯 여러 가지의 생각이 나의 머릿속에서 뒤엉키며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사실 가연의 마지막 말에 잠잠하던 마음의 호수가 작은 파문을 일으켰지만 아니라고 나는 부정했다. 그냥....그냥 작은 침입자일 뿐이라고.... “너희들은....나에게 적이냐.....아군이냐.....아니...나에게 있어서....적이냐....아군이냐....적이면 죽일 것이고....아군이라면.....” 나는 머리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이해 불가능의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며 무거운 발걸음을 집으로 옮기고 있었다. * * * “알 수 없군....왜 살려 줬을까....갑작스런 변덕? 아니면 동정?.....모르겠다.” 집으로 천천히 걸어온 탓에 어느새 붉게 물들었던 석양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집은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고 나는 그 어두운 곳 한군데 주저앉아 아까전의 일을 생각 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행동에 의문에 의문이 물고 늘어 졌지만 의문 일뿐 답은 나오지 않았다. “모르겠군....셀리온 월드나 해 볼까? 드래곤....” 한참을 고심하던 나는 머리를 한번 박박 긁고는 옆에 있는 캡슐을 한번 처다 봤다. 그리고 천천히 나는 몸을 일으켜 캡슐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기어 들어갔다. 잠시후 조용하던 기계는 요란한 소리를 내뱉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투대회 참가 신청 “셀리온 월드 접속....” [3.2버전 업데이트가 있습니다.] “업데이트...시작.” 나는 캡슐 속으로 들어가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는 셀리온 월드로 접속했다. 하지만 한가지 스크린이 뜨더니 업데이트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그것을 시작 시키고 나는 업데이트 내용을 쳐다봤다. [3.2버전 업데이트] 몰락하기 시작하는 용족...그들의 멸족으로 중간계를 크나큰 혼란을 격시 시작하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마족들 그리고 호시탐탐 중간계를 노리는 악의 무리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용사뿐....이제 중간계의 평화를 수호 할 수 있는 존재는 얼마 남지 않았다. 7월 10일 12시 전까지 각 도시의 중앙에 있는 이벤트 NPC에서 신청하세요....당신은 용사입니다. 중간계의 평화를 위해.... -공지사항- -7월 11일 본격적인 용사 결정전 무투 대회가 있습니다. -무투 대회 우승자는 최후의 드래곤인 골드 실버 블루의 중간계 수호 퀘스트가 주어집니다. -버그, 핵 사용자의 체벌이 강화됩니다. -아이템이 복사되던 현상을 수정했습니다. 나는 천천히 업데이트 내용과 공지사항을 읽었다. 화려한 배경에 중세시대에 날쳐 쓰기 식 글자였기에 읽기가 불편했지만 분위기가 살아나서 좋았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운영자 놈들이 드래곤을 선수 쳤는지 안타깝게도 무투 대회를 해야만 만날 수 있게 정해 버렸기에 나는 하는 수 없이 참여 할 수밖에 없었다. [3.2버전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셀리온 월드 접속 Yes/No] "Yes..." [셀리온 월드에서 좋은 꿈을 꾸시기 바랍니다.] 사아아... 조용한 목소리가 나의 귀에 흘러 들어왔다. 업데이트가 완료 되었다는 소리와 함께 접속여부를 물어오는 소리였다. 나는 지채 하지 않고 접속을 선택했다. 그렇게 1초 동안 기다리자 화면이 어두워지며 나는 꿈속으로 빠져 들었다. 셀리온 월드라는... 짹...짹 푸른 숲속...나무 그늘 아래 눈을 감고 깨어나지 않을 것 같던 남자가 깨어났다. 전신에는 검은색으로 도배 한 듯이 칙칙한 검은색의 로브를 착용하고 있었다. 남자의 등을 받혀주고 있는 거대한 고목은 바람에 살랑 거리며 시원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음...오랜 만이라 그런지 색다른 느낌...” 사아아 남자는 제현이었다. 등에서 느껴지는 차갑고 싱그러운 풀냄새에 절로 얼굴이 펴지는 듯한 착각이 일어났다. 나의 눈이 떠짐과 동시에 거대한 나무의 푸른 이파리 들이 바람에 살랑거리며 반갑다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곳은 드워프의 숲이었다. 모든 것이 복구가 된 것인지 약간 패어있던 구덩이들은 모두 복구가 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서쪽으로 2~3시간...도둑의 도시...” 나는 아이템 창에 있는 지도 한 장을 꺼내 들고는 나의 현재위치가 표시된 곳부터 가장 가까운 도시의 위치를 고르고 있었다. 그 중 가장 가까운 도시가 도둑의 도시 로엔이라는 것을 알고는 지체도 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후읍~” 나는 숲의 공기를 한번이라도 더 마시기 위해 숨을 크게 들여 마셨다. 오랜 시간 걸었기에 이마에는 약간의 땀이 배어 나왔다. 숲의 끝자락이라 그런지 황량한 모래의 벌판만이 눈에 비쳤다. “여기부터는 몬스터가 나오겠지?” 드워프의 숲에는 웬일인지 몬스터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간간히 나오는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몬스터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따분한 감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산책하는 기분이 들었기에 기분은 좋았다. "기분 나쁘군." 걷기만 1시간....웬일인지 어떠한 몬스터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간 것인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허허벌판...어떠한 생명체도 살지 않았다. 가끔 장식인지 모를 사람의 뼈와 구더기들만이 보일뿐이었다. 나는 미간을 좁히며 가던 길을 계속 걸었다. “귀찮아...능력부여...” 한참을 산책하듯이 걷다 보니 괜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한 마리의 생명체가 보이지 않은 탓도 있지만 점점 몸이 무거워 지고 강렬한 모래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찌는 듯한 느낌이 드니 짜증이 났던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정령마법을 쓸 기회를 잃었기에 이제까지 참고 있던 능력부여를 했다. 후ㅡ흡... 능력부여의 영향인지 주위의 공기가 차가워지며 모래를 중력을 잃은 듯이 하늘로 비산했다. 회오리가 치듯이 빠르게 돌던 차가운 기운이 나의 숨결에 맞추어 빨려 들어갔다. 현실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차가운 기운이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차오르더니 마지막에는 미간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기분이 나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꼭 해보지 않은 마약이라는 약물을 복용한 듯이 한번 헤픈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이제는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휘이잉 모든 변화가 끝났는지 하늘에서 비산하던 모래들과 그 기류에 놀라 펄럭이던 검은색의 로브는 조금씩 안정되어 갔다. 한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나의 머리를 가리고 있던 로브의 모자가 한번 펄럭였다. “4일간의 공백이 크구나....도시로 가면 알겠지!...가자...도둑의 도시 로엔으로...” 나는 가벼워진 걸음을 옮기며 혼자 중얼거렸다. 친구가 없던 시절 얻어 버린 이상한 행동에 나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었다. 습관적으로 독백을 한 나는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무투대회 참가 신청 휘이잉ㅡ 한 번의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누런 황토색의 모래들이 피어올라 하늘을 뒤덮는다. 모래는 바람을 타고 드넓은 사막을 가로지른다. 도둑의 도시와 드워프의 숲의 경계하는 사막이었다. 사막의 열기는 조금씩 체력을 갉아먹기에 특별한 몬스터가 아니고서는 잘 살아남지 못하는 곳이었다. 물론 보통 유저들도 얼씬도 하지 못하는 곳이기도 했다. 지글지글... 게임이라도 날씨는 있는 것인지 하늘 높은 곳에서 작열하는 태양으로 사막 지역은 더욱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이때 모래의 산봉우리 위에 하나의 그림자가 들어냈다.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검은 일색의 로브를 착용하고 한손에는 조그마한 나무 스틱 같은 것을 움켜쥐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물통하나 없이 홀로 사막을 가로 지르고 있었다. 사막에서는 물통 하나 가지고 가지 않는 것은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는 누구도 물통하나 안가지고 올만한 곳이 못된 곳이었다. 까아악!! 이때 끝없는 사막을 지켜보고 있던 로브의 사내는 천천히 시선을 허공으로 옮겼다. 몇 마리의 새들이 하늘에서 둥글게 배회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로브의 사내는 마른 입술을 한번 혀로 쓸어 내더니 촉촉해진 입술로 중얼거렸다. “게임이지만....사람은 먹어야해.....라이트닝 애로우(Lightning Arrow)” 시유웅ㅡ 검은 색의 로브자락이 한번 출렁하더니 노란 스파크가 티기 시작했다. 손목을 둥글게 돌던 노란색의 스파크는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둥글게 돌던 것이 점점 하나의 형상을 가추더니 화살모양의 전기가 형성되었다. 까아아ㅡ푸드득 하늘을 배회하던 정체모를 새는 갑작스런 스파크에 놀라 한쪽 날갯죽지의 균형을 잃고 사막한가운데로 추락하고 있었다. 떨어지는 와중에도 살기위해 날개를 열심히 휘젓고 있었지만 이미 전기의 영향으로 날개의 힘이 상실한 상태였다. 먹이를 찾던 새는 이제 검은 색 로브의 사내에게 잡아먹히게 될 것이다. “.......” 잠시 허공에서 추락하는 새를 응시하던 사내는 떨어지는 위치를 정확하게 기억하고는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사내의 식량과 물은 이미 떨어져 있었다. 아이템 창에는 여러 가지 아이템들만 있을 뿐 먹을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아이템들만이 꽉차있을 뿐이었다. 사막에서 식량이 떨어지면 아무리 레벨이 높은 고수라도 죽을 수밖에 없는 신세였다. 직접 사냥해서 먹지 않는 한 말이다. 그렇기에 사막에서의 사냥은 물 한 모금...건량 한 조각이 어떠한 아이템 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이제....살았....억?” 5분을 더 걸어서야 새가 떨어진 곳으로 갈수 있었다. 하지만 한발 늦은 것인지 새의 깃털만이 떨어져 있었다. 또한 깃털 주위에는 정체불명의 구덩이들이 여기저기에 나 있었다. 그그그그ㅡ 갑자기 땅이 울리며 진동하고 있었다. 사막이라 그런지 모래가 갑자기 밑으로 떨어져 내리며 푹 꺼지고 있었다. 로브의 사내 역시 밑으로 조금씩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사내는 침착하게 모래를 박차고는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샌드웜....오늘 처음...몬스터..” 검은 로브의 사내는.....밑으로 꺼지는 모래에서 튕겨 모래에 뒹군 사람은 제현이었다. 간신히 샌드웜의 수많은 가시를 피해 먹히는 것은 피했지만 로브 한 자락이 찢어져 너덜거리고 있었다. 나는 피한 자리에서 얼른 피할 수밖에 없었다. 한두 마리가 아닌 것인지 여러 군데에서 모래가 꺼지고 있었다. 개중에 나를 차지 하기위해 자기들끼리 싸우는 녀석도 있었기에 얼마나 많은 수의 샌드웜들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샌드웜이 원래 단체 몬스터 였던가....?” 갑자기 샌드웜들의 행동에 의문을 품었다. 본래 샌드웜은 독자적인 개인주의 몬스터였기에 단체로 움직이는 것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물론 전에도 본적이 있었지만 이번만큼의 수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쿵!! 사르륵 “닝기미...더럽게 재수없군.” 계속 땅이 꺼지며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자 기분이 더러워 졌다. 하지만 한부로 움직 일수가 없었다. 레벨이 높아져서 체력과 마력의 MAX가 높은 상태였지만 장시간의 수분과 음식을 섭취 하지 않았기에 보통 때보다 더 많이 체력이 깎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가끔 마법으로 수분을 섭취했지만 그것만으로 배를 채울 수 없었기에 공복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오랜 만의 동물이었기에 기대하고 있었건만 샌드웜들이 가로채자 열이 채 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더 이상 음식섭취를 하지 못한다면 공복도가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져 아사로 죽는 비운의 사태로 갈수 있는 상황이었다. 빠른 시간 안에 공복 도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은 동물을 찾는 방법과 몬스터를 잡아먹는 방법뿐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두 가지의 선택 중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내 밥 내놔!!! 너희들의 살을 내놔라!!” 샌드웜의 공격을 간발의 차이로 피하며 숙여진 고개를 치켜세우며 목청껏 소리를 질렀지만 갈리지는 목소리에 이상한 소리...즉 삑사리가 났다. 펄럭 펄럭 “힘이여...불이여, 오만하게 서있는 나의 적에게 잘못됨을 가르쳐 주소서..잘못된 생각의 벽을 허물어 주소서....번플레어(Burn Flare)” 위험천만하게 샌드웜의 이빨을 요리조리 피하며 캐스팅을 하고 있었다. 작은 타격이라고 곧장 캔슬되어 버리지만 신기하게도 어떻게 안 것인지 요리조리 잘 피하고 있었다. 움직임에 따라 로브자락도 춤을 추듯이 펄럭이고 있었고 강하게 움켜쥐고 있는 검은 빛의 마법 스틱 또한 붉은 빛이 어리며 마법진을 그려갔다. 화르르륵ㅡ 지팡이 끝에서 분출된 화염이 마법진 처럼 그림을 그리더니 마법진의 중앙으로 힘이 모여 들었다. 그리고 조그마한 구로 변하더니 그 안에서 고온의 화염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나의 적에게 잘못된 깨달음을 고치기를......후ㅡ....내가 이런 캐스팅을 만들다니...하~” 마무리 캐스팅이 낯간지러운 대사였기에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모든 캐스팅을 완성했다. 화아악ㅡ!! 쿠워어어...쿠르르ㅡ 캐스팅이 끝나자 구슬속의 불길이 터져 나가며 거대한 화염의 물처럼 일렁거리며 녀석들에게 날아갔다. 그제야 상황인식이 된 몇몇의 녀석들은 땅속으로 파고들었지만 아직도 나에게 달려드는 녀석들은 갑작스런 고열의 번플레어의 사정권 안으로 들어왔다. 쾅.....콰콰쾅ㅡ!! 번플레어가 나에게 달려드는 녀석들의 사이로 떨어지자 작은 폭발을 시작으로 연속적으로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한 번의 폭음을 시작으로 모래가 터져 나가며 하늘로 비산했다. 뒤이어 터지는 화염의 덩어리들과 그 기류에 휩싸인 샌드웜들의 몸이 분해되며 그 파편으로 뜨거운 피들이 모래를 적시고 있었다. 무투대회 참가 신청 후두둑ㅡ 하늘에 비산했던 샌드웜의 잔해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나의 로브 한자락을 더럽히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신경 쓰지 않고 주위를 경계 하고 있었다. 아직 남은 샌드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샌드웜의 특징 중 하나가 톱날처럼 나있는 이빨과 강인한 턱이었고 드래곤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샌드웜을 덮고 있는 갑옷 같은 비늘 같은 거대한 8장의 비늘들이 갑옷처럼 전신을 두르고 있었다. 또한 샌드웜은 모래를 파고들어 갑작스런 기습을 잘하기에 긴장하고 있었다. 쿠워어ㅡ!! 샤샤샥 펑!!! 모래 안에서 갑작스런 울음과 함께 모래가 터져 나오며 나의 몸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 이중의 톱날로 되어 있는 샌드웜의 이빨이 나의 발목을 깨물고 있었다. 잘려 나갈듯이 파드는 이빨 때문에 나의 발목은 너덜너덜해지고 있었다. “놔ㅡ라ㅡ!!!” 스스스스 나의 마안의 영향으로 눈에서는 어둠의 기운으로 기관이 번쩍였고 몸에서는 드래곤 피어로 절대자의 기운이 퍼져 나갔다. 갑작스런 변화에 놀란 샌드웜은 꽉물고 있던 발목을 물고 있던 이빨의 힘을 조금 풀었다. 그것을 놓치지 않은 나는 샌드웜의 톱날 이빨에서 빠져 나갈수 있었다. 빠져 나온 나의 몸은 작게 떨려오고 있었다. 샌드웜에 당한 발목에서 피가 배어 나왔고 그곳의 균형이 맞지 않은 것이었다. 서있기 조차 힘들 정도로 공복도가 바닥나 있었다. 간신히 피하 고는 있었지만 순식간에 당할 것이 뻔했다. “마나여, 그대의 앞에 머물러있는 어리석은 자ㅡ그 고통에서 해방 되게 해주소서...그레이트 힐(Great Heal)”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나는 힐링 보다 상위의 회복마법을 사용했다. 몸속에서 발목을 보호하고 있던 마나의 일부가 빠져 나가며 미세하게 떨리고 있던 지팡이 끝에서 검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이 발목으로 옮겨 가자 빠른 속도로 아물기 시작했다. 크우오오오!! 갑작스런 살기에 주춤했던 샌드웜들이 이제 정신을 차리고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의 상처 또한 많이 호전되어 방해가 되지 않고 움직일 정도로 변해 있었다. 작게 떨리던 손까지 많이 안정되어있었다. 후우웅ㅡ쿠오오오 “스트랭스(Strength)...어둠의 마나여...나의 손길을 거부하는 자들의 생명력을 거두어가라...뱀파이어릭 터치(Vampireric Touch)” 샌드웜이 하늘을 향해 튀어 올랐다. 뜻밖의 상황이라 놀랐지만 마음을 가다듬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중력의 영향으로 점점 모래의 산속으로 떨어져 내리는 샘드웜을 쳐다보며 마법을 사용했다. 근력을 키워 주는 마법을 지체 하지 않고 사용했고 약간의 캐스팅과 정신력이 필요한 고 서클의 마법을 사용했다. 쿵!!! 떨어져 내리는 샌드웜을 오차 하나없이 받아 냈다. 샌드웜의 무게로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어쨌든 샌드웜을 받아냈다. 마지막으로 뱀파이어릭 터치가 발동되자 샌드웜의 무게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바스락... 미라처럼 쪼그라든 샌드웜을 한번 밟아 버리자 순식간에 바스라 져버렸다. 아직 한 마리의 샌드웜이 나의 주위를 따라 돌고 있었다. “이제 끝이다. 샌드웜...나에게 일용한 양식이 되어라!! 블러드 네일!” 나는 주위를 빠르게 돌아다니는 모래덩어리가 눈에 보이자 블러드 네일을 사용했다. 손에서 일어나는 붉은 색의 마나가 맺히더니 칼처럼 뾰족하게 보였다. 그것을 한번 휘젖고는 샌드웜이 이동하는 곳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샌드웜이 아닌지 순간 상승해 입을 크게 벌려 나를 삼키려했다. 슈각!! 순간 튀어 오른 샌드웜의 입을 사정없이 옆으로 가로 베었다. 녀석의 입에서 떨어져 나간 살점과 이빨들이 모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녀석은 다시 모래 속으로 숨어 버렸다. 점점 지쳐가는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시 모래가 움직이는 것을 포착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헤이스트(Haste)” 힘이 점점 빠지는 것을 느끼고는 헤이스트를 이용해 녀석의 뒤로 바짝 다가갔다. 모래를 파헤치며 움직이던 녀석이 갑자기 몸을 틀어 옆으로 이동했다. 갑작스런 커브에 순간 녀석의 움직임을 놓친 나는 뒤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존재감에 블러드 네일을 마구 자비로 휘저었다. 하지만 하늘로 뛰어 오른 녀석의 꼬리 부분만 베어 넘겼고 모든 것을 벨수는 없었다. 휘유우우웅ㅡ 샌드웜이 최대한의 높이로 치솟았다. 그리고 서서히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갑작스럽게 하늘의 빛이 가려지자 나는 시선을 돌려 하늘을 쳐다봤다. 하늘에서 침이 뚝뚝 떨어져 나의 눈을 가리자 나는 그대로 옆으로 몸을 피해 날렸지만 샌드웜의 입속으로 들어 가버렸다. “크으윽!” 갑작스런 침 공세에 당한 나는 갑작스런 고통이 느껴지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샌드웜의 입속인지 수많은 가시 같은 이빨들이 나의 몸을 난도질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도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블러드 네일을 녀석의 입 구석구석까지 휘둘렀다. 샥ㅡ슈각!! 쿵!! 얼마나 고통에 몸부림치며 베어 넘겼을까 갑자기 육중한 소리가 울리더니 마구 날뛰던 샌드웜이 잠잠해졌다. 그제야 나는 샌드웜이 죽은 것을 알고는 스트랭스를 발휘해 꽉 다물어져 있던 입을 상하로 벌려 밖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꼬르륵 갑자기 배에서 울리는 소음에 놀란 나는 배를 한번 쓰다듬고는 샌드웜에게로 다가갔다. 아직도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피를 뿜어대고 있는 녀석의 거대한 몸을 보자 역겨움 보다는 침이 고이고 있었다. “먹을 수 있을까.....? 꿀꺽...” 슉....슈각!! 침을 한번 꼴깍 넘기고는 거대한 덩치의 샌드웜 앞에 섰다. 잠시 망설이던 나는 블러드 네일을 이용해 녀석의 껍질을 벗겨 내고는 안속의 살을 잘라 냈다. 그리고 그것을 불 마법으로 익혔다. 지글지글... 타오르는 불의 영향으로 고소한 냄새를 뿌리며 나의 후각을 자극 하고 있었다. “그런대로 냄새는 괜찮은데...맛은 어떨까...?” 꼭 돼지고기 같은 냄새에 침은 더욱 고였다. 그리고 이미 바닥 날대로 바닥난 공복도의 영향으로 나의 머릿속은 몬스터의 시체 보다는 돼지고기로 보이기 시작했다. 샌드웜 고기의 기름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나의 정신은 주체 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렸다. 쭈욱ㅡ꿀꺽 “오물...오물....맛있다!!” 고기의 일부분을 찢어 한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맛있음에 허겁지겁 먹었다. 그렇게 나는 사막에서 생존 하게 되었다. 몇 시간만 걸어가면 도둑의 도시에 도착 할 수 있을 것이다.....공복도만 괜찮다면 반드시 도착 할 수 있을 것이다.... 무투대회 참가 신청 샌드웜으로 배를 채운 나는 공복도가 차오르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몬스터로 공복 도를 채운다는 소리를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몬스터라면 응당 죽음으로써 캐릭터의 피와 살이 될 돈이나 아이템이 나올 터였지만 나의 생각이 배고픔으로 가득차자 몬스터들의 시체가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아이템이나 돈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꺼억ㅡ “휴ㅡ살겠다.” 게임이지만 현실처럼 모든 것을 반영 한다는 듯이 배가 부르니 자연히 소화의 과정처럼 나의 입에서 트럼이 나왔다. 입가에는 샌드웜 고기에서 나온 기름이 조금 묻어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갈 길을 재촉했다. "후읍ㅡ 컥....카악 퉷!! 젠장....이곳에서 텔레포트만 가능하면 좋으련만...하필 텔레포트 불가능 지역이라니....“ 나는 몸에 뭍은 모래 먼지를 탈탈 털며 상쾌한 공기를 입안으로 빨아 들였지만 주위에서 피어오른 먼지의 영향으로 마른 침을 뱉어 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까지 오니 불만은 최고조에 달할 수밖에 없었다. 텔레포트로 할 수 있었으면 진작 했겠지만 텔레포트나 워프 게이트 불가능 지역이었기에 발로 걷거나 낙타, 말로 이동하는 수밖에 없는 낙후된 지역이었다. 지글지글....휘이잉ㅡ 투덜거리며 걸으니 주위의 열기와 더운 바람이 나의 생각을 반영하듯이 모든 것을 휩쓸며 지나갔다. 더운 강풍의 바람이 휩쓸고 지나가자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모래 먼지가 피어올랐다. “모래 바람 따위 나도 만들 수 있다고!!” 나의 행보를 방해하는 셀리온 월드의 메인 컴퓨터를 저주했다. 다행히 실드 마법을 펼쳤기에 모래 먼지의 영향권에서 안전하게 앞으로 전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약간의 모래 먼지를 뒤 집어 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대략 1시간 정도만 더 걸으면 도둑의 도시에 도착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덥다...” 더위를 먹은 듯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무리 레벨이 높아도 더위는 피 할 수 없는 것인지 더위는 나에게도 적용되었다. 물론 마법으로 몸을 식혀 보기도 하고 주위의 온도도 내려 보기도 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쨍쨍....이글... “아...이게임은 왜 이리 현실에 충실 한 거냐?! 주르륵 모래 폭풍과 죽을듯한 직사광선을 내뿜는 태양에 마법도 자연히 묻힐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자연 환경에 현실성을 부여 한 것을 한탄했다. 뜨거운 땡볕을 걸으니 이마에서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흘러내리고 있었다. 땀의 영양인지 눈앞이 흐릿해지는 현상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뭐...야...환상인가? 오아시스?” 눈앞에서 아른 거리는 시원한 바람이 한번 불어오더니 나의 몸에 쌓여 있던 모래들을 덜어 주었다. 또한 흐릿하던 눈을 똑바로 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 물웅덩이가 보이고 있었다. 아마 거기에 오아시스가 있다는 것은 가까운 곳에 로엔이 있다는 증거였다. 오아시스....낮은 지하에 있는 물이 솟아올라 생기는 곳이었다. 그리고 사막에서는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막에서는 오아시스 주변에 취락을 형성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물이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오아시스로 빠르게 달려갔다. “쭈욱....우물...퉷!” 나는 물을 입에 가득 채우고는 한번 헹구었다. 바로 마셔도 되지만 먼지가 들어간 상태였기에 한 번 쯤은 꼭 헹구어 주어야 했다. 자칫 모래가 식도를 타고 들어가면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게임이라고 무턱 대고 마시다간 죽음을 경험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입안을 한번 헹구고는 물을 마음껏 마셨다. 타들어 갔던 입술도 점점 차분해 졌다. “이곳에서 이제 대략 20분 거리....별 일이 없다면 이제 남은 시간 까지 도착 할 수 있다.” 나는 몸을 정갈히 하고는 아이템 창에 들어있던 지도 한 장을 꺼내 펼쳤다. 오아시스 부근에 붉은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걸어서 20분 정도의 거리에 로엔이라는 표식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을 체크 하니 꾸준히 걸어서 간다면 간신히 등록 할 수 있을 것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플레이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몸은 오아시스에서 적셔둔 물로 더위는 많이 타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아이스 마법을 사용해 상하좌우에 배치했다. 그러자 아이스는 새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나에게 시원함을 주었다. 푹...푹... 모래 산의 능선을 따라 걸으니 발은 무게 때문인지 모래 속으로 빠져 들었다. 불쾌한 마음이 들 수 있지만 이미 익숙해 져 있었기에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을 죽여 가며 걸으니 눈앞에 로엔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점으로 보이던 것이 이제는 명확하게 눈에 보이는 것이었다. 역시 로엔은 사람이 많은 것인지 시끌벅적한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이제....등록 할 수 있는 것인가ㅡ?” 고된 이동으로 몸보다는 정신이 지쳐있었다. 게임 임에도 이정도 심력을 소모하니 실재로 사막을 횡단하면 어떤 고통이 따를지 아찔해졌다. 나는 무투 대회 등록이라는 일념으로 꾸준히 발을 놀려 도둑의 도시로 들어 설수 있었다. * * * 도둑의 도시 로엔은 어쩌면 평범한 도시라고 할 수 있었다.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물약을 팔았으며 상점들도 많았다. 다만 도둑이 많다는 점이 많이 작용해 도둑의 도시로 명칭이 바뀐 것이었다. 월래는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는데....그에 따라 도둑의 수도 점점 늘어났고 여러 길드가 들어서 도둑의 도시로 명칭이 바뀐 것이었다. 처음에는 도둑들이 별로 없는 곳이었지만 운영자의 농간이지 컴퓨터의 농간인지 셀리온 월드 중심에 도둑 도시가 들어서 그 세를 확장 시켜 도둑의 도시로 변한 것이었다. 자연히 많은 상점이 이곳의 지분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 가는 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곳이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상업이 발달해 꼭 필요한 도시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도둑의 도시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 “어디로 가야하나....” 나는 도둑의 도시로 들어와 먼저 식당에 들러 식사부터 했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먼저 식사를 한 것이었다. 또한 이곳으로 오면서 약간의 공복도가 떨어져 있었기에 간단히 요기도 할 겸 목도 축일 겸 음식점에 들어가 식사를 했다. “어디 있는 거야...신청 받는 곳..” 식사를 마치고 신청 받는 곳을 찾으러 다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기에 마음이 급해졌지만 차분히 도시 안을 어슬렁거리며 신청 받는 곳을 찾아 다녔다. “저기...뭐 하나만 물어 봅시다.” 나는 옆에 지나가는 사람 하나를 붙잡고 도움을 요청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NPC에 대해 물어 봤다. “아...그거요? 그건 도둑의 도시 왜 각에 있는 거기 있잖아요...아...맞다...앞으로 쭉 가서 한번 돌면 됩니다. 왜....맞다. 거기 파스테티 아시죠? 거기 가기 전에 옆으로 빠지면 나와요...그럼 이만...” 나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상한 말을 지껄이는 남자의 모습에 뒷골이 땡겨 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나의 표정을 보고 잠시 생각하더니 정확한 위치를 불어 주었다. 나는 이제야 그 남자의 말을 이해하고는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고맙...” 나는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이미 사라져 버린 남자에게 마음속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무투대회 참가 신청 “뭐라!!! 신청 받는 지킴이 주제에 왜 등록 안 시켜 주는 거야!!” 나는 걸음을 옮겨 등록하는 곳에 당도 할 수 있었다. 그곳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카운트 같은 탁자가 있었고 그 탁자위에는 수많은 A4용지들이 가득 차 있었다. 등록을 맞고 있는 사람은 젊은 여자였다. “이 새끼가 내가 하기 싫다고 하는데 네가 뭔 상관이야!! 이봐...이놈 끌어내!” “이...이년이 돌았나? 운영자한테 신고 할 테다.” “해봐...운영자한테 부탁 받고 하고 있거든? 내가 싫다고 하면 싫은 거야! 멍청한 놈! 처리해!” 검사의 복장을 하고 있는 사내가 목에 핏발을 세우며 여자에게 말했지만 여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고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그 모습에 입 다물고 지켜보기만 할뿐 아무런 행동을 취하고 있지 않았다. 스릉! “이년이 보자보자 하니까, 눈에 뵈는 게 없냐?” 사내는 옆에 차고 있던 롱 소드를 꺼내 들며 여자에게 달려갈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는 잔잔한 웃음을 띠며 여유러운 표정으로 손을 한번 휘저었다. 스스스ㅡ 여자의 손짓에 갑자기 검은 복장을 한 괴인들이 순식간에 남자를 제압해버렸다. “뭐, 뭐야...이놈들은....크으으” 갑자기 나타난 복면인들의 빠른 공격에 남자는 손도 써보지 못하고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고 남자의 복부와 목에 단검을 박아 넣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후 남자는 비명한번 제대로 질러 보지 못하고 로그아웃 당하고 말았다. 피식... 여자는 속이 후련하다는 듯이 입가를 찢으며 미소를 지었다. 잠깐 동안의 웃음이 끝나고 눈에 힘을 추며 주위를 한번 처다 보고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너희들 불만 있으면 말해...저놈처럼 해줄 테니...그리고 신청 받고 안 받고는 내 마음이야...실력도 없는 놈들이...어중이떠중이는 꺼져! 죽고 싶지 않으면!” 여자의 말에 주위에 줄을 서고 있던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그 자리를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 대부분 조잡한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레벨이 적은 사람인 듯했다. 웬만한 사람들이 다 떠나자 채 10명도 되지 않는 사람들만이 남아 있었다. 여자는 만족스럽다는 듯 한 표정으로 남은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후 그녀의 시선이 나에게 닿아 있었다. “요즘에도 검은 색 로브를 따라 입는 사람이 있었던가? 어이..거기 너 뭐야?! 아직도 지난 유행 따라 가는 거야?” “........” 여자의 거침없는 말에 어이를 상실한 나는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들으며 침묵을 유지했다. 여자는 그게 아니꼬운지 표독한 표정으로 나를 꼬나보고 있었다. 그녀를 자세히 보니 예전에 본 듯한 얼굴이었다. “뭐야...내말 씹는 거야? 접수하기 싫어?” “시끄럽다...조용히 접수나 받아라!” 여자의 끝도 없는 수다에 참을 만큼 참은 나는 나지막한 어조로 접수받는 여자에게 말했다. 그 말에 여자는 주위의 사람들을 한번 쳐다보고는 빠르게 접수를 받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받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적정한 수준이 되는 사람들만 받고 있었다. 아마 운영자의 정책 인듯했다. “네 것은 못 받겠는데...어떻하냐?!....무릎이라도 꿇고 빌면 생각을 바꿔 보지...호호호” 여자는 책상에 다리를 올리며 살기를 내뿜었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웃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문득 여자의 행동에 어딘가에 ANE혀 있던 기억하나가 떠올랐다. “생각났다....네 년....도둑 길드 마스터냐?!” 꿈틀 나의 갑작스런 물음에 여자는 고운 이마를 찌푸리며 나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어느새 복면의 사람들이 여자의 뒤쪽에 서있었다. 한발자국이라도 다가온다면 용서 하지 않겠다는 듯 공격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조용히 접수나 받아라...난동 부리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남은 시간을 보던 중 몇 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 나직한 어조로 여자에게 말했다. 물론 위압감 있는 어조였다. 나의 갑작스럽게 바뀐 태도에 여자는 억지로 웃던 웃음마저 싹 지워져 있었다. "너 누구냐.....“ 여자는 전과는 다르게 싸늘한 어조로 묻고 있었다. 뒤에서 있는 복면들도 단검을 움켜쥐며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보자는.....거냐?” 스륵. 여자의 태도에 나는 로브에 가려져 있던 검은색의 스틱을 빼들었다. “이봐....뭐하는 거야. 접수 할 거면 아이디를 알아야 할 거 아니야.” 목소리와는 다르게 여자는 접수를 하고 있는 듯했다. 꼭 여자의 말투와 행동이 전투를 치를 듯이 하는 통에 나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나는 앞으로 뻗고 있던 검은 스틱을 회수하며 말했다. “스텔....윽?!” 캉!! 나는 약간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아이디를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 단어를 내뱉지 못하고 신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여자의 신형이 사라지며 나의 복부 쪽으로 단검을 찔러 넣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자가 찌르기 직전에 실드를 펼쳐 막을 수 있었다. “호호호...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조용히 죽어라!” 여자는 나에게 막힌 단검을 빠르게 회수하며 뒤쪽으로 물러섰다. 그 행동이 얼마나 빨랐던지 막아낸 실드와 단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채 가시기 전에 뒤쪽으로 물러 나있었다. “역시....프로얀이라는 계집...” 전에 열어 보았던 프로필 뷰로 아이디를 알고 있었던 나였기에 그녀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칫...저번의 수모를 내가 잊을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검은색 로브....싸가지 없는 말투...네놈인지 방금 전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오늘 네놈의 죽을 곳으로 적당한 곳이구나!” 프로얀이 단검을 한번 쓰다듬고는 살기를 감추었다. 아마 은신에 들어 갈 것인지 존재감이 서서히 지워져 가고 있었고 그녀의 몸 또한 서서히 주위의 환경에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또한 그녀의 부하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것인지 나에게 달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그 모습은 사자들이 하나의 사냥감을 두고 협공하는 것으로 보였다. 잘 짜여 진 동작처럼 네 갈래로 움직임이 갈라지더니 나의 시야에는 한 명의 복면인만 보일뿐이었다. 무투대회 참가 신청 사사삭ㅡ 네 갈래로 갈라졌던 검은 그림자가 나에게 쇄도 해왔다. 마치 분신술을 쓰듯이 여러 명의 검은 복면인이 나의 복부와 머리, 팔, 다리 할 것 없이 모든 곳으로 공격 해왔다. 어떤 것이 진짜인지...어떤 것이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의 속도였다. 휘이잉ㅡ 바람을 가르는 무수한 소리에도 진실의 소리는 하나인양 바람의 소리와 먼지가 휘날리는 소리만 들릴 뿐 검은 복면인들의 소리는 하나도 들려오지 않았다. 쇄에에엑ㅡ 미세한 소리로 공기를 가르는 듯 한 소리가 들려왔다. 보통 무기를 휘두를 때...혹은 주먹을 휘두를 때, 사소한 행동에도 감정이 나 기세가 들어가기 마련이것만 공기를 가르듯 날아오는 단검에서는 날카로운 예기마저 없다는 듯이 어떠한 기세도 있지 않았다. 오직 죽이겠다는 사념만이 전해지는 듯했다. “실드(Shield)!!” 나는 갑자기 머리가 삐쭉 스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투명한 단검이 나의 심장을 관통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자 나의 심장에서 흐르는 피가 차갑게 식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검이 예기가 있듯이 이 단검도 예기가 있는 것인지 미약하게나마 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그 단검을 회피하기 위해 방어 마법을 시연했다. 캉ㅡ! 쩌저적....쩡!!! 슈각ㅡ!!! 비록 1서클의 실드 마법이었지만 서클이 상승할수록 그 방어력이 엄청났다. 하지만 나의 실드마법의 방어력을 무시하듯이 투명한 단검은 간단하게 실드 마법을 파훼해 버렸다. 또한 뚫린 것도 모자라 나의 어깨를 스치듯 지나갔다. 할짝ㅡ!! “달콤해...아주 놀란 듯한데? 네놈이 8서클 이상의 마법사라는 것은 예전에 알았지...그때 그 동영상...아주 인상적이었지...볼케이노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셀리온 월드에서 귀한 마법서....고로...네놈은 8서클 익스퍼트...혹은 마스터, 아니 그 이상일수 있다는 말이지....그래서 네놈을 위해서 준비했다.” 프로얀은 투명한 단검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부드럽고 촉촉한 혀로 할짝이며 나를 쳐다봤다. 그 모습은 마치 정신병자 같은 모습이었다. 그 뒤에 진지 모드로 바뀌더니 추리를 하고 있었다. 나의 경지를 추측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명탐정 고난과 같은 모습이었다. 스릉ㅡ “이 단검이야 말로 어쌔신...시프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단검....사일런스 다절....후후후...검의 예기마저 죽여주는 검...한 가지 능력이 더 붙어 있지....모든 방어 마법은 물론 나의 움직임을 한 층 더 향상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오호호호!!” 프로얀은 투명한 단검을 한번 휙 휘두르며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야 이제 수긍 할 수 있었다. 확실히 모든 방어 마법을 무시 할수 있는 무구면 어떤 고 서클의 마법사도 위험 할 것이다. 하지만 마법사는 방어만을 위한 존재가 아니었기에 아직 승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말이 많구나...말로 싸우는 것이 아니다...조용히 등록이나 시켜라....죽고 싶지 않다면!!!” 척. “죽을 준비나 하라고!! 등록 걱정이걸랑 하지 말고!!” 나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마음이 급해졌다. 시간은 없었고 등록기간은 오늘까지 마감...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한가하게 시간 때우기를 할 정도로 느긋하지 않았기에 나는 그녀가 더 이상 말을 이어 나가지 못하도록 말을 끊었다. 그녀도 질세라 나에게 맞수를 두었지만 나의 마음은 딴 곳에 가있었다. 피슝ㅡ 그녀와 복면인들의 은밀한 공방에 나는 블링크로 이리 저리 피하며 공격을 해대고 있었다. 물론 피하면서 제압 할 정도의 힘만 사용했다. 여기서 그녀가 죽어버린다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띠링. 접속가능한 시간이 10분, 10분 남았습니다.] “그만 하지?! 그딴 실력으로 나를 죽이지 못한다. 용서 해줄 테니 빨리 등록이나 시켜라” 갑자기 귀에서 나는 소리에 나는 심장이 덜컥 멈추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단 10분이었기에 이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나는 남은 시간을 걱정 할 새도 없이 나에게 공격을 감행하는 녀석들을 보자니 답답한 기분이 들어 나의 기세를 먼저 누그러트리고 녀석들에게 공격 의사가 없다는 목소리로 녀석들에게 말했다. 짝ㅡ! “흠....접속시간이 다되어 가는 가보구나? 호호호....이 누나한테 잘못했다고 빌어 봐....등록 해 줄 테니....어때...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프로얀은 나의 말에 잠시 주춤 하며 공격을 멈추었다.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자 그녀의 수하들이 앞을 가리며 보호하고 있었다. 잠시후 그녀는 모든 생각을 다 마쳤다는 듯이 손뼉을 한번 치고는 나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에 인상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것이냐?! 내가 뭘 잘못했느냐!!” “잘못 했잖아? 저번에도...지금도 나에게 살기를 내뿜는 것이 잘못이지. 뭐가 잘못이겠니?” “그건 네년이 먼저 장난을 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먼저 공격 했지 않느냐?” “네년? 않느냐? 누나에게 할 소리니? 존...댓...말....몰라?” 나는 그녀의 말에 그만 언성이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때곡때곡 말대꾸를 하는 그녀를 보자니 화를 낼 수도 없고 웃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확실히 나는 그녀에게 약점 아닌 약점을 잡히고 말았다. 시간....시간이 문제였다. “잘못...했....습...니....다.” “뭐라고? 안 들려...너무 작은데” “잘못했습니다!! 됐냐?” 나는 그녀의 완강한 표정과 행동에 그만 페이스에 말려들고 말았다. 약점이 잡힌 자가 약자였기에 나는 모기만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존댓말 적인 어투로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나의 작은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다시 태클을 걸어왔다. 하는 수 없이 나는 큰소리로 말했다. “호호..속이 후련하네....대략 남은 시간은 10분....10분 동안 내 말만 잘 듣는 다면 등록 해주지....어때?” “정말이냐? 아니면 죽여 버리겠다! 여기서도 물론 현실에서도!!” “아이 무서워라....나 중국에 사는데 어떻게 죽일래? 어디 사는 줄 알고?” 프로얀은 속이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무언가를 보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제안을 했는데 영 미덥잖은 제안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을 따라 해서 참가 하든가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어이없는 페이스에 말려든 나의 잘못이 컸지만.....나는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잠들어 있던 기세를 피워 올렸다. 하지만 그녀의 장난기만 부추긴 것인지 본전 하나 잡지 못하고 말았다. 무투대회 참가 신청 “이상한 짓시키면 이제 등록이고 뭐고 없다. 또한....중국 역시 지도에서 사라질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 “웃기네...이 녀석...좋아...” 나는 표정을 고치며 프로얀에게 말했다. 단순한 협박조였지만 꼭 그렇게 할 것임을 밝혀 두고 있었다. 그녀 역시 나에게 무리한 부탁 같은 것은 하지 않을 것인지 순순히 긍정을 표했다. “자....하고 싶은 일이 뭐야!” “우선....그 머리에 쓰고 있는 후드나 벗어봐 보는 사람 진짜 답답하게...” 나는 약간의 굳은 얼굴로 그녀에게 빨리 하라고 말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말 따위로 허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나의 머리 쪽을 가리키며 말하고 있었다. 펄럭ㅡ “이제 됐냐?” 나는 푹 눌러 쓰고 있던 로브의 후드 부분을 뒤로 힘껏 젖혔다. 그러자 나의 현실에서의 모습을 투영하듯이 변화된 나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밝은 얼굴이면서 약간 창백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눈 또한 명랑과는 거리가 먼 어두침침한 느낌을 주는 눈동자였다.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었다. 약간 입가가 씰룩 거리는 것이 불만이 많은 듯 한 표정이었다. 쭈욱ㅡ “얼굴 좀 펴라고...어찌 표정이 없냐?” “그 손 놔....죽고 싶어?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나의 무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빠른 보법으로 나에게 다가 오며 손을 뻗어 나의 볼을 쭈욱 잡아 당겼다. 나는 공격 의사인지 않고 마나를 끌어 모으며 몸 전체에 둘렀지만 공격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고 마나를 거두어 들였다. 하지만 기분 나쁜 행동에 무심한 어조로 경고를 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나....사실....네가 동생처럼 보여서.....헤헷...무린가? 역시?” “.......” 나는 갑자기 분위기를 잡으며 말하는 프로얀을 보자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중국 때년에 불과한 그녀였기에 나는 그냥 그런 가보다는 생각이 들뿐이었다. “우리 동생도 너랑 같은 녀석이었지...나를 무척 싫어했거든....그런데 죽어버렸어!!” 꼬악!! ‘이년이 미쳤나....돈 것도 아니고 왜 갑자기 이러는데...’ 프로얀은 갑자기 과거를 생각 하듯이 멍한 눈동자로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언성도 커졌고 손을 불끈 쥐는 모습도 나의 눈에 비쳤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이상하다는 생각만 할뿐이었다. “우연한 사고였어....단순히 부딪힌 것뿐인데....그 놈이 죽여 버렸어....손에서 앞으로 뻗더니 모든 것이 터져 나가더군....” “....!!” 눈가에 눈물까지 비치며 말하는 그녀의 말에 갑자기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가 말했던 이상한 능력에 정신이 차려지는 것이었다. 머릿속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한가지의 파편처럼 과거 사고가 났던 기억이 났던 것이었다. * * * “쳇...더러운 아시아 놈들....피를 묻히고 지랄이야!!!” 스르륵 서양 남자가 옷에 묻어 흘러내리는 피를 손수건으로 닦아 내더니 더럽다는 듯이 손수건을 멀리 던져 버렸다. 주위에는 한 대의 승용차와 커다란 트럭 하나가 접촉 사고를 낸듯이 붙어 있었고 남자의 주위에는 여러 명의 검은 복장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복면을 한 사람들은 도검 종류의 무기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 왜에도 한명의 남자가 하나 더 서있었는데 얼굴은 어둠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한국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일본으로 가시죠....아시아 쪽에 있다는 정보가 있었지만 한국에는 정말로 없는 것 같습니다. 여기가 마지막 방문지였으니....저 아이는 어떻게 할까요.” “죽여버려...” “알겠습니다.” 복면인 중 하나가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자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잠시후 알 수 없는 얼굴의 사내가 무심한 어조로 사살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 명령에 복면인은 조용히 자신의 직무를 다할 뿐이었다. “아이 만은....부탁이야...아이만을 살려줘....” “미안하게 됬어....다 그놈의 보옥 때문이지...보옥을 탓해라고....핫!!” 쉬익ㅡ슈각!!! 아빠의 간절한 부탁에도 복면의 사내는 조용히 자신의 직무를 다하고 있었다. 한번 검을 쳐다보던 복면인은 빠른 속도의 휘두름으로 나의 가슴을 베고 지나갔다. 잠시후 가슴에서 폭포수 같은 피가 줄줄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에 따라 소년의 숨 또한 가빠지고 있었다. “어이 동양인!! 그렇게 일처리 하면 어떻해? 죽일려면 확실히 해야지!! 이렇게...스윽” 쾅ㅡ콰콰쾅!!! 아까의 서양인 녀석이 손을 앞으로 뻗으며 죽은 복면인들의 무기들을 터뜨렸다. 그러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폭발이 일어 나고 있었다. 순식간에 재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린 복면인의 시체들의 모습에 흡족하다는 듯이 서양인은 복면인을 한번 쳐다보고는 숨을 헐떡이는 소년에게 손을 뻗으려 했다. 탁! “시간이 없습니다. 다음 행선지로 가시죠..어차피 조금만 있으면 죽을 겁니다. 이정도면 사고 처리도 됩니다.” “이 더러운 손 못 치워? 동양인 주제에 어딜 만져!!! 칫 더러워서 원...” 복면의 사내가 서양인의 행동을 제지하며 대기하고 있던 차로 행보를 인도했다. 그러자 서양인은 기분이 나쁘다는 표정으로 복면인의 손을 쳐내며 자신의 발로 차로 돌아가 버렸다. 사라라랑ㅡ!! 두 남녀의 손이 소년에게로 뻗어지며 손을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기운들이 소년에게로 흘러 들어가며 몸을 빠른 속도로 회복시키고 있었다. * * * “야!! 멍하니 뭐하는 거야!!! 얼굴도 험악해진 것 같고....?” 흔들흔들 정신이 갑자기 돌아오며 눈앞에 다가온 프로얀이 나의 어깨를 지그시 눌러 흔들어 대는 모습이 보였다. 그냥 앞이라면 문제가 없을 테지만 나의 바로 코앞 입술이 닿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나는 재빨리 떨어지며 거리를 유지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왕따의 고통 “뭐냐?”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프로얀의 들이대기 성 흔들기에 잠깐 당황하며 뒤쪽으로 살짝 물러나서 물었다. “갑자기 멍하니 있어서 그랬지...흐응...야한생각?” “이년이 돌았나...?” 살짝 물러난 나는 프로얀과의 거리를 일정거리로 유지했다. 하지만 프로얀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인지 점점 다가오며 나에게 얼굴을 들이 밀고 있었다. 나는 그런 프로얀을 살짝 밀쳐 내며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대화를 이었다. “그래...하고 싶은 이야기나 빨리 하고 등록이나 시켜!” 나는 계속 밀고 들어오는 프로얀과의 일정 선을 유지하며 계속 이야기를 이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들이밀기 식 이야기가 전개 되자 참을 수 없었던 나는 언성을 높여 이야기를 했다. “훗...내 동생도 이런 거 싫어했는데...정말 똑같네...생김새만 다르지...다 똑 같아...좋아...너는 이제부터 내 동생해라...” “장난 할 기분 아니다. 빨리 등록이나 시켜!! 멍청한 계집아!!” 프로얀의 말장난 같은 말에 화가 났지만 나의 목표를 생각해 억지로 화를 가라 앉혔다. 죽여 버리고 싶은 기분은 굴뚝같았지만 지금까지의 수모를 생각해보면 참아야 했다. 나의 반응에 놀란 얼굴을 하는 프로얀을 보자 약간 통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마지막으로 딱....한 번만....” “뭐라고 하는 거야...안 들리잖아” 약간 위축된 표정으로 프로얀이 말했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기에 약간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채 3분도 남지 않는 시간이었다. “뭐....이런거....” 스팟!! “뭐, 뭐야! 떨어지지 못해?” 나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프로얀을 계속 노려봤다. 하지만 계속 답답하게 작은 소리로 말하자 조금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말을 들었다. 단편적인 단어였기에 이해 불능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몸이 흐릿해지며 나의 몸을 조여 왔다. 갑작스런 육탄공격에 약간 당황스러웠다. “호호...바로 등록 시켜 줄게...” 짧은 육탄공격에 나는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헤픈 여자로 보였지만 여자가 나를 안고 있자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었다. 이때까지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나를 끌어안은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이었다. 비록 게임이었지만 약간의 감촉과 여자의 냄새에 나의 정신은 약간 아찔해지는 듯 한 기분이 들었지만 순식간이었기에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름...스텔스...직업은?” “정령마법사” 샤샤샥 “자...여기 이것은 참가자라는 표시야...” 프로얀이 종이 같은 것은 꺼내들며 나의 아이디를 종이에 기재했다. 그리고 나의 직업을 물어왔고 나는 곧장 대답했다. 그리고 허공에 종이를 던지더니 그 종이는 순간 빛을 토해내며 사라져 버렸다. 다만 이상한 동전 같은 것이 그녀의 손에 들어가 있었다. 그 동전의 모양은 지팡이와 검의 표시로 되어 있는 평범한 동전이었다. 그 동전이 참가자라는 것을 확인 한다는 듯이 나에게 조심스럽게 건 냈다. “동생...수고 했어~다음에 또 봐...정보 고마웠어!” 나는 그 동전을 조심스럽게 받아 들고는 아이템 창속에 고이 모셔 놓았다. 잠시 남은 시간을 이용해 동전을 이리 저리 살펴봤지만 특별한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문득 프로얀이라는 여자가 나의 머리를 한번 만지작거리더니 하얀 빛을 내며 사라져 버렸다. 물론 그녀의 수하들은 예전에 사라져 있었지만..... [띠링. 강제 접속 종료까지 1분 남았습니다. 안전을 위해 로그아웃 해 주십시오.] “하ㅡ 능력회수....” 남은 시간을 계속 알려주는 것인지 계속 나의 귀를 파고드는 음성이 전해 졌다.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은 피로를 느낀 나는 가지고 있던 능력들을 회수하고는 조용히 로그아웃을 선택했다. 잠시후 주위가 어두워지며 조용해졌다. [현실에서도 그대의 길을 찾을 수 있기를.....] 치이이잉ㅡ 마지막으로 게임이 완전히 종료 됐다는 것을 확인하듯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캡슐에서 나올 수 있었다. 나의 몸 상태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어제의 전투로 인해 입고 있던 교복이 많이 타 있었다는 것을 빼고는 별다른 이상은 없었지만 화상을 입었던 부위가 약간 간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시각이...6시 30분....엄청 했군...피곤한 것도 느끼지 못하겠고...후읍~” 캡슐 밖으로 나온 나는 집안에 있는 문을 활짝 열어 새벽의 공기를 마셨다. 아직 여름이라 그런지 그다지 춥지 않은 새벽공기였지만 약간의 냉기가 느껴지는 공기였다. 차가운 공기를 들여 마시니 머리가 약간 띵해졌다. “호흡법이라는 것을 해봐야겠다. 약간 머리가 띵 한 것 같으니까...효과가 있으려나?” 약간의 두통에 나는 호흡법이라는 것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게임에서 마나를 회복할 때 가끔 하는 호흡법이었기에 이곳에서도 잘 될지 모르겠지만 해보기로 했다. “후ㅡ흡ㅡ” 나는 평상시의 들숨과 날숨으로 공기를 빨아 들였다 내뱉었다하면서 반복했다. 보통 호흡법을 하면 무조건 길게 들이셨다. 숨을 멈추었다 빠르게 뱉지만 그건 잘못된 것이었다. 평상시의 숨쉬기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해야 잘된 호흡법이었다. 그것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숨이 길어지고 명상의 시간도 길어지는 것이었다. 무턱대고 숨을 길게 들이켰다 뱉으면 폐가 상할 수도 있었고 자잘한 병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숨쉬기도 요령이 있듯이 계속 하다보면 요령이 생기는 것이었다. “후ㅡ”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나의 머릿속은 잡생각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평소에 하지 않는 것을 하자니 몸에 좀이 쑤시며 온갖 상상이 머릿속으로 가득 차는 것이었다. 오랜 수련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잡생각이 나도 금방 없앨 수 있었지만 별로 많이 하지 않았던 나는 많은 시간을 들여서야 잡생각을 지울 수 있었다. “후우~” 계속된 호흡법으로 나의 마음은 차분히 갈아 앉았고 머리 또한 맑아지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몸속에 있던 마나가 느껴지는 듯했다. ‘심장에 서 느껴지는 거대한 힘....’ 몸을 관찰하듯이 느껴지는 기운이 몸속을 헤집고 다녔다. 어떨 때는 다리...어떨 때는 팔....어떨 때는 심장 까지...모든 곳이 보이는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심장에서 느껴지는 차갑고 어두운 기운들이 나의 심장을 보호 하듯이 주위에 원을 만들며 돌고 있었다. 총 아홉 개의 원들이 뱅글뱅글 돌며 심장 박동 수에 맞추어 움직이고 있었다. ‘느껴진다....’ 나의 감각에 맞추어 심장의 고리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나의 원이 움직이자 뒤따라 톱니에 맞추어 조금씩 뒤쪽에 나열 되어 있던 톱니바퀴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톱니바퀴를 돌리던 원동력인 검고 차가운 기류들이 피를 타고 이리 저리 흐르는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힘....그것이 머릿속까지 돌자 나의 몸은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다. 번쩍... 고이 감겨져 있던 나의 눈이 떠지자 차가운 냉기를 발산 시키듯 주위의 공기가 차갑게 식어 가고 있었다. 짹..짹 집 밖에서 나는 참새의 소리가 완전한 아침임을 알려 주고 있었다. 밝아진 아침햇살을 받으며 나는 너덜해진 교복을 벗어 던지고 욕실로 걸어가 학교 갈 준비를 했다. 띵했던 머릿속이 환해지며 피곤함을 덜어 가고 있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왕따의 고통 솨아아아 “후~” 샤워기에서 뜨거운 물기 쏟아지자 몸에 묻어 있던 거품들이 일제히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모든 더러움이 사라지듯이 새하얀 거품들이 몸에서 차례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에 주위에는 수증기가 나의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었다. “초능력자...무림인....” 샤워를 마친 나는 타지 않은 교복 셔츠를 입고 있었다. 다행히 바지는 타지 않았기에 그대로 입을 수 있었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단어들에 적개심을 불태웠다. 폭발시키는 능력자...칼을 든 무인들...그들이 나의 적이었다. 특히 서양계의 폭발 계 능력자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얼굴을 흐릿하게나마 알 수 있었고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칫....그딴 녀석들...트럭으로 와도 이젠 지지 않아!” 언뜻 파묻혀 있던 기억 속에서 능력자와의 전투에서 진 기억이 떠올랐다. 불쾌한 기억에 투덜거리며 중얼거림으로 모든 기억을 떨쳐버리기 위해 언성을 높여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학교나 가야지....샤워를 너무 오래 했나...시간이 상당히 지났네..” 식빵으로 간단히 배를 채운 후 집을 나섰다. 상당히 오랫동안 샤워를 한 것인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이대로 가면 지각할 가능성이 높았기에 속력을 빠른 걸음으로 학교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철수야...어제 그 만화 봤어?” %3C 이름 짓기 귀찮아서...)) “응, 진짜 재미 있어더라!!” 거리는 직장을 가기 위해 나온 사람들과 초등학교 학생들의 잡담을 떠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간혹 고등학생이 보였는데 뛰어 가는 모습이 지각이라는 소리였다. 나는 어차피 지각 할 거 느긋한 걸음으로 가기로 했다. 맴...맴.. “추은지ㅡ 잠깐 일루와!!” 까딱... 나는 가방도 매지 않고 학교를 등교하는 상당히 착한(?)학생이었다.(저 역시 가방 매고 다니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허전한 어깨를 약간 주무르며 천천히 학교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매미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여학생이 다른 여학생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끌려가다시피 가는 여학생의 모습은 아주 작은 키에 안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반면에 부르는 학생은 그런 대로 활발하게 생긴 여자였다. 한마디로 어디서 좀 놀아본 년이구나. 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뭔 일이 있나?”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듯이 끌려가는 키 작은 여자아이를 보자 예전의 나를 보는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나는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투명마법인 인비지빌리티(Invisibillty)를 이용해 학생들의 뒤를 쫓았다. “요즘 왕따 당하지 않고 학교 다니는 게 누구 덕분인지 알고 있지?” 음흐흐흐ㅡ 짧은 교복 치마를 걸친 여학생이 말했다. 약간 오만한 눈을 크게 뜨며 추은지라는 여학생을 벽으로 몰아 붙였다. 그리고 그 옆을 막듯이 두 명의 여학생들이 좌우를 둘러싸며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두 명의 여학생들 또한 치마를 줄인 것인지 짧은 치마를 착용하고 있었다. 양 사이드를 제압당하자 안경잡이 여학생은 불안에 떨며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응...” “그래 돈은 가져 왔니?” “응..” 탁 불량여학생의 말에 고분히 대답하며 돈 봉투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 봉투를 보자 탐욕스런 표정으로 빠르게 빼앗아 들었다. “이걸로 이제 돈 안내도 되는 거지?” “무슨 소리야? 지금까지 받은 건 친구로 지내 주는 것이었지!!” “그런 게 어디 있어!” “불만 있어? 다시 그런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가보지?” 돈을 건 낸 여학생은 안심했다는 표정으로 불량학생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것은 착각이었는지 불량학생들은 웃는 표정을 고치며 협박조로 이야기를 유도 하고 있었다. “호호호ㅡ! 이년이 맞고 싶어서 그냥 너는 우리말만 들으면 돼!!” 세 명의 여학생들이 한명의 여학생의 뺨과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싸늘한 어조로 이야기를 했다. 그 모습에 겁을 먹은 추은지는 오들오들 떨며 고개만을 약간씩 끄덕이고 있었다. “내일도 이곳...이 시간에 보자 늦으면 알지?” “알지?!” “쓸모없는 년!!” 치마 짧은 패밀리 들은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하고는 학교로 걸어가고 있었다. 땅바닥에 버려진 하얀 봉투가 애처롭게 추은지라는 여학생의 발치로 굴러들어 가고 있었다. 봉투 안은 이미 비어 있는 듯이 매우 가볍게 느껴졌다. “흑ㅡ흑흑!! 대채 왜!!...더 이상은 싫어...어째서 이런 짓을....” 모두 떠난 자리에 애처롭게 주저앉아 구슬프게 울고 있었다. 눈물을 질질 짜면서 자신에게 묻는 것이지 아까의 여학생들에게 묻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독백이 이어졌다. 두근....두근.... 갑자기 소녀의 눈물에 반응 하듯이 나의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마치 예전의 나를 보고 있는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빠르게 펌프질하던 심장은 여학생이 눈물을 멈추자 자연히 본래의 심장박동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에게 조금의 힘만 있더라면....아니 조금만 더 예뻤더라면!!” 여학생은 모든 슬픔을 다 토해 낸 것인지 갈라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작은 소리였지만 나의 귀속에는 하나하나 다 들려왔다. 마치 예전의 나를 보는 듯했다. 나의 간절한 소망처럼....이런 것을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고 하는 듯했다. 나는 그 여학생을 동정하고 있었다. 마치 도와주고 싶다는 감정이 무럭무럭 솟아오르고 있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왕따의 고통 여학생은 모든 분이 다 풀린 것인지 힘겹게 몸을 일으켜 학교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뒷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 어떤 누구도 진심으로 걱정 해주는 사람이 없는 듯했다. 나 역시 그렇지만....학교와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었기에 금방 학교로 들어 갈수 있었다. 드르륵ㅡ 추은지라는 여학생이 제일 끝에 있는 반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나의 반이기도 했기에 약간 놀랐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법을 해체하고 약간 시간을 두어 들어갔다. “어이...조제현. 좋은 아침이다.” “안녕!” 어제의 전투를 잊은 것인지 두 남매가 사이좋게 나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특히 고문 같은 것 까지 당했던 이수강은 더욱 활기찬 표정으로 나를 맞이 해주고 있었다. 힐끔. 나는 머리를 이리 저리 돌려 추은지가 있는 곳을 찾고 있었다. 그녀는 교실 문 쪽 제일 앞에 앉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 반에 두 명의 왕따가 있을 수 있는 가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제현아....우리 집에 놀러 가지 않을래? 부모님도 너를 보고 싶어 하고....” 시선을 추은지 쪽으로 두고 있던 나는 뒤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정지 되어 있던 머리를 움직였다. 약간 갑작스런 제안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나는 거절하기로 마음먹었다. “싫다...” “그래? 그럼 다음에라도....” “생각은 해보지...” 나는 곧장 거절을 했다. 하지만 이가연은 포기를 할 줄 모르는 것인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다시 말했고 나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말을 하고 말았다. 털썩ㅡ 나는 자리에 앉으며 시선을 추은지 쪽으로 직시했다. 나와는 다르게 가만히 있는데도 괴롭히러 오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냥 말없는 녀석으로 보일뿐 왕따로 보이지는 않았다. “야ㅡ 조제현...조제현! 듣고 있어?” 뒤에서 귀찮게 계속 말을 걸고 있었다. 무시해도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것이지 나의 이름을 반복해서 부르고 있었다. 계속된 부름에 아이들의 시선도 집중되었고 나는 몸을 돌려 녀석을 노려봤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귀찮게 하지마라.” “하하...그냥, 우리 기관에 들어오지 않을래?” “어이없군...왜 내가 그딴 곳에 들어가야 하는 거냐...” 나는 화가 난 듯이 톡 쏘아 말했다. 하지만 녀석은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다는 듯이 웃으며 나에게 제안하나를 해왔다. 이상한 말에 나는 단번에 거절을 했지만 포기 하지 않고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너희 부모님들도 속해 있었...” “그래서....속해 있으면 뭐해! 나의 부모님을 죽게 내버려 뒀으면서!! 차라리 혼자서 하나의 기관에 수장이 되겠다. 일인 기관!” 수강이 나의 부모님이 속해 있다면서 들어오라는 말을 꺼내고 있었다. 나는 말 중간에 끊어서 언성을 높여 말했다. 갑작스런 나의 행동에 놀란 주위의 아이들은 급속히 조용해지며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생각 해봐...지금 들라고는 하지 않을 테니까...알았지?” “.....” 나의 모습에 할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음을 기약하는 수강이었다. 나는 그 말을 무시하고 자리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내다 봤다. * * * 딩동ㅡ딩동ㅡ! 수업을 흘려들으며 시간을 보내니 순식간에 점심시간으로 접어들어 갔다. 다수의 반 아이들은 자기 친구들과 어울려 점심을 먹고 있었다. “같이 먹을래? 괜찮다면 이 도시락을....” 가만히 앉아 있던 나의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뒤쪽에서 나에게 같이 식사를 하자는 말을 건네다. 또한 어제 내가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것을 본 것인지 도시락 하나를 더 가지고 와 있었다. 고마운 씀씀이였지만 나는 조용히 자리에 일어나 매점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간단한 빵과 우유를 사들고 옥상으로 올라왔다. “빵으로 되겠어? 같이 먹지...” 뒤쫓아 온 것인지 수강과 가연이 나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매일 먹는 장소인 물탱크 옆이었기에 그늘도 있었고 시원한 바람도 불어오는 장소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빵을 찢어 가며 입에 꾹꾹 눌러 넣고 있었다. “헤헤...이렇게 먹으니까 맛있다...중학교 때도 이랬었잖아....그때는 제현이 너도 같이 말도 하고 그랬는데....” 나의 양옆에 앉은 녀석들을 보니 괸히 예전의 생각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중학교 때 알고 지내던 녀석들이었고 부모님들도 친구였기에 자연히 친해질 수 없었지만 그때는 정말 즐거웠던 기억만 있었던 것 같았다. 그 기억이 떠오르니 괜히 얼굴의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응? 혹시 너희들 방금 이상한 소리 들리지 않았냐?” “앗...말했다. 소리? 못 들었는데?” 벌떡... “같이가ㅡ!” 나는 바람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나의 귀에 들어왔다. 나는 혹시나 싶어서 옆에 앉아 있던 녀석들에게 물었지만 헛수고였다. 하지만 나의 귀에는 들려왔기에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난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뒤따라 녀석들도 따라 왔지만.... “썅년아...고분고분 말 잘 들으면 이런 일도 없잖아...잘 놀아 주니까 아주 기어오른다? 아주..” 찰싹 아침의 여자 아이들이 추은지를 둘러싸며 때리는 모습이 보였다. 계속 맞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하라는 숙제를 안 해? 네년 때문에 우리가 맞았잖아!!” “실실 웃으니까 우리가 만만하게 보이지?” 퍽!!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못하는 녀석을 데리고 때리는 것이 재미없는 것인지 차례대로 돌아가며 때리고 있었다. “어떻게 저럴 수가....있지?” “저게 왕따다....나도 그랬고....알았어? 나는 너희들과 사는 세계가 다른 것이다.” 가연은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일과 같은 것이었기에 착잡한 마음이었다. “그렇게 불쌍하면 네 녀석들이 도와주지?” “그건....함부로 능력을 사용 할 수는 없어....” “함부로? 그것은 규칙인가? 지금 같은 때에 사용 하라고 있는 능력이 아니었나? 그렇기에 나는 그딴 기관에는 들어가지 않겠다.” 나는 두 녀석을 지긋이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녀석들은 기관의 규칙 같은 것을 들먹이며 도와주기를 꺼려하고 있었다. 그에 화가 난 나는 녀석들에게 조소 어린 말로 녀석들을 비난 했다. “자 우리와 다시 친구 하고 싶지? 그러면 반 학급비를 훔쳐와 어때? 쉽지?” “못해! 못하겠어...흑...” 리더로 보이는 여학생이 추은지에게 무리한 일을 시키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추은지는 눈물을 흘리며 못하겠다고 거부하고 있었다. “어때...이래도 안도와 줄 거냐? 그럼 내가 도와주겠다.” “잠깐만...” 나는 녀석들을 보며 다시 한 번 물었다. 역시 이번에도 나를 붙잡으며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고 있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왕따의 고통 “해!!” “하지만....” “하라니까!!” “하지만....” “저기, 우리 친구지? 아니야?” “응....” 한쪽은 하라고 하고 한쪽은 계속 거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된 언쟁에 지친 것인지 말을 바꾸어 친구면 하라는 식으로 나가고 있었다. “진짜 친구라면 해주겠지? 아니면 진짜 친구가 아니야?” “친구야....” “그러면 해!! 이년아” 약간 부드러워진 어조로 말하는 불량한학생의 리더가 말했다. 그 어이없는 설득력에 넘어간 추은지는 조용한 어조로 친구라고 말했다. 그러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큰소리로 말하는 여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현실이다. 왕따의 현실이지...힘없는 약자라서 왕따...못생겨서 왕따....재수 없어서 왕따....그게 왕따다....” “그런....” “저리 비켜!!” 나는 두 남매에게 현실에 대해서 일깨워주었다. 그러자 두 남매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런 그 녀석들의 행동에 나는 소리를 높여 둘을 밀쳤다. “하지만....못하겠어...흑...흑...” 찰싹!! “쓸모없는 년.....가자” 추은지의 뺨을 한차례 때리고 세 명의 불량학생들은 교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냥 친구를 사귀고 싶었을 뿐인데....왜!!!....누가....누가 나를 좀 도와 줘!!!” 혼자 남겨진 추은지는 하늘을 향해 비통한 눈물을 흘리며 저주 하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하늘을 진동 시켰는지 차가운 바람이 휘날리고 있었다. 갑작스런 시원한 바람에 옥상에서 느긋이 밥을 먹고 있던 학생들은 기분 좋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내가 도와주지....다크니스(Darkness).....현신." 나는 다크니스 마법을 사용했다. 손에서 어두운 기운이 몰려 나와 밑으로 퍼져 나갔다. 추은지를 집어 감키고 주위를 어두운 장막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지체 하지 않고 밑으로 뛰어 내렸다. 현신까지 하자 등 뒤에서 검은색의 망토 하나가 나타났다. “누...누구야?” 어둡게 물든 장소에서 추은지의 소리가 나고 있었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곳에서 이리 저리 움직이며 길을 찾고 있는 추은지를 나는 불러 새웠다. “불렀지? 간절한 너의 소망이....” “도와줘....” 나는 마치 추은지가 불렀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자 녀석은 진짜라는 표정으로 보더니 이내 나에게 말을 해왔다. “무엇이든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대가?....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줄게....제발....이 고통 속에서 벗어나게 해줘.” “너의 소망 이루어 주겠다. 그만 잠들어라...슬립(Sleep).....각인....참(Charm)” 나는 추은지를 잠재웠다. 그리고 손을 한번 더 뻗어 그녀의 몸에 각인을 하나 시켰다. 문신형 마법이라 대기 중에 떠도는 약간의 마나로 그녀는 보통 사람들처럼 약간의 호감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왕따로 지낼 필요가 없을 것이다. “거기....너희들...어디 가는 거냐?” 갑자기 어두워진 환경에 놀라 주춤 멈추어 서있던 불량 여학생들이 급히 교실로 뛰어 들어가려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녀들에게 다가가 홀드 퍼슨을 사용했다. 꼼짝도 못하는 몸에 당황해 이리지리 움직이려는 모습이 보였지만 아무리 발부 등을 쳐도 벗어 날수 없었다. “너 누구야....오지마! 소리 지르겠어!!” “소용없어...사일런스(Silence)가 걸려 있거든....마음껏 비명을 지르라고...너희들도 아픔을 느껴야해....왕따의 아픔 말이야....일루전(Illusion)....환상으로나마 격어 봐....” 생명의 위협을 느낀 불량 여학생들은 제각기 공포에 질려 오들오들 떨며 비명을 질러 대고 있었다. 하지만 사일런스 마법으로 이미 대화가 세어 나가지 않게 만들었기에 소용없는 짓이었다. 나는 그녀들에게 일루전을 걸었다. 잠깐 동안의 환각이겠지만 그녀들에게는 엄청난 시간으로 느껴 질 것이다. * * * “여기는.....? 애들아....일어 나봐...” “으음....” 제일 먼저 일어난 리더가 쓰러져 있는 아이들을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갑작스런 현상에 어안이 벙벙한지 멍한 표정으로 이리 저리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아무도 있지 않는 공간 오직 그녀들만이 존재 할뿐이었다. “나가는 입구를 찾아보자....이상하다....추은지랑 있다가 이런 곳으로...혹시...그년이?” “무서워...여기...” “나가면 그년 죽었어!! 감히 우리는 이곳으로 끌고 오다니!” 제각기 두려움을 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들의 말을 들어줄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어이...거기 쌍년들아...왕따 주제에 어디에 어슬렁어슬렁 거려!! 거기 너희들 말이야 일루 와봐...” 갑자기 어두운 한 곳에서 누군가 세명의 여학생들을 부르고 있었다. 인상 험악한 여학생들이 세명의 여학생들을 가리키며 부르고 있었다. 순간 쫄아 버린 세명의 불량한 여학생들은 고분히 그곳으로 걸어갔다. 짝!! “야이 썅년아...오늘은 돈 가지고 왔어? 왕따 세 명이서 뭉치면 뭐 대는 줄 알아?” “크으으....왕따..? 누가...” “네년 들이지 누구긴 누구야!!” 그곳으로 다가간 세명의 여학생들은 다짜고짜 커다란 손바닥으로 뺨을 한 대씩 맞고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돈을 요구하는 덩치 큰 언니들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다.] “아니야...아아악!!!” 겁에 질린 세명의 여자들은 숙여져 있던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덩치 큰 여자들의 얼굴을 한번 쳐다봤다. 그 여자들의 얼굴은 돼지의 얼굴이었다. 놀란 세 명의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빠르게 그곳을 벗어나려 발을 열심히 놀렸다. 그리고....학교가 나타났다. 학교의 복도 말이다. “뭐야? 이게 대체 뭐야....?” 두려움에 숨이 가빠오며 새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복도에 서있었다. 그리고 발자국 소리하나가 들려왔다. 뚜벅...뚜벅... “응? 넌 추은지! 너 혹시....어디가!! 기다려!!” 말없이 걸어오는 사람은 추은지였다. 하지만 자신들은 본채 만 채 지나가는 추은지의 모습에 황당하기도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추은지의 뒤를 따랐다. “기다려!! 너,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야!! 기다려!!” “너무 빨라....” 뒤를 따르는 세 명의 여학생은 추은지를 따라 가려고 했지만 복도가 마치 런닝 머신처럼 제자리에서 달리 뿐이었다. 복도가 일그러졌다 다시 돌아 왔다. “헉...헉...빌어먹을....”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숨이 차도록 달린 불량소녀들은 없어진 추은지를 찾기 위해 무거운 걸음을 옮기며 복도를 걸었다. 어두침침한 복도...였기에 그 두려움은 마음속에서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추은지!!! 숨어도 소용없어!!” 찾아도 보이지 않는 추은지의 모습에 묘한 공포감을 느꼈다. 복도는 어두컴컴하고 자신들을 제외하고는 학교에 어떠한 그 누구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복도 끝에 있는 문 하나가 보였다. 그리고 그 문을 잡아 당겼다. 끼이이익ㅡ!! 텅!!!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세 명의 불량소녀들을 집어 삼켰다. “어이...거기....너희들...돈 좀 있냐? 돈 좀 주면 놀아 줄게!!” 문을 열자 푸른 공간에서 체육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추은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평소 같으면 놀 친구가 없어 자신들에게 빌 붇던 추은지가 아이들과 같이 체육을 즐기고 있는 모습에 묘한 분노가 올랐다. 그때 갑자기 어떤 여학생이 자신들에게 놀자는 권유를 했다. 다만 돈을 요구하는 것을 빼고는 평범했지만.... “어이...추은지...너...어딜 도망갔던 거야...!!” 툭. 세 명의 여학생들은 추은지의 양어깨와 손을 잡았다. 그리고 서서히 추은지가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왕따의 고통 딸깍...딸깍....딸깍... “왜......불......러.....?” “꺄아아악!!!” 추은지를 붙잡고 있던 어깨와 손이 가늘어지며 뼈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얼굴에는 해골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고 입이 딸깍 거리며 말하고 있었다. 눈은 붉은 색의 안광을 뿜어내 고 있었고 어눌한 말로 한자 한자 끊어서 말하는 것이 여간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추은지의 행동을 따라 하듯 주변에서 뛰놀고 있던 학생들이 모여 들어 해골로 변해가고 있었다. 해골...혹은 구을 같은 시체들이 하나둘 모여들자 불량소녀들의 공포틑 극에 달하고 있었다. “병신...정말 쓸모없는 왕따 들이 어디다 손을 올려....은지야 여기 손수건 더러운 것들이 만졌으니까 병균 옮을라. 빨리 닦아...쓰고 그 손수건 버리고...” “고마워....저년들 벌줘야지....예전에....나를 괴롭힌 년들....” 한 여학생이 추은지에게 다가와 예쁜 손수건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그리고 추은지는 그 손수건을 받아 들며 열심히 닦고는 시선을 돌려 세 명의 여학생들을 노려보며 음침한 말로 주위의 친구들에게 말했고 서서히 은지의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 불량소녀들에게로 다가가고 있었다. 딸각 거리며 말하는 어눌한 말투에서 벗어나 완벽한 말을 구사하는 스켈레톤과 구울들의 모습...그리고 불량소녀들은 조금씩 뒷걸음질 치며 벗어나려 했지만 뒤에 버티고 서있는 수많은 언데드들이 버티고 있자 이도저도 할수 없는 상황이었다. “꺄아아악!! 헉...헉...” 쾅!!! 점점 다가오는 뼈다귀들의 모습에 경악을 했다. 수많은 언데드들에 두려움에 떨던 녀석들이 그 언데드들을 하나둘 뚫고 자신들이 온곳으로 빠르게 뛰어 가고 있었다. 빠져 나온 문으로 들어가 그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 두려운 마음에 숨은 가빠져 심장이 터질듯 뛰고 있었다. 한참을 숨을 고르며 마음을 진정 시키고 있었다. “헉...헉..헉..응?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꿈이면 깨어나!!” 짝...짝... 다시 어두운 곳으로 돌아온 불량소녀들은 제각기 공포에 절은 표정으로 자신들의 뺨을 세게 치고 있었다. 마치 이게 꿈이라면 빨리 깨어나라는 듯이....하지만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음흐흐흐....” “헉...추은지? 너는 추은지?? 밖에 있던 것이 아니었나?” “너....” “아....선생님....학교가 이상해요...아이들이 해골...” 갑자기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발자국 소리가 나고 있었다. 아까처럼 추은지가 나타날까봐 두려움에 오들오들 떨고 있던 불량소녀들은 뜻밖에도 학교 주임 선생님의 등장에 안심을 하며 다가갔다. 그리고 학교가 이상하다는 말을 내뱉으며 선생님에게 말했다. “알고 있다....이리 와라...” 선생님은 다정한 어조로 불량소녀에게 말했고 어디론가 그녀들을 인도했다. 하지만 선생님의 걸음거리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한번 밑어 보기로 했다. “저어...선생님...어디로 가시는 거죠??” “걱정하지마....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는 거니까....자...저기” 불량소녀들은 선생님의 이상한 행동에 어디로 가는 지를 물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속도를 약간 늦추더니 손가락을 가리켜 문 뒤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문뒤에서 나오지 못하고 손짓만을 하고 있었다. 이리로 오라고.... “왕따 당하고 싶지 않으면 이곳으로 들어와....어서....놀아 줄게....같이 놀자....” “같이 놀자.....” 문 뒤에서 손짓을 하며 불량소녀를 부르는 소리가 여간 음침한 것이 아니었다. 그 모습에 눈이 떨이며 다리는 후들거리는 불량소녀들의 모습이 보였다. “으아아아악!!!” 가느다란 음성으로 비명을 지르며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그녀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선생님은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의 얼굴이 썩어들어가며 새하얀 해골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다시 살이 차오르며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가더니 소년의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헉...이상해...” “돌아가고 싶어!!” “꿈이면 깨어나!! 흑....” 세 명의 소녀들은 빠르게 중앙현관으로 뛰어 갔다. 그리고 천천히 그 문을 밀고 들어갔다. 끼이익... “여긴....” “아까 거기?” “살았다....응? 추은지?” 중앙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자신들이 있던 학교 뒷골목이었다. 그곳에는 추은지가 서있었다. 세 명의 소녀들과 같이....그리고 리플레이 영상처럼 자신들의 행동이 고스란이 다시 재생되고 있었다. “너희들도.....이 고통을 당해봐....왕따의 굴레를 말이야....너희들이 나를 망쳤어...” “무슨 소리야...우리는 너와 재미있게 놀아 줬다고...이럴 수는 없어!!...우리가 너를 괴롭혔다는 걸 본 사람이 있어??” 두 명의 추은지가 나타나더니 불량소녀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너희들도....나처럼 되어 보라는 그리고 소녀들은 말도 되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며 속속 무언가가 나타나고 있었다. “우...리...가...보...고...있...었...다....” 딸깍....우워어어어ㅡ!! “꺄아아악!!” 땅속에서 무언가 파고 나오더니 흰해골들이 원을 그리며 소녀들을 빙글 감사고 있었다. 그리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런 괴기스런 모습에 소녀들은 눈을 질끈 감고는 비명을 질렀다. “어때? 이제 좀 알겠니? 왕따의 괴로움을....” “뭐야...너는...너..추은지랑 짜고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을....너는 누구냐?!” "누구냐고?! 지나가던 사람.....!" 추은지의 모습이 변해 한 남자로 변했다. 그것은 바로 나였다. 얼굴을 가려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보이게 했기에 나를 알아볼 염려는 없었기에 걱정 할 필요는 없었다. 나의 말에 눈을 한번 비비며 나를 쳐다보는 불량소녀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나에게 외치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뚫린 입이라고 막 씨부는 구나?....아직도 이해 하지 못했냐? 왕따의 고통을...아직도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지 못하고 있군....너희들도 당해 봐야 되...” “웃기지마!! 그냥 조금 장난 친 것뿐이야!! 그냥 즐겁게 논 것뿐이라고!!...그냥...그냥...즐겼을 뿐이라고!!!” “나는 나쁜짓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이곳에서 내보내줘!!....부탁이야....제발...” “맞아...우리는 그냥 놀아 준 것뿐이야!!....맞아...우린 잘못없어!!” 나는 짐짓 화난가난 어조로 삼인방에게 말했지만 그녀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인정하고 있지 않았다. 자신들은 그냥 놀아준것일뿐 아무런 죄가 없다는 행동이었다. 자신들의 행동이 당하는 자의 괴로움을 모르듯이....혹은 무심코 던진 돌이 개구리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를 준다는 것을 녀석들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어리석은....놀아 준 것? 나도 다시....놀아줄까? 한번...다시 놀아 볼래?” 나는 그녀들의 어리석은 말에 살기를 줄기줄기 내뿜으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기절까지 가고 말았다. “너희들도 잘 봤냐? 이년들의 추태를....이게 바로 왕따의 괴로움이다...아니 내가 느꼈던 괴로움...그것을 요년들에게 보여준 것뿐이야....나는 그것을 깨우쳐 주고 싶었던 것뿐이다. 괴롭힘을 당하는 자가 얼마나 괴로운지를....그걸 알아 둬라....” 불량소녀들이 기절하자 나는 마법들을 전부 해체 하고 교실로 돌아가며 두 남매에게 말했다. 그러자 두 남매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뒤를 따를 뿐이었다. “휴....왕따의 괴로움이라....정말일까?” 후담이지만....추은지는 친구들과 잘 어울렸고...세 명의 여학생들은 이제 더 이상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았다고 한다....앞으로 쭉ㅡ!! 두 남매의 집 방문-만남 학교를 마치고 교실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남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 야자를 하기위해 남아 있는 듯했다. 물론 나도 야자를 해야 하지만 아예 안하는 편이었다. “어떻게...마법을 현실에서...있을 수 없는 능력이야...이건...초능력도 대단하지만....이정도 까지는...” 나의 행동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수강과 가연은 경악한 얼굴로 나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마치 못 볼 것을 본 것인지 손가락마저 부르르 떨고 있었다. 손가락에서는 아까 전에 괴롭힘을 당하던 추은지가 있었던 것이었다. 친구하나 제대로 사귀지 못하던 녀석이 여러 명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놀라는 것은 당연 한 듯 했다. “그래서...하고 싶은 말은?” “헤헤....다음에 시간 되면 우리 집에 놀러 갈자고....어때? 하루 날 잡아서...” “흠....네 부모님에게도 볼일이 있으니....조만간 한번 가지...” 무언가 할 말이 있는지 오물오물 거리며 손가락으로 꼼지락 거리는 가연을 보고는 용건이 뭐냐는 식으로 물었다. 그러자 웃음을 띠고는 나에게 놀러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확실히 나는 녀석들의 부모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기에 조만간이라는 시간을 정하고는 승낙을 표했다. “아참...그리고 조심해....외국 쪽의 초능력자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으니까....” “왜...?” “그건 나도 자세히 모르지...아버지가 이야기 해줬으니까....아마 보옥 때문 아닐까?” “지금 가자! 너희 집으로....” “그...그래...” 수강이 나의 어깨를 잡으며 나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외국인들의 한국 난입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것도 초능력자란다. 그리고 보옥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나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들이 있었지만 전혀 알 수 없는 내용이었기에 대충 넘어가버렸다. 나는 더 자세한 이야기를 알고 싶었기에 녀석들의 집으로 가기로 했다. “학교에서 가까워...아마 너희 집이랑은 반대 방향일걸?” “빨리 가지...시간도 별로 없으니....” 학교를 나온 나는 두 남매를 앞장세우고 녀석들의 집으로 향했다. 거리는 비교적 한산했다. 녀석들이 가는 곳은 부자들이나 사는 곳인지 거대한 주택들만이 줄줄이 지어져 있는 곳이었다. 가끔 집에서 나는 개소리 때문에 신경이 쓰기기는 했지만 그 외에는 평화로운 곳이었다. 착칵.... “자....우리 집으로 초대 합니다. 들어와...” “아버지....학교 다녀왔어요...아직 안 들어오셨나?” 두 남매는 먼저 집으로 들어와 커다란 집안으로 들어왔다. 집안은 초호화 그대로였다. 넓은 거실과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구들이 배열되어 있었다. 집안에는 메이드인지 몇 명의 여자들이 집안일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가씨...도련님...잘 다녀오셨어요?..차라도 내어 올까요?” “아뇨...괜찮아요. 언니” 한 메이드가 다가와 인사를 하고는 나를 한번 힐끔 쳐다보더니 시선을 돌려 가연에게 말하고 있었다. 가연은 웃으며 괜찮다며 사양하고 있었다. “언제까지....기다리게 할 셈이냐? 혹시 집 자랑 하기위해 이러는 것은 아니겠지?” “하하...모처럼 놀러 왔는데....이야기나 하면서 기다리자...아직 시간도 많잖아? 내일은 토요일이라 학교도 가지 않고 말이야....” “괜찮다면 여기서 하루 밤 자고 가도 되고....같이 게임도 하면서....어때?” “나는 너희들의 아버지와 볼일이 있을 뿐이야.” 나는 두 남매의 부모님이 있지 않자 약간 실망한 기분으로 말했다. 그러자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하는지 이야기를 돌리고 있었다. 웃으면서 안간힘을 쓰는 녀석들을 보자니 속에서 웃음이 나오려 하고 있었다. 마치 머 마려운 강아지처럼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는 녀석들이었다. “너 혹시 셀리온 월드 하니? 우리도 하거든....” 녀석들은 분위기 전환 겸 게임 얘기를 꺼내고 있었다. 아직 게임에서 만난 적이 있음에도 녀석들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로브를 줄 곳 써왔기 때문에 맨 얼굴을 보인 것은 저번의 프로얀이라는 여자에게만 보였을 뿐 다른 그 어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하고 있다....” 짝! “아...우리도 하고 있거든....요즘 무투 대회를 연다고 하던데....아마 예선전이 오늘이었던가? 밤이었던가? 그렇지?” “우리도 참가 하거든....” 나의 반응에 기분이 좋은지 한번 박수를 치고는 자신들의 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싫지만은 않았기에 묵묵히 듣고 만 있었다. 녀석들도 참가 하는 것인지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계속 게임 얘기를 하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감을 느낄 수 있었다. 게임에서의 경험담과 재미있었던 일을 말하는 녀석들의 입가는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그 스텔스라는 사람이 글쎄...사막에 쓰러져 있어서 우리가 가까운 마을에 옮겨 줬지....팔도 한쪽이 없어서 얼마나 놀랬다고....돈도 우리가 내고 갔는데...하하...잘 있는지 몰라.” “잠깐....돈을 냈다고? 젠장....” 녀석들의 이야기가 한창 될수록 나는 빠져 들었다. 그러던 중 나의 이야기가 나오자 잠자코 듣고 있었지만 돈을 냈다는 구절에서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망할 신관 녀석이 돈을 받아 처먹었기에 나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에? 왜...? 무슨 일 있어?” “후...아니다.” 띵동...띵동... 나의 행동에 깜짝 놀란 가연이 나에게 물어왔다. 나는 한번 심호흡을 하고는 마음을 안정시켰다. 잠시후 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렸고 중년으로 보이는 남녀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당연히 집안일을 보던 메이드 누나들이 나와 인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고 두 남매 역시 중년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유일하게 나만 뻣뻣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두 남매의 집 방문-만남 “오랜만입니다. 아저씨.....그때 이후로 약 1년이 지났나요?...돈은 잘 사용 하셨고요?” “그....그건...” 집으로 들어온 가연, 수강의 부모님이 나의 눈앞에 서있었다. 그 중년의 남녀의 얼굴에는 이 사람이 누구냐는 듯 한 의문이 핀듯했다. 하지만 나의 말을 듣고는 중년 남자의 얼굴에서 경악의 표정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돈은 잊은 지 오래입니다. 오늘 이곳에 온 것은....정보가 필요해서입니다. 보옥이 뭔지...왜 외국인들이 자주 보이는지....그리고 저번에 기억을 없애 주신 것에 대한 보답겸 하고 말입니다.” 털썩ㅡ! 나는 지긋이 시선을 이리 저리 옮기며 이야기를 했다. 나의 독백어린 말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누구도 무시하지 않고 끝까지 나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나의 말에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 가는 중년 남자의 표정에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중년 남자도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인지 소파에 주저앉듯이 쓰러졌다. “다 너를 위해서 한 것이었을 뿐이다. 너의 부모님도 그걸 원하지 않았고....너를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을 뿐이었다. 꼭...위험한 능력자의 길을 걷게 할 수는 없었다....” 중년의 남자는 냉수를 한번 들이키고는 나에게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가식적인 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왜!! 나도 그런 힘만 있었어도....가족을 지킬 수 있었어!! 그리고 괴롭힘 따위를 당하지도 않았어!!” “다...너의 부모님이 원했던 거야! 너의 부모님이 모든 것을 비밀로 부치기를 원했다.....언제 터질지 모르는 능력자들의 전투....아니 꼭 터진다....이제 시간이 얼마 없어....보옥이 이 지상으로 내려오는 시간....그것으로 인해 전쟁이 벌어 질것이다.....” 나의 외침에도 무조건 부모님의 유언 같은 것이라고 둘러 대고 있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번에 일어나는 외국인의 한국 집중화 현상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밑기 어려운 말만 하고 있었기에 곧이 곧대로 밑을 수는 없었다. “1914년 1차 세계 대전이 벌어졌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그건 순 뻥이다. 능력자들의 전쟁이었을 뿐이야.....보옥에 대한 고서 발견을 발단으로 시작된 전쟁이었다. 국가간의 쟁탈전....하지만 그것은 시초에 불과 했어. 그 보옥이란 어떤 건지도 모르고 싸웠지....그게 생물인지...아니...물질인지...물건인지 몰랐지....하지만 한가지는 알았다. 무한의 생명력! 그것만 있다면 혹은...섭취한다면 불노불사의 생을 살수 있다고 전해지지....꿀꺽” 중년의 남자는 주위의 메이드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나에게 중요한 이야기인양 말하고 있었다. 마치 역사에 대해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혀 지루하지 않는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였다. “하여튼....그 고서의 쟁탈전은 무승부로 전 나라에 골고루 퍼졌다....하지만 문제는1929년에 일어났어....그때 그랜드 크로스라는 행성들의 배열이 일어났어....문제는 그게 보옥과 관련된 일이었다. 다시 한 번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서였지....하지만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하물며 그 위치까지 불확실 해졌어...그냥 능력자들 간의 피 보기 전쟁이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5년의 시간이 더 흘렀지...” “그래서요....” 계속 목이 타는지 물을 찾고 있었다. 재빨리 가연이 물을 따라 주었고 뒷이야기가 궁금한지 이야기를 재촉하고 있었다. “정확히 그날은 그랜드 크로스가 아니었어...약간의 각도차가 있었다. 5년이 지난 후에야 진정한 그랜드 크로스가 완성되었다. 그 지점이 한국....남북전쟁이었다. 단순한 6.25로 알고 있지만 한국 내부간의 전쟁이었다. 다 외국의 압력이었어....그 곳을 다른 나라에 내어 주자...즉....강경파와 온건파 간의 전쟁이었다.....그때 역시 아무 일도 없었어...그냥 역사는 민족 간의 싸움...그 이상의 말은 없었어....이제 일어나려고 하고 있다...진정한 보옥전쟁을....이제 멈출 수가 없어....” “이제 세상에 감출수도 없지....초능력자에 대해.....하여튼....2000년도에 행성이 일렬로 늘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것역시 단순한 계산 착오였기에 그냥 넘어 갈수 있었지만....5년 뒤 한 번 더 전쟁이 일어 날뻔 했다...각국에서 파견한 고위급의 능력자들이 속속 우리나라로 파견했고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정확한 계산....정확한 위치까지 파악이 되었다. 행성이 일렬로 배열되는 시기는....채 육 개월도 남지 않았다. 날짜까지는 맞추지 못한 것인지 속속 파견하는 능력자들의 숫자를 보고 알 수 있지....이제 막을 수 없어....최후의 전쟁이 될 것이다....있느냐 없느냐....진실인가....거짓인가....그건....진정한 그랜드 얼라인먼트가 성립되는 날 그 결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장장 1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했음에도 그 어떤 누구도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숨 막히도록 고요한 밤이 될 것인지 커다란 거실에서 알 수 없는 열기가 퍼지고 있었다. “그래....정확한 위치는?” “이곳....사천이다. 대략적인 시간은 11월....13일....그랜드 얼라인먼트가 성립된다....” 나는 잠깐 생각을 하고는 그 위치를 물었다. 그러자 조심스럽게 그 위치를 말하는 중년남자...마른 입술을 혀로 한 번 적시고는 그 말의 끝을 맺었다. 정말 숨 막히도록 고요한 시간이었다. “힘이 없어....고작 그딴 이유로 부모님이 죽었다고? 왜! 그딴 보옥 때문에!” “다 너를 위한 것이었다....보옥 전쟁에 참여 시키고 싶지 않았겠지....그리고 그 30억이라는 돈은 국가의 돈과 합해서...비밀리에 초능력양성자금에 쓰고 있었다. 너의 돈을 말없이 가져간 것은 미안하지만 국가의 국운이 달린 일이야....잘못하다간 지도상에서 대한민국 아니....대륙의 절반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정확한 적은 알수 없다...모든 나라가 적 일 수도 있고....적은 하나일수도 있다.” “나의 적은....부모님을 해친 무리다!!!” 다른 사람에게는 큰 사건이겠지만 나에게는 하찮은 일이었다. 보옥 전쟁보다는 부모님이 우선이었고...가족이 우선이었다. 아저씨의 말을 들으니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나의 적이 누군지를....나의 적은 모두였다. 보옥에 관련된 무리...우리나라까지도....특히...그 서양 놈의 얼굴은 희미했지만 능력만으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만약 그와 같은 능력자가 많다면 모두 죽을 것이다. ======================================================================== 위 내용은 전혀 현실과는 관련 없는 내용이오니 착각 하시지 마시고 보시기 바랍니다. 혹시나 인테넷 모 인기 사이트 네이바에서 지식검색까지 하는 사태가 없기를 바랍니다. 정확한 그랜드 크로스는 2000년도에 있었으므로 지금의 년도에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현상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랜드 크로스 현상이니....그랜드 얼라인먼트이니 같은 용어는 있지만 정확한 날짜는 알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략 70년에 한번인가? 60년인가 일겁니다. 저도 자세한 것은 모르오니....자세함을 찾기를 원하시는 분은 네이바에서 지식검색 하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세계 제1차 2차 세계 대전과 6.25같은 사건과도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두 남매의 집 방문-만남 “지....진정하게....꼭 일어난다는 보장과 보옥이 등장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아직 당신에게 화가 다 풀렸다고는 생각 하지 마세요.” 나의 커다란 목소리에 다들 놀란 표정으로 나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단순한 외침이었지만 의지가 담겨있는 것인지 내부에 있던 마나가 외부로 방출하면서 출렁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간에 아저씨의 영향으로 다시 평범한 곳으로 변해 버렸다. “대단하군....그 정도의 사이킥 에너지라니....자네는 교육을 받지 못해 능력이 없을 텐데...아무런 교육 없이 이정도 능력이라니....확실히 대단하군...” “나는 가보겠습니다.” 나의 마나에 감탄을 터뜨리는 아저씨와 무거운 분위기를 전환시키려는 듯 한 가연과 수간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현관 쪽으로 다가가 인사를 하고 문의 손잡이를 돌렸다. “하루 밤 자고 가도 되는데....? 너는 우리 가족이나 마찬가지고....네 집이나 마찬 가지 잖냐? 이참에 같이 사는 것은 어떠냐?” “돌아가겠습니다....그럼 서로 얼굴 붉히는 일 없도록 하죠....” 나는 아저씨의 말에 약간 마음이 동했지만 나로서는 이곳의 사람들에게 별다른 감정과 남남이라는 인식이 가득했기에 돌아가는 것을 택했다. 이제는 딱히 경계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지만 왠지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조제현군....저녁 식사라도 하고 가지 그러니....오늘 하루 밤도 이곳에서 자고....안되겠니?” 아무 말씀도 안하고 있던 아주머니가 나에게 말했다.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하는 아주머니의 말에 나는 혹한 감정이 들었지만 나는 발걸음을 밖으로 옮겼다. “언제든지 오려무나....너에게는 활짝 열린 곳이니....예전부터 우리는 너를 진심으로 아들....가족이라고 생각했단다....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아주머니의 부드러움 말이 나의 마음 한구석을 녹이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말에 무언가 찡해지는 기분에 나는 밖으로 빠르게 뛰쳐나갔다. “젠장! 진짜 가족도 아니면서....나를 동정하는 거야 뭐야!” 빠르게 뛰어 나온 나는 학교까지 단숨에 달려와 큰소리로 말했다. 날이 어둑어둑 해졌지만 학교는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야자를 하는 학생이 많은지 1.2.3학년 반 전체가 불이 켜져 있는 모습이었다. 아직 보름달이 덜된 달이었다. 구름에 달이 걸려 색다른 이미지의 달로 눈에 비쳤다. 휘이이익!!....탁!!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학교 벤치에 앉아 달을 감상하고 있던 나의 시야에서 빠르게 무언가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수많은 무리들이 달빛을 피해 달아나듯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마치 한 마리의 새를 보듯이 모든 인간들이 검은 복장을 하고 있었고 하늘을 날아가듯 뛰어 가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걸까?” 순식간에 지나간 탓에 녀석들의 뒤를 쫓을 수 없었다. 방향이라도 보고 있었지만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 했다. 무언가 일이 벌어진듯했는데...빠른 속도의 이동에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휴ㅡ! 왠지 오늘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아....” 다시 학교 쪽으로 돌아와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여름이라 그런지 아직 후덥지근한 날씨로 모기들이 뒤엉키며 달려들었지만 얇은 막으로 둘러싸인 반경 안에는 어떤 모기도 접근할 수 없었다. 정말 유용한 마법이었다. 아아아ㅡ! 느린 걸음으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집으로 걷던 중 이상한 소리가 나에게 잡혔다. 고통을 떠는 비명인지 즐거움의 비명인지 모를 어중간한 소리였다. 밤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 있지 않았다. 더움에 참지 못하고 활보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점점 다가갈수록 알 수 없는 열기와 무언가를 빨아들일 듯 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알 수없는 언어였다. “한국년도 맛있는데? 의외로 음기가 많아! (해석..) 쭈욱ㅡ! 동양계 남자가 하의를 벗고 지랄 발광을 다하고 있었다. 한 여자는 그 행위를 할수록 무언가 상실 해 가는 지 점점 비명의 소리가 작아지더니 이제는 점점 쪼그라들고 있었다. 마치 뱀파이어릭 터치를 보는 듯 한 모습이었다. 탕! “누구냐!!” 나는 그만 실수로 바닥을 뒹굴던 캔 깡통을 툭 치고 말았다. 상당히 청각이 좋은 것인지 녀석은 바지를 마저 입을 생각도 하지 않고 이곳으로 시선을 돌이며 살기를 줄기줄기 내뿜고 있었다. 스르륵... “나다....짱개놈아....이곳에 온 목적과 몇 명이나...어느 정도의 사람...나라 들이 모여 드는지 알면 살려 주마!” 투명화 마법을 풀고는 녀석의 앞에 섰다. 나는 녀석이 중국인이라고 확신하고는 녀석에게 나직한 말로 말했다. 하지만 그 녀석은 여유러운 미소로 나를 쳐다보며 실실 웃고 있었다. 상당히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상당히 예쁘장하게 생겼네....여자랑 하는 것은 이제 질렸던 참인데...너는 얼마나 맛있을까?” 나는 녀석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들었지만 이제야 알아 들을 수 있었다. 녀석의 말에 나는 분노가 치솟으며 몸에 있는 힘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방심은 근물일것이다. 어떤 수법으로 공격할지....어떤 수법으로 움직일지 전혀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아직 현실에서의 수련이 부족했고 능력은 얻은 지 채 2달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하루 날 잡아서 현실에서의 능력에 익숙해지고 전투 방법도 익혀야 할 것이다...지금은 한마디로 초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너....오늘 죽었다고 복창해라....상당히 기분 나빠 거든....그냥 정보만 알려 주면 보내 주려고 했더니....” 나는 녀석에게 경고 아닌 경고로 말했다. 하지만 녀석의 표정에는 어떤 긴장감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자신의 능력에 자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두 남매의 집 방문-만남 “하하...어리석은 한국인....그런 말하기 전에 자신의 처지는 생각하지 못하는군!” 녀석은 자신의 손을 한번 쓰다듬고는 나에게 달려들었다. 단순한 움직임이었지만 물 흐르듯 움직이는 녀석의 발놀림에 약간 놀랐다. “무공의 무자도 모르는 것 같구나? 조용히 몸을 나에게 바쳐라! 색환수(色環手)!!” 녀석의 손에서 우유 빛의 기운이 모이더니 손을 감싸며 고리 같은 것이 회전 하고 있었다. 그것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나의 복부 쪽을 파고들었지만 실드에 막혀 앞으로 전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색환극락수(色環極樂手)!! 차앗!!” 녀석의 손이 더욱 빨라지며 공격을 가해 오고 있었다. 잔영이 이는 빠른 공격이었다. 실제로는 단순한 찌르기였지만 적확한 급소였기에 급히 방어를 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보법 또한 공격에 맞추어 이동하고 방어 형 보법 또한 뛰어 났다. 반면 나의 공격은 간단한 일반 마법이었지만 녀석의 손에 부딪히며 튕겨 나가고 있었다. “장난은 이정도만 하겠다. 슬로우(Slow)!” 녀석의 이상한 수법에 약간 당황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뒤로 물러나 녀석의 발쪽에 마법 하나를 걸었다. 하지만 느려진 속도임에도 계속 빠른 공격이 이루어졌다. 단 두 가지의 공격뿐인지 같은 수법으로 공격을 해왔지만 단순한 공격이 아니었다. “어디까지 막을 수 있는가 보자!! 하앗!!” 슈슈슉!! 여러 개의 잔영과 보법으로 정신이 어지러웠다. 느려진 속도에도 굴하지 않고 빠른 공격이 이어졌다. 수십의 손들이 일제히 나의 여러 급소들을 파고들었다. 파파팍!!! “어딜!!” 급소를 향해 날아드는 여러 잔영의 손들이 일제히 튕겨 나가며 뒤로 물러섰다. 나의 몸을 보호 하듯이 바람이 일어나며 기류가 일어났던 것이었다. 윈드 월을 나의 몸에 걸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어떻게.....웬만한 고수라도 이번의 수법은 쉽게 막지 못할 텐데!” “그건 너의 생각이고!! 헤이스트(Haste) %26 스트랭스(Strength)!!!” 이상한 권법 같은 것을 구사하는 녀석이 경악을 하며 말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필살기가 먹히지 않자 놀란 듯했다. 나는 버프 마법을 걸고는 다시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스(Grease)!! 이것은 몰랐겠지?” 사아아악!! 나는 땅에 그리스마법을 펼쳐 마찰력을 0으로 만들어 스케이트를 타듯이 이동했다. 헤이스트까지 걸린 덕분인지 무림인들이 보법을 펼치듯이 수많은 잔영을 내뿜으며 앞으로 이동 할 수 있었다. “사술(詐術)!! 무슨....!?” 쿵!! 녀석은 나의 기이한 능력에 놀라며 몸을 피하려 했지만 마찰력이 없는 대지에 적응 하지 못하고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이제 말할 정도로 겁을 먹었냐?” “헛소리!! 죽어라!! 색환수(色環手)!!!” 나는 넘어진 녀석의 옆으로 다가가 조소 어린 얼굴로 말했지만 녀석은 포기하지 않고 두 가지밖에 없는 절기중 하나인 색환수를 펼쳤다. 손끝에 우유 빛의 기운이 어렸다 순간 사라지며 나의 다리 쪽을 파고들었다. 파파팟!! “하핫!! 어떠냐!!....몸을 움직이지 못하겠지? 위중혈이다!! 크하하하!!” 위중혈은 다리가 접히는 곳...즉 무릎이 접히는 뒤쪽에 움푹 들어간 곳이었다. 이곳을 타격 하면 약간의 찌릿한 느낌이 들고 잠시 동안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수법이었다. 단 몇 초의 공방이 오고가는 고수들에게는 치명적인 수법이었다. 나는 그것에 당해 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디스펠 매직(Dispell Masic)” 슈욱ㅡ!! 나는 호들갑 떨며 웃고 있는 녀석의 눈을 직시하며 몸에 디스펠 매직을 외웠다. 그러자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있던 몸의 신경이 돌아오며 정상으로 돌아갔다. 순간적인 대응이었기에 공격당하기 전에 피할수 있었다. “어떻게!! 아무리 적응된 고수라도 그 정도의 시간은 걸리건만!!” “이제 늦었어....빨리 정보를 내놨으면 살려 줬을 것을....쯧...홀드 퍼슨(Hold Person)” 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떠들고 있는 녀석의 뒤쪽으로 이동해 팔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빠른 속도의 캐스팅을 준비했다. 녀석은 아직도 자신에게 처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어둠의 기운이여...나의 어리석은 적에게 절망을 내리소서....잘못된 길을 인도한 자의 그 못된 몸의 일부를 바치오니 부디 나의 앞에 눈물을 흘리는 자의 죄를 사하소서....로즈 바디(Lose Body)....우선...팔이다...” 푸쉬시시시시!!! 나의 마법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녀석의 모습에 웃음이 피어올랐다. 나는 아직 제대로 써보지 못했던 흑마법 중 하나를 써보기로 했다. 긴 캐스팅만큼 효과는 확실했다. 다만 그전에 적이 공격해온다면 큰 일이 벌어졌겠지만 확실히 홀드에 걸려 있었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기술이 초능력자들의 바디 슬러시 같은 기술이었다. 모든 캐스팅이 완성됐고 나는 녀석의 팔 쪽에 손을 가져다 대며 기운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나의 손은 검게 물들어 갔다. 그리고 그 기운들이 녀석의 어깻죽지 쪽에 뭉치더니 날카로운 칼이 되듯 녀석의 팔을 한순간에 끊어 버렸다. 순식간의 일이었기에 뒤늦게 몸이 반응 하며 피분수가 터져 나왔다. “크아아악ㅡ!!! 아아악ㅡ” “이거...다시는 못 사용하겠어....사일런스(Silence)” 팔 한쪽이 산체로 찢어발기며 뜯겨 나가자 녀석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를 질러 댔다. 하지만 몸은 홀드로 묶여 있어 반대 손으로 지혈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모습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게임이라면 지켜보고 있을 상황이었지만 어찌 된 것인지 엄청난 현실성과 정신에서 거부하며 피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치 소설 속의 주인공이 어이없게 살인을 하면 토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나는 크게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음속을 차단하는 마법을 사용해 주위에 결계같은 사일런스 마법을 펼쳤다. 녀석의 입도 막고 싶었지만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그것은 놓아두었다. “힐(Heal)....이제 좀 말하고 싶어졌나?” 나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녀석에게 다가가 팔을 향해 손을 뻗어 치유 마법을 사용해 주었다. 조금씩 고통이 가셔 가는지 거칠어졌던 호흡을 바로 잡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녀석은 미친 것인지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이마에서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두 남매의 집 방문-만남 “바보 같은...컥ㅡ!” 나의 힐 덕분에 과다 출혈로 죽지 않게는 생겼지만 고통은 여전한지 이마에서 뻘뻘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고통을 잊기 위해서 인지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래....이곳에 온 목적은? 얼마나 왔지? 어디 소속?” “누가 말 할 것 같으냐!?” 나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녀석을 한번 보고는 위협감 있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녀석은 고통을 참으면서도 자신이 속해 있는 곳을 말하려고 하지 않는 것인지 버티고 있었다. “그래....쉬우면 나도 아쉽지....안 그래?” “크하하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누가....그 누가! 그 말을 밑...컥!!!” 나의 싸늘한 어조에도 광소를 터뜨리며 웃고 있었다. 마치 못 할 것이리라고 예상한 듯 한 행동이었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다. 나는 웃으며 말을 잊고 있는 녀석의 잘린 팔 쪽으로 찌릿한 라이트닝(Lightning)을 선사 해주었다. 약한 전류였지만 상처가 난 부위에서 배어 나오는 피를 타고 온몸으로 타고 들어갔다. 찌지지직!! 약한 전류임에도 상처가 난 부위에서는 효과적인지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만약 정상적인 몸이었다면 그냥 정전기정도로 착각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네놈이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까?.....그렇다면 네놈이 홀로 다닐 리가 없지....” “그건....” “정곡이었나? 쓸모없군.....” 수많은 고통을 당하면서도 아무 말하지 않고 꿋꿋이 버텨온 녀석에게 잠시 감탄사를 터뜨리며 나는 말을 이어갔다. 문득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녀석이라면 홀로 다닐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미치자...나는 지금까지 개고생 한 것이리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의외의 체념적인 말투에 녀석은 할 말을 잃은 것인지 끝맺음을 맺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면....지금 죽어야겠는데? 언제....어디서 뒤통수를 칠지 모르니까....그리고 너희 짱깨 놈들이 제일 싫어....그때 짱깨들이 제일 많았거든....알고 있어?” “무슨 헛소리를....” “쓸모없는....정보도 없는 놈의 말을 들을 정도로 싸구려 귀가 아니야.....고문 마법이라면 충분히 있어...저주 까지도....어때..? 너도 한번....당해 볼래?” 나는 녀석의 활용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살려 보내면 뒤통수를 치든....동료를 불러와 공격 할지도 모르기에 처리하기로 마음을 굳히기로 마음이 기울어가고 있었다. 현실에서의 처음 살인이 마음에 걸렸지만....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험악한 분위기로 몰고 갔다. “네놈의 활용가치가 떨어졌으니....죽어야겠다고.....네놈 같은 놈 한둘은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걸? 너 말단 아니야?” “아니야....!”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놈!!....내 눈을 잘 봐!! 네놈이 얼마나 쓰레기인지 보여줄걸?...브레인와싱(Brainwashing)” “눈?.....섭혼술(攝魂術)??” 나는 녀석의 마음을 약하게 하기위해 점점 강압적이면서 녀석의 마음에 불리한 말을 전했다. 효과가 금방 나오는 것인지 녀석의 눈동자는 크게 흔들리며 거부하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녀석이 자학하도록 말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세뇌마법인 브레인와싱을 사용했다. 일전에 사용한 경험이 있었기에 단숨에 녀석을 잡아끌 자신이 있었기에 펼친 마법이었다. 브레인와싱은 커다란 정신력을 가지면 잘 걸리지 않는 마법이었다. 그 이유는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몸속에 기나 마나...사이킥 에너지라 불리는 미지의 힘이 스스로의 몸을 지키기 때문이다. 그건 몸뿐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포함되는 일이었기에 어느 정도 수련이 된 사람은 잘 걸리지 않는 마법이었다. 이처럼 마음이 약해졌을 때야 말로 아주 잘 걸리는 환경이라고 할 만 했다. “어떻게....우리 불.....크아아악!!! 컥ㅡ! 나는 말 안했어!! 살려줘!!!” 녀석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직시하더니 갑자기 눈동자가 풀리며 몸이 축 늘어지더니 자신의 할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몇 글자를 말하기도 전에 녀석의 입과 귀....즉 있는 구멍에서는 피를 쫓아내며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무슨 환상을 보는 것인지...아니면 무슨 금제가 결려서 이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고통에 몸부림치며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너는 아직 죽을 수 없어!! 디스펠 매직(Dispell Masic).....큐어(Cure)ㅡ!!....힐(Heal)ㅡ!!” 나는 녀석에게 얻을 정보가 있을 것이리라는 추측으로 최선을 다해 녀석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몸에 걸린 마법을 다 풀기위해 디스펠도 외워 보고 마법이나 독에 의한 특수적인 피해를 치유하는 큐어와 상처 난 곳을 치유하는 힐까지 써보았지만 불난 집에 부채질 하듯 더욱 고통에 몸부림치며 피를 토해 내고 있었다. “나는 말하지 않았어ㅡ!!! 컥!!!” 풀썩ㅡ! “실드(Shield)” 촥ㅡ! 줄줄줄.... 그 말을 끝으로 녀석의 온몸은 폭사하듯이 터져 나가며 죽어버렸다. 피가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실드를 펼치자 순간 피가 튀며 실드에 부딪혔다. 그리고 그 수많은 피들이 실드가 형성된 막을 따라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우욱ㅡ!! 웩!!! 컥!!! 헉...허억....헉!!!” 사방으로 튄 뇌수와 뇌 조각들....그리고 자잘한 살점들과 무엇을 먹은 것인지 반죽처럼 되어 있는 누런 것들이 퍼져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뛰고 있는 심장하며 꿈틀대며 움직이는 눈동자가 다시 살아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새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곳에는 피의 웅덩이로 차있었다. 사방으로 튄 뼈들.....그것을 보고 있던 나는 문득 속에서 부글 부굴 끓어 오르는 것을 꾹 참았지만 목을 타고 밖으로 배출되기 시작했다. 새하얀 이물질들이 나올 때까지 나는 구역질을 해대고 있었다. 나는 준비돼지 않은 자나 이런 토를 할 줄 알았다. 나는 준비 된 줄 알았다. 사람의 죽음....그것도 사방으로 튄 비와 생생하도록 드는 생각들과 대화들....방금 전까지 대화를 나누던 녀석의 갑작스런 발작과 죽음이 생각나자 알 수 없는 공포감이 나의 몸을 사로잡는 듯했다. 수없이 보아 오던 소설책들의 주인공처럼 자신도 준비 되지 않은 자인지 연신 속구 치는 토악질로 그 생각을 접을 수 있었다. “나도....준비 되지 않은 자인가? 게임에서는 그 토록 죽여 온 인간....몬스터들은 무엇이란 말인가.....나도 다 똑같은 준비되지 않은 자?” 수많은 책들을 보아오며 비웃었던 자신이 그 어이없는 일을 치르자 속절없이 토악질을 해대는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그토록 준비 된 줄 알았던 자신이....게임에서 수많은 생명을 취했던 자신이....게임은 단순한 리얼리티였던 것인지 지금의 상황을 이해 시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을 해쳐 나갈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파이어 필드(Fire Field).....어이없어...나도....집으로 돌아가야.....” 나는 파이어 필드를 사용해 널브러져 있는 육체들과 뼈들을 태워 없앴다. 그러자 주위에 남아있던 살점들과 뼈들이 타며 새하얀 가루가 되어 하늘을 향해 날고 있었다. 나를 스쳐지나가는 큼큼한 냄새가 아까전의 일들을 불러일으키듯 날뿐 더 이상 토악질을 해대지는 않았다. 자연히 모든 것을 태운 파이어 필드는 작은 불씨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파이어 필드의 영향으로 주위에는 소방차가 달려오는 사태가 있었지만 금방 없어지는 것을 본 소방대원들은 귀신의 장난이라 여기며 본부로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지만 그것은 한참 후의 이야기였다. 휘이이잉ㅡ!! 캉ㅡ사르르륵!!! -언젠간 너도 죽는 다.....하하하!!! 지옥에서 보자!!! 바람에 휘날리며 바닥의 쓰레기들을 쓸며 지나가며 요란한 소리는 냈다. 그리고 그 바람이 유골의 가루와 뒤섞여 이상한 소리를 만들어 내면서 말이다....바람은 타고 흘러서 휘적휘적 걸어가고 있는 제현의 등을 치고 지나갔다. 무투대회 예선전 “읍.....” 솨아아아ㅡ! 집으로 돌아온 나는 화장실에 있는 세면대에서 물로 헹구고는 세수를 했다. 문은 이미 활짝 열려 있어서 상쾌한 바람이 통풍되고 있었다. 집에서는 시계 바늘만이 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볼에 튄 피들도 모두 사라져 있었다. 상당히 시간이 지나 밖은 검은 물결만이 전해졌고 인공적인 불빛만으로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후ㅡ기분이 안 좋네....좋아! 접속이나 해야지...” 나는 수건으로 얼굴에 뭍은 물기들을 모두 털어내고는 캡슐 속으로 들어가 편안한 자세를 취한 후 게임을 시작했다. 아까의 일을 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으로 보였다. [띠링, 무투 대회 예선에 참가 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본격적인 예선은 밤 9시 30분에 있을 예정이오니 참가하시는 분들께서는 대기실로 이동하십시오.] 이미 모든 사람들이 소환 된 것인지 무투 대회 예선 장소로 이동 되어 있었다. 중앙에 거대한 경기장이 보였고 그 둘레를 수많은 관람석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경기장 북쪽과 남쪽에는 참가자들이 입장하는 곳으로 나뉘어 져 있었다. 언제 이런 것을 만든 것인지 거대한 경기장의 웅장한 모습이 눈에 비쳤다. [10초 후 무투 대회 예선이 시작됩니다. 참가하는 분들은 예선 장소로 이동 됩니다. 예선 장소는 거대한 공터...그곳에서 4명의 플레이어의 동전을 습득하면 자동으로 이곳으로 이동되어 옵니다. 그럼 무운을 빕니다.] 대기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예선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실도 보통 대기실이 아닌지 음식을 파는 곳과 물약 무기점도 있었다. 평범한 도시와도 비견될 정도로 넓은 크기를 보유한 곳이었다. 잠시후 사회자의 목소리가 대기실 전체에 울려 퍼졌고 사람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무기를 고쳐 쥐고 있었다. 아마 이중에서 두 남매도 끼어 있을 것이리라는 나의 생각이었다. [자 그럼.....Ready, set, go!(제 위치에, 준비, 시작!)] 와아아아아!!!! 관람석에서 중계방송이 되는 것인지 거대한 스크린이 경기장 중앙에 비치고 있었다. 수만의 사람...혹은 수억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예선이 시작되었다. 총 참가자 1만...소수의 사람들만이 참가한 경기였다. 워낙 많은 사람의 플레이어들이 하는 게임인지라 모두 참여할수 없기 때문이었다. 선택받은 소수의 강자들만이 참가한 경기....지켜보는 사람도 따분하지 않은지 초롱초롱한 눈으로 스크린을 보고 있었다. “거기 마법사 죽어라!!!” 한 녀석이 나에게 달려들며 검을 높이 치켜 새우며 뛰어 오고 있었다. 검에서는 새하얀 빛의 광선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며 두 갈래의 기운이 점점 한군데로 뭉치더니 강한 기운을 내뿜었다. 그리고 그 검을 바닥으로 꼳아 넣고 있었다. “어스퀘이크 소드!!!” 쩌저적!!! “플라이(Fly)" 녀석은 땅으로 꽂은 검에게 힘을 더욱 주입하더니 땅이 갈라지며 오러들이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점점 앞으로 다가오며 폭발을 일으키는 힘을 보자 주위에 싸우고 있던 녀석들에게까지 피해가 가고 있었다. 나는 미리 부여 해놓은 흑마법사의 힘으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번에는 다른 떄와는 다르게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흑마법사의 힘만을 부여 해 놓았다. “하늘에서 내려오지 못해?! 슬래셔 오러!!!” “오라, 변치 않는 어둠이여 영원의 결계를 만들어 나를 보호하라. 다크 배리어(Dark Barrier)!!!” 캉!!! 녀석이 하늘을 쳐다보며 오러를 칼에서 쏘아 보냈다. 워낙 강대한 오러였기에 나는 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막기로 했다. 빠른 캐스팅으로 나의 몸을 보호한 나는 큰 것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지옥의 정념이여, 타오르는 불길의 영원함이여, 내 앞의 모든 적들을 재조차 남기지 않고 모조리 쓸어버려라. 헬 파이어(Hell Fire)!!!” “아아악!!! 8서클이다!!!” 화르르륵!!! “디바인 실드!!!” “아이스 레인(Ice Rain)”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헬 파이어에 당하고 있었지만 그런 마법에 익숙한 자들은 각자 방어 마법과 여러 가지 속성마법으로 힘겹게 막고 있었다. 순간적인 동맹 관계 인 듯이 나의 마법을 파훼해갔다. 성기사와 성직자의 디바인 실드가 주위에 사람들을 보호 하고 있었고 마법사들의 수속성의 마법들이 헬 파이어의 공격을 차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피해는 컸기에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강제 종료를 당하고 말았다. “저 마법사부터 처리하자!!!” “옳소!!!” “공격하라!!!”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마법에 겁을 집어 먹고 나만 집중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아무리 강한 마법사라도 다굴엔 장사 없다는 말이 생겨났듯이 녀석들도 착실히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흑마법 만을 부여한 상태였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 역시 고위급의 플레이어들이었다. “어둠의 정령소환!!” -마스터....명령을..... “정령이다....정령마법사였어!! 조심해라!!” 나는 불리한 감을 느끼고는 어둠의 정령을 소환했다. 워낙 많은 마나를 소모하는 어둠의 정령이었기에 보통 마나로는 소환할 엄두도 나지 않았지만 일단 소환한다면 엄청난 전력이 되기 때문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마나로는 9서클 마법 하나를 간신히 펼쳐 낼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의 데미지로 말이다. 하지만 확실히 피해를 입힐수 있을 것이기에 나는 이 길을 택했다. 아무리 고위급의 사람들이 많더라도 9서클은 희귀한 것이었다. 하물며 그랜드 소드 마스터도 희귀한 존재였다. “캐스팅을 하기 전에 죽여 버려!! 정령과 같이 마법을 사용할 심산이야!! 고위급의 마법사임을 감안하면 우리가 당하지 못한다!!!” “죽어라!!! 익스플로전(Explosion)” “플라즈마 소드!!!” “디바인 디스토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최고 절기들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어떤 곳에서는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한 느낌의 불꽃을...어떤 곳은 눈보라를....그리고 성스러운 느낌의 빛을....모든 것이 나에게로 집중되고 있었다. 쾅!!! 콰콰쾅!!! 사아아아ㅡ! 나를 이용해 콩고물이라도 얻으려는 자들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 마법을 펼치고 있었다. 빛의 장막과 불꽃...물...땅 수만 가지의 실드 마법과 거대한 방패들이 마법들을 튕겨 내며 나를 보호 하고 있었다. “어둠의 계약에 따라 나를 따르라,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고독, 빛의 달을 찌르는 어둠의 빙하가 되어, 빛과 살아있는 나의 적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어둠의 징벌!!! 다크 퍼니쉬먼트 (Dark Punishment)!!!” -어둠의 계약에 따라 나를 따르라.....영원히 끝나지 않는 고독.....빛의 달을 찌르는 어둠의 빙하가 되어.......빛과 살아있는 나의 적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어둠의 징벌!!! 다크 퍼니쉬먼트 (Dark Punishment)!! 이중 캐스팅을 하듯이 어둠의 정령이 음침한 말로 나의 말을 반복하며 따라 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정령의 몸에서 검은 빛이 뿜어지며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고 나의 마나역이 정령의 몸을 관통하며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 기운은 땅과 하늘을 적시고 나서야 모든 캐스팅이 완성 될 수 있었다. “9서클.....이건...막을 수 없어!!....” “이정도 일 줄이야....저 사람...어디서 본듯한....” 나의 거대한 마나 파동이 사람들에게로 전해지자 사람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는 자신들이 낼 수 있는 마나를 최대한 밀집에 한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최후의 발악인지 나에게 마법을 날려 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거대한 마법 장벽이 나를 보호 하고 있었다. 이미 완성된 마법이 발현 될 준비를 마쳤다는 듯이 큰 공명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우우웅ㅡ “나의 앞에 있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가르침을.....” -어리석은 자들에게 가르침을.... 검은 빛이 나의 말에 따라 반응을 하듯 한곳에 밀집 되어 있는 자들에게 들이 닥치고 있었다. 나를 도와주던 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뒤쪽으로 물러나고 있었다. 하늘에서 마법을 펼쳤던 탓에 나는 고갈된 마나로 인해 서서히 땅으로 안착되고 있었다. 그리고 정령의 모습도 흐릿해지더니 서서히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세상의 종말을 보는 듯 한 모습이 지금 연출 되려고 하고 있었다. 무투대회 예선전 “당신이 구료....최후까지 싸웠던 동료가 이제는 적이 되었소....당신의 최강의 마법 잘 받겠소....나는 기사 레오 당신을 막겠소!!” 구구구구!!! 갑자기 큰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하는 녀석이 보였다. 금빛의 풀 플레이트를 착용한 기사가 나를 알고 있다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저번에 만난 듯이 애틋한 목소리였다. “당신의 이름은?” “......” “훗...적이라 이건가? 하압!!!” 녀석은 무슨 사극이라도 찍는 듯이 금빛의 롱 소드를 움켜쥐고는 나를 가리키며 묻고 있었다. 당연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지만 녀석은 제멋대로 해석하며 나의 다크 퍼니쉬먼트에 대항하며 몸에서 거대한 마나를 방출시키고 있었다. 눈부시도록 밝은 금빛이 하늘과 땅으로 퍼지며 다크 퍼니쉬먼트를 약간 억제하며 시간을 벌고 있었다. “레오다!!! 우리는 살았다!!!” 출렁~출렁 주위에 있던 녀석들은 레오라는 말에 동요하며 안도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캐스팅이 완성된 다크 퍼니쉬먼트를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 한것인지 금빛의 마나들이 크게 출렁 거리며 부서지고 있었다. 그 금빛사이로 검은색의 빛이 뿜어져 나오며 더욱 큰 절망을 안겨주며 커지고 있었다. 범위안의 모든 생명체와 물건을 휩쓸기 시작했다. 휘이잉ㅡ!!! 쩌저적!! 작은 구로 시작했던 기운이 점점 모든 먼지와 대기 중에 있던 마나를 집어 삼키며 커져갔다. 그리고 차가운 냉기를 내뿜으며 적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었다. 대지로 퍼졌던 검은 기류와 하늘로 퍼졌던 기류들이 만나 커져 가던 힘은 포화 상태에 이르러 폭발 직전까지 갔다. “나의 최고의 절기!! 드래곤 슬레이어!!!” 레오라는 녀석은 마나가 점점 없어지는 것이 걱정도 되지 않는 것인지 자신의 검에 최대한의 마나를 불어 넣고 있었다. 나의 마법이 커질수록 녀석의 검에서도 금빛의 기운들이 몰아치며 점점 그 기운을 확장시키고 있었다. 우우우웅 그 빛이 최고조에 달하며 빛을 사방으로 내뿜으며 나의 검은 기류와 부딪혔다. 강한 기운대 강한 기운이 만나며 스파크 갖은 금빛의 번개와 검은 냉기가 튀며 주위를 파괴시키고 있었다. 그 힘에 휩쓸린 녀석들은 속절없이 몸이 소멸했다. 하지만 우리의 힘겨루기에 참여하는 놈들도 있었기에 얼마나 많은 고수들이 참가 했는지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찌지지지직ㅡ!!! 차르르륵!!! 쾅ㅡ쾅ㅡ콰콰쾅!!! 질질 끌던 녀석과의 힘겨루기에서 녀석의 검신이 조금씩 부서지며 틈을 보였다. 다크 퍼니쉬먼트는 애초에 자신의 힘이 아닌 주위에 널린 힘을 모아서 커지는 것이 특징이었기에 유지 마나만 있다면 얼마든지 강한 기술이 될 수도 있고 약점이 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컥!!” 레오는 입에서 한사발의 피를 토하며 바닥으로 뒹굴었다. 완전치 못한 그랜드 마스터인지 나의 기술에 튕겨져 나가며 마나의 통제를 잃었기 때문이었다. 그 금빛의 기운이 대기중으로 흩어지며 다크 퍼니쉬먼트는 지상과 충돌하며 그 검은 빛을 사방으로 뿌리고 있었다. 쩌저저적ㅡ!!!! 펑ㅡ!!!! “사...살려줘!!! 컥....!” “어떻게....이곳에 왔는데!!! 죽을 수 없어!!” 땅과 충돌한 나의 기술은 모든 것을 얼리며 터뜨리고 있었다. 살아있든 죽어있든 모든 것을 파괴하며 점점 그 기세는 잃어 가고 있었다.....그리고 녀석들의 절망만이 있을 뿐이었다. 나에게 대항하던 무리들의 모습이 깨어져 나갔고 나와 합심해서 공격을 하던 일부도 그 기운에 희생되며 사라져 갔다. 남은 것이라고는 동전하나뿐이었다 “강자....너의 이름....” “스텔스...” 쨍그랑ㅡ 레오라는 녀석은 마지막으로 쥐어짠 마나로 자신의 얼어붙어 가는 몸을 잠시 동안 보호를 했지만 점점 치고 올라오는 냉기에 얼어붙어 가고 있었다. 녀석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기도 차지 않았지만 녀석의 마지막 말에 나는 대사를 이어 녀석에게 화답을 했다. 그리고 녀석은 온몸이 얼어붙었고 터져 나갔다. “레오가 지다니!! 최강의 기사라고 불리던 자가...그렇게 간단하게!!” 휘이잉ㅡ! 파삭.... 다크 퍼니쉬먼트의 영향력 밖에 있던 녀석들이 밑을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 하며 서있었다. 마침 바람이 불어와 수많은 얼음 조각들이 떨어져 나가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대굴.... 동전 하나가 굴러와 나의 발치에 걸리며 멈추어 섰다..나는 그 동전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동전 두 개도 더 주워 모든 동전을 취하자 나의 몸은 빛을 뿜어내며 그 자리에서 사라져 갔다. -예....제 1차 예선전이었습니다. 밑을 수 없을 정도의 박력과 마법이었습니다. 셀리온 월드 내에서도 전혀 볼 수 없었던 최강의 공격 마법인 퍼니쉬먼트의 일종 인 듯합니다. 자타공인(自他公認) 최강의 기사라고 불리는 레오님의 패배!!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자....제 1 경기장에서의 시합이 마치자 속속 제2...제3의 경기장에서도 모든 경기를 마치고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제1경기장에서와 비견 될 정도의 강한 고수!! 최강의 고수!! 제1 경기장은 마법사..스텔스님...제 2경기장에서는 궁수군요..신궁 레이에나님입니다!!..제 3경기장....의외로...파티 플레이어...두 명의 기사인 루커스님...아루아님!! 이분들이 가장 활약이 돋보인 분들입니다. 소환되어 서있는 곳은 경기장의 중앙이었다. 총 참가자 1만 명 중 단 600명만이 생존해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많은 숫자인지 제 2차 예선전이 치러질 예정이란다....생존해있는 플레이어들이 속속 들어왔지만 관람석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 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눈에는 검은색의 로브를 착용한 마법사에게로 집중되어 있었다. 사회자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이.... 무투대회 예선전 -예...여기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인터뷰죠....그럼 제 1 경기장의 참가자인 스텔스님과 먼저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동!! 높은 탑 위에서 중계를 하고 있던 사회자가 이동이라는 말과 함께 경기장으로 이동되어 왔다. 그리고 나의 앞에서 더니 잠시 목을 가다듬고는 나에게 말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잠깐 사회자의 얼굴을 보고는 잠시 눈동자가 커졌다가 월래대로 돌아왔다. -하하하...긴장 하지 마세요....여러분~ 궁금하시죠!? 여기 계신분의 얼굴을요....사실 저도 한번 만난 적이 있는 분입니다. 얼굴 한번 보고 싶죠? =네ㅡ!!! 녀석은 GM프레이였다. 나의 경계대상 1순위까지는 아니었지만 드래곤에 관해서 얻은 정보는 이 녀석에게서 나왔기에 조심할 필요성이 있었다. 다행히 지금 부여되어 있는 능력은 흑마법사 하나뿐이었다. 녀석은 잘도 나의 정체를 까발릴 생각인지 주위의 사람들에게 선동을 하고 있었다. -자...그럼 스텔스님? 잠시면 되니까...후드를 벗어 주시죠? 녀석은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게 마이크를 살짝 빗겨나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주위의 분위기상 얼굴을 보여야 했다. 약간 꺼려 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건 개인 프라이버시에 위배 되는 거 아닙니까? 개인정보도 있고 말이죠? 손해배상 해도 되겠습니까? 나에게 피해가 있다면요?” -하하...그거 곤란하군요...여러분...죄송하지만 이건 없었던 일로... 우우우우우 “잠깐!!! 여러분~~ 스텔스님의 얼굴이 공개되어 있는 스크린 샷이 있습니다. 이메일을 보내주시면 즉각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장당 1실버입니다. 고마워!! 스텔스~” 나는 프라이버시를 위시한 손해배상을 안건으로 내어 운영자인 프레이를 압박했다 그러자 녀석도 약간 움찔하더니 한수 물러 자신의 주장을 물리는 사태까지 갔다. 그러자 주위에서 기대하고 있던 수많은 유저들이 야유를 퍼부으며 마무리 되어 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확성기인지 거대한 소리가 경기장에 쩌렁쩌렁 울리며 가느다란 목소리가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아....프로얀!” 나는 프로얀이라는 것을 눈치체고는 뒷목이 당겨오는 것을 느꼈다. 어쩐지 나의 얼굴을 보여 달라고 했을 때부터 의심했어야 했지만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기에 나는 황당과 화가 나기 시작했다. 자신의 얼굴을 내세워 돈을 벌 수작을 다하니 화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네 뜻대로 돈은 못 벌게 될 것이다!!” 나는 이미 알려질 얼굴 그냥 보이기로 했다. 나의 후드가 벗겨져 나가며 앞머리를 살짝 가리며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시작으로 나의 전체적인 얼굴이 보였다. 약간 음침한 느낌이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은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돈을 꺼내던 손을 아이템 창으로 다시 밀어 넣으며 나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아무 말도 없었고 여자들만이 약간의 탄성을 내뿜고 있었다. 나는 별로 잘생기지도 않은 얼굴을 보인다는 것에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바디 체인지로 피부나 좋아지고 살이 빠진 정도였기에 나는 약간 자신감이 있는 모습이었지만 약간 음침한 것과 우울한 모습은 감출수가 없었다. 휘익! 나는 고개를 열심히 놀려 프로얀이 있던 곳으로 시선을 옮겼지만 이미 자리를 뜬것인지 그 자리에는 없었다. -하하하.....그럼...어떻게 그런 마법을 보유 할 수 있게 되었습니까? “사냥하다보니...” -그...그럼...어떻게 높은 레벨을 올리셨습니까? “사냥했으니까...” -하하..그렇죠...사냥이 장땡입니다. 그러면 왜 얼굴을 가리고 다녔습니까? “그냥....어쩌다 보니...” -하하...그러면 제 2 경기장의 참가자인 신궁 레이에나님을 모셔서 인터뷰를 하겠습니다... 녀석은 나의 음침한 모습에 약간 동요의 빛을 표하더니 나에게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비협조적인 답변에 당황하며 여러 가지 물음을 했지만 계속되는 짧은 답변에 맛적어지며 다음 인터뷰로 빠르게 넘어가 버렸다. 나의 행동을 지켜보던 수많은 사람들이 멋있다...혹은 미친놈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부분의 옹호하는 사람들은 여성들이었고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짓거리는 사람들은 남자들이었다. 그것도 특급으로 생긴 녀석들이.... -그럼 내일 9시 30분에 제 2 예선전이 벌어지겠습니다.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당분간 2배의 드랍률과 2배의 경험치가 주어집니다....하지만 필드에 몬스터가 없다는 거.....그래서 준비했습니다.....관중여러분 전원에게 랜덤 박스 하나를 드릴 예정입니다. 그 상자 안에 무엇이 나올지 모르지만 최고 유니크릅의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고....고 위급의 스킬북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럼 행운을 쟁취하세요!! 참가하신분도 드리지만.... 와아아아!!! GM프레이의 어이없는 개그에도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뱉으며 자신들의 인벤토리 창을 열어 그 상자를 찾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프레이가 사라지자 수많은 군중들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박스들이 차곡차곡 들어가고 있었다. 나의 몸에서 작은 빛이 뿜어져 나오며 상자가 인벤토리에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나는 그것을 집어 들고는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펑ㅡ! “에게....물약? 그것도 체력 포션?” 나는 상자의 뚜껑을 열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고 곧 그 연기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 상자 안 덩그렇게 노여 있는 빨간색의 포션이 보였다.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포션이었다. 그것의 설명은 더욱 가간이었다. 이벤트 체력포션 운이 가장 없는 그대....이 포션을 먹고 정신을 차리리...특별한 능력이 있을까? 체력을 소량을 채우는 저급한 포션 이 어이없는 포션을 나는 단숨에 들이켜 버리고는 접속을 끊어 버렸다. 더 이상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도 없었기에 조용히 나는 빛 무리 속에서 현실로 돌아갔다. “운영자는 무슨 생각으로 포션을 집어넣어 놓은 거야!?” 나의 경우는 다행인지도 몰랐다. 간혹 꽝에 걸리는 불우한 녀석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캡슐에서 벗어나 배란다 쪽으로 바람을 쐬며 마음을 달랬다. 게임의 일로 아까 보았던 갑작스런 죽음이 약간이나마 사라져 있었다. 더 이상의 울적한 마음도 없었고 즐거운 마음도 없었다. 평상시처럼 무심의 마음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솨아아아!! 검은 하늘에서 줄기줄기 비가 쏟아지며 나의 마음을 달랬다. 말라있던 땅이 생명을 얻은 것처럼 촉촉이 젖어 갔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식물들도 먼지를 던져버리고 차가운 물을 들이 키고 있었다. 마음 한 자락에 숨어있던 죽음에 대한 공포감이 씻은 듯이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뻥 뚫린 마음처럼 시원하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솨아아아!! 콰르릉!! 장마가 올 것인지 비와 함께 천둥 번개까지 치고 있었다. 정말 시원한 비였다. 오랜만에.... 무투대회 예선전 -예....오늘은 제 2차 예선전이 있는 날입니다. 남은 인원 총 800명 그중에서 단 80명만이 본선에 출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모두들 최선을 다해 주세요. 스테이지는 단 하나.....사막입니다. 그럼 준비해주세요. 와아아아!!! 수많은 사람들이 경기장 주위에 몰려 있었다. 관람석의 좌석은 만원이었고 경기장 중앙에는 800명의 참가자들이 자신의 무기를 쓰다듬으며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체인지 필드!! 3분가량의 준비기간이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각자 팀을 짜듯이 뭉쳐있는 무리가 있는 반면에 혼자서 플fp이할 예정인 사람들은 구석 쪽에서 조용히 있는 것이 보였다. -이번 경기 규칙은 없습니다. 단, 80명의 플레이어가 남아 있는 시점에서 경기장으로 소환되어 오실 수 있습니다. 무운을 빕니다. 사막으로 이동되어온 사람들은 각자 흩어지며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 역시 먼 곳으로 도망가 버렸다. 나의 주위에 남아 있는 사람이라고는 신궁이라고 불리는 레이에나와 익히 알고 있는 루커스와 아루아였다. 학교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는 귀찮게 굴었지만 변함없는 무표정과 관심 없다는 포스가 느껴지자 주위에서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쌍둥이 녀석들이 다가와 나의 등을 치며 말했던 것이 오늘 오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약간 귀찮은 일이었지만 다행히 조용히 마무리 지어질수 있어서 좋았다. 휘이잉ㅡ 모래 바람이 불며 800명이나 되는 플레이어의 사이사이를 비집고 다녔다. 그 바람을 시작으로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간혹 기습적으로 날아오는 기술들이 나에게 날아 왔지만 실드로 방어하며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아니, 녀석들이 다가 오질 않았다. 창....캉!! 펑ㅡ!!! 수많은 싸움이 시작되자 죽어나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대략 3~4분의 시간이 지나자 나에게 투기를 발산하는 녀석이 점차 그 존재감을 키워 가고 있었다. 그 녀석은 바로 나를 마주 보고 서있는 신궁 레이에나 였다. 궁수계의 지존이라 불리는 녀석이 나에게 집착하는 것이 외인지를 모르지만 나는 녀석의 공격을 대비할 준비를 했다. “네놈....오늘 이곳에서 죽는다....너와 나 둘 중 하나는 본선에 나가지 못할 거야...” 우웅 녀석의 작은 팔찌에서 거대한 활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 활은 웅장했다. 노란 빛을 띠는 활이 모두 소환되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더욱 멀어지며 싸움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 활의 이상한 점은 화살하나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었다. “적의 삶은 알았으나...나의 삶은 몰랐다....” 레이에나의 이상한 주문과 함께 활에서는 기다란 활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그 화살에서 금빛의 기운이 몰아치더니 화살촉으로 집중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그 기운이 넘치는지 화살촉을 중심으로 마나가 방출되었다. “브레이크 샷!!!” 쇠에에엑!! 하나의 화살이 발사되자 그 화살이 하나에서 두 개로 두 개에서 네 개로 변하며 날아왔다. 그 화살을 날림과 동시에 녀석의 신형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윈드 월(Wind Wall)” 가가가가각!!! 수십의 화살이 나에게로 집중되어 날아오자 나는 윈드 월을 이용해 하늘로 화살을 날려 버렸다. 하지만 그 화살들은 윈드 월을 파고들며 날아 들어왔고 실드에 부딪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언제 하늘로 점프를 한 것인지 레이에나는 하늘에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니 이미 준비가 된 것인지 쏘아 보내고 있었다. “우주의 힘이 나에게 전해져 오나 나는 그걸 알지 못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알 수 있었다....그라비티 브레스!!!” 수십의 화살들이 하늘 높이 올라가자 그것들을 이용해 다시 나에게로 쏘아 보내고 있었다. 아까에 비해서 더욱 많은 화살을 추가하고는 이상한 중얼거림에 맞추어 화살촉이 나에게로 돌려 지더니 엄청난 중력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의 몸을 속박하듯이 이상한 장벽이 나를 가로 막았다. 그리고 그 화살들은 일제히 나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슈슈슈슈슉!!! 수십...수백의 화살들이 비처럼 솟아지며 나에게로 날아들었지만 피할 곳이 없었다. 녀석은 이미 그랜드 마스터의 반열의 기술들을 제대로 익힌 것인지 레오보다 한수 위의 실력이었다. 마법과도 화살공격에 나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텔레포트(teleport)!!!....헉..!?” 수십의 화살이 빠르게 날아드는 것을 본 나는 텔레포트로 벗어나려 했지만 그 이상한 막이 텔레포트를 방해하고 있었다. 퓨슉!! 다행히 단 몇 발의 화살만이 나의 몸을 꿰뚫고 지나갔다. 나는 그것을 빠르게 지혈하고는 그 장소를 벗어났다. 그 눈먼 화살에 맞고 죽는 사람들이 몇몇 보였지만 그것을 신경 쓸 정도로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녀석의 몸놀림이 얼마나 빠른지 마치 블링크를 쓰는 지 이리저리 나타나며 화살로 공격하고 있었다. “블레이즈(Blaze)!!” 화르르르륵 나는 녀석의 시야를 약간이나마 어지럽히기 위해 블레이즈를 이용해 이리저리 화살을 피했다. 간혹 빠르게 날아드는 화살들이 나이 몸을 스치듯 지나갔지만 그리 큰 상처는 없었다. “일루션 에로우!!” 녀석의 화살이 다시 한 번 정확하게 나에게로 날아들었다. 마치 환상을 보듯이 보든 하늘이 화살로 되어 있었다. “이미지 미러(Image Mirror)” 나는 거울 마법인 이미지 미러를 사용했다. 이것은 거울로도 사용 할 수 있고 나의 허상을 만들어 낼 수 있기에 빠르게 나의 허상을 많이 만들어 내어 사방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나의 본체는 디그로 땅속으로 꺼지듯 사라져 버렸다. 푸슈슈슉 푹!!! 수많은 화살들이 실체였던지 8개의 허상들을 꿰뚫고 지나가 버렸고 곧 그 허상들은 천천히 빛을 내뿜으며 사라져 버렸다. “쳇....모두 허상이었나?” “이제 네놈이 당할 차례다...!! 다크니스(Darkness) %26 슬로우(Slow)” 나는 투덜거리며 움직이고 있는 녀석의 주위에 다크니스를 뿌리고 슬로우를 걸어버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이동되던 녀석의 움직임이 둔해지며 서서히 주위의 환경이 변하며 어두워져 버렸다. 갑자기 어두워져 버린 주위 때문에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놀라며 각자 빛을 낼수 있는 도구를 꺼내거나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법적으로 만들어진 어둠이었기에 마법으로는 소용이 없었다. 당연히 도구까지도... “뭐...뭐야!!” 크아아악!! 어두워진 것에 당황한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낼 수 있는 필살기 같은 것을 사용하자 눈먼 스킬에 죽어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눈에는 사람들의 행동이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위저드 아이의 영향이었다. 그걸 알고 있는 마법사들은 위저드 아이를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적을 피하며 도망 다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비겁하게 숨지 마라....스텔스!!” “인비지빌리티(Invisibillty).....” 나를 찾기 위해 큰 목소리로 말하며 마나를 발산하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몸을 숨기는 투명마법을 사용한 후 하늘로 날아올랐다.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놓은 상태였기에 하늘에서도 공격이 문제가 없었다. 어두운 공간에서 벗어나 따뜻한 빛을 받으니 활력이 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하늘이여 분노하라...벼락이여 나의 적을 소멸시켜라..나의 뜻을 이어 받은 수많은 기운들이여...나의 앞을 가로막는 적을 없애다오..퓨리 오브 더 헤븐(Fury Of The Heaven)” 나는 하늘에서 마나를 모으며 주문을 영창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사라져 가는 다크니스가 나의 눈에 들어왔고 점점 또렷해지는 레이에나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 나의 기척을 확인하지 못한 것인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외치고 있었다. 무투대회 예선전 하늘을 수놓듯이 노란색의 물감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하늘에서 티는 스파크가 점점 그 굉음을 토해내며 지상으로 추락할 준비를 막 마쳤다. “위냐!!” 쿠르르릉!! 녀석은 커다란 굉음에 나의 몸이 하늘에 떠있다는 것을 알고는 마구잡이로 쏘아 댔지만 나의 몸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되어 있었다. 투명마법까지 쓴 상태였고 공중에서 이동했기에 기척을 잡기란 쉽지 만은 않았다. 예전에 캐스팅이 끝 난 것을 붙잡고 있었기에 언제든지 사용 할 수 있었다. 수많은 화살이 하늘을 비상하며 날아가는 것을 보고는 그대로 마법을 시전 해버렸다. 쿠왕!! 콰콰쾅!!! 수십 줄기로 퍼진 번개가 지상을 향해 내려 꽂혔다. 단 한발이었지만 그 파괴력은 상상초월이었다. 단 한방의 공격마법에 수십의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마법사답다고나 할까...마법사의 공격마법은 보통 전체공격마법 뿐이었기에 이 정도는 당연한 일이었다. 수십의 인명피해가 일어났고 레이에나 역시 직방으로 맞았기에 대부분의 체력이 소모된 상태인지 비틀거리고 있었다. 찌릿ㅡ찌릿!! “크으으윽....빌어먹을...!!!” 찌릿한 고통을 이겨 내며 녀석은 입가에 피를 훔쳤다. 그리고는 떨어져 있는 활을 움켜쥐더니 나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며 활시위를 힘껏 당기고는 외쳤다. “레인보우 에로우!!!” 녀석의 활이 나를 향해 조준하고는 그대로 활시위를 놓아버렸다. 그리고 그 활은 공중으로 치솟더니 나를 목표로 하던 화살들이 일제히 높은 고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모든 사람들의 착각이었는지 햇빛 속에서 수십 가닥의 색깔들이 나에게로 집중적인 목표로 정했는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나에게로 날아들었다. 쇠에에엑!! “다크 배리어(Dark Barrier).....컥....” 푹!!! “컥....병신...그건 피할 수도...막을 수도 없는 화살이다...방어마법 파괴가 걸린 특제 유니크 급의 화살들이니까!!” 총 일곱 발의 화살들이 제각기 무지개의 색깔을 이루듯이 회전을 더해 빠른 속도로 나를 꿰뚫고 지나갔다. 방어를 했지만 나의 어둠 방어마법인 다크 배리어를 뚫고 지나가 버렸다. 단순히 파괴력이 큰 것이 아니라 확실히 방어 마법을 무력화 시키는 기능이 있는지 마치 공기를 가르듯이 순식간에 그 장막을 뚫어 버리고 지나갔다. 이 정도라면 드래곤도 성치 못할 것이리라는 나의 생각이었다. 일곱 개의 화살들이 나의 몸을 뚫고 지나가 지상에 박히자 그 화살들은 제각기의 색깔을 대지에 뿌리며 폭발해 버렸다. 순식간의 일이었기에 미처 대항을 하지 못했던 나는 그 충격파를 이기지 못하고 저 멀리 나동그라져 버렸다. 주위에서의 잠깐의 정적과 함께 수십의 사람들이 일제히 경기장으로 소환되어 가버렸다. 물론 나의 몸 또한 경기장으로 돌아갔다. “컥...컥...울컥!!” 다수의 화살들이 나의 몸을 관통하고 지나간 흔적이 로브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이정도의 상처면 죽어야 정상이겠지만 입에서 약간의 피만 토 할뿐 죽지는 않았다. “운 좋은 줄 알아라....다음에 만나면 죽는다.” 레이에나는 나에게 다가오며 조용한 어조로 나의 귀에 속삭이듯 말하며 순식간에 거리를 벌려 구석으로 가버렸다. 녀석의 말처럼 나는 죽을 위기에서 소환되어 경기장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내가 당했을 시기에 마침 한명의 사상자가 더 나왔고 생존자가 총 80이었기에 나는 살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솔직히 관통을 당하고 충격파까지 당했을 때는 나는 죽음을 확신하고는 체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지만 몸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빠르게 회복되자 어리둥절했지만 사회자의 적절한 대답에 나는 이해 할 수 있었다. 아무튼 나는 본선에 들어 갈수 있게 되었다. -레이에나님 아쉽겠군요.....자 본선 진출자가 모두 가려 졌습니다. 총 80명! 누가 용사가 되어 마족들을 물리칠 것인가?! 그럼 3일 뒤에 만나요 여러분.....3일 뒤에는 본격적인 1:1 진검승부가 벌어집니다. 그때를 기대해 주세요....그리고 몬스터 필드에서는 몬스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때까지 준비를 하느라 리젠을 시키지 못했는데요....용사 이벤트 기간 중에는 몬스터의 능력치가 2배로 상향되었음을 밝혀 두는 바이이며...경험치 2배 아이템 드랍율이 2배로 2배 이벤트를 가치 실시합니다. 셀리온 월드를 사랑해주세요~ 사회자인 GM프레이의 길고도 긴 설명이 이어졌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이곳에서 벗어나 필드로 나가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의 능력치가 두 배가 되었음에도 불만을 토로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사냥의 방식이 바뀌었다며 투덜거리는 자들이 나왔지만 이미 일상이 된 것인지 모두들 마음에 맞는 자들과 함께 파티를 이루어 경기장 부근의 사냥터로 이동하고 있었다. “여어...몸은 괜찮아?” 두 명의 검사가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중갑을 입지 않고 평범한 가죽으로 된 갑옷을 입고 있는 녀석들이었다. 평범함을 벗어나려는 것인지 멋을 부리려는 것인지 녀석들의 복장은 세련되어 있었다. “아직 시간도 남는데 같이 사냥이라도 갈래? 혼자 딱히 할 게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제현...아...여기는 스텔스였지....같이 사냥가자....응?” 수강...가연, 아니 여기서는 루커스, 아루아로 불리는 녀석들이었다. 게임에서도 약간 이름 있는 녀석들이었는지 지나가면서 아는 채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녀석들의 말에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이는 것으로 승낙을 표했다. 나의 행동에 가장 놀란 것은 아루아(가연)였다. “헤헷...이렇게 게임에서 만나는 것도 즐겁다...그렇지?” “설마 네가 스텔스인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게임을 하는 줄은 알았지만 익히 알고 있던 그 사람이라는 것이....” 두 녀석들은 호들갑을 떨며 나에게 들러붙었다. 양 쪽에서 밀어 재끼니 나의 몸은 어디로 움직일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좌우로 흔들렸다. 이런 느낌도 싫지만은 않은 지 나의 감정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다만 걸음을 옮기는 데 불편함은 있었지만. “급조되어 만들어진 필드니까 어디서 무슨 몬스터가 나올지 몰라...약한 몬스터일수도 있고 아주 강한 몬스터일수도 있지...” 큰 경기장이 작아질 때까지 가서야 몬스터들이 하나둘씩 보였지만 아직 피라미들 밖에 등장하지 않았다. 간혹 가다 죽어나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런 사람들은 아주 초 저 렙인 사람들이었다. 스슥... 누군가 아까부터 우리의 뒤를 밟듯이 뒤를 쫓고 있었다. 상당히 거리가 먼 거리였지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우리의 뒤를 밟고 있었다. 누군가 안 좋은 의도인지 미세한 살기마저 띄고 있었다. 하지만 두 녀석들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인지 아무렇지 않게 수다를 떨며 길을 걷고 있을 뿐이었다. 몬스터 필드에서의 PK 우리는 지금 경기장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사냥하고 있었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인간형 몬스터인 늑대인간을 상대하고 있었는데...보통의 늑대인간이 아닌 모양인지...오러 블레이드를 손톱으로 받아 내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쪽에서도 상당히 경지가 오른 검사 두 명이 있었기에 합공을 통해 처리 할 수 있었다. 상당히 짭짤한 경험치와 머니들이 줄줄이 나오니 사냥할 맛이 나는 것은 당연했다. 또한 계속 쫓아오던 녀석의 기척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기에 마음 놓고 사냥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크로스 슬러쉬!!” 캉!!! 카우우우!!! 슝ㅡ!! 두 남매가 각각의 오러를 검에 덫 씌워 공격을 감행했다. 두 명다 똑 같은 기술만을 배워 온 것인지 단점을 보완하고도 남을 정도의 완벽한 합격 기를 구사하고 있었다. 한명은 가로를 베고 한명은 세로를 베는 식의 공격이 주를 이루었고 한명이 공격을 하면 한명은 방어를 해주는 콤비 플레이를 해주고 있었다. 나는 그냥 뒤에서 버프나...힐을 걸어주는 보조를 맞고 있었지만 심심하지는 않았다. 간간히 나에게 달려드는 녀석들에게 고문 비스 무리한 기술을 사용하는 재미도 쏠쏠했기 때문이다. “자...간다!! 어스퀘이크 소드!!!” “슬래셔 오러!!” 콰콰쾅!!! 루커스는 땅속에 검을 박아 넣으며 힘껏 마나를 불어 넣으며 공격을 펼쳤고 아루아는 하늘로 뛰어 오르는 늑대인간들에게 오러로 된 마나 탄들을 날려 대고 있었다. 미처 하늘로 점프를 하지 못한 늑대인간들은 대지 속에서 솟아오르는 오러 블레이드에 그만 몸이 쪼개지며 차가운 땅바닥에 몸을 맡겼다. 카우우우!!!! 수십 마리의 늑대인간들이 도륙을 당하자 잠시 동안의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다시 리젠 되려면 10분가량의 시간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시 휴식을 취하려던 차에 수풀 속에서 한 마리의 늑대인간이 아루아 쪽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긴장을 풀고 있던 두 남매는 미처 그것을 발견 하지 못했다. 늦게나마 발견은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플래쉬 투 스톤(Flash To Stone)!!” 나는 두 남매의 앞을 가로 막으며 손을 앞으로 내 뻗었다. 빠른 속도로 캐스팅을 완성한 나는 손에서 회색빛의 기류가 뻗어 나가 늑대인간의 몸을 휘감았다. “카...카우우우....카...카....” 나의 손에서 뻗어 나온 회색빛의 마나가 전신을 감싸고 다시 사라져 버렸다. 그 빛이 모두 사라져 버리자 녀석의 온몸이 굳어가며 발끝부터 돌이 되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목 끝까지 돌로 변해가자 녀석은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생을 마감 하고 말았다. 물론 조각상이 되어 살아있지만.... “다크 애로우(Dark Arrow)” 슈우우욱!! 파삭.... 나는 손을 내저으며 시동어를 외쳤다. 그리고 손에서 약간의 마나가 뿜어져 나가 조각상이 된 늑대인간의 목을 쳐내며 부셔 버렸다. 모든 행동들이 딱딱 들어맞는 캐스팅의 속도에 다 이루어진 것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현상에 두 남매는 안도의 한숨과 놀라움이 교차했다. “다행이다. 조금만 늦었어도 죽는 것 이었어” “고마워...” 빠른 나의 대응에 무사히 목숨을 건진 것에 안도 한 것인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나는 그런 녀석들에게 다가와 몇 마디를 건네고 자리에 앉았다. 몇 시간 동안이나 이런 짓을 하다 보니 질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슬슬 일어나지? 다른 데도 가보고...” 휴식을 취할 만큼 취했기에 일어날 것을 재촉했다. 그리고 슬슬 리젠 될 시간이 다가 오기 때문이었다. 스스스ㅡ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많은 늑대인간들이 리젠되기 시작했다. 카우우ㅡ!! 여러 마리의 늑대인간들이 기척을 단번에 알아채고는 손에서 손톱을 꺼내들려 달려들었다. 순간 스피드가 장난이 아닌지 땅바닥은 커다란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리고 입에서는 침을 주체 하지 못하고 계속 쏟고 있는 중이었다. 인간의 얼굴이되 인간이 아닌 그런 존재였다. “윈드 월(Wind Wall)” 휘이이잉 순간 나의 주위에서 바람의 장벽이 생겨나더니 달려들던 수많은 늑대인간들은 멀리 날려버렸다. “데스 스웝(Death Swamp)” 질퍽.....철퍼덕!!! 하늘 높이 올라간 늑대인간들은 속절없이 추락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는 빠르게 마법 하나를 펼쳤다. 그것은 데스 스웝이라는 마법이었는데...흑마법 중 죽음의 늪을 만들어내는 마법이었다. 당에서 생겨나는 질퍽한 땅과 물들이 당하는 자에게 극도의 공포를 주는 마법이었다. 그리고 발버둥을 칠수록 더욱더 빠지는 특징이 있는 마법이었다. 카우우... 수많은 늑대인간들이 나에게 달려들었지만 땅에 있는 데스 스웝을 보지 못한 것인지 단체로 다 빠지고 있었다. 멍청하게 달려드는 녀석들의 행동에 우리들은 손쉽게 잡을 수있다는 공통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슈슈슈슉!!! 숲에서 수많은 화살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발이었지만 수십 수백발의 화살들이 늪에서 허우적대는 늑대인간들의 머리를 단번에 꿰뚫고 지나가 버렸다. “더 이상 못 참겠다....그 시간을....경기장에서 하지 말고 이곳에서 결판을 내자!! 스텔스!!” “아까부터 따라 오던 녀석이 네놈이었나?” 나무 뒤에서 익히 알고 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정체는 당연히 레이에나 였다. 무슨 생각으로 몬스터 들을 스틸 한 것인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그래...PK를 하자는 말이냐? 1:1? 3:1? 어떤 것을 원하지?” “당연히 1:1이다...그것이 무서우면 3:1도 상관없어!!” 녀석의 의도는 몬스터의 스틸을 구실로 나와 싸우고 싶었던 것이었다. 끝내 나를 마무리 시키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운지 나를 따라 오고 있었다. “넌...실수 한 거야...그때....그 신기한 아이템 때문에 이길 뻔 했지만 이번에는 어림없을 것이다.” 녀석은 그 화살을 때문에 이길 뻔 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만한 자세로 나무 뒤에서 걸어 나왔다. 몬스터 필드에서의 PK “너희들은 물러 나있어...혼자 처리한다.” “훗....” 나의 말에 녀석들은 장애물이 많은 곳으로 이동해 있었다. 도와주려는 녀석들의 마음은 알겠지만 이것은 혼자서 처리해야 할 문제였다. 타다다다닥!!! 나의 모습을 다 지켜본 후 녀석의 발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청난 스피드로 이동하고 있었다. 수십가닥의 환영들이 이어지며 녀석은 활을 움켜쥐고는 이상한 활을 꺼내 들며 쏘고 있었다. 슈아아아!! “막을 수 없다면 날려 버리거나 부셔 버릴 뿐.....짝....소닉 바이브레이션(Sonic Vibration)” 수십 가닥의 빛줄기들이 나에게 날아왔다. 그것은 방어도 할수 없는 화살이었기에 나는 공기도 찢을 수 있다는 마법을 펼쳤다. 나의 박수소리가 공기를 타고 수십 가닥의 화살들을 뒤쪽으로 튕겨 버렸다. 간단한 마법 인 것 같았지만 고위 마법이었기에 사용하기 까다로운 마법이었다. 파사사삭 그 음파는 화살들을 튕겨 낼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던 나무들까지 박살냈기에 장애물이라고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튕겨져 나간 화살들은 자동적으로 주인에게로 돌아가는지 어느새 녀석의 허리춤에 달려있던 화살 통에 들어가 있었다. “확실히...하지만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까....일루전 에로우!!” 녀석은 화살 통에서 빠르게 화살을 움켜쥐고는 닥치는 대로 쏘아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화살들이 잔영과 수십 개의 화살들의 환영을 만들어내며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상대를 완전하게 묵어 놓았을 때의 이야기 일뿐 그 상대가 마법사였다면 필요 없는 방법이었다. “텔레포트(teleport)” 나의 몸은 빛 무리에 휩싸여 근처 화살의 범위 밖으로 이동해 있었다. 약간의 허점이 보이고 있었다. 녀석은 화살을 날리고 몇 초간은 무방비의 상태였기 때문이다. “프로즌 오브(Frozen obe)!!!” 수십의 얼음 조각들이 녀석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날아간 얼음들이 녀석의 피부에 상처를 내고 지나갔다. 빠른 공격이었기 때문인지 정확도가 떨어진 공격이었다. 녀석은 순간 사라져 버렸던 나의 모습을 찾기 위해 기감을 넓혀 찾은 곳이 자신이 뒤라는 점을 생각했기 때문인지 백스텝으로 약간의 거리를 벌려 이동했다. 점점 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사사삭ㅡ 퉁...퉁 나무위에 올라가서는 간간히 기습을 하듯 날려대는 화살들이 나의 몸을 스치듯 날아갔지만 그렇게 큰 상처는 없었다. 문제는 이런 나무들에 있는 곳에 숨어서 기습을 하는 녀석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점이었다. “언제까지 숨어서 공격 할 것이냐?” 슈욱!!! 퍽!! 나의 말이 있는 와중에도 화살은 날아들어 땅속 깊숙이 박혀 들었지만 조금 있다가 사라져 버렸다. “숲은 태우면 그만이야!!...어둠의 계약에 따라 나를 따르라. 불꽃의 비여, 나의 의지를 이어 받은 불길이여 눈앞의 적에게 영원한 안식의 비를.....파이어 레인(Fire Rain)” 나무에 의지해 은신해있는 녀석의 어처구니없는 전술에 파이어 레인을 사용했다. 하늘이 붉어지며 불의 비를 뿌리며 숲을 태우고 있었다. 거대한 열기가 가득해지자 숲에서는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점점 사라져 가고 있었다. 화르르륵ㅡ 수십의 불들이 갈라지며 옆에 나무에 옮겨 붙으며 타오르고 있었다. 현실성을 더하기 위해서 인지 나무에서 나는 연기들이 나에게 호흡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것은 녀석에도 미치는지 녀석도 마른기침을 해대고 있었다. “어이....이제 나오지? 이제 숲도 사라지고 있다고...숨어 봤자 너만 불리 한뿐이야...” 녀석은 끝까지 고집을 부릴 것인지 공터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불에 달아오른 수십 발의 화살들이 날아 올뿐이었다. 잠시후 녀석도 참기 힘든지 공터 쪽으로 기어 나오고 있었다. “적의 삶은 알았으나....나의 삶은 몰랐다....브레이크 샷!!!” 레이에나는 조용한 스텝을 밟으며 빠른 속도로 이동해가며 나의 주위를 돌고 있었다. 그리고는 수십 발의 화살을 날리며 하늘을 메우고 있었다. 무한이 화살인지 화살은 계속 쏘아지며 채워지고 있었다. “장난도 정도껏이다....” 수십 발의 화살들이 나에게 날아오는 데도 나는 허리춤에 달려 있던 현자의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문 라이트(Moon Light)........” 나의 지팡이에서 차가운 기류가 생겨나며 날아오는 화살들을 얼려 버렸다. 지팡이 끝에서 나온 차가운 냉기가 주위를 얼리며 화살들이 돌아가는 것을 막고 있었던 것이었다. 단순히 시간끌기용으로 화살이 돌아가지 못하게 하고 있었지만 조금만 지나면 화살들이 다시 돌아가 버릴 것이었다. “칫....그런 방법이 있을 줄이야, 화살이 없어도 충분히 싸울 수 있다.” “숨어서 화살이나 쏘아대는 아처 주제에....” “뭐라고 했냐....아처주제에?” “그래...그랬다. 어쩔래? 숨어서 화살이나 쏘아댈 것이지...어디서 나돌아 댕겨!!” 녀석은 아쉬운 마음을 접고 마나로 화살을 만들고 있었지만 나의 발언에 녀석은 만들던 화살이 사라져 버렸다. 과한 말이었지만 효과는 만점인지 녀석이 흥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싸움에 대해서는 냉정함을 잃지 않았는지 무작정 달려들지는 않았다. “너...죽었다고 복창해라....” “훗...얼마든지....” 녀석은 자신의 활을 팔찌에 봉인하며 다른 무기를 꺼내기 위해 아이템 창을 열고 있었다. 녀석의 실력도 실력이었지만 아이템도 엄청 좋았기에 나는 약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여차하면 능력부여를 해야 할 판이었다. 확실히 녀석은 강했다. 아마 셀리온 월드에서 최강일 것이다. 숨겨진 고수가 없다면.... 몬스터 필드에서의 PK 녀석은 아이템 창에서 작은 크기의 활을 하나 꺼내 들었다. 검은 빛의 묵색 활이었다. 그리고 활 양쪽의 문양이 드래곤을 상징하는 모습이었고 화살의 실 사위는 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마치 이것에서 발사된 화살을 맞으면 엄청 아프다는 표시를 하는듯했다. “우주의 힘이 나에게 전해져.....(중략)....알 수 있었다. 그라비티 브레스!!!” 녀석의 캐스팅에 몸에서 뿜어져 나온 수많은 마나덩어리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저번에 처 럼 나의 몸을 속박하며 순식간에 밑으로 쏘아졌다. “이런 거 안 통한다니까....짜증난다....워터 스트라이크(Water Strike)” 녀석의 똑같은 공격 패턴에 나는 몸 주위를 속박하고 중력을 끌어당기는 것으로 화살의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공격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고는 나의 발밑에 워터 스트라이크를 사용했다. 그 것은 물기둥을 생성시키는 마법이었기에 어느새 나의 몸은 물기둥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순간 화살들이 물을 가르고 들어왔지만 물의 장력 때문에 힘은 현저히 떨어져 박히지도 상처를 입지 히도 못하게 되었다. “이럴 수가....라고 하려고 했나?.....슬슬 마나가 떨어지지? 포션이나 하나씩 빨지?” 꿀꺽.... 나는 파란색의 물병을 하나 빨며 녀석의 눈동자를 주시했다. 녀석도 나의 행동에 파란색 물약을 들이키고는 멀리 던져버렸다. “해봐.....해보라구...자 여기” “미친....” 나는 바닥에 얼어 붙어 있는 화살들을 녹여 녀석에게 던지며 말했다. 녀석은 나의 행동이 이상한지 이해 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소원대로 쏴주마!! 병신....레인보우 에로우!!!! 뒈져라!!!” “후후후....” 녀석은 수십 발의 화살을 동시에 쏘고 나서도 활은 그것을 멈추지 않고 마나로 된 화살들을 쏘아 보내고 있었다. 쉬이이익!!! 수많은 화살들이 태양의 빛으로 가려졌고 다시 한 번 무지개 빛의 화살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한발 한발의 화살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존재감이 맞으면 엄청 아프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실드(Shield)!!!” “병신....그건 방어마....” 나는 녀석이 보는 앞에서 보기 좋게 실드마법을 펼쳤다. 나의 모습이 한심스러운지 녀석은 큰소리로 욕을 하며 다시 한 번 설명을 하려 했지만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앉자 당황하고 있었다. 쾅....콰콰쾅!!! 수십 발의 화살들이 나의 몸을 꿰뚫고 지나갔다. 하지만 나의 몸은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그 이유는 실드를 펼치고 나서 순간 이미지 미러(Image Mirror)를 사용해 나의 환영을 만들어내 화살의 유도기능을 속인 것이었다. 실드 마법이 그것을 약간이나마 방해하고 두 개로 갈라진 나의 몸 중 하나에만 집중적인 공격을 퍼부은 것이었다. 그것 까지는 식별하지 못하는 것인지 나의 본체는 무사 할 수 있었다. “어째서...최강의 화살과 활로 만들어낸 스킬이....” 톡톡.... “이거 문제 아니겠어?” 나는 절망하고 있는 녀석을 향해 머리를 툭툭 건드리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녀석은 계속 밑을 수 없다는 말만 내뱉고 있었다. “귀찮으니까....따라 오지마라...목숨은 살려 주마” 휘익... 나는 몸을 돌려 녀석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숨어 숨죽이며 나와 레이에나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루커스와 아루아에게로 다가갔다. 다행스럽게 아무도 죽지 않은 결투였기 때문인지 아루아의 표정도 한결 풀린 느낌이 들었다. “뒤!!! 뒤!!!” 녀석들에게로 다가가던 중 루커스가 큰 목소리로 뒤쪽을 가리키며 열심히 외치고 있었다. 목에서는 핏발까지 슨 것이 무슨 위험한 일이 일어났다는 소리였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레이에나가 있던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쭈우우욱!!! 레이에나 녀석이 활시위를 힘껏 잡아당기며 화살 하나를 나에게 조준 하며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하나의 화살에 자신의 모든 마나를 불어 넣은 것인지 화살이 강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키키킥...아처라고 전체 공격 스킬이 없는 줄 알았냐? 사이좋게 다 뒈져라!!! 병신!” 화아아아악!!! 수십 가닥의 마나 덩어리들이 하나를 목표로 빨려 들어오듯 한곳에 집중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레이에나의 등 뒤에서는 회오리라도 일어 난 듯이 먼지들이 하늘로 비상하고 있었다. 이 느낌은 레인보우 에로우와 비슷한 느낌이 들 정도로 등골이 오싹해지고 있었다. “우리도 도울게!! 방어 스킬정도는 몇 개 있으니까” 루커스와 아루아도 도울 생각인지 나의 주위로 다가와 자신들의 마나를 끌어 올리며 검에 마나를 불어 넣고 있었다. 나는 녀석들에게 돌아가라고 할 생각이었지만 자진해서 이곳으로와 도운 다는 말에 약간이지만 감동을 먹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이런 상황에서 감동을 먹는 다는 것을 알았다. “검으로 시작된 피는 검으로 끝나리...나의 적이 쏘아 보낸 죽음의 전령을 잠재우리니...우리의 검에 깃들어 죽음의 전령을 막게 해다오...디펜스 익스페리오!!!” 쌍둥이는 쌍둥이인지 둘 다 똑같은 스킬의 주문을 외며 칼을 교차시키며 나의 앞을 막고 서 있었다. 나는 녀석들의 방어마법이 뒤로 밀려 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우리들의 1차 방어막 역할을 할 9서클의 공통 방어마법을 사용했다. “의지여, 마나여, 나 여기 서있노라....바람의 속삭임처럼 들리는 간지러운 물결이 지상을 적시니....따스한 햇빛은 그 물결을 잠재운다.....나의 속삭임처럼....적의 외침처럼....모든 것을 잠재우리....평화로운 일상으로 모든 것을 되돌려라!! 레인보우 실드(Rainbow Shield)” 긴 캐스팅이 이어졌지만 그만큼 확실한 방어마법이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녀석의 긴 마나 모으기도 끝났는지 활시위를 놓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최강의 방어마법....그리고 녀석이 생각하는 최강의 범위 공격마법의 격돌이었다. “크하하하하!!!! 병신들....막을 수 있는 것이었으면 애초에 사용하지도 않을 것이다....고통에 몸부림치다 죽어라!!!” 스르륵....피융!!! 빙글....쉬이이익 녀석은 우리의 행동이 바보들이나 하는 행동인양 광소를 터뜨리며 화살을 붙잡고 있던 손가락에 힘을 풀었다. 그리고 그 화살은 우리들의 정 가운데로 날아들었다. 화살이 바람의 가르는 소리가 사방으로 퍼지며 빙글빙글 돌며 우리의 1차방어선과 부딪히려 하고 있었다. 몬스터 필드에서의 PK “벼엉신...얼마나 설명해 줘야 알겠냐? 그 화살은 방어를 무시 한다니까!!! 가랏!!! 레인지 익스플로전!!!” 솨아아악!!! 펑!!! 녀석의 화살이 빠르게 나의 레인보우 실드와 부딪혔다...아니 부딪히려 했지만 녀석의 화살은 빠르게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두 남매가 막고 있던 검의 방어도 무시하고 검신에 화살이 부딪혔다. 그리고 그것을 시초로 터져 나가고 있었다. 검부터 시작해 바닥이 불에 휩싸이며 일정 범위 내의 모든 것을 태우고 없애고 있었다. 화르르륵!! 단 한발의 화살이었지만 그 피해는 엄청났다. 검과 부딪힘과 동시에 녀석들의 안고 메스텔레포트를 했지만 모든 것을 피하지 못한 것인지 대부분의 마나와 체력들이 깎이고 있었다. 그마나 체력이 좋다고 하던 검사인 녀석들도 온몸에 화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나는 다행히 녀석들의 뒤쪽에 있었기에 대부분의 피해를 축소시킬 수 있었다. “허억....컥....뜨거워....” “아...죽을 것만 같아....” 두 녀석은 온몸에 화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간단한 가죽으로 된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 치명적인지 온몸에는 가죽이 녹아내려 피부를 태우고 있었고 온몸은 이미 검은 색으로 변해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반면 나의 몸은 의외로 멀쩡한 상태였다. 약간의 화상만을 입었을 뿐이었기에 죽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휘이익!! 평범한 화살들이 나의 발치에 꽂혔고 나머지 두 개의 화살들은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녀석들의 심장에 꽂혀있었다. 그리고 녀석들은 회색가루를 흩날리며 로그아웃 당하고 말았다. “하하하!!....어딜 도망가려고....너도 이제 죽어라!! 꿀걱...” 녀석은 아이템 창에서 마나 포션과 체력 포션을 한꺼번에 병나발을 불고 있었다. 입에 양껏 채우고도 모자라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빨갛고 푸른색의 액체들이 괴기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녀석의 옆구리에 있던 화살 통에서 하나 둘씩 화살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너....실수 한 거다....능력부여....전부다!” 녀석의 행동에 알 수 없는 기분과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별로 친하지도 안던 녀석들의 죽음이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빠졌기 때문에 모든 능력을 끌어 모았다. 전부 검은 색의 마나들만이 있는지 주위에 있던 어둠의 기운들이 온몸 곳곳으로 퍼져 나가며 힘이 샘솟는 느낌을 받았다. 분노라는 생소하지만 생소하지 않는 감정이 녀석에게로 향했다. 갑작스럽게 바뀐 분위기에 녀석은 흠칫 몸을 떨며 화살 통에서 화살을 꺼내 재장전을 하고 있었다. 나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어둠의 기운들이 세포 하나 하나에 생명을 불어 넣듯듯 현실에서 느낄 수 없었던 넘쳐흐르는 듯 한 힘이 차올랐다.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아마 오랜만에 능력을 부여해서 생긴 느낌이리라고 나는 치부해버렸다. “하하!! 멍하니 있으면 죽는다고...정신 똑바로 차리는 게 좋을 걸? 브레이크 샷!!! 멀티!!” 피슝!! 녀석은 한발 한발 끊어서 날리듯 여러 발의 화살들을 여러 번 나뉘어서 날렸다. 그리고 수많은 화살들이 하늘을 끝으로 날아올랐다. 모든 화살이 하늘로 날아오르자 화살들은 동시에 아메바처럼 두 개의 화살로 변해버렸다. 녀석이 쏘아 보낸 화살들 외에도 마나덩어리들도 다수 끼어 있었기에 그 화살의 수는 족히 수백 발을 되어 보였다. “그라비티 브레스!!! 이제 끝이다!!! 이정도 수의 화살은 못 막겠지?” 녀석이 쏘아 보낸 수많은 화살들이 올라 갈수 있는 한계까지 올라 간 듯이 방향을 바꾸어 지상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그리고 단 한발의 화살을 더 날린 녀석의 입에서 중력 화살을 날릴 때처럼 약간의 주문과 함께 그 기술이 시전 되었다. 곧 나의 몸을 속박하는 듯 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걸려들지 않았다. 자유러운 몸이지만 결계 같은 것은 여전히 존재 하고 있었다. “웃기는군...블러드 네일” 캉...카카캉!!! 수백의 화살들이 블러드 네일에 가로막히며 땅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드래곤의 비늘마저 단숨에 뚫어 버리는 블러드 네일의 강도와 파괴력을 능가하지 못하는지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상당히 단단한 금속이었다. 드래곤 스케일 보다도 단단한.... 바닥으로 떨어진 화살들은 빠르게 회수되며 화살 통으로 소환되어 가버렸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개의치 않고 녀석에게 마탄을 날렸다. 스스스스ㅡ! 슈악!! 나의 몸에서 빠져 나온 마기가 동그란 구슬로 변해가며 빠른 속도로 녀석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그 구슬들은 어깨와 양 무릎을 뚫고 지나가 버렸다. 수십 수백의 마탄들이 날아갔지만 나는 공포감을 주기 위해 녀석의 주위에 뿌렸고 단 세발의 마탄만이 적중해 거동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깨를 적중 당했기에 아마 활을 제대로 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인지 녀석은 아이템창을 열어 무언가 꺼내고 있었다. “컥ㅡ!! 젠장....” 뿅ㅡ! 치이이익!! 녀석은 아이템창에서 하나의 물약을 꺼냈다. 그 물약은 빨간색도 아니었고 파란색도 아니었다. 그것은 새하얀 색의 물약이었다. 그것을 양 무릎으로 뿌리더니 하얀 김과 함께 순식간에 아물어 버렸다. 그것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물약이었다. “이상한 기술을 쓰지만 최후의 승자는 나다!! 현질로 이런 물약은 몇 박스나 가지고 있지...돈만 있으면 게임의 최강이 되는 것도 문제없어!! 네놈도 나에게 무릎을 꿀릴 테다!! 크크크” 녀석은 현질을 아주 많이 한 것인지 계속해서 신기한 아이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바뀐 방어구들이 날렵하게 보였다. 마치 걸어 다니는 보물창고쯤 되는 것 같았다. 녀석이 바꿔 입은 옷은 움직이는 속도를 높이는 것인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르기를 보이고 있었다. 압지 않았을 때도 빨랐지만 이것은 사기 적이라고 할 만큼 빨랐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네놈 같은 서민 놈이 이런 것을 구할 수나 있겠어? 네놈은 평생 뛰어 봤자 이런 아이템은 구경도 하지 못할 것이다!! 하하하!!” 녀석은 돈 많다는 것을 제는 듯이 나의 주위를 뱅글 뱅글 돌며 약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템 창에서 반지 하나를 흔들며 조롱하고 있었다. “이건 마법사들에게 상당히 유용한 아이템이지...캐스팅 속도를 한층 더 높여 주기 때문이지...어때 얌전히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빌면 주지....밑지는 장사 아니야?” 금빛의 반지가 엄청 좋다는 티를 내듯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것으로 유혹한다는 듯이 녀석은 나에게 속삭이듯 유혹을 해대고 있었다. 나의 눈은 순간 흔들렸다가 사라져 버렸다. 나는 나의 주위를 질리지도 않게 돌아다니고 있는 녀석에게 손을 뻗었다. 몬스터 필드에서의 PK “혹시 알아? 내가 가장 싫어하는 놈 말이야.....그건....네놈 같이 현질에 의존해 게임을 하는 녀석이야!!” “하하...그건 돈 없는 가난한 자들의 썩어빠진 생각이야!” 빙글 동고 있던 녀석의 몸 쪽으로 손을 벌리며 말했다. 소리가 많이 울리지 않는 어조로 말했기에 녀석은 돌던 행위를 멈추고 나와 거리가 떨어진 곳에 서있었다. 그리고 나의 말에 반박하듯 웃으며 소리를 질렀다. “그럼 말이야...혹시 알아? 드래곤은 의지와 상상만으로 마법을 펼칠 수 있다는 거....현실에서는 할 수 없지만 게임에서라면 얼마든지 가능하지.....하물며...마족 또한 의지만으로 마법을 펼 칠 수 있다는 것....마족은 익히지 않지만 배운다면 얼마든지 드래곤을 능가 할 수 있어....어떻게 생각해?” “웬 뚱딴지같은 소리야? 드래곤하고 마족이 뭐 어째? 그거 하고 내가 무슨 상관이지? 무릎만 꿇으면 이 반지 준다니까....” “그래? 그러면 할 수 없지....그냥 너는 죽어 버리는 게 좋겠다....어떻게 생각해?” “이게....미쳤나....이 새끼 아이템도 준다니까 헛소리나 짓거리고....죽엇!!” 나는 녀석에게 한 가지 설명 아닌 설명을 해주었다. 하지만 녀석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신의 말만 할뿐이었다. 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녀석은 달려들었다. 스윽! 녀석이 좌우로 갈라지며 날아오는 화살에 손을 살짝 뻗어 머릿속에서 마법하나를 떠올렸다. 손에서 빠져 나와 모든 화살을 날려 버릴 것을 이라는 나의 상상이 빠른 시간 안에 완성되었다. 그리고 그 마법이 손에서 빠져 나와 회오리를 일으키며 날아드는 화살을 멀리 날려 버렸다. “어떻게...캐스팅도 하지 않았을 텐데?” “확실히 생각만으로는 마법을 펼치기 어려워...구동어라도 외쳐야 집중이 잘된다고 할까? 왜...소설에서 드래곤이 구성어를 외쳤을까 라는 어이없는 생각도 종종 했었어....하지만 이제 알 것 같아.....중요한 실험을 도와 줘서 고마워....보답은....고통과 죽음이야...어때?” 녀석은 캐스팅과 구동어 없이 마법을 사용하는 나를 괴물 보듯이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의지와 생각만으로 마법을 펼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는 구동어는 꼭 붙여 주어야 집중이 잘된다는 것을 알았다. “헛소리!! 그딴 마법이 있을 리가 없어!! 죽어라!!! 일루전 에로우!!!” 슈슈슉!! 녀석은 나의 말이 믿기지 않다는 것인지 연거푸 화살을 날려서 나를 맞히려고 했다. 환영의 화살이 수십 발 흩어지며 나에게로 날아들었다. “블리자드(Blizard)....나의 손에 머물며 적의 공격을 막아다오!!” 나는 블리자드를 사용했다. 손에서 생겨나기 시작한 작은 눈보라가 손 주위에서 빙글빙글 돌며 회전 하고 있었다. 마치 실드처럼 커져가던 블리자드는 나의 앞을 가릴 정도의 크기로 커져 버렸다. 그것은 순식간이었다. 휘이이익!!! 다수의 화살들이 블리자드가 도는 방향으로 돌며 나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 한 흡입력과 추위가 나에게 까지 전해져 오는 듯했다. “말도 않되....마법을 구동어 만으로 펼쳐 내다니!! 이런 버그 캐릭터!! 사기다!!” “안되긴...여기 있는데 말이야....그 죄는 크다구...그래...이 마법도 너의 잘난 현질로 사들인 아이템들로 살아 남아 봐라!” 레이에나는 나의 마법이 말도 되지 않는 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녀석은 나의 캐릭터가 버그라는 둥 사기라는 둥 헛소리를 짓거리고 있었다. 확실히 말하면 버그라고도 할 수 있었다. 물론 이상한 프로그램을 사용 한 것은 아니었지만...나는 녀석에게 블리자드의 방향을 틀어 헛소리를 짓 꺼리며 날뛰고 있는 녀석에게로 가게 했다. 휘이이잉ㅡ!! 엄청난 바람과 함께 강추위가 불기 시작했다. 녀석은 그곳을 벗어나려 했지만 도리어 블리자드에 같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앞으로 걸어가면 뒤로 밀려나고 뒤로 가려고 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 가버리는 것이었다. 엄청난 바람이 녀석의 속도마저 능가하는지 녀석의 움직임을 방해하며 점점 몸을 얼 려 가고 있었다.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었지만 간간히 보이는 블리자드의 틈새로 볼 수 있었다. “나는 죽지 않는다!!! 이 아이템들이면 나는 불사신이야!!!” 하하하하!! 블리자드 속에서 발악에 가까운 음성이 나에게로 전해져 왔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녀석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모든 것을 극복 했다는 듯이 말이다. 10분가량 마법이 지속되었고 마법 지속 시간이 지나자 작은 바람 한 점 남기지 않고 소멸해버렸다. 눈보라가 치던 중앙에서는 녀석의 모습인지 두터운 에스키모 복장을 한 녀석이 보였다. 차가운 파랑색의 옷을 입고 있는 녀석이 나에게로 조금씩 걸어오며 웃고 있었다. “하찮은 마법 따위야 얼마든지 막을 수 있어! 나의 아이템들만 있다면 하하하!! 자 다시 생각해보는 게 어때...한번쯤은 용서 해주지...이 아이템을 줄 테니까 말이야....” 녀석은 눈보라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나 있었다. 아마 물약이라는 물약은 다 빨고 겨우 아이템을 갈아입었을 것이다. 여기저기에 얼어붙어 있는 녀석의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또 용암처럼 보이는 물약을 먹더니 순식간에 몸이 회복되어 버렸다. 흔들흔들... “병신....아이템을 손에 가지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가져도 불만이 없다는 표시다!! 소닉 바스터(Sonic Buster)” 휘이익....펑!!! 나는 흔들며 웃고 있는 녀석의 오른 팔뚝에 소닉 바스터를 사용했다. 초음속으로 날아가 버린 마법은 녀석의 팔에 닿자마자 요란한 소리와 폭발해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녀석은 채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팔이 하늘로 날아올라 버렸다. 그리고 금빛의 반지역시 하늘로 올라가 내려 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크아아악....시팔!! 꿀꺽...몇 번이나 말해야 겠어! 이딴 마법에 내가...큭...아아악!!!” “말이 많구나....드로우 텅(Draw Tongue)” 녀석은 비틀거리며 쓰러져 있던 몸을 일으켜서 나의 마법에 딴죽을 걸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블링크 마법으로 녀석이 손에 닿을 정도의 거리로 순간 이동을 해서 녀석의 입 주위를 손바닥에 대고 마법을 사용했다. “어어어억!!!” 드로우 텅...흔히 고문 마법의 일종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위험한 마법을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아주 유용했다. 녀석은 고통으로 정신이 없는지 혀가 없는 상태로 비명을 질러 대고 있었다. 뿌리 채 뽑혀 사라져 버린 혀 때문에 비명도 제대로 지를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었다. “비명소리도 시끄러워....사일런스(Silence)...아까라면 전혀 걸리지 않을 마법이지만...지금은 다르지....홀드 퍼슨(Hold Person)” 시끄럽게 비명을 지르며 뒹굴고 있는 녀석의 입을 막아버렸다. 순간 아무소리도 나지 않아 어색했지만 시끄러운 소리가 제거 되었다는 생각에 기분은 좋아졌다. 그리고 녀석의 몸부림을 막을 홀드 퍼슨을 사용했다. 이것은 잘 걸리지 않은 마법이었지만 지금의 상태는 아주 달았다. 녀석과의 힘 차이도 확실했기 때문이다. “왜...아이템으로 회복 해보지? 당연히 최강의 레벨에서 홀드 퍼슨이 걸릴 리가 없어...하지만 나랑 너랑 다르잖아....아이템 믿고 설치다가 이런 고통당하니 색다롭지?...나는 예전부터 부자들의 뽐내기가 아주 싫었어...바로 그런 너의 오만한 눈 때문에....거는 김에 눈도 못 뜨게 해주지....” “커스 블라인드(Curse Blind)” 몸이 속박당하고 혀가 없어 입안에서 피가 줄줄 새어 나오고 있는 와중에도 포션을 찾는 것인지 눈에서 눈물이 줄줄 새어 나오고 있었다. 녀석의 오만한 눈마저 앗아갈 준비를 마친 나는 손을 뻗어 녀석에게 저주를 내렸다. 커즈 블라인드...시력을 순간 앗아가는 마법이었다. “왜....이제 청각도 없애 줄까? 아니 후각도? 하하...네놈...정말 재수 없어....이벤트와는 무관하게 이런 곳에서 나를 미행하질 않나...유일한 친구들이라고 할 수 있는 녀석들을 죽이질 안나...나는 네놈이 용서가 되지 않는데 어떡하지....한 가지만 골라라....불에 타죽는 게 좋냐? 강한 산성으로 녹아내리는 게 좋냐....아니면 질식해서 죽는 게 좋냐?” 흔들... “아....불타 죽는 게 좋다고? 그래...그럼 마지막은 멋잇게 장식해줄게....아마 너와 함께 이 일대는 사라질걸? 레비테이션(Levitation)” 청각으로만 듣고 있는 녀석의 귀에 속삭이듯이 말했다. 녀석의 선택의 시간을 주었던 나는 녀석이 몸을 한번 흔들자 첫 번째 것으로 한다는 것으로 알고 하늘로 부유하고 있었다. 점점 그 고도를 높인 나는 녀석의 위쪽에 서있었다. 녀석과 일직선 상의 거리였다. “그렇게 좋아하는 포션이다...많이 마시라고....” 주르르르륵!!! 나는 아이템 창에서 수십 개의 포션을 꺼내들어 녀석의 몸 쪽 구석구석에 뿌렸다. 그러자 녀석의 몸에서는 새하얀 연기와 함께 상처가 있던 부분이 아무는 것이었다. 모든 마법을 풀어주지 않은 채 나는 기술을 준비했다. “처음 사용 하는 거니까...안심해...빗나갈 수도 있으니까...!! 알았지? 보자...화염...산성...염소가스....아...화염 브레스...” 휘이이잉.... 나는 하늘 높이 떠있는 와중에 스킬 창을 열어 녀석이 원하는 강력한 기술 하나를 찾고 있었다. 그것은 화염의 브레스였다. 드래곤에게서 얻은 기술이었기에 이만한 것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처음 사용하는 기술이라 약간 설fp는 마음도 있었다. "자, 간다!! 화염 브레스!!!“ 지이이이잉ㅡ 나는 손바닥을 녀석이 있는 곳으로 벌리며 힘껏 소리치며 마나를 불어 넣었다. 몸 안에 있던 수많은 마나들이 한꺼번에 손 쪽으로 몰리며 혈관이 부풀어 올랐다. 나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색의 마기덩어리 들이 거대한 마법 진을 하나 그려가더니 수십 가지의 도형과 알 수없는 글자들이 새겨지며 나의 발밑에 생성 되었다. 파드드득ㅡ!! 완성된 마법 속에서 도형들이 회전을 하며 마나를 한곳에 집중 시키고 있었다. 처음에는 작은 구슬에서 시작한 마나 덩어리가 탁구공...그리고 테니스공만 한 크기로 변하더니 이제는 축구공 크기로 변해서 멈추었다. “이대로 못보고 죽을 수는 없겠지....디스펠 매직(Dispell Masic)” 나는 녀석이 보지 못하는 것과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라는 식으로 몸에 걸려 있던 모든 마법들을 해체 시켰다. 녀석이 서서히 눈을 떴지만 다시 감아버렸다. 하늘 높은 곳에서 뿜어지는 새빨간 색의 빛의 구체가 자신의 눈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후 녀석은 눈을 떴다. “아에 호용 어아스(나에게 소용없어)” 녀석은 없는 혀로 인해 옹알거리는 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의미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딴 마법 소용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녀석은 빠르게 화속성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고는 포션 하나를 쭉 들이켰다. 그리고 녀석의 피부는 빨간 색으로 변해 버렸다. 모든 일색의 빨간색 방화복...그리고 나의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화염의 브레스가 들이 닥쳤다. 푸슝!!! 마나를 밀집하고 있던 마법진이 거대한 충격과 함께 발사되었다. 발사되던 충격으로 나는 뒤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래봐야 하늘이었지만.... 화아아악ㅡ쾅!!!! “미드수 어서 이러 마호이 이다ㄴ” (믿을 수 없어 이런 마법이 이다ㄴ) 화염의 브레스와 녀석의 아이템들이 맞닥뜨리자 잠깐 주춤 하던 브레스가 빠른 속도로 아이템들을 녹여 버리며 땅속 깊숙한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아이템으로 의기양양하던 녀석은 재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전투의 흔적을 남기듯 몬스터 필드 중앙에 거대한 구멍을 남기는 것으로 끝마무리를 하였다. “병신...아이템 믿고 깝치더니 잘 됬구.....나.....능력회수...다!” 모든 것을 끝내고 나의 몸에서 이상 반응을 일으키고 있었다. 몸에서 모든 마나들이 날뛰며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그 능력들을 급히 회수 하고는 서서히 땅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몸에서 들끓고 있던 마나들이 모두 사라지자 텅 빈 몸만이 남아 있었고 마나 또한 한줌도 남아 있지 않았다. 휘유우우웅ㅡ 바람을 가르고 추락하기를 한참이 지나자 앞이 캄캄해지며 로그아웃 되어 버렸다. 어이없게도 추락사였다. 모두 죽어버린 알수 없는 PK였다. 레이에나라는 녀석은 확실히 아이템으로 최고가 된 것이 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날이었다. * * * “또....또!!! 저놈의 스텔스라는 놈이 가는 곳이면 우리가 외 야근을 해야 하냐고!!! 그리고 저 어이없는 기술들은 뭐야!! 그게 버그가 아니고...이상한 핵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레이에나라는 어처구니없는 녀석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녀석!!! 언젠간 복수하겠다!!! 꼭 핵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밝혀내겠다!!! 스텔스!!” 어두운 방, 파란 스크린에 의존해 모든 사람들이 이, 음침하고도 공기가 맑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두드리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모두들 누구를 저주하는 듯한 말을 퍼부으며 자신들이 할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것이 일상인듯 모든 사람들은 약간의 투덜거림만 있을 분이었고 눈가에는 검은 색의 다크 서클들이 늘어져 있었다. “팀장님...언제까지 저놈의 어처구니없는 스킬을 내버려 둘 생각입니까? 그리고 저게 버그가 아니라니요....정말...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어쩌겠나? 알 수 없는 것을...저런 기술을 나도 본적이 없네...하지만 프로그램은 정상적인 불빛을 내뿜는 것을....나랑 이야기 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복구하게...언제 저 구덩이를 매우 겠나?! 빨리 일하러 가지 못하겠어?” 혀에서 기름칠이라도 한듯이 잘 굴러가는 한 사내가 팀장이라는 사람에게 열심히 따지듯 말했지만 그 팀장이라는 사람은 한수를 더 떠 앞에 있는 남자가 질리도록 만들고 있었다. 앞에 있던 사내는 체념 한 얼굴로 자신의 자리에 돌아가 키보드를 열심히 두들기고 있었다. “네놈을 만난 그 순간부터 나는 지옥이었다!!! 나 GM프레이....네놈에게 언젠가 복수하겠어!!” 한 남자의 처절한 몸부림에도 들어주는 이가 없었다. 다만 뒤에서 불쌍하다는 듯이 혀를 차는 사람들이 있었을 뿐.....그 남자는 3일 동안 한숨도 자지 못하고 몬스터 필드 중앙에서 지세웠 다고 한다....삽 들고 놀면서 말이다.... "아이고...나의 청춘은 여기서 저물고 있어야 하나....나의 인생...여자들이여..." 몬스터 필드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셀리온 월드의 곳곳에 퍼지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처절한 한 남자의 소리가.... 뜨거운 열기 속 환상(幻想, illusion) 치이이잉ㅡ 어두운 거실에서 캡슐의 문이 열렸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그 누구도 밖으로 나오지를 않았다. 다만 약간의 신음만이 공허한 거실만을 가득 메울 뿐이었다. “크으윽ㅡ 어떻게 된....컥...뜨거워....” 캡슐 속에서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가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으로 몸에서 고통과 열기가 나오고 있었다. 게임을 오랫동안 한 후유증이라고만 생각한 나는 별 생각 없이 그 고통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렸지만 그 고통은 더 커져만 갔다. “빨리 몸을 식힐 수 있는 곳으로....” 뜨거워진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급히 움직였다. 움직일 정도의 힘은 있었던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 고통을 누군가에게 알려 해결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두 남매라고 해봐야 전화번호도 모르기 때문에 도움을 청 할 수도 없었다. 혼자 해결하는 수밖에... 솨아아ㅡ 화장실에 있는 한사람이 간신히 누을 수 있는 욕조 안에 물을 받으면서 나는 몸을 그곳에 맡겼다. 인간이 참을 정도의 열이 아닌지 차가운 물이 몸에 닿자마자 수증기를 내뿜으며 증발해버렸다. “도대체 외! 마법이 안 써지는 거야!! 이럴 때에....헉...헉...” 나는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열기를 이기지 못 할 정도로 정신이 흐트러져있었다. 마법으로 해결하려던 나는 그만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된 일인지 마나들이 제멋대로 날뛰며 몸의 구석구석을 뛰어 다니듯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 현상은 게임 안에서도 느꼈던 것이었다. “제발....누가 날 도와줘....” 욕조에는 물이 차오르다 증발해버리는 현상이 계속 되며 무한 반복 하고 있었다. 그 지루한 과정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화장실 내부에 새하얀 김을 내뿜으며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었다. “누가....허억....도와....줘” 수증기가 많아질수록 공기가 희박 해지는 듯 한 착각이 들었고 정신마저도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귀에서는 앵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혼미한 정신의 한 끈을 간신히 붙잡고 있던 나의 뇌는 그 기능이 점점 굳어 가는 듯했다. 화악ㅡ 솨아아아ㅡ 물은 쏟아지고 수증기는 계속 생겨나고 열기는 그칠 줄 모르는 상황에 나는 정신을 잃어 버렸다. 마지막 정신의 끈을 붙잡았지만 검은 색의 빛이 화장실에서 뿜어지며 나의 의식을 집어 삼켰다. 수증기에 반사된 수십 가닥의 검은 빛이 화장실을 집어 삼켰고 집을 삼켰다. 그리고 나의 정신마저도...... * * * 휘유우우웅!!! 쾅!!!! 수십 개의 운석들이 지상으로 낙하하며 부수고 있었다. 한 절벽위에 검은 색의 망토를 착용하고 바람에 몸을 마껴 그 광경을 지켜보는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의 얼굴은 분노, 슬픔, 즐거움의 감정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모든 감정을 아는 듯 한 눈동자였다. 쿠워어어어!!! 크하하하하!! 수많은 살육이 펼쳐짐에도 그 사내의 눈동자는 한 점의 동요가 없이 그 모습을 지켜 볼뿐이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인지 하늘만 공허히 쳐다보며 때를 기다리는 듯했다. 휘이이잉ㅡ “이것이...진정 네가 원하던 일인가? 나와는 다른 이여....진정...이것이...” 싸늘한 바람이 벼랑 끝에 서있던 남자의 등을 세차게 두드리며 불어 닥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몸을 하늘에 맞기며 유유히 날아올랐고 전쟁이 한창 벌어지는 곳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케케케!! 인간! 인간들을 죽여 그 피를 취하자!!!” “저 마족 놈들....!!!!” 커다란 초원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수많은 마족들은 점점 광포해졌다. 그리고 하늘에서 그것을 막기 위해 내려온 천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을 소멸시킬 작정인지 닥치는 대로 베어 넘기고 있었다. 슈각ㅡ!! 수많은 천족과 마족들 그리고 인간들의 전쟁이 한창이었다. 목이 베이고 옆구리가 터지며 머리의 뇌수가 대지에 뿌려지고 있었다. 마계에서 건너온 수많은 마수들이 인간의 피를 취했고 천족의 날개를 우적우적 먹어 치우고 있었다. 마족에 비해 턱없이 약한 인간들은 엘프와 드워프 여러 가지 유사인종들과 연합하여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또한 천족의 힘까지 빌리고 있었다. 슈우우웅 쾅!!! 수십 발의 운석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수많은 마족과 천족....유사인종연합들의 중앙에 떨어져 버렸다. 수많은 죽음에도 아직 더 많은 수의 마수들이 들끓고 있었다. 전쟁이 한창인 와중에도 번식을 해대는 통에 줄어들 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유사인종들과 천족은 그것이 아닌지 점점 그 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인종연합과 천족이 힘을 합함에도 마족의 강함에는 어쩔 수 없는지 점점 천족의 수도 줄어들었고 강한 인간들과 유사인종들도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드래곤이다!!! 드래곤이 중간 계를 수호하기 위해서 나섰다!!” 절망에 구렁텅이에 빠지고 있던 인종연합과 천족들은 희망의 눈빛으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가지 각색의 수많은 드래곤들의 본체가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이었다. 수많은 드래곤들의 몸체에 지상은 거대한 그림자들이 모든 것을 가리고 있었다. 쿠워어어어!!! “마족들이여!! 중간계를 더 이상 혼란스럽게 만들지 말라!! 돌아가라!!” “헛소리다!! 이건 신께서 원하시는 일!! 이대로 물러 날수는 없다!! 비록 우리가 인간계에서 1/10의 힘을 사용한다고 하나 너희들에게 질 정도로 약하지는 않다!! 우리는 천족도 이겼고 모든 종족도 이겼다!!!” 수많은 드래곤 중 가장 덩치가 크고 색깔이 화려한 금빛의 몸을 가진 드래곤이 크게 울음을 터뜨린 후 모든 마족들이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순식간에 무산되며 많은 마족들은 날개를 펼쳐 드래곤들에게로 날아가 드래곤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어리석은 선택이었다.....마족....아니...어둠의 지배자인 마왕이여!!!” 금빛의 드래곤은 나지막한 어조로 마왕이라는 자에게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리고 드래곤이 끼어든 와중에 다시 전쟁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드래곤들의 가세에 마물들의 수는 더 이상 불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마족들이 우세한지 수많은 드래곤들이 하나둘씩 마나의 품속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드래곤과 인간...천족...유사인종들이 연합을 이루었다. 공통의 적인 마족에게 대항하기 위해.... “나는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 것인가? 마족의 편인가? 아니면 드래곤들이 속해 있는 곳인가?” 기척이 전혀 감지되지 않던 검은 색 망토의 사내는 어디로 갈지를 고민을 하고 있었다. 마치 이 사내의 판단으로 인해 결판이 날 것인지.... 뜨거운 열기 속 환상(幻想, illusion) “나는.....나는 드래곤의 편에 서겠다!!!....현신!!!” 검은 색의 망토의 사내는 한참을 생각으로 지새우며 고민하고 있었다. 사내의 기다림으로 지상에서는 수많은 드래곤과 마족들이 죽어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천족도.,..유사인종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마침 선택을 한 것인지 사내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휘이이잉ㅡ 사내의 몸에서 뿜어져 빛이 완전히 사그라지자 가려져 있던 사내의 윤곽이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사내라고 부르기 민망 할 정도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카리스마가 느껴지던 외모는 위엄이 있으되 귀염성이 있는 모습이었다. 머리칼도 길어졌고 입술도 약간 도톰해졌다. 하지만 사내는 개의치 않는 것인지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마신의 길이 아닌 용신의 길을 걷겠다!!!” 예쁜 꼬마 여자 아이 같이 변한 사내는 큰 목소리로 공기를 진동시키며 싸우고 있는 모든 자들이 들을 수 있도록 말했다. 그러자 전쟁은 약간 소강상태를 맞으며 소란스러워 지고 있었다. 사아ㅡ!! 순간 꼬마의 모습을 하고 있던 사내는 몸이 커지며 완벽한 본체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것은 여자....여자라고 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와 남자라면 갑빠 라는 것을 가지고 있어야 할 자리에 볼록 튀어나온 가슴이 여자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나....비록 완전한 신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엄연한 신....바로 용신의 길을 택한 자다!! 마족들이여....그대들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 이건 마지막 경고이자 충고이다. 이것은 한때나마 마도의 힘을 빌리고 있던 자의 마지막 배려다!!” 완강한 의지와 위압감에 수많은 마족들은 할 말을 일었다. 자신의 주장만을 펼치던 마왕마저도 굳게 입을 다물어 버렸던 것이었다. 그리고 생존해 있는 드래곤들은 희열에 몸을 떨며 하늘에 떠있는 자칭 용신이라는 자를 보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허튼 수작 떨 지마라!! 용신은 있을 수 없어!! 오랜 봉인에 빠져 있어야 할 존재가 외 나와 있어야 한다는 말이냐!! 그리고 드래곤이 힘을 되찾은 것부터 이상하다!! 우리는 분명 드래곤들은 인간보다도 능력이 미천하게 되었다기에 나온 것 이었다!! 있을 수 없어!!” 여자의 말을 들은 수많은 마족들이 웅성거리며 동요를 하기 시작하자 마왕은 자신의 마기를 몸 밖으로 내뿜으며 자신이 낼 수 있는 육성을 크게 내뱉었다. 그의 긴 말이 끝나자 수많은 드래곤들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하늘위의 신은.....모든 유사인종을 버렸고.....드래곤을 버렸고....천족과 마족도 버렸다. 그리고 너희들의 신들도....버렸다! 모든 일은 이제 스스로 개척 해 나가야 할뿐....” 화르르르륵!!! 그 말이 끝이 나자 갑자기 모든 것이 불이 타며 사라져 버렸다. 아니 사라져 버렸다고 느꼈다. 사라진 것은 지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 자신이었다. 가슴속에 남아버린 신이 모든 것을 버렸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다시 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발밑에서부터 타오르기 시작한 불길이 모든 것을 태워 버렸다. * * * 순간 타오른 나의 몸이 재생이 되며 뒷골목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누구도 눈치를 체지 못하는 것인지 자신들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옮겨 수많은 학생들이 유심히 지켜보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 새끼가 돌았나? 지금 나보고 맞짱을 뜨자고? 저번에 몇 대 맞더니 정신이 돌아갔나? 왕따면 왕따답게 기어야 할 것 아니야....너는 어찌 된 녀석인지 왕따답지 않게 매일 맞짱 타령이야? 싸움도 잘하면 모를까....이거 완전 또라이 아니야?” 나의 눈에 익숙한 정경이 들어왔다. 과거의 나였지만 약간 달랐다. 재석의 모습이 보였고 나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약간 다른 느낌이었다. 지금 보고 있는 나의 모습은 예전에 있었던 뚱뚱한 모습이 아닌 빼빼 마른모습이었고 싸늘한 눈초리가 완전 다른 사람이라고 착각 하게 만들었지만 가슴에 붙어 있는 명찰과 목소리만은 변하지 않았다. “내가 왜 왕따를 당해야 하지? 하찮은 네놈 때문에 말이야....” “하하...이놈 지가 왜 왕따 당하는지 모른단다.” 하하하하ㅡ!! 마른 나는 재석에게 살기등등한 어조로 말했지만 재석은 웃기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는 다는 표정으로 말하며 웃고 있었다. 그러자 주위에서 구경하던 수많은 아이들도 따라 웃고 있었다. “그래...또 맞짱뜨자...이 말이냐? 실력은 얼마만큼 늘었냐? 저번에는 검도더니 이번에는 뭐 배워 왔어?” “병신....죽어라!!! 핫!!!” 휘익.....퍽!!!! “컥....!! 이새끼...무슨 짓을....” 재석은 저번에도 이런 일이 많았다는 듯이 여유러운 얼굴로 마른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마른 나는 그것을 듣지 않고 곧장 몸을 숙여 모래를 한줌 줍더니 재석의 얼굴에다 뿌려 버렸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러 재석의 복부를 마구 쥐어 패고 있었다. 재석은 이런 공격에 당황하며 땅으로 쓰러지며 고통을 토해냈다. “이런 병신 새끼가....죽을 라고....컥!!” “말로 싸우는 거냐? 저번의 실력은?” 마른 나의 계속되는 공격에 재석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지만 약간의 빈틈을 노려 마른 나를 밀쳐 냈다. 뒤쪽으로 넘어진 마른 나의 몸에 올라탄 재석은 빠른 휘두름으로 마른 나의 얼굴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퍽...퍽퍽!!! 퍽ㅡ!!! “병신세끼...네놈 체력은 3초냐? 그 정도 밖에 안가? 네놈이 왜 왕따를 당하는지 알려 줄까? 재수 없는 그 눈초리 하며....부모도 없고 친구도 없는 놈이기 때문이다!!!” 5분가량을 구타를 하고 있던 재석은 약간 지치는지 이마에서 땀을 훔쳐내고는 손을 비비며 마른 나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는 왕따를 당하는 이유를 말하고는 그대로 교실로 돌아가 버렸다. 뒷골목에 남은 것이라고는 마른 나와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나였다. 풀썩.... 잠시후 마른 나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다. 다시 몸이 타오르며 모든 것을 바꿔 버렸다. “너의 선택은?” “너의 선택은?” 모든 몸이 타오른 나는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변해버렸다. 가루로 변해버린 나는 비와 함께 엉켜 물이 되었고 그 물은 어디론가 흘러갔다. 어떨 때는 차갑게...어떨 때는 마그마 보다 뜨겁게 느껴졌다. “너의 선택은?” 액체로 변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상한 소리들이 점점 커져가며 들리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 속 환상(幻想, illusion) 쿵쾅...쿵쾅!! 액체의 상태로 변한지 얼마의 시간이 지난지도 모르고 있었다. 갑갑한 기분이 들때면 어디론가 흘러가고 싶은 충동이 있었고 빠르게 흘러 갈때면 천천히 흘러가고 싶었다. 그리고 이 쿵쾅 거리는 소리를 얼마나 들었는지 기억도 나질 않았다. 몇 개의 통들을 지나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는 반복하기를 수차례 주위의 액체들이 용암처럼 뜨거워 졌다. 뽀글뽀글.... “너의 선택은?” “뭐라는 거야...매일 선택 이래!! 이젠 지겨워!!” 주위의 액체들이 더욱 뜨거워지며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또 알 수 없는 물음의 전해져 왔지만 일상처럼 나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뜨거워.....” 일상처럼 뜨거워 졌다 차가워졌다 반복했지만 이처럼 이겨내지 못 할 정도로 뜨거웠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흘러가는 속도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흘렀고 그 관의 부피마저 커져 가고 있었다. “너의 선택은?” “몰라...선택 따위...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다시 들려오는 물음...하지만 나는 고통에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이 소리만은 꼭 들을 수 있었다. 계속 끓어오르며 온도를 높이는 액체들과 빠른 이동속도가 관을 찢어 버릴 듯이 커져 갔다. 이제는 한계였다. 점점 주위에 있던 액체들이 사라져 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너의 선택은?” “컥...으아아악!!” “너의 선택은?” “그만!!” “너의 선택은?” “뜨거워!! 차가워지고 싶어!!!” 계속되는 질문 공세가 왔지만 엄청난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나는 비명만 질러 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질문은 무한으로 묻고 있었다. 점점 몸은 사라져 가고 있었다. 나는 절망에 가까워 졌고 본의 아니게 차가워지고 싶다는 말을 내뱉어 버렸다. “너의 선택...인가.....?” “그래! 그만 날 내버려 둬!!!” 나의 대답에 고통에 지배당하고 있던 몸에서 순간 빛이 뿜어져 나오며 회복과 함께 온도가 정상으로 돌아와 버렸다. 그리고 몸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 * * “으음....” 출렁...출렁.... 차가운 느낌에 정신이 조금씩 돌아온 나는 약간의 신음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여긴....화장실..?” 정신이 번쩍 든 나는 여기가 화장실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차오를 것 같지 않던 물은 어느새 욕조 밖까지 침범 한 것인지 넘쳐흐르고 있었다. 뜨겁던 몸도 정상적인 체온으로 돌아와 있었지만 욕조 안에는 얼음조각 들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이상한 꿈이었어....드래곤이 나오질 안나...마족이며..천족까지....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이런 꿈까지 꾸는 건가?” 나는 모든 환상을 꿈으로 치부해버리고 있었다. 장시간 게임으로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이 갑자기 뜨거워 졌던 현상은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은 온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던 뜨거운 고통과 터질 듯 한 감각이 아직도 생생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꼬르륵ㅡ! “하....몇 시간이나 죽치고 물속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배도 고프고....” 상당히 오랫동안 있었던 것인지 배에서는 뜻하지 않게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약간 머쓱한 기분에 급히 몸을 수건으로 닦고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솨아아아ㅡ!! 밖에서는 아직도 비가 오는지 시원한 느낌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시원한 느낌이 몸에도 퍼지는지 아주 가벼운 느낌이었다. 정신은 더욱 맑아진 느낌이었고 몸놀림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더욱이 놀라운 점은 몸속에 있던 마나들이 더욱 힘차고 빠르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조금 무겁고 힘겨운 느낌이었다. “훗...쓴게 약이라더니....이런 걸 두고 말하는 건가? 이런 거라면 그런 고통은 한 번쯤 더 일어나도 괜찮으려나?” 나는 지금까지의 고통이 이런 것을 위한 준비단계라는 것을 알고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하지만 그 고통이 한 번 더 있었으면 하는 어이없는 생각에 모순을 느끼고 어색한 웃음을 터뜨리고는 방으로 들어가 억지로 잠을 청했다. 솔직히 잠은 오지 않았지만 왠지 자고 싶은 심정이었다. 부서진 안식처 “야...조제현...왜...토...일 접속 안했어? 걱정했잖아...그래 누가 이겼어?” 이상한 꿈을 꾸고 바로 잠들고 나서 일어났지만 그때의 시간은 월요일이었다. 학교 가는 날...그러므로 나는 게임에 한번 접속도 못하고 주말을 보낸 것이었다. 그것도 잠으로 말이다....보통 때처럼 등교를 한 나는 성대한 환영을 받으며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누가 이겼어?” 나는 할 말이 없었기에 조용히 자리에 앉으려 했지만 주위에 웬일인지 많은 반 아이들이 나의 주위를 맴돌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주저 하고 있었다. 계속 해서 물어오는 가연의 질문 공세에 나는 조용히 말했다. “내가 이겼다고 할 수 있지만...나도 죽었어...그리고....너희들은 뭐냐?” “그게....” 나는 가연에게 시선을 돌려 이야기를 했다. 나의 대답에 가연과 수강의 얼굴은 알 수 있을 듯 하면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주위인지...가연의 주위에 인지 모르겠지만 반 녀석들이 모여 들며 말을 걸려고 하고 있었다. “그게....네가 스텔스라는 아이디로 셀리온 월드를 하나 싶어서....” “뭔 소리야?” “아니지? 네가 아니지?” 주위에 몰려 있던 녀석들 중 하나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를 무시하며 비웃던 녀석들이 무서운 것을 앞에 두고 말하듯 벌벌 떨며 말하고 있었다. 녀석들이 물어오는 대답에 나는 무슨 소리하느냐는 듯 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녀석들의 얼굴이 밝아지는 듯 한 착각이 들었다. “그게 나라면...?” 안심했다는 녀석들의 얼굴을 하나둘씩 쳐다보며 뒷말을 이었다. 그러자 다시 녀석들의 얼굴이 굳어졌다가 다시 밝아 졌다. “하하...우리랑 친하게 지내자고....” “그래? 하지만 어쩌지...친해지고 싶지 않은데....너희들 끼리 친해져...왕...따인 내가 너희들이랑 친구 할 수 있겠냐? 너희들에게 폐만 될 뿐이야...하하하” 녀석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나와 친해지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녀석들의 실체를 알고 있었기에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무조건 강자와 친해지려는 녀석들....그리고 약하다고 놀아주지도 좋은 눈길을 주지 않았던 녀석들과 친구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야...조제현....말이 심한 것 같다....먼저 친해지려고 하는데....” “너희들은 조용히 해라! 알지도 못하면서....너희들도 똑같지만 옛날을 생각해서 이야기라도 하는 것이다. 나는 너희들에게 완전히 마음을 연 것이 아니다.” 수강이가 내가 심하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나는 수강과 가연을 보고 한소리를 했다. 수강과 가연은 나의 말을 듣고 심각한 표정을 하더니 입을 다물어 버렸다. “하...하...아직도...비가 오네...하늘에 구멍이라도 났나....수업 준비나 해야지..” 수강은 나의 말이 충격이었는지 말을 바꾸어 날씨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업준비를 핑계로 나의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아직 1교시도 시작되지 않았기에 분주한 아침이었다. 조용~ 언제나 떠들던 반 녀석들....그 중에서도 특히 재석 패거리는 요즘 들어 너무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반 녀석들도 날씨가 흐린 탓인지 조용한 말로 소곤거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드르륵ㅡ “날씨는 흐리지만 좋은 아침이다. 공부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 2일만 있으면 1학기 마지막 시험인 기말고사가 있는 것은 알고 있겠지? 자...힘내서 한 문제라도 더 맞출 수 있도록 노력 하자! 오늘은 특별한 일 없으니까...공부나 열심히 하도록! 이상!...반장?” “차렷! 경례” 꾸벅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의 짧은 아침 조례를 마치고 반 아이들의 얼굴은 아까 전보다 더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험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이었다. 그 요일이 수요일....단 2일 남기고 시험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나의 표정도 굳어져 버렸다.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기에 아무렇지는 않았지만 기분 상으로는 정말 좋지 않았다. “저....제현아....우리 집에서 공부 같이 하지 않을래? 집에 캡슐도 하나 더 있고....에...몇 일간 같이 공부도 하면서....그리고 우리 부모님도 너를 보고 싶어 하고....” 선생님이 나가고 한참이 지나서야 가연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잔뜩 기대에 부푼 말투로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약간 자신감이 없는 것인지 나에게 말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시험이니 같이 공부를 하자는 것이었다. 시험인데...게임은 포기 못했는지 게임도 포함 시키면서 말이다. “생각은 해볼......” 반짝ㅡ 나는 생각을 해본다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기대하고 있는 가연의 눈동자가 나의 마음을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되도록 가도록 노력은 해보지...” “응! 그럼 오늘 너희 집에 가도 되? 저번에 우리 집에도 놀러 왔었으니까...너의 집에도 한번 가보고 싶고....위치를 알아두면 도움 될지도 모르잖아?” “흠....좋아...잠깐 만이다.” 나는 애매한 대답을 하고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가연과 수강은 나의 양쪽으로 다가 오며 나에게 말했다. 그것은 나의 집에 놀러 가겠다는 말이었기에 단박에 거절 하려고 녀석들의 집에도 한번 갔었기에 거절 할 수 있는 명분이 없었기에 그냥 오라고 말해버렸다. 딩동ㅡ딩동!! “그럼 수업마치고 같이 가자!” 곧 수업종이 울려 버렸고 기대하고 있다는 어조로 가연이 말하며 자리에 돌아가 버렸다. 매우 기대하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아마 나의 집에 가면 녀석들이 살고 있는 곳과는 다른 환경에 경악을 머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그것을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아마 녀석들의 표정이 기대 될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환경과 나의 생활이 단번에 보여 지는 곳이었으니까.... 부서진 안식처 “우리 시내에서 조금 놀다가 너희 집에 가자. 어때?” “그것도 괜찮겠군.” 모든 수업을 마친 우리들은 하교를 하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수강의 뜻밖의 제안에 나는 곧 승낙을 하고 말았다. 단순히 집을 구경 가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구경만 시켜주고 내쫓을 생각이었지만 딱히 보여 줄 것도 없었고 자랑 할 만 한 물건들은 아무것도 없었다. 꼭 생활에 필요한 물품만이 집에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 뭐부터 할까? 응? 응?” “아무거나...나는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어” 나를 끝까지 물고 지며 물어오는 가연 덕분에 나는 GG를 치고 한발 뒤로 물러났다. 나의 무관심한 태도에 약간 삐진 것인지 표로퉁한 얼굴을 하고는 오락실로 우리를 이끌었다. 뿅ㅡ뿅ㅡ 띠리릭ㅡ 오락실로 들어서니 수많은 초딩들과 중딩들이 진을 치고 여러 게임들에 열중하고 있었다. 단연 눈에 띠는 것은 스투리투파이토였다. 하지만 이미 많은 초딩들이 장악하고 있었기에 할 만한 게임이라고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저기...우리 저거 하지 않을래?” 가연이 가리킨 곳은 스티커 사진을 찍는 곳이었다. 보통 연인들이나 찍었다던 그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세 명이었기에 나는 가연과 수강의 등을 떠밀어 넣고는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나의 어깨를 잡아채며 끌어당기는 수강의 완력덕문에 끌려 들어가 사진 몇 번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딸깍ㅡ 몇 개의 동전을 집어 넣자 이상한 소리들이 들려 오고 있었다. -준비됐어? -간다? -3, 2, 1 -치즈 막 이런 소리가 울리더니 순식간에 사진을 찍고 지나가 버렸다. 나는 시선을 어디로 둬야 할지 몰라 두 녀석들이 자세를 잡는 쪽으로 같이 눈을 돌려 어정쩡하게 서있었다. 찍은 사진을 흔들며 나에게 다가오는 가연과 수강의 얼굴은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잘나왔다. 그치? 다음에도 한 번 더 찍자...어때?” “그, 그러지..." 가연은 사진을 유심이 쳐다보며 나에게 사진을 건 내며 다음에도 와서 한 번 더 찍자는 말을 했다. 천진한 웃음이었기에 거절하기도 힘들었고 뒤에서는 기대하고 있다는 포스를 내뿜어 대니 거절하지는 못하고 머뭇거리며 승낙을 해버렸다. 나의 승낙에 다시 정상적인 표정을 짓는 수강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리 인형 뽑기 하자. 여기 한번 와봤으면 이것도 한번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야” “내가 먼저 해볼게” 이번에도 역시 수강의 제의가 먹혀들었는지 죽이 잘 맞는 남매는 앞 다투어 인형 뽑기 앞으로가 천 원짜리를 밀어 넣고 있었다. 띠리리링ㅡ지잉, 지잉, 뽀로롱 동전이 들어갔고 갈고리 같은 것이 서서히 움직였다. 그리고 한 인형 위에 서더니 서서히 내려가 집어 올렸지만 꼴인 지점으로 가지 못하고 떨어져 버렸다. 둘 다 아쉽게 떨어진 것인지 입맛을 다시며 그 인형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인형 뽑으려고 이 고생을 하는 거냐? 간단하겠 구만!” 두 녀석이 인형을 놓치며 아쉬워하는 표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간단하게 손 한번 쓰면 될 일을 그렇게 아쉽다고 입맛을 다시니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었다. “그 집게손이 얼마나 힘이 없다고...네가 해봐” “그러지” 나는 마지막 한번이 남은 기회를 얻어 처음이자 마지막인 내 차례가 왔다. 나는 스틱 같은 것을 손바닥에 움켜쥐고는 녀석들이 잡으려던 인형으로 정확히 섰다. 그리고 집게손이 내려가 인형의 몸과 목을 정확하게 잡고는 점점 위로 부상했다. -찰캉 인형이 위로 올라서자 약간의 진동이 인형에게 갔고 흔들렸지만 나는 마법으로 안쪽에 공기를 안정시키며 인형이 못 움직이게 고정시켰다. 그리고 인형은 꼴인 지점에 정확하게 떨어지며 낙하했다. “우와ㅡ어떻게 한 거야? 이렇게 큰 인형은 잡기 어려운데....” “너희들이라면 그 이상한 초능력이라는 것을 써서 다 꺼낼 수도 있을 텐데?” “그래도...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자기 힘으로 얻는 게 보람이 아닐까?” 두 남매는 내가 단번에 뽑아버린 인형을 보며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고는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오락실에서 나는 여러 소음에 묻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전달하는 바는 잘 들을 수 있었다. 탁 “슬슬 배도 고픈데 어디 들러서 저녁이라도 먹고 너희 집에 가자, 날도 저물었고 말이야.” “오랫동안 오락실에 있었더니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말라.” 열심히 스투리투파이토를 하고 있던 나의 어깨를 잡으며 자신들의 의사를 말했고 나는 하던 게임을 초딩에게 넘기며 녀석들을 따라 거리로 나왔다. 밤이 다되어 가니 젊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뭉쳐 다니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ㅡ우리들끼리 이렇게 나오니까 정말 좋다. 1년만인가? 이렇게 재미있게 노는 것도...별로 한일도 없었지만 같이 있다는 것이 재미있을 줄 몰랐어...늦었지만 말도 없이 떠나서 미안해.” 가연이 평소와는 다르게 진지 모드에 들어가며 수강과 나를 그 자리에 세우며 말했다. 그러자 수강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또한 징그럽게 녀석들이 나를 안으며 한번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후딱 떨어져 버렸다. 가연 녀석은 좀 더 오랫동안 안고 있었지만...하지만 누군가의 말 때문에 좋아지려던 나의 감정도 한순간에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부서진 안식처 부릉ㅡ부르릉!! “여, 오랜만이야, 조제현! 그동안 잘 지냈나?” 기분이 좋던 나는 한 순간에 어둠의 나락 속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간만에 평화롭고 산뜻한 느낌이었건만 빨간색의 오토바이를 중심으로 때 거지로 뭉쳐 다니는 녀석들로 인해 좋던 기분을 다 날려 버렸다. 빵ㅡ빵!! 쨍그랑!! 도로 근처의 인도라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였었지만 이 무리덕분에 사람들은 멀지 감지 물러나 이 사태를 관망만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도로역시 오토바이들의 영향으로 이도 저도 못하고 빵빵 거렸지만 폭주족들이 휘두르는 쇠파이프에 유리가 박살나고서야 조용해졌다. “저번에는 고마웠어....손목 부러트린 거 말이야...아주 고마웠어!” “그래서...이번에는 반대쪽 손목을 부러지고 싶은 거냐? 간만에 기분 좋으니까 조용히 가라.” 체인 녀석들이 나에게 볼일 있는 것인지 나에게 다가오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마법을 써 쫓아버리고 싶었지만 보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놓아 둘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기분이 아주 좋은 상황이었기에 말로 해결하려고 했다. “여, 재석아...너도 한마디 해야지! 이리와!” 빨간 헬멧을 벗은 녀석이 뒤쪽에 누군가를 부르더니 한 녀석이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야, 조제현! 집 구경 잘했다. 혹시 우리한테 볼 일 있으면 저번에 있던 폐차장에서 보자고! 혹시 온다면 너는 죽을 준비 하는 게 좋을 걸?” “그만! 그 정도만 해둬라 많이 알려주면 재미없지~” “예, 행님!” “우리는 그곳에 있을 테니까, 자신 있으면 오라고! 집 구경 잘했어~ ....아주 따뜻했어!” 재석이 녀석이 우리에게 다가오며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었다. 상당히 기분 나쁜 웃음이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버렸다. 하지만 이야기가 계속 될수록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체인의 리더가 재석을 말리며 오토바이에 올라타며 끝을 맺었다. “우리는 폐차장에서 기다릴 테니까...무서우면 오지 않아도 되....오늘 하루만 있을 테니까! 가자!” “끼야호!!!!” 빠라바라 바라밤ㅡ!!! 부르르릉ㅡ부릉!!! 그 말을 끝으로 녀석들은 순식간에 도로를 질주하며 사라져 버렸다. 소란스러운 행동에 아직도 귀가 멍멍했지만 주위의 사람들은 어느새 아까의 일을 잊은 듯이 다시 거리를 활보하며 월래대로 돌아가 버렸다. “괜찮아? 혹시 집에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설마~ 무슨 일 있으려고! 자~ 오늘은 우리가 쏘는 거니까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두 남매는 나를 걱정하는 듯 말했지만 금세 표정을 고치며 나를 끌어당기며 저녁을 먹으러 향했다. 아까의 일은 완전히 잊은 듯이 활발한 웃음과 이야기로 나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하고 있었다. 녀석들의 섬세한 배려에 나도 기분이 다시 좋아 지는 것을 느꼈다. 짤랑~ “어서 오세요. 자, 여기에 앉으시죠.” 우리들은 가까운 곳에 돈가스 전문점인 할루얌이라는 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장사가 잘 되는 집인지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지만 다행히 자리는 금방 났다. 그리고 이곳에는 많은 젊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시끄러운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만큼 맛도 좋다는 뜻이었기에 나는 자리에 풀썩 앉으며 물을 원 샷 해버렸다. “여기요...음, 저는 생선가스로 주세요. 너희들은 뭐 먹을래?” “음....나는 돈가스 정식으로 주세요.” “나는 너희들이 알아서 시켜, 어느 것이 맛있는 건지 모르니까.” 수강이 종업원을 불러 주문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녀석은 생선가스를 선택해버렸고 남은 가연과 나는 조금 고민했지만 금방 고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곳에 잘 오지도 않고 와본 적도 없었기에 무엇이 맛있는 것인지 몰라 가연이 에게 대신 주문을 시키라고 말했다. “하하. 손님 여기는 다 맛있답니다.” “그럼....제현이 네 것은 나랑 똑같은 돈가스 정식 어때?” “좋아. 그걸로 주세요.” 종업원 녀석은 가식적인 웃음을 띠며 모든 것이 맛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가연은 그런 종업원의 얼굴을 한번 보더니 같은 정식을 시켜 버렸다. 나로서는 가연이 시키는 대로 먹는 수밖에 없었다. 꼼지락. 나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둘은 이야기 거리가 없는 것인지 자신들의 손을 바라보며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약간의 어색한 시간이 이어졌지만 금방 나온 음식들로 어색한 것을 날려 버렸다. “자. 여기 생선가스 하나, 정식 둘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종업원이 순식간에 음식을 날랐다. “오물오물...그러고 보니 우리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제현이 네 얘기도 좀 해 괜히 우리만 이야기 하니까 좀 미안하기도 하고...” 수강이 열심히 생선가스를 먹으며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가연도 맞장구를 치며 나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는 식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 탈칵 “흠...별로 할 이야기도 없는 걸? 재미난 이야기 거리도 없고...” 순식간에 먹을 것을 다 해치워 버린 나는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식기들은 테이블 위로 내려 두며 이야기 했다. 솔직히 별로 할 이야기 거리가 없었고 재미난 이야기도 없었기에 할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 그러면 이제부터 우리가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방학이 되면 물놀이도 가고 뭐...여러 군데 다니면서 추억도 만들면서 그러는 것도 좋다고 생각 하는데? 언제 전쟁 같은 것도 터질지 모르고...휴식이라고는 여름 방학 뿐이잖아?” “제현아....” 나의 무뚝뚝한 말에 다시 한 번 침묵이 이어졌지만 모든 식사를 마친 후에야 다시 이야기를 시작 할 수 있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당연한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나와의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가연도 나의 승낙만을 기다리는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마구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건 방학이 되고 그때까지 무슨 일이 없을 때 이야기지...그리고 난 네 녀석들의 기관인지 클랜 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곳에 속해 있는 것도 아니야! 그저 무소속의 능력자일 뿐이고....같이 목숨을 맡길 만큼 너희들은 나에게 신뢰를 얻지 못했어.” “제현아...” “하하...이런 딱딱한 이야기는 접고 슬슬 제현이 너희 집으로 가보자....배도 채웠고 말이야.” 나의 도발적인 발언에도 두 녀석은 화내기는커녕 미안함과 연민의 눈빛만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눈매가 사나워지는 것을 본 수강은 화제를 돌려 나의 집으로 갈 것을 말했다. 나도 더 이상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와 버렸다. 두 녀석도 빠르게 계산을 마치고 나의 뒤를 쫒았다. 하지만 더 이상의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았다. 나의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긴 침묵 만 있을 뿐이었다. 구르르릉 다만 다시 비가 내리려는지 천둥만이 요란하게 울릴 뿐이었다. 그 소리에 시끌하던 거리도 약간 조용해졌다. 그 현상에 우리들의 주위에는 요상한 기류만이 감돌뿐이었다. 부서진 안식처 화르르륵!! 삐뽀ㅡ삐뽀!! 우리는 시내를 빠져나와 나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소방차와 무언가 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직 초저녁이라 그런지 약간은 밝았지만 어두컴컴했기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화르르륵!! “뭐.....야!” 나는 집으로 점점 다가갈수록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지금 불이 나고 있는 곳은 우리 아파트였고 소방차들이 여러 대나 와서 소방호수에서 물을 뿌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아파트 주민들이 밖으로 나와 구경하고 있는 상태였다. “어머, 어머, 불난 것좀 봐....연기도 많이 나오는 것 같고. 집에 아무도 없겠죠? 김씨?” “그러게요. 사람이 없으면 좋으련만....어떻게 하다가 불이 난 건지....집 값 떨어질지 몰라요..” “집 값 떨어지면 저 집 책임이에요. 안 그래도 지금 떨어지는 중인데 더 많이 떨어지겠어요.” 두 여편네가 우리의 주위에서 재수 없는 말을 씨부러 재끼자 나는 화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은 집이 불타 애가 타는 데 저 년들은 집값이 떨어진다고 오도 방정을 떠니 이곳을 확 없애 버리고 싶었다. “닥치지 이 여편네야!? 조용히 집에서 얘 새끼 밥이나 지어 줄 것이지 왜 나와서 불난 집에 부채질 하고 지랄이야? 꺼지지 못해?” “어머, 어머, 재수 없어! 학생 인듯한데 정말 불량하군!” “불쾌해! 임씨 우리 가요! 더 이상 여기 있다가 무슨 꼴 당하겠어요! 흥!” 나는 두 중년 여자가 씨부리는 것을 방관하지 않고 짐짓 엄청 화났다는 어투로 중년 여성에게 말했지만 자신들의 이야기만 하고 어디론가 도망치듯 뛰어 갈 뿐이었다. “제현아.....어떻게 해?” “어쩐지 고분이 지나간다고 했어! 개새끼들 죽여 버리겠어!! 헤이스트(Haste)” 가연이 걱정한 얼굴로 나에게 물어왔지만 나의 귀에는 그것이 들리지 않았다. 다만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누군가를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만이 들 뿐이었다. 지금도 집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불은 진화되지 못해 계속해서 타오르고 있었다. “집 안에는 부모님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많이 있었단 말이다!! 죽여 버리겠어!!” 집 안에는 수많은 낡은 가구들과 가전 기기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부모님과 생활하면서 때 묻은 것이었기에 아련한 추억을 생각하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화가 난 것이었다. 단순히 집만 탄 것이었다면 이렇게 화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스팟ㅡ탁ㅡ탁!! “제현아! 기다려! 같이가~” “야~” 나는 생각 할 겨를도 없이 헤이스트를 사용했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헤이스트의 영향으로 나의 몸은 깃털처럼 가벼워짐이 느껴졌고 순식간에 신형이 앞으로 쭉쭉 밀려 나갔다. 앞의 장애물도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정신없는 와중에도 피하고 있었다. 평소의 몸놀림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 “페이드 스텝을 배운 것도 아니면서! 우리보다 빨라!!” “언제 저런 움직임은....달리기만큼은 자신 있었는데....힝.” 뒤쪽에서 열심히 달려오는 두 남매의 말소리가 들려왔지만 나의 귀에는 바람소리로 착각 할 정도였다. 페이드 스텝, 한국의 초능력자라면 필수적으로 배우는 보법, 움직임이다. 페이드 스텝을 사용하면 평소보다 달리기가 빨라지고 움직임이 가벼워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두 남매가 펼쳐 내고 있는 페이드 스텝도 거의 완벽한 단계이기에 웬만한 무림의 경공과도 견주어 지지 않을 정도였기에 말 다한 것이었다. 하지만 앞서 가는 나의 움직임은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개새끼들아!! 어디 숨었어! 썩 나오지 못할까!!” 단숨에 폐차장으로 달려온 나는 숨이 찬 기색도 보여 지지 않았다. 다만 눈에서는 무엇이든 빨아들일 듯 한 차가운 어둠만이 존재 할 뿐이었다. 하지만 어떠한 기운도 눈에서는 뿜어져 나오지 않았다. 마치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겠다는.... “여! 그동안 잘 지냈어? 집은 무사하고? 우리가 서비스로 119까지 불러 주고 갔는데 말이야. 부러진 손목은 다 낳았어...저번 보다 더 욱 단단해 진 느낌이야...하하하!” 어딘가에 숨어있던 수많은 체인 녀석들이 몰려 나왔다. 제각기 쇠파이프와 체인, 심지어는 칼까지 소지한 녀석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몸에서 느껴지는 마나는 평범함 그 자체였다. 뿜어져 나오는 기세역시 평범했기에 나는 녀석들의 서펀서가 단순한 조직폭력배라고 생각해버렸다. “조제현...저번에 이빨 날려 준거 고마워?! 인조 이빨까지 하고 다녀야 하는 내 마음 알아?! 네놈도 이빨 날아갈 준비 하는 게 좋을 걸? 흐흐흐.” “존나 쫑알거리네, 잔말 말고 덤벼라. 박살을 내줄테니. 저기 있는 오토바이들도 불탈 준비나 하는 게 좋을 거다.” 사아아악!! 마지막으로 재석이 녀석이 앞으로 나오며 씨부러 재끼고는 급히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나의 살기가 뿜어져 나와 녀석들의 몸을 강타하자 약간 떨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주저앉거나 도망가는 녀석들은 아무도 없었다. 짝, 짝, 짝 “이거, 이거, 그냥 복수인줄 알았더니. 이거 거물 인 걸? 그 정도의 살기라니. 그냥 써먹으려고 복수를 대신 해주려고 했더니 쉽지 않겠어...? 네놈은 어디 소속이냐?” “네놈이 살기를 와해시킨 놈이냐? 그럼 네놈도 같이 박살 내버리겠다. 보아하니 짱개의 나라 중국에서 온 것 같은데 중국이나 가서 발가락이나 빨고 주저앉아 있어라. 좋게 말 할 때.” 수많은 체인 녀석들의 뒤에서 여러 명의 검은 복장을 한 녀석들이 앞으로 나오며 나의 살기를 와해 시켜 버렸다. 저번의 이상한 변태 녀석보다도 강 한 힘이 느껴졌다. 단순한 움직임으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나의 몸으로 엄습해왔지만 아직까지 나는 여유가 있었다. “야! 조제현! 같이 가자니까!” “어? 저 검은 복장, 누구야?” 두 남매가 뒤늦게나마 나의 옆으로 다가 오며 검은 무리를 쳐다보며 나에게 물어 왔지만 나의 대답은 간단했다. “우리나라의 적이다. 그리고 나의 적이지.” 나는 그 말을 마치고 몸속에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던 마나를 잡아당기며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부서진 안식처 “곧 죽을 놈들이 말이 많구나. 이곳은 네놈들의 무덤이 될 곳이다!” 흑의와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녀석 중 하나가 나를 보며 말함과 동시에 땅을 박찼다. 쇄도하며 뻗어오는 기운에는 무엇이든 부셔버릴 듯 한 기운이 실려 있었다. 그 강렬한 검풍(劍風)이 나의 전신을 덮치듯 날아오고 있었다. 파아앙!! 녀석의 칼질은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위쪽에서 아래로 내려친 검로를 따라 다발의 검기를 내뿜으며 공기를 밀어 내며 나에게로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날아오는 검풍을 실드로 막아버리는 것으로 파훼 해버렸다. 하지만 녀석의 검풍이 강했기에 나의 몸은 ‘치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뒤쪽으로 조금 밀려난 상황이었다. 녀석의 첫 일격이 무위로 돌아갔음에도 흑의를 입은 무리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다만 약간 흥분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고수는 고수인지 자세를 고치며 재차 달려들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쪽에서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기에 나의 옆에 있던 두 남매도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며 싸움에 임하고 있었다. “저 녀석들이 저런 놈들이었어?” 오싹! “우리가 저런 놈을 상대하려고 했었다니...으으” 뒤쪽에 숨어서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던 체인 녀석들은 몸을 부들 떨며 놀랍다는 어조로 말을 하고 있었다. “찻! 성가신 녀석! 언제까지 막을 수 있나 보자 이놈.......!” 파팡! 녀석들의 합격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주 잘 상대해 나가고 있었다. 실드와 적절한 마법으로 녀석들의 체력을 낭비 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의외로 숙련된 고수들이었다. 저번에 오 마트에서 만났던 녀석들과는 다르게 조직적이고 빠른 움직임이었다. 또한 쓸 때 없는 움직임은 전혀 하지 않고 공격에만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스각! 녀석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는 것인지 번 번히 나의 기술들이 막히고 있었다. 녀석들은 나의 매직 미사일을 발로 걷어 차고는 그대로 몸을 띄우고 허리를 돌려 검을 내려 찍었다. 하지만 그것인 한둘이 아니었고 다른 방향에서도 공격이 들어왔기 때문에 나의 공격은 미미한 상태였다. 대부분 방어에 치중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슈슝! 약간의 빈틈을 노린 나의 수많은 매직 에로우 들과 파이어 볼이 하늘을 비상하며 녀석들을 공격 했지만, 녀석들의 짧게 끊어서 휘두른 수많은 검로를 따라 발출된 검기들에 의해 막혀 버렸다. 솨아악! 다시 한 번 나의 매직 에로우에서 파이어 볼로 이어지는 연계 공격이 있었다. 하늘로 뛰어 오른 자세에서 공격을 펼친 나의 자세는 약간 무너진 채였지만, 약간 몸을 틀어 아이스 스피어로 날카롭게 녀석들의 움직임을 저지하며 공격을 가했다. 약간 소득이 있었는지 녀석들의 검은 옷이 찢어지며 누런색의 살에서 피가 조금씩 배어 나오고 있었다. “쥐새끼처럼 잘도 도망 다니며 공격을 하는 구나!” “멍청한 놈들! 나 하나 처리 못해서 쩔쩔 매는 꼴이라니! 정신이 조금 드냐?” 약간의 소강상태로 녀석이 나에게 도발하듯 하는 말을 걸어왔지만 나는 녀석에게 간단한 일침을 가하며 대화의 맥을 끊어 버렸다. 그것이 효과가 조금 있는 것인지 녀석의 호흡이 조금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분노가 주위에 있던 흑의를 입고 있던 사람들에게 까지 전해지더니 조금 전보다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움직임이 더욱 조심스러워 지는 것을 느껼 수 있었다. ‘길게 끌면 불리하다....나에게는 저 두 남매까지 책임을 져야 하니.....!’ 나의 생각은 맞아 떨어졌는지 적의 칼에 팔을 조금 베인 가연이 수강의 뒤로 물러나는 모습이 보였다. 사실 적으로 저 녀석들을 끌어 들인 것도 나의 책임이었기 때문에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수강이 강하기로 서니 다수의 상대로 얼마나 버틸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강도 엄연한 B급의 능력자였기 때문에 약간의 걱정을 날려 보낼 수 있었다. “지금 저쪽 걱정 할 때가 아닐 텐데? 네놈 걱정이나 해라! 하압!” 녀석의 검신이 나에게로 날아들었다. 손목을 약간 회전 하며 들어오는 손목 끝에서 한 자루의 검로(劍路)가 이어지며 나의 상단을 노리고 파고들었다. 슈아아악!! 녀석의 굉장한 기세를 담은 검을 그대로 막을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몸을 비틀어 옆으로 몸을 비틀면서 황급히 에어로 봄(Airo Bomb)으로 공기를 터뜨리며 검을 피했지만 연달아 날아오는 검을 다 피할 수는 없었던지 옆구리를 베이고 말았다. “큭! 젠장! 윈드 블레이드(Wind Blade)” 간신히 스치듯 지나간 검상의 충격을 참은 후 몸의 자세를 잡기도 전에 검이 날아들었지만 엄청난 기세는 실려 있지 않았기에 실드로 막아 버린 후 녀석들을 향해 윈드 블레이드를 날렸다. 슈우우욱! 강력한 마나가 실린 마법에 커다란 파공성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강력한 여파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나의 발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빠르게 피가 흘러내리는 곳을 힐로 지혈 한 후 녀석들에게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tning)을 날려 보냈다. 빠지지직!! 거의 동시 다발적인 공격으로 녀석들은 몸에 강력한 전기 충격으로 검을 놓치는 상황까지 가게 되었다. 실로 대단한 공격이었다. 몸속에서 빠르게 유동하며 흐르는 마나가 이런 빠른 연계까지 가능하게 만든 것이었다. 마치 한 단계 상승의 경지에 이르러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파팡! 검을 놓친 직후 바로 고쳐 잡아 공격에 들어오는 녀석들의 모습에 나는 치가 떨릴 정도였다. 확실히 실력이 있는 녀석들인지 잠시라도 방심 할 수 없는 녀석들이었다. 녀석들은 작정을 한 것인지 방어는 전혀 하지 않는 상태에서 나의 축이 되는 발과 양쪽 팔을 잘라 낼 심산인지 들어가는 매직 에로우를 몸으로 받아 내며 나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미친! 실드(Shield)” 녀석들은 동귀어진(同歸於盡)까지 생각 하는 것인지 깊숙이 나의 몸 쪽으로 파고들었지만 나의 적절한 방어에 공격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지만 나의 간담이 서늘할 정도의 검식(劍式)으로 나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두 남매가 위험해진다.’ 지금 나와 싸우는 녀석들과의 상황에서는 확실히 우위를 잡았다. 하지만 문제는 결정적인 일격을 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녀석들 중 소수지만 상대하기 까다로울 정도로 고수가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서두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인지 동귀어진을 하되 시간 간격을 두어 들어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무리한 공격을 해오지만 무작정 들어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의 마법에도 치명타는 꽂아 넣기는 어려웠다. 강력한 상대가 나의 마법을 갈라 버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큰 마법을 사용하자니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었다. “꺄아악!” 갑자기 가연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고 나의 마음은 더욱 다급해졌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는 않았기에 더 이상의 공격은 허용하지 않았다. ‘안 돼. 이대로는 안 돼!’ 나는 속으로 안 된다는 소리만 내뱉으며 싸움에 집중하고 있었다. 부서진 안식처 ‘빨리 이놈들을 처리해야 도울 수 있다. 어떻게든 방법이!!’ 나는 공격과 방어의 빠른 전환이 익숙해질 때까지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지치지는 않았다. 녀석들은 약간씩 지치는지 공격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지금이야 말로 찬스중의 찬스였기에 나의 자신감은 치솟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착각에 불과 했던지 녀석들은 완벽한 방어를 하고 있었다. “번플레어(Burn Flare)!!” 꽝! 파파파팡!! 약간의 캐스팅 시간을 벌수 있었던 나는 그 시간 안에 쓸 수 있는 마법 중 5서클의 폭발 성 있는 마법으로 녀석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껏 들여 부은 마나 덕분에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강력한 폭음이 이어지는 마나의 충돌이 귓전으로 흘리며 폐차장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다행히 싸움 시작 전에 사일런스로 소리가 세어나가지 않게 했기에 밖으로 세어나갈 염려는 없었다. “크아아악!” 흑의인중 하나가 폭발에 휩쓸려 몸이 터져 나가는 사태까지 가고 있었다. 가장 약했던 녀석인지 동료들은 측은한 눈빛하나 보내지 않고 번플레어의 영향권을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던 녀석은 온 몸이 터져 나간 뒤에도 살아있는지 팔과 다리를 약간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만 금세 축 늘어지며 생을 마감 하고 말았다. ‘이제 넷인가?’ “무슨, 저딴 기술이! 사술이다. 조심해! 저놈이 사술을 쓴다!” 순식간에 당해 버린 한명의 동료를 보고 깜짝 놀란 흑의인중 하나가 보였다. 하지만 동요하는 녀석들은 없었고 사술이라는 말에 약간 긴장을 하며 경계를 하는 녀석들만이 보이고 있었다. ‘약간의 시간, 찬스다. 조금만 뒤로 물러나라, 멍청한 놈들!’ 나는 속으로 마법을 캐스팅했다. 하지만 마법의 발동 범위가 있는 마법이었기에 약간의 거리를 재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예상이 빛나간 것인지 빠른 움직임으로 다가온 녀석이 휘두른 칼을 피해 움직이는 것이 전부였다. 이대로 마법을 캔슬하고 피하자니 들인 마나가 아까운 순간이었다. 적절한 나의 피하기로 목표까지 온 나는 다시 한 번 몸을 굴리며 그 자리에 마법을 시연했다. “데스 스웝(Death Swamp)!” 솨르르륵! 옆으로 피하며 사용한 마법이 펼쳐졌기에 녀석들은 그 자리에서 밑으로 점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데스 스웝, 이것은 죽음의 늪으로 저번에 사용한 적이 있던 마법이었다. 빠른 대응으로 피한 세 명의 녀석들은 자신의 동료를 도우러 갔지만 구할 수 없었다. 빠르게 밑으로 빨려 들어가는 동료를 보며 암담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구해줘! 제발ㅡ크아악!” 녀석은 무슨 공포를 맛보는 것인지 빠르게 발 부등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빠르게 밑으로 가라 앉아 버릴 뿐이었다. 빠르게 밑으로 가라앉다가 목 부위만을 남겨 두고 마법이 갑자기 멈추어 버렸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 한 것이었다. 데스 스웝의 최대의 적이 본의 아니게 물이었다. 물이 늪의 전체를 감싸면 활성화 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작용 하는 것이기 때문에 치명적인 것이었다. 다행히 땅에 파묻혔을 뿐 살아난 녀석은 기절을 한 상태로 더 이상 싸움에 끼어 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솨아아아! 장대 비 같은 것이 내리기 시작하자 주위는 더욱 어둑어둑 해지며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변해 버렸다. “인비지빌리티(Invisibillty)” 나는 어둠과 비로 기적마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투명화 마법으로 몸을 어딘가로 숨겼다. 그 뒤에 연달아 나의 강력한 마법이 사용 되었고 녀석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녀석들의 기운이 점점 쇠약해지며 약해지고 있었다. “나와라! 어디 있느냐!” 검을 이리 저리 휘두르며 위협 했지만 그다지 위협적이지는 못했다. 적을 전혀 볼 수없는 상대에게 두려움과 위험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면 들키는 것인지 비로 인해 질퍽해진 땅으로 약간의 기척과 움직임이 세어 나갔기 때문에 투명한 상태로 녀석들을 공격 할 수는 없었다. “여기 있다. 힘이 다한 모양이지? 이젠 그 잘난 움직임도 느려 졌구나! 크크크큭! 너희 뒤에 놈들도 긴장하는 게 좋을 거다. 지금 도망가려고 해도 소용없어!” 나는 투명마법을 해체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없어져 있던 나의 등장에 놀란 표정을 짓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복면도 축축해 녀석의 숨 쉬는 모습까지 생생히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뒤에서 숨죽이며 쳐다보고 있는 체인 녀석들에게 한마디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폐차장이라 그런지 부서진 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라이트 불에 의존해 싸우는 것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비까지 오고 있었기에 시야를 확보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었다. “웃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지 않나? 멍청한 놈!” 이제 세 명만이 생존해 나를 위협하고 있었지만 이젠 무슨 마법이든 펼쳐낼 자신이 있었다. 솔직히 불리한 상태로 다수와 싸울 때는 가장 약한 놈부터 노려야 하지만 지금은 그럴 정도로 불리한 상황도 아니었다. 녀석의 말이 끝나자 뒤에서 대기 하고 있던 두 명이 튀어 나왔다. 쐐애애액! 두 가닥의 검기가 나에게로 뻗혀 오고 있었다. 튕겨져 나오는 신형을 뒤로 녀석들의 팔목을 시작으로 검의 끝이 회전하며 나를 찔러 들어오고 있었다. 마치 드릴처럼 무엇이든 구멍을 낼 듯 한 기세였다. 흐르듯이 몸을 낮추고 날렵하게 파고드는 녀석들이었지만 스피드는 예전만 하지는 못했다. 파팍! 그대로 휘둘러 찔러 들어오는 일격들이었지만 나의 몸은 간단하게 옆으로 피하며 아이스 애로우(Ice Arrow)로 녀석들의 몸을 향해 쏘아 보내며 거동이 불편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두 놈은 나의 일격에 전투 불능의 상태로 바뀌어져 버렸다. “이제 네놈 혼자다. 순순히 항복하고 검을 놓아라!” “누가 할 소리! 저쪽에도 아직 많은 수의 부하들이 남아 있다. 네놈만 처리하면 끝이야!” 나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는 듯이 소리치며 두려움을 떨져 내는 모습이 보였다. “죽어라!” 녀석은 비를 뚫고 달려 오고 있었다. 그리고 제법 날카롭게 찔러 들어왔다. 나쁘지 않은 실력이었지만 많이 지쳐 있었기에 정확도는 상당히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몸을 회전하며 녀석의 허벅지 쪽을 향해 매직 에로우를 냘렸다. 하지만 그걸 막을 여력은 되는 것인지 검으로 그것을 튕겨내며 다시 한 번 나에게 검을 치켜세우며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철컥! 스각! 검을 치켜세운 녀석은 측면으로 나아가며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달려들었다. 곧 검 날이 사나운 기세로 짓쳐들었다. 중단을 노려 오는 검격이 엇지만 나의 몸이 오른쪽으로 가볍게 돌아가며 검을 피했다. 그리고 오른쪽 발로 가볍게 땅을 퉁구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찰싹! “바보 같은 하늘로 올라서면 움직임이 불편하다는 것도 모르는 것이냐!? 죽어라! 유운검법(流雲劍法) 오의 봉정(鳳精)” 차르르릉ㅡ! 하늘로 날아오른 나의 모습이 어이없게 느껴졌던지 녀석은 있는 힘껏 기운을 모으며 최후의 일격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술이었다. 검에서는 잔잔한 검명(劍鳴)이 울리는 듯했고 검에서는 무엇이든 잘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한지 기운이 넘실넘실 퍼져 내리는 비를 하늘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검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들이 주위의 기운을 차단하는 것인지 더 이상 빗물이 튀지를 않았다. 쇄애애액!! “저번에는 화산이더니, 이번에는 무당이냐?! 미안하지만 그건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공간의 흐름이여, 잠시 동안 나의 눈앞에 그 차원의 문을 열어다오. 블링크(Blink)” 파앗! 강한 힘이 느껴지는 만큼 빨라야 했지만 계속되는 전투와 심한 체력소모로 느린 속도로 날아들고 있었다. 그런 눈먼 칼 같은 것에 맞을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기에 블링크로 가까운 곳으로 이동해버렸다. 녀석은 순간 목표를 잃은 개처럼 허공만 가르며 그 기운은 흩어져 버렸다. 솨아아아! “이제 끝이다. 멍청아!” 나는 몸속에서 요동치는 마나를 빠르게 끌어 모으고 있었다. 비는 계속 쏟아지고 있었고 간간히 천둥까지 치며 주위를 조용하게 만들고 있었다. 파앙! 수십 개의 구슬들이 나의 주위를 맴돌며 돌고 있는 있었다. 그 구슬 같은 마탄은 순식간에 쏘아지며 녀석의 온몸을 꿰뚫어 버렸다. 마족의 기술이었기에 효과는 단번에 나타나고 있었다. 파괴만이 있을 뿐이었다. 살을 가르며 뼈를 갈랐고 관통해버렸다. 내부 장기들은 그 구멍으로 인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피 또한 바닥으로 뻗어 나오고 있었지만 금세 그 피는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굵은 빗줄기가 그 피를 체인 녀석들이 있는 곳까지 흘려보내고 있었다. 부서진 안식처 체인 녀석들은 멍하니 소리만 듣고 있는 중이었다. 간간히 모습은 보이지만 멍한 표정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르기 때문이었다. 분명 전투는 벌어지고 있는데 싸우는 자들의 모습이 눈으로 쫓아 갈수 없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당해버리는 흑의 인들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며 떨고 있었다. 그들의 들을 수 있는 것은 소리와 공기과 무언가 터져 나가는 소리뿐이었다. “미, 밑을 수 없어, 도데체 게임이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능력들이라니.....어떻게?” “그, 그러게.....사람의 몸이 터져나가질 앉나, 땅속에 파묻히질 않나. 우리가 그런 녀석들과 싸우려고 했었다니!” 퍽! “이 새끼가 반말 까고 지랄이야!” 체인 녀석들 중 체인의 리더와 재석은 경악한 표정으로 밖을 살피고 있었지만 순식간에 당해버린 흑의 인들의 모습 때문에 멍하니 주저앉을 고 있었다. 도망가려고 해도 다리에 힘이 없으니 갈 힘도 없었다. 현실 도피를 하는 자들이 생겨날 정도였다. “크윽!” 수강의 신음에 찬 비명이 폐차장에 울려 퍼져 공기를 진동시켰다. 총 흑의 인중 내가 반을 상대했기에 지금 남은 인원은 다섯이어야 하지만 수강과 가연이 세 명을 처치했기에 단 두 명만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힘을 다 소진한 가연은 전투 불능의 상황이었고 수강은 힘은 남아 있었지만 부상으로 움직이기 힘든 상태였다. “젠장! 뒤로 비켜 있어, 이곳은 내가 맞을 테니! 저 떨거지나 지키고 있어라! 마탄!” 티티팅!! 나는 수강을 뒤로 보내고는 두 명의 흑 의인에게 마탄을 날려 보냈다. 하지만 체력도 정신력도 그대로 남았다는 듯이 모두 쳐 내며 빠른 속도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은 나에게 불운이었다. 튕겨난 마탄이 소멸 해버렸고 그 자리에 마나가 남아 있었기에 그것을 이용한 공격이 나에게 날아 온 것이었다. 하늘에 내리는 굵은 빗방울을 검면으로 쳐내 나에게 날린 것이었다. 검풍의 의용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방울 하나하나에 내력이 실려 나의 몸 쪽으로 날아 온 것이다. “아이스 월(Ice Wall)” 쩌저적! 순간 나의 눈앞에 아이스 월이 형성되었다. 날아오던 수십개의 빗방울들이 아이스 월에 부딪히며 소멸해 버렸다. 나는 그대로 있지 않고 얼어붙어 있는 아이스 월을 향해 공격을 했고 아이스 월은 터져 나갔다. 퍼ㅡ퍼펑!! 수십 가닥으로 터져 나간 아이스 월은 수많은 파편을 만들어 내며 흑의 인들에게로 날아들었다. 녀석들의 얼굴을 가려주던 천이 찢어지며 얼굴의 일부분이 나타나고 있었다. 새하얀 얼굴아래 도톰한 입술이었다. 남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투 중이었기에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마탄을 난사했다. 하늘의 가득 매우는 수 십 발의 마탄들이 빗방울을 해치며 흑의 인 중 얼굴을 가리던 천이 찢어졌던 녀석에게로 집중되었다. 갑작스런 빠른 대응에 놀란 듯이 창백해진 녀석의 얼굴이 보였다. 누군가 끼어들며 앞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여지없이 마탄이 몸 구석구석을 꿰뚫고 사라져 버렸다. 퍽!! “도대체! 왜?!” “발 빠른 네가 이 사실을 알려라! 어서! 잠시나마 이곳을 내가 막고 있겠다!” 흑의 인중 하나가 인간방패를 하며 모든 마탄을 몸으로 받아 냈다. 하지만 몸은 수십 발의 마탄으로 인해 구멍이 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아직 살아 있는 것인지 몸을 틀어 뒤쪽에 서 있는 녀석에게 도망 갈 것을 당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연달아 날아오는 매직 에로우로 명을 달리 하고 말았다. 하지만 순식간에 소매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던지는 모습이 보였다. “연환십이참(連環十二斬)!” 슈슈슈슉!! 셀 수 없을 정도의 암기들이 어딘가에서 발사되며 나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단순한 공격 법이 아니었다. 수십 겹의 암기로 이루어진 검풍 처럼 보였다. 하나하나가 강기가 실린 것이 보통 내기로 보이지 않았다. “병신! 못 막겠지? 막을 수 있다면 모두 막아 봐라! 연환십이참(連環十二斬)!!” 슈슈슉!! 계속 블링크로 피하던 나의 모습이 약 올랐던 것인지 그 녀석은 암기를 던지는 와중에도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마치 못 막으니까 도망간다는 듯이 말이다. “그딴 암기쯤은 간단하게 막을 수 있다. 오라, 변치 않는 어둠이여 영원의 결계를 만들어 나를 보호하라. 다크 배리어(Dark Barrier)” 나는 있는 빠르게 캐스팅을 하며 어두운 색의 배리어가 완성되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마저도 막으며 녀석이 날릴 암기에 대비 하고 있었다. “병신! 호신강기 마저 부술 수 있는 비월시(飛月矢) 이게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폭우이화침(暴 雨梨花針)!!!! 바보야! 나는 간다!” 사사사삭! 녀석은 검사출신이 아니었던지 암기를 수십 발을 던지며 어딘가로 도망치고 있었다. 나는 순간 아차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이것을 막는 수밖에 없었다. 무슨 중궁 말로 시부러 재끼고 어디론가 도망가 버린 녀석이 어디에로 갔는지 궁금하지만 지금은 다른 생각이 끼어들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다. 사실 비월시는 중국에서 알아주는 암기였다. 다루기가 약간 까다롭지만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호신강기전문 파훼 암기였기 때문인지 구하기도 어렵지만 사용하기도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단 발출이 되면 은밀하기까지 하여 상당한 경지에 오른 고수라도 상대하기가 까다롭다고 알려진 것이었지만 그것을 알 턱이 없었기에 태연하게 다크 배리어 속에서 잡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그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은 한참이 지난 후였다. 펑! 슈슈슉ㅡ퍼퍼퍽! 무언가 다크 배리어를 뚫고 들어왔다. 나의 눈동자가 커지며 눈이 부릅떠졌다. 이질적인 차가운 금속이 온몸을 파고들어 있었다.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고통들이 점차 없어지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컥! 커컥! 젠장! 독까지 발라 놓다니!! 이게....중국의 암기술?” 다른 방법으로 막았다면 어떻게든 막을 수가 있었으리라고 생각하며 입에서는 검은 피와 붉은 피가 석여 연신 꾸역꾸역 입안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몸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몸을 비틀거리며 해독마법을 준비했다. 이미 다리에 힘마져 풀린 것인지 비틀거리며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다시 한 번의 공격이 더 들어온다면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하늘마저 비웃듯이 천둥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쿠르르릉ㅡ쾅!! 솨아아아!! 참으로 어이없는 기술이었다. 폭풍처럼 돌다가 한 지점을 정 한 듯이 일제히 날아오는 암기 술은 게임에서도 보지 못했던 기술이었지만 어이없는 한수였다. 된통 당했지만.....말이다. 치료제 없는 병 쿨럭ㅡ컥! “포이즌 큐어 (Poison Cure)!” 솨악! 얼마나 포이즌 큐어를 걸었는지 모른다. 단순한 독이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마법을 사용할수록 더욱더 악화되어 가고 있었다. 정신이 몽롱하며 몸을 제대로 가눌 수도 없었다. 또한, 마나까지 제대로 유동하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바보야! 어떻게 된 거야?!” 푹ㅡ! 가연이 다가 오며 나의 몸에 밖 혀 있던 수많은 철심들을 뽑아내고 있었다. 나의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잘 모르는 것인지 치유마법을 왜 안 쓰냐는 식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힐(Heal).....포이즌 큐어 (Poison Cure)!” 다시 한 번 상처 치유마법과 해독 마법을 펼쳤다. 철심이 밖 혀 있던 자리는 순식간에 아물어 버렸지만 어찌된 것인지 독은 해독될 기미가 전혀 없었다. 다만, 마나가 점점 없어지는 것이 몸에 상실감만 더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1시간도 되지 않아서 모든 마나가 사라 질 것만 같았다. “안 되겠다. 우선 집으로 옮겨야겠어!” “하아, 하아, 난 괜찮다. 걱정하지 마.” 수강은 나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는 빨리 집으로 옮기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제지하고는 몸을 폐차에 지탱하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얼마 걷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단순한 독 인줄 알았지만 마나가 점점 사라져 가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지독한 독에 당 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도와준다니까! 바보야! 업혀!” 수강은 나의 모습이 보기에 심히 안 좋았던지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강제로 등에 업었다. 단단히 나를 붙잡은 뒤 녀석은 빠른 속도로 폐차장을 벗어나 자신의 집으로 가고 있었다. 물론 가연도 몸을 일으켜 쫓아오고 있었지만 힘이 다해 빠른 움직임은 내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떻게 해! 이거 풀어 주고 가야지~” 솨아아아아!! 폐차장 한 구석에서 수많은 무리들이 이도 저도 못하고 날이 새도록 그곳에 짱 박혀 있어야 했다. 홀드라는 마법에..... * * * 띵동ㅡ띵동! 빠르게 달려온 수강은 문의 초인종을 쉴 새 없이 눌려대고 있었다. 그러기를 30초쯤 되었을까 그제 서야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수강은 얼마나 빠르게 달려 왔던지 숨이 많이 흐트러져 있었다. “아버지! 제현이가, 제현이가 이상해요!” 뚝, 뚝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온 수강은 물이 떨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나오는 것은 메이드 누나들뿐이었다. “누나! 빨리 부모님 좀 불러 와 줘요. 빨리” 반갑게 맞아 주기위해 말을 하려던 메이드는 등 뒤 업혀 있는 나를 보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래, 무슨 일이냐. 늦은 시간에....” 눈앞의 아저씨는 나를 발견 하고는 두 눈이 커질 대로 커져 버렸다. 외상으로는 아무 상처도 나 있지 않았지만 속에서는 빠른 속도로 마나가 사라져 가고 있었다. 점점 사라져 가는 그 상실감이 장난이 아니었고 눈동자도 서서히 풀리려 하고 있었다. 빨리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어떤 일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여보! 여보 빨리 내려 와봐, 아픈 사람이 있어!” 수강은 가까운 소파에 나를 누이며 걱정한다는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이제 마침 돌아온 가연 역시 불안 한 듯이 나만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네 녀석들에게 뭐냐? 왜 이렇게 까지....” “바보야! 친구잖아! 친구 걱정하는데 뭐가 필요 하냐!” “그러냐? 친구란 말이지?” 나는 점점 사라져 가는 마나로 인해 정신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몰려가 있었다. 문득 이 녀석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 힘겹게 입을 떼며 녀석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나의 말에 한 점의 동요도 없이 바로 말하고 있었다. 왠지 녀석들의 말을 들으니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너희들은 올라가서 몸이나 말리고 있으렴, 여기는 우리가 맡을 테니.” 마침 아주머니가 내려와 나의 몸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빠른 손놀림으로 나의 팔을 움켜쥐더니 자신의 기운을 나의 몸속으로 불어 넣고 계셨다. 그 기운은 따뜻하면서도 밝은 기운이었다. 기 기운이 나의 전신을 헤집고 다님에도 전혀 거부감이 일지 않았고 부모님의 품속에 들어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따듯했다. 그 기운이 나의 몸속을 돌면 돌수록 회복 되어가는 듯했지만 그만큼 다시 상태는 악화 되어 가고 있었다. 몸속의 식충이가 든 것인지 밝은 기운마저 갈아 먹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중국의 산공독(散功毒)의 일종 인 것 같아요. 한 종류가 아닌 것 같고....아마 미혼산(迷魂散)과 함께 산공독까지 섞여 있는 것 같은데....” “치료 할 수 있겠어?” “몸속의 사이킥 에너지가 천천히 사라지게 할 수는 있어요.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지만 몇 일간 초능력을 사용하지 못하겠지만.” “하....그럼 어떻게 해야 좋을 지...” 정신의 끈이 사라져 가기 전에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나는 치유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몇 일 지나면 돌아온다는 말이 위안은 되었지만 그렇게 큰 힘이 되지는 못했다. “고맙....” 나는 작은 목소리로 눈앞에 있는 이들에게 말했고 정신을 놓아버렸다. 정신을 잃는 와중에도 따뜻한 기운이 나의 몸속을 돌고 있으니 얼굴만은 펴지며 웃고 있었다. 치료제 없는 병 “조.....현? “조제현? 일어났어?” 나는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조금씩 정신이 차려졌다. 밝은 햇빛이 나의 눈을 제대로 뜰 수 없게 만들었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며 시각이 돌아오고 있었다. 전혀 색 다른 방, 어둠이 가득했던 나의 방과는 차원이 다른 곳이었다. “여기는.....?” “우리 집이지! 너 정말 죽은 듯이 잘 자더라.” 나는 문득 이곳이 어딘가를 물었지만 당연한 결과였다. 수강은 나의 부스스한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띠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몸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하시더라고....다만 당분간 사이킥 에너지는 끌어 모을 수 없을 거야. 일주일 정도.” 모든 것이 꿈이 아니었던지 나의 몸에는 한줌의 마나가 있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느끼지도 못할 만큼의 마나들이 몸속에서 유동하고 있어야 했지만 지금의 몸 안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상실감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자, 너도 일어났으니 식사라도 해야지, 밑에서 다 기다리고 있을 걸? 나는 너를 깨우러 온 거니까. 아참, 교복은 저기 걸려 있어, 준비하고 내려와 먼저 가서 먹고 있을 테니까.” 수강은 그 말을 끝내고는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덩그러니 혼자 남아 있으니 왠지 어색한 느낌이었다. 모든 것이, 모든 것이 꿈만 같았는데 그것이 현실이었다. 푹신한 침대에서 내려온 나는 근처에 있는 교복을 챙겨 입었다. 어떻게 알고 맞춘 것인지 나의 몸에 딱 맞는 교복이었다. 교복에서 나는 상큼한 향수 냄새가 나의 정신을 맑게 해주는 것인지 정신이 바짝 차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클린!” 나는 생각도 하지 않고 마법의 시동어를 외쳤다. 잠깐 동안의 정적이 찾아오고 나서야 나는 산공독에 당해 한줌의 마나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약간 침울해지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을 수동으로 해야 했다. 방을 나온 나는 습관적으로 옆을 돌아 화장실을 가려고 했지만 전혀 다른 곳이었다. 방을 나오고도 몇 개의 방들이 있었지만 화장실은 찾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뒤진 후에야 찾은 화장실, 하지만 화장실이라기보다는 방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거대한 곳이었다. “이런 곳이 화장실? 으리으리하네, 정말.” 솨아아 나는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안을 하고는 계단을 따라 밑으로 내려갔다. 또 역시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가 어딘 줄 알아야 찾아 갈 것이 아닌가. 넓은 곳인 만큼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모두 기다리고 있답니다. 자, 여기로.”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메이드로 보이는 여성이 나를 안내했다. 어제 나를 보며 놀라며 급히 어딘가로 가던 여자였지만 지금은 차분해 보였고 왼지 모르게 기품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부드러운 어조로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편안하게 만드는 목소리였다. “여, 왜 이렇게 늦게 왔어. 기다리고 있었잖아.” “잘 잤어?” 조용 할 것 같았던 식사시간이 시끌하며 나의 예상이 빛나가 버렸다. 뭔가 무거울 것 같았던 이곳이 떠들썩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나의 집이랑은 뭔가 다른 분위기였고 오랜만에 가족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어제는 고마웠습니다. 다음에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시끌하던 곳이 나의 말에 싸늘한 분위기로 바뀌며 모든 시선이 나에게로 모여들었다. 뒤쪽에 서 있던 메이드들 역시 나에게 시선을 모으며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필요는 없어요. 제현군. 아까 이야기를 들어 보니...아무튼 은혜라고 생각 하지 말고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지내세요. 알았죠?” “그래, 우리는 남도 아니고.” 싸늘해진 분위기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나서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단순한 이야기였지만 나에게는 커다란 이야기였다. 비록, 지금 집이 불타 살 곳이 없다고는 하지만 오늘 중으로 이곳을 나가려고 생각 하고 있었기에 순간 나의 마음은 조금씩 흔들렸다. “자자, 이러고들 있지 말고 식사나 하고 학교도 가야지.” 결국 아저씨가 나서서야 분위기는 월래의 괴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단, 나만은 즐겁지는 않았다. 무언가 침울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상실감으로 인한 우울한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었다. “수강아, 가연아 그리고 제현군.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다녀오겠습니다.” “그럼 다녀올게요.” 나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만큼 멍한 상태로 식사를 끝마칠 수 있었다. 그것은 이 집을 나설 때까지 계속 유지 되었다. 아주머니의 말이 들려와서야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멍하니 뭘 그렇게 생각해? 아까부터.” 나의 표정이 얼굴에도 나타났던지 수강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수강의 말에 정신이 들며 발걸음을 살짝 늦추었다. “나, 왜 이렇게 응용 능력이 없는 걸까? 모든 게다. 게임에서는 쓸 수 있었던 것들을 현실에서는 사용 하지도 못하고, 능력은 있으면서 쓸 수는 없고, 쓸 때 없는 독이나 당하고....이게 다 내가 문제 인 것 같다.” “뭔 소리야? 하나도 모르겠네, 다시 차근히 말해봐” “아무것도 아니다. 학교나 가자.” 나는 중얼거리듯 수강과 가연에게 말했지만 둘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쓸 때 없는 말을 지 꺼려 버린 것이었다. 녀석들은 나의 모습에 그저 피식 웃으며 걸음을 옮기고 있을 뿐이었다. 질퍽, 질퍽 비가 온 다음 날이라 그런지 땅은 질퍽했고 수분이 가득한 날이었다. 햇빛은 내려쬐이는 데 땅은 질퍽하니 무언가 끈적이는 느낌이었다. 알 수없는 기분에 나의 마음은 꿀꿀했고 우울했다. 치료제 없는 병 어두운 방안 조그마한 전구 하나에 의지한 빛으로 누군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언뜻 보였다. 쾅! “헉, 헉! 모두 당했습니다.” “무슨 일이야!” 조용하기만 하던 어두운 공간에서 작은 불빛이 요동치며 흔들리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자는 여자였다. 하지만 여자는 힘든 것인지 숨을 헐떡이며 눈앞의 사람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말을 했지만 숨이 찬 관계로 제대로 된 발음이 나오지 않았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서야 호흡이 재대로 돌아오며 자세를 바로 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모두 당했습니다. 한국인에게! 그것도 전멸입니다.” 여자는 침울한 표정을 짓더니 앞의 남자에게 차근차근 말하고 있었다. “사람이 몇 명인데 그걸 당해! 정보 좀 모아오라고 내보냈더니 전멸? 그러고도 네놈들이 불사교의 소속이라고 말 할 수 있겠나? 기껏 비급을 줘서 익히게 했더니, 다 죽고 없다? 쓸 모 없는 놈들, 나가! 여기서 당장 나가, 더러운 짐승 같은....!!” 남자는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눈앞의 여자를 내치고 있었다. 여자의 표정은 마치 지금껏 저런 표정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는 듯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능력도 없는 주제에 네놈이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명령만 내릴 줄 알지? 더러운 놈아! 사람이 죽었다고!” “뭐, 뭐라?” 여자는 분노를 이기지 못했던지 이때까지 참고 있던 화를 발산하며 남자에게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정말 남자는 아무런 능력도 없는 것인지 한겨울에 옷을 입고 있는 듯이 떨고 있었다. 슉ㅡ팟!!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두운 공간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나오며 여자의 살기를 와해시키며 제압해버렸다. “더 이상의 살기는 용납하지 않는다. 아무리 무능력이라도 불사교의 간부는 간부다. 진정해라. 마유!” “뭐라? 무능력? 너도 나가! 네놈들의 얼굴, 보고 싶지 않다.” 순식간에 여자를 제압한 상대가 나지막한 어조로 말하자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는 길길이 화를 내며 모두를 내치고 있었다. 그 남자의 어깨가 들썩이며 격동된 분노를 내뿜었지만 사실상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나도 무공을 익히지 않고 싶어서 그랬어!? 몸이 이런걸!!” 모두 그 공간에서 사라지자 그 남자는 자신의 없어진 다리를 보며 절규하듯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밖에서 보두 듣고 있던 자들은 그를 비웃으며 방에서 멀어져 갔다. “멍청한 놈, 다리가 없어도 사용 할수있는 무공이 얼마나 많은데. 그나저나, 마유, 어떻게 당한 거냐. 한명한테는 당하지 않았을 테고, 총 몇 명의 한국인에게 당한 거야? 그 정도로 한국인이 쌨나?” “세 명이 있었지만 사실상 한 놈이 우리를 이렇게 만든 거나 다름없어. 비록 지금 산공독에 당해 내력은 없을 테지만, 일주일 뒤면 녀석은 반드시 회복한다. 그전에 해치워야 해! 그놈은 이상한 사술을 써! 주로 장법만 익힌 듯이 발출형 기술뿐이었다. 하지만 방심 할 수도 없어, 하나하나가 강력한 것들뿐이었어.” 축객령을 당한 사람들은 제각기 자리를 찾아 돌아갔지만 단 두 사람, 마유라 불린 여자와 한 남자가 가까운 자리에 앉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마유라고 불린 여자는 자신이 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지만 남자는 믿지 못한다는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게임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마법, 그래 마법이야, 이상한 주문, 이상한 손놀림, 무공이라는 것도 신비롭지만, 그건 무공과는 차원이 다른 수법이었다. 손만 휘저어도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지 검은 구가 사방을 날아다니며 우리의 살과 뼈를 순식간에 관통......” “어처구니없군,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어. 마법이라니, 그런 건 애초에 존재 하지도 않았어. 어디에도, 발굴된 흔적도 없었고 어느 나라에서 사용한다는 말도 없었다. 그냥 상상속의 무학일 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유의 언성은 높아졌고 설명도 길어졌다. 하지만 말도 되지 않는 다는 식으로 남자는 그 말을 끊어버리고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그럼 무공은! 무공도 상상이 아니었나?” “그건 오래전에 발굴 되서 우리 중국에 보급 된 것이고, 그것 때문에 우리가 있는 것이고 불사교가 있는 것이다. 알겠어? 어처구니없는 소리 하지 마! 그놈이 그렇게 무서우면 내가 그놈을 처치하지, 아니 지금 당장이라도 처치할까? 그놈의 생김새나 말해봐!” 말이 길어질수록 두 사람은 말싸움으로 번져 갔지만 다행히 남자가 주제를 바꿨기에 금세 분위기는 가라 앉아버렸다. 그리고 마유는 생김새에 대해 자세히 말하며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 남자는 그녀의 말에 흥미를 느끼며 이야기는 시간을 더해갈수록 길어졌다. * * * “야! 조제현! 밥은 안 먹고 명상만 할 거야? 야! 야! 하....말을 말자!” 뜨거운 햇볕이 내려 쬐는 옥상 아스팔트 위에서 세 명의 남녀가 그런 곳에 있었다. 단 두 명의 남녀는 그늘아래에 있었지만 한 명의 남학생만이 옥상 중앙에 있는 아스팔트 위에서 명상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지글지글! 맴! 맴! 아스팔트가 끓는 듯이 아지랑이가 생겨나며 정신이 혼미할 정도의 온도였지만 중앙에 있는 남학생은 전혀 개의치 않는 다는 듯이 명상만을 고집하고 있었다. 시원한 매미의 울음소리로 위안을 달래듯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명상에 집중하고 또 집중하고 있었다. 뚝....뚝....! 얼굴에서는 비 오듯 땀이 아스팔트로 떨어지고 마르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 땀 좀 봐, 내가 딱 아 줄게”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이 일어난 가연은 굳은 결심을 했다는 듯이 성큼성큼 남학생에게 다가가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학생은 눈을 번쩍 뜨며 그녀의 손을 제지했다. “그만 둬라, 방해하지 말고 저기 구석에 짱 박혀 있어! 방해하려거든 교실로 돌아가든지!” “그런다고 사이킥 에너지가 돌아와? 일주일 뒤라고 하잖아! 괜히 몸만 상할 뿐이야! 쉬는 시간 마다 옥상에 와서 무슨 짓이야! 네가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한다면......흑,” “젠장! 너희들이 내 마음을 알기나해?” 당연하겠지만 남자의 정체는 제현, 즉 나였다. 나는 땀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가연에게 호통을 쳤지만 가연의 울음에 그만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멈출 수 없었기에 가연의 눈길을 외면하고 눈을 감아 버렸다. 뜨거운 땡볕에서도 나는 일말의 희망을 걸고 명상을 하고 또 명상을 했다. 평소에 하지 않던 명상이었지만 이제는 이것이 희망이라는 생각에 명상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조금이라도 느껴져라....제발. 쫌!!’ 나는 속으로 주문을 걸듯이 중얼거리며 명상을 임했다. 다른 잡념이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한 듯이, 하지만 나의 뜻대로 한줌의 마나는 주위에서 느껴지지 않았다. 대기 중의 공기에서도 뜨거운 햇빛에서도 시원한 바람에서도, 그리고 푸른 나무들에게서도 평범함 그 자체였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마치 백지 같은 느낌이었다. 치료제 없는 병 “야, 조제현! 이제 집에 가자, 언제까지 그렇게 하고 있을 거야!” 학교를 마친지 한참이 지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옥상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학교를 마치지 마자 올라온 이후로 한 번도 움직이지도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다. 휘이잉ㅡ! 검은 하늘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하지만 수강과 가연은 그 기분을 느끼지 못한 것인지 손으로 부채질 하며 명상에서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원하다.’ 나는 속으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히고 있었다. 한참을 그 자리에서 더운 열기를 그대로 받으며 있었기에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나도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처럼 느낄 수 있다면.....’ 나는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자 온몸이 활력이 돋는 듯 한 착각을 불어 일으켰다. 마나를 잃은 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잠깐의 솟아오른 힘이었지만 그것은 잠깐 뿐이었기에 마나가 돌아왔다고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스르륵ㅡ 하늘에 별이 뜨고 나서야 나는 눈을 뜨며 옥상 입구에 쭈그려 앉아 꾸벅 꾸벅 졸고 있는 둘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꾸벅, 꾸벅, 같이 머리를 맞대며 자는 모습에 약간의 미소가 그려졌다.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 와 버렸다. “어? 끝났어? 이제 집에 가자.” 꼬르륵 “헤헤, 저녁을 먹지 않아서 그만...” 나의 걸음 소리가 크게 들렸던 것인지 두 녀석은 잠에서 일어났지만 배에서 울리는 소리에 머리를 긁적이며 헤픈 웃음을 날리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때, 성과 좀 있었어?” “그냥 조용히, 가자.” 가연은 상쾌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나는 약간 우중충한 기분에 모든 것이 귀찮듯이 고개를 숙이고는 바로 녀석들을 재촉하며 집으로 향했다. “자고 있는 동안 무슨 일 있었나?” 나의 분위기에 앞서가는 둘은 대체 무슨 일 있냐는 듯 한 물음을 날리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사실 나도 왜 이러는 지 잘 모르는 상태였지만. ‘젠장, 그렇게 많던 마나가 어디로 간 거야’ 하루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 명상을 했지만 모든 것이 허사 인 것 같았다. 이대로 일주일을 버티든지 아니면 무슨 수를 내어야 했지만 모든 것이 슬슬 짜증이 밀려오며 만사가 싫어졌고 허탈해졌다. 그리고 아침부터 중국인이 이 학교를 어슬렁거리는 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학교에 붙어 있는 시계를 보니 대략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명상을 시작한지 약 두 시간이 지나 있었던 것이다. 아직 덜 마른 등이 축축 하며 불쾌한 기분이었지만 나의 심정을 모르는 녀석들은 제잘 거리며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다고 웃는 녀석들에게 화를 낼 수도 없었다. “하아아, 젠장맞을 산공독!!” 결국 나도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모르고 아무도 없는 거리를 향해 소리를 크게 질렀지만 들어주는 사람이라고는 두 남매 뿐이었다. 그들도 나의 돌발행동에 놀라 나를 쳐다 볼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이, 한국인! 이리로 얌전히 따라 와라!” 나의 분이 풀리도록 소리를 지르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어눌한 한국어에 기분이 촥 갈아 앉으며 알 수없는 분노가 녀석들에게로 향했다. * *         * “여기가 그 녀석이 다니는 학교라 그 말이냐?” “예? 예!!” 긴 장발의 검은 머리를 틀어 올리고 검은색의 양복을 입은 남자가 한 학생으로 보이는 녀석들과 머리에 물을 들인 녀석들의 뒤를 따르며 한 녀석에게 물었지만 한 녀석은 분위기 파악을 하지 않고 딴청을 피우던 녀석인지 질문에 놀라 의문을 던졌지만 양복 사내의 살기에 큰소리로 대답해버렸다. “여, 마유. 이곳이라는데....그 녀석이랑 같은 반 녀석이 있다고 했지?” “병신아, 눈에 뛰게 왜, 양복을 처 입고 지랄이야.” “네가 더 눈에 띄면서 뭔 소리야!” 양복의 사내는 뒤쪽에 들려오는 욕 소리에 인상을 구기며 맞수를 놨지만 마유라는 여자는 질수 없다는 듯이 목청을 높 혀 말했지만 뒤늦게 등교하는 학생들과 학교 주사들로 인해 그들의 말싸움은 끝나고 말았다. “거기, 학교에 무슨 일이야! 학교 학생들도 아닌 것 같은데 뭉쳐서 무슨 짓이야! 학생들이 놀라잖아!” 학교의 주사인 듯 한 사람이 뛰어 오며 말했지만 두 남녀는 무슨 일이냐는 듯 한 표정으로 앞을 주시 할 뿐이었다. “뭐야, 중국인이잖아? 한국말 몰라? 저리가! 때 놈 세끼야! 저기 너희들이 무서워서 못 들어오는 녀석들이 안 보여? 니 하우마? 니 셤머 그워런? 이런 니 씨발 넘아! 중국 말도 말라? 벙어리야?” “........뭐야, 이 녀석은! 한국인은 다 이런가?” 주사는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언성을 높였지만 두 남녀의 대화로 중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어색한 중국말로 이리 저리 말했지만 벙어리처럼 꾹 다물고 있는 두 남녀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올라 화를 냈지만 두 남녀는 요지부동이었다. “킥킥....니 씨발넘아.....키키키..헛!...죄, 죄송....” 뒤쪽에서는 그 주사의 말에 배를 잡으며 뒹굴며 웃는 녀석들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양복의 사내가 눈길을 주자 웃던 웃음도 꾹 참으며 다시 부동자세로 바로 일어서며 주사를 끌고 어딘가로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 조용하네, 야, 재석이라고 하는 놈! 제현이라는 놈 몇 반이야!” “옛! 예....1학년 10반입니다. 그럼 저희는 가도 되겠습니까?” 휘익! “감사, 감사합니다.” 양복의 사내가 조용히 재석을 불렀고 재석은 화들짝 놀라 배에 힘을 주고 큰소리로 보고 올리듯 말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마유라는 여자는 웃으면서 양복의 사내를 이끌고 학교를 벗어나고 있었다. “왜 그래! 지금 가서 죽여 버리면 될 것을!” “바보야! 주위의 눈을 생각해야지! 활동은 밤에 한다. 그전에 우선 관찰만 해서 적부터 알아 봐야지. 혹시 산공독이 잘못 돼서 먹혀들지 않으면 어쩔래? 너 바보야?” 양복의 사내는 어깨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지만 마유라는 여자의 톡소는 말에 그만 기가 질려버렸다. 하지만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양복의 사내는 근처에 있는 아파트 옥상으로 빠르게 뛰어 올라 가고 있었다. 마치 새처럼, 아니 스파이더 맨 처럼 벽을 발로 박차며 올라가는 몸놀림이 예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마유라는 여자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옥상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것이 실력을 차라고 설명해야 할까? 아니며 그 남자의 무공이 특별한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어쨌든 그 둘은 옥상에서 학교를 주시하고 있었다. “무슨 수업이 이렇게 길어! 지루하게.” “앗, 온다!” 마유와 양복의 남자는 지루한 시간을 죽이며, 누군가를 찾듯이 안력을 돋우며 학교의 유리창을 이리저리 쳐다보며 누군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그러기를 1분이 지났을까 옥상으로 올라오는 세 명의 남녀가 눈에 들어왔다. “저놈 이야! 저놈! 저기 가운데 앉아서 심법을 운용하고 있는 놈!” “흠....별 볼일 없어 보이는데? 운기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고, 아무리 내공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될 텐데....잘못 집은 거 아니야? 차라리 저기 그늘에 앉아서 쳐다보고 있는 녀석들이 더 확실해 보이는데.” 마유의 말에 양복사내는 멋이 감을 관찰하듯이 매서운 눈초리로 옥상 중앙에 앉아 명상을 하고 있는 녀석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녀석에게서는 아무것도 그저 평범한 느낌만 날뿐 어떤 위험한 느낌이나 이상은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내공을 잃었어도 무인 특유의 기운은 느껴지기 마련이건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안 느껴져, 무인 특유의 기세 같은 것도 있지만 아무 반응도 없어, 살기도 섞어 보내도 말이야, 저 녀석들이 더 민감한 것 같.....숨어!” “멍청한! 그러게 누가 살기를 그렇게 줄기줄기 내뿜으래. 들킬 뻔 했잖아!” 양복사내가 살기를 내뿜으며 관찰하고 있을 무렵 마침 종이 울렸지만 그것을 알지 못한 두 남녀는 갑작스럽게 일어나며 잠깐 이곳으로 시선을 준 목표의 모습에 순간 움찔하며 밑으로 숨어 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는 것을 한참이 지나서야 알 수 있었다. 휘이잉ㅡ! 그렇게 쉬는 시간이면 옥상에 올라와 내공을 찾으려는 녀석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낸 둘은 날이 어두워지며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고 슬슬 움직일 때가 되었다는 생각에 아직도 옥상에 있을 녀석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휘이잉ㅡ후우웅!! 잠깐 녀석들을 관찰하며 있던 두 남녀는 강풍이 불어오자 몸을 약간 움츠리며 아직도 있을 녀석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 바람쯤은 몸을 움츠리지 않아도 됐지만 그 바람은 알 수없는 위압감과 차가움에 살짝 움츠린 것이었다. 그 바람이 기류를 타고 자신들의 목표에 다가가는 것을 알지 못했다. “뭐야! 내공을 잃은 것이 아니었어? 산공독에 당했을 텐데!! 저놈에게서 미약하지만 기운이 느껴져, 멀리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확실해! 지금까지 우리를 방심 시키려던 수작이었나 봐! 기회는 지금 뿐이야! 빨리 이동해!” “뭘 그렇게 호들갑이야. 별로 쌔보이지도 안구만. 그럼 슬슬 교문 쪽으로 가볼까?” 한참을 관찰하던 두 사람의 눈동자가 잠깐 빛나며 사라져 버렸다. 목표에게서 미약하지만 몸속에서 기류가 뿜어져 나온 것을 둘은 똑똑히 봤기 때문이다. 순간이었지만 둘에게는 충분히 관찰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양복의 남자는 특유의 표정으로 입이 살짝 올라 갔을 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치 기대 이하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둘은 빠른 속도로 교문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목표와의 거리는 채 10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였다. “젠장맞을 산공독!!” 점점 목표의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알고는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호기롭게 외쳤다. “어이, 한국인! 이리로 얌전히 따라 와라!” 그렇게 한국인 세 명과 두 명의 중국인 남녀는 가까운 공터로 이동하고 있었다. 물론 그 공터는 학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작은 운동장이었지만, 그것은 옥상에서 미리 점찍어둔 전투 장소였다. 전혀 장애물이 없는 그런 곳이었다. 간혹 잔디도 있었지만 관리를 하지 않아 약간 무성한 곳이었다. “당신들 뭐야! 우리를 어디까지 끌고 갈 셈이지?” “잔말 말고 따라와라, 한국인 꼬마야!” 목표 이외의 남자아이 녀석이 나서는 모습에 양복의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목표는 갑작스런 살기에 약간 움츠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양복의 남자는 알 수없는 미소를 만면에 띠고 있었고 마유라는 여자는 불안 한 듯 힐끔 거리며 목표에게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경계하고 있었다. 치료제 없는 병 “제현아, 너는 도망가.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끌 테니까.” “닥쳐! 너희 걱정이나 해!” 나의 말에 가연은 순간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겠지만 굳은 결심을 한 듯이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걱정하지마라, 너희들에게 짐이 되지 않을 테니까.” “크하하하, 웃기는 군, 한줌의 내공도 없는 애송이가 우리에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이제 막 B급의 애송이에다. 이제 막 B급 정도의 실력을 갖춘 꼬마여자애 로 말이야! 웃기는 소리!” 나의 말을 비웃으며 말하는 검은 양복의 사내의 모습에 나는 지금 이 순간 능력과는 상관없이 누군가를 죽이고 싶었다. 될 수 있으면 나의 손으로 죽이고 싶었다. 아니, 찢어 죽여 버리고 싶었다. 그 남자의 웃는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괴수 같은 웃음이었지만 겉으로는 얌전한 양처럼 온순하게 보였지만 몸속에서 뿜어져 나오며 나의 몸을 소름끼치도록 떨리게 만들어 오는 힘이 나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컥....숨이....숨이 막혀....!” “애송아! 나의 살기도 제대로 받아 내지 못하면서 나를 이기겠다고? 흐흐흐! 누구한테 전멸 당했는가 했더니 채, 어린 티도 벗지 못한 녀석에게 당했구나! 정말 실망이다. 마유!” 남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나는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마치 한 겨울에 옷이 없어진 것처럼 몸도 떨려 왔으며, 목이 막힌 것인지 숨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의 말이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그 살기는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남자의 말에 그제야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복수 복수를 하러 온 것이었다. 단순한 복수가 아닌 완전한 적의 말살을 하겠다는 의지가 여기까지 전해지고 있었다. 녀석들에게 있어서는 우리들의 처리되어야할 악이었고 녀석들은 정의 인 듯이....하지만 우리들에게는 모든 것이 반대였다. 녀석들은 없어져야한 악이었고 우리들은 정의를 수호하는 수호자였기에...... “자, 여기다. 네놈들이 죽을 곳, 약간의 시간을 주지. 뭐든지 지껄이고 하고 싶은 짓을 해봐, 시간을 줘도 우리를 이길 수는 없겠지만!” 금방 도착한 공터는 학교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아무도 쓰지 않는 운동장이었다. 간혹 시에서 주최하는 체육대회 같은 것이 벌어지는 곳이었지만 새롭게 만들어진 공설운동장이 있기에 여기는 쓰지 않는 곳이었다. 남자는 어떻게 이런 곳을 알았는지 전투하기에는 정말 좋은 곳이었지만 우리에게는 좋지 않은 장소였다. 숨을 만한 곳이 없었으며 훤히 다 보이는 초원 같은 곳에서 도망 갈 길은 아무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 무리는 살고 한 무리는 죽자는 생각 인 듯 했다. 스르르륵ㅡ챙! 양복의 사내는 자신의 바지춤에 숨겨 놓았던 긴 장검을 꺼내 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볍게 검을 휘두르며 준비운동을 하듯이 이리저리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런 동장은 예사가 아니었다. 한 번의 휘두름으로 수십 가닥의 은빛의 선들이 이어지며 공기가 터져 나가는 것으로 우리에게 무언의 위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준비는 됐나?” 사신의 목소리처럼 무심하면서 차가운 목소리가 우리의 귀에 들려왔다. 가연은 긴장한 것인지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남자의 눈길은 나에게 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옆쪽에 있는 수강에게 가있었다. 마치 쓰레기는 그냥 구석에 처 박혀 있으라는 듯이, 무심한 눈동자였다. 하지만 나에게 끝까지 시선을 주고 있는 자가 있었다. 그 사람은 마유, 아직도 두려운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며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여자도 여차하면 암기를 날릴 것인지 손이 양 소매 쪽으로 들어가 있었다. “제일 강한 놈부터다! 덤벼라! 애송아!” 남자의 말을 시작으로 나를 제외한 자들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수강은 순간 몸이 사라지며 남자의 뒤로 나타나 바람의 기운으로 남자의 온몸을 난도질 하듯 기운을 뿌리고 있었다. 그것은 눈에 보일정도로 집약된 힘이 남자의 몸을 모두 베고 지나간 뒤에도 땅을 부수며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인지 남자의 검이 소리가 나기도 전에 수강의 어깨를 지나치듯 베고 지나갔다. 찌지직, 서걱!! 순식간에 당해버린 수강은 어깨를 붙잡으며 손을 축축이 적시는 뜨거운 피로 전투를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쌩쌩한 몸놀림으로 남자에게 대항하며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남자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이리 저리 피하며 수강의 공격을 적절하게 피하며 공격을 하고 있었다. 수십의 환영이 나의 눈에 비쳤지만 정작 수강의 눈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보고 있었던 것은 지나간 영상이었던지 수강은 다른 곳에서 검을 막고 있었다. 캉ㅡ! 수십의 검로가 복부 쪽으로 이어졌지만 정작 수강의 손에서 나온 바람의 기운은 머리 쪽으로 막아서고 있었다. 마침 그곳에서 나타난 검은 정확하게 수강의 미간을 노리고 날아온 검이었다. “윈드 플레어!” 수강의 손에서 나온 바람의 기운이 순간 땅으로 내려갔고 그 바람의 기운이 강해지며 순간 양복의 남자의 발을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그것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순간이동을 한 수강은 그대로 남자의 등 쪽에 기운을 응집해 날려 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모자라 다시 순간이동을 하며 남자의 다리를 낚아챘다. “레그 본 스메쉬” 우드드득! 빠르게 낚아챈 수강은 그대로 남자의 다리에 자신의 기운을 집약했다. 그리고 저번에 나의 다리를 부수듯이 남자의 다리 쪽이 기이하게 틀어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남자의 표정은 무담 담 그대로였다. 할 수 있다면 해보라는 듯이. “너 바보 아니야? 그런 것은 허접한 놈들이나 당하는 것이지!” 촤르르륵! 기이하게 틀어졌던 다리가 순간 제자리를 찾으며 돌아오고 있었다. 약간의 다리 저림이 있는 것인지 쩔뚝였지만 그마저도 순식간에 없어지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질릴 때도 됐어, 조용히 맞고 기절이나 하라고ㅡ 유성현신(流星現身) - 섬(閃)” 다시 무표정을 찾은 남자는 검을 밑에서 위로 살짝 끌어 올렸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올린 것이 아닌 수십의 잔영을 만들어 내며 기운을 집어넣는 모습이 눈에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도 몇 초가 지난 후에야 나의 눈에 보인 것이었다. 이미 그 기술이 발출 된 뒤에야 본 모습이었으니 얼마나 빠른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슈슈슈슉! 수십개의 유성이 하늘에서 떨어지듯 검에서 나온 강기들이 특유의 모습으로 변하며 수강에게 날아들고 있었다. 그 유성들 하나하나에 힘이 담긴 것인지 수강은 어디를 막아야 할지 몰라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 망설임이 수강의 복부를 꿰며 지나가 버렸다. 수십의 유성은 사라져 있었고 단하나의 검이 수강의 복부를 뚫고 지나갔다가 다시 빠져 나왔다. 푹!!! “컥....환영은 그냥 환영일 뿐이었나?” “어린애 치고는 대단했지만 역시 경험이 부족했다. 눈에 현혹되어 그걸 못 피하다니. 그건 나의 일초에 불과 했다. 아직 두 개의 초식이 더 남아 있지만......이만 쉬어라. 강자의 대한 예우는 이것으로 끝이다.” 슉!~서걱! 순간 검을 고쳐 쥔 사내는 그대로 수강의 횡으로 그어버렸다. 순간 수강은 배에서 가로로 피가 배어 나오는 것을 보고는 점점 몸의 균형을 잃어 갔다. 그리고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나는 순간 놀랐다. 수강이 다쳐서가 아니라 녀석이 사용하던 기운이 정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와 사용하던 힘의 같은 부류, 혹은 똑같은 것인지 친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오래 가지 않았다. 녀석이 나에게 다가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크크, 조금만 기다려라. 네 친구 하나도 끝나면 네놈 차례니까.” 그 사내는 나를 스쳐 지나가며 말했다. 나는 이 순간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한심했다. 어떤 행동도 할수 없다는 것이. 지금의 나는 약해빠졌다. 몸도, 마음도, 정신도 무엇도 녀석들을 이길 수 없었다. 녀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짐이 되고 말았다. “아아악!” 나의 눈에 비친 것은 수십 발의 바늘에 꿰여 점점 몸을 차가운 바닥으로 누이고 있는 가연의 모습이었다. 손에서 타오르던 불꽃은 점점 희미해져가며 사라져 버렸다. “왜, 이렇게 시간 끌어! 빨리 끝내! 혹시라도 내공이 돌아오면 우리는 끝이야, 끝!” “뭘 그렇게 서둘러, 봐라, 저놈이 네가 생각하는 그 놈인지. 겁에 질려서는.....쯧! 죽일 가치도 없겠어.” 가연을 쓰러트린 마유는 나를 쳐다보며 눈동자가 흔들리며 양복의 남자에게 말했지만 양복의 남자는 느긋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 오며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는 나의 머리를 잡아당기며 검으로 나의 볼을 툭 쳤다. 찰싹! “봐, 뭘 보고 싸우겠어. 싸울 의지도 마음도 없는 듯한데. 그냥 가지고 놀다가 죽이라고?” “그래! 빨리 죽여!” 검면으로 볼을 수차례나 때린 남자는 거 보라는 식으로 마유에게 말했지만 마유는 호들갑을 떨며 겁을 먹고 있었다. 그 표정을 즐기는 듯한 남자는 여자의 표정을 보고는 빠르게 검을 휘두르며 나의 몸을 베고 또 베고 있었다. 경미한 상처만 생기게....아주 길게 시간을 끌듯했다. 슈슈슈슉!! 은빛의 실선들이 나의 몸을 지나갈수록 나는 피범벅이 되어갔고 자잘한 상처들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었다. 눈앞의 사내는 즐기는 듯 한 얼굴로 칼을 마구 자비로 휘둘렀지만 일정이상의 힘과 스피드는 올리지 않았다. 천천히 고통을 맛보라는 식이었다. “컥.....허억, 허억” 몇 분이나 이런 고통을 당했는지도 모른다. 숨이 가빠오고 참을 수 없는 고통들이 나의 온몸을 강타하고 있었다. 콰직!! 뼈와 살이 꿰뚫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나에게 휘둘렀던 검이 순간 나의 복부를 파고들어 갈비뼈를 스치고 지나 간 것이었다. 그 정도면 비명이라도 질러야 될 테지만 얼마나 이런 고통을 당했던지 생각도,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녀석에 대한 분노뿐이었다. 그 분노는 나의 온몸의 활력소가 된다는 듯이 나는 그것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 하지만 나의 눈에서는 알 수없는 물기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괴로웠다. 아팠다. 눈물이 나왔다.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상처 때문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 생각이! 허약했기 때문에 나의 고통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츠츠츠츠 남자는 끝도 없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의 모습에 나는 온몸이 떨려왔다. 입 안에서 비릿한 혈향과 촉감으로 가득차기 시작하자 나는 저절로 입이 벌어지며 그 액체를 뱉어내고 또 뱉어냈다. 녀석의 공격이 나에게 닥쳐오는 것에 어떤 공격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나의 몸은 움직일 줄 몰랐다. 무언가 가로막힌 듯이, 무언가 금제에 걸린 듯이 말이다. “칫! 재미없어! 반응도 없고 죽여 버릴까?” 갑자기 달에서 비치는 빛이 나의 몸에 닿자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언가 차오르고 스산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알 수없는 느낌에 나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달의 정기가 빨려 들어가듯이 나의 몸은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했다. 쿵쾅! 쿵쾅! 빠르게 피가 도는 것인지 나의 몸은 뜨거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피가 차갑게 식어가며 나의 몸은 얼어붙을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이, 이놈 왜이래, 상처가!” “뭘 꾸물거려! 죽여! 죽이라고!” 나의 몸이 들썩 거리며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하자 마유라는 여자는 급속히 흥분하며 죽이라는 소리만 해대고 있었다. 보다 못한 남자는 검에 힘껏 내력을 주입하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유성월환(流星月換) - 변(變)” 다시 한 번 발출된 수십의 유성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나의 몸을 베고 또 베고 있었다. 베는 자리는 순식간에 아물어 버리며 유성의 힘이 몸속으로 빨려 들어 가버렸다. 남자는 계속 해서 초식들을 사용했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자신이 사용한 힘이 눈앞에 정신을 잃고 있는 녀석의 몸에 다 들어 가버린 것이다. 쿵쾅ㅡ쿵쾅ㅡ!! 푸쉬쉬쉬쉬ㅡ!!! 몇 번을 그 남자의 검을 받아 낸 것인지 모른다. 수십, 수천 번의 검을 온몸으로 받아 내면서 점점 나는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나의 몸은 점점 변해가고 있었다. 저번이 마법사의 몸처럼 허약했다면 지금은 점점 몸이 단단해지며 근육이 밀집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몸속에 숨어있던 산공독이 빠져나가듯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가며 나의 몸은 가볍게 하늘로 떠올라 버렸다. “안 돼! 녀석이 몸을 회복하고 있어! 어떻게 좀 해봐!” “멍청한 계집아! 그럴 시간에 네놈은 암기나 더 던져! 소용이 없으니까 나도 이러고 있지!” 나의 몸에서 넘쳐흐르는 기운에 놀란 마유는 옆에 있던 남자에게 좀 더 죽일 것을 재촉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겠는가. 베면 회복 되어버리는 육체에 자신도 질릴 지경이었다. “염병! 베도 베도 끝이 없는데 무슨 수로 죽이여! 잘 흐르던 피도 나오지 않아, 이 멍청한 계집아! 독이나 써봐!!” 남자의 말에 여자는 소매에 있던 암기라는 암기는 모조리 던져 맞추고 뚫고 들어갔지만 그것은 소용없는 짓이었다. 몸에서 박혀 있던 암기들은 저절로 몸에서 빠져 나오며 치유되었고 독이라는 독은 몸속에 들어가자마자 몸 밖으로 배출되어 버린 것이었다. 쩌저저적ㅡ! 퍼퍼퍽!! 가만히 유지될 것만 같았던 나의 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밖으로 배출되며 주위를 얼리고 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던지 다시 한 번 마기가 배출되며 얼려져 있던 얼음들을 깨 부셔 버렸다. 휘이이잉ㅡ! =현실.....게임.....인생 순간 정신을 잃고 있던 나는 정신이 돌아옴을 느꼈다. 그리고 차가운 바람이 불며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정확히는 듣지 못했지만 현실과 게임, 인생이라는 단어만이 나의 귀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나는 순간 온몸에 전율에 휩싸였다. 충만한 느낌,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느낌. 이루 말 할 수 없는 충만감이었다. 휘익ㅡ! 나는 순간 날아오는 수십 개의 유성을 보며 손을 내저었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다. 다만 그게 나의 생각인지, 나의 의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나의 행동이었다. 외전 - 제현을 만나기 까지(가연)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이가연이라고 해요. 예전에 여기 살았지만 잘 모르는 게 많아요. 잘 부탁드려요.” 이곳에 온지도 사흘이 지나가고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서울에 있는 초능력교육기관에서 교육이 있어 올라갔었지만 이제는 모든 기본 교육을 마치고 고향으로 내려 온 것이다. 또한, 친한 친구가 있는 학교이기에 꼭 같이 다녀보고 싶었던 학교이고, 마지막으로 다닐 학교이기에 나에게는 설레임과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비록 기억을 잃었겠지만, 처음부터 친해지려니 초조한 기분이 든 것이다. 처음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나의 마음속을 지배했다. ‘안녕? 아니야 이건 너무 단순 한 것 같고....만나서반가워? 좀 어색해....어떡하지?’ 나의 마음은 수 십 가지의 인사말들이 나열되었지만 마음에 드는 인사말은 없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정신이 팔려 있던 나를 수강이 잡아끌며 나의 자리로 이동했다. “뭘 그렇게 정신 팔려있어?” “아....제현이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할까하고....솔직히 조금 기대 되잖아. 일 년이 지났는데.” “하긴....나도 조금 기대되...하하!” 정신이 팔려 있던 나를 다시 한 번 수강이 일깨워 주며 나에게 물어왔다. 하지만 나는 수강의 물음에 미소를 띄며 모든 사실을 이야기 했고 수강도 약간 수긍하며 기되된다는 표정으로 일 분단의 제일 끝자리 창가 쪽에 앉아 버렸다. ‘내가 앉고 싶은 자린데....바깥 구경도 할 수 있고...’ 나는 속으로 불만 아닌 불만으로 나의 자리에 앉았다. 이상하게도 우리의 자리는 앞쪽이 아닌 뒤쪽이었다. 그리고 우리 바로 앞의 자리는 비워져 있었다. 하지만 반 아이들의 태도도 이상했다. 한명의 친구가 오지 않았는데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자, 그럼 출석을 부르겠다.” .......4번 추은지 네 15번 양재석 네 17번 윤진수 네 23번 정명우 네 26번 조제현 ...... 26번 조제현? 안 왔나?, 조제현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 없어? 아무도 몰라? 이윽고 우리가 줄곧 생각하던 제현의 대답 차례였다. 전학첫날이라 정신이 없었기에 아이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기에 누가 제현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출석 때 보기로 하고 잠자코 있었기에 기대되었다.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앞자리가 제현이 자리인 가봐....” “그, 그렇네.....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모든 출석이 끝났지만 제현은 학교에 오지 않았다. 살짝 걱정되었지만 어련히 오겠지 생각하는 둘이었다. 딩동ㅡ딩동! “자, 저 둘은 학교 첫날이니까, 학교 안내도 해주고 이야기도 하면서 친해지도록, 이상이다.” 차렷, 경계 아침의 간단한 조례가 있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초능력자의 교육기관에서는 빡빡한 스케줄로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지만 이곳은 천국이나 다름이 없었다. 익숙해진다면 지루해 지겠지만 선생님이 나가셨고 아이들은 벌 때처럼 달려들며 나와 수강에게 질문을 해대고 있었다. “야, 나는 양재석이야. 혹시 남자 친구 있어?” “아니, 없어.” “그래? 그렇구나....하하,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나에게는 많은 여자들에게 둘러 싸여 질문이 오고 갔지만 재석이라는 녀석의 등장으로 나의 주위에 있던 몇몇의 남학생들이 자리를 피하는 것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녀석이 나에게 질문을 하며 친하게 지내자는 말을 뱉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버렸지만 왠지 나는 그녀석이 싫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기, 혹시....조제현, 어디 아프니?”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의 주위에 있던 여자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하지만 여자아이들도 잘 모르는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뿐이었다. “그럼, 제현이 어떻게 생겼어? 성격은 착해?” “기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예전에는 엄청 뚱뚱하고 못생겼었는데. 요즘은 어떻게 된 게 날씬해지고 근육도 있고 아무튼 잘생겨 졌지만 성격이 무뚝뚝하고 차가워서 아무도 접근 안 해. 그리고 왕따였거든? 아무튼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 솔직히 무서워하지.” 나는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러자 알고 있는 것을 묻어와서 기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제잘 거렸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을 들을수록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이며 걱정되었다. 흔히 뉴스에서 보던 왕따가 제현이라는 말이 충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섭다는 말에 다시 의문이 생겼다. 흔히 왕따는 괴롭힘의 대상이었기에 두려움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순식간이었다. 오전에 들어오는 몇 명의 선생님의 강의가 끝나자 점심시간이었다. 처음 오는지라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를 몰라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지만 많은 반 친구들이 우리들을 이끌고 매점으로가 여러 가지 먹 거리로 점심을 때울 수 있었다. 도시락을 싸오는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다음에 올 때는 꼭 도시락을 가지고 오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뭘 하고 있을까? 제현이는.....” “모르지.....지금 아파서 누워 있을지 누가 아냐....”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문득 나는 입 밖으로 제현에 대한 걱정을 털어 놓았지만 수강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냥 나와 수강은 책상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다시 반복적인 일이 시작되고 있었다. 정말 익숙해 지지 않는 곳이었다. 아침처럼 설레이던 마음도 한풀 꺽여 무의식 적으로 수업을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하암.....” 그 덕에 잠이 왔다. 나에게 있어서는 있을 수없는 일이었지만 수강도 여간 지루한 것이 아닌지 하품을 하며 졸고 있었다. 선생님도 점심이 금방 끝나서 그런지 아무런 탓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반 아이들 중 잠을 자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선생님의 제지가 없는 것을 알고는 편안하게 잠을 자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잠이 오는 것을. “학교라는 게 이렇게 지루한지 몰랐어. 그런데 야간 자율학습이라는 것도 체험해 보려고 남는 거야?” “뭐, 그렇지....오늘 하루뿐이겠지만, 조제현. 끝까지 학교 안 왔어...정말 무슨 일이 있는 것같다. 선생님한테 주소 물어서 찾아 가 볼까?” “됐어. 내일은 오겠지.” 지금 정규 수업을 모두 마치고 저녁식사 시간이 끝날 무렵의 6시 30분이었다. 이제 곧 있으면 자율학습이 시작될 것이다. 다행히 이 학교는 자율학습이 정말로 자율적이라 자신들이 하고 싶은 날에 자율학습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많은 수의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학교에 남아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보통 싫어서 가는 게 정상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갔다. 자율학습은 단순했다. 칸막이 있는 자리에 앉아 열심히 공부하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양 옆이 가로막혀 이야기 할 생대도 없었다. 다만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지루하게 잠을 촉발시키는 볼펜이나 샤프를 열심히 굴리는 소리였다. 사각사각이는 소리에 저절로 잠이 오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잠을 자지 않는 듯했다. 오늘은 이 문제 만을 꼭 풀겠다는 진념인지. 아니면 라이벌에 대한 경계감인지, 아무튼 모두들 열심이었다. 딸깍ㅡ또르르르 마침 누군가 샤프하나를 떨구었다. 멀리까지 굴러 가는 것인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그리고 짜증 섞인 시선과 질시어린 표정으로 그 사람을 무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의 발 밑 까지 굴러온 사프는 약간 낯익었다. 나의 발밑까지 굴러온 샤프를 집기 위해 나에게 다가 오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수강....무슨 짓이야....” 그 사람의 정체는 이수강...약간의 한숨이 나오며 얼른 샤프를 주워서 돌려주었다. 하지만 그녀석의 말에 나는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집에 가자....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집에 가는 건데....” “그래....왠지 힘도 없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짜증 섞인 눈빛을 보고서야 조용히 하고 야자실을 나와 버렸다. 밤이라 그런지 상쾌한 공기와 함께 우리들의 기분을 날려 주는 듯했다. 내일은 꼭 제현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그것은 3일 뒤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제현의 눈빛은 반가운 것이 아니라 무슨 원수를 보는 눈빛이었다. 나의 준비되어 있던 인사말이 무안해 질정도의 싸늘한 말이 우리의 귀속을 파고들었다. 처음에는 수강이의 갑작스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은 줄 알았지만 그것은 우리들의 착각이었다. 그 말을 들음으로 해서..... -적에게 베풀 친절 따위는 없다. 그 말 뒤에는 재석을 구타하는 장면이 우리들의 머릿속에 틀어 박혔다. 그것은 제현과 우리들의 첫 번째 만남이 아닌 두 번째 만남이었다는 것이다. 그날 우리는 제현에게 공포를 맛보고 말았다. 제현의 환상이....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자상했던 제현, 말없이 친절을 베풀던 제현의 환상이....마치 악의 화신이 되어 돌아온 듯했다. 우리의 잘못도 있었지만, 그날 정말 제현은 무서웠다. 외전 - 제현을 만나기 까지(수강) “안녕, 나는 이수강 이라고 해!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여기는 쌍둥이 동생! 이가연이라고 해! 앞으로 잘 부탁한다.” 꾸욱. “뭔 소리야, 내가 더 위지, 위!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이가연이라고 해요. 예전에 여기 살았지만 잘 모르는 게 많아요. 잘 부탁드려요.” 나는 자신 있게 왜치며 반 아이들의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가연은 그것이 싫은 것인지 아니면 내가 더 오빠라고 소개 한 것이 불만인지 나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고 있었다. 모든 소개가 끝나고 우리는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가연은 멍한 표정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움직일 줄 몰라 나는 가연을 잡아끌며 창가 쪽 제일 끝자리에 앉았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창가 쪽은 나의 자리로 책정되었다. 햇빛 잘들고, 경치 구경 잘되는 곳이니 얼마나 좋은 곳인가. 가연에게는 약간 미안했지만 번갈아 돌아가면서 바꿔 앉으면 녀석도 불만은 없을 것이다. 딩동ㅡ딩동! “자, 저 둘은 학교 첫날이니까, 학교 안내도 해주고 이야기도 하면서 친해지도록, 이상이다.” 순식간에 지나간 영상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간듯했다. 멍하니 있던 나는 선생님의 말씀에 정신이 들며 표정을 고쳤다. 선생님이 반을 나가자 우리의 주위에 반 아이들이 몰려 왔다. 질문 들은 여러 가지였다. 어디 학교에서 전학 왔는가. 취미가 뭔가. 정말 가연과 쌍둥이냐. 좋아하는 연예인은 있는가. 어디 사는가. 다양한 질문이었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고 집에서 받아온 종이에 나와 있는 데로 질문에 답했다. 다행히 질문들은 크게 벗어나지 않는 질문이었기에 당황하지 않고 곧 바로 답변을 할 수 있었다. 가연도 대본처럼 술술 답하는 것이 보통 내기가 아니었다. 딩동ㅡ딩동! 다행히 질문의 지옥에서 벗어 날수 있었다. 가연도 지치는지 어깨에 힘이 없는 듯했다. 나의 앞자리는 여전히 비어있었지만 그 누구도 걱정한다는 시선이나 표정은 없었다. 마치 잘됐다는, 혹은 없어져야 할 것이 이제야 없어졌다는 듯 한 표정들뿐이었다. 나도 가연과 여학생의 말을 들었기에 그들의 표정이 이해가 갔지만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루해. 이런 곳에서 어떻게 생활했었지 저번에는.....” 지금은 6교시 수학시간이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책상에는 연습장과 문제지가 올라와있었다. 아무도 그에 대한 불만도 없었다. 잠을 자는 학생도 간혹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들을 탓하지도 신경 쓰지도 않았다. 시험 기간이라는 명목아래 선생님은 정신없이 설명을 하고 있었다. “여기 체크해, 이 문제 꼭 나온다. 안 나오면 내가 손에 장을 지져, 이 문제는 반복해서 수백 번은 풀어봐야 할 거다! 알았지? 어쭈. 말이 없어? 알았나?” “예!” 선생님의 눈빛이 강렬해지며 더욱더 강의에 박차를 가했다. 선생님의 모습에 잠자는 아이들도 부스스 일어나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잠을 자면 무슨 죄를 짓는 다는 표정으로 모두들 긴장한 눈빛이었다. 그들의 행동에 선생님도 만족한 얼굴이었다. “오늘은 이정도만 하겠다. 남은 시간은 자습이다. 후~ 아까 그 문제 틀리는 놈은 빠따 열대다. 열대!” 열띤 강의를 장시간 했고 선생님은 목이 약간 쉰 것인지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가지고온 노트북으로 열심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아마 시험 문제를 내고 있으리라....그 전에 몇 가지 당부를 하듯 아이들을 타일렀고 아이들은 그 말에 눈에 불을 켜고 자습에 임하고 있었다. 다행히 수업은 빠르게 진행되어 모든 정규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갈수 있었다. 물론 우리는 두 시간이나 학교에 남아 있었지만, 그 이유는 야간 자율학습의 맛 배기만 보고 나온 것이다. 두 번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나온 것이지만..... “내일은 꼭 제현이를 만날 수 있겠지?” 나는 가연의 말에 손을 들어 가연의 머리를 헝클어 틀이며 말했다. 슥슥슥 “내일은 꼭 올 거야. 하하하!” “무슨 짓이야! 그 손 못 치워?” 나의 행동에 가연은 머리에 올려저 있던 나의 손을 뿌리치며 집으로 달려 가버렸다. 왠지 몇 일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 날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로부터 3일 뒤 우리는 최악의 경험을 하고 말았다. 나는 반죽음 상태를 맛봐야 했었고 가연은 제현의 환상이 깨지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확실히 우리가 잘못을 했다. 그것을 인정하고 또 인정했지만 제현의 마음을 풀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예전부터 제현과 친구였고 그날 이후에도 친구일 것이다. 언제까지나..... 제현은 우리의 친구일 뿐이다. 그는 악마도 천사도 아닌 우리의 친구, 친구였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그는 수강인 나의 친구였고 가연의 친구였다. 외전 - 알 수 없는 현상(제현) 나를 지키려던 녀석들이 모두 당해버렸다. 한 남자에게 칼에 베이고, 한 여자에게 전신을 잃었다. 나는 또 베이고 또 베였다. 미약한 기운이 들어간 검에게, 그 검의 기운은 어둠이었다. 차갑고 강대한 어둠 나는 그것을 몸으로 받아 내고 있었다. 피할 수도 도망갈 수도 없었다. 수십의 은빛 선들이 나열되면 여지없이 나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갔다. 온몸이 성한 곳이 없는 것인지 몸에서는 피가 줄줄 세어 나왔다. 나의 비명이 공터를 울릴수록 남자의 베는 속도도 커져갔고 즐거운 웃음소리는 커져갔다. 당하면 당할수록 나의 정신은 무뎌졌고 고통도 줄어들었다. 얼마나 당했는지 모른다. 점점 숨이 가빠오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지만 잘나오던 비명도 질러지지 않았다. 콰직!! 뼈와 살을 가르는 꿰뚫는 소리가 여러 번 들려오며 나의 몸을 이곳저곳을 쑤셔 넣고 있었다. 마치 돼지가 잘 익었는지 찔러보는 것처럼. 나의 몸은 구멍이 많아졌다. 고통이 심해질수록 나의 분노는 커져갔다. 정신이 혼미하면서도 분노라는 활력소가 나의 몸을 지배했고 정신은 잃지 않았다. 신음도 배어 나오지 않았으며 눈빛은 흔들렸지만 눈을 감지는 않았다. 하지만 눈에서 나오는 눈물은 어쩌지 못했다. 괴로웠다. 아팠다. 눈물이 나왔다.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이 모든 괴로움이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다는 듯이 비명이 나오지 않았으며 눈에서는 투명한 눈물이 아닌 선홍색의 눈물이 나왔다. 아팠지만 감각이 없었다. 괴로웠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츠츠츠츠 수 십 가닥의 섬광이 나의 몸을 강타할수록 이상하게 나는 쾌락 적인 생각이 온 몸으로 번져갔다. 그럴수록 무언가 차오르고 나의 막혀있던 부분을 뚫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더 당하고 싶었다. 알 수 없었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몸은 움직일 줄 모르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도 베이는 소리만 들려올 뿐 비명도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칫! 재미없어! 반응도 없고 죽여 버릴까?” 걸레가 되어가던 나의 몸....비명도 나오지 않는 상태라 녀석은 즐거움이 사라졌는지 무미건조한 어조로 나에게 속삭이듯 말하고 있었다. 나는 순간 무언가 말하고 싶었다. ‘더 베어봐....조금만 더.....’ 하지만 그것은 나의 기우였던지 천천히 나의 목을 베기 위해 검을 고쳐 쥐고 있었다. 순간 나는 그게 마지막이구나 라는 생각이 온몸을 지배했다. 몸이 떨려오며 심장이 세차게 뛰고 있었다. 공포감은 아니었다. 무언가 채워지는 충만감..... 쿵쾅! 쿵쾅! 달빛이 나의 몸에 닿자 알 수없는 기운들이 심장의 고동소리에 맞춰 차오르고 있었다. 심장에서부터 차오르던 기운들이 온몸에 채워지듯 차오르더니 나의 몸은 순식간에 아물고 회복되어 갔다. 그리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하지만 느낌만은 그대로였다. 베이고 또 베이는 느낌.... 그것은 여전히 나에게 고통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차오르는 기운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베이는 고통보다는 터질 듯 한 고통이 나의 몸을 지배했다. 하지만 그 기운들이 회복되는 쪽으로 모든 것이 가버리자 점점 나의 몸 상태는 안정한 상태로 돌아가고 있었다. 큰 고통일수록 나의 몸의 기운은 빠르게 사라져갔고 다시 빠르게 채워지고 있었다. 그럴수록 나의 몸은 단단해져 가는 기분이 들었고 정신은 더욱 또렷 해졌다. 몸에 주입되는 또 다른 기운, 즉 독소를 방출시켰고 베이는 상처는 다시 아물기를 수십 차례를 반복하자 더 이상 몸은 터질 듯 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푸쉬시시시ㅡ! 나의 몸에서 방출된 기운들이 사방을 얼리는 듯 한 추위가 엄습해왔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일 뿐이었다. 그것은 나의 몸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계속 주입되는 알 수없는 기운들이 나의 몸을 보호하듯이 온몸을 돌며 회복과 배출을 반복하고 있었다. 여러번의 배출, 그리고 차오름이 점점 나의 몸을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순간 모든 기운이 몸에서 배출되며 나의 정신을 돌아오고 있었다. 물론 그 기운들은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며 나의 몸을 지탱했다. 휘이이잉ㅡ! =현실.......게임......인생 순간 정신이 완전히 돌아오며 나는 몸을 일으켰다. 약간 공중으로 떠 있었던지 발은 허공에 떠서 내려 올 줄을 몰랐다. 그리고 이상한 말이 나의 귀속을 파고들어 뇌리에 강타되며 기억이 되었다. 바람소리 때문에 모든 말을 들을 수 없었지만 단 세 개의 단어만이 나의 기억에 남았다. 그 단어들을 들을수록 나는 흥분되어 가는 기분을 감출수가 없었다. 휘익ㅡ!! 나의 주위에서 강대한 기운이 느껴지며 유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나는 손을 내저었다. 알 수 없었다. 저절로 몸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의 생각이었던지, 아니면 나의 의지인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확실히 나의 몸에서 시작되었다. 시작되는 그랜드 얼라인먼트 “하하하! 전투 중에 한눈을 팔다니! 유성파천마검(流星波天魔劍)!!” 몸 안의 충만감을 느끼고 있던 나는 순간 무언가 나에게 날아오는 듯 한 기분이 들어 눈앞, 정면을 쳐다봤다. 수십 갈래의 유성들이 일제히 나에게 날아오는 듯 한 모습, 그 모습은 환상적이고 경이적인 것이었지만 나에게는 단지, 나를 공격해오는 기술일 뿐이었다. 저절로 움직이듯 손이 날아오는 유성들 쪽으로 향했다. 휘유유웅! 붉은 색의 꼬리를 달고 날아드는 유성, 아름답고 신비로웠다. 허나, 나의 몸을 찣어 발기듯 엄청난 살기를 동반하며 날아오는 유성, 그런 것을 향해 나는 손을 점점 들이 밀었다. 푸슈슈슝! 나의 몸에 닿기 직전의 유성에게 수십 발의 검은색의 구가 날아갔다. 물론 나의 손에서 나간 것이었다. 더 이상 나에게 날아오지 않는 유성에 저 멀리 모든 모습을 보고 있던 남자와 마유는 당황하며 고개를 젖혔다. 마치 유성이 허공에서 사라진 것처럼 녹아 사라져 버렸다. 남은 것이라고는 나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색의 구들, 엄밀히 말하면 나의 마탄이었다. 나는 그것을 지휘하듯이 허공에 흩날렸다. 그 마탄들은 유성을 따라하듯 하늘 높이 치솟아 녀석들의 주위로 떨어져 내렸다. 쾅ㅡ꽈꽈꽝!! 단발의 터지는 소리와 함께 모든 마탄들이 녀석들의 주위를 빛겨 나가며 공터를 터뜨려 버렸다. 마치 수십의 다이너마이트들이 한꺼번에 터지는 듯한 굉음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여러 번을 울린 끝에야 그 소리는 멈추었다. 아무런 마법도, 아무런 방음장치도 없었던 탓에 사방으로 퍼져 나간 소리를 여러 사람에게로 들어간 것인지 주위가 소란스러워 졌다. “뭐, 뭐냐! 나의 오의를 막질 않나....산공독에 분명 당한 것이 분명할 텐데 내공을 쓰질 않나!” “그.....그 기술이야. 동료들을 죽인 기술.” 갑작스런 나의 공격에 녀석들의 눈동자는 커질 대로 커져 버렸다. 자신들의 오의를 막았다며 호들갑을 떨어대는 남자, 자신의 동료를 죽였다는 기술을 다시 본 것에 대한 놀람. 전의를 상실해야 될 상황이었지만 어찌 된 것인지 녀석들은 더욱더 전의를 불태우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이 “어이, 마유. 저 녀석이 무섭지 않아? 저 눈빛, 우리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눈빛이 안보여?” “그래, 안 보여. 저 자식은 찢어서 죽여 버릴 거니까.” 자신들의 동료를 죽인 원수를 코앞에 두고 두려움에 떨 수는 없다는 듯이 녀석들은 한곳으로 모여 기운을 더욱 끌어 올리며 나를 주시했다. 마유라는 여자는 자신이 소유 하고 있는 비월시(飛月矢)를 여러 개 꺼내 들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죽음마저 각오했다는 눈빛이었지만 눈은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놀아 볼까? 삭망(削望)! 너의 원망을 깎을 때다.” 우우웅ㅡ! 검은 양복의 사내는 양복의 양팔 쪽을 찢어 버리고는 움직임을 편하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애검을 정성스럽게 쓰다듬고는 말을 걸고 있었다. 삭망이라는 말과 함께 검은 짧게 떨며 울음을 토해내며 그 예기를 발산했다. 위이잉ㅡ위에에에엥! 녀석들이 그런 행동을 할 동안 나는 두 녀석들을 치료하고 구석 쪽에 방어마법을 펼쳐 피해가 가지 안 토록 정리 해두었다. 그 녀석들은 나의 치료마법에 몸이 편한지 굳어 있던 얼굴이 편안하게 펴져 있었다. 그 짧은 시간이 모두 지나고 단 세 명만이 황량한 평지위에 서 있었다. 하지만 싸움이 그렇게 길게 갈 것 같지는 않았다.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조금씩이지만 커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대략 5분, 5분 안에 끝내 주겠다. 애송아. 솔직히 5분도 아깝지만! 죽어라!” 두 녀석은 좌우로 갈라지며 빠르게 달려들고 공격을 해오고 이었다. 첫 번째 공격부터 큰 공격인지 다발의 암기들과 유성들이 나에게로 날아왔다. 모두 막을 필요는 없는 공격인지라 나는 옆으로 살짝 몸을 튕기며 피했지만 다시 여러 개의 유성이 나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었다. “유성월환(流星月換) - 변(變)! 쾌(快)!” 사내는 저번에 나를 마구 자비로 벨 때의 기술을 응용하듯이 나에게 유성을 날리며 그 유성들을 조종 하고 있었다. 내가 오른쪽으로 피하면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피하면 왼쪽으로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도도 만만치 않았다. 쾌라는 단어가 더 붙자 녀석의 검식의 속도가 상상초월이었다. 나의 복부 쪽을 파고들듯 들어오는 유성무리를 보며 나는 한 가지 주문을 머릿속으로 이미지 하듯 그렸다. “블링크(Blink)!” 꽈꽈꽝ㅡ! 나의 몸은 순식간에 유성을 피해 옆쪽으로 순간 꺼지듯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목표를 잃은 유성은 땅으로 처박히며 여러 번의 폭발이 울려 퍼졌다. 사내는 아쉬운 듯 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지만 여자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어디론가 이동한 나를 찾고 있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용언 혹은 마언으로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 이런 이미지로 떠올려 하는 마법은 처음이었기에 알 수없는 희열이 나의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더 써달라는 듯이 마나들이 요동치듯 온몸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게임에서 써봤던 용언의 부작용으로 약간 떨던 몸은 안정을 되찾았다. “거기 구나! 죽어라! 연환십이참(連環十二斬)!” 피슝! 슈슈슉! 고개를 돌려 빠르게 나의 모습을 찾고 있던 마유의 시선에 나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그 것을 놓치지 않고 열두 개의 비월시를 나에게 던졌다. 풍차처럼 회전하며 던진 열두 발이 정확하게 나의 미간과 인중, 양팔, 양 다리 쪽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슈슈슉! 열두 개의 암기들이 달빛에 가려져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손에서는 보이던 암기가 손을 떠나자 달빛을 빠르게 흡수하듯 받아 들여 고스트(스타에서)가 클로킹을 하듯 천천히 암기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다만 미약하게 바람을 뚫고 날아오는 소리만은 나의 귀에 들렸다. 나는 손을 뻗어 마탄을 뽑아냈다. “호신강기까지 파훼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티티티팅! 정확히 나에게 날아오던 열두 개의 암기들이 나의 마탄에 튕겨져 나가 버렸다. 나의 모습을 비웃듯이 설명을 하고 있던 마유는 그대로 굳어지며 말을 더 이상 잊지 못했다. “가라.....” 나의 손에서 벋어난 마탄 중 다수가 나의 몸에 흡수되듯이 빨려 들어가 마나를 보충하고 있었고 나머지는 마유에게 날아가고 있었다. 아까전의 상황을 따라 하듯이 마탄들이 쪼개지며 작은 알갱이로 변하며 마유의 온몸을 덮쳐 가고 있었다. “젠장! 뒤로 물러나!” 슈슈슈슉! 마유에게로 빠르게 신법을 발휘해 달려오며 호신강기(護身强氣)를 펼쳐내는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그것도 모자랐던지 호신강기의 막 안에서 검을 마구 자비로 휘두르며 검으로 막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퍼퍼퍼퍽! 순간 날아든 나의 마탄들이 호신강기와 검 막에 막혀 사라져 버렸다. 많은 내공을 소모 했다는 듯이 약간 호흡이 흐틀어 져 있는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후우ㅡ 내공을 회복한 네놈, 진정 녀석들이 죽을 만 했구나! 하지만 나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흐틀어 져 있던 숨을 빠르게 고르며 나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인정한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는 순간 보법을 발휘해 공격을 해오려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사내의 모습은 관심이 없었고 오직 용언과 마언을 펼쳤다는 쾌감에 빠져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시작되는 그랜드 얼라인먼트 “죽어!” 슈욱ㅡ! 사내의 공격은 그렇게 시작됐다. 빠른 몸놀림으로 순간 사라졌다가 나의 움직임에 따라,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나의 심장을 향해 꿰뚫는 듯 한 살기를 쏘아 보내며 검기를 날려 보냈지만 모두 허사였다. 콰쾅! 검기를 고스란히 맞을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나는 사내의 검기를 모두 피하고 빠르게 발을 놀렸다. 마치 헤이스트를 쓴 듯이 나의 발놀림은 가볍고 빨랐다. 땅을 많이 파헤친 듯이 먼지들이 나의 콧구멍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무수히 많은 먼지에 나는 손을 내저으며 먼지를 날려 보냈다. 간단한 바람 계열 덕분에 공기가 깨끗해졌다. 순간 나의 머리를 쭈뼛 서게 만드는 기운이 나의 머리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이제 용언과 마언이 익숙해진 상태였다. 물론 간단한 마법 뿐이었지만 아까보다 훨씬 나아진 상태였다. “폭우이화침(暴 雨梨花針)!!” 여러 개의 암기들이 일제히 나의 머리만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잘 만들어 진 암기였던지 바람을 가르는 소리마저 잘 들리지 않았다. 검은 하늘로 인해 암기의 모습은 구분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약간씩 느껴지는 실린 기운으로 그 위치를 파악 할 뿐이다. 그 기운들을 느끼며 나는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다발의 암기들이 일제히 땅으로 처박히고 있었다. 약간씩 들려오는 소리로 알 수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사내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마유, 꺼져라. 저 놈은 내가 죽인다!” 사내는 자신의 절기들이 모두 가로막힌 것이 분한 것인지 약간 흥분한 상태였다. 나에게 쏘아져야할 기운들이 고스란히 여자에게 쏘아지며 싸늘한 어조로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는 암기를 빠르게 회수하며 다음 공격을 준비 하면서 차분히 입을 열었다. “천유, 냉정해져라.” “지금도 냉정하다. 그럴 말 할 시간에 너는 돌아가서 보고나 해!” “천유, 냉정해저라고 했다. 우리가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냉정해지지 않으면 순간 당하고 만다. 기껏 몇 번의 공방으로 냉정함을 잃은 것이냐!” “후ㅡ고맙다. 마유.....크윽!” 꽈꽈꽈ㅡ꽝! “천유!!” 이상하게도 싸움에 대해서 충고를 해주던 녀석들이 한눈을 팔며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 화가 난 나는 마탄을 만들어내 있는 데로 날려 버렸다. 아직도 날아가는 열 발정도의 마탄들이 일제히 천유라는 녀석의 몸통을 난도질 하고 있었다. 최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개수는 대략 열 개 정도였기에 만들 수 있는 마탄을 모두 만들어 날렸다. 자욱한 먼지들이 순간 천유의 몸을 가렸고 그 모습에 당황한 마유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전투 중에는 한눈팔면 안 되지...!” “이 개자식!” 충고를 해주었던 마유가 흥분을 하며 얼마 남지 않는 내력을 있는 대로 끌어 올리고 있었다. 분노와 함께 끌어올린 기운 덕분인지 살기가 눈에 보일정도로 높아져 있었다. 끈적이듯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살기가 나의 피부에 전해지고 있었다. 약간씩 따끔 거리는 것이 여간 살기가 아니었다. “죽어라! 폭우이화침(暴 雨梨花針)!!” 하늘 높이로 뛰어오른 마유가 몸속에 숨겨져 있던 셀 수 없을 정도의 암기들이 일제히 쏘아지고 있었다. 아까 와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회전하면서 뿜어져 나온 암기들은 나의 움직임을 방해하듯이 공중을 가득 메우며 날아오고 있었다. 나의 눈을 가득 메우며 날아오는 다발의 암기에 나는 빠르게 이미지 하며 무언가를 그렸다. 절대 방어 무엇이라도 뚫을 수 없는 절대의 벽을 상상했다. 그러자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하는 무지개빛의 막이 나의 온몸을 감싸듯이 휘감았다. 튕ㅡ튀튀튕! “저, 저럴 수가 분명 비월시를 사용했는데!” 슈욱ㅡ! 캉ㅡ! “기습할 상대를 잘못 골랐구나. 이제 그런 수법은 통하지 않아!” 믿을 수 없어 하는 마유를 뒤로 하고 빠른 속도로 나에게 날아오는 검기에 나는 블러드 네일을 사용해 모두 막아 버렸다. 둘은 모든 내력이 고갈 했는지 숨을 헐떡이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둘은 힘겨운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유의 옷은 여기저기 찢어져 자잘한 상처가 눈에 보였다. 천유라는 자는 상태가 심각했다. 복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왼손으로 가로막고 있었지만 출혈이 심한지 눈이 감기듯 떠지듯 하고 있었다. 물론 입고 있던 양복은 너덜너덜해져 양복이라고 하지 못할 정도였다. 위이이잉ㅡ위이이잉!!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 질대로 가까워 졌다. 점점 다가오는 경찰차이 소리에 정신이 든 수강과 가연은 눈을 비비고 우리의 상황을 보고 있었다. 마치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듯이 입을 벌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얼마 없군. 너희들을 보내줄까. 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어. 이런 걸 강자의 여유라고 하나? 나도 돌려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재미없어....반응도 없고 죽여 버릴까?” 나는 이 급박한 상황을 즐기듯 천천히 손을 천유라는 녀석으로 향하게 하며 말을 이었다. 녀석이 해주었던 말을 곱씹게 해주며 나는 손에서 붉디붉은 기운을 방출시켰다. 푹! 손가락에서 뿜어져 나온 블러드 네일이 길어지며 녀석의 허벅지를 관통해버렸다. 하지만 녀석은 고통의 비명과 절망의 눈빛을 보내지 않았다. 마치 할 만큼 했다는 식의 눈빛이었다. 이대로 죽여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언제 이런 놈이 또 나타날지 몰라, 녀석의 몸에 위저드 마크라는 마법을 사용했다. 처음 사용하는 마법이라 그런지 약간 어색한 감이 있었지만 정확하게 녀석들에게 사용되었다. 위저드 마크, 이것은 마법사들이 자신들의 문양을 만드는 마법이었다. 게임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마법중 하나인 이 마법을 사용함으로 마나의 흔적을 뿌리는 것이었다. 이것은 흔히 추적용으로 사용되는 마법이었기에 녀석들의 몸에 각각 한 개씩의 마크를 만들어 심어 놓았다. 그러면 자연히 녀석들의 본거지를 알 수 있으니 나도 좋고 한국의 기관도 좋은 일이었다. “목숨은 살려주마. 다음에 눈에 띄면.....알지?” 두 녀석에게 서슬 퍼런 눈으로 직시하며 말했다. 하지만 마유라는 여자만이 약간 눈빛이 흔들릴 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제 이곳으로 뛰어 오고 있는 경찰들의 모습에 나는 몸을 돌려 두 남매를 잡아끌고는 텔레포트아더로 이곳을 벗어났다. 물론 그 둘은 알아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우리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짓던 두 남녀는 경찰의 시선을 피해 어둠속으로 천천히 녹아들어 가버렸다. 다음에는 복수를 할 것을 다짐했지만 후들거리는 다리가 두 남녀의 마음을 대변 할 뿐이었다. “꼼짝마!” 휘이이잉ㅡ! 뒤늦게 공터로 뛰어온 경찰은 텅 비어 버린 곳을 향해 소리쳤지만 바람소리만 들려 올 뿐이었다. 다음날 아침, 몇 명의 기자가 이 공터의 흔적에 대해 취재해 보도했지만 이 사건은 그냥 흐지부지 하게 넘어가 버렸다. 그날의 이 소리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는 주민들이 있었지만 그저 작은 해프닝으로 치부해버리고 넘어 가 버렸다. 시작되는 그랜드 얼라인먼트 “다녀왔습니다.” 시간은 12시를 넘기고 있었다.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어두컴컴한 밤을 선사하고 했다. 하지만 문 앞에 서있는 세 명, 즉, 나와 수강, 가연의 얼굴에는 피곤과는 전혀 무관한 얼굴이었다. 옷 여기저기에 뭍은 흙들과 찢어진 옷으로 보아 무슨 일이 있었다는 생각만 들뿐이었다. 문제는 아무런 상처가 없다는 것이었다. 띠ㅡ찰캉! 대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고는 서서히 열렸다. 그리고 우리 세 명은 몇 걸음 옮기고 나서야 진정한 집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늦은 밤임에도 환한 불빛을 내뿜으며 거실에는 모든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다녀왔어요. 엄마, 아빠, 그리고 언니들.....” “다녀오셨어요. 아가씨.” 집안으로 들어섰을 때 우리를 맞아 주는 것은 수강의 부모님과 메이드들이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를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을 물어 올 것만 같았다. 당연히 17살 밖에 되지 않는 녀석들이 밤늦은 12시에 들어오는 것은 일반화 되어 있지만 이건 아니었다. 옷이 여기저기 찢어 져있는 것을 보고 누가 놀라지 않겠는가. “사실...그게, 중국의 능력자들과 한바탕.....” 짝ㅡ! 수강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는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그러자 여지없이 날아오는 손찌검에 수강은 고개를 옆으로 틀수밖에 없었다. 수강은 아픈 기색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일이 있으면 곧장 연락을 해야지! 너희들 B급에 C급이라고 너무 우쭐하지 마! 너희들은 아직도 애야 얘! 그걸 알아야지.” “죄송합니다.” 평소 화를 내지 않을 것만 같던 아주머니가 손을 먼저 날린 것은 의외였다. 순간 아주머니의 기세에 놀란 수강과 가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 중국의 능력자들은 어떻게 됐어....설마 물리 친 것은 아니겠지?” “사실.......” 여전히 화가 난 얼굴로 물어오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수강과 가연은 모든 사실을 털어 놓을 수밖에 없는 것인지 자신들이 본 것을 사실대로, 상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그 말이 깊어질수록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경악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나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게, 정말이니?” 아주머니는 평소 쓰지 않는 말투로 말하고 있었다. 사실 그것이 편하긴 했지만 갑자기 들으니 어색한 감도 있었다. 아주머니의 태도에 거짓을 말하기도 뭐했기에 모든 사실을 말했다. 그리고 요즘 들어 자주 중국의 능력자들과 접촉을 많이 한다는 말까지 하자 아저씨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어디론가 끌고 가 버렸다. 어디론가 끌려갔던 아저씨는 힘없이 다시 거실로 나오고 있었다. 간간히 들려오던 잔소리가 아주머니의 분노를 입증해주고 있었다. “그래, 내일부터는 중국의 능력자들은 잘 보이지 않을 거다. 한국도 능력자 들은 많으니까. 그리고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학교 마치면 빨리 돌아오고, 그랜드 얼라인먼트가 시작되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많은 나라의 능력자들이 관광으로 위장해 이곳저곳에 모여 들기 시작하고 있으니까.” “큼.....다 맞는 말이다. 요즘 들어 전국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들이 말해주고 있지. 한국의 능력자들도 이 지역에 많이 밀집되어 있어서 살인 같은 사고는 안 일어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니, 일찍 다니 거라. 이제 올라가서 쉬어라. 피곤 할 테니.” 장장 30분의 대화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아직도 흥분과 화를 삭이지 못한 아주머니는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거실에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고 아저씨는 아주머니를 피해 어디론가 떠나고 있었다. 당연히 우리들은 이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휴, 엄마는 꼭 흥분하거나 화가 나면 저런 다니까.” “아빠가 불쌍해....” 두 남매는 이층으로 올라가면서 조용히 말했지만 모든 소리가 아주머니에게 들렸던지 약간의 소란이 있었지만 무사히 이층으로 올라 갈수 있었다. 아침에는 잘 몰랐지만 이층의 방은 총의 구조는 이렇게 되었다. 이층 계단의 오른쪽에 있는 방은 나의 방으로 정해져 있었고 그 왼쪽 방은 수강이, 그리고 예쁜 방문으로 되어 있는 곳이 가연의 방이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방으로 되어 있어 약간 어색한 감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괜찮지 싶었다. 문제는 거대한 화장실이 단 하나 뿐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화장실에는 세 개의 칫솔이 있었다. 당연히 나의 것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었지만 나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하나 더 늘어버린 것이다. 하루 날 잡아서, 불타버린 집에도 가봐야 하지만 지금은 약간 여유가 없었다. 모든 것이....익숙해져야 할 새로운 집에 익숙해 져야 할 능력들이 아주 많았기에 나는 이제 정신없이 생활해야 할 판이었다. “아, 맞다. 제현아. 오늘 우리 본선 있는 날이잖아. 혹시 끝나 버린 거 아닐까?” “그렇네...우리 게임이나 하며 하루 밤 샐까? 이미 새벽이니까. 잠도 안 오는데. 게임이나하자.” 두 남매는 갑자기 방으로 들어가려던 나를 불러 세우고는 게임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순간 떠오른 나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 그런 것에 마음 두지 않겠다는 생각에 녀석들을 무시하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가연과 수강이 다가오며 나를 어딘가로 끌고 가고 있었다. 그곳은 게임방인지, 집인지 모를 곳이었다. 캡슐 방처럼 다수의 캡슐들이 놓여 있는 방은 처음이었다. “우리 방이랑 가까운 곳에 캡슐이 있으니까. 언제든지 하나 골라서 들어가면 돼.....그럼 우리 경기장에서 만나자. 끝났을지도 모르지만.” 치이잉ㅡ 두 녀석은 순식간에 자리를 잡고는 캡슐 속으로 들어가게임에 접속해 버렸다. 모두 최신형 기기뿐인지 깔끔하고 눕기 좋게 쿠션까지 잘 되어 있었다. “좋아. 나도 들어 가 볼까.” 최신형 기기라 사용 방법은 잘 몰랐지만 녀석들이 하던 행동을 잘 봐두었기에 쉽게 캡슐 속으로 들어가 시작 할 수 있었다. -그대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그 말과 함께 나는 게임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게임 속으로 접속한 그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사람들도.....다만, 천문학자들만이 이 현상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 *          * 소백산의 한 천체관측소 “박사님! 이제 일렬로 맞춰 지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있어. 누구는 눈이 없는 줄 알아? 지금 기게 아니라, 빨리 계산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듯하니!” 천장에 구멍이 뻥 뚫린 곳에서 여러 명의 천문학자들이 바삐 움직이며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지금 속도로 보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상태는 지구를 중심으로 금성과 화성이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성과 화성의 공전궤도가 조금씩 변하는 것 같습니다.” “뭐라고!?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래, 계속 관측하고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빨리 보고 하도록,” 거대한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고 있던 한 연구원이 한 사람에게 빠르게 달려와 무언가를 보고하고 있었다. 보고를 받고 있는 사람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천체망원경에 눈을 같다 대며 금성과 화성을 관측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하나의 운석이 금성과 화성에서 각각 떨어져 나오며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빠르게 지구의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지만 어떠한 연구원도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냥 평범한 별똥별이라고 치부한 연구원들은 각자 소원을 빌듯이 손을 모으며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일어날 일들은 생각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서서히 그랜드 얼라인먼트가 시작되고 있었다. 태양을 중심축으로 잡은 행성들은 조금씩, 조금씩 각도를 틀며 일렬로 서기 시작했다. 시작되는 그랜드 얼라인먼트 화르르륵ㅡ꽝! 꽝! 게임을 한창 하고 있을 그 시각, 금성과 화성에서 떨어져 나간 부산물들이 빠르게 지구의 대기를 뚫고 날아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운석들은 지구의 대기에서 다 타버리고 소멸하지만 어찌된 것인지 이번의 운석은 여러 갈래로 터지고 불까지 붙으며 여러 나라로 흩어졌다. 수십의 운석들이 지각과 닿자 거대한 폭음과 함께 모든 것이 파괴 되고 있었다. 셀 수 없을 정도의 운석이 여러 나라로 떨어지며 그 피해는 엄청났다. 작은 운석들이었지만 상당한 피해를 입히며 모든 건물이라는 건물을 부셨다. 으아아악! 도시에서는 여러 사람들의 신음이 들려왔고 구조를 요청해오는 자들도 있었다. 첫 번째의 피해는 아메리카 쪽이었다. 처음 떨어져 내린 화성의 운석들이었다.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 화성의 운석들이 미국이 있는 아메리카 그리고 아프리카의 각지로 떨어지며 모든 도시를 파괴시켰다. 더 이상 도시의 구실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어 갔다. 전화, 컴퓨터는 물론 도로와 같은 이동수단, 통신수단이 모두 부서진 것이다. “갑작스런 운석의 충돌은 저희 정부에서도 밝혀 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현상은 미국만이 아닌, 아메리카, 아프리카에 있는 모든 나라에서 벌어진 일오, 자연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타국의 공격이 아닌, 순수한 자연 현상이라는 것을 밝힙니다.” 백악관에서는 한창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었다. 갑작스런 운석의 충돌을 해명하기 위해 미국이 나서서 각국의 평화와 안녕이 기여하고 있었지만 생방송으로 이것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전쟁이 아닐까라는 조심스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천체를 관측하는 곳에서는 뭘 하고 있었습니까?” “그건, 우리 측에서 알 수 없는 일이었고, 관측소에서도 전혀 알 수 없다는 말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 다음 질문이 없으면 이것으로 기자회견을 마치겠습니다.” 한 기자가 펜을 굴리며 미국 측의 외교관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여러 나라에서도 사진을 찍으며 그 말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간단한 말에 주위는 더욱더 소란스러워 졌다. “한 가지 더, 그러면 지금의 모든 상황은 국가에서는 회피하고 있다고 해도 된다는 말입니까? 천체관측의 기술은 미국이 단연 최고라고 불리데 그걸 믿으라는 말입니까? 그건 어린 아이도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똑바른 해명을 해주십시오!” “그건 관측의 오류였소. 이상 기자회견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똑바른 해명을 해주십시오!” 퇴장을 하고 있던 외교관을 불러 세우며 질문을 했지만 외교관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대충 답변을 하고 퇴장해 버렸다. 순간 수많은 기자들은 특종이라는 생각에 소리를 질러 대며 어디론가 전화와 인터넷을 하고 있었지만 간간히 연락되던 통화와 인터넷은 두절되고 말았다. 한편, 미국의 각 도시들은 수많은 화제와 운석의 파편으로 붕괴되고 있었다. 화르르륵ㅡ 와르륵ㅡ! 굳건히 버티고 서 있던 건물들이 와르르 무너지며 땅으로 꺼지고 있었다. 이 모습은 911테러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수만 명의 인명피해가 생겼고 중상을 입는 자들도 늘어나고 있었다. 이 혼란을 틈타 무언가를 훔치는 사람들도 보였지만 대부분 운석을 피해, 붕괴되는 도시를 피해 피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미 통제를 벗어난 사람들은 마구 날뛰며 뿔뿔이 흩어지고 있었고,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의 통솔도 소용없는 것이었다. 빨리 빠져 나가고 싶은 듯 이미 도로는 점거된 상태였다. 무수히 많은 차들, 그리고 빈번히 벌어지고 있는 범죄는 단 3시간만의 상황이었다. 물론 운석이 떨어지기까지를 포함한 시간이었기에 경제 강국이라는 국가가 무너지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살려줘! 나를 버리지 마! 제발!” “살려주세요. 사람이 다쳤어요!” 무너져 내리는 건물의 파편에 끼여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단순한 운석과의 충돌이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지만, 우연과 우연이 겹쳐 생긴 일이었다. 하늘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화산의 재가 둘러 싼 듯이 햇빛은 이미 보이지 않아 밝지도 어둡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마치 세상의 종말을 보는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마른하늘에 벼락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의 상황은 딱 그런 상황이었다. 어두운 하늘에서는 벼락이 마구 치며 위태하던 도시는 한순간의 꿈처럼 부서져 내렸다. 그런 현상은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각지의 수도와 도시들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화성에서 떨어져 나온 운석에서는 알 수 없는 기운들이 뿜어져 나오며 죽은 사람의 시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방치된 동물의 시체나 인간의 시체, 그리고 생장되어 있는 무덤에서도 어디에서든 모든 죽은 것은 둘러싸고 있었다. 캬오오오! 그워어어어ㅡ! 죽은 동물의 시체에서는 더욱 단단해진 피부와 강철 같은 발톱이 돋아나고 있었고 인간의 육체는 부풀어 오르며 커지며 수북한 털이 돋아나고 있었다. 이빨은 길어져 입 밖으로 삐져나와 흉측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무덤가에서는 땅을 파헤치며 해골들이 일어나며 거리를 활보 하고 있었다. 생존해 있는 자들에게는 죽음을 내리고 자신들의 동족을 만들며 어디론가 계속 걸어 다니고 있었다. “젠장! 이 현상을 모든 국가에 알려야 해! 어떻게든 통신 설비를 구축해봐!” “어렵습니다. 이상한 괴물들이 진을 치고 있는 바람에.....” 이런 현상은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통신과 이동수단이 모두 부서진 지금, 이 사실을 알릴 길이 없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국가들은 답답한 기분과 함께 점점 죽음의 길로 가고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모든 사람들은 신에게 기도를 올리며 의지하고 있었다. * * * 이런 사태가 일어날 것을 알고 있던 초능력자들의 기관에서는 모든 대원들을 출동시켜 괴물들과 전쟁을 치루고 있었지만 그 수가 워낙 많아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한국에 요원들을 파견하지 않았다면 달라 질수도 있었지만 후회해도 늦은 시간이었다. 이런 사태는 초능력자들만이 아닌, 당국의 군인들이 파견되며 진화 될 듯 보였지만 죽음마저 두려워하지 않는 괴물들의 태도에 피해는 점점 늘어갔다. 그렇게 운석충돌 10시간만의 상황이었다. 점점 사람들은 지쳐갔고 피난의 길은 너무나 길고 험난했다. 더 이상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최신의 무기와 경제의 강국이라고 불리던 거대한 나라의 파멸이었고 곧 세계의 파괴가 시작되었다.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도 미국과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지듯 모든 나라는 천천히 죽어가고 또 죽어갔다. “이 말을 밑어 주시오! 지금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이상한 괴물과 운석충돌......컥!” “미쳤어? 미국 새끼들은 다 이러냐? 또라이 아니야? 지금 시대가 어떤 때 인데, 괴물? 운석? 그래 운석은 믿어 준다. 하지만 괴물은 뭐야. 순 미친놈 아니야. 이런 놈을 청와대에 발 들여 놓으라고?” 간신히 빠져 나온 국가의 사람들이 아시아와 유럽의 각 나라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똑같은 말, 똑같은 몸짓을 하는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예외적인 나라도 있으니....그것은 한국이라는 나라였다. 모두 믿지 않는 말에도 조용히 들어주는 나라는 한국뿐이었다. “지금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운석.......” “지금,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괴물들이 출현했으니, 도와 달라 이 말이오? 본국의 대답은 거절이오. 지금 우리나라에 있는 각국의 초능력자들은 어떻게 설명 할 것이오! 침공이 아니고 뭐라고 말할것이오! 아무리 보옥이 탐나도 그렇지, 있지도 않는 것을 찾아서 모여 드는 나라가 무슨 염치와 생각을 가지고 한국에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귀국에 대한 원조는 없을 것이오!” 미국이 선택한 최후의 수단은 한국이었다. 각 나라의 거절이라는 말에 실망을 감출 수 없었지만 지금껏 많은 원조와 도움으로 성장한 한국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왔지만 다른 나라와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 빼고는 다를 바가 없었다. “본국에 대한 이익도 없거니와 그런 위험한 곳에 갈 정도로 우리나라는 넉넉하지 못하오! 간신히 그대의 나라에서 파견한 초능력자들을 막기도 급급하니 정 급하면 파견 나온 초능력자들이나 대리고 돌아가시오.” 명백한 축객 령이 내려졌다. 각국의 대표들은 침울한 표정과 함께 청와대의 회의실에서 벗어났다. 마지막으로 걸고 있던 희망이었던 나라, 한국에서 마저 거부라는 싸인이 떨어지자 그들은 절망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나라에서는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있었지만 이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생각은 조금 더 다른 나라에 배려를 할 것을 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후회는 늦는 법이었다. “바닥을 설설 기던 나라 주제에!” 그들은 각자의 나라말로 한국에 대한 욕을 하고 있었지만 들어 주는 이가 없었다. 그들의 나라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파멸되어 갔다. 모든 나라의 거부 속에서......이 현상은 얼라인먼트의 시초에 불과했다. 이제 일어날 금성과 아시아, 유럽과의 충돌로 성립될 것이다. 얼라인먼트가......금성에서 떨어져 나온 운석과의 충돌은 채 3달이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아주 느린 속도의 유성이 다가 오고 있었다. 화성과는 다른 점이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예 10번째 대결인 스텔스님과 카스님의 대결이 이 있겠습니다. 정령마법사 대 전격의 대마법사, 누가 이길지 궁금하군요. 불, 물, 바람, 땅, 번개, 어둠, 성 7대 마법사중 단연 으뜸이라고 생각되는 카스님입니다. 누가 이길지 궁금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ㅡ! 나는 우려하던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이제 나의 시합이 있었기 때문이다. 접속과 함께 받는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소리에 귀가 울릴 정도였지만, 나쁘지 않는 소리였다. 셀리온 월드는 수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기 때문에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였다. 한마디로 이제는 게임도 세계화라는 말이다. 물론 언어문제는 자동 해석으로 해결되었고, 문화의 차이는 게임이라는 틀로 메웠기에 이상할 것은 없었다. 게임의 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보면 이렇다. 아메리카 17퍼센트 아프리카 13퍼센트 유럽 10퍼센트 태평양 10퍼센트 아시아가 단연 으뜸인 50퍼센트였다.(한국은 50퍼센트 중에서 5퍼센트 정도 뿐.) 한국의 사람들은 대부분 이게임을 즐겼고 중국과 인도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퍼센트를 끌어 올렸다. 플레이하는 사람의 수만큼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한국이었지만 수많은 지분과 주식이 골고루 나눠져 있어 들어오는 돈은 한국이 제일 많았지만 대부분 비슷하게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그럼, 준비하시고! 시작! 사회자의 말에 따라 나와 카스라는 자는 지팡이를 움켜쥐고 대기하고 있었다. 지금 나의 캐릭터에 부여 되어 있는 것이라고는 흑마법사 단 하나 뿐이었다. 그래야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있고 어둠의 정령과의 속성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녀석의 지팡이에서 마법이 뿜어져 나왔다. 녀석이 들고 있는 거대한 지팡이는 아주 좋은 것인지 파괴력이 증폭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나의 지팡이보다는 떨어지겠지만. 찌지지직! 순간 나의 몸에서 약한 전류가 휘감고 지나갔다. "하하하, 마법사와의 전투는 강력한 마법이 아니라 빠른 스피드와 빠른 캐스팅이다.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기 전에 몸에 맞으면 마법이 캔슬 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녀석은 나를 보고 비웃으며 큰 지팡이를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다. 그녀석의 말처럼 마법사와의 전투는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마법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기교와 스피드가 중요했다. 지켜주는 이가 있다면 큰 마법을 준비 할 수 있지만 그런 가디언 같은 존재가 없는 자에게는 저 서클의 캐스팅이 적은 마법으로 싸워야 했다. “이미지 미러(Image Mirror)!” 나는 순간 떠오른 생각으로 수많은 환영을 경기장 위에 생성시켰다. 주위에 생겨나고 있는 수많은 환영이 나타났다. 그리고 나는 입을 조금씩 달싹이며 캐스팅을 사용했다. 천천히 걸으면서 어떨 때는 빠르게 뛰어가며 캐스팅을 외웠다. “오만한 나의 적, 그대, 나의 분노를 피할 수 없으리. 차가운 빙정의 폭풍으로 그대의 오만함을 없애리.” 수많은 환영의 나가 같은 주문을 외며 한곳에 힘을 집약시키고 있었다. 주위의 온도가 급속도로 내려가며 미리 써 놓았던 물방울들이 하나 둘씩 얼어 가고 있었다. 나의 캐스팅이 길어질수록 나의 적인 카스는 당황과 함께 나의 환영을 공격하고 있었다. “미친! 그런다고 내가 포기 할 성 싶으냐! 마법사와의 대결은 빠른 캐스팅이다. 그런 긴 캐스팅으로 나를 이길 수 없어!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tning)” 찌지지직ㅡ퍽! 녀석은 급한지 전체적은 공격마법인 체인 라이트닝을 사용해 나의 환영에 줄기들을 내뿜었다. 그 전류들은 하나로 이어지며 나의 환영을 덮쳐 가고 있었다. 하나 둘씩 사라져 가는 나의 환영들로 인해 점점 나의 모습은 하나로 축소되어 갔다. “네놈이 진짜구나! 죽어라! 썬더 캐논(Thunder Cannon)” 녀석은 순식간에 마법을 캐스팅하며 썬더 캐논을 나에게 날렸다. 최대한의 마나로 집약한 것인지 거대한 마나 덩어리가 나의 몸을 덮치려했다. “실드(Shield)” 파지지지직ㅡ! “이중 캐스팅!” 아직 마무리 되지 않는 캐스팅으로 나는 순간 이중 마법시현을 해버렸다. 다른 마법이 사용할 때는 다른 종류의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지만 이중 캐스팅이라면 괜찮았다. 웬만한 마법사라면 모두 사용 할 수 있는 마법이었지만, 다량의 마나 소비로 잘 사용되지 않는 방법이었다. “나의 마나, 어둠의 마나가 모든 적을 없앨 것을 약속하노라, 아이스 크리스탈 오브 스톰(Ice Crystal Of Storm)” 모든 캐스팅이 완성된 나는 차가운 빙정들이 부유하는 곳으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마법을 사용했다. 경기장에 생긴 수많은 빙정들이 갑자기 쌔진 바람을 따라 회전하고 있었다. 빙정의 폭풍, 즉, 왕바람을 따라 수많은 빙정들로 공격하는 것이었다. 최소한의 거리로 축소했기에 집약된 힘은 엄청났다. 얼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극한의 한기는 서서히 녀석을 얼렸고 회전하는 얼음덩어리는 녀석의 몸에 부딪히며 뜨거운 피를 회오리 속으로 흘려보냈다. “이곳까지 어떻게 올라 왔는데! 질수 없다! 퓨리 오브 더 헤븐(Fury Of The Heaven)” 녀석도 최대의 마나를 쏟아 부으며 나에게 했던 충고의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긴 캐스팅, 하지만 적절하게 이중 캐스팅으로 실드 마법을 펼쳐 빙정으로 인한 캐스팅 캔슬은 없었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노란 불꽃이 나의 마법을 파훼하려고 하고 있었다. 퓨리 오브 더 헤븐, 하늘의 분노라는 뜻을 보듯이 정말로 웅장했고 파워풀 적이었다. 하지만 나의 마법을 부수기에는 마나가 부족한지 순간 픽 꺼지며 소멸해 버렸다. 녀석은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면서도 승리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지 발악을 해대고 있었다. 서서히 사라져 가는 나의 마법을 보고는 수많은 전류들을 나에게로 방출했다. “죽어! 라이트닝 애로우(Lightning Arrow)” 수많은 라이트닝 애로우가 날아왔지만 간단한 실드 마법에 부딪히며 나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나는 느린 걸음으로 녀석에게 다가갔다. “그만, 그만해라, 할 만큼 하지 않았나? 너는 단지, 상대를 잘못 만났을 뿐이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수많은 매직에로우를 날리며 녀석의 급소를 공격했다. 순식간에 당해버리는 녀석의 처참한 모습에 주위는 잠시 할 말을 잃었는지 조용해졌다. 하지만 곧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와아아아아, 역시 한국! 한국! 한국! 나와 대결한 자가 한국인이 아니었던지, 관람석에 있던 수많은 한국인들이 나의 이름과 함께 한국에 대한 구호로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잠시후 다음 경기가 시작되었지만 관심 밖의 경기였다. 두 남매의 경기는 한참 뒤의 일이었다. “수고했어!” “정말 잘하더라.” 선수 휴게실로 돌아온 나는 두 녀석의 환호를 받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한걸음 드래곤에게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알지 못했다. 앞으로 일어날 수많은 사람들의 강제로그아웃을......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정말 멋진 경기였습니다. 이제 마지막 경기인 제 40번째 경기! 쌍둥이 남매 중, 아루아님입니다. 상대는 프리스트인 엑티브님입니다. 여성 유저들 인만큼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죠. 준비 되셨죠? “네ㅡ” 우리가 접속한지 3시간이 다되어 가고 있었다. 오늘의 마지막 경기인 아루아인 가연과 엑티브라는 외국인 여성이었다. 둘은 약간 긴장된 얼굴로 각자의 무기인 검과 해머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리고 곧 시작이 되었고 아루아는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엑티브에게 달려들었다. “크로스 슬래셔!” 엑티브의 가슴 쪽으로 파고든 아루아는 그대로 크로스 슬래셔를 사용했다. 예전에 수강인, 루커스와 같이 사용하던 기술이었다. 하지만 혼자라 그런지 한쪽만 생겨난 오러였다. 한마디로 수강이 없다면 반쪽짜리인 기술이었다. “홀리 크로스!” 캉ㅡ! 빠르게 파고든 아루아의 모습에 당황하지 않고 손을 빠르게 십자가의 모양으로 그으며 성스러운 마나를 불어 넣고 지나갔다. 그대로 생겨난 새하얀 색의 십자가가 아루아의 기술을 막아버렸다. 그리고 지체하지 않고 엑티브는 몸을 날려 움켜지고 있던 헤머를 아루아의 머리 쪽으로 내려찍었다. 캉! 강철 같은 헤머에 덮씌워진 성력으로 아루아의 검신이 약간 금이 가버렸다. 오러로 보호를 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제 성력과 함께 쇼크까지 건 헤머를 견디다니 대단하군요. 이만 끝내야 겠어요. 현실에서 누군가 급하게 부르고 있어서 말이죠.” “나도 지루한 참이에요! 이번 경기는 제가 꼭 이겨야겠어요. 아는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경기라서 말이죠.” 그 둘은 멀찌감치 떨어져 자신들의 최고의 절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프리스트인 엑티브의 헤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엄청난 성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버프를 거는 것인지 몸에서는 은은한 성력이 뿜어져 나옴으로 전신을 성력으로 둘러 버렸다. 반면에 아루아는 단순히 검에 마나를 밀집시키며 앞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후, 둘은 각자의 눈빛을 응시하더니 조용히 한걸음씩 걸음을 떼며 다가오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가 둘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경기장의 중앙에서 부딪혔다. “소드 투 엠블럼!” 아루아의 외침에 순간 검이 두 개의 잔영을 만들어 내며 각각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검의 표식이 나듯 엑티브의 성복에서는 자잘한 빛이 생겨나더니 그대로 폭발해버렸다. 하지만 엑티브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쾅! 단발의 폭발음이 아루아의 몸에서 나더니 수많은 성력이 아루아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순간 막은 검음 이미 장외 밖으로 떨어져 부서져 있었고 경기장 쪽에서는 빨간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누가 이겼는지는 성력이 사라진 후에야 볼 수 있었다. 하아ㅡ하아ㅡ "와, 저 프리스트 장난 아니다. 무식하게 해머를 쓰다니." "멍청한! 프리스트가 들수 있는 무기는 한정되어 있어, 해머와 단순한 십자가의 철대가 전부인데 뭘 들고 싸우겠냐." "초보라서......아씨발, 좃만한 놈이 존나 아는 채 해요." "PK함 떠볼까? 누가 좃만한지?" 멀쩡히 서있는 사람은 엑티브였다. 바닥에 쓰러져 미약한 숨만을 내뿜고 있는 아루아의 모습은 애처로웠다. 순식간에 끝나버린 싸움에 경기장은 떠들썩하게 변해버렸다. 이제 총 40명의 우승자들이 가려진 순간이었다. 아루아는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치료되었고 우리들이 있는 곳으로 올 수 있었다. 루커스와 아루아는 간발의 차이로 둘 다 떨어져 버렸다. -예! 오늘 하루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총 40명의 선수들이 남았는데요. 이제는 마지막 본선, 베틀로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한사람이 남을 때까지의 결투, 그것은 내일 오후 10시에 벌어집니다. 오늘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가져주세요. 우승자에게는 드래곤의 기술 중 하나가 주어지는 것은 알고 계시죠? 더욱더 힘내주세요. 물론, 그 스킬이 무엇일지 모른답니다. 각자의 기량과 능력에 따라 달라지겠죠! 모든 경기가 끝나고 사회자가 많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어 가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들을수록 남은 사람들을 부러운 듯 한 눈빛과 질투의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자! 그러면 내일......? 슈슈슈슈슉! 갑작스런 현상! 관중석과 경기장 중앙에 있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강제로그아웃이 되고 있었다. 대규모의 강제로그아웃이라 게임의 관계자들과 사회자는 순간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처음이었던지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수많은 사람들은 이와 같은 말을 내뱉고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3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람들은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차례대로 사라져 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놀란 사람들은 로그아웃을 선택해 빠져 나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흠흠, 여러분 갑작스런 사태에 놀란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희가 알아 본 바로는 외국 쪽에 있는 지부에서 서버가 다운되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저희 쪽 아시아와 태평양, 유럽 쪽에는 안전하니 안심하시고 플레이하시기 바랍니다. 갑작스런 현상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호들갑을 떨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사회자는 몇 번의 헛기침을 하고는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 진 물이었던지 떠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소수의 사람들만이 남아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있었다. 물론 나와 두 남매도 포함되어 있었다. “뭔 소리야! 절대 다운 되는 일이 없잖아! 샐리온 월드가 제일 처음 내세운 공약이 아닌가!” “옳소! 그럼 모든 공약이 사기란 말이냐!” 관중석에 있던 한 사람이 큰 소리를 내며 사회자에게 외치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샐리온 월드의 관계자와 사회자는 당황하며 수습하려고 했지만 남아 있던 플레이어들의 등살에 밀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어 버렸다. -죄송합니다. 저희들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설령 전원장치가 내려가도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없습니다. 건물이 부서지지 않는 한 샐리온 월드는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게임이기 때문에 저희들도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저희들도 그게 궁금할 따름입니다. 휴ㅡ -예정대로 내일 제2 본선 경기가 시작되니 그때까지 원인 규명을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서버가 다운되어 접속을 하지 못하시는 참가자 여러분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해드릴 계획입니다. 남은 참가자 여러분, 내일 뵙지요. 그럼ㅡ 그 말을 끝마치고 사회자와 관계자들은 급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남은 사람들이라고는 대략 5만정도의 플레이어들이었다. 문제는 그 사람들의 대부분이 한국인과 중국인, 일본인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역시 아시아 쪽이 게임 폐인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그렇게, 어이없을 정도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본선이었다. 운영자들과 사회자가 사라진 후, 사람들은 각자 사냥을 가거나 로그아웃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들은 밖에서 호출을 했기 때문에 로그아웃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제현아, 밖에서 호출을 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나가야겠다. 너도 나갈래?” “나도 나갈 참이었다. 로그아웃” 두 남매의 말에 나는 지체하지 않고 로그아웃을 택했다. 나의 행동에 당황하며 뒤따라서 로그아웃을 선택하는 두 남매가 보였지만 작은 빛 무리에 가려 다음 장면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나의 정신은 현실로 돌아 갈수 있었다. 그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고 싶다는 작은 미련을 가지고......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다 모였어요.” 다시 거실로 소환된 우리는 조용히 차를 홀짝이며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게임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루었지만, 그것마저 이야기 거리가 사라지고 나서야 아저씨가 모습을 비췄다. “오래 기다렸지? 전화 통화가 길어져서.....아무튼, 중요한 이야기다.” 꿀꺽! “아직 우리 이야기는 아니니까. 그렇게 긴장 할 필요 없어, 여보” “응? 차 마시는 거 안보여?” 순간 싸해지는 분위기와 함께 모든 시선이 잠시 아주머니에게 가 있었지만 다시 시선을 돌려 아저씨를 보기 시작했다. 순간 당황했던 아저씨는 표정을 고치며 나 화낸다는 듯 한 무언의 압박을 아주머니에게 보내고는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그 뭐시냐....아! 아메리카 하고 아프리카 맞나? 아무튼 거기에 운석이 충돌했다는 구나.” “.........” “뭐냐, 그런 표정들은?” 처음부터 맥 빠지게 말을 제대로 잊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더니 순식간에 말해버렸다. 그것도 간단하게 운석이 충돌했다는 구나라고 말이다. 순간 당황한 두 남매와 아주머니는 아저씨를 노려 볼 뿐이었다. “설마 그게 끝?” “설마가 맞다......가 아니고, 그 운석으로 인해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그랜드 얼라인먼트가 앞당겨 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십의 운석들이 각국의 도시에 떨어지고 부서지면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 구나,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 떨어진 운석 말고도 또 다른 운석이 아시아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아직도 장난칠 여력이 남아 있는지 아저씨는 살짝 장난 같은 어투로 말하고는 중요한 말을 이어 나가셨다. 그 말을 듣고 있는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듣고 있었지만, 나는 달랐다. 게임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강제로그아웃이 이해가 되었던 것이다. 떨어진 운석의 충돌로 인한 피해이거나, 샐리온 월드의 지부가 부서졌다는 것으로 유추 할 수 있었다. “아시아 쪽에 운석이 떨어지는 시기는 언제쯤입니까.” 이 집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화였다. 들어 온지 체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대화에 끼어들 생각을 했다. 별로 친한 사이들도 아니었지만 때가 때인 만큼 서먹한 관계로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순간 나의 다쳐있던 입이 열리자 나에게 집중되는 시선에 약간 부끄럽다거나 창피하지는 않았지만, 약간 당황스러웠다. “앞으로 약3개월 뒤. 떨어진다. 알지 못하고 맞는 매보다는 덜 아프게 준비하겠지만 피해는 상상을 초월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크기도 엄청나고, 잘못하면 아시아의 국가 중 하나는 사라질 각오도 하는 게 좋을 정도의 크기다.” 홀짝ㅡ “설마, 그 정도 크기 이려고......” 나의 질문 아닌 질문이 의외였던지 아저씨는 진지한 표정으로 하나도 빠짐없이 말하고 또 말했다. 그렇게 모든 말이 끝나고는 목이 타는지 탁자에 놓여 있던 차를 한목을 마시더니 심각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차를 다 마시고 잠시 동안의 침묵이 있었지만 수강의 말에 다시 한 번 토론의 분위기로 넘어갈듯 했다. “설마가 사람 잡는 다는 말이 있지....그리고 지금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자칫 이 이야기가 여러 사람의 귀에 들어간다면 큰 혼란이 있을 테니....” “에엣? 무슨 말씀을.....다 알아야 혼란이 적어질 것 아니에요? 그렇게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닐 텐데.....” 신신 당부를 하듯 아저씨는 몸에서 은은한 사이킥 에너지를 뿜어내며 말하고 있었다. 두 남매의 뜨겁고 시원한 느낌이었다면, 아저씨의 느낌은 약간 위압감이 느껴지는 듯 하면서 풋풋한 기운이었다. 아마 땅의 속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의 말을 받아치며 말하는 수강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린 아저씨는 손을 휘둘렀다. 땅콩ㅡ! 휘둘러진 손은 여지없이 수강의 머리통을 때리고 지나갔다. “아야, 왜 때려요. 아프게 시리.” “네 말도 일리가 있지만, 과연 누가 그 말을 제대로 믿기나 할까. 증거도 없는데, 아메리카가 이렇게 됐으니. 우리도 준비하자? 지금 연락도 되지 않아.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그리고 증거를 보유하고 세상에 알렸다치자 그러면 더 큰 혼란만 있을 뿐이야. 피할 곳도, 도망갈 곳도 없는 지금,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텐데. 알겠냐?” 눈에 살짝 물기를 내비친 수강은 아저씨의 말에 알겠다는 표정을 하고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보옥의 행방은? 보옥은 어디에 있지?” 순간 반말이 나와 버렸지만 나는 개의치 않다는 표정으로 아저씨를 주시 할 뿐이었다. 곧 아저씨의 입이 열렸다. “보옥은......알려 지지 않았다. 다만, 곧 나타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이 한국을 아니, 이 지역을 지킬 수 있느냐 없느냐 인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외국의 능력자들은 경계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격한다면, 우리도 공격할 것이고, 도와준다면, 우리도 도와 줄 뿐이다.” 그 말을 끝으로 우리들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대략 한 시간의 대화로 대충이나마 감을 잡았다. 지구의 위기라고 불러도 될 만큼의 사건이었다. 운석이라면 나도 소환 할 수 있지만, 이렇게 거대한 운석을 소환하려면 나도 무리를 해서야 겨우 소환 할 정도의 크기였다. 이것을 막으려면 단하나. 지금 가지고 있는 최고의 기술뿐이었다. “드래곤 브레스에 모든 마력을 소모 하던지, 최고의 방어 마법에 모든 마나를 걸던지, 둘 중 하나군.” 참 편한 생각이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지만 어떤 것이 현명한 판단일지는 써봐야 할 것이다. 둘 중 하나를 써보고 나서야 진짜 정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시험을 치고 나서야 진짜 답을 알듯이. 모든 이야기를 마치니 대략 시간은 4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내일 있을 시험이라는 사소한 일과가 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 할 정도로 뇌의 공간이 남아 있질 않았다. * * * 그 시각, 미국에 있는 워싱턴, 중앙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뚫려 있었다. 운석이 모두 떨어지고 난 뒤의 상황이었다. 그 커다란 구덩이 옆쪽에는 작은 소년과 죽은 듯이 건물에 깔려 있는 외국인 여자 하나가 누워 있었다. 큰 건물의 파편이 다리와 갈비뼈를 뚫고 지나가 그 사이로 피가 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엄마, 엄마, 대답해, 왜 대답이 없어 흑흑...” 소년은 부르고 또 불렀지만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부서진 건물에서 떨어져 내리며 깨지는 돌의 소리와 세찬 바람뿐이었다. 계속된 외침에도 불구하고 죽은 듯이 자는 자신의 어머니를 보자 이제야 깨달았던지 목 놓아 울며 그 옆에 쪼그려 훌쩍이고 있었다. 솨아아아ㅡ 운석이 떨어져 내려 파인 구덩이 한쪽에서 미세한 바람이 새어나오며 점점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그 구덩이에서 뿜어져 나온 기체는 조금씩 바람에 휘날리며 어디론가 흘러갔다. 그 끝에는 건물의 파편에 깔려 죽은 소년의 어머니가 있던 장소였다. 그 기체는 이윽고 소년의 어미니의 코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흑......흑!” 바스락.....탁, 탁! 정신없이 울던 소년은 조금씩 움직이는 소리에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슬픔의 눈동자에서 놀라움과 두려움의 눈동자로 변해갔다. 그 눈동자에 비친 것은 자신의 어머니가 입고 있던 옷으로 추정되는 것을 걸친 괴물이 있었던 것이다. 소년은 무어가 말했지만, 괴물에게는 소용이 없는 짓이었다. “후욱, 후욱, 크롸아아아!” 서걱! 쫘아아악, 우물! 코와 입에서는 연신 새하얀 김을 내뿜으며 자신의 몸에 박혀 있던 돌덩이를 들어 올리며 서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먹이를 찾듯이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주위를 살폈고 곧 작은 생명체가 포착된 것인지 지체도 하지 않고 달려들어 손으로 발기발기 찢고 살점을 뜯어내며 대지로 흩뿌려 버렸다. 이상한 것은 전혀 먹지를 않는 다는 것이었다. 다만, 떨어져 나온 조각만 입에 넣으며 우물거리기만 할뿐, 더 이상 먹이를 취하지 않았다. 괴물의 생김새는 놀라울 정도였다. 인간처럼 이족보행을 했으며, 입은 커다랗고 이빨은 날카로웠다. 또한 입에서 두 줄기의 거대한 이빨이 튀어나와 제대로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또한 손가락이 있어야 할 곳은 단 세 개의 손가락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마저 무기였다. 날카롭게 돋아 있는 세가 닥의 칼날 같은 손톱이 있었기 때문이다. 털은 군데군데 돋아나 있어, 혐오스럽기 까지 했다. “크롸아아!” “크워!” 괴물에게 당했던 소년역시 마찬가지로 괴물로 변하며 다음 사냥감을 찾기 위해 폐허가 된 도시를 돌아다니듯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눈물을 흘리던 소년이 있던 장소는 싸늘한 바람이 불며 소년의 존재감을 날려 버렸다. 그렇게 최초의 괴물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괴물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며, 퍼져 나갔다. 미국에서 시작한 괴물은화 현상은 미국에서 캐나다로 건너가 전 아메리카 대륙의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아프리카 역시 이런 현상이 진행 중이었다.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하던 작은 소년은 괴물이 되어 자신을 죽인 괴물인, 즉, 어머니의 시체로인해 변화된 괴물을 따라 다니며, 수많은 동족을 만들어냈다. 소년이 죽으며 한 말은 이것이었다. 엄마, 단 두 글자였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이 집의 기상시간은 전에도 말했지만 6시였다. 기상 소리를 무시하고 잠을 계속 잔다면 무슨 일을 당할지 나도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기상시간에 맞춰 일어나는 습관을 약간이나마 가지게 되었다. 물론 어제는 늦은 시간동안 잠을 안 잤기 때문에 뜬눈으로 밤? 아니, 새벽을 지세워야 했다. “여! 잘 잤어? 표정을 보니 잘 못잔 것 같은데.” 역시 아침부터 활기가 넘치는 녀석의 가족이었다. 두 남매와 아저씨 아주머니의 얼굴은 생생하기 그지없었다. 반면에 나는 약간 푸석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말을 듣고도 편안하게 잠을 잔 것이 신기 할 정도였다. “오늘 시험인데, 공부 좀 했어?” “관심 없어, 어차피 사라질 학교인데.” 이번에는 가연이 나에게 물어왔다. 이제 이런 대화도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나는 거침없이 답변을 날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늘은 시험 치는 날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괴로움의 날이겠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대충대충 쳐도 될 것이다. 그런데 녀석들의 표정은 오늘 잘 칠 수 있겠다. 라는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자자, 밥 먹고 학교 가야지, 잡담은 이정도로 하고, 밥 먹자.” 드디어 식사가 나온 것인지, 아저씨의 말에 따라 평범한 가정집의 분위기로 돌아가 버렸다. 아까도 충분히 평범했지만 너무 시끄러웠기에 지금이 제일 낳은 식탁의 풍경이었다. 곧 식탁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식기를 움직이는 소리만 낼뿐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렇게 대략 30분의 공을 들여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혼자였으면, 10분도 걸리지 않을 식사인데......정만 느긋하게도 먹는 구나.“ 나는 속으로 늦게 먹는 사람들이 한심하게 보였지만 어쩌겠는가. 로마에 왔으면 로마의 법도를 따라야 하는 것을......그렇게 길고 긴 식사가 끝났고 간단한 다과를 한 다음에 집에서 벗어 날수 있었다. “너희 집은 그렇게 소란스럽고, 느릿하게 식사를 하냐?” “응, 보통 화목한 가정은 다 그렇게 식사를 하지 않나?” 도리도리 나는 문득 녀석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나의 기대에 벗어나지 않는 답변이었다. 가연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짹ㅡ짹짹! 잠깐 대화의 단절이 오자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 봤다. 하늘은 여름이라 그런지 쨍쨍한 햇볕이 내려 쬐고 있었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참새의 소리가 지금 이곳은 평화롭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너 오늘 좀 이상하다? 말수도 많아 진 것 같고, 좀 뭐라고 할까......좀 친근해 진 것 같아.” “왜, 이상하냐? 그냥 저번처럼 그렇게 있어도 좋지만, 이렇게 있는 것도 낫다고 싶어서 이러지, 이상하면 바꾸지.....” “아니, 좀 어색해서. 하루 밤사이에 그렇게 바뀌니까. 좀......아무튼 보기 좋다.” 탁ㅡ! 나의 행동이 이상한지 둘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을 듣고는 그렇게 이상 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녀석들의 대답을 듣고 예전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다시 약간 싸늘한 눈초리와 무표정한 방관의 눈빛으로.....하지만 녀석들은 다시 말을 바꾸고는 앞으로 뛰어 나가 버렸다. “평화로워.....하지만 이런 평화도 3개월이 지나면 끝이다.” 앞으로 뛰어 나가는 녀석들의 등을 주시하며 중얼거리듯이 나직이 말했다. 비록 듣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것은 각오 같은 것이었다. 집은 불탔지만, 부모님과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장소인 이 지역만큼은 구할 수 있기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쳇, 빨리도 가는 군,” 탓ㅡ! 눈앞에서 사라진 녀석들을 뒤쫓기 위해 나도 빠르게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공터에서 당한 뒤로 부터는 어쩐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언가 발달된 느낌이었다. 헤이스트를 쓰지 않고도 이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신경 쓰였지만 나에게 좋은 현상이었기에 안 좋은 생각은 접고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슈슈슈슉 순간 수많은 물체들이 보였지만,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다행히 아직 6시 30분 정도였기에 나의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없었다. 한산한 거리였다. “어? 늦게 올 줄 알았더니, 일찍 왔네?” 녀석들은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쏘아져 나간 시각을 생각해보면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상당히 빨리 와 있었다. 그렇게 우리들은 나란히 학교로 진입 할 수 있었다.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시험 당일이라 그런지 반 안에는 일찍 와서 공부를 하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좋은 아침이야.” 두 남매는 특유의 미소와 함께 반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가 책을 펴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언제 정리 한 것인지 노트를 펴며 차근차근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할 짓 없군......옥상이나 가야겠다.’ 모두들 공부를 하니 약간 심심한 기분이 들어 옥상으로 올라가가리 했다. 나는 걸어 나가면서 한 책상에 눈길을 주었다. 그날 이후로 등교를 하지 않는 재석이 녀석이 약간이나마 마음에 걸렸다. 녀석들과 잘 어울리던 진수와 명우에게 물었지만 집에도 들어가지 않는 다는 말에 포기한 상태였지만....... 끼이이익ㅡ철컹! 요란하게 울리는 옥상의 문을 열어젖히고는 옥상으로 들어섰다. 시원한 바람이 하늘거리며 나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순간, 무언가 스쳐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나의 감각에 파공음소리가 들려왔다. 슈우우욱ㅡ! “마탄!” 팅ㅡ 바람에 묻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나를 노리고 날아드는 것을 확인 하고는 최대로 발산 시킬 수 있는 마탄을 뿜어내며 나의 몸을 보호했다. 마탄에 막혀 바닥으로 떨어진 비도하나가 눈에 보였다. “누구냐!” 나는 살기를 뿜어내며 어딘가 은신해 있는 녀석을 잡기 위해 마나를 뿜어 기척을 잡아내기 위해 최대한의 기감를 열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디텍트 매직을 시전 했다. “디텍트 매직(Detect Magic)!......거기 구나. 죽고 싶지 않으면 모습을 드러내라.” 짝짝짝! “역시, 어제도 이기지 못했지만 그걸 막아 버릴 줄 몰랐어.” 나는 디텍트 매직으로 상대의 마나를 탐지 하려 했지만 뜻밖의 마나가 검출되었다. 나의 마나가 그곳에서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마탄을 앞세워 그곳으로 이동했다. 물탱크 뒤에서 갑자기 사람이 튀어 나오더니 박수를 치며 말을 하고 있었다. 마유라는 여자였다. 몸에는 선명한 위저드 마크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검은 색의 악마 문양의 마크였다. “눈에 띄면 죽는 다고 했을 텐데.....죽고 싶으냐?” 나는 살기를 내뿜으며 앞의 마유라는 여자를 압박했다. 그녀는 약간 힘들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고 있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싸우러 온 게 아니야. 그러니 살기 좀....거둬 주겠어?” 힘겨운 표정으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이미 커질 대로 커진 나의 살기는 바람에 휘날리며 옥상의 먼지를 공중으로 피워 올리고 있었다. 긴장의 끝을 풀지 않고 나는 조용히 살기를 조절했다. 익숙하지 않아 단번에 살기를 거둘 수는 없었지만, 몇 초가 걸리지 않고 바로 살기를 지울 수 있었다. “싸우러 온 게 아니다? 여기 까지 찾아 온 것을 보면 무슨 꿍꿍이가 있겠지. 만약에 허튼 수작하면.......” 스스스스ㅡ “다, 당연하지!” 나는 아직 의심을 끈을 풀지 않고 다시 살기를 피워 올리며 허튼 수작을 부리면 죽는 다는 듯 손짓을 하고 그대로 살기를 가라 앉혔다. 마유는 나의 행동에 겁을 먹은 것인지 말을 더듬고는 알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휘이잉ㅡ “용건만 간단히 말해라.” 간만에 불어온 바람에 몸을 맞기며 그녀와 약간 거리를 두고는 옥상의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바람의 소리를 들으며 마유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그 말뜻을 알아 차렸는지 마유는 얼른 자세를 고치며 나에게 말했다. “흠, 내가 말할 것은 몇 가지 없어. 하나는 지금 아메리카와 아프리카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거야.” “그건 알고 있다.” “그래? 그럼 설명하기도 편하겠네. 우리 아시아 쪽의 상황도 마찬가지야. 곧 운석이 떨어져 없어질 위기에 처해있지. 그래서 지금, 우리들은 한명의 능력자, 혹은 무인들이라도 더 모으려고 하고 있어.” “그래서, 나를 끌어 들이겠다? 이 말이냐?” “결과적으로는 그게 정답이겠지. 거절해도 좋아. 너 말고도 끌어들일 사람들은 많으니까.” 마유라는 소신 있게 설명하고 있었지만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 나는 곧 말을 끊으며 다음으로 넘어 갈 것을 강요했다. 그 다음부터는 본격적인 대화가 나왔고 어이없게 나를 끌어 들이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참, 네가 우리 불사교의 일원이 된다면, 네 몸에 맞는 무공서를 주겠어. 어때?” “나는 그딴 것은 필요 없다. 다만, 너희 불사교인지 불교인지는 모르겠지만, 너희들의 교의 우두머리를 만날 수 있나?” “그건 좀, 어려워. 다른 것을 원하면 할 수 있겠지만, 우리 교의 간부들은 만나기 어려워, 우리들도 만나 본 적이 별로 없고,” “그럼 나의 대답은 거절이다. 못들은 것으로 하지. 너희들의 생존을 원한다면, 나에게 올 것이 아니라, 한국의 기관과 접촉해 이야기해라.” 그녀는 무공서라는 것으로 끌어 들일 수작인지 제안 같은 것을 하고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뒷말을 듣고는 얼굴을 구치고는 안 된다는 말을 할 뿐이었다. 나 역시 거절이었다. 그녀는 실망 한 듯 보였지만 곧 표정을 고치고 옥상의 난간 쪽으로 걸어가 위태하게 걸쳐 앉았다. “하, 거절 할 줄은 알았지만 딱 잘라 말하다니......솔직히 나도 너를 끌어 들일 마음은 없어. 이것도 임무라면 임무니까." 마유는 불어오는 미약한 바람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머리칼이 나부끼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이 자신의 할 말을 하고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말 다했으면 가라. 눈에 거슬리니까.” “솔직히 나도 너를 만나러 올 정도로 마음이 좋은 건 아니야. 지금도 너를 죽이고 싶으니까. 아....당연히 지금 이 실력으로는 너를 이길 수 없겠지. 그리고 이건 임무차원에서 말하는 거지만 들어둬. 혹시라도 마음이 변하면 찾아와, 우리가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있겠지? 아까 이상한 수법으로 나를 찾아내던 거 말이야.” 나는 떠나지 않는 그녀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고는 빨리 가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똑 쏘듯이 나의 말을 받아치며 자신의 할 말을 하고는 그 자리를 떠나 버렸다. 하지만 다시금 그녀의 기척이 잡히더니 말소리가 들려왔다. “말 안 했던 게 있었는데. 공격 할 마음으로 온다면 너라도 살아남기 힘들 거야. 그럼, 간다.” 마유는 그 말을 마치고 쏜살같이 학교 밖으로 쏘아져 나갔다. 순식간에 나의 시야에서 사라진 그녀의 뒷모습을 끝까지 보고는 교실로 들어갔다. 그녀의 끝말 솔직히 기분 나빴다. 하지만 어쩌겠는 가. 이미 떠난 버스를 잡을 수도 없는 노릇 인 것을.....뜻밖의 제안에 동하긴 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조건이었고 말투였다. * * * “어디 갔다 온 거야. 걱정했잖아.” “바람 쐬러 옥상에 갔었다.”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던지 수업종이 곧 울려 버렸다. 수강과 가연은 공부를 끝마친 것 인지 걱정 없다는 표정으로 떠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나의 등장에 잡담을 멈추고는 어디 갔었냐는 물음으로 물어왔지만 대충 둘러 대고는 나는 자리에 앉아 버렸다. 이미 시험 대형으로 줄이 맞춰져 있었기에 자리는 제일 끝 쪽이었다. 사각사각ㅡ 아직 본격적인 시험 종이 울리지 않았기에 반의 아이들은 정신없이 공부를 하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 떠들고 있는 녀석들은 나 공부 좀 했으니 문제없다는 듯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나와 두 남매는 잠깐 대화의 단절이 있었지만, 가연을 시작으로 다시 대화의 장을 열었다. “제현아, 오늘 학교 마치고 기관에 가지 않을래? 거리도 그렇게 먼 것도 아니고, 너도 엄연히 한국의 능력자니까. 등록도 할 겸해서.....너희 부모님도 속해 있던 기관이니까.....꼭 가입할 필요는 없지만.” “가입하면 좋은 것도 있어. 월급도 꼬박 꼬박 나오지, 나중에 직업 걱정 없지. 어때. 우리도 여기서 용돈 충당하고 있거든....능력만 좋다면 월급도 엄청나니까. 너 정도면 B급 이상으로 받을 수 있을 거야.” 이 말로 두 번째의 제의였다. 어딘가에 소속되라는 제의가, 수강의 말에는 관심 없었다. 돈이니 뭐니 하는 것은 이제 필요하지도 않았고 뭣하면 은행 같은 곳에서 몰래 가지고 나올 수도 있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가연의 말이었다. 부모님이 속해있던 곳, 부모님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었기에 약간 끌렸다. “가보기는 하지. 가입에 대한 기대는 버리는 게 좋을 거다.” 나의 말에 두 녀석은 표정이 밝아 졌지만 끝말에 약간 침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시험 시작종이 울려 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제 1교시 시험의 시작이었다. 운석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험이라니, 약간 어색한 감이 있었기에 느낌이 예전과 다르게 색달랐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1교시 시험은 영어였다. 수변의 아이들은 볼펜과 샤프를 열심히 놀리며 문제를 풀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검은 색은 글자요, 누런색은 종이라는 생각만 들뿐이었다.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 문장의 올바른 해석을 찾으시오. 빈칸을 채워 넣으시오 라는 문구만이 유일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글자들뿐이었기에 얼마나 영어에 젬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젠장, 1교시부터 영어라니, 한문제도 풀지 못하겠잖아.’ 당연히 공부를 하지 않아 못 푸는 것인데 어쩌겠는 가. 찍는 수밖에 없었기에 우선 시험지에 작게 체크 표시를 하며 찍어 내려갔다. 그때, 나의 귀에 작은 소리가 전해져 왔다. -야, 조제현, 내말 들려? 역시 배운지 얼마 안 돼서 잘 안 되려나...... -무슨 일이야. 녀석은 무슨 수를 쓴 것인지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매직마우스가 있었기 때문에 안전하게 나의 말을 전할 수 있었다. 역시 수강이 녀석이 하는 말은 답 좀 가르쳐 줄까라는 말이었다. 당연히 나는 거절 해버렸고 더 이상의 답변은 하지 않았다. -뭘, 어때, 점수 높으면 좋잖아. 성적표 나오면 어쩌려고. 우리 아빠는 괜찮을지 몰라도 엄마는.....무슨 수를 써서라도 점수 올려야 한다고. 아마 너도.....뒷말은 알지? 시도 때도 없이 나에게 말을 전하는 수강의 모습에 기가 질릴 정도였다. 아무런 대답도 없는 상대에게 꿋꿋이 말을 거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솔직히 녀석의 답을 듣지 않아도 충분히 볼 수 있다. -네 것은 보지 않는다. 어차피 문 닫을 학교에서 좋은 점수 얻어서 무엇에 도움 되는데. -그건, 우리 집에서의 평화 아닐까? 점수가 안 좋으면 공부만 해야 할걸.....? 시답지 않는 녀석의 답변에 나는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선생님의 재지가 있었지만 무시라는 단어에 걸맞듯 아무 말도 듣지 않고 엎드려서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마치기 10분 전까지 줄 곳, 수강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을 때 까지. “자, 10분 남았다. OMR카드는 바꿔 주지 않으니까 신중하게 선택해라.” 선생님의 10분 남았다는 말에 나는 엎드려있던 자세를 풀고는 얼른 일어났다. 풀 것도 없었지만 녀석의 말을 들어 보니 무언가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강의 말투를 보아하니 장난이 아닌듯했다. 그렇게 나는 부정행위를 결심했다. 그 부정행위는 간단했다. 남몰래 이미지 미러나 일루전을 사용해 보는 방법이었다. 그 방법이라면 두 남매도 눈치체지 못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예민한 녀석이었다면 단번에 알아차릴 수도 있겠지만 투명화 마법과 부유마법을 혼합해서 몸을 공중으로 띄웠기에 걸릴 염려도 없었다. 그것도 안심이 되지 않는 다면 실드를 사용하고 그 주위를 사일런스 마법을 펼치면 완전한 밀실효과가 나기 때문에 아무런 소리도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 있었다. "휴ㅡ 다 했다." 단 10분 동안 이와 같은 방법으로 시험을 치렀다. 처음에는 조마조마 했지만 익숙해질수록 능숙해지고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의외로 쉬운 과목도 나왔기에 스스로 풀 수 있는 시험도 상당히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험 잘 쳤어?” “뭐, 그런대로 쳤지 뭐.” “그래? 그럼 다행이고. 이제 가볼까? 그곳으로.” 4교시까지의 시험을 마치고 우리들은 돌아 갈수 있었다. 물론 집이 아닌, 이상한 곳이었지만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서야 도착 할 수 있었다. 이곳은 사천지역에서도 상당히 먼 거리에 있는 정동이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도심의 중심가와는 다르게 숲이 울창했다. 하지만 간간히 민가가 보였기에 그렇게 먼 곳은 아니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야. 좀 이상하지?” 수강이 도착했다는 말을 함으로써 도착했다는 것을 실감 할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광경은 평범함 그 자체였다. 평범한 민가와 같은 곳이었기에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런 숲속 한가운데 있는 집부터 무언가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라 그런지 숲이 잘 가려주었기에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였다. 딸깍ㅡ 문의 손잡이를 틀어쥐고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의 환경도 그렇게 나의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평범한 가정집,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하실이 있는 것인지 집안 구석 쪽에 엘리베이터 하나가 놓여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치이잉ㅡ -사이킥 에너지를 주입해주세요. 황당하게 엘리베이터의 문이 말을 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엘리베이터의 중앙에 동그란 구멍이 있었고 그곳에 수강이 자신의 기운을 불어 넣고 있었다. 잠시후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서서히 열렸다. “여기부터는 이렇게 사이킥 에너지로 열리는 곳이 많아. 여기 입력되어 있는 사이킥 에너지와 일치 하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지.....자, 우리 기관에 온 것을 환영해.”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를 타고 몇 분을 내려가는지 모를 정도로 깊이 내려가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결과는 또 다른 방이 하나 나타난 것 이외에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여기도 장치가 되어 있는 건지, 기운을 불어 넣고 나서야 진입 할 수 있었다. 드디어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희 왔어요. 그동안 잘 있었어요?” 두 남매는 학교에서처럼 활기차게 인사를 하고는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전부 평범하게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한 가지씩 재주가 있는 지 각자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 우리의 앞에 한 여성이 나타났다. “네가 그 녀석들의 아들?” 그 여자는 우리 부모님을 잘 알고 있는지 나를 보고는 호기심 있는 얼굴로 물어왔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이 있자 머쓱해진 여자는 시선을 돌려 두 남매에게 무어라 하더니 우리를 어디론가 끌고 들어갔다. “자, 이제 이야기 해볼까? 듣는 사람들도 없으니까.” 조용한 방이었다. 방안에는 수많은 책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달란 하나의 책상과 여러 개의 의자만 놓여 있는 방이었다. 수많은 책을 보고 있던 나를 자리에 앉히고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이야기를 유도했다. “네가, 그 친구들의 아들인 것은 알겠어. 우리가 방치한 것도 죄지만, 그건 네 부모님이 원했던 일이고 솔직히 딱히 해 줄 이야기도 없어. 우리가 너를 이곳에 부른 것은 한 가지, 어떻게 그런 능력을 얻었는가.....분명 너희 부모님이 너에게 가르쳐 주지 않았을 텐데?” “가르쳐줄 의무는 없다고 보는데?” 여자는 사무적인 어투로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런 말투였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말투였다. 꼭 범죄가 형사에게 취조 받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나는 상당히 화가 났다는 듯이 얼굴을 구기고 있었다. 그리고 반항적인 어투까지 나왔으니 할 말 다한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아무런 상광 없다는 표정으로 있을 뿐이다. “여기가 우리 부모님이 있었다는 곳이라고? 썩은 곳이군. 능력도 형편없는 것 같고. 이런 능력으로 외국의 능력자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동아시아 쪽에서 최하위 인 것 같군. 만나본 능력자들 중에서 최하위 인 것 같다. 이. 곳. 에. 있. 는. 능. 력. 자. 모. 두!” “조제현! 너 왜 그래. 우리가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인정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좀.....” “괜찮아요. 수강군.....그럼 네 능력은 얼마 정도지? 소리칠 정도로 뛰어난가? 아니, 확인 해 보면 알겠지.” 나의 말에 당황한 수강은 언성을 높이며 말했지만 앞의 여자가 웃으며 괜찮다는 말을 하자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리고 여자는 은근히 기대 한다는 얼굴로 나를 주시하며 시험하겠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조제현이라고 했던가? 너는 어떤 계열의 능력이지? 불? 물? 아니면 네 아버지처럼, 어둠계열? 아니면 네 어머니처럼, 빙 계열?” “멍청하긴, 마법사에겐 속성 따위는 필요 없다. 얼마나 더 잘 컨트롤 하는 것인가. 얼마나 더 파괴력이 큰 것 인가지. 굳이 속성을 나누자면 모든 속성이다.” 여자는 나의 자신 만만한 표정에 기대 한다는 표정으로 말했지만 나의 대답에 경악하는 듯한 얼굴로 수강과 가연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둘은 작게 끄덕이고는 나의 대답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말하고 있었다. “나는 애초에 이런 기관 따위에 가입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다만, 너희 집에 신세지는 마당에 무언가 원한다면 한가지쯤에 해줄 생각으로 온 것이지만, 저 여자를 보니, 그럴 마음도 사라지는 군. 나는 가겠다.” 나는 여자가 다시 말하기 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솔직히 이곳까지 따라 온 것은 두 남매와 녀석들의 부모님이 해준 관심의 눈빛 때문이었고 얹혀사는 마당에 무언가 해줄 생각으로 온 것이다. 하지만 여자의 표정과 자세 때문에 그런 생각도 싹 달아나 버렸다. 그리고 성큼성큼 문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돌리려 했다. 하지만 누군가의 등장으로 그것은 무산되고 말았다. 탈칵! “이거 누구야. 조제현 아니야? 이거 오랜 만이라서 못 알아보겠다? 그동안 잘 지냈어?” “뭐냐, 너는” 문을 열려는 찰나 누군가 열며 들어와 버렸다. 남자였다. 내 나이 또래의 남자,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나를 안다는 듯이 친근하게 굴고 스킨쉽을하고 있었다. “설마, 친척도 몰라보는 것은 아니겠지? 나 조진철. 몰라?” “아, 그 쓰레기 같은 놈? 남의 돈이 탐나서 찾아오던 아들놈이냐? 친척이라도 엄연히 구분하는 기준이 있다. 나의 친척은 아무도 없다. 쓰레기 같은, 비켜라! 기분 나쁘니.” 웃으며 말하고 있었지만 눈빛은 날카로워 있었다. 무언가 원수를 보는 듯 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눈빛을 무시했다. 그리고 문득 예전생각이 떠올라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 계속해서 돈 때문에 찾아오던 녀석의 아들놈이었기에 그 기분은 최악이었다. “확실히 이곳에 있을 이유는 없어졌다. 쓰레기의 모임이었군. 차라리 중국 쪽의 기관에 가입하는 것이 현명할지도.” “무슨 소리야. 중국의 기관이라니!” 나는 생각 없이 중얼거리듯 말했지만 그 파장은 컸다. 이곳 주위는 물론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몰려온 기관의 사람들의 표정은 놀라움에서 싸늘함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경계어린 눈빛도 종종 보였다. 마치 가입한다면 죽일 듯 한 기세였다. 특히, 두 남매는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힘없이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뭐야, 한번 해보자는 건가?’ 나는 속으로 여러 가지의 생각이 교차했다. 갑작스럽게 수십 개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기 때문에 당황과 함께 한편으로는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이 상황으로 보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공격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떠나 수십 명이 뿜어내는 기운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나는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고통이 아닌, 무언가 부족한 빠진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중국의 기관에 들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그 눈빛 저리 치우지 않으면 없애 버린다.” 살기에는 살기였고 사나운 눈빛에는 사나운 눈빛이었다. 수십 명이 한꺼번에 터뜨리는 살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지만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못했다. 눈빛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눈에는 마안을 사용했고 몸에서는 드래곤 피어를 끌어 올렸다. 사아아아ㅡ “허...헉!” 나의 눈은 점점 마기로 둘러싸여 인간의 눈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워 졌고 몸에서는 은은하게 살기가 뿜어져 나가며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 한국의 능력자들을 사로잡았다. 나의 기세에 놀라 기성과 함께 녀석들은 기운을 갈무리하며 주춤 뒤로 물러났다. “후ㅡ” 나 역시 차분해진 마음으로 살기를 갈무리 했다. 나의 살기가 사라지자 약한 자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꾀 버티는 사람들도 긴장한 눈빛으로 이곳을 보고 있었다. 단, 여섯 명 가량은 아무렇지도 않는 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뭐야, 아직도 볼일이 남았나? 쓰레기?” “하하, 우리 친척이잖아. 그러지 말고, 친하게 지내지?” 조진철 이라던 놈이 나의 앞을 가로 막으며 길을 막았다. 순간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살인까지는 할 수 없었기에 살기를 피워 올렸지만, 아까부터 나의 살기를 빗겨 나가던 녀석들 중 하나였다. 웃으면서 하는 모습이 꼭 비굴한 놈 같아 보였지만 눈빛 속에서는 나 강한 놈이니까 깝치지 말라는 듯이 오만한 눈빛이었다. “친척? 친척은 친척이겠지. 너 무슨 파냐.” 나는 돌발적인 질문을 했다. 조씨 중에서도 파가 따로 있었다. 예를 들어 이씨도 전주이씨가 있다. 하지만 수많은 전주 이씨 중에서도 자신의 계파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녀석에게 질문했다. 녀석과 관계가 없으니 다음부터는 아는 체 하지 말라는 속셈으로 한 질문이었다. “나? 송악파야. 너의 시조도 조송의아니야?” “크흐흐ㅡ그래 송악파지, 송악파 중에서도 만오공파다. 너랑 나랑은 연관 없어. 그러니 아는 체 하지마라.” 나의 답변에 당황한 녀석은 순간 눈빛이 더욱 사나워 지며 공격할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주위에도 어이없다는 표정만 지을 뿐 어떤 행동을 취하지고 있지 않았다. “나는 가겠다. 더 이상 이런 곳에 있을 이유도 없지. 내가 중국의 기관에 가입을 하든, 다른 나라에 가입을 하든 무슨 상관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다시 시작된 살기에 짜증이 치솟았지만 다음 말을 듣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올 때는 마음대로 왔을지 몰라도, 나갈 때는 그게 아니지. 우리 지부를 안 이상 뭔 조치가 필요하지 않겠어?” “.......그래서 지금 나랑 한판 붙자는 말이냐?” 가만히 입 다물고 있던 여자는 몸을 일으켜 나에게 다가오며 싸늘한 어조로 말 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주위의 사람들은 저마다 무언가 수근 거리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녀의 행동을 제지 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나의 말이 파장이 되었던지 저마다의 기운을 끌어 모으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었다. “의윤누나 그거 농담이지? 그렇지?” “언니.....” 두 남매만은 끝까지 나를 보호 하려는지 앞의 여자에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무언가 장치를 누르고 있었다. 순간 바뀌기 시작한 공간에 당황한 나는 몸속에 있던 기운을 끌어올리며 주위에 실드를 사용하고 주위를 경계했다. 이제 이런 갑작스런 현상에 당황할 정도로 약하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숙달된 응용 능력에 놀라기는 했지만....... 끼룩! 끼룩! 주위가 무인도 였던지 갈매기들이 날아다니며 요란한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한순간에 수많은 사람들을 옮긴 그녀의 능력이 놀라웠지만 나도 이 정도는 할 수 있는 정도였기에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다. “호ㅡ 한 거번에 덤비시겠다? 수강, 가연, 너희들은 다른데 가 있어라. 너희들에게 감정 있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나에게 살기를 내뿜고 공격 한다면, 살아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비록, 잠시 동안의 정이 있기에 때문에 이런 말을 해주는 것이다.” 나의 경고 같은 말에 가연과 수강은 조용히 무인도의 끝자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 두 남매의 행동에 제지 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호호, 혼자서 우리들을 다 상대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어림없는 소리지.” “헛소리! 여기가 어디냐. 너희들을 끝장내고 가야 하니까. 위치정도는 알아야 나도 돌아가지....” “이긴 다음에나 그런 소리를 지껄이시지! 핫!” 의윤이라고 불린 여자는 언제 옷을 갈아입은 것인지 옷이 바뀌어져 있었다. 그 현상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어 있었다. 그게 의문스러웠지만 그걸 따질 정도로 좋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렇게 의윤이라는 여자의 기합 성을 시작으로 1 : 다수의 전투가 벌어졌다. “순식간에 끝내주지. 블러드 네일!” 여러 가지 속성들이 날아 왔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블러드 네일을 뽑아낸 이상 녀석들 몸의 일부분은 잘려 나가야 할 운명이었다. 수십 가닥의 기운들을 갈라버리고는 제일 약해 보이는 능력자에게 다가가 손톱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게 웬걸, 녀석의 신형이 흔들리며 사라져 버렸다. “후후후. 나의 능력은 빠른 스피드를 위주로 하지, 네놈의 능력으로 나를 따라 잡을 수 있을까?” 얌전하게 생긴 것과는 다르게 엄청난 스피드였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던지 여기저기서 나타나며 나의 허점을 찾으려 하고 있었다. “그깟 스피드로 날 공격 하겠다? 하지만 나도 이제 동체시력이 발달해서 스피드로 공격해도 소용없을 텐데.” 저번의 난도질 사건이후 비약적으로 상승한 육체덕분에 나는 엄청난 동체시력을 가질 수 있었다. 단순히 강해진 육체가 아니었다. 밤에는 낮과 같이 선명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향상되었고 미약하지만 기척도 잡아 낼 수 있을 정도였다. “과연 그럴까? 후후후ㅡ” 스피드가 자신 있는 녀석은 과연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나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아마 허점을 들어 내지 않는 이상 달려들지 않을 것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것을 이용할 마음으로 일부러 옆구리 쪽을 가리고 있던 팔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녀석의 신형이 급속히 사라지며 어디론가 이동했다. 당연히 나의 왼쪽 옆구리일 것이라는 생각에 다발의 마탄을 옆쪽으로 날려 보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꽈꽝ㅡ꽝!! 세발의 마탄들이 허공을 가르고 바닥에 처박혀버렸다. 빠른 스피드로 사라져 버린 녀석은 교묘하게 나의 허점을 파고드는 듯하며 반대쪽으로 이동 한 것이다. 순간 들어진 나의 오른손을 지나쳐 옆구리를 파고드는 손이 보였다. “실드(Shield)” 퉁ㅡ! 녀석의 손은 빠르게 튕겨져 나가며 뒤로 빠졌다. 녀석의 나의 빠른 대처에 놀랍다는 듯이 감탄을 터뜨리고 있었다. “오ㅡ방금 그건 아무나 막을 수 없을 텐데? 대단해, 역시 그 녀석의 아들이라고 할 만하겠어.” 뒤로 물러난 녀석은 발을 땅을 툭툭 치며 발을 푸는 듯 한 동작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의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모습은 마치 치타 같은 모습이었다. 수가 틀리면 튀면 된다는 극도로 자신의 스피드를 믿고 있다는 증거였다. 녀석에게 정신을 팔려 다른 녀석들에게 정신을 쏟을 시간이 없었지만 간간히 들어오는 공격은 모두 방어를 했다. 확실히 이 무리는 강했다. 비록 쓰레기라고 칭했지만 중국과는 또 다른 집단인 만큼 강했다. “웃기는 군, 나는 나일뿐이다. 이제 그따위 스피드는 사용하지 못하게 해주지. 데스 스웝(Death Swamp)” 광범위로 죽음의 늪을 생성했다. 다량의 마나가 빠져 나갔지만 나에게는 미미한 양이었기에 무시 할 수 있었다. 비록 나도 늪으로 빠져 들었지만 공중부양 마법으로 하늘로 떠오를 수 있었다. “하하! 공중은 쫓아오지 못하는.....?” 말을 하던 중 누군가 하늘로 이동해 왔다. 저번에 수강이 사용했던 순간이동이었다. 순간 공격을 허용한 나는 타격을 입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주지 못했다. 수강과 같은 바람계열의 속성 탓인지 갈기갈기 찢어진 옆구리에서 피가 배어 나왔지만 그레이트 힐로써 모든 상황을 타개 할 수 있었다. “우리가 하늘을 날지 못한다고 해서, 공격 못할 줄 알지만, 우리는 프로다. 상대가 강하다면, 우리도 강해지면 된다. 그게 우리의 신조이자 좌우명! 쓸 대 없이 하늘에 있지 말고 땅으로 내려와라!” 녀석의 말처럼 더 이상 하늘에 있는 것은 허점을 노출시키는 결과일 뿐이었다. 바닥은 이미 단단한 평지로 변해 있었다. 땅속성의 능력자가 있었던 것인지 쉽게 나의 데스 스웜에서 빠져 나온 것이다. 다시 상황은 원점이었다. 비록 밀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존심이 상했다. 휘이잉ㅡ 바람을 타고 흘러온 소금 끼 있는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순간, 번쩍 드는 생각에 나는 멈추어져 있던 몸을 움직였다. 다시 하늘로, 아니, 바다 쪽으로 날아갔다. 빠른 속도였기에 녀석들도 당황하며 나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그들의 표정은 올 테면 와라, 다 막아주마 라는 눈빛이었다. 출렁ㅡ출렁! 바다는 일렁거리고 무인도의 땅을 거세게 치고 또 치고 있었다. 나는 지금 바다를 이용해 공격할 생각이었다. 바다 위까지는 이동해서 공격할 생각이 없는 것인지 나의 행동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순간 녀석들도 무엇으로 공격할지 아는 것인지 바짝 긴장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무엇을 준비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만둬!!” “크큭, 누구 마음대로....시작을 했으면.....끝장을 봐야 하잖아? 실드(Shield)!” 녀석들은 나에게 명령조로 말하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지만 녀석들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 나에게 명령을 한 것과 나 자신을 부정한 것이었다. 부모의 자식이라는 것은 인정 할 수 있었다. 누구의 자식이기 때문에 강하다는 말을 듣고 알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 그렇게 강한 자식의 아들이라면 강한 자는 왜 죽었는가? 왜, 가족을 지키지 못하고 죽었는가라는 생각에..... “너희들은 지껄이지 말아야 했어. 그 말들을......그만 죽어 줘야겠다.” 수십 개의 투명한 구에 가쳐 하늘을 부유하고 있는 물 덩어리들......실드로 인해 바닷물은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나의 생각은 간단했다. 떠있는 바다 물로써 공격하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디스펠 매직(Dispell Masic)!” “무, 무슨!” 하늘에서 떨어지는 엄청난 양의 바닷물에 밑에 있던 능력자들은 당황하며 각자 방어 기술을 펼치고 있었다. 흡사 실드 같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물을 피한 녀석들은 긴장하며 물을 피해 이동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손을 휘둘러 돌의 장벽을 만들어 격리 시켜 버렸다. 쿵ㅡ쿵쿵! 돌이 솟아오름으로써 모두 봉쇄되어 버렸다. 그리고 다시 상상했다. 모든 것을 열려 버리는 상상을..... “아이스 블로우(Ice Below)!” 쩌저저적ㅡ! 나의 외침에 빠른 속도로 땅과 돌의 벽이 얼어붙어 가고 있었다. 차례로 얼어가던 얼음은 순간 녀석들의 발밑에서 멈추어 버렸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빠른 속도로 얼어갔다. 그리고 한명의 희생가자 나왔다. 나에게 처음 공격을 먹였던 땅의 능력자였다. 순간 얼어붙어 버리고 몸이 산산이 터져 버렸다. 쾅ㅡ! “안 돼!” 화르르륵ㅡ! 수십 명의 능력자들은 간신히 붙잡고 있던 온도를 노침으로 차례로 얼어갔지만 터지는 사태는 없었다. 다른 능력자의 짓이었다. 태울 듯 한 홍염이 한차례 불더니 모든 것을 돌려놓았다. 얼음이 녹고, 벽이 부서졌다. 수강과는 차원이 다른 불꽃이었다. “그래서.....너희들도 어차피 죽을 거, 지금 죽으나 나중에 죽으나 마찬가지 아닌가?” 나의 목소리는 이미 차가워 질대로 차가워져 있었다. 사람의 죽음마저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 저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사람의 죽음에 구토를 하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금은 무심한 살육자의 모습이었다. “허억, 허억, 내가 네놈은 꼭 죽여 버린다!” 손에 불꽃을 피워 올리며 숨을 헐떡이는 사내가 보였다. 그 주위에는 오들오들 떨고 있던 자들도 정신을 차리며 기운을 피워 올리며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이미 나의 눈에는 하찮게 보였다. “자, 이번에는 무슨 능력을 보여 줄 거냐. 땅? 불? 아니면 스피드? 뭐냐!” 나는 호기롭게 외쳤다. 다음에 나설 녀석이 누군지. 하지만 섣불리 움직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혼자서 감당할 상대가 아니니 이제부터는 협공을 하자는 태도였다. 하지만 나의 눈에는 그저 그렇게 보였다. “나도 이제 귀찮아서 못 참아. 그만, 죽어라. 불타서, 영원의 불꽃에.....헬파이어(Hell Fire)” “지금이다!” 나는 이제 귀찮아졌다. 날 파리처럼 달려드는 녀석들의 공격에 그렇게 나는 강력한 한방을 날렸고 다른 곳으로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순간의 방심으로 녀석들의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녀석들의 순간이동을 간과한 것, 그것이 나의 크나큰 오류였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헬파이어는 지상으로 낙하했지만 6명의 능력자들은 헬파이어를 무시하고 그대로 나의 곁으로 순간이동을 해왔다. 녀석들은 나의 입과 양팔, 양다리를 붙잡았다. “보아하니, 네 능력은 입을 통해 의지를 발현 하는 것 같은데, 입만 막으면 끝 아닌가? 대부분 손에서 나가는 힘, 그것만 주의하면 너는 쉬운 상대다. 미안하지만 죽어 줘야겠다.” 순식간에 몸을 제압당한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녀석들이 말한 것은 다 틀린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일시적으로 나의 몸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마 그 중에 몸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녀석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 스매쉬!” 각자 붙잡고 있는 곳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나의 뼈를 압박해왔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다시는 느껴보고 싶지 않은 기술이었다. 당해본 만큼 파회방법도 간단했다. 몸속의 마나를 시전 하는 녀석들에게 주입하는 것, 위험한 도박이지만 이것이 풀어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츠츠츠츠ㅡ 몸을 보호하고 있던 마나가 여섯 갈래로 틀어지며 흩어졌다. 몸에서 빠져나간 마나만큼 고통은 배로 늘어났지만 그 고통은 순간이었다. “떨어져! 카운트다!” “쳇! 끝 낼 수 있었는데. 어떻게 알았지?” “저 녀석 남몰래 배운 것 아니야?” 각자 알 수 없다는 말을 하고 떨어져 버렸다. 확실히 조금만 늦었어도 몸의 뼈는 다 박살났을 것이다. 중국의 웬만한 능력자들보다 강했다. 대처법하며 무엇 하나 떨어지지 않는 프로였다. “녀석의 움직임을 방해 할 수 있겠어?” “힘들어. 이미 한번 썼고, 녀석도 눈치 챈 것 같으니까.” 찌지직! 불꽃을 사용하던 남자가 의윤이라는 여자에게 말을 급하게 말했다. 바쁜 와중에도 의윤은 끝까지 대답해줬고 자신의 계열인 번개를 회수하고 있었다. 아마 그녀가 나의 움직임을 방해 했던 것은 나의 신경에 미세한 전류를 보내 순간적인 마비를 줬던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화르르륵ㅡ 그 순간 떨어진 곳에서는 많은 능력자들이 죽으면서 녹아내리고 있었다. 헬파이어를 피하지 못한 무리와 피한 무리의 모습은 차이가 많았다. 많은 사람의 죽음에도 녀석들은 슬퍼하지 않았다. 다만, 나를 죽이겠다는 의지만이 보이고 있었다. “남은 능력자들은 네놈들 6명뿐이군. 아까는 좀 당황했지만, 이제는 틀릴 것이다....현신, 마탄! 블러드 네일” 나는 마족의 세 가지 기술을 동시에 사용했다. 현신으로 인해 몸에서는 검은 기류와 함께 무언가 생성 되고 있었다. 하지만 저번과는 다른 것이었다. 예전에는 망토가 끝이었다면 이번에는 망토에 문양이 달려있었다. 검은 망토에 수놓아져 있는 용의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둥둥둥 마탄들은 나의 뒤쪽에 대기하고 있었다. 열 개의 마탄들은 각자 나의 주위를 회전하며 명령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었고 손에서는 붉은 손톱이 생겨나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이제, 끝장 보자고, 마음대로 공격해 봐라.” 나는 방어할 생각도 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열 개의 마탄들은 빠르게 앞으로 쏘아져 나가며 녀석들에게 압박을 가해왔다. 남은 네게의 마탄은 먼지를 피워 올려 녀석들의 시야를 가렸기 때문에 지체 하지 않고 손톱을 휘둘렀다. 슈욱! 서걱ㅡ! 먼지가 피어남에도 무언가 베이는 감각이 들었다. 순간 끝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어디선가 날아오는 기운에 급히 망토를 휘감았다. 펑ㅡ펑! 모든 공격을 방어한 나는 망토를 털고 일어났다. 이미 먼지는 거쳤기 때문에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뜯어 볼 수 있었다. 한 사내의 팔 한쪽이 없었다. 당연한 결과 빠른 스피드의 공격이었기에 방어하기에는 늦은 시각이었다. 아마 저 사내 혼자서 희생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프로인 가봐? 순간적으로 한명이 방패가 되어서 막다니.” 여러 가지의 전투로 인해 무인도의 지표는 많이 부서져 있었다. 녹아내리고 긁힌 자국하며 모든 것이 성치 않았다. 다행히 두 남매에게 까지 피해는 미치지 않았지만 언제고 거기까지 피해가 안 갈지는 의문이었다. 나는 한번 망토를 뒤로 젖히고는 다발의 다크 에로우를 날렸다. 휘익!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많은 수의 화살이 모여 있는 자들의 방어막에 가로 막혔다. 역시 나의 다음수를 생각하고 방어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끝내지. 시간 끌어봤자 너희들은 불리 할 뿐이잖아?” 끄덕 나의 말에 여섯 명은 긍정을 표하고 각자 능력을 끌어 모았다. 불과 번개, 바람, 물이 녀석들의 주위를 감싸며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특이 능력자인지 신체능력계열 위주인지는 모를 두 사람이 각자 손목을 푸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파이어 스톰(Fire Storm).....아이스 스톰(Ice Storm)” 나는 양손에 각각의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준비하고 있는 녀석들에게서 멀어지며 두 마법을 던졌고 순간 전투가 시작되었다. 작은 무인도 맞게 작은 폭풍이 몰아쳤다. 하나는 화염의 폭풍이었으며, 하나는 얼음의 폭풍이었다. 피할 수 없는 추위와 더위로 인해 지각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 하고 있었다. “중국의 사람들만 무공을 사용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나의 마법을 뚫고 지나온 두 사람은 나에게 주먹을 내뻗으며 공격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몸이 얼어붙어 있었으며 한 사람은 화상이 군데군데 보였다. 이상한 점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우리의 능력은 속성이 없는 무속성의 초능력자, 희귀하면서도 보편적인 능력자다. 그만큼 공격의 제약을 받지 않지.” “찻!” 두 사람은 전형적인 격투가 같았다. 빠르게 파고들고 사이킥 에너지로 나의 내부를 공격하고 있었다. 순간 실드를 쳤기에 망정이지 한순간의 타이밍이라고 놓쳤다면 내부 장기가 상했을 것이다. “블레이즈(Blaze)” 나는 블레이즈를 사용해 빠르게 주위를 돌아다니며 불의 길을 만들어냈다. 불로 인해 한곳으로 모여든 둘은 어디로 갈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만 죽어라. 라이트닝 레인(Lightning Rain)!” 찌지지직ㅡ! “아아악!" 한쪽으로 몰린 둘에게 벼락을 선사했다. 비 오듯 마구 떨어지는 번개에 녀석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이것은 순간적인 정전기가 아니었고 확실한 번개 이상이었다. 맞으면 감전사가 아니라, 번개의 열기로 죽는 것이었지만. 말은 그럴싸했지만 형편없는 녀석들이었다. 아까처럼 뚫고 지나가면 될 것을.... “헬파이어(Hell Fire)” 나는 확인 사살 겸 헬파이어로 녀석들이 있던 장소 일대를 쑥대 밭으로 만듦으로써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길 수 있었다. “디스펠 매직(Dispell Masic)” 아직도 범위 안에서 공격을 하고 있는 나의 마법을 해체하고는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이미 녀석들은 전투 불능인지 옴직 일 줄을 모르고 있었다. “죽일 놈! 죽어!” 찌지지직! “블링크(Blink)” 가만히 있을 것만 같았던 사람 중 하나인 의윤이라는 여자가 급히 손을 휘저으며 나에게 공격을 해왔다. 하지만 나는 블링크로 모두 피해버렸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블러드 네일을 꺼내 복부에 틀어박아 버렸다. 모든 능력자의 죽음, 나는 승리를 확신했다. 스르륵ㅡ “시체는 이곳에 없었던 것처럼 없애주마.” 한곳에 모여 있는 시체에게 손을 뻗으며 마지막을 장식했다. 모든 시체는 이미 남아 일질 않았다. 그들의 존재가 사라진 것처럼 이곳은 조용해졌고 다시 평화를 찾은 것이다. 아직 문제가 있다면 이곳이 어딘지 모른다는 것이지만. “너 정말. 사람들을....어?” 수강은 무어라 말하려고 했지만 순간 사라져 버렸다. 자기 자신도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으로 그것은 가연도 마찬가지였다. 무인도에 남은 것이라고는 나 혼자 뿐이었다. 이 황당한 현상에 무어라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까. 그 버튼이 혹시?” 처음 이곳에 오는 순간 여자가 무언가 누르는 것을 본 것이 떠오르자 순간 나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나의 몸도 어디론가 돌아가고 있었다. 무인도였던 곳은 점점 조각으로 변하며 환상이었던 것처럼 흩어져 버렸다. 그리고 다시 돌아 온 곳은 기계가 가득한 방안일 뿐이었다. 황당하면서도 화가 났지만 화는 나지 않았다. 황당함이 모든 것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것인지, 이게 무슨 현상인지를 알고 싶을 뿐이었다. 찌익ㅡ찍! 나는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기구들을 떼어내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나와 전투를 치렀던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생글생글 웃으며......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호호, 어때? 우리 연기.” 처음부터 나를 끌어들인 의윤이었다. 애초부터 이곳에 오는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온몸을 지배했지만 지금 나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상의는 없었고 땀이 온몸에 베여있었다. “현신!” 펄럭ㅡ “다시 그딴 짓을 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 나는 달랑 속옷 한 장 걸치고 있었기에 현신을 통해 온몸을 망토로 휘감았다. 나의 모습이 신비롭다는 듯이 보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보였지만 나의 살기에 다시 수그러들었다. “말도 없이 이런 짓을 벌인 것은 미안하지만, 엄연히 네 부모님의 친구였는데. 말이 좀 심하다고 생각 안하니?” “나는 돌아가겠다. 더 이상 이곳과 볼일은 없을 거다. 나의 앞에도 나타나지 마라.” 의윤은 나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꼬나보고 있었다. 그런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화를 내면 나만 손해였기에 조용히 이, 이상한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번에는 아무도 제지 하지 않았다. "중국의 기관에 가입 하지 않을 테니까. 더 이상 나에게 귀찮은 짓을 하지 마라." “애초부터, 네가 중국의 기관에 가입하지 않을 것은 알고 있었어. 우리도 그럴 만한 정보력은 있으니까.” 멈칫ㅡ 나의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멈칫했지만 나의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곳의 길을 모른다는 것. 다른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지만 나는 심히 기분 나빠져 있었다. 죽은 사람들이 살아있지를 않나,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은 웃고 있었기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 “아ㅡ 그거? 트레이닝 룸이라고, 환상의 방 일종이야. 샐리온 월드였던가? 그거랑 비슷하지. 그 덕분에 네가 얼마나 강한지 알았으니까.” “그래서, 그게 나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 아! 나도 그건 알아. 아무튼 따라와. 너에게 줄 것이 있으니까. 거기에 네 일행도 있고 말이야.” 나는 여자의 말에 기분이 나빠졌으나 묵묵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한참을 빙빙 둘러서야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혹시나 싶어서 경계를 했지만 다행이 무슨 일은 없었다. 나와 마지막에 싸웠던 사람들도 따라 오고 있었다. “야, 조제현! 우리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우리도 속았지만....하하, 아까 좀 섬뜩하더라.” “나도, 무서웠어.” 두 남매는 이미 와 있었기에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평범한 서제처럼 보이는 공간이었다. 다만, 거대한 책상 하나와 앞에 있는 많은 의자가 특이했지만, 그리고 의윤이라는 여자는 책상 안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꺼내든 낡은 책이었다. “뭐냐, 그건.....?” “이거? 너의 아버지가 맡겨 둔거야. 네가 이곳에 온다면 주라고 한 거지. 자” 나는 이상한 책을 꺼내들자 다시 한 번 기운을 끌어 올렸지만 다행히도 평범한 책이었기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의윤이 건 낸 책의 제목은 단순하면서도 단순하지 않았다. 책의 제목은....... 삼송(三松) 만오전서였다. 이름만큼은 거창했지만 내용은 어떨지 궁금해 조심스럽게 책의 첫 문장을 읽어 나갔다. 그대, 나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는가? 나, 삼송 중에서 첫머리인, 조송악의 후손인, 만오공파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는 자만이 이 글을 읽을 자격이 있을 것이다. 혹시 다른 이가 본다면 조용히 이 책을 없애 주기 바란다........(중략)......나는 그리하여 이 전서를 남기니 그대의 뜻을 이루어 나의 초월적인 기술을 습득하기 바란다. 비록 나는 신라의 문인이라고는 하나, 하나의 초월자이기에 후손에게 이 전서를 남기노라. 허나 너는 선택해야 할 것이다. 선이냐 악이냐에 따라 배울 것이 다르니....그대의 마음가짐과 반대되는 능력을 배운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 할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나, 1대 만오공파의 가주, 조송악(曹松愕) 펄럭ㅡ펄럭! 그리고 여러 시조들이 적어 놓은 후기들이 빼곡히 있었지만 나는 무시하고 지나가 버렸다. 지금 나는 27대였으니까. 26대인 아버지의 글을 읽기 위해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고 또 넘겼다. 26대, 가주 조송악(曹松握) 아버지의 이름과 같았다. 1대의 가주와 다만 끝의 악자의 한자음만 다를 뿐, 모든 것이 같았다. “이것이....나에게 남긴 글?” 나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나에게 남긴 글이었기에 기대 반 흥분 반이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무슨 내용일까라는 생각에 의문을 표했지만 그 누구도 나에게 다가오는 이가 없었다. 나의 행동 때문이었다. “다가오면 죽여 버리겠어!” 우우우웅ㅡ! 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마탄들이 둥둥 떠다니며 나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글을 읽어 내려갔다. * * * 지금쯤 보고 있을 때면 너는 능력이라는 것을 맛봤겠구나. 너에게 해준 이야기도 해 준 것도 별로 없지만 우선 너에게 고맙고 사랑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구나. 이 전서는 우리 가문에 내려오는 가보라고 해도 될 것이다. 비록 아는 이가 별로 없는 전서지만, 우리 조씨 가문 중에서도 만오공파에만 내려오는 것이다. 나도 이걸 우연히 창고에서 발견한 것뿐이다. 10대에서 끊겨 어떻게 나의 손에 흘러 들어온 것인지는 모르지만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었다. 그 책의 힘으로써 치유를 하고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었지만, 한 가지 제약에 묶여 마음 내키는 대로 그 능력을 사용하지도 못했지. 너에게는 이 과업을 넘겨 줄 수 없기에 신중히 선택하고 배우길 바란다. 선이 되어 남을 지키며 살 것이냐. 악이 되어 너의 적을 부수고 살 것이냐. 선택은 단 한번 뿐이다. 선택이 되었다면, 너의 사이킥 에너지를 넣어 페이지를 넘겨라. 나는 선이었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아마 이 글을 보고 있을 때쯤이면 나는 이 세상에 없을 테지만, 나는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너는 무엇이냐. 남을 지키며 너를 희생할 것이냐. 너를 지키며 적을 희생 시킬 것이냐.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 두 가지의 길을 제시해주는 것 뿐.....선택은 너의 의지에 달렸다. 우우우웅ㅡ 책에서 은은한 은회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고 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위에서는 이런 현상에 당황하는 듯 보였지만 끝까지 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 내용도 모르는 사람들이 무엇을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눈이 비쳤다. 나는 주위에 떠 있던 마탄들을 해체하며 선택을 하기 위해 숨을 한번 골랐다. “후ㅡ 나의 선택은.......” 긴 한숨이 뿜어져 나오고 주위의 눈동자들을 한번 보고는 정했다. 순간, 가연과 수강의 눈빛이 마음에 걸렸지만 나는 나의 의지에 한줌의 흔들림도 없이 말했다. 죽은 아버지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이곳이 흔들릴 정도로. 너의 선택은? 선이냐 악이냐...... 책이 진동을 하며 이런 소리를 내는 듯 했다. 세상은 불공평한 세상이다. 착한 사람은 가난했으며, 악한 사람은 부유했다. 착한 사람은 괴롭힘을 당했으며, 악한 사람은 남을 괴롭혔다. 선한 사람은 지배당했으며, 악한 사람은 선한 사람을 지배했다. 그대의 선택은....? 무엇인가.....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나의 선택은......역시 악이다. 하지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나의 부모님! 그래서 나는 어떤 것을 선택 할 수 없다. 구지 선택하자면 악이지만, 나의 대답은 선도 악도 아닌 자. 선악의 구분 기준은 어디인가? 그러니 나는 선도 악도 선택하지 않겠다.” 나는 선택의 갈래에서 잠깐 주춤했다.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교차했지만 역시 답은 하나뿐이었다. 평소대로 선도 악도 아닌 상태로 있는 것, 나는 그 이상이하의 대답은 할수 없었다. 비록 그것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일이라도 그렇게 의지를 불어 넣고는 나의 몸에서 마나를 책으로 밀어 넣었다. 사락ㅡ 한 장의 책장 넘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의 행동을 조심스럽게 관찰하는 사람들은 뭐라고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페이지에는 단순히 몇 글자만 적혀 있었다. 나의 아들 조제현, 너의 대답은 잘 들었다. 비록 나의 길을 이어 받지 않았다고 하나, 너의 대한 원망도 없다. 너의 길을....... 화르르륵ㅡ! 순간 책이 불길에 휩싸이자 나는 그만 책을 바닥으로 놓쳐 버렸다. 이 현상에 당황 또 당황 할 뿐이었다. 고작 이것을 하자고 그런 질문을 한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나는 또 무엇을 주는 줄 알고 잔뜩 기대했지만 그것이 아니었는지 한줌의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젠장, 심력낭비만 했군.” 손에는 화상이라도 입은 것인지 화끈거리며 따갑게 느껴지고 있었다. 검은 딱지 들이 들러붙어 흉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리커버리(Ricovery)” 나의 손에서 검은 빛이 터져 나왔고 치료를 행했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웠다. 마치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라는 듯이 욱신거리는 통증은 계속 되고 있었다.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걱정이 되는 것인지 가연과 수강이 가까이 다가와 지켜보며 말을 건넸지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괜찮아? 다치지 않았어?” “크으으윽, 저리 비켜!” 나의 어깨에 올려져 있던 가연의 손을 뿌리치고는 그대로 손을 감싸 안았다. 여전히 계속 되는 고통에 손을 자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정도였다. 유독 오른손만 아팠고 다른 쪽의 몸은 그대로였다. 같이 손대고 있던 왼손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편안한 느낌이었다. 점점 뜨거워지는 손의 느낌으로 정신이 없었다. 무언가 파괴하고 싶은 충동마저 일어난다면 무엇이라고 설명해야 될지 몰랐다. 고통은 점점 손에서 오른 팔을 감싸 안았고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치이이익ㅡ 몸에서는 연기 같은 것이 마구 빠져 나오더니 주위의 온도를 급상승시켰다. 이런 현상에 주위에서는 물계열 능력자가 수분을 공급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허사였다. 몸으로 분출되는 수분은 몸에 닿는 족족 수증기가 되어 기화해 버렸다. “저러다 죽는 거 아니야?” “저 봐, 온도가 장난이 아닌데. 저 온도는 우리들이라도 버티기 어려워.” 많은 사람들이 손을 쓰며 온도를 나추려고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헛된 노력에 불과했다.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흐르자 점점 그 열기는 뜨거워지는 것 같았지만 점점 온도가 내려가고 있었다. 스르르르륵ㅡ 몸의 열들이 일순간 재가 되어 있던 책의 파편에 빨려 들어가며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다시 불길이 솟아올랐고 책의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 “크윽, 젠장!” 나는 몸에서 뿜어지는 열로 인해 혼미했던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고 급히 마법을 이용해 몸의 온도를 나추기 위해 빙계열의 마법을 사용해 나의 몸을 얼렸다. 쩌저적ㅡ출렁...스르륵ㅡ 얼어져 있던 몸이 순식간에 녹아버렸고 다시 제 온도를 찾아갔다. 다행히 더 이상 온도는 높아지지 않았지만 그 열기는 아직까지 생생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온도가 내려가 정상인의 체온을 찾았기에 다시 주위를 살필 수 있었다. 그것이 장장 10분만의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면 누가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엄연한 현실이었다. 아직도 뜨거운 감각이 손에서 전해졌지만 눈앞에 떨어져 있는 책자에 눈길이 갔다. 같은 재질, 같은 글씨 체였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책의 제목이 없다는 점과 상당히 깨끗하게 보존 되어 있다는 점을 빼고는 모든 것이 같았다. 나의 아들에게 비록 나의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하고 죽었다고는 하나, 언제나 나는 너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줄 수 있는 것은 애초부터 아무것도 없었다. 너에게 남긴 이유서 같은 글도 선조의 유지도 나의 대에세 끓어지길 바랐을 뿐, 비록 이것이 나에게 준 능력으로 일어 설수 있었다고는 하나, 그만큼 나의 소중한 것을 앗아가는 최악의 물건이었다.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이다. 선을 택했다고는 하나, 선이 아니었다. 설령 악을 택했다 할지라도 답은 하나, 무엇하나 선한자 없거니와 무엇 하나 악한이 없으니, 선과 악을 구분해서 무엇을 하리. 이 세상은 악과 선이 어우러진 세계 일 뿐이다. 혹시라도 너의 원수를 안다고 할지라도 복수는 하지 말 것을 부탁하마.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 나의 기운을 받아들인 아들이여, 그리고 나의 후손이여, 나의 뜻을 잘 알아들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그리고 모든 선조들의 유지를 없앤 최악의 가주이자. 마지막 가주인 나, 송악 이곳에 글을 남기노라. 부르르ㅡ 몸에서는 알 수 없는 울림에 전신이 부르르 떨려왔다. 이렇게 허무할 정도로 간략한 글을 보기 위해 고생한 것의 분노가 아니라. 알 수 없을 정도로 느껴지는 가슴속의 떨림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책을 바닥으로 놓쳐버렸고 곧 불타 사라져 버렸다. 마지막에 타들어가면서 남긴 글과 함께. 인생은 게임과도 같다. 반복 할 수 없는 게임. 그 말을 듣고 한 차례 멍하니 있어야 했지만 두 남매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씁쓸한 느낌이 들었지만 마지막 문장을 새겨볼 수 있었다. 타오르면서 까지 남기려 했던 문장을..... “인생이 게임이라고? 다시 반복 할 수 없는......” 그 말에 나는 온몸이 전율의 도가니 속으로 빠졌다. 그 말이 한가지의 가능성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게임에서만 사용했던 흡수의 능력을 사용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나의 눈은 빛이 났고 얼굴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표정이 그려졌다. “가입 할 거지? 우리 한국의 기관에....” “더 이상 그런 말을 지껄이면 아까 거기서 처럼 죽여주지. 더 이상 날 귀찮게 하지마라. 그러면 부모님의 친구로 대접 해 줄 테니.” 돌아 갈 때쯤에 가입 권유가 왔지만 그 말을 끝으로 가입 권유는 일단락되었다. 이곳에 온 것이 헛걸음만은 아니었다. 새로운 가능성을 얻었기 때문이다. “아참, 오늘 2차 본선이지? 응원 해줄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순탄했다. 사고도 없었고, 누군가의 습격도 없었다. 하지만 가연의 말을 듣고 나는 빠르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는 텔레포트로 녀석들과 함께 돌아갔다는 것을 빼고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지금부터 제2차 본선이 시작되겠습니다. 오늘로써 샐리온의 영웅은 결정됩니다. 모두 영웅이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긴 리허설이 있었지만 우리가 들어 왔을 때는 짧은 한마디로 끝나 있었다. 그리고 시작되었다. 40명중에 오직 한명만이 차지 할수 있는 영웅의 자리를 놓고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물론, 방식은 배틀 로얄의 방식으로 무한 PK를 하는 것이다. 오직 한사람이 남을 때 까지. 어떤 방법을 쓰든 간에 최후의 일인만 되는 경기였기에 모든 사람들은 아이템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참가한 선수는 작았다. 대략 26명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유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서버 다운이라는 명목으로 접속이 안 된다는 것이다. 외국 쪽 지부와도 연락이 되질 않는 상황, 무엇하나 밝힐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이대로 즐길 뿐이었다. -맵은 이곳, 대형경기장에서 치러질 예정입니다. 관중석에 대한 피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여러 명이 방어를 담당하고 있고, 관중석에서도 자신들의 방어기술을 믿고 있으니까요. 자, 그러면 지금부터 제 2회 본선인 배틀 로얄을 시작합니다!!! 와아아아ㅡ 사회자의 말에 따라 거대한 경기장이 펼쳐졌다. 지형까지 생각한 것인지 바닥은 돌과 같은 물건들이 널려있었다. 숨을 장소도 있었고 장애물도 있었기에 꽤 어려운 맵이 될듯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로그아웃 당하는 사람은 없었다. 누가 마지막 본선에서 무턱대고 돌진하겠는 가.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못했다. -이게 무슨 일 일까요? 아무도 공격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관중석에 있는 유저 분들은 전투를 보고 싶어 하십니다. 우우우ㅡ저게 본선의 실력이냐! 빨리 싸워라 사회자의 말에 따라 관중석에 있던 사람들은 야유를 퍼부었고 관중의 시선을 응시하던 자들은 그 말을 듣고 공격을 하고 말았다. 그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던지 순식간에 죽어버렸다. “브레이크 샷!” 거대한 바위 뒤쪽에 자리를 잡고 있던 레이에나(주인공과 싸웠던 사람입니다. 궁수)가 화살을 날려 순식간에 죽여 버렸던 것이다. 그 모습에 많은 사람들은 자리를 잡고 한동안 움직일 줄 모르고 있었다. 순간 답답한 모습에 나도 그만 자리를 이탈하고 공격에 들어갔다. 나에게 다발의 화살이 날아왔지만 간단히 막혔다. “움직이지 않으면 내가 움직이는 수밖에! 트윈 싸이클론(Twin Cyclone)” 나는 일부러 중얼거리며 마법을 사용했다. 혹시라도 버그 플레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간단하게 두 개의 토네이도를 소환해 레이에나의 화살을 막는 한편 공격까지 감행하고 있었다. 필드에 뿌려져 있던 돌들이 하늘로 올라가며 떨어지며 경기에 참가했던 자들에게 자잘한 상처는 내고 있었던 것이다. “젠장! 앞을 볼 수 없잖아!” “역시 저 마법사부터 처리하는 게 옳았어!” 여러 사람들의 한탄어린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트윈 싸이클론의 영향으로 잘 들리지 않았다. 나의 행동에 움직임이 활발해진 자들은 빠르게 달려가 자신이 점찍어둔 상대를 공격하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레이에나를 목표로 공격을 감행했다. “삼일 만인가? 오늘은 호락호락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아이템 빨로?” 레이에나는 나의 모습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하고 있었다. 그녀석의 입모양을 보니 한국인이 아니었다. 의역으로 통역된 한국어였기에 약간 어색한 감이 있었지만 들어줄만 했다. “일루전 에로우!” 역시 같은 패턴이었다. 실드 마법을 파훼하는 전문 화살과 여러 가지 환형을 더한 공격은 이제 익숙해졌다. 게임에서도 현실에서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 기술이었다. 조금 강력한 공격으로 튕겨 내면 그만이었다. 간혹, 매직 에로우로 그 괴도를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그 수법은 이제 통하지 않아.” 슈우욱! 나의 손에서 뻗어 나간 많은 수의 매직 에로우가 일루전 에로우의 수많은 화살들의 괴도를 바꾸며 나에게 날아오던 화살들이 살짝 살짝 빗겨 나갔다. 비록 고도의 컨트롤이 필요한 것이었지만, 매직 에로우에는 약간의 유도 기능이 있었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그, 그런!” "왜, 약점을 잘 꼬집었나? 미안하지만 너는 내 상대가 아니야. 이제는! 블링크(Blink)“ 나의 행동에 놀라며 마구 자비로 화살을 쏘아댔지만 소용이 없었다. 순간 없어져 버리는 상대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 예전에는 호각을 다투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아니었다. 여기저기에서 블링크로 나타나는 상대를 맞추기는 어려운지 헛발만 날려대고 있었다. “좋은 방법이 떠올랐어. 혹시 이런 방법으로 죽는 건 어때? 천천히 수분이 빠져 죽던가. 전기 충전기가 되어 죽던가 말이야. 선택은 둘이다.” “헛소리! 죽어! 레인지 익스플로전!!!” 나의 제의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녀석은 강력한 한수를 꺼내 놓았다. 비록 저번에 다 가로막힌 것이었지만 나도 막기 버거웠던 것이다. 두 남매의 목숨을 빌어 간신히 살아남았던 기술이었던 만큼 약간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이미 전투가 끝난 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넋을 잃고 있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둘 다 죽어라. 그냥’ 그렇게 나는 그 아처의 최강 기술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외쳤다. “현신!” 비록 버그 플레이어라고 찍힐 수도 있지만 샐리온 월드에서 확인할 길은 없을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는 식으로 물어 오겠지만, 나만 잡아 때면 그만이었다. 검은색의 로브에 검은 망토는 약간 부자연스러웠지만 의외로 잘 어울렸다. 펄럭ㅡ 쫘악ㅡ 펄럭이는 망토를 움켜쥐고 날아오는 녀석의 최고 절기에 대항했다. 순간 퉁하며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지만 역시 이 기술에는 가로막혔다. 최강의 방어, 역시 최강이라고 할만 한 방어력을 가진 망토였다. 뒤쪽에 용무늬가 있는 것이 무슨 뜻을 나타내는지는 몰랐지만 방어력 하나 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하는 현신기술이었다. “아이언 실드(Iron Shield)!” “이게 무슨!” “하하하, 실드는 나만 치는 것이 아니라네. 나의 것을 너에게 펼칠 수도 있지. 그만 죽어라. 기가 라이트닝(Giga Lightning)” 나의 아이언 실드를 건전지 삼아 기가 라이트닝을 퍼부었다. 지금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는 녀석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몰라 당황해하고 있었다. 찌지지지직ㅡ 수십만 볼트가 한꺼번에 아이언 실드를 타고 흐르자 안에 서는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건전지가 충전 되듯이 텅 비어있던 아이언 실드 내부에는 점점 전기가 가운데로 충전되며 강력한 전류를 발생 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크아아악ㅡ!” 아이언 실드 안에서는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것을 끝으로 로그아웃 당해 버렸다. 순간 나의 행동에 말이 없어진 사회자는 입만 뻥긋 거릴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주위에서는 어느새 나에 대한 공포로 인해 나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몰리고 있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레이에나님이 로그아웃 당함으로써 최후의 한국인 플레이어는 스텔스님으로 축소되었습니다. 그리고 중국, 일본의 유저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잘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짱개 새끼들 곱게 처 죽어라!” 관중석에서 사회자의 말을 듣고 수많은 사람들이 일본과 중국을 비난하며 야유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그 사람들은 한국인이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젠장! 우승은 우리들이 차지하겠다! 순순히 목숨을 내놔라!” 한데 모인 녀석들은 나에게 적개심을 내뿜으며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마 나를 처리 한 후부터 하자는 심산인 것 같았다. 대부분 중국인과 일본인 이라는 것을 가만하면 동맹 플레이도 가능한 일이었다. “고작 이정도의 약골들이 합심한다고 나를 이길 것 같으냐? 쓰레기들....” “저 자식 레벨 좀 높다고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비록 네놈 보다 레벨은 작다고 하나 우리도 고렙 축에 속하는 자들, 모두 상대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우승은 우리들 차지다! 조용히 죽어라!” 나의 말에 발끈한 녀석들은 소리를 높이며 동시해 말하고 있었다. 우리들의 대화를 듣는 사람들은 약간 지루한지 하품을 하는 자도 있었지만 한국인들은 귀를 쫑긋 세우며 경기장을 끝까지 쳐다보고 있었다. “우승을 원하나? 원한다면......” 우우우웅ㅡ “우승을 원한다면, 날 쓰러뜨리고 말해라! 다크 캐논(Dark Cannon)!!” 콰콰콰쾅ㅡ! 뜸 드리듯 잠잠하던 마나가 몸에서 폭발하듯 분출되며 모여 있던 곳으로 다크 캐논이 뿜어져 나갔다. 땅을 가르고 바위를 부셨다. 그리고 모여 있던 자들에게 적중되며 큰 먼지 구름이 피어올랐다. 정확하게 맞았다면 몰살, 혹은 죽기 직전까지 갔을 것이다. 비록 5서클이라고는 하나, 엄연히 흑마법이었다. 휘이오오오 순간 먼지를 뚫고 몇 명의 녀석들이 칼을 뽑아 들고 달려들었다. 발을 살짝 튕구며 바닥을 박찬 뒤 빠른 속도로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나의 신형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되어 있었다. 블링크, 마법사의 필수마법이었다. 수간 많은 녀석들이 한꺼번에 공격을 가해왔지만 모든 병장기들이 나의 실드에 가로막히며 나의 몸에는 어떤 상처도 주지 못했다. 순간 다시 혼자 나에게 달려드는 녀석이 눈에 보였다. 덥썩, “마법사를 상대로 접근전이 유리하다는 생각은 버려라.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지금 너는 실수 한 거다.” “병신, 손이 한 개 뿐인 줄 아냐! 죽엇!” 캉ㅡ 나의 손아귀에 잡힌 녀석은 당황 한 듯 보였지만 반대 손으로 단검을 빼들고 나의 복부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전투와 실전에서 겪었던 일이 있었기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이정도도 막지 못할 것 같으냐? 뱀파이어릭 터치(Vampireric Touch)!” 쭈우우욱ㅡ 가로막힌 단검이 힘없이 땅에 떨어지며 녀석은 절망하고 말았다. 나의 마법에 펼쳐진 마법 때문에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뱀파이어릭 터치에 당한 것이다. 모든 생명력 즉, 라이프가 모두 소진 할 때 까지 고통을 당해야 했다. 쭈우우욱ㅡ “어....엇!! 아아....으아아악!” 처음에 어리둥절하던 녀석은 점점 빨려 나가는 체력에 놀랐고, 큰 고통에 놀라 버렸다. 삽시간에 모든 체력을 소진한 녀석은 천천히 회색빛을 토해 사라져 버렸다. 순식간에 당해버린 녀석을 보자 나를 다구리 치려던 녀석들은 조금씩이지만 뒷걸음치는 것이 보였다. “이게, 다냐?! 우승 하고 싶다며, 공격 해봐.....게임은 게임일 뿐이잖아? 어차피 죽을 목숨......지렁이처럼 꿈틀거리기라도 해봐야지......이런 식으로 나오면, 재미없잖아?” 화르르륵ㅡ 나의 양손에는 이미 모든 컷을 태울 듯한 불길이 일어나 있었다. 그 불꽃이 얼마나 컸던지 나의 로브 한 자락을 따라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로브를 태우지 않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아무도 나에게 섣불리 공격 할 줄 모르고 있었다. 이런 치욕적인 말을 하고 있음에도. “강해! 주고받은 공격도 없으면서, 이런 위압감이라니! 저 사람은.....아니, 저 한국인은 강하다. 나보다 수십 단계는 위야!”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어.” 녀석들은 체념하고 있었다. 나의 손에서 활활 타오르는 지옥의 겁화 헬파이어를 보고 전의를 상실한 것이었다. 단순한, 헬파이어가 아니었다. 양손, 트윈 헬파이어였다. 그것도 마나를 잔득 머금은 것이었기에 보통의 헬파이어 보다 배 이상의 위력을 낼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후오오오오오ㅡ 나의 몸에서 방출되어 한곳에 집중되고 있는 마나의 파장이 경기장의 전역을 흔들고 있었다. 실드로 쳐 져 있던 관중석에까지 영향이 가는 것인지 경기장의 방어를 담당하던 실드는 출렁이고 있었다. 그만큼 강력한 마법이었다. “후후ㅡ 지금까지 숨죽여 지켜본 보람이 있어. 지금이라면 마법사인 네놈도 죽을 수 박게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숨어 있던 암살자 클레스의 유저였다. 단검을 위주로 한 직업인만큼 근접전에 강했다. 빠른 스피드와 정확히 급소를 노리는 공격이 나에게 들어왔다. “죽어라! 시크릿 데쓰!” 슈욱ㅡ! 푹ㅡ! 녀석의 기술만큼이나 은밀한 공격이었다. 정확히 나의 후두부를 노린 공격이었다. 그대로 나에게 박혀 들어갔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나의 몸은 정상, 그 이상이하도 아니었다. “마....말도 안 돼....! 어떻게.....” 비틀ㅡ “어떻게.....그 공격을 맞고 살아 있을 수 있는 거지?” 나에게 단검을 밖고 그대로 나의 손에 있던 헬파이어에 적중 당한 녀석은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손에서 떠난 것도 아니었고 그대로 몸을 지져버렸기 때문에 녀석은 복부가 텅 비어있었다. “놀란 것은 네놈만이 아니야. 순간이었지만, 네놈의 기척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 네놈의 공격은 정확하게 들어갔다. 하지만, 나의 마법장력에 막힌 것 뿐.....” “우.....우욱ㅡ컥! 이....인정 못해....! 너...버....버그, 플레이어....?” 풀썩ㅡ 나의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녀석은 채 말의 끝을 맺기도 전에 로그아웃당하고 죽어버렸다. 여전히 손 위에서 불꽃의 춤을 추고 있는 헬파이어를 멍하니 주시하고 있는 녀석들에게 던져 버렸다. 화르르륵ㅡ 그 소리로 끝이었다. 두 개의 헬파이어를 애초에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스피드도 빠른 것도 아니었고, 텔레포트나 블링크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도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른쪽으로 던진 헬파이어는 점점 녀석들에게 다가갔고 왼쪽으로 피하고 있었다. 휙ㅡ화르르륵ㅡ 남은 헬파이어는 왼쪽으로 작열했다. 그리고 타올랐다. 미처 피하지 못한 자는 그대로 죽어버렸고 간신히 살아남은 자는 움직일 공간이 없었다. 이미 사방이 불바다. 피할 곳은 정면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사, 살려줘! 우리가 졌어. 제발......” 녀석들은 빌고 있었다. 스스로 패배를 시인했지만 사회자는 불타는 소리 때문에 듣지 못하고 있었다. 오직 나와 불길의 중간에 있는 자들뿐이었다. 나는 손을 천천히 올렸다. “시작은 너희들이 했을지도 몰라도, 끝은 네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뜨거운 게 싫다면, 차가운 것으로 죽여주지.....문라이트(Moon Light)” 쩌저저적ㅡ 순간 나의 손에서 방출된 마나들이 일제히 녀석들에게 날아가며 얼려 버렸다. 땅과 지옥의 겁화마저 얼릴 듯 한 기세였다. 그것은 무리였던지 녀석들만 꽁꽁 얼려 버리고는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손을 한 번 더 휘저어 모든 얼음들을 깨 부셨다. 그리고 최후의 생존자는 가려졌다. -아.....이, 이것으로 최후의 일인이자 대회의 우승자는 스텔스님으로 정해졌습니다. 그렇다면 보상을 받기 위해 드래곤을 소환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세 개의 구에 각각 드래곤들이 잠들어 있기 때문에 모든 봉인을 일시적으로 풀도록 하겠습니다. 갑작스런 현상에 당황하시지 마시고 자리를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겉으로 웃고 싶었지만 꾹 참고 있었다. 최고의 하이라이트인 드래곤의 등장이었다. 이것으로 나는 이 게임의 모든 드래곤을 흡수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실패 한다고 하더라도 세 마리의 드래곤보다 좋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빠졌다. -자, 그럼 봉인을 풀도록 하겠습니다. 우우우우웅ㅡ 사회자의 말에 따라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세 개의 구를 받아 들고 힘껏 마나를 불어 넣고 있었다. 그리고 밝은 빛을 토해내며 그 구는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우우우웅ㅡ쩌저저적!!! 하늘로 치솟았던 세 개의 구는 각각의 빛을 뿜어대며 경기장을 뒤덮었다. 처음에는 파란색의 드래곤이, 다음은 은색의 드래곤이 차례대로 나왔다. 마지막은 금색의 드래곤이 나와 큰 외침으로 마무리 되었다. 쿠워어어어어ㅡ 세 마리의 드래곤이 내지르는 소리는 천지를 진동시키고 있었다. 경기장 주위를 두르고 있던 실드를 진동 시킬 정도였으니 말 다한 셈이다. “저, 저게 드래곤!” 관중석에는 이미 흥분의 도가니였다. 처음 보는 드래곤에게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이다. 육중한 몸체와 오만한 눈동자에게 뿜어져 나오는 힘에 위축되기 마련이건만 그것은 하나도 없었다. 새롭게 보는 보스 몬스터의 등장으로 한번 잡아 보고 싶다는 생각들뿐이었다. =인간의 영웅이여, 그대는 무슨 능력을 받고 싶은가. 금빛의 드래곤이 나서며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상당히 큰 덩치로 인해 나는 고개를 높이 처 들어야 했기 때문에 불편했다. 하지만 마법이 있었기에 서서히 몸을 띄워 드래곤의 머리 쪽까지 상승 한 후에야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인간의 영웅이여, 그대는 무슨 능력을 받고 싶은가. “나는 네놈의 모든 것을 원한다. 네가 가진 능력 모두. 후후후” 드래곤은 계속 같은 패턴으로 물어 오고 있었다. 역시 인공지능이라 그런것 같았다. 나의 말은 이미 운영자들의 확성기를 타고 경기장에 흘러 들어갔기 때문에 주위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갑작스럽게 모든 능력이라니, 하나의 능력을 받아도 감지덕지 인 것을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지 모두 놀라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암! 한국인이라면 그런 배포가 있어야지!” “모든 능력을 줘라! 운영자들은 뭐하는 거냐! 모든 능력을 줘라!” 한곳을 시작으로 경기장의 전역에서 모든 사람들이 모든 능력을 주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갑작스런 녀석들의 행동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이런 상황이 좋았다. 의도하지 않게 나에게 유리한 입장이 되어 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솨아아악ㅡ =역시, 인간일 뿐이 군, 그대에게는 한가지의 능력만 주겠다. 애초에 네놈의 선택은 하나, 희생이다. 드래곤들초자 꺼려하는 기술, 세크리파이스(Sacrifice), 자신을 희생시켜 너의 적을 말살시키거나, 모든 것을 치유하는 기술, 하지만, 확률은 반반, 사용 할 수 있는 횟수는 한번, 신중히 선택하기를 바란다. 세크리파이스를 주었으니 우리는 돌아가겠다. 그 능력으로 마족을 토벌하기를....... “누구 마음대로, 간다는 거냐, 나는 아직 네놈들에게 볼일이 남았다. 그렇게는 안 돼지.” 골드 드래곤은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로 녀석은 돌아가려던 시선을 돌려, 나에게 집중시키고 있었다. 세 마리 모두, 갑작스럽게 바뀐 나의 분위기에 어리둥절 하는 운영자들과 사회자, 관중석에서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은 점점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반쯤 죽여주지, 블러드 네일!” 이미 준비는 다 되어 있었다. 현신과 더불어 마탄, 블러드 네일 까지 모두 준비했기 때문에 지금의 상태는 최상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체 하지 않고 공중에서 그대로 드래곤의 눈을 향해 블러드 네일을 휘둘렀다. 후웅ㅡ 순간 빛이 터져 나오며 드래곤은 점점 줄어갔다. 순간 작아져 버린 드래곤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세 마리 모두, 각각의 머리 색깔만 다를 뿐 모두 같았다. 착용하고 있는 망토부터, 신발과 머리끝까지 같은 모습이었다. “언제까지 떠있을 생각이지 인간?” “그럴 일을 하고도 살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인간의 영웅 따위가 우리의 상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 하는 건가? 조용히 능력만 주고 가려고 했더니, 역시 인간은 인간일 뿐인가?” 세 마리의 드래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고 있었다. 무기라고 해봐야 검과 같은 창검 종류였지만, 그것을 드는 순간 분위기가 바뀌었다. “역시, 움직이기에는 인간의 몸이 편해” 철컥ㅡ 세 마리는 무기를 움켜쥐고는 천천히 나를 향해 무기들을 겨누었다. 이미 한가지의 능력을 주었기 때문인지 볼일은 다 봤다는 생각 인 것 같았다. “내 앞에서......그딴 오만한 눈빛으로 보지 마라. 명을 재촉하니까. 죽어라ㅡ” 그 말을 끝으로 마탄은 지체 하지 않고 날아갔다. 물론 나도 블러드 네일을 치켜세우고 녀석들의 틈 바구니 속으로 들어갔다. 간만의 드래곤과의 전투로 인해 흥분지수가 상승한 덕분에 나의 몸은 생각 외로 가벼웠다. “어림없다!” 후웅ㅡ 서걱ㅡ 드래곤중 파랑 머리의 녀석이 중검을 휘둘렀지만 나의 블러드 네일에 힘없이 잘려 나가며 팔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하늘로 치솟은 팔에 시선이 갔던 녀석은 마탄으로 인해 복부와 양쪽다리에 마탄이 틀어박히며 전투 불능으로 가는 듯했다. “큭......파워 워드 킬(Power word kill)!!” 솨아아악ㅡ 바닥으로 널브러진 녀석은 끝까지 싸우려 하고 있었다.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고작 마법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9서클의 강력한 파워 워드 킬이었다. 절대적인 죽음인 마법이었기에 오직 드래곤만 사용 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움찔ㅡ 녀석의 마법에 약간 움찔 했지만 나에게는 소용없는 마법이었던지 단순히 약간 떨려 올뿐 아무런 현상도 없었다. 나의 멀쩡한 모습에 세 마리의 드래곤은 버그를 일으킨 듯이 발작 같은 모습을 보였다. “우선 한 마리인가? 프로필 뷰!” 순식간에 끝나버린 블루 드래곤을 처리하기 위해 나는 손을 뻗어 프로필 뷰를 사용했다. 그리고 간략하게 눈앞에 생기는 프로필에 손을 얻고 다시 외쳤다. [프로필] 이름 : 워터 자벨린 전투력 : 200000 스킬 : 드래곤 편- 드래곤 피어, 용언, 라이트닝 브레스, 9서클마법, 유희 녀석의 전투력은 지금까지 만나온 그 어떤 드래곤보다 강했다. 녀석들이 약한 것이 아니라. 강해진 것은 나였다. 드래곤마저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기 때문에 이렇게 쉽게 이긴듯했다. 주위의 반응은 냉담했다. 순식간에 한 마리의 드래곤을 처리해버린 나의 모습에 놀란 것이다. “너어....대체 무슨 짓을.....” “무슨 짓은? 그냥 네놈들을 흡수한 것뿐이다. 나의 일용한 능력으로 말이야. 내 앞에서 잘도 오만한 눈빛으로 노려봤으니.....나도 참느라 힘들었다고.” 실버 드래곤은 나의 행동에 놀라며 뒤로 주춤 물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골드 드래곤과 실버 드래곤은 각각 옆으로 떨어져 나의 공격을 대응하기 위해 경계하고 있었다. 멀리 떨어진 실버 드래곤은 아까 순식간에 죽어버린 블루 드래곤에 대해 묻고 있었지만 나는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몸의 새로운 마나를 적응하며, 마나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녀석들에게로 다가갔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일까요? 순식간에 당해버린 블루 드래곤, 혹시 스텔스님이 핵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스텔스님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1:1도 아닌 1:3의 전투, 그리고 힘겹게 이겨야할 드래곤을 쉽게 이겨버린 스텔스님,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허억ㅡ 화르르륵ㅡ 사회자는 머지감치 떨어져 나와 드래곤의 전투를 보고 있었지만 나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헬파이어에 당황하며 신음을 토해냈다. 다행히 앞의 실드가 집중적으로 펼쳐져 있었기 때문에 살 수 있었지만 엄연히 죽을 수 있었기 때문에 놀란 것이다. 사회자가 죽어버리면 웃음 거리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운영자와 사회자, 관중석의 사람들까지 의심하고 있었지만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핵 프로그램이라고 떠들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운영자들이 빠르게 어디론가 돌아갔을 뿐이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보지 못하셨습니까? 단 3분, 3분도 체 지나기 않은 시간에 죽어버렸습니다. 드래곤입니다. 드래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면 자네는 일이 이정도 까지 진행될 동안 무엇을 했나? 그 녀석에게 정보를 준 것은 애초에 네놈, 그리고 그 녀석은 버그도 핵도 사용하지 않은 유저다. 지금 운석이 언제 떨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것에 신경 쓸 정도로 한가한 사람이 아니야!” 서울의 샐리온 월드를 관장하는 곳이었다. 메인 컴퓨터가 내장되어 있는 것이기에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중요한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두 사람은 열띤 대화를 하고 있었다. 물론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대화였기 때문에 목소리가 커져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 그놈이 초능력자라도 된다는 말씀입니까? 그럼 놈이 어떻게 그런 능력을 보일 수 있는 것입니까. 그건 부장님이 하실 일이 아니었습니까? 저도 한가하지 않습니다. 아이템 복구하랴, 파괴된 지형 복구하랴, 누구나 다 바쁩니다.” 삐질, 삐질ㅡ “하하ㅡ자네 너무 흥분하는 거 아닌가?” 두 사람은 열띤 대화에서 승리한 사람은 부하 직원이었다. 땀을 흘리며 당황하고 있는 상사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을 열어젖히고 창문가에 섰다. “흠흠, 아무튼 자네, 들어 가 봐야 하지 않겠나? 엄연히 사회자 인데 말이야.” “그만 꾸물대시고 이제 일 좀 하십시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해프닝을 해명해야 되니까요. 이게 대체 누구 때문인지......”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각자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물론 사회자인 부하직원은 샐리온 월드로 접속해야 했지만. * * * “레비아젤, 뒤로 물러서라. 단순한 인간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바르하젠님, 그럴 수는.....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레비아젤! 뒤로 물러서라고 했다!” 골드 드래곤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 빠르게 달려드는 실버 드래곤의 모습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골드 드래곤의 말을 들었더라면 조금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 테지만, 이미 선택해야 할 버스는 지나가 버린 것이다. “크크....바보 녀석....말을 들을 것이지!” 츄하아악ㅡ 나에게 무작정 달려드는 실버 드래곤의 허벅지를 베고 지나갔다. 빠르게 달려드는 녀석의 스피드와 나의 블러드 네일을 휘두르는 속도가 합쳐져 빠른 속도로 베고 넘어갔다. 워낙 빠른 속도였던지 천천히 허벅지에게 가는 실선이 생겨나더니 조금씩 피가 배어 나왔다. 주르르륵ㅡ “어.....언제?” 저벅ㅡ저벅ㅡ “뒤로 이동해라! 얼른! 레비아젤!” 생소한 고통에 녀석은 인상을 그리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나는 여유러운 미소를 띠는 한편 뒤쪽에 있는 바르하젠이라는 골드 드래곤을 경계했다. 천천히 실버 드래곤에게로 다가가며 마탄을 뽑아냈다. 단순하게 생긴 구가 빠르게 날아가며 실버 드래곤의 다친 허벅지를 뚫고 들어가 더욱 참기 힘든 고통을 주었다. “윈드 스톰(Wind Storm)!” 뒤쪽에서 방관만 하고 있던 골드 드래곤이 손에서 윈드 스톰을 발현시키며 나를 견제 하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나의 전신을 휘감으려하고 있었다. “텔레포트(teleport)” 쿠아아아ㅡ투두두둑! 그 마법을 피하기 위해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텔레포트로 사라진 곳에서 거센 바람이 일어나며 땅에 있는 돌들을 부서트리고 있었다. 단순히 견제용만이 아니었던지 경기장은 많이 손상되어 있었다. “바르하젠님.....” 우우웅ㅡ 골드 드래곤에서 빛이 한차례 터져 나온 후 실버 드래곤의 몸에 나 있던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어 버렸다. “기껏 한다는 짓이 쓸모없는 놈을 치료하는 것이냐? 쓸모없는 짓을......” 나는 어스퀘이크를 사용해 지각을 뒤흔들었다. 순간 중심을 잡지 못한 두 드래곤은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지만 그것을 노치지 않고 마탄을 날려 보냈다. 푸슈슈슉ㅡ 모든 마탄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날아갔지만 골드 드래곤의 실드 마법덕분에 모든 것이 가로 막혔다. 그리고 빠르게 녀석들은 현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착각하고 있었다. 지금 와서 현신을 한다고 해서 달라 질것도 없었고, 나에게 공격 할 곳을 제공하는 것 밖에 되지 않았다. =쿠워어어어ㅡ 두 마리의 드래곤은 순식간에 본체로 돌아가 버렸다. 그것도 시간이 아까웠던지 변신하는 도중에도 두 가지의 브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골드 드래곤은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레이저 브레스였고 실버 드래곤은 냉기의 브레스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가는 소멸당하거나 얼어 죽는 수가 있었다. 지금 준비하는 단계에서 죽여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순간 떠오른 생각으로 하려던 행동을 멈추었다. “브레스에는 브레스 인가?” 나는 지체 하지 않고 브레스를 준비했다. 재미 있는 생각이란, 단순히 네 개의 브레스를 동시에 써보자는 것이었다. 처음 드래곤을 흡수 할 때, 모든 브레스를 합성이 시키자는 생각으로 드래곤들을 흡수 해왔기 때문에 나는 처음으로 네 개의 브레스를 동시에 써볼 기회가 왔기 때문에 브레스를 사용했다. 파파팍ㅡ웅우우우우ㅡ 나의 발밑에서는 거대한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리고 나의 몸이 중심이었던지 나의 손앞에 거대한 마법진이 하나 더 생겨났고 마법진에서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화염에 산성, 염소가스, 라이트닝이 부합되었기 때문에 보통 브레스와는 차원이 달랐다. =콰아아아아아ㅡ =쿠와아아아아ㅡ 두 마리의 드래곤은 하늘 높은 곳에서 큰 브레스를 날려 보냈다. 아마 있는 마나를 쥐어 짠 것인지 나는 날개가 힘없어 보였다. 다만, 눈이 시려 울 정도로 냉기가 가득 찬 브레스와 모든 빛을 빨아들인 듯 한 레이저 브레스가 나의 마법진을 향해 날아왔다. “미완성이지만 퓨전 브레스!!” 나도 막 완성된 브레스를 날렸다. 거대한 마법진인 만큼 나의 브레스의 지름은 5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모든 것을 합쳐 놓았기 때문인지 회색빛을 띠는 브레스였다. 그리고 두 가지의 브레스와 맞부딪히자 큰 굉음과 함께 충격이 경기장 주변으로 뻗어 나갔다. 처음으로 브레스를 사용했던 때와는 다르게 정신도 멀쩡했고 몸도 뜨겁지 않았다. 다만, 몸에서 급속히 줄어가는 마나로 인해 지치기는 했지만 그것이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스오오오ㅡ스스스스ㅡ 출렁, 출렁ㅡ 브레스와의 충돌로 생겨난 충격파가 사방으로 뻗쳐 나가며 실드와 부딪혔다. 그리고 조금씩 균열이 생기며 출렁거리고 있었다. “피, 피해! 이곳까지 여파가 몰아친다! 커. 커억ㅡ” 쨍그랑ㅡ 누군가 외쳤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충격파가 견고한 실드를 깨 부수며 관람하고 있던 사람들을 덮쳤고 여지없이 로그아웃 당하고 말았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사람들은 하나 둘씩 호들갑을 떨며 로그아웃을 하고 있었지만 몇몇은 끝까지 남아 보겠다는 듯이 경기장 밖으로 벗어나고 있었다. * * *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나의 직장이. 나의 경기장이! 나, 돌아갈래ㅡ!” “피하십시오. 경기장이 무너지려하고 있습니다. 지금 대피하는 것......” 퍽! “닥쳐! 네놈들이 내 마음을 알기나해! 기껏, 편하게 일하는 운영자들 주제에!! 삼일동안 삽질해서 매 꾸어 놓았더니 이제는 경기장? 나도 못 참아! 직권 남용이던 나발이던 나도 이젠 못 참아!” 수많은 사람들의 로그아웃에 떠는 것이 아니라 부서 질것 같지 않던 경기장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자 사회자는 분노에 치를 떨고 있었다. 근처에 있던 운영자는 그 모습에 얼른 데리고 피하려고 했지만 사회자의 분노어린 주먹에 바닥에 쓰러져 움찔 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만, 그만하란 말이다! 나의 경기장이!” 복구 전담 운영자를 더불어 사회자라는 직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던 GM프레이의 분노로 삼파전의 양상으로 가려하고 있었다. 멀리서 절규어린 말을 들을 정도로 정신이 개방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싸우고 있는 자들은 아무도 들을 수 없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투확ㅡ콰오오오오오!!! 두 무리의 브레스가 나의 브레스와 부딪히면서 거센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미 경기장은 조금씩 부서져 내리고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그아웃당하거나 경기장 밖으로 대피하고 있었다. 한참동안의 힘겨루기가 막바지에 들었는지 두 드래곤들은 자신들의 마지막 마나까지 쏟아 붙고 있었다. =아닛?! 말도 안 돼......! =상쇄....?! 이럴 리가....인간이 브레스를 쓰는 것도 놀라운데....이정도 위력이라니! 두 드래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머릿속에서 각자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자신들의 입에서 최대한의 브레스를 사용한 마당에 이제는 남아 있는 마나가 거의 없었다. 오직 본체를 유지하는 마나와 공중에 떠 있을 마나만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상 사용하는 것은 무리였다. 고오오오오ㅡ 나의 미완성인 퓨전 브레스가 두 개의 브레스를 집아 삼키며 뚫고 날아갔다. 그리고 육중한 몸을 자랑하는 두 드래곤은 나의 브레스에 맞고 지상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각자 한쪽 날개와 작은 팔을 잃고서. 쾅ㅡ 마침 두 드래곤이 밑으로 추락하자 큰 소리와 함께 지각이 흔들렸다. 그리고 먼지가 뭉게뭉게 피어올랐고 소멸된 날개쭉지와 팔에서는 이제야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역시 큰 몸둥아리 덕분인지 피는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설마.....인간에게 이정도의 마나가 있을 줄이야.... 두 드래곤은 나란히 누워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이미 바닥으로 추락한 드래곤을 묶어 놓기 위해 마탄으로 나머지 날개마저 없애 버린 것이다. 이제 드래곤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처참히 변해 있었다. 후두두두둑ㅡ!!! “아직 싸울 힘이 남은 건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거대한 돌덩이들과 모래들로 인해 나는 몸을 뒤쪽으로 피하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여전히 바닥에 죽은 듯이 쓰러져 있는 두 드래곤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나의 경기장이! 기껏 만들어 놨던 경기장이!!!!” 나의 뒤쪽에 사회자였던 녀석이 있었다. 녀석은 손에 삽자루하나를 들고 이상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넌.....뭐냐?” “죽어라!! GM프레이의 이름으로 악을 처단하겠다!! 감히 삼일동안 노가다를 시키고도 모자라 이런 짓을 하다니! 흙 소환!!!” 후두두두둑ㅡ 나의 무심한 물음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듯이 삽을 치켜세우며 외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을 무시하고 지나가 두 드래곤의 프로필을 소환해 흡수 해버렸다. 역시 다른 드래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오직 브레스만이 유용했을 뿐이었다. “헬파이어(Hell Fire)!” 화르르륵ㅡ 나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두 드래곤을 깨끗하게 소멸시켰다. 더 이상 살아 봐야, 득 될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 타오르며 아무런 티끌도 남기지 않고 타오른 드래곤은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불씨는 계속 타오르고 있었다. “흙 소환!! 불이여 꺼져라!!” 예전부터 만나온 프레이라는 녀석이 흙을 대량으로 소환하며 불타오르는 지옥의 겁화를 단숨에 꺼버렸다. 역시 운영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녀석의 시선이 나에게 닿자 공격을 가해왔다. “삽질 퍼니쉬!!” 산처럼 쌓아진 돌덩이와 모래, 흙들이 녀석의 주위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한 소리를 하더니 삽을 움켜쥐며 그 흙들을 향해 삽을 꽃아 넣었다. 그리고 나서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슈슈슈슉!! 녀석의 삽에 떠진 흙들이 나에게로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노련한 손놀림으로 날아오는 흙이 정확히 나의 온몸을 향해 날아왔다. 나는 그런 가소로운 행위에 실드를 사용해 막았지만 더욱 빠른 속도로 흙더미를 날려 보내자 나는 생매장을 당해버렸다. 그리고 밖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운영자 특화스킬! 시멘트 바르기!!!” 쩌저저저적ㅡ 점점 암흑으로 덥혀버린 나는 어이없음은 물론 황당하기 까지 했다. 순식간에 생매장과 시멘트로 발려버린 나는 화가 나기는 커녕 어이없는 웃음만 날리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띠링, 텔레포트를 사용 할 수 없는 지역입니다. “음화화화!!! 나의 시멘트 맛이 어떠냐! 텔레포트 불가능이지? 크크크, 거기서 서서히 죽어러!” 나는 녀석의 말에 역시 운영자는 최강이라는 생각이 온몸을 지배했지만 얼마 있지 않아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스(Ice)!!” 쩌저저적ㅡ쾅!!! 나는 흙더미를 치워 내고 견고하게 굳어있는 시멘트를 향해 아이스 마법을 연달아 시전 했다. 그리고 완전히 얼었을 때 파이어 볼로 시멘트를 향해 날렸다. 그러자 어이없게 부서지는 시멘트! 나는 그렇게 삼분동안 갇혀 있었을 뿐이었다. “다 했냐? 운영자씨?” 터벅, 터벅! “오지마! 다가 오지마!!” 나는 간신히(?)빠져나온 시멘트를 한번 보고는 운영자인 프레이에가 점점 다가갔다. 하지만 녀석은 나의 행동에 겁을 먹은 것인지 뒷걸음질 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삽질 퍼니쉬!!” 다시 한 번 작열한 삽질 퍼니쉬를 막을 생각을 하지 않고 블링크로 피해버렸다. 또다시 생매장 당하면 귀찮은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오지마! 휘이, 휘이!!” 휙휙ㅡ 녀석은 더 이상 공격할 흙이 없는 것인지 삽을 휘두르며 나를 견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뒷걸음질 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무너져 내린 건물의 파편에 걸려 넘어진 녀석은 일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당황한 나머지 손쓸 방도가 없어졌다. “뭐, 이런 놈이....운영자라고.....윈드 피스트(Wind Fist)!” 후우우웅ㅡ 나의 마법에 반항한번 하지 못한 녀석은 윈드 피스트를 맞고 기절해 버렸다. 그렇게 삽을 휘두르던 녀석도 간단한 마법에 기절 해버리자 허탈하기 까지 했다. “프로필 뷰!” [프로필] 이름 : GM프레이 전투력 : ??? 스킬 : 운영자 - 삽질 퍼니쉬, 시멘트 바르기, 흙 소환, 유저 소환(동의 필요), 건물 짓기, 나무 심기, 몬스터 육성 녀석의 프로필은 단순하면서도 오묘했다. 전투력을 표시하는 것이 물음표로 떴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표시인지는 모르지만 녀석이 전투력이 높은 것인지, 아니면 낮은 것인지 측정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능력흡수!” -띠링, 흡수 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허탈과 함께 이런 영역도 있었던가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 게임 상에서는 엄연히 이 녀석도 신이었다. 드워프 녀석들이 말했던 샐리온 월드 창조설을 들었을 때, 녀석들이 신이라는 것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수많은 운영자들이 신이라는 것이지만, 각각 가지고 있는 능력도 달랐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운영자도 흡수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흡수하기위해 능력흡수를 펼치니 이런 황당한 소리가 나오니 어찌 할 바를 몰랐다. “흡수 할 수 없는 것도 있다니....능력회수!.....로그아웃!” 나는 삽을 움켜쥐고 쓰러져 있는 프레이를 뒤로 하고 로그아웃을 선택했다. 현실에서 모니터링 하고 있을 녀석들 때문에 나의 능력이 들통 난 것을 빼면 나도 평범한 하루였다고 자부 할 수 있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드...드래곤을....흡수해?!” 치이잉ㅡ 나는 천천히 캡슐의 문을 열고 나오고 있었다. 밖에서는 수강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나는 모른 척 무시하고 있었다. 이미 모든 능력을 회수한 상태였고 더 이상 게임에 접속할 명분도 없었다. 이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네가 마법사 인 것은 알았지만 저런 식으로.....” “능력을 흡수하는 초능력이라니.” 가연과 수강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나의 능력을 감출생각도 없었고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굳이 지금 들킨 마당에 부정할 것도 없었다. “내가 그런 능력자라면? 달라질건 없을 텐데?” 둘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지만 간단히 긍정을 표함으로써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표시를 했다. 그러자 두 녀석은 잠시 고민하던 표정으로 조용해지더니 갑작스럽게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봤다. “그건 뭐 그렇지만.....에잇! 그래 너는 너지!" “제현이는 제현이지, 괜한 걱정했나?” 그 둘의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비록 이상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본질은 그대로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야 모든 상황과 강함이 이해가 갔던 것이다. 게임에서 그 정도로 강했다면 현실에서도 충분히 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약간.....찝찝한 느낌....너무 오래 해서 그런가.” 나는 몸에서 느껴지는 찝찝한 기분에 살짝 인상이 그려졌다. 8시부터 시작한 게임을 대략 새벽 넘어서 까지 한 것이다. 이 집안은 어떻게 된 것이 잠을 도통 자지 않는 집인 것 같았다. 불빛은 휘양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밑에서는 무엇을 보는지 tv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조제현! 내려와서 이것 좀 봐.” 밑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히 수강의 소리였고 나는 군말 없이 내려갔다. 늦은 시각까지 게임을 한 영향인지 잠은 오지 않았다. 지금 자봤자 찝찝한 기분만 들것 같았기에 내려가 tv를 시청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제 있었던 중요한 뉴스를 보내드립니다. 어제 수많은 국가의 정상들이 갑작스럽게 우리나라를 방문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한 가운에 이루어진 정상회담은 아무도 그 내용을 알지 못하는 비밀스런 회담이었다고 합니다. 다만, 모든 나라의 정상들이 왜, 이곳을 찾아왔는가라는 의문만 더해 갈뿐입니다. -그렇다면, 아무런 이유를 알지 못했다는 말씀입니까? -예! 정부에서는 모든 질문을 회피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언제고 이런 식으로 나올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록, 회피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약간의 대화를 추정해 볼 때, 언젠가는 밝히겠다는 말을 돌려서 말했기 때문.... 팅ㅡ 나는 잘 보고 있던 tv가 꺼지는 것을 보고 순간 고개를 돌려 끈 상대를 노려봤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눈이 푸르팅팅한 한 성인 남성이 우리들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이 몇 신데, 아직도 안자는 거냐.” 빙글빙글ㅡ 지금 아저씨는 눈에 달걀을 비비며, 우리들에게 잘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녀석이 잘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느긋하게 소파에 앉자 녀석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었다. “에이, 아빠, 지금이 몇 신데 자요. 3시가 다됐는데, 지금 잠자 바요. 찝찝할 뿐이지. 그냥 밤새는 게 낳을 텐.....” “내일도 시험인데, 공부는 안할망정, tv나 보고 노닥거려? 성적에 자신 있나 보지? 너희 어머니에게 다 말....?” 두 부자간의 일상적인 대화인지, 그 둘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언뜻 보면 보기 좋은 가정의 모습일지 모르나, 한쪽은 협박을 당하고 있었고 한쪽은 협박을 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아버지, 그것만은.....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공부에요. 지금 지구가 멸망할지 모르는 대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구요!” “흐음.....지구가 꼭 멸망한다는 보장도 없지. 아무튼 다음부터는 늦게까지 게임하지마라. 알겠지?” 수강의 완강한 의지에 굴복 당한 것인지 아저씨는 살짝 뒤로 물러서며, 이번 한번은 봐준다는 식으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열띤 토론으로 인해 벌어진 작은 해프닝으로 정신이 없었지만, 약간 찝찝하던 기분은 싹 달아나고 없었다. 팅ㅡ “우리 게임 채널 보자. 할 것도 없으니까. 지금은 재미있는 프로도 안하니까...” 가연이 채널 권을 움켜쥐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게임채널을 찾고 있었다. 나는 그 답답한 행동에 채널을 불러 주었고 곧 그 채널로 넘어 갈수 있었다. -금방 있었던 일을 알고 계시죠? 한국의 유저 중에서 가장 강하다던, 레이에나를 꺾고 최강의 자리에 오른 스텔스라는 분이, 돌발행동으로 수많은 팬들에게 공황상태에 빠지게 했던 것을요. -네, 저도 그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빠른 시간에 그 많은 드래곤을 처치하는 모습이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굉장했습니다. 게임속의 자키들은 열심히 게임에서 있었던 일을 보도하고 있었다. 미처 보지 못했던 모든 영상을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니 색다롭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 스텔스라는 분의 스킬 중에 의문스런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면서요? -네, 첫 번째, 의문의 망토! 그리고 검은 빛의 구, 마지막으로 손가락에서 일렁이는 붉은 색의 칼날들,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보았던 흡사 드래곤의 브레스 같은 기술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유저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일들을 그 스텔스라는 분이 해낸 것입니다. 하지만, 그분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 복구가 늦어질 정도로 상당히 타격을 입은 샐리온 월드의 회사 측에서는 당분간 서비스 중단이라는 선언까지 했으니 말이죠. -저런, 세계 모든 사람들의 공적이 될지도 모르겠는데요? 스텔스라는 분말입니다. 하하하ㅡ 수많은 영상을 보며 설명에 설명을 해대고 있는 둘의 모습에 약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해서는 안 된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에서 용솟음치는 기운에 그 느낌을 털어 버렸지만 약간의 여운만은 남아 있었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 다른 게임? 아니면, 다른 나라의 능력자와의 싸움?” 나는 수많은 영상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고 허탈감과 함께 고독감이 들었다. 이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립감이 느껴졌다. 이제,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게임에 대한 병적인 관심이 중증에 달해 있다는 소리였다. 참으로 비참했다. 게임 말고는 할 짓이 없다는 것이...... “에잇! 샐리온 월드를 안 하면 어떠냐! 지금 그대로 즐겨야지. 방학도 다가오겠다. 계획이나 세워 보자고!” “찬성!” 그 둘은 나의 침울한 분위기를 띄워 줄 것인지, tv를 강제로 꺼버리고는 소리 높여 외치고 있었다. 그 둘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약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어두운 불빛에 가려 그 둘은 보지 못했다. “시끄러워서 잠을 못자겠네! 잠좀 자자!” “여봇! 당신이 더 시끄러워!” 우리의 말소리가 컸던 것인지 방안에서는 시끄러워서 잠을 못자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지만 아주머니의 일침에 다시 잠잠해졌다. 생각지도 못하게 방학 때 무엇을 하고 놀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순간의 변덕이라는 생각에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조용한 발걸음으로 나의 방으로 들어 가버렸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자, 지금부터, 여름방학식을 시작합니다. 학생여러분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면을 향해 주십시오.” 처처척ㅡ 시험을 치고 나서 일주일의 시간이 흘러가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렇게 큰일은 없었다. 몇 일전 운석이 떨어진다는 말이 대대적으로 뉴스에서 공개되었기에 수많은 한국인들이 공황상태에 빠졌지만 그것은 한순간에 불과했다. 언제나 잠깐 빛나는 별똥별처럼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잊혀 가고 있었지만 은근히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불안이 존재하고 있었다. 또한,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떨어진 운석으로 인해 대부분전멸이라는 것이 보도되어 큰 화재가 되었지만 그것 역시 잠깐 동안의 화재일 뿐이었다. 하지만 괴물들은 사람들의 입에서 끊이질 않게 되었다. 많은 수의 괴물들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대륙에서 벋어나 점점 아시아, 유럽, 태평양에 속한 국가들 쪽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학동안 건강하고, 괴물조심하기를 이, 교장선생님은 바랍니다. 이상으로 여름방학식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여러분 평안한 방학생활을 가지기 바랍니다.” 와아아아ㅡ 별생각 없이 줄서있던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이제 방학식이 마쳐 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던지 급히 한 선생님이 단상위로 뛰어 올라오며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아아, 방학 중에 보충수업이 있으니, 전 학년은 일주일 뒤에 학교에 등교하기 바란다.” 우에에ㅡ 학주의 말에 수많은 학생들이 실망어린 목소리가 운동장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큰소리를 내어 학주에게 불만을 표하는 학생은 없었다. 다만 뒤에서 욕을 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누구도 앞서 욕하는 학생은 없었다. “조제현, 이제 가자. 멍하니 뭐하고 있어.” “응?” 나는 수많은 생각을 머릿속에서 교차하고 있었다. 그때 그 밤 이후에 많은 생각을 했었다. 어떤 것을 할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한 끝에 뜻밖의 소식으로 나는 결심하게 되었다. 바다와 하늘을 통해 유입되는 몬스터들을 제거하는 것, 이제는 이런 초능력자들의 직업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초능력자들을 인정하고 있었다. tv에서도 방영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간간히 보여주는 tv프로에서는 아메리카쪽의 괴물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까지 있었으니 이제는 익숙해 질대로 익숙해진 상황이었다. 처음 소식을 접한 것은 의외의 소식이었다. 외국에 나가있는 자녀들이나 남편들이 연락이 되지 않아 신고를 한 것 그리고 입 다물고 있던 정부의 갑작스런 발언으로 세상은 혼란과 함께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지루한 일상을 탈피하고 싶은 자들은 검과 같은 구식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이미, 한국과 아시아에서도 괴물이 조금씩 출현하고 있는 추세였다. 괴물에 의해 죽은 사람은 괴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었기에 조심에 또 조심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지만 사람들은 개의치 않았다. 자신들을 보호 해줄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예전으로 돌아 갈수 있었던 것이다. “가야지....가자.” “모처럼 방학이니까, 하루 날 잡아서 휴가 달라고 하자.” 나를 재촉하는 가연의 모습에 나는 약간의 미소를 띤 채 묵묵히 집으로 향했다. 이미, 녀석들의 집도 익숙해졌고 메이드들의 인사도 익숙해진 마당에 거리낄 것도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엄연한 직업이 있었다. 몬스터 헌터였다. 이미 세상이 어지럽혀진 마당에 이런 직업은 충분히 있을만한 직업이었다. 게임에서나 보던 초능력자들과 무림인들의 출현에 가장 흥분한 사람들은 당연히 매니아틱한 사람들이었기에 이런 직업도 충분히 만들어 질수 있었다. 모든 초능력자들은 몬스터 헌터였다. 몬스터 헌터에도 급수가 있었다. 역시 무언가를 나누기 좋아하는 한국인의 발상 속에서 나온 직업이니 만큼 이런 것도 감수해야 했지만 급수에 기분 나쁜 것도 당연했다. D급부터 시작해 S급 까지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속해있었다. 간혹 TV에 출현되는 초능력자들도 있었기에 말 다한 것이다. 참고로 나는 D급에 속해 있었다. 나선 적이 별로 없었고 딱히 조직에 속해 있는 곳도 없었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초능력자들에 속했다. “휴가는 너희들이 받아야 하고, 나는 관련 없는 일인데?” “그런가? 헤헤...” 나는 가연과 수강의 뒤를 따라 집으로 향했다. 긴 시간동안 같이 한 만큼 녀석들이 나를 위해 주는 일이 많았다. 많은 것을 가르쳐 줬고 배려도 해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묵묵히 녀석들의 일에 도움이 되 주었다. 비록 속해 있는 기관의 일이 아니라도 같이 행동했고 어느새 기관에서도 나를 기관의 사람으로 대하고 있었다. 나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지만.... 딩동ㅡ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집으로 금방 도착해 버렸다. 요란하게 초인종 소리가 울렸고 곧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컥ㅡ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도련님들. 아가씨.” 역시 집으로 돌아오니 메이드 누나들이 있었다. 두 명뿐인 메이드 누나들은 아침부터 밥을 차리고 그 후에 집안일을 하고 있었지만 얼마 전에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두 메이드들도 엄연한 초능력자였다는 것이 놀라웠다. 하지만 전투에 뛰어난 것이 아니라, 전부 가사에 발달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다녀왔어요. 누나들.” “다녀왔어요. 언니들.” “.........” 두 녀석은 해맑게 인사하고 있었지만 나는 침묵을 고수했다. 보는 것에는 익숙해졌지만 대화를 나누는 것까지는 익숙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여자에 약한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 적의를 품는다면 필요에 따라서는 죽일 수도 있었다. “기관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이번에는 부산 해운대 쪽에 출현했다는.....?” “끼얏호! 휴가다!!” 단발머리에 단정한 차림의 메이드가 우리들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그 소리를 들은 수강은 무엇이 그렇게 좋은 지 소리를 지르며 휴가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것은 가연도 마찬가지였던지 웃고 있었다. 분명 기관에서 연락 온 것이건만 휴가라고 외치니 나도 달리 할 말이 없었다. * * * 중국의 수도, 북경에 있는 큰 건물 안의 회의실 안이었다. 그곳에는 가지각색의 옷차림과 무기들을 소지한 사람들이 많았다. 길쭉한 직 사각형의 테이블 위에는 창, 검, 도, 심어지는 암기까지 다양한 무기들이 올려져 있었다. 길쭉한 양끝의 자리에는 검은 색의 양복 사내 둘이 앉아 있었다. 면이 넓은 자리에는 동양인들이 앉아 있었다. 쾅ㅡ “쓸모없는 장애인 새끼! 그 많던 능력자들을 전멸시킨 것도 모자라, 철수? 그게 말이 된다는 말이오?” 동양인 하나가 탁자를 세게 치며 호통을 치고 있었다. 반대쪽에 앉아 있던 휠체어의 사내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만 앉아라.” “큭, 어디서 굴러 먹다온 놈인지 모를 놈이 감히!” 꽈쾅ㅡ “건방지군, 동양인 주제에....교주께서도 서양인이라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반란으로 봐도 되겠나?” “?!!!” 제일 끝에 앉아 있던 검은 양복의 사내가 손을 앞으로 내 뻗어 테이블 위에 있던 녀석의 무기를 터뜨려 버렸다. 많은 부산물들이 사방으로 날아갔지만 그 누구도 그것에 맞고 다치는 사람들이 없었다. 다만, 서양인 남자의 말에 놀랍다는 듯 교주를 보고 있었다. 계속 답답하게 복면을 쓰고 있던 교주는 서서히, 복면을 벋고 있었다. “!!!!!” “왜들 그런가? 흉측해서? 나도 내 얼굴을 잘 알지. 너무 흉측해서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놀란 것은 잘생겨서가 아니라 아주 흉측해서였다. 얼굴은 화상과 코가 함몰되어 인간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였다. 꼭, 게임에서 보는 듯 한 몬스터의 형상이었다. 그것도 미(美, 아름다울 미)와는 전혀 다른 몬스터였기에 얼마나 흉측한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교, 교주, 죄송합니다.” 쿵ㅡ 반대쪽의 서양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있었고 나머지 동양인들은 테이블에 머리를 찍으며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그건 됐고, 한국에 파견되어 있는 우리 불사교 소속의 초능력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 일 것이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괴물과 운석, 그것은 우리 불사교와는 상관없다. 오직 보옥만 차지하면 된다. 중국이 어떻게 되는 상관없어.” “어...어찌, 그런, 엄연히 우리는 중국 사람인데!” 펑ㅡ!!! 교주의 말에 반항하는 자가 나왔다. 바로, 한국 쪽에 파견되어 모든 것을 잃은 자였다. 그는 그 말과 함께, 몸이 터져 나가며 죽어버렸다. 갑작스런 죽음에 주위의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하며 눈을 부릅떴다. “!!!!” “교주의 말에 반하는 자는 저렇게 죽는다.” “흐음.....저 쓰레기를 치워라.” 양쪽에 앉아 있던 교주와 서양인 사내가 각자 한마디씩 하며 다시 대화의 장을 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입을 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말 한마디 잘못하며 저런 꼴 날수 있다는 생각에 온몸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국은 포기하고 모두 한국으로 간다. 불만 있다면 아까처럼 그런 식으로 말해봐라.” “한국으로 가겠습니다!” 교주의 말에 타의적인 찬성으로 모두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중국 쪽 정부가 아닌, 불사교에 속해 있는 모든 자들의 이동이었다. 나타나지 않은 보옥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한국은 막아야 할 적이 많았다. 중국의 불사교, 운석, 그리고 괴물들, 모든 것을 막기에는 시간도 부족했고, 초능력자의 수도 부족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띠리리ㅡ딸각! -여보세요? 의윤누나? 우리 휴가 주는 거 맞지? 메이드 누나의 말을 듣고 수강은 곧바로 기관 쪽에 연락을 하고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그쪽에서 들어야 했기 때문에 전화를 한 것도 있지만, 이번에는 무슨 임무인지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뭔 소리야, 지금 중국의 불사교라는 녀석들이 한국에 들어오고 있는데, 비행기로 몰래 들어온 놈들은 어떻게 못하지만,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는 놈들은 확실하게 처리해야 하니까. 기관에서 많은 사람을 파견하고 있는 거야. 뭐, 너희들은 어리니까, 휴가 겸 임무지만, 너희들은 직접적으로 싸울 필요는 없어. 도와준다면 고맙겠지만. 아무튼 내일쯤에 부산으로 가야 할 거다. 그때까지 필요 한 것 준비해서 각자 가는 거야. -네....아무튼 휴가라는 거네요. 고마워요. 누나 딸각ㅡ 그렇게 수강은 전화를 끊었고 약간 침울하지만 밝은 표정으로 우리들을 바라봤다. “어떻게 됐어? 휴가래?” “그게.....휴가랜다!!” 그 둘은 휴가라는 말에 아주 좋아했다. 솔직히 별로 내키는 기분은 아니었지만 간만의 여행이라는 것에 나도 기분은 좋아졌다. 부모님의 죽음 뒤에 나는 사천지역을 벗어 나본 적이 없었기에 설레는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우리 수영복 사러 가자! 조제현 너도 수영복 없지? 이번에 새로 맞추자고!” “정했다! 빨리 가자.” 수강과 가연은 각자의 방으로 올라가 간단한 옷으로 갈아입고 외출 준비를 한창하고 있었다. 나도 이번에 옷이나 속옷을 사야 했기 때문에 외출을 해야 했다. 그리고 몬스터 헌터라는 직업을 가진 후, 위험수당과 몬스터 처리횟수에 따라 돈이 입금되었기에 나도 약간의 돈이 있었다. 나는 간단하게 입을 수 있는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두 남매는 나보다는 아니었지만 수수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사천의 시내 쪽으로 걸어 나왔다. 역시 오늘도 수영복만 살 것이 아닌지, 놀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먼저 옷가게부터 가지 않을래? 점찍어둔 옷이 있어서.....” “옷가게?” 정해진 일정 없이 막상 시내로 나오니 할 것이 없었다. 많은 차들과 높은 건물들이 나란히 나열 되어 있는 곳을 걸으니 무언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시내로 들어 갈수록 사람들의 숫자는 많아졌다. 우리는 우선 가연의 말에 따라 옷가게를 찾고 있었다. “아, 저기야.” 딸랑ㅡ 가연의 안내 속에 한 옷가게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많은 옷과 새 옷에서 나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 많은 사람이 있었기에 인기 좋은 가게라고 생각했다. “아....이거 어때? 내가 점찍어 둔거.” “응,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가연이 집어 둔 것은 나시였다. 가슴을 강조한 것이었기에 약간 야하다고 할 수 있었으나. 가연에게 잘 어울릴듯했기에 나는 예의상 긍정을 표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남성의류도 있었기에 나와 수강도 하나씩 고르고 있었다. “흠, 뭘 찾으시는지?” 스윽ㅡ 다른 두 녀석은 자신의 옷 찾기에 바빠 정신이 없었다. 나는 간단하게 입을 수 있는 옷과 실용성이 있는 옷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눈에 띄는 것은 없었기에 약간 고민하고 있었다. 나의 그런 모습이 안됐는지, 혹은 나의 옷차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점원이 나에게 다가 오며, 물어오고 있었다. “움직임이 편한 옷을 찾고 있....습니다.” 나는 반말이 나올 것을 일부러 고쳐 약간의 높임말을 했다. 능력이 높아질수록 저절로 튀어나오는 반말은 어쩔 수 없었지만 조금만 신경 쓴다면 반말은 튀어 나오지 않았다. “혹시 이런 것을 찾고 계십니까?” 차르륵ㅡ 옷걸이에 걸려 있던 검은 색계통의 옷을 꺼내 놓고 있었다. 여름에 검은 색을 입으면 엄청 덥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하지만 나의 편의성이라는 말에 아주 편해 보이는 옷을 꺼내 놓았다. 그것은 검은 색의 단일 색의 타이트하게 달라붙는 옷이었다. 다행히 바지 쪽은 달라붙지 않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음에 안 드는 다음에 사도록 하겠다.” “예?” 나도 모르게 반말이 나와 버렸다. 점원은 나의 갑작스런 반말에 당황한 표정을 보이더니 다른 손님에게로 가버렸다. 이곳에는 정말 살 것이 없었다. 그냥 집에서 대충 입을만한 옷가지나 사고 나서 그 가게를 빠져 나왔다. “정말 살 거 많더라. 어라? 조제현, 너는 왜 별로 안 샀냐?” “별로, 살 것도 없어.” 나는 간단하게 일침을 놓아버리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옷가게에서만 상당한 시간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 둘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옷을 입어보고 벗고 있었고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점원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누가 의심하지 않겠는가. 한 시간이 넘도록 입어보고 벗고를 반복하고 살 생각은 안하니, 속이 타는 것이 당연할듯했다. 하지만 계산을 할 때 점원은 입이 째져라 벌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역시 돈이 최고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게를 나올 때는 연신 고개까지 숙이며 다시 오라는 말까지 하고 있었다. “맞아. 제현아. 수강아. 목마르지 않아!?” 마침 지나고 있던 차집을 보더니 가연이 우리의 발걸음을 잡고 말 하고 있었다. 장장 한 시간 동안의 옷을 갈아입고 벗고를 반복한 덕분인지 그 둘은 목이 탄 것인지 바로 찬성하고 있었다. 나는 그럴 정도로 목이 타지 않았지만 어쩌겠는가. 소수의 의견은 묵살된다는 진리인 것을. 나는 하는 수 없이 그 둘을 따라 찻집으로 들어갔다. “언제 정할 거냐. 정말 목이 마르기는 한 거냐?” 나는 불만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찻집에 들어 온 것은 좋았지만 주문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이 엄청났던 것이다. 무엇이 먹고 싶은지 엄청 고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저기....그게.....” “잠깐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고.” 가연이 당황해 하고 있자 수강이 가연의 편을 들며, 메뉴판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나, 이거 마시고 싶은데....괜찮겠어?” “아무거나 괜찮으니까. 좀 빨리 골라라.” 가연은 우물쭈물 하며 메뉴판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가리키며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본채 만 채하고는 그대로 주문하기 위해 종업원을 불렀다. “여기요. 이걸로 주세요.” “저기, 손님, 빨대는 몇 개로.” “알아서 가져오세요.” 나의 주문에 종업원은 당황한 기색을 하더니 급히 돌아가 주문 한 것을 알리고 다른 테이블로 가 버렸다. 잠시후 가연이 가리킨 것이 나왔다.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그 말로 끝이었다. 나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음료에 빨대 두 개가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그것을 마시고 있었다. 그것도 커플들이었기에 나는 약간의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앞쪽에 앉아 있는 가연은 무엇이 좋은지 웃고 있었고 수강은 가연의 옆자리에 앉아 얼른 마시라는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뭐해, 얼른 마시지 않고, 나는 이걸로 충분해. 너희 둘이서 마셔라. 그리고 나는 바로 옆이라 먹기도 힘들어. 앞쪽에 앉아 있는 네가 가연이랑 마셔.” “네놈.....일부러?!” 수강이 나의 옆에 앉지 않고 가연의 옆에 앉을 때부터 의심했어야 했다. 그리고 무슨 꿍꿍이 인지 요즘 들어 나를 가연과 엮으려고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나의 생각에 스쳐지나갔을 때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타야할 버스는 지나가고 없었다. 이대로 먹지 않을 수도 없었다. 가연과 수강이 보는 눈빛이 예사 눈빛이 아니었다. 빨리 마시라는 무언의 압박에 나는 빨대에 입을 대고는 조금 홀짝이다가 먹기를 포기했다. “나, 사실 단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못 먹겠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빤히ㅡ 가연은 나의 말에 눈동자가 흔들리며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곧 울 것 같은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기에 나는 GG를 치고 같이 먹는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울려 버리면 난감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가연이 평소 때 잘해준 것도 있었기에 그냥 마시기로 했다. “오늘 한번 뿐이다.” “응!” 그렇게 나는 많은 양의 음료를 다 먹고 나서야 죽음의 찻집에서 벗어 날수 있었다. 다행히 아는 사람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혹시라도 아는 사람이 봤다면 얼굴을 들고 다니기 힘들 것 같았다. “이제 수영복 사러가자. 내일 떠날 준비도 해야 하고.” 여름이라 그런지 밤이 늦게 찾아오고 있었다. 약간 어둑해진 하늘을 보고 우리는 수영복 파는 가게에 들러 간단하게 수영복을 살 수 있었다. 나와 수강은 간단하게 수영복을 살 수 있었지만, 가연은 비키니를 골랐기에 약간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그러려니 하고는 넘어가 버렸다. 모든 미션을 완수 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둑해져 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하늘에 뜬 보름달을 보며, 시내를 벗어나 한적한 곳으로 이동했다. 상당히 많이 걸어 다녔기 때문인지 정신이 조금 피로해 있었다. ‘다음에는 절대로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 “오늘 하루 정말 재미있었어....” 가까운 벤치에 앉으며 가연이 말하고 있었다.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있었기에 웃는 얼굴에 나의 말은 마음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오늘 떠 있는 달은 유난히 둥글었고 밝았다. 처음 능력이 생겼던 밤하늘도 이런 둥글고 환한 달이 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기에 나는 당황한 기색으로 두 녀석을 쳐다봤다. 아마 한창 인기 있는 가수 인지 열심히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곡의 가사를 듣는 순간 알 수 없는 전율을 느꼈다. “기도를 하니 당신은 웃네요~ 간절히~간절히~기도해요.... 부족한 능력을 갈구하며 촘촘히 박혀드는 칼날처럼 나의 한은 가슴에 새겨져요~ 희미한 기억 속에 의미가 없는 일상.... 영원의 시간을 넘어서 새롭게 시작 할 거야.... 힘을 얻었다면 차가운 어둠마저도 웃을 수 있어.... 기도를 하니 당신은 웃네요~ 간절히~간절히~기도해요.... 운명의 끈은 이어지고 지금 그 힘을 얻고 싶어 간절한 마음을 가슴에 새겨요~ 희미한 기억 속에 의미가 없어진 신.... 영원의 시간을 넘어서 새롭게 발 딛는 차가운 대지.... 무한의 어둠을 앞세워 심연의 죽음을 만나고 싶어 기다리고 있던 어둠을.....“ 상당히 긴 노래였다. 하지만 그 가사를 듣는 순간 멍한 기분이 들었고 심장이 요동치는 기분이 들었다. 모든 노래가 끝났을 때가 돼서야. 나는 요동치던 심장을 진정 시킬 수 있었다. “그 노래, 누가 불렀냐.” 나는 터질듯했던 심장을 움켜쥐고 두 녀석에게 말했다. 그 노래를 만든 장본인, 그 노래를 부른 장본인을 알기 위해. 나의 마음을 울리는 그 노래를 부른 사람이 누구 인지를 알기 위해 나는 진심으로 녀석들에게 물었다. “이거? 요즘 한창 뜨는 노래야. 신인이라고 하던데? 누구더라? 맞다. ‘J’ 라고 하던데? 이상하지? 무슨 이름이 J 라니.” 나는 그 노래를 부른 사람을 한번 만나고 싶었다. 어떻게 그런 곡을 만들었는지. 꼭 나와 연관되어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서야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 내일 여행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실상은 임무였지만.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우리는 이른 새벽부터 놀러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너무 오래 챙겼다. 나와 수강은 단 5분도 되지 않아 준비 할 수 있었지만 가연은 엄청난 시간을 들이고 있었다. 우리가 갈 곳은 부산에 있는 해수욕장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대충 몸만 갈 생각이었다. 물론 그곳에서 다 해결할 생각으로 돈과 각자의 무기 같은 것을 챙기는 것으로 준비를 마치려했지만, 가연의 몸단장으로 약간 시간이 지체되어 버렸다. “오래 기다렸지?” 계단을 내려오는 가연의 모습이 보였다. 평소와는 다르게 성숙한 감이 느껴졌지만 기분 탓이라고 돌리고 우리는 부산의 해운대를 향해 집 앞 마당으로 나왔다. 간단하게 텔레포트로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근데 정말 이걸로 장거리도 될까?” “걱정 하지 말래도. 정확하게 계산 했으니까.” 걱정하는 수강을 안심시키며 나는 간단한 수인과 함께 마나를 끌어 올렸다. 곧 나의 발밑을 중심으로 큰 마법진이 하나 형성되었다. “아참, 하늘로 이동하는 거니까. 조심하라고. 텔레포트(teleport)!” 스팟! 나의 말에 놀란 둘은 눈이 커졌지만 순간 검은 빛이 일렁이더니 모든 것을 집어 삼켜버렸다. 우리들이 방금 전까지 있던 자리에는 풀들이 나풀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 * * 부산에 있는 해운대는 지금 관광객들로 인해 호황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 찾고 있었지만 그만큼 오염되었고 난잡했다. 그리고 각가지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었다. 또한, 요즘 일어나는 많은 일들로 인해 약간은 줄어들어 있었지만 예전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은 숫자였다. “정말 많군. 설마 이런 곳에서 놀자는 것은 아니겠지?” 우욱ㅡ 텔래포트로 이동해온 뒤로 두 녀석은 계속해서 구역질을 해대고 있었다. 하늘로 공간이동을 했기 때문에 레이테이션이라는 공중부양마법을 사용해야하는 수고까지 해야 했지만 정작 큰 문재는 두 녀석이 멀미 같은 현상을 격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욱ㅡ우리가 갈 우웨에엑ㅡ 켁켁!" “후ㅡ 큐어(Cure)!” 솨아아ㅡ 나는 말을 하면서까지 구역질을 해대고 있는 두 녀석에게 간단히 힐링과 큐어로 치유했다. 약간 낳아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고마워, 우리가 갈 곳은 근처에 있는 해수욕장이야. 뭐, 사람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곳에 우리가 쉴 수 있는 별장도 있고, 놀 수 있는 바다도 있으니까. 좋을 거야. 여기보다는.....” 수강의 말을 들어보니 그런 곳이 있을 것 같았다. 상황을 보니, 그곳으로 가야 할 것 같았다. 계속해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더 이상 있을 자리도 없었고 오염의 극치를 보여주는 장면도 있었기에 그곳으로 가야 했다. “더 이상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아.....생각만 해도..구토가...으으” 우리들은 즉각 그 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물론 텔레포트는 쓰지 않았다. 더 이상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는 말에 나는 쓸려던 마법을 캔슬 하고 간단히 택시를 타서 이동한 것이다. 그곳 까지 이동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방학시즌에다. 휴가시즌이 겹쳐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나, 여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차가 많이 막힌 것이었다. 우리들의 눈동자에는 지금까지 찾아 볼 수 없었던 지친다는 눈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드디어, 도착 한 거냐?” 어느덧 우리는 고대하던 해수욕장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상당히 지쳐있던 수강과 가연의 눈동자에서 생기가 돌며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다행히 그곳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새하얀 백사장과 오염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요즘 들어 보기 드문 보존이 잘된 곳이었다. “저기가 우리가 지낼 별장이야. 이건 우리 기관 거니까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 한눈에 보이는 큰 별장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가까운 바다 해안가 쪽에는 많은 파라솔과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기에 그늘이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별장안의 내부도 상당히 넓었기에 세 명이 사용하기에는 과분한 곳이었다. “자, 우리 둘은 수영복으로 갈아입었으니까. 먼저 가 있을게. 빨리 갈아입고 나와.” 나와 수강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수영복으로 갈아입었기에 바로 나가서 놀 수 있었다. 하지만 가연은 여자라 그런지, 아니면, 남자가 있어서 그런지 갈아입고 있지 않았기에 우리들이 먼저 나가서 놀기로 했다. “피로를 풀기에는 상당히 좋은 곳이네. 설마 이런 곳이 있을 줄은....” 휘이이잉ㅡ 나는 근처에 있는 그늘 밑에 누워 편안한 느낌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간간히 들려오는 바람소리와 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나의 머릿속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수강은 물에 들어가 놀고 있기 바빴다. 이미 수영으로 근처 무인도 까지 왕복하고 있었기에 뭐라 말하지 않아도 혼자 잘 놀고 있었다. “내가 많이 늦었지?” 솨아아ㅡ 한창 편안함을 느끼고 있던 나는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편안한 느낌을 깨는 사람에게 약간의 노기가 어렸지만 가연이라는 것을 알고 가라앉았다. 가연의 모습은 파격적이었다. 다른 남자들의 눈길을 한눈에 사로잡을 정도로 몸매도 좋았고 얼굴도 예뻤기에 가연의 등장에 많은 사람들이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다. ‘뭐,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지만.....’ “이상해?” 그녀의 모습에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나는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었다. 나의 표정에 가연이 물어왔지만 간단히 괜찮다는 말을 하고 수강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나도 수영을 하기로 했다. “자, 시합이다. 누가 더 빨리 저곳 까지 수영하나!” 나와 가연의 등장이 반가웠던지 급히 이곳으로 다가오며 말하는 수강이었다. 녀석은 1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조그만 무인도 까지 수영시합을 하자는 것이었다. 나도 간만의 수영해 기분이 좋았기에 곧 그 대결을 승낙했다. 하지만 가연은 뒤에서 지켜보겠다는 말을 하고 근처에 있는 그늘에 가서 앉아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자그럼, 시작!” 수강의 말이 시작이었던지 녀석이 먼저 앞서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도 곧 뒤따라 몸을 날렸다. 슈아악ㅡ 순간 큰 파도가 나의 몸을 집어 삼켰지만 빠르게 발을 놀려 녀석의 뒤를 추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좀처럼 따라 잡힐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나는 보고야 말았다. 녀석의 몸 쪽에 저항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능력을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치사한 놈. 그렇다면 나도. 실드(Shield)” 실드를 나의 배 쪽에 사용해서 물에 뜨도록 했다. 그리고 실드를 움직여 빠르게 수강을 따라 잡고 있었다. 그것은 순식간이었다. 빠르게 따라잡은 나는 수강을 추월해 앞에 있는 무인도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치사하다! 조제현! 초능력을 사용하다니!” “네가 먼저 시작했잖아? 물의 저항을 없앨 생각을 하다니.” 먼저 도착한 나는 무인도에 있는 큰 바위에 앉아 바다의 향기를 맡고 있었다. 잠시후 수강이 도착해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지만 나의 말에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정말 평화롭군.....으윽?” 촤아악ㅡ “하하하, 왜 분위기 잡고 있어! 빨리 놀자고, 이곳에 와서까지 그런 표정을 할 필요 없잖아?” 나는 능력을 얻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차가운 느낌이 나의 몸을 훑고 지나가자 신음을 토하며 나에게 날아온 진원지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수강이 능력으로 물을 떠올려 나에게 뿌리고 있었던 것이다. “해보자는 거냐!! 스파이럴 토네이도(Spirul Tornado)!” 나는 나선형의 회오리 마법을 사용해 수강에서 물의 회오리는 만들어 선사해주었다. 그러자 녀석은 갑자기 회전하기 시작한 물들로 인해 물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물론 위험할 정도로 마나를 불어 넣지 않았기에 다치지는 안았지만 약간 놀랬다는 듯 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여행지에서 반나절을 보냈다. “괴물! 괴물이다!! 한국에도 괴물이 나타났다!!” 다만, 어떤 괴 생물채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즐거운 하루였지만 누군가 괴물이라는 말을 듣고 우리는 몬스터 헌터로서의 임무를 해야 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크와아아악ㅡ” 그 평화롭던 해안가는 어느새 괴물로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이미 아메리카 쪽은 괴물이 널려 있었지만 아시아쪽에는 잘 출몰하지 않는 괴물들이었다. 이미, 중국과 일본, 유럽 쪽에서는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한국에는 잘 나타나지 않던 괴물들이었다. 그 괴물들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했다. 인간형으로 생긴 것이 있는가 하면, 동물의 모습을 한 몬스터도 많았다. 이처럼 해안가에 나타난 것은 바다 생물이 변한 듯 한 모습이었다. 이가 날카로웠고, 이족보행이 아닌, 기어서 다녔고, 물과 땅 구분 없이 다니는 몬스터였다. 대부분 이런 몬스터가 아시아 쪽에 활보하는 몬스터였다. 물론, 공중 형 몬스터도 있었지만 잘 출몰하지 않는 몬스터였다. “도망가세요. 저희는 몬스터 헌터입니다. 그러니 안심하시고 멀리 가십시오.” 수강이 기관에서 배운 대로 사람들을 안심시키며 대피시키고 있었다. 옆에 있던 가연도 그런 일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저 괴물들이 다가오는 것을 막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 수가 엄청났다. 보통 한두 마리가 고작이었던 놈들이 다량의 수로 몰려다니고 있었다. “저런 놈들이 어디서 생겨나는 거야. 귀찮게.” 나는 괴성을 지르며 손과 발을 움직이는 괴물을 무심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녀석들의 모습과는 다르게 의외로 쉬운 상대였다.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괴물이었지만 진화하기 전의 습성이 남아 있는 것인지 아가미를 움직이고 있는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곳을 공격하면 즉사, 혹은 중상을 입을 정도로 큰 타격을 줄 수 있었기에 나는 언제든지 저런 몬스터 수백, 혹은 수천을 혼자서 상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다 대피시켰어, 저기 저 경계만 못 넘어가게 한다면, 될 거야.” “내가 맞았던 쪽도 저기가 경계야.” 녀석들이 말한 곳은 백사장에서 100미터 뒤쪽에 몰려 있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피할 곳이 별로 없었기에 멀찌감치 세우고 전투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이미 이런 일이 익숙해져있는 것인지 공포에 떨던 사람들은 우리의 등장으로 차츰 안정을 취하며 여유러운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찰칵ㅡ 여기저기서 터지는 사진찍는 소리에 나는 눈빛이 점점 가라앉았다. 그러더니 나의 눈빛은 조금씩 약해졌다. ‘속전속결. 대피시켰더니 구경이나 하고 있다니....’ 나는 빠르게 해치울 생각으로 많은 수의 라이트닝 애로우를 만들었다. 바다에서 막 올라왔기에 축축이 젖어 있는 것이 확연히 눈에 보였던 것이다. 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하늘에 라이트닝 에로우를 만들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크와아아악ㅡ” 혼자서 앞으로 나서니 나를 만만하게 본 것인지 수십의 괴물들이 나를 향해 돌진해왔다. 하지만 일정거리 이상을 들어오자, 녀석들의 몸이 하나 툴씩 터져 나가며, 튕겨나가고 있었다. 이미, 마탄을 자유자제로 컨트롤 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방어역시 대부분 마탄으로 해결하고 있기에 이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가라ㅡ” 나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던 많은 수의 라이트닝 에로우가 일정한 방향으로 날아가더니 일순간 모든 공간으로 흐터지고 있었다. 그리고 몬스터의 아가미쪽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날아들었다. 찌지지직ㅡ “키에에에ㅡ” 순간, 나의 주위에 포진해있던 괴물들이 모두 쓰러지고 있었다. 하지만 잠깐동안의 기절인지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었다. 퍽ㅡ “기절한 놈은 우리들에게 맞기라고.” 기절해 있는 괴물중 하나가 터져나가며 죽어버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고개를 잠깐 돌려 그것이 수강인 것을 알고 시선을 돌려 다른 목표물을 찾기 위해 느린 걸음으로 걸어갔다. 주춤ㅡ 괴물도 두려움이라는 것을 아는지 뒤로 물러서며 물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한참이나 잘못된 실수였다. “라이트닝 레인(Lightning Rain)!” 나는 이미 하늘에 무수히 많이 떠있는 수백의 라이트닝 에로우와 라이트닝 레인을 사용했다. 하늘에서는 엄청난 전류가 바다 쪽으로 내려쳤고 순식간에 그 많던 괴물들이 전멸당해 버렸다. 괴물들의 시체는 빠르게 부패하더니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스스스스ㅡ 그 모습을 보고 놀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미, 많이 봤다는 듯이 태연한 눈동자로 괴물들이 사라져 가는 것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모든 상황이 정상적으로 끝나자 대피해 있던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오고 있었다. “초능력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우리에게로 다가온 사람 중 초등학생이 외치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허무맹랑하게 물어오는 녀석에게 꿀밤을 때려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연과 수강이 나서서, 대충 알아서 막고 있었다. “자자, 이제 끝났으니, 돌아가 주십시오. 또다시 괴물이 언제 출몰할지 모르니, 이곳은 이제 폐쇄 하겠습니다.” “그런게 어디 있어! 기껏 이곳 까지 왔더니, 폐쇄?” “그럼, 몬스터랑 싸우시겠습니까? 우리도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그건.....” 수강의 말에 발끈하며 대꾸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수강의 말이 맞았기에 모두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간만의 휴가였기 때문에 아쉬운 것은 저들만이 아니라, 우리들도 아쉬웠다. 괴물이 출몰한 이상 놀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본격적으로 활동해야 했다. 내일이면, 중국의 불사교라는 녀석들도 부산항 쪽으로 오니,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우리도 대충 챙기고 다른 쪽에 몬스터들이 나타났는지 가보자고, 아마, 이곳만이 아니고, 해운대 쪽에도 나타났을 거니까.” “그래, 우리 휴가도 없구나.....” 둘의 말처럼 다른 쪽에도 분명 몬스터들이 나타났을 것이다. 아마, 그 수도 많았기에 사상자도 났을 것이기에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해안가 쪽에서 나타났기에 아마, 이번에는 해운대 쪽이라는 생각에 우리들은 숙소로 돌아가 간편한 복장을 입고 해운대 쪽으로 텔레포트를 했다. “또, 그 순간이동을 쓰자고? 나는 절대 못해! 아니, 안 해!” “나도 그건 반대야. 속도 안 좋아 지는 것 같고.....” 덥썩ㅡ 나는 그 둘의 말을 무시하고 텔레포트를 사용해 해운대 쪽으로 이동했다. 순간 어질한 기분이 들었지만 안전하게 하늘로 텔레포트를 한 우리들은 공중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아아악ㅡ” 몬스터 헌터고, 일반인이고, 괴물이고 모두 혼전이었다. 워낙많은 수의 사람들 때문에 미처 대피도 시키지 못하고 그대로 전투를 치루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거기에서 죽는 사람도 나왔고 도망치는 사람들도 보였다. 크워어어어ㅡ 괴물의 포효에 놀란 사람들은 어디로 도망갈지 몰라 백사장에 넘어져 도움을 구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았다. 특히 어린아이 같이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괴물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었다. 츄아악ㅡ 순간 나의 시선에 한 어린아이가 순식간에 목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몬스터 헌터의 수는 한정되어 있었고 구해야 할 사람들은 넘쳐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몬스터 헌터들의 급수가 높은지 잘 막아내고 있었지만, 끝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괴물들에게는 어쩔 수 없었다. “너희들은 알아서 사람들을 보호하고 대피 시켜라. 이곳은 내가 맞을 테니.” “응....” 우리들은 어울리지 않게 밝은 색의 반팔, 반바지를 입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몬스터 헌터라면, 검은 색의 옷을 입는 것이 보통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하늘에서 조금씩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멈춰라!!” 후오오오ㅡ 나의 입에서 거대한 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그 엄청난 기세에 괴물들과 몬스터 헌터들은 조금씩 소강상태를 보이며 소리의 진원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희들은 이틈에 빨리 사람들을 구해라.” 나는 그 틈을 타서 두 녀석에게 지시를 내렸다. 녀석들은 빠르게 발을 움직이며, 중상을 입은 사람부터 착실히 구출하고 있었다. 괴물들 역시 이제 정신이 드는 것인지 다시 소리를 질러대며 공격을 하고 있었다. “꼬마야. 여기는 위험하니, 다른 피해 있어라. 여기는 우리가 맞겠다.” 휘이잉ㅡ 몬스터 헌터중 하나가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에 나는 알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너나 피해라. 사람들을 구할 생각도 없는 새끼가. 몬스터 헌터? 엿이나 먹어 라고 해라. 병신 새끼가. 몬스터 헌터라고 잘난 척 하지 말고!” 구오오오ㅡ “뭐...뭐냐?!” 나는 녀석에게 분노를 내뿜듯 몸에 있던 마나를 끌어 올리며 사방으로 터뜨리듯 날려 보냈다. 대략 주위 3미터 가량을 내보내니 그 주위가 나의 반경범위라도 된다는 듯이 모든 것이 느껴졌다. 모래 속으로 통하는 바람도 느껴지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저런 게 몬스터 헌터면 나는 거절이다.” 촤르륵ㅡ푹!!! 나는 나의 주위로 들어오는 괴물에게 블러드 네일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그곳에 그대로 익스플로전을 시전 했기에 괴물의 몸은 그대로 터져 나갔다. 한 일수의 공격이었지만 괴물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크워어어어ㅡ 바다에서 올라온 괴물은 사람을 죽이고 그 시체로 다른 괴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끝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괴물들의 공세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그 시체역시 괴물로 탄생했다. 그 괴물은 바다에서 올라온 괴물보다 배는 강했다. 강철 같은 손톱이 있었으며, 약점이라고는 없었다. 그리고 물러섬이 없이 공격을 가해왔다. “넌, 누구냐!” 수십의 몬스터들을 혼자서 상대하고 있을 때,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갔다. 몬스터 헌터도 교류를 하고 이름 정도는 알고 있을 정도였기에 나를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워낙 나서지도 않았고, 시시껄렁한 계급 나누기도 싫었기에 나는 표면상에 들어나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워낙 긴박한 상황이라 나섰지만, 이정도까지가 아니었다면 나서지 않았을 지도 몰랐다. “나? D급 몬스터 헌터. 너희들이랑은 차원이 다른 D급!” 그 말을 시작으로 나는 무차별적인 마법 난사가 시작되었다. 이미 대피 시킬 대로 시켜 주위에는 몬스터 헌터만이 남아 있었기에 난사해도 되었다. 못 피하면 자신들이 잘못이니 나는 알바가 아니었다. “다크 캐논(Dark Cannon)!!” 처음은 다크 캐논으로 시작했다. 나의 손에서 뿜어져 나간 일직선상의 어둠의 마나가 나의 앞에 있는 모든 몬스터들을 한순간에 소멸시켜 버렸다. 비록 낮은 서클이라도 이런 괴물들에게는 통했기에 나는 생각나는 대로 모든 마법을 써댔다. “파이어 월(Fire Wall)....에어로 봄(Airo Bomb)!” 셀수 없을 정도로 마법들이 난무하며 모든 것을 부수며, 터뜨리고 태워 버리고 있었다. 이미, 다른 몬스터 헌터들은 뒤쪽으로 피해 나의 전투를 관망만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 이상 괴물들은 앞으로 전진 하지 못했다. 쿼어어어ㅡ 모든 괴물들이 손톱을 세우며 나에게 달려들었지만 모두 허사였다. 3미터 이내로 들어오는 몬스터 들은 마탄으로 인해 모두 작살나 버렸고 멀리 도망가 있는 놈들 역시 모두 죽어버렸다. “우, 우와아악ㅡ!” 나는 순간 짜증이 치솟아 올랐다. 가뜩이나 괴물을 상대하느라 짜증나는데 어린 초등학생 새끼가 겁도 없이 싸움터로 기어들어 온 것이다. 나는 순간 구할까 말까 생각 하다가 그냥 내버려 뒀다. 저런 꼬마 하나 생각하느니 괴물 하나 더 죽일 생각을 해야 옳았다. 츄악ㅡ “아아악ㅡ” 순간 누군가 베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뒤쪽에 대피해있던 능력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꼬마를 구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멍하니 나를 보고 있었다. 마치 본분을 잃었다는 듯이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일반인들과 같이, 관망만 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를 구해주세요. 제발!!” 뒤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나는 짜증과 함께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그렇게 중요한 아이면 제대로 간수 하든지 해야지, 그런 생각이 들자 잠깐 초등학생에게 분노가 치솟았다. 왜 그렇게 정신없이 발발거리며 돌아다니는지 물어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빌어먹을!! 젠장!” 나는 계속해서 욕을 내뱉으며 그곳으로 향했다. 다행이도 살아 있는 것인지 비명을 질러 대고 있었다. “멍청아 도망가!” 녀석은 나의 말도 들리지 않은 것인지 모래사장에 넘어져 바닥을 기고 있었다. 넘어져 있는 와중에도 괴물을 끝까지 보겠다는 것인지 괴물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럴 시간에 도망이라고 가야지, 사람 귀찮게 괴물을 쳐다보고 있었다. 엄청난 시간 낭비였다. 다가 갈수록 괴물들이 많아 졌지만 우선 저 꼬마를 구해야 했다. 이윽고 꼬마에게 다가갔고 나는 꼬마를 한손으로 움켜 쥐고 일으켜 세웠다. 퍽ㅡ “병신 세끼, 왜 이런대 까지 기어 들어오고 지랄이야! 하여튼 초등학생이 어딜 가나 문제야. 이런 사회의 악 같은....!” 나는 화가 나는 김에 녀석의 머리를 쥐어박아 버리고 빠르게 뒤쪽으로 이동했다. 녀석을 구하는 동안 정신이 없었던지 기습을 당하고 말았다. 츄악ㅡ “큭ㅡ젠장! 빌어먹을.....예전 같았으면, 무시하고 싸울 텐데. 이런 꼬마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다니.....” 등에 따끔한 느낌에 꼬마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아 버렸다. 꼬마는 두려운지 벌벌 떨며 나를 공포어린 눈동자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 역시 괴물이라는 듯이....나는 이런 꼬마를 구하고 있었다. 등은 이미 피로 축축이 젖어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씨발, 구하는 게 아니었어. 그레이트 힐(Great Heal)” 나는 등에 생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그레이트 힐을 사용했다. 순식간에 아물어 버리는 것인지 약간만 따끔할 뿐이었지 출혈은 일어나지 않았다. “살, 살려주세요. 제발. 두고 가지 마세요.” 초등학생은 벌벌 떨며 나의 다리를 잡고 있었다. 울고불고, 무조건 살려 달라는 식으로 나에게 엉겨 붙었다. 괴물에게 점점 다가가도 소용없었다. “놔라, 너를 대리고 그곳으로 빠져 나가는 것보다 괴물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나는 괜한 심술을 부렸다. 하지만 이것이 최선이었다. 물론 녀석을 대리고 빠져 나갈 수도 있었지만, 지금 죽이지 않으면 어디로 빠져나갈지 몰랐다. 혹시라도 괴물한마리가 도시의 중심지로 빠져 나간다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 할 것이다. “헬파이어(Hell Fire)!” 나는 괴물들의 중심에 헬파이어를 날려 보냈다. 순식간에 괴물들이 활활 타오르며 소멸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이미 꼬마는 슬립으로 재워 버렸기에 더 이상 귀찮게 하는 녀석은 없었다. 물론 실드까지 쳐 놓았기에 안전할 것이다. 화르르륵ㅡ 나는 불타오르는 헬파이어의 영향권으로 다가가며 몬스터들과 다시 싸움을 시작했다. 다만, 멍청하게 서있는 몬스터 헌터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면, 나는 더욱 수월한 싸움을 했을 것이다. 멍청하게 서 있는 녀석에게 헬파이어를 날려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억제하고 하나 둘씩 몬스터를 처리하며 앞으로 전진 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나는 끝도 없이 밀려들어오는 몬스터를 보고 질려버렸다. 죽여도, 죽여도 끝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하기위해 몰려와 있었고 방송국에서도 이미, 영상을 찍어대고 있었다. 한마디로 나는 얼굴이 팔려버린 것이다. “어둠의 정령소환!” 파앗ㅡ 나의 말에 따라 한곳에서 검은 물체가 서서히 생겨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드래곤의 모습이었다. 게임에서와는 다른 모습이었기에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따질 정도로 기분이 가히 좋지 않았다. “드래곤! 드래곤이다.” “저 사람 초능력자 맞아? 마법 같은 것을 쓰는 것 같았는데?!” 뒤쪽에서는 나의 정령과 기술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씩이지만 짜증이 치솟은 더 이상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기에 윈드 월을 사용해 사람들의 말을 차단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바다를 얼려 버릴 생각으로 정령과 함께 이중 영창을 사용했다. 이정도면 웬만한 적들은 모두 얼어버릴 것이다. “오만한 나의 적, 그대, 나의 분노를 피할 수 없으리......” -오만한 나의 적, 그대, 나의 분노를 피할 수 없으리...... 어둠의 정령은 날개를 퍼덕이며 나의 말을 따라 영창하고 있었다. 주문이 길어질수록 어둠의 정령의 입 쪽에서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검은 기류가 모여들고 있었다. “차가운 빙정의 폭풍으로 그대의 오만함을 없애리, 나의 마나, 어둠의 마나가 모든 적을 없앨것을 약속하노라, 아이스 크리스탈 오브 스톰(Ice Crystal Of Storm)” -차가운 빙정의 폭풍으로 그대의 오만함을 없애리, 나의 마나, 어둠의 마나가 모든 적을 없앨것을 약속하노라, 아이스 크리스탈 오브 스톰(Ice Crystal Of Storm) 쩌저저적ㅡ 긴 캐스팅이 완료되자 백사장을 중심으로 바다를 향해 빠른 속도로 얼어 가고 있었다. 블리자드의 강화판으로 더욱 쌔고 유지시간이 상당했기에 올라오는 괴물들과 백사장에서 괴성을 지르며 공격하려던 녀석들은 순식간에 얼어버렸다. 겨울도 아닌데 주위에는 냉기가 느껴지며 공기마저 얼려 버리고 있었다. 이미, 모든 것이 끝났다는 듯이 모든 것이 얼었고, 파도가 치던 모습 그대로 얼어있었다. 괴물들의 피가 하늘로 튀는 것까지 얼려버렸으니, 얼마나 차가운 냉기가 발산되는지 알 수 있었다. “돌아가라, 어둠의 정령.” -쿠워어어!! 나의 명령에 멍하니 뒤쪽에 떠 있던 어둠의 정령은 큰 포효를 하며, 공간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확실히 현실에서도 적용되는 기술이었다. 다만, 녀석의 기술이 마법 진을 통해서 나간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그래도 파괴력만큼은 확실히 뛰어 났기에 걱정은 없었다. 터벅, 터벅! 나는 느린 걸음으로 괴물들이 얼어 있는 중심 쪽으로 걸어갔다. 그 누구도 나를 제지하는 사람들도 없었으며, 누구도 나의 행동을 방해하는 자들은 없었다. 나를 무시하던 몬스터 헌터들은 경외어린 눈으로 보고 있었다. “누클리어 블라스트(Nuclear Blast)!!” 꽈꽈꽝!!ㅡ피우우우우ㅡ 괴물들의 중심으로 도착한 나는 한번 얼음을 툭툭 쳐보고는 그대로 누클리어 블라스트를 사용해 모든 것을 소멸시켜 버렸다. 이 마법은 핵폭발 같은 위력을 낼 수 있는 마법이었기에 현실에서 사용하기 꺼려지는 마법이었지만 광범위로 없애버리는 것으로는 최고로 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범위는 최소한으로 잡았기에 괴물들만 고스란히 소멸시킬 수 있었다. 휘이잉ㅡ 이미 모든 상황은 종료되어 있었다. 단. 한 마리도 생존해 있지 않았다. 끝도 없이 밀고 들어오던 괴물들은 이미 다 죽었는지 그 어떤 괴물도, 백사장으로 올라오는 놈들은 없었다. 다른 곳으로 갔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것을 생각할 기분은 아니었다. 세찬 바람이 나의 몸을 휩쓸고 지나갔지만, 나의 마음은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깨끗이 정리된 방을 보는 듯 한 기분을 모두 알 것이다. 그것도 직접 처리하고 상황을 종료시켰으니, 뿌듯한 기분도 들었다. 꼬옥ㅡ “응?” 누군가 옷자락을 잡는 것이 느껴졌다. 언제 실드가 풀렸는지 아까 그 꼬마 녀석이 나에게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순간 좋던 기분도 달아나며, 인상이 험악해졌지만 그 꼬마는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 다는 듯이, 오히려 나의 옷자락을 더욱 세게 잡고 있었다. “형, 가르쳐 줘요. 네? 마법처럼 펑펑 터지는 거, 가르쳐 줘요.” “놔라.” “가르쳐 줘~요~ 네? 가르쳐줘요.” 꼬마 녀석은 거의 울 듯 한 표정으로 나의 옷을 잡아 째듯이 쥐고 있었다. 나는 지금 이빨이 갈리도록 이를 갈아 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이 자식의 얼굴에 파이어 볼을 먹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보는 사람도 많았고 아직 어리다는 생각에 참았다. “레비테이션(Levitation)!”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기에 녀석은 공중으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일정한 걸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 녀석의 부모에게 날려 버렸다. 빠르게 날아간 아이가 부모의 몸과 부딪히면서 울음을 터뜨렸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도 별로 개의치 않다는 표정이었다. “으아아앙ㅡ엄마, 저 형이 나 때렸어. 흑ㅡ” ‘으으ㅡ 빌어먹을, 빌어먹을!!! 저 꼬마 자식 생각 할수록 죽이고 싶다.’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가연과 수강이 있는 곳으로 다가 갔다. “수고했어, 이제 좀 조용 해졌겠지?” 수강과 가연이 나의 모습을 보고는 수고했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그 말을 끝으로 대화는 단절 됐지만 이제는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나를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솔직히 지금 속이 뒤 틀릴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생명체를 죽이는데 익숙해 졌지만, 약간이나마, 머뭇거림이 있었기에 약간 거부감이 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만, 언제 또 전투가 있을지 모르기에 이런 나약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녀석들의 시선을 외면하고 한적한 곳으로 걸어 가려했다. “어디 소속, 누구입니까! 처음 보는 몬스터 헌터이신데. 무슨 계열의 능력자 입니까.” 특종이라고 생각한 일에 달려드는 기자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이미, 아까의 전투로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집요할 줄은 몰랐다. 나의 대답은 없었지만 그들은 끝까지 나를 물고 늘어졌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육식 동물처럼, 그들은 한번 정한 목표에 대한 취재를 멈추지 않았다. 나도 하는 수 없이 몇 가지 말에만 대답해 줬다. “무소속, D급, 마법, 꺼져라.” 단 네 마디 말이었지만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틀어 박혔다. 나의 대답에 모든 사람들이 빠져 나가며 각자의 방송국에 전화를 걸기 바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벗어나 수강과 가연을 데리고 아까 있었던 곳으로 이동했다. 물론 텔레포트로 이동했기에 수강과 가연이 고생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별장 안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내일 있을, 중국 놈들의 입국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혹시 중국인들과의 전투도 생각했기에 가볍게 명상을 하며 휴식을 취했다. 물론 잘하지 않았던 명상이었지만, 요즘 들어 부쩍 명상에 잠기는 시간이 길어졌고, 나도 즐기는 편이었다. 명상을 할수록 무언가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즐기는 것이었지만....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똑똑ㅡ “제현아? 자니?” 지금 나는 한창 명상을 즐기고 있을 때였다. 명상을 할수록 마나역시 채워지고 있었기에 시간 날 때면 자주 하는 명상이었다. 그리고 피로한 뇌도 풀어 주기도 했으니, 자주 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사람들이 없을 때 했기 때문에 문을 꼭 걸어 잠그고 하곤 했다. “나 가연인데, 들어간다?!” ‘무슨 일이지? 늦은 밤 시간에.....’ 가연의 소리가 명상을 하고 있는 나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나는 무시하고 계속 명상을 즐기려 했지만 문이 열리는 소리가 하던 명상을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문을 잠갔을 텐데?” “헤헤, 여기 문 열기가 쉬워, 동전 하나면 다 딸 수 있더라고, 밖에서 별구경 하지 않을래?” 나는 분명 잠가 두었던 자물쇠가 힘없이 열리는 것을 보고 의심을 눈초리로 가연을 쳐다봤지만, 가연은 웃으며 동전으로 열었다는 식으로 동전을 흔들어 보이고 있었다. “밖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텐데? 이 상태로 나가자고?” 지금 나는 달랑 팬티하나 입고 있었다. 명상할 때 거치적거리는 것은 대부분 벗고 했기 때문에 팬티만 입고 있는 상황이었다. 뒤늦게 그것을 눈치 챈 가연은 얼굴을 붉히며 급히 문 뒤로 나갔지만 이미 다 본 후였다. 사르륵ㅡ “큭?!” 나는 상의를 입기 위해 반팔 티를 집어 들고 입었지만 이질적인 느낌이 나의 등 뒤를 강타했다. 아까 낮에 당했던 괴물의 공격 때문 인 듯 했지만 이미 그레이트 힐로 다 치료했기에 상처는 남아 있질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 괴물에 당한 상처의 느낌만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분명 다 치료 했을 텐데.....이상하군.” 나는 등 뒤에 손을 가져다 대고 문질러 보았다. 반지르르하게 매끈한 곳이었다. 한줌의 걸리는 곳도 없었고 이상한 액체가 묻어나는 곳도 없었다. 나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가 버렸다. 대충 교통사고의 후유증 같은 것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솨아아아ㅡ 출렁ㅡ 밖으로 나오니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아침과는 다르게 괴물의 흔적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밤하늘에는 총총히 수많은 별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만월은 아니었지만 거대 만월에 가까웠다. “어이, 여기야!” 멀리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해안가에서 무엇을 하는지 무언가를 열심히 세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불꽃놀이를 준비하는 듯 보였다. “뭐하는 거냐?” 푹ㅡ “아, 이거? 불꽃놀이 하려고, 원래, 휴가 마지막 날에 하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되잖아.” “오늘 밤에라도 해야지! 왜, 싫어?” 수강과 가연의 말에 약간이나마 수긍을 하고 뒤쪽에서 그 둘이 하는 짓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원하게 몰아치는 바람에 몸을 약간 움츠린 나는 이질적인 느낌을 떨쳐 냈다. 밤이라 그런지 끝도 없이 보이던 바다는 고사하고 아무것도 안보였다. 비록 마안의 능력으로 아침처럼 볼 수 있다지만, 아침의 기분을 그대로 살릴 수는 없었다. “좋아, 준비 됐다. 이제 불만 붙이면!” “내가 불붙일게, 괜찮지?” 두 녀석은 자기들 끼리 맞장구를 치며 다 하고 있었다. 뭐, 나도 별다른 생각은 없었기에 넘어갔다. 화르륵ㅡ 가연의 손에서 작은 구슬 같은 불꽃들이 피어오르더니 각각의 화약 쪽으로 옮겨 붙었다. 그리고 빠르게 타오르더니 하늘 높은 곳으로 날아올랐다. 피융ㅡ펑! 펑! 펑!! 하늘을 가득 메운 영롱한 불빛들이 나의 동공을 가득 메웠다. 이때까지 볼 수 없었던 웅장한 느낌의 불꽃놀이였다. 하늘로 쏘아 올라간 불꽃들은 큰 굉음을 내며 터졌지만 지금 그것을 따질 정도로 반응하지는 않았다. 펑ㅡ 하늘 높은 곳으로 쏘아진 불꽃들이 여러 가지 형상을 만들어 내며, 터지는 것을 보니, 마음 한 구석이 밝아지는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비록 짧은 시간동안의 유지시간이었지만 모든 모형을 머릿속에 담을 시간을 되었기에 기분은 좋았다. 치이익ㅡ펑!! 마지막 불꽃 놀이었던지 지금까지 보아오지 못했던 크기의 불꽃이었다. 흡사 섬광 탄을 보는 듯 한 느낌이었다. 그 불꽃이 터지자 사방이 밝아지며, 해안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출렁ㅡ출렁ㅡ 하지만, 기분 좋게 해안가를 보지 못했다. 해안가에는 새까맣게 많은 수많은 괴물들이 포진 해 있었기 때문이다. 밤늦은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정신이 팔려 있었다고 하지만, 나의 느낌을 피해 갈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괴물들의 기척, 그리고 마안으로 보아도 볼 수 없었던 위장술, 어느 것 하나, 기습에 빠지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한마디로 눈뜨고 당할 뻔 했다는 것이다. 비록 마안으로 해안가를 둘러 봤지만 사방이 어둡게 보이니, 그러려니 했지만, 방금 그 괴물들의 몸에 가려 검었게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분노가 치솟았다. “다행히, 여길 폐쇄하길 잘했어. 하마터면 인명피해가 생길 뻔했어.” “공격할 준비를 해라. 이곳에서 하나도 빠져 나가게 할 수 없어. 아침에 봐서 알겠지만. 저 괴물들에게 죽으면 더욱 쌘 괴물들이 탄생하니까.” 수강이 말처럼 아침에 이곳을 폐쇄하지 않았다면 큰 인명피해가 났을 것이다. 나도 불꽃으로 보지 못했다면, 기습을 당할 뻔 했을 텐데, 보통 사람이라면 느낄 세도 없이 당해 버렸을 것이다. “어두워서 위치를 알 수 없어.” “쳇, 아무데나 공격해도 다 맞을 거다. 라이트(light)” 나는 핑계를 대는 가연을 위해 라이트 마법을 펼쳤다. 광범위로 펼쳤기에 모든 곳에 라이트가 배치되었다. 물론 그 정도로 마나 소비가 빠른 것도 아니었기에 충분히 전투를 하면서 유지 할 수 있었다. “이제 괜찮아. 염동 트윈건너!” “윈드 플레어!” 가연과 수강은 각자, 주특기 같은 기술을 내뿜었다. 가연은 총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기에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이리 저리 쏴대고 있었다. 수강은 윈드 플레어로 적들의 움직임을 막으며 적들을 찍어 내리고 있었다. “뒤로 나와라! 에너지 써클(Energy Circle)” 찌지지직ㅡ휘류우우 나는 앞서 싸우는 그 둘을 뒤로 피신시키며 강력한 번개 속성의 마법을 펼쳤다. 하늘에서는 노란 스파크가 두 개가 튀어 오르며 회전을 하며 괴물들을 향해 내리꽂았다. 바다 쪽으로 내려찍은 에너지 써클이 바다를 타고 수많은 괴물들을 감전사 시키고 있었다. 쿠워어어ㅡ 워낙 많은 수여서 그런지 한꺼번에 소멸해 대는 수가 장난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올라 올대로 올라온 괴물들이 이리저리 도망가고 있었다. 아마, 나의 기세에 놀라 도망가는 것인지, 아니면 도시로 나가기 위해 가는 것인지 사방으로 도망가고 있었기에 나로 써는 다 해치울 수 없었다. 대부분의 몬스터는 죽었지만 한모든 방향으로 도망친 괴물들이 기척을 잠재우며 숨죽이고 있으니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미, 도심지 쪽으로 도망 간 것인지 모르겠지만 순간 많은 기척소리가 점점 괴물의 기척이 희미해졌다. 일단 눈에 보이는 괴물들은 다 죽였지만 눈에 띄지 않는 놈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 몰랐기에 기관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거는 수강의 모습이 보였다. -여보세요? 지금 해안가를 따라 올라온 괴물들이 부산의 시내 쪽으로 도주를 했어요. 지원이 필요해요. -뭐라고? 지금 우리도 막기 급급해, 바다가 있는 쪽이면 어디서든 치고 올라오는데 우리도 손이 모자랄 지경이야, 그쪽은 그쪽에 있는 사람들이 처리해. 바빠서 끊을 게. 뚝ㅡ 그 말로 끝이었다. 아마, 그 쪽에서도 괴물들이 상당히 많은 괴물들이 출몰 한 것인지 다급한 목소리였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괴물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시내 쪽으로 나가야 했다. “짜증나는 군, 어디로 숨은 거야! 확, 부산 시내를 날려 버릴라.” 이미 깊숙이 숨은 괴물을 찾을 방도가 없었다. 도시 전체를 날려 버리면 간단하겠지만, 그러면 더 큰 인명피해가 날게 뻔했으니까 참아야 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키에에엑ㅡ 슈욱ㅡ 겨우 삼십분 만에 한 마리의 괴물을 볼 수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지 괴물의 손톱에서는 붉은 혈 향이 느껴졌다. 그리고 전보다 눈에 독기가 올라 있는 것이 확실히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우리를 보자 무작정 손톱을 세우고 달려드는 것을 보아 숙달되었다는 증거였다. 서걱ㅡ 나는 블러드 네일을 사용해 나가에 돌진해오는 괴물의 손톱과 함께 몸까지 두 동강을 내 버렸다. 괜히 살기를 내 비치면 모두 도망 갈 것이 뻔했기에 나는 미약하게나마 휘두를 때 살기를 실어 잘랐다. 혹시라도 근처에 한 마리가 더 있다면 확실히 귀찮아 지기 때문이다. “저 괴물들 의외로 지능적이군. 나의 살기에 반응하고 도망가다니.” 이미 부산 시내 쪽은 안 가본 곳이 없었다. 밤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밖으로 나와 있었기에 찾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그것도 첫 번째 괴물이 많은 사람을 죽인 놈이라는 것에 약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괴물이다! 죽은 사람이 살아났다. 멀리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이미, 이런 일을 일전에 겪었기에 괴물이라는 것을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저 쪽이다. 블링크(Blink)!” 핑ㅡ 순간 나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지며 전방으로 앞서 나갔다. 순식간에 환경이 변하며 괴물들에게로 다가갔다. 아까 괴물로 인해 죽었던 사람들이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상당히 많은 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큰 마법을 사용 할 수도 없었다. 아직 생존자도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런 전투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괴물은 대략 이십이다. 너희들은 저쪽에 멍하니 있는 멍청한 시민이나 지켜라.” “알았어.” 뒤늦게 쫓아온 둘은 나의 말에 빠르게 이동하며 괴물들로부터 시민을 보호 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고, 혹시나 다른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다크 애로우(Dark Arrow)!” 스스스ㅡ 다량의 다크 애로우가 나의 뒤쪽에 생성되었다. 그리고 이 주위에 더 이상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다크 애로우를 전방으로 날렸다. 나의 공격이 시작이었던지 괴물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사람이 변한 괴물이라 그런지 날렵했고 더욱 강했다. 하지만 나의 블러드 네일에는 소용없는 짓이었다. 쿠워어! 대부분의 괴물들이 무작정 달려드는 것을 보고 옆쪽의 벽에 발을 박차며 옆으로 이동했다. 순간 없어진 나를 찾는 것인지 빠르게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 나의 손톱에 목이 떨어져 나갔다. 투툭ㅡ 한 번에 많은 수의 괴물들이 즉사 혹은 중상을 당하자 그 다음부터는 수월하게 전투를 치를 수 있었다. “파이어 스로우!” “본 스매쉬!” 뒤늦게 도착한 기관이나, 몬스터 헌터들은 빠르게 현장의 괴물들을 진압하고 있었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기에 나는 몸을 틀어 다른 곳에 있을 괴물을 처리하기 위해 이동했다. 물론 가연과 수강도 뒤따랐지만 시간상 나는 먼저 출발했다. * * * 시간이 새벽 1시를 넘어 가려 하고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괴물들과의 싸움으로 몸에는 괴물들의 피가 잔득 묻어 있었지만 그 누구도 불만을 토로하는 자가 없었다. 다만,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괴물을 찾기 위해 눈을 부라리며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미, 새벽 타임이라 그런지, 혹은 괴물 때문인지 모든 시민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있는 상태였다. 새벽 시내에는 우리와 기관, 혹은 몬스터 헌터들이 불을 켜고 남은 괴물을 처리하고 있었다. 이제 숨을 곳도, 기척을 숨길만한 사람도 없었기에 발각 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디텍트 매직(Detect Magic)!” 나는 광범위로 디텍트 매직을 펼쳤다. 상당히 많은 마나가 빠져 나가면서 부산 시내를 둘러싸며 감지했다. “북쪽이다. 그쪽에서 미약한 기운이 느껴진다.” “응.....어떻게 그런 마법이 있는지....한번 배우고 싶다.” 나는 시민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디텍트 매직으로 건물 밖을 돌아다니는 자들 중에 마나가 미약한 자들만 집중적으로 찾아냈다. 상당히 많은 마나와 심력이 소모 되지만,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괴물들은 의외로 미약한 마나를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사람의 기본적인 마나 량 보다 작았기에 쉽게 찾아 낼 수 있는 것이었다. 아까는 많은 사람들에 묻혀 잘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명확했다. 휘이이잉ㅡ 우리가 도착 했을 때는 조용했다. 어떻게 알고 피했는지 급히 피한 것으로 보이고 있었다. 나는 다시 디텍트 마나를 펼치려 했지만 순간 가까운 곳에서 소리가 들려왔기에 급히 마나를 회수하며 공격마법을 준비했다. 터벅, 터벅 “어이, 거기 예쁜 언니, 거기 있는 비리비리한 새끼랑 놀면 재미없잖아?” 세 명의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녀석들이었다. 덩치는 고등학생 만했지만 얼굴에 나이 적어요라는 티가 보였다. 요즘 중학생들은 발육이 하도 좋아서 탈이었다. 어딜 가나 자신들의 덩치는 믿고 깝치는 놈들이었다. “쓰레기들이 잘도 노는군. 괴물이 나타났는데 한가하게 이런 짓거리나 하고 있다니.” “뭐냐 이 노땅은!” 나의 말에 발끈 했는지 덩치가 산만한 중학생 녀석이 나에게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그렇다고 동요할 정도로 정신 수양이 작지 않았다. 이제는 웬만한 말에도 아무런 동요 없이 평정심을 유지 할 수 있을 정도였기에 참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무조건 마법을 난사해 박살을 내 놓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제현아, 이 근처 괴물이 있는 거 맞아?” “분명히 여기서 느껴졌다. 하지만 잘못 찾은 것 같군. 이 녀석들을 괴물로 착각 한 모양이다.” 나는 옆에서 물어오는 가연의 말에 무심한 어투로 말했다. 괴물을 찾는 것도 이골이 날 정도였다. 얼마나 많이 찾아야 모든 괴물을 죽일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 날밤을 새어서야 겨우 다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창ㅡ “우리를 무시해도 유분수지. 감히 우리가 있는데 잡담을 해?” 휘익ㅡ휘익ㅡ 꼴에 놀고 있었다. 짤막한 단검을 꺼내 들어 이리 저리 휘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큰 장검에 난도질을 당해 봤기에 그 녀석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뻗어 휘두르는 단검을 움켜 쥐었다. 꾸욱ㅡ 주르륵ㅡ 단검을 세게 움켜쥐니 살을 파고드는 차가운 금속이 느껴졌지만 나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중학생 녀석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까불지 마라. 세상은 호락호락 하지 않다.” 털석ㅡ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것인지 나의 살기에 놀란 것인지 바닥에 주저앉으며 오줌을 지리고 있었다. 아까의 그 기개는 어디로 간 것인지 소리죽여 흐느끼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시간만 버렸군, 돌아가자.” “쳇, 언제 괴물이 나타나는 거야. 그놈 때문에 잠도 못자겠네.” 우리는 몸을 틀어 아까 봐두었던 다른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대략 100미터 정도 걸음을 옮겼을 까 비명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와아악ㅡ 괴, 괴, 괴물!! 컥ㅡ” 그 말이 끝이었다. 연달아 터지는 비명소리가 급히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는 중학생이 있던 곳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나는 블링크로 가는 와중에 마탄을 앞으로 날렸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살, 살려줘.” 아까 전까지 당당하던 모습은 어디 간 것인지 피를 칠갑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을 무심한 눈길로 한번 보고는 앞에 포진해 있는 도망친 괴물들을 노려봤다. 그리고 녀석들의 뒤쪽에는 이미 괴물 화 되어 버린 부산의 시민들이 상당히 모여 있었다. “크르르ㅡ” 괴물의 입에서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얼른 블러드 네일과 함께 파이어 볼과 같은 범위 공격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녀석들의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봤다. “크르릉ㅡ” 괴물이 나를 경계하며 주위로 퍼지며, 무릅을 약간 굽히는 행동을 했고 그것을 시작으로 나 역시 파이어 볼을 괴물들에게 마구잡이로 날렸다. 펑ㅡ퍼퍼펑!! 나의 빠른 공격에 녀석은 피하지도 못하고 몸의 일부분이 터져버리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나의 마법을 피한 녀석의 자리에서는 땅이 터지고 네온간판이 터져버렸다. 그리고 그 파편들이 부산의 시내를 가득 메웠다. 슈욱ㅡ 나의 옆으로 파고드는 괴물의 신형이 보였다. 축 늘어진 팔을 앞으로 쭉 뻗으며 나의 옆구리를 찌르는 동작을 하고 있었다. 녀석들은 동물을 뛰어넘는 근육과 스피드로 나를 공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나 역시 빠른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었다. 와차창ㅡ “젠장, 실드(Shield)” 네온 간판과 높은 건물에서 떨어지는 유리 파편들이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괴물이 휘두른 손톱이 얼마나 강한지 유리 같은 것은 순식간에 조각으로 변하며 무가기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점프력은 얼마나 좋은지 대략 3층 높이 까지 점프를 하고 있었다. 이건 마치, 늑대 인간 같은 능력이었다. 외모는 인간에서 변해 약간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능력만은 인간과 동물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리스(Grease)” 차르르ㅡ 나에게 집중적인 공격을 퍼붓는 괴물들의 움직임을 방해하기 위해서 그리스를 사용했다. 그러자 일순간에 마찰력이 0으로 바뀌며 괴물들이 넘어지기 시작했다. 콰당ㅡ "커스 블라인드(Curse Blind)!" 나는 넘어진 녀석들에게 지체하지 않고 저주의 마법을 사용했다. 그 마법에 당한 녀석들은 앞을 못 보는 지 허공을 향해 손을 휘젓고 있었다. 커스 블라인드 이 마법은 공격력은 없지만 상당히 유용한 마법이었다. 물론, 마법에 대한 내성이 강한 사람에게는 잘 걸리지 않지만, 한순간에 적의 움직임을 방해 할 수 있거니와, 시력을 앗아 가기 때문에 마법사에게는 아주 좋은 마법이라고 생각했다. “슬로우(Slow)“ 나는 연달아 슬로우 까지 사용했다. 워낙 움직임이 빠르다 보니 눈으로만 쫓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력과 함께 움직임까지 둔화되자 녀석을 잡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어라? 벌써 끝났어?” “잔말 말고 저기 널브러진 녀석들이나 보호 하고 있어.” 뒤쪽에서 나에게 향하는 녀석들이 있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드를 사용해 대비하고 있었지만 공격하려는 적의가 없었다. 나는 시선을 돌리지 않은 상태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끊어 버리고 명령하듯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녀석은 불만 하나 없이 그대로 쓰러져 있는 세 명의 중학생에게 다가가 호위를 서듯 경계하고 있었다. “레비테이션(Levitation)” 둥실ㅡ 나는 사방에 널려 있는 모든 물체들을 하늘로 끌어 올렸다. 유리조각, 네온 간판, 건물에서 떨어져 나온 시멘트, 깡통까지 모조리 띄우자 옆에서 황당한 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들은 뭐하게, 그걸로 공격하게?” “에어로 봄(Airo Bomb)” 나는 수강의 말을 무시하고 나의 앞에 대기하고 있는 부산물들을 향해 에어로 붐을 사용했다. 펑ㅡ 일순간 모든 부산물들이 공기가 터짐으로 총알이 튀어 나가듯 괴물들에게 날아갔다. 순간 모든 물체들이 괴물들의 육체를 뚫거나 파괴시키고 있었다. 슈슈슉ㅡ 촤르륵ㅡ 순식간에 괴물들은 즉사, 혹은 중상 이상의 상처를 입었다. 역시 피부가 단단한 것인지 인간에서 변한 몬스터들은 대부분 생존 해 있었다. 그리고 자체적인 치유 능력도 있는 것인지 조금씩이지만 아물어 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프로즌 오브(Frozen obe)!” 휘리릭ㅡ 나는 꿈틀거리고 있는 녀석에게 프로즌 오브를 날렸다. 괴물의 수만큼 날렸기에 걱정은 없었다. 한 번의 즉사, 머리를 정확하게 노렸기에 분명 죽을 것이다.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간 얼음은 괴물들의 머릿속을 헤집고 땅에 부딪혔다. 쩌저적ㅡ 괴물의 뇌에게 뿜어져 나온 뇌수와 함께 피가 땅을 적시고 있었다. 괴물들은 서서히, 몸이 흩날리며 소멸해가고 있었다. 삐요삐요! 위이이이이잉! 모든 상황이 종료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구급차와 함께 경찰차, 소방차가 연달아 부산 시내를 향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곧 사방에서 붉은 색의 십자가 마크를 단 앰뷸런스가 왔고 위에 달린 불빛이 건물을 비추고 있었다. “이제 끝난 건가?” 이미, 기관의 사람들이나, 몬스터 헌터들은 자신의 공적을 알리기 위해 처리한 숫자를 적어 어딘가로 보내고 있었다. 물론 한국의 기관 쪽이었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이미 얼굴도 팔렸지만 그런 것을 할 정도로 하찮지는 않았기에, “그래, 이제 끝났어. 수고했다.” “크윽ㅡ” 욱신, 욱신, 수강의 말에 나는 무어라 말하고 싶었지만 등 뒤에서 느껴지는 욱신거리는 느낌이 나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세 가닥의 손톱에 긁힌 자리가 계속 욱신거리며 타오르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 듯 한 느낌과 함께 시야가 흐릿해지며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리고 등 뒤가 축축이 젖어 가는 느낌이 들더니 급기야 나는 휘청거리며 넘어지려 했다. “괜찮아? 아픈 것 같은데 병원이라도 가는 게....” “병원 따위 안가도 괜찮다. 어디서 쉬고 싶군.” 나는 걱정하며 나의 몸을 부축하는 가연의 말을 끊어 버리고 쉬고 싶다는 생각에 무조건 쉬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게 몽롱한 상태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 괴물이라도 나타난다면 죽어버릴 것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새벽을 향해 가는 하늘을 보며 별장으로 휘청거리며 걸어갔다. 물론 나만 휘청거렸지만, 우리가 돌아 갈 때 쯤에 구경나온 사람이나, 기관의 사람, 몬스터 헌터들은 각자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괴물들과의 전투 현장에서는 뒷수습을 하는 소방관이나, 경찰, 기관에서 파견 나온 수습 팀에서 모든 것을 담당하며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물론, 예전처럼 기억을 제거 한답시고 기억을 지우는 짓을 하지 않았지만.... 또한, 괴물에게 당해 앰뷸란스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는 세 명의 중학생들이 보였다. 녀석들의 얼굴은 편안함 그 자체였다. 긴장이 풀렸던지 잠을 자고 있었다. 이미, 출혈이 심하게 나지 말라고 힐링과 같은 마법을 걸어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아직....멀었나?” 우리 세 명은 하염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무의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들은 가려던 목적지가 멀다는 것을 망각하고 느릿한 걸음으로 별장으로 가고 있었다. 물론, 중간에 나 때문에 넘어져 옷 여기저기가 지저분해지고 손바닥에 지저분한 흙이 묻었지만 그 누구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무사히 별장으로 돌아 갈 수 있었다. 나는 욱신거리는 통증을 제어하기 위해 방의 구석에 쭈그려 앉아 무릎에 머리를 파묻으며 새벽을 지세 워야 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크으윽ㅡ 빌어먹을.” 나는 연신 느껴지는 욱신거림에 짜증이 일어났다. 몸은 뜨거웠고 혈액은 빠르게 유동되고 있었다. 심장은 빠른 속도로 벌떡였다. 또한, 몸에서는 식은 땀 같은 축축한 것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주르륵ㅡ 한줄기 땀방울이 등판을 지나 바닥으로 떨어졌다. 새벽임에도 방안은 컴컴했으며, 뜨거운 공기가 가득했다. 바닥에 움츠려 있던 몸도 스르륵 풀리며 방안에 있던 가구에 기대 힘이 빠진지 오래였다. 욱신 욱신 욱신 힘이 빠져 가만히 있음에도 상처가 났던 부위에서는 욱신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수십 차례의 욱신거림이 있자 드디어 고통이 멎는 것 같았다. 하지만 뒤이어 밀려오는 고통에 나는 조금씩 정신을 잃어 갔다. * * * “죽어, 죽어!” 예전에 와봤던 곳이었다. 새까만 검은 공간에 일렁이듯 요동치는 검은 물결이 있는 공간 그곳에서 전혀 들을 수 없었던 목소리, 아니, 익숙해야 할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너무 익숙해 나, 자신마저 잘 알지 못하는 목소리였다. “죽여 버린다. 죽인다!” 멀리서 들리던 소리가 가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주 가까이, 점점 다가온 소리는 나의 등 뒤쪽에서 들려 왔고 나는 시선을 돌려 그곳으로 몸을 틀었다. “키킥, 키키킥, 키키키키킥! 죽여, 죽여, 죽여라고, 더 많이” “무슨 개소리냐.” 외모부터 시작해 모든 것이 나의 모습이었다. 심지어 목소리까지, 다만 눈동자가 붉은 빛이 감돌며 살기에 휩싸여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런 녀석을 쳐다보며 의문이 들었지만 강한 살기에 나 역시 살기를 내뿜으며 싸늘하게 말하며 옆으로 물러섰다. “죽여 버린다. 죽인다.” 스스스ㅡ 붉은 눈의 나는 계속해서 죽인다는 말만 반복하며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검은 공간, 검은 물결, 또 다른 나. 의외로 조합이 잘 맞는 곳이었다. 모든 것이 친숙했고 그 녀석도 친숙했다. “너는 누구냐.” 나는 조용해진 녀석을 향해 한걸음 다가서며 물었다. “키키킥, 병신 새끼, 병신, 병신! 나는 너고 너는 나다. 너의 분노가 나의 원동력이며, 나는 너의 힘. 계속 써왔으면서 그것도 모르다니. 병신 키키키킥, 죽어라. 죽어, 내가 밖으로 나가겠다.” 싸늘한 침묵을 치키던 녀석은 더욱 큰 살기를 내뿜으며 나에게 손톱을 휘둘렀다. 나의 외모와 모습을 하고 있었고 나의 능력까지 고스란히 같은 것을 사용하고 있었다. 다만, 움직임이 더욱 빨랐고 더욱 뛰어났다. 슈우우욱ㅡ 캉ㅡ “무슨 짓이냐!” 나는 간신히 녀석의 블러드 네일을 튕겨 내며 뒤쪽으로 물러섰다. 하지만 녀석은 빠르게 블링크를 써대며 마탄을 여기저기에 쏘아 보냈다. 한발도 나의 몸에 닿지 않고 모두 지나가버렸다. “키킥, 병신, 뒤를 봐라.” 슈웅! 빗겨져 나간 마탄들이 빠르게 되돌아오며 나의 온몸을 강타했다. 나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다행히 급소는 피해갔기에 즉사는 면할 수 있었지만 중상인 것은 명백했다. “젠장, 그레이트 힐(Great Heal)” 치이익ㅡ 순간 구멍이 뚫려 있던 온몸에서 검은 빛이 일렁이며 모든 상처를 치유했다. 그리고 나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공격할 준비를 했지만 녀석의 빠른 공격에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캉ㅡ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캉ㅡ캉캉! 몇 번이나 손톱이 오고 갔는지 모른다. 녀석은 죽인 다라는 말을 반복하고는 빠르게 휘두르고 있었다. 같은 육체를 가지고 있음에도 속도차이가 엄청났다. 녀석은 일말의 동요나 주춤거림이 없었다. 마치 자신에게 주문을 걸듯 녀석은 그 말만 내뱉으며 전투를 하고 있었다. 더욱 빠른 발놀림과 적절한 움직임, 살짝 퉁구는 발동작 하나도, 숨 쉬는 입모양도 나보다도 움직임이 작았다. “어둠의 정령 소환, 키키킥, 마지막이다.” 솨르륵ㅡ 녀석의 말에 어둠의 정령이 나타났다. 검은 일색의 흑룡, 눈동자는 헬파이어 보다 붉었으며 비늘 하나하나가 심연의 어둠의 광택을 내고 있었다. 가벼운 날갯짓 하나에도 살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크큭, 다크 퍼니쉬먼트 (Dark Punishment)!” -쿠워어어!! 녀석의 외침에 어둠의 정령이 반응하며 입에서 조그마한 구슬 같은 빛이 나에게 쏘아졌다. 하지만 그 검은 빛은 예사의 것이 아니었다. 주위의 검은 기류마저 휘감으며 돌진해 오는 나는 체념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현신.” 머릿속을 꿰뚫고 지나가는 하나의 기술이 떠올랐다. 나는 순간 현신을 한 후, 나에게 날아오는 검은 기둥을 보며 몸에 망토를 휘감았다. 쿠우우웅ㅡ 나에게 느껴지는 압박감이 수십 초나 지속된 후에야 나는 망토를 거두어 드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앞에 오만한 눈동자를 하고 있는 녀석의 표정을 보니, 일부러 봐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먹이가 되어라. 나의 에너지가 되어라. 나의 마나가 되어라. 너의 빈 공간은 내가 채울 것이니.” “우, 웃기는 소리. 죽어라!” 녀석은 손을 앞으로 내 뻗으며 나에게 다가 오고 있었다. 나는 빠르게 마탄을 날렸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녀석의 몸에서 나온 마탄들에 막혀 모든 공격이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죽여라. 또 죽여라. 죽이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생존하는 자가 승리 하는 것이고, 이기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다. 그만 나에게로 흡수 되어라.” 질끈. 나는 지금 거의 자포자기 한 상태였다. 나의 앞의 녀석은 일말의 주춤거림, 죽음마저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의 손에서 나온 블러드 네일이 녀석의 복부를 파고들며 내장을 휘저어도 녀석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피가 튀기고 살이 튀기는 이 공간에서 녀석은 신음도 흘리지 않았다. 다만 손을 들어 블러드 네일을 뽑아내며 나의 심장을 향해 찔러 넣었다. 푹ㅡ “나의 일부가 되어라.” 수욱ㅡ 점점 나의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의 발부터 천천히 녀석의 손바닥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 죽는 건가? 죽음? 죽음이 그렇게 무서운 거였나? 지금 죽고 있는 건가?’ 빨려 들어가는 와중에도 나는 알 수 없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평소부터 명상하며 줄 곳 생각나던 그 내용이었다. 아버지가 적어 놓았던 책에서 보았던 한 줄의 문구가 눈앞에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무한의 게임을 아는가? 혹은 무한의 운명을 아는가? 죽음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색다른 게임이 존재하는 것이다. 색다른 캐릭터, 혹은 색다른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 것을......(중략)....우리 만오의 뜻은 만 가지의 깨달음 그 중에서도 죽음이 가장 큰 깨달음이니라. 순간 잠깐 읽었던 문구들이 생각나며 나의 온몸을 휘감는 듯 한 전율을 맛보았다. 한차례의 부르르 떨려오는 몸에서 색다른 감각이 느껴졌다. “주, 주, 죽인다.” 녀석이 주춤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은 마탄과 더불어 수많은 마법이 나에게 날아왔지만 단 한마디로 끝이었다. “실드(Shield)” 캉ㅡ캉캉! 수많은 마법도 소용없었다. 수많은 마탄들도 소용없었고 강력한 블러드 네일도 소용없었다. 그리고 한없이 녀석이 작게 보였다. “네놈이 죽어라. 아니, 죽인다. 네놈을.....감히 나를 흡수하려 하다니!!” 나는 살기를 줄기줄기 내뿜으며 손을 높이 치켜세우며 횡으로 그어 버렸다. 순간 뿜어져 나온 블러드 네일이 녀석의 모든 것을 찢어 발겨 버리며 지나가 버렸다. “이러...이럴 수가....어떻게...어떻게.....” 녀석은 믿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당했는지, 어떻게 자신이 죽어가고 있는지를 말이다. 순간이었지만 녀석의 움직임이 너무 느려보였고 한없이 작아 보였기에 나온 행동이었다. 일말의 주춤거림이나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생각으로 전투를 하는 것이 아니었고 몸으로 전투를 하는 것이었다.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 병신아.” 서서히 무너져 내리며 사라져 가는 녀석을 보며 나는 싸늘한 눈동자로 녀석에게 말했다. 그러자 녀석은 알 수 없는 미소를 띠며 입을 벌렸다. “병신...나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네놈과......” 천천히 사라지던 녀석이 말을 함으로써 빠르게 사라지며 뒷말을 잊지 못했다. 그리고 어두운 검은 물결이 있던 공간이 순간 허물어지며 나의 시야에 빛이 세어 들어왔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꿈틀, 꿈틀 “크으윽ㅡ” 나의 몸은 조금씩 들썩이며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몸은 이미 축축할 대로 축축해져 차가워 져 있었다.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으며, 미간에는 주름이 져 있었다. 그리고 눈을 차마 뜰 수 없었다. 약간의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좋은 아침! 이젠 좀 괜찮아?” 벌컥ㅡ 순간 가연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강한 바람이 불어오며 문을 가로막고 있던 커튼이 마구 자비로 흔들리며 어두웠던 방을 한순간에 밝은 곳으로 바꾸어 버렸다. 솨아악ㅡ “크아아악ㅡ 멍청한 계집! 커튼을 쳐라! 빌어먹을!” 무수히 많은 빛이 나의 감겨져 있던 눈을 비집고 들어오자 나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평소 때 쓰지 안 쓰던 말을 하고 분노가 솟아올랐다. 화가 나고 누군가를 죽이고 싶었다. 그리고 싸우고 싶었다. “으, 응” 촤르륵ㅡ 가연은 깜짝 놀라며 토끼눈을 뜨며 급히 커튼을 쳐버렸다. 다시 어둠속에 잠긴 방안에서야 나는 조금씩 눈을 뜰 수 있었다. 순간 눈에서 뜨거운 액체가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지만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가 있어라. 알아서 나갈 테니. 다시는 함부로 들어 오지마라. 적으로 간주하고 죽여 버릴지도 모르니까. 알았나?” 츠츠츠ㅡ “아, 알았어. 미안” 눈을 뜬 나는 살심을 참으며 가연에게 말했지만 그 살기는 주체를 하지 못하고 가연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나의 강한 살기에 가연은 겁에 먹은 듯이 빠르게 방안을 빠져 나갔다. “크아아아!! 리커버리(Ricovery)” 부글부글ㅡ 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느낌에 모든 것을 방출하듯 소리를 지르고 눈 쪽에 리커버리를 시전 한 후 옷을 갈아입었다. 하지만 거기서도 문제가 생겼다. 눈은 이제 괜찮아 졌지만 나의 손에 닿는 모든 것이 부서지고 있었다. 힘 조절이 되지 않는 것인지 손으로 잡는 순간 찢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모든 것을 마법으로 갈아입었고 마법으로 몸을 씻었다. 그리고 마법으로 문을 열었다. 모든 것을 마법으로 해야 할 판이었다. “좋은 아침이다. 조제현! 응? 눈이 왜 그렇냐?” “닥쳐라, 하찮은....? 아.....” 나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수강과 가연이 기다리는 곳으로 성큼 성큼 걸어갔다. 모든 행동하나하나가 힘이 났고 움직임이 가벼워졌다. 많이 기다렸다는 수강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아침인사는 잊지 않고 하는 수강이 부였다. 그런 모습에 나는 왠지 모르게 다시 한 번 일렁이는 살심에 급히 가라앉혔지만 녀석의 말에 나는 거울을 한번 봐야 했다. “거울, 거울을 가져 와라. 나의 말에 대꾸 없이 복종했으며, 급히 뛰어 가며 거울을 가져왔다. 그것은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마법으로 거울을 띄운 뒤에 천천히 얼굴을 들이 밀었다. “뭐야, 이건.” 나의 눈에 비친 것은 검은 색으로 되어 있던 눈동자가 빨간 색으로 변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눈 꼬리도 많이 날카로워 져 있었다. 그 두 가지 점만 뺀다면 나의 모습은 예전 그대로였다. 다만, 눈에서 쏘아져 나오는 살기가 많이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또한 빛을 보면 왠지 모르게 고통이 느껴지는 듯했다. “오늘은 무슨 날인지 알지? 오늘은 부산항에 갈 거야. 그러니까......미안” “뭐가 말이냐. 뭐가 미안하지? 죽고 싶나....? 이런.” 나는 수강의 말에 의문이 들었지만 수강은 나의 눈을 피하며 미안하다는 소리만 해대고 있었다. 나 역시 죽고 싶냐 는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 나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설마, 그때?’ 나는 이렇게 변한 것이 어둠의 공간에서 봤던 녀석과 관련 있다는 생각에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간다. 지금 간다. 준비해라. 귀찮은 짓을 한다면 나 혼자 가겠다.” 나는 어정쩡히 서 있는 두 녀석을 한번 쳐다보고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녀석들의 눈빛에 참을 수 없었다. 그냥 죽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났다. 그렇기에 더 늦기 전에 밖으로 빠져나왔다. 출렁ㅡ쏴아아 별장의 밖은 밝았으며, 바다가 출렁이며 파도를 치고 있었다. 사람 하나 없는 조용한 곳이었다. 나는 새벽에 있었던 환상 같은 것을 조금씩 생각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눈에서 쏘아지는 자연적인 살기에 나의 주위에는 그 흔한 개미 하나 보이지 않았다. “현신!” 촤르륵, 펄럭ㅡ 나는 빛을 가리기 위해 현신을 이용했다. 순간 큰 망토가 나의 등 뒤에 착용되며 나의 몸을 감싸 안았다. 이번에도 모양이 조금 변해 있었다. 망토에 붙어 있는 마크는 여전했지만 망토 망토와 옷이 같이 붙어 있는 느낌이었다. 검은 일색의 상의 하의가 생겨나 나의 몸을 감싸고 등 뒤에는 흑룡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는 준비 다 됐어. 가자.” “텔레포트로 간다. 헛소리 하면 혓바닥을 잘라 버리겠다.” “........” 모든 것이 준비 되었다는 두 녀석의 말에 나는 이동 수단인 텔레포트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불만이 튀어 나올 것 같았기에 먼저 선수를 쳐 버렸다. 그러자 녀석들은 벌린 입에서 아무런 소리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그럼 가겠다. 텔레포트(teleport)” 파앗ㅡ 순간 나의 말에 따라 검은 물결이 나의 몸과 수강, 가연에게로 휩싸이며 우리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 순간 우리들의 몸은 부산항으로 이동되어 있었다. 물론 하늘에 떠서 주위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끼룩, 끼룩! 갈매기들과 여러 배들이 이리저리 물건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방파제에서는 세찬 파도가 치고 있었으며, 부산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부지런히 물건을 나르거나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의 기관으로 보이는 자들이 기운을 죽인 채 배가 들어오는 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각자 흩어진다. 나는 개인행동을 하겠다. 너희들은 저기 있는 기관 사람들과 행동하도록 해라.” “하지만, 너는?” “내 마음이다. 배가 들어 올 때까지 다른 곳에 있겠다. 그 시간이 언제지?” “대략 점심 때 쯤 이니까. 12시~1시 사이에만 있으면 되.” “크크크. 알았다. 그때쯤에 돌아오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 인비지빌리티로 은신을 한 후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러면서 기관의 사람들이 있는 곳에 살기를 내뿜으며 천천히 옆으로 이동했다. “엄청난 살기다. 모두 방어를 준비해라.” ‘너희들에게 향하는 살기가 아니다. 크큭.’ 나는 속으로 기관의 사람들을 비웃으며 텔레포트로 이동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여러 가지의 생각이 교차했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오직 살심만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러면서 나의 몸은 검은 빛에 휩싸이며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의 수도 북경으로 현신을 통해 나의 모습은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로브처럼 나의 정체를 가릴 수 있었다. 나의 마음속은 살심으로 가득 찼다. 나는 분노를 할수록 힘이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무한의 마나가 나의 몸속에서 요동치며 누군가를 파괴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팟ㅡ -크크큭, 그거야. 너의 분노는 나의 원동력이며, 그 원동력은 너를 움직인다. 중국의 수도 북경에 도착한 나는 불어오는 바람에 섞여 잘 들리지 않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나는 무심한 눈길로 북경의 중심가를 한 번 보고는 살기를 마구 끌어 올렸다. * * * 북경에 위치한 중국의 기관 그곳에서는 한창 회의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운석을 막을 것인가를 논의 중이었다. 그리고 불사교에 대한 안건도 있었기에 회의는 길어지고 있었다. “자, 그럼 불사교에 대한 처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솔직히 우리 힘으로 막을 수는 없소, 하물며 적국으로 간주되어 있는 한국, 일본을 견제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하고 생각하오.” 깊숙한 건물 지하에서 토의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이 기관의 회장으로 보이는 자가, 회의를 이끌었으며, 각 도시에 속해 있는 지부장들이 그 제목에 걸맞게 의견을 제의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사교를 방관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꽝! “하지만, 그건 우리나라에 속해 있는 기관 중 하나가 아니오! 아무리, 한국과 일본을 견제 한들 언젠가는 운석이 충돌하는데.....한 곳에 모여서 힘을 합쳐도 모지랄 판에 그런 망발이라니!! 당장 철수 요청하시오.” 한 지부장이 책상을 세게 치며 큰소리 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의견에 찬성하지 않았다. “솔직히 인간의 힘으로 운석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운이 좋다면 사는 것이고, 운이 나쁘면 죽는 것이외다. 그리고 이 기회에 불사교에 동참해, 한국을 쓸어버립시다. 솔직히 동방의 작은 소국이 이런 힘을 가진 것도 힘을 합친 것 아니오?” 그들의 대화는 길어졌으며 대화의 종결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거대한 살기가 북경을 가득 메우며 자신들의 등골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도시가. 도시가.....” 콰콰쾅!! 지축이 흔들이고 있었다. 절대 안전을 책임 질것 같았던 지하에서 지축이 울리며 지진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잘못됬다는 생각에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무기를 챙겨 들며 지상으로 급히 올라갔다. 그곳에는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정도로 참혹했다. 건물은 부서져 내려 있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빵ㅡ빵! 나는 북경의 높은 빌딩 옥상에서 지상의 정경을 보고 있었다. 아직 덜 발달되어 도로가 엉망이었지만 많은 수의 차량들이 경적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또한, 자전거를 타고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스르륵ㅡ “죽어라, 하하하! 볼케이노(Volcano)” 꽈드득ㅡ 나의 말에 삽시간에 지각이 갈라지고 있었다. 붕괴되지 않을 것 같았던 건물들은 지하로 꺼져 가고 있었고 도로를 달리던 자동차들은 뜨거운 용암에 녹아 형체도 알아 볼 수 없었다. 모든 것이 기계처럼 돌아가던 도시, 수동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도시가 순간, 능동적인 움직을 보이고 있엇다. 신호등을 지키던 차량들은 솟아오른 돌의 가시와 용암들을 피해 도망을 다니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던 사람도 그 현상은 마찬가지였다. 건물 안에 있던 자들은 순간 건물이 무너지며 그곳에 깔려 버렸다. “죽어! 죽어라!! 모조리 다 죽어라!! 하찮은 놈들! 그라운드 오브 퓨리(Ground Of Fury)” 나는 용암과 함께 지하에서 솟아 오른 용암들을 보며 눈을 더욱 빛냈다. 그리고 손을 한 번 더 뻗어 고 서클의 마법을 연달아 시전 했다. 지상의 모든 것을 초토화 시키는 마법이었다. 모든 건물이 일순간에 터져 나가며, 더 이상 도시라고 부르지 못할 정도로 변해 버렸다. 화르륵ㅡ 모든 것이 불바다였다. 그리고 인간들이 서 있는 공간이라고는 없었다. 다만, 지금 발을 데고 있는 이 높은 빌딩만이 부서지지 않은 건물이었다. 쾅ㅡ! “네놈은 누구냐!” “누구 길래 이런 짓을 하는 것이냐!” 무엇이라고 말하는 지 하나도 알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나에게 살기를 내뿜고 있었고 무기를 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크크큭, 죽어라." 나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몸의 중심을 앞으로 잡았고 곧 사라질듯 나의 신형은 옥상으로 올라온 적들에게 향했다. 나의 양손에 순간 솟아 오른 블러드 네일이 멍청하게 서 있는 앞의 녀석의 목을 잘라 버렸다. 슈악ㅡ 추우욱ㅡ텅! 몇 초가 지난 뒤에야 검을 쥐고 있던 녀석은 눈을 돌려 자신의 목을 보고 있었지만 그것은 하늘위로 처다 보고 나서야 자신의 목을 볼 수 있었다. 육신과 함께 머리가 분리 된 것이다. “언제?” 중국말로 튀어나왔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그런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다만, 나의 적을 말살시키라는 몸의 감각이 전해 올 뿐이었다. “넓게 퍼져라. 적은 하나다. 우리는 강하다. 물러서지마!”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가장 강한 녀석이 무어라 말하고 있었지만 실속 없었다. 녀석이 뒤로 주춤 거리며 물러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한차례 비웃음을 날려 준 후, 주춤 뒤로 물러서는 녀석에게 마탄을 날렸다. 푸슈슈슉ㅡ “커억?!” 단 일합으로 녀석은 짧은 비명을 유언삼아 세상을 뜨고 말았다. 나의 손짓 한 번에 차례로 중국 놈이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녀석들이 죽어 갈수록 나의 몸에서 떨려오는 떨림이 더욱 심해 지고 있었다. 부르르ㅡ “크하하하! 하찮은 벌레들이. 덤벼라!” 나는 몸의 떨림을 즐기며, 눈앞에 겁먹은 중국인에게 외쳤다. 그런 말을 알아 들을 수 없는지 녀석들은 자기들 끼리 말을 하며, 순간 사방으로 갈라지며 도망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옥상이었기에 사방이 막혀 있었다. “로즈 바디(Lose Body)” 나는 도망치는 녀석들에게 빠르게 이동했다. 블링크를 이용했기에 순간 녀석들의 앞으로 나타나며 차례로 다리를 없애 버렸다. 순식간에 소멸해 버린 자신들의 다리를 보며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이럴 수가. 어떻게, 어떻게 쌓아 올린 권력인데. 어떻게!” “이대로 죽을 수는....컥!” 녀석의 눈동자는 절망과 함께 체념의 빛이 돌고 있었다. 마치, 생쥐가 고양이 앞에서 꼼작 하지 못하듯이 녀석들도 체념이라는 빛이 감돌며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병신들....더 발악해봐....더 더, 더더!” 츄악ㅡ 나는 멍청히 눈을 감고 있는 녀석들을 모조리 베어 버렸다. 찍소리 하지 못하고 즉사해버린 녀석들이 눈앞에 널려 있었다. 단, 한명만이 생존해 있었다. “우리나라도 지키지 못하는 데, 한국을 토벌해? 웃기는 군, 천벌이 내린 거야!” 녀석은 실성한 것 같은 표정으로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녀석은 잘려진 다리를 한 번보고는 기어서 옥상의 난간으로 기어갔다. 저벅, 저벅! “다가 오지마라. 다가오지 마! 훠이! 훠이!!” 녀석은 기어가는 와중에도 손을 휘두르며 나를 견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나는 녀석의 행동을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지켜보고는 옥상의 구석으로 내 몰았다. “뛰어 내려라. 뛰어내려!” 나는 나의 말을 알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벼랑 끝으로 밀어내듯 기세를 보내 녀석을 옥상에서 추락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무심한 눈길로 하늘로 날아오르며 남아 있는 건물을 모조리 없애 버렸다. 여기로 온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건만 그 넓고 웅장하던 북경과 고대 건물은 모조리 불살라지며 사라져 버렸다. 그곳은 초토화라는 게 맞을 정도로 처참히 무너졌다. “칫, 재미없어. 돌아가야겠다.” 장난감을 잃은 어린 아이처럼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은 후 그 자리에서 검은 기류에 휩싸이며 사라져 버렸다. 뒤늦게 북경을 사수하기 위해 달려온 중국의 군인들과 기관의 사람들이 왔지만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끓어 넘치는 용암들과 무너져 내린 건물의 파편뿐이었다. 차르륵ㅡ 부서져 버린 건물아래 양쪽 다리가 없는 사람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의지해야할 것은 양팔뿐이었다. 그 사람은 옥상에서 추락한 사람이었다. 몸의 여기저기에 뼈가 부서져 버렸지만 다행히도 폭발에 휩싸이지 않아 목숨은 부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생명도 오래 가지 못했다. “악마, 야차! 악마야. 악마!” 녀석은 그 말을 끝으로 싸늘한 시신이 되어 용암에 휩싸이며 녹아버렸다. 그 사건은 연락망이 통하는 여러 나라에게로 퍼져 나갔다. “중국의 잘못된 행동이 이런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역사외곡을 더불어 여러 가지 악행을 저질러온 중국은 하늘의 천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생존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하늘에서 검은 빛이 내려와 모든 것을 없애 버렸다는 증언뿐입니다. 이런 일은 중국의 악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일을 저지른 사람을 본 사람도, 목격자도 없었기에 그 사건은 미궁으로 빠질 것으로......(중략)” 라는 소리가 전 세계에 퍼졌고 그 누구도 그 범인이 한명의 능력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스팟ㅡ “하하하!” 나는 뻥 뚫린 듯 한 느낌이 드는 가슴을 한 번 두드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가연과 수강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녀석들은 나의 걸음에 맞춰 움찔거리고 있었지만 나는 최대한 웃음을 띠는 모습으로 다가갔다. “다, 다녀왔어?” 두 녀석들은 떨리는 소리로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녀석들을 한 번 보고는 시선을 돌려 항구 쪽을 쳐다봤다. 그리고 하나의 배가 선착장으로 들어오는 것이 눈에 보였다. 뿌우웅ㅡ 배에게 큰 경적소리가 울려 퍼지자 대기 하고 있던 기관의 사람들은 일반인처럼 기운을 갈무리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느릿한 걸음으로 각자 연기를 하듯 여행자 복장으로 넓게 포진 해 있었다. 물론 나는 현신을 풀어 버리고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보이게 했다. 밝은 햇빛에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다만, 속에서 다시 끓어오르는 살심을 최대한 억누르며 수강과 가연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나의 행동에 둘은 흠칫 몸을 떨었지만 아까보다 수그러진 살기에 안심하며 나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보였다. “친하게 굴 때는 언젠고, 지금 와서 두려움에 떠는 건가?” “아, 아니, 우리는 네가 화가 난 것 같아서, 하하. 솔직히 그 눈빛 똑바로 쳐다보고 힘들어서. 하하” 나의 말에 수강은 경색하며 최대한 나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말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을 눈치 체지 못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기에 대번에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녀석의 말처럼 은은하게 나의 눈은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물론, 눈꺼풀을 닿으면 살기가 사라졌기에 평소보다 많이 눈을 깜박 거렸다. “나의 심기를 거스르지 마라. 그러면 살 수 있을 테니, 나도 외인지는 모르지만, 살심을 참을 수가 없다. 지금도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서 손이 떨릴 정도다.” 부르르ㅡ 나는 최대한 살심을 억눌렀음에도 금단현상처럼 손이 벌벌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마약 중독자 처럼 나의 눈은 크게 흔들리며 살기를 피워 내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이동하고 싶었다. 중국이든 일본이든 어디론가 가서 죽이고 싶었다. “저배, 언제 들어오지?” “........” “언제 들어오냐니까. 죽고 싶어?” “미안, 잠깐 딴 생각 하느라고.....” 나는 빨리 저 배가 들어 왔으면 하는 마음에 고개를 옆으로 돌려 말했지만 녀석들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나는 살기를 내비치며 말하자 그제야 녀석들은 급히 정신을 차리며 용서를 구하며 말했다. “곧 올 거야. 조금만 기다리면, 저 배에는 대부분 중국의 녀석들이 타고 있으니까. 조심하지 않으면 우리가 당할.....? 어디가! 조제현!” “그래? 중국인만 타고 있다고? 흐흐.” 나는 수강의 말에 몸을 일으키며 기운을 개방했다. 순간 검은 기류들이 들끓으며 사방으로 뻗혀 나갔다. 갑작스런 강대한 기운에 한국의 기관 사람들과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긴장하며 기운의 진원지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 * * “저 녀석은, 그 유명한 D급의 몬스터 헌터? 저런 기운을 내뿜다니. 역시 허언....? 뭐야, 미친 거 아니야?” “저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들키겠어.” 부산항의 직원으로 위장하고 있던 두 사람은 느릿한 걸음으로 바다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TV에서 대대적으로 방송을 보내던 유명한 D급의 몬스터 헌터였다. 그리고 그 기운에 감탄 성을 터뜨리며 앞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그 몬스터 헌터의 돌발적인 행동에 눈이 크게 뜨였다. “저, 저, 미친, 혼자서 배로 이동하다니. 그것도 중국 녀석들이 잔득 모여 있는 곳으로.” 두 남자는 경악하고 말았다. 혼자서 그것도 중국인들이 상황을 알아채고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며 배가 선착장으로 도착 할 때까지 준비하는 모습이 보이는 곳을 혼자서 가고 있었다. 치익ㅡ -돌발 상황이다. 예상 밖의 일이야. 저 녀석 데리고 온 놈이 누구야! -모른다. 중국 놈들이 알아 차렸다. 우선 철수하는 것이 좋겠다. 선착장의 입구에 서있던 사람은 잘못된 상황에 무전기로 동료들에게 알리며 소리치고 있었다. 이미 엎질러 진 물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철수를 요청하고 있었지만 입구를 사수하던 남자는 그것을 거부하며 실행을 촉구하고 있었다. -그럴 수는 없어, 지금 녀석들을 여기에서 처리 하지 않으면 우리가 위험하다. 들어내고 싸우는 수밖에 각자, 기운을 끌어 올려 도착하는 대로 기술을 사용한다. 하지만 남자의 말은 듣고 답을 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다만, 배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개중에 여자능력자들은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고 있었고 비위가 상하는 자들은 토악질을 하며 헐떡대고 있었다. 그만큼 잔인한 광경이었으며,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단신으로 모든 적을 섬멸, 말살한 것이다. 하지만 배도 성치 못하는 것인지 여기저기에 파손되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런, 저게 가능할 리가. 혼자서 그 많은 적을 처리하다니.“ 부르르ㅡ 선착장을 지키던 자는 몸을 부르르 떨며 전율하고 있었다. 그만큼 배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경이로웠다. 하지만 주위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자들은 구토를 하며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우욱ㅡ욱ㅡ 웨에엑ㅡ “잔인....우욱ㅡ켁, 켁!” 밖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자들은 대부분 비위가 약한지 토를 하며 주저앉아 버렸다. 마치 술을 한계 이상 마신 사람처럼 끝도 없이 토를 하며 사래가 들린 듯이 기침을 하고 있었다. “악마, 악마다! 저건 악마야. 인간이 아니야.” 어떤 이는 악마라고 칭하는 이가 있었다. 그만큼 손속이 잔인했고 사람을 죽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자신의 몸에 칼이 들어와도 물러섬이 없었고 전진만 하고 있었다. 모든 이의 머릿속에는 공통적인 생각이 있었다. 적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적이었다면 생존하지 못하리라. 라는 생각이 저들의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제현아, 어째서, 그런 짓을.....” 주르륵ㅡ 가연의 눈에서는 제현이 불쌍하게 보였다. 참을 수 없는 살심을 억제 하지 못하고 도륙하는 것으로 비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제현을 대신해서 울고 있었다. 사람을 죽이고도 고통스러워하지 못하는 이를 대신해서 울어주고 있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플라이(fly)” 나는 가연과 수강의 곁에서 벋어나 조금씩 배가 떠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주위에서 들리는 여러 잡음이 나의 귀속을 파고들었지만, 생각만은 그 생각에 묻히지 않았다. 휘이잉ㅡ 강한 강풍이 나의 몸을 치고 지나갔다. 그럴수록 나의 몸은 전율 같은 떨림이 전해져 왔고 나의 눈동자는 더욱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배 갑판 위에서 검과 여러 가지 무기들을 고쳐 쥐고 있는 중국의 능력자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슈아아악ㅡ 하늘로 수십의 검기와 암기, 도기 등 여러 가지 기운들이 한곳으로 집중적으로 날아 오고 있었다. 나는 그런 잡스런 기술을 보며 미소를 살짝 지었다. 씨익ㅡ “사라져라.” 나의 단 한마디에 하늘을 가득 메웠던 기운들이 일순간에 장벽에 가로막히며 사라져 갔다. 그런 모습에 나의 뒤쪽에 있는 한국 사람들과 앞에 있는 중국 사람들은 멍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탁ㅡ “죽인다! 죽인다!!!” 나는 갑판위에 발을 착지 시키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죽인 다라는 말을 세상이 울릴 정도로 크게 말하자 가까운 곳에 있던 자들은 나의 말소리에 귀 쪽에서 피가 배어나오며 신음을 토하고 있었다. 챙ㅡ “네놈은 누구 길래, 불사교의 행사를 방해 하는 것이냐!” 스윽ㅡ “가서 물어 봐라. 크큭” 긴 장검을 뽑아든 중국인 하나가 유창한 한국어로 외치고 있었다. 나는 그 물음에 화답하든 손가락을 바다 쪽으로 향하며 외쳤다. 한마디로 지하에 가서, 죽은 뒤에 물어봐라는 소리였다. “대천성검법(大天星劍法)!” “하찮은 잡기 따위로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은가? 벌레여?” 녀석은 검을 뽑아듬과 동시에 우유 빛 검기를 주입하고 있었다. 그 조그마한 가닥들이 엉겨 붙으며 유형의 검기로 만들자, 그것은 강력한 기운을 발산하며 뱀처럼 나에게 똬리를 틀듯 달려들고 있었다. 또한 녀석은 제갈세가의 무공만 익힌 것인지 천기신행(天機神行)의 보법으로 이리저리 이동하며 나의 움직임을 방해 하려하고 있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또한 뒤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불사교 녀석들은 합공을 하듯 각자의 절기를 내뿜으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녀석들의 경지는 최소한이 화경인지 검기 이상의 기술만 써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눈에는 하찮게 보일 뿐이었다. 캉ㅡ 캉ㅡ캉캉! 나의 팔방을 점한 녀석들은 한꺼번에 나에게 검을 휘둘렀지만 나는 단 한 점에 블러드 네일을 같다 대는 것으로 모든 공격을 무산 시켰다. 그러자 녀석들은 보법으로 뒤로 살짝 물러서며 암기들을 날려 대고 있었다. “소용 없는 짓이다. 벌레들아.” 슈우우욱ㅡ 하늘을 가득 메운 암기들이 나의 급소들을 파고들었지만 마탄과 더불어 바람의 마법을 사용함으로써 모든 암기들을 튕겨 내거나 되돌려 버렸다. “크으으윽ㅡ” 모든 암기가 튕겨져 나가며 자신들에게 돌아가자 녀석들은 당황하며 호신강기를 끌어 올렸지만 녀석들은 간과 한것이 있었다. 방어 기술 전문 파훼암기로 던진 것이 큰 화근이었다. 이미 그런 것에 익숙해 져 있는 나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지만 녀석들은 다른 상황이었다. 던질 줄만 알았지 막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바닥에 쓰러져 꿈틀 대는 녀석에게 다가가 손톱을 세우며 난도질을 해 댔다. 슈각! 슈슈각!! 나의 손놀림에 피가 사방으로 튀며 어두운 포스를 풍겨 대고 있었다. 나의 몸에서는 희열을 느끼듯 부르르 떨려오는 것이 심해 졌고 나의 흥분 수치는 더욱 상승했다. “건곤연환탈백도(乾坤連環奪魄刀)!” 촤르르륵ㅡ 정신없이 난도질을 할때 거대한 도가 공기를 가르며 나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나는 난도질 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그 도를 고스란히 등 쪽에 내어 주고 말았다. 촤악ㅡ 차가운 도가 나의 등판을 베고 지나가자 뜨거운 혈액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 내렸다. 하지만 나의 난도질은 그칠 줄 모르고 있었다. 촤악ㅡ촥! 몇 번의 도가 나의 등판을 지나갔으며 상처가 났는지 몰랐다. 하지만 점점 도가 지나쳐 가는 난도질에 지루해진 나는 고개를 살짝 돌리며 나의 등판에 도를 휘두른 녀석을 쳐다봤다. “다.....했냐? 벌레?” 나의 눈동자에서 싸늘한 빛이 녀석에게 쏘아지며 손으로 녀석의 도를 움켜쥐었다. 손바닥에서는 뜨거운 액체가 도를 타고 흘러 내렸지만 표정 한번 변하지 않고 녀석의 복부에 손톱을 쑤셔 넣었다. 그러자 녀석은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바닥으로 쓰러져 가고 있었다. “크크큭ㅡ 얼마든지 베어 봐라.” 우우우웅ㅡ 그 말을 끝으로 나의 몸에서 검은 물결이 뿜어져 나오며 몸은 치유가 되었다. 그리고 등 뒤에서는 망토가 한 자락 생겨나며 바람에 따라 펄럭이고 있었다. 온몸을 망토로 휘감은 나는 다가오는 녀석의 다리를 가차 없이 잘라 버렸다. “또 다른 무공은 없어? 벌레들의 무공 말이야!” 나는 어린 아이처럼 천진한 웃음을 띠며 말했지만 녀석들은 악마의 웃음으로 보일 뿐이었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지 오래였다. 가장 강하다던 두 사람이 연달아 당해버리자 공격할 의지가 사라졌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들뿐이었다. “돌, 돌아 가고 싶어! 이 지옥에서!” “중국으로 돌, 컥!?” 화르륵, 치이익ㅡ 풍덩ㅡ 나는 바닥을 기며 도망 다니는 녀석의 등판을 불로 지져 버리는 고는 바다로 던져 버렸다. 그러자 녀석은 허우적댔지만 홀드 퍼슨으로 제압당하고 서야 바다 속 깊은 곳으로 가라 앉아 버렸다. “섬전수(閃電手)!” 한 녀석이 나에게 달려들며 번개 같은 빠르기로 주먹을 휘둘렀지만 나의 주먹과 부딪힘과 동시에 녀석의 손이 말라비틀어지고 있었다. “크크큭, 뱀파이어릭 터치(Vampireric Touch)다.” 순간 앙상하게 뼈만 남아 버린 녀석은 대경실색을 하며 절망에 도가니 속으로 빠져 버렸다. 이것이 꿈이라고 중얼거리며 멍한 눈으로 갑판에 쓰러진 녀석들이 이 녀석을 제외하고도 수없이 많았다. 나는 그런 녀석들에게 다가가며 하나씩 차례대로 머리를 터뜨려 버렸다. 부와아아앙ㅡ 어느새 배는 선착장에 도착해 버렸다. 배위에 서 있는 자라고는 나하나 뿐이었다. 대부분 머리가 사라져 있었고 몸뚱이만 남아 있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내부 장기가 난도질당한 시체도 상당했다는 것이었다. 스르륵ㅡ 나는 세찬 바다의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며 피의 냄새를 맡던 중 나에게 기습 적인 손놀림이 등 뒤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알아차리고 블러드 네일을 생성시키는 와중에 복부로 꽂아 버렸다. 그 동작은 체 3초도 되지 않는 완벽한 공격이었다. 분명 상대는 중상 이상의 상처를 입을 것이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푸욱ㅡ!! “!!!!” 부드러운 감촉이 나의 손으로 전해졌다. 점차 뜨거운 액체가 나의 손으로 흘러 들어오며 나의 팔꿈치 까지 흐른 뒤에야 나는 뒤늦게 손을 뺐다. 나의 눈앞의 사람은 약간 식 비틀 거리며 주저앉아 버렸다. 뱃속에 나의 기운이 잔 득 들어갔기 때문에 다리가 풀린 듯 했다. 저절로 굽혀진 다리와 더불어 녀석은 멍한 눈길로 자신의 배를 한 번보고는 흐릿한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제, 제현아......도대체 왜?!” “!!!!!” 나는 나에게 당한 녀석이 가연이라는 것을 알고 눈이 크게 뜨였다. 비록 악연으로 만났다고 하지만 유일한 친구 중 하나였기에 나의 눈동자는 세차게 흔들렸다. 가연이었다면 이런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르르륵ㅡ 입과 배에서는 붉은 선홍색의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뒤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고 수강은 급히 가연에게 다가와 지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화가 났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는 경계하는 눈빛을 띠었다. “미, 미안하다.” 나는 당황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녀석에게 심하게 대했다는 것을 생각하고 블러드 네일로 복부까지 꿰뚫어 버렸으니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이 순간만큼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많던 마법도, 기술도 생각나지 않았다. “병원, 병원으로 옮겨!” 멀리서 들리는 소리가 나의 귀까지 들리고 있었다. 마치 그 순간만큼은 슬로우 모션처럼 모든 것이 느리게 보였다. 파도 소리와 가연의 몸에서 나오는 피도 느릿하게 보였다. “제.....현....아, 괜, 괜찮아....” “말하지마, 이 바보야!” 가연의 입이 느릿하게 열리고 있었다. 가연의 눈가에는 무수히 많은 물기가 있었고 복부에서는 말과 함께 더욱 많은 피가 세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는 수강이 말을 하지 말 것을 요구 했지만 가연은 끝끝내 모든 말을 하고서야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이 바보야, 너는 마법사잖아. 치유마법을 어서!” 가연의 곁에서 수강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허망한 눈으로 바다와 함께 가판의 수많은 시체를 보고는 시선을 돌려 버렸다. 그러자 나의 멱살을 잡은 수강이 나를 끌어 내렸다. 가연의 곁으로..... “이 바보가, 치유 마법을 써 라고! 내말 안 들려?!” 꽈악ㅡ! 나의 멱살을 꽉 쥐고는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또한 놀라운 사실은 녀석이 그런 행동을 하는데도 전혀 살심이 일어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나는 녀석의 집요한 요구에 조금씩 머리의 감각이 돌아오는 듯했다. 스르륵ㅡ “그레이트 힐(Great Heal)” 솨아아ㅡ 나의 손에서 검은 기류가 뿜어져 나가며 가연의 몸을 감싸 안았다. 곧 검은 빛은 사그라졌고 가연의 모습이 드러났다. 주르륵ㅡ 나의 치유 마법에도 가연의 몸에서는 연신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체 된다면 과다 출혈로 죽을 판이었다. 나는 그 뒤로 연거푸 치유 마법을 사용했지만 헛고생만 하고 있었다. “불가능이다. 나의 기운이 강했던 터라 치유가 불가능 인 것....!” 퍽ㅡ “씨발, 네가 찔렀으니 네가 고쳐! 네놈을 좋아 했던 가연이, 가연이가....” 수강의 주먹이 나의 안면에 강타했다. 전혀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주먹이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아릿했다. “디텍트 매직(Detect Magic)” 나는 우선 가연의 몸에서 일어나는 마나의 유동을 보기 위해 몸에 스캔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가연의 몸에서 마나의 유동되는 과정이 나의 눈앞에 그려졌다. 순간 나는 당황했다. 나의 마나가 가연의 상처부위를 감싸며 지혈을 방해하는 것이 보였다. 나의 마나는 마기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더욱 심각해 보였다. “미안 하지만, 치유 불능이다. 나의 마나, 너희 말로 사이킥 에너지가 가연의 온몸에 퍼저 치유를 방해하고 있다. 상성이 맞는 나의 마나도 거부 하고 있으니, 치유 하는 방법이 없다. 있다면, 가연이 나의 마나와 같은 성질을 가지는 것뿐....” 나는 나의 말을 듣고 머리에 충격적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의 말이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연의 능력을 흡수하고 나의 능력을 부여 하면 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고 곧 실행에 옮기기 위해 가연의 프로필을 소환했다. ‘처음으로 현실에서 하는 것이라 잘 될지는 모르지만......’ 나는 속으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프로필 뷰를 사용했다. [프로필] 이름 : 이가연 전투력 : 10000(일만) 스킬 : 초능력 편- 페이드 스텝, 염동 트윈건너, 본 스매쉬, 파이어 인첸트, 텔레파시 나의 앞에 검은 마나로 이루어진 글들이 보이고 있었다. 차가운 느낌의 글들이 하나하나 나의 눈에 들어왔고 그 프로필에 대고 나는 외쳤다. “능력흡수!” 곧 가연의 몸에서 붉은 기운들이 모두 빠져 나와 나의 몸에 흡수 되어 온 몸으로 퍼져 나갔다. 뜨거운 기운이 나의 온몸에 퍼져 나갔고 곧 머리를 자극하며 정신을 맑게 했다. 그리고 나는 마족의 기술 중 하나를 가연에게 넣어 주었다. “능력부여, 가연, 5서클 흑마법.” 나는 예전에 흡수했던 마족에게서 얻은 5서클의 마법을 부여했다. 솔직히 9서클이 있었기 때문에 필요 없는 스킬이었다. 물론 가연에게는 불안정한 능력이 될지도 몰랐지만 치유를 하기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었다. 사르르륵ㅡ 나의 기운의 일부분이 쪼개지며 가연의 몸에 흡수되어 심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나와 같은 속성의 마나가 가연의 온몸을 헤집고 다니며 다친 부위를 빠르게 치유하고 있었다. 흑마법의 영향 때문인지 가연의 피부가 약간 창백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리커버리(Ricovery)” 나는 가연의 복부 쪽에 손을 가져다 대며 강력한 회복마법을 사용했다. 일순간에 가연의 몸으로 흘러 들어간 기운이 모든 상처를 회복 시켰으며 가연의 정신을 일깨웠다. 순간 가연이 눈을 뜨자 차가운 어둠의 기운이 그녀의 눈에서 폭사하듯 쏟아져 나왔다. “어떻게, 된 일이지?” 가연은 믿지 못하고 있었다.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던지 자신의 배와 함께 얼굴을 매만지며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나는 곧 몸을 일으켜 세우며 몸을 틀어 버렸다. “다음부터는 나의 앞에 서지마라. 또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 나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살기에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 살기를 가연과 수강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마워, 치료해줘서.” “아까는 미안했다. 심한 말을 한 것 같아서....” 수강과 가연의 목소리가 나에게 들려왔지만 나는 배에서 내리며 별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닫혀 있던 마음 한구석이 열리는 느낌이 들며, 뜨거운 느낌이 온 몸을 녹이는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나의 마음의 일부였기 때문에 완전한 나의 마음을 열지 못했다. 차가운 빙산의 일각을 녹인 것 일뿐, 차가운 나의 마음은 아직도 큰 불꽃을 원하고 있었다. 좀 더 뜨겁고 지옥의 홍염과 같은 그 강대한 기운을 원했다. 탁ㅡ 나는 터덜터덜 걸어가며 바닥에 널려 있는 작은 돌멩이를 주워들었다. 잠시 그것을 유심히 본 후 중얼 거리듯 외쳤다. “파이어 인첸트!” 화르륵ㅡ 가연의 손에서 펼쳐질 때보다 더욱 더 강대한 기운이 발산되며 검붉은 기운이 요동치듯 일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바다를 향해 힘껏 던져 버렸다. 파파팍ㅡ펑!! 힘껏 던진 곳에서 불꽃의 회오리가 치며 바다에 거대한 수증기와 함께 큰 폭발음을 내며 바닷물을 하늘 높은 곳으로 튕겨 올렸다. 그 물은 아주 뜨거웠고 바닥에 닿자 염산에 다인 것 처럼 땅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크하하하! 현실도 게임이었나? 그런가?” 나는 도리어 깨달아 버렸다. 가연에게 했던 행동을 모두 생각하고 치유하면서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깨달음 같은 것으로 직결 되었다는 것을, 인생은 게임의 스토리였으며, 누군가의 부탁은 퀘스트 였고, 행동은 스킬에 영향을 받았으며, 노력은 능력의 향상이었다. 그리고......죽음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제현아! 같이 가!” 멀리서 가연과 수강이 열심히 뛰어 오는 것이 보였다. 어둠의 기운을 받고도 가연의 모습이 더욱 뜨거워 보이는 것은 나의 착각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나의 빙산을 조금이나마 녹여 주었던 존재라고 인식하자 나는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수강과 가연,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은 나의 안식처 같은 곳이었다. 게임에서는 초보 마을 같은 존재였다. 고렙이 되어 약간의 향수를 느끼는 곳, 언제고 다시 시작 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는 곳. 그렇게 나는 녀석들과 같이 별장으로 돌아갔다. 그 뒤, 세간에는 알려 지지 않았지만, 대량 학살 사건이 몬스터 헌터와 각 도시에 자리 잡고 있는 기관에 퍼지며 나를 경계하는 자들이 생겨났다는 것을 빼고는 좋은 하루였다고 자부 할 수 있었다. ============================================================== [프로필] 이름 : 조제현 나이 : 17 직업 : 고등학생, 몬스터 헌터 종족 : 마인 칭호 : 드래곤 슬레이어 전투력 : 300000(30만) 스킬 : 흡수 편 - 능력흡수, 프로필 뷰, 능력부여, 능력회수 마법 편 - 흑마법(9서클), 호흡법 마족 편 - 마언, 계약, 블러드 네일, 현신, 마안, 마탄 드래곤 편 - 드래곤 피어, 용언, 브레스, 유희 정령 편 - 어둠의 정령(어둠의 정령과 계약을 함으로써 모든 정령은 소환 불능) 초능력 편 - 페이드 스텝, 염동 트윈건너, 본 스매쉬, 파이어 인첸트, 텔레파시 브레스(화염, 산성, 염소가스, 라이트닝, 냉기, 레이저)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교주님, 저희전력이 상당부분 소실되었습니다. 아무리 미끼였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이용 할 수는 없었습니다.” 솨아아앙ㅡ! 비행기 소리에 상대방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곳이었지만, 그 두 사람은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앞서 가는 세 사람과 그 뒤를 따르는 중국인들이 상당히 많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 이었다. 그 정도 피해를 감수 하지 않으면 한국에 입국 할 수가 없어!” “제너스의 말이 맞다. 그 정도 피해를 감수 하지 않으면, 우리들은 이곳에 발도 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서양인 둘이서 그런 말을 하고 있으니 그 옆에 서 있는 중국인중 최고의 권력을 가진 마우는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크으으ㅡ 개자식들, 자신의 민족이 아니라고 그런 말을 하다니’ 마우는 속으로 엄청 두 사람을 비난하고 있었다. 수십 년간 이런 교주를 보좌하고 있었기에 익숙해 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의 동포를 희생하는 교주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우, 우리가 점령한 한국 쪽 지부는 어느 쪽이지?” “그게......점령한 곳이 없습니다. 다만, 사천지역에 전진 기지 하나뿐이라는 소리만.” 그 세 명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모두 사무적인 이야기였다. 그렇게 그들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차를 타고 공항을 벗어나 사천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불사교의 전진기지라는 곳으로..... 이미, 수많은 초능력자들이 자국으로 돌아갔지만 남아 있는 무리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 무리들은 중국의 불사교와 일본의 무사집단인 아쿠메츠(악멸)가 있었다. 그들은 고국으로 돌아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어딘가에 잠복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어딘 가에서 나타날 보옥을 탈환하여 자신의 고국으로 회수할 것을 명령 받았기 때문이다. 이제 약 한달 하고도 며칠이 남은 지금 그들의 신경은 날카롭게 서 있었다. “여기입니다. 교주님!” 수많은 검은 차량들이 사천지역을 지나, 사천의 변두리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많은 시선을 끌었지만 이미 상당수의 능력자들이 부산 쪽으로 빠졌기에 자신들을 방해하며 추격하는 자들은 없었다. “의외로 좋은 곳이군.” 교주의 말대로 의외로 좋은 건물이었다. 중국인이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이었다. 그만큼 오랫동안 준비했다는 증거였던지 많은 사람들이 이 건물 안에 대기 하고 있었다. 속으로 들어가면 또 다시 한 번 더 놀라게 했다. 지상위로 뻗은 건물은 회사가 사용하고 있었고 지하로 내려진 건물은 불사교원들이 사용하는 곳이었다. 대략 지하 3층 정도였기에 크기도 적당했다. 이정도면 많은 수의 정예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교주님을 뵙습니다.” 처처척ㅡ 지하를 한창 내려가니 수련하는 공간이 보이고 있었다. 각자, 헤드셋 같은 것을 착용하고 가상적인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인지 정신없어 보였다. 그것을 담당하던 자는 여러 명의 간부들의 등장으로 맨 앞의 사람이 교주인 것을 단번에 알고는 급히 인사를 올렸다. “됐다. 물러가라.” “예!” 단 한마디로 만사 오케이였다. 교주의 말은 법이었고 힘이었다. 아직 교주의 무위를 보지 못했지만 교주가 될 만큼 강하다는 소리였다. 힘으로만 서열이 정해지는 불사교 였기에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마유가, 불사교 서열 3위 마우님을 뵙습니다.” “천유가, 불사교 서열 3위 마우님을 뵙습니다.” 이미, 자신의 상관을 잃은 마유와 천유는 중국인중 가장 서열이 높다는 마우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뻔히 교주와 서열 2위인 제너스이 있었지만 그들은 오직 마우에게만 인사를 하고 한걸음 물러섰다. “뭐냐, 너희들, 왜 나와 교주에게는 인사를 안 하는 것이지? 상당히 기분 나쁘군, 죽여도 될까요?” 제너스라고 불린 녀석은 교주에게 살짝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손에서 일렁이는 불꽃을 쓰다듬으며 앞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이미, 수련을 마친 중국인들이 마유와 천유의 옆에 서며 각자의 힘을 개방하고 있었다. “크하하하, 중국 새끼들이. 감히! 반란이라도 일으켜 볼 테냐?” “그만해라. 제너스, 그런데, 상당히 어리석군. 나를 앞에 두고 힘을 개방하다니.” 솨아아악ㅡ 제너스라는 자가 웃으며 불꽃을 더욱 크게 만들며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미, 불꽃을 녀석들의 뒤쪽에도 생성시키며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제너스를 교주가 제지 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몸속에 잠들어 있던 기운을 끌어 올리며 모든 사람에게 마구 뿌려댔다. 새하얀 빛, 성스럽다는 빛에서 칠흑보다도 깊은 어둠이 느껴졌다. 약간 언밸런스한 색깔의 기운이 자신들을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게 하자 어탈해지며 모두 체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그만 하십시오. 교주님, 몰라서 그러는 것뿐이니, 부디 자비를.....” “그만하지. 하지만 다음에 또 그런 행동을 취하면 모두 죽음뿐이라는 것을 명심해라.” 교주는 기운을 갈무리 하며 자신에게 마련된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기괴하게 비틀리며 웃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은 찡그리고 있다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고 있었다. 앞으로 일어날, 보옥을 차지하게 될 전쟁은 일본의 아쿠메츠와 중국의 불사교와의 충돌로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있을 일이지만, 그들은 전쟁을 하기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 * * 슈각!! “대장, 중국의 불사교들이 한국의 사천지역으로 들어왔다는 정보입니다.” 척ㅡ “수고했다. 카메르” 그들은 대략 300명 정도의 인원으로 한국의 한 지부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검을 착용하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단일색의 무복을 입고 있었으며, 단일한 무늬의 얇은 도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들의 도에는 핏방울이 맺히며,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한국의 시민들이 이동하는 소리가 울리는 중심가에 위치한 이 지부를 장악한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던지 그들은 약간의 여독을 풀며 한가로이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기관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죽인 후였기에 한가로웠다. 삑, 삑, 삑! “쿨럭ㅡ 병신들! 이 문자 메시지를 보는 즉시 한국의 모든 초능력자들이 달려 올 것이다. 하하하” “비검(匕劍) 타락하는 천사!” 대장이라고 불리는 자가 멀리서 빛나는 검을 뽑아 들고 휘둘렀다. 그러자 검풍이 뿜어져 나가며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던 한국인의 머리가 사정없이 잘려나가며 기관의 벽면을 갈라버렸다. “네놈들, 조센징들은 언제나 자신의 동료가 올 것을 믿고 있지. 크큭, 와도 별수 있나. 다 같은 조센징인 것을.....얼마든지 와라. 죽여 줄 테니!” 그들은 한바탕 소란을 떨고는 일반인 복장을 입고 수많은 사람들 속으로 흩어져 각자 정보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 * * * 한편, 중국의 도시 북경에서는 한창 구조작업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생존자는 제로, 어떤 사람도 살아 있지 않았다. 중국의 사람들은 세상의 종말이라며 떠들어 젖히고 있었으며, 중국 정부를 비난 하는 무리들도 속속들이 나타났다. 쾅ㅡ! “도대체 그놈의 기관에서는 이지경이 될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소! 본 정부가 괜히 돈이 남아돌아 자금 적 지원을 하고 있는 줄 아시오? 일반인들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하라고 돈을 주는 것인데 고작 단하는 처리 못해서, 그 지경이 되다니.”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조만간에 불사교도 처리해야 하고, 테러리스트도 꼭 섬멸시키겠습니다. 꼭 찾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각자의 길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들은 공통된 마음속은 분노뿐이었다. 한쪽에서는 능력자들을 비난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테러리스트와 불사교에 대한 분노였다. “용병을 불러 와라.” “네!” 이제 북경의 지부와 자신들의 상관을 잃은 사람들은 새로운 지부장을 뽑고 운영하고 있었다. 잠시후 예쁜 여자 하나가 들어왔고 명령을 내렸던 사람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너도 이제는 밥값을 해야지. 한국으로 건너가 불사교의 교주와 그 옆을 보좌하는 둘은 제거 하는 것이 너의 목표다. 충분히 성공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드네임 프로얀! 지금 당장, 한국으로 떠나라.” “그러죠. 하지만 이번 한 번의 의뢰로 저는 중국의 기관을 떠나겠습니다.” “알겠으니 지금 당장 떠나라.” 그들은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고는 각자의 길로 떠났다. 프로얀이라고 불린 그 여자는 몸에서 용솟음치는 전율을 맛보며 공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변해 있었다. 꼬마 아이로, 기괴하게도 몸이 뒤틀리며 형체도 작아져 완전히 꼬마라고 할 수 있었지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도는 여전했다. “기다려라. 제너스, 드디어 때가 되었다. 복수의 시작이.” 프로얀은 짐을 맡기고 가벼운 몸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주위에서 귀엽다는 표정으로 모두 보고 있었기에 생긋 웃는 천진한 표정으로 주위의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센스 까지 있었다. 하지만 속에서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중국인 몰살 사건을 계기로 나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약간이나마 살심을 억제 할 수 있었으며, 더욱 능력을 효율적으로 사용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어떻게 제어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게임에서 패시브 스킬처럼 자동적인 살기였다. 그리고 또, 바뀐 것이 있었다. 나의 살기에 많이 익숙해진 수강과 가연은 예전처럼 나에게 살갑게 대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연이 나에게 마법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순간에 불의 초능력을 잃은 가연은 대신해서 흑마법을 배우고 있었다. “마법은 이미지 하는 것이다. 손에 물건이 올려져 있다고 상상하면서 그곳에 사이킥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것이다. 그 이미지만 제대로 한다면 마법은 충분히 쉽게 사용 할 수 있어.” 나는 가연에게 불가능한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주문을 외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로써, 즉 상상으로써 마법을 발현시키려하고 있었다. 나 역시 최근에서야 이런 이미지로 마법을 발현하고 있었기에 얼마나 고난위도 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어려운걸......너는 그렇게 쉽게 사용하는데, 나는 왜 안 돼....” “오늘은 이정도 하고, 명상이나 해. 명상도 이미지를 그려 내는데 도움이 되니까.” 나는 불평을 하고 있는 가연의 말을 무시하고 다음 수업으로 들어갔다. 이미 숙달됐다는 듯이 편안하게 눈을 감고 명상에 들어갔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는 물건을 집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파삭ㅡ “또 실패 인가? 힘 조절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나는 컵이 부서지는 걸을 보고 허망한 눈길로 컵의 파편을 한번 보고는 마법으로 띄워 컵을 복원시켰다. 이미, 이런 일이 많이 있었던지 아주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중국인 사건 이후 손놀림 하나에도 조심했다. 간단한 손짓이나 발짓에도 상대는 부서졌다. 뼈, 살 할 것 없이 파괴되었기에 나는 손짓도 발짓도 모두 마법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그렇게 대략 일주일간을 이 수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수련이 실패로 돌아갔다. “후웁ㅡ” 스르륵ㅡ 나는 쉼 호흡을 한번 하고는 손에 들어가 있는 힘을 최대한 조절하며 천천히, 그것도 아주 조심스럽게 컵을 향해 내뻗었다. 아주 느린 속도로 나아간 손은 조심스럽게 컵을 집어 들고는 나의 머리 위까지 들어 올리고 난 뒤에야 바닥으로 내려놓을 수 있었다. “대략, 10번 중 1번이 성공인가?” 나는 열 번 정도를 더 하고 나서야 성공하고 말았다. 이정도로 자신의 힘 조절이 이렇게 힘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계속해서 수련에 열중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집중을 하지 않는 다면, 또 다시 살기가 나의 제어 권에서 벗어나 날 뛸 수가 있었기에 나는 언제나 바쁘게 생활했다. “이제, 살기 제어 수련인가?” 스스스ㅡ 나의 시작은 새벽 6시부터 시작된다. 간단한 명상을 시작으로 가연을 가르치고, 힘 조절, 살기 조절, 마법시현을 마치고, 가연에게서 얻은 초능력에 대한 적응력을 길렀으며, 밤 12시경부터는 명상을 했고 지침시간은 3시부터 6시 까지였다. 일주일간 이런 별짓을 다해도 몸은 지칠 줄을 몰랐다. “하앗!” 스스스ㅡ 화분을 향해 살기를 내뿜었다가 거두어들이는 중이었다. 약간의 컨트롤이 부족하다면 꽃은 순간 말라 죽을 것이었다. 모든 살기가 꽃의 주위를 감싸며 유형의 살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살기는 꽃을 상하게 하지 않았고 주위의 잔디 몇 개를 누렇게 뜨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거두어 들였다. 짝짝ㅡ “제현군, 이제 많이 좋아 졌군요. 이제 쉬엄쉬엄 해도 되겠어요.” “저는 괜찮습니다. 아직 할 수련이 많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나온 아주머니가 인자한 웃음을 띠며 나에게 다가 오며, 따뜻한 기운으로 나의 이마에서 흘러 내려오는 땀을 없애 주셨다. 나는 그런 기운을 음미 하며, 나직한 어조로 다음 수련에 들어갔다. 화르륵ㅡ “아니죠. 그게, 무조건 힘을 강하게 한다고 강하다는 게 아니랍니다. 크기는 작아도 얼마든지 강할 수 있고, 날카롭지 않아도 충분히 강하답니다. 그냥 흘러가는 데로, 내버려 두세요. 불은 잡을 수 있다고 해서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나는 불꽃을 강제하며 나의 의지로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아주머니는 한 번 웃고는 나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아주머니의 말이 약간 못 미더웠지만 사이킥 에너지에 관해서는 잘 알고 있었기에 한번 믿어 보기로 했다. 출렁ㅡ화아악ㅡ 나는 몸에서 흘러나오는 어둠의 마나를 촉매로 불의 초능력을 사용했다. 그러자 불꽃은 출렁이며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자유를 찾은 듯이 흔들리며, 나에게 따스한 기운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정신없이 불꽃을 보며, 그 기운을 음미했다. “고맙....?” 두리번ㅡ 나는 더욱 강하고 컨트롤이 잘되는 것을 알고 아주머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바닥에는 한쪽의 종이가 놓여 있었다. 집중하고 있어서 먼저 들어갑니다. 몸조리 잘하세요. 약간의 수련은 약이 되지만 고된 수련은 자신을 망치는 것을 명심하세요. 그리고 살기도 억제만 하려 하지 말고 흘러가는 것을 느껴 보세요. 살기란 적을 해치겠다는 기운이지만, 그것은 도리어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이라는 것을 명심하세요. 나는 그것을 찬찬히 읽어 보고는 하늘을 올려 봤다. 이미, 날은 어두워 져서 모두 집안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나는 하늘에 떠있는 별과 달을 보며, 어색한 웃음을 띠고는 집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스스스ㅡ 흠칫?! “누구냐!” 나는 나의 등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약간 흥분을 하며, 몸을 돌렸다. 밤도 낯처럼 볼 수 있었기에 밤에 나의 앞에서 은신을 하고 있는 짓은 바보나 하는 짓이었다. “거기 있구나. 살고 싶지 않는 가보군. 감히 나의 등 뒤에서 살기를 내비치다니.” 터벅, 터벅! 나는 성큼 성큼 집의 외각 쪽 담벼락으로 이동했다. 엄청난 근력으로 바닥을 튕겼기에 이미 잔디는 형체를 알아보지 못하게 패여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하늘로 높이 솟아올라 집 밖의 담벼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샤샤샥ㅡ 나의 행동에 급히 자리를 뜨는 녀석들이 보였다. 두 명의 사람이 복면을 하고 움직이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그들은 한 자루의 검을 착용하고 있었다. 검에서는 멸(滅)이라는 한자가 적혀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빨랐고 은밀했다. “페이드 스텝!” 나는 가연에게 얻어온 페이드 스텝을 이용해 적의 거리를 줄이며 따라 붙었다. 하지만 그 순간 폭탄 같은 것이 터졌다. 펑! 뭉게뭉게ㅡ 폭탄 같은 것에서 퍼져 나온 분말이 나의 시야를 가리며 적은 도망 가버렸다. 순간 기운과 기척이 모두 사라져버렸고 더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할듯했다. 디텍트 매직(Detect Magic)으로 추적은 할 수 있었지만, 요즘 들어 사천지역에 출몰하는 무리들이 상당히 많았기에 추적은 불가능했다. 모두 죽이면 될 것이 아닌가? 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지금으로는 불가능했다. 지금 살인을 저지른 다면 나 자신도 컨트롤 하지 못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할 수도 있기에 요즘 들어서는 살인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모든 생각 자체를 억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렇게 적을 놓치고 느릿한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물론 하늘에 떠이는 별을 관찰하면서, 요즘 몇 개의 별들이 이곳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관찰되었기에 밤이 되면 별을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약간의 시간이 있을 때 마다. 스스스ㅡ “크으윽, 그만! 그만!!” 나는 몸에서 일어나는 살기에 신음을 토해내며 머리를 감싸 안으며 소리를 질러댔다. 일정한 시간이며 이런 발작 같은 현상이 일어났기에 익숙해 져 있지만 도무지 익숙하지 않았다. 그렇게 약간의 발작을 격고 나서야 집에 도착했다. 적을 추격하느라 상당히 먼 거리를 간 것인지 대략 20분 정도가 소모 되어서야 집에 도착해 제 2의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왜 이렇게 늦었어? 한참 기다렸다.” “적의 침입, 추격, 실패” 수강의 불평어린 말에 나는 간단한 세 마디로 불만스런 입을 다물게 해 버렸다. 수강과 가연의 가족들은 거실에서 tv를 보면서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느긋하게 적의 기운을 읽지도 못하고 있는 모습에 한심하게 느꼈지만 뒤이어 들리는 말에 그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두 명이었던가요?” “네.” 아주머니는 정확한 숫자 까지 꿰고 있었기에 나의 방금 전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약간의 반성의 시간을 가지며 비어있는 소파에 앉으며 tv를 봤다. -이번에도 몬스터들의 침공을 막은 몬스터 헌터들과 군인들이 있었기에 일반 시민들에 피해는 전무했습니다. 그럼 앞서 괴물에 대한 주의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죽임을 당하면 죽은 사람역시 괴물로 변합니다. 그러므로 시신은 죽은 즉시 태우십시오. 가족이라고, 친구라고 시체를 태우지 않는 다면 자신 역시 위험 해 집니다. 또한, 몬스터가 많이 출몰하는 해안가는 절대 가지 말 것을 당부 드립니다....... 여자 캐스터의 말이 길어지며 끝도 없이 흘러 나왔지만 이미 이런 방송은 많이 방영되었고 재방송 같이 매일 반복하고 있었다. tv프로에서는 이제 오락프로는 줄어들었고 괴물에 대한 고찰, 조사, 괴물 24시 같은 제목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고 모든 사람의 이야기 주제가 되곤 했다. 그리고 어떤 프로는 운석충돌과 같은 이야기와 종교 방송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종교 단체에서는 이런 현상이 세상의 종말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발판이라는 말이 강력한 주장을 이루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더욱 신을 찾으며 기도하고 생존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팅ㅡ 지루한 캐스터의 말을 듣는 것을 중지하고 tv를 꺼 버렸다. 그리고 약간의 침묵이 있었지만 곧 다시 가족 간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이미 나도 이런 가족에 포함 된 것인지 나도 대화에 간간히 참여했다. “자 그럼, 3인의 몬스터 헌터 여러분? 의뢰가 들어왔어요.” “거절하겠습니다.” 아주머니가 한 가지 문서를 수강과 가연, 나의 앞에 놓아 보이며 간단하게 말했다. 하지만 의뢰라는 말에 나는 간단히 거절했지만 아주머니는 뒤이어 설명을 하고 또 했다. “보수도 여느 S급 몬스터 헌터보다 많답니다. 그 정도면 엄청 난거 아닌가요?” “크하하, 나를 돈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 하는가? 아,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살심을 다루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죠.” 나는 아주머니의 보수 이야기를 듣고 말 했지만 반말 같은 말이 나왔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너그러운 표정으로 괜찮다는 말만했다. 모두들의 침묵 속에 나와 아주머니의 대화가 길어지고 있었다. “몬스터 헌터의 조항 중에 지목 의뢰는 꼭 받아들이라는 조항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뭐, 제현군 이라면 무시 할 수 있겠네요.” “엄마, 의뢰인이 누구야? 3인 이라며, 우리도 포함 되는 것으로 아는데?” 아주머니가 조항을 들먹이자 나는 약간 찔끔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 정도는 무시 할 수 있었다. 중국인 학살 사건을 뒤로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과 가까이 하는 사람 자체가 없었기에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뒤이어 들리는 가연의 물음에 나도 약간 궁금해 질 판이었다. 세간에 나는 흉악한 살인자라는 인식이 있었기에 나에게 의뢰자체, 혹은 집밖을 나오는 것도 경계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만큼 세상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멀리했으며, 강한 자를 시기했다. “아, 가수라고 하던데......J? 아, 제이, 제이라고 하더군요.” “신인가수 제이?” “그 의뢰 받아 들이지. 물어 보고 싶은 것도 있었고. 알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나는 아주머니의 말에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파장을 억누르며 최대한 느릿한 어조로 말했지만 아주머니의 표정으로 보아 지금 나의 모습이 영락없는 어린아이 같이 비치는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면, 그렇게 연락할게요. 의뢰내용은 가수 J를 보호, 호위하는 임무입니다. 요즘 연예인 납치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것은 아시죠? 중국, 일본, 그들이 사천지역이 기관을 폐쇄하기 전까지 이런 일을 벌인다고 들었습니다.” “아, 여보, 그건 나도 알아. 그들은 지금 사천지역에 보옥이 있다고 믿고 있어. 그것을 더 쉽게 편하게 찾기 위해 사천지역에 머물고 있는 능력자들을 기습하거나 염탐하고 있지. 아까 제현을 염탐하고 갔던 것 같은데, 아무튼 그 의뢰 신중히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아주머니의 말을 이으며 아저씨가 말하고 있었다. 간만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오자 신이 나서 이야기 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튼 이 집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저는 승낙입니다.” “그럼 의뢰일자는 무기한, 의뢰 시작 시간은 이틀 후입니다. 장소는 이곳에서 시작합니다.” 나의 말에 아저씨는 체념적인 표정으로 물러서며 아주머니의 말을 경청하며 사과를 하나 집어 들고는 입에 넣어 와삭와삭 씹으며 혼자서 딴 짓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놀라고 있었다. “우리 집? 왜?” “그 가수가 요즘 일어나는 사건 때문에 사천지역으로 내려와 활동을 하겠다는 구나. 아무튼 각자 신경 써서 잘 해줬으면 하는 구나. 아참! 너희들이랑 동갑 아니었니?” “여기가 더 위험 한 거 아닌가? 에이, 아무튼 여기 온다는 거잖아요.” 우리들의 대화는 밤이 늦은 시각을 지나 새벽에까지 치달으며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그 끝은 보이지 않았다. 수강과 가연은 가수에 대한 생각으로 떠들고 있었고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약간 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런 모습에 고개를 약간 흔들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어머, 도련님, 대화 나누시는 것 아니었어요?” 부엌으로 가니 식기를 씻고 있는 메이드의 모습이 보였다. 한 메이드는 어디로 간 것인지 보이지 않았고 혼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물론 초능력으로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아, 각자의 대화에 빠져 나는 역시 혼자가 되어 버려서요. 그럼 쉬엄쉬엄 하세요. 저는 올라 가 볼게요.” “네, 잘 주무세요.” 간단한 인사치례 같은 일이었다. 일주일째 관찰 같은 일을 했지만 메이드 들은 집밖으로 나가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식재료가 부족하면 가끔씩 나가는 것이었지만 나의 눈에는 집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아무튼 나는 이틀 뒤를 생각하며 명상에 들어갔다. 늦은 시각에 명상을 시작했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명상을 하는 것도 피곤함을 덜어주고 있었다. 후ㅡ흡 이런 호흡이 조금씩 길어지며, 점점 나는 명상의 세계에 깊게 빠졌다. 1분이 지속될수록, 1시간이 지속될수록 나의 몸과 정신은 맑게 변하며 기운이 갈무리 되었다. 그렇게 나의 일상은 조금씩 끝나가고 있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여, 오늘도 수련하고 있냐? 오늘 정도는 쉬어도 될 텐데...?” “이건 나와 나의 약속일뿐이다.” 이틀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뭐, 바뀌지 않는 일상 속에서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시간은 금방 가버렸다. 이미, 학교에서는 보충수업이 시작되었지만 우리들은 당연히 학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인문계 학생으로 써 꼭 등교해야 하지만,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학교를 빠지고 있었다. 물론, TV에 나의 얼굴이 나오면서 그런 말도 사라져 버렸다. 아무튼 오늘은 신인가수 J라는 녀석이 오는 날이다. 그렇다고 나의 생활패턴이 바뀌는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평소처럼 수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흐읍ㅡ!” 덥석! 나는 한차례 심호흡을 하고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수많은 컵들을 옆으로 이동시켰다. 이미 힘 조절은 완성단계에 달했기에 일반인처럼 생활할 정도로 발달해 있었다. “그세 많이 좋아졌군요. 그렇다고 자만하지 말고 꾸준히 좋은 모습 보여 주세요.” “예......” 나의 옆에서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집안에서는 나의 뒤에 서 있는 것이 불쾌하다는 말을 듣고 이야기 할 때는 앞이나 옆쪽에 스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여러 사람들의 배려 같은 것에 고마움을 표했고 지금역시 마음속으로는 고마움을 표했다. “이제 살기 제어도 잘 되어 가나요?” “그건 아직 조금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는 컨트롤 할 수 있지만요.” 나는 나에게 계속 말을 걸어오는 아주머니의 말을 들으면서 살기에 대한 수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미 익숙해진 상태였기에 수풀들이 많은 곳을 자리에 잡고 마음속으로 이런 말을 중얼 거렸다. ‘죽인다. 죽인다.’ 스스슷ㅡ 나의 마음속에서 울리는 파장을 시작으로 스멀스멀 살기가 바람에 흔들리는 수풀 쪽으로 나아갔다. 살기를 꺼내고 다시 회수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다만 어느 정도까지 조절해야 하는지 얼마나 오래 유지해야 적을 제압 할 수 있는지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무조건 살기만 내비치면 다 인줄 알았다. 하지만 수많은 전투를 거치면서 살기는 보조수단일뿐 공격수단이 아닌 것을 알았다. 일순간의 적의 움직임과 흐름을 끊는 것을 알았기에 더욱이 살기는 중요한 보조 수단인 것을 알았고 이렇게 바람에 흔들리는 수풀을 살기로 못 움직이게 하는 것을 수련 중이었다. 멈칫, 멈칫! 살랑이며 흔들리던 수풀이 일순간 시간이 정지 한 것처럼 멈추며 흔들림이 없어졌다. 마치 그곳에는 죽음의 늪처럼 천천히 수풀을 죽여 갔고 노랗게 뜨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살기를 회수하며 심호흡을 했다. “후우ㅡ제가 할 수 있는 살기 제어는 이정도입니다.” 휘이잉ㅡ 모든 살기가 사라지자 시원한 바람이 나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시켜 주었다. 사천지역은 공기가 무척 좋았다. 상쾌한 공기가 나의 폐부를 가득 메우며 정신을 맑게 만들며 살심을 줄이고 있었다. “많이 좋아 졌군요. 처음 봤을 때 보다요. 제현군은 아직 덜 발달한 원석 같은 존재예요. 원석의 파편을 깍듯이 차근히 깎고 정진한다면 분명 최고의 능력자가 될 거예요.” 아주머니는 이런 두루뭉술한 말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가 버렸다. 지금 시각이 대략 오후 2시쯤이었으니 이제 올 시간이 될 것이다. “그렇습니까?” “물론 지금도 파워 면에서는 최강이라 불러도 손색없지만 정신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오늘은 가수 ‘J’가 오는 날이니까. 그 정도만 하는 게 좋겠군요.” “예.” 나는 아주머니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수강과 가연은 무엇을 하는지 준비가 한창이었다. 아마 연예인이 오는 것에 기대가 큰 것 같았다. 나야 뭐,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직 사실 확인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녀석이 나와의 계약자인지, 아닌지만 가리면 되는 것이다. * * * “지금 가수 J가 도착해 있습니다. 각별히 주의 사항은 없지만 그녀를 확실히 보호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희 사측에서도 중요한 인물이니까요.”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나는 초인종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것을 알고 슬슬 자리에 일어났다. 뭐 달라 진 것도 없었지만 대충 검은 색의 옷을 입었다. 예전부터 검은 색을 워낙 좋아했기에 저번에 옷을 살 때도 검은 색으로 만 샀다. 그렇다고 답답한 것은 안 입었기에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뭐, 저희 아이들이 잘 하겠지요.” “그럼 저희는 본사로 올라가겠습니다. 요 몇 일간 잘 부탁드립니다.” 아저씨와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남자의 말이 몇 분간 지속되었고 잠시후 한 여자가 현관문을 열고 서서히 들어왔다. 두근ㅡ두근ㅡ 나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계약이후 처음으로 대면하는 것이다. 아닐 수도 있지만 일단은 단정 지을 수 없었기에 심장만 두근거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제이 라고 불러주세요. 몇 일간 잘 부탁드립니다. 훗.” 살랑살랑ㅡ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여자를 보는 순간 나는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혀 그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둠의 기운이....아무것도. 확실하지 않기에 몇 일간 차근히 관찰해야 했다. “안녕하세요. 저희가 안전을 책임질 사람입니다.” 수강이 대표로 나서며 제이에게 말했고 뒤이어 인사를 하는 가연이 보였다. 그 둘의 눈에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동경심이 가득했지만 나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소파에 앉아 버렸다. 관찰 할 필요도 없어 보였다. 나의 살기에도 움찔거리는 것이 어둠이 아니라고 판단해버렸다. “그럼 저에게 할당된 방이 어디죠? 당연히 준비되었겠죠?” “아, 그건제가 안내 해 드리겠습니다.” 제이의 말에 수강이 호들갑을 떨며 나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신인 가수 제이라는 여자는 얼굴도 예뻤고 몸매도 좋았기에 많은 남성들의 인기를 끌만 했다. 나야 워낙 여자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기에 이런 일을 대수롭게 넘길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었다면 서로 나서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아니요. 저는 저기 있는 분에게 안내 봤고 싶군요. 저기 소파에 앉아 계신분요.” 척ㅡ 제이라는 여자가 나에게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하고 있었다. 나는 오만한 표정으로 나를 가리키는 여자의 시선을 무시하며 창밖으로 내다봤다. 나는 그녀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그 태도는 뭐죠? 분명 이것도 호위의 임무라고 생각 되는데요?” “알아서 찾아가라. 이집은 나의 방어 마법에 안전하니, 걱정 할 필요 없다. 정 걱정 되면 시험해도 좋아. 그리고 나의 뒤에서 이야기 하지마라. 목이 떨어지는 수가 있으니.” 나는 계속 해서 짜증나게 만드는 여자에게 빨간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눈에서는 안광 같은 살기가 쏘아지며 집안의 곳곳에 파고들며 집안의 온도를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살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인지 여유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며 안내하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제현아, 그래도 의뢰인인데.....” “아아. 알았다. 내가 안내하지.” 나는 수강과 가연의 애처로운 눈빛과 말에 소파에 앉아 있던 자세를 풀고 그녀를 안내했다. 물론 그녀의 요청에 짐까지 들어줘야 한다는 수고까지 한 나는 짜증이 마구 치솟았다. “여기 가 네 방이다.” “물건 들고 따라 들어오세요. 들어 줬으면 끝까지 들어 줘야죠. 안 그래요?” 나는 나의 옆방과 가연과 수강의 방 사이에 있는 곳을 택했다. 뭐 별일이야 없겠지만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녀석들의 말에 그렇게 해 버렸다. 그렇게 배정된 방안에는 기본적인 가구 외에는 모든 물건이 치워져 있었다. 나는 손으로 잡기 모자란 물건을 마법으로 띠우며 그녀의 방이 될 곳으로 성큼 성큼 들어가 짐을 바닥에 놓으며 나가려 했다. 하지만 순간 나의 뒷목에 예기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을 알고 급히 어둠의 마나를 피워 올리며 공격에 대한 방어를 준비했다. “애초부터 이럴 생각이었나?” 나는 여유러운 목소리로 나의 뒷목에 가져다 댄 것에 더욱 뒷목을 가져다 붙이며 그녀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녀는 나의 살기도 피했고 나의 기감을 속이고 움직일 정도로 고수라고 오인했다. 나는 착각한 것이 있었다. 평소 수련 할 때 물건 들기, 즉, 컵 들기를 할 때는 온 신경을 물건에 쏟았기에 다른 기척이 잘 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왜, 강하게 찌르기는 싫은 가보지?” 씨익ㅡ 나의 뒷목에서 찌르는 압박감이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런 느낌에 제이라는 여자에게 조소를 띠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의 손은 더욱 풀어지며 조금씩 나의 뒷목을 찌르고 있던 무언가가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정말 사람도 죽여 봤어?” “뭐?” 완전히 그녀의 범위 안에서 벗어난 나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다음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말에 황당함이 묻어나왔다. 기껏 물어본다는 말이 사람을 죽여봤냐니? “수도 없이 죽였지! 그리고 지금도 죽일 준비가 되어 있다. 다만, 나 자신을 도리 킬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하면 문제랄까.” 나는 그 여자의 말에 약간의 호기심 반으로 답을 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에 나는 이마를 찌푸리며 방밖으로 나가버렸다. 지금까지 모두 연극이었다? “합격이야. 그 정도는 되어야 나를 보호 할 수 있겠지.” “합격? 그럼, 지금까지 했던 행동들이 모두 연극이었다? 이 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는 그녀의 말에 일말이나마 살심을 품었다. 수강과 가연의 진심어린 환대역시 연극이라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녀의 말속에 숨어 있는 모든 것을 보고, 진심으로 분노했다. 고작 그런 이유 따위로 모든 것이 연극이었다니. “어이없군. 목숨은 책임지고 지켜 줄 태니 의뢰가 끝나는 시간을 조심해라. 그때까지 네가 몸을 사리는지 사리지 않는지에 따라 목숨이 나의 손에 떨어질지, 떨어지지 않을지가 결정될 테니까.” “그래? 그러면 나야 고맙지. 그런 스릴 넘치는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나는 그녀에게 끝까지 한소리를 하고는 방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방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나는 확신했다. 그녀는 미쳐있다고, 혹은 호기심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몇 일간 피곤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몸이 부르르 떨려 왔지만 수련, 수련이라는 생각에 평정심을 유지 할 수 있었다. 나는 조용한 곳으로 내려와 명상을 하려 했지만 또다시 나를 귀찮게 만드는 존재 때문에 나의 낙을 즐길 수 없어졌다. 녀석은 의뢰인이라는 이유로 나를 이리 저리 끌고 다니며 무언가를 시켰고 행동하게 했다. 물론 나는 그것을 딱 잘라 거절했지만 옆에 있던 수강이 모든 것을 대신했다. “야! 조제현! 사천 시내 좀 구경 시켜줘. 서울에서 내려오느라 고생했으니까. 뭐 기분 전환 겸, 쇼핑이나 가자고.” 나는 제이라는 여자의 말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녀석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있는 시내로 나가려 하고 있었다. “거부하지, 안전을 확보하라는 것이 의뢰의 내용이 아니었던가. 많은 사람들이 있는 시내로 나간다? 만약에 네가 죽거나 다친다면 너의 판단 불찰로 알고 나는 이곳에서 손을 떼겠다.” “하? 고작? 너 강하잖아.” 나의 말에 할 말이 없었던지 한숨 같은 말을 내뱉고는 나에게 맞받아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강하다는 이유로 시내로 나가야 할 이유는 없었다. 이미, 나의 계산대로 그녀는 행동하고 있었고 고운 이마에서 찌푸림이 보였다. “가연아, 원래 재 그래? 너무 꽉 막혔다.” “그게......” 제이는 만만한 가연을 타켓으로 정했는지 도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연은 이미 나의 편이나 다름없었다. 흑마법을 배우는 자로써 나를 노치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타켓은 수강으로 넘어갔고 수강은 곧 행동을 취했다. “에이, 제현아. 뭘 그래, 우리 정도만 있어도 그 많던 몬스터며, 웬만한 자들은 다 처리했잖아? 좀 구경하자. 이렇게 제이도 보고 싶어 하고.” “그래? 나는 뒷짐 지고 구경하고 있을 테니까. 네가 다 싸워라. 그러면 가지.” 이미 홀딱 빠질 대로 빠져버린 수강은 나의 말도 안중에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있는 그대로 나갈 계획이었기에 준비할 필요까지도 없었다. 물론 가연은 수강의 말에 얼굴에 화색을 띠며 제이와 같이 올라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좋아하던 가수랑 같이 사천 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다니. 기분 좋아.” “그게 그렇게 좋은 일이냐?” “그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데 같이 길을 거닐 수 있다니.....” 나는 좋아 죽을 것만 같아 하는 수강의 모습에 의무적으로 물어 보았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중병이었다. 나는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며 창밖의 하늘을 관찰하듯 올려 봤다. 조금씩이지만 위압감 같은 것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언제 떨어질지도 모르는 운석들에 불안한 기색도 없는 것인지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었다. 조금씩 운석이 다가 오고 있는 와중에도. * * * “많이 기다렸지?” 가연의 말소리가 들렸고 곧 둘은 계단을 한 계단씩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한눈에 보아도 예쁘다는 말소리가 나올 만하지만 좀처럼 나의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지 무심한 눈길로 한번 쭈욱훌터 본 후 현관 쪽으로 시선을 돌려 성큼 걸어 나가 버렸다. “뭐야, 미에 대한 결핍증이라도 있어? 가연 정도면 웬만한 연예인 보다 예쁘면 됐지 뭐가 불만이야?” “개소리는 집어 치우고 빨리 네가 좋아하는 시내 구경이나 가자고, 기습당하는 꼴을 내가 봐주지.” 가연에게 무엇을 들었는지 제이는 흥분이라도 한 모습으로 나에게 따지듯이 물어오고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을 깨끗이 무시하며 일말의 감정 없는 눈길로 가연을 한번 보고 수강을 봤다. 그렇게 우리는 사천시내로 걸어 나왔다. 제이는 연예인은 연예인이라는 것인지 선글라스까지 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제이의기도 차지 않는 모습에 혀를 찼지만 녀석은 들은 체 만 채하며 가연과 재잘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선글라스를 쓰는 것이 의심을 사는 것이다. 생각 없이 사는 골빈 모습만 보여주는 군.” 나는 그녀에게 충고 같은 말을 하면서 걸음의 속도를 늦췄다. 그리고 나는 녀석들의 뒤쪽으로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작정이었다. 나의 행동에 수강과 가연이 눈치 챈 것인지 무어라 말하지는 않았지만 작작 좀 해라는 눈길을 비췄다. 물론 무언의 눈빛이었기에 나는 깨끗이 무시하며 여름공기를 마시며 녀석들의 주위로 접근하는 자들을 유심히 보며, 경계했다. 나는 조금이라도 허튼짓을 하는 자들을 관찰해 앞서 가는 녀석들을 보호해야 했다. 지금까지 시내로 나가면서 스치듯 관찰하는 눈동자만 해도 10명은 족히 되어 보였다. 공격의 사는 없었지만 명백히 도발행위였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저벅, 저벅! 한 녀석이 빠른 걸음으로 수강과 가연, 제이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렇게 수상한 움직임은 없었는데 일순간 주머니 속에서 뾰족한 것을 꺼내고 있었다. 그것에서 은빛이 반사되는 순간 나는 움직였다. 스팟! 꽈악ㅡ 촤르륵! “왜, 접근 한 거지? 죽고 싶나?” 나는 접근하며 무언가를 꺼낸 녀석에게 블러드 네일과 함께 멱살을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 그리고 더불어 홀드 마법까지 걸었기에 녀석은 완전히 무장해체 장하고 말았다. 그것은 일순간이었기에 아무리 고수라도 이 정도라면 한 번에 당했을 것이다. “무....뭐야....다..당신은....!” “그 주머니에서 꺼내려던 것이 뭐냐. 혹시 단검이 아닌가?” 나는 녀석에게 추궁하듯 말했다. 그리고 어느새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어 구경하는 형국이 되었다. 이러면 곤란했다. 다른 놈들이 어디에 숨어 기회를 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저기 가수 제이 같아서 싸인 좀 받으러 온 것뿐인데 당신 무슨 짓이야. 능력자면 다야?” 스르륵ㅡ 나는 녀석이 제이의 팬이라는 것을 알고 잡고 있던 멱살에서 힘을 풀고 블러드 네일을 거두어 드렸다. 그리고 홀드 마법까지 해체해야 하는 수고 까지 해야 했다.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은 제이라는 말에 눈에 불을 켜고 손 한번, 옷깃한번 잡아보려고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싸인 좀 해주세요.” 웅성웅성 수많은 사람들의 행각에 나는 더욱 촉각을 곤두 세웠다. 이런 기회는 절호의 찬스 같은 것이었기에 나는 제이의 마법을 하나 걸었다. “위저드 마크(Wizard Mark)” 나의 마법에 제이의 어깨에는 보이지 않는 문양이 생겨났다. 나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었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고 초능력자들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만 보이는 것이었다. 어깻죽지에 생겨난 해골 모양의 마크를 보고 약간의 안심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뒤로 물러섰다. 물론, 적을 발견한 즉시 추격, 혹은 공격, 방어를 할 수 있는 거리였다. “아앗, 어디를 만지는 거예요!! 저기 이봐요. 조제현씨, 저를 지키는 게 의뢰 아니었어요? 이런 걸 지키는 거예요.” “그 옆에 있는 수강에게 부탁해라. 나는 공격에 대한 방어만 하겠다. 너의 몸을 더듬는 자까지 보호 할 정도로 나는 한가하지 않아.” 나직하게 나를 부르는 제이의 말에 나는 짜증을 느끼고 바로 수강에게 그런 일을 떠맡겼다. 나만 의뢰받은 게 아니었기에 모든 일을 나 혼자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녀석들은 의뢰에 대한 것을 잊어버린 것인지 마냥 제이와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던 것이다. “미안, 이제부터 우리도 제대로 할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강과 가연은 많은 사람들을 저지 하며 제이를 보호하고 있었다. 이미 시내 구경은 물 건너 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렸던지 이미 진이 빠졌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물러가고 긴장의 끈을 풀고 있을 무렵 나의 기감에 여럿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그 움직임은 최대한 기척을 숨기며, 일반인처럼 하고 있었지만 약간씩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에 나는 대번에 녀석들이 납치범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어이, 거기!” 스팟ㅡ 나의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녀석들은 움직였다. 그리고 빠르게 가연을 낚아채고는 이동하고 있었다. 나는 순간 멍한 생각이 들었다. 왜, 제이가 아니고 가연을 납치 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젠장, 이수강! 너는 제이를 대리고 집으로 돌아가라. 나는 가연을 찾으러 가겠다.” 순간 제이를 보호하고 있던 몸을 틀어 가연을 납치해 달아난 곳으로 이동했다. 녀석들이 움직이고 있는 곳은 산속이었다. 도시에 산이 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었다. 작은 산도 산이었기에 녀석들은 그곳으로 달아난 것이다. 수풀도 무성했고 나무도 있었기에 숨기 좋은 곳이었다. 그리고 풀 벌레소리와 산에서 나는 잡소리 때문에 기적에 대한 소리와 존재감도 조금씩 사라져갔다. 하지만 가연은 나의 마나와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찾는 것은 시간문제 일 것이다. * * * “나를 어디로 끌고 가는 거야! 이거 놔, 풀라고!” 스스슥ㅡ 가연은 지금 납치 되어 가고 있었다. 그것도 순간이었다. 제이를 보호 하고 있을 때 자신을 낚아채는 듯 한 충격을 받은 후 줄곧 이렇게 산을 통해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그것도 엄청 가벼운 움직임으로.... “다크 애로우(Dark Arrow)!” 퍼퍽ㅡ 가연은 최대한 기운을 내뿜으며 제현이 빨리 찾을 수 있도록 곳곳에 흔적을 남기듯 마법을 날리며 흔적을 남겼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못했다. 순간 가연의 뒷목에서 느껴지는 강한 충격에 정신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가연은 정신을 잃고 의문의 무리들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 깊은 산속으로 물론 도심지에 있는 산이라 그렇게 깊지는 않았지만 의외로 산이 깊었다. 물론, 작은 동산에서 깊은 산으로 이어지는 길목이 있었지만 태풍으로 끊어진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 무리들은 가벼운 몸짓으로 그 벼랑같은 길목을 단숨에 뛰어 넘으며 깊은 산속으로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대장, 명령을 이수하고 왔습니다.” “수고했다. 카메르” 숲속에는 의외로 잘 꾸며진 동굴하나가 있었다. 그곳은 대략 30명가량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이미 삼십 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기 하고 있었다. “대장님.....왜, 우리가 차지한 지부를 포기하고 이곳에 자리를 잡으셨는지.....” “그 이야기는 끝났을 텐데....그곳에서는 보옥구경은 커녕 찬스도 없다. 이곳이 가장 은신하기도 좋고, 보옥을 노릴 수 있다. 우리, 대 일본 제국의 영광을 위해서는 중국 놈에게 져서는 안 돼,” “왜, 그럼 저기 저 소녀를 납치 해 오라는.....?!” “크큭, 사천지역에 의외로 장애물이 있다. 그놈을 끌어내려는 거다.” 그들의 대화는 거기서 멈추었고 조용히 가연을 감시하며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이미 그들은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인지 얇은 도를 손질하며 적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장, 서울에 대기 하고 있는 단원들은 어떻게 할까요. 불러들일까요?” “이제 납치는 소용없는 짓이니, 이만 불러 들여라. 인질들은 모두 처리하고.” “옛!” 누군가 빠르게 동굴 안으로 들어오며 대장이라는 자에게 말하는 자가 있었고 곧 들어온 자는 빠르게 발을 놀리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조금씩 그늘이 지고 있었다. 약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며 동굴 안을 식히고 있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짜증나는 군.....” 나는 녀석들의 흔적을 따라 들어가고 있었다. 디텍트 매직(Detect Magic)을 사용했지만 숲의 기운이 녀석들의 기운의 흔적을 지우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녀석들이 간간히 남긴, 혹은 가연이 남긴 흔적을 따라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대략 1시간가량을 흔적을 뒤진 끝에야 녀석들이 있는 곳을 어렴풋이 알아 차렸다. 슈악ㅡ 탁! “함정인가?” 공기를 가르며 나에게 날아온 것은 화살이었다. 순간 잡았기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눈이 꿰뚫렸을 것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발을 디뎠을 뿐인데 화살이 날아 온 것을 보니 함정 인 듯 했다. 녀석들은 치밀하지만 치사한 수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무성한 풀에 가려 녀석들이 설치 해 놓은 부비트랩, 함정 같은 것을 잘 볼 수 없었다. 오직 감각에 의존해야 했기에 나는 플라이로 부유를 하면서 앞으로 전진 했다. 빽빽이 수 놓여 있는 나무들로 인해 시야 확보 거리가 좁았지만 녀석들의 흔적이 확실히 보였다. 나무를 밟고 올라 간 것인지 약간의 발자국과 기운이 조금씩 묻어 나왔고 가연의 어둠의 마나가 길을 인도 하고 있었다. 약간씩 흘러나오는 어둠의 마나에 나의 마나가 동조 하듯이 따라 가고 있었다. “저기 인가?” 한참을 찾아 헤맨 끝에 동굴 하나가 눈앞에 보였다. 그곳에는 여러 명이 뭉쳐 있는 건지 여러 가지 기운들이 섞여서 나의 앞에 맴돌고 있었다. 약간의 결계도 있는 건지 나의 앞을 가로막으며 뒤로 밀어 내고 있었다. “여기까지 잘도 찾아 왔군, 조센징!” “조센징?” 나의 마나가 녀석들의 결계를 두드리자 녀석들이 튀어나오며 나의 주위를 둘러쌌다. 이미 숙달된 몸놀림인지 30여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발도를 하며 도를 뽑아 들고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네놈이 중국 놈을 몰살 시켰다는 전적을 알고 있지. 하지만 우리는 상대하기 쉽지 않을 거다. 그런 허접한 놈들과는 차원이 다르거든.....” “말 많은....” 슈욱ㅡ! 나는 계속해서 떠들어 젖히는 녀석에게 블러드 네일을 세우며 달려들었다. 그러자 녀석들의 검에서는 제각기의 기운을 불어 넣으며 나의 주위를 돌아다니며 나의 신형을 베고 있었다. 녀석들의 움직임을 날렵했다. 그리고 정확히 급소만 노리고 공격하는 전문적인 살수전형의 녀석들이었다. 캉!ㅡ캉캉! 나의 블러드 네일과 녀석들의 검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숲에 울려 퍼지며 진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쉽게 막아 버리는 녀석들을 보니 약간은 나도 제대로 해야 갰다는 생각으로 제어하고 있는 살기를 풀며 녀석들에게 달려 들었다. 그러자 효과는 눈앞에 확연히 나타났다. 슈각!! “어째서?” 순간 나의 살기가 방출되면서 녀석들은 약간 주춤거리며 공격의 타이밍을 놓쳐 버렸고 나의 블러드 네일에 한명의 희생자가 생겨났다. 물론 죽음까지는 안 갔지만 검이 나의 발치에 걸리며 녀석의 검은 힘없이 부러져 버렸다. “뒤로 비껴나라, 비검(匕劍) 타락하는 천사!!” “옛!” 사르르륵ㅡ척! 슈욱!!!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의 말에 주위에 있던 녀석들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동료를 대리고 뒤쪽으로 물러서고 있었다. 잠시후 말한 녀석의 검은 세 개의 잔영을 뿌리며 벨 준비를 한 자세에서 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 검에서는 눈으로 쫒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검이 나에게 쏘아지며 검의 기운이 나에게로 방출되었다. 순간 나는 감각과 동체시력을 발휘해 간신히 피했다. 녀석의 알 수 없는 기술에 약간 오싹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묘한 기술, 크으으.....또 발작인가?” 나를 떨리게 했던 기술을 떠올리자 몸이 다시 떨려오기 시작했다. 발작 할 때처럼 두통과 살심이 솟구쳤지만 정신을 제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 여세를 몰아서 검진을 펼친다. 일격필살 가미카제!” “옛!” 푹!! 녀석들의 말을 시작으로 방어를 무시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고작 29명으로 무엇을 할까 생각했지만 녀석들은 각자의 몸에 이상한 바늘을 꽂아 넣으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그런 녀석들에게 매직 에로우를 날려 공격했지만 녀석들은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으며 나에게 전진할 뿐이었다. 등 뒤에 바늘을 꼽은 채 전진하며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녀석들을 보니 기이한 생각이 들었다. “고통을 못 느껴? 그럼 이건 어떨까? 로즈 바디(Lose Body)” 나는 녀석들이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시각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 녀석들 중 나에게 가장 앞서 달려오는 녀석의 팔을 낚아채며 로즈 바디를 시전 했다. 그러자 녀석의 팔은 힘없이 꺾이며 뽑혀져 나갔다. 하지만 녀석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다만 다른 손으로 나의 복부를 향해 도를 찔러 올 분이었다. “미안하지만 우리들은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 나약한 조센징 놈들과는 다르지, 그 정도로의 시각적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악멸회에 들어 올수 없다!” 그 말로 전투는 빠르게 흘러갔다.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상대는 죽을 때 까지 계속 싸워 올 뿐이었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모두 전멸, 혹은 가연을 데리고 피하는 방법뿐이었다. 나는 조금의 틈을 기다리며 동굴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가졌다. 가연만 구출한다면 구지 녀석들을 상대할 필요까지도 없었다. 슈우우욱!! 방어는 완전 무시한 공격에 나는 약간 당황하며 뒤로 물러 났지만 나역시 방어를 무시하고 녀석들의 무력화 시켰다. 팔의 근육을 잘라 내도 반대 손으로 움켜 쥐고 나에게 달려 드는 녀석들을 보며, 다리의 근육을 잘라 냈지만 기어서도 오고 있는 모습에 기가 질릴 정도였다. 녀석들은 완전 미쳐 있었다. 가미가제라는 말이 맞는 것인지 완전 자폭 공격이었다. 확실히 죽이지 않으면 끝까지 올 심산이었기에 나 역시 살계를 열어 녀석들을 처치하기 위해 마탄과 함께 강력한 마법을 준비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슈악ㅡ! 펑! 녀석들의 무식한 공격에 나는 마탄과 함께 마법을 날려 보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몸으로 막으며 앞으로 전진 하고 있었다. 하나 둘씩 나의 마법에 나가떨어지고 있었지만 그 뒤에 줄줄이 서 마지막 까지 나에게 다가 가겠다는 듯이 달려들고 있었다. “소용없는 짓이다. 너희들이 계속 달려들어도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퍽! 나는 계속해서 달려드는 녀석들을 날려 보내며 동굴 쪽으로 조금씩 전진하며 녀석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녀석들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조금씩 나에게 파고들며 공격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불나방처럼 나에게 들어오는 녀석들에게 맞아 줄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기에 하나둘씩 땅으로 녀석들을 눕혔다. “산개!” 나에게 달려들던 녀석들이 갑자기 분위기를 바꾸며 일자형으로 서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순간 녀석 중 하나가 산개라는 말에 순식간에 흩어지며 나와의 거리를 벌렸다. 스스스ㅡ 녀석들의 진형이 원으로 바뀌더니 천천히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 그리고 도를 고쳐 쥐고 기운을 불어 넣으며 걸음을 옮겼다. 녀석들의 움직임은 하나같이 가벼웠고 기척을 잡기 어려울정도로 소리가 없었다. 발바닥의 뒤쪽이 먼저 닿지 않고 앞쪽이 먼저 닿고 있었다. 마이클잭슨의 춤에서 나오는 걸음 같이 걷고 있었기에 녀석들의 움직임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녀석들의 발걸음은 뒤로 가고 있었지만 앞으로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뒤의 공수가 빠르게 전환되는 걸음걸이였다. 그리고 녀석들은 도의 등을 바꿔 맞대며 은빛의 원을 그려갔다. 스피드도 점점 빨라졌고 조금씩 잔영이 보이며 도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요란히 울렸다. 차르릉, 차르릉ㅡ!! “살!!” 녀석의 외침에 맞게 녀석들이 돌고 있던 도가 나에게 향하며 쏘아져 나갔다. 도가 좌우상하, 원 속에서 나에게로 집중되며 도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나의 움직임을 막음과 동시에 공격이 들어왔다. 중국의 검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정교함과 빠른, 정확한 진법이었다. 녀석들의 진법에 조금씩 나의 몸에 생체기가 났지만 빠르게 치유되며 녀석들의 공격에 대항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탄을 이용해 도를 튕겨 내고 있었지만 나의 마탄을 파훼하며 더욱 강한 기세를 뿜으며 공격을 이었다. “실드(Shield)!” 나는 빠르게 실드를 겹으로 치며 녀석들의 공격을 모두 막았다. 하지만 아직도 진이 끝나지 않았는지 던지던 검을 회수하며 도를 뒤쪽으로 빼며 돌격할 자세를 취하며 검을 찔러 들어왔다. “죽어라! 조센징!!! 태양의 제국!!” 쨍그랑!! 그 말을 끝으로 녀석들의 검에서 붉은 기운이 한곳으로 집중되며 나에게로 쏘아졌다. 그리고 나의 실드는 맥없이 깨지며 나의 몸에 그 기운이 집중되며 헤집고 지나갔다. 순간 나의 시야를 메우는 밝은 빛 때문에 한치 앞도 볼 수 없었지만 나의 몸을 파괴하며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 대 일본 제국은 너희 하등한 조센징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무구한 역사와 전투 방식이 존재한다. 아무리 네놈이 강하더라도 우리는 승리한다. 조센징!” 붉은 빛 속에서 녀석의 말이 들리고 있었다. 나는 순간 속이 울컥하며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둠의 기운이 붉은 빛에 대항하며 서서히 그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었다. 이미 나의 살기는 제어하지 못해 밖으로 삐져 나가며 나의 제어 권 밖으로 나가버렸다. 츠츠츠ㅡ “보옥은 우리 대 일본 제국이 차지한다.” 녀석들은 모르고 있었다. 나의 몸에서 벗어난 살기가 녀석들이 쏘아 보낸 기운을 중화시키며 나의 몸을 최상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헛소리가 지나치구나, 하찮은 녀석들아. 감히, 나의 몸에 상처를 내다니......죽여 버린다.” 나는 살심을 흘러가는 곳으로 내버려두었다. 이제 강제한다고 해서 제어 될만한 살기가 아니었다. 두 번 다시는 살기를 제어 할 수 없을 것이다. 강제 할 수 있는 살기를....더 이상 살기는 나의 제어권이 아니었고 제어의 대상이 아니었다. “아, 아닛!? 어떻게?” “가미카제를 피하다니, 10명을 희생시켜 완성한 가미카제를!” 녀석들은 놀라워하고 있었다. 지상위에 서 있는 일본인은 열아홉, 바닥에 쓰러져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자들은 열하나, 전투에 임 할 수 있는 자는 단 열아홉이었다. 녀석들이 사용한 가미카제는 일정 인원을 희생시켜 발동시키는 기술이었다. 그들이 흘린 피를 이용해 강대한, 강한 기운을 적에게 쏘아 보내는 것이다. 즉, 동료의 피는 강한 힘의 촉매제가 되었고 강한 응집력 있는 힘의 원천이었다. 녀석들은 절망한 표정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다만, 그들은 두려움의 절망이 아니었고 보옥을 차지 못하고 죽는 것에 대한 절망이었다. 부르르ㅡ “후ㅡ 오랜만의 짜릿한 기분이군. 죽여 버리겠다.” 나는 희열 같은 느낌에 몸을 부르르 덜며 입가에 조소 같은 표정을 어리게 하며 붉은 눈을 녀석들을 찬찬히 훑터보며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약간 자세를 낮추며 손가락에는 블러드 네일을 뽑아 올렸고, 주위에는 마탄을 앞세웠으며 뒤에는 어둠의 마법들을 세웠다. 숲 전체가 어둠의 기운으로 휩싸이며 순식간에 나무의 잎들이 바스락 거리며 없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 소리를 시작으로 빠르게 발을 놀려 녀석들에게 달려들었다. 슈욱!! “크으윽ㅡ 어떻게? 분명, 침을 꽂았을 텐데?!” 녀석은 고통이 느껴지는 것이 이상했던지 등에 꽂혀 있는 바늘을 확인하며 동료들의 뒤로 이동했다. 하지만 녀석은 신음을 계속 흘리며 경악한 표정으로 나를 주시했다. “하찮은 잡술로 나에게 대항하려 했다니......그만 죽어라.” 나는 더 이상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기에 손을 내저으며 공격했다. 순간 나에게 제안 같은 소리를 하는 바람에 마탄을 되돌리며 공격을 늦추었다. “잠, 잠깐! 우리 악멸회에 들지 않겠나? 그렇다면 부와 권력, 여자, 모든 것을 주겠다!” “호오ㅡ 그것들을 다 주겠다고?” “원한다면 모든 것을 주겠다. 가입하겠나?” “끌리는 군.” 녀석이 손을 압으로 뻗으며 제안을 하는 것을 모두 들으며 나는 생각에 빠진척했다. 녀석은 나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자네, 악멸회에 들어오는 것은 영광이야.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에 희생했던 조선인들은 우리 일본인으로 보고 있지. 가입만 한다면 너도 일본인으로 보겠다. 어떤가? 원하는 것은 모두 주겠다.” “미안하지만, 중국의 불사교가 더 좋은 걸 준다고 하던데 말이야......아주 큰 거를 주더라고....” “우리는 그것의 두 배를 주겠다. 그러니 우리 쪽으로 편입하기 바란다.” “큰 거라.....두 배로.....너희들이 줄 수 있을까?” 나는 간사한 미소를 띠며 웃고 있는 녀석의 눈을 직시하며 뜸을 들이듯 말하고 있었다. 솔직히 중국의 제의 한 것은 비급이었다. 나는 녀석들의 반응을 보며 즐기고 있었다. 일종의 유희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의 재미 또한 오래 가지 못했다. 순간의 변덕이었을 뿐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원하는 것은?” 나는 녀석들을 한차례 둘러 본 후 입을 열었다. 그러자 녀석은 나의 말을 따라 하듯 나의 뒷말을 따라했고 나는 곧 원하는 것을 대답했다. “네놈들의 목숨이다!” 슈악! 나에게 제안을 하던 녀석은 순간 나의 손짓에 목이 떨어지며 바닥으로 구르고 있었다. 목이 떨어진 직후라 그런지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며 보고 있었지만 몇 초가 지나자 그것도 멈추며 모든 기능을 상실해 버렸다. “네놈들도 죽어야지.....크큭. 머리가 죽었으니, 몸도 같이 죽어야 하는 게 아닌가?” “헛소리! 그는 우리의 임시적인 대장이었을 뿐이다. 언젠가는 네놈이 속해 있는 한국을 없애 버리겠다.” 나는 어이없는 말을 내뱉는 녀석에게 마탄을 날렸지만 이미 몸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도망치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나의 움직임을 약간이나마 잡는 희생양이 몇 명 있었기에 더 이상 쫒을 수는 없었다. 츠츠츠ㅡ 나는 다시 살기를 거두지 못하고 흘러가는 대로 놓아두었다. 정신은 지배당하지 않았지만 살기는 제어하지 못하고 있었다. 몸의 주위를 맴도는 살기에 끈적이는 느낌이 났다. 그리고 곧 살기가 대기 중으로 흩어지며 평범한 일반인처럼 보이게 되었다. 몸에서는 어떠한 살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위압감만이 뿜어지며 나의 주위로 뻗어 있던 풀들이 좌우로 벌어지며 나의 발걸음을 피해 가고 있었다. “저곳에 가연이 있는 곳인가?” 나는 검은 동굴을 향해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가연이 납치당한지 반나절이 지나있었다. 그리고 날은 약간씩 어두워지며 붉은 하늘을 뽐내고 있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약간의 한기가 느껴지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미 여름 방학은 절정에 달해 있었고 사람들은 부산하게 출근, 학교등교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품고 학교를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괴물이 출연한 시기도 어느덧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초능력자, 몬스터 헌터들의 등장도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 버렸다. 그리고 조금씩 기억에 잊혀 있던 운석충돌에 대한 공포도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었다. 또한,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자리를 피하거나 거리를 두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미 이런 일에 익숙해 져 있었고 예전의 왕따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색다른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사람들의 경계 속에서 방학생활을 끝마칠 수 있었다. “조제현! 아직도 명상중이야? 이제 개학이라고, 아무리 운석이 충돌해도 학교는 나가야지!” “그래! 조제현, 뭐하는 거야!” 나의 문 밖에서 두 명의 여자가 계속해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이런 것도 익숙해 져버렸다. 아침에 연예인이 깨워 준다면 좋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것은 크나큰 착오였다. 시끄럽고 자기주장이 강한 연예인, 그리고 짜증나게 나의 위압감마저 아무렇지 않은 것인지 나에게 이런 저런 치욕적인 일을 시키는 녀석이었다. 이미 계약 기간이 지났지만 계약을 연장시키는 바람에 같이 학교까지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가수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기에 생활패턴이 약간 복잡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다됐다. 잠자는 것도 아니고, 명상 좀 하는 건데 무슨 호들갑이야. 학교 따위 안 나가도 상관없는데!” “무슨 소리야? 너는 한번 명상에 잠기면 정신없이 명상하는 주제에!” 나의 말에 제이가 발끈 하며 큰소리쳤다. 가연을 구해준 이후 가연은 성격이 조금 변해 버렸다. 어찌된 일인지 약간 공격적인 면과 함께 살갑게 굴던 녀석이 조금은 차가워 졌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성격이 변한 것은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휘이잉ㅡ 집밖을 나서자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가을이라 그런지 이미 밖은 붉은 낙엽들이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고 싸늘한 공기가 체온을 식히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두꺼운 옷을 껴입고 학교등교나 회사에 출근하기 바빴다. 척! 척! “또 저런 허접한 녀석들이 순찰이나 돌고 있군.” 똑같은 발소리와 간격을 유지하며 걷는 자들이 눈에 띠였다. 같은 옷차림이었다. 초록색과 여러 가지 색깔이 혼합된 옷을 입고 있는 자들, 한국의 국군들이 요즘 들어 전국으로 퍼져 괴물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와 괴멸을 담당하고 있었기에 몬스터 헌터들이나, 기관의 사람들은 외국의 세력을 견제하며 나라를 보호 하고 있는 중이었다. “너는 전학 첫날이니까. 반 배정하고 여러 가지 일이 있을 거야. 교무실에서 선생님이랑 상담 좀 하고, 반 배정 받아.” “그럴게, 가연아. 잘 감시해! 알았지?” 제이와 가연의 대화에서 알 수없는 말들이 나왔지만 나는 그 말을 무시하며 느긋하게 수강과 나, 가연, 세 명이서 교실로 향했다. 이미 만반의 준비가 되었는지 제이는 느긋한 표정으로 교무실의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갔고 우리들은 또 다른 마음으로 반의 교실로 들어섰다. “안녕?” “오랜만이다.” 가연과 수강이 반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며 들어갔다. 뒤늦게 등장한 나를 보고는 모두 웃던 얼굴과 수다를 떨던 것도 멈추고 나를 주시하며 두려운 눈길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미 나는 tv에서 어떻게 방영한지 잘 알고 있었다. 대부분, 살인자. 학살자. 인간의 탈을 쓴 괴물, 한국이 낳은 최대의 실수라는 식으로 방영하고 있었다. 물론 화가 나서 그 방송국에 처들 어가 기운을 내뿜으며 무력시위를 하자 그것도 잠잠 해졌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쟤가 그때 괴물을 처리했다며.....그리고 중국인도 전멸시켰고, 혹시 중국에 일어났던 테러도 쟤가 한 게 아니야?” “그럴지도 모르지, 충분히. 혹시 아냐, 이 얘기도 다 알아 듣고 우리를 죽이려 할지.” 나는 교실로 들어와 마나에 대한 컨트롤과 살기를 내뿜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물론 미약한 살기만 내뿜으며 거두어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일본인과 그 뒤의 수많은 전투를 통해 살기를 완전히 사용 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미숙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었다. 일본인과의 전투를 통해 전부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살기는 여전히 몸속의 깊은 곳에서 잠들어 있었다. 다만, 사용의 방법이 틀릴 뿐이었다. 순수 나의 분노로 이루어진 살기가 아닌, 나의 의지가 깃든 살기로 변했을 뿐이다. “야야, 담임 온다.” 처처척ㅡ 한 아이의 말에 모든 학생들이 정숙하며 자리에 앉는 모습이 보였다. 한 학기 전보다 더욱 성숙해진 모습이 아닌 장난기 많은 모습들이었다. 얼굴은 왜 그렇게 까무잡잡한지 검게 그을려 있었고 어떤 놈들은 운동을 한 것인지 몸이 탄탄해져 있었다. “어떤 놈이야. 담임 온다고 소리친 놈이.” “저, 저요.” 밖에서 녀석이 한 소리를 들은 것인지 담임이 화를 내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뒤이어 들어오는 한 여자의 모습에 웃음을 띠며 소계하고 있었다. “여기 새롭게 전학 온 사람이 누군지 다들 알고 있겠지? 앞으로 잘 해주기 바란다. 아참, 그리고 우리 반에 새롭게 온 선생님이 한분 계시다. 물론 나는 담임을 계속하겠지만 우리 반만 부담임이 없어서 이분을 소개 한다.” 와아아ㅡ 연예인 제이를 더불어 한분의 여성이 더 들어오자 반의 남자 아이들의 함성소리가 학교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일인가 싶어 다른 반 아이들이 창문가에 들러붙으며 교실 안을 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분은 중국인이지만 한국어도 능숙하고, 한국의 기관에 인정받은 분이니까 안심하고, 다들 모르는 점을 잘 가르쳐 주기 바란다. 그리고 한 가지 당부 할 점은, 외국인 중에도 착한 자들이 있다는 것을 새겨 두기 바라며, 오늘의 종례는 마치겠다. 정상적인 수업은 내일부터 시작이니까. 너무 들떠 있지 말도록.” 그렇게 담임선생님은 나가 버렸고 교실 안은 열기가 후끈했다. 연예인에 미녀 부담임 선생님의 등장으로 모두 들떠 있었다. “선생님, 이름이 뭐예요?” “아...제 이름은.....” 반 아이들이 아주 궁금하다는 말투로 눈앞의 부 담임에서 물었다. 그러자 그 여자는 어눌하지 않는 똑바른 한국어로 반 아이들을 찬찬히 훌 터 보다가 나를 보며 약간의 눈웃음을 띠고는 이름을 밝혔다. 나는 약간의 눈살을 찌푸려 버리며 시선을 돌려 버렸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여기가 한국?” 짧은 단발머리의 예쁘장한 꼬마 아이가 생글한 표정을 지으며 김해공항을 나서고 있었다. 그리고 짧은 몸뚱이를 가지고 있으면서 몇 배나 큰 짐을 끌고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으로 택시 타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프로얀씨 되시죠? 중국에서는 연락 받았습니다. 기한은 한 달, 그 안에 처리 하지 못하면 안 돼 시는 것은 충분히 알고 계시죠?” “나도 알아. 본론만 말하고 녀석들을 감시할 거처나 마련해줘.” 작은 키의 꼬마라고 믿기에는 거리가 먼 말투였다. 어른을 상대로 반말을 고수하며 자신의 주장을 펴고, 눈길을 마주치며 거침없이 말하는 것이 신기한지 주위의 시선이 모였지만 둘은 그 자리에서 떠났다. 그렇게 프로얀은 가깝지만 먼 나라 한국에 입국하게 되었다. “무기는 간단한 단검하나면 충분해, 그리고 약간의 독을 준비해줘. 즉사 할 수 있는 강력한 독으로.....아, 그리고 단검은 날카롭고 날렵하게 보이는 것으로 해줬으면 좋겠어. 날은 앓고 길이는 약, 15센티미터 정도로 해주고....무기의 재질은 티타늄으로 해줘.” “그것은 이미 준비 해뒀습니다. 프로얀씨의 단검실력을 중국에서도 알아주죠. 이미, 독과 티타늄으로 된 무기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만, 프로얀씨가 준비 되었는 지만 중요 할뿐이죠.” 그 둘의 대화는 사천으로 갈 때까지 이어졌다. 대부분, 타킷에 대한 이야기와 주의사항, 특징 등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런 딱딱한 이야기임에도 프로얀이라고 불린 꼬마 아이는 약간의 흔들림 없이 꿋꿋이 듣고 있었다. 그렇게 대략 50분이 소요되었을까, 사천으로 진입 할 수 있었다. 지루한 시간이었지만 프로얀은 잠을 자지 않고 주위의 환경, 날씨, 기운을 감지하며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맞은편에 앉아있는 안내인은 귀에 MP3의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아, 저기가 요즘 중국의 불사교 녀석들이 주시하고 있는 주요건물입니다. 학교죠? 보옥이 저 학교를 중심으로 내려온다는 속설이 있었기에 저기 있는 학교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몇 군데 있지만 이곳을 중심으로 감시하고 있기에 이 학교를 중심으로 활동하시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안내인의 긴 이야기를 들으며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건물을 유심히 살펴 본 후 차에서 내려 이동했다. 학교와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거처가 있었던지 몇 발자국 걷지 않았음에도 도착 할 수 있었다. “이곳입니다. 여기는 중상류층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럼 쉬십시오.” 안내인이 안내 한곳은 거대한 주택이었다. 땅에는 잔디가 수 놓여 있었고 건물은 하얀 화이트 칼라였기에 상큼한 기분이 나고 있었다. 그리고 옆집도 좋아 보이는 배경이 되었다. 하지만 능력자가 많은지 기분 나쁜 위압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 동네는 능력자들의 거주지인가?” 스스스ㅡ 옆쪽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 집안에는 고도의 밀집된 기운이 하나가 아닌, 여럿이 있었기에 편안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집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기에 불만은 토로하지 않고 묵묵히 집안으로 들어가 짐을 풀고 편안한 복장을 착용했다. 평범한 꼬마처럼 보이도록 입은 옷은 의외로 잘 어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안내인에게 받은 단검도 소지했다. 물론 밖에서는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숨겼기 때문에 의심을 사지 않아도 될 수 있었다. “저곳에서 무엇을 하기에 살기가 방출되었다 회수 되고 있지?” 이미 날은 어둑해져 한치 앞도 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프로얀은 한 낯처럼 옆집을 주시하며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옆집에서는 붉은 기운이 일렁이며 방출되어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무엇이든 태울 듯 한 기세로 타오르는 기운에 프로얀은 약간 몸을 움츠렸다. 잠시후 그 불을 소환했던 사람은 그 불꽃을 꺼트리고 하늘을 쳐다보며 무엇을 생각하는지 별을 보고 있었다. 순간 프로얀도 그 사람과 같은 행동을 취하며 하늘을 보고 있었다. 한국에서의 첫 밤 인만큼 가슴이 두근거리며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벌써 들어가나? 아쉬워....왠지.....” 프로얀은 집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을 보고 입맛을 다시며 자신도 집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 순간 그 사람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미약한 기운이 감지되며 경고성을 울리고 있었다. “누구냐!” 휘익ㅡ 프로얀은 몸을 급히 숨기며 숨을 죽였다. 자신이 지켜 본 것이 들킨 것이라고 생각한 프로얀은 심장이 쿵쾅쿵쾅 뛰며 진정이 되지 않았다. 서서히 그 사람의 눈동자가 자신에게로 향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거기 있구나. 살고 싶지 않은가 보군. 감히 나의 등 뒤에서 살기를 내비치다니.” 터벅, 터벅 그 사람은 똑바른 걸음으로 프로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순간 프로얀은 도망갈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지만 순간 그 사람의 신형이 솟구치며 다른 곳을 향해 몸을 틀었다. 그리고 빠르게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순간 밖에서 도주하는 두 명의 복면인이 보였고 프로얀은 자신이 느끼지 못한 두 명을 보며 놀라 버렸다. 순간이지만 방심했다는 생각에 자신을 질책하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하ㅡ 첫날부터 방심이라니. 아직 때가 아닌가 보군. 조금 지켜 본 후, 녀석들을 친다.” 프로얀은 자신의 실책을 실감하고 바로 움직이려던 의뢰를 미루기로 했다. 자신의 적응과 수련이 우선이었다. 최상의 상태에서 적을 처리하는 것이 진정한 의뢰의 성공이었다. 그렇기에 프로얀은 그날을 시작으로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 * * “하앗ㅡ” 프로얀은 한창 수련에 열중 중이었다. 옆집에서도 수련을 열심히 했기에 자신도 자연히 수련에 임하며 자신의 기운을 갈무리하는 것을 시작해서 은신, 급소를 정확히 찌르기 등 여러 가지 기술을 펼쳐 보이며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고 또 점검했다. “그게 아니야! 마법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떠올려라. 차가운 어둠, 심연속의 어둠을! 그것이 흑마법이다. 너에게까지 추악한 상상을 시키지 않겠다. 다만, 차갑다. 어둡다는 생각만 가져라.” “하지만 그게 너무 어려운걸.....쉽게 쓰는 방법은 없어?” 요즘 프로얀은 그날 밤 본 사람이 남자라는 것을 알고 그 남자를 관찰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차갑지만 마음속은 따뜻해 보이는 그 남자를 보며 자신도 따라했고 같은 수련을 했다. 물론 그대로 배 낀 것이 아닌 자신의 몸에 맞추었기에 무리가 가지는 않았다. 그렇게 프로얀의 수행은 일주일을 넘기고 있었다. 그 긴 시간동안 옆집 남자의 이름도 알았고 그 사람 알게 모르게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혼자서 꿋꿋이 수련하며, 자신을 가다듬고 명상을 즐겼으며, 밤하늘을 관찰 할 줄 아는 약간의 낭만을 가진 자였다. “오늘이.....의뢰를 수행하기 가장 좋은 날....?” 쿵ㅡ “꼬마, 조심해라.” 프로얀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었다. 순간 누군가와 부딪히며 넘어지려 했지만 다행히 부딪힌 사람이 빠르게 손을 뻗어 잡아 주었기에 망신은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순간 부딪힌 사람에게 사과하려했지만 눈앞의 남자는 자신도 잘 알고 있는 자였다. “조....제현?” “응? 꼬마, 어떻게 내 이름을...?” 후다닥ㅡ 프로얀은 순간 심장이 세차게 뛰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도 왠지 화끈거리는 느낌에 빠르게 자리를 뜨기로 하고 최대한의 속도로 거리를 질주했다. 물론, 불사교의 주요인사들이 묵고 있는 정동쪽의 한적한 건물로.... “어이, 꼬마, 놓고 간 물건이 있다. 무슨 꼬마가. 단검을?” 프로얀은 뒤쪽에서 들려오는 말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다만,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의뢰에 대한 생각이 뜨겁게 생각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날씨도 어둑했고 의뢰를 수행하기 딱 좋은 날씨, 시간이었다. 몇 일 관찰한 바로는 지금이 적기였다. 불사교의 움직임이 가장 부산한때였고 사람이 많이 비어 있는 시간이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날들 “여기가 타깃이 있는 곳?!” 프로얀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최대한 몸을 숨기고 기척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또한, 건물 안에는 최소한의 방어병력만이 남아 있었기에 그들의 이목을 피해 들어가는 것은 손쉬운 것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온 프로얀은 손에 적혀 있는 타깃이 있는 곳에 대한 간략한 위치가 적혀져 있었다. 그곳은 지하 2층 정도 내려 간 후 복잡하게 미로처럼 되어 있는 곳 중 하나였다. 프로얀은 그것을 보고는 지체하지 않고 빠르게 지하로 내려갔다. 물론, 계단이나 승강기를 이용하지 않고 환풍기 같은 통로를 이용해 잠입했다. “저 꼬마, 어디로 들어가는 거야. 귀찮게, 물건 가져다주려다. 이런 짓까지 해야 하다니.” 스스슥ㅡ 누군가 프로얀의 뒤를 밟으며 느긋한 표정으로 가고 있었다. 그는 환풍기가 아닌, 프로얀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이상한 점은 옆으로 사람이 지나가도 아무도 그를 제지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놈들이 타깃? 너무 허술 한 것 같은데....” 환풍구를 통해 프로얀은 타깃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너무 가볍게 들어온 것에 대한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지만, 프로얀에게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며칠을 관찰했고 적의 동태를 완전히 파악했기에 더 이상의 의심은 하지 않았다. “교주님, 이제 보옥이 내려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우리의 시대가!” 방안에는 총 세 명이 있었다. 모든 타깃이 모여 있었기에 프로얀은 찬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이 완전히 방심 할 때까지 기다리는 한편 옆 주머니에서 향 같은 것을 피워 올렸다. ‘이것은 약간이나마 능력자들의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향이다. 이제 의뢰를 수행 할 때가 되었다.’ 프로얀은 모든 준비가 완벽하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어리며 환풍구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리고 적들의 시선이 닿지 않은 곳에 가볍게 착지하며 숨을 만한 곳으로 숨어들었다. “교주, 누군가 침입 한 것 같습니다.” 프로얀이 달려들려던 순간 검은 머리의 표적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무기를 뽑아 들고 최대한 경계어린 표정으로 방안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순간 프로얀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며 무작정 달려들었다. “죽어라!!” 작은 체구의 프로얀은 아주 날렵했다. 허벅지에 걸려 있는 단검을 뽑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빈공 간뿐, 그것 때문에 프로얀은 당황하며 뒤쪽으로 물러서며, 그림자가 있는 곳으로 스며들어갔다. 어둠속으로 스며들어간 프로얀에게서는 아무런 기척도 잡히지 않았다. 마치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저런 피라미가 들어오는 거야!” “한심한 녀석들....” 서양인 두 명이서 중국인 한명을 질책하며 꾸짖는 모습이 보였다.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하는 행동에 프로얀은 단검 술이 아닌 체술로 처리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그들 역시 능력을 알았으며, 그 수는 세 명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르륵ㅡ 프로얀이 어둠에서 나와 걸음을 옮겼다. 그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한편으로는 무거워 보였다. 그리고 그 발을 바닥을 퉁구며 이동하자 잔영이 하나둘씩 생겨나며 여기저기에 생기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잡기를 사용하다니, 정말 웃기군. 이, 제너스 앞에서 그런 잡기를!” 제너스라고 밝힌 자는 당당히 프로얀에게 나서며 손에서 불꽃을 피워 올렸다. 순간 후끈한 기운이 프로얀을 덮쳐왔지만 그것은 프로얀의 잔영이었다. 그 모습에 미소를 지은 프로얀은 더 쏴보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제너스를 약 올렸다. 그리고 프로얀은 잔영을 더욱 만들며 제너스에게로 접근했다. 접근한 프로얀은 생각할 생각도 없이 수도를 내뻗어 제너스의 복부에 박아 넣었다. 푸욱ㅡ “크크큭, 잡았다. 근육으로 잡을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몰랐겠지?” 복부에 손이 뚫고 들어왔지만 제너스는 무엇이 좋은지 웃음을 띠며 복부에 힘을 주고 있었다. 프로얀은 그 이상한 기술에 잡혀버렸다. 손을 뺄수도 몸을 뺄수도 없는 낭패를 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당황하지 않고 반대 손으로 제너스의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목이 뚫리면 죽지, 치명적인 급소. 죽어라!" 슈악ㅡ 날카롭게 세워진 손날을 제너스의 목에 넣었지만 제너스는 목을 감싸며 프로얀의 공격을 피해버렸다. 그리고 공격을 막은 제너스는 남는 손으로 불꽃을 피워 올리며 프로얀의 몸을 터뜨렸다. 화르륵ㅡ펑!! “꺄아ㅡ” 순간 프로얀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뜨거운 불길이 자신의 안면으로 닿는 것을 생각하니 절로 비명이 질러 진 것이다. 질끈 감긴 눈도 파르르 떨렸다. 복부에 박혀 버린 손은 빠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반대 손도 이제는 사용 불능이었다. 공격을 감행하면서 손목이 부러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프로얀은 몇 십초가 지난 후에도 공격이 자신의 얼굴에 닿지 않는 것을 생각하며 살며시 눈을 떴다. “꼬마, 물건은 잘 챙겨 다녀라. 이런 귀찮은 일까지 시키지 말고. 여기 있다. 너의 물건은....” “아ㅡ” 눈을 떴을 때는 자신의 손과 온몸은 치유가 되어 있었다. 차가운 붉은 빛의 눈동자가 자신을 맞아 주며 적들과 자신의 중앙에 서 있는 자가 한눈에 들어왔다. 순간 눈시울이 붉혀 졌지만 그런 추태를 보일 수는 없었다. “나는 물건을 전했으니, 가겠다. 보아하니, 살수 같은데. 그런 직선적인 공격은 적들에게 먹히지 않아. 은밀하게 기습을 추천한다.” “넌 뭐냐! 어떻게 저런 녀석들이 여기를 들어 올수 있지? 최상의 방어가 아니었나?” 제너스는 흥분의 도가니 속에 빠져있었다. 자신의 공격을 한손으로 막은 것으로 부족해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부르르 떨려 왔기 때문이다. 차가운 붉은 색의 눈동자를 보는 순간 자신의 몸은 순간이지만 꼼작도 할 수 없었다. 마치 자신의 교주를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이만가지.....” “그건 안 돼지, 한국인. 들어 올 때는 마음대로 왔을지 몰라도, 나갈 때는 너의 시체만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지.” 프로얀은 순간 멍한 기분이 들었다. 도와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물건을 주고 그냥 간다는 말에 당황했다. 이대로는 자신이 당해 버릴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미 몸이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적들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있었고 몸이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뭐라고.....지껄였냐. 다시 한 번 말해 봐라.” “들어 올 때는 마음대로 들어 올수 있지만 나 갈수는 없다고 했다. 애송아.” “그게 다냐? 유언 말이다.” 프로얀은 반쯤 체념하고 있었다. 자신을 놓아두고 갈 것을 생각하니 몸이 부르르 덜리며 눈물이 날려 했었다. 하지만 표적들의 도발에 돌아가려던 그의 발걸음이 딱 멈추며 살기를 내뿜었다. 좁은 방안에서는 엄청난 살기와 위압감, 존재감이 가득 찼다. 그의 눈동자는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홍염의 불꽃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짧은 한마디가 다른 이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가 만드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뒤로 물러서라. 제너스, 저 녀석과 겨루어 보고 싶군.” “예, 교주.” 표적들이 한가롭게 대화 하는 모습에 프로얀은 단검을 고쳐 쥐었지만 눈앞에 벌어지는 일에 입이 벌어졌다. 스스스ㅡ “네놈은 어둠을 사용하는 군. 누가 강한지 볼까? 나의 성력과, 너의 마력.” “네놈이 백마법사라도 되는 줄 알고 착각 하는 거냐?” “그렇다면? 최후의 백마법사다. 흑마법사는 처음 보지만 고서에는 백마법사가 강하다고 하더군.” 교주라고 불린 자는 앞으로 나서며 새하얀 기운을 내뿜으며 제현이라고 불린 남자에게 기운을 날렸고 반대편에서는 검은 어둠을 방출했다. 교주라고 불린 자의 새하얀 빛에서는 성력이라고 및기지 않는 어둠이 느껴졌다. 반면에 어둠의 기운을 내뿜는 그는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몇 분간의 기세 싸움이 끝나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백마법사라.....미안하지만 나는 마법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헛소가 지나치구나. 나의 경지는 이미 8단계의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네놈과는 차원이 다른 경지란 말이다.” “8단계? 8서클을 말하는 건가? 얼마든지 공격 해봐라. 너의 하찮은 마법 실력을 감상해 줄테니!” 눈앞의 남자는 오만하고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강한 기운이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음에도 위축됨이 없었다. 어둠의 기운을 모두 갈무리 한 그는 느긋하게 공격을 받기 위해 허점을 일부러 노출하고 있었다. “초능력자들마저 나의 마법에 사라져 간자가 한둘이 아니다. 그만 죽어라! 헬파이어(Hell Fire)” 교주라고 불리는 자는 이상한 구동어를 말함과 동시에 뜨거운 불꽃을 소환했다. 그리고 그것을 나의 앞을 가로 막는 남자에게 던져 버렸다. 하지만 그는 손을 가볍게 앞으로 뻗으며 이런 말을 내뱉어 버렸다. 아주 어처구니없는 말이었고 거만한 말이었다. “꺼져라.” 화르륵ㅡ틱! 그 한 마디에 강대한 화염을 토해내던 것이 틱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소리에 꺼져 버렸다. 정말로. 그는 웃으며 말을 꺼내고 있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가슴속에 박혀들었다. “백마법은 무언가를 보호하며, 만드는 것이고, 나의 흑마법은 모든 것을 부수며, 소멸시키는 것이다. 너와 나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재미있는 마법으로 몸을 두르고 있군.” 그는 웃으며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다시 한 번 손을 앞으로 뻗으며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러자 어두운 기운이 앞의 교주라고 불린 자의 몸을 감싸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디스펠 매직(Dispell Masic)” 사르륵ㅡ “어어억?!” 그 한마디에 교주는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잠시후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머리는 백발 같은 하얀색을 띠고 있었고 얼굴은 화상과 함께 칼자국 등 여러 가지 상처들이 비산해 있었다.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정도로 추했다. “크크큭, 어처구니없군. 추한 얼굴을 가리기 위해 마법을 배웠는 가보군. 목숨은 살려 주지. 같은 마법사니. 이세상의 단 세 명만 존재하는 마법사여.”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나가 버렸다. 자신을 홀로 놓아두고서, 그렇게 프로얀은 우연이 겹쳐 목숨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평소부터 호감 가지고 있던 자에게..... “같이 가요!” 후다닥ㅡ 프로얀은 빠른 속도로 그를 향해 뛰어갔다. 아직도 멍한 기분이 들었지만 기분만은 좋았다. 비록 의뢰는 실패 했다고는 하지만 다음이 있다는 생각에 프로얀은 몸을 부르르 떨며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저는 프로얀이예요. 옆집에 살아요. 친하게 지내도 되죠?” “꼬마가, 싸가지가 없군. 꼭 누군가와 닮았다고 할까?” 그렇게 프로얀과 제현의 인연은 지속되었다.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프로얀은 가연의 부모님에게 도움을 받아 학교라는 곳에 중국어 선생님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교단에서 서서 이름을 밝히고 있었다. 물론 몸을 예전처럼 변형 시켰다. 본래의 모습으로 의뢰를 수행할 때는 꼬마의 모습이 적당하지만 이런 일에는 본래의 모습이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자 아이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프로얀에게 빠진 것이 분명했다. ‘후훗, 본모습으로 돌아가길 잘했어. 그도 나를 쳐다보고 있어.’ 속으로 프로얀은 웃음을 띠면서 자신 있게 이름을 밝혔다. “제 이름은.....프로얀 이예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특히 거기 홀로 창가 쪽에 계신 분.....” 그렇게 프로얀은 학교에서도 그와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의뢰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의뢰가 아니더라도 복수는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쟁의 시작(보옥 전쟁) “짜증나.....” 웅성웅성ㅡ 나는 한껏 짜증이 묻어나는 얼굴로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날, 우연히 그 단검을 줍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후회가 막심했다. 반에서는 아이들이 떠들며 들떠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여기저기에서는 나이, 왜 한국에 왔는가? 어떻게 선생님이 됐는가? 라는 질문들과 장난기 많은 질문이 난무하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짜증나죠?” “?!” 나는 멍하니 푸념어린 소리를 내뱉고 창밖을 보며 햇빛을 쬐고 있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다가오니 약간 싸늘한 바람소리가 창가를 두들기고 있었다. 그리고 매미 소리도 사라진지 오래였고 간간이 잠자리가 하늘을 위태롭게 날고 있었다. 나는 그런 자연적인 현상에 마음을 풀고 있었지만 옆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다시 인상을 그리며 시선을 옮겼다. “짜증난다. 이 모든 현실이. 그리고 학교가. 운석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데 이런 곳에서 죽치고 앉아 있는 것도 사치일 뿐이다. 차라리, 대한민국, 즉, 아시아를 포기하고 아메리카로 넘어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아메리카에 있는 몬스터들은 어떻게 할 거죠? 이동수단은?” 나의 말에 프로얀이 미소를 지으며 나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듯 찬찬히 말하고 있었다. 나는 생각이 거기까지 못 미쳤기에 빠른 대답을 할 수 없었다. “........” “지금의 현실에 충실한 것도 중요해요.” “크큭, 너는 뭐를 잘했다고 그딴 말을 내뱉는 것이냐. 의뢰를 위해 이곳에 온 주제에, 네가 뭘 알고 있지? 지금 나의 현실은 이게 아니야! 무슨 꿍꿍이로 나에게 접근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나에게 다가서려 하지마라.” 질끈ㅡ 나는 잠깐의 침묵을 고수하며 프로얀의 눈을 직시했다. 붉은 홍염의 눈동자가 빛에 반사되며 더욱 붉은 섬광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나는 긴 말을 이어갔다. 나는 일정한 선을 긋고 있었다. 요즘 들어 이유 없이 나에게 다가오는 무리가 늘어나고 있음을 알고 경계 하는 것이다. 프로얀의 접근부터가 부자연스러웠다. 그리고 그녀의 생김새 역시 경계의 대상이었다. 마치 샐리온 월드에서 만났던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닮아 있었다. 약간의 스치듯 한 인연이었지만 대자뷰 처럼 겹쳐 보였다. “야, 너! 너무 나대는 거 아니냐? 감히 선생님에게 그런 막말을 하다니!” “개새끼가. 힘 좀 있다고 너무 나대는 거 꼴사납다!” 조용한 정적이 흐르던 곳을 깨는 두 명의 녀석들이 있었다. 재석이 사라지고 조용히 지내고 있던 명우와 진수였다. 그 둘이 나서며 반의 정적을 깨고 있었지만 둘만 흥분해 있었고 그 주위에서는 나를 보고 분위기를 살피고 있었다. 마치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가득했다. “힘? 막말?.......? 너희들은 예전 생각이 나지 않는가보구나.” 꿀꺽ㅡ 나의 말에 녀석들이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나의 귀에 들려왔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녀석들을 노려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내가 가만히 당하고 있을 때, 너희들은 힘이 없었나? 너희들이 더 꼴사납군. 너희들처럼 힘이 최고이고 진리, 답이다. 힘이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어. 세상을 지배하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없앨 수 있는 것도. 힘이 달려 있다.” 스스스ㅡ “이게 힘이다.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 나의 발 믿을 쳐다보며 목숨을 구걸하는 자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진리였고 답이었다. 세상은 힘으로 돌아간다. 강자지존! 즉, 적자생존에서 최고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기운을 퍼뜨리며 반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러자 나의 존재감이 급속도로 상승하며 학교 전체를 뒤덮었다. 그리고 나는 몸을 공중으로 약간 상승하며 반의 멍청한 녀석들을 모두 봤다. “지금의 세계는 머리가 아닌, 힘으로 돌아간다. 나는 지금 먹이사슬 중, 최고 우위를 점하고 있다.” 쾅ㅡ!! “키키킥, 적자생존 좋은 말이군! 하지만 틀렸다. 먹이사슬의 최고봉은 나다!” 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교실을 문을 부수고 들이닥쳤다.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으며 서슬 퍼런 검을 뽑으며 학교를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우리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몰랐지만 적이라는 것은 명확했다. 개학에 맞춰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우선 녀석들을 처리해야 했다. “너희들은 제이를 보호해라. 나는 최대한 적의 시선을 끌 테니까.” “알았어.” 나는 방어를 하는 한편 가연과 수강에게 제이를 보호 할 것을 말했다. 그러자 즉각 뒤쪽으로 물러서며 그 둘은 보호하는 진형으로 자리를 틀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나는 블러드 네일을 이용해 녀석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캉! 카캉ㅡ캉! 열 가닥의 블러드 네일이 녀석들의 모든 겁을 붙잡으며 궤도를 틀었다. 반은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이 있었기에 상당한 혼전이었다. 대부분 희생양으로 반의 아이들이 죽어나고 있었지만 지금 그걸 따질 정도로 나는 한가하지 않았다. 푹ㅡ “멍청한 녀석! 그것도 못 막다니!” 나에게 헛소리를 내뱉은 녀석의 목을 꿰뚫어 버리고는 침을 뱉어 버렸다. 그리고는 다음 적을 향해 블러드 네일을 휘둘렀고 그들도 힘없이 블러드 네일의 희생냥이 되어 버렸다. 탁ㅡ “사, 살려줘. 나, 주....죽기...기, 싫어....커억ㅡ” 나의 발목을 잡으며 애원하는 반 아이들이 보였다 나는 그런 녀석들의 부탁을 무시하며 적들을 상대 할 뿐이었다. 나는 거치적거리는 반 녀석들을 밟으며, 적을 베었고, 적을 죽였다. 이미 이런 피라미들은 큰 기술을 사용하지 않아도 처리가 가능했다. “오랜 만인걸? 한 달만 인가? 너의 흑마법은 잘, 알았다. 이번에는 나의 백마법으로 네 녀석을 없애 버리겠다. 그리고, 나에게는 원군이 있거든.” “그때 잘도, 우리 동료를 죽였겠다. 이번에는 네놈이 죽을 차례다.” 중국의 불사교의 교주와 일본의 악멸회가 동맹이라도 맺은 건지 많은 수의 중국인과 일본인들이 학교에 들이 닥쳤다. 그에 반해 우리들이 대응 할수 있는 자라고는 힘없는 학교 학생들, 그리고 조금 배치되어 있는 한국의 국군, 그리고 한국의 기관사람 몇 명이 간간히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윈드(Wind)!” 휘우웅ㅡ 쨍그랑!ㅡ파앗! 순간 나의 몸에서 방출한 마나가 바람을 만들어 내며 교실의 혈향을 밀어 내며 창밖으로 빠져 나갔다. 나는 그런 바람을 따라 교실의 창문을 깨부수며 운동장으로 이동했다. 나의 이동에 일본의 악멸회의 단원과 불사교의 교원들이 나의 뒤를 따르며 운동장으로 이동했다. 교실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대부분의 학생들, 그리고 힘없이 주저앉아 오들오들 떨며 두려운 눈초리로 주위를 둘러보며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얼굴에 피를 칠갑하며 단검을 움켜쥐고 있는 프로얀이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가연과 수강은 제이를 보호하며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런 것은 전학교의 학급들이 해당되었다. 학교에 이런 대단위의 인원이 쳐들어올지는 몰랐기에 한국의 기관 사람들은 지금 한창 오고 있는 중이었지만 30분 뒤나 올수 있을 것이다.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어. 다시 젊어지고 불사의 삶을 살 수 있는 보옥이라는 물건을 찾아 나선지 어언,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버렸다. 그 끝은 이곳, 한국에 있는 사천, 여기다. 이제 그랜드 얼라인먼트가 시작되면 보옥이 완성된다.” “보옥은 하나 일 뿐일 텐데?” 나는 수백 명, 아니, 천명이상이 되는 인원에 전혀 위축됨이 없었다. 상당히 많은 실전경험과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이런 인원 따위는 무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비장하게 외치는 교주의 말에 인상을 그렸지만 보옥이라는 것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기에 묵묵히 들었다. 하지만 보옥은 하나뿐이고 차지할 무리는 둘, 아니, 한국까지 친다면 셋이 되지만 일본과 중국은 서로 차지하려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의문이 생기며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 나왔다. “우리 일본은 중국의 불사교에 넘기기로 했다. 하지만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일본, 대 일본 제국이다! 조센징이 그런 것을 알 턱이 없지. 순순히, 사천지역을 넘겼다면, 이런 협약까지 맺을 필요도 없었겠지만, 너희 조센징들은 두 번이나 실수를 저질렀다.” 스스스ㅡ “하나는 과거 조선이 문호를 순순히 개방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금, 사천 땅을 내어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 대 일본제국은 첫 번째의 후퇴는 있었지만 두 번째의 후퇴는 없다. 이, 한국을 우리 일본 제국이 지배하겠다. 식민지로, 예전으로 돌아가는 거지...크흐흐” 나는 지금 심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의 표정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말을 길게 이어가던 녀석은 헛웃음을 뱉고는 칼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주위에서는 각자 무기를 고쳐 쥐며 나에게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휘이잉ㅡ 차르르륵ㅡ!!! “한 가지 제안하지. 지금 여기서 나를 죽이지 못한다면, 일본은 나에게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런 말을 내뱉고 마탄과 더불어 마족 삼종세트를 사용했다. 등 뒤에서는 망토가 펄럭이고 있었으며, 손에서는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허공에는 검은 구체가 열 개나 떠 있었다. 그리고 눈은 붉어지며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나의 몸은 조금씩 움직였다. 하지만 나의 입장에서만 약간 움직였지만, 다른 이들은 많이 움직였다고 생각 할 것이다. 그렇게 일본과 중국, 한국간의 마지막 전쟁이라는 타이틀로 대규모 전쟁이 될 첫 순간이 시작되었다. 빼앗을 자와 지킬 자. 지배할 자와 지배 받을 자 간의 전쟁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고 나는 이미 폭풍의 핵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나는 두려움은 없었다. 죽음과 고통은 더 이상 나에게 두려움이 주지 못했다. 다만 패배가 두려울 뿐이었다. 힘은 나를 변화 시켰고 나의 마음을 강하게 만들었다. 쇠를 두들길수록 단단해 지듯이 부서진 내 마음은 견고한 쇠처럼 단단해 졌다. 마치, 잘 세워진 검처럼 나의 마음은 날카로웠다. “두려움에 떨어라! 고통에 비명을 질러라! 그건 오직 너희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빠르게 몸을 날렸고 손톱을 휘갈겼다. 그러자 나의 눈에 비친 것은 발갛게 수놓은 물방울 들 뿐이었다. 전쟁의 시작(보옥 전쟁) “병신들! 허점이 아주 노출되어 있구나!” 슈악ㅡ 나에게 무작정 달려드는 녀석들을 보며 혀를 찼다. 정예로 보이는 녀석들이 모두 허점으로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다 허점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약간의 페이크를 쓸 수도 있기 때문에 속임수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랜 만이구나, 그날 밤의 치욕은 잊지 않고 있다.” 차르릉ㅡ 나 역시 잘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녀석을 잊을 수가 없었다. 나에게 난도질 한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참히 하지만 그 덕분으로 강해지는 계기가 되었지만 말이다. “내 눈에 띠면 죽는 다고 했을 텐데? 천유라고 했던가? 나타날 날을 잘못 잡았구나. 죽어라!” 스르륵ㅡ캉!! 나는 천천히 팔을 휘저으며 원을 그렸다. 양손이 무기인 나였기에 나의 손을 좌우로 교차하며 땅을 박차며 녀석의 검과 나의 손톱이 부딪혔다. 캉!! 주르륵ㅡ 나의 강력한 힘에 녀석은 멀찍이 뒤쪽으로 튕겨나가며 땅에 질질 끌려갔다. 운동장의 바닥에는 먼지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약간의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었지만 나에게는 소용없는 먼지구름이었다. 슈욱ㅡ 순간 먼지 구름을 뚫고 날아온 섬광 같은 빛줄기가 나의 볼을 스치듯 지나갔다. 순간 스치며 지나간 빛 때문인지 나의 볼은 조그마한 생체기가 생겨났지만 그렇게 큰 부상은 아니었기에 무시 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촤르륵ㅡ 타이트한 파차오를 입은 여자가 여러 개의 암기를 움켜쥐며 서있었다. 워낙 많은 수가 뒤쪽에 있었기에 자세히는 보지 못하고 전투에 임했지만 마유였다. 그 여자는 반갑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지만, 정말로 반갑다는 표정이 아닌, 원수를 만나 반갑다는 표정이었다. “귀찮은 날 파리가 상당히 꼬였군. 속전 속결이다!” 슈우욱ㅡ 마탄을 컨트롤 하며 앞으로 더욱 전진했다. 빠르게 달려들며 검을 휘두르고 괴이한 기술을 쓰는 녀석들이 귀찮았지만 의외로 치명적인 공격이 들어왔기에 방어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일본인 들은 예의 고통을 느낄 수 없는 기술을 중국인들에게 쓰며 자신들도 등 뒤쪽에 바늘을 꽂아 넣었다.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일순간 몽롱한 표정을 짓더니 일제히 나에게 달려들었다.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으니 그들은 마음 놓고 살초를 펼칠 수 있었다. “슬립(Sleep)! 그리스(Grease)!” 주르륵ㅡ 누군가 나에게 마법을 펼치고 있었다. 슬립이야 자동적으로 캔슬 시킬 수 있었지만 그리스는 그게 아니었다. 순간 마찰력이 영이 되면서 나는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다행히 넘어지는 것 까지는 않았지만 바닥에 손톱이 박혀 들어가 버렸다. “비검! 소멸하는 세계!” 슈아악ㅡ 나의 중심이 흐틀어 지자 일본인중 대장격인 녀석이 빠르게 도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워낙 강맹하고 빠른 공격이었기에 나는 피하지 않고 도면을 손가락으로 퉁구며 검의 괴도를 틀었다. 워낙 많은 수련 탓에 이런 동체시력과 함께 빠른 판단력이 생겼다. 탕! 슈욱! 나의 손짓에 힘없이 괴도가 틀어져 버린 도를 고쳐 쥐고 다시 검을 휘두르는 일본인이 보였다. 저번에도 봐서 그런지 약간이나마 친근함이 묻어났지만 호감이 아닌, 죽일 대상에 대한 약간의 연민 같은 것이었다. 나는 바닥에 닿아 있던 손바닥에 모래를 많이 움켜 쥐었다. 촤악ㅡ “아악ㅡ 눈이!, 눈!” 손바닥에 한 움큼 쥐어진 모래가 녀석의 눈을 향해 비산했다. 그러자 녀석은 눈을 감싸며 부하들의 뒤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런 모습에 약간의 웃음을 띠며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돌을 하나 쥐어 들고 그것에 정신을 집중했다. “파이어 인첸트!” 팟ㅡ화르륵ㅡ 가연에게서 가져온 능력 중에 파이어 인첸트라는 기술은 확실히 유용했다. 어떤 물건이든 인첸트만 걸면 무기가 되었기에 나는 간단한 돌멩이를 들고서 녀석들에게 던질 포즈를 취했다. 나의 모습에 녀석들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지만 나의 빠른 속구에 녀석들은 당황해 했다. 퍼퍼퍼퍽ㅡ 빠른 속도로 날아간 돌멩이가 녀석들의 복부를 꿰뚫고 지나가며 붉은 잔영을 만들어 냈다. 끝도 없이 날아갈 것 같던 돌멩이가 불사교의 교주에 의해 멈추었다. “이상한 잡술도 다 쓰는 군. 일제히 모두 흩어져서 학교에 생존해 있는 자들을 주살하라!” “옛!” “이곳은 나와 몇몇의 간부, 악멸회가 맡겠다. 그동안 너희들은 이 학교를 접수해라!” 스팟! 교주의 말에 따라 불사교의 일원들은 빠르게 흩어지며 교실로 들어갔다. 그에 교실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던 자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소란스러워졌고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있던 한국의 능력자들은 긴장하며 적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몇 천이 되는 자들이 공격해도 모자랄 판에 너희들이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 하는 건가?” “후훗, 그건 겨루어 봐야 할 것이 아닌가? 우리에게 있어서 악은 너다. 악은 없어져야 하지. 언제나 정의는 승리 하는 법이 거든.” “또 헛소리를 짓거리는 구나. 말하기도 귀찮다. 덤벼라.” 나는 조소 어린 표정으로 교주에게 말했지만 녀석은 잔잔한 미소를 띠며 헛소리를 짓 꺼리고 있었다. 그리고 교주는 뒤로 약간 빠지며 캐스팅을 하고 있었다. 백색의 기운이 뿜어지며 발밑과 하늘에서 마법진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남은 간부라는 자들은 각자의 무기를 빼들고 나를 견제하고 있었고 교주를 보좌하는 둘은 각자의 기운을 피워 올렸다. 검은 복장의 중국인 보좌관은 장검을 뽑아 들었고 서양인 보좌관은 간단한 손동작으로 불을 만들어 냈다. 일본인들은 가미카제를 다시 쓸 생각인지 주위의 피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회심을 미소를 지으며 각자의 위치로 흩어지고 있었다. 전쟁의 시작(보옥 전쟁) 휘우우웅ㅡ 하늘의 기류가 변하며 요동치고 있었다. 대기는 출렁였고 구름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 현상은 교주가 사용하고 있는 마법의 발현 현상이었다. 지상에서는 강풍이 불어 왔고 하늘에서는 매서운 칼바람이 치고 있었다. 그 매서운 돌풍에 또 다른 속성이 합쳐지며 융합하고 있었다. 그 속성은 화 속성이었다. 바람의 속성과 불의 속성이 잘 맡듯이 그 두 속성은 빠르게 융합하며 거대한 힘을 표출했다. “준비되었습니다. 교주!” “나의 적을 없애어 주리, 나의 추악한 외모를 멸시하는 자 바람의 멸시가 있을 지니, 그 멸시는 죽음을 피하지 못하리.....윈드 퍼니쉬먼트(Wind Punishment)” 그 둘의 대화가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도 나에게 달려드는 악멸회의 단원과 교주의 보좌관인 중국인 녀석이 끝까지 시간을 벌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나는 교주가 사용하는 마법을 잘 알았기에 마냥 지켜 볼 수 없었기에 빠르게 움직였지만 의외로 나이 발을 잘 묶고 있었기에 마법이 발동되어 버렸다. 주위의 기류가 한곳으로 뭉쳐지며 나에게로 쏘아졌다. 워낙 큰 범위 공격이라, 운동장에 비산해 있는 시체들과 모래, 나무들이 윈드 퍼니쉬먼트에 빨려 들어가며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 “우리도 간다! 가미카제!” 촤르릉ㅡ! 빠르게 공수를 전환하던 녀석들도 이제는 최후의 절기 같은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주위의 피를 유심히 관찰하던 녀석들은 도를 교차시키며 예의 가미카제를 발동시켰다. 이미 당해본 적이 있었기에 약간, 걱정은 되었지만 지금은 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이거 정말 귀찮게....으으, 됐군!” 후우웅ㅡ 매서운 바람이 나에게 다가오자 나는 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곧 실드가 쳐지며 윈드 퍼니쉬먼트를 막았지만 뜨겁게 달구어지는 실드의 내부 때문에 다시 한 번 속성을 부여 할 수밖에 없었다. 수 속성으로 전환한 실드는 바람에 의해 심하게 출렁이며 위태롭게 방어를 하고 있었다. 촤아악ㅡ슈우욱!! 순간 날카로운 것이 나의 실드를 가르며 날아왔지만 망토를 휘날리며 정면을 보호한 나는 강대한 붉은 기류가 나를 덮치는 것을 알고 그 제서야 가미카제가 완전해 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치이이익ㅡ 순간 최강의 방어력을 자랑하던 망토가 약간씩이지만 산화하며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마치 헬 파이어 보다 강하며, 산화성이 강하다는 것을 알리듯이 타는 냄새가 나의 코를 자극하며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드래곤의 브레스도 막아내던 망토가 약간씩이지만 부식하는 것을 알고는 얼른 방어를 했지만 실드는 힘없이 소멸해 버렸다. 여러 사람의 피와 여러 명이 펼친 가미카제의 영향덕분인지 이도 저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이런 기술이.....하지만 그만큼 허점이 크다.’ 나는 이 기술의 크나큰 오류를 찾아 버렸다. 피를 이용한다는 점도 단점이었지만 그만큼 유지시간도 짧다는 점이었다. 마지막으로 제일 큰 오류는 상대를 잘 보면서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이곳을 빠져 나갈 방법이 무궁무진했다. 하나는 빠르게 마탄을 이용해 이 기술을 뚫고 나가는 것과, 텔레포트, 블링크 등 이동수단을 이용해 빠져 나가는 것이다. 아니면 유지시간이 끝날 때 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간단히 텔레포트로 이동하는 것을 택했다. 슈욱! “그딴 기술은 이제 나에게 통하지 않아. 괜히 시간 낭비 하지 말고, 한꺼번에 덤벼라.” 간단히 파훼당해 버린 기술에 망연자실한 악멸회의 단원들은 도를 고쳐 쥐며 경계했지만 상당히 많은 힘을 소모 한 것인지 이마에서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불사교의 교주는 무리한 마법시현 때문인지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고 중국인 보좌관은 자잘한 상처가 많이 나 있었다. 마지막으로 서양인 보좌관은 비교적 쌩쌩한 편이었다. 다만 짜증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교주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교주, 왜 저에게 명령을 내려 주시지 않는 것입니까? 저도 싸우고 싶습니다. 저는 보조 하는 역할이 아니라. 싸우는 역할입니다.” “저자가 간단히 당할 정도로 약해 보이나?” 조그마한 소리가 나의 귀에 들려왔다. 그 말을 들어보니 그 서양인 보좌관이 마치 나를 이길 수 있다는 표정으로 노려보니 왼지 모르게 살기가 솟구쳤다. “그래봤자 애송이 일 뿐입니다. 제가 처리하죠. 뒤에서 지켜 보십시오.” “후회하지 말도록.....” 그 둘의 대화가 빠르게 끝나며 서양인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일본인들은 약간 시간을 벌었다며 좋아하는 표정을 지었고 중국인 보좌관은 인상을 찌푸리며 교주의 옆에 부복하고 있었다. “나의 이름은 제너스다. 너의 이름은? 어차피 죽게 될 테지만 시체라도 남는 다면 비석이라도 세워 주마.” “아주 죽으려고 스텝을 밟는 구나......” 스스로 제너스라고 밝힌 녀석이 싸늘한 웃음을 띠며 양손에 불을 피워 올렸다. 불의 속성인지 손에서는 헬 파이어 같은 불길이 넘실거리며 불을 토해내고 있었다. 나는 건방진 녀석의 말에 코웃음을 치고는 손을 앞으로 내 뻗었다. “불 속성이면 불에 대한 내성도 상당하겠군. 그러면 너의 불과 나이 불 중 누가 더 셀까?” 나의 눈이 한 차례 빛나며 손에서 검은 빛이 일렁이더니 검은 빛이 띠는 불길이 솟아올랐다. 양손에 펼쳐진 검붉은 색의 헬 파이어가 넘실거리며 앞의 제너스와 같은 포즈를 취했다. “1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지, 건방지게 자신의 아들은 살려 달라고 그러더군, 나는 당연히 모두 죽이려 했지만 저기 있는 동양인 세끼가 말리는 바람에 죽이지 못했지만, 마음껏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되살아나는군.” 제너스가 조소를 띠며 중얼거렸다. 나는 순간 무엇을 말하는지 몰라 눈을 깜박였지만 스치듯 지나가는 생각이 나의 뇌리를 강타하며 모든 게 떠올라 버렸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 때문에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 뿐 모두 기억을 하고 있었다. “그때 정말 짜릿했었는데 말이야. 멍청한 녀석들이었지 죽을 것이 뻔 한데 자신들의 자식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희망의 눈빛을 하고 있더군, 마치 저기 뒤에 있는 학생들처럼 말이야. 저 녀석들의 눈동자를 보면 아직도 떨리는 군. 흥분되고 있어.” “뭐라고 했냐.....” 신이 나서 떠들며 웃고 있는 녀석이 불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내며 나에게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치 나이 대화가 끝나면 던지겠다는 듯이 여유러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녀석의 말에 점점 평점심이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못 들었나? 한마디로 다시 한 번 가지고 놀고 싶.....” 녀석이 다시 말해 주겠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지만 뒷말을 체 잊지 못하고 말았다. 그의 눈동자너머에는 악마처럼 싸늘한 분위기와 빛 한 점 통과 하지 못하는 붉은 색의 눈이 식어있었다. 주위는 싸늘한 공기로 인해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있었고 쉬고 있던 자들은 급히 일어나며 도를 챙겨 들고 있었다. 교주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전쟁의 시작(보옥 전쟁) 푸욱ㅡ “다시 한 번 지껄여 봐라, 이제는 내가 네놈을 가지고 놀아 주지, 이 공간에서 그 누구도 빠져 나갈 수 없다.” “크으으ㅡ” 솨아아아ㅡ 나는 고통에 허덕이고 있는 제너스에게 힐링이라는 작은 선물을 선사했다. 그리고 주위에서 조금씩 다가오는 자들에게 마안과 더불어 드래곤 피어를 이용해 견제를 했다. 그러자 그들은 자기 자신의 자리를 고수하며 무기를 고쳐 쥘 뿐이었다. “일어서라, 그리고 나에게 덤벼라.” “개자식!” 퍽ㅡ 나의 말에 열이 받았는지 녀석은 무작정 불을 만들어 내고는 달려왔다. 하지만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주먹을 앞으로 뻗을 뿐이었다. 그리고 녀석은 나의 주먹에 코가 주저 앉으며 멀리 나가 떨어졌다. 다시 반복되는 힐링 속에서 녀석은 부활했다. 그리고 나의 손짓에 다시 녀석은 달려들었다. 그러기를 수십 차례가 되자 녀석의 표정에서는 공포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더 발악해라. 더 분발해봐, 박살내줄 테니. 나는 그때 그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운동장의 상당부분이 소실되어 있었다. 워낙 거대한 마법들과 기운들이 요동치니 운동장은 성치 않았다. 다만 몇 명이 서 있을 자리와 공간이 남아 있었을 뿐이었다. 나의 귀에 비명소리와 날카로운 외침이 들렸지만 지금은 그 어떤 것에도 방해 받고 싶지 않았다. 제너스는 나의 사나운 표정을 보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을 사용 할 것인지 흔들리는 눈을 가지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네놈들의 동료도 지금 움직이지 못하고 있지.....너를 구해줄 사람 따위는 없어.” “그, 그런! 제발 누가 나 좀 도와줘...!” 나의 말에 흥분한 제너스는 주위를 쳐다보며 간절한 어조로 말했지만 밖에서는 이상한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허공을 쿡쿡 찌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이기면 자연히 여기서 나갈 수 있지. 하지만 이곳은 나의 실드를 응용한 공간이다. 아무도 빠져 나갈 수 없어.” “........!” 제너스는 흔들리는 눈을 애써 바로 잡으며 자신의 몸을 부르르 떨며 기합을 토해 내며 기운을 넣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길은 일어나지 않고 괴 현상만이 일어 나고 있었다. “하아앗!!!!” 부우우우ㅡ 녀석의 몸은 붉은 색으로 달구어 지고 있었다. 그리고 무작정 나에게 돌진을 감행하며 팔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양손을 이용해 손가락을 튕겼다. 딱ㅡ! 부우웅ㅡ화아아악!! 손가락의 튕겨지자 몸에서는 거대한 불길이 일어나며 나의 몸을 휘감았다. 나는 녀석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고스란히 막아서고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의 행동을 보며 헛웃음이 나왔다. 이런 무식한 공격이 녀석의 필살기였다는 것이 우수 울뿐이었다. “잘 가라.....뱀파이어릭 터치(Vampireric Touch)” 퍼석ㅡ 나는 온몸을 이용해 뱀파이어릭 터치를 사용했다. 그러자 녀석의 몸이 급속도로 삭아가며 부서졌다. 주위에서는 이런 현상을 보며 눈을 부릅뜨며 경계하는 눈치였다. 처음에 자신 있던 기상을 잃어버린 녀석들은 별 볼 일없는 녀석들이었다. “다음, 너, 재수 없는 백마법사. 일루 와라.” 척ㅡ 나는 오만한 표정에 거만한 포즈로 교주라는 녀석을 불렀다. 갑작스런 나의 지목에 녀석은 당황해 하며 주춤 거렸지만 자신 있다는 표정으로 성큼 걸어오지는 못했다. 다만 협공을 할 생각인지 모두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윈드 월(Wind Wall)......거기까지, 걱정 하지마라. 다음은 네놈들이니까.” 휘우웅ㅡ 나는 눈앞에 바람의 장벽을 만들며 다른 녀석들을 뒤로 튕겨냈다. 그리고는 교주라는 자를 강제로 나의 앞으로 끌고 왔다. 순간 옴짝달싹도 못하며 힘없이 끌려온 녀석은 경악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경악스럽나? 마법사는 자연을 거스르며 진리를 추구하는 자라고들 하지, 하지만 마법사라고 자연을 이기지는 못하지.....하지만 흑마법사는 달라, 모든 것을 거스른다. 진리를 추구하되 거스르는 자. 지금 나는 진리를 역행하고 있다.” “그딴 마법이 있을 리가 없어. 마법사는 자연에 순응하며, 진리를 추구하는 자다.” 나의 말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나의 말에 반대되는 말을 하고 있었다. 역시 백마법과 흑마법의 차이는 확연했다. 흑마법은 자연을 거슬렀고 백마법은 자연에 순응했다. 흑마법은 자연을 막으려 했지만, 백마법은 자연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진리를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네놈의 백마법인 진리를 추구하는 모습이나 보여라.” “문라이트(Moon Light)!” 나의 말에 녀석은 간단한 수인과 함께 시동어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차가운 기운이 나의 온몸을 감싸며 얼려가고 있었지만 나는 느긋하게 손을 내저었다. 일종의 수인이라고 착각하지만 마법의 경로를 지정하는 행동이었다. 화르르륵ㅡ 순간 나의 몸이 불길로 휩싸이며 나의 몸을 얼리던 얼음이 순간 녹아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녀석은 경악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 그런 마법이 있을 리가.....그리고 무언 캐스팅이라니!” “왜 그러신가? 백마법사? 이것이 진리를 역행하는 것이다. 없는 마법을 창조하고,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것이 흑마법의 법이다.” 나는 이미 무언 캐스팅의 완성단계에 가 있었다. 무언이라고 한다면 단 한마디도 내뱉지 않고 마법을 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정신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마법이었기에 금방 심력이 지치는 마법의 기법이었다. “이제 내 차례 인가? 이래서 마법사의 전투는 시시 하다는 거다. 그 자리에 서서, 캐스팅만 죽어라 하고 있지.” 터벅ㅡ터벅ㅡ 나는 조금씩 걸음을 옮기며 스피드를 올렸다. 그러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가는 나의 잔영이 녀석의 눈동자에 비쳤다. 녀석은 그 모습에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나의 마법을 방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치 써볼 테면 써보라는 식으로 말이다. 슈우우욱 퍼억!!! “비, 비겁한!!” “크크큭, 병신 아니야? 스트랭스 몰라? 마법이다.” 나는 빠르게 움직이며 녀석의 후두부를 쳐 버렸고 녀석은 천천히 바닥으로 쓰러지며 비겁하다는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말에 아차라는 표정으로 차가운 운동장의 모래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다. 녀석의 후두부에서는 조금씩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지만 죽음은 아니었다. 약간씩 등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보니 숨은 쉬고 있었다. 내가 약간 힘 조절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 이제 네놈들이랑 놀 시간이군. 자, 덤벼라. 결과는 같을 테지만! 이제 그런 잡 기술은 쓰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웃기지마! 우리 대 일본 제국은 쓰러지지 않는다. 광분하는 악마!” 또 다시 녀석들은 이상한 소리를 내뱉으로 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빠른 쾌를 사용하는 일본도의 특성상 빠른 속도였지만 이제는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려 터진 검이었다. 나는 그런 녀석들을 보며 차가운 미소와 함께 조금씩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나는 마법이 아닌, 블러드 네일을 꺼내며 죽음의 질주를 시작했다. 운석충돌, 생존의 법칙. 녀석들을 얼마나 죽였는지 셀 수도 없었다. 일본인의 절반 이상은 병신이 되거나 죽어 있었다. 솔직히 녀석들을 살려 둘 필요까지도 없었다. 녀석들이 한 말처럼 이것은 전쟁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삐유우웅ㅡ 뒤늦게 출동한 경찰과 군인, 기관의 사람들이 속속 도착하며 어이없게 학교는 다시 우리의 손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미 많은 수의 사람들이 죽었고 학생들의 피해는 늘어났다. 그리고 어떻게 알고 찾아 왔는지 상당히 많은 수의 기자들이 벌떼처럼 몰려 질문을 해대며 취재를 하고 있었다. 이미 주위는 붉은 석양이 비치며 어둑해지고 있었다. 날씨는 더욱 거세져 차가운 한기마저 느껴지고 있었지만 자식을 잃은 사람들은 그것도 상관없는 것인지 눈물을 흘리며 기관 사람들이나 경찰들에게 욕을 해대고 있었다. “우리 아들 살려내! 살려 내라고!” 어떤 아줌마가 나의 다리를 붙잡으며 소리치고 있었다. 이미 tv에서 방영되어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나 역시 능력자라는 사실은 만천하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도 같은 반 사람인데 자식을 구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울고 불며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터벅ㅡ터벅 나는 그 말을 무시하며 교실 쪽으로 성큼 성큼 다가가 가연과 수강에게 다가갔다. 그곳에는 여러 사람들이 죽어 있었다. 물론 중국의 불사교 녀석들이 대부분 이지만 아직 시체가 수습되지 않는 반 친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전학첫날인 제이는 멍한 눈길로 주위를 보며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며 가연에게 안겼다. “불사교의 교주는 도망갔다. 살아남은 불사교의 교도들도 도망갔더군. 당분간은 조용할 거다.”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조용히 반을 나가 학교 근처의 공원으로 이동했다. 쌀쌀한 가을이라 그런지, 혹은 요즘 들어 일어나는 여러 사건 때문인지 집밖을 나서는 사람들은 눈에 띠지 않았다. “조용하다.....” 나는 차가운 바람에 몸을 맡기며 조용한 기분을 느꼈다. 간만의 조용한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쉴 새 없이 치러지는 전투 속에서 이런 조용한 기분을 느끼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비록 운석이 떨어지겠지만 이 조용한 시간만큼은 나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시간이었다. 스르륵ㅡ 나는 고개를 밑으로 깔며 나의 손을 쳐다봤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손이었다. 굳은살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반듯한 손, 하지만 한 번의 손 휘두름으로 일본인이 죽었다고 생각하기에 믿기지 않는 파괴력과 스피드를 생각하니 절로 몸이 떨리는 것을 느겼다. 그렇다고 살인에 대한 죄책감이나 두려움 따위는 이제 없었다. 살인이 한두번도 아니었고 이제는 익숙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살인이 익숙하다면 말도 되지 않지만, 아무튼 익숙해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요즘 잦아지는 괴물들의 출몰과 일본의 악멸회, 중국의 불사교들이 쉴 새 없이 작은 공격을 했기 때문이다. 오늘처럼 이렇게 큰 공격은 처음이었기에 당황스러웠지만 아무튼 늘상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도 조금씩 다가오는 구나.” 나는 별이 총총해질 때까지 공원에 앉아 자유러운 기분을 느겼다. 초 가을이라 그런지 보슬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기에 나의 몸은 물에 흠뻑 젖어 부들부들 떨리는 기분을 느겼다. 하지만 정신만은 또렷해지며 정신집중이 잘되었다. 어이없게 학교가 문을 닫은 것을 생각하니 유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많은 사람의 죽음은 약간이나마 울적하게 만들었다. 나는 차가운 비를 맞으며 집으로 향했다. 불이 깜빡이는 가로등을 지나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를 보며 씁쓸한 기분을 느겼고, 도둑고양이의 애처로운 울음소리에 불쾌감을 느끼며 유일의 안식처로 돌아갔다. 반짝반짝ㅡ 오늘따라 유난히 집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강렬해 보였다. “........” “다녀왔어? 아, 비도 다 맞고....잠깐만 기다려.” 나의 침묵적인 등장에 가연이 소파에서 일어나며 어디론가 급히 향하는 것을 보고는 거실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서는 무엇을 이야기 했던 건지 약간의 무거운 기운이 감돌며 제이, 수강, 아줌마, 아저씨, 그리고 옆집에 사는 프로얀까지 와 있었다. 이미 이 집 식구들과 많이 친해진 것인지 늦은 시간에 이곳까지 와서 이야기를 오랫동안 한다고 생각했다. “제현군, 오늘부터 프로얀씨는 이곳에서 생활 할 거예요, 이미 상의도 다되었고, 한명의 능력자라도 모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약간 불편하더라도 참아 주세요.” 순간 아줌마의 말에 몸에 묻은 물기를 말리고 있던 나는 손이 딱 멈추었다. 차마 입으로 말하기는 꺼려졌기에 나는 그 말을 무시하며 나의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머리에서 여러 생각이 교차하며 두통이 일어남을 느겼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의 몸이 아니라, 마치 바로 옆에 있는 다른 사람이 아픈 것처럼 두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제현군, 이층에 남은 마지막 방은 프로얀 씨가 쓸 거예요. 그렇게 알고 계세요.” 나는 아주머니의 뒷말이 전해졌지만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천천히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학교에서 있었던 전투를 떠올리며 몸동작을 상상하며, 다음에 있을 전투를 상상했다. 그리고 무거운 몸에 기운을 운용하기 위해 뜨겁게 달구어진 방바닥에 주저앉으며 명상에 들어갔다. ‘원수라고 생각했던 자를 나의 손으로 죽였다.’ 나는 머릿속에서 생겨나는 잡생각을 몰아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일어났던 복수에 대한 열망이 식어 가는 것을 느꼈다. 아직 불사교가 없어진 것도 아니었고 보옥이라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모든 야망과 열정이 식어 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애써 그런 것을 부정했다. “제현아, 괜찮아? 어디 아프기라도......” “............” 나는 밖에서 들려오는 여러 명의 목소리를 묵묵히 들으며 명상에 들었지만 도무지 집중이 되질 않았다. 이곳의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한 달 이상을 이곳에서 생활했던 공간이, 베개며, 이불, 침대, 책상,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으며, 이 집이 괴리감이 느껴졌다. “한번은 가봐야겠지?” 스팟ㅡ 어둡고 따뜻하던 방안이 식어 가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순간 사라지며 어디론가 이동했다. 삭막해진 방안과 밖에서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요란히 들리며 안식처였던 집은 그렇게 밤을 떠들썩하게 지 세웠다. 운석충돌, 생존의 법칙. 슈욱ㅡ 검은 빛이 일렁이며 나의 몸은 어디론가 이동했다. 이동 한곳은 예전의 집이라고 불리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화재의 현장이라고 불러야 할 곳이었다. 가전 기기가 불타올라 녹아내린 흔적과 불에 그을 린 콘크리트 벽이 보였다. 그리고 바닥은 녹아내려 서 있을 자리가 없었고 밖의 비 때문인지 집안은 빗물이 고여 있었다. “남아 있는 게 없군.....” 나는 무심한 표정으로 거실과 좁은 집을 둘러보고 있었지만 딱히 눈에 띠는 것과 불에 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두 불에 타 버려 남아있지 않았다. 가족의 유일한 추억 거리던 사진 한 장 남지 않았다는 것이 애통했지만 이제는 지난 일이었다. 불에 탄 물건에 손을 가져다 대자 자연히 부스러지며 없어져 버렸다. 탁ㅡ 갑작스럽게 건드린 탓인지 방안에 있던 잔해들이 부스러지며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천장의 남은 벽지마저 다 부스러지자 보기흉한 콘크리트 천창이 보였다. 구멍이 뻥 뚫려 버린 천장이 우습게 보일 정도였다. “응?” 부서져 내린 콘크리트 천장을 보던 중 단단하게 고정된 고서 하나가 보였다. 오랫동안 방치된 것인지 많이 낡아 보였다. 모두 한자로 되어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읽을 수가 없었다. 다만, 만오 라는 글자만이 나의 눈에 한눈에 들어왔다. 덥썩ㅡ 나는 천장에 붙어 있는 그 고서를 조심스럽게 떼어 냈다. 그 책에서는 전혀 불에 탄 흔적이나 그을린 자국은 없었다. 마치 무언가에 보호를 받은 것인지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아버지가 태웠다고 하지 않았던가? 왜, 이런 곳에.....” 예전에 기관에서 보았던 만오전서에서 분명 태웠다고 하던 조씨 가문의 절기가 담겨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책들을 모두 태웠다고 하던 아버지의 말에 잊어 버렸지만 갑작스럽게 나의 눈앞에 나타난 이 책을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파르륵ㅡ “흠.....전부 한자로 되어 있군. 그림만으로 모든 것을 볼 수는 없으니...” 나는 조심스럽게 마법으로 책장을 넘겼다. 실수로 책이 찢어지는 수가 있었기에 정교하게 펼칠 수 있도록 마법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책에서는 여러 가지 그림들이 있었다. 검을 잡는 법, 검을 휘두르는 방식과 손의 움직임, 발의 움직임, 마치 명상을 취하는 듯 한 모습으로 정갈하게 가부좌를 틀고 밝은 달빛아래 명상을 하고 있는 그림부터 몇 백 개의 그림들이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알 수 있는 한자가 나열 되어 있었다. 삼송의 만오라는 글자가 나열되어 있었다. 알 수 있는 이름들은 아무것도 나열되어 있지 않았고 오직 만오라는 글자만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뜻밖에 살아남은 것이 있군.” 나는 이제 하나 남은 부모님의 발자취 같은 것을 하나 가질 수 있었다. 비록 가문의 책이라고 하나 부모님의 온기가 남아 있는 듯 한 착각을 부러 일으키는 책이었다. 츠츠츠츠ㅡ 나는 정신없이 그림을 보던 중 기운 하나가 집안을 가득 메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친숙하지만 낯선 기운이었다. 그 기운은 이질적인 어둠을 띠고 있었다. -오랜 만이다. 내가 누군지 알고 있겠지? 이렇게 만나는 것도 상당히 오랜 만이야. 이제 나의 부탁을 들어 줄 시간이 다가 오고 있다. “네가 나에게 능력을 준 녀석인가? 갑작스럽게 잘 도 찾아 오는 군.” 나는 의외로 침착했다. 예전 같았으면 놀랐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의 담력과 깡다구, 의지를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이런 사소한일에는 놀라지 않았다. 다만 뒤늦게 찾아온 녀석을 보니 약간 화가 났다. “지금이라면 너와 나 둘 중 누가 더 셀까?” -아직도 헛된 생각을 하고 있구나. 네가 나의 부탁을 들어 줄 수 있는 시기는 정해져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그동안을 즐겨라.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수가 있으니..... 나는 나의 힘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이제는 녀석의 기운에도 두렵지 않았고 위압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호승심 같은 것이 치솟을 뿐이었다. “돌아오지 못한 다라......내가 죽는 다는 말인가? 헛소리가 지나치군. 아무리 계약관계라고 하나,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닌가? 나는 뻔히 얼굴을 드러내고 있고 너는 얼굴을 가리고 있지. 아주 못 믿겠어. 슬슬 너도 네 본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어때? 어둠속에서 가려져 있지 말고.” -글세, 때가 되면 알 수 있겠지. 확실하지만 지금은 나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너는 나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고. 사실 네가 이길 수는 있다고 하나 나를 죽일 수는 없겠지. 나는 녀석의 말을 곱씹으며 머릿속에서 되내였다. 그리고 오만한 눈동자로 어둠으로 가려져 있는 곳을 향해 붉은 눈을 치켜세우며 말했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유러운 듯 한 목소리였다. 마치 이길 수 있다면 이기라는 소리였지만 왠지 화는 나지 않았다. -다음에 보지......그때까지 얼마나 성장하는지 지켜보겠다. 비록, 모든 것을..........가겠지만. 뒷말의 끝을 흐리며 사라져 가는 녀석의 끝말을 끝으로 녀석의 존재감이 급속도로 사라져 버렸다. 순간 나는 아차 하는 생각으로 빠르게 집으로 돌아갔다. 혹시라도 제이가 어둠이라면 확인 해 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제이가 집밖으로 나간 적 있나?” 나는 빠르게 텔레포트로 집으로 이동하며 가연과 수강에게 물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나의 판단 착오라는 소리로 들려왔다. “아니? 아까부터 우리랑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혹시, 이상한 낌새나, 그런 것은?” “아, 잠깐 몸을 부르르 떨 던 것 빼고는.....” 나는 녀석들의 말을 다 듣고 한 가지 가정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었기에 심증은 갈뿐이었다. 나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고민했지만 금방 그 생각을 떨쳐 낼수 있었다. “그래, 때가 되면 알겠지......지금은 이 책을 해석해야 하는 것인데......” 나는 방으로 걸어 들어가며 책에 대한 생각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비록 알 수 없는 한자였지만 시간을 들여 하거나 누군가에게 맞기면 금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었기에 혼자서 머리를 싸매고 하는 방법뿐이지만 이런 신비한 책에 대한 해석은 아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할 것 같았다. 오늘은 의외로 수확이 있는 밤이었고 의외로 황당한 일이 일어났던 밤이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어둠과의 만남은 약간이나마 나의 마음 한구석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끝 말이 약간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 만오전서......실제로는 없습니다. 하지만 조씨 가문에는 삼송이라는 어른 들이 세명있습니다. 그 분들이 시조로 있고 그 세뿌리로 만오라는 조씨 가문이 하나 생겨 났죠, 그것은 실재 하는 이야기 랍니다. 사실 무공과는 관련 없답니다. 조씨 가문은 "무"가 아니라, "문"으로 발달된 가문이랍니다. 이미 눈치 채신 분도 있지만 제가 조씨 가문, 즉, 삼송중 제일 형님되시는 분이 제 시조입니다. 28대손, 그리고 제가 속해 있는 곳은 삼송의 만오공파입니다. 운석충돌, 생존의 법칙. 나는 집으로 돌아온 이후 고서에만 매달려 있었다. 물론, 한자 사전과 연습장등 여러 가지 도구 들이 동원되며 해석에 집중했지만 도무지 진전이 없었다. 별에 별짓을 다해봤다. 게임에 접속해 스킬을 찾아보기도 했고, 약간 흉내 내기 식 한자로 해석을 해보려 했지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문장들이나 단어들이 많아 해석을 하는데 진전이 별로 없었다. “짜증나는 군, 도무지 해석이 불가능 하단 말이야.” 나는 복잡한 머리를 흔들며 방을 나서 거실로 나왔다. 밤새도록 이런 작업을 했기 때문인지 새어 나오는 햇빛에 눈이 절로 찌푸려지며 아파왔지만 참을 만 했다. 거실에서는 활기차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여성 세 명과 남성 한명이 보였다. “좋은 아침이야, 요즘 밥도 거르는 것 같은데 좀 쉬엄쉬엄해,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삼일동안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나의 등장에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하던 녀석들이 화재를 나로 돌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삼일동안 방안에 처박혀 해석에만 열중하다 보니 이런 일까지 일어 난 것이다. 물론 해석의 진전이라고는 첫 바닥정도였다. 그 내용이라고 해봐야, 설명정도였다. 우리 신라의 능력은 대륙의 것보다 현란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왜의 중압과 위압, 절도를 따라 가지도 못한다. 하지만, 우리 신라는 그 어떤 나라도 가지지 못한, 절제, 정교함은 가지고 있다. 나, 송악이 세운 만오는 대륙의 현란함과 왜의 위압, 절도를 따오기로 결심했지만 그것은 쉽지 않았다. 지름(기름)과 물이 섞이지 않듯이, 위압과 절제가 섞이지 않았고, 절도와 정교함이 섞이지 않았다. 그리고 현란함과 절도가 섞이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연구한 끝에 한 가지의 능력술을 창안 할 수 있었다. 그것은 도를 사용 하는 것이다. 신라의 고유의 병장기는 검이라 할 수 있으나, 나는 검을 버리고 도를 사용하기로 했다. 도라 하면 베는 것을 중시하는 것이라고는 하나, 나는 도를 찌르는데 활용하기로 했다. 검은 양날의 검과 같다. 나 자신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는 나 자신을 보호하는 한편 적을 베는 것이니, 그 어떠한 병기보다 훌륭하며, 강하다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만오는 도를 중심으로 무를 펼치는 기술이 발달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도를 쥐기 전의 수련법에 들어가겠다. 이것이 내가 해석한 결과물이었다. 삼 일간 밤을 세서 겨우 완성한 한 장의 A4 용지였다. “할일이 많아서 그렇다. 별로, 잠자지 않아도 피곤하지도 않고, 약간 짜증이 날 뿐이다.” 나는 간단하게 나를 빤히 보는 녀석들에게 싸늘하게 말하고는 고서를 보기 위해 다시 올라 가려 했다. “야,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도움이 필요하면 우리를 불러도 되, 뭐, 보여 주기 싫다면 혼자 하고.....우리는 언제나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그러지...” 뒤에서 제이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에 나는 무심결에 긍정적인 말을 하고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요 삼 일간 의외로 조용한 나날이었기에 약간 불안한 기분도 들었지만 나는 이른 조용한 기분을 느끼며 해석을 펼치려 했다. 촤르르륵ㅡ 나는 풋풋한 책의 향기를 맡으며 한자 사전을 이리 저리 찾으며 한자 한자 찾아 나갔다. 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찾으려 한다면 엄청 오래 걸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슬슬 짜증이 났다. 책은 두꺼웠고 해석할 부분은 엄청났기에 나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대략 반나절을 더 고생한 끝에 몇 자를 해석했지만 그 해석이 엉성하게 보였다. 한마디로 엉터리라는 소리였다. 찌이익ㅡ “젠장, 중국인이며 그냥 해석 할 것을......어?” 나는 사정없이 A4용지를 찢어 버리며 중얼거렸다. 순간 중국인이라는 생각 까지 미치자 아래층에서 떠들고 있던 프로얀이 생각났다. 한국어를 워낙 능숙하게 사용하다 보니 한국인으로 착각 해버린 것이 오산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중요한 것이었기에 남에게 보여줄 정도로 형편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해석 자체가 난해하며 어려운 글자들이 수두룩 빽빽한 것을....나는 하는 수 없이 프로얀에게 의뢰를 해야 할 판이었다. 성큼, 성큼ㅡ 나는 빠르게 걸어서 방을 나섰다. 거실로 빠르게 걸어갔지만 그 누구도 거실에 있지 않았다. 나는 벽에 걸린 시간을 보고 수련 시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집의 앞마당으로 나갔다. 슈욱ㅡ 제이는 햇볕이 잘드는 의자에 앉아 수련을 하고 있는 프로얀과 가연, 수강을 보고 있었고 프로얀은 은밀하게 움직이는 기술을 연습 중이었다. 가연은 손으로 다크 볼을 만들었다 해체 시키는 것을 연습 중이었고 수강은 바람의 기운을 빠르게 회전시키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샤샤샥ㅡ 최대한의 기척을 죽인 체 움직이는 프로얀에게 나는 빠르게 달려갔다. 물론 기척을 죽인 뒤였기에 알아차리지는 못한 것인지 연습이 한창이었다. 탁ㅡ “한번 죽었다. 주위의 기척을 감지하면서 수련하면 더 잘 될 거다.” “아ㅡ” 나는 손날을 프로얀의 목에 가져다 대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충고 하듯이 프로얀에게 약간의 수련 방법을 말했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나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제이는 무엇이 웃긴지 깔깔 거리고 있었고 가연과 수강은 수련을 중단하고 나에게 다가왔다. “사실, 프로얀....너에게 부탁 할 것이 있다. 뭐 들어 주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본론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문론 책에 대한 것은 언급하지 않고 말의 끝을 맺지 않았다. “무슨 부탁, 설마?” “설마....?” 나는 프로얀이 놀라며 똥그랗게 뜬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프로얀의 말을 따라 설마라는 말을 했지만 순간 눈살이 찌푸려졌다. “혹시 부탁이라는 것이 데이트?” “헛소리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벌써 잊은 것인가?” 프로얀이 머물며 헛소리를 여러 차례 들었다. 물론 이런 헛소리는 약과에 불과했다. 샤워를 하러 갈 때 마주치면 같이 하지 않겠냐는 둥, 같이 자지 않겠냐는 둥 당황스럽게 만든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약간의 화를 내며 하지 말라는 말을 했지만 소용 없는 짓이었다. 제이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나의 말은 무서워하지 않는 경지에 올라 버린 것이다. 이집에 머무는 사람들 전부 말이다. 파랑ㅡ팔랑! “이 고서의 해석을 부탁 하려 했다. 물론 남에게 이 책의 내용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전제 하에서 지만.....” “그 책은.....” 나는 진심어린 말로 프로얀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말했다. 그제야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안 프로얀은 진중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며 그 책에 대해서 묻고 있었다. 나는 주위에 있는 떨거지들...그러니까. 수강과 가연, 제이를 보며 경계를 했지만 한숨을 쉬고는 손짓을 했다. “헤헤....” 세 명의 녀석들은 한 결 같이 헤픈 웃음을 보이며 나의 주위로 다가왔다. 나는 약간 안심이 되지 않아 사일런스 마법으로 소리가 세어나가지 않게 결계를 쳤다. “이 책은.....” 꿀걱ㅡ “뭐야....그런 눈초리는 그냥 집안에 내려오는 고서다. 이 걸 해석을 맡기기 위해 한자를 가장 잘 아는 프로얀에게 맡길 생각으로 가져 온 거지.....삼일동안 봤지만 고작 한 바닥 뿐이었다.” 나는 녀석들의 호기심어린 눈동자를 피하며 책을 움켜쥐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단순히 집안에 내려오는 책이라고만 했을 뿐이지만 아주 중요한 책이라는 것을 아는지 더 이상 물어 오지는 않았다. “흠....그래서 대답은 거절인가?” “나는 승낙이야. 도와 준 것도 있고, 신세 진 것도 있으니까.” 그렇게 나는 수월하게 책을 해석 할 수 있었다. 물론 프로얀의 큰 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잘해 주고 싶지만 또 무슨 헛소리를 할지 몰라 고맙다는 말만 하고 말아 버렸지만 그녀에 대한 경계를 한풀 풀고는 약간 친하게 지내는 계기가 되었다. 책에 대한 언급만 하지 안한다면 이라는 전제가 붙었지만......책을 다 해석한 것은 딱, 삼일 뒤였다. 프로얀도 의외로 모르는 한자가 몇 개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중국인이라 그런지 한자를 잘 알고 있었기에 해석이 수월했다. 모든 책을 해석하고 수련을 하기 위해 책을 정독까지 했지만 나는 수련을 할 수 없었다. 바로 운석이 떨어지는 시기가 다가 온 것이다. 그것도 삼일 뒤라니, 나는 황당한 기분과 함께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고 하늘을 유심히 봤지만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운석의 속도가 빨라 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운석충돌, 생존의 법칙. 삼일 간의 시간은 유수와 같이 흘러갔다. 모든 사람들이 피난준비를 했지만 헛수고였다. 삼면이 바다인 곳에서 그것도 아시아의 모든 곳에서 운석이 떨어진다고 한다는데 누가 어떻게 어디로 피하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서양으로 건너가기를 원했지만 그것도 헛수고였다. 이제는 서양에서는 하늘마저 빼앗겼기 때문이다. 공중 형 몬스터, 그리고 바다 길도 마찬가지였다. 바다는 거대한 덩치의 몬스터가 지배하고 있었다. 땅과 하늘, 그리고 바다마저 빼앗긴 사람들은 이제 죽기를 기도 할 수밖에 없었지만, 국가에서 설치한 운석파괴용 미사일이 있었기에 약간의 희망은 품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끝이야, 끝!” “아.....신이시여. 부디 자비를....” 거리에서는 뒤늦게 자신들의 과오를 알고는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늘은 붉게 변해 있었고 먹구름은 잔뜩 끼여 있었다. 산에 있던 여러 새들과 동물들은 우왕좌왕하며 도시에도 나타났지만 그들도 생존의 본능 때문인지 뭉쳐서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찍ㅡ찍! 도시에 숨어 있던 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동물적 본능으로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동물들을 피해 더욱 밑으로 내려 갈 뿐이었다. “아빠, 운석 막을 수 있을까?” “글쎄다.....아무리 능력자들이라고는 하지만, 운석까지는 못 막지.....이건 재난이라고 볼 수 밖 게...” 모두 높은 산으로 이동하고 있었기에 사천지역의 거리는 한산했다. 살기를 포기 한자들은 자신들의 집에서 한가롭게 하늘을 보고 있었고 불순한 목적으로 남아 있는 자들도 있었다. 귀금속을 털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 행동을 누군가 재제하기 위해 나타나는 자도 없었고 도시를 지키던 경찰과 군인도 이미 철수한지 오래였다. 오늘이 운석이 떨어지는 날로 알려져 있었기에 사람들은 높은 곳으로 혹은, 대륙을 벗어나기 위해 배를 타고 태평양으로 나서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공식적으로 능력자도 막을수 없다는 말에 모두들 이제는 대륙을 포기 하고 있었다. 남아 있는 자들이라고는 가난한 자들, 혹은 집에 대한 미련, 교향을 지키겠다는 생각이 있는 자들이었다. “제현아, 네 능력으로도 어떻게 안 될까?” “글세.....인간이 사용한 마법적인 메테오라면 막을지도.....자연적인 운석은 막을 수 없을 걸....그 크기부터 차원이 다르니....” 가연의 말에 나는 약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가연은 약간 어색한 웃음을 띠며 침울한 표정으로 바꿨다. 나 역시 이미 반쯤은 포기 한 상황이었다. 안 되면 대륙 간의 대규모 텔레포트 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과의 마지막 장소인 사천을 버리고 떠난 다는 것은 좀 꺼림직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총 여섯 가지, 흡수, 마법, 마족, 드래곤, 정령, 초능력, 이 여섯 가지다. 그중 가장 광범위적인 것은 마법이라고 하나, 집중적인 파괴력은 드래곤의 브레스, 이것 하나뿐이다.” “그럼, 그 브레스로 운석을 부술 수도 있어?” 나는 나의 능력을 점검하는 한편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갔다. 브레스로 운석을 부셔서 막을 것인지, 혹은 마법으로 운석을 막을 것인지. 둘중 하나로 갈렸다. 물론 아공간이라는 특수한 마법으로 운석을 아공간 속으러 넣을 생각을 했지만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얼마나 큰 운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공간의 넓이를 뛰어 넘을 것이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석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 시킨다는 발상도 있었지만 그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운석을 이동시킨다....그것은 제로에 가까웠다. 설사 그것이 성공한다고 할지라도 어느 지역으로 갈지는 미지수, 순간적으로 떠오른 텔레포트 지역은 단연, 중국, 혹은 일본이겠지만 그 여파가 한국이 미칠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그것도 패스였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단 두 가지, 드래곤 브레스, 즉, 퓨전 브레스를 날려서 운석을 터뜨려서 피해를 최소화 한다. 두 번째는 최강의 방어 마법인 레인보우 실드를 이용해 운석을 막는다....하지만 현실적으로 드래곤 브레스로 터뜨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피해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지 않겠어?” “그건 그렇지만......몇 개나 떨어질지 모르는데?” “후우ㅡ 그것도 문제군.....아무튼 나는 퓨전 브레스로 운석을 막을 생각이다. 여차 하면 텔레포트로 대륙 간의 이동을 한다. 불만 없지?” 나는 집의 식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모든 능력을 공개 했었다. 물론 어떻게 능력을 얻었는가는 얼버무렸지만 가지고 있는 능력은 다 공개 한 상태였다. 물론 프로얀도 게임에서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도 알게 되었다. 처음에 약간 어색한 느낌과 게임과 여기서 매치 되지 않는 프로얀의 행동에 내숭이라는 생각이 절실했지만 약간의 헤픈 웃음으로 넘어가 버렸다. 피슈우우웅ㅡ꽝!!!! 순간 우리들의 머리 위를 지나 작은 운석이 떨어졌다. 물론 사천지역을 한참 벗어난 지역에서 커다란 굉음과 함께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작은 운석임에도 피해는 컸던지 폭발음과 굉음이 그 칠줄 모르고 있엇다. 우리가 막을 곳은 오직 사천 지역 하나뿐이었다. 물론 살아남아 있는 불사교도들과 악멸회의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 그걸 따질 정도로 형편성이 좋지 못했다. 나의 생각은 오직 운석을 막는 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요즘 하늘에 떠있어야 할 달이 보이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마치 어떤 것에 가려 안 보이는 것 같았다. 어두컴컴한 하늘을 보는 사람들은 세상의 종말이라고 외쳤지만 과학자들은 그랜드 얼라인먼트의 영향이라고 외치며 안심시키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말을 믿을 정도로 사람들의 이성이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신을 찾는 사람들 분이었다. 우르르릉ㅡ 하늘이 진동했으며 대기가 진동했다. 붉은 하늘을 뚫고 그 위용을 자랑하듯 운석들이 불길을 만들어내며 아시아의 각지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본의 수도를 시작으로 거대한 운석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미 거대한 땅의 주인인 중국은 초토화가 되어 가고 있었고 운석 파괴용의 미사일은 소용없었다. 워낙 거대한 운석이었기에 표면에 흠짐을 낸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일본에서는 간간히 막고 있었지만 역시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중국보다는 아니었지만 커다란 운석이 떨어져 내렸고 일본 땅 위에 세워져 있던 건물들이 떨어져 내린 운석의 영향으로 거대한 먼지구름을 동반하며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지진을 막아 내던 건물도 소용이 없었다. 거대한 진동과 함께 힘없이 부서져 내렸고 건물 안에서 조마조마해 하며 기도를 올리던 사람들의 머리위로 떨어져 내렸다. 이미 신벌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생겨나며 이성을 잃어 가고 있었다. “살려줘! 제발, 다리가, 다리가!!” 건물 안에서 다행히 빠져 나온 자들은 건물의 파편에 다리를 잃고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도망가기에 바빴다. 물론 영웅 심리를 가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것의 말로는 처참했다. "제가 구해 드리겠습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하압!“ “고마, 고마워요.” 구구구ㅡ 돌을 들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영웅 심리를 가진 사람이 용을 쓰며 돌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돌이끼여 있던 사람은 살았다는 표정으로 일어 서려했지만 아직 부서지지 않았던 건물이 일제히 부서지며 구하려던 사람과 구함을 받으려던 사람은 나란히 이승을 하직하고 말았다. “대령님, 운석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이미 미사일도 동이 난 상태입니다.” “초능력자들은 뭘 하고 있어, 그들의 능력으로 막으라고 해!” “대령님....그들은 이미 도망간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의 능력자들처럼 방출계의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도, 검과 같은 병장기를 이용한 공격 밖에 할 줄 모릅니다.” 군인 인지, 상하 관계가 잘되어 있었다. 차가운 말투를 사용하는 상관이 부하에게 말했지만 부하에게서 들려오는 말에 대령이라고 불린 자는 부들부들 떨며 분노에 치를 떨었다. 이미 미사일은 동이 난 상태였고 이제 운석을 막을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고 어디론가 피신했다는 소리가 분노는 하늘을 찌를듯했다. “대령님, 자리를 피하는 것이.....” “중위, 자네는 가족이 있잖나, 나는 이 대대를 맞고 있는 자로써 자리를 피할 수 없어, 자네는 부하들을 이끌고 자리를 피하게....나는 이 대대와 함께 생을 마감 할 터이니.....” “대령님.......”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대화였다. 그들의 머리위에서 직격으로 운석이 떨어져 내린 것이다. 그 모습을 한국의 사람들이 봤다면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쇼를 해라, 나란히 죽었구만 뭔 삼파극 찍는 것도 아니고....쯧, 이래서 쪽바리는 안 돼.’ 라는 소리가 그곳에 메아리치듯 운석의 파편이 나뒹굴며 요란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그곳에는 운석으로 인해 찍혀져 있는 인간의 시체는 없었지만 수많은 쥐들의 시체는 남아 있었다. 어떻게 살아 있는 것인지 바퀴 벌레는 꿈틀거리며 다시 이동을 하고 있었다. 찌에엑ㅡ 죽은 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시 활동하기 시작했다. 눈동자는 더욱 사나워 졌고 쥐의 앞니는 두 갈래도 갈라지며 날카로운 송곳니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적절하게 근육이 발달된 것인지 기동성도 상당했다. 그 쥐는 일본의 전역으로 퍼지며 인간 괴물의 시초가 되어 버렸다. “총리님, 여기 지하 깊은 곳이면 운석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안심하시고 여기 지하 벙크에 있으십시오, 여기는 귀빈들만 올수 있고, 국가의 기밀이 담겨 있는 곳입니다. 물론 1년간의 식수와 의식주가 다 있기 때문에 생존에는 큰 위험이 없습니다. 물론, 지진 같은 자잘한 피해로는 여기의 파괴는 어림도 없 습.......” 드드드드득ㅡ 쩌저적ㅡ 쾅!!! 일본의 국방부 장관이 여러 가지 설명을 하며 이곳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었지만 채 말을 잊기도 전에 천장이 무너져 내리며 거대한 물줄기와 함께, 운석의 조각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의 죽음을 의미했다. 일본의 귀빈들과 고위 간부들의 허무하고도 허무한 죽음이었다. 혼란스러운 일본이 더욱 혼란스러워 질 것 같은 예고였다. 운석으로 인해 세계 강국의 5위권 안에 들던 일본은 미국을 더불어 허무한 종말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악멸회의 꿈인 일본의 부흥은 이곳에서 저물어 버린 것이다. 보옥이 무슨 상관이랴, 나라가 생존해 있어야 보옥이 있는 것을.....이것은 일본의 말로였고 일본다운 최후였다. 일본이 가라앉을 것을 대비해 사 놓은 땅도 몬스터들의 천국이 되어 버렸고 일본 땅은 가라앉지 않고 운석에 의해 멸망당해 버렸다. 이런 현상은 중국, 한국 등 아시아와 더불어 유럽, 태평양지역의 나라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었다. ========================================================= 삽화 등록되어있습니다. 운석충돌, 생존의 법칙. “저리 비켜! 지금 나에게 다가 오지마라.” 츠츠츠츠ㅡ 이미 운석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자잘한 파편들이 날아오며 나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지만 나는 모든 기운을 끌어 올지며 가장 큰 운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나의 주위에는 색깔 별로 여러 개의 마법진이 생겨나며 한곳으로 뭉치고 있었다. 우우우웅!! 거대하고 정교한 글자들이 하늘에 수를 놓으며 사천 지역을 감싸고 있었고 그 기운들이 한곳으로 집중되며 검은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사천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멍하니 그 현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은 일본인, 중국인 너나 할 것 없이 그 현상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빠지지직!! 거대한 마법진이 축소되며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얼마나 강한지 마법진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나의 주위의 기운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나는 그런 마법진을 보며 거대한 운석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저기, 저기!” “세상에....저게...!” 주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더니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리고 있는 세 덩이의 운석이 보였다. 그 두덩이의 운석은 좌우로 갈라지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남은 하나는 한국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다가서더니 대기에서 불이 붙으며 붉은 꼬리를 만들며 한국을 목표로 낙하하고 있었다. “충격에 대비해! 실패하면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방어기술을 펼쳐라!” “.....아, 알았어.” 긴급한 상황이니 만큼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말했다. 그러자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고 한곳에 강한 집약체가 생겨났다. 물론 나를 제외한 사람들이 펼친 소단위의 집중적인 방어 결계였다. 가연의 흑마법으로 실드를 펼쳤고 수강의 바람의 결계가, 그리고 아주머니의 기운이 합쳐졌고 아저씨의 기운이 합쳐졌다. 마지막으로 프로얀이 이상한 종이를 뿌리며 무어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 붉은 색의 기운이 방어막을 가로막으며 모든 것을 막았다. “좋아, 이제 나만 남았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꾸욱ㅡ 나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방울을 느끼며 주문을 외듯이 성공을 기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지체하지 않고 브레스를 잡고 있던 마나를 일순간에 소멸시키며 브레스를 방출시켰다. 모든 속성이 가미된 탓인지 강한 스파크가 튀며 나의 몸을 마비 시켰지만 그것은 순간이었다. 약간의 전율과 함께 나는 방어 마법을 준비했다. 남은 마나라고는 작은 실드 하나를 칠 정도였다. 촤르르르륵ㅡ꽈꽈꽝!! 나의 브레스가 운석과 맞부딪히며 강한 반발력과 함께 파동이 전해져 왔다. 강하게 떨어지는 운석과 그것을 완화시키듯 부딪친 브레스 때문인지 그 충격파로 건물들이 금이 가며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꽈악ㅡ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 운석이 부서지기를 기원 하는 수밖에 없었다. 절로 손에 주먹이 쥐어지며 땀방울이 이마에서 흐르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한 한방의 브레스가 운석을 산산이 부서주기만을 기대하고 있었다. 파지지직! 순간의 결판이 났는지 운석에 구멍이 뚫리며 브레스가 지나가 버렸다. 나는 순간 허탈과 절망에 빠져버렸다. 너무 강한 힘을 부여한 나머지 운석을 뚫고 그대로 지나가 버린 것이다. 나는 계산착오라는 생각과 멍한 기분이 들며 체념 적인 표정으로 떨어져 내리는 운석을 쳐다봤다. “그래서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조제현.” 슥슥ㅡ 나의 실드를 여유롭게 뚫고 들어오는 자가 있었다. 이미 약해진 마나 탓 때문인지 감각이 무뎌져있었다. 약간 눈도 침침했지만 바로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철렁했다. 나는 계속 떨어져 내리는 운석만을 보고 있었다. “이번만큼은 내가 도와주지, 잠깐이지만 더 이상 나를 만나기는 어려울 거야. 계약의 시작은 너에게 달려 있다. 그것을 명심해라. 그것이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내일이 될지는 네가 쥐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운석에게서 시선을 돌려 나에게 말하고 있는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새하얀 얼굴과 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얇은 손가락으로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잠시 굳은 표정으로 나에게 충고를 하듯이 말하고는 몸을 돌려 버렸다. 하지만 얼굴을 정확히 볼 수 있었다. 잘 알고 있는 자의 얼굴, 평소부터 의심하던 그 녀석, 그 녀석이 나선 것이다.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몰랐다.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관찰과 움직임, 기운을 감시했지만 평범함 그 자체이던 녀석이 분위기가 바뀌어져 있었다. “제이.....제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건만.” 나는 제이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순간 제이의 손에서 금빛이 흘러 나왔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손에서 뿜어져 나간 금빛의 기둥이 운석을 밀어내며 표면을 소멸시키고 있었다. 점점 작아져 버린 운석은 궤도를 틀며 가까운 남해 바다로 추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운석은 운석이었던지 큰 파도를 만들어내며 헤일이 몰아쳤다. 큰 파도가 삼천포와 남해의 도시들을 휩쓸며 침몰시키고 있었다. 운석의 피해보다는 아니었지만 이 헤일의 피해도 상당했다. “기억하라고, 계약은 너에게서부터 발동된다는 것을.....” 풀썩ㅡ 금빛의 눈동자가 꺼지며 다시 검은 색으로 변하더니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순간, 금빛의 기운 속에서 어둠의 기운이 느껴지던 것을.....그리고 빠르게 사라졌던 것을 말이다. “제이, 갑자기 외이래, 결계를 풀고 나가질 안나....어라?” “아ㅡ” 붉은 색의 장벽이 일제히 사라지며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다. 모두들 붉은 하늘을 보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모든 건물들이 힘없이 부서져 있었고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붉은 하늘 때문인지 햇볕은 들지 않아 추위가 오고 있었다. “여기가, 아까 그곳이 맞아?” “그럴지도....” 나는 애매 모한 답변을 하고 힘없이 제이에게 다가가 기운을 살폈지만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 할 수 있었다. 제이의 도움으로 운석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을.....하지만 주위의 사람들은 아무도 제이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다는 점이었다. “이래서야, 밤인지 낮인지 구분도 가지 않겠군.” 주르륵ㅡ 나는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순간 코와 입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오며 정신이 희미해졌지만 나는 몸을 부서진 건물에 지탱하며 주위의 정경을 보며 쓴 웃음을 내비쳤다. 도로는 이미 부서진 건물들의 잔해로 침범당해 있었고 푸른 숲을 자랑하던 공원은 먼지를 먹은 검은 숲으로 변해 있었다. 파란 하늘은 붉게 변해 있었고, 번개 까지 치고 있었다. 그리고 피를 흘리며 꿈틀 거리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그들을 구해줄 사람은 없다는 것이었다. 학생들로 많아야 할 학교는 운석의 잔해들이 널려 있었다. 어느 것 하나 성한 건물이 하나도 없었다. 낮이면 새들이 쉬며 노래를 불러야 할 나무도 없었으며, 참새들의 전특 메이커인 전봇대 줄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또한 하수는 넘쳐 올라 더러운 물이 솟아오르며 지각은 떨림이 멈추지 않고 있었다. 비명과 구조의 소리는 끈이지 않고 나의 귓가에 들려오고 있었다. “살려주세요...제발...” “사, 살려 주세요....” 마치 한국의 모든 사람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양 커다란 소리가 나의 귀에 울리고 있었다. “제현.....아....어, 디....아파?” 나의 귀에 누군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귀에 물이라도 들어간 것인지 웅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눈동자의 시선을 바로 잡으며 나를 부르는 사람들에게 쳐다봤지만 나의 눈은 붉은 하늘로 향하며 천천히 몸이 쓰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 피가 나의 눈을 적시며 눈은 천천히 감겼다. 운석충돌, 생존의 법칙. 파르르ㅡ “으으...” 눈이 파르르 떨리며 감겨져 있던 눈이 서서히 떠지고 있었다. 순간 붉은 눈에서 검은 기류가 모이더니 눈동자의 시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여, 여기는?”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두운 곳이었다. 누군가 있는지 발기척 소리가 들려왔다. 약간 오한이 드는지 몸이 부르르 떨렸지만 추운 내색은 하지 않았다. “어.....이, 일어났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물기어린 목소리가 들려왔고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 내리는 것을 봤다. 어둠을 낯처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연인가? 어떻게....됐냐?” “그 운석? 운석 말이야?” “음....그래, 그 운석.” 나는 눈동자의 시선을 눈앞의 얼굴에 맞췄다. 몇 초가 흐르고 나는 가연인 것을 알고 편한 자세를 취하며 있었던 일에 대해 묻고 있었다. 그리고 왜, 이런 어두운 곳에서 있는지 알고 싶었다. “운석은 예전에 다 지나갔지.....그 뒤가 문제지만, 지금 세상은 퇴화하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물론 살아 있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어딘가에서 생존하고 있을 거야.” “생존? 퇴화? 내가.....내가 쓰러져 있던 시간이 몇, 몇 일?” 나는 가연의 말에 무언가 잘못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몇 일 동안 쓰러져 있었는지를 물었지만 가연은 약간 우물쭈물했다. “.....일주일. 모두 걱정했어. 지금 그런 이야기 하지 말고, 모두가 있는 곳으로 가자.” “후ㅡ 알았다. 뭐, 차차 알겠지....” 나는 제이인 어둠이 운석을 없애 줬다는 것을 한편으로 안심하며 마음 한 구석은 약간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잠들어 있는 동안 세상이 얼마나 바뀌어 있을지, 얼마나 파괴되었을지 불안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내가 생각하는 그런 세상은 온대 간데없고 완전 다른 세상에 떨어지진 않았을 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터벅, 터벅! 막혀있는 공간인지 걸어가는 곳이 울리고 있었다. 마치 메아리가 치는 것인지 두 번 세 번의 울림소리가 나의 귀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싸늘한 바람 소리가 들려오자 괴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얼마나 걸어 가야하지? 한참이나 걸었을 텐데.....” “아....너는 모르겠구나....워낙 괴물이 많다 보니까, 무너져 내린 건물 중 안전한 곳을 찾아서 이렇게 입구를 막아 놓은 거야. 그러면 괴물들이 들어올 염려도 없고, 입구는 하나니까 지켜야 할 것은 줄어들지....네가 쓰러져 있어서, 더 깊은 곳에 너를 숨겨 놓은 거고...” 잘 둘러보니 자연 적인 건물은 아닌 것 같았다. 천장은 자잘한 빗금이 가져있고 갈라져 있는 부분이 많아 보였다. 무너져 내린 건물 중 이것이 제일 양호한 편이라는 말에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언제 무너질 것 같은 건물이 양호하다는 말에 다른 건물은 얼마나 더 처참한지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다 왔어, 여기가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이야. 뭐 예전에 비해서는 좀 그렇지만 지금의 시점에서는 부유하다고 할 수 있지.....이제....힘 있는 자가 대우 받는 곳이 되어 버렸으니까.” 가연의 말에 씁쓸함이 묻어 나왔다. 그리고 작은 불꽃의 색깔인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온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몇 명의 사람이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한 결 같이 조용한 상태로 앉아 있었다. 나의 발기척 소리에 그들은 나에게 시선을 던졌고 밝은 얼굴로 나를 맞았다. “오, 제현군....드디어 일어났군요. 외상의 치료는 다했는데, 내상의 치료는 전혀 되질 않더군요. 자체적인 치료 때문인지 깨어나는 것이 늦어 졌어요.” “고맙습니다. 물어 볼 것이 있는데.....” “알고 있는 것이라면 다 가르쳐 드리죠.” “그게.....지금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까.....제가 깨어 나지 못하고 있을 때.....”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아주머니에게 간단한 인사말과 더불어 여러 가지를 이야기 했고 지금에서야 본론을 꺼낼 수 있었다. 아주머니는 약간 굳은 표정으로 말을 하셨다. 이야기가 상당히 긴지 일어서 있던 프로얀과 가연, 수강, 제이 너나 할 것없이 조그맣게 새어 나오는 불빛 주위에 모여 앉았다. 그들은 모여 앉는 것이 익숙한지 붙어 앉아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궁핍함이 묻어나고 있었고 얼굴에는 개기름과 때가 묻어나고 있었다. 마치 삼이 가량은 씻지 못한 것 같았다. 나 역시 그런 모습이었기에 말은 하지 못했다. “흐음.....우선 처음에 운석을 막고 나서....그러니까 일주일 전이라고 해야 하나.....” 아주머니는 기억을 더듬는 것인지 좀처럼 빠른 진행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전계 되어 갔다. * * * “야, 조제현! 왜 그래. 어디 아파? 야.” 흔들, 흔들! 부서져 내린 건물들 사이에서 가연이 제현의 몸을 흔들며 소리치고 있었다. 제현의 상태가 안 좋은 것인지 입과 코, 귀 등 여러 곳에서 피가 세어 나오고 있었다. 마치 병약한 병자처럼 몸은 약간씩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몸도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제현은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 어떻게 안 돼?” “외상은 치유하겠는데. 내상이 문제구나. 속성의 상성이 맞지 않아. 아마 과다한 사이킥 에너지를 방출했던 것 같아. 아마 자연적으로 기운이 일정치 이상 차오르면 깨어 날거야.” 가연은 자신의 엄마를 다급하게 부르며 말했지만 그 말을 들은 당사자는 이미 다가와 몸속에 기운을 불어 넣으며 관찰하고 있었다. 잠시후 고개를 흔들며 물러서는 가연의 엄마가 보였다. “우리 어떻게 하지? 이제 갈 곳도 없는데......” “어디는 가야겠지.....” 가연이 힘없이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수강이 의무적인 답인지 따라 중얼 거렸다. 하지만 그들의 말은 오래 가지 않았다. 카우우우ㅡ!! “살려줘! 괴물, 괴물이야!!” 이상한 소리가 대기를 진동시키며 누군가 구조 요청을 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있던 그들은 제현을 제이에게 맞기며 빠르게 소리의 진원지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다수의 괴물이 한 사람을 먹잇감으로 정한 것인지 빠르게 달려들고 있었다. “윈드 플레어!” 퍽!! 수강이 빠르게 페이드 스텝으로 달려가며 윈드 플레어로 괴물을 날려 버렸다. 수십 미터나 날아간 괴물은 건물의 잔해에 부딪히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을 노치지 않은 수강은 바람의 기운을 뽀족 하게 만들어 날리며 괴물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그것은 수강만이 아닌, 가연과 프로얀 등 여러 사람이 빠르게 괴물을 처리해 나갔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뭘요. 어려울 때 일수록 도와야죠.” 한 남자는 멍한 눈길로 초능력을 쓴 사람을 보고 있었고 약간의 인연을 만들어 나갔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 가지 못했다. 삼일이 지난 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진호씨? 뭐 하고 있어요?” 후다닥ㅡ 진호라고 불린 자는 무엇 가를 챙기며 도망가고 있었다. 순간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며 수강이 그곳으로 달려갔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진호가 남은 식량을 가지고 달아 난 것이다. 그나마 풍요롭게 지내던 수강, 가연 일행도 이제 식량이 바닥 날 때가 된 것이다. 간간히 백화점의 잔해를 뒤져 식료품을 가지고 올수 있었지만 수없이 불어나는 괴물들 때문에 이제 나서기도 꺼져 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날이 지날수록 영양이 부족해 능력도 잘 써지지 않은 형편이었다. 그리고 집중력이 저하되어 유형의 기운을 만들어내며 이미지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잘 되지 않는 것이다. “엄마, 아빠.....이제 어떻게 하죠? 그 사람은 괴물들에 의해 죽었고, 이제 식량도 바닥나 버렸는데.....” 진호라 불린 사람은 채 두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하고 괴물에 의해 죽임을 당해버렸다. 물론 식량은 괴물들이 짓밟아 버렸고 먹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제 밤만 있는 것인지 하늘은 더 이상 따뜻한 햇볕을 보여 주지 않았다. “후....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구나.....그 사람이 그 정도로 절박 할 정도로 배고픔에 시달렸을 줄은.....이제는 하수도로 다니기도 껄끄러워, 쥐들도 괴물 화 되어서 이제는 안전한 곳이 별로 없어.....더 안전한 곳을 찾기 전에는 잠도 잘 수 없으니....아직도 제현은 일어나지 않았나?” 매일의 일상이었던지 수강의 아빠는 옆에 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 제현을 보고는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 제현을 엎고는 다들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운석충돌, 생존의 법칙. 태양은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어둡고 차가운 구름이 하늘에 떠 있었고 번개는 세상을 밝히기 시작한지 오래였다. 점점 메말라 가는 땅과 차가운 바람이 살아 있는 생물들의 기운을 훔치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도 안전한 곳은 없구나. 끝도 없이 나타나는 괴물들뿐이라니.” 스윽ㅡ 수강은 힘든 기색으로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훔치고 있었다. 뒤에서는 좌우로 방어진을 치고 있었고 수강이 앞서가고 있었다. 무리의 가운데는 죽은 듯이 자고 있는 사람이 있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쿠워어어어!! “윈드 스크류!!” 촤르르륵ㅡ! 수강의 손에서 연녹색의 기운이 방출되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눈앞에 끝도 없이 나타나는 괴물들의 중심가로 그 기운이 향하더니 빠르게 회전하며 괴물들의 몸을 갈기갈기 찢으며 나아갔다. 하지만 괴물들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인지 피해는 경미해 보였다. “하아아앗!” 수강은 더 이상 방출 형 공격으로 피해를 입힐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맨손으로 괴물들을 상대 해 나갔다. 평소부터 익혀온 호신술을 응용한 기술과 몸을 파괴하는 스매쉬를 적절히 사용하며 괴물들의 관절 부위를 파괴했다. “내가 이제 맞을게, 뒤로 물러서!” 슈악!! 수강은 뒤에서 들려오는 프로얀의 말에 몸을 빠르게 뒤로 빼며 휴식을 취했다. 사실, 이런 식으로 번갈아 가며 앞으로 전진했기 때문에 약간이나마 체력을 보충할 수 있었다. 싸울 수 있는 자는 제현과 제이를 빼고는 모두 전투원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합!” 프로얀은 약간의 기합과 함께 신형이 사라지며 괴물들의 몸의 급소를 빠르게 베어 나갔다. 짧은 단검이 괴물들의 힘줄과 연수 부근의 뒷목을 꿰뚫자 힘없이 바닥으로 주저앉아 버렸다. 빠른 몸놀림이 계속될수록 앞으로 전진해갈 수 있는 거리는 상당히 많아졌고 괴물들의 수도 차츰 줄어갔다. 쿠아아악! 수십의 괴물들이 프로얀의 기세에 약간 주춤 거리며 물러서고 있었다. 그렇다고 목표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예전 같이 괴물들은 무작정 공격적인 성향은 갖지 않았다. 다만, 약간의 지능이 생겨난 것인지 지능적인 공격도 해왔기 때문에 애를 먹는 것이 한 둘이 아니었다. 밤에도 마음대로 이동 할 수도 없었고 혼자서 움직인다며 괴물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었다. 무작정 잠을 잘 수도 없었으며, 마음대로 음식을 구하러 갈수도 없었다. “허억, 헉, 헉!” 장시간의 전투로 인해 사람들은 지쳐 있었다. 몸속의 공복은 오래도록 지속되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예전 같았으면 음식점에서 음식이라도 시켜먹었을 테지만 더 이상 음식을 구하는 길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과일 하나, 작은 통조림 하나도 절실한 상황이었다.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는 풀뿌리나 식수를 담을 수 있는 통 같은 것은 더 이상 재활용 쓰레기가 아니었다. 생활의 필수품이었고 금보다 비싼 것이었다. 꿀꺽ㅡ꿀꺽ㅡ “이제 식수도 다 떨어졌어.....” 마지막 남아 있던 생수마저 동이 나버렸다. 이제 먹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가연의 일행은 그것을 알면서도 태연한척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지만 마음 한 구석은 은근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생황이 얼마나 편했던지, 얼마나 행복한지를....마음대로 퍼 쓸 수 있는 물은 언젠가 떨어지게 되어 있다. 지금은 수도의 수도꼭지만 살짝 틀면 콸콸 쏟아지는 물이지만 현재는 그런 것은 없었다. 이제는 음식물 쓰레기라고 불리는 것도 그리워지고 있었다. 그동안 남겨왔던 음식들이 머릿속에서 아른 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든 사람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저기, 저기로 들어가요. 안전해 보여요.” 이미 무너져 내린 건물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 공간이 있는 장소였다. 괴물도 잘 가지 않는 곳이었던지 발자국은 아무 곳에도 찍혀 있지 않았다. 이제는 이런 것에도 익숙해 져가는 사람들이었다. 아무 거리낌 없이 더러운 흙바닥에도 주저앉았으며 편하게 잘 수도 있었다. 터벅, 터벅 수강 일행들은 무너져 내린 건물의 잔해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입구로 들어섰다. 그곳은 할인 매장이었던지 여러 생필품이 부서져 있었다. 차가운 흙바닥에 떨어져 있는 동전들과 여러 가지 물품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돈을 주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런 돈이라는 개념은 없어진지 오래였다. “혹시 먹을 게 있는지 찾아보죠.” “각자 흩어져서 찾아봐, 혹시 위험한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잘 붙어 다니고,” 가연의 말에 다들 긍정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흩어졌다. 그리고 아주머니의 말에 약간 수긍을 하며 수강과 가연, 프로얀이 한조로 되어 이동했고 아저씨와 아주머니, 제이는 남아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콰르르륵ㅡ 수강 일행이 들어간 방향으로 건물이 부서지며 건물의 잔해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수강의 적절한 능력으로 그 잔해들은 순식간에 옆으로 비켜나며 입구를 막는 것을 피했다. 그렇다고 안전하다는 말이 아니었다. “빨리 필요한 거만 찾아봐,” 수강이 다급하게 외쳤고 가연과 프로얀은 빠르게 몸을 놀리며 음식 같은 것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빈 캔 같은 것만 널려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은 누군가 이미 왔다 갔다는 말이 되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없어, 이미 누가 왔다 갔나봐.” “크.....젠장!” 프로얀의 말에 살짝 실망감을 안은 수강은 투덜거리며 꼬르륵 거리는 배를 힘껏 주먹으로 때려 버렸다. 계속 배고프다고 아우성 거리는 배를 보니 짜증이 난 것이다. 슈우욱!! “헛, 윈드 플레어!!” 순간 강한 파공음과 함께 수강이 헛바람을 삼키며 기운을 끌어 올리며 강한 바람을 몸 주위로 치며 몸을 보호했다. 그러자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포크 하나가 보였다. “여기는 우리의 구역이다. 어디서 굴러온 놈인지는 모르지만 썩 꺼져라. “죽고 싶지 않으면 꺼지는 게 좋을 거다.” 건물의 어두운 곳에서 여러 명의 사람들이 조잡한 무기를 움켜쥐며 경계적인 태도를 보이며 수강과 가연, 프로얀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한 결 같이 배고픔과 고통이 가득했다. 운석충돌, 생존의 법칙. “꺼져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설사, 너희들이 능력자라도!” 그들의 눈에는 경계심과 결연한 표정이 가득했다. 마치 무언가를 지키고 싶다는 무언가를 뺏기지 않겠다는 눈빛이었다. “식량 좀 나눠 주면 안 되겠어? 식량만 있으면 조용히 떠나 줄게. 우리도 이틀이나 굻었어.” 주춤ㅡ “그건.....우리도 먹을 게 모자라. 우리는 봉양해야할 가족들이 너희들 보다 많다고. 그러니 조용히 떠나라.” 수강의 말에 약간 동요의 눈빛을 보내던 포크를 들고 있던 남자는 잠시 고민하던 표정을 지우고 결연하게 말하고는 주섬주섬 물건을 챙기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동료들과 조용히 떠나고 있었다. 모든 식량을 챙기고서.....수강 일행은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강해서가 아니라 이 세상이 왜 이 지경까지 갔는가를 생각하느라 말이다. “빼앗아 올까? 우리도 식량이 부족한데......” “그럴 수는.....” 프로얀의 돌발적인 말에 가연이 약간의 거부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다시 들려오는 수강의 말에 다시 한 번 패닉 상태로 빠져 들고 말았다. “이제 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세상이 아니다. 강한자만이 생존 할 수 있는 야생의 세계와 같아. 예전에는 머리만 좋으면 됐을지 몰라도 이제는 범과 규칙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오직 힘만이 이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거지.” “수강의 말이 맞아. 지금 우리는 힘을 소유하고 있고, 그들은 힘을 소유하고 있지 않지. 약자의 것을 뺏을 수 있는 권리는 강자의 권리다. 가연 네가 더러운 일을 하지 않겠다면 내가 가겠다.” 수강의 말에 이어 다시 프로얀의 말에 가연은 고개를 숙이고 약간씩 흐느끼며 부모님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수강과 프로얀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의 뒤를 쫓고 있었다. 마지막 식량이 될지도 모르는 것을 빼앗기 위해서였다. 샤샤샤샥ㅡ “거기 서라! 그건 우리가 가져가겠어.” “야, 튀어!” 프로얀의 말에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음식을 여러 등분으로 나눠 가지며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튀어 라는 말을 시작으로 여러 갈래로 쏘아지며 빠른 속도로 도망가고 있었다. 그들은 약간의 어둠을 방패삼아 괴물들의 이목과 프로얀과 수강의 이목을 피하고 있었다. “저 사람을 잡아. 제일 묵직해 보이니까.” “아, 알았어.” 당황해 하고 있는 수강에게 적절한 지시를 내린 프로얀은 빠르게 달려가며 다른 사람을 잡아들이고 있었다. 역시 빠른 기술이 장점이 프로얀의 손아귀에서 벗어 날수 없었다. 총 세 자루의 음식을 챙긴 프로얀은 수강을 기다리고 있었다. “후우ㅡ 어둠 때문에 잡는데 고생했어.” “잘했어. 괴물들에 비해 역시 인간이 지능이 좋단 말이야. 약하면서 적절하게 숨을 줄 알고. 저 자루에 음식이 있는지 확인해봐, 여기는 쓰레기뿐이었어.” 수강이 약간 숨 돌리는 소리를 하며 프로얀은 세 자루의 음식자루를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쓰레기들만 가득 차 있었다. 잡혀온 자들은 한결 같이 지켰다는 모습으로 편안하게 잡혀있었다. 마치 이것을 노렸다는 것처럼. 뒤적ㅡ뒤적ㅡ “뭐야.....전부 쓰레기?” “거기, 죽고 싶어? 음식은 어디다 뒀어!” 마지막 희망인 큰 자루를 뒤지던 수강의 얼굴이 굳어지며 중얼거렸다. 그것을 확인한 프로얀은 빠르게 단검을 빼들고 그들을 위협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각오 했다는 표정으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죽일 태면 죽어라. 이미 각오 했으니까. 적어도 가족은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겠지. 내가 여기서 죽는 다면, 괴물이 된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크크크, 좆 갓은 인생이야. 뺑이 치며 열심히 살았더니 이런 결과라니.” “너희들에게 줄 음식 따위는 없다. 있다면 흙이나 먹어라. 푸흐흐으....” 그들은 각자 이미 각오됐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말을 하고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치 한 번에 죽이라는 식으로 있을 뿐이었다. “7인분의 음식정도만 나눠 준다면 목숨은 살려 주지. 어때, 목숨 값 치고는 싸잖아?” “웃기는 군....하하하!” 프로얀이 흥정이라도 할 듯이 약간의 경계를 푼 표정으로 말했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관심 없다는 소리였다. “너희들도 모르지 않을 텐데. 이제 음식은 돈보다. 보석보다 비싸다는 것을....언제나 먹던 쌀밥을 먹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했고, 밥을 먹고 나서 먹었던 과일을 먹기 위해서는 몸의 일부를 빼앗겨야 한다. 우리의 목숨? 우리 목숨보다 귀한 것을 내어 줄 수는 없어.” “1인분의 음식은 한 달 월급보다 비싸며, 의복은 두 달 월급보다 비싸며, 집이라는 것은 평생보아도 살수 없는 것이다. 이제는.....하물며 7일분은 우리의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니 죽여라. 더 이상 비참하게 만들지 말고. 편하게 죽고 괴물이 되겠다.” 그들은 각자 그 말을 하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순간의 정적과 괴물들의 괴성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하늘은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듯이 요란한 천둥을 선사하고는 순식간에 조용해져 버렸다. “가라....짜증나니까.” “뭐?” “가라고, 목숨을 살려 주지.....그깟 음식 안 먹고도 버틸수 있으니까. 꺼지라고!!” 프로얀은 착 깔아 앉은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 그들은 갑작스런 프로얀의 반전에 놀라며 되물었지만 다시 들려오는 말에 빠르게 자리를 털고 도망가 버렸다. 탁ㅡ타타타탁!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고 또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순식간에 목이 떨어져 내리고 몸이 분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명만 남을 때 까지 말이다. 그리고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한명에게 남은 남자에게, 그리고 싸늘한 검신에서 붉은 빛이 띠며 번갯불에 반사되며 남자의 얼굴을 비췄다. 그 남자의 눈동자는 검에 질려 있었고 얼굴에는 동료의 피가 여기저기 묻어있었다. “한국인 새끼ㅡ 도망 잘 가는 군. 하마터면 노칠 뻔 했어. 크큭, 음식을 내놔라.” 할짝ㅡ 검에 뭍은 피를 핥고는 눈앞에 오들오들 떠는 남자에게 말했다. 그 남자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아까의 체념적인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운석충돌, 생존의 법칙. “우리가 며칠 동안이나 너희들의 움직임과 숨어있는 장소를 찾았는지 알아? 아까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놈들한테 뺏길 뻔 했을 때 놀랐다고, 그건 아주 잘했어.” 꿈틀, 꿈틀ㅡ “그러게, 처음부터 우리에게 음식을 바쳤으면 죽을 일까지 없잖아. 너희 가족들도 말이야.” “개자식들, 너희 중국 새끼가 제일 싫어, 처음에는 친근 한척 다가오면서 나중에는 부려 먹으려 하지! 누가 모를 줄 아느냐!” 수강과 헤어진 이 남자는 빠르게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가려 했다. 물론 수강과의 거리도 상당히 떨어져 있었기에 안심하고 있었지만 순간 동료들의 몸이 조각나며 죽어 가는 것을 알고 당황했다. 짧은 시간에 혼자 남았기에 두려움이 온몸을 지배했지만 정신만은 죽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식량이 있는 장소를 가르쳐 주지 않겠다는 말이냐? 순순히 가르쳐 주면 목숨만은 부지 할 수 있게 해 주마.” 꽈악ㅡ “내가, 내가 가르쳐 줄 성 싶으냐?! 지켜야 할 가족도, 같이 할 동료도 없는 마당에 너희 쓰레기 같은 때 놈 새끼들에게, 그 중요한 식량을, 한국인도 아니고, 너희 같은 밥버러지 같은 놈들에게 줄 것 같터?” 몸에 칼이 베여 쓰라린 고통을 참기위해 주먹을 힘껏 쥐며 말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쌓고 있는 중국인 들은 비웃음과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검을 쓰다듬고 있었다. 마치 잘 만들어진 장난감을 감상하며 어떻게 부술지 고민하는 모습 같았다. “네놈이 없어도, 충분히 찾을 수 있지. 마지막 기회였는데...” 슈악ㅡ 한 중국인의 손에서 출수한 검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의 복부를 쓸고 지나갔다. 검기를 동반한 검이었기에 남자의 몸은 두 쪽으로 갈라지며 피가 폭포수 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목숨이 있는 것인지 입을 뻥긋 거리고 있었다. 중얼, 중얼ㅡ “뭐라고 하는 거야.” 바짝ㅡ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남자의 말에 답답한지 중국인 남자는 귀를 바짝 입에 가져다 대며 남자의 말소리를 들으려 했다. 순간 중국인은 뚜렷한 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쓰레기 같은 때 놈 새끼들, 너희들은 쪽수로만 밀어붙이지 언젠가 네놈들은 한국인 손에 죽을 것이다.” 스르륵ㅡ 한국인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고개와 몸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중국인 남자는 아직도 뜨거운 피를 쏟고 있는 남자에게서 멀어지며 다음 타킷으로 향하고 있었다. 운석이 떨어지고 이일 뒤부터 줄 곳 이런 일을 행하며 의식주를 구해온 중국인 들이었다. 물론 일본인은 불운하게도 운석에 개죽음을 당해버렸지만 말이다. * * *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힘없이 돌아온 수강과 프로얀이 말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한 결 같이 기대하고 있었지만 들려오는 답변은 이런 대답이니 힘이 빠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약간의 물이라도 구해올수 있겠지만 그것도 마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공장 폐수로 인해 상한 것과 독성을 띄고 있었기에 마신다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겠군요. 슬슬 떠나야죠. 제현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어요. 제현이 있다면 더 넓은 곳과 먼 곳까지 단숨에 갈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겠죠. 일어 난다면요.” 그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허기를 달랬다. 간간히 먹은 것이라고는 풀뿌리 같은 풀뿐이었기에 영양소가 부족했다. 또한 점점 추위가 거세어져 가고 있었지만 입은 옷이라고는 얇은 옷이었기에 구할 것이 모자라고 있었다. 터벅, 터벅ㅡ 느릿한 걸음으로 거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거리지만 이제는 단순한 거리도 마음대로 다닐 수 없었다. 이제는 무시 할 수 없는 괴물들과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굶주린 능력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우리가 이런 생활을 해야 하는 거죠? 이젠 지겨워요. 우리도 한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낳을 텐데.” “수강아, 불평해도 소용없어. 이제 이 세상은 안전한 곳이 있질 않으니까. 이제 같은 인간들마저 적이 되어버렸으니 마음대로 쉴 공간과 마음대로 먹을 음식은 이 세상에 남아 있질 않아.” 긴 시간동안 대화가 없자 수강이 불평 아닌 불평을 하고 있었다. 물론 수강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왜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정처 없이 움직이고 있는지도 말이다. 하지만 확인해보고 싶었다. 다른 이에게서. 하지만 막상 듣고 보니 깊은 수심에 빠져들 것만 같았다. “세상의 사람들은 몰랐을 거야. 가장 하찮게 여기던 것이 이제는 가장 필요한 것이 되어 버렸으니, 이제 불도 마음대로 피우지 못하지......방패막이가 되어주던 집도 없어. 마음대로 마시던 물도 이젠 귀한 것이 되어 버렸고, 아침이면 먹기 싫다던 밥도 이제는 먹을 수 없어. 이런 일이 신이 내린 고난일지도 모르지. 너무 안일한 생황에 빠져 버린 사람들에게 내리는 시련 말이다.” 아저씨의 말에 힘의 원동력이라도 되는 것처럼 긴 이야기를 들으며 앞으로 전진 하고 또 전진했다. 아저씨의 말을 들으니 약간의 일리와 자신들이 해왔던 행동을 되돌아 볼 수 있었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음식들은 어쩔 수 없었다. 맛있는 음식들이 아른 거렸고 배고픔은 더해갔다. 더 이상 말할 힘도 없었고 걸을 힘도 없었다. 하지만 걸어야만 했다. 이대로 주저앉는 다면 죽을 것이 뻔 하기 때문이다. “저게 뭐지....?” 잘 안 보이는 건물의 잔해에서 사람의 피가 잔득 묻어 있었다. 마치 살려고 발부 등 친 것 만 같았다. 칼에 베인 것처럼 단면이 반듯했다. 그것도 순식간에 당한 것인지 손가락 머리 목, 몸 여기저기가 절단되어 있었다. 스윽ㅡ “당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아요.” 프로얀이 앞으로 나서며 벽에 묻은 피를 살짝 손가락으로 떠 보며 온도를 보고 있었다. 약간 미지근한 느낌이 들자 당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로얀의 말에 약간 경계적인 포즈를 취한 후 조용한 걸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죽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는 하나처럼 보였다. 괴물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일부러 막아 놓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이야기가 틀려진다. 아무리 견고한 곳이라도 인간은 입구를 찾을 지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알지 못했다. 눈을 빛내며 감시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은 제현이 일어났을 때 침략이 시간이 될 것이다. 그들도 모르고 침략자인 그들도 모르고 있었다. 먹잇감이 위장한 맹수였다는 사실을...... 전쟁, 보옥의 정체 “아는 게 그게 다입니까?” “그래요. 솔직히 이정도 아는 것도 상당히 시간이 지난 이 시점이지만요. 더 이상 이 세상은 숨을 곳도 의지할 곳도 없어요.” 나는 아주머니의 말을 들을수록 이 세상에서 안전한 곳은, 아니 안전한 것은 자기 자신 밖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밑을 수 없는 곳이라는 말에 어떻게 하는 식으로 의문이 들었지만 아주머니의 말에 모든 것을 이해 할 수 있었다. ‘배고픔’ ‘두려움’ 이 두 가지가 모든 것을 바꾸게 만들었다. 배고픔은 사람의 이성을 마비 시켰으며 두려움은 자신보다 약한 자에게 그 분을 풀이하는 곳으로 통용되었다. 그것은 자신의 가족, 친구, 동료에게 확산되어서 이런 상태까지 왔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데....이런 곳에서 눌러 앉아 있다는 말씀입니까?” 나는 상당히 흥분해 있었다. 뚜렷한 목표도 희망도 없어 보이는 눈동자들이었다. 마치 모든 것을 빼앗기고 지킬 것도 없는 그런 사람처럼 보였다. 예전의 희망과 열정이 보이지 않았다. 바보 같은 용기도 없어보였다. 지금 나의 눈앞에는 한심한 사람처럼 보일 뿐이었다. “계속 그러고 있을 생각이야? 바보 같은.....사방이 막혀있다고 현실이 바뀌는 줄 알아? 내가 지켜주지, 내가 바꿔 주겠다.” “네가, 네가 뭘 알아. 지금껏 잠이나 자온 주제에. 네가 이 고통을 알아? 희망도 없는 이 세상을....보아온 우리들을 아냐고.” 나는 한심하게 주저앉아 따뜻한 불을 째고 있는 녀석들을 보니 한심해 보였다. 그리고 나는 손을 내저어 불을 꺼드리고 소리쳤지만 다시 들려오는 소리는 힘없는 목소리로 악을 지르듯이 외치는 가연의 목소리였다. 나는 그녀의 말에 약간 충격을 받았지만 애써 웃는 표정으로 손가락을 퉁겼다. 딱ㅡ “라이트(light)” 솨아아아ㅡ 나의 손가락과 수인에 따라 환한 불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나는 한번 바닥에 힘없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희망이 없다고? 내가 희망이 되어주지. 이 빛처럼, 작은 불이 되어, 어둠을 밝혀 주지. 하지만 한 가지 알아 둬라. 어둠을 가리는 것은 자신의 마음이자 생각이라는 것을....” 뚜벅, 뚜벅ㅡ “같이 하겠다면, 더 이상 숨어서 목숨을 연명하겠다면 남아라. 나는 떠나겠어. 괴물이 있는 세상으로,” 나는 긴말하지 않았다. 짧은 말을 빠르게 말하며 작은 빛이 새어 들어오는 곳을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미동도 없이 주저앉아 있던 녀석들도 주섬주섬 일어서며 나에게 다가 오고 있었다. 얼마나 영양소를 공급받지 못했던지 힘없는 걸음으로 따라 오고 있었지만 확실히 나를 따르는 것을 생각하니 내심 기분은 좋았다. “내가 방패막이가 되어 주겠다. 너희들이 해 준 것처럼 내가 지켜주지.” 꽈악ㅡ 나는 검은 색의 망토를 두르며 양손에 각기 다른 마법을 사용했다. 오른손에는 심연의 어둠을 삼았으며 왼손에는 차가운 빙화의 불꽃을 만들어냈다. 차갑다는 공통점을 가진 두 마법은 빠르게 하늘로 쏘아졌다. “헬 브라스트 (Hell Blaster) %26 아이스 레인(Ice Rain)” 나의 손에서 나간 두 가지의 마법이 하늘을 가득 메우며 나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적들을 죽이고 있었다. 불과 어둠을 가진 헬 브라스트가 길을 열었고 아이스 레인이 적의 전진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괴물들의 움직임은 모세가 바다를 가르듯이 양 갈래로 갈라지며 나의 길을 열어주었다. 쿠와아아아아!! 수십, 수백, 아니, 수천의 괴물들의 괴성이 나의 귓가에 울렸다. 그 함성에 뒤에 있던 나의 가족들은 약간 떨며 몸을 흠칫거렸다. 예전의 위용을 잃었기 때문인지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들은 정신력이 많이 떨어져있었다. 배고픔과 피로의 누적으로 인해 능력을 발휘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마나여, 죽어가고 있는 자에게 희망을, 살아있는 자에게 평온을, 다친 자의 몸을 모두 회복 시켜 주소서, 리커버리(Ricovery)” 솨아아아ㅡ 검은 물결의 기운이 나의 뒤에 있는 자들의 몸에 흡수되며 몸과 마음의 병까지 치유되듯이 활기가 살아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한가지의 마법을 더 사용했다. 클린으로 더럽혀져 있던 의복과 몸에 묻어 있는 오물들을 없애며 예전의 모습으로 돌려놨다. “한결 났군. 우선, 운석으로 부서지지 않은 도시나 마을을 찾아 야겠어.” 푸슈우우웅!! 나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괴물들을 도륙했다. 앞으로 전진해야할 길을 가로막는 괴물들이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행보를 방해할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기에 약간의 손 휘두름을 수고해서야 괴물들은 강적이라는 것을 알고 비껴서고 있었다. 약간의 입맛을 다시는 것이 보였지만 개의치는 않았다. 스스슥ㅡ “타킷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한 것 같은데 다른 팀을 불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스윽ㅡ “상관없어. 저들을 처리한다면 교주께서도 기뻐하실 거다. 혹시 상을 주실 지도 모르지....흐흐” 제현의 뒷모습을 뚜러지게 쳐다보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잠복을 했던지 여기저기에 먼지와 위장의 흔적이 있었다. 하지만 눈은 날카로운 매처럼 잘 벼려져 있었다. 마치 먹잇감을 잡기위한 준비인지 차가운 눈동자로 무심히 흘겨보고 있었다. 제현이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쳐다보다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략 서른 명 정도로 보였지만 그들의 기동성과 움직임은 민첩했고 빨랐다. 그들은 불사교의 교원이었으며 지금은 정찰조에 속해 있었다. 지금까지 수십 명의 사람들을 도륙하며 음식을 갈취했다. “타킷의 공격은 지쳤을 때다. 그때까지 참아라.” “옛....” 괴물들에게 능숙해져 있는지 괴물의 이목을 피해 잘 이동하고 있었다. 이정도의 속도라면 제현이 있는 곳까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따라 잡을 속도였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이미 기척을 눈치 챘다는 것을 타킷은 제현이 아니라 그들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어서 와라. 지겹다. 아까부터 지켜보던 놈들이 너희였다는 것은 진작 알았다.” 그렇게 제현은 제현 나음대로의 생각과 그들은 그들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이동하고 있었다. 깨어 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미 적응 한 것 같은 제현의 모습은 가히 괴물이라 칭해도 될 정도였다. 일주일 이상이나 빛을 보지 못했건만 일반인처럼 잘 움직였고 몸을 움직이지 않았지만 능숙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하늘은 검은 색으로 뒤 덥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전쟁, 보옥의 정체 우르르릉ㅡ쾅!! “정말 세상이 변하긴 변했군.” 이제는 일상처럼 들리는 천둥의 소리가 세상을 진동시키고 있었다. 노란 빛의 기운이 요란하게 움직이며 세찬 소음을 내며 괴물들을 흥분시키고 있었다. 이제는 체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괴물들은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인간까지는 아니었지만 약간의 의사소통마저 대고 있었으니 얼마나 단시간에 진화를 거듭 한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조금만 힘내, 뭣하면 저 괴물을 잡아다가 먹을 정도로 다져 줄 테니까. 저번에도 먹었잖아?” 나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괴물 한 마리를 잡았다. 동물에서 진화한 듯해 보이는 녀석을 잡았기에 별 지장은 없었다. 다만 몸 전체가 근육으로 되어 있었기에 먹는데 상당히 고생했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몸의 근육까지 씹어 먹을 정도로 사람들은 절실해있었기에 맛있게 먹고 있었다. 문제는 그 음식을 먹고 나서 재료가 무엇인지 물어 오고 나서 부터지만.... “에엑!! 절대 싫어, NO! NO!" “농담이다. 나는 괜찮지만 뭐.....” 나는 강경하게 거부하는 네 녀석들을 보니 약간 어색한 기분에 애꿎은 땅을 발로 차 버렸다. 물론 나의 말은 거의 진담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사르르ㅡ “정말 귀찮구나.....언제까지 숨어서 지켜만 보고 있을 작정이냐....” 찌릿ㅡ 순간 기척이 느껴졌다 사라져 버렸다. 요 근래부터 계속 시선이 느껴졌기에 별다른 경계는 하지 않았지만 계속 모습을 나타나지 않으니 약간 심적으로 짜증이 났다. 눈앞에 바로 나타난다면 박살을 내 줄 테지만 나의 마법이 닿지 않는 먼 거리에 있었기에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었다. 무작정 달려가 박살을 내줄 수도 있지만 지금 나에게는 지켜야 할 것이 아주 많았다. 그대로 장기전으로 가면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나는 장담했다. “왜, 아직도 감시하고 있어? 네가 깨어나기 전부터 느껴지던 기척이었지만....아마 우리가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나봐..” “역시, 의외로 프로일지도.....” 가연이 기억을 더듬어 뒤를 추격하던 녀석들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냈고 프로얀은 이미 그들의 역량도 파악한 것인지 그렇게 호들갑은 떨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하는 행동을 유심히 생각하며 프로라고 단정 지어 버렸다. “이제 슬슬 나타날 걸? 그들도 시간이 없을 테니까. 식량은 우리만 부족 한 게 아니라. 그들도 부족할 테니까.....” 수강의 말을 끝으로 우리는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지금 어디로 가는지도 목적지도 없었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지금 우리가 있는 위치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어디에 머물러야 할지도 몰랐다. 혹시라도 부서지지 않은 도시가 있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 * * “조장, 우리 식량도 서서히 떨어지고 있어.” 휘우웅ㅡ “나도 알고 있다. 저들은 그것을 잘도 먹더군.....우리도 식량이 바닥나면 그들이 했던 것 처 럼 그것을 먹는다. 이의는 없겠지?” 수없이 널려 있는 건물의 파편 뒤에서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었다. 타킷과의 거리를 두고 그들은 관찰을 하고 있었기에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였다. 관찰자는 고도의 인내심과 정신력이 있어야 했다. 적절하게 적에게 위협을 줄 수 있어야 했고 장기전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맹수가 먹이를 노릴 때처럼 적의 기감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대려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저기, 조장님, 설마 그걸 진짜로......” “그럼 진짜지 거짓으로 먹겠나?” 한 조원이 말하자 다른 조원들은 도무지 못 먹겠다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이들은 잘 모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약자에게서 빼앗은 음식을 섭취해 목숨을 연맹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진정 배고픔을 모르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버틸 생각이지? 적은 지치지 않은 상태다. 지금 그들과 싸울 생각인가? 그들의 전투력은.....?” “지금이라면 가능 하지 않겠습니까? 이미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영양분을 섭취 하지 못한 상태의 적, 혹시 억지로 버티고 있는 건 아닐까요. 우리를 의식해서 말이죠.” “그것도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확인 할 거지?” “........” 여러 가지 의견이 오고 갔지만 대답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지 타킷은 저만치 이동하고 있었고 그들은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타킷에 대한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동해야할 인원과 식량의 수는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섣불리 이동하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조장님, 타킷들의 행동이 이상합니다. 마치 기운을 잃은 것처럼 행동합니다.” “뭐라고? 언제부터!” “그것이....방금 전부터 갑작스럽게....” 조장이라고 불린 자는 빠르게 시선을 돌리며 타킷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었다. 오직 원킬 원샷을 고수하던 자가 갑작스레 기운이 다한 것 처 럼 고전하며 괴물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그들에게 달콤한 유혹과도 같은 것이다. 이대로 돌진해 적을 칠 것인지, 아니면 조금더 관찰 할 것인지를 봐야 했다. “조장님, 지금 타킷을 공격하심이.....조원들도 상당히 지쳐 있습니다.” “음....좋다.....지금 무거운 것은 숨겨 두고 무기만 챙겨서 적들을 친다. 그리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발 빠른 자는 본부로 돌아가 지원을 요청할 준비를 하도록.” 조장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이익의 계산을 했다. 지금 공격해서 성공할 확률은 반반이었다. 적들이 이기든지, 자신들이 이기든지 말이다. 만약 저것이 연기였다면 자신들은 백프로 죽는 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마약과도 같았다. 남아 있는 식량은 없었고 돌아 가야할 길은 멀었기 때문이다. 혹여, 식량이 떨어져 아사로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튼 그들은 빠르게 무기를 고쳐 쥐며 신속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불나방과 같았다. 활활 타오르는 화염의 불꽃 속에 끝없이 돌진하는 불나방처럼 말이다. 전쟁, 보옥의 정체 “너무 부자연스럽군.....무너져 내린 건물의 잔해, 건물의 배치가....마치 누군가 숨어 있는 것 같구나 크하하하!” “왜 그래? 누가 있어?” 부스스스ㅡ 나는 주위의 건물의 배치가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한 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정확히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그 파편의 단면이 다른 곳으로 흩어져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관찰자의 기척이 순간 사라진 것도 이곳이었다. 분명 이곳에서 암습을 펼칠 것이라는 생각이 나의 생각이었다. 물론 다른 일행에게는 이 사실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면 도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부스럭!! "거기 구나!!“ 스팟ㅡ 나는 건물의 잔해가 부스스 움직이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리고 손을 내 뻗으면서 한명의 사람을 낚아챔과 동시에 마법을 하나 펼쳤다. “뱀파이어릭 터치(Vampireric Touch)” 부르르ㅡ 순간 나의 손에서 뿜어져 나간 마나가 녀석의 온몸을 헤집고 다니며 생명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녀석은 약간의 신음을 내 뱉으며 발부 등을 치고 있었다. “움직여, 움직이라고!! 제에기일!!!” 파사삭ㅡ 녀석은 나의 손아귀에서 벋어 나기위해 있는 대로 기운을 끌어 올렸지만 그것은 촉진제에 불과했다. 순식간에 나의 손에 미라에서 먼지로 변해버렸고 그것은 바람에 따라 하늘로 흩날렸다. 그것이 채 몇 분, 몇 초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주위의 사람들은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 “흩어져라, 상당히 많은 적이다. 각자 자신의 몸을 보호하면서 방어를 최우선으로 한다. 공격은 나에게 맡기고 알아서 각자의 몸을 보호해.” 슈악ㅡ 나는 빠르게 몸을 틀며 적들의 움직임을 차단하고 있었다. 수십 자루의 검이 흩날리며 나의 뒤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 날아갔지만 매직 에로우가 그 검 날들을 빠르게 쳐 내며 검의 검로가 바뀌었다. “내가 맡을 테니 너희들은 안전한 곳으로 피해라......” “알았어.” “제이....도 알아서 보호하고...” 나는 약간 뜸을 들이며 제이를 한번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로 확답을 들으며 나는 전투에 임할 수 있었다. “그 정도는 우리도 가능해.” “제이는 우리가 보호하지.” 검은 먼지 구름이 흩날리며 일행의 모습을 가려버렸다. 그것은 녀석들이 고의로 펼친 기술이었다. 검을 바닥에 휘두르며 검기를 흩날리며 펼친 기술이었다. 그리고 연달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슈아악!! 크으윽ㅡ 누군가의 신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는 약간 당황해 하며 의무적인 물음을 날렸다. “누구야. 괜찮아?” “괜찮아.....” 힘없는 목소리가 먼지구름에 가리며 미약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간간히 적들의 기합소리와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놈을 먼저 해치워라!” “웃기는 군!, 내가 네놈을 해치워 주마!” 먼지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다급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발소리가 급격히 커지며 나의 주위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나는 먼지가 흩날리는 방향으로 몸을 빠르게 날리며 녀석들의 패도적인 걸음을 피해 먼지 속으로 들어갔다. “어디로 숨은 거냐! 겁먹은 거냐!” “헛소리! 다크 캐논(Dark Cannon)” 나의 기척을 잡아 내지 못하고 허공에 검을 휘두르는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의 가호를 받지 못하는 건지 먼지가 모두 사라지며 숨어있던 신형이 들어난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고 약간의 실소와 함께 기운을 급히 끌어 올리며 다크 캐논을 날렸다. 피슝!! 검은 색의 광택을 내는 섬광이 녀석의 몸을 휩쓸고 지나가자 녀석은 신음과 괴음을 내뱉으며 천천히 바닥으로 쓰러졌다. 마치 겁에 질린 것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며 몸이 터져나갔다. 검은 잔영과 핏빛의 물결이 하늘에 수를 놓으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너희 같은 쓰레기들이 몰려와도 나는 눈 깜짝 하지 않는다. 귀찮게 따라 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허접한 놈들.....” “헛소리 하지마라!! 죽어!!” 슈욱!! 나의 앞에 겁에 질린 표정을 짓던 녀석이 순간 눈빛을 고치며 나에게 검을 휘둘렀다. 검에 기운이 실린 것인지 오색의 광택이 나며 나의 목을 향해 정확히 날아들었다. 탁!!!! 꽈악ㅡ 빠르게 날아온 검을 낚아챈 나는 그대로 검에 힘을 주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나의 손에서 불길이 일어나며 검의 온도를 급상승 시키고 있었다. “이게 바로 지옥의 불꽃이라고 하는 것이다. 멍청아.” 화르르륵ㅡ 나의 손에서 줄기줄기 솟아나고 있는 지옥의 불꽃인 헬 파이어가 녀석의 검을 따라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검은 순식간에 녹아버리며 녀석의 팔로 불길이 옮겨 붙었다. 하지만 그 불은 꺼질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타오르고 있었다. “으아악ㅡ 젠장, 불이!” 화르르륵, 활활!! 불길은 거침없는 속도로 온몸을 태우고 있었다. 그리고 형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녹여 버린 뒤에야 불은 태울 것이 없자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나의 손에는 아직도 남아 있는 불길이 있었다. 넘실넘실 타오르는 불길을 나는 쳐다보며 오묘한 눈길로 다시 적에게 시선을 옮겼다. “어때, 너희들도 타서 죽고 싶냐? 쓰레기들아? 감히 나의 뒤를 쫓아오다니....겁 대가리를 상실했구나.” 화르륵ㅡ “그깟 불 따위 누가 무서워 할 줄 아느냐!” 팟!!! 나는 위압감 있는 모습으로 녀석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동요를 하지 않는 것인지 검을 고쳐 쥐며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들의 중앙에 헬 파이어를 던지며 다음수를 생각하며 여러 가지 마법을 펼칠 준비를 했다. “그깟 불, 없애 주마!” 구화아아앙ㅡ 녀석들 중에 상당한 경지의 고수가 있는지 헬 파이어에 대항하며 기운을 조금씩 흩트리고 있었다. 그리고 끝내 헬 파이어를 파훼하며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검을 고쳐 노려보고 있었다. 어느새 불의 기운에 익숙해진 것인지 적들은 빠르게 달려들고 있었다. “막았냐? 그럼 이건 어때!” 슈우욱!! 막 검을 회수하던 녀석에게 아이스 캐논을 선사하며 녀석들의 공격흐름을 끊어 버렸다. 그러자 녀석들이 당황해 하며 검을 치켜세웠지만 빠르게 캐스팅된 아이스 캐논을 막지 못하고 직격으로 맞고 말았다. 쾅!! 콰르르륵 녀석들이 튕겨져 나가며 건물의 잔해를 진동시키고 있었다. 하늘로 튀어 오른 건물의 잔해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며 녀석들의 머리를 툭툭 건들며 사라졌다. “조장, 괜찮습니까?” “그놈은 어떻게 됐지?” 녀석들은 각자의 안부를 물으며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들을 보며 약간의 오만한 웃음을 띤 후 뒤에 있을 일행들을 둘러봤다. 그들은 각자의 기운으로 결계를 치며 공격에 대한 방어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 약간 불안해 보였지만 그런대로 잘 버티고 있었다. “어떻게 되긴, 잘 있지.....이런, 오른 손이 얼어 버렸군.” 나는 절대자의 위용을 과시하며 적의 상태를 살피며 비아냥 거렸다. 녀석들은 나의 아이스 캐논의 영향으로 몸의 일부분이 얼어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들을 보며 웃었고 녀석들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상대는 단 하나다. 저놈만 처리한다면 우리는 승자가 되는 것이다.” “너희들이 이길 수 있을까? 도망갈 궁리를 하면 또 몰라....” “크으으으.....후퇴다! 모두 탈출 지점으로 이동해!!” “누구 마음대로!!” 나의 살기에 녀석들은 약간 위축되며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그것은 연기였던지 사방으로 흩어지며 빠르게 도망가고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들을 놓아주지 않을 생각이었기에 빠르게 기운을 발산하며 마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수십 명이 되는 녀석들의 뒤를 쫓게 했다. “더 이상의 공격은 소모전이라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이걸 어째? 나의 손아귀에서 벋어 날수 없는 것을....” 슈우우욱!! 총 열 개의 마탄들이 흩어지며 도망가는 자들의 허벅지를 꿰뚫었다. 순식간에 당해버린 녀석들은 몇 미터를 더 간 후에야 자신이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멍청한 녀석들....네놈들은 애초에 거미줄에 빠져든 벌레에 불과하다.” “훗, 과연 그럴까? 거미줄만 뚫으면 활로가 열린다. 몇 명의 희생이 따르겠지만, 각자 흩어져 기지로 돌아간다. 생존은 각자의 임무다.” 약간 주춤하는 녀석들에게 외쳤지만 그것은 약간의 촉매였던지 녀석들이 더욱 발악하며 도주에 힘을 기울였다. 사방이 뻥 뚫려있었고 건물의 잔해 때문에 움직임이 약간 불편한 상태였다. 하지만 녀석들은 의외로 빠르게 이동하며 흩어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몇 명은 놓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죽어라! 파이어 레인(Fire Rain)!” 화르륵, 피유우우웅! 순간 하늘로 치솟은 불길이 비처럼 떨어져 내리며 도망가는 녀석들의 움직임을 약간이나마 늦추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인지 순간 나의 뒤에서 애기가 느껴지며 나의 팔을 베고 지나갔다. 슈악!! “흠.....힐(Heal)....도망간것이 아니었나?” 순식간에 나의 팔이 아물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나의 팔을 베고 지나간 자를 똑똑히 쳐다봤다. “몇몇의 희생은 있다고 했다. 저들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있는 한!” 단 세 명만이 도망가고 나머지 녀석들은 도망가는 척을 했던 것이다. 순식간에 위치를 바꾸며 진을 친 녀석들은 나에게 공격을 감행했지만 그것은 날 파리들의 장난에 불과했다. 감히 벌레들이 인간을 이길 수 있겠는가.....인간의 손짓에 죽어날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의도는 확실히 성공했다. 세 명의 사람들이 빠르게 벗어 날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들의 임무 같은 것이었으니까. 아마 그들, 세 명은 본거지로 돌아가 수많은 무리를 이끌고 올 것이다. 그들이 불사교의 사람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알았으니 말이다. 전쟁, 보옥의 정체 아아악ㅡ!! 아직 생존자가 상당히 많은 것인지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우리는 빠른 속도로 북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사천 지역을 벗어나 이제는 마산 쪽으로 접어들었다. 그곳에는 의외로 부서지지 않은 건물과 많은 수의 사람들이 생존해 있었다. 그만큼 아직 풍요롭다는 말이었다. 쿠워어어어!! “괴물! 괴물이다!” 삐요요오오오! 붉은색과 파란색의 불빛이 건물에 비치며 요란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괴물화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만큼 사람의 공격도 많아졌다. 경찰들이 출동해 총을 난사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며 괴물과 대항하고 있었다. 이미 익숙해진 것인지 죽은 사람의 목은 절단하며 괴물 화를 방지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사람의 목을 자르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탕ㅡ타타타타타탕!! 하늘을 가득 메우는 탄환이 괴물들의 미간과 온몸을 뚫고 지나가고 있었다. 이 상황이 이미 익숙해진 자들은 체계적인 대응으로 괴물을 상대하며 도시를 방어하고 있었다. 갈라져 부서진 건물도 있었지만 지금껏 보아온 곳과는 다르게 멀쩡한 곳이었다. “사, 살려줘, 나는 살아 있잖아!!! 제발!! 제발 살려줘.” 나의 발치에 쓰러져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양팔과 다리 한쪽을 잃고 숨을 헐떡이며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과다 출혈로 죽을 것이 뻔했다. 치유를 한다고 해도 살아날 가능성은 없었다. 그는 헛것이 보이는 지 겁에 질려 있었다. “그 녀석을 죽여라.” “살려줘, 제발! 제발.....” 나의 옆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온몸으로 기어서 도망가고 있었다. “무슨 소리냐. 이 녀석을 죽이라고?” “설마 모른 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나는 녀석의 말에 의문이 들며 질문을 했지만 대래 녀석은 나의 말을 씹으며 자신의 말만 할 뿐이었다. 나의 발쪽에서 애원을 하고 있던 녀석은 서서히 눈동자가 풀려가고 있었다. 슈악ㅡ 크으으윽!! “이 도시의 규칙이다. 네 녀석들의 꼴을 보아하니 방랑자 같은데 썩 꺼져라. 네 녀석들에게 줄 음식 따위는 없으니.” 녀석은 단검을 빠르게 휘두르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녀석의 목을 따 버렸다. 그리고 우리의 모습을 보더니 충고하듯 스쳐지나가며 말했다. 마치 이곳에 있어서는 안 돼는 벌레취급 하고 있었다. “짜증나는 군, 멀쩡한 도시라서 와봤더니.....” 이곳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의무적으로 괴물을 보면 공격을 해야 한다는 듯이 마치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괴물이 사라지면 다시 일상 속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같이 있던 자의 죽음에 당황해 하거나 패닉의 상태로 빠져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기에 있는 시장을 만나보고 싶군.” “어이....거기. 그런 말.....” 타타타탁! 나는 짜증나는 기분에 이곳의 관할 시장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지를 말이다. 이곳은 예전의 도시와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전기도 있었고 멀쩡한 집고 있었다. 의류점도 있었고 음식점도 널려 있었다. “응, 뭐냐. 너는...?” “그런 소리 하면 안 돼, 이런 곳에서는.....감히 시장을 만나겠다니.” 나는 녀석의 말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왜 시장이야기를 하면 안 돼는 가. 대통령도 욕하는 세상에서....나는 녀석의 말이 이상한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마치 두려움에 떠는 것 같았다. “이곳의 시장은 영웅이다. 무너진 도시를 다시 세운 거리의 영웅. 그를 욕하는 것은 이 도시의 사람이 용서 하지 않아.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면.....” “..........” 녀석의 말을 들으니 약간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도시를 세운 영웅, 굶주림을 면할 수 있게 해준 자였다. 하지만 노예라는 말은 약간 걸렸다. 어찌 인간이 노예를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짜증 나는 군, 그 시장이라는 자식.” “뭐야, 감히 시장님을!” 삐이익! “저놈이 시장을 욕했다. 잡아라!!” 나의 말소리가 거리의 사람들이 다 들었던지 흉흉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심지어 호각을 울리며 주위의 사람들을 선동하며 나를 잡으려 안달이었다. 한마디로 짜증나고 골 때리는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이곳의 사람들은 한마디로 미쳐있다는 소리였다. 어찌 된 것 인지 한마디의 말로, 시장을 단순히 말했을 뿐인데 이정도의 효과가 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젠장, 너희들에게 피해를 줄 생각은 없었어. 확실히 보호는 해주지. 그리스(Grease)” 주르르륵, 콰당! “초능력자다. 각자 투척 무기를 사용해라.” 나는 그리스를 사용해 달려드는 녀석들을 넘어뜨렸다. 하늘로 날아오르며 녀석들의 허접스런 칼질을 피했다. 그러자 녀석들은 빠르게 무기를 바꾸며 날카로운 것을 하늘로 쏘아 올렸다. 슈유욱! 하늘을 가득 메운 쇠 조각들이 나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것은 단순한 기계장치였지만 이미 보급이 다된 것인지 모두 소지하고 있었다. 이것은 괴물을 잡을 때 유용해 보였다. 그리고 이것의 주 무기가 쇠 조각이었기에 길거리에 널려 있는 돌이나 건물의 파편을 사용해도 괜찮아 보였다. “조제현, 여기! 여기!” 나는 실드로 그것을 다 튕겨 내고 몸을 숨길 곳을 찾아 고개를 이리 저리 돌렸다. 그러자 가연이 손짓하며 건물뒤쪽의 골목으로 가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노치지 않고 텔레포트로 빠르게 이동했다. “마음대로 욕도 못하겠군.” “당연하지, 비록 한국인이 아니지만 도시를 세운 영웅이니까. 굶지도 죽지도 않는 곳이니까. 이제 하나 남은 도시니까 말이야.” “넌, 아까 그놈? 너도 이곳의 시민이 아니었던가?” 나는 투덜거리며 기운을 갈무리했다. 더 이상 나에게 공격을 가해오는 자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까 나에게 말을 걸던 녀석이 다시 말을 걸자 약간 경계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녀석도 분명 이곳의 시민일진대 아무렇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시민이긴 시민이지, 이곳의 시장의 비밀을 다 아는 사람이니까. 뭐, 잘렸지만...하” 녀석은 우리가 묻지도 않았는데 비밀을 술술 털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놈은 중국인이고 나쁜 놈이다?” 녀석의 이야기는 대충 이해했다. 녀석의 소속은 모르지만 일단 중국인이라고 하면 불사교의 일원이라고 봐야했다. 그리고 이상한 백색의 초능력을 사용한다고 하는 멘트에서 나는 알 수 있었다. 녀석이 불사교의 교주라는 것을, 우리는 적 소굴의 중심에 와 있다는 것이다. 이 녀석도 첩자일 가능성이 농후했지만 일단 한국인이라는 관점에서 경계를 풀었다. “불사교라.....약간 볼일이 있지....그런데 이곳의 시장노릇을 하고 있을 줄이야.....그리고 감히 노예를 부려?” 소수의 사람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일반 사람이었다면 이곳에서는 일반사람을 위해 일하는 자가 노예였다. 일반인 한명이 전기를 쓰고 있다면 노예 두명이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땅속에 묻혀 있는 석탄이나 여러 광석을 캐내 연료로 사용해야 한단다. 그것을 노예들이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의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자들이 모두 중국인이라는 사실에 나는 화가 남은 물론 짜증이 치솟아 올랐다. “병신 같군. 한국의 능력자들은 뭘 하고 있는 건지....설마 운석에 다 죽은 것은 아닐 테고.” “그거 미안하군. 나도 한국의 능력자라서.” 나에게 길게 설명해준 녀석이 미안하다는 소리와 함께 능력자라는 것을 밝혔다. 자세히 얼굴을 보니 약간 희미하지만 익숙한 얼굴이었다. “소개하지, 마산 지부 소속, 김성수다. 정신계 조작의 능력자야.” “아.....그럼 그, 저번에 일 년 전인가? 제현이의 기억 때문에 저희 집에 방문했던....” “응? 그런 일이 있었던가?” 나는 가연과 녀석의 대화를 들으니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감히 나의 머리를 건드렸던 놈이었다. 일전의 기억만이 아닌 더 앞의 기억마저 어디엔가 봉인 시켰던 녀석이었다. 이렇게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순간 나도 정신계 마법으로 기억을 제거 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때가 때인 상황이라 참기로 했다. “한국의 능력자는 다, 어떻게 됐지?” “그게....나도 간신히 빠져 나온 상황이야. 그 녀석들이 이상한 기술로 능력을 봉인 시킨 후 노예로 만든 상황이라....나 역시 능력을 봉인 당했다. 이곳을 주먹으로 맞았더니 능력을 사용 할 수 없더군.” 녀석은 배 쪽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유심히 녀석의 몸을 탐색하며 가리킨 곳을 봤지만 도무지 이상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국의 능력자는 힘 한 번 못쓰고 노예가 되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시민들은 그 놈을 영웅으로 떠받드는 아이러니한 상태였다. “이런, 식권 받을 시간이군. 이곳의 시민들은 이 시간이면 배급 하는 식권이 있다. 그거면 하루는 배부르게 먹을 수 있지. 물론 시민권이 있어야 하고 말이야.” 흔들흔들ㅡ 녀석은 이상한 문양이 그려진 종이를 꺼내 보이며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녀석의 뒤를 따랐지만 점점 많아지는 사람들로 인해 몸을 사려야 했다. 전쟁, 보옥의 정체 “자자, 줄서라고 쓰레기들아. 이 밥버러지 세끼들!” “한 장 더 줘! 제발!” 퍽ㅡ! 수많은 무리들 속에 우리도 숨어들었다. 배식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위의 상황과 노예가 있는 곳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사람들이 붐볐고 숨기에도 적당했다. 그 누구도 우리를 의심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 밥버러지가, 감히 어딜 잡아! 꺼져, 남은 것도 뺏기 전에!” “제발....” 퍽!! 깨끗한 옷을 입은 자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자에게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의 행동을 나무라거나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치 건드려서는 안 돼는 자 같았다. “다음!” 척ㅡ “감사합니다.” 그 남자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지만 그 누구도 부축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다음이라는 말에 따라 기계적으로 앞으로 나와 식권을 받아 갈 뿐이었다. 그 현상은 한 시간 가량 더 지난 후에야 끝이 났다. 식권이라는 생명줄을 받기 위해서 아까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남자와 같은 행동을 한자는 대략 열 명 정도였다. “세상이 변했긴 변했어. 저런 노약자에게 발길질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맞아. 세상은 변했지. 이제 양심도 피도 눈물도 없는 세상이야. 힘 있는 자가 강자고 존경받을 자지.” “세상은 힘으로 움직인다....이제 움직일까....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는 없으니.” 모든 사람들이 떠나고 우리들만 남아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이 이상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지만 식권을 가지고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곳의 이방인 격이었다. 혹은 외국인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어디든지 갈수 있어야 할 한국이건만 그것마저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라는 것이 약간 서글퍼졌다. “어이, 점심은 먹었나? 식권으로 배부르게 먹었지...” “그래서, 어쩌란 거지? 쓰레기 같이 빌붙어서 먹는 놈이.....” “그러는 너희는 밥이라도 먹어봤나? 보아하니 쌀밥은커녕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 한 것 같은데.” “......” 녀석의 말에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대로 우리는 아무것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본지가 상당한 시일이 지난 것이다. “이 식권 보이지? 이거랑 교환 하고 싶은데...아주 쉬운 거야...” 녀석이 기이하고 음침한 눈길로 우리를 쓸어 보고 있었다. 그 눈길에 약간 움찔 거리는 가연과 제이가 보였다. 프로얀은 경계 어린 눈으로 단검을 쓰다듬고 있었다. “쓰레기 같은 새끼. 꺼져라. 그 아가리를 뭉개 버리기 전에.” “예예, 나 없이는 아무것도 이곳에서 하지 못할 것들이....” “그 아가리 닥치고 꺼져라.” 나는 녀석의 의도를 대번에 알 수 있었다. 한 장의 식권으로 성매매를 하란 소리였다. 이곳에는 당연시 되는 일인지 식권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같이 이동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어찌된 일인지 젊은 사람 늙은 사람 너나 할 것 없이 하는 행동이었다. “차라리 굶고 말지...어찌 저런 짓을...세상에....”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사나운 눈빛으로 김성수라는 사람을 쏘아보며 가라는 눈빛을 보이며 여자애들은 몸으로 가렸다. “두고 보자고, 후회하게 될 테니....” “쓰레기들의 전형적인 말이군. 후회? 꺼져라.” 나는 녀석이 끝까지 후회할거란 말에 짜증이 났다. 어찌 만나는 놈들마다 이런 소리를 해대니 어이가 없었다. 재석을 비롯해 체인 녀석에 이어 중국인 녀석들까지, 그리고 이 녀석이 이런 말을 하니 기도 차지 않았다. 다음에는 어떤 놈이 후회할 것이라는 소리를 할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꾸르르륵ㅡ “배, 배고파....헤헤.” “하ㅡ이런....밥 때가 한참 지나고도 밤을 새버렸으니....뭐라도 먹어야겠지....” 갑자기 꾸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진원지는 당연히 여러 사람이었다. 모두들 배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 것이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식권이라도 훔쳐야 할 판이었다. 물론 어떻게 훔칠 것인가? 라는 생각이 머리에 닿았고 나는 프로얀을 쳐다봤다. “어때? 할 수 있겠어?” “문제없어. 단숨에 빼앗아서 가져 오지.” 나는 프로얀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자 프로얀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프로얀은 지체하지 않고 남자 앞에 서서 무어라 말하더니 식권을 받아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골목에서 타격 음이 나더니 프로얀이 느긋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한 장 겟.” 그 후 프로얀의 행동은 여러 번 반복되었지만 얻은 것은 달랑 네 장 정도뿐이었다. “이제 못하겠어. 하도 사기꾼이 많고 의심의 눈초리도 많으니까.” “그래, 세장이 남았군....” 프로얀은 옷을 살짝 털며 눈을 찡긋 거렸다. 그리고 약간 찌푸리며 안 되겠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솔직히 여러 번 왔다 갔다 했으니 의심의 눈초리도 있을 것이다. “내가, 내가 해볼까?” “네가? 마법 잘 쓸 수 있어? 순간 기절 시키는 마법.” “기절? 무슨 마법이 있는데.....” “하...내가 네 녀석에게 물어 본 것이 잘못이지.....커스 페럴라이즈, 슬립, 등 여러 가지. 모른다니 내가 해야 하나.....” 나는 가연이 앞서 나서는 것을 약간 불안해했다. 비록 5서클이라고 하지만 마법을 잘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는 것도 불안전했다. “5서클이면 뭐 하냐, 모든 마법을 아는 것이 아니니. 나도 요즘에 다시 떠오른 마법이 상당히 많아.” 나는 그 말을 하고 한 가지 마법을 생각했다. 폴리모프, 혹은 일루젼으로 모습을 바꿔서 식권을 빼앗아 오는 것이다. 강제로 뺏으면 귀찮은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쟁, 보옥의 정체 “내가, 내가 언제부터 이따위 생각을 가지게 됐지? 내가 변장을 해?” 나는 순간 폴리모프를 사용하기위해 움직이던 수인과 마나를 거두어 드렸다. 언제부터 내가 이런 생각을 했는지는 잘 모른다. 왜 숨어서 움직여야 했으며, 왜, 변장을 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온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왜 그래? 또 어디 아파?” “아니다. 가자.” “어딜?” “배라도 채워야 할 거 아니야.” 나에게 딴죽을 걸어오는 제이에게 간단히 말을 대구 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거리의 중심으로 걸어 나갔다. 주위의 사람들이 우리의 옷차림을 보고는 이상한 눈초리로 봤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가고 있었다. “자, 밥이나 먹을까?” “야, 식권이라는 것도 없잖아. 달랑 네장 뿐인데....” “그거 이리 줘봐.....” 찌이이익ㅡ 나는 가연이 들고 있는 식권을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찢고는 가계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요란한 문소리가 울려 퍼졌다. 딸랑, 딸랑!! “우리는 식권 따위 없이도 먹을 수 있다.” “알았어. 알았다고, 무서운 눈으로 좀 노려 보 지마.” 나는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가연을 쳐다보며 말했다. 나의 눈빛이 강렬했던지 눈길을 피하며 가계 안으로 들어섰다. 이미 사람들은 많이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국인, 혹은 부유한 녀석들이었다. 터벅, 터벅! “여기는 서민들이 올 곳이 못 되, 썩 꺼져라. 한국인 중에서도 버러지 새끼가.” 웨이터로 보이는 녀석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마가 튀어 나오고 생긴 것이 꼭 중국인이었다. 나는 녀석이 하는 말을 묵묵히 들어주고는 빈자리를 찾아 들어가 앉았다. 물론 나를 따라 들어온 사람들 역시 자리를 찾아 앉았고 나는 손짓으로 웨이터를 불렀다. “여기, 주문 받아라.” “그래, 주문 받아 주지, 식권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웬만해서는 택도 없을 거다.” 웨이터는 끝까지 나의 말을 무시하며 자신의 말을 하고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오랜만의 재미있는 것을 발견 한 것인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개중에 음침한 눈으로 가연과 프로얀 제이, 혹은 아주머니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다시 시작된 주문에 흥미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하하하, 왜 식권의 개수 때문에 손이 벌벌 떨 리냐?” 하하하ㅡ 녀석의 말에 주위의 사람들도 같이 웃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은 오만한 눈을 뜨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있으면 시켜 보란 것이다. “여기 있는 것 전 부 가져와라.” “무, 뭐? 식권을 보여라.” “자.” 녀석이 끝까지 물어 오자 나는 일루젼으로 식권의 모형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녀석은 경악한 눈동자로 나의 손바닥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하찮은 외국인 노동자 세끼가. 죽고 싶어?” “죄송, 죄송합니다.” 나는 눈을 부라리며 웨이터 녀석에게 한껏 소리쳤다. 나중에 되면 들통 나겠지만 뭐 아무런 거리낌은 없었다. 이제 막나가기로 한 것은 정해져 있는 수순이었기 때문이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겉모습만 보고.....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꾸벅. 녀석은 모든 음식을 꺼내와 우리의 식탁위에 올려놓으며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인사를 해대고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에게 손을 내저으며 물러가란 표시를 하고는 식사에 들었다. 녀석이 가져나온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음식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음식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희소성이 크기에 지금은 비싸게 먹히고 있었다. 와작. “와, 이 튀김 오랜 만에 먹으니까 진짜 맛있다.” “이것도, 이것도 맛있어.” 음식을 먹는 내내 녀석들은 감탄을 터뜨리고 있었다. 혀에게 새로운 감촉을 느끼게 해주듯 천천히 조금씩 먹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들의 얼굴에는 만족과 행복의 표정이 떠올랐다. 뭐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음식을 먹고 있었지만..... “아, 배불러. 모처럼 맛있는 게 있는데 다 먹지 못해서 조금 아쉬워.” “싸가지고 가면 안 될까?” “으음....아쉬워 역시.....” 제각기 아쉽다는 말을 하는 녀석들이었다. 뭐 그렇다고 추잡하다는 것은 아니었고 정말로 만족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결전의 순간이 온 것이다. 식권을 내고 나갈 것인가. 한바탕 휘젓고 이대로 이 도시를 휘저을 것인가를....정할 시간이 온 것이다. “예, 음식 값은 식권 서른 장입니다.” “자, 여기 네 장이다. 나머지는 네 놈의 식권에서 계산 하도록, 목숨 값이니까.” “예? 그게 무슨.....그럼, 식권을 내지 않겠다는 말씀입니까? 뭔 가 착각하고 계시군요. 여기는 엄연히 초능력자들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살아서 나가고 싶다면 순순히 주시죠...손님, 제가 웃으면서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도 지금 뿐입니다.” 웨이터 녀석이 음식 값의 고지서를 청부하고 있었다. 이미 예상했지만 이정도의 식권 값이 들 줄은 몰랐다. 무려 일반 사람의 한 달 치라니, 이건 너무 해도 심한 것이었다. “식권이 없으면 다른 것에라도 때워야지...” “그럼, 흐흐흐. 그래야지. 저기 예쁜 애기들만 놓고 가.” 주위의 사람들이 다 이곳에 소속되어 있는지 흉흉한 기세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전부 중국인이었다. 마치 다 이런 일이 일어 날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행동이었다. “이미 조사는 끝났지. 네놈들이 이곳의 소속이 아니라는 것을....그렇다면 우리에게 이런 눈초리와 행동을 보일수가 없지. 방랑자 주제에 너무 나대는군.” “소속이라....네놈들이 언제부터 한국인이 되었지? 엄연히 이곳은 한국의 땅인데....힘이 있다면 다 자기 땅인가?” “땅? 그래, 힘이 있어야 땅도 지키지, 네놈의 민족은 언제나 약자였고 우리에게 조공을 바치는 벌레들이었다. 우리는 지배자고, 지금 역시 마찬가지야.” 녀석들은 나를 일부러 도발시킬 생각인지 나의 신경을 거스르고 있었다. 자신 있다는 목소리 행동이었다. “힘이 있다면, 자기 땅이라.....그럼 이곳은 내 소유군. 아니, 이 지구가 내 소유인가?” “헛소리가 지나치구나. 약골 같은 놈이 어디서 그런 망발을 하느냐! 하하하, 이 지구가 지 소유란다.” 계속 도발을 유도하는 녀석들의 장단을 맞추며 나는 조금씩 기운을 끌러 올렸다. 그러자 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이 스멀스멀 이 가계 안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츠츠츠츠. “앞으로 상대를 봐가면서 까불어라. 아니, 다음 생에서는 상대를 봐가면서 까불어.” 나의 말에 녀석들은 흥분하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던지 나의 뒤쪽에 서있던 가연, 수강 프로얀이 기운을 끌어 올리며 녀석들의 공격을 저지했다. 그리고 이 사소한 싸움에서 보옥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으로 변해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전쟁, 보옥의 정체 “개 새끼, 죽어!” 휘이익! 나의 말에 흥분한 녀석 중 하나가 옆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며 나에게 돌진해왔다. 한숨을 폭 내쉰 나는 프로얀에게 눈짓을 하며 뒤로 살짝 물러났다. 푸른색의 긴 장검과 짧은 프로얀의 붉은 단검이 부딪히자 허공에 스파크가 튀었다. 파지지직ㅡ챠아앙!! 검과 단검이 맞부딪쳐 청명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프로얀은 부딪힘과 동시에 신속히 단검에 기운을 끌어 올리며 유형의 강기를 만들어냈다. 검을 들고 있다면 검강이라고 해야 하나, 단검을 들고 있으니 단강이하고 해야 할 것이다. 파강!! 녀석도 미약한 기운을 검에 덧씌우고 있었다. 하지만 프로얀의 기운과 비교해 볼 때 세발의 피 수준이었다. 이건 아이와 어른의 싸움이었다. 프로얀의 검과 중국인의 검이 서로 맞부딪히며 요란한 공방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번 두 번 부딪힐 때마다. 반발력으로 중국인은 뒤쪽으로 살짝 물러나고 있었지만 녀석은 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앞으로 전진 하고 있었다. 챠챠챵! 수십 번의 공방이 오고 가면서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요란히 울리고 있었다. 그 소음 때문에 고막이 터질 정도였지만 그 누구도 내색하는 자는 없었다. 물론 나에게 달려드는 다른 녀석도 있었지만 수강과 가연이 적절하게 방어를 하고 있었기에 나는 손 하나 까닥할 필요가 없었다. “이 검법은...!” 중국인과 프로얀이 공방을 주고받을수록 주위의 온도는 상승하고 있었다. 그리고 점차 중국인 녀석은 지친 듯이 땀을 흘리고 있었고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흔들리는 눈동자를 매만지며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네놈들과는 차원이 다른 검법이지. 겨우 불사교의 찌꺼기로 익힌 허접한 무공과는 달라. 엄연히 뼈대가 있는 무공이지. 이 검법은 단검에 맞는 검법, 살문의 혈영검법이다.” 흠칫 프로얀의 나직한 한마디에 주위는 술렁이고 있었다. 중국인 녀석은 매만지던 손을 검으로 옮기며 양손으로 검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리고 찔러들던 자세에서 멈춰 굳어버렸다. 마치 고양이 앞에 쥐가 된 것처럼 맞서 싸우던 중국인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프로얀은 가벼운 발동작으로 바닥을 박차고 나의 옆으로 이동해왔다. 그리고 전투는 약간의 소강상태가 되었고 주위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 졌다. 누구도 나를 비웃는 사람이 없었다. 나의 말이 거짓이라고 반발하는 사람도 없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놈들은 불사교 놈들이다. 감히, 잘도 내 동생을, 내 동생을 죽여?!” 후오오오 프로얀의 말에 살기가 실린 것인지 주위의 공기가 급속도로 식어가며 뜨거웠던 곳이 급속히 차가워졌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던 프로얀이 흥분하며 입가에는 묘한 줄음이 잡혀 있었다. “알고 있겠지? 내가, 내가 본 실력으로 하면 너희들은 일초도 못 버티고 죽는 다는 사실을, 혈영검법에는 자비란 없다.” 나는 도대체 혈영검법이 무엇인지 몰라 주위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물어 볼만한 상대는 없었다. 나의 옆에서 거칠게 숨을 쉬고 있는 프로얀에게서 물어 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나의 뒤에 서 있는 아저씨와 아주머니역시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프로얀의 뒤통수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프로얀의 검로를 유심히 쳐다봤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 다만 적들의 공격 패턴을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 빼면 소득은 없었다. 다시 말해 녀석들의 움직임의 흐름과 검로, 행동거지가 거의 다 비슷하다는 말이었다. 한마디로 녀석들의 검로가 한눈에 확실히 보인다는 말이다. “푸, 푸후우우, 혈, 혈영검법? 그 딴게 있을 리가 없어. 분명 그 문파는 없어진지 오래야. 그때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생존자는 단 하나도 없었어.” 중국인 녀석은 프로얀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무섭다는 표정을 짓고는 부르르 덜고 있었다. 마치 있어서는 안 될 검법을 말했다는 듯이 벌벌 떨고 있었다. “그놈들은 감정조차 없었어. 그저 검만 휘두르며 우리를 벨뿐이야. 그 놈들은 분명히 전멸 당했어. 그 무서운 검법역시 사장 됐어. 그게, 그게 있을 리가!” “....내가 있지. 마지막 후예. 비록 복수를 위해 단검을 잡았다고는 하나, 한 사람의 무인이다. 네놈들은 여기서 죽어. 반드시, 살문의 부활이 시작되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 프로얀은 몸을 부르르 떨며 단검을 날에 손바닥에 가져다 대며 그대로 손을 그어버렸다. 그리고 뚝뚝 덜어지는 피를 단검에 적시며 붉은 색의 단검이 더욱 붉어 졌다. 그리고 프로얀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핏빛의 그림자처럼. 슈각! “내 동생이...” 스거어억!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 샤아악! “어처구니없게 네놈들의 간부라는 그 자식에게 부딪혔다는 이유로 죽었다.” 철컥, 파샤샤샥! “그리고 나의 집은 네놈들의 발에 짓밟혔고 남은 것은 나 하나뿐이란 말이다!!” 슉, 쩌어어억! 프로얀의 몸놀림은 좀처럼 불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나의 눈에도 약간씩 사라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빨랐으니 가히 최고의 스피드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약간 아릿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작은 물기가 서리며 또르르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한 방울, 한 방울 눈물이 떨어질수록 적들의 수급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적을 베면서 우는 그녀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약간 놀랐지만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생각에 마냥 지켜 볼 뿐이었다. 쨍그랑!! “쑥대 밭이군.” 가계는 이미 전쟁터를 넘어서 초토화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녀가 베고 지나간 자리는 여지없이 붉은 혈향의 그림자가 있었고 벽에는 피가 덕지덕지 말라붙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벽은 단검에 베여져 온전히 서있는 벽은 없었다. 또한 테이블이나 의자 역시 성한 것이 없었다. “그만해라. 프로얀, 적은 다 죽었어.” 나는 정신없이 적을 베어 넘기고 있는 프로얀에게 말했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거친 숨결뿐이었다. 마치 이지를 상실한 것처럼 주위의 말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은 것 같았다. “그만해라고 했다. 프로얀!!” “크아아아!” 나는 참다못해 소리를 질렀지만 정신이 나간 듯이 보이는 프로얀은 전혀 나의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예전의 나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살심을 주체 하지 못해 무조건적인 살인을 해야 했던 그때처럼....그리고 프로얀은 나에게 시선을 주며 천천히 걸어왔다. 붉은 단검에서는 선홍색의 붉은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이거 귀찮게 됐군. 죽여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짜증나는 군, 괜히 프로얀에게 맡긴 건가?” 나는 투덜거리며 수인을 그리며 마법을 준비했다. 그것도 프로얀이 달려드는 속도보다 빠르게.... 차르르르, 캉!!! 빠르게 달려드는 프로얀의 단검을 실드로 막아 내며 다시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바닥이 순식간에 얼어붙어 버리며 프로얀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그대로 있어줘야겠다. 아이스 웨이브를 응용한 기술이야. 마음 같아서는 전체를 얼려 버리고 싶지만, 참았다.” “크아아아아!!!” 쩌어어억! 나의 말을 비웃듯이 프로얀이 자신의 다리 쪽으로 단검을 휘두르자 거대한 파도의 얼음이 깨끗이 두 동강 나며 좌우로 갈라져 넘어졌다. 그리고 자유롭게 움직이게 된 프로얀은 지체 하지 않고 나에게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거, 귀찮게 됐어!” 휘이이잉!! 프로얀이 휘두른 검에서 핏빛의 검풍이 발생되며 나의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 검풍 때문에 나는 한치 앞도 내다볼수 없을 정도로 검풍이 몰아쳤다. 그 검풍은 보통의 녀석들이 사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검풍이었다. 그것은 혈풍이었다. 피가 회오리가 치며 나의 몸을 훑고 지나가자 가느다란 상처가 나의 몸에 나 있었다. “그레이트 힐(Great Heal), 상당히 좋은 기술이야. 시야를 가리는 한편 공격까지 하다니. 비록 정신을 잃고 사용한 거지만 나의 몸에 상처를 낼 정도의 기술이라니.” 나는 진심으로 감탄하며 프로얀의 뒤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리고 일루전으로 나의 환영을 만들어내며 프로얀의 시선을 돌리게 한 후 그대로 손을 내저거 뒷목을 강하게 내려 쳤다. 퍽!! 스르르륵 그리고 프로얀은 천천히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의식을 잃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리커버리로 프로얀의 몸을 치유 한 뒤 뒤쪽에 서 있는 가연에게 맡겼다. “휘유우우, 내가 나설 필요가 없어서 좋지만 뒷마무리가 좋지 않아.” 나는 주위의 전경에 휘파람을 불고는 밖에게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을 노려봤다. 전투의 소리가 컸으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곳의 평화를 깨트린 장본인들이었기에 약간 머슥한 기분이 들었다. 삐요, 삐요, 삐이이이이!! 경찰차의 사이렌인지 급속히 가까워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의 귀에 들리는 소리만 해도 수 십대는 되어 보였다. 그리고 약간 강한 기운들이 속속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전쟁, 보옥의 정체 “이거....일이 점점 꼬여 드는 건지....좋은 건지....” 휘익, “도움이라고는.....하아....” 수없이 몰려든 사람들과 요란한 사이렌과 함께 등장한 중국인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그들은 무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편이라고는 뒤에서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도움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줄 수 없는 제이와 마법을 잘 쓰지 못하는 가연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새어 나왔다. “뭐하는 놈들이냐 네놈들은, 그리고......감히, 잘도 죽였군. 이곳의 시민을, 그것도 부랑자가!” 촤르륵! 녀석을 말을 하면서 얇은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검이 채찍처럼 휘고는 다시 자리가 바로잡혀 갔다. 또한, 그 검에서는 붉은 색의 기운이 둘러졌고 폭풍처럼 기운이 넘실거렸다. 좀처럼 보기 힘든 고수였다. “이유가 어찌 됐든, 좋게 봐줘야 너희들은 노예다. 나쁘게 봐주면.....” 스윽 녀석은 검을 잡은 반대 손으로 못을 긋는 시늉을 하고는 다시 검을 고쳐 쥐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 서 있던 중국인 녀석들도 물샐틈없이 면밀하게 사방을 에워싸고 있었다. 녀석들의 기운도 만만치 않았다. 녀석들의 살기도 한층 더 높아져 있었다. “그 말은 내가 해 주고 싶군.....전부 다.......” “전부 다 뭐? 겨우 혼자서 뭘 하겠다는 거야! 그 오만한 눈을 파헤쳐 주마.” 나의 말에 갑자기 조용해진 사람들. 그러다 잠시후 사람들이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그것의 시초는 당연히 나에게 삿대질과 손짓으로 우리에게 뭐라고 말하던 중국인 녀석이었다. 어찌된 중국인이 한국말을 잘하는 건지 도무지 모르지만 지금 기분이 상당히 나빠 있다는 것이다. “아주 마빡이 튀어나온 세끼들은 지랄 발광을 다하는 구나. 누가 누구의 눈을 파헤쳐 주는 지는 싸워 봐야 할 것 아니냐. 하릴 없이 땅만 큰데서 자라온 녀석아.” 쿡, 쿡, “저 녀석 상당히 화난 거 같은데?” 나의 말에 다시 한 번 침묵의 도가니 속에 빠져 들었지만 나의 옆구리는 침묵을 유지 할 수 없었다. 조용히만 있던 제이가 다가와 나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나를 노려보고 있던 중국인 녀석의 얼굴이 검붉게 변하며 흥분하고 있었다. “그 계집, 꼭 내가 죽여 버리겠다.” “하아......툭하면 죽인데......” “카아아악!!” “아....난 몰라, 여긴 너에게 맡길게.....예전처럼만 해!” 제이가 약간의 대화를 하는 동안 나는 주위를 탐색하며 뒤를 치는 녀석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녀석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강한 기운은 느껴지질 않았다. 잠시 동안의 대화마저 끝난 건지 제이가 뭐라 말하며 뒤로 숨어 버렸다. “내 책임 아니야....그냥 저 중국인이 화내는 것뿐이야. 정말이야.” 제이는 나의 시선에 약간 당황해 하며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가연의 뒤로 숨어 버렸다. 하지만 체구가 작은 가연의 뒤를 숨어도 다 가려지지는 않았다. 물론 대부분 가려졌지만.... “이것들이.....감시 내가 있는데 무시를 해? 죽어랏!!” 사아아악!!! 중국인 녀석의 말을 시작으로 간단한 움직임으로 전투는 시작되었다. 나는 약간 뒤로 물러서며 실드를 전개했다. 캉!!! “모두 쳐라!!! 상대는 단, 하나다. 하지만 모두 방심은 하지마라. 상당한 고수로 보이니까!” “와아아아아!” 수십, 아니 수백이나 되는 인원이 단 몇 사람을 잡기 위해 달려들고 있었다. 개중에는 한국의 초등학생과 여러 시민들도 끼여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마지못해 참여 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내 비쳤다. 그것도 작은 이름의 싸움이 보옥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으로 변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 * * 대검을 찬 사람들은 모두 중국인 이었다. 그들은 각자 무기에 특유의 문향과 검면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각개의 계급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다른 무공을 소유하고 있었고 움직임도 특유했다. 하지만 움직임만큼은 단결되어 있었고 합공을 펼치고 있었다. “트윈 블러드 네일!!” 나는 약간의 초능력과 블러드 네일을 섞어서 이상한 기술을 펼치고 있었다. 양손으로 펼치는 트윈건너와 손톱에 기운을 집중시켜 유형의 붉은 검을 만들어내는 블러드 네일이 만나니 속도는 천지부지로 치솟았다. 또한 손가락의 움직임도 빨라지며 적들의 몸을 베고 있었다. “아악!” 나에게 달려들던 녀석들이 토막나며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신형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들은 공격력과 협공은 좋은 편이었지만 상대방의 기술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녀석들의 검을 살짝 살짝 피하며 다시 공격으로 나섰다. 촤악! 이에 약하디 약한 사람의 몸뚱이는 단, 일합에 분해되며 전방에 서 있던 일반 시민들의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그것은 시작이었던지 중국인의 목이 하나 둘씩 떨어져 내리며 붉은 빛의 가루가 비처럼 땅을 적시고 있었다. “하앗!” 슈슈슈슈슉!! 나의 기합성에 주위는 당황하며 사방으로 흩어지며 방어의 진형을 짜고 있었지만 실속없는 행동이었다. 나는 블러드 네일을 해체시킴과 동시에 간단한 마법을 회전력을 더해 날려 모든 방향으로 날려 보냈다. 나의 몸을 빠르게 수축시켜졌고 순간 다시 몸이 활처럼 휘어지며 나의 몸에서 마법이 뿜어져 나갔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왔고 안전하게 땅에 착지 할 수 있었다. 탁! “후ㅡ사람이 많으니까. 아무데나 마법을 난발해도 다 맞는 군. 일일이 좌표를 생각할 필요도 없고 말이야.” 뒤늦게 나의 잔영이 하늘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것은 엄청난 속도의 쾌속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사라지는 잔영이라니.... “내가 말했지, 네놈이 죽을 거라고.” “우, 웃기는 군 나는 아직도 방패막이가 많아!” 녀석은 시민들의 틈바구니에서 보호를 받고 있었다. 무턱대고 날렸다가는 한국의 시민들이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통용되지 않는 말이었다. 같은 민족, 같은 나라 같은 개념은 한마음 한 뜻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들과 나는 다른 마음이었고 다른 뜻이 있었다. “나의 앞을 막는 자는 이유를 막론하고 죽는다.....그리고 너희들은 프로얀이나 돌보고 있어. 아직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니까.” 나는 짜증나게 시민의 틈바구니로 숨어버린 녀석들과 그를 보호하듯이 에워싸고 있는 사람들을 노려보고 말했다. 물론 약간의 주춤거림은 있었지만 예전에 나, 자신이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선한 자가 아니야. 나 자신을 위해 악을 선택했을 뿐이지. 나는 악이다!!” 촤르륵! 마법의 채찍이 어리석은 시민들의 틈바구니로 쏟아졌다. 마법은 마치 살아 있는 뱀을 보듯 리얼하게 움직이며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쭉 퍼져 물샐 틈 없이 사람들을 압박해 나갔다.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그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마법의 채찍이 한 번씩 꿈틀 할 때마다 사람들의 목이나 팔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판국에 재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섣불리 움직이다가는 자신들의 목이 떨어 질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아악, 괴물! 저놈은 괴물이야.” “살려줘....살고 싶어....” 결국 시민들은 참지 못하고 자신들이 들고 있던 무기를 내팽개치며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나의 마법에 당한 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물론 피해를 최소화 하는 한편 공포 성을 조성하기 위해 피어라는 마법을 펼쳤고 일루전도 같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의 효과는 진짜였다. “이제 너의 방패는 사라졌구나....이제 너의 편은 사라졌어. 고작 중국인들만 남았지.....” “어림없는 소리! 나는 아직도 건재하다!!” 결국 녀석은 부하들을 시켜 단검이나 투척무기를 나를 향해 던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중 태반은 나의 공격에 부상을 당해 자신의 몸을 운신 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정신력으로 일어서며 무기를 투척하고 있었다. 슈우욱!! 대부분의 무기들은 나의 손짓에 튕겨져 나갔지만 날렵하게 날아든 무기는 흉흉한 파공성을 내며 나의 몸 쪽 깊숙한 곳으로 쏘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후후...하찮은 무기에 당할 성 싶으냐!” 내가 가진 능력 중, 초능력 계열의 능력 중 하나는 다름 아닌 페이드 스텝이 있다. 발놀림을 하는 동작이 담겨있는 스킬이었다. 나의 발동작은 현란하게 움직이며 리듬감 있게 날아드는 무기들을 빠르게 낚아채게 할 수 있었다. 사악!! 빠르게 낚아챈 무기를 품 안으로 잡아당기며 강하게 날릴 동작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 무기를 날려 마주 날아오는 암기 같은 것을 격추시키거나 이탈시키게 만들었다. 그렇게 모든 수단의 공격이 봉쇄당하자 녀석들은 대항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근접전에 돌입했다. “역시.....강 하구나, 그럼 직접 나설 수밖에 없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중국인 우두머리 녀석이 다시 한 번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흥분을 가라앉힌 것인지 싸늘한 기운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녀석은 긴 장검을 한번 허공에 휘두르며 부하들을 헤집고 나에게 접근 하고 있었다. 녀석은 나와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허공으로 도약을 하며 빠르게 접근했다. 그리고 녀석의 검이 출수를 하며 허공에 붉은 실선들이 수놓이고 있었다. 공기가 터지며 나에게 녀석의 기운이 쇄도 해왔다. 솨아아아악!! “그깟 검강! 막아 주마!” 우우우웅!! 나는 최대한 자세를 잡고 녀석의 공격을 막을 준비를 했다. 나의 주위로 투명한 막이 생성되며 동그랗게 나를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공격이 나에게 날아들었다. 가가가가가, 퍼엉!! 빠르게 날아든 녀석의 검강이 나의 실드와 부딪히며 엄청난 굉음을 토해냈다. 나의 실드는 순간 출렁이며 마나가 빠르게 흩어지고 있었지만 재차 나의 몸에서 공급되어 가는 마나가 녀석의 검강을 완벽하게 막아 내고 있었다. 하지만 녀석의 공격권 내에 있던 일대의 건물과 아스팔트 도로는 금이 쫙쫙가며 부서지고 있었다. 얼마 남아 있지 않는 시민들은 입을 벌리며 그 광경을 보고 있었고 건물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신체의 일부분이 땅으로 떨어지는 사태까지 가고 있었다. 쿵!!! 잠깐의 정적과 함께 건물이 무너져 내리며 자욱한 연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뭉게뭉게 피어오른 먼지를 마법으로 날려 보내며 시야를 확보하며 다시 한 번 실드를 펼치며 약간 긴장상태로 돌입했다. 약간 만만하게 보고 있었는데 의외로 한수가 있는 녀석이었다. 으으으. 먼지가 걷힐수록 나의 귀에는 신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완전히 먼지가 사라졌을 때는 건물에 깔리거나 아까의 공격으로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 내린 사람들이 구원의 요청을 보내듯이 신음을 토해내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사, 살려줘....팔이...” “날 여기서 꺼내줘! 제발! 숨이 막혀, 숨이...” 주위의 사람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나와 더불어 주위에 있던 중국인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었지만 그 누구도 구원의 손길을 받아들이는 자는 없었다. 지금은 엄연한 전투 중이기 때문이다. 순간의 방심은 죽음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많은 전투를 거친 자이기도 한 나는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전투 수칙인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자선사업가가 아니야. 너희들의 목숨보다 내 목숨이 중요하거든.....저놈들을 처리한 후에 도와도 늦지 않으니 지혈이나 하고 있어....죽는 다면 네 녀석들의 운이 거기 까지겠지” 나는 냉정한 말을 하고는 녀석들의 움직임에 정신을 쏟아 부었다. 뒤쪽에 있는 나의 일행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잠자코 적들의 움직임에만 신경을 썼다. 꾸욱. ‘파이어 인첸트’ “거기 더러운 때 놈들, 덤벼봐!”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 하나를 텔레포트로 나의 손바닥으로 이동시키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도발시키듯 중국인 녀석들에게 말을 하며 공격할 준비를 했다. “저놈이 감히, 뭐해! 저놈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 줘라!” 샤샤샤샥!! 녀석의 말에 숨을 고르고 있던 중국인들의 눈빛이 사나워 지며 나에게 접근해왔다. 나는 그때를 노렸다는 듯이 돌멩이를 빠르게 날려 보내며 뒤쪽으로 물러섰다. 쿠와아아앙!! 다시 한 번 자욱한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며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파이어 인첸트, 예전에도 여러 번 써봤지만 헬 파이어를 제외하고는 이만한 화속성의 마법은 없을 듯했다. 이정도의 불길에게 살아남을 능력자는 몇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순간 녀석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뒤로 빠지는 것을 봤지만 대부분 죽었을 것이다. “칫! 제법이군......” 상당히 많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순간 안타까웠다. 순간적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몸을 비틀어 신형을 틀다니....정말 안타까웠다. 의도와는 다르게 녀석들 중 소수만을 불꽃의 재물로 바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나는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마기를 끌어 올렸다. 그러자 나의 눈은 더욱 사이해 지며 충만한 마기가 나의 몸을 휘감았다. 나의 눈동자의 색이 더욱 빨개지며 무섭게 검은 아지랑이가 전신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 아니! 네놈은.....조제현?!” “너흰 뭐냐.....어떻게 나의 이름을?” 얼굴에 자잘한 상처가 가득한 사내와 표독스런 표정을 가진 여자가 앞으로 나서며 놀랍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오랜 원수를 보는 듯한 눈길이었다. 나는 그들이 누군지 당연히 몰랐기에 그들을 향해 살기를 내뿜었다. “네놈은 꼭 내손으로 죽일 테다. 여기서 또 만나다니, 너와 나의 악연은 계속 이어지는 구나....설마 모른다고는 하지 않겠지.....내 동료를 죽인 원수!” “아, 아....이거,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숙명이라고 해야 하나.....마유? 맞나? 거기는 천유라는 녀석이고.....이거 웃기는 녀석들이 한데 모였군....” 나는 두 녀석의 얼굴을 대번에 생각해내며 입가에 미소를 띠며 양손에 기운을 집약 시켰다. 그리고 집약된 마나를 빠르게 회전 시키며 마법을 캐스팅했다. “데스 핸드(Death Hand)” 슈우욱! 나의 양손에서 뻗어 나간 검은 기둥이 녀석의 목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그리고 그 검은 기둥이 서서히 손의 모양으로 만들어져 가며 녀석들의 목을 휘감았다. 꽈아악! “어때, 1서클, 흑마법이다. 시전자의 능력이 강할수록 더 강해지는 마법이지. 목 졸라 죽이는 마법이다. 며칠 전에 생각난 마법이지.” 검은 색의 손이 녀석들의 목을 조르며 하늘로 조금씩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들은 숨을 쉬기 위해 손을 향해 기운을 날리며 나의 마법을 파훼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차앗!” 샥! “이거 안타까운걸.....목 졸라 죽일 수 있었는데 말이야. 거기 너무 나대는 건 아닌가. 몰라. 중국인이 감히.....” 나의 마법을 없애 버린 녀석에게 조소어린 말을 하고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고는 표정을 굳혔다. “모두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주위에 흩어져 있는 교의 사람들을 모으고 후일을 기약한다.” “존!” 녀석들은 그 말을 하고 흩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도망가기에는 일가견이 있는 것인지 순간 나의 시야에서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휘이이잉ㅡ “공기의.....흐름이 바뀌었다?!” 모든 적이 사라졌고 사람들의 신음이 커져 갈 무렵 공기의 흐름이 바뀌며 땅이 진동하고 있었다. 하늘은 더욱 검은 색으로 변하고 있었고 노란 색의 스파크는 한 층을 더해갔다. 또한 대지의 울림은 커져갔으며 몬스터들의 소리는 더욱 커져가며 이 도시를 위태롭게 하고 있었다. 이 현상은 2일 동안 지속되었으며 서서히 그 내막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 시작은 모든 무리를 이끌고 나타난 불사교의 교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들의 등장에 맞춰 몬스터들이 이곳을 향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전쟁, 보옥의 정체 “쿠와아아아!!!” 수천, 아니, 수만이 넘을 것 같은 몬스터들이 작은 도시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런 공격도, 행동도 취하지 않았으며 오직 검은 빛깔과 노란 빛이 띠는 하늘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한 모습이었다. “무서워....” 모두 숨죽인 이 도시에 한 가연의 말에 다시 소란스러워 지고 있었다. 불사교의 잔당들이 물러간 후 노예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예전의 한국인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다. 사람들은 식권을 찾았고 불사교의 지배 속에서 있었던 행동을 그대로 하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초능력자들은 모든 능력을 상실한 일반인 이하. 이상도 아닌 몸이었다. 무지 평범함 그 자체였다. 쿠엉, 쿠와아아! “점점 소리를 질러 대는 주기가 줄어들고 있군.” 몬스터들의 소리는 주기적으로 짧아 져 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한 시간 안에 뭔가 나타날 것만 같았다. 하늘은 더욱 검었게 변하며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검은 밤하늘이 되어 버렸다. 더 이상 미약한 빛도, 등불도 없었다. “제현, 동쪽방향에서 많은 강한 기운이 느껴진다. 괴물의 기척에 가려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느껴져.” “불사...교인가?” 나의 기감에도 녀석들의 기척이 확실히 느껴지고 있었다. 다만, 몬스터들의 존재감에 묻혀 잘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느껴졌다. 후우, 한숨을 쉬니 입김이 불어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태양을 보지 못한 기간이 상당히 길었고 이제는 더 이상 미약한 태양 빛도 들어오지 않아 한 겨울을 지나, 마치 세상이 얼어 붙어 버리는 듯 한 추위가 느껴졌다. “이래서 몬스터들을 처리 할 수 있겠어? 앞도 안보이고 추위는 왜 이렇게 추운지.....” 수강의 불만이 전염되듯 거리에 잠자코 앉아 있던 제이를 더불어 거리의 사람들이 저마다 추위와 어두움에 불만을 토로 하고 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녀석이 불만을 토해 내자 나는 순간 살인 충동이 들며 짜증이 치솟았지만 괴물들의 함성소리에 나의 자유로운 감정마저 절제하게 되었다. “라이트(light) %26 파이어(Fire)” 나는 불만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라이트 마법을 사용함과 동시에 따뜻한 불꽃을 만들어 냈다. 그러자 불만을 하던 자들이 조금씩 조용해지며 따뜻한 불꽃 주위로 모여 들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이제....슬슬 준비 해야지....불사교 녀석들...끝까지 말썽이군.” 적들의 강한 기척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괴물들의 머리위로 빠르게 날아드는 한 녀석이 보였다. 마치 통보를 하듯이 한 녀석이 나의 앞으로 착지하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턱! “너희, 한국인은 잘 들어라! 나, 불사교의 마충이 전한다. 지금즉시 저항을 포기하고 투항한다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우리들은 강하다. 투항만 한다면 안전 보장은 물론 식료품까지 제공하겠다. 만약, 투항하지 않는 다면 무차별적인 학살을 감행하겠다. 더 이상 본, 불사교에게 저항과 반항. 도발을 하지 마라. 특히 거기, 건방지게 노려보고 있는 녀석......” 가볍게 불꽃 주위로 착지한 녀석이 큰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그 말에 한국의 사람들은 웅성이며 수근 거리고 있었다. 더 이상 괴물에 떨 필요도, 음식에 대한 걱정도 없다는 소리에 모두들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저 사람을 따라 가겠어.” “나도!” “이제 더 이상 배고픔과 두려움에 떨 필요가 없어. 차라리 지배 받는 것이....” 사람들은 저마다 불사교를 따르기를 원하고 있었다. 마치 그들을 구세주 마냥 찬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입을 모아 그를 따라 가자고 선동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다. “그런! 지배 받는 게 났다니! 썩은 생각을 가진 새끼! 그렇게 일본에게 지배받더니 이제는 중국에게 지배 받자고?!” 퍽! “크으으ㅡ” 갑자기 한 사람이 나서며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선동하고 있던 남자의 안면에 맞음과 동시에 그 남자는 바닥에 쓰러지며 신음을 토해냈다. 그리고 주먹을 휘두른 남자는 거친 숨을 토해 내며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지배 받던지 이대로 살 건지는 네놈들 마음이지만, 이제부터 입 열지마라. 쓰레기 같은 자식들아. 지배 받을 생각만 하다니! 차라리 혀 깨물고 자살하겠다. 쓰레기 같은 녀석드....컥!?” 열심히 말을 하고 있던 사내의 가슴에 세 자루의 단도가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천천히 차가운 바닥으로 쓰러지며 한순간에 절명 해버렸다. “저놈 말 듣지 말고, 갈 사람은 나를 따라 오도록, 뭐, 따라 오나 안 따라 오나, 상관은 없지만...키키키” 그 중국인 자식은 그 말을 남기고 천천히 불사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괴물들의 외각 쪽이었기 때문인지 괴물들의 움직임은 없었다. “제현아, 저 사람들 저렇게 보내도 되?” “뭐, 상관없어, 애초에 이렇게 나올지 알았으니까. 전투에 별 도움도 안 되고, 식량도 한정되어 있으니. 차라리 없어지는 편이 낳았어.” 나는 천천히 몸을 풀며 앞으로 있을 전투에 대한 준비를 했다. 몸 하나하나, 움직임이 불편한 것이 없는지를 체크 하며 마나를 이리 저리 유통시키며 언제든지 마법과 여러 가지의 힘을 쏟아 부을 준비를 했다. “너희들도 준비를 하는게 좋을 거야. 한순간에 죽지 않으려면.....뭐, 내가 알바는 아니겠지만.....이건 각자의 생존 문제라고 해두지. 이제 나한테서의 도움은 생각하지 않는게 좋을 거야...” 꿀꺽. 나의 말에 주위에 있던 여러 사람들과 가연, 수강, 프로얀등 일행 등이 침을 삼키고 있었다. 물론 나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잔잔한 미소를 띠우며 쳐다보고 계신 아주머니를 제외 하면 모두 긴장한 상태였다. “제현군, 제 걱정은 하실 필요가 없답니다. 제 능력은 치유의 능력이니까요. 그리고 제 보디가드가 있잖아요. 후후후.” “아, 제현아. 가족, 그러니까. 수강, 가연, 프로얀, 제이는 꼭 지켜 주기 바란다. 뭐 네 목숨이 먼저겠지만. 여유가 된다면, 꼭 지켜 주기 바란다.”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말에 약간 찡한 기분이 들며 콧잔등이 약간 시큰 거렸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차가운 기운이 샘솟으며 나의 신경을 자극했다. 쿠오오오오! 폭발! 폭발이었다. 검은 하늘을 뚫고 붉은 색의 기운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나는 그것에 반응을 하며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며 긴장했다. 이제껏 보지 못한 강대한 기운이었다. 나의 마나를 뛰어 넘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강대한 기운, 그리고 존재감이었다. “저 것이 보옥?!” “보.....옥?” 차가운 세상의 어둠이 비명과 절규를 토해내며 강하고 청명한 푸른빛의 기운을 토해내며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작은 돌멩이처럼 보였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작은 돌멩이에 셀수 없을 정도의 정교한 문양과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이 영화의 영사기처럼 커다란 그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우우우우웅!! 하늘에는 셀수 없을 정도의 많은 문자들이 나열되며 거대한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하늘에 검은 구름은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고 차가운 추위는 따뜻한 공기로 전환되고 있었다. 크롸아아아아!! 갑자기 모든 괴물들이 소리를 지르며 더욱 찬양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러자 하늘에 영사되었던 거대한 마법진이 갑자기 작아지며 검은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부와아아앙!! 찌지지직! 푸른 하늘에 작은 스파크가 튀어 오르며 아공간 같은 검은 공간이 형성되어 갔다. 처음에는 바늘구멍처럼 작았지만 이제는 거대한 포털처럼 보였다. “저게, 보옥? 저런 작은 돌에서 저런 강한 기운이......”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수없이 들려오는 괴물들의 소리와 그 광경에 입을 벌리며 놀라워하는 사람들..이젠 놀랄 것도 없을 정도로 엄청났다. 빠지지직, 파앗!! 검은 공간에서 순백의 기운이 분출되며 천천히 그 돌멩이는 지상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이었던지 괴물들은 난폭해지며 사방으로 흩어지며 모든 살아 있는 자들을 도륙 할 듯이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세우며 달려 들었다. “어......어어.....다, 다가온다!! 모두 피해라!! 엄청난 수야!!” “저게, 보옥의 힘인가? 괴물들의 몸에서 마나가 느껴진다. 그것도 강한 기운이.....” 하늘은 이미 개였고 따뜻한 태양은 우리에게 축복을 내려 주고 있었지만 사라지지 않은 존재가 있었다. 그건 바로 괴물이라는 존재였고 보옥이라고 불리던 작고 청명한 돌멩이였다. 아직도 힘을 잃지 않고 강대한 기운으로 똘똘 뭉친 보옥은 하늘에 조용히 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한 느낌이었다. “캬우우우우!!” “주, 죽여라아!!” “크르르르!!” 더 이상 괴물들은 주춤거림이나 두려움 따위는 느끼지 않는지 나에게 까지 무차별 적인 공격을 가해왔다. 모든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조잡한 무기를 노치지 않았다. 마치 작은 희망이라고 있다는 듯이 무기를 휘두를 뿐이었다. 그리고 조금남아 있는 총기류를 고쳐 쥐며 난사하기 시작했다. 탕! 투투투투투투, 타타타탕! 수없이 들리는 총성도 이제는 멈추어 버렸다. 힘없이 괴물들의 몸에 박힌 탄환들이 다시 밖으로 분출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두려움의 눈길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탕!! 퍽, “저놈들의 약점은 머리다! 머리를 공격해!” “하지만, 이제 총알이!” 사람들은 이제 총알도 얼마 없다는 것을 알고는 더욱 암담해지며 도망가기에 바빴다. 하지만 그마저도 허용 되지 않는 것인지 수많은 괴물들이 달려들며 사람들을 베어 넘기고 있었다. “파이어 랜스(Fire Lance)” 슈욱!! 퍽!! “총알이 없으면 돌이라고 던져라.” 나는 녀석들이 알아낸 급소를 향해 마법을 난사하고 있었다. 이미 수없는 괴물들을 죽여 버리며 익숙해져 있었기에 이제는 손쉽게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다른 이들도 잘 잡고 있었지만. 콰앙! “크워어어어!” 녀석들이 보옥의 영향을 받은 뒤로 의외로 마법적 항마력과 저항력이 강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파이어 볼에도 죽던 녀석들이 머리가 아니면 금방 회복을 해 버리는 것이 보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한 후에야 할 수 있었던 급소이니 만큼 효과는 엄청났다. 그런 녀석들을 상대하기에는 나의 몸이 부족했다. 그래서 어둠의 정령까지 소환해야 하는 수고까지 할 정도였다. 이미 어둠의 정령이 다크 에로우, 스피어등 여러 가지 날카로운 마법으로 몬스터들의 머리를 날려 버리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물리적인 충격도 하고 있었기에 몬스터들의 움직임은 점차 느려지고 있었다. 나 역시 바삐 움직이고 있었기에 조금씩이지만 공격을 가해오는 몬스터들의 숫자는 조금씩 줄어갔다. 슈우우욱! “큭, 워낙 수가 많으니 일일이 기척을 알아차리고 공격하기 어렵군. 눈으로 쫓는 수밖에” 서늘한 기운이 나의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가고 있었다. 몬스터의 얼굴에는 약간의 미소가 그려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크왁, 크크왁!” “멍청한 녀석, 마음껏 비웃어라.” 쿵! 나는 서늘하게 웃음을 지으며 다시 바닥을 강하게 내려찍으며 괴물의 뒤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나의 강한 발 구름에 땅이 진동한 것인지 괴물은 약간 비틀 거리며 몸을 바로 잡고 있었다. “블러드 네일, 차징 블로우!” 파삭, 펑! 뒤로 이동한 나는 블러드 네일을 앞으로 내 뻗으며 녀석의 뒤통수를 정확하게 꽂아 넣었다. 그러자 녀석은 약간의 비틀거림도 없이 앞으로 빠르게 쓰러지고 있었다. 녀석의 머리는 온데간데없었고 머리가 터지며 튄 피가 사방으로 퍼지고 있을 뿐이었다. 차징 블로우, 이것은 단순히 마법을 응용한 것에서 시작된 것이다. 요즘 들어 여러 가지 마법을 생각하다 보니, 이런 기술 까지 응용하게 된 것이다. 블러드 익스플로젼을 가미 시킨 찌르기 공격이었다. 물론 단순히 찌르기만 된다면 이상하겠지만 찌르기에서 터뜨리는 것이 가장 효율 적이었다. 가장 빠르게 캐스팅과 더불어 블러드 네일을 뽑아 올리며 동시에 시전 할 수 있는 것이 블러드 익스플로젼이었기에 찌르기에 적합한 퓨전 공격이었다. “뒤쪽으로 물러서라!” 나는 앞서 싸우고 있는 수강과 프로얀을 뒤쪽으로 불러들였다. 그러자, 두 녀석들은 공격하던 몬스터를 피해 빠르게 뒤쪽으로 물러 서고 있었다. “빨리, 방어 기술을 사용해라. 주위의 일대를 날려 버릴 생각이다.” “알았어. 빨리 이곳으로...” 주위에서 싸우고 있던 사람들을 모으며 강한 결계를 형성시키고 있었다. 나는 조금씩 기운을 끌어 올리며 마법의 수인과 캐스팅을 하고 있었다. 강한 마법을 펼치기 위해서는 강한 정신력과 마력이 소비되기 때문에 이렇게 캐스팅 까지 외워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너의 힘을 빌려, 적을 멸하리. 나의 적은 작은 쇠창살에 갇히어 참회의 시간을 보낼 지다. 허나, 나의 적은 소멸하리라! 그대, 지옥에서 참회하라. 누클리어 블라스트(Nuclear Blast)” 우웅ㅡ우우우웅! 나의 몸에서 스멀스멀 어둠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며 조금씩 주위로 퍼져 나갔다. 마치 가스가 방안을 채우듯 천천히 주위로 퍼지던 기운이 일순간에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작은 폭발을 내며 점점 주위로 폭발이 퍼져나갔다. 쿠와아아앙!! 퍼, 펑! 결계가 쳐져 있던 것이 조금씩 균열이 가며 깨져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마법에 다시 복원되며 폭발에 대응하며 버티고 있었다. 투명한 막에 비친 광경은 초토화 그 자체였다. 주위의 모든 생명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오직 강한 기운을 가진 자 만이 살아남아 있었다. 불사교의 일원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 한 것인지 미약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보옥은 어떤 영향도 받지 않은 것인지 처음 봤을 때와 같은 기운을 뿜어내며 여전히 하늘에 떠 있을 뿐이었다. “이게, 이게 사람이 사용한 기술?! 엄, 엄청 나.....이게 인간의 힘이란 말인가?” 나의 실드 속에서 안전하게 서 있던 사람들은 놀라워서 입을 벌리고 있었다. 모두들 나의 힘에 놀라워하는 동시에 두려움의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끝 난 건가? 우리....살았어?” “아직 이다. 아직 남았어. 저기, 저 녀석들과의 싸움. 이젠 몬스터들은 상관없어. 저놈들이 중요 할 뿐이지.” 몬스터들은 이미 보옥의 영향권에서 벗어 난 것인지 도망가기에 바빴다. 잠깐 동안, 보옥의 기운이 가려 졌기 때문인지 괴물들은 흩어지며 도망가고 있었다. “역시 보옥의 영향인지, 지능도 생긴 것 같군.” 몬스터들의 반응은 적절 한 것 이었다. 강한 기운이 조금씩이지만 다가오고 있었다. 백마법사라 불리는 녀석, 불사교의 교주, 물론 나에 비해서는 약한 자였지만 무시 할 수 없었다. 그도 강하고 숙련된 마법사이기 때문이다. 우두둑! 나는 움츠렸던 몸을 쭉 펴 기지개를 하며 전신을 풀었다. 그리고 코앞까지 다가온 불사교의 무리를 보며 무표정한 모습으로 기운을 끌어 올렸다. “오랜 만이군. 흑마법사?” “........” “그래, 긴 잡소리는 하지 않겠다. 너는 무엇을 위해 싸우지? 저기 있는 떨거지들? 아니면, 저기 있는 여자들? 우리, 불사교에 온다면 무엇이든 줄 수 있다. 그냥 우리 교에 들어오지 않겠나?” “그럼, 너는 무엇을 위해 싸우지? 그리고 나는 네 녀석의 사람들을 많이 죽였다.” “아아, 그건 상관없어. 네가 들어온다면 나는 찬성이니까. 내가 무엇을 위해 싸우냐고 물었나? 나는 당연히 저기 있는 보옥을 위해서다. 저것만 있으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세상을 지배 하는 것도. 젊음도, 이 추악한 얼굴도 모두 고칠 수 있지. 불노불사도 영위 할 수 있다. 어때, 나와 함께, 세상을 지배하겠나. 아니면 이곳에서, 싸늘한 시체가 되어 흩날리겠나.” 녀석은 확실히 미쳐 있었다. 몬스터들이 찬양하는 보옥을 보며 자신의 보물처럼, 자신의 자식처럼 애처로움과 애틋함, 소유욕이 강하게 느껴졌다. 한편의 광기도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녀석의 말에 아무런 감정도, 약간의 동요도 없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네놈과 달라. 저걸 가지고 싶다는 생각도 사용할 생각도 없거든. 다만, 저걸 없애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저것 때문에, 고작 저거 때문에 죽은 부모님을 생각하니, 열이 뻗히는 군. 네놈이 가져도 상관없어, 그러면 철저하게 없애 줄 테니. 네놈 자체를 소멸 시켜 주지.” 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녀석은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자신의 기운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순백의 기운과 어둠의 기운이 맞부딪히며 강한 반발력이 퍼지고 있었다. 그세 조금 강해진 것인지 9서클에 완전히 발 들여 놓은 것 같았다. “네놈이 강해 봤자. 같은 9서클이다! 그리고 나는 강한 부하들도 많아! 크하하하!” 녀석은 나직하게 웃어 보이며 손짓을 했다. 그러자 뒤에서 무기를 쥐고 있던 수많은 녀석들이 나에게 달려들며 쇄도 해왔다. 무수히 많은 병장기, 현란한 검술, 나의 신경을 자극하는 마법들이 나에게 집중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우우우웅! 한 차례, 대기가 진동하며 보옥이 울고 있었다. 그 진동은 전 세계로 퍼지며 미묘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전쟁, 보옥의 정체 가가가각, 구구구궁! “지진?!” “아주 헛소리를 하는 구나. 슬슬 죽을 시간이 되니 정신이 왔다 갔다 하는 가보지?” 나의 말에 교주는 코웃음을 치고는 비아냥거리고 있었다. 그럴수록 작은 흔들림은 계속 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녀석의 말에 반응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다. 조금씩 진동이 거세어지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쓰레기 같은 네놈과는 달라.” 구구구구궁!! 점점 지진의 강도가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이윽고 그 지진의 진도는 대지가 흔들릴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요란한 소리와 강한 강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긴장과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등을 차갑게 적시는 식은땀을 손바닥으로 훔친뒤 나는 뒤로 돌아 보며 크게 소리쳤다. “빨리, 내 곁으로 모여!” 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무시 할 수 없을 정도의 강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휘우우우웅!! 치이이익 “젠, 젠장! 실드(Shield)” 나는 양손을 양옆으로 뻗으며 최대한 크게 실드를 펼쳤다. 물론 나의 주위로 몰려든 사람들을 보호 하려는 심산이었다. 나도 왜 이러는지 몰랐다. 그냥 몸이 움직이기 때문에 정신이 따라 갈 뿐이었다. 우두두둑! 순간 나의 양팔이 기이하게 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팔이 부러 질것만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제, 제현아!” “왼쪽이다. 왼쪽으로 피해라. 내가 신호를 내리면.” 나는 보옥에게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건 마법으로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폭풍, 지구의 폭풍이었다. 어떻게 돌아가는 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이미 불사교의 녀석들 중 대부분은 바람에 휩쓸리거나 지진의 영향권에서 비참하게 죽어 가고 있었다. “트윈 싸이클론(Twin Cyclone)! 지금이다. 이 마법을 따라 바람의 영향권을 벗어나! 나도 얼마 유지 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너는!” “너희만 없다면 언제든지 빠져 나갈 수 있어! 병신아. 빨리 꺼져!” 나의 말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가연에게 약간의 안심하라는 듯 한 말을 했지만 도무지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나는 수강에게 눈치를 주며 끌고 가라는 듯 한 표정으로 노려 본 후 실드와 사이클론마법에 정신을 집중했다. “빨리 꺼지라고!” 나는 다급하게 외치며 반사적으로 실드를 해체하며 몸에서 어둠의 기운을 방출했다. 그러자 약간의 반발력과 함께 나의 몸을 휘감는 보옥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가연이 빠르게 눈앞에서 사라졌다. 약간의 시간을 더 번 후, 나도 무사히 빠져 나갈 수 있었다. “정말, 말 더럽게 안 듣는 녀석들....” 피슛! 나는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띠며 모든 바람을 가로 막은 기운을 더욱 끌어 올리며 나 역시 텔레포트를 이용해 녀석들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휘우우웅! 아직도 심하게 몰아치는 바람은 모든 것을 공중으로 띄우며 세상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다행히 나의 마나에 가로막힌 힘은 조금씩 그 크기가 줄어가더니 이제는 더 이상 이곳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그 바람의 영향권인지 조금씩이지만 날카로운 바람이 건물을 휩쓸고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작 피할 것이지. 귀찮게 다치기나 하고.” 나는 뒤늦게 피했기 때문에 상처가 생겨 버린 가연의 무릎에 손을 가져다 대며 치유마법을 펼친 후 눈을 흘기며 건물주위에 펼쳐 놓은 실드를 확인하며 자리에 앉았다. “조금씩 바람의 세기가 줄고 있지만 마나의 양으로 볼 때 하루는 꼬박 지나야 이 현상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이 세상은 끝이야. 끝이라고. 이런 현상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 자체가 이상해. 특히 그 보옥이라는 것 때문에 이상한 현상이 한두 번 일어 나?” 나의 말에 머리를 거칠게 긁고는 자리에 일어서는 수강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성을 높이며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으라는 식으로 외치고 있었다. 이미 이런 일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 져 있었기에 이런 말을 듣고 반응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네놈이 말이 맞을 지도. 미묘하지만 느낄 수 있었던 자연의 기운이 변하고 있다. 그나마 작은 기운이라도 느껴지던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역시, 몇 일 전부터 오행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아.” “사이킥의 사대 속성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아.” 프로얀의 말에 수강이 급히 정신을 한곳으로 집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후 사이킥 에너지역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다는 말을 하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현상역시 아주 미묘한 변화일 뿐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 기운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강해 진거다. 지구상에 모든 곳을 꽉 매울 정도로 각한 기운.....마치, 샐리온 월드에서처럼, 혹은, 샐리온 월드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대 자연의 기운 말이다.” 마나에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마법사인 나로서도 미묘한 변화를 방금 전부터 눈치 챌 수 있었다. 세상의 기류와 움직임이 변하고 있었다. 예전의 기류가 시계 방향이라면 이제는 시계의 반대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말로 표현 할 수 있었다. “이게 보옥의 힘인가요? 아니면 그 운석충돌과 연관이 있는 걸까요.”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아주머니도 한 마디를 하며 다시 입을 다무셨다. 아주머니의 말처럼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주 미묘한 순간에 확 바뀐 것이기에 나 역시 언제, 어떻게 변한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모릅니다. 솔직히, 그건 알고 싶지도 않아요. 이 이상 현상이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가가 문제죠. 지구의 환경이 변한다......사람이 생존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문제없지만 과연, 그 환경에 적응 할 수 있는 인간이 몇이나 될까요.” “좋은 대답이네요. 맞아요. 우리는 지금 생존이라는 것을 생각해야지. 환경을 생각 할 필요는 없어요. 세상에 대한 적응, 생존. 이 두 가지만 생각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머리가 아플 테니까요.” 아주머니가 작은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아저씨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살아온 시간의 연장자이기 때문인지 긴장된 순간임에도, 급박한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이끈 장본인 역시 아저씨와 아주머니였다. 그만큼 연륜이 묻어나는 판단력을 가진 분들이기에 나 역시 군말 하지 않고 밖의 상황만 주시했다. * * * 이곳은 아메리카 중역의 뉴욕이라고 불렸던 곳이었다.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대지로 변해 있었다. 수없이 많던 건물과 차들은 온데간데없고 괴물들의 흔적과 오물들뿐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미묘한 변하가 시작되고 있었다. 원래 괴물들의 성지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곳이었지만 이제는 괴물들의 흔적만 있을 뿐 괴물들이 이동한 흔적과 자잘한 뼈들만 놓여 있었다. 구구구궁!! 처음에는 단순한 지진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각을 뚫고 나온 용암과 함께 지각 속에서는 뜨거운 맨틀들이 움직이며 대륙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아시아의 대륙판과 만나고 있었다. 정지 해 있는 아시아의 대륙을 향해 아메리카 판이 빠르게 움직이며 부딪히고 있었다. 움직이는 시간은 보옥이 출현한 시기부터 줄곧 움직이고 있었기에 단 몇 시간, 이었다면 누가 믿을까. 이 세상의 과학자들, 지질학자 모든 과학자들이 이 말을 들었다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염연한 현실이었다. 대륙의 판들은 빠르게 움직였고 아시아의 판과 부딪히며 강한 강풍과 지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파동이 한국의 제현일행이 있는 곳에 큰 파장을 불어 일으켰다. 그리고 지금 현재, 그 파장은 조금씩 멎어지며 제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 * * * “으음.......” 만 하루 동안 지루한 곳에서의 생활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잠을 자 버린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통 잠을 자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가 됐지만 모든 것을 노출 시킨 채, 잠을 잤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나저나....밖의 상황은.....아, 프로얀? 프로얀!”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었던 탓인지 목소리가 약간 갈라져 있었다. 나는 그런 상태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몸을 부르르 떤 후 근처에 있을 프로얀을 힘껏 불렀다. 들려오는 대답 역시 갈라진 목소리였다. “아, 일어났냐? 아주 잘도 자더군, 밖의 상황은.....네가 직접봐....우리도 방금전에 봐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뭐, 그것도 괜찮겠지.” 나는 프로얀의 약간 불만어린 말에 자리를 털고 몸을 일으켜서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밖의 모습은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환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음침하고 차가운 곳이 예전이었다면 이곳은 밝고 따뜻한 온대의 기후였다. 그리고 좀처럼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던 주위가 키가 큰 나무와 건물이 적절히 조합된 곳이었다. 물론 건물이라고 해봐야 부서진 건물이지만 의외로 잘 맞는 조합이었다. “보옥에 대한 설명에도 이런 글이 적혀 있었지.....세상이 흔들릴 때 구원의 빛이 나타나리라. 하지만 그것이 독이 될지, 복이 될지는 세상이 알려 줄뿐....이라는 글이, 물론 해석된 부분이 잘못 됐을 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복인지 독인지는 모르지...” 한껏 자연의 기운을 느끼고 있던 나의 뒤쪽에서 묵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나는 무심히 고개를 돌려 노려봤지만 아저씨라는 것을 알고는 약간의 경계심을 거두어 들였다. 그리고 아저씨의 말에 약간이나마 흥미를 느낀 나는 근처에 그늘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건 복 인 것 같군요. 썩어 빠진 세상을 이렇게 정화 했으니까요. 더 이상 더러운 공기를 마실 필요도 없으니까요. 뭐, 편안한 생활은 못 누리겠지만. 이것도 좋겠죠.” “사실 너도 알 텐데.....기운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인간의 기운은 극소수, 괴물의 기운은 넓게 퍼져 있다는 것을.....” “......” 나는 아저씨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기운은 극소수, 괴물의 기운은 다수였다. 이제는 무시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 버린 괴물들이었다. 게임으로 치자면 괴물들의 수준은 익스퍼트 초급에서 중급 정도의 실력이었다. 웬만한 능력자들로는 괴물 한 마리도 잡기 힘들다는 소리였다. “이건 독일세, 더 이상 인간이 발붙일 곳은 좁은 이 땅이야. 그리고 이 땅도 언제고 사라질지 모르지.....” “으음....” 이 말이 사실이라는 것은 나 역시 알고 있다. 어느새 나의 주위에 몰려 있는 가연과 수강, 프로얀, 제이까지 약간의 침음 성을 내 뱉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흠....사라질지 모른다....” 이래저래 위태로웠다. 언제까지고 평화로울지,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식량을 있을지, 모든 것이 걱정이었다. “이곳은 이제 우리들의 제 2의 세상이 될 곳이다. 비록,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곳이지만..” 그렇게, 새로운 세상의 새로운 환경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살아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있을 그 어떤 고난이, 전쟁이, 힘든 역경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그들이 해 나아가야 할 의무이지, 앞으로 있을 생존의 미션이었다. 세상은 평온했다. 하지만 그것은 1년 뒤의 불사교의 부활과 보옥의 차지로 평화라는 작은 울타리는 없어지게 되었다. 이제 하나의 대륙, 하나의 안식처가 된, 이 작은 숲은 불타오를 것이다. 전쟁, 보옥의 정체 1년 뒤 멸망한 세계의 지구, 현재....판게아라고 불리는 대륙 운석의 충돌로 시작된 이 현상은 모든 세상을 멸망의 길로 이끌었다. 생존한 사람은 지구의 인구 중 채 반도 되지 않는 극 소수였다. 마치 고대, 인류가 출현한 세상처럼, 극 소수였다. 구 지구의 삼분의 일도 되지 않는 숫자. 극소수, 이것은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좋아진 것도 있었으니, 멸종위기의 동물들은 뒤바뀐 환경에 활기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괴물들의 이목을 피해야 할 일이 늘었지만 인간에 비해서는 수월하게 도망 다니며 종족의 번식을 진행 중이었다. 뾰로롱? “크르르르, 먹잇감, 먹을것, 크르르...” 회색빛이 띠던 건물이 있던 장소는 울창한 숲으로 변해 있었다. 숨쉬기 편해진 세상, 더 이상 음침함이 없어진 숲에 지능이 생겨 버린 괴물, 그리고 알 수없는 생명체가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이 세상이 멸망 한 후 번식하기 시작한 새로운 생물이었다. “쉿, 사냥감이다. 조용히 해. 사냥의 첫 수칙, 사냥을 하려던 타킷의 움직임을 살펴라. 타킷이 움직이는 순간이 가장 좋은 공격의 방법이다.” “네.” 작고 귀여운 꼬마의 모습으로 돌아간 프로얀이 이제 막 중고등학생이 됬을 법한 아이들에게 조잡한 창과 검의 형상을 띤 무기를 쥐어 주며 설명하고 있었다. 이미 오래 됬다는 듯이 능숙한 몸놀림과 움직임이었다. 그들은 작은 기척도 내지 앉겠다는 듯이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그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이었다. 예전의 사람들이 봤다면 경악할 거리였다. 대략 300미터 이상은 되어 보이는 거리였다. 하지만 그들의 눈동자에는 괴물과 괴물이 노리는 생명체가 동공에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슈아악! “지금이다. 타깃이 움직인다. 적의 명치인 목의 성대, 눈, 인중, 이마의 중앙인 미간, 그리고 뒷목인 연수를 타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그 곳만이 오직, 저 몬스터들을 한수로 죽일 수 있고 약하게 타격을 주어도 죽을 수 있는 부위다. 다른 부위로 죽을 수 있는 자는 익스퍼트 초급 정도가 되어야 상대 할 수 있다. 그 점을 명심해서 움직여라.” “넷!” 프로얀의 말에 뒤쪽에서 숨죽이고 있던 아이들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활기, 활력이 넘치는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목소리였다. 그 모습에 프로얀은 살짝 웃음을 띠었다가 다시 굳은 표정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련을 받는 아이들은 처음으로 받는 실습에 심장이 벌렁대고 있었다. 슈우우욱! 슈악! “내가 죽였어!” “아냐, 내가 죽였어. 저기 봐, 정확히 미간에 창이 명중했잖아.” “아니야, 내 검이 정확하게 성대를 베고 지나갔잖아.” 빠르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괴물을 해치웠다고 생각한 녀석들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서로 죽였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처리를 하지 않았다. 그것은 확인사살이라고 불리는 행동이었다. 이곳의 수련에서 필수로 하는 규칙 중의 규칙이었다. 몬스터들의 재생능력이 탁월해 급소를 당해도 종종 살아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크르르...” “멍청한! 뒤로 물러서!” 작게 뇌까리며 괴물이 서서히 눈을 뜨고 있었다. 주위에는 녹색의 피가 흩뿌려져 있었지만 정적 괴물은 아무렇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서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손톱을 다시 뽑아 들며 손톱을 휘두르고 있었다. 슈아아악! 챙!! “멍청한 녀석들, 너희들은 실격이야. 이건 생존의 법칙이다. 확인사살을 하라고 몇 번이나 설명했건만....너희들은 다음 시험에 통과해야 마을을 벗어나 자유롭게 행동 할 수 있다. 한 달 뒤에 시험을 치르도록. 이상이다.” “아....프로얀 조교님, 그게.....죄송합니다.” 아직도 붉은 기류가 흐르는 프로얀의 눈동자를 쳐다봤던 아이들은 급히 시선을 돌리며 숨을 급하게 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이미 익숙할 정도로 봤다는 듯이 몸을 돌리며 아이들을 인솔하며 마을로 돌아가고 있었다. 휘이이잉~ 푸른 하늘, 따뜻한 햇볕, 상큼한 냄새. 이미 해는 하늘 높은 중앙에 치솟아 있었다. 시계라는 물건이 사라진 후부터 이런 식으로 시간을 측정하고 있었다. 이미 익숙해져 있었기에 누구도 점심때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다 왔다. 점심때니까. 각자 밥 먹고, 수련을 개을리 하지 말도록, 아참, 그리고 기운 축적을 소홀하게 하지 말고.” “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다음부터 주의 하겠습니다.” “뭐 말이냐. 상관하지 말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도록.” 초록빛의 언덕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언덕 위에는 견고하게 고정되어 있는 목책과 여러 가지 쇠로 되어 있는 창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목책 주위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던 문명이라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풍차였다. 목책 안에는 중세 서양풍의 작디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목책 안에서 농사를 지으며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 돌아왔어? 오늘은 어때.” “뭐 그렇지. 언제나 같아. 확인사살. 기운 운용이 미숙하고, 기척은 잘 숨기는데 살기를 조절 하지 못함. 뭐 그런거....그래, 몬스터들의 행동은 변함없어?” “이곳도 뭐 그렇지. 평화로워, 어떨 때는 이런 게 약간 불안하다니까. 한 달에 한 번꼴로 쳐들어오던 몬스터들이 잠잠하니...뭐가 일어 날것만 같아.” 목책위에서 주위를 보고 있던 수강이 프로얀 일행이 돌아오는 것을 알고는 얼른 목책의 문을 열고 있었다. 물론 이런 목책이 없어도 들어 올 수준을 되는 자들이었지만 이것은 관례 같은 것이었다. 무사귀환의 의미, 가끔 죽어서 시체로 돌아오는 수련생도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은 관례로 통하고 있었다. “그럼 수고해, 뭐 나도 같이 일해야 할 테지만.....” “어, 아....제현이가 찾더라.” “그래? 또 거기 있어?” “언제나 그렇지.....네가 더 잘 알잖아?” 수강은 아이러니한 말을 하고는 목책 밖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수록 풍차는 더욱 세게 돌았고 그 풍차는 더욱 많은 자원적인 에너지를 주고 있었다. 물론 전기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지만, 물을 끌어 올린다든지 그런 것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 수 있었다. * * * 목책 안의 중심부, 그곳에는 그 누구도 그곳에 가기를 꺼려하고 있었다. 밝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암울한 분위기를 풍겼고 알 수 없는 마법진과 좀처럼 보기 힘든 고층의 건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건물이 쓰러져 가서 가기를 꺼려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새어 나오는 차갑고 칙칙한 기운 때문에 가기를 꺼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곳에 사는 자를 비웃거나 멸시, 동정 따위는 하지 않았다. 모두 그를 향해 고맙다는 말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끼이익ㅡ “프로얀...인가?” “어.” “갔던 일은 잘 안 됐나보군....약간 기운이 움직인 것을 보니.....아직 불안전해. 살기를 잠재우지 못했군.” “그래....뭘 더 바래, 나는 너랑 틀려, 이미 잠식되어 가고 있다고. 그나마 몸을 이렇게 변해서 맨 정신으로 살 수 있지. 뭐, 네 도움도 크고 말이야.” 이 짧은 대화를 끝으로 약간의 침묵이 흘렀지만 다시 말하는 나의 말에 프로얀이 살짝 웃으며 손을 내젖고 있었다. “아아, 이제 다 낳았다고, 괜찮아. 네가 살기를 제어 하는 방법을 알려 줬잖아. 가끔 제어가 잘 안 먹힐 때도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 아니다. 이제, 때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너에게 먼저 말하는 것은 나를 제외하고 네가 가장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제외다. 강하지만, 싸우기를 꺼려하시니....뭐 됐어.” 나는 고개를 돌려 어두운 곳에서 유일하게 창문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길게 길어 버린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을 이었다. “이제 대부분 미약하지만, 기운을 다스릴 수 있다. 제이 역시 마법에 소질이 있고. 물론, 그 녀석이 있었던 몸...아니다.” “녀석?” “아니다....흠, 이제 다들 자기 몸은 지킬 능력은 되겠지....얼마 있지 않아 다시 시작될 거 같다. 잠잠하던 보옥, 그리고 생존해 있을 불사교 녀석들....” 프로얀의 궁금증을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가며 나는 차갑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프로얀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으며 나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이런 대화는 암묵적인 룰이었다. 세상의 멸망과 적응의 시간이 낳은 산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강자의 말은 옳은 말이었고 규칙이었다. 세상은 강한 힘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구 지구에서는 머리로 돌아가던 세계, 신세계는 오직 힘이라는 특수한 능력이 지배하는 세계였다. 나는 지배자가 아니지만, 강자였고 우위의 능력자였다. 그렇게 세상은 뒤바뀌었고 1년의 시간이 흘러 지금에 이른 것이다. 전쟁, 보옥의 정체 “이제 더 이상 나에게 배울 것은 없다. 수식, 수인, 마법진에 대한 기초적 지식 역시 다 가르쳤다. 그래 봐야 게임에서 배운 것, 모두 아는 것들이겠지. 그리고 그 마나 호흡법은 빠지지 말고 매일 하는 것을 잊지 마라. 이것이 내가 가르쳐 주는 마지막 수업이다.” 이미 캄캄해진 밤하늘에 뻥 뚫린 이, 유일한 고층 건물이라고 불리는 마을의 중앙에는 환한 라이트 속에서 몇몇이 또렷한 눈으로 한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오만한눈, 차갑고 시린 말투였다. 그리고 약간이지만 여린 얼굴 표정이 있었지만 그 한편에는 광기 같은 엄청난 위압감이 숨어 있는 얼굴이었다. 옷차림도 예사롭지 않았다. 검은색의 망토와 그 등 뒤에 그려져 있는 금빛의 용이 찬란하게 빛을 내뿜고 있었다. “너희들은 이 순간부터 견습마법사라고 해도 손색없을 것이다. 물론, 이 기준은 게임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게임과는 다르게 레벨이라는 개념 대신 깨달음이 주어지겠지만, 이제 각자 해 나가도록, 뭐 살아남는 다면.....이제 해산이다. 다시는 이곳으로 오지 말도록.” “조제현! 똥 폼 잡지 말라니까.” “똥 폼? 웃기는 군. 꺼져라. 가르칠 것이 없으니까. 난 모든 마법적 지식을 너희들에게 다 가르쳤다. 더 이상 가르칠 것도 없어. 그 위의 단계를 가고 싶다면 각자 연구하도록. 그리고 쓸 대 없는 잡담은 더 이상 받아 주지 않겠다.” 제이의 말에 나는 코웃음을 치고는 손을 내저어 뻥 뚫려 있는 하늘을 향해 마나를 쏟아 부었다. 그러자 조금씩 하늘이 닫히며 천장이 가로막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누구도 놀라워하지 않았다. 마치 예전부터 봐 왔다는 듯 한 모습이었다. “와....저건 언제 봐도 신기하다니까.” “잡담은 받아 주지 않는 다고 했다. 너희들도 썩 나가라.” 나의 말에 어정쩡히 자리에 앉아 있던 이 마을의 꼬마 녀석들이 서둘러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1년, 1년이었다. 지금 나의 나이가 열아홉에 달하는 시간이었다. 열입곱 말, 11월쯤에 운석이 충돌한 시기니까, 정확히는 열여덟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아무튼 열아홉이었다. “왜, 마법을 가르쳐 준거야. 처음에는 그렇게 꺼려하더니.....모든 마법을.....” “웃기는 군. 하하하하!” 나는 느끼고 있었다. 조금씩 그 어둠이 한 말이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어둠이 말한 시기를 정하는 것. 그것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을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녀석의 행동에 웃음이 나왔다. 정말 모른다는 건지, 아니면 내숭을 떠는 것인지. “......가까워지고 있다. 그 선택이. 네가 가장 잘 알 것 같은데...?” “뭘 말이야.” “웃기는 군. 내숭인거냐. 정말 모른다고 하는 거냐.” “.......” 나의 직설적인 말에 제이는 약간이지만 당황해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판단이 정확하다면 지금까지 행동해온 것은 어둠이라는 녀석이었다. 확실했다. 당황해하지 않는 모습으로 전투를 보는 그 얼굴, 눈동자 깊은 곳에서 일렁이고 있는 탐욕과 광오한 눈동자. “차라도 줄까. 있는 거라곤 야생의 찻잎이겠지만.” “........” 나는 아직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녀석을 지나치며 다시 손을 내 저으며 아공간을 활짝 열어 젖혔다. 그곳에서 홍차의 잎같이 생긴 것을 꺼내며 아공간을 빠르게 닫아 버렸다. 이렇게 차를 끓이는 것은 나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먹을 것이라고는 밥과 야생의 과일 같은 것뿐이었기에 이런 것으로 군것질을 대신했다. 물론 이것이 맛있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딸그락! 쪼르륵 나는 녀석의 모습을 보며 약간 쓴 표정을 지으며 허공에서 찻잔을 향해 완성된 차를 채웠다. 그리고 빠르게 제이의 앞에 높으며 근처 조잡한 의자에 앉으며 녀석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제야 녀석도 정신이 든 것인지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후릅 “후우.....역시, 어쩔 수 없나? 조용히 잠들어 있었는데 말이야. 요즘 자주 잠에서 깬단 말이야.” “역시나. 역시! 전혀 마법에 소질이라고는 없던 녀석이 빠르게 마법을 배울 때부터 이상했다. 네가 제이가 아니라는 것은 이곳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부터 알고 있었다. 이곳에 설치된 마법진, 강한 스캔 마법이다.” “그런가? 너 답지 않군. 무턱대고 움직이고, 생각 없이 사는 녀석 인줄 알았더니.....” 나는 설레설레 머리를 저으며 아직도 뜨거운 차를 한 번에 원 샷을 한 후 한숨을 내셨다. ‘하ㅡ’라고 큰 한숨이 기가 차지 않는 다는 듯이 쳐다보는 제이의 얼굴을 한 어둠이 금빛의 마나를 흘리며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하여간, 어둠의 마나를 사용하는 녀석들은 다 이 모양인가? 어두운 곳을 좋아 한다니까. 하여간, 이제 선택 할 때가 되었다? 뭔가 착각 하는 거 같은데. 그 선택이라는 것은.....” “안다. 더 이상 지껄이지마라. 네놈의 입에서 그딴 소리를 듣고 싶지 않으니....아무튼 나는 준비가 되었어. 그 타이밍이 없을 뿐. 나의 발자취는 이미 남겼어. 처음 접한, 가장 익숙한 마법을....” “준비됐다라....그럼 얼마 있지 않아 시작되겠군. 나는 먼저 가서 기다리지. 늦지나 마라. 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으니.” 풀썩ㅡ 어둠은 그런 말을 남기고 금빛의 가루를 흩날리며 천천히 사라졌다. 물론 제이의 육신은 힘없이 옆으로 꼬꾸라지며 고른 숨을 내뱉으며 잠들어버렸다. “준비....준비.” 나는 차갑게 식어 버린 제이의 찻잔을 보며 하루를 꼬박 지새웠다. 그리고 몇 일후 이곳의 평화는 없어졌다. 몬스터들의 침략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 * * “병신들아. 어서 움직여! 저곳을 막아야지!”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몇 달간의 평화가 계속 될 것만 같았지만 그것은 순식간이었다. 수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들로 인해 더 이상 이곳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침략을 당하고 있었다. “꺄아아악!!” “멍청한! 그간 배웠던 공격 술은 어디다 버렸어! 어서 몬스터들의 급소를 노려라.” “으아아앙!!” 구 지구의 생존자들이 모여 있는 작지만 큰 마을은 처참했다. 가히 자연의 재해라고 말해야 옳을 듯했다. 마을을 덮치는 무수한 몬스터 들의 무리, 이미 지능적인 지식과 몸놀림도 채계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몬스터들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이것은 재앙이라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그 몬스터들을 보고 겁먹고, 도망가기에 바빴다. 그나마 공격기술을 배운 자들은 몬스터들을 하나 둘씩 처리 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엄연히 한계가 있었다. 축적된 마나의 양도 적거니와 수련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숫자와 정신적으로 이미 압도당했기 때문이다. “아파, 아파.....제발.....” 몬스터의 손날에 베인 어린 아이들, 그리고 중년의 남자가 바닥에 나뒹굴며 고통을 지르고 있었다. 그 사람들의 상처 부위에서는 쉴 새 없이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슈각!! “끝도 없어. 이건, 읏, 정말” 프로얀은 쉴 새 없이 손을 놀리고 있었지만 몬스터들의 숫자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나 역시 대단위의 마법을 펼치고 있었지만 좀처럼 몬스터들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준비해! 저번에 새겨둔 마법진에 기운을 끌어 모아!” “그거 단순히 결계 마법이 아니었어?” “아니다. 공격 마법이야. 딴지 걸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 가연이 나의 말을 가로 채며 물어 왔지만 수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들로 대화는 그렇게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의사전달은 다 들었기에 많은 수의 사람들이 나의 주위로 몰려들며 자신들의 기운을 불어 넣고 있었다. “으으으으.....” “살, 살려주세요!” “으, 으아아악!! 제발, 살려줘! 어떻게 살았는데.....” 아수라장, 아비규환의 말이 어울릴 정도로 주위는 어수선 했으며 처참했다.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던 곳에는 수많은 몬스터들이 사람들의 살과 피를 취하며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 몬스터들의 포위, 그리고 살육. 마을 주위에 포진한 몬스터들을 막을 방도는 없어 보였다. “무시해라. 정신을 집중해라. 한 톨의 기운도 아끼지 말고 이 마법진에 넣어라.” 우우우우웅!! 지금 내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생명을 유지 시켜주는 마나마저 불어 넣는 녀석들이 보였다. 이미 모든 마나를 불어 넣은 녀석들은 가쁜 숨을 내쉬며 바닥에서 작은 선혈을 토해 내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법진은 찬란한 빛을 토해 내며 빛을 발하고 있었다. “자, 소멸의 시간이다. 몬스터.” 나는 강한 기운을 내뿜는 마법진을 컨트롤 하며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나의 마나를 가미해 모든 기운을 융합하며 지금까지 사용하기를 꺼려했던 퓨전 브레스를 내뿜었다. 현실에서, 처음 사용하는 강력한 공격, 대단위의 브레스가 발현되었다. ========================================================== 자취방에 인터넷이 안대여....내방만여. 참 이상하단 말입니다. 그래서 pc방에서 한꺼번에 올립니다. 집에서 써서, 파일을 이곳으로 옮기는 거죠.... 전자사전을 이용,. 이동 usb가 없어서...이런 식으로 올릴수 밖게 없어요... 전쟁, 보옥의 정체 퓨전 브레스 드래곤의 브레스를 흡수해 모든 기운을 집약시켜 사용하는 기술이다. 드래곤의 속성 하나하나가 담긴 최강의 공격기술, 하지만 나는 이것을 하나로 집약했다. 그리고 그 이름이 ‘퓨전 브레스’ 하지만 이것의 진정한 이름은 블링크 디스토션, 공백의 비틀림이라는 뜻이다. 지금 이 판게아, 새로운 지구에서 이 죽음의 브레스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공간을 깨 부시며,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빛의 기둥이.... 찌이이잉! 하늘에 수 놓여있는 수십 가지의 마법진이 합쳐지며 거대한 기운을 집약시키고 있었다. 하늘은 떨리고 있었고 지상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보옥은 진동을 하며 떨며 기운을 방출하며 찬란한 빛을 토해 내며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소멸의 기둥, 블링크.....” 우우우웅!! “....디스토션!!!!” 촤르르륵!! 콰아앙!!! 한껏 고조된 괴물들의 열기와 흥분이 한데 모여 당장이라고 폭발할 듯 한 곳에서 거대한 빛의 기둥이 중심가로 방출되었다. 그리고 그 기둥이 지상에 닿는 순간 보옥은 더욱 밝은 빛을 토해 내며 대륙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 “하하하. 멍청하게 몬스터에 정신이 팔려 있다니! 보옥은 내가 가져가겠다!” 슈우욱! 순간 보옥의 주위에서 텔레포트가 사용되며 순식간에 이런 말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정신을 쏟지 않았기에 급히 뒤로 몸을 빼며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빠르게 날아가 텔레포트를 했다. 그것도 상당히 높은 하늘로 이동했다. 콰아아앙!!!! 한데 어우러진 굉음이 한데 모인 전 대륙에 퍼져 나갔다. 마치 핵폭발이라도 난 것처럼 지상은 진동하며 강한 강풍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그 바람은 나의 실드에 가로막히며 좌우로 피해 가고 있었다. “으음.....엄청나다...저게 마법사의 힘?!” 나의 실드 안에 수십, 수백의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부유 마법까지 걸었기에 지상으로 추락하는 자는 없었지만 공포에 떠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지상에는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뭉게구름이 자욱이 퍼지고 있었다. 쿠쿠쿠쿠쿵!! 브레스의 중심에서는 아직도 빛의 기둥이 솟아오르며 괴물들을 헤집고 죽이고 있었다. 괴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피하기 위해 도망을 가고 있었지만 발 디딜 틈도 없는 그곳에서 지진마저 일어나고 있었다. 부르르르. 지진의 여파, 여진이 발밑으로 퍼지자 몬스터들은 중심을 잃으며 브레스의 열기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화염의 브레스의 속성이 있었던지 ‘화아아악’ 거리며 대지마저 녹이며 용암이 들끓고 있었다. 솨아악 “큭, 눈이....” 우리가 살던 마을은 이미 불타올라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순간 금빛의 브레스가 우리의 시야를 가리며 모든 사람들은 눈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 휘이이잉!! 수십 차례의 바람이 불어오자 우리는 서서히 눈을 뜰 수 있었다. 밝은 빛, 금빛이 어우러져 하늘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저, 저. 깊이가....” 녀석들의 입에서는 연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모두 놀라워하고 있었다. 지상은 깊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패여 있었다. 이미 몬스터들은 죽었는지 지상에는 단 한 마리의 괴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큰 힘이 느껴지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살아 있는지 상당히 많은 괴물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전 세계, 아니, 이제는 하나의 대륙으로 변한 이곳, 더 이상 인간이 발 디딜 곳은 없어 보였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하하하! 아하하핫!!” 나는 허탈과 같은 웃음을 터뜨렸다. 나를 쳐다보며 나의 행동을 기다리는 사람을 보니 맥이 풀린 것이다. 모두들 나에게 의지 하고 있었다. 당연한지도 몰랐다. 몸 주위에 흐르는 강력한 마나, 그것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갈까?” “어디로.....” 나는 기대의 시선을 보내는 수백의 사람을 보며 약간의 한숨을 토해내며 아직도 소비 되는 마나를 강하게 끌어 모으며 디딜 곳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텔레포트로 이동한 우리는 바닥에 주저앉으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실상 별 말은 없었다. “이제 지쳤어, 이 세상도, 더 이상 인간이 살 곳이 못 되.....” 나의 앞에서 푸념을 놓는 녀석을 보니 심기가 상당히 나빠졌다. 녀석은 한일도, 도움을 준일도 없는 이도 저도 아닌 녀석이었다. “어처구니없군, 능력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새끼가. 감히 어디서 그딴 소리를 나불거리고 지랄이냐.” 나 역시 지쳤다. 나는 한낱 열아홉이 된 고등학생일 뿐이다. 다만, 다름 사람보다 특이한 능력과 힘을 가졌을 뿐이다. “제일 지치는 건 나다. 너희들을 보호 하고, 나의 몸을 돌볼 정도로 여유롭지 않아. 차라리 너희들을 버리는 것이 나에게 가장 이익이 남는다. 나는 너희들에게 모든 것을 가르쳤다.” 나는 지친 듯한 표정을 지으며 힘없이 일어났다. 이미 많이 소비한 심력 때문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느릿한 발걸음으로 모든 사람을 지나쳐 절벽으로 바뀐 곳으로 걸어갔다. “더 이상, 나에게 도움을 바라지마라.” 그 말을 하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침묵을 지키며 각자 배운 대로 호흡법을 하고 있었다. 이미 이것이 일상이었기에 아무도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움찔 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미안....네가 그 정도로 힘들어 할 줄은....” “어째서 나에게 말하는 거지?” 나에게 다가오며 말하는 제이를 보며 싸늘히 말했다. 그러자 약간 글썽거리는 제이가 보였다. 이미 알고 있었다. 녀석은 평범하게 변해 있다는 것을, 그냥 나의 변덕일 뿐이었다. 녀석에게 화를 내는 것은..... “힘들면 우리기에 맡기면 되지! 안 그러냐?” “그럼, 우리도 있잖아.” “괜히 제이에게 화풀이야.” 고개를 돌리자 엉망이 된 몰골로 서 있는 녀석들이 보였다. 하나 같이 자신감과 힘이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약간의 희망으로 서 있는 녀석들이었다. 녀석들의 표정은 살아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이미 죽어 있었다. 차갑게 식어 버린 가슴속 열기는 다시는 타오르지 않았다. 이미 나에게는 열정이 남아 있지 않았다. 강해지고자 하는 욕구도, 강한 자를 만나고 싶다는 호승심도 없었다. 하지만 녀석들을 보면 웃을 수는 있었다. 시익ㅡ 나는 녀석들을 보며 정신적 피로를 풀고 있었다. 나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녀석들이 나의 한구석을 크게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 * 우우우우웅ㅡ “아.....이것이....보옥!?” “감축 드립니다. 교주! 드디어 영생의 보물을.....” 강한 기운 때문에 강한 반발력이 생겼지만 추하게 생긴 남자가 그것을 잡자 작은 진동만 낼뿐 손아귀에서 벋어 나지 않고 있었다. 손에 잡은 보석은 평범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밝은 빛이 나며 탐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추한 얼굴의 사내 뒤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부복하며 대기 하고 있었다. 그들은 눈을 굴리며 힐끔거리며 한번이라도 보옥이라는 것을 보기 위해 눈동자를 열심히 굴리고 있었다. “후후후후ㅡ 이게 젊음을 준 다라....덤으로 이 추한 얼굴도....흐흐흐흐” 녀석은 거칠고 보기 흉한 볼을 그 보석에 대며 비비고 있었다. 그리고 결심했다는 것인지 천천히 그 보옥을 입 쪽으로 가져다 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작은 보옥이 입속으로 사라지자 녀석은 희열에 찬 얼굴이 되어 가고 있었다. “나는 불노불사에 더 이상 추한 얼굴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크하하하” 녀석은 끝도 없는 괴소를 내뱉으며 천천히 마나를 유동시켜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몸에서 밝은 빛이 토해져 나가며 대륙으로 퍼져 나갔다. 빠아아악, 빠각 화아아악 녀석의 몸에서는 강한 기운과 함께 뼈가 뭉개지며 몸이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은 끝도 없는 비명을 내 지르고 있었지만 목소리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희열에 차 있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녀석의 몸은 점점 불어나며 끝도 없이 커져 갔다. 그리고 등에서는 알 수 없는 검은 색과 밝은 색깔의 날개가 돋아났으며 입은 길쭉하게 찢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복부에서는 또 하나의 입이 생겼고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눈 꼬리는 점점 커져 인간의 것으로 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리고 팔을 길쭉하게 찢어지며 강한 톱날이 생겨나고 있었다. 손톱이 있던 자리는 강한 손톱이 생겨났고 무엇이든 찢어발길 듯 한 모습이었다. 쿠워어어어어!! “안 돼, 이건 아니야! 이건!!” 녀석이 이상한 소리를 내뱉으며 고통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들어 주는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발에 밟혀 죽어 있었다. 그리고 살아 있는 자들도 무기를 뽑아 들며 공격을 하고 있었지만 힘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죽어 버렸다. 그리고 그 보옥을 먹은 남자는 이상한 모습이 되어 점점 괴물이 되어갔다. “이게, 이게!! 이건.....안 돼!!!” 괴물이 되어 버린 녀석은 그 소리를 끝으로 더 이상 인간의 소리를 내뱉을 수 없었다. 그 괴물은 거대한 양 날개를 펼치며 어딘 가로 날아 가고 있었다. 보옥의 정체는......괴물을 만들어 내는 장치였던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힘을 소유한 괴물을..... 사투, 그리고.....? 눈이 내리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도시의 야경과 쏟아져 내리는 붉은 빛과 푸른빛의 네온사인의 간판...사람들은 이것들을 바라보며 도시의 전경을 보고 즐거워하며, 슬픔에 잠겨 있을 테지만 지금의 세상은 그런 여유 따위는 없었다. 사박ㅡ 사박ㅡ 나의 발치, 발목까지 차오른 눈이 차갑게 나의 발을 얼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블랭크 디스토션(퓨전 브레스)를 사용한 후 더 이상의 몬스터들의 침략과 공격은 하지 않고 있었다. 주위에서 느껴지는 기운들과 새롭게 생긴 기운을 빼고는 예전의 그대로였다. 전혀 줄지 않는 몬스터들과 점점 지쳐가는 사람들, 이제는 구경하기조차 힘든 음식들만이 지금의 상황이었다. “헉.....헉!...헉!!!” 나에게 정신없이 뛰어온 가연이 숨을 고르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점점 나의 정신은 무뎌졌고 더 이상 희노애락과 같은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더 이상 나는 무언가의 욕심과 삶에 대한 집착은 남아 있지 않았다. 지금쯤이라면 한 여름의 시작이겠지만 지금은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가연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있었고 가슴속의 심장소리는 땀방울에 맞춰 콩닥콩닥 세차게 뛰고 있었다. “리커버리(Ricovery)” 나는 회복주문인 리커버리를 무심히 가연에게 걸어주고 하늘을 향해 있던 시선을 가연에게로 돌렸다. 그러자 가연은 희미한 미소를 띠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헉!....어? 아.....고마워.” 가쁜 숨을 토해 내던 가연은 나의 마법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약간의 고마움을 표하고는 나에게 다가와 무릎을 굽히며 발치에 쌓여있는 눈을 한움쿰 쥐고는 입으로 가져갔다. “그래, 무슨 일....?” “오물, 오물. 아....살 것 같다.” 가연은 나의 말을 들은 것인지 듣지 못한 것인지 눈을 살살 녹여 물로 만든 후 그것을 마시고 있었다. 이제는 세상이 변해 이런 눈을 먹는 것으로 식수를 대신했다. 물론 환경이 변한 후 전혀 오염되지 않은 세상이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용납이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더러워서 먹지 못할 것은 여기서는 전혀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할 말 없는 건가? 그럼.....” 사박ㅡ 사박ㅡ 나는 그 말을 남기고 검은색의 망토를 휘감으며 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져 버린 복장이기에 아무런 거리낌과 불편함은 없었다. 그리고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예전의 몇 가지의 표정이 있던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저기, 잠깐만.....” 가연이 입을 열자 나는 움직이는 몸을 우뚝 멈췄다. 하지만 나는 몸을 틀지 않았다. 무례한 행동이지만 가연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다는 듯이 침착하게 말했다. “갑자기 이런 말 묻기가 미안하지만, 요즘 왜 그래? 우리를 피하는 것도 아니고, 친근하게 대해 주는 것도 아니고....” 휘익 가연은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랐다는 듯이 몸을 흠칫거렸다. 하지만 곧 다시 몸을 바로 잡으며 자신을 다스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모습에 미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 행동이 이상한가? 모르지....나 역시, 왜 이런지.....그건 나의 힘의 영향 때문이겠지. 나 자신도 모른다. 더 이상 할 말 없으면 돌아가라. 새로운 기운이 이곳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요즘 들어 느껴지니까.” 나의 말에 가연은 약간 발끈 한 것인지 약간 상기된 얼굴로 서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약간의 마나를 유동시키며 하늘에서 흩날리는 눈을 그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이 불게 했다. “컨트롤 웨더(Control weather)의 응용이다. 너도 배워야 할 마법이지.” 나는 그 말을 남기고 예전부터 찾아 가던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더 이상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들으며 한가하게 있을 정도로 시간이 썩어 남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능력을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몬스터들은 어찌 했을 지라도 불사교가 가져간 보옥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점점 기운이 강해져 가는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이곳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오라....” 나는 나직하게 말했다.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기운이 순간 나에게 쏘아져 오는 착각이 들었지만 예민한 기감 때문이라고 취급했다. “정체불명의 기운이여.....” 나의 입에서 강하게 외쳐진 소리가 깊이를 알 수 없는 지하를 향해 빠르게 퍼져 나갔고 메아리가 치듯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매일 하는 수련이 시작되었다. 파아아앗!! 하나의 검은 안개를 이룬 마나가 나의 몸을 휘감으며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그 기운이 다시 나에게로 날아들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의 기에도 아무렇지도 않는 다는 듯이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 사이 수십 갈래로 퍼진 기운이 나의 몸을 향해 빠르게 쇄도 해 들어와 부딪히기 직전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 기운이 나의 몸 전신을 갈기갈기 찢어 버릴 듯 한 기세로 날아들었고 뒤덮었다. 그때 나의 눈이 떠졌다. "블러드 네일!“ 파아앙!! 나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충격파로 인해 날아들던 검은 마나가 깨지고 흩어져 버렸다. 주위의 암벽마저 가루로 만들어 버렸던 기운을 한순간의 휘두름으로 형체도 남기지 않고 없애 버린 것이다. 주르륵 하지만 모든 것을 막지 못했던지 망토가 가려주지 못한 옆구리 쪽에 작은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곧 검은 기운이 터져 나왔고 순식간에 아물어 버렸다. “멀었군” 그런 무심한 말을 내뱉고 다시 몸속으로 갈무리 했던 기운을 순간 폭사 시켰다. “헬 브라스트 (Hell Blaster)” 꽈꽈꽝!!! 나의 양 손의 검지, 중지, 약지에서 튕겨진 마나가 주위의 모든 벽을 투사하며 벽을 부수고 있었다. 순식간에 여섯 곳이나 되는 곳에서 폭발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가자 쌓여 있던 눈이 순식간에 경사를 타고 눈사태를 만들어냈다. 주위의 지형을 고려 할 때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지만 나의 수련 때문에 조용히 지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기 때문에 빠르게 실드를 펼쳐 내며 눈을 막아 내고 있었다. “아이스 크리스탈 오브 스톰(Ice Crystal Of Storm)!!!” 나의 입에서 빠르게 시동어가 튀어 나오며 주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눈을 얼려 버렸다. 그러자 더 이상 주위에는 흘러내리는 눈이 없었다. 허공에 떠 있던 눈은 그대로 얼어 버렸고 작은 물방울은 그대로 얼음조각이 되어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이스 크리스탈 오브 스톰, 말 그대로 빙정의 폭풍이었다. 물이, 눈이 왜 어는지 아는가? 그 물체가 가진 열을 빼앗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안다면 이 마법의 파훼법도 자동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그 빼앗기는 열보다 더욱 많은 열기를 가지면 되는 것이다. “아주 지랄 발광을 다하는 구나.” 스르륵 하늘로 약간 떠 있는 나의 몸은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며 나에게 그런 망발을 한 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서는 제이를 비롯해 수강, 가연, 프로얀이 자리 잡고 있었다. 모두들 이게 무슨 일이냐는 듯 한 모습이었다. 주위는 모두 허허 벌판, 구멍이 나 있던 자리에는 눈이 가득차고 얼어붙어 있었다. 마치 얼음의 대지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더 이상 이런 수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일, 너희는 이곳을 떠나 멀리 도망가라....이건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말이다.” 빠르게 날아오는 기운이 점점 가까워져 명확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나에게 뒤지지 않는 강한 기운이었다. 백색의 마나와 알 수 없는 기운이 뭉쳐져 있었다. 나의 마나를 넘는 강한 기운이었다. 어쩌면, 어쩌면 나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군.” 나는 전신에서 풍겨나는 죽음의 기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히죽 웃었다. 나의 모습에 녀석들은 기이한 표정을 지으며 걱정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히죽 웃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느낄수 있었다. 이게 바로 죽음의 두려움 따위가 아니라. 호기, 호승심의 한 일종이라는 것을, 처음이자 마지막일 될지도 모르는 호승심이었다. 아직 나,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와라.......”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녀석들의 뒤를 따라 사람들이 있는 거처를 향해 걸어갔다. 마지막 밤은 이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 * * “쿼어어어어!!!!” 펄럭! 펄럭!! 엄청난 존재감을 더불어 강한 마나를 방출하는 존재가 빠르게 일직선상의 거리로 날아가고 있었다. 땅은 갈라졌고 공기를 부서졌다. 그것은 그 괴물의 발자취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날카롭고 위협적인 손톱에는 피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그 괴물은 요사스런 외침을 내뱉고는 자신을 끌어당기는 기운을 향해 빠르게 다가가고 있었고 약간의 분노를 내뿜듯이 가쁜 숨을 토해 내고 있었다. 그리고 날아가는 와중에도 닥치는 대로 살아 있는 생명체인 동물이나 괴물을 죽여 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부족해 나무와 돌 같은 것들도 무차별 적으로 부수고 지나가고 있었다. 사투, 그리고.....? 이른 새벽, 해가 하늘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굉장히 시간이 빠르게 흐른 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쪽 하늘에서 동쪽 끝의 하늘에까지 머문 붉은 빛의 햇살이 눈부시게 나의 눈을 비추고 있었다. 눈이 뒤덮은 하얀 공간이 붉게 물들며....... 그 햇빛은 왠지....새빨간 피로 가득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눈에는 분명 따뜻한 햇볕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광경이지만.....오늘따라 유난히 핏빛으로 보였다. 부스럭. “저......조제현....” 뒤에서 많은 기척이 느껴졌다. 가연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나의 시선은 붉은 빛이 감도는 하늘로 향해 있을 뿐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이곳을 떠나지 않을 생각이야 네가 도망가라고 한 것은 저 강한 기운 때문이겠지만....우리를 노리는 녀석이지만, 우리는 끝까지 싸울 생각이다. 그 적이 강하든 약하든 상관하지 않고.” 가연의 말은 어쩌면 건방진 말이었다. 강한 기운이 세찬 바람으로 불어오는 마당에 맞서 싸우겠다니. 도망이라는 수식어는 수십 번도 언급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기운이었다. 나의 기운마저 뛰어 넘을 정도였다. “후유......” 나는 천천히 몬스터와의 싸움에서 남은 잔해인 큰 절벽 쪽에 쭈그려 앉았다.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아찔한 광경이겠지만 나에게는 감흥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곳이었다. 다만 마음의 답답함을 풀어주고 뻥 뚫어 주는 곳일 뿐이었다. “너희들이 죽든 말든 내 알바 아니다....살고자 하면 도망가라.” 나는 그런 말을 하고 절벽에 쭈그려 있던 무릎을 펴며 싸움에 대비해 명상에 들어갔다. 나의 행동에 주위의 사람들은 군말 없이 조용히 흩어져 각자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누구도 묻지 않았다. 누구와 싸워야 할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그건 각자의 몫이었다. 한참이 지난 오후에서야 그 괴물의 모습이 눈앞에 들어났다. 게임에서 치자면 엄청난 크기의 드래곤을 능가하는 크기였고 등 쪽에 붙어 있는 날개는 마족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날개와 이마에는 여러 개의 뿔이 나 있었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입이 복부에서 조용히 닫혀 있었다. 더욱이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녀석의 날카로운 손톱이었다. 여타의 몬스터들을 능가하는 근육과 빠른 스피드를 낼 것 같은 큰 몸집은 가히 무적이라고 할만 했다. “쿠와아아아아.....쿠워어어어어!!!” 이 괴성을 시작으로 처절한 사투가 시작되었다. “와라!!” 나는 등 뒤에서 펄럭이는 검은 금빛의 용무늬가 새겨져 있는 망토를 젖히며 양손을 빼내며 수인을 더불어 블러드 네일을 뽑아 올렸다. 그러자 양손에는 붉은 빛이 감도는 핏빛의 손톱이 생겨나며 요사스런 기운을 흘리고 있었고 하늘에서는 수없이 수 놓여 있는 파이어볼이 대기 하고 있었다. 또한 나의 주위에서도 프로얀이 단검을 뽑아 올렸고 수강과 가연, 제이 또한 할 수 있는 능력을 사용 하며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녀석들을 한번 흘겨보며 거대한 크기의 몬스터를 향해 뛰어 들어갔다. 빠른 페이드 스텝까지 밟았기에 얼마나 빠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어......!” 사람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의 빠른 스피드로 괴물을 향해 뛰어 들고 있었기에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좀처럼 몸으로 하는 공격을 잘하지 않았기에 생기는 모습이었다. “가랏!!” 나의 눈앞에서는 붉은 빛의 파이어볼들이 붉은 색의 사슬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맹렬하게 괴물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괴물은 피할 생각인지 날개를 퍼덕이고 있었지만 피하기에는 한참이나 늦은 시각이었다. 꽝, 꽈과광!, 펑!!! 수많은 파이어볼들이 괴물의 피부에 닿자 하얀 막에 가로 막힌 것처럼 이상한 막에 다 터져 나가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마나였다. 그것도 순백색의 마나가 괴물의 몸을 휘감으며 나의 파이어볼들을 가로 막는 것이 눈에 똑똑히 보였다. “강한 항마력을 가졌다면 물리적인 공격은 어떠냐?!” 쇄에에에에엑!! 나의 몸이 앞으로 쏘아지며 괴물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빠르게 출수된 손이 녀석의 무릎 쪽으로 찔러 들어갔다. 아무리 강한 항마력을 가졌다고 한들 이처럼 빠르고 강한 기운을 품은 블러드 네일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도 가까운 거리와 시간차를 둔 공격을 커버 할 정도로 녀석의 움직임은 컸다. 또한 나의 마법처럼 순간 텔레포트를 한다면 모를까..... 챙!! 당장이라고 녀석의 무릎은 갈라 버릴 것만 같던 나의 블러드 네일이 힘없이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강한 막도 아니고 얇은 막으로 둘러싸이며 나의 블러드 네일을 기이한 각도로 틀어 지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나의 블러드 네일을 막아선 것은 녀석의 원천 마나 인듯했다. 아니면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녀석의 마나가 주인을 보호 한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말이었다.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도 모를 만큼 빠른 속도로 유동하는 거대한 마나가 순간 나의 블러드 네일을 틀어 버리며 막아 선 것이라면 충분히 설명되는 현상이었다. “과연 보옥에서나 느껴지던 마나의 기운.....” 나는 보옥의 기운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의 효과를 나타내리라고는 짐작 되지 않았다. 그리고 보옥을 가져 간 것은 불사교의 교주였기에 눈앞의 괴물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순백의 마나, 그리고 정작 몸을 유동하는 것은 보옥의 마나, 이 두 가지의 마나는 물과 기름처럼 다른 길을 통해 흐르고 있었다. 쭈르르륵....치이이익 나는 최대한 강한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몸에서 피를 뽑아내고 있었다. 워낙 빠르게 마법진을 더불어 수인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집중력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나의 귀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다크 캐논(Dark Cannon)” 다크 캐논, 어둠의 광선을 쏘아 보내 터뜨리는 고위급의 흑마법이었다. 이것을 사용할 정도의 사람은 가연 하나뿐이었다. 그 시동어와 함께 나의 볼을 스쳐 지나가며 괴물의 머리를 향해 빠르게 쏘아지고 있었다. 그 외침과 함께 검은 빛의 기운이 지나가며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공기를 가르고 있었다. 동시에 괴물은 작은 괴성을 내지르며 분괴하고 있었다. “쿠워어어어어어!!” 괴물 자신에게는 작은 소리였을지 모르나 작디작은 인간의 입장에서는 거대한 괴성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나의 손에서 떨어지는 작은 핏방울들이 대지를 적시고 있었고 마법진은 흐트러져 가고 있었다. 더불어 나의 시선은 점점 어두워져 가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사투, 그리고.....? “어.......어째서........?”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어째서.....? 나는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발을 보며 중얼거렸다. 나의 목소리는 세차게 떨렸고 온몸이 떨려왔다. 믿을 수가 없었다. 마나를 감지해 피하는 것이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나는 지금껏 적들의 움직임을 잘 포착해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마나로 괴물의 움직임을 포착 할 수가 없었다. 마법사나, 검사에게는 제2의 눈이 되어주는 마나의 눈, 강해지려는 자에게는 꼭 필요한 기술 중 하나이자 몸에 배어 있어야 할 기술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감지되지 않는 괴물의 움직임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해 버릴 위기에 처해 버렸다. 이 기술에 너무 익숙해져 버려 동체시력에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다. 자만, 이건 자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법진에 정신이 팔려 적의 움직임을 관찰하지 못한 나의 과오였다. 휘우우웅!! 괴물의 발이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자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피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텔레포트로 피하자니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그렇다고 페이드 스텝으로 피하자니 녀석의 발이 너무 컸다. 피하는 방법은 단 하나, 땅속으로 들어가는 방법뿐이었다. “디그(Dig)!!” 나는 빠르게 디그 주문을 외우며 땅속으로 들어갔다. 괴물의 무게까지 생각해야 했기에 엄청난 기피에 들어가서야 육중한 소리가 들려왔다. 쾅!!!! “제현아!!” 순간 괴물의 발이 떨어지기 직전 작은 소리가 새어 들어왔지만 찰나의 순간이었다. 나는 깊은 어둠속에 갇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공기는 미약했으며 공간은 좁았다. 그리고 괴물의 발을 통해 전해지는 중력의 마나가 나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이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단순한 행동에 마법적인 힘이 들어있다는 것이, 녀석의 움직임은 물질적인 공격임과 동시에 마법적인 공격도 가미 되어 있는 것이다. 이건 도저히 레벨이 맞지 않는 승부였다. 구우우우우.. 조금씩 녀석의 발이 떨어지자 신선한 공기가 구덩이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컥, 컥!” 나는 간신히 몸을 움직이며 뒤로 물러섰다. 나는 깊게 쉼 호흡을 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녀석의 약점을 찾아야 했다. 얇게 수 놓여 있는 녀석의 방어막도 뚫어야 했고 어떤 공격이 잘 먹히는 지도 알아야 했다. 적의 움직임과 약점, 적의 공격을 파훼하는 전투적 센스는 검사에게는 필수였다. 부수적으로 치명적인 공격하는 것 역시 전투 감각에 들어갔다. 마법사에게는 공격할 타이밍, 적의 마나의 유동과 흐름을 알아야 했다. 그것은 최소한의 전투 센스였다. 하지만 지금 그 모든 것이 하나도 통하지 않는 것이다. 괴물의 움직임은 최소였지만 컸고 마나의 움직임은 활발했지만 정작 느껴지는 마나의 유동은 작았다. 이것은 치명적이게도 나에게는 위험요소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처럼, 괴물을 알 수 없었다. “제현아! 괜찮아!?” 나의 귀에 걱정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작 걱정해야 할 것은 자신들의 목숨이지만 이상하게도 녀석들은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순간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애써 녀석들의 시선을 회피 하며 꿋꿋이 괴물을 노려봤다. 우우우우웅!! 나는 괴물을 노려보며 양손에 강한 기운을 불어 넣었다. 상대는 강하고도 강한 보옥의 괴물이었다. 그것도 항마력과 물리방어력이 극 최상에 속하는 최악의 괴물, 그리고 움직임 하나하나가 마법이었고 물리 공격이었다. 즉, 큰 마법이나, 강한 물리 공격을 동시에 이루어야 어느 정도의 승산이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공격으로도 괴물의 방어막을 뚫을 지는 미지수였다. 그만큼 녀석의 방어막은 절대적이었다. 큰 마법의 사용은 어느 정도 녀석의 방어막을 뚫고 난 후에나 가능 할 것이었다. 우선은.....녀석의 방어막을 뚫어야 했다. “우리도 도와줄게!” 녀석들은 한 입을 모아 외치고 있었다. 도움, 그것은 지금 나에게 절실한 말이었지만 녀석들의 공격으로 얼마나 큰 타격을 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나는 묵묵히 녀석들의 말을 듣지 않은 채 혼자 싸우고 있었다. 혼자 해결 해야만 했다. 누구도 다쳐서는 안 되기에 나는 강해야 한다. “간다.....!” 나는 나 자신 혼자만 들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외친 뒤 괴물을 향해 물리적인 공격을 더불어 마법적인 공격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수십 발의 마탄과 마법들, 블러드 네일, 사용 할 수 있는 능력은 모조리 사용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나의 마나는 점점 바닥을 드러내가고 있었지만 괴물은 여전히 건재했다. 괴물은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녀석의 얼굴은 마치 싸늘한 웃음을 띠는 듯했다. 할 테면 하라는 식으로 공격을 받고 있었다. “쿠워어어어!!” 그 순간 괴물이 이상한 소리를 내 뱉으며 움직였다. 뼈로 만든 갑옷처럼 닫혀 있던 복부의 입이 활짝 열리며 보옥의 마나와 순백의 마나가 모여 들며 강한 마나의 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쿠우우우웅!!! 빠르게 모여든 마나가 쏘아지며 거대한 섬광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복부에서 뻗어 나간 빛의 기둥이 나의 망토자락을 스치고 지나가며 뒤쪽의 돌로 만들어진 산을 통째로 날려 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그 기둥은 끝도 없이 뒤로 날아가고 있었다. “큭!!!” 망토 자락을 스치고 지나가며 옆구리 까지 살짝 스쳤기에 쉴 새 없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출혈이 있는 곳을 손으로 급히 막으며 마법을 시전 했지만 피만 그칠 뿐 상처의 고통과 부상당한 부위는 도무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반듯하게 없어진 다친 부위를 보며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최강의 방어를 자랑하는 망토가 소멸했다. 최고위의 회복마법이 먹혀들지 않는 다. 그 말은 그 공격을 온몸으로 받으며 한마디로 소멸을 뜻했다. 그 생각까지 미치자 나는 온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아........” 그 모습에 사람들은 전의를 상실 한 것인지 움직이던 몸을 굳히며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틈을 타 괴물은 발을 들어 멍하니 있는 사람들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죽음, 피가 괴물을 발에 덕지덕지 붙으며 절대자의 위용을 과시하듯 괴성을 지르며 날뛰고 있었다. “쿠워어어어어어!!!” 펄럭, 펄럭!! 저 괴물은.....그야 말로 최강이었고 먹이 사슬의 최고봉이었다. 부들부들.. 나는 떨려왔다. 저 괴물의 사나운 눈빛이 나의 몸을 훑고 지나가자 묘한 흥분이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최초의 결심이 생겼다. 저 괴물만큼은 어떻게 처리하자. 나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어떻게든 없애 버리자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다. 나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난 세월 동한 함께 지낸 사람들의 얼굴이.....그리고 좀처럼 보이지 않던 나의 눈가에는 약간의 흐릿한 물기가 어렸고 곧 핏빛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나의 눈동자 역시 조금씩 붉게 물들어갔다. 사투, 그리고.....? 나의 눈동자는 붉은 색으로 점점 물들어갔다. 잠시 후, 나의 눈에서는 붉은 빛이 폭사되면서 뒤쪽에서 펄럭이고 있던 망토를 거칠게 뒤로 휘감으며 하늘로 비산하는 몬스터를 쳐다봤다. “저 녀석에게는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 공격의 순간. 마나의 흐름이 집중되는 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곳의 마력 장은 제로.....녀석의 약점은 공격의 순간!!” 나의 말은 은밀히 주위에 생존해 있는 사람들에게로 전달되었다. 조그마한 힘이라도 빌려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에게 싸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약점만 이야기 해 줬을 뿐이었다. 나의 말에 생존해 있는 사람들은 무표정한 얼굴을 지으며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수강과 프로얀은 모호한 미소를 입가에 그리고 있었고 가연과 제이는 약간 떨떠름한 표정을 고치며 약간 움찔 거렸다. 몬스터의 실력이 나보다 위라는 것을 모두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모두들 떨던 몸을 무표정, 평온의 상태로 바로 잡았다. 수강과 프로얀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녀석이 공격을 유도 하기만 하면 되는 건가?” 수강과 프로얀의 말에 나는 약간 움찔했다. 그러나 나는 미리 생각해두었던 대로 입을 열었다. “네 말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거다.” 나의 말에 수강과 프로얀은 눈을 빛내며, 강렬한 투 기를 발산시켰다가 다시 갈무리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아저씨와 아주머니에게도 부탁의 눈빛을 보내고는 다시 시야를 가리는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주위를 살폈다. 아주머니와 아저씨 역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을 알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현이가 말한 대로 우리들은 저 몬스터가 공격을 하기 까지 시간만 끌면 된다. 물론 실제 전투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제현이겠지만 이 것 역시 중요한 일이야. 각자의 목숨은 각자가 챙기도록 해라.”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말을 하며 나를 바라보았고, 주 위의 분위기는 서서히 냉각되어가기 시작했다. 모두들 알고 있는 것이다. 이번으로 전멸할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아까의 빛의 기둥으로 그토록 강하던 제현이 상처를 입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전투에도 상처입지 않던 강자가...그 말은 자신들은 그 빛을 보는 순간 죽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크워어어어어!!!” 하늘을 주행하며 주위를 돌고 있는 괴물이 거대한 굉음을 내며 괴성을 질러 대고 있었다. 강한 날개 짓에 땅에는 먼지가 자욱이 하늘로 비산했고 괴물의 괴성에 바위들은 깊숙한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또한, 사람들의 귀에서는 실선 같은 핏줄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만큼 녀석의 마나는 강력했고 또 강력했다. 이윽고 50미터나 될 범 직한 거대한 몸뚱이가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쿠우우웅!!! 녀석이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자 게임에서 봤을 범직한 거인족의 진노와도 같이 땅이 진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압적인 기세는 드래곤의 드래곤 피어와도 같았고 녀석의 육중한 몸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녀석의 움직임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녀석의 몸체는 흡사 철갑을 두른 듯이 무수히 많은 철 조각들을 붙여놓은 듯했다. 게다가 이마 부분에 길고 날카롭게 생긴 검은 색의 뾰족한 뿔이 햇빛에 비치자 요사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휘이잉!! 녀석의 지상에 작지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녀석의 날개짓이 멈추었다. 그 날개짓이 멈추고 나서 강한 강풍이 몰아쳐 먼지들이 하늘로 치솟았고, 그제서야 녀석은 움직일 생각을 한 것인지 쿵쾅거리며 우리에게로 서서히 다가 오고 있었다. “키우우우우!” 녀석의 울음소리는 마치 나약한 토끼를 몰아넣은 맹수가 사냥감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조소 어린 울음이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풀려있던 마음을 더욱 긴장시키며 공격을 대비하는 한편 녀석이 빛의 기둥을 쏘기를 유도하고 있었다. “이거 은근히 떨리는데.......?” 수강이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양손의 깍지를 끼며 손의 체온을 높였다. 그 모습은 수강만이 아닌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행동이었다. 그 옆에 대기하고 있던 프로얀은 수강의 어깨를 툭 툭 치며 웃음을 지었다. “훗, 그런다고 강한 녀석이 약해지겠어? 긴장해봐야 소용없어.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돼, 맹수는 약한 녀석을 먼저 죽이니까.” 프로얀의 말을 들었을까, 모두들 긴장한 표정을 없애며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모두들 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얀의 말은 적절했다. 맹수는 약한 존재, 즉, 무리로부터 소외된 존재를 먼저 공격하고 죽인다. 그것이 야생의 법칙이요, 생존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뭉치면 산다. 흩어지면 죽는 다라는 말은 괜히 생긴 것이 아니었다. “후ㅡ" “간만에 움직이는 느낌이야. 내가 먼저 간다!” 프로얀은 한숨 같은 숨을 길게 내쉬고는 조용히 뒤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고는 거대한 몸집의 몬스터에게 돌진했다. 프로얀의 움직임은 사푼거렸다. 하지만 빠르기는 상상을 초월하며 잔상이 하나 둘씩 생기더니 끝에 이르러서는 하나의 잔영만 남긴 채 쾌속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우우우웅!! 파지지직ㅡ파직!! 달려가던 프로얀의 손에는 어느새 붉은 빛의 단검이 더욱 붉은 빛을 내더니 찬란한 색의 오라가 생기고 있었다. 단검에서 솟아 오른 오라는 3미터 가량을 더 치솟고야 멈추고는 붉은 실선들이 한곳에 뭉치며 유형의 오라를 만들어 냈다. 그것도 모자라 단검의 주위에는 스파크가 생기더니 더욱 강렬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쾅!!! 그 강한 기운이 몬스터의 몸주위에 닿자 강한 반발력과 함께 커다란 소리를 내며 전투의 스타트를 끓었다. “와아아아아!!!” “버러지 같은 몬스터를 처단하자!!!” 긴장하고 있던 자들은 어느새 강렬한 투지를 내뿜으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술을 사용하며 전방에 있는 커다란 몬스터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 기세는 꺾이지 않으려는 혼신을 다한 목소리, 긍지,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가 맡은 부위를 강하게 내려찍거나 마법을 난사하고 있었다. 작전대로 몬스터는 가소로운 듯이 손을 내 저으며 공격했지만 짜인 각본인양 사람들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몬스터를 귀찮게 하고 있었다. 사투, 그리고.....? “허억, 허억.” 사람들은 조금씩 지쳐 가고 있었다. 그들은 조금만 방심해도 저 큰 덩치의 몬스터에게 몸이 깔리거나 거대한 팔에 큰 상처를 입을 것이 눈에 보였다. 주르르ㅡ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식은땀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줄기의 땀방울은 목을 타고 흘러 내렸고 등을 축축이 적셨다. 그리고 차가운 바람이 더운 몸을 식히자 전율이 찾아 왔다. 수강은 바람의 기운을 끌어 올리며 정신을 집중해 몬스터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수강은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거나 틈을 노려 강한 바람의 칼날로 육중한 팔에 기운을 쏘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어떠한 위력적인 공격에도 작은 생채기하나 나지 않고 튕겨져 나왔다. “크르르르” 몬스터는 귀찮다는 듯이 한차례 으르렁 거리는 소리를 냈지만 프로얀의 양손에 잡혀 있는 단검에서 붉은 빛이 발하더니 녀석의 눈을 향해 찔러 갔다. 순간적으로 시각을 잃은 몬스터는 허둥댔지만 이미 쏘아진 두 줄기의 붉은 빛이 녀석의 눈을 훑고 지나갔다. 약간의 반발력이 있었지만 한곳에 밀집된 프로얀의 기운이 녀석의 눈에 침범하며 작은 생채기를 내고 지나가 버렸다. 슈악!!! 쾅!! 베이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굉음과 함께, 먼지가 대지를 뒤집었다. 하얀 눈은 이미 누렇게 변해 있었고 먼지 속을 노려 보는 괴물의 눈동자가 심상치 않았다. 프로얀은 순간 회심의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프로얀의 미소는 먼지가 걷히는 순간, 찌푸려져 있었다. “젠장, 저 녀석은 괴물인가? 아니, 괴물이 맞긴하지만...아무리 괴물이라고 최대한의 기운을 불어 넣은 공격에도 상처하나 입지 않다니....그것도 마나의 유동이 가장 적은 눈에.....” 프로얀은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인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프로얀의 사고는 공허와 허무의 세계에서 놀고 있는 것인지 멍한 눈동자로 하늘을 쳐다보며 멈추어서 있었다. 하지만 프로얀도 무인이었기에 순간적으로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멍한 눈동자는 다시 사납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눈을 돌려 위험인자를 노려보며 경계했다. “쿠르르르!” 몬스터는 날카로운 뿔을 낮게 내려 깔며 프로얀을 쳐다보며 손을 놀렸다. 하늘 높은 곳에서 떨어져 내리는 손톱이 정확히 프로얀의 미간을 향해 내리꽂고 있었다. 팔의 무게와 떨어지는 속도가 더해지자 엄청난 속도로 프로얀을 덮쳤다. 쾅!!! “프로얀!!” 수강과 가연등 여러 사람들이 프로얀의 이름을 불렀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없었다. 강한 괴음과 먼지구름, 그리고 선홍빛의 붉은 피가 하늘에 수놓이며 사람들의 시각과 시간의 흐림이 멈춘 것 처럼 느리게 흘러 갈 뿐이었다. “컥, 컥!!” 먼지가 걷히자 처참하게 변한 프로얀의 모습이 들어났다. 여전히 서 있는 자세를 유지 하고 있었지만 가슴에서부터 시작된 선혈은 복부의 배꼽까지 찢어발기고 지나간 자국이 보였다. 그 틈에서는 쉴새 없이 피가 세어 나왔고 입에서는 검붉은 색의 피가 꾸역꾸역 세어 나오고 있었다. “조금만 참아요, 제가 치료 해 줄 테니” 아주머니가 빠르게 다가와 손을 뻗었다. 그리고 몸속에 기운을 집어넣으며 상처가 난 부위를 마나로써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러자 조금씩 베어 나오던 피가 줄어들더니 출혈이 멈추었다. 하지만 진탕된 내장과 기운은 마구 들끓으며 몸을 헤집으며 밖으로 빠져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치이이이익ㅡ 아주머니가 노력했지만 프로얀의 기운은 점차 줄어가더니 생존 할 정도의 마나만이 남아 있었다. 더 이상 프로얀은 싸울 수 있을 정도의 마나는 전혀 남지 않았다. 단전이 찢어졌고 더 이상 무인으로써의 생명도 다한 셈이다. “정신 차려! 이정도로 나는 죽지 않아. 너희들은 저 괴물이 강한 기술을 사용 하게 만드는 것을 잊지 마라고!” 프로얀은 자신의 마나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더욱 눈을 빛내며 투지에 찬 함성을 지르며 더욱 세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참을 공격했을 까 괴물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날개를 활짝 좌우로 펼쳤다. 그리고 양 팔을 밑으로 내려 깔았다. 그리고 서서히 자신의 두 번째 입인 복부에 붙은 입을 벌리며 강한 기운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카르르르르륵!! 거친 충격음과 사나운 비명이 들리듯이 녀석의 복부에서는 기이한 소리가 나며 은빛의 입자가 서서히 모여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은빛의 기운은 성스러운 기운이 아니었다. 추악하고 악한 기운이었고 피의 냄새가 느껴지는 기운이었다. “지금이야 말로!” “다크 퍼니쉬먼트 (Dark Punishment)” 나는 마나를 급히 끌어 올리며 녀석의 복부를 향해 다크 퍼니쉬먼트를 날렸다.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용언이 발하며 강한 의지가 녀석에게 옮겨갔다. 그리고 검은 색의 구가 빠르게 녀석의 입 쪽으로 움직이며 끌어 올리던 기운을 캔슬 시켜 버렸다. 그러자 상황은 일사 천리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입속에 틀어 박힌 다크 퍼니쉬먼트는 주위의 기운을 빨아들이며 세력을 확장시켜갔다. 검은 구가 커져갔고 드디어 한계치에 달한 것인지 강한 바람이 몰아치는 동시에 폭발음이 들려왔다. 휘이이이이ㅡ쾅!! 꽈꽈꽝!!!! 여러 차례의 폭발음과 함께 뼈까지 시릴 정도의 추위를 동반한 바람이 우리를 덮쳐왔다. 하지만 그 누구도 괴물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먼지가 피어 올라 괴물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 소리만큼은 경쾌했다. “이겼어.” “우린 살았다고!” 나는 자신이 만들어낸 작품을 감상했다. 강한 다크 퍼니쉬먼트의 상황역전극, 그리고 나의 입가는 묘한 미소가 그려지며 유채색의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하지만 그 웃음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왜냐하면, 녀석이 다시 먼지를 뚫고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크르르르, 방금 위험했다. 인간이여.....작전은 좋았다.” 말하지 못 할 것 같은 하등 두뇌를 가진 것 같았던 몬스터가 말하고 있었다. 그것도 유창한 인간의 언어였다. 나는 녀석의 말에 바닥에 주저앉았다. 기절은 하지 않았지만 심력소모가 큰 탓이었다. “왜, 놀랍나? 후후후, 그 녀석의 몸에 뿌리를 내린 것이 이처럼 좋을 수 없군. 비록 일천한 몸이었지만 이렇게 말을 할 수 있으니.....이 몸에게 상처를 입혔으면 상을 내려야지...” 몬스터는 흉포함을 더해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날개 짓을 하며 높은 창공으로 날아올랐다. 또 다시 녀석의 입에서는 강한 기운이 몰아쳤다. 나는 덜덜 떨리는 다리를 움켜쥐며 일어섰다. 그리고 나의 최후의 절기인 블링크 디스토션을 사용했다. 가지고 있는 모든 마나를 집약 시키며...... 사투, 그리고.....? 하늘은 온통 새까맸다. .......그런데.....그런데 하늘의 한 가운데는 강렬한 기운을 동반한 밝은 빛이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다. “제현! 조제현!!!!” “야!!!” 나의 귓가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들은 강제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밝은 빛의 기둥과 함께, 수십 가지의 마법진이 형성되어 갔다. 그리고 사람들의 몸에서는 검은 빛이 띄더니 공격범위 밖으로 이동되기 시작했다. “바보들아. 잘 들어라. 나는 너희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얌전히 나의 마나를 받아 들여라.” 나는 나의 마나를 거부 하는 제이와 가연, 수강을 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이미 프로얀은 옆에서 수강의 도움으로 강제 텔레포트를 거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말에 조금씩 마나를 받아들이며 순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의 눈에서는 작은 이슬 같은 물기가 어리며 수십 가지의 생각이 교차 하고 있었다. 솨아아아!!! 머리 위로 쏟아지는 물줄기를 시작으로 나의 눈가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보는 사람도, 근처에 있는 생명체는 하늘 위에서 기운을 끌어 올리고 있는 몬스터 뿐이었다. “얼음보다 차가운 어둠.....어둠보다 더 어두운 암흑(暗黑).....밤보다 더 깊은 심연(深淵)......“ 블랭크 디스토션의 영창 주문이 이어지고 있었다. 차갑고 어두운 기운인 실버 드래곤의 기운과 블랙 드래곤의 기운이 합쳐지며 차갑고도 어두운 기운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 기운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동시에....나의 주문 영창이 진행되어갔다...그리고 조용하던 하늘은 요동치고 있었고 하늘은 번개와 더불어 비가 더욱 거세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마법진 주위로 몰려오던 빗줄기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리며 중력이 받지 않는 듯이 하늘에 멈추어 서 있었다. 조용하던 주위는 나의 마나로 인해 들끓고 있었다. 맹렬하게, 빠르고 경쾌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이어 커다란 흐름이 되어 나의 주위를 맹렬히 회전하며 다음의 기운을 만들어내기 위해 준비 하고 있었다. 나는 블랭크 디스토션을 완벽하게 펼처 내기 위해 눈을 감고 있었지만, 나의 기감, 감각, 후각을 통해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느껴졌다. 나의 주문에 의해 커져가고 있는 어둠과 냉기의 힘이 반응하며 나의 몸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들었다. “흔들리는 존재, 금빛의 어둠이여, 나 여기 모든 힘을 사용하고자 한다. 나, 바란다.....! 그리고 나 맹세한다!!” 조금씩 블루 드래곤과 골드 드래곤의 기운이 모여 들며 마법진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린 드래곤의 기운이 몰려들며 날카로운 녹색의 마법진에서 날카로운 바람이 나의 몸을 감싸며 빗방울들을 다시금 하늘로 부양시키고 있었다. ‘젠장, 과도한 마나 집중 탓인가?!’ 살심에 사로잡혀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때처럼 지금은 그 반대로 너무나 나의 몸을 잘 컨트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주위에는 과도하게 집중된 자연의 마나와 나의 본신의 마나가 뒤엉키자 감당 할 수 없을 정도로 모여 들어 있었다. 당장에라도 터져 나올 것만 같은 고통에 찬 비명소리 대신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며 정신을 집중했다. 조금이라도 딴 생각을 품는 다며 몸이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블링크 디스토션, 예전에 사용 한 적이 있지만 그것은 최소의 마나를 이용한 공격이었다. 이번에는 마나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순수 자연의 기운! 그것만으로도 강력했고 어떠한 적이라도 물리 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을 불어 넣고 있었다. 주문도 서서히 막바지에 들어 있었다. “나의 앞을 막아서는 모든 어리석은 자에게 심판의 기둥을......!!!!!” 나는 감겨져 있던 눈을 뜨며 하늘을 쳐다보며 외쳤다. 한자 한자 또박또박 읽었다. 그리고 나의 목에서는 확성 마법도 걸린 것도 아니었고 리플레이스 사운드를 펼친 것도 아닌데 주위의 사방위에서 커다란 소리와 함께 나의 음성이 네 군데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의 얼굴에는 힘줄과 더불어 핏줄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눈은 빨갛게 충혈 되어 있었고 입에서는 끈임 없이 실선 같은 핏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뚝.... 뚝.... 후욱, 후욱!! 엄청난 소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나의 귀에는 몬스터의 숨결과 나의 입에서 떨어지고 있는 피 방울의 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크워어어어어!!!!” 몬스터는 큰 함성과 함께 자신의 복부에서 뿜어진 거대한 흰색의 기둥이 수직으로 나에게 쏘아 졌다. 나는 뒤질세라 주문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구동어를 끊어서 외쳤다. “블! 랭! 크! 디! 스! 토! 션!” 구우우우우웅!!! 슈아아아앙!!! 반지름이 대량 5미터 가량의 마법진에서 뿜어진 검은 빛의 기둥이 하늘에 떠 있는 몬스터가 뿜어낸 기둥을 향해 정확히 뿜어지고 있었다. 강한 기운과 강한 기운, 빛의 기운과 어둠의 기운이 부딪히자 강한 반발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찌지지직!! 주위는 강한 반발력으로 생긴 역 중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상의 지각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먼지를 내뿜었고 사람 머리만한 돌덩이들이 놀랄 만큼 가볍게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크으윽, 젠장!” 찌지지직! 조금씩 나의 블랭크 디스토션이 밀리고 있었다. 조금씩 밀리던 것이 빠른 속도로 나에게로 돌진하고 있었다. “젠장!!!!! 빌어먹을!!! 어떻게, 어떻게.......!!!” 순백의 섬광이 검은 빛의 기운을 뚫고 나에게 날아들고 있다는 것을 나는 확인 할 수 있었다. 나의 동공을 가득 메운 밝은 빛의 기둥과 하늘위에서 비웃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는 몬스터의 괴기스런 입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힘없이 뒤로 물러나고 있는 나의 마나가 눈에 보였다. 그리고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나의 힘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있다는 것을..... 차르르릉!!! 이것은 마나의 차이였다. 녀석은 자연의 마나는 물론 본신의 마나까지 나를 뛰어 넘고 있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무참히 무너질 줄은 몰랐다. 강한 정신력을 가진들 이길 수 없었다. 강한 물량과 정신력이 뒷받침이 되어 주어야 했다. 녀석은 정신력은 물론, 마나의 양까지 상위에 속해 있었다. 멀리서 이 현상을 보고 있는 자들도 머릿속으로 이젠 정말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연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수강은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제이는 멍한 눈으로 빛의 기둥을 보고 있었고 프로얀은 힘없다는 듯이 바닥을 보며 이슬 같은 물줄기를 흘리고 있었다. ‘이젠.....끝?!’ 나는 체념적인 생각으로 속으로 울부짖었다. 고작 이런 것을 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살기 위해 이렇게 발 부등을 쳤다는 것을, 나약한 자신을 비난했다. 휘이잉, 뚝! “!?.....멈췄다?!” 거짓말처럼 멈췄다. 빛의 기둥이 나의 몸에 닿기 전, 모든 것이 멈추어 버렸다. 세차게 불던 바람과 빗줄기들이 멈추어 서 버린 것이다. 나의 눈가에서 뿜어지고 있던 피, 눈물도 멈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주위의 모든 것을 볼아 보았을 때, 모든 것은 멈추어져 있었다. 커다란 돌덩어리가 공중에 떠 있는 채로 멈추어져 있었고 먼지, 자갈, 돌조각, 모든 것이 멈추어져 있었다. 한창 날개 짓을 하고 있어야할 몬스터도 멈추어져 있었다. -다음에 보지.......그때까지 얼마나 성장해 있는지 지켜보겠다. 비록, 모든 것을 가져가겠지만, 너의 선택으로.....그건 너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명심해라. 후후후후 너의 모든 것을 보고 있겠다.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수십 가지의 생각 속에 나는 떠올렸다. 어둠이 나에게 말했던 말 중에 마지막에,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그리고 멈추어져 있던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웅!!! 쾅, 꽈꽈꽝!! 나의 시야를 가득 메웠던 빛의 기둥이 작아져 보이며 나의 시야가 넓어져 가고 있었다. 나의 몸을 강타하기 직전 나는 블링크로 최대한 옆으로 이동했다. 하지만....순간 스치고 지나간 빛의 기둥으로 나는 오른팔이 사라져 버렸다. “크아아아아악!!!!!” 시간이 다시 정상적으로 흐르기 시작하자, 고통은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나는 확인 할 수 있었다. 흔적도 없이 소멸해버린 오른팔과 그 옆에 뚫려 있는 넓은 넓이의 둥근 구덩이, 아니, 절벽이라고 해야 할 듯 한 깊이의 검은 구멍이었다. -너의 모든 것을 가져가겠다...... -가져가겠다.... 나의 귓가를 어지럽히는 소리가 요란히 울리고 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와중에도 그 소리만은 뚜렷하게 들리고 있었다. “그만, 그만!!!! 젠장!!” “리커버리(Ricovery)” 나는 리커버리를 외치며 오른 팔 쪽의 잘린 부위를 치유하려 했지만 적막한 바람 소리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 전혀 움직이지 않는 마나, 아니 실망스러운 마나, 텅 빈 심장의 마나가 있을 뿐이었다. “뭐, 뭐야....이건. 프로필 뷰!” [프로필] 이름 : 조제현 나이 : 19 직업 : 무(無) 종족 : 인간 칭호 : 무(無) 전투력 : 30 스킬 : 흡수 편 - 능력흡수, 프로필 뷰, 능력부여, 능력회수 희생 - 세크리파이스(sacrifice, 자기 희생) 나는 설마 하는 생각에 프로필을 끌어 올렸다. 평소 잘 보지도 않던 프로필은 평범함 그 자체였다. 처음 프로필을 열었을 때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다만, 스킬 창에는 희생이라는 문구만 있을 뿐이었다. “설마, 가져간다는 의미가.....이런 것이었나?!” 나는 허탈한 마음에 있지도 않은 오른 팔을 바닥을 집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여지없이 무너지는 신형, 나는 다시 한 번 절망했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있었다. 정신도, 마음도 몸도 모든 것이 지쳐가고, 무너지고 있었다. “이젠, 잃을 것도, 지킬 것도 없는 건가?!” “프로필 뷰!” [프로플] 이름 : 무(無) 나이 : 무(無) 직업 : 무(無) 종족 : 무(無) 전투력 : 무(無) 스킬 - 무(無) 나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에 녀석의 프로필을 열었다. 솔직히 두려웠다. 가지고 있던 능력을 잃을 가봐, 그것을 잃는 다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의 질타와 질시, 모든 것이 두려워 흡수를 그만뒀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런데....녀석은 모든 것을 알 수 없었다. 이름도, 나이도, 종족도, 심지어 전투력도 무(無)였다. 그리고 나는 입에서 붉은 빛의 피를 토하며 천천히 차가운 바닥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크르르르.....인간, 이제 끝인가? 크크크, 흡수한 녀석의 기억 속에서 네놈을 가장 증오 하더군, 네놈에게 복수할 기억만 가지고 있었어. 그렇다면 최고의 복수는 네놈 눈앞에서 소중한 자를 없애는 것이 아닐까?!” 몬스터인 녀석이 지상으로 착지하자 나의 몸은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나는 이미 모든 것을 포기 하고 있었기에 녀석에게 몸을 맞기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녀석이 하는 말에 나는 조금씩 이성을 잃어갔다. “크아아아아악! 개만도 못한 새끼!!!! 나에게 너를 뛰어 넘는 힘이 있었다면 네놈을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겠다. 나의 몸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네놈을 이 세상에서 지워 버리겠다!!!!” 우우우우우웅!! 몸에 힘이 없음에도 나는 발악이라도 하는 심정으로 녀석에게 말했다. 그러자 나의 몸은 조금씩 검은 빛에 휩싸이며 세상을 뒤엎고 있었다. 붉게 물들었던 눈동자에서 검은 물결이 흘러넘치고 있었고 없어졌던 팔에서 검은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정상적인 팔에서는 검은 빛의 구슬들이 솟아오르며 하늘을 뒤엎으며 나의 입에서는 어둠의 숨결이 몰아치듯 강한 기운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크워어어억?! 그리고 무엇인지 모른 채 비명을 지르며, 소멸해가는 녀석의 몸체와 목소리를 들은 것이 나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나의 몸에서 뿜어진 기운은 세상을 뒤 흔들었으며, 모든 몬스터를 휩쓸고 있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부서졌던 모든 것이 복구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은 뒤로 흐르고 있었다. 운석이 떨어지기 전으로, 그리고 운석이 떨어졌던 행성들의 쾌도가 바로 잡히며 천년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게 시간은 뒤로 흐르고 있었다. -후후후, 선택은 네의 머릿속에서 이루어 졌다. 다만, 나는 그것을 이루어줬을 뿐, 하지만 그만큼 네놈이 해야 할 일은 많아진다. 후후후후...... 외전(에필로그) - 리버스 스토리(거꾸로 흘러간 시간)....1부 완결 외전 - 모래시계(거꾸로 흘러간 시간) 웅성웅성 주위가 시끄러웠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옷을 입었고 같은 책을 펴고 있었다. 하나하나의 입에서 뿜어지는 소음들이 한데 모여 주위는 삽시간에 시끄러워졌다. 그 누구의 중재자도 없었다. 잠시후 시끄럽던 교실이 삽시간에 조용해지는 순간이 되어 버렸다. 드르르륵!! “자자, 조용!!” 단 이 한마디뿐이었다. 거칠게 교실 문을 열어젖히며, 중년의 남자가 당당한 걸음으로 들어왔다. 그의 왼팔에는 검은 직사각형의 책이 하나 있었고 그 곳에 적힌 제목은 ‘출석부‘ 라고 적혀 있었다. 그것의 의미는 선생님들이 들고 다니는 출석부를 뜻했다. “자, 오늘은 전학생이 두 명이나 된다. 어제부터 알고 있겠지만 남자한명과 여자 한명이다. 친하게 지내고....” 와아아아!! 선생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반 학생들은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남자 아이들이었지만 조용히 앉아 있는 여학생들도 얼굴에는 기대의 기색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었다. “크음! 큼! 조용!!” 선생님도 내심 아이들의 반응이 좋아서인지 약간의 웃음을 띠며 다시 말을 이어 하셨다. 잠시 후 선생님은 교실 밖에 있는 두 학생을 조용히 부르셨고 반 아이들은 삽시간에 조용해져 버렸다. “자, 앞으로 한 학기 동안 같이 지내야할 친구니까 모르는 점은 가르쳐 주고 실수하더라도....알겠지?” “네!!!” “그럼 나는 회의 때문에 잠시후 오도록 하겠으니까. 친하게 지내라. 그리고 거기! 양재석, 말 안해도 알겠지?” “예.” 선생님의 긴 이야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는 듯이 아이들은 다 같이 소리 내어 말했다. 그리고 선생님들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고는 교실 밖으로 나가버리셨다. 그리고 두 명의 전학생이 입을 열었다. “안녕?! 나는 이수강이라고 해,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나는 이가연이라고 해.....” 간단한 인사말이 끝났고 다시금 시끄러운 교실 안으로 바뀌어 버렸다. 여기저기에서 질문이 나왔고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전학을 온 두 명은 싱그러운 표정으로 창가 쪽 제일 뒤에 있는 비어있는 자리로 이동했다. 그 자리 앞에는 비어있는 자리가 있었지만 누구도 그곳에 눈길을 주는 이는 없었다. 마치 예전부터 없었다는 자리라는 듯 한 모습이었다. 잠시후, 교사 회의에서 돌아온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자, 그럼 출석을 부르겠다.” .......4번 추은지 네 15번 양재석 네 17번 윤진수 네 23번 정명우 네 26번...... “저 선생님, 26번은 비어 있는 번호인데요?”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기 시작하자, 자리에 앉아 있던 아이들은 자신의 번호와 이름을 확인하며 대답했다. 그리고 26번이라는 숫자가 불렸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오직 적막감뿐이었다. 그 누구도 의문을 던지지 않았다. 마치 예전부터 없었다는 번호라는 듯이. 한 여학생의 말에 선생님은 이상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상하내....우리 반에 26번이 없었던가? 조제현....익숙한 이름인데....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으니....?”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하며 출석을 마쳤고,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 누구도 조제현이 라는 학생을 기억하는 자는 없었다. 끼이익ㅡ “하아. 상쾌해. 아빠는 이런 곳에 왜 보냈을 까? 이렇게 시시한 학교에서 뭘 배우라고.....차라리 전투 훈련이나 하는 게 낳을 텐데....” “그래도, 이렇게 한가롭게 있는 것도 학교에 있는 시간뿐이잖아.” 아까의 부끄러운 표정도 지워 버렸다는 듯이 가연은 생기발랄한 표정으로 옥상의 난간에 걸터앉았다. 수강은 손을 오므렸다 펴며 바람의 기운을 끌어 올리며 상큼한 표정을 지으며 지루한 듯이 중얼거리며 옥상의 계단형식의 난간에 앉았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며 가연의 치맛자락이 올라갔지만 수강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무표정하게 중얼거렸다. “여자가 칠칠맞게 난간에서 뭐하는 건지.....팬티 다 보인다....” “쳇, 무슨 상관이야.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조제현,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그 이름을 듣는 순간 가슴이 아릿한 느낌이 들었어....나의 심장 같은 느낌.....” 가연은 수강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난간에서 내려오며 수강의 옆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그리고 조제현이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 가연의 표정은 애틋한 느낌과 슬픈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조제현...? 조제현....익숙한 느낌이야. 아무렴 어때!” 스으윽!! 휘이이익!! “야!! 너!!” 수강은 침울한 표정을 짓는 가연에게 바람의 기운을 일으켜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수강의 발놀림의 페이드 스텝을 이용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수강의 발놀림에서 제현이 사용하던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수강도 느끼지 못한 어둠의 기운 한 자락이 수강의 몸에 흐르고 있었다. “그럼 나도!” 가연은 작은 불꽃을 만들어 내며 수강에게 날려 보냈다. 그러자 수강의 머리칼이 약간 타며 사라져 버렸다. 가연 역시 느끼지 못한 사이에 불꽃에서 어둠의 기운이 합쳐져 있었다. 마치 예전부터 있었다는 듯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녀의 심장 한곳에는 다섯 개의 검은 고리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끼리리릭, 끼리릭 마치 운명의 톱니바퀴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가 느낀 조제현의 이름이라는 말에 반응하듯이 아주 느릿하게....잠시후 그 톱니바퀴는 조금씩 허물어지며 사라져 버렸다. 다만, 그곳에 있던 마나는 그녀의 온몸을 돌아다니며 불의 기운과 합쳐지며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고 있었다. 마치, 제현과의 운명의 끈이 없어 진 것처럼 그렇게 조제현이라는 이름은 점차 잊혀 갔다. 그 두 남녀의 기억 속에서……. * * * 밀실 같은 곳, 미약한 빛이 새어 나오고 거대한 책상과 의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호호호.....무슨 정보를 원하시나요?” “한 사람을 찾고 있다. 최고의 마법사를 찾고 있다.” 미약한 빛에서 한 여자가 비치고 있었다. 그녀는 긴 생머리, 오똑한 코에 도도한 눈을 가진 여자였다. 더불어 요염한 자세를 하며 눈앞의 금빛 갑옷을 착용하고 있는 사람에게 말하고 있었다. “최고의 마법사라....홍염의 마도사를 말하는 건가요?” “아니, 나는 엘레멘탈, 즉 모든 속성을 마스터한 마법사를 찾고 있다. 그는 능히 혼자서 드래곤을 잡을 수 있으며, 셀리온 월드에서 최고의 레벨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곰곰이 생각하며 눈앞의 남자를 노려 보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기사 중 최고의 레벨을 자랑 하는 자가, 왜 마법사를 찾고 있지?” “모른다....그냥 나의 마음이 외치고 있다. 그를 찾아 라고...” “미안하지만 그런 자는 없어. 샐리온 월드 내에서 모든 속성을 마스터한 마법사는 없어. 1000골드, 정보의 댓가.” 그녀는 나직하게 말하며 대화를 종결시켰다. 그리고 다시 적막감이 흐르는 공간으로 변해 버렸다. “모든 속성을 마스터한 마법사라고? 그런 자가.....스텔스? 아...내가 무슨 생각을, 갑자기 그런 이름이 왜 생각나는 거야......칫!” 그녀는 그런 말을 하고는 어둠속으로 몸을 숨겨 버렸다. 마치 숙련된 살수 같은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두 자루의 붉은 단검이 손에 쥐어져 있었고 근처의 몬스터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 선들이 이어지며 몬스터들은 학살되어 가고 있었다. “야! 이수강, 정말 그러기야?! 그 검은 내가 가지기로 했잖아!” “줍는 사람이 임자라며, 내가 먼저 주웠잖아...” 단검에서는 푸른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여전히 붉은 검신을 자랑하는 단검이 어둠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두 명의 검사가 그녀의 눈에 포착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약간 입맛을 다시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어둠속으로 동화되어 갔다. “스텔스? 스텔스.... 아무리 생각해도 익숙한 느낌이야....마치 나에게 중요한 부분이라는 듯이....하...웃기는 군, 나, 프로얀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놈이 누구야.” 자기 스스로 프로얀이라고 밝은 그녀는 앞서 지나간 두 명의 검사에게 다가가며 그 검을 가로채며 빠른 질주를 감행하고 있었다. 그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에게는 들려오지 않았다. “도둑! 도둑이야!!! 감히 내 검을!!” 그 소리는 수강이라고 했던 사람의 목소리였다. 뒤이어 여자의 목소리도 들려왔지만 바람소리에 가려 잘 들리지는 않았다. “헤헤헷, 잘 됬다. 내 것도 아니니,” “나쁜 기집에 잘 됬다고? 두고 봐....” 그렇게 샐리온 월드의 시간도 점점 흐르고 있었다...... * * * “나는 미치지 않았어! 나는 미치지 않았다고!!” “예, 예 그러시겠죠. 아가씨....세상이 멸망했는데 다시 이렇게 변했다는 거 아닙니까. 자, 주사 맞을 시간이에요.” 하얀 병원의 하얀 방, 그리고 하얀가운, 하얀 침대, 모든 것이 하얀 공간으로 되어 있는 곳에서 연예인 뺨치는 듯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하지만 마치 미치기라도 한 듯이 외치고 있었다. 정작 미치지 않았다고 외치는 그녀, 그녀는 제이였다. “나는 미치지 않았어, 이세상은 멸망했다고, 그리고 그 거대한 몬스터가....몬스터가 이 세상을 파괴시고 있다고!!” “이런....진정제가 통하지 않는 건가?” 진정제를 투입한 후에도 그런 소리를 질러 대는 제이라는 환자를 보고 있는 여자 정신과 전문의도 답답한 심정이었다. 잘나가는 연예인인 제이가 이런 미치광이가 된 것 자체가 이상했다. 잘 있던 연예인이 하루아침에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다. 운석이 떨어졌다. 세상은 멸망했다. 사람들은 죽어갔다. 아니, 죽은 사람이 살아나 있다. 세상의 모든 곳에 몬스터가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운석이 떨어질 것이다. 라는 이상한 소리를 지껄여 대고 있었다. 여자 전문의는 답답한 심정을 뒤로 한 채 하얀 방을 나왔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도대체 정상적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한 이유가 뭐야, 그렇게 가수가 정신적으로 타격이 큰 직업이었나?!” 끼이익, 쿵!! 하얀 문이 닫히며 제이는 울부짖었다. 계속해서……. “머지않아. 세상은 멸망할거야. 나는 다 알고 있다고! 조제현! 어디 있는 거야!!! 흑흑흑.....나를 구해줘....” 그렇게 제이는 정신병동에서 점점 미쳐가고 있었다. 변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모든 기억을 가진자....그녀 역시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모래시계의 뒤바뀐 흐름이라는 시간으로......그녀의 말처럼 운석은 떨어지지도, 몬스터도 존재 하지 않았다. 그리고 수십 해가 지난 후에야 그녀는 인정하고 말았다. 스스로 미쳤다고, 그렇게 조제현이라는 이름은 세상에서 점점 잊혀 갔다. 영원히, 기억하는 이는 미쳐간 제이 뿐이었다…….그리고 세상은 시간의 흐름이 흘러가고 있었고, 인생 게임이라는 흐름도 흘러가고 있었다. 생존의 게임, 살아남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한 인생의 게임도 흘러갔다.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게임과 현실의 차이를, 현실 역시 게임과 다를 바가 없다. 게임에서 자신의 능력치를 키우는 것처럼, 현실에서도 자신의 지식을 키운다. 게임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강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현실에서 역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지식이라는 경험치를 공부한다. 세상은 게임의 법칙 속에서 흘러가고 있다. ==================================================================== 1부, 현실세계에서의 여정이 끝났습니다. 2부, 판타지 세계에서의 여정이 시작되려 하고 있군요. 나름대로 열심히 썼지만, 처음 써보는 글이라 그런지 많이 부족합니다. 재미없죠? 하지만 1부를 모두 보신 고마우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2부는 여기서 지금 보시고 계신 게임능력흡수술사, 지금 쓰고 있는 곳에서 시작됩니다. 에필로그...제이가 정신병자로 나오는 것은 예정된 것이 아니랍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됬습니다. 1부 끝까지 봐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2부 프롤로그 라덴계, 대륙력 1000년 엡솔루트 가든(Absolute Garden) 대륙의 본토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산맥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동과 서로 나누어진 거대한 하나의 대륙을 가로막는 유일한 경계선이라고 할 수 있는 산맥이었다. ‘절대자의 정원‘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혹은 악마의 정원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곳에는 절대자들, 그러니까 중간계의 수호자인 드래곤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대륙의 어느 누구든지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곳이었다. 오직, 몬스터, 이 종족만이 들어 올수 있는 땅, 인간들에게는 미지의 땅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곳에는 드래곤이라는 절대자가 자취를 감추었다. 마치 있는 듯이 없는 듯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서대륙과 동대륙의 전쟁은 시작되었고 점차 드래곤이라는 절대자는 대륙인들 사이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 사건의 전말은 간단했다. * * * 쾅!!! “그게,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중간계와 마계의 결계인 다크 문(Dark moon)을 열 자니요!” 금발의 여인이 직 사각형의 거대한 탁자를 내려치자 강한 진동과 함께 탁자는 움푹 패여 버렸다. 인간의 괴력이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금발의 여인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주위의 남녀들을 노려보며 자리에 앉았다. 직사각형의 탁자의 끝에 위치한 한 남자의 눈빛 때문이었다. 그의 눈에서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절대자의 기운과 무엇이든 없애 버릴 듯 한 기운이 몸에서 뿜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찮은 용족의 계집이 망발이 심하구나, 주신이 계신 자리에서 무슨 짓이냐!” 움찔 검은 머리칼과 검은 복장과 붉디붉은 눈을 가진 남자가 말하며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그 남자의 기운역시 만만치 않은 것인지 금발의 여인은 약간 몸을 떨며 자신의 기운을 갈무리 하고 있었다. “주신, 카르디스여 어찌 저런 하찮은 신의 노예를 이런 자리에.....” “그만하라. 데카스 D.D 클라우드....” 순백의 머리칼과 순백의 옷을 입고 있는 주신이라고 불린 자가 천천히 눈을 뜨며 말하자 좌중은 다시 조용해져 버렸다. 데카스라고 불린 마족처럼 보이는 남자는 마족중의 마족, 마왕과 마황의 상위 존재인 마신이었다. 그 역시 주신보다는 아래였던지 약간 움찔 거리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나, 지저스는 이 지루함을 깨기 위해 작은 이벤트를 열려 한다. 그건.....” “마계의 문을 열어 중간계를 멸망시키고자 한다. 비록 나는 창조신에 의해 만들어 존재, 허나, 이 세계는 나의 것....그 누구도 나의 의지를 거스를 수 없다.” 주신인 지저스의 말에 데카스는 작은 웃음과 입가의 작은 주름이 잡히며 자신의 앞에 있는 용족의 여인을 보며 입을 씰룩 거렸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순간 좌중은 들 썩이며 놀란 듯이 주신을 보고 있었지만 자신들을 창조한, 주신이기에 작은 불만을 표출 할 수 없었다. “주신 지저스여....그건 세계와의 약속을 저버리시는 것입니다. 어찌, 차원간의 균형을 무너뜨리려 하십니까. 부디....부디, 재고 해 주십시오.” “하찮은 용족, ‘제이 G.D 세인트’ 어찌, 주신인 나의 뜻에 반발을 할 수 있는 가. 이건 나의 작은 유희(게임)를 위한 세계 일 뿐이다.” 용족인 제이가 나서서 주신의 뜻을 막으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더욱 주신의 뜻을 확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뿐이었다. “어찌 하여, 주신이라는 당신이 차원의 균형을 무너뜨리는지는 모르겠으나, 후회 할 것이오.” “하하하! 용족에 이어, 명계의 심판자인 네놈 따위가 어찌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하찮은 심판자여, 소멸로 용서를 구해라!” 강인한 얼굴과 촘촘히 손에 박힌 굳은살로 뒤덮인 자가 조용히 주신을 노려보며 말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화가 난 주신은 손을 하늘로 치켜세우며 몸속에 조용히 있던 기운을 끌어내며 앞으로 뻗으며 중얼거렸다. “사라져라.” 솨아아아악!! “후회할 것이오....주신이여.” 단 한마디의 말로 당당히 주신의 의견에 반하던 자의 비참한 최후였다. 점점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모든 신들은 움찔 하며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 다만, 용족의 제이는 주신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주신, 당신은 후회 할 것이다!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명계를 관장하는 신을 소멸시키다니!” “하하, 명계의 신이야, 차기 후계자에게 넘기면 될 것이고....네년의 종족도 처리해야, 재미있는 유희가 될 것이야.” 주신 지저스의 말에 그녀의 종족은 대륙력 1000년, 소리 소문 없이 봉인이라는 이름하에 여섯 가지의 신기라는 열쇠를 남기고 작은 구슬이 되어 영원한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리고 용족의 신인, 제이 G.D 세이트는 타 차원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되어 버렸고 명계의 차기 후계자는 선임이 어떻게 된 지도 모른 체 묵묵히 명계라는 거대한 곳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하하! 앞으로 1천년 후, 유희는 시작될 것이다! 데카스....이 지겨운 세상을 소멸 시켜라....실망시키지 말도록....” “예, 후후후” “드리어, 드디어, 이 갑갑한 라덴계라는 틀을 벗어나 드넓은 차원을 가질 발판이 마련 되려하고 있구나....하하하! 감히 창조주 따위가 이 좁은 차원을 나에게 주다니....으드득” 마신 데카스는 조용히 답을 하고는 어둠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혼자 남은 주신 지저스는 조용히 인상을 찌푸리며 하늘을 쳐다보며 외치고 있었다. 자신의 어버이라고 할 수 있는 창조주를 입에 담으며 이를 가는 모습이 원수를 생각하는 자의 모습 같았다. 주신은 작게 손을 내 저으며 중간 계에 작은 빛을 내 뿜었다. 그러자 그 빛은 작은 섬광이 되어 대륙의 중심부인 엡솔루트 가든으로 내려 꽂으며 작은 주문 같은 것을 외고 있었다. 또한 옆에 포박되어 있는 용족 제이에게 다가 가며 예의 섬광을 뿌리며 몸을 틀며 거칠게 나가고 있었다. 점점 사라져 가는 주신 지저스의 어깨가 약간씩 들썩이는 것으로 보아 웃음을 참기 힘들다는 듯 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용족은 봉인되어 버렸다. 그리고 천년 후 마족은 발호할 것이다. 더 언더 월드(The Under World, 저승) 죽음, 수많은 사람들의 논란 속에서 많은 상상의 죽음이 있다. 많은 사람들 중 두 가지의 의견이 분분하다. 죽음을 혹자들은 삶의 끝이라고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환생, 즉, 또 다란 삶의 준비 단계라고도 하기도 한다. 나는 두 가지의 의견 중에서 후자의 의견을 믿고 있다. 그래야 녀석의 부탁이라는 것을 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서히 무너져 가는 몸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게 죽음이라는 새로운 삶의 시작인가?’ 세크리파이스의 영향으로 나의 몸은 조금씩 소멸해가고 있다. 제현은 자신의 몸을 보며 생각에 빠져 들었다. 점점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자신, 기묘한 떨림과 이 상황은 약간 떨떠름하기도 했다. 진정 이 느낌이 죽음이라는 고통인가라는 착각도 들었다. 제현, 자신의 생각이었던 죽음이라는 고통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두렵거나 삶에 대한 아쉬움도 없었다. 다만, 녀석이 부탁한 것으로 인해 두근거릴 뿐이었다. 녀석의 모습도 보지 못했지만 삶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순간 몸은 편안해 졌다. 자기희생으로 죽은 제현의 모습은 너무나 성스러웠다. 제현은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보며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육체이탈, 즉 영혼상태에서 모든 상황을 감상하고 있던 자신은 허공을 보며 애달프게 중얼거렸다. “부모님도....이런 느낌을 겪은 것인가? 자신의 소중한 것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것이.....” 눈앞에 보이는 인자하고도 애달픈 남자와 여자의 잔영, 그토록 보고 싶었던 부모님의 모습이 눈에 비친 것이다. 이것이 환상이라는 것은 제현, 자신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환상을 깨고 싶지는 않았다. 스으윽 환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현은 손을 뻗으며 부모님의 손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스으윽, 제현의 손이 부모님에게 다가가는 순간 그대로 통과하며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눈에 비치는 여러 명의 여자와 남자의 모습이 보이며 차래로 사람들의 몸을 통과해갔다. 그제야 제현 그 자신은 진정으로 죽음을 실감했다. 촉감도 생기도 느껴지지 않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애달픈 듯 한 눈길을 주었지만 그것은 순간일 뿐이었다. “그토록 싫어했던 녀석들....이젠 만질 수도 없는 것인가?” 제현은 점점 사라져 가는 수강과 가연, 제이, 프로얀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렇게 한참을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제현은 조그마한 인기척을 느꼈다. 자신이 죽었다는 것과 혼자임을 아는데도 그곳으로 시선이 가고 있었다. 그건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 시선의 끝자락에 자리 한곳에는 한 사내가 무심한 눈길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사내의 모습은 푸르스름하며 뱀파이어의 얼굴처럼 피가 통하지 않는 듯, 새하야면서도 푸른빛이 도는 얼굴을 가졌고 몸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전혀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게임 속에서 보아왔던 언데드라는 존재처럼 움직이는 소리에 맞춰 발소리만 들릴 뿐 존재감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눈가에는 게임의 페인처럼 푸르스름한 다크 서클이 자리 잡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지저분하고 산발의 백발이 있었고 입술역시 새파랗게 떠 있었다. 턱선은 매우 가늘었으며 눈동자는 사나운 맹수처럼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 눈빛에 겁에 질릴 테지만 수많은 몬스터와 고수들과의 전투로 인해 그저 사나운 눈빛이구나? 라는 생각만 들뿐 놀란 기색은 하지 않았다. 또한 검은 도포와도 같은 것을 착용하고 있으니 척 보기에도 저승사자 구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당신이 조제현이라는 자인가?” “그런 당신은 저승사자인가?” 제현과 저승사자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리고 조용해졌다. 검은 도포를 착용한자가 약간의 끄덕임으로 긍정을 표했다. 제현 역시 약간의 끄덕임으로 표하고는 조용히 서있었다. 사라락 “명부첩(名簿牒)에 따르면 당신은 1990년생 11월 13일에 태어났다. 맞는가?” 끄덕. “이름, 조제현(曺帝鉉) 맞는 가?” “맞다.” 꿈틀 제현은 고분이 녀석의 옆에 서서 녀석의 질문에 꾸준히 대답과 끄덕임으로 표했고 마지막으로 이름이 맞는 가를 답하고는 입을 닫아 버렸다. 저승사자는 마지막의 반말이 거슬렸는지 창백한 얼굴임에도 ‘나 흥분했다‘라는 식의 얼굴을 표하고 있었다. 제현은 그런 녀석의 얼굴을 보고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따라오시오. 저승으로 갑시다. 모든 절차가 끝났으니.” “저승이라.....나는 할 일이 많아. 그 녀석의 부탁을 들어 줘야 하니까. 갈필요가 있을 까?” 꿈틀. 녀석은 명부첩을 덮어 버리고는 나의 앞에 서며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제현은 녀석의 말을 듣지 않고 팔짱을 끼며 말하는 것으로 녀석의 말을 거부했다. 그러자 녀석은 음산한 웃음을 띠고는 입을 열었다. “웃기는 군. 네놈이 얼마나 이승에서 잘났는지는 몰라도, 이곳은 죽음의 땅. 네놈의 의견 따위는 애초에 존재 하지 않는다. 따라 와라.” 녀석은 냉소를 지으며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제현은 녀석의 말에 몸의 마나를 끌어 모아 보려했지만 느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는 진실로 죽었다는 것을 느끼며 저승사자의 뒤를 따라갔다. 저승사자는 앞의 검은 동굴로 들어가더니 그대로 벽을 통과하기 시작했다. 제현도 잠깐 주춤 거리며 망설였지만 귀신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벽에 손을 가져다 대며 저승사라의 뒤를 따랐다. 스스스스스 벽을 통과하자 완벽한 어둠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간간히 스산한 바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생기가 느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환경에 약간 흠칫 거린 제현은 앞서 가고 있는 저승사자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 얼마나 저승사자의 뒤를 따랐을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둠이라는 공간에서 방향감각을 잃은 제현은 오직 저승사자의 뒤를 따랐다. 그러기를 수십, 수백시간이 지난것 같은 느낌이 들자 드디어 작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 어둠을 뚫고 옅은 빛이 뿜어지자 ‘우우우우‘라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착각이 들었다. 어느새 주위는 차갑고도 자욱한 안개가 깔려있었고, 눈앞에는 좁은 거리가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지옥의 형상을 한 지옥도가 그려져 있었다. 그것으로 공포감이라도 조성하기라도 하는 듯이 작은 비명소리도 들려오자 제현은 피식거리며 비웃음을 날렸다. “지옥도 별거 아니군.” “저게 지옥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이곳, 죽음의 길에서 도망치다 방황하는 자들의 모습이다. 그냥 평범한 길에서 방황하고 있지...저 자욱한 안개는 영체, 그러니까 귀신의 몸의 방향감각과 사고 능력을 저하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지.” 꿀꺽. 제현은 저승사자의 말을 들으며 자신의 생각이 잘못 됐다는 것을 알고는 작게 침을 삼켰다. 그 모습에 저승사자는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잘 따라 오지 않는 다면 저 녀석들처럼 길을 잃고 영원히 고통에 시달릴 것이다.” 녀석의 스산한 말을 들으며 제현은 좁은 길을 통과했다. 그리고 서서히 안개가 걷히며 인간의 땅처럼 흙내 음이 나는 곳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제 다 온 건가?” “웃기는 군, 저승의 문턱까지 가려면 한참 멀었다.” 저승사자는 그런 말을 하고는 다시 휘적휘적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살아 있는 인간처럼 땅을 디디며 걷고 있었다. 저승사자는 줄곧 공중에 떠서 이동하고 있었는데 지금에 이르러서는 지상에 착지해 걷고 있었다. 제현 역시 공중에 떠서 이동했기에 오래간 만에 땅을 밟는 다는 느낌으로 바닥에 내려섰다. 하지만 발이 땅을 뚫고 서서히 가라앉자 저승사자는 비웃음을 띄며 말했다. “몇몇의 영혼들이 꼭 흉내를 내지, 인간들은 알 수 없다니까. 처음 보는 것은 꼭 따라 한다니까. 크크크.” 조롱하는 듯 한 저승사자의 말에 발끈했지만 아무능력도 없고 나약한 자신을 보고는 입을 다물며 녀석의 뒤를 따를 뿐이었다. 9서클의 대 마법사가 고작 저런 녀석에게 조롱을 들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며 살심이 들었지만 어쩌라, 지금은 귀신, 즉 영혼의 상태 인 것을..... ‘젠장, 정말 짜증나는 군.....죽이고 싶다.’ 제현은 속으로 살심을 참으며 녀석을 노려 볼 뿐이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스스스스 몸에서는 살기가 뿜어지며 녀석의 등을 옥좌하는 게 아닌가? “그, 그건 도데체....? 어찌 영혼의 상태에서 살기를....” “하하하! 길이나 안내 해라, 멍청한 녀석!” 제현은 살기는 그대로라는 생각에 만면에 웃음꽃이 피며 녀석에게 길을 재촉했다. 그래봐야 살기라고 생각할 테지만 그것 크나큰 오산이다. 살기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 가? 그것처럼 과다한 살기를 내 뿜는 다면 평범한 사람이나 저런 녀석쯤은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 제현이었다. 그리고 저승으로의 길이 편안해진 제현이었다. 더 언더 월드(The Under World, 저승) ‘얼마나 가야 하는 거야.....’ 제현은 슬슬 지겨워 짐을 느꼈다. 색다른 광경을 보느라 정신이 없을 때와는 달리 같은 길, 같은 모양의 벽들로 가득 차 있는 길이 슬슬 지겨워 진 탓이다. 하지만 그때, 저승사자가 앞에 보이는 새빨간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문이 저승과 이승을 연결하는 생사(生死)의 문이다. 그리고 이 문을 통과하는 순간,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경계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죽은 자의 강이라고 불리는 곳이지...그곳을 지나야만 진정한 명계라고 하는 심판의 땅으로 들어가 환생과 업을 청산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군.” 새빨간 생사의 문을 지나자 커다란 평야가 있었고, 평야에는 수많은 영혼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그들은 강둑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배에는 저승의 뱃사공과 수십의 영혼이 한 번에 오고 갈수 있을 정도의 큰 배가 있었다. 작은 어선 같은 크기였기에 타고 갈수 있는 수는 대충 수십 명에 불과했지만 유일하게 타고 갈수 있는 장치가 그 배였기에 누구도 불만을 토로하는 자는 없었다. 그저 묵묵히 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제현은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며, 자신이 지나온 생사의 문 외 에도 두 개의 생사의 문이 더 있다는 것을 확인한 제현은 호기심이 동했다. 그 생사의 문에서는 각인각색의 인종이 걸어 나오고 있었고 또한, 이상하게 생긴 인간도 눈에 들어왔다. “각인각색(各人各色)....장관이군.” “장관이고 나발이고, 나에게는 지겨울 뿐이다. 어쨌든 순번이나 지키도록....” 제현을 인도하던 저승사자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천천히 모습을 감추었다. 처음 볼 때도 신기했지만 점점 몸의 기척과 신형이 사라지는 것은 무척이나 신기했다. 몸이 투명해지며 흩날리듯이 사라지는 모습은 평생가도 잊지 못할 것이다. “자, 줄이나 서 볼까?” 그 모습을 본, 제현은 줄의 제일 끝으로 자리로 옮겼다. 한참을 기다려도 배를 타는 줄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꽤 오랜 시간을 더 기다려야 제현의 차례가 올듯했다. 그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제현은 시선을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었다. 동양인, 서양인, 흑인, 백인, 황인 너나 할 것 없이 이곳에 모두 모여 있었다. 최근 들어 수많은 사람들을 보아왔다고 자부하는 제현이라도 이정도의 사람이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제현은 그렇게 주위를 살피다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세 곳의 문에서 두 곳은 인간만이 나오고 있지만 한곳의 문에서는 귀가 긴 사람, 즉, 엘프처럼 보이는 자가 들어오고 있었고 키가 작은 자, 즉, 드워프처럼 보이는 자도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제현은 약간의 의문이 들어 옆으로 지나쳐 가는 엘프 처럼 보이는 자를 붙잡았다. 그자는 초록색의 눈동자와 초록빛이 나는 머리칼을 소유한 미남이었다. 키도 190정도로 보였기에 제현은 약간 고개를 들어 말을 걸었다. “혹시 엘프?” “나를 아나? 인간?” “그냥 궁금해서 붙잡았습니다.” “죽으나 사나, 역시 인간들이란.” 제현은 순수하게 호기심으로 붙잡았지만 엘프의 남자는 냉소를 머금으며 중얼거리듯 말했지만 그것을 노칠 사람이 아닌 제현은 모든 것을 들었다. 녀석의 말하는 투나 행동을 종합 해볼 때 엘프가 맞았다. 또한, 세 개의 문중에서 가운에 있는 것이 엘프가 나온 곳이었고, 그 왼쪽에 있는 곳이 제현의 세계가 있던 곳이었다. 마지막으로 오른편 가장자리 구석에 있는 곳에서는 동양인만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또한 이상한 점은 그들은 무표정한 얼굴과 곧은 자세를 유지하며 일정한 발걸음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간혹 어깨라도 부딪힐 낫이면, 사나운 얼굴을 하며 째려봄은 물론 살기까지 내비치는 것이 여간 내기가 아니었다. “네 녀석, 카르마(이승의 업 : 業)가 지독할 만큼 높군.” “뭐라고?” “모르나 본데, 인간. 모든 카르마를 청산 하려면 최소 900년 이상은 지옥에서 보내야 겠군...후훗” 엘프는 그런 말을 하고는 천천히 제현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분명 제일 끝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라는 작은 추측만 있을 뿐이었다. “어이, 거기! 줄을 이탈 하지 마라!” 저승사자는 줄밖으로 약간 삐져나온 제현을 보자 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런 제현을 한번 훑어보더니 휙 하고 사라져버렸다. 이젠 너무 익숙해진 광경이었다. 영혼이 들어오고 배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너무 익숙해 지겨울 뿐이었다. 줄은 굉장히 느렸다. 끝도 없이 수많은 영혼들 때문이기도 했지만 배의 속도 역시 느린 탓에 줄은 끝도 없었다. 아무래도 금방은 들어가기 힘들 것 같았다. 후우ㅡ 제현은 한숨을 풀 내쉬었다. “이래서 언제 저승의 문턱을 밟아 보냐....” 새치기를 하고픈 마음도 있었지만 엄연히 규칙이라는 틀과 저승사자의 사나운 눈초리를 더 이상 보기 싫었기에 묵묵히 서 있었다. 자신의 살기에 길을 열어 주겠지만 더 이상 그런 짓을 하지 않고 묵묵히 있자는 생각이 많았기에 가만히 서 있었다. 무엇보다도 현생에서 깨달은 것이,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것은 비겁하다! 라는 인식이 강했기에, 무엇보다도 제현 그, 자신도 당해 보지 않았던가? 그렇기 때문에 묵묵히 서 있었다. “야이 개 세끼! 누가 새치기를 하래!!” 퍽!! 하지만 제현의 생각과는 정반대로의 행동을 하는 자가 하나가 있는 듯했다. 뒤에서 들린 시끄러운 소리에 제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앞을 향했던 몸은 뒤쪽으로 향해 틀어졌다. 서서히 앞으로 이동하는 하나의 영혼, 단단한 체격에 투박하고 무쇠 같은 손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그 손에 맞고 날아간 영혼은 바닥에 넘어지며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정신을 잃고 있었다. 영혼 상태라도 물리적인 공격이 되는 것인지 이따금씩 움찔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또한 안면은 얼마나 흉악하게 생긴 것인지 그 외모를 본 다른 영혼들은 슬금슬금 새치기를 하는 사내에게 길을 내주고 있었다. “비켜, 비키라고!” 그 흉악한 녀석이 제현의 뒤 까지 다가와 있었다. 수십의 눈동자, 아니, 모든 영혼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슷한 덩치였지만 단단한 체격, 흉악한인상의 사내와 제현, 누가 보아도 제현이 밀릴 입장이었지만 제현은 그 자리에서 움직일 줄 모르고 있었다. “뭐하는 거냐?” 제현은 조금씩 옆으로 밀려나는 자신의 몸을 보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그 사내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 사내는 제현을 보고 깜짝 놀라며 뒤로 약간 물러나 있었다. 그리고 커지는 눈동자, 아무래도 그 사내는 제현을 아는 듯한 눈초리였다. “조...조제현!!” 그는 깜짝 놀랐다는 듯이 제현을 가리키며 놀라고 있었다. 녀석은 반듯한 무복 차림이었는데 아무래도 나의 손에 죽은 중국 놈 중 하나였던 모양이었던 것 같았다. 어찌 시간이 지난 후에 이곳에 온 것인지 몰랐지만 저승이니 그러려니 생각한 제현이었다. “어째서, 멀쩡하게 살아서 우리, 불사교를 괴롭히던 녀석이 이곳에!” “......?” 그는 놀라워하며 외쳤다. 그 말에 줄을 서고 있던 많은 영혼들이 흉흉한 기세를 내뿜었다. 또한 깜짝 놀라는 영혼도 많았다. 대부분 중국인으로 보이는 동양인들이었다. 그들에게는 제현은 절대적인 적이었고 피해야 할 상대였다. 현생에서의 능력은 능히 한 지역은 물론 거대한 땅 덩이의 중국의 지도까지 바꿀 정도였으니 말 다한 것이었다. “네놈, 누구냐?” “크윽! 이 놈이!” 파악!! 그 사내의 커다란 손바닥이 제현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현은 옆으로 살짝 물러서며 사내의 손바닥을 피해내며 다시 물었다. “네놈 누구냐....” 싸늘한 제현의 말에 더욱 열이 뻗힌 것인지 연속으로 제현을 공격했지만 제현은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피하고 있었다. “허억...허억...! 쥐새끼 마냥 잘도 피하는 군. 죽은 뒤에는 능력을 사용 하지 못하는 것인가? 조제현?” “그러니까 네놈이 누구냐....워낙 기억에 남는 녀석이 없었던 지라....아마 네놈도 찌꺼기 같은 녀석이겠지?” “이 놈! 불사교의 천유! 천유를 잊은 것이냐?!” 불사교의 천유라면 제현에게 작은 수모를 주었던 놈이었다. 불사교에서 높은 직책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그의 실력도 월등했지만 제현에게 각성이라는 작은 길을 열어 주었던 녀석이었다. 그는 유성마검이라는 검법을 익힌 자였고 상당한 경지에 올랐기에 불사교 내에서도 높은 직책과 명성이 뒤를 이르고 있었지만 마유라는 당문의 암기술을 배운 여자와 함께 제현의 학교에 찾아와 시비를 걸던 녀석들이었다. 산공독에 당해 있던 제현이었지만 극적으로 녀석들의 도움으로 각성이라는 작은 힘을 얻음으로써 녀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이었다. 그 후, 천유라는 자에게는 제현은 잊을 수 없는 원수였다. 게다가 자신의 손을 잘라 버린 장본인 역시 제현이었기에 불사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까지 갔었다. 결국, 마지막 보옥전쟁이라는 곳에서 싸늘한 시체가 되어 죽고 말았다. “개 새끼! 비록 현생에서는 졌지만 저승에서는 엄연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죽어라!!” 천유의 주먹이 제현에게로 쏟아졌다. 생전의 무공을 잊지 않았다는 듯이 그의 손놀림은 마나가 없음에도 빠르고 정확하게 사혈을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제현은 이미 그의 움직임을 알고는 작게 목을 감싸며 다른 손으로는 녀석의 허점인 오른팔, 즉, 휘두르는 녀석의 어깻죽지를 향해 오른 손을 빠르게 휘둘렀다. 퍽!! “이....이럴수가!” 가볍게 천유의 주먹을 막은 제현, 천유는 그런 제현을 보며 크게 놀라고 말았다. 아무리 제현이라고 할지라도 죽은 상태에서 마나를 끌어 올리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제현에게 공격을 했지만 이렇게 너무나 쉽게 막힌 것이다. 게다가, 녀석의 눈에서는 현생에서 볼 수 있었던 붉은 빛이 감도는 눈빛을 보는 순간 심장이 얼어 버릴 듯 한 느낌을 받았고, 순간 움직일 수 없었다. 순간의 찰나에 일격을 허용한 천유는 어깨쪽의 뼈가 탈골되며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어....어떻게! 마나가 없음에도 나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지?” “네놈 따위가 휘두르는 팔에서 살기의 흐름이 보일뿐...” “이 놈!” 천유는 크게 화를 내며 자신의 절기인 유성현신(流星現身) - 섬(閃)의 수법으로 주먹을 아래에서 위로 처 올렸다. 워낙 빠른 검술이었기 때문에 주먹 역시 섬광과도 같은 속도로 빠르게 날아들었다. 이미 영혼이 되어 생전의 잘린 팔로 인해 흩틀어져 있던 몸의 균형은 온데간데없었기에 천유의 주먹은 강맹했고 빨랐다. 비록 마나의 힘을 빌릴 수는 없지만 생전의 검로와 펼치는 유성마검은 일반인의 주먹보다 훨씬 강했다. “아까도 말했을 텐데....살기가 보인다고.” 짜아악!! “크으으윽” 제현은 슬쩍 천유의 주먹을 피하며, 손바닥을 쫙 펴며 녀석의 뺨을 때렸다.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주위의 영혼들도 모두 들을 정도였다. 그 모습에 다른 불사교도들도 약간 움찔하며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으으으으ㅡ 바닥에 쓸어지는 천유의 왼팔을 들어 올린 다음 나는 인정사정 볼것없이 그대로 수직으로 발을 내려 찍었다. 우지직!! “크아아악!!” 팔은 기이한 각도로 틀어지며 꺾여 버렸다. 한마디로 잘 부러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듯한 각도였다. 천유는 부러진 왼팔을 부여잡고는 비명을 질러댔다. 그 모습은 마치 영혼이 소멸하는 듯 한 비명이었다. “아아아악!!” “시끄럽다. 더러운 입, 다물어라” 퍽!! 제현은 다시 다리를 들어 녀석의 안면에 위치한 입을 그대로 찍어 눌러 버렸다. 그러자 녀석은 부르르 떨던 몸이 천천히 멈추며 기절해버렸다. 그런 제현의 잔인한 처사에 모두들 크게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간혹 엘프같은 이계의 족속들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이계의 인간도 역시...’ 라는 말을 내뱉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짜증나는 군!” “무슨 일이냐!!” 저승사자들은 시끄러운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영혼의 상세한 상황설명에 저승사자는 간략하게 추리를 할 수 있었다. 여러 영혼의 말로는 제현이 한 불쌍한 영혼을 괴롭혔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거기, 우리들과 같이 가야겠다.” 제현은 모든 상황 설명을 듣고는 불사교 녀석들을 한차례 노려 본 후, 코웃음을 쳤다. “웃기는 군. 저 녀석들은 같은 동료야. 그것만 듣고 내가 네놈들을 따라 갈 것 같아? 나는 여기서 배를 기다릴 테니, 끌고 가려면 네놈들이 한번 데려가 보시지!” 제현은 좋지 않게 돌아가는 상황임에도 당당하게 외치며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이미 궁지에 몰린 상황이기에 더 이상 눈치 볼 필요도, 격식을 차릴 필요도 없었다. “저....저놈이!!” 저승사자들은 분노하며 제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점점 않 좋게 돌아가는 상황에 눈살을 찌푸리는 제현이었지만 어쩌랴. 이미 엎질러 진 물인 것을..... 더 언더 월드(The Under World, 저승) 저승사자들은 사기(死氣)를 뿜어내며, 제현에게 달려들었다. 제현은 그런 저승사자들은 보며, 작게 몸을 비틀며 저승사자들의 손과 발을 피해냈다. 저승사자는 자신들의 사기와 공격들을 피해내는 제현을 보며 크게 놀라워했다. 현생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 저승이라는 패널티가 있는 상태에서 피해내는 몸놀림이 예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만약 현생에서의 능력을 고스란히 사용 할 수 있다면 자신들은 분명이 죽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자 창백한 얼굴이 더욱 더 창백해졌다. “한눈팔면 안 되지!” 제현은 멍하니 있는 저승사라를 보며, 소리를 지른 후, 약간의 틈 속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주먹을 휘갈겼고 각자 한 대씩 때려주었다. 퍽, 퍽퍽! 주위를 감싸고 있던 네 명의 저승사자들은 제현의 주먹에 맞고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아무렇게나 휘두른 주먹에 맞고 쓰러지는 모습에 주위의 영혼들은 크게 당황해 하며 제현을 경계하고 있었다. 자칫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지 않을까 걱정된 탓이었다. “크아! 저 저, 놈이!” 저승사자는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듯이 일어났지만 화가 단단히 난듯했다. 그리고 그들은 화를 크게 내며 제현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방심하지 않겠다는 듯이 각자의 특기를 살려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움직임을 보며 주고 있었다. 녀석들은 무슨 진법을 사용 하는 것인지 눈으로 쫒기 힘들 정도의 빠르기로 이동하고 있었다. 영혼이 반항 할 시에 사용 하는 진법 인 듯 했다. 또한, 상당히 훈련이 된 듯, 각자의 포지션에 맞게 움직이고 있었다. 꽤나, 정교한 진법이었다. 동체시력이 많이 발달한 제현조차 당황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금방 진법의 약점을 발견한 제현은 조심스럽게 바닥의 흙을 집어 올렸다. 쏴아악!! “크윽!” 신형이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고 있었기에 움직임은 쉽게 잡을 수 있었다. 같은 자리에서 나타났기 때문에 빈틈이 생긴다는 것을 깨달은 제현은 그곳에 나타날 저승사자를 향해 힘껏 흙을 던졌다. 그러자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 진법을 보며 제현은 회심의 미소를 지은 뒤 빠르게 앞으로 쏘아졌다. 퍽! 가벼운 주먹 휘두름이었지만 블러드 네일의 사용할 때 터득한 빠르고 몸의 무게를 실는 방법으로 녀석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려꽂았다. 그러자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는 진법과 저승사자는 저승의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이럴 수가! 사사귀행진(死乍鬼行陳)을 이렇게 쉽게 깨트리다니!” 죽은 귀신이 펼친다는 건가? 한자를 잘 모르는 제현이기에 해석은 불가능 했지만 참 멋대가리 없는 진법이었다. 제현은 저승사자를 보며 손을 한차례 턴 후,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하늘로 치솟는 가운데 손가락 까딱, 까딱 “자자, 이제 슬슬 쪽수로 밀어 붙여야 하는 거 아니야? 저승을 수호하는 저승사자 나리들....?” 저승사자들은 기가 막혔다. 죽어서 영혼이 된 주제에 이정도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녀석, 그리고 자신들이 심판을 내려야 할 자신들이 대려 심판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어이 상실은 물론, 자신들의 직분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정도였다. 게다가 녀석은 혼자, 하지만 저승사자는 대충 봐도 여섯에서 여덟 정도였기에 그 자신이 불리 할 것은 한눈에 봐도 뻔했다. 또한, 아무리 영혼의 상태라도 엄연히 체력이라는 것이 존재 했기에 차륜전으로 나간다면 저승사자가 이길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오냐! 한 번 더 해보자!” 저승사자 중 한 녀석이 조용히 사라졌다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그 뒤로 십여 명 정도의 저승사자가 더 몰려왔기에 그 수는 열여덟 정도나 되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밧줄 같은 동아줄이 있었는데 그곳에 적힌 글자가 봉절(封切)이라는 글자가 명확히 새겨져 있었다. “네놈을 이 밧줄로 봉절 시키겠다!” “봉절? 무슨 절이냐?!” 키키킥 주위에 있던 영혼들도 어이없는 제현의 대꾸에 킥킥 거리며 웃어 대고 있었다. 하지만 위압감 넘치는 저승사자의 모습에 웃던 얼굴을 지우며 다시 조용해지고 있었다. “봉절대행진(封切大行陳)을 펼쳐라!” 18명의 저승사자들은 제현의 주위를 감싸며 흩어지고 있었다. 예의 사사귀행진처럼 각자 기척을 죽이며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틀린 점이라면 빠르게 모습이 사라지지 않고 서서히 사라짐과 동시에 천천히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또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밧줄에서는 검은 색의 사기가 뿜어지며 제현을 압박하고 있었다. “봉절대행진, 발진(發陣)!” 파파팟! 18명의 저승사자들은 한순간에 제현에게 뛰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진은 하나의 사기를 만들어 내며 제현에게 몰아치고 있었다. “으, 이거 힘들겠는데?! 잡히겠어!?” 제현은 몸을 휘감는 동아줄의 느낌을 받으면서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근 3년 동안 수많은 전투를 겪었지만 이정도로 정교한 진법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불사교의 진법을 수도 없이 파훼했지만 이정도로 어렵고 몸을 구속하는 진법은 없었다. “차아앗!” 저승사자들이 만든 사기의 힘은 하나로 뭉쳐 제현을 압박하고 있었다. 상대의 죽음을 취하는 진법이 아니었던지 제현은 조금씩 몸이 묶여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차륜(車輪)의 방법으로 진을 펼쳐 조금씩, 조금씩 상대의 움직임은 물론, 상대의 투기까지 잠재우고 있었다. 그리고 뭉처진 동아줄이 제현에게 쏘아졌다. 솨아아악! 퍽! 퍽퍽! 제현은 그런 동아줄을 보며 주먹으로 힘껏 처냈다. “크으, 주먹이 아리군!” 놀랍게도 사기에 들어간 사기는 소드 오러와 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자신의 손이 날아 갈 판이었지만 제현은 적절하게 힘이 약한 부위를 골라 처냈기에 다행히 주먹이 잘리는 일은 없었다. 다만, 주먹이 부어 올랐지만 조금은 더 사용 할 수 있을 듯했다. “놀랍군!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다시 간다!” 그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우람한 체격의 저승사자가 외치자 그들의 움직임은 다시 한번 시작되었다.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움직임이었다. 게다가 사기(死氣)역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나의 검은 구 처럼 그들의 중심에 나타나게 되었다. 제현은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블랭크 디스토션의 묘리 중에서 중첩의 묘가 사용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서 크게 놀라고 말았다. “블랭크 디스토션?!” 놀랍게도 그들은 블랭크 디스토션과 비슷한 것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제현이 느끼기에는 저승사자들 각자마다 상당한 힘을 소유 한듯했다. 영혼의 상태임에도 불구하도 피부에서 짜릿한 느낌이 들자 제현은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끝이다! 얌전히 잡혀라!” 저승사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은 색의 구체는 빠르게 제현에게 쏘아졌다. 그리고 순간 검은 구가 넓게 퍼지며 제현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더 언더 월드(The Under World, 저승) 불사교의 무극살상진(武極殺傷陣)과 비슷한 원리의 진법이었다. 물론, 봉절대행진(封切大行陳)은 더욱 진화한 진법이라 할 수 있다. 무극살상진만 하더라도 상대를 중앙에 가두어 일격에 필살의 공격을 펼치는 수법으로 상당히 애를 먹었던 진법이었다. 또한, 봉절대행진은 무극살상진과는 다르게 사로잡기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공격이 없는 대신 팔 방위를 점하여, 몸을 묶는 수법이기에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놀라워.” 물론 목표를 사로잡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어느 정도의 파괴력도 가지고 있는 진법이었다. 그 파괴력 역시, 강했기에 제현은 지금 고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에 제현은 크게 긴장하며 피하기에 급급했다. “받아랏!!” 몇 개의 동아줄을 쳐 낸 제현은 서서히 몸이 피로해짐과 발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을 알고는 그대로 진의 외각에 위치한 저승사자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아슬아슬하게 한 자락의 동아줄을 피해낸 제현은 그대로 발차기가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파앙! “크윽!” 제현은 페이드 스텝으로 살짝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이미 앞으로 쏘아진 발을 되레 회수 할 수는 없었다. 수십 가닥의 동아줄이 발에 얽히고설키면서 제현의 몸을 꽁꽁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제현은 이를 악물고 동아줄을 끓으려 용을 섰지만 도무지 동아줄은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점점 제현의 몸을 조이고 있었다. 그야 말로 완벽한 봉절이었다. 여기서 포기한다면 제현은 크게 낭패 볼 것이 뻔 하기에 몸부림을 쳤지만 더욱 몸을 조일 뿐이었다. 꽈악! “크으으” “그만 이 녀석을 연행해라!” 제현은 더욱 조여 오는 동아줄의 힘에 서서히 정신을 놓고 있었다. 그리고 히미 하게 들리는 저승사자의 말에 제현은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상당히 많은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했기에 자연적으로 기절까지 가게 된 것이다. 그것도 약하디 약한 영혼의 상태에서 충격을 받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질질질ㅡ 의식을 잃은 제현의 몸은 저승사자의 손아귀에 끌려가며 차가운 바닥의 배에 옮겨 실어졌다. 그리고 천천히 저승의 배는 저승의 문턱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수십 명의 저승사자를 대동한 대 이동이었다. 그만큼 제현의 반항이 심했던 탓이리라. 출렁, 출렁, 쏴아아! 한 시간을 배를 타고 갔을 까. 웅장하고 거대한 붉은 색의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두 명의 신장(神將)이 두꺼운 창칼을 쥐고 문을 막아서고 있었다. 저승사자들은 감흥이 없다는 듯이 조용히 무어라 중얼 거리며 신장에게 말했고 곧 승낙의 표시로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끼이이익! “으윽!” 요란한 소리에 정신이 들기 시작한 제현은 주위의 환경이 변해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경계태세로 주위를 살폈지만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동아줄을 생각하며 경계를 풀었다. 이미 잡힌 탓도 있지만 더 이상 손쓸 힘도 없었고 이상한 방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는 이제야 때가 되었구나라고 생각 한 것이다. 뚜벅뚜벅 그렇게 질질 끌려가는 것도 한참이 지났을 까. 거대한 문이 눈앞에 들어왔다. 그곳에 적힌 글은 염라전(閻羅殿)이라고 적혀 있었다. 잠시후 저승사자가 급히 문을 열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염라대왕(閻羅大王)이시여!” 저승사자는 바짝 긴장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말에 뒤를 따라온 수많은 영혼들은 바짝 긴장하며 고개를 숙이거나 부복하였다. 오직 부복하지 않은 영혼은 제현 하나뿐이었다. 제현은 흥미롭다는 듯이 눈앞의 염라대왕이라는 자를 쳐다봤다. “고개를 들라.”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바짝 긴장하며 부복해있던 저승사자와 영혼들은 고개를 들어 눈앞의 사람을 보고 있었다. 약간 앳된 목소리, 하지만 영혼을 끌어 당기는 듯한, 그리고 그 영혼을 지배하려는 듯 한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염라대왕이시여, 영혼들은 인도해왔나이다!” 염라대왕은 드x곤볼에서 처럼 덥수룩하거나 거대한 몸집이 아니었다. 되려, 염라대왕은 산뜻한 미청년의 모습이었다. 자칫 다르게 본다면 앳된 모습이기도 하겠지만, 제현의 눈에는 미청년으로 보일 뿐이었다. 붉게 타오를 듯 한 검붉은 머리카락과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홍안(紅顔), 또한 무엇이든 꿰뚫어 보거나 태울 듯 한 정렬적인 눈빛이었다. 그런 염라대왕의 얼굴에는 오만한 미소가 어려 있었고, 굉장히 단련을 했는지 옷 속에 감춰진 근육이 율동하고 있었다. “네가 삼계의 문에서 소란을 피운 자인가?” “그렇다.” “아니, 감히 대왕께!” 존경이나, 두려움 따위는 전혀 없는 것인지 명계의 지배자인 염라대왕에게 오만불손한 제현의 말에 저승사자들이 크게 노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제현은 그런 저승사자의 무리를 보며 살기를 내뿜으며 더욱 반항했다. 저승사자들은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살기에 살짝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현은 속으로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염라대왕의 단순한 말 속에 거대한 사기(死氣)가 담겨 있었기에 저승사자의 사기에도 당당히 어깨를 펴고 있던 제현조차 긴장하게 만들 정도로 거대한 힘이었다. 하지만 제현이 누구인가? 비록 죽은 몸이라고 할지라도, 현생에서는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인 자가 아니었던가. 현생에서는 그야 말로 누구도 범접 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소유한 자였다. “재미있군, 영혼주제에 나의 기운을 고스란히 견뎌 내다니. 1계의 조제현이라고 했던가?” “!!” 수많은 영혼 중에서 어찌 제현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순간 제현은 당황하고 말았다. “나를....아나?” “네놈이 죽인 인간의 숫자만 해도 헤아릴수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야. 또한, 간접적인 피해 역시 엄청난 숫자! 네놈 때문에 고생한 것만 해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 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살심을 참지 못해 죽인 수만 해도 엄청났기에 제현은 수긍했다. 또한 제현은 자신의 적에게는 잔혹한 살인마처럼, 철저하게 적을 멸살시켰다. 설사 직접 손으로 죽이지 않았더라도 태풍과 헤일, 지진과 같은 힘을 이용해 죽인 숫자도 만만치 않았기에 그 수는 엄청났던 것이다. “그래서....날 지옥이라는 곳에 보낼 생각인가?” 제현은 살기를 내뿜으며 사납게 염라대왕을 노려봤다. 그 말에 염라대왕은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늘씬한 여자의 미소가 아니라 사악한 미소였다. 마치 지난날의 과다한 업무의 스트레스를 풀겠다는 듯 한 모습이었다. “잘 알고 있군. 네놈의 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고, 그 1세계에서의 허용 범위의 힘을 능가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힘이 있다면 그에 따른 의무가 있는 법.” 염라대왕은 호기심에 가득한 눈빛으로 제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자신은 염라대왕이라는 직책에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전대의 염라대왕에게서 배운 것이 많았다. 수많은 영혼 중에 특별한 영혼, 간혹 무림인이라는 특별한 존재가 자신을 즐겁게 했지만 이처럼 특이한 녀석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죽은 후에도 고스란히 살기를 내뿜고 있는 녀석의 눈빛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말이 많아지는 염라대왕이었다. “네놈은 그것을 저버리고 세상을 어지럽혔다. 다만, 세상을 구하려는 마지막 행동에 죄를 감산해 1천년을 지옥에서 보내는 것으로 죄를 묻지 않겠다.” “또한, 육체를 줌과 동시에 심장에 기운을 쌓을 수 없도록 진을 세기도록 하겠다.” 염라대왕은 제현의 명부첩(名簿牒)을 상세히 보며 심판을 내리고 있었다. 장난기 많아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자신의 업무는 철저하게 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형벌이라고 할 수 있는 지옥행이 정해진 제현은 이미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대왕! 그건 너무나 가혹한 처사가 아니온지요? 지옥의 고통을 주기 위해서 육체를 주는 것은 이해하오나, 기운을 모을 수 없게 한다는 것은 과한 처사인줄 아옵니다. 대왕!” 한 저승사자가 앞으로 나서며 염라대왕에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염라대왕은 요지부동, 저승사자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그런 저승사자를 보며 더욱 성을 낼 뿐이었다. “어허! 나 염라의 결정이 그렇게 하찮은 가!” “그, 그것이!” 염라대왕의 노호성에 저승사자는 꼬리를 내리고는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명계에서 저승사자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그만큼 저승사자들은 염라의 말에 죽고 사는 인물들이었던 것이다. “조제현은 들으라. 너의 죄를 중히 여겨, 최악의 죄인을 모으는 무간지옥에 가둠과 육체를 주어 고통의 나날을 보내게 할 것이다. 또한, 너의 능력은 능히 세상을 어지럽힐 정도로 대단하니, 영혼의 낙인을 찍어, 심장에는 어떤 기운도 받아들이게 할 수 없게 할 것이다.” 엄중하고 날카로운 염라대왕의 말에 주위의 영혼들 까지 놀랐다는 듯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자신들 역시 그런 판정을 받게 될까봐 두려운 탓이리라. 그만큼 염라대왕의 판정은 무서울 정도로 가혹한 처사였다. “그만 저 악한 영혼을 무간지옥으로 향하는 문으로 끌고 가라!” “예...” 장장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에 펼쳐진 판정의 끝은 이렇게 끝나 버렸고 제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염라대왕을 노려 볼 뿐이었다. 그만큼 그의 판정이 엉터리임을 잘 아는 제현이었기에 한 행동이었다. 마치 원수를 죽일 수 없어, 그 원한을 끝까지 눈동자에 담으려는 듯 한 행동이었다. “가자.” 제현은 저승사자의 말에 순응 하지 않겠다는 듯이 몸부림을 쳤지만 두 명이나 되는 저승사자에 의해 염라전의 외각에 위치한 작은 문으로 질질 끌려 나가고 있었다. 더 언더 월드(The Under World, 저승) “젠장!!!” 제현은 이를 갈면서 중얼거렸다. 무간지옥이라는 곳을 더불어 마나를 모을 수 있는 심장의 마나 홀을 영원이 사용 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난 탓이었다. 영혼의 낙인이 등에 찍히자 얼마나 고통스러웠던가? 그 고통은 영혼이 소멸 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자네도 불쌍하군. 영혼의 낙인이라니. 그건 환생해서도 남지. 그 영혼의 낙인에 걸린 부위는 병으로 나타 날 걸세.” 저승사자의 말에 나는 눈썹이 기이하게 휘어졌다. 녀석의 말을 들으니 심각한 문제였다. 낙인의 속박에 걸린 부위는 장애나 병으로 나타난 단다. 간혹 사람들이 겪는 심장병이나. 태어 날 때부터의 장애 같은 것이 제현, 자신에게 걸린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하지만 운이 좋다면 마나만을 쌓지 못하고 살아간다고 하니 위안 아닌, 위안이 되어 버렸다. 부르르르ㅡ “아, 나는 급한 일이 있으니, 자네가 마저 후송하게...” 한 저승사자의 동아줄이 부르르 떨리자 걷던 걸음이 딱 멈춰졌다. 두 저승사자는 무슨 대화라도 나눴다는 듯이 각자 할 말을 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한 저승사자가 사라지자 그나마 대화를 나누던 저승사자가 없어져 버렸고, 주위는 삽시간에 조용해져 버렸다. “저곳이, 무간지옥의 문이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무간지옥의 문이라는 듯이 강렬한 인상의 문이 나타났다. 검은 흑룡의 그림과 불타는 대지의 모습이 그려진 문이었다. 그리고 저승사자가 주문 같은 것을 외우자 서서히 문이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문은 열림과 동시에 이상한 게이트 같은 것이 열리며 회오리가 치듯이 회전하고 있었다. 제현은 약간 긴장 한 것인지 창백한 얼굴이 되어 버렸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듯이 회전하는 회오리 속에서 붉은 눈동자가 비친 탓이었다. 마치 현생에서 보았던 몬스터의 눈동자처럼 사악하기 그지없는 눈이었다. “자, 들어가라.” 툭! 저승사자는 제현의 멍한 모습을 본 것인지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제현의 등을 툭 치고 있었다. 하지만 꼽작도 하지 않는 제현의 모습에 손수 문 앞까지 끌고 가서야 제현은 정신을 차렸다. “이봐....마지막으로 부탁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좋다.” 저승사자는 제현의 얼굴에 보이는 혼란과 두려움을 보고는 순순히 제현의 부탁을 들어 주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은 크나큰 실수이자 과오였다. “여기 묶여 있는 동아줄을 풀어 주지 않겠나? 스스로 걸어 들어가겠다.” 부르르 아직도 떨리고 있는 제현의 안쓰러운 모습을 본 것인지 저승사자는 군소리 없이 천천히 제현의 몸에 속박되어 있던 동아줄을 풀고 있었다. 그 속박을 푸는 행동은 간단했다. 동아줄에 손을 가져다 대며, ‘풀어져라’ 단 한마디뿐이었다. 저승사자의 행동에 순식간에 동아줄이 풀어지며 제현을 속박하던 사슬이 사라져 버렸다. 제현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은 뒤 천천히 게이트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승사자를 보고며 미소를 지었다. 씨익ㅡ 대충 보아도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저승사자를 보며 빠르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저승사자를 잡은 손을 힘껏 당기며 게이트를 향해 던져 버렸다. 물론 저승사자는 “어엇“이라는 말을 하고는 붉은 눈이 타오르는 게이트로 떨어져 버렸다. 순식간에 빨려 들어 가버린 무간지옥의 문은 빠르게 닫혀 버리며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다시 찾아 온 정적을 깨듯이 제현이 빠르게 옆으로 쏘아지며 도망가고 있었다. 혹시나 이일이 들켜 추격이라도 있으면 큰일 나기에 어디로 숨어들어갈 생각이었다. 설사 환생을 하지 못한단 손치더라도 무간지옥이라는 곳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멍청한 저승사자!” 그 말을 남기고는 순식간에 무간지옥의 문을 벗어나고 있었다. 물론, 염라전이 있는 곳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도망가 했다. 순식간에 무간지옥의 문은 점점 작은 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제현은 모르고 있엇다. 다시금 무간지옥의 문이 열리며 초췌한 저승사자의 모습이 들어 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허억, 허억!” 제현에 의해 무간지옥으로 빠졌던 저승사자는 멀쩡한 모습으로 문을 통해 빠져 나오고 있었다. 사신의 특권인 문을 열고 닫는 것이 있듯이, 그곳을 빠져 나오는 방법 역시 있기 마련이다. 물론, 비밀리에 저승사자에게만 알려 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옥내의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다. 간혹, 이런 사태도 있었기 때문에 사신이 되는 과정에서 이런 것을 필수로 익히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염라대왕님에게.....” 저승사자는 힘든 기색임에도 염라전을 향해 힘껏 달려가고 있었다. 일단 제현을 잡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보고가 우선이었다. 저승사자는 지친 와중에도 놀라운 정신력과 투철한 직업의식으로 염라전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벌컥! “대왕!!!” “웬 호들갑이냐!?” 한창 영혼의 재판을 보고 있던 염라대왕은 갑작스런 외침에 짜증이 나며 사납게 고개를 돌리며 헐떡이고 있는 저승사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저승사자는 급히 숨을 죽이며 몸을 굽혔고 천천히 보고를 했다. “그것이....무간지옥으로 갈 예정이었던 조제현이라는 영혼이......” “뭣이라!” 모든 사정을 들은 염라대왕은 크게 노했다. 감히 저승의 길잡이인, 저승사자를 무간지옥으로 빠트린 것으로도 모자라 도주라는 행위를 했기 때문이었다. 염라대왕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간지옥으로 가야할 존재가 다른 곳으로 갔다. 그것도 저승사자를 무간지옥으로 밀쳐 넣고,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경력에 크게 누가 되는 것이기에 크게 노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저승사자가 하나였다고 하지만.....’ 염라대왕은 머릿속으로 수십 가지의 생각이 교차했지만 어째서 저승사자가 무간지옥으로 빠진 것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것도 포박된 상대에게 되레 자신이 빠지다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신장들은 들으라. 지금 명계의 비상상황임을 선포한다. 비록 하나의 영혼이지만 극악한 영혼임을 명심해라! 명계의 모든 곳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그를 잡아 무간지옥으로 보내라!” “옛!” 작은 목소리였지만 신장들은 다 알아 들었다는 듯이 빠르게 명계의 곳곳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또한, 사신들 까지 흩어지며 제현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흉흉한 눈으로 제현의 그림자라도 발견하겠다는 듯이 눈에 핏발이 선 모습이었다. 더 언더 월드(The Under World, 저승) “젠장! 도대체 언제?” 제현은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주위를 내다보니 사방에는 이미 저승사자들이 주위에 진을 치며 자신을 찾고 있었다. 모두 흉흉한 눈빛으로 조그마한 흔적이라도 찾겠다는 듯한 눈치였다. “일이 꼬여도 이렇게 꼬이다니.” 발각되었다가는 또 무슨 변을 당할지 몰랐다. 역시 어떻게든 도망을 쳐야 할 것 같은데, 애로사항이 상당히 많았다. 그만큼 제현으로서는 위험성이 큰 모험은 하기 싫었던 것이다. 현재 체력만 보아도 상당히 떨어져 있었고, 페이드 스텝은 마나를 사용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었기에 저승사자 몇몇과 부딪힌다면 필히 붙잡힐 것이 뻔했다. “하필이면 기운을 쌓는 곳에 영혼의 낙인이라는 것을 찍혀서는.....” 게다가 육체까지 받았기 때문에 육체적 고통은 더욱 심했다. 영혼 상태 일 때는 그나마 자잘한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모든 고통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손의 부상도 치료해야 할 것 같았는데, 그럴 시간이나 공간이 없었다. 현재로써는 감각만으로 저승사자의 포위망을 뚫고 달아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위는 저승사자가 쫙 깔렸으니 그마저 힘들 것 같았다. 아마, 조만간에 붙잡힐 것이 뻔했다. 녀석들의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사기나, 죽은 자의 영혼에 민감한 그들은 제현이 있는 곳을 빠르게 추적해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부스럭, “앗! 저기다!” “칫!” 제현은 몸을 날렸다. 예전의 육체를 얻었다고는 하나, 마나는 한줌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 다녀야만 했다. 만약 부딪힌다면 동아줄로 인해 다쳤던 손의 상처가 더욱 크게 도질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타탓! 한참을 그렇게 저승사자의 추격 속에서 달렸을 까? 어느 집이 눈앞에 들어왔다. 염라전과는 다르게 약간 소박한 감이 있었지만 웅장함은 염라전에 뒤지지 않았다. 꽤나 높은 지붕인데다가 그 지붕의 양식이 동양의 양식으로 만들어져 복잡하게 되어 있는 구조였다. 잘만 숨어 있다면 당분간 오랫동안 숨을 것 같았다. 또한, 그곳의 기와장이 크기 때문에 움직임에는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잠깐, 내가 그걸 왜 생각 하지 못했지?” 제현은 지붕위의 구석진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 순간 자신의 머릿속에서 스치는 생각이 자신의 의식을 깨웠다. 마치 그것을 잊고 있었다는 듯 한 모습이었다. “만오전서....내가 그걸 잊고 있었다니!” 만오전서, 조씨 가문에 내려오는 무공서와 같은 것이었다. 예전에는 마법이라는 능력이 있었기에 그다지 익힐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게다가 영혼의 낙인이라는 절대적인 패널티를 받은 이상, 그 상성에 반대 되는, 무공이라는 것을 이용해 단전이라는 곳에 기운을 쌓는 것이 유일한 길이었다. 게다가, 마나만 있다면 이렇게 힘들게 도주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만....심법, 심법.......” “저 지붕 위에 무엇인가 있다!” 가만히 심법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던 제현은 순식간에 따라온 저승사자들로 인해 다시 도망을 갈 수밖에 없었다. 한 저승사자의 말에 이미 시선이 집중 되었고, 곧 수많은 저승사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오고 있었다. 쾅! 꽈드득 제현은 심법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는 지붕의 바닥을 힘껏 발로 박찼다. 그러자 균열이 가기 시작한 지붕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살난 지붕의 구멍을 통해 안으로 쏙 들어갔다. “아니, 저곳은.....염라대왕님의 손님이 머물고 있는.....?” 저승사자들도 곧 따라 들어가려 했지만 그들은 조금씩 멈칫 거리고 있었다. 그곳에는 염라의 중요한 손님이 있는 것인지 신장과 사신들은 움직임을 멈추며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그만큼 염라대왕에 관한 것은 절대적이었기에 감히 침범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 할까요?” “칫! 염라대왕께 이 사실을 보고하라.” 한명의 사신이 대장으로 보이는 사신에게 다가가, 묻자, 대장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혀를 찻 다음 부하 사신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그 사신은 빠르게 발을 사용하며 이동하고 있었다. 사기를 이용한 것인지 제현을 추적할 때와는 다른 속도의 빠르기로 이동하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제현을 추격 할 때는 여러 방위에서 한곳으로 몰아가며 추격하고 있었기에 느긋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현의 돌발행동에 그만, 추격의 끈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 * * “휘유ㅡ 상당히 고급스러운 방이군.” 제현의 주위에는 고풍스러운 기와집의 모습과는 반대로 가지각색의 무기며, 방어구 같은 장식들이 걸려 있었고, 커다란 침대의 레이스까지 달린 것을 보면 여자의 침소처럼 보였다. 게다가, 구시대의 가옥과는 달리, 욕탕이 붙어 있어, 상당히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스르륵ㅡ “응?” 욕탕 안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났다. 혹시나 저승사자가 있을 것을 대비해 도주를 준비했지만 다행히 한 여자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달랑 수건 한 장을 몸에 걸친 체 걸어 나오는 여자의 모습에 약간 당황했지만 여전히 무표정에 가까운 표정으로 고쳤다. 똑, 똑. 바닥에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동방의 가옥과는 달리, 걸어 나온 여자의 모습은 이국적이었다. 긴 웨이브 머리에 금발을 소유한 여자였다. 눈동자 역시 금안을 가지고 있었다. 몸의 볼륨역시 이국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볼륨이 컸다. “흐음...침입자?” 탓, 차앗! 여자는 자신의 몸을 남에게 보인 것이 부끄럽지 않다는 듯이 수건을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면서 그대로 제현에게 달려들었다. 찰나의 순간 벽에 걸린 검을 빼든 여자의 손에서 출수된 검이 순식간에 제현의 목 언저리에 닿아 있었다. “큭!? 어떻게....?” 제현은 그 검을 피하기 위해 몸을 날렸지만 그 검은 마치 뱀이라도 되는 것처럼 검신이 휘어지며 제현을 따라와 목을 찔러 눌렀던 것이다. 목언 저리에서는 빨간 피가 솟아오르며,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자, 이야기 해 보실까? 어째서 이곳에 침입한 것이지? 저승사자들은 이곳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없는 곳이다. 보아하니.....네놈, 죽은 영혼이군!” 그 여자의 몸에서는 무형의 기운이 제현의 몸을 옥좌하고 있었다. 강한 기운에 몸이 묶인 제현은 바닥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기에 몸부림이라도 쳤지만 여자의 손이 목을 잡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이런, 내가 몰라봤군.” “뭐라고? 큭” 제현은 여자의 말에 반문을 했지만 목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느낌에 침음 성을 터뜨렸다. 그제야 여자는 목에 닿아 있던 검을 회수하며 자신의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었다. 옷이라고 해봐야, 로브 같이 생긴 검은 색과 하얀 색이 섞인 옷이었다. 그 옷에는 금빛의 용처럼 생긴 문양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평범한 의상이었다. “그나저나 의외로군. 900년 후에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눈앞의 여자는 씨익 웃었다. 비웃는 것과는 다른 웃음이었다. 마치 예전부터 지켜봐온 자를 직접 만난 것에 대한 반가움의 웃음인듯했다. 어느새 옷을 다 차려 입은 여자는 제현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제현의 이마를 쓰다듬으면서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물론, 쓰다듬는 말은 옳기 않았지만, 어쨌든 제현의 이마에 손을 얻고 있었다. “무, 무슨?!” 제현은 여자의 행동에 경계심이 생겼지만 자신을 해하려는 행동이 아님을 알고는 일단 가만히 있었다. 움직이려 해봐야, 무슨 수법에 당한 것인지 몸이 옴짝달싹 하지 않았지만. “누구지 네년은....!” 알 수 없는 여자의 행동에 분노가 솟아오르기 시작한 제현은 다짜고짜 여자에게 정체를 묻기 시작했다. “나? 혹시 이러면 알 수 있을 까? 체인지 보이스!” -나의 부탁하나를 들어 주지 않겠나? 그러면 더 이상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다. “.....!!!!” 제현은 여자의 말을 듣고 눈이 커질 대로 커지며 입을 벌렸다.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눈앞의 미녀가, 그것도 상당한 능력자가 자신의 계약자인 어둠이었던 것이다. “넌.....계약자?!” 제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저 금발의 여자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도통 이해 할 수 없었지만 평생가도 잊지 못할 그 목소리, 가래가 끓고, 쇳소리가 들리는 그 기이한 목소리를 기억해낸 것이다. 그런 제현의 표정을 읽은 금발의 여자는 갑작스럽게 웃음을 터뜨렸다. “후후, 아하하하!” “뭐지? 자, 부탁이라는 것을 말해라. 들어 줄 테니....” 제현은 짜증을 내면서 말했다. 일단 자신을 가지고 노는 듯 한 여자의 말이 거슬렸지만 일단 계약자였다. 더 언더 월드(The Under World, 저승) “부탁이라....당연히 네가 들어줘야겠지.” “그래서 네가 원하는 부탁은?” 짜증나는 여자였다. 제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그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자신의 계약자라면 저 정도의 거만함 정도는 약과라 할 수 있었다. 최소한 오만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네가 생각 하는 그런 단순한 부탁이 아니다. 너의 카르마를 다 청산한 후에나 가능한 일이지. 이래 뵈도 나는 제 2계의 신이니까. 그리고 규칙을 좋아하지.” “2계의 신? 규칙?” “그래, 2계의 신, 용신이었다. 비록, 그 엉터리 같은 주신이라는 작자 때문에 2계에 갈수도 없는 몸이지만.” 제현은 자칭, 용신이라는 여자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 와중에도 밖에서는 자신을 찾는 사신이나 신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 들이 닥칠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 답답할 정도로 여유로운 계약자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너의 사정은 내가 알 수 없지만 자, 부탁이라는 것을 말해라. 이래 뵈도 바쁜 몸이니까.” “그렇겠지, 명계의 질서를 깨는 너니까.” 제현은 계약자의 말에 심기가 뒤틀리는 것을 느꼈지만 꾹 참고 여자만 주시 하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지금은 아무런 힘도 없었기도 했지만..... “그렇게 한숨 내쉴 필요 없어. 지금부터 이야기 할 생각이었으니까......내 부탁은....” “네 부탁은?” “2계인 아덴에 봉인된 드래곤을 부활시키는 것, 그리고 중간계의 질서를 유지 하는 것이 나의 부탁이자, 너의 임무다.” “뭐라고?” 제현은 이해 할 수 없었다. 어째서 그런 거창한 부탁을 자신에게 하는 것인가? 아무리 2계에 갈수 없는 몸이라고는 하나, 신이지 않는 가? 하물며, 드래곤을 부활시키라는 것은 도통 이해 할 수 없었다. “아무튼 나의 부탁은 그것이다.” “헛소리! 그걸 내가 할 수 있을 거 같아? 신인 네 녀석이 하지 못하는 것을 내가 어찌.....” “그래서 네 녀석에게 능력을 줬지....강해 질수 있는....그건 나의 모든 것이 담긴 힘으로 만들어진 능력이다. 그것을 가지고도 못하겠다고?” 용신이라는 여자는 노기를 내뿜었다. 매우 화가 난 것이 분명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더없이 사나워 져 있었고 마치 눈앞의 제현을 죽일 듯 한 기세였다. 이에 제현은 크게 난감했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부탁을 받게 된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물론, 네, 능력은 그곳에서는 다 발휘 할 수 없다. 엄연히 그곳에서 사용 할 만한 능력이 되지 못하니까. 하지만. 몇 가지의 패널티를 부과 한다면 사용 못하지 않지.” “제길!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그래, 그 빌어먹을 능력으로 드래곤을 부활시킨다고 치자, 인간의 수명은 한정되어 있어. 그런데 중간계의 수호? 그게 하루아침에 될 거 같아?” 제현은 계약자의 말을 들은 채 만 채 하며 자신의 견해를 말하고 있었다. 제현으로서는 기가 막혀 돌아가실 일이었다. 게다가 계약자라는 작자를 보니, 제현을 보며 생글생글 웃고 있지 않은가? 아까 와는 상반된 표정이었다. 아마, 자신의 부탁을 들어 줄 것이라는 생각인 듯했다. “그래서, 무간지옥이 있잖아? 그곳에서 900년 썩고 있으면 자연히 네 할 일이 생길 거야. 너는 2계의 아덴 계에서 환생하는 거지, 그건 내가 다 해결 할 수 있지.” “웃기는 군. 무간지옥? 그곳에서 900년이나 썩으라고? 누구 좋아라고! 나는 그곳에 가기 싫어서 이곳으로 도망 왔다. 게다가 나는 영원히 마나를 쌓을 수 없는 몸이야. 봐, 영혼의 인장을!!” 아직도 생글생글 웃고 있는 계약자를 보며 제현은 상체에 있는 마법진 같은 것을 보여 주며 외쳤다. 하지만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눈빛을 한 계약자는 여전히 여유로운 눈빛이었다. “나도 눈이 있으니 그걸 못 알아 볼 리는 없지. 하지만 이미, 해결했잖아. 만오전서라는 것으로 해결 할 것 아니었어?” “.......” 제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생각을 꿰뚫어 보는 계약자를 보며 당황스러운 눈빛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그녀의 몸에서 은은한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우우우웅ㅡ “그럼 모든 거래가 성립 되었군. 나와의 계약은 절대적인 맹약, 나는 너에게 유희(게임)에서의 능력을 흡수하는 것, 하지만 2계인 아덴 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능력, 그 능력에 작은 패널티가 부여 될 것이다.” 계약자는 갑자기 이지를 상실 한 것처럼 어떤 감정도 느낌도 받을 수 없었다. 마치, 무슨 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보였다. 또한, 경건한 마음이 들며, 그녀가 내뿜는 금빛의 기운을 느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 순간, 나의 부탁을 이행하는 순간, 너와의 사슬은 끊어 질 것이다. 만약 그것을 이행하지 못한다면, 다음 생에서, 또 이행하지 못한다면, 다음 생에서 너의 의지를 집어 삼킬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모든 말을 하고는 다시금 차분한 모습으로 되돌아 와 있었다. 그녀는 조급함도 없었고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며 방 한켠에 놓여 있던 의자를 끌어당기며 앉고 있었다. “후ㅡ 어쩔 수 없어, 나도 급하니까. 지금 아덴계는 언제 멸망할지 모를 정도로 불완전 하다. 하지만 인간들은 모르고 있지......아마 네가 환생했을 때는 조금씩 주신이 움직이기 시작 할 것이다.” 여자는 고개를 돌리며 눈을 감고 있는 제현에게 시선을 향했다. 이미, 문밖에서는 사신과 신장들이 염라대왕의 명을 받고 진을 치고 있었다. 하물며, 그녀 역시 나를 감싸 줄 생각은 없는 것인지 아무런 제지도 가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이 할 말만 하고 있었다. “만약 네가 나의 부탁을 이행하지 않는 다면......”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걱정 할 필요 없어.” 탕, 탕탕!! 문밖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인지 그녀, 약간 다급한 목소리로 끝까지 부탁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제현은 그녀의 말에 짜증이 치솟으며 대답해 버렸지만 여자는 약간의 미소를 짓는 것으로 화답했다. “아....어쩔 수 없어. 나는 엄연히 중재와 규칙을 많이 따지니까.” “상관없어. 이젠.” 진짜 미안 한 것인지 아니면, 표정만 미안하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자의 표정은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제현은 담담한 표정과 음성으로 말하고는 성큼성큼 문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왜, 나지? 왜 나를 선택했나?” “그건....네 녀석이 가장 만만하게 보였으니까. 후훗.” “그럼 하나 더, 너의 이름은?” “제이 G.D 세이트.....G. D는 골드 드래곤이라는 뜻이지.....” 제현은 약간의 질문으로 그간 왜, 자신이 선택 되었는지, 계약자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물론 귀찮다는 투로 말한 첫 번째 질문이 약간 거슬렸지만,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대답이었다. 최소한 녀석의 이름은 알 수 있었으니까. “다음에 또 보지.....훗, 내가 죽어서 다시 이곳에 온다면.....” 딸깍ㅡ 그렇게 제현은 저승사자의 손에 이끌려 무간지옥으로 가고 있었다. 물론, 사신들의 질책과 신장들의 손짓에 정신이 아늑해지는 것을 느꼈지만.....그리고 제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마지막으로 평화스러운 지금의 느낌을 계속 유지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음? 그게 나에게 있을 까? 후후후.....네 녀석에게 줘 버린 힘은 남아 있지 않아. 패널티를 준다는 것도 힘든 일이니까. 앞으로 1천년도 힘들겠어.” 제이, 그러니까 제현의 계약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싸늘하게 굳은 표정과 싸늘한 목소리였지만 힘이 없는 듯 한 목소리였다. 게다가 그녀의 몸 속에 있던 기운들은 대기 중으로 약간씩 흩어지고 있었다.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발을 딛다. “상대의 능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상대의 능력에 질문을 해야 한다....나의 능력 역시.....상대방에게 설명해야 한다? 어이없군....” 제현이 중얼거리며 사신들의 호위를 받으며 끌려가고 있었다. 물론,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온몸이 꽁꽁 포박된 채이지만, 제현은 불편한 기색은 없었다. 다만, 계약자가 말한 흡수 조건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누가 전투 중에 상대방의 능력에 대해서 질문하겠는가? 참으로 어이없는 조건이었다. “닥쳐라, 감히 죄인 따위가 어디서!” “그래, 조용히 하지.” 한 사신이 화를 내며 외쳤다. 이에 제현은 사신을 쳐다봤지만 더욱 사나운 기세로 사신 녀석들이 쳐다 볼 뿐이었다. 아마, 제현에게 당한것 때문에 화가 단단히 난 것 같았다. 이에 제현은 군말 없이 입을 다물었다. 한참을 사신과 신장들의 호위를 받고 왔을까, 새빨간 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신 하나가 빠르게 다가가며, 주문을 외더니, 빠르게 문의 봉인이 풀리며 무간지옥과 명계를 잊는 통로가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휘우우우웅!! 제현의 눈앞에서는 세차게 소용돌이치는 게이트가 보였다. 그곳에서는 원성과 같은 수백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잔영까지 보이고 있었다. 드디어 진입하게 된 것이다. 무간지옥이라는 무시무시한 곳을..... “네 업이 다하는 순간, 다시 오겠다. 그전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어떤 수단으로도 이곳을 빠져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사신들의 표정은 한 결 같이 무표정이었다. 마치 중대한 의식이라도 치르는 듯 했다. 엄중하고, 싸늘한 분위기, 하지만 제현의 표정은 체념과 포기의 모습이 얼굴에 고스란히 들어나 있었다. 누구나, 지옥을 무서워한다. 사람들은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 착한 일을 한다. “그럼 지옥으로 보내겠다.” “잠깐....” “헛소리! 네놈, 또 잔머리를 굴리는 구나! 이젠 소용없는 짓이다!” 제현의 머뭇거림에 사신 중 제현에게 당했던 녀석이 큰소리로 외치며 화를 내고 있었다. 그 사신의 말이었을 까, 사신들은 더욱 긴장하며, 제현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어떤 사신은 앞으로 나서며 무기를 빼어들고 있었다. “나의 발로...걸어 들어가겠다.” 제현은 그 말을 하고, 양 팔을 움켜쥐고 있는 두 사신의 팔을 거칠게 뿌리치며 조금씩 무간지옥의 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수많은 사념들이 제현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 제현은 침묵을 지키며 무간지옥을 문의 첫 자락에 발을 가져다 대며,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묵묵히 서있는 사신들의 모습과 신장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표정은 너무나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 “그냥 앞으로 걸어 들어가라.” 사념의 고통을 느끼며 제현은 사신들에게 말했다. 사신들은 제현의 말에 앞으로 전진만 하면 된다는 말을 하고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슈아아아악!! 제현이 무간지옥의 문으로 통과하자 용암과도 같은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뻗혀나가며, 서서히 문이 닫히고 있었다. 끼이이익! 쾅!!! “900년 뒤, 업을 청산한 모습으로 볼 수 있기를....” 한 저승사자의 말과 함께 모두 그 자리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토록 자신들을 괴롭히던 제현을 떠나보내니 속이 후련하건만 약간 찜찜한 구석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제현은...... “큭....아아악!” 게이트 안에서 느껴지는 강한 사념과 기운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수십 가지의 번뇌가 스치고 지나가며 온몸이 터질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심장에는 어떠한 기운도 침범하지 않겠다는 듯이 모든 기운을 튕겨 내고 있었다. 그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지만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소리를 지르며 고통을 참고 있었다. 우우우우웅!! 드디어 게이트의 끝자락이 보이는 것인지 강한 빛이 제현의 눈을 감싸며 어디론가 흘러 나가기 시작했다. 솨아아아아!!! 검은 게이트가 서서히 없어지기 시작하며 명계의 통로와 무간지옥간의 통로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미 몸을 추스른 제현은 찌푸려진 인상으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무간지옥이라는 곳이 고작 이런 곳이라는 생각에 생긴 인상이었다. 현생의 세계처럼 평범한 곳이었다. 비도 내렸고 질퍽한 땅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몸이 덜릴 정도의 사기들이 들끓는 것만은 변하지 않았다. “아....?” 제현은 주위를 살피듯 쳐다보는 중, 이상한 것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커다란 제단이 있었다. 분명, 평범한 제단처럼 보였지만 무언가 제현을 끌어당기는 듯 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제단의 중앙에는 붉디붉은 빗방울들이 고여 있었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 인해 그 핏물은 사방으로 번지고 있었다. “이건....말도 안 돼.....어머니? 아버지?” 제현의 눈앞에는 두 명의 남녀가 잠을 자듯이 누워 있었다. 문제는 그 제단의 정 중앙에 위치했으며 주위는 피로 물들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또한, 날카로운 것에 찔린 듯이 온몸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제현은 더 가까이에 다가가 보기 위해 살짝 일보(一步)를 내딛었다. 덥석. 순간 발밑에서 손이 솟아오르며, 제현의 양 발을 잡아채며 땅속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제야 제현은 이곳이 지옥이라는 것을 알고 저것이 자신의 부모님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부모님은 지옥에 갈 정도로 나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자신의 머릿속을 미치자 저것은 환상이라고 대강 짐작한 제현이었다. 꽈악! “크으으윽!” 제현의 발을 더욱 조여 오는 양손의 악력 때문에 제현은 신음을 흘렸다. 또한 점점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제현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손에 잡히는 것으로 그 억척스러운 팔을 내려찍었다. “그 손 놔라!” 퍽, 퍽!! 그 초라한 손에서는 연신 붉은 피가 솟아오르고 있었고 그 피는 고스란히 제현의 얼굴에 튀고 있었다. 몇 번이나 그 손을 강하게 내려찍었을 까. 쫘악ㅡ 이라는 소리와 함께, 그 손은 천천히 힘을 풀고 있었다. 드디어 그 손에서 풀려 난 것이다. 제현은 그런 손에서 벗어나며 조심스럽게 비를 피할 곳을 찾고 있었다. 무턱대고 움직이다가는 아까처럼 그런 환상이나, 손에 붙잡힐 것이 뻔했다. 자칫 죽고 나서 한 번 더 죽음을 경험해야 할지 몰랐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우는 여전히 제현의 체온을 낮추고 있었고 바닥은 더욱 질퍽해졌다. 게다가 이곳에는 비를 피할 정도의 동굴은커녕 나무나 풀 한포기도 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지옥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아까처럼 그런 녀석만 만나지 않는 다면.... “젠장, 이러다가 비 때문에 죽겠군. 비라도 피해야.....” 솨아아아아! 제현의 온몸에서는 조금씩 체온이 떨어지고 있었다. 육체는 한계를 넘어섰지만 몸속의 기운은 일반인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익숙하게 모을 수 있는 심장이라는 마나 홀 역시 봉인된 채였기 때문에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샤샤샥! “음?” 비를 피할만한 곳을 찾던 제현은 순간 무언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바닥의 한켠에 희미하게 찍혀 있는 조그마한 발자국, 분명 사람의 것이었다. 게다가 능력이 뛰어난지, 발자국의 앞쪽부분만 살짝 찍혀 있을 뿐 어떤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키키킥, 신참?!” 순간 비 소리가 섞여 잘 들리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서히 고개를 돌렸을 때, 제현의 가슴에는 한줄기의 주먹이 닿아 있었다. “누, 누구?!” 분명 느낄 세도 없었다. 순식간에 다가온 그자는 한순간에 심장부위에 주먹을 뻗어 가져다 대고 있었다.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생각이었다면 분명 죽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제현의 머릿속을 휘감자 절로 몸이 떨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발을 딛다. “흥! 아무런 기(氣)도 가지지 못한 쓰레기군!” 슈욱! 퍽!! “커어억!” 제현의 떨리는 음성을 들은 것인지 홍안과 피풍의를 착용한 사내는 비웃음을 남기고는 주먹을 앞으로 내뻗었다. 그의 주먹에는 강한 기운이 서려있는 것처럼 붉디붉은 기운이 손에서 맴돌고 있었다. 마치 섬광과도 같은 빠른 주먹이었다. 제현은 가슴에서 느껴지는 강한 압박감과 고통으로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러자 서서히 등 뒤를 적시는 뜨거운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니, 붉은 피가 등을 적시고 있었다. 하지만 차가운 비방울이 등을 적시며 등을 더욱 차갑게 만들고 있었다. “크윽! 도대체!” 목구멍에서 숨을 간신히 들이 킨 제현은 눈앞에 보이는 홍안의 사내를 보며 비통한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마치, 왜 내가 무엇을 잘못 한 것이냐는 듯 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죽어가는 사람치고는 전혀 눈빛이 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서는 형용 할 수 없을 정도의 살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이것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존의 본능이었다. 스르륵! 제현은 고개를 들어 눈앞에 오만한 자세와 피풍의를 휘날리고 서있는 사내를 봤다. 그의 손에서는 아까의 기운이 사라진 것인지 평범한 손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위압감이 가는 뭉텅한 손이었다. 그의 주먹에는 수없이 많은 상처와 굳은살이 엄청난 고수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쿵!!!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이냐!!” 제현의 몸이 순간 휘청거리더니, 질퍽한 땅바닥에 무릎을 굵고 말았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끈적거림을 안겨주는 이질적인 피의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오만한 눈동자를 하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사내를 향해 소리를 지른 것이다. 흠칫?! 순간 피풍의가 휘날리는 것을 막고 등을 돌리려던 사내는 제현의 소리에 순간 흠칫 거리며 다시 시선을 돌려 무심히 제현을 노려봤다. 하지만 무심한 의중에도 상당히 놀랐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니! 어떻게! 귀혈마권(鬼血魔拳)에 정확히 사혈에 맞았거늘!!” 무심한 얼굴과는 다른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손을 한번 보고는 다시 기운을 끌어 올렸다 없애며 확인하고 있었다. 자신의 내공이나, 몸에 이상이 있는 지를 확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6성의 공력을 이용해 심장을 쳤거늘.....네 놈! 무슨 사술을 쓴 것이냐!” “큭! 지랄하고 있 내....다짜고짜 사람을 죽이려 하다니!” 제현의 앞에서 믿을 수 없어해 하는 사내는 대려 화를 내며 제현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간신히 몸을 추스른 제현은 휘청거리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등 뒤에서는 사내에게 당한 덕분인지 살갗이 터져 나간 부위에서 붉은 피가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죽어버리겠다.” 제현은 진심으로 하는 소리였다. 지금까지 이렇게 어이없게는 맞지 않았다. 어느 정도 이유가 있었기에 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녀석은 말도 없이 그냥 신참? 이라는 말과 쓰레기라는 말만 하고 공격한 것이다. 스윽ㅡ 제현의 눈빛은 강렬했다. 강렬한 사안(死顔)! 죽음을 부르는 눈빛이었다. 사내는 제현의 강렬한 눈빛에 움찔하더니 뒤로 약간 물러서고 있었다. 하지만 곧 평정심을 찾은 것인지 자신의 손에 강한 기운을 모으고 있었다. “기운도 없는 쓰레기가, 이정도의 살기를 뿜어 낼 수 있다니! 가만히 놓아두려 했더니, 이제 보니 가만히 두어서는 안 될 놈이구나! 지옥에도 법이 있지. 강자지존, 강자는 법을 행할 권한이 있다. 네놈은 여기서 죽는 다.” 파아앗! 귀혈마권(鬼血魔拳) - 환위살수(幻位殺手)! 휘리릭! 강하고 패도적인 귀혈마권의 초식 중, 환위살수가 제현의 가슴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환위살수는 패도적인 귀혈마권 중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수법이었다. 또한, 허초 역시 많았기에 자칫 잘못하다간 그대로 당해버리는 것이 다반사였다. 또한, 그 기술은 타원을 그리며 공격하는 기술인데, 끝없이 힘을 축적하여 종내에는 파괴적이며 강맹한 힘을 내도록 하는 초식이었다. 퍼어억!! “!!!!” 제현은 다시 한 번 가슴을 허용하며 천천히 싸늘한 바닥으로 쓰러졌다. 정확히 심장, 정중앙에 일격을 당했기에 순간 심장이 멈춰 버렸다. 제현은 눈을 부릅뜨고는 천천히 의식을 잃어갔다. “훗, 발경(發勁)의 묘까지 넣었으니 아무리 날고 긴다는 놈도 심장이 파괴되었으니 죽었을 것이다. 피라미인줄 알았더니, 의외의 놈이군....쯧.” 피풍의를 걸친 사내는 안타까움과 조소어린 표정으로 굵어진 비를 맞으며 서서히 어둠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내는 알지 못했다. 순간 멈추어져 있던 제현의 심장이 세차가 펌프질을 하며 조금씩 뛰고 있다는 것을..... 솨아아아아ㅡ 피풍의를 착용한 사내가 사라지자, 제현은 거친 숨과 함께 거칠게 기침을 했다. “쿨럭! 컥컥!” 굵은 비 방울 때문에 제현은 숨을 쉬기 어려웠지만 눈물콧물까지 흘리면서 생존의 숨을 들이쉬었다. 제현의 몸에서는 은은한 검은 빛이 뛰며 문신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컥, 죽는 줄.....알았내!” 그렇다. 제현을 살린 것은 공교롭게도 염라대왕이 걸어 놓은 영혼의 낙인으로 살아난 것이다. 발경의 묘리는 자신의 기운을 상대방의 몸속에 침투 시킨 뒤 그대로 터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제현을 속박하고 있는 영혼의 낙인은 반대로 그 기운을 방출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내는 자신의 기운이 모두 빠져 나간 뒤 평범한 공격을 했기 때문에 순간적인 가슴의 압력 때문에 제현의 심장이 멈추어져 버린 것이었다. “뿌드득, 개자식, 내가 힘을 갖는 다면, 네놈부터 없애 버리겠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제현은 조금씩 안정이 찾아오자, 자신을 다짜고짜 공격한 사내가 생각나며 이가 갈린 것이다. 하지만 우선 몸부터 회복시키고 볼 일이었다. 피도 상당히 흘렸고 몸이 쇄 해진 것이다. 철푸덕! 제현은 비를 피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지만 몸이 휘청거리며 몇 발작 떼기도 전에 다시, 진흙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을 넘어지기를 반복한 후에야, 간신히 한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암성 밑으로 들어 갈수 있었다. 강한 바람이 통하는 그런 암석 밑이었지만, 비를 맞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약간 만족한 제현은 젖어버린 윗옷과 하의를 벗고는 만오전서에 기록된 기본적인 명상법의 수련에 들어갔다. 기본적인 수련법이라고 해봐야, 토납법과 같은 기운을 느끼고, 축정하는 방법을 서술한 것이었지만, 기초부터 탄탄히 하자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행한 것이다. 그렇게 무간지옥에서의 첫날은 저물어 가고 있었다. 물론, 지금이 밤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주위가 어두웠기 때문에 밤이라고 생각했다.....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발을 딛다. 울창한 수풀 숲. 한명의 소년이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타이트한 검은색의 T-셔츠와 간혹 가다 찢어진 셔츠와 같은 검은색의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오랫동안 있었다는 듯이 있었다는 흔적들이 보였다. 검은색 티셔츠의 등 뒤에는 피가 잔뜩 물들어 있었다. 흡사 본시 적색의 티셔츠라고 생각날 정도였다. 검은 색의 바지역시 많은 진흙이 묻어 있었다. 게다가 찢어진 곳에서는 붉은 빛이 도는 것이 다친 것이 분명해 보였다. 울컥ㅡ 그는 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구토를 참았지만 기어코 구토를 하고 말았다. 먹은 것이 없는 것인지 속에서 나온 오물들은 새하얀 침과 뒤섞여 썩은 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맨손바닥으로 토사물이 적셔진 땅을 잡고 일어나려 할 때 마다 휘청거리는 다리를 움켜쥐며 일어나기를 몇 번 반복하고 있었다. 게다가 가슴 주위에 들어난 선명한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마치 마법진과 같은 모습이었다. “아, 미치겠군. 이 조제현이 이 정도에 무너지다니.” 자신을 제현이라고 밝은 그는 자신이 쏟아낸 토사물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제현은 명상에 잠긴 뒤 한참을 명상을 했을까. 쏟아져 오는 잠 때문에 죽은 듯이 쓰러져 잠을 자고 일어난 것이다. 한결같이 모두 좋았다. 이곳이 지옥이고 그놈에게 당한 것도 좋았다. 어제보다 잘 움직여지는 몸, 하지만 주위의 환경이 변해 있었던 것이다. 이놈의 지옥은 환경마저 바꾸는 것인지 밤에는 황량하기 그지없던 곳이 이제는 울창한 숲으로 변한 것이다. “그래도, 암석은 그대로군.” 숲으로 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던지 제현의 입 꼬리 묘하게 올라갔다. 그때, 가까운 수풀 사이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어제의 그놈이 내는 것이 아닌가 하고 숨죽여 몸을 숨겼다. 다행히 주위에는 몸을 숨길만한 장애물이 많았기에 숨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차착ㅡ 차착ㅡ 차차착ㅡ 수풀이 힘껏 젖혀지며 소리의 주인이 몸을 드러냈다. 한명이 아닌 여러 명이었다. 괴상한 옷차림이었다. 많이 헤진 것인지 상의는 어디에도 없어, 다만 상체에는 말라버린 뱃가죽과 산발된 머리하며, 모든 것이 상거지처럼 보였다. 하의는 짧은 반바지마저 헤져, 낡은 반바지 차림이었다. “크어어어.” “아귀(餓鬼)?” 녀석의 모습과 행동을 종합해 보면 아귀였다. 제현은 그것을 본적 있었다. 간혹 TV에서 보던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오던 그런 귀신같은 녀석들이었다. 녀석들의 모습은 마치 먹잇감을 찾아 배회하는 포식자의였다. 눈빛도 얼마나 사나운지 맹수의 눈빛처럼 날카로웠다. 다만, 녀석들의 행색이 초라해 보일 뿐이었다. “그어어어” 제현의 소리를 들은 것인지 조금씩 제현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보기와는 다르게 빠른 속도로 다가 오고 있었다. “더 이상 다가오면.....?” “크어어어!!” 제현은 호기롭게 외쳤지만 녀석들은 들은 채 만 채하며 빠르게 먹잇감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저 아귀라는 녀석들에게는 살기는 통하지 않았다. 이미 배고픔에 절정을 달리고 있는 아귀들이었기에 그것은 사치에 불과 한 것인지 무작정 돌진했다. 제현은 녀석들을 보며 무작정 도망을 감행했다. 이미, 상당한 체력을 소실했기 때문에 저항이라고는 있을 수 없었다. 우선 도망을 가며 체력을 보충해야했고 무엇보다도 힘을 길러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써는 저딴 아귀하나 죽일 힘도 없었기 때문이다. 차차차착! 제현은 빠른 속도로 수풀을 가르며 도망을 가고 있었다. 상당히 높은 크기의 나무들과 울창한 수풀들로 인해 아귀들의 움직임은 느려졌다. 하지만 제현역시 느렸지만 덩치가 큰 아귀와는 다르게 요리조리 틈을 이용해 도망을 가고 있었다. 하지만 숲의 여러 곳에서는 수많은 수풀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오른쪽과 왼쪽에서는 아귀의 모습이 들어났다. 게다가 위쪽에서도 아귀의 모습이 들어났다. 도주할 곳은 남쪽, 한 곳 뿐이었다. “내가 갈 곳은....남쪽!” 차착ㅡ 차차착! 제현의 몸은 빠르게 남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수풀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슈악!! 순간 수풀에서 등장한 자는 빠르게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제현이 목표가 아니었다는 듯이 뒤쪽에 다가오고 있던 아귀의 목을 그대로 양단해버렸다. 순간 대여섯의 아귀의 목이 떨어지며 진한 보라색의 피를 뿌리며 산화되어 가고 있었다. “다가오지 마!” 제현은 그의 복장이 어제, 자신을 공격했던 자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는 경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스윽ㅡ “더 이상 다가오지 마!” “이거, 의외로군.” 제현은 목에서 흐르는 땀방울을 훔치며 다시 말했다. 상대방은 의외의 인물을 만났다는 듯이 검을 거두어 드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음성은 높지도 약하지도 않는 중성적인 음성으로 말하자 제현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하하! 그렇지, 이곳은 지옥! 경계하는 건 당연한 건가?” 그의 옷차림은 반백의 회색빛이 띄는 도포였다. 어제의 피풍의를 착용한 자와는 다르게 반듯한 옷차림이었다. 또한, 반듯하게 왼편에 착용되어 있는 검 집에는 풍운(風雲)이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저벅, 저벅 그는 조심스럽게 제현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물론 다가 온 만큼 제현의 걸음은 뒤로 조금씩 물러나고 있었지만,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에 등이 닿는 것을 느끼고는 옆으로 돌아서려는 순간 그는 순식간에 제현의 앞에 서 있었다. “이런 젠장!” 슈욱! 제현은 당황해하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사람의 급소라고 할 수 있는 목을 노리며 빠르게 날아들었지만 빠르게 사내의 손에 막히며 그대로 잡혀 버렸다. “진정하게, 진정! 나는 착한 사람이야. 누굴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정부터 하게...” “후욱ㅡ 후욱ㅡ” 제현은 사내의 말에 의심을 하는 한편 호흡을 가다듬었다. 상당한 거리를 도망 온 탓도 있지만, 이 사내의 행동에 약간 긴장했던 탓이었다. 한참을 만오전서에 나온 운기토납법의 호흡으로 숨을 고른 후에야 마음이 진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웃기는 군! 지옥에서 착한 인간이 있을 턱이 없지.” “하하하! 그것도 그렇군. 여긴 지옥이지....나도 참....! 아무튼 나는 자네를 해칠 생각이 없네. 다만, 저기 널브러진 아귀(餓鬼)들을 처리하기 위해 이곳을 맴돌고 있지. 엄연히 여긴 내 구역이니까.” 제현의 말에 크게 웃는 사내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는 한참을 제현을 보고 있었다. 무언가를 관찰하듯이 제현의 이곳저곳을 쳐다보던 사내는 제현의 왼쪽 가슴에 있는 기이한 문장을 보더니, 크게 눈을 뜨며 제현을 바라봤다.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발을 딛다. “풍운지, 이곳에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 같은 것이 있다고?” “하하, 그렇지. 나름대로 규율이 있지.....뭐 나 같이, 혼자서 터를 잡는 자도 상당히 많으니까.” 제현은 풍운지라는 녀석과 상당히 오해가 있었음을 알고는 대화로 모든 것을 풀 수 있었다. 물론, 녀석에게서 벗어 나기위해 공격을 했지만 마혈이라는 술수에 당해 몸이 굳어 버리는 상황에서 대화를 나누었고 이렇게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상황까지 가게 된 것이지만. 일단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녀석의 이름은 풍운지, 생전에는 풍운검(風雲劍)이라고 불렸단다. 이상한 이름에 당혹스러웠지만 일단 넘어갔다. 게다가 이곳의 지옥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했다. 진정한 악인부터, 평범한 사람, 자칭이지만 자신처럼 착한 사람도 있단다. “그럼 아까 그 아귀 같은 종류의 녀석들이 상당히 있겠군?” “그렇지...가장 많은 것이 아귀, 먹성이 강하지. 게다가. 자네같이 약한 자들이 대부분 당하지.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고....하하.” 제현은 풍운지의 말에 이마에 힘줄이 돋으며 옆에 있는 풍운지를 노려봤지만 순간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고치는 녀석이었다. “음, 수는 많지 않지만 위험한 녀석들이 한두 녀석들이 아니야. 그중에 손각신(道令神)와 도령신(道令神)이 있지. 흔히 처녀귀신, 총각귀신이라고 불리지. 그들은 인간의 정기를 훔치는 녀석들이지.....” ‘흠...서큐버스, 인큐버스인가?’ 풍운지의 설명에 제현은 속으로 여러 가지의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 지옥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처녀귀신이라고 한다면,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서 안달 난 귀신이 아닌가? 아닌가? 아무튼 그 런 존재가 인간의 정기를 빼앗는 다는 말에 약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자주는 출몰하지 않지...어때, 대강 이곳의 위험한 요소는 알았나? 물론 가장 위험한 것은 인간이겠지....” “인간?!” 풍운지는 약간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지만 바로 옆에 있는 제현이기에 못들을 리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빠르게 질문을 했고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풍운지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이곳에 거대한 도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물론. 네 녀석에게 들었으니까.” “하하, 그렇지....나이가 드니까 이런 건망증도생기내....아무튼, 거대 도시 중에는 마성의 도시라는 곳이 있지. 물론 자세히는 몰라도 되, 지옥의 구석에 자리하고 있으니까. 그곳에는 자칭, 신이라는 녀석들이 있지.....” 풍운지의 말을 들어보니 상당히 질이 나쁜 녀석들이었다. 선량한 지옥의 사람들(?)을 괴롭히는 족속들이었다. 물론, 그곳에 제현 자신을 괴롭힌 녀석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풍운지에게 들어서 알게 되었다. 마성의 도시, 그곳에는 3계, 그러니까. 중원이라는 세계에 있는 곳에서 악명을 떨친 악인들이 몰리는 곳이라고 했다. 물론, 1계의 아덴계의 악인도 몰리고 있었지만 아무튼 넘어갔다. 또한, 이 무간지옥 내에는 세력이 있는 데, 그 한축을 차지하는 것이 그 마성의 도시 녀석들이란다. 그 견제세력도 있지만, 무간지옥에 오는 사람이 다 그렇듯이 악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한마디로 자리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나저나....어쩌다 지옥에 온 거야....내가 보기에는 지옥에 올 정도로 악한 짓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 “글세....그럼, 제현, 너는 왜 영혼의 낙인을 찍힌 거냐. 그렇게 악인이었나?” 제현의 질문에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풍운지는 되려, 제현에게 역습을 펼쳤다. 물론 제현은 순간의 질문에 풍운지와 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다시 표정을 굳히며, 이야기 했다. 뭐 할 이야기가 그렇기 긴 것도 아니었고 간단한 대답이었다. “내가 강해서.” “........” 제현의 간단명료한 말에 삽시간에 풍운지는 얼어버렸다. 한마디로 어이없다. 네가 어딜 봐서 강하냐. 라는 눈빛으로 제현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풉. 푸하하하! 네가?” “.......” 좀처럼 진심으로 웃지 않던 풍운지가 진정한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풍운지는 제현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풍운지는 남에게 쉽사리 자신의 내면적인 표정을 보여주지 않고 있었지만 제현의 단, 한마디에 속마음의 표정을 들켜버린 것이다. 물론, 제현은 당혹스러운 표정과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푸웃, 지나가는 강아지가 웃겠다. 정말 웃긴 농담이군....생전에 이런 농담은 처음 듣는 군...아니, 후생인가, 아무튼 고맙네, 나를 웃겨줘서!” 탁탁! “크헉?!” 풍운지는 자신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고 있었다. 기어코 제현의 등을 두 번 두드리던 풍운지는 갑작스럽게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을 발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뒤꿈치고 강하게 내려찍은 제현의 발이 보였던 것이다. 아무리 내력이 강한이라고는 하나, 방심한 상태에서 급소가 있는 부위인 발등을 찍혀 버렸으니 절로 고통이 느껴지는 것이다. “흠흠, 진담이었군. 미안하네....” “괜찮아. 뭐, 믿을 수 없겠지. 약하게 보이는 생김새 하며, 약한 모습만 보여 줬으니까. 아무튼 네 집,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야.” “아아, 다 왔네....저기 보이는 수풀 밑에 절벽이 있지....그곳만 내려가면, 나의 집이 있다네, 지옥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지상의 낙원이지...아니, 지옥의 낙원인가?” 지금까지 생각해본 결과 풍운지는 상당히 건망증과 애써 웃긴 농담을 하려고 하는 자 같아 보였다. 지금까지 봐온 모습은 선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누구도 그를 이, 무간지옥에 올 정도로 악해보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정을 주지 않았던 제현역시 조금씩, 풍운지라는 사내에게 정을 주고 있었다. “저기, 수 풀숲에 가려져 안보이지만, 절벽이 있다네, 게다가, 엉성하지만 진법도 쳐져 있어서, 쉽사리 눈에 뛰지 않지.” 제현의 풍운지의 말에 수긍하면서 그 수풀 근처로 다가갔다. 물론, 풍운지의 도움으로 절벽까지 다가간, 제현은 약간 실망해버렸다. 절벽이라는 말에 일(一)자로 넓게 갈라진 절벽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O자의 한 두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깊은 구덩이였던 것이다. 이걸 보고 누가 절벽이라고 할 것인가? 평범한 구덩인 것을.... “실망했나? 아직 실망하긴 이르지....자, 내려가지....” “엥? 계단 같은 것이 있는 것 아니었어? 어떻게 저길, 난 아무런 기운도 없다고. 플라이 마법도 사용하지 못하는 몸인데, 무슨....” “합, 이렇게 내려가면 되네! 꼭 잡게!” 풍운지는 제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제현을 움켜쥐고는 구덩이 속으로 뛰어 내렸다. 그야말로 순식간이었기에 제현은 풍운지의 옷자락을 간신히 붙잡고 빠르게 구덩이 속으로 사라져 갔다.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발을 딛다. “개자식! 어디서 숨었냐! 빨리 나오지 못해!?” 제현은 허리부분까지 닿은 물을 거칠게 털어내며 소리쳤다. 분명, 자신은 풍운지의 옷자락을 힘껏 쥐고 있었다. 하지만 풍운지 녀석이 지상이 보일 때 쯤 자신을 냅다 어디론가 던지는 것이 아닌가. 그런 풍운지 자신은 여유롭게 물이 없는 곳으로 여유롭게 내려앉더니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었다. “개자식, 밑에 물이 있다는 것을 진 작에 말했어야지!” 제현은 바지까지 벋어 쥐어 짠 후 다시 입었다. 제현은 짜증나는 듯한 표정으로 몸을 가볍게 풀었다. 구석구석 쑤시지 않는 곳이란 없었다. 가벼운 찰과상(擦過傷)또한 많아 보였다. 자잘하게 긁힌 자국에 인상을 찌푸린 제현은 풍운지가 웃으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좀 씻고 오시게! 미안허이’ 그 말을 하고 자신을 던졌던 것이다. 죽은 뒤로는 씻을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악취가 여간 진동하는 게 아니었지만 제현 자신은 이미 익숙해진 상황이었기에 남이 어떤 역한 악취를 맡았는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그렇다고 집어 던지는 것은 뭐냐.” 제현은 주위를 둘러보며 거목(巨木)에 기대어 앉았다. 상당히 오랫동안 물에 빠져 있었던지, 손가락은 흐물흐물해져 쪼그라져 있었다. 이곳은 지옥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장관이었다. 좁은 구멍의 세계와는 다르게, 푸른 빛깔이 도는 작은 폭폭도 있었고, 하늘에서는 조금 맞게 세어 들어오는 빛이 이곳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휘이잉ㅡ 어디서 불어온 건지,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맞기며 젖은 몸을 말리고 있었다. 그러자 서서히 눈이 감겨버렸다. 제현의 주위에는 향긋한 야생화도 있었다. 물론, 생김새는 기이했지만 냄새만은 어떤 꽃에 뒤지지 않았다. 조그마한 구멍이 작은 점처럼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상당히 깊어 보였다. 대략, 몇 백 미터는 넘어 보였다. 부스럭ㅡ “어이, 풍운지 그만 장난 치고 나와라!” 제현은 짜증스러운 듯이, 감겨있던 눈을 뜨며, 부스럭 거린 곳을 향해 힘껏 소리를 질렀다. 소리는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절벽에 부딪쳐 메아리가 쳤지만 제현은 아무런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장난 그만 치래도!” 제현은 드디어 참을 수 없는 분노로 고함을 질렀지만 다시 들려오는 것은 자신의 메아리뿐이었다. 그때 수풀이 흔들거렸다. “하하하! 미안하네, 자네의 냄새가 역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풍운지는 조용히 수풀을 해치며 걸어 나오며 웃어댔다. 녀석의 말에 제현은 얼굴을 붉혔지만 다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축축한 기분이 들어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그렇게 내색하지는 않았다. “이런, 이런, 많이 젖었군. 이리 오게. 말려 줄 테니.” 제현은 풍운지의 말에 군소리 없이 다가갔다. 그러자 풍운지는 손을 뻗어 젖은 상의를 잡더니 자신의 기운을 불어 넣고 있었다. 그러자 조금씩 마르기 시작한 옷은 빠르게 말라가며, 부드러운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잠시후, 강한 강풍 같은 것에 의해 옷이 펄럭이더니 순식간에 말라버렸다. “그나저나, 이곳 상당히 넓군.....게다가 빛도 들어오는 것이 아늑해 보여.” 주위에는 꽃이 만발해 있었고, 어디서 세어 들어오는 것인지 폭포를 통해 끝없이 물이 세어 나오고 있었다. 그 물줄기를 따라, 큰 바위와 거대한 거목 또한 여러 개 보였다. 그리고 작지만 거목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한 채의 오두막이 보였다. “하하, 당연한 거 아니겠는 가? 업을 청산하기 위해 100년가량 이곳에서 지냈으니까.” 풍운지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하고는 제현을 자신의 집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산책도로 있는 것인지 간단하게 만들어진 평평한 땅도 있었다. 그 주위로, 꽃들이 만발해 있었기에 지상낙원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초라하지만, 나의 낙원으로 초대하겠네.” “어련하실까.” “이런, 아직도 그 일을 생각 하는가? 미안하네, 흠흠, 아무튼 많이 굶었을 테니. 식사라도 대접하지. 나의 낙원에 첫 번째 손님.” 녀석은 자신의 집 앞에 서서, 손을 쫙 펴며, 소개하고 있었다. 물론, 제현의 비아냥거림에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하다는 말도 했지만, 제현의 꼬르륵 거리는 소리에 다시 웃고는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물이 흐르는 곳으로 가서 무언가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녀석은 물고기를 잡은 것인지, 자신의 팔뚝만한 물고기를 쥐고는 웃으며 다가와 요리를 하고 있었다. 요리라고 해봐야, 굽는 것 밖에 할 것이 없었지만 구수한 냄새에 제현은 침을 삼키고 있었다. 상당한 시간을 굶고 있었기도 했지만, 풍운지가 구운 물고기는 좋은 냄새를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 이곳에서는 귀한 것이라고. 마음껏 들게.” 덥썩ㅡ “음....맛있군. 생각 외로 소질이 있어!?” 제현은 조심스럽게 건네는 물고기를 빠르게 낚아채고는 한입 베어 물었다. 아무런, 간이 되지 않은 물고기임에도 불구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 것이 맛있었다. 또한, 입속에 넣는 순간 사르륵 사라지는 감촉이란....아무튼 엄청 맛있다는 소리였다. 오물오물ㅡ “그나저나, 네 이야기는 별로 듣지 못한 거 같은데?” “그랬나.....?” 열심히 물고기를 뜯고 있던 제현이 돌연 질문을 해오자, 약간 굳은 표정을 짓던 녀석이 순간 표정을 고치며, 회상에 잠기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후 결심했다는 표정을 짓던 녀석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내가 지옥에 온건....그만한 사정이 있지....뭐, 믿지도 않을 걸?” “믿어주지...이야기나 해봐.” 제현은 상당히 궁금했다. 이런 착해 빠진 녀석이 이런 곳에 온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한 150년 됬나? 내 나이, 10세가 조금 넘었을 때 이야기겠네....오래 되서 정확한지는 모르지만 들어 보게....흥미로울지 모르니.” 풍운지는 애뜻한 표정과 함께,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 * * "아버지! 어머니!" 풍운지에게는 엄격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평범한 가정과도 같은 그런 부모가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이 사는 곳은 평범한 곳이 아니었다. 풍운가(風雲家) 여러 의미에서는 수호자와 같은 것이었다. 무림에서도 상당한 인지도와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천하제일! 그 어떠한 세력도 풍운가를 두려워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비록 정파와 사파의 중간에 위치한 중립세력이었지만 엄연히 한축의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었다. 풍운가는 풍운검제(風雲劍帝), 풍운영이 세운 무림세가(武林世家)이다. 풍운검제 풍운영은 무당파의 속가제자로 상당한 자질의 무공을 가져 무림출도 10년 만에 천하제일을 이루었고, 그의 덕망과 명예는 높아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경외하고 존경했다. 그러던 어느 날, 중원무림은 세외무림에서 온 고수들, 그러니까, 포달 랍궁의 고수들에 의해 난장판이 되었다. 그러 던 중, 세외고수들은 모두 연합하여 중원 무림에 침범했고, 아무런 방비와 대책이 없던 중원무림은 세외고수들에 의해 차디찬 시체가 되어 연패를 했던 것이다. 이에 풍운검제 풍운영은 자신의 이름으로 무림맹과 사도련의 힘을 모아, 멸사장을 세우고 중원무림의 의기를 모두 모아 세외고수들을 무너뜨리는 쾌거를 낳았다. 그리고 멸사장 해체 이후, 그는 정착하여 풍운가를 세웠고, 그곳에서 자손대대로 무림의 평화를 수호하리라는 맹약을 세웠다. 그리고 풍운검제 풍운영의 후손들은 그런 조상의 맹약에 따라 무림을 지키기 위해 애를 썼고, 그 때문에 무림은 많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쨌든 풍운지의 어린 시절에 그는 그런 범상치 않은 가문의 소가주로 태어났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조사인 풍운대제 풍운영을 능가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극찬을 받았으며, 실제로 10세라는 어린 나이에 풍운가의 독문무공인 풍운신검(風雲神劍)을 7성까지 익혀 화경의 경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런 풍운지의 재능을 두려워한 탓인지 살수들의 갑작스런 공격에 비록 화경의 경지에 달했지만 경험이 일천하여 살수들의 동귀어진(同歸於盡)의 수에 의해 자신은 무공은 물론, 가족들 까지 잃고 만 것이다. 그렇게 방황의 시기 탓인지, 쇠약해진 가문을 넘보는 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 틈을 타, 무림연합의 세력들이 풍운가를 파괴한 것이다. 그때, 풍운지의 나이, 14세, 유일하게 풍운가의 생존자인 풍운지는 우연히 만난 초라한 늙은이에게서 복수를 맹세한다. 하지만 풍운지의 사부되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무림세외 세력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이었다. 그의 무공인, 광살마검(狂殺魔劍)을 익힌후 하산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중원 인에 대한 복수 행, 수많은 무림의 고수들이 광살마검과 풍운가의 독문무공인 풍운신검에 의해, 무차별적인 도륙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광살마검의 치명적인 단점인 시전자의 정신을 갉아 먹는 것 때문에 상당한 심력과 정신력을 빼앗긴 풍운지는 마인이 되었고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가 무림에서 얻은 별호인, 풍운마검(風雲魔劍) 풍운지, 혹은 풍운검으로 불렸다. 그의 이름은 절대적이었고,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나이 60세, 방황이라는 시기가 끝난 후에는 모든 것을 잃은 풍운지는 쓸쓸히 세상을 떠돌다가 어느 황야에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그가, 풍운마검, 풍운지였던 것이다. "나, 엄청난 악인 맞지? 후후후...복수에 눈이 멀어, 그런 일을 벌이다니...." 풍운지는 씁쓸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밤으로 바뀌어 버린, 주위를 보며 커다란 거목으로 걸어 나가보였다. 그의 뒷모습은 뒤늦은 후회와 반성이라는 감정이 얽혀 있었다.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발을 딛다. “하아ㅡ 좋구나.” 제현이 무간지옥에 온지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러 있었다. 물론 그동안 놀고먹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온몸의 타박상과 기운이 없는 몸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물론, 가벼운 운기토납법으로 기운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된 것도 삼일 전의 이야기였다. 물론 그 기운들은 끌어 모아, 쌓아 올릴 수는 없었지만 대단한 수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이, 자네, 오늘도 운기토납법인가?” “그래, 뭐 몸의 상태로 봐선 이정도 까지 해도 될 거 같지만.....너는 역시 풍운신검을 수련했겠지?” 나무 그늘아래에서 좌공을 취하고 기운을 느끼던 중 풍운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늘도 녀석은 풍운신검을 연습하고 온 모양이었다. 광살마검이라는 검술도 있지만 이제는 그 무공을 더 이상 수련 하지 않는 단다. 아마, 그 검법에서 나오는 사기가 자신의 정신을 갉아 먹는 것이 두려웠던지 풍운신검으로 정신을 수양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아, 그건 됬고, 오늘은 네 몸속의 혈도를 봐준다고 했으니....눈을 감고 바른 자세로 앉아 보게.” 몇 일전 제현은 풍운지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바로 기운이 흘러가는 혈들을 정검해 달라는 것이었다. 마법사 때와는 다르게 기운이 흘러가는 길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나온 행동이었다. “그럼 시작하겠네, 이질적인 기운을 느끼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이게....” 풍운지는 천천히 제현의 뒤에 좌상을 했다. 그리고 제현의 상의를 벗겼다. 얇은 옷이 벗겨지자, 제현의 상체가 들러냈다. 타타탁ㅡ 탁탁ㅡ 탁탁ㅡ 풍운지는 무표정한 얼굴로 제현의 등을 타혈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타혈하자, 제현은 약간 인상을 찌푸리며 신음을 토해냈지만, 풍운지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일을 할 뿐이었다. 그의 타혈이 끝나자 풍운지는 기운을 불어 넣어 운행시켰다. 그러나 어찌 된 것인지 혈문이 완전히 막혀있어 곧 거둬들여야 했다. 무공을 익히는 자라면 당연히 혈문이 열려 있어야 했다. 혈문이란 기본적으로 내공이 흘러가는 방향의 문인데, 그 문이 닫혀 있다면 운기를 해도 아무 소용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 혈문이라는 것이 막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기운을 끌어 모았다면 필히 몸이 터져 죽었을 터였다. “자네, 어찌 된 몸이 혈문이 닫혀 있는 가? 마치 무슨 특이한 신체를 모는 거 같군. 하핫, 하지만 걱정 말게, 한 삼일 정도면 혈문을 열수 있을 듯하니. 아프더라도 참게” 끄덕ㅡ 제현은 자신의 몸이 않좋다는 것을 알고 약간 충격을 받았다. 마법을 사용할 때 느꼈지만 자신의 몸에 흐르는 기운이 빠르게 유동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지만 혈문이라는 것이 닫혀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물론, 풍운지가 해결해준다고 하니, 고마운 마음에 고개를 살작 끄덕였다. “그럼 시작하겠네. 참게나....” 풍운지의 손놀림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등의 혈도를 빠르게 타혈하며, 기합을 한차례 터뜨렸다. 강한 기합과 함께 솟아오르는 푸른 기운이 풍운지의 손에 맺히며 쌍장을 등에 가져다 댔다. “크윽.....” 주르륵 “입을 열지 말게....위험 할 수도 있으니.” 제현은 갑작스런 강한 기운이 등을 강타하자 신음을 내며 입가에는 붉은 피가 조금씩 흘러 내리고 있었다. 풍운지 역시 고통스러워하는 제현을 보며 약간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은 뒤 걱정스런 목소리로 제현의 행동을 제지했다. 풍운지의 쌍장에서는 여전히 은은한 청기(靑氣)가 어른거렸다. 그리고 한차례 제현을 타격했던 손이 다시 한 번 더, 타격을 하자, 자연스럽게 제현의 등으로 기운이 흘러 들어갔다. 그 기운은 풍운지의 의지에 따라, 제현의 혈도를 따라 조금씩 흐르기 시작했다. 풍문(風門)-상단 척주 주위에 있음-를 중심으로 두문(頭門), 수문(手門), 족문(足門)에 이르기 까지 온몸으로 풍운지의 기운이 흘러 들어갔다. 그때마다, 제현은 신음을 토해내며 피를 토했다. 게다가 눈썹을 꿈틀거리기 까지 했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 수 있었다. ‘다행히, 보통의 사람과는 다르게 부드럽게 막혀 있어.....’ 풍운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자였다면, 단단해 보통의 고수라도 일주일은 넘게 걸릴 것이다. 하지만 제현은 부드럽게 막혀있었기에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조그마한 구멍이 생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우ㅡ 오늘은 이정도로 끝내지...너무 과하게 해도 안 좋을 수도 있으니....” 풍운지는 기운을 회수하며 쌍장을 등에서 때어냈다. 풍운지의 얼굴에서는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팔등으로 땀을 훔치며 편안한 표정으로 쓰러져 있는 제현을 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잘 자두라고....나중에는 더 고통스러울 지도 모르니....” 풍운지는 제현을 집안에 가지런히 눕히고는 밖으로 나왔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일까? 간간히 들어오던 빛이 어두워지며 절벽아래는 깜깜한 어둠으로 변했다. 지옥의 하늘은 어둠이었다. 달이라고 해봐야 낮에 보던 것이 식어버린 후의 모습이기에 별다른 것은 없었다. 신비로운 별도 없었으며, 차가운 기운만 맴돌 뿐, 어떤 신비로움도 없었다. “으음ㅡ” 제현은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상쾌한 공기가 한가득 몸 안을 맴돌았고, 탁한 공기가 빠져나가며 머릿속은 시원한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몸을 일으키던 찰라, 제현은 한 가지 바뀐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약간 몸이 가벼워 진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벼워진 만큼, 날아 갈 듯 한 기분에 절로 몸이 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예전의 마나를 되찾은 느낌이었다. “어이, 자네 이제 일어났는가? 상당히 오래도 자는 군. 꼬박 반나절은 더 잤을 걸세....” 제현이 집안에서 고개를 빼꼼이 내밀며 주위를 둘러보자, 풍운지는 반갑다는 듯이 옷을 털고는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자는 시간과 밥 먹을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수련에만 매진하는 풍운지 였기에 당연시 되는 모습이었다. “하아ㅡ 이곳을 본지도 일주일이나 흘렀지만 볼 때마다 놀라워...” 높은 절벽 사이로 늙은 나무가 우거져있었고, 높은 절벽위에서 내려오는 한줄기의 양광은 제현이 들어가 있는 집을 비추고 있었다. 게다가, 시원한 폭포수에서 흘러나오는 시원한 물은 제현의 정신까지 맑게 하고 있었다. “자 오늘도 시작해볼까? 자네, 어서 웃옷을 벗도 좌공을 취하게, 한가롭게 경치구경이나 할 때가 아니야.” 제현은 풍운지의 말에 허탈감을 느꼈다. 이제 막 일어났는데, 또 다시 그 억척스런 고통을 당해야 한다니 몸이 부르르 떨려온 것이다. 게다가 풍운지의 즐기는 듯 한 부드러운 표정, 그 표정은 보는 순간 제현은 속으로 ‘제기랄!’이라는 말이 스쳐지나갔지만 어쩌겠는데. 다 자신의 몸 좋다고 하는 일인 것을....그렇게 단잠을 자고 깨어난 제현의 하루일과는 고통 속에서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었다. 수련은 실전 처럼, 실전은 수련 처럼 헉헉ㅡ 제현의 손톱은 깨지고 그곳에서는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군데군데 찢긴 자국과 자잘한 상처들이 여기저기에 지저분한 흙에 뒤덮여 있었다. 풍운지는 옆에서 뭐하느냐고 물었지만 제현은 묵묵무답으로 절벽을 타고 있을 뿐이었다. “어이, 자네 위험하게 무슨 짓인가?” “보면 몰라? 수련이다. 수련!” 제현은 절벽을 타고 있었다. 그이유가 어떻게 됐든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위험천만한 절벽을 타고 오르고 있었다. 물론, 아무런 장비가 없는 상태에서 절벽을 오르는 것은 위험하겠지만 바로 밑은 깊은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기에 걱정 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풍운지가 뚫어준 혈문 덕분인지 몸의 상태역시 최고였다. 혈문을 뚫은 것이 어제가 마지막이었으니, 이젠 더 이상 고통을 당할 필요가 없었지만 제현은 고통을 스스로 당하고 있었다. 물론, 수련이지만, 보는 사람입장에서는 미친놈이라고 생각 할 정도로 위험천만한 수련 코스였다. “자네, 그게 수련인가? 근력에는 도움이 되겠군. 하지만 자네는 상당히 단련된 몸인데 어찌 그런 수련을 하는가? 몸속의 내공이나 모으시게!” 풍운지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외친 것이지만, 제현은 그 말을 듣고 오기라도 끝까지 올라가겠다는 듯이 끝이 안 보이는 절벽의 윗부분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고선 한손에는 틈이 있는 곳으로 손을 집었고, 반대 손으로는 몸의 균형을 지탱하기 위해 높은 곳의 틈을 잡고 있었다. 빠스락! 몸을 지탱하던 절벽의 틈이 갈라지며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몸의 균형을 잃은 제현은 여지없이 중력의 법칙에 의해 빠르게 물속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풍운지의 몸이 흐릿해지며 빠르게 제현이 떨어지는 지점인 절벽을 향해 발을 튕구었다. 풍운지가 펼친 것은 궁신탄영(弓身彈影) 몸을 활처럼 휘게 해서 그 탄력을 이용해 순식간에 몸을 이동하는 최상승의 경신법이었다. 사실 궁신탄영은 모든 무림인 잘 알고 있는 신법이었다. 부드러운 유연성, 적절한 내공을 순간적으로 나누어서 시전 해야 하는 정교함이 필요한 궁신탄영은 익히기 까다로운 만큼 효용성도 그만큼 높은 신법이다. 게다가, 그 신법은 제현을 공격했던 피풍의의 사내도 처음 제현을 스쳐지나갔을 때의 신법이 바로 이 신법이었다. 탓! 궁신탄영의 신법으로 바닥을 살짝 퉁구며 쏘아져 나간 풍운지는 절벽을 향해 다시 발을 딛고는 그대로 제현을 받고는 자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이었기에 제현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게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나? 내공을 키우라고, 내공이 뒷받침이 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강한 육체라도 무너지기 쉽네....육체적인 수련도 좋지만, 정신적인 수련과 육체적인 수련은 같이 병행하게.....” “마치 사부 같군!” 풍운지의 여러 설명은 탁월했다. 가장 효율적이며, 빠른 진보를 볼 수 있는 정파의 수련법이지만, 제현은 요지부동, 자신의 방식으로 수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 말로 노가다근성, 제현은 셀리온 월드를 할 당시부터 누구의 말도 잘 듣지 않는 독불장군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자가 누구인가. 중원의 고수인 풍운마검 풍운지, 비록 잘 알지는 못했지만 방금 전의 신법을 보아도 상당한 실력임을 알기에 제현도 순순히 수긍하는 눈치였다. “충고 고맙네. 그러도록 하지.” 제현은 가볍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등을 돌렸다. 등뒤에 감추어져있던 제현의 손에서는 연신 붉은 핏방울이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풍운지는 인상을 찌푸리며 제현에게 말했다. “그리고 다친 듯하니, 손을 내어 보게.” 제현은 풍운지의 말에 급히 손을 뒤로 감추었지만 늦은 뒤였다. “물가에 가서 간단히 씻고 기다리게, 간단한 금창약을 준비할 테니.” 풍운지는 신법을 발휘하며, 근처의 야생초를 꺾어 오더니, 자신의 내공으로 꽃잎을 제외한 모든 것을 없앴다. 그리고 그 잎을 으깨며, 즙을 만들어냈다. 진한 녹색의 향기로운 즙이 만들어지자, 제현의 손을 끌어 올리며 상처가 난 부위에 바르고 있었다. “크윽ㅡ 왜 그리, 관심을 쏟는 거냐. 이정도 상처쯤은 자연히 나을 수 있는 것을....” “뭔가 착각하고 있구만, 자네는.....상처 부위에서 진동할 피 냄새를 맞고 이곳에 요괴들이 몰려올지 모른다네...게다가, 지옥의 기운에는 사기(死氣)가 많기 때문에 자칫 고질병이 도질 수도 있지. 이렇게 약초로 바른 다면, 그런 걱정도 줄어들걸세.......” 약초의 때문에 생기는 쓰라린 통증에 인상을 찌푸린 제현은 고개를 들어 풍운지를 쳐다봤다. 마치, 제현의 아버지와 같은 자상함과 매일 같이 부드러운 인상만을 고수하는 풍운지가 왠지 경계되기 시작한 탓이다. 확실히 풍운지는 착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근본도 모르는 사람(제현)을 자신의 요새(집)로 초대 하질 않나. 이런 약초로 상처까지 치료해주니 이상한 기분이 든 탓이었다. 또한,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수련중임에도 힐끔힐끔 보는 것이 보통 의심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혹시...자네, 나의 무공을 배워 볼 생각이 없는가? 아무리 봐도 자네의 자질이 뛰어 난거 같아서 말이네, 혈문을 열 때,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순수한 마(魔)의 기운이 마음에 걸리지만...나의 무공이 아니라도 상관없네, 사부라고 불리지 않아도 좋네, 그냥 자네에게 도움이 되고 싶으이....” 처음 제현은 풍운지가 미친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조심스럽게 말하는 꼴이 계집이 좋아하는 사내에게 고백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물론, 잘생긴 풍운지의 외모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황이 그 꼴이었다. “흐음....사실 나도, 네 도움이 필요하긴 했어, 혼자서 익힐 만한 게 아니더라고, 만오전서라는 것이....” 제현은 못이기는 척, 풍운지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물론, 그를 사부로 두겠다는 것이 아닌, 부. 탁이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를 사부라 부를 필요는 없었다. “고맙네, 고마워.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성실히 답해주겠네. 약속하지!” “뭘, 그 정도 가지고. 아무튼 오늘 구해준거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풍운지는 제현을 가리킬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며칠 동안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인 만큼 제현의 승낙에 기뻐하는 것은 당연했다. 제현을 힐끔힐끔 쳐다 본 것도 말할 기회의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자신은 3계의 중원 무림에서 제자라고는 한명도 없었기 때문에 초보 사부인 것이다. 그만큼 남을 가리키는 생각에 풍운지의 모습은 상당히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내일부터 시작이다. 예전 못지않은 기상을......그리고 그 피풍의 개자식을....” 제현의 눈동자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마기맺히며 싸늘하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무공이 뛰어난 풍운지로써는 모든 것을 듣고 있었지만 처음 만났을 때의 상처로 누군가에게 당한 것이 틀림없었기에 대충 넘어가고 있었다. 여전히 마기가 넘실거리는 제현의 눈은 광기에 휩싸이며 이글거리고 있었다. 수련은 실전 처럼, 실전은 수련 처럼 “혹시 만오전서라는 것의 구결을 알고 있나? 아니면 기운을 움직이는 순서라던 지? 무공의 이름이라도 알고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된다네, 이름만으로도 흐름이나, 속성을 알 수 있으니. 알고 있나?” “흠....마령심법(魔靈心法)....에....선기혈, 자궁혈....” 풍운지의 말에 제현은 생각을 하는 가 싶더니 빠르게 무공의 이름과 기운을 움직이는 순서를 말하고 있었다. 그에 늦어질 세라, 풍운지는 빠르게 제현의 등에 쌍장을 가져다 대며 기운을 주입하며, 제현이 말하는 곳으로 기운을 이동시키고 있었다. 순간 제현은 가슴에서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 차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슴전체가 아니라 명치부분에서 맴도는 따스한 기운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이 선기혈(璇璣穴)이다.” 편안한 기분이 들며, 정신이 몽롱해져가는 제현의 머릿속에 풍운지의 음성이 들렸다. 예전처럼 고통스럽지는 않았지만 이질적인 기운에 약간 움찔 할뿐 어떤 고통은 없었다. “이곳이 자궁혈(紫宮穴)을 지나 심장부위에 있는 옥당혈(玉堂穴)....” 풍운지의 기운은 목 가슴 쪽으로 오더니 서서히 심장근처의 옥당혈에 머물렀다가 다시 흘러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심장부근에 있는 영혼의 낙인 근처였기에 망정이지 그곳을 관통해 지나갔다면 만오전서의 무공마저 못 배울 뻔했다. 한마디로 운이 좋았던 것이다. “구미혈(鳩尾穴)을 통해 지사혈(志舍穴) 그리고 그 밑에 있는 유문혈(幽門穴)” 순간 수십 갈래로 흩어졌던 기운이 유문혈을 통해 제현의 배꼽 약간 윗부분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기운들은 한데 뭉쳐지며 둥근 달걀모양으로 뭉쳐졌다. 그래봐야 메추리알보다 훨씬 작은 콩알 만 한 수준이었지만, 이정도면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기운이 합쳐지자 제현의 양 볼이 빨개지며 몽롱한 기분이 더욱 나른해졌다. 그리고 활력이 샘솟고 있었다. 마치 담배를 피우면 순간 몽롱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처럼 기운이 몸을 돌아다니다 단전이라는 곳으로 들어오자 활력이 샘솟는 것이었다. “이상하군....다른 심법보다 혈도의 수도 작은데 몇 번의 대주천을 한 것 보다 더한 효과라니....마공...인가?” 풍운지는 떨떠름한 표정과 놀랍다는 듯이 제현의 몸을 모고 있었다. 자신도 알지 못한 이상한 곳으로 기운을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혈 자리들은 하나같이 사혈이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제현의 말을 듣고 잘못된 것이 아닌가. 했는데, 제현이 모은 기운을 보니 엄청났던 것이다. “역(易)으로 다시 되돌린다니...이런 심법이!?” 풍운지는 모았던 기운을 다시 반대 방향으로 기운을 돌리고 있었다. 제현의 설명에 착실히 이행하고 있었지만 심법자체가 의심스러웠다. 본시, 심법이라면 움직이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건만 이 기운은 한 바퀴를 돌면 반대로 다시 돌리라는 말에 기가 찼던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탁월한지 처음의 기운에 두 배 가량이 모이는 것이 보였다. “이게 운기인가? 하하!” “당연하지, 운기를 통해 생기를 증폭시키는 것이 내공심법이다.” “생기?” “하핫! 이거, 어린 애를 앞에 놓고 말하는 거 같군. 생기는 기운, 즉, 너의 아랫배에 있는 단전이라는 곳에 있는 것이지.” 제현은 손톱만 해진 기운을 보며 조아라했다. 심장에 있던 기운은 느슨하게 뭉쳐있었다면 이건 엄청난 압축력이었다. 게다가, 조그마한 기운이 예전에 가지고 있던 마나보다 더욱 정순해 보였다. 물론, 풍운지의 도움으로 움직인 거지만, 이제는 혼자서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쿠쿡ㅡ” 제현은 웃음을 참을 수 없어 웃고야 말았다. 이제 드디어 마나를 모은 것이다.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기운, 제현은 한손으로 입을 가리며 크큭ㅡ거리며 웃어젖히고 나머지 손으로는 흙을 움켜쥐고 있었다. 얼마나 세게 쥐었던지 뿌드득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강해지는 것도 시간문제군!! 하하!” 제현은 단전에 잠들어 있는 기운을 느끼기 위해 마음을 진정시키고 정신을 집중했다. 제현의 모습 때문이었을 까. 풍운지는 조용히 자리를 비켜 자신의 수련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수련장이라고 해봐야, 야생화가 많은 곳에서 칼춤을 추는 것뿐이지만..... ‘다시 느껴져 온다. 차가운 어둠의 마나가!’ 다시 느껴지고 있었다. 따뜻하면서 차가운 느낌의 어둠의 마나, 즉, 중원에서 말하는 마(魔)의 속성이 느껴지고 있었다. 제현은 풍운지가 인도해주었던 곳을 따라 천천히 기운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바른 방향으로.....그리고 반대 방향으로 돌리기를 반복할수록 제현의 마음은 평온해지고 있었다. 마치, 늦잠을 자고 나른한 몸을 이끌고 상쾌한 공기를 맞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리고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며 제현은 눈을 스르륵 떴다. 주위는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난 것인지 어두워져 있었다. 꼬르륵ㅡ “아....마령심법에 정신이 팔려 밥 때를 놓쳤군....쳇!” 씨익ㅡ 배고픔에 짜증은 부렸지만 단전에 있는 기운에 배소를 짓는 제현이었다. 처음부터 많은 양을 모으면 체할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멈추었지만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게다가, 이만큼의 양을 모으는 것은 자신도 어렵다고 한, 풍운지의 말에 미소가 어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노력으로 실력을 상승시키는 것을 처음으로 맛본 제현이었다. 물론, 지금 가진 기운이 일천하지만 꿀리는 것이 없는 제현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는 자신이 최고 이므로... “풍운지! 오늘은 맛있는 물고기 반찬으로 하지!” “아? 그게 마음대로 되는 줄 아는 가? 자네가 이곳에 와서 먹은 물고기만 해도 상당양이야...이제부턴 좀 자중하게....그 귀한 것을 일주일도 안돼서 멸종직전까지 몰리다니....딱 오늘 하루만이네....앞으로 일 년간은 풀 반찬뿐이야.” “하. 하. 하!” 제현은 기분 좋은 기분으로 풍운지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물론 물고기 반찬을 먹자는 말을 빼는 것은 잊지 않았다. 하지만 풍운지는 인상을 찌푸리며 자중하라는 듯이 말하고는 못이기는 척, 물가로 가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는 제현은 생각했다. ‘사부라....그것도 좋을 지도? 훗.’ 쉭ㅡ 쉭ㅡ 슈슉ㅡ 쉭! 진짜 물고기가 별로 없는 것인지 평소 같았으면 1분도 되지 않아 잡아 올릴 물고기가 오랜 시간 지나서도 잡히지 않는 모습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풍운지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자신의 의지로 행한 것이 아니지만, 기분 좋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하하!” 그는 진심으로 제현의 성취를 기뻐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처음부터 무아지경이라는 경험을 맛보았으니 앞으로 있을 성취는 더욱 놀라울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자신의 성취를 뛰어 넘는 청출어람(靑出於藍)과 같은 능력을 보여줄, 제자, 아니, 제현을 생각하니 기분이 절로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수련은 실전 처럼, 실전은 수련 처럼 다음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새벽부터 수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물론 수련이라는 것이 몸속의 기운을 다스리는 일이지만, 그것은 제현에게 큰 힘이 되어 주고 있었다. 게다가, 마령심법이라는 것이 워낙 탁월한 것인지 제현의 수련이 지속될수록 내공은 더욱 많이 쌓여 가고 있었다. “그만....오늘은 그만하고, 자네가 밤에 말했던 검법을 가르쳐 주겠네.” “드디어....!” 제현은 드디어 몸으로 익히는 것을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상당한 시간을 내공을 모으는데 투자했기에 슬슬 질려가던 차였다. 물론, 조금씩 강해진다는 기분에 따분한 느낌은 안 들었지만 매일 반복되는 수련이 지겨워 진 탓이었다. “아무리 내공이 높아 봐야, 기운을 적절하게 사용하게끔 하는 검법과 같은 무공을 알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힘이겠지. 또한, 네가 사용하고 있는 마령심법이라는 것에 걸맞게 패도 적이며 날카로운 공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풍운지의 말을 들을수록 제현의 심장은 세차게 뛰고 있었다. 드디어 익히는 것이다! 여러 가지의 설명과 주의사항이 들려왔지만 제현은 이미 상상의 나래 속에 빠져 있었다. 하늘을 날며, 적을 단숨에 베어버리는 검법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서 배우고 싶군.” 제현의 눈빛에서는 흐릿한 기운이 흐르며 안광(眼光)이 감돌았다. 그것은 마령심법이 발출되는 증거였다. 무공을 익힐수록 그 현상이 몸에 나타나는 것을 알고 있는 풍운지는 크게 흐뭇해하며 고개를 연거푸 끄덕였다. 벌써 저 정도의 경지에 이를 정도로 성취가 높고 열의가 높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현의 눈 심연처럼 무심한 살기(殺氣)가 느껴지는 눈!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살기와 몸을 경직시킬만한 위압감, 벌써부터 강자의 느낌이 솟아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좋아! 역시....내 생각대로 성취가 빨라. 그 정도의 기세라면 충분히 배울 수 있겠지.” 풍운지는 제현의 눈빛에서 욕망이 느껴졌지만 그것이 무공에 대한 것임을 알고 다행으로 여겼다. 과거 자신이 복수에 눈이 멀었을 때의 눈빛과 비슷했기 때문에 내심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서, 가르쳐 줘.” 제현은 흥분된 감정을 숨기지 않고 풍운지에게 말했다. 계속 가르친다. 가르친다 하면서 질질 시간을 끌고 있었던 탓에 제현은 답답해하고 있었다. “그래, 비록 내가 펼치는 것을 겉핥기식에 불과 하겠지만, 이것의 정수를 펼칠 수 있는 것은 네가 하기 나름이다. 어떻게 내공을 움직여야 할지, 어떻게 보법을 해야 할지....” 풍운지는 웃는 얼굴으로 근처의 나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우선, 처음은 쾌(快), 만검(萬劍) - 낙(落)” 거목에게 다가간 풍운지는 검법의 이름인 만검과 첫 번째 초식인 낙을 사용했다. 그러자 풍운지의 검이 순식간에 거목을 홅고 지나가며 난자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쾌속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던 검이 수십 갈래로 변하며 단 일수에 나무는 동강나기 시작했다. 풍운지는 빠르게 검을 회수하며 검 집에 검을 꽂아 넣었다. 그리고 탓ㅡ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백스텝을 했다. 그러자 수십 갈래로 쪼개지는 거목! 그 견고하고 웅장했던 거목은 수백조각으로 나눠져 있었다. 짧은 시간에! 제현은 멍한 표정이 되어 버렸다. 처음에 사용한 기술이 이정도의 위력이라는 온몸이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허허ㅡ” 제현은 풍운지가 시전 하는 만검을 지켜보며 웃음을 흘렸다. 저 굉장한 검법을 배운다는 생각을 할수록 제현의 놀랍다는 웃음이 더해졌다. “다음은 중(重), 만검 - 파(破)” 풍운지가 갑자기 허리를 숙였다. 직각에 이를 정도로 숙인 풍운지는 가볍게 지면을 탁- 발로 튕겼다. 허리가 굽은 상태에서 앞으로 튕겨 나간 풍운지는 검을 역으로 잡고 있었다. 타탁- 팍- 풍운지는 탄력을 그대로 검에 힘을 주고 나무 옆에 있던 곰 같은 크기의 바위를 내려찍었다. 강한 일격! 찌르듯이 쥐어짜며 바위를 관통하고 들어갔다. 깊숙이 박혀 버린 검에서는 미세한 기운이 요동치더니 꽈꽈꽝, 굉음을 토해냈다. 꽈꽈꽝! 검에서 뿜어져 나간 기운이 그대로 바위 속에서 터져 버린 것이다. 기운으로 검을 보호하며 검으로 빠져나간 미세한 기운이 바위의 입자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사방으로 분출하며 나타난 현상이었다. 이것이 파의 묘리였다. 강한 피부를 가진 상대의 연약한 피부 속 살결을 그대로 터뜨리는 것, 그야 말로 잔인한 손속이라고 할 수 있는 초식이었다. 패도 적이며, 무거운 한방이었다. 비록, 풍운지의 심법으로 인해, 빠른 이미지도 주고 있었지만, 엄연히 한방을 위한 기술이었다. “절제 되고 부드러운, 유(柔), 만검 - 유(流)” “호오ㅡ” 제현은 풍운지가 초식을 펼칠수록 기대가 부풀어만 갔다. 다음에 어떤 초식이 나올지 제현은 집중하였다. 유(流), 방황하고 흐른다는 의미의 유였다. 순간, 이상한 초식 명들이 생각나자 실소를 흘렸지만 자신의 선조가 만들고 사용한 초식이었기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야말로 절세의 무공 같아 보였다. 풍운지는 물이 흐르듯이 부드럽게 초식을 이어가고 있었다. 어떨 때는 빠르게, 어떨 때는 부드럽게, 어떨 때는 성난 파도처럼 몰아치고 있었다. 제현은 눈으로 쫒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는 풍운지를 보며 눈을 비볐다. 슈슈슈슉! 유는 보통 절제되고 부드러움의 상징인 초식이었다. 하지만 어떤 생각으로 만든 것인지 제현의 선조는 한 초식 안에 여러 개의 초식을 혼합해 상당한 양의 변 초를 만들어 낸 것이었다. 이 초식 하나 만으로도 상당한 고수가 될 수 있는 절초중의 절초였다. 순간 풍운지의 동작이 느려지는가 싶더니, 느린 호선을 그리며 검을 휘두르며 춤을 추듯이 나긋나긋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옷을 짜는 아낙네처럼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마지막이다! 이건 몸을 가누지 않고 상대하기 힘든 적을 위해 만들어 진 것 같군. 그다지 사용할만한 초식이 못 될 거 같다. 최종오의 같은 초식이다. 필살의 필(必), 만검 - 살(殺)” 초식 중 가장 가슴에 와 닫는 말이었다. 몸을 가누지 않고 적을 죽이는 검, 그야 말로 필살의 수가 아니겠는가? 가장 마음에 와 닫는 초식 명이었을 까, 제현은 앞의 초식들 보다 더욱 집중했다. 눈에서는 적을 향해 살기를 내비치는 것과 똑같이 매섭게 풍운지를 보고 있었다. 슈아아악! 공기가 부서질듯한 패도적인 쾌검이었다. 허공이 베어지며 은빛의 검 날이 빠르게 일도양단(一刀兩斷)의 수로 적을 베고 넘기는 모습이었다. 오직, 사혈만을 노리는 일격필살(一擊必殺)! 방금 풍운지가 베고 지나간 곳은 사혈 중의 사혈인 태양혈과 명문혈을 수직으로 그어 내리는 형태였다. 게다가 약간 비틀어 베는 듯 한 모습을 보인 풍운지는 적의 왼팔을 자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일격필살의 수법 때문인지 풍운지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초식이라는 소리였다. 쉬이이익- 쉭- 풍운지의 검이 연속 두 번 휘둘러졌다. 적의 오른팔을 두 번으로 나눠 자른 것이다! 파팟- 쉭- 풍운지는 가상의 적을 만들어 왼팔, 오른팔, 왼다리, 오른다리 순으로 자르고 가슴에 수많은 검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고통으로써 해방을 시켜줄 자비로움을 보여줄 만한데 그대로가상의 적의 얼굴을 난자하였고, 마무리는 태양혈 부근을 찌르는 모습이었다. “후우ㅡ 이것이 네가 말했던, 만검(萬劍)이라는 4개의 초식이다.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검법이다. 이정도의 검법이라면 일류, 아니, 초일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물론, 마지막 초식인 살만 없다면, 정파의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그래?” 사실 풍운지가 한 말은 엄청난 것이었다. 보통 구파일방의 무공이 일류무공이라고 한다면, 제현의 가문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무공은 구방일파와 맞먹을 정도의 검법이라는 소리였다. 또한 제현의 가전 무공인 만검에는 주로 두 가지의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었다. 첫째는 쾌, 대부분의 초식들이 쾌로 이어지고 있었고, 적을 파괴하는 중의 묘리가 두 번째로 많았다. 또한, 적은 부분이지만 부드러움의 유까지 포함하고 있으니 일류무공을 넘어서는 무공이었다. “우선, 기운을 싫지 않은 와중에 수련을 하도록 하지,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면, 보법을 넣어서 움직이며 수련을 하겠네. 그 정도가 되면 나와 가벼운 대련을 하면서 검법을 익히도록 하지. 자, 여기 자네에게 보여준 초식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네. 잘 보관하게....” 풍운지는 나무껍질로 만들어진 조잡한 책을 제현에게 넘겨주고 있었다. 물론 지옥에서 종이를 구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건 구하기도 힘들었고, 구하기 위해서는 도시라는 곳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귀찮은 일이었다. 그래서 풍운지는 널려있는 나무들의 껍질을 얇게 베어내, 책같이 만들어 낸 것이다. “너희 가문의 초식이니 완전히 외우고 있겠지만, 혹시 모르니 다시 정독하고, 외워 두게, 물론 몸으로도 기억하고 말일 세. 그 이유는 자네도 잘 알 것이네. 초식의 오묘함을 깨닫기 위해선 우선 외운 후 정신과 육체로 수없이 시전 해봐야겠지. 그럼 나는 오랜만에 주위를 정리하고 오겠네. 상당히 불어나 있군.” 풍운지는 그 말을 하고는 절벽을 밟으며 지상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제현은 뒤질세라, 풍운지가 주고 간 비급을 읽으며 초식을 하나하나 따라 하기 시작했다. 물론, 몸속의 기운을 배제한, 순수 육체적으로 휘두를 뿐이었다. 내공이 담기지 않은 만검은 어설프기 그지없었지만 일단, 제현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꼭, 만검의 마지막 초식인 살(殺)을 완벽하게 익히겠다.” 굳은 결심까지 하는 제현이었다. 물론 그 살을 이용해 적을 농락 시켜줄 녀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차갑고 빈정대는 듯한 말투, 오만한 눈동자와 온몸을 옥좌 하는 듯 한 붉은 빛의 눈동자, 그리고 피풍의 모든 것이 떠오르자 더욱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핫ㅡ 하앗! 하, 핫ㅡ! 그날 제현은 만검의 처음 초식인 낙(落)을 수백 번, 수천 번을 휘두른 끝에야 편안하게 잠에 들 수 있었다. 수련은 실전 처럼, 실전은 수련 처럼 후웅ㅡ 뭉툭하지만 싸늘하게 공기를 가르는 살검(殺劍)이 허공을 갈랐다. 시전자의 눈에서는 살기가 요란히 묻어나고 있었다. 마치 사람을 몇 명이고 죽인 살인자처럼 그 눈동자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지난 60일 동안 풍운지에게 배운 초식을 마음껏 시전하고 있는 제현이었다. “하앗!!” 제현은 풍운지가 검처럼 만들어준 목검을 들고 수련하고 있었다. 철로 된 무기를 구하기 어려운 지옥인 만큼 이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풍운지가 검과 비슷한 정도의 무게와 중심을 가진 목검을 만들었던지 제현의 자세는 안정되어 있었다. “만검(萬劍) - 낙(落)!!” 만검의 거의 모든 초식에는 낙(落, 찍다. 흩어버리다.)의 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에 검은 더욱 빠르고 허초가 많았다. 그리고 검법의 초식들을 시전 할 때마다 바뀌는 속도 때문에 검을 잡는 위치도 다르게 해야 했다. 빠름의 낙, 그것을 사용 할 때는 검의 날이 닿을락 말락해야 했고 파괴 적인 파를 사용 할 때는 검을 중앙에 위치하게 잡아야 했다. 또한, 부드러움의 유를 사용 할 때는 잡은 듯 잡지 않은 듯해야 했기에 여간 까다로운 검법이 아니었다. 어떻게 본다면, 만검은 춤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슈욱ㅡ싀싀싁!! 또한 검을 쥐는 방법이 특이하므로 휘두르는 속도는 쾌속(快速)이었다. 마침 제현의 만검의 살(殺)을 시전 할 때였다. 쾌속의 빠르기로 한번의 휘두름으로 적을 베어버리는 낙(落)의 연초였다. 그만큼 마지막 오의는 어떤 초식과도 연계가 가능한 초식이었기에 그야말로 무적의 초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보통 오의라고 한다면 특이한 기수식을 가지고 있건만 이것은 오의라고 보기 힘들게 평범한 기수식인 착(꼭쥔 형상)을 사용 하고 있었다. 제현은 순간 높게 점프를 하며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거암 쪽으로 목검을 찍으며 가상의 적의 관자노리 부근에 있는 태양혈을 찍어 눌러 버림과 동시에 바위를 향해 목검을 꽃아 넣었다. 순간 제현의 눈에서는 포식자의 눈빛과 같이 스산한 살기가 지나갔다. “좋아..상당히 좋은 몸놀림.” 풍운지는 제현의 수련장면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지금 익히고 있는 무공은 제현의 몸에 딱 알맞은 것이었다. 60일이 지난 지금 그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는 중이었다. 제대로된 보법을 익히지 않고 있는 지금에도 제현의 움직임은 내공의 영향으로 매우 날렵한 상태였다. 게다가 심법 자체가 마(魔)속성의 마공(魔功)에 속하기에 속성(速成)-빠르게-으로 수련하는 것도 좋았지만, 지금처럼 천천히 수련 하는 것도 좋을 듯했다. 게다가 마기가 예전부터 친숙한 것인지 내력을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증강시키고 있었다. 3계의 중원 무림에 비유하자면 무슨 영약을 흡수한 것처럼 지옥의 기운을 빨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확인한 바로는 제현은 모든 초식의 내용을 외우고 있었다. 풍운지는 멀찍이서 수련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전투의 감각은 뛰어나지만, 무기와의 친숙도는....” 풍운지는 약간 몸을 푸는 듯 한 행동을 취한 뒤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목검을 쥔 뒤 제현을 향해 걸어갔다. 침착한 풍운지와는 다르게 상당히 상기된 얼굴을 하고서,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는 것처럼 걸어가고 있었다. 제현의 눈매는 두 달 전과는 다르게 많이 날카로워 져 있었다. 상당히 많은 수련을 쌓았다는 듯이 눈동자에서는 현기와 스산한 기운도 내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풍운지는 살짝 미소를 지은 뒤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이제 실전이냐!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 이번에는 꼭!” 스륵ㅡ 제현은 이제 올것이 왔다는 표정, 아니 차갑게 웃으며 목검의 날을 풍운지 쪽으로 향해 겨눴다. 내력이 실리지 않은 제현의 목검이었으나 순간적으로 예기가 발하는 듯, 스산하게 날카로워 보였다. 마치 잘 다듬어진 명검에서 예기(銳氣)가 뿜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하하!” 풍운지가 웃으며 그만의 특유한 기수식의 모습으로 검을 쥐고 있었다. 살짝 검을 뒤로 빼며 땅이 닿을 정도, 장검의 모습을 한 목검이었기 때문에 닿을락 말락하며 검이 미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것이 풍운지가 취하는 기수 식이었다. 쉬익- 풍운지가 자신의 풍운신검의 초식인 풍운지로(風雲知路)를 이용해 처음의 선제공격에 들어갔다. 풍운지로, 단순히 말하면 바람과 구름의 길을 안다는 뜻이지만 엄연히 검법의 초식이었다. 바람의 변덕과 구름의 흐름처럼 풍운지의 검은 서에서 들어오는가 싶은 검은 어느새 동에서 오고 있었고, 북에서 오는가 싶으면 남에서 찌러들어 오고 있었다. “헙!” 제현은 목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보고는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녀석 진심이었다. 대련 시간만 되면 녀석의 눈동자는 무심함, 그러니까 부동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떤 사태가 벌어져도 눈 깜짝하지 않겠다는 듯 한 무심함이었다. 팍!! 제현의 이마에 힘줄이 솟아올랐다. 목검사이에서 흐르는 절제되지 않은 힘이 느껴진 것이다. 제현은 순간 만검 - 유(流)의 수법으로 몸을 비틀며 풍운지의 검을 스치며 가슴 쪽으로 베어 갔다. 풍운지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보법으로 살짝 움직이며 제현의 검과 자신의 검을 맞부딪혔다. 탁, 타타탁! 빠른 속도로 공격하는 제현의 검을 무심한 표정으로 모두 쳐내고 있었다. 검과 검이 부딛힐 수록 제현의 걸음은 뒤로 조금씩 물러서고 있었다. 수십 보의 걸음을 뒤로 물러섰을 까, 순간 풍운지의 검이 빠르게 날아드는 것이 보였다. 슈슉- 날아 들어오는 풍운지의 눈이 보였다. 제현도 자세를 갖추며 풍운지를 받아들여 살(殺)의 초식을 시전 하였다. 제현의 검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요란한 살기를 내비쳤지만 벌써 코앞에 당도한 풍운지였다. “훗, 아직 멀었네. 아직 이야.” 풍운지는 제현이 사용하는 살을 보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풍운지 역시 풍운지로의 수법에서 유운참영(流雲斬影)의 수법으로 전환해 제현을 압박하며 베었다. 유운참영, 구름의 그림자마저 벤다는 뜻이었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못 벨 것이 없다는 소리였으며, 광오한 초식이름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것이 뭐 어떤 초식이냐고 하겠지만 일단 당해 본 사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싁, 스스스스, 솨아아아악ㅡ 풍운지의 검에서 시작된 현상은 점점 제현의 동공을 꽉 채우고 있었다. 검의 속도에 수배가 되었고 검영(劍影)역시 수십 개 이상이었다. 제현의 눈에 풍운지의 검이 수십 개로 보였다. ‘끝났구나!‘ 보통 사람 같으면 눈을 질끈 감을 것이나 제현은 오히려 눈을 부릅뜨며 수많은 검영 중 어떤 것이 진짜여서 자신의 목덜미를 베려하는지 보고 있었다. 기필코 마의 두 번째 초식을 벗어나고파 하는 갈망 때문이었다. 언제나 두 번째의 초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여기까지구만! 하지만 많이 좋아졌네, 마지막 까지 시선을 떼지 않는 그 눈동자 참 마음에 드네.” 스르륵ㅡ 풍운지는 막 성대에 닿으려던 검을 순식간에 거둬들인 후 몸을 뒤로 날렸다. 제현과 대련을 하기전의 장소로 돌아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실, 제현의 만검은 아직 미숙한 곳이 많았다. 하지만 무공을 익히기 시작한지 고작 두 달이지만 두 달 이상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칫!” 제현은 스치듯 지나간 검을 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살짝 긁힌 목에서 쓰라린 느낌과 몸의 곳곳에서 느껴지는 고통으로 몸을 찌푸렸다. 실제로 베지는 않았지만 당한 곳에서 고통이 느껴진 것이다. 이처럼 풍운지는 가끔 이런 식으로 수련을 빙자한 고통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약간의 치욕도 느껴졌지만 수련을 할수록 모자란 부분을 알 수 있었기에 만족하고 있는 상태였다. “다음에는 지지 않겠다!” 제현은 미끈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훽 틀었다. 다시 수련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약간의 고통쯤은 제현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낙(落)” 슈슈슉- 쉴 새 없이 검음이 허공을 메웠다. 제현의 목검에서도 어슴푸레 검영(劍影)이 한 두개정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제현은 빠르게 몸을 틀며 외쳤다. “파(破)” 수련하기 시작한 이후로 바위에 찍힌 목검의 자국은 수없이 나 있었다. 그리고 이제 하나의 자국이 더 생긴 것이다. 파의 묘리는 바위를 뚫고 들어간 곳에서 기운을 폭사시키는 것이기에 검기(劍氣)를 다룰 수 있어야 제대로 사용 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그만큼 단계의 경지를 밟지 않는 다면 완전히 모든 초식을 사용 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하하하!!” 몸속에서는 여전히 용솟음치는 기운으로 제현의 기분을 좋게 했다. 온몸에 흐르는 기운은 땀이 되어 제현을 적셨고, 목검에 흐르는 땀은 예기가 되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현은 풍운지의 착검(着劍)법으로 검을 회수했다. “슬슬 보법을 익힐 때가 되었군.....” 풍운지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절벽아래의 하루는 저물어 가고 있었다. 수련은 실전 처럼, 실전은 수련 처럼 “고작 그 정도 가지고 신음을 흘리는 가? 하체 부실이군! 하체 부실!” 빠직! 풍운지의 말에 제현을 이를 악 물었다. 새벽부터 시작된 보법 수련에 기대 반, 흥분 반으로 시작된 것이 지금에 이르러서는 오만인상을 찌푸리며 수련을 임하는 제현이었다. 제현의 머릿속에서는 수만 가지의 생각이 지나갔지만 풍운지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허어! 수련 중에 어찌 잡생각을 하는 가? 자네, 그러고도 사내인가? 고장 10분 가지고 힘들어 하는 기색이라니!” “그게 쉬운 줄 알아? 오토바이 자세라니! 이게 수련이야?!” “오토바이? 그것은 무엇인가? 아무튼 그 자세를 30분 동안 버텨야만 기본적인 수련이 끝이라고 할 수 있네. 보법을 익히는 것이 쉬운 줄 알았는가?” 풍운지는 느긋한 표정으로 제현을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제현은 일명 기마자세라고 불리는 자세로 연신 땀을 흘리며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을 유지하며 눈앞의 풍운지를 노려 볼 뿐이었다. 다리는 연신 후들거리고 있었고 주위는 고요했다. 오직 제현의 신음소리만이 이곳을 메우며 소음을 내고 있을 뿐이었다. 후들후들. “쓰읍ㅡ” 제현은 한계에 달해 있었다. 장장 10분이라는 시간 동안 같은 자세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법의 기초는 당연히 하체 단련에 있다. 물론, 마법사였던 제현이었기 때문에 육체의 단련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지금처럼 신음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그만! 자네, 그래가지고 언제 30분을 채우겠는 가. 물론, 보법도 중요하지만 보법의 움직임을 지탱 해주는 하체역시 중요하다네. 아무튼 하체 수련을 나중에 하고 보법수련이나 하지.” 후들후들. “아, 좀 쉬다가....도저히 못 움직이겠어.”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애처로운 표정을 짓는 제현의 모습에 풍운지는 고개를 흔들고는 제현을 가까운 그늘로 인도했다. 물론 다리의 갑작스런 운동 때문인지 몇 걸음 걷지 못하고 넘어져 버린 제현을 부축해 옮긴 것도 풍운지였다. 주물럭, 주물럭 “지금은 이렇게 내가 내력으로 근육을 풀어주겠지만 다음부터는 어림도 없네. 이것도 수련이야.” 풍운지의 말에 절실히 공감하는 제현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편안해진 다리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말하는 제현, 하지만 실상 풍운지도 보법의 수련을 위해서는 뭉쳐진 다리를 풀어야 했기에 군소리 없이 근육을 풀어 주고 있었다. “자자, 어느 정도 풀렸으니 슬슬 일어나는 것이 어떤가? 늑장 부리면 더 힘들어지는 법이네.” “쳇, 알았다고. 재촉 하지마 나도 생각이 있으니 그 정도는 안다고.” 어느 정도 다리의 근육이 풀리자 기운으로써 근육을 풀어주던 풍운지가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며 제현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평평한 지형을 골라 무언가 열심히 발로 찍더니, 제현을 그곳에 세우고는 발을 맞춰 보라는 식으로 눈치를 보냈다. “이것이 무엇인지는 알겠지? 흔히 무림세가들이 이용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것이 편법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만큼 효과도 있기 때문에 나 역시 이 방법을 추천하지. 하지만 어느 정도 선에서 이 발자국을 지울 테니, 외워 두게.” 풍운지가 행한 방법은 흔히 무림의 세가들이나, 여러 유명한 문파에서 행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것을 아무 곳에서나 사용 할 수 있는 수련방법이지만, 사람마다의 일정한 걸음걸이, 움직임 등이 다르기 때문에 몸에 맞는 보법을 찾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방법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그만큼 이 방법을 택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법을 포기하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보법을 완성시키는 방법이다. 물론, 풍운지는 도중에 지운다는 말로써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계획이었다. “너무 이것에 의존 하지 말게. 의존한다면 자신만의 보법이 완성 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어느 정도의 보법이 완성된다면 자네의 가문의 것으로 바꿔서 하지.” 풍운지가 찍어 놓은 발자국의 보법은 삼재보(三才步)로 무림에서 초보들이나 하는 보법이었다. 물론 이것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경지가 높은 고수들도 이 보법을 기초로 상위의 보법을 수련하기 때문이다. 삼재보는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 그리고 빙글 한 바퀴 회전하는 걸음걸이가 삼재보 였다. 어찌 보면 단순하겠지만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는 난처한 걸음 걸이였다. 일정한 걸음걸이에 일정한 힘으로 걸어야 했기 때문에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탓ㅡ 타탁ㅡ “하핫 이거 쉬운데...? 읏?!” 제현은 빠르게 걸어가며 삼재보를 시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 발자국을 떼었을 까? 몸이 약간 휘청하며 제현의 스텝이 꼬여 버렸다. 그리고 들리는 쿠당탕! 소리와 함께 제현은 볼썽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풉ㅡ 자네 그것을 보법이라고 펼친 건가? 저 보법은 남녀노소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삼류 보법이네, 물론 저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 기초도 재대로 펼치지 못해서야 일류의 보법을 어찌 펼치겠나.” 풍운지는 제현이 휘청거리며 쓰러지자 순간 웃음을 흘리고는 시범을 보였다. 물론 보법을 펼치는 모습은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말까지 하고 있으니 제현으로써는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자신이 삼류의 보법도 펼치지 못하는 바보라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 졌지만 그것을 가지고 내색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보법이란 자고로, 평소의 걸음걸이처럼 자연스럽게 펼쳐 내야만 실전에서 사용 할 수 있는 것이네, 고양이처럼 기척이 나지 않고, 일정한 걸음을 걸어야 하며, 어떨 때는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날카로워야 하는 것이 보법(步法)이야” 몇 번을 더 보여준 끝에야 풍운지는 걸음을 멈추며 제현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제현은 감탄을 터뜨리며 다시 한 번 더 따라했지만 어설프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물론, 이번에는 넘어지는 불상사는 없었지만 느릿했고 걸음의 폭도 어정쩡했다. 발자국이 있음에도 그 보법을 펼치지 못한 것이 치욕스러웠던지 묵묵히 수련에 임할 뿐이었다. “그 보법과 마보자세를 다 펼칠 때 까지는 어떤 보법도 자네에게 가르쳐 주지 않겠네.” 풍운지는 냉정하지만 그런 말을 하고는 명상에 잠겨 들었다. 물론, 기초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아는 제현도 묵묵히 풍운지의 말에 반박을 하지 않고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어떨 때는 빠르게 움직이기도 했고, 어떨 때는 술 먹은 사람처럼 비틀 거리기도 했지만 점점 보법에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보법! 젠장, 삼류보법 주제에 더럽게 어렵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계속해서 수련에 임하는 제현이었다. 물론 그 뒤로 수없이 보법을 펼쳤지만 완벽하게 펼쳐 낼 수는 없었다. 언제까지고 보법 수련에만 매달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검법 수련도 해야 했으며, 심법수련으로 내공도 쌓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제현에게는 할 일은 넘쳐 나고 있었고 넘어야 할 산은 수없이 많았다. “기필코, 다음 수련으로 넘어가겠다!!!” 들어주는 사람이라고는 풍운지 밖에 없지만 세상을 뒤 흔들 것 같은 목소리로 크게 외치며 수련에 임하고 또 임했다. 수련은 실전 처럼, 실전은 수련 처럼 시간은 흐르는 물(流水)이라 하였다. 제현이 이 무간지옥이라는 곳을 온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러 있었다. 지옥에는 계절이라는 것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 감각이 없지만, 확실히 한해가 지나 간 것을 알 수 있었다. 몸속의 내공역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해 자그마치 6년 정도의 내공을 얻은 것이다. 물론 그것으로 만족할 제현은 아니지만 풍운지의 입장에서는 턱이 빠질 정도의 실력향상이었다. 지옥의 계절은 차가울 정도의 백설(白雪)이 내리며, 어떨 때는 뜨거운 지옥 불이 떨어지는 것처럼 뜨거운 산성비(酸性雨)와 차가운 비를 뿌리기도 했다. 모든 계절을 느낀 제현은 어느새 다시, 차가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계절을 맞이한 것이다. 세 가지의 계절, 차가운 백설이 내리는 겨울, 뜨거운 산성비와 차가운 비를 뿌리는 여름, 따스한 바람이 부는 봄, 단 세 가지의 계절이지만 어느새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 온 것이다. “낙(落)!” 제현은 마영보법을 이용해 낙의 움직임을 더욱 현란하게 만들었다. 마영보법(魔影步法)은 그림자와 같이 상대의 그림자를 밟으며 이동하는 보법이었다. 물론 제현의 발놀림에는 어설픈 모습이 보였지만, 장장 일 년이라는 시간동안 수련한 보법이기에 상당한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또한 마영신법(魔影身法)이라는 것 까지 같이 배웠기에 헤이스트를 쓴 것처럼 빠르게 이동 할 수 있는 방법도 배웠다. 차앗ㅡ 슈악, 휘리릭! 그림자 같이 빠른 몸놀림으로 시전하고 있는 만검의 초식들은 하나같이 빠르고 날카로웠다. 게다가 발의 놀림까지 더해지자, 극 쾌를 자랑하는 검법으로 자리 매김 한 것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고통과 시련을 겪었지만, 제현은 꿋꿋이 버텨 내며, 지금의 경지를 밟았다. “자, 이제 마지막 대련이다. 너의 성취는 뛰어 나다. 타고난 무골(武骨)이야!” 풍운지는 날카롭게 날이 선 진검을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물론 제현이 들고 있는 검은 목검이었다. 지옥이라는 곳에서 철로 된 무기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현의 수련을 돕기 위한 도구이기도 했다. 어찌, 날카롭게 선 검을 목검으로 막을 까 생각 하겠지만 제현의 내력이 일정 범위에 도달했기 때문에 약간의 기운을 검에 실을 수 있기 때문에 몇 분 동안 진검과 목검의 대련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준비가 다 됐네, 자네도 준비는 다 됐겠지?” 끄덕. 그동안의 수련을 증명하듯 제현의 눈동자는 살기는 물론, 무인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무심(無心)의 눈동자 속에서는 이글거리는 살기가 있었지만 이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호승심이요, 기본적인 기술인 것이다. 상대방을 압도하는 무력과 기세를 가진 자가 진정한 무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선(先)을 양보하지, 오라!” “그럼 사양하지 않겠다.” 타앗ㅡ 제현은 마영신법의 수법으로 앞으로 튀어 나갔다. 마영신법은 한 번의 발놀림으로 상당한 거리를 이동 할 수 있는 신법이기 때문에 순간적인 스피드를 살리는 기술이었다. 물론, 마영보법이 기초가 되기 때문에 은밀함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번에는 이겨 주마!” 순식간에 풍운지의 앞으로 나타난 제현은 만검 - 유(流)의 수법으로 검을 느슨하게 쥔 뒤, 빠르게 풍운지의 가슴 쪽을 노렸다. 6년의 내공으로 무엇을 할 까 생각하겠지만, 무림인에게 있어서는 한 톨의 내력이 있으면 몇 배의 위력을 내는 공격은 쉬웠다. 이것이 마법사와 무림인이 다른 점이었다. 무식하게 마나만 많이 가지고 있는 마법사와는 다르게, 축약과 집약을 통해 다져진 내력은 엄청난 힘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팍-툭-팍-팍- 가슴으로 파고든 제현은 성난 파도처럼 풍운지를 몰아 세웠다. 하지만 여전히 여유러운 표정으로 제현의 검을 받아 넘긴 풍운지는 다음 공격을 대비해 몸을 비틀었다. 차르륵 제현의 목검에 힘이 실려지자 맞부딪혔던 풍운지의 검에 살짝 뒤로 튕겨났다. 그러면서 풍운지의 신형역시 바닥에 질질 끌리며 조금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하지만 풍운지는 개의치 않는 다는 듯이 자신의 보법을 이용해 제현의 검을 살짝 빗겨 내며, 풍운참영의 수법으로 제현에게 응수했다. 싁, 스스스스, 솨아아아악ㅡ 순간 수십 개의 검영이 생기며 제현의 동공을 꽉 매웠지만 제현은 단 하나의 잔영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가장 외각에 있는 작은 잔영이 풍운지의 실초였다. 나머지는 허초, 순간 제현은 모든 것을 판단하고 마영보법 중 뒤로 물러서는 방법을 이용해 이동했다. 하지만 풍운지의 검은 뱀처럼 빠르게 쫓아오며 제현의 퇴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캉!! 제현의 목검과 풍운지의 검이 부딪히자, 철과 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절벽의 계곡을 진동시키고 있었다. 강한 울림 때문이었던지 높은 절벽에서는 자잘한 돌멩이가 물에 떨어졌다. 풍덩ㅡ 잠깐의 대치 상황에서 돌멩이가 물에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동시에 풍운지와 제현은 뒤로 물러서며 최종 오의를 펼치기 위해 준비했다. 이정도의 시간이 제현이 기운을 싫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략 5분 정도의 시간이지만 상당히 많은 움직임 탓이었던지 제현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며,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반명 풍운지는 지친 기색은커녕 감탄의 빛을 내며, 제현을 바라 보고 있었다. “호오ㅡ 아무리 기운을 싣지 않고 응수했다고 하지만, 이정도로 나의 풍운참영을 막아내다니....놀라워! 아지만 나의 풍운신검 중 내가 지금까지 사용 한 것은 삼초 중 이초, 그럼 마지막 초를 보여 줄 때가 됐다는 건가?” 풍운지의 말에 따라, 제현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막아 내지는 못했기 때문에 제현의 팔뚝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내리며 목검을 움켜쥔 손을 적시고 있었다. 끈적거림에 더욱 세게 검을 쥔 제현은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초인 살(殺)을 펼치기로 마음먹었다. 잡을락 말락 쥐고 있던 검을 세게 움켜쥐자, 착 감지는 검을 보며 미소를 짓던 제현은 기세가 바뀐 풍운지를 보며 긴장했다. 방금 전까지는 여유러운 대련을 했다면, 지금의 풍운지는 감히 올려다보지 못할 정도의 경지를 보여 주겠다는 의지가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다. “풍운지로와 풍운참영....그리고 마지막 초인.....풍운연무(風雲煙霧)다!!” 풍운연무, 먹구름과 같다는 의미였다. 먹구름이 끼며 어떻던가. 새까만 구름으로 가려진 세상, 어두운 세상, 우레와 같은 노란 빛의 번개가 빠르게 떨어지는....한마디로 세상에 대한 징벌이었다. 풍운지의 검이 안개와 연기처럼 순간 흩어지며 제현에게 쏘아졌다. 스아아악ㅡ 제현 역시 살을 펼치며 풍운지의 검에 응수를 했다. 게다가 둘의 보법은 특이했기 때문에 어디로 이동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물론 일정한 경지에 오른 무인이라면 어느 정도의 위치를 파악하겠지만 아직 그런 것에 미숙한 제현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슈악!! 순간 제현의 검을 스쳐 지나간 검은 제현의 머리칼을 몇 개 베며 지나가 버렸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제현의 눈에는 그저 안개가 없어지는 것처럼 흐릿하게 스쳐지나간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여파는 엄청났다. 눈앞으로 스쳐지나간 검은 제현의 앞머리는 몇 가닥 베고는 지나간 것이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실명, 혹은 영원히 빛을 못 볼뻔 한 것이다. 털썩ㅡ 제현은 자리에 주저앉으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 사납게 빛나던 풍운지의 눈은 예전처럼 편안한 눈빛으로 돌아와 있었다. 물론, 제현은 아까의 충격에 벗어나지 못한 듯이 앞 머리를 만지며 풍운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자네의 검은 초식으로써는 완벽하네, 초식만을 본다면 엄청난 수준이야, 보법역시 일정 수준에 이르러, 자유자재로 사용하지만 아직 미숙한 편이고, 아마, 4년가량 더 수련을 한다면 엄청난 경지에 이를 것이네, 내공의 증진 상태를 본다면 1갑자에 못 미치는 양정도?” 풍운지의 말을 들을수록 힘이 빠졌지만 이것도 상당히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잘 아는 제현이기에 군말 없이 휴식을 취했다. 한참을 휴식을 취했을 까, 풍운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깊은 구덩이를 파 놓은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곳에는 아귀한마리가 있었고 그 구덩이에서 빠져나와 자신들을 잡아먹을 듯 한 괴성을 질러 대고 있었다. “자, 휴식을 다했으면 실전을 경험해야 할 것이 아닌가? 어서오게.” “아, 알았다고...” 제현은 풍운지의 말에 마지못해 걸어가고 있었다. 이놈의 수련은 끝이 없었다. 새벽에 일어나 내공수련을 하고나면 검의 초식을 펼쳐 내야 했고, 점심때가 지가면 풍운지와의 대련이 이어진다. 또한, 가끔씩 실전경험이라는 것을 하는데, 지금 수련이 실전경험이었다. 카아아악!!! 그 깊은 구덩이 속에는 한 마리의 아귀가 사나운 눈빛을 하며, 제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아귀의 주위에는 다른 아귀의 시체가 있는 것인지 썩은 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물론 그 시체를 만든 장본인은 저 아귀였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동료를 잡아먹은 것이다. “에휴....왜 저런 수련을 하는 것인지?” 저런 녀석을 보며 한숨부터 내쉬는 제현이었다. 물론 저 수련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더욱 효과가 좋은 것도 있을 텐데, 저런 수련을 고집하는 풍운지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저런 수련을 하는가 물었는가? 수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수련처럼 이라는 나의 사부의 말씀이 있었다네, 물론 그때는 저런 녀석이 없었기 때문에 사부에게 맞으면서 수련을 쌓았지, 그럼 자네도 나한테 맞으면서 수련을 쌓을 텐가?” “윽...” 제현은 풍운지의 말에 신음을 토해내며 구덩이 속으로 뛰어 내렸다. 매일 듣는 소리였지만 마음속 깊이 와 닫는 말이었다. 수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수련처럼 이라는 말이...... 그렇게 여름이라는 계절은 흘러, 네 바퀴를 돈 후에야 멈추었다. 그런 수련을 쌓으면서 제현은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었다. 물론 풍운지는 그럴수록 더욱 힘든 수련을 강요하지만 그것은 제현도 바라고 있는 일이었다.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기운과 온몸이 날아 갈 듯 한 가벼움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지옥서열 입문(入聞) 5년! 지옥에 온 시간, 짧다면 짧지만 길 다면 긴 시간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고통과 인내에 따른 수련을 거쳤다. 게다가 지옥에서의 첫 번째 시련도 격고 난후의 상태였기 때문에 제현은 한층더 성숙한 모습으로 변했다. 예전에는 청년과 소년의 중간 정도라면 지금은 청년의 모습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마기의 영향으로 싸늘한 분위기를 흘리며, 얼굴은 갸름한 모습의 여자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자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가히 절대적이었다. “5년! 훗, 그 시간에 1갑자의 내공을 얻을 줄이야.” 제현은 5년의 시간동안 무서울 정도의 성취를 얻어 1갑자의 내공을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무공의 성취까지 성장해 화경, 혹은 소드 마스터라고 칭해지는 차들과 비슷한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그 뒤에는 풍운지라는 조력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자네, 이제 슬슬 그 고통이 오는 시간이 아닌가?” “물론, 이젠 그 따위 지옥의 고통은 참을 수 있다.” 풍운지는 어느새 지옥에서의 마지막 해를 가지고 있었다. 풍운지의 형량은 105년, 기동안의 고통과 인내로 꿋꿋이 견뎌왔다. 그동안의 지옥의 시련들은 104번이나 거친 사내였다. 절대적인 고통을 느낌에도 신음도 흘리지 않는 모습이란.... “후후후.....으드득” 제현은 웃는 얼굴에서 점점 고통에 일그러진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차츰 그 고통은 절정에 다 달했고 제현은 익숙한 자세로 마령심법을 운용했다. * * * “으으으, 이젠 빙염지옥(氷炎地獄)” 제현은 그동안 수많은 지옥을 경험했다. 무한의 뜨거움인 초열지옥(焦熱地獄), 심마의 아비지옥(阿鼻地獄) 등 8가지의 지옥들 중 5가지의 지옥을 겪은 제현이었다. 물론, 거기서 거기인 지옥이 대부분이었지만 이 세 가지의 지옥이 가장 지독했다. 모든 지옥은 사람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근본으로 만들어진 지옥이었다. 또한,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지옥에서의 죽음은 8대지옥의 고통을 모두 겪은 뒤 다시 지옥으로 부활한다는 무시무시한 법이 있었다. 다르게 말하면 지옥에서의 죽음은 무의미하다는 말이었다. 쩌저저적! 가부좌를 취했던 제현은 정신세계에서 조금씩 얼어가고 있었다. 물론 지옥에서의 고통은 엄청날 정도였다. 무공이고 뭐고 다 소용없는 것이 8대 지옥이었다. 차가우면 차가움이 온몸에 퍼지며 뜨거우면 뜨거움이 온몸에 퍼지는 곳이 지옥이다. 게다가 인간의 고통이 심해질수록 더욱 커지는 것 역시 지옥이었다. 제현은 차가운 빙염지옥을 견디기 위해 마령심법을 운용해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지만 죽을 정도의 차가움은 제현을 잡아두고 있었다. 온몸이 얼어 버릴 것 만 같은 느낌, 아니 실재로 얼어 가고 있었다. 이건 시련 중에 최하위에 속하는 빙염지옥이라고는 하지만 정도가 심했다. “읏....” 휘이이잉! 슈슈슉“ 피부가 얼어 버렸고 다시 강한 바람이 일어나며 날카로운 얼음덩어리가 제현의 몸을 스치고 지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스친 곳은 비는 물론이요 상처가 난 부위는 그대로 얼어 버리며 고통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런 현상을 수십 번, 수백 번을 반복한 후에야 시련이 끝난 것인지 제현은 감겨져 있던 눈을 뜨며 다시 돌아온 절벽아래를 보며 한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정신적으로 모든 고통을 겪었다고는 하지만 육체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인상을 찌푸린 제현은 가볍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벌써 끝났는 가? 상당히 빠르게 시련을 극복하는 군.” “아, 그러셔? 어떻게 하면 네놈처럼 고통을 안 느끼냐?” “수양뿐이네, 경지가 높아진다면 그것이 모두 허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테니” 제현의 말에 고개를 돌린 풍운지는 꺼이꺼이 웃고는 떠날 채비를 갖추고 있었다. 떠날채비라고 해봐야, 먹을 풀들 - 제현과 풍운지가 다 먹어버렸음, 이곳에는 더 이상 물고기가 살지 않음 - 과 옆에 차고 있는 검 뿐이었다. 하지만 제현은 어떤 짐도 없었기에 지금부터 떠나면 될 것이다. “그나저나, 몇 달이 지나면 너도 슬슬 떠나겠군. 105년 동안 수고했다. 나는 이제 795년 남았군.” “하하! 자네, 업보가 상당히 크군, 고맙네. 슬슬 가보자고” 제현은 투덜거리는 한편, 진심으로 축하를 해줬다. 무간지옥에서의 고통을 벗어나는 것이 지옥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크나큰 축복이기 때문이다. 1년에 한번 당하는 고통이지만 그 어떤 고통보다도 고통스럽게 때문에 사람들은 이 지옥을 무서워하는 것이다. 매일 당한다면 익숙해지겠지만 일 년에 한번이라는 커다란 시간차 때문에 잊으려 하면 더욱 큰 고통이 찾아오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다. “내가 먼저가지, 설마 못 올라오는 건 아니겠지?” 번쩍ㅡ 풍운지는 바닥을 궁신탄영으로 차며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기운을 용천혈로 보내 빠르게 이동하는 기술이었다. 물론 앞서 설명했겠지만, 어느 정도의 경공술을 사용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기술이었다. 물론 최상의 신법에 속하기에 다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쳇, 잘난 척 하기는 그 정도는 나도....!” 마령심법 탓인지 제현은 가는 선을 소유 하고 있었기에 어찌 보면 여자라고 착각 할 만 했다. 제현이 소유하고 있는 내력은 극음의 마기였기 때문에 어쩌면 이 무공은 여성의 무공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얼굴역시 심법의 영향 탓인지 도도한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여자처럼 보일 지언정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타탁! 순간 제현은 바닥을 박차며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아직 궁신탄영을 쓰기에는 수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바닥을 박찬 제현은 물가의 절벽에 있는 나뭇가지를 밟으며 활처럼 휘어졌다. 그리고 다시 치솟은 제현의 신형! 총알처럼 쏘아진 제현은 조그마한 구멍이 보이자 다시 한 번 벽을 박차며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틀어진 방향에서 손을 뻗어 구멍에 손을 잡았다. 물론 풍운지가 대기 하고 있었기 때문에 떨어질 일은 없었다. 덥석 “이제 올라왔군.” 풍운지의 목소리가 들리며 검붉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서서히 밤이 찾아오는 듯했다. 주위는 사기(死氣)가 들끓기 시작했다. 물론 그건 평범한 지옥에서는 당연한 현상이었다. “오랜 만이네, 이곳도, 처음 왔을 때는 엄청 낯선 느낌인데 이젠 편안한 느낌이라니...” 제현은 가느다란 허리에 팔을 올리며 감상에 빠져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있기에 앞서 풍운지라는 든든한 존재가 있기 때문에 고통을 덜 받을 수 있었다. “감상은 그만 빠지고 슬슬 움직이자고.” “그러지.” 제현과 풍운지는 그렇게 절벽 안에서 벗어나 지옥구경(?)에 나섰다. 물론 같이 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최대한 즐겁게 지내자는 취지였다. 지옥에서 즐겁게 하는 것은 전투 밖이겠지만.... 캉ㅡ 카캉!! “전투?” “그냥 무시하지, 괜히 휩쓸렸다가 힘들어지네, 무림의 일 수칙, 남의 일에 끼어들지 마라.” “아아, 알았다고 귀가 썩겠네. 몇 번이나 말해” 철과 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고통에 찬 비명도 들렸지만 제현은 그곳으로 갈수 없었다. 자고로 즐거움에 있어서는 남 싸움 구경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서는 용납되지 못하고 있었다. 남의 일에 괜히 끼어들었다가 죽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무림과 비슷한 환경이었기 때문에 자연히 무림의 법을 따라 가고 있었다. 강자 존, 강한자만이 살아 갈수 있는 곳 한마디로 이곳은 제 2의 무림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미흡한 부분도 많았지만, 수많은 인종과 수많은 강자들이 있는 곳, 강자들은 이런 곳을 천국이라고 부르겠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뺑 둘러서 이동해야겠네. 빠르게 움직이지.” 풍운지는 그런 말을 하고는 빠르게 신형을 날렸다. 물론 제현이 따라 올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가는 것은 잊지 않은 듯했다. 번쩍ㅡ “거기, 둘 서라....” 모든 상대를 처리 한 것인지 피를 칠갑한 사내는 먹잇감을 노려보듯이 우리를 발견하고는 빠르게 이동해왔다. 그리고 풍운지의 앞을 가로막으며 살기를 내뿜었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우리는 갈 길을 가는 것뿐이오. 길을 비키시오. 싸우고 싶지 않으니.” “호오, 이거 누군가 했더니, 그 유명한 풍운마검 풍운검이 아닌가? 아직도 있었나?” 상대는 풍운지를 알고 있다는 듯이 피가 떨어지는 도(刀)를 밑으로 늘어뜨리며 웃고 있었다. 상대는 아직도 가시지 않은 떨림을 주최 할수 없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덜더니, 거대한 도를 앞으로 뻗으며 외쳤다. “풍운검, 네놈이 얼마나 강한지는 잘 알고 있다. 크큭, 지옥 서열, 30위 마호영, 25위 풍운검에게 도전한다. 검을 뽑아라! 단숨에 끝내 주지, 덤으로 거기 있는 계집! 넌 나중이다.” 순간 제현은 울컥하며 달려들 뻔했지만 풍운지가 살짝 막으며 검을 서서히 뽑고 있었다. 오래간 만에 검을 뽑고 있었다. 남은 시간 동안은 명상만을 하겠다는 말을 한 풍운지 였기에 지금의 모습은 색달라 보였다. “나, 지옥서열 25위 풍운지, 그대 마호영, 서열 쟁탈전에 동의한다. 오라.” 스르릉 경쾌한 바람이 몰아치며 풍운지는 검을 뽑아 올렸다. 처음으로 보는 강자들 간의 대결이었다. 물론 제현은 그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뒤로 물러 서 있었다. 이건 풍운지와 마호영이라는 자간의 대결이었다. 지옥서열 입문(入聞) “뒤로 물러 서 있게.” “그래, 그래야지, 크크큭” 풍운지는 제현을 살짝 뒤로 밀치며 검을 바로잡았다. 주위는 고요했다. 오직,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며 부딪히는 소리가 전부였다. 마호영의 얼굴은 서서히 펴지며 자세를 가다듬고 있었다. 마호영이 쓰는 도법은 분광도법(分鑛刀法)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도법은 패도적인 도법이었다. 단, 2초로 이루어진 도법인 만큼 현란한 기술은 없지만 간결하고 오직 적을 없애겠다는 의지의 도법이었다. 첫 번째 초는 필취파멸도(必取破滅刀)라는 초식인데 반드시 적을 죽인다는 뜻이었다. 그 초식의 움직임은 가히 패도 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두 번째 초식은 분뢰우혈도(分雷雨血刀)인데, 이 초식 역시 패도적인 면을 중시하는 초식이었다. 적을 베면 피는 비처럼 쏟아진다는 뜻의 초식임을 알듯이 적의 피로써 갈증을 해소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겠다는 속뜻도 있었다. “선(先)을 양보하겠소.” “사양하지 않겠다. 크큭!” 그와 동시에 마호영은 멧돼지처럼 풍운지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마호영은 풍운지에게 분광도법의 초식을 시전하려 도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에 풍운지는 고요히 검을 고쳐 들며 마호영의 도의 사정권으로 파고 들었다. “크, 풍운검 너무 무모해! 크크.” 마호영은 마기(魔氣)낀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한편 풍운지의 오른 손에 들려 있는 풍검은 손에 쫙 조여 들었다. 그리고 검신의 중앙부분에서 일몰의 빛을 받으며 푸른빛을 발했다. 모든 것을 없애 버릴 듯 한 기운이 풍검에서 감돌며 싸늘하게 빛을 내뿜고 있었다. 마호영은 풍운지의 모습에 자신도 기운을 끓어 올리며 도신에 붉은 빛이 도는 기운을 덧씌우며 필취파멸도를 시전 했다. 이에 뒤질 세라 풍운지 역시, 풍운지로를 이용해 공격을 가했다. 챙ㅡ 순간 검소리가 났다. 풍운지와 마호영이 부딪치기 시작 한 것이었다. 단 일수에 둘은 기세를 피워 올리며 상대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고수와 고수의 싸움에서는 순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풍운검! 죽어랏!!” 마호영이 외쳤다. 너무 갑자기라 풍운지가 급히 검을 거두며 마호영의 도를 막으려 하였다. 마호영은 처음부터 본 실력을 끓어 올렸다. 하지만 그의 판단은 옳았다. 상대가 고수인 만큼 속공을 펼치지 않으면 어처구니없이 당하게 될 것이 뻔 하기 때문이다. 마호영의 판단은 옳았다. 순간적인 전투적인 센스와 상대의 흐름을 간파한 마호영의 도는 풍운지의 가슴으로 날아 갔다. 분광도법의 필취파멸도의 수법으로 시전했기 때문에 그의 도는 물만난 고기처럼 풍운지의 가슴으로 파고들며 기운을 폭사 시켰다. 슈각! 순간 보법으로 몸을 비튼 풍운지였지만 빠른 임기응변으로 마호영의 도를 무사히 피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왼쪽 소매 쪽에서는 가느다란 실선이 생겨나며 옷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분광도법의 특징은 상대를 베고 난 후에야 효과가 나타난다. 작은 상처라도 일단 당하고 난다면 상처가 벌어지며 출혈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이도 풍운지는 옷자락만 베였기 때문에 한쪽 소매가 없어진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파팟! 풍운지는 반격하려고 했으나 잊따라 들어오는 도로 인해 피하기 급급했다. 일단 상대에게 공격할 타이밍을 뺏긴 이상 약간의 틈이 없다면 이처럼 몰리게 되는 것이다. 마호영은 손속을 두지 않았다. 또한, 반격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빠르게 도를 놀리며 풍운지를 압박해나갔다. 주춤! 순간 풍운지가 주춤 하며, 몸을 멈췄다. 그것을 노칠 마호영이 아니라는 듯이 분뢰우혈도의 초식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분뢰우혈도는 다섯 가지의 변초를 기초로 하여 세 번의 변초가 이어져 백이십번의 변초를 행 할 수 있는 초식이었다. 그만큼 작은 초식 안에 수많은 절초와 변초가 곁들어져 있는 극 최상의 도법이었다. 또한, 사혈과 치명적인 부분을 노리는 잔인하고도 실전적인 도법이었다. 촤락ㅡ 강한 압력의 도가 풍운지의 검과 맞부딪혔지만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분명 도와 검이 부딪혔건만 촤락이라는 소리와 함께 마호영이 바닥으로 널브러졌다. 하지만 마호영은 빠르게 몸을 일으키며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풍운지가 사용한 것은 사량발천근(四兩發千斤)의 수법이었다. 적이 천 근의 힘으로 공격해 올 때 맞받아치기 위해서는 같은 정조의 힘이 필효한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기운의 방향만 바꿔주는 바꿔주면 넉 냥의 힘만으로도 능히 적의 공격을 맞받아 칠 수 있는 기술이었다. 물론, 이화접목(移花接木)과도 비슷한 기술이었다. “크윽, 젠장!” 쿵!! 마호영은 분하다는 듯이 도를 바닥으로 찍으며 그 진동으로 주저앉은 바닥을 박차고 일어섰다. 그 모습에 풍운지는 웃으며 마호영에게 달려들었다. 마호영은 크게 노했다. 그러나 이 따라 들어오는 풍운지의 검을 피하며 반격 할 수 없었다. 풍운신검의 유운참영(流雲斬影)는 쾌속을 전제로 하였다. 초식명이 떠도는 구름마저 벤다는 뜻으로 끝없이 적을 몰아 붙였다. 수십 가닥의 검영(劍影) 마호영의 동공을 농락하고 있었다. 그 수십 개의 검영 중 오직 한 개의 검영 만이 실초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찰나의 순간의 판단으로는 풍운지의 검을 막을 수 없는 것인지 마호영은 그만 가슴 한 귀퉁이를 내 주고 말았다. 슈악!! 검영이 사그라지자, 마호영의 가슴에서는 피분수가 일어나며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안 되겠던지, 자신의 손가락으로 몸의 여러 곳을 두드리고 있었다. 마치 그 모습은 타혈하는 듯 한 모습이었지만 몇 번의 타격으로 흘러내리던 피는 순식간에 멈추어 버렸다. “이거 질질 끌다가는 안 되겠군. 임시방편으로 막았지만 힘들겠어, 크크크, 너도 빨리 끝내는 것이 좋겠지?” 마호영은 자세를 잡으며 도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한손으로 무식하게 휘두를 때도 강했지만 양손으로 고쳐 쥐니 그의 기세가 바뀌고 있었다. 그 모습에 풍운지 역시 자세를 낮추며 검을 밑으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나의 마지막 초는 풍운연무(風雲煙霧).” “크큭, 바람과 구름, 연기와 안개인가? 뭐 좋아, 나는 필취파멸도와 분뢰우혈도를 합친 초식인 분광파혈도(分鑛破血刀)다. 크크크.” 둘의 사이에서는 묘한 기세가 흐르고 있었다. 잠시 작은 정적이 잦아들며 둘은 빠르게 움직였다. 둘의 기운이 맞부딪히며 거대한 태풍이 되듯이 빠르게 기운이 회전하며 제현이 있는 곳 까지 그 여파가 느껴져 왔다. 거대한 존재감이었다. 마치, 두 마리의 호랑이가 포효를 내듯이 그 둘은 고요한 가운에 엄청난 존재감을 들어냈다. 팟! 캉!! 제일 먼저 움직인 것은 마호영이었다. 그는 궁신탄영으로 풍운지에게 접근하는 척 하며 바닥의 둘 뿌리를 박차며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도강을 일으키며 풍운지의 검과 맞부딪히며 도를 손에서 놓았다. 하지만 도는 지상으로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회전하며 풍운지의 검을 따라 회전하며 풍운지의 목덜미를 물어 버렸다. 푸슉!! 순간 풍운지의 목에서 가느다란 실선이 생기며 급속도로 상처 부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풍운지는 당황하지 않고 반대 손으로 지혈을 하며 물러섰다. “큭, 어검술(馭劍術)인가?” 어검술, 엄청난 내공을 불어 넣어 손으로 대지 않고도 마음먹은 대로 칼을 날리거나 돌아오거나 휘두르게 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순간 도를 회수한 마호영은 웃음을 터뜨리며 재차 몸을 날렸다. “내공 소모가 커서 이것만큼은 사용하지 않으려 했건만, 역시 풍운검 강하구나!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다!” 마호영은 도법의 가장 기초 기술인 직도황룡(直道黃龍)의 수법으로 풍운지의 머리로 도를 떨어뜨렸다. 직도황룡은 수직으로 도를 내려치는 기술로 가장 평범한 도법이었다. 그밖에도 검으로 펼칠 수 있는 태산압정(泰山壓頂)이나 팔방풍우(八方風雨)역시 기초적인 무기 술이었다. 슈아아악!! “안 돼!” 제현은 떨어져 내리는 마호영의 도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제현은 아무 생각 없이 마호영에게 몸을 날렸다. 지옥서열 입문(入聞) 쉐에에엑!! 캉!! “조제현! 뒤로 물러서라!” 풍운지는 기운을 끌어 올리며 호신강기(護身鋼氣)를 펼치며 몸을 틀었다. 그러자 마호영은 살짝 놀랐다는 표정으로 풍운지에게 다려 들었다. 마호영의 분광도법의 이초가 시전됬다. 육식 동물이 초식동물을 쫒는 것처럼 그는 신이 났다. 마호영의 경공은 신이 나서 더욱 빨라졌다. 풍운지는 뒤를 돌아보며 풍검을 내질렀다. 피하면서 휘두른 검은 위력이 없었다. 가볍게 피한 마호영은 바로 뒤까지 왔다. 마호영의 도가 서에서 번쩍 동에서 번쩍 하며 풍운지를 괴롭혔다. “칫! 풍운마검 풍운검! 아주 쥐새끼 같구나! 크크큭!” 슈악! 마호영이 씨익ㅡ 웃었다. 얇게나마 풍운지의 어깨에 타격되었다. 그러나 위력이 강한지라 풍운지는 신음을 흘리며 몸을 날렸다. 제현은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어떤 움직임도 할 수 없었다. 제현이 나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무공을 익힌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상대는 서열 30위의 마호영이었다. 풍운지의 눈이 크게 떠졌다. 풍운지는 순간 도를 잡아당기며 풍검을 마호영에게 꽂아 넣었다. 소(小)를 버리고 대를(大) 취하라.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방법으로 풍운지는 적절하게 마호영의 사혈에 검을 꽂으며 몸을 뺐다. 하지만 풍운지 역시 상당한 타격을 당했기에 몸이 비틀 거렸다. “쿨럭! 이렇게 나올 줄이야...컥!” 풍운지는 자신의 수에 눈썹을 찌푸렸으나 순간 정신을 차리며 안광이 폭발하였다. 순간 마호영은 풍운지의 살기에 움찔하였으나 곧 마음을 가다듬고 분뢰우혈도를 시전 하였다. 도영(刀影)과 수십 가닥의 혈영(血影)이 풍운지의 눈을 괴롭혔지만 어차피 하나는 반드시 진실이었다. 순간 풍운지의 기세가 바뀌었다. 주위를 요동치던 바람의 기운이 잦아들며 마기가 들끓기 시작했다. “내가 왜, 풍운마검이라는 별호(別號)를 가지고 있는 지 가르쳐 주마. 마호영!” 광살마검을 펼치기 위해 풍운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몸속의 기운을 한쪽으로 몰아넣으며 흐름을 잡고 있었다. 그에 질세라 마호영 역시 내공을 방출 시키며 풍운지의 내공에 대응했다. 파파파팟! 풍운지는 더욱 내공을 방출 시키며 검을 고쳐 쥐며 달려들었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과격한 방식이었다. 검에서는 붉은 혈기가 뛰며 요사스런 기운을 흘렸다. “후후! 광살마검(狂殺魔劍) 1초 광혈난무(狂血亂舞)!” 광혈난무, 미친 듯이 추는 춤이라는 뜻이었다. 피의 춤! 그야말로 광살마검의 절초중의 절초였다. 비록 이것을 쓰는 사람의 이지를 조금씩 갉아 먹는 검법이라고 하지만 고금을 통틀어 이정도의 검법은 없을 것이다. 마호영의 도가 풍운지의 검과 맛 부딪쳤지만 마치 부딪혀서는 안 된다는 듯이 도가 튕겨 나가며 볼썽사납게 멀리 날아가 버렸다. 이에 당황한 마호영은 도를 잡기 위해 몸을 날렸지만 순간 앞에 나타난 풍운지를 보며 몸이 굳어 버렸다. “도가 없다면 주먹을 쓰는 수밖에!” 마호영은 금나수(擒拏手)의 수법으로 풍운지의 어깨를 때렸다. 하지만 풍운지는 어깨에 반동을 주며 마호영을 튕겨냈다. 무심히 살기를 띠며 천천히 마호영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풍운지의 내력은 급속도로 상승해 있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금제인 광살마검을 펼칠 때부터 생기는 현상이었다. 그만큼 육체가 받는 타격은 크겠지만 지금 이순간만은 무적이었다. 우두둑! 뼈가 이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호영은 고통을 삼켰다. “나는 지지 않는다!” 미소가 사라졌다. 마호영은 믿기지 않는 다는 듯이 자신의 복부 쪽을 천천히 고개를 내리고 있었다.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복부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장검의 손잡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 마호영이!” 씨익ㅡ 풍운지의 웃음이었다. 좀처럼 볼 수없는 조소와 경멸어린 눈빛이었다.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풍운지는 거칠게 풍검을 회수하며 그대로 횡으로 검을 갈라 버렸다. 다시 한 번 몰아치는 혈풍이었다. “내가 왜, 풍운마검 인줄 아는가? 절대의 검법인 광살마검을 익혀서가 아니다. 모든 것을 베어버리는! 조각 내버리는 잔인한 손속 때문이지!”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마호영의 모습만이 풍운지의 눈에 들어왔다. “하하하!” 풍운지는 괴소를 흘리며 검을 쥐며 천천히 다가갔다. 터벅-터벅- 주위는 삽시간에 조용해지며 풍운지의 행보만이 들려왔다. 그 모습에 제현은 침을 삼키며 주시했다.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피를 갈구하는 마인처럼 그의 입가에는 작은 주름이 잡혔다. “광살마검 - 악귀현신(惡鬼現神)” 오직 두 가지의 초식만을 수십 년이나 익힌 풍운지였다. 비록 복수를 위해 휘두른 검이었다고는 하나 그의 검에는 절재와 같은 기운이 느껴졌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절제된 행동을 하지 않았다. 검에서 솟아 오른 강기(剛氣)가 마호영의 몸을 난도질 하며 빠르게 육체를 분해시키고 있었다. 마치 있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듯이 뼈 한 조각, 살점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지고 있었다. 비록 지옥이라는 틀이 있기 때문에 다시 살아나겠지만 명백한 비참한 최후였다. 휘우우우우!! 순간 혈풍이 잦아들며 풍운지의 신형이 비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광살마검은 있어서는 안 될 검법이다. 후후.” 풍운지는 자조적인 웃음을 띠며 정좌를 하고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물론 제현은 호법을 서며 주위의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바닥은 어지럽게 파여 있었으며, 붉은 살점은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그 모습에 제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후우ㅡ” 한참을 기다렸을 까 풍운지는 감겨 있던 눈을 뜨며 예전과 같은 기운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약간 당황한 제현은 풍운지의 곁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두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군?” “아....나도 모르게, 20위에서 50위는 거기서 거기의 실력이지....조금의 틈만 있다면 순간 당하는 것이 이곳의 무공이다.” 풍운지는 허탈한 모습을 하고는 제현에게 말했다. 1위에서 19위 정도역시 비슷한 경지지만 약간 앞선 자들이라고 했다. 물론 약간의 차이는 깨달음의 차이였고 초식의 완성도는 비슷하단다. 또한, 아까 죽어버린 마호영 역시 현생에서는 상당한 명성을 날린 마도 인으로 풍운지와 호각을 다투는 인물이라고 했다. “이곳은 순위로 대접을 받지....자네도 조만간에 순위 쟁탈전을 해야 겠지......” 그 말을 하고는 풍운지는 앞서 나가며 걸아 가고 있었다. 제현은 풍운지의 말을 곱씹으며 뒤를 따랐다. 지옥서열 입문(入聞) 마호영을 처리한 뒤 제현과 풍운지는 거대한 도(刀)를 챙겨 들고 지옥에 딱 두군데 있는 도시로 향했다. 가는 길목, 길목 마다, 아귀와 같은 몬스터가 있었기 때문에 심심하지 않게 갈수 있었다. 그리고 도(刀)를 챙겨온 이유는 승자의 전리품임과 동시에 제현의 무기를 만드는 재료로 쓰기 위해서였다. 또한, 금속으로 된 것은 지옥에서는 화폐와 비슷한 가치를 가지기에 상당히 중요한 것이었다. “저기 있군. 몇 십 년 만에 왔는데도 변한 게 없어.” 풍운지가 가리킨 곳에는 엄청난 크기의 성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보이는 도시가 있었다. 작은 문을 중심으로 넓게 퍼진 나무로 된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또한, 도시를 차지하는 것의 대부분의 것은 연무장과 비슷한 공터였다. 간간히 대장간, 여관과 비슷한 것이 보였고 술집도 여기저기에서 보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상대를 살펴서도 안 되고 눈길을 줘서도 안 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겠지?” “물론.....” 제현은 자신의 몸집과 맞먹는 도를 쥐고는 풍운지의 옆으로 이동했다. 풍운지는 작은 문으로 다가가며 제현에게 주의 사항을 점검하고는 성큼성큼 성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으로 다가갈수록 강한 기운들이 풍기고 있었지만 익숙한 고향에 오는 것처럼 행동하는 풍운지의 행동에 할 말을 잃었다. “멈춰라. 순위, 별호, 혹은 이름을 밝혀라!” 성문을 지키는 문지기인지 그들은 거창을 쥐며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손에는 굳은살이 촘촘히 박여 있었고 의복 사이에 비치는 몸은 단단하기 그지없었다. “25위 풍운지, 옆은 조제현이라고 지옥에 온지 며칠 안 된 사람.” “헙ㅡ” 풍운지의 말에 문지기는 급히 숨을 들이 마시며 길을 비켰다. 그들은 경외와 두려움의 눈빛을 보내며 문을 열며, 어딘가에 받아 적고 있었다. 그 곳에 적힌 글은 도시 안에 들어온 자의 이름과 순위표였다. [25위 풍운마검 풍운검] [지옥초출 조제현] 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 이것으로 순위를 확인함으로써 변동사항을 말하는 듯했다. 한참을 받아 적던 문지기는 제현이 가지고 있는 거도(巨刀)를 보며 의문에 띤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풍운지는 살짝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이곳에 오던 도중 서열 30위 마호영과 순위 쟁탈전을 했다. 이미 알겠지만 그는 패했다.” “광도(狂刀) 마호영!” 그들은 마호영이 패했다는 말에 놀랍다는 눈빛으로 풍운지를 보더니 다시 그 서류에 기재했다. [광도 마호영 패 승자 풍운마검 풍운검, 서열 변동사항 없음] “순위에도 들지 못하는 저희 따위에게 시간을 할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들은 허리가 땅에 꺼질 정도로 몸을 굽히고는 자리를 비켜섰다. 뒤쪽에서도 몇 명의 사람들이 오고 있었기에 풍운지 역시 군말 없이 자리를 비켜 지나갔다. 도시 안에서는 마기(魔氣)와 사기(死氣)같은 기운들이 들끓었고 간간히 풍운지와 비슷한 기운들이 풍겨 나오고 있었다. (참고로, 풍운지는 정파의 내공심법을 익혔습니다. 물론, 복수를 위해 사부를 만나 다른 심법도 익히고 있기 때문에 두 가지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자네 우선 식사부터 할텐가? 아니면 대장간에서 자네의 무기를 만들 텐가?” “역시 무기부터.....” 언제 부터인가 제현은 말수가 적어지고 있었다. 절벽아래에서 자신의 무위는 우물 안 개구리인 것을 알고부터 말수를 줄이고 있었다. 강해져야했다. 풍운지와 같이 당당함을 가지기 위해서는 절대 누군가에게 꿀리지 않을 정도로 강해야 한다! ‘나는 강해질 것이다. 누구에게도 허리를 굽히지 않겠다!’ 제현은 아까 문지기와의 대면에서 결코 자신보다 뒤처지지 않는 무위건만 허리를 굽히는 것에 충격을 먹었다. 결코 그들은 약한 것이 아니었다. 지옥의 인물들이 비상식적으로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에게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자들도 없었다. 이곳, 도시의 주인은 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서열 1위 한때 고금을 통틀어 그를 이길 수 있는 자가 없다고 한 인물! 마도와 정도를 통틀어 그의 무위를 당해낼 자가 없다는 인물이었다. 그는 극천신마(極天神魔) 천마(天魔), 한때 중원무림의 군림자인 천마신교의 교주인 천마였다. 그 역시 업을 이기지 못하고 평생을 지옥에서 보내야 하는 인물이지만, 이곳에 터를 잡고 자신의 세력을 모아 지옥의 도시를 만든 인물이었다. 또한 천마의 대치 세력인 다른 도시도 있었다. 그들은 제 2계 아덴계의 흑마법과 네크로맨서 계열의 절대 지존인 아크리치 벨즈비트가 그 도시를 장악하고 있었다. 처음 세운 것은 중원 무림의 혈교의 철혈대마(鐵血大魔) 혈마(血魔)가 세웠지만 갑자기 나타난 해골바가지, 그러니까 아크리치에 의해 패배를 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서열 3위의 혈마가 되어 버린 것이다. 정확한 순위는 알 수 없지만 1위와 2위 간의 순위 쟁탈전은 없었다. 중원 무림인들사이에서는 공연이 천마가 이길 것이리라는 추측으로 1위를 정해 버린 것이다. “이곳에서 주문을 한다면 자네가 원하는 무기를 구할 수 있을 것이네. 응? 자네 뭐하는 가?” “아....잠깐 생각 좀 하느라고.” 제현은 풍운지의 말에 급히 생각을 접고는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거도가 문짝에 걸릴 듯 말듯 했지만 무사히 대장간 안으로 들어 갈수 있었다. 대장간 안에서는 엄청난 열기가 느껴지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작은 키에 긴 수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망치를 놀리고 있었다. 탕ㅡ 탕탕! “흠흠” 탕ㅡ 탕! 탕! “흠! 흠!” 제현은 묵묵히 망치를 이용해 달구어진 쇄를 두드리는 사람에게 헛기침을 했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 달라는 듯이 소리를 냈지만 묵묵히 망치를 놀리고 있는 자에게 화가 난 제현은 크게 헛기침을 하자 드디어 그의 고개가 제현에게 이동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자네도 무기를 수리하기 위해 온 건가?” “이걸 녹여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무기가 있다.” 땅딸보의 남자는 무기를 빼앗듯이 움켜쥐고는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그리고 제현의 몸을 한번 훑어보더니 의심 가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흠....자네, 이거 주웠나? 이것 역시 내가 만들어서 잘 알고 있지만....자네가 이길 만한 상대가 아니야. 자네는 겨우 익스퍼트 최상급이나 소드 마스터 정도의 실력이지 않나? 그런데 어떻게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아. 그건 나의 전리품이네, 그에게 준 것 역시 나이고” 눈앞의 대장장이는 눈빛을 빛내며 풍운지를 보더니 시선을 옮겨 제현을 보며 무기의 모양과 무게와 내공을 보여 주고 나서야, 눈을 돌리고는 다시 망치질을 시작하고 있었다. 제현이 주문한 검은 풍운지와 비슷했지만 약간 짧은 길이의 롱소드와 비슷한 모양으로 주문했다. 물론 그것의 댓 가는 철의 남은 양의 일할 정도, 그러니까 10개 중에서 1개를 달라는 소리였다. 그것은 이곳 지옥에서는 대단한 양이었다. 철 한 조각만 하더라도 금값을 넘어가고 있으니 말 다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삼일 후에 오시오. 강자여....그리고 나머지 약골....운 좋은 줄 알아라. 보아하니 순위도 못 드는 거 같은데 봉 잡았군...” 뒤에서 들리는 대장장이의 말에 혈관이 뒤집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그의 모습을 보고는 드워프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드워프는 악과는 거리가 멀지만 악한 짓을 했기 때문에 지옥에 온 것이라고 단정 짓고는 걸음을 옮겼다. 저벅ㅡ 저벅ㅡ 거리는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이 있음에도 발걸음을 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간간히 제현의 발걸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고 각양각색의 인종과 종족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또한, 무기 소유하고 있는 자들도 상당히 눈에 띄었다. =능력을 아는 자는 소수의 사람들이다. 아무런 능력이 없는 1계의 에덴에서도 이곳에 오니까. 물론, 아귀 같은 녀석들에게 잡아먹히기 일쑤지만……. 풍운지가 묵묵히 걷는 척하며 입을 달싹 거렸다. 전음이었다. 내공을 이용해 원하는 상대의 귀에 직접적으로 음파를 이동시키는 원리였다. 그것을 이용해 제현의 궁금증을 풀어주고는 큰 주점과 음식점이라는 글이 적힌 곳으로 들어섰다. 끼이익ㅡ 밀고 들어가는 문이었기에 풍운지는 기운을 살짝 방출해 문을 열어 젖혔다. 그 안에는 상당한 사람이 있음에도 떠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간혹, 욕설이나, 칼이 뽑힐 듯 말 듯 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긴장상태로 돌입하는 것이 전부였다. “어서 오십시오! 2계? 3계? 어떤 곳에서 오신 분입니까?” “3계에서 왔소.” “음...1계..” “3계의 중원 무림에서 오신 분들이군요! 그럼 저곳으로 가시죠....어?” 제현과 풍운지는 이곳의 점원에게 말을 했다. 그러자 풍운지의 대답에 활짝 웃는 표정으로 창가 쪽의 조용한 곳으로 자리로 이동했다. 하지만 제현의 말에 점원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중얼거렸다. “칫, 이거 떨거지에게까지 예의를 차려야 하나.....약한 놈.” 주점의 그 누구도 못 듣는 사람들은 없었다. 점원의 말에 주위는 웃음바다가 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명백한 비웃음. 1계의 인물이라는 이유로 놀림을 받는 것이다. 제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하며 화를 삭였지만 점원의 말에 그만 폭발 하고 말았다. “아! 노예구나! 노예 따위가 어디서 감히!” 그 말에 제현은 볼 것 없다는 듯이 몸을 날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순위 싸움이 시작되었다. 점원은 단순한 점원이 아니었다. 엄연한 지옥, 그것도 3계의 마교의 일원인 자였다. 왜, 그런 자가 이곳에 일하는 가하겠지만 이곳에는 일정 밖의 순위들은 약자에 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생, 그러니까 이승에서는 한 가닥 날리던 자들이 점소이와 같은 하찮은 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굴욕이지만 생존과 편안한 지옥 생활을 하기위해서는 필수사항이었다. “나의 자존심, 비록 생각은 안했지만 나의 소속인 1계를 욕 한자....나의 생각에서 너를 배제 시킨다.” 지옥서열 입문(入聞) 제현의 눈앞의 사람은 헤실헤실 웃으며 손을 좌우로 흔들며 몸을 풀고 있었다. 게다가 그의 주위에서는 제현과 비슷한 빙마(氷魔)의 기운이 흘러넘치며 제현을 견제하고 있었다. “노예 따위가 그런 힘을 소유하다니! 하하하! 재밌어. 1계의 족속 따위가 이정도로!” 제현의 눈앞에 있는 점소이는 보통의 녀석이 아니었다. 하위의 실력자지만 엄연히 순위 안에 드는 실력자였다. 1위부터 1000위 정도까지 순위가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지옥순위에 든다는 것은 영광과도 같은 것이었다. “휘이익! 어이, 1000위 소수마제 빙춘! 밟아 버려!” “누가 빙춘이라고 부르래! 난 사마준으로 개명했다니까!” 누군가 눈앞의 남자에게 소리치자 점소이는 얼굴을 붉히며 소리 높여 외쳤다. 그 말이 기폭제였을 까? 주위의 사람들은 다시 한바탕 웃음을 띠며 간만의 화재거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확실히 그들은 제현이 질것이라는 것을 확정 짓고 있었다. “이봐, 노예! 내 별호를 들어서 알겠지만 나는 1000위를 차지하고 있는 소수마제, 사마준이다. 네깟 놈이 열은 덤벼도 이길 수 없어.” “쓰레기 같은.....1000위 따위가...” 사마준의 말에 제현은 조소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작은 목소리마저 들을 수 있는 고수들이었기에 그 누구도 제현의 말을 듣지 못 한자는 없었다. 심지어 사마준 역시 들었기 때문에 그의 모습은 분노에 찬 모습이었다. 고오오오ㅡ 한바탕의 소란스러움이 잦아들며 사마준의 기운이 이곳에 들끓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마준 보다 순위가 높은 자들이었지만 사마준의 기세에 약간씩 움찔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태풍의 핵의 중심에 있는 제현은 그 기세에 몸을 맞기며 살짝 몸을 흔들거렸다. “나는 네놈을 철저하게 박살내겠다. 너의 모든 능력, 기운, 모조리 가져 가주마!” “헛소리를 지껄이는 군. 애송이 주제에!” 제현은 다짐을 하듯이 외쳤다. 그 소리에 제현의 분위기와 상반된 사내는 웃기지도 않는 다는 듯이 손에 기운을 집중시켰다. 그 기운이 많아질수록 그의 손은 투명해지고 있었다. 소수마공(素手魔功)의 특징이었다. 경지가 높아질수록, 무공의 성취도가 높을수록 손에 기운을 집중한다면 투명해지는 것이다. 약간 붉은 빛이 도는 것을 봐서는 상당히 높은 경지에 있는 듯했다. 제현은 주위에 있는 의자를 부수며 몽둥이의 형태로 만들었다. 그러자 어느 정도의 준비가 됐다는 듯이 사마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움직임은 유수와 같이 흐르고 있었다. 손에서는 분홍빛이 도는 강기가 서려 있었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붉기 빛나고 있었다. 그의 외모는 외소하기 그지없었다. 얼핏 보면 제현과 비슷한 체격에 여자라고 오해 할 수 있는 외모였다. 스팟ㅡ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사마준은 소수마공을 이용해 권법을 펼쳤다. 솔직히 소수마공은 초식따위는 없었다. 오직 기운을 일으키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러니까, 소수마공은 다른 무공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간혹 소수마공을 익힌 고수들은 다른 절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보통, 주먹, 장법을 이용한 직 간접적인 공격을 펼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경지가 높아도 일정수준의 상대에게 당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성취도는 빠르므로 일정 수준까지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죽어랏! 하찮은 것!” 사마준은 빠르게 달려들며 손을 놀렸다. 그의 손에서는 출수된 수강은 빠르게 제현의 가슴 쪽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하지만 제현은 보법을 이용해 물러서며 검을 앞으로 찔러 넣었다. 텅! 몽둥이와 손이 맞부딛히며 기이한 소리를 내뿜었다. 제현역시 기운을 몽둥이에 주입했기 때문에 이런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빠르게 기운을 마령심법의 구결로 돌리며 보법과 몽둥이를 만검의 초식으로 빠르게 휘둘렀다. 후우웅ㅡ 훙훙! “낙!” 제현은 빠르게 몽둥이를 휘두르며 낙의 초식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그것도 소수마공이 깃든 손을 쳐내며 반대 손으로는 풍운지에게 배운 대로, 금나수의 수법으로 옆으로 피하는 움직임을 막으면서....그리고 빠르게 기수식을 바꾸었다. “헛!” 탁! 슈악!! 사마준은 급히 숨을 들이 쉬며 수강을 제현의 옆구리쪽으로 찔러 넣었다. 순식간에 옆구리를 내어준 제현은 피가 베어 나오는 것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대로 사마준에게 몽둥이를 찔러 넣었다. 확실히 들어갔다. 그것도 파의 수법이었다. “1000위 우습군! 파!!” 만검의 초식 중 한 상대에게 검을 꽂아 넣어 터뜨리는 수법으로 그대로 몽둥이를 터뜨렸다. 파파파파팟! 수십 가닥으로 변해 버린 몽둥이의 조각은 그대로 사마준의 온몸을 향해 날아갔다. 그야 말로산탄총의 효과를 보고 있었다. 피할 곳의 갈피를 잡지 못한 사마준은 그만 당황해 하며 소수마공을 펼치며 파편을 쳐내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파편은 그대로 사마준의 온몸을 강타했다. “크윽!” 사마준은 급히 몸을 틀며 제현의 다음 공격을 대비했다. 그리고 소수마공의 수법으로 들끓는 기혈을 바로 잡으며 다시 한 번 제현에게 공격해갔다. 그때 제현은 옆구리에서 터져 나온 출혈과 한기 때문에 몸을 움직일 정도로 정상이 아니었다. 그만큼 소수마공의 능력은 탁월했다. “소수신장(素手神掌)!!” 파드득! 쫘아악! “컥!” 순식간에 다가온 사마준은 그대로 쌍장은 제현의 가슴을 처 버렸다. 무방비 상태의 제현은 순식간에 구석에 처박히며 음식이며 식탁들을 부셔버렸다.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닌지 사마준은 빠르게 다가오며 다시 외쳤다. “훗! 마교에 들어오면서 받은 무공이 있지, 그걸 네놈에게 시험해 봐야겠다. 천마소수(天魔素手)라는 건데, 나의 소수마공과 상성이 같아서 좋은 무공이지. 하하하! 소수마공으로 강기를 만들며 천마소수로써 공격수단을 만드니, 최강의 수다!” 천마소수와 소수마공은 한 뿌리에 있다고 해도 맞을 것이다. 그 둘의 속성은 빙마, 둘 다 제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무공이었다. 게다가 사마준이 익히고 있는 보법은 그다지 좋지 못한 삼류의 보법이지만 그에게는 지장이 되지 않았다. “하하하하!” 돌연 제현은 입과 얼굴이 푸르스름해짐에도 웃음을 터뜨렸다. 순간 사마준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천마소수를 펼치려던 것을 멈추고는 제현에게 물었다. “미친 것, 죽을 때가 되니까 실성한 것이냐?” “네놈의 무공 어이없이 약하군. 네 무공은 고작 세 종류, 소수마공, 천마소수, 소수신장, 초식도 천마소수를 제외한 나머지는 초식도 없는 것들....그것으로 네놈이 소수마제라고? 웃기는 구나! 하하하!” 제현은 녀석에게 화를 돋우려는 듯이 듣기 안 좋은 말만 골라서 하고 있었다. 그에 사마준은 화를 삭이며 제현의 옆구리를 거칠게 차 버렸다. 이미 전투를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닌 제현이기에 반항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사마준 역시 몸에는 많은 상처들로 인해 정신이 가물거리고 있었지만 제현의 말에 화를 내며 거칠게 발을 놀리고 있었다. “소수마공은 어떤 식으로 기운을 모으지?” “허억, 허억, 미친 새끼, 그렇게 당하고도 그런 말이 나오다니! 소수마공은 심법의 효과도 있어 수련 할수록 성취도와 내공의 증진을 가져다준다. 이제 그만 죽어라!” 우우우우웅! 제현은 지금 한가지의 수를 생각 한 것이 있다. 지금껏 사용 하지 않았던 능력흡수의 수! 패널티로 인해 마음대로 사용 할 수 없는 방법이지만 일단 상대의 능력을 모두 파악하고 질문을 한다면 50퍼센트 이상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패널티 중 하나가 자신의 능력까지 설명해야 한다는 귀찮음 까지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요즘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 중 순수한 마기의 종류인 빙마 만을 모으기로 한 제현에게 있어서는 사마준의 기운은 탐이 났다. 풍운지의 말에 따르면 몸속에 있는 기운 중 한가지의 능력만을 키운다면 오히려 독이 된다고 했지만 이정 수준에 못 미친다면 두 가지 이상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더 독이 된다는 말을 듣고 마음대로 흡수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풍운지는 제현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 “잠깐!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 “후후후! 죽어봤자. 살아 날 놈이 말이 많군. 자 말해라. 어차피 죽을 목숨. 조금 연장해주나 마나지!” ‘어리석은 놈!’ 제현은 속으로 사마준을 비웃어 준 뒤, 가지고 있는 능력을 설명했다. 물론, 사마준은 무슨 엉뚱한 소리냐면서 욕을 하고 있었지만 주위의 시선은 그것이 아니었다. 무슨 수가 있다는 것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고 판단 한 것이다. 실전경험을 많이 격은 자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마준은 부상으로 인해 정신이 피폐해져 있었기 때문에 순간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능력 중 가장 중요한 것은.....이것 흡수다!” 순간 제현의 눈앞에 사마준의 능력들이 나열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상세한 설명은 없었다. [프로필] 이름 : 빙춘(사마준) 별칭 : 소수마제(素手魔帝) 성향 : 마(魔) 능력 - 소수마공(素手魔功), 소수신장(素手神掌), 천마소수(天魔素手) 게다가 이것들을 흡수 한다고 해도 고스란히 자신의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었고 약간의 수련을 필요로 했다. 물론, 내공의 흐름 같은 것은 알아서 해야 했고 보고 들은 것으로 다 해결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었다. 이건 1계의 에덴계서 보다 안 좋아진 능력이 되어 버렸지만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좋은 능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흡수하기 어려운 패널티로 인해 성공확률은 엄청 높았다. 10퍼센트의 실패확률이 있지만 거의 모두 성공한다고 봐도 될 것이다. 실패 한, 능력은 다시는 흡수 할수 없다. 몸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뭐, 뭐냐!?” 사마준은 갑자기 당황스러워 하며 자신의 몸을 살피고 있었다. 급속도로 내공이 빠져나가며 근육이 풀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의 원인은 제현의 손으로 빨려 들어가는 손! 그 손을 통해 자신의 기운이 빠져 나간다는 생각을 하고는 빠르게 소수마공을 펼쳐 제현에게 쌍장을 놓았다. 퍽!! 하지만 그 쌍장은 어떤 기운도 실리지 않은 것인지 제현의 내공이 높아졌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타격도 없었다. “뭐, 뭐야. 터무니없이 낮은 내공은!” 지금 사마준은 확실히 당황했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내공을 체크하고 있었다. 그의 내공은 많이 빠져 나간 것은 아니었지만 일정 수준의 내공이 빠져나가 있었다. 이것 역시 흡수의 패널티, 예전처럼 모든 것을 가져 올수는 없었다. 오직 내공을 사용하는 기술을 가지고 온 것이다. 프로필 창에는 세 가지의 문구와 함께, 그 세 가지의 무공에 수련법이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패널티 임에도 스스로 익히게 한 시스템이야 말로 제현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무조건 적으로 흡수만 한다면 예전처럼 몸만 비대해질 뿐 실력은 낮아 질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너무 과하게 욕심을 부린다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이다. 능력 흡수 역시 그랬다. 아무리 능력을 흡수해도 몸과 정신! 실력이 따라 주지 않는 다면 과분한 능력이 되는 것이다. 스르륵! “재간은 다 떨었냐?!” “흡성대법(吸星大法)!! 흡성마군(吸星魔君)의 제자인가?” 음식점안의 사람들은 놀라는 한편 흡성대법이라는 떠들썩한 주제로 제현을 경계하고 있었다. 흡성마군이라는 자 역시 상당한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듯했다. 풍운지 역시 어리둥절하게 제현을 처다 보고 있었다. 상대의 내공을 흡수하는 것은 악독하고도 마도세력에서도 배척하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강자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했던가? 흡성마군 석만금 그의 능력도 출중하지만 상대의 내공을 흡수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높은 순위는 아니었다. 대략적으로 풍운지와 근접하거나 약간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네놈의 기술에 죽어 보는 것도 좋겠지?” 제현은 싸늘하게 조소를 흘리며 소수마공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생긴 능력 때문인지 약간의 반발력을 거친 후에야 소수마공을 펼칠 수 있었다. 그 모습에 모두의 눈은 커다랗게 커지며 입만 뻥긋대고 있었다. ============================================================= [프로필] 이름 : 조제현 별칭 : 무(無) 성향 : 마(魔) 능력 심법-------------------------- 마령심법(魔靈心法) : 만검을 익히기 위한 필수적인 심법, 내공증진이 빠르다. 하지만 심마에 빠져 들기 쉬우니, 혼자서 수련하기를 추천한다. 오직 만오공파의 삼송계파의 자손만이 익힐 수 있는 심법 조씨 가문에 유일하게 남은 심법 나머지는 회손 되거나 사장되었다. 검법-------------------------- 만검(萬劍) 낙(落) : 쾌검의 수, 대부분의 초식은 이것을 시작으로 펼쳐진다. 파(破) : 상대의 몸을 꿰뚫고 내부를 파괴하는 방법, 혹은 검을 터뜨려 파편으로 공격하는 수법 유(流) : 부드러움과 연계를 목적으로 한 초식이다. 하지만 부드럽다. 하지만 무시한다면 몸이 난도질당할 지도 모르는 초식 살(殺) : 만검의 최종 오의적인 기술로 오직 살인을 위한 초식이다. 풍운지 역시 질지도 모르는 초식, 수련만 된다면 무적인 초식이다. 보법(신법)------------------------- 삼재보(三才步) : 무림인 이라면 모두 다 아는 그런 보법, 하지만 삼류의 무공이라고 무시하는 자는 없다. 삼재신군이 창안한 삼재보, 삼재권, 삼재검법, 삼재심법이 유명하다. 삼재신군은 그 네 가지의 무공을 만들고 홀연히 사라졌다. 마영보법(魔影步法) : 마귀, 악귀의 움직임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전해지지만 확실치 않다. 그림자와 같은 음밀한 움직임과 빠른 것이 특징이며 만검과 함께 펼쳐질 경우 엄청난 파괴력과 움직임을 펼칠 수 있다. 마영신법(魔影身法) : 마영보법의 빠르게 달리는 확장판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장법---------------------- 소수신장(素手神掌) : 소수마공을 펼치는 자에게는 필수적인 무공이다. 이것으로 상대에게 커다란 충격을 가할 수 있다. 묘리 중에 발경 이라는 묘리가 들어 있어 상대의 기혈과 움직임을 둔화 시키는 음기를 침투 시킬 수 있다. 당한다면 상대의 몸은 한독에 걸려 조금씩 생명을 고갈 당할 수 있다. 하지만 빙마의 기운을 소유한 자에게는 일정 수준의 부상을 제외 하고는 죽음에 이를 수 없는 장법 수공------------------------- 소수마공(素手魔功) : 심법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엄연한 수공! 강한 음기를 가지고 있어 여러 무공에 혼합이 가능한 무공이다. 절세의 무공이지만 익히기가 까다롭고 빙마의 설질에 충실해 여자가 아니면 잘 익히지 않는 무공, 속설로 이 무공을 익힌다면 여자는 임신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천마소수(天魔素手) : 천마가 한창 무림을 종횡할 때 만들었다는 무공, 연계와 상대의 움직임을 막는데 이용하는 무공이다. 어떻게 사마준에게 들어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천마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쓸모없는 무공이다. 하지만 천마가 만들었기에 일류의 무공에 속한다. 또한 공격력도 상당하기에 사마준에게는 꼭 필요한 무공이었다. ---------------------------- 특수능력 - 흡수, 프로필(패널티로 인해 자신만 사용 할 수 있는 능력이 되어 버렸다. 제현도 이것이 있는지 몰랐음 하지만 제현은 개의치 않는 다.) 세 가지의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프로필 뷰를 사용 할수 있다. 만약 세가지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어떤 것도 얻지 못하리....성공확률이 높아짐의 패널티 ================================================================= 제현의 능력치 설명 같은 것. 지옥서열 입문(入聞) “소수마공(素手魔功)!” 제현은 단전에 들어있는 내공을 끌어 올리며 소수마공의 구결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수마공은 단전에서 시작해, 회음혈(會陰穴)인 음부와 항문을 통해 등 뒤쪽으로 기운을 돌려보낸다. 그리고 제일 끝에는 회종혈(會宗穴)과 태연혈(太淵穴)인 왼손과 오른손으로 기운을 보내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한기를 더욱 강하게 만든 뒤 소수마공이 사용 되는 것이다. 제현의 손에서는 하얀 냉기가 서리더니 조금씩 투명해졌다. 아직 성취가 낮아 손이 보였지만 성취가 높아진다면 더욱 투명해져 뼈마저 보인다는 무공이었다. 게다가 내공에 따른 성취가 높아질수록 손은 하얗게 변하는 특징이 있다. “후훗, 내가 말하지 않았는가? 풍운지, 나는 1계에서 한 가닥 했다고, 나의 능력은 무력으로써 강한 것이 아니라, 상대의 능력을 가져 오는 기술!” 덜덜덜ㅡ 제현은 음식물을 뒤집어 쓴 사마준에게 다가가며 풍운지에게 말했다. 주위는 제현의 기세에 압도당해 누구도 말하는 자는 없었다. 이곳에 있는 자들은 순위권에서 최 하위권에 속하는 자들이었기에 제현의 능력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처음에 있던 여유는 온데간데없고 제현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건 제현이 의도 한 것이 아니었지만 이런 상황이 내심 좋았다. 이곳에 와서 허리를 펴고 돌아다닌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 역시 이곳에서는 약자!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몸을 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나의 절기를!” “네놈은 실수한 것이다. 가만히 있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을....그만 죽어라!” 믿을 수 없어하는 사마준에게 조소를 흘린 뒤 소수마공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그리고 소수신장(素手神掌)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소수신장은 쌍장의 극음의 기운을 상대의 몸속에 넣어서 상당한 타격을 주는 기술이었다. 제현을 처음 공격했었던, 피풍의 사내 역시 발경의 묘리가 든 기술로 공격한 것을 생각하면 이 기술 역시 좋은 기술에 속했다. 발경의 묘리는 물론 상대의 목숨을 앗아 갈 정도의 냉기를 머금은 쌍장이 보기 좋게 제현의 손에서 냉기를 피워 올려 사마준을 집어 삼킬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쑤욱 퍽! 제현의 쌍장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 사마준의 가슴에 적중되었다. 그와 동시에 소수마공의 기운이 사마준의 몸속으로 침투하면서 서서히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사마준은 파란 얼굴을 하고서는 덜덜 떨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컥....커억, 제발...살려....” 쩌저적 기어코 성취가 낮은 제현의 쌍장에도 사마준은 돌덩이가 된 것처럼 얼어 버렸다. 그만큼 많은 기운을 가진 쌍장이었기에 내공으로 몸을 보호하기도 전에 온몸에 침투한 냉기로 인해 얼어 죽어 버린 것이다. 찌릿! 제현의 주위에서는 긴장과 질시, 멸시의 눈으로 제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제현이 한 행동은 어쩌면 정당한 행위였지만 상대의 기술 같은 것을 빼앗는 행위는 무림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었고 그 행위를 했다면 무림의 공적이 되는 것은 뻔했다. 하지만 이곳은 지옥! 어떤 기술도, 어떤 방법도 통하는 지옥이었다. 애초에 강자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되는 무림이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의 법규가 있었기에 완전한 무림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곳 지옥은 어떤 행동도 용납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봐, 점소이! 아차....내가 죽여 버렸지..” 제현은 멀쩡한 탁자로 다가가 자리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제현의 오만 방자한 행동에도 누구도 앞으로 나서는 자는 없었다. 사람이란 간사한 동물이다. 일단 약자라고 판단되면 무조건 적으로 괴롭히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강자라고 판단되면 몸을 사린다. 이것이 사람이다. “헤헤헤, 무엇을 드릴 깝쇼?” 이 주막의 주인으로 보이는 자가, 손을 비비며 다가왔다. 그 사람도 순위권 안인지 알 수없는 기도가 느껴지고 있었다. “무엇이 있지?”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부탁하네, 오래 기다리는 것은 딱 질색이라네.” 제현은 메뉴가 무엇인지 몰라, 물었지만 풍운지가 말을 가로 채며 빠르게 주문했다. 주문을 함과 동시에 주인은 빠르게 주방으로 가며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내어 왔다. 물론, 술도 포함되어 있었다. 시키지 않은 것을 가져온 주인에게 ‘왜 가져 왔냐’ 라는 식으로 물었지만 그건 서비스란다. 누가 자기 가계에 물건을 부순 사람들에게 이런 친절을 베풀까 하겠지만 일단 지옥이라는 생각에 대충 넘어 가 버렸다. 물론 제현은 술을 처음 먹는 다. 죽을 때의 나이가 19세, 하지만 지금은 24세, 엄연한 성인을 넘어서 있었다. 보통 지금쯤 대학에서 공부를 하거나 놀고 있을 때지만.... “음....입맛이 살짝 도는 군. 자네도 한잔 들지.” 쪼르르륵 풍운지는 술잔에 술을 채우며 말했다. 제현은 물끄러미 술잔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술잔에서 알콜 냄새가 살짝 진동하며 제현의 후각을 자극했다. 도수가 높은 것인지 술잔에서 풍겨지는 향은 독했다. 그런데도 풍운지는 홀짝홀짝 잘 마시고 있었다. “이거 오랜 만에 먹어서 그런지 좋군....자네 설마 처음인가?” 끄덕 풍운지의 말에 제현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조용히 있었다. 언제 누구에게 술을 배워 보겠는가? 열심히 생존을 위해 몬스터와 싸웠으며, 배고픔을 피해 음식을 구하러 다녀야 했으니 술을 먹는 것은 사치일 뿐이었다. 주위에서도 제현의 나이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살짝 경계를 풀었다. 어찌 된 곳인지 희희낙락 잘도 이야기 하던 상대인 사마준이 죽었음에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술잔을 들이키며 제현을 힐끔 보고 있을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술은 말일세, 너무 과하게 먹어서도 안 돼지만, 마시지 않은 것도 바보 같은 행동이지.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술은 인생을 나타내거든. 술 한 잔에 세월을 보내며, 술 두 잔에 근심을 털어 버리거든.” ‘그러셔? 아주 소설을 써라’ 풍운지의 말에 제현은 속으로 풍운지를 씹으며 앞에 놓여 있는 술을 집어 들며 입으로 털어 넣어 버렸다. 화끈! 속으로 넘어온 술은 뜨거웠다. 한 찬 마셨을 뿐인데,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기분도 좋아지는 느낌도 있었고 속이 아파오기도 했다. “하하! 자네 술 마시는 것이 기가 막히네, 그 술은 지옥에서도 알아주는 독주네, 그렇게 마시면......” 털썩 “이런....처음이라 그런지 술이 약하군.....하하하” 제현은 풍운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탁자위에 머리를 떨어뜨렸다. 지옥의 독주, 용화주였다. 2계의 사람들은 드래곤 파이어라고 불렀지만 그만큼 지옥의 사람들에게는 인기 있는 술이었고 흔한 술이었다. 술의 재료는 아귀의 위액과 지옥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약초들이었다. 그런 것을 원 샷 해버렸으니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도 당연했다. “이거, 내가 악귀를 키운 건지 모르겠군.” 풍운지는 눈앞에 쓰러져 고른 숨을 토해 내는 제현의 긴 장발을 뒤로 넘기며 얼굴을 쓰다듬었다. 풍운지는 자신의 행동에 풉 하고는 웃음을 터뜨리고는 용화주를 들이켰다. “자고 있는 모습은 꼭 여자 같단 말이야....” 제현의 모습은 여자의 선처럼 가느다랗고 머리카락 역시 길어서 잘못 본다면 여자 같았다. 얼굴 역시 오목조목해서 여자 같아 보였다. 몸매는 또 어떠한가? 호리호리해서 빈약한(?) 여자처럼 보이는 것이다. 여자의 옷만 입힌다면 여자라고 오해 할만 했다. “어이! 용화주 한 병 더 가져오게, 그리고 이 친구는 방하나 잡아서 눕혀 놓고 오게.” “예~ 예!” 주막의 주인은 빠른 걸음으로 총총히 다가왔다. 그리고 용화주를 풍운지의 앞에 놓아두고는 제현을 들쳐 업고 2층으로 올라가 눕혀 놓고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앞으로 3달 정도인가? 처음에는 그토록 싫더니, 고향 같은 느낌이군....” 풍운지의 애한에 잠긴 소리가 주막에 울려 퍼지며 지옥의 밤은 저물어갔다. 물론, 주점에 남아있던 사람들 역시 각자 술을 들이키며 제현의 능력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각자의 고뇌를 가지면서.....그리고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 버린 사마준은....? “제발, 저리가! 개 같은!” “크워, 크워!” 사마준의 주위에는 아귀들이 득실거리며 자신의 살점을 씹고 있었다. 천살생천(天殺生)의 지옥이었다. 천 번의 죽음을 격은 뒤에야 다음 지옥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 지옥은 몇 십 개나 더 있었다. 1년에서 한 달에 한번 꼴로 고통을 겪는 지옥과는 차원이 다른 지옥이었다. 무간지옥의 가장 무서운 점이 죽어도 끝까지 살아 날수 있다는 점, 무간지옥 안의 지옥에서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었다. 게다가 그 지옥으로 들어가면 신이라도 능력을 발휘 할 수 없다. 지옥을 겪은 뒤에야 풀려 날수 있는 지옥이었다. “나! 돌아갈래!!!” 아귀에게 먹히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사마준이었다. ============================================================== 이긍....신검 받으러 내려 가야 할듯, 고로 토일 정도 못쓸 지도. 소제목 변경 해야 할듯 %3E 지옥서열 입문(入聞) 마도생사투(魔道生死鬪) “으으으, 속 쓰려ㅡ” 제현은 속이 뒤틀려 죽을 지경이었다. 풍운지가 언제 방에 옮긴 것인지 가지런히 눕혀져 있는 자세로 누워져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물과 나무로 된 컵이 놓여 있었고 작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일어났다면 밑으로 내려오게, 속을 풀어 주는 음식이 준비 되어 있으니.... 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어제 밤의 일을 생각하니 정신이 없었다. 고작 한 잔의 술을 먹었을 뿐인데,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할 말이 없었다. 물론, 그 술이 용화주라는 것을 감안 하면 이상할 것이 없지만 약간 수치스러웠다. “깨어났군.” 문이 살짝 열리며 풍운지가 들어왔다. 아마 기다리다가 인기척 때문에 깨어 난 것을 알고 같이 내려가기 위해서 온 것 같았다. 그리고 풍운지에게는 롱 소드와 비슷한 모습을 한 검이 한 자루를 들고 있었다. “그건...?” “아...이거 말인가? 자네가 너무 오래 잠을 자서 말이야. 훗!” 제현은 풍운지의 손에 들려 있는 검을 보고는 의문을 품었다. 제현의 것이라면 삼일 뒤에나 볼 수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풍운지의 말을 들어 보면, 제현은 3일 꼬박 잤다는 말이 된다. “그럼 내가, 3일 동안 꼬박?” “그렇지...그동안 배도 고플 테니 밥이라도 먹지.” 꼬르르륵 풍운지가 말고 있음에도 제현의 배에서는 나 배고프다는 식으로 알리는 생리적인 현상이 일어났다. 약간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돌려 문으로 빠져 나왔지만 여전히 싱글거리는 풍운지 에게 검을 빼앗듯이 가듯이 낚아채고는 앞장섰다. 시끌 시끌! 밑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떠들썩했다. 물론, 평소 때처럼 시끄러운 풍경에 약간 미소를 지었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피한다는 느낌을 받고는 약간 침묵했다. “왜...?” “당연 한 것 아니겠나? 아무리 악인이라도, 무공을 가져가는 행위는 하지 않는 다네...그런데 자네는 금기를 어긴 것이나 다름없네, 그리고 이건 자네를 나타내는 증표라네. 벌써 별호까지 내려왔군.” 풍운지는 두 개의 패를 꺼내 보였다. 두 개의 패는 푸른빛이 감도는 패였다. 1위부터 10까지는 금패를 소유 할 수 있었고 11위부터 1000위 까지는 동패를 소유 할 수 있었다. 물론, 순위 밖의 사람들은 나무패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싸움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그 패에는 이름과 별호와 같은 간략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당연히 풍운지의 패에는 풍운마검이라는 별호와 이름인 풍운지라는 글이 적혀 있었고 제현의 패에는 둥근 청동패에 여러 가지 한자와 같은 곳에서 1000(天)이라는 순위와 흡수마소(吸收魔笑), 조제현이라는 글이 저혀 있었다. 흡수마소의 뜻은 마귀의 웃음과 흡수라는 뜻이 융합된 글이었다. 아마, 사마준을 흡수 할 때 싸늘한 웃음을 흘렸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그때는 상대를 압도하려는 행동을 했었기 때문에 나온 별호리라. “상당히 마음에 안 드는 별호.” “하지만 어쩌겠는 가. 처음 치고는 상당한 별호를 얻은 것인데. 보통 현생에서의 별호를 사용하지만, 자네는 1계의 출신이 아닌가? 대부분, 1계를 무시하는 무리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은 별호를 가지고 있지 않다네. 대부분 나무패를 소유하고 있지.” “그럼 나무패 말고도 소유 하고 있는 자도 있겠군.” “그렇지, 간혹 초능력(超能力)이라는 힘을 소유하고 있는 자도 오니까.” 풍운지의 말을 들어 보니, 1계라고 다 약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1계의 인물 중, 무공과 초능력을 사용하는 자들도 상당히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자, 간단한 탕류의 음식이 나왔다. 물론, 그것이 중국식이었기에 약간 느끼한 느낌이 들었지만 상당히 먹을 만 했다. “잘 먹었는가?” “상당히....그나저나, 이제 뭐하지?” 풍운지의 물음에 간략하게 대답하고는 다음 행로에 대해 이야기 했다. 솔직히 이곳이 목표였기 때문에 다음 행로를 정하지 않았었다. 물론, 풍운지는 약간의 유람 겸으로 이곳에 온 것이지만, 지옥에서 볼 수 있는 경치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면, 자네의 순위 쟁탈전 겸으로 여행이나 다니지. 이곳에 있는 자들은 대부분, 낮은 순위니 말일세. 나에게 주어진 시간도 3달 뿐이고.” “그렇지만, 만나는 것이 쉬울까? 마호영을 만난 것도 우연이었잖아?” 솔직히 마호영 같은 강자를 만나는 것은 아직 까지 꺼려진다. 지금 만난다고 해도 이길 자신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 꿀리지 않는다. 소수마공의 수법으로 한 단계 전투 능력이 강해진 것을 확인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주막의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는 무리가 있었다. 쾅! “여기 머물고 있는 순위 1000위 흡수마소 조제현은 앞으로 나오라!” 마호영과 같은 덩치의 거대한 장신의 사내였다. 그의 나이는 대충 봐도 중년 정도로 보이고 있었다. 그는 어울리지 않게 은색의 의복을 입고 있었고 그 주위에는 검은 색의 의복을 입고 있었다. 한마디로 나 한 가닥 날리니 건들지 마라는 식의 외침이었다. “헤헤, 손님들, 싸움은 연무장에서 하심이? 삼일 전에도 전투가 있어서 손실이....비비적.” 주인은 손을 비비적거리며 일단의 무리에게 부탁했다. 주인의 무공도 상당한지 그들은 군말하지 않고 다시 소리쳤다. “거기, 애송이 네놈이 조제현이냐!? 계집 같이 생긴 녀석! 감히 나를 제치고 순위에 먼저 들어?!” “그래서, 오합지졸(烏合之卒)!” 제현의 눈앞에서 오만 방자함을 나타내는 녀석들에게 오합지졸이라는 말을 하고는 풍운지의 옆에 앉았다. 이런 떨거지들과 싸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누가 자시보다 낮은 순위의 자와 싸우고 싶겠는가? “자네, 순위를 가진 자는 싸움을 피할 수 없네. 그것이 이곳 지옥의 법칙이야. 거절 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닐세, 그리고 마도생사투(魔道生死鬪) 까지 걸고 한다면 자네는 싸움을 피할 수 없네. 마교의 소유지인 만큼, 마교의 법칙을 따르고 있는 곳이 이곳이네.” 풍운지의 말에 약간 공감이 갔다. 순위는 언제나 변동하기 마련, 그만큼 결투는 빈번하게 일어 날 것이다. 그에 높은 순위의 자들은 싸움을 피하길 원하는 것은 당연지사. 순위에 따라 사람들의 대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풍운지의 순위를 보면 어디든지, 마음대로 행동 할 수 있다. 지옥에서의 업을 청산한 자의 순위는 공석에 있기 때문에 높은 순위의 사람이 떠나면 그 때는 무한 순위 쟁탈전이 벌어진다. 그것을 감안 하면 지금의 싸움은 그 순위 쟁탈전을 대비한 것이리라. “아마, 나의 순위가 공석이 될 때에 대비해 이런 싸움을 거는 것이네. 그만큼 25위는 엄청난 대우를 받지.” ‘뭐가 엄청나다는 것이냐! 똑같아 보이는 것을....’ 풍운지의 말에 제현은 속으로 소리를 질렀지만 밖으로는 표출하지 않았다. 사실, 풍운지의 대우는 엄청나다. 마교에 가입할 시에는 상당한 직위가 부여되며, 이 성에 있는 모든 곳을 공짜나 매우 싸게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치외 법권과 같이 누군가를 이유 없이 죽여도 마교의 추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제현은 정당한 대결을 한 것이기에 살인에 대한 추격은 전혀 없다. “거기, 조제현! 감히 나를 무시 하는 것이냐?” 보아하니, 저 산만한 덩치가 저들의 수장인 것은 확실하다. 이놈만 밟아 주면 나머지 떨거지들은 알아서 허리를 굽힐 것이기에 제현은 순순히 녀석이 걸어오는 싸움에 도전 할 생각이다. 제현은 눈앞의 사내를 보며 말했다. “네놈의 이름이 뭐지? 그 정도는 알아야. 나의 전적에 올릴 것이 아닌가?” 전적! 그렇다. 싸움을 할수록, 패에는 승패의 숫자가 적히게 된다. 풍운지의 패에는 몇 천 번의 승리라는 것이 적혀 있었고 패는 단 열 번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만큼 풍운지는 패배를 모르는 사내였다. 하지만 제현의 패에는 단 1승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기 때문에 이번의 승부를 통해 조금이라도 승을 올릴 생각이었다. “네놈! 오만방자함을 보니, 배짱도 실력도 되어 보이지만 애송이에 불과하다. 나의 이름은 유목양! 마도생사투(魔道生死鬪)를 신청하는 바이다. 수락은 당연히 승낙하겠지?” 대단한 자신감이다. 마도생사투를 신청하는 것을 보니 이길 것을 확신하는 것 같았고 뒤쪽에 대기 하고 있는 자들도 웃고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의 입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녀석의 무위가 결코 순위 밖의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감도 너무 많으면 오만해지고, 오만은 파멸을 부른다. 뒤쪽의 수하들은 제현이 이기지 못할 것을 당연시하고 있었다. 싸움을 부추긴 자는 주위의 인물도 아니었고 풍운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의 좋은 감정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유목양은 풍운지를 보고 있었다. “좋다. 후회하지 마라.” 제현은 빨리 오만방자한 녀석들을 깔아뭉개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마도생사투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지옥에서의 서열은 그의 신분이다. 지옥에서의 생명은 무공! 그렇기 때문에 생사투는 어떻게 보면 당연시 된다. 결투에 있어서 생사는 불문(不問) “주관은 저기 있는 풍운마검 풍운검께서 하실 것이다.” “오!!” 유목양은 당연하다는 듯이 풍운지를 가리키며 말했고 제현의 눈빛에 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주막을 벋어나 가까운 연무장으로 이동했다. 도시에는 이미 소문이 자자하게 났던지 싸움구경을 하러 나온 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대부분 도시에 머무는 일반인들(능력이 없는 자들)과 간혹, 순위 밖의 무인, 혹은 순위 안의 무인들도 찾아와 흥미롭게 자리에 앉았다. “잠깐! 나도 그 생사투에 참여 하겠어요. 나의 이름은 설후(雪煦)! 신입입니다.” “아니! 환락환녀(歡樂歡女) 설후!” 생사투를 시작하기도 전에 누군가 태클을 걸어왔다. 그만큼 순위는 중요했기 때문이다. 순간 신입이라는 말에 약간 어안이 벙벙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있었기에 강자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색기(色氣)에 숨이 턱턱 막힘을 느꼈다. 그렇게 제 2번째의 생사투는 설후라는 여자와 행해지게 되었다. 마도생사투(魔道生死鬪) “거병대도(擧兵大刀) 유목양 과 흡수마소(吸收魔笑), 조제현의 첫 번째 마도생사투가 있겠습니다. 뒤이어 환락환녀 설후와의 대결은 2일후 이 자리에서 시작되겠습니다.” “와아아아아!!!!!” 정 사각형의 암반으로 된 연무장과 그 주위를 감싸듯이 둘러싼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연무장의 높이는 대충 봐도 3미터 정도는 될범직한 높이였다. 그리고 오랜만의 생사투를 구경나온 사람들의 눈에는 광기가 서려있었고 누군가 피를 보기를 원하는 눈초리였다. 또 한, 2번째 생사투인 환락환녀(歡樂歡女) 설후와의 대결은 공정성을 위하여, 2일후에 벌어지게 되었다. 쿵! “크하하하! 애송아 벌써부터 주눅이 들어서 어떻게 하겠느냐! 무기를 들어라!” 유목양은 거대한 거병을 연무장 바닥에 찍으며 대소를 터뜨렸다. 그러자 제현의 모습을 지켜보던 수많은 관중들은 제현이 주눅이 들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으로 느꼈다. 하지만 실상 제현은 몸속의 내공을 점검하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한잔이었지만 숙취로 인해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아직 술기운이 남은 것인지 독소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내력을 이용해 술기운을 몸 밖으로 배출하고 있는 중이었다. 기어코 모든 술기운을 몸 밖으로 배출한 제현은 풍운지에게 받은 검을 뽑아 들었다. 촤라랑! 검이 뽑히면서 작은 소음을 만들어냈다. 완벽한 발도였다. 물론, 발도라고 한다면 검을 뽑는 방법을 말하는 것인데, 발도의 수법에도 공격과 기수식을 위한 준비자세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자! 대결을 시작하기 전에 참관인을 소개하겠습니다. 지옥 서열 25인 풍운마검 풍운지 대협께서 직접 참관을 하시겠답니다!” “우와아아아아!” 다시 한 번 많은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풍운지의 모습이 들어났다. 연무장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위치해, 의자에 착석해 있었다. 그의 눈길은 제현에게 닿아 있었고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마도생사투의 시작을 알렸다. “그럼 마도생사투 첫 번째 대결이 시작되겠습니다! 모두 연무장 주위에서 떨어져 주십시오. 생사투의 여파로 사망하셔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사회자를 맞은 자는 순위 첩을 꺼내 제현의 이름 옆에 간략하게 생사투에 대해서 적어 넣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함성 속에서 생사투는 시작되었다. “선수필승(先手必勝)!” 유목양은 거대한 거병을 움켜쥐며 제현에게 파고들었다. 거병의 단점 답게 스피드는 현저히 느렸지만 강력한 괴력과 더불어 거병의 무게 때문에 강한 파공음이 더해지며 제현이 있던 자리를 내려쳤다. 쾅!! 강한 파공음과 더불어 거병이 바닥을 강타하자, 파편과 먼지가 하늘로 치솟았다. 빠르게 뒤로 물러선 제현은 검을 움켜쥐며 날아오는 파편을 모두 처내고는 유목양의 옆구리를 노렸다. 팟! 갈라진 땅을 박차고 옆구리로 이동한 제현은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게 웬걸? 거병이 바닥에 박히며 유목양의 몸을 감싸며 방어자세가 취해져 있었다. 그것도 그 무거운 거병을 움직여 바닥에 박는 시각은 채 3초도 되지 않는 시각이었다. ‘이 녀석, 사마준 보다 강하다!’ 제현은 속으로 매우 놀라며 막힌 검을 회수하며 다음 공격 장소를 선택했다. 제현이 노린 곳은 유목양의 목덜미! 퍼런 힘줄이 돋아 있으며 목젖이 강인하게 튀어나온 목덜미가 시야에 가들 들어차자 제현은 거침없이 검을 내리꽂았다. 제현은 잠깐 거리를 두며 하늘로 치솟아 올라 상하역체의 수법으로 덮쳐들고 있었다. 상하역체는 물구나무서기 제세로 거꾸로 떨어져 내리는 수법이었다. 이것의 장점은 상대의 혈을 집중 공격하는 수법으로 순간의 타이밍이 중요한 수법이었다. 물론, 단점이라면 허점이 많이 노출된다는 점이었다. 번쩍! 순간 거병에서 빛이 나며 빠르게 검을 회수하며 제현에게 도를 휘둘렀다. 제현은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의 강력한 적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에 뒤질세라 제현 역시 검에 기운을 덮씌우며 거병을 튕겨 내기 위해 근력을 팔에 집중시켰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다. 공중에 떠있다는 것! 무게의 중심이 아무리 팔에 있다고 한들, 발이 지탱해야할 땅이 없는 상황! 제현은 거병에 튕겨나가며 연무장의 끝자락까지 밀러났다. 캉! 쿠당탕!!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일순간 조용해져 버린 주위는 침묵을 유지했다. 이건 도무지 봐도 1000위의 실력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저번에 소수마제 사마준과 싸울 때도 이정도 까지는 아니었다. 고작 빠른 속공과 주먹다짐이었을 뿐! 허나, 이 상황은 무엇이란 말인가? 극강의 고수와 대결을 펼치는 것보다 박진감이 넘쳤다. 비록, 검강과 같은 기술은 별로 선보이지 않았지만 단 몇 초간의 공방으로 결판이 날판이었다. 당연히 사람들의 시선은 유목양에게 닿아 있었다. 거병이라는 불리한 무기를 사용함에 있어서 어떤 공격도 허용하지 않는 몸놀림과 컨트롤! 이것이야 말로 그들의 우상이었다. 반면, 제현의 검은 거병의 반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넓이의 검과 적당한 길이의 검으로도 공격을 허용당한 제현! 누가 봐도 제현이 불리했다. “최고다! 거병대도!” 한 사람의 외침이 전이 되었을 까? 이미 유목양의 승리를 확신하기 까지한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풍운지의 시선은 유목양의 목덜미에 난 실선을 보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당한 것 같지 않았던 유목양의 목에는 작은 실선이 그어져 있었다. 그것을 느낀 유목양은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발산했다. 상대를 압도하는 고함이 연무장에 울려 퍼지자, 다시금 떠들썩한 분위기도 조용해 졌다. “우아아아아아!!!!” 목청을 터뜨리는 것은 움츠려진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행동이었다. 대부분 전투를 할때, 기합이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은 투기를 발산하기 위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많은 전투를 격은 유목양이었던 지, 작은 상처에도 흥분을 하지 않고 돌연 투기를 끌어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상처를 낸 자는 네놈이 처음일 것이다. 물론, 붙어 보지 못 한자도 많겠지만. 나의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거병퇴도(擧兵推刀)의 수법을 뚫고 공격이 들어갈 줄이야.” 거병퇴도는 유목양의 절기중 방어의 초식이었다. 상대를 밀면서 상대와의 거리를 떨어뜨린다. 거병은 상대와 거리가 벌어졌을 때서야 위력을 발한다는 것을 이용한 수법이었다. 그만큼 상대의 움직임과 들어올 수를 예상해야만 펼쳐 낼 수 있는 초식인 만큼 실전경험이나, 전투적인 센스가 중요한 기술이다. 스르륵. “고작 이정도로 쓰러질 유목양이 아니다!” 목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왼손으로 쓸어 올리며 호기롭게 외쳤다. 그리고 순간, 거병에서 도강이 서리며 붉은 기가 형상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작은 실선이 설키고 얽혀 작은 줄을 만들어냈다. 강기에도 종류가 있다. 무기에 그냥 기운을 덧씌우는 것을 검기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일단, 검에 기운을 씌운 뒤, 실선 같은 것을 발산시키는 것을 검사(劍絲)라고 이르는데 마치 모습이 명주실의 실타래와 같다고 해서 검사라고 칭하는 것이다. 이것이 강기의 초입단계인 화경의 경지이다. 이것은 2계에서는 소드 마스터라고 칭하는 경지였다. 또한, 그것에서 한발 더 낳아가, 실선이 고리를 이루는 경지를 검환(劍環)이라고 칭했다. 검환이 되기 위해서는 검사가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작아지는 경험을 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서야 고리 같은 것이 생기며 그 이후부터는 초인의 경지인 그랜드 마스터였다. 3계의 인물들은 현경이라고 칭하는데 아무튼 지금은 알 필요가 없다. “검사! 화경의 중 이상이었단 말인가?!” 많은 사람들이 놀라며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풍운지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는 제현은 고작 검사를 만들어내어 검에 덧씌우는 정도, 허나 유목양은 검사를 검에 씌우는 것도 모자라, 표출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은 실타래가 10센티를 넘어가고 있었다면 얼마나 놀라겠는가? 검을 든 무인에게 있어서는 검의 길이가 중요했다. 그것도 순간적으로 생성 시킬 수 있는 길이의 검! 간혹 검을 길게 만들면 될 것이 아니냐고 할 것이다. 허나, 검이 길 다면 무게의 중심이 틀려지는 법이다. 하지만 검사를 사용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무게의 구애를 받지 않고 길이를 조정 할 수 있는 수법이 있기 때문에 구지 긴 장검을 착용할 필요가 없었다. “후후후! 이제 사태의 심각성을 알겠느냐?” “검사의 길이로 승부가 나지 않는 다는 것을 네놈이 더 잘 알 텐데.” 그렇다, 아무리 검사의 길이가 길다고 한들 실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검사를 펼칠 정도면 그만큼 실력도 되겠지만 순간의 싸움을 하는 무인들에게 있어서는 작은 차이에 불과하다. 제현은 내공이 부족한 관계로 검사의 길이를 더 높일 수 없지만 검에 덧씌우는 것으로 만족했다. 더 높여봐야 파괴력만 떨어지기 때문이다. “잡설이 길었군! 이만 죽어라! 하앗!!” 후우웅!! 녀석의 거병에서 작은 미풍이 생기더니 순식간에 거병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제현을 양단 할 듯이 횡으로 거병의 날을 돌리며 휘둘렀다. ‘아까부터 생각했지만 동작이 크다. 아니면 일부러 내는 페이크 인가?’ 제현은 속으로 거병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보법을 밟았다. 그것도 피하는 것을 택하지 않고 거병 쪽으로 몸을 전진 시키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바로 코앞까지 거병이 당도했고 주위의 사람들은 안타까움의 신음을 토해냈다. 마도생사투(魔道生死鬪) 후우웅! 강한 파공음이 제현의 달팽이관을 울리고 있었지만 오직 제현의 신경은 거병의 도중에 도신(道身)에 향해 있었다. 비록, 녀석의 경지보다 낮다고는 하나 꿀리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횡으로 베어진 거도는 제현의 옆구리에 닿아 버렸다. “크큭! 이겼다!” 유목양이 크게 웃었다. 이긴 것이다. 완전히 양단이 나버렸다. 녀석의 상체와 하체는 분리가 되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었다. 완벽한 느낌이었다. 살과 뼈를 가를 때 나는 느낌, 약간의 거치적거리는 뼈의 느낌이 확실히 났다. 스르륵! 하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 제현의 신형이 순간 흩어지며 사라져 버렸다. 그건 살아 있다는 말이었다. 완벽한 횡 베기에 걸려들었음에도 녀석의 신형이 사라졌다는 것은 이형환위(移形換位)를 뜻했다. 경공이 일정 수준에 달하면 사용 할 수 있는 신법의 응용 기였다. “이형환위(移形換位)! 이형환위다!!” 누군가의 외침을 들었음 이었을 까. 그제야 몸을 틀어 피하기 위해 몸을 날렸지만 유목양의 거병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직, 횡 베기를 하고 난 뒤의 자세를 그대로 잡고 있던 유목양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자신의 거병을 쳐다봤다. “아닛! 어떻게!!” “검사를 보고 싸우는 것은 아니지. 얼마나 잘 움직이느냐. 얼마나 타이밍을 잘 노리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쿵!! 쩌저적! 제현의 신형은 유목양의 거도의 도신에 올라가 있었다. 게다가 그냥 있는 것이 아닌, 천근추(千斤墜)의 수법으로 거병을 찍어 내렸다. 그러자 거병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처박히며 꼴성 사납게 박혀 버렸다. 그리고 약간의 균열! 무인에게 있어서 작은 균열은 무게의 균형과 병기를 움직이는 방향의 미세한 오차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었다. 천근추는 내력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몸무게를 상승시키는 기술이었다. 물론, 그 반대의 역천근추도 있었다. “힘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퍽! 제현은 그대로 거병을 타고 유목양의 얼굴을 거칠게 차 버렸다. 그러자 녀석의 얼굴에서는 선명한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거병에서 손이 떨어졌다. 그것을 노칠 제현이 아니었기에 소수마공을 끌어 올리며 왼손으로 장을 날렸다. 휘리릭! 퍽! 내공과 내공이 부딪히며 강한 반발력이 생기며 유목양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게다가 소수마공이 더해진 소수신장(素手神掌)까지 당한 상황 확실히 사면초가였다. “만검 - 유(流)!” 슈악ㅡ 사라락, 슉! 제현은 마령보법을 밟으며 빠르게 유목양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녀석의 손짓과 발짓을 피하며 유유히 복부와 가슴을 베어 버렸다. 그야말로 쾌속이었다. 순식간에 두 번의 상해를 입은 유목양은 조금씩 비틀거렸다. “젠장, 애송이한테 당하다니!” 탁, 타탁! 유목양은 가슴과 복부의 혈을 타격하며 지혈을 실시했다. 그것도 엄청 빠르게 정리 되었다. 제현의 검에는 붉은 핏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지만 녀석의 몸에서는 어떤 피도 베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녀석은 거칠게 상의를 찢어 버리며 육중한 몸매를 관중에게 선보였다. 찌이익! 엄청난 근육이었다. 거도를 움직이기 위해 적절하게 발달한 근육, 그 한축을 제현이 베어버린 상처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약간씩 씰룩이던 가슴이 급박하게 뛰더니 순간 진정되어 버렸다. “그만, 사라져라!” “헉!” 제현은 신법을 발휘하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검을 고쳐 쥐며 낙(落)의 수법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엄청난 속도로 유목양의 목을 노렸다. 녀석은 헛바람을 들이키며 몸을 숙였다. 그리고 몸이 바닥에서 뒹굴며 거도를 향해 움직였다. 뇌려타곤(懶驢陀坤) 녀석이 행한 행동이었다. 무인에게 있어서는 치욕적인 모습이지만 어쩌겠는가? 엄청난 쾌검을 피하기 위해 행한 것을....게다가 일단 목적을 달성한 것인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유목양이었다. 꽈악! “죽여 버리겠다!” “누가 할 소리!” 유목양은 침착함을 잃은 것인지 좀처럼 들어나지 않던 흥분까지 하고 있었다. 이미 체력역시 상당히 고갈된 것인지 약간의 숨소리도 거칠어져 있었다. 후우웅! 녀석이 휘두르는 거도는 힘만 넘쳐났다. 오직 적을 파괴하겠다는 의지만이 느껴지고 있었다. 녀석은 완전히 휘말린 것이다. 무인에게 있어서 흥분이라는 것은 죽음을 뜻했다. 게다가 거병이라는 거대한 무게의 무기를 사용하는 녀석에게는 치명적이었다. “거병방도(擧兵棒刀)!” 녀석이 거병방도의 초식으로 대도를 내려찍었다. 그와 동시에 검기상인(劍氣傷人)의 수로 거병의 기운을 날리는 공격을 시행했다. 그러자 빠르게 검기가 뿌려지며 제현에게로 날아 들었다. 슈아아악! 강한 파공음이었다. 게다가 핏빛의 검기가 뿜어지자 커다란 반월의 모습으로 변하며 제현을 좌우를 찢어 놓을 듯 한 기세였다. “만검 - 낙막(落膜)!” 검막(劍膜)이었다. 빠르게 검을 휘두르며 방어하는 기술로, 호신강기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방어기술이었다. 만검의 4초식 중 방어의 초식의 묘리도 들어있었기 때문에 쾌속의 막을 칠 수 있는 것은 낙의 초식의 변형이었다. 하지만 휘두르는 방위는 낙이랑 동일하기 때문에 빠르게 저돌적이었다. 터터텅! 몇 십번의 휘두름이었을 까, 검은 색의 한기가 느껴지는 막이 제현의 앞에 자리해 있었다. 그리고 강한 반탁력과 굉음이 울려 퍼지자,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귀를 막아 버렸다. 그 모습은 강한 반탁력 때문에 생긴 소음 때문이었다. “이제 죽어라! 만검 - 살(殺)!” 제현의 기척이 순간 사라지며 유목양의 뒤쪽에 나타났다. 약간의 이형환위 술을 섞었기 때문에 살수들의 보법이라고 알려진 귀영보와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었다. 그야 말로 은밀하고도 쾌속의 보법이 된 것이다. 스극, 슈아아악, 쉐에에엑! 여러 검의 울림이 퍼지며 제현의 검신에는 붉은 피가 고이기 시작했다. 당연한 이야기 겠지만 그 피의 주인공은 유목양, 단숨에 등이 난자 되며, 팔이며 다리가 하나 둘씩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에 멈추지 않고 제현은 낙의 초식과 파의 초식을 더해, 더욱 육신을 난잡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척추에 꽂힌 검이 마지막이었던지 작게 중얼거렸다. “만검 - 파(破)!” 만검의 파가 시전 되었다. 척추 중앙부에 꽂힌 검이 부르르 덜더니 제현의 기운이 녀석의 몸속으로 녹아 들어갔다. 잠시후 그 기운은 혈을 타고 흐르더니 빠르게 다시 한 점으로 모이며 검사의 점으로 모여 들며 강한 폭발이 시작됐다. “폭(爆)!” 깔끔한 소리였다. 꽂힌 검의 기운이 몸속을 관통하자 몸이 굳어져 버린 유목양은 남은 왼손으로 벗어나려 했지만 이미 육신이 마비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소수마공의 무서움! 당하기만 하면 서서히 육신이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가 절정에 달했을 때, 기운을 폭사 시켰다. 펑!! 후두두둑! 등에서부터 시작된 폭발이 복부를 뚫고 검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그리고 유목양은 육신이 갈 갈이 조각나거나 터지며 지옥의 나락 속으로 떨어져 버렸다. 뒤이어 피의 비가 뿜어지며 연무장을 가득 메웠다. “........” 스악!! 제현은 검을 회수하면 한번 강하게 휘둘렀다. 그러자 검에 붙었던 붉고 더러운 피는 사라지며 반짝이고 은빛이 감도는 검신이 들어났다. 곧 착검을 사용해 검집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정적이었다. 누구도 제현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이것으로 흡수마소(吸收魔笑), 조제현 대....대협....의 승리로 순위의 변동은 없겠습니다.” 사회자는 떨리는 음성으로 승리를 알렸고 곧 주위의 구경꾼들은 커다란 함성소리로 새롭게 등장한 강자를 찬양했다. 그야 말로 30위권 안의 고수처럼 박진감 넘치는 대결이었다. 그것이 그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사술이다! 어떻게! 대형이!” 유목양의 동행이었던 녀석들이 반발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다시금 조용해지는 주위였다. 하지만 누구도 그들을 제지 하지 않았다. 솔직히 누가 파(破)라는 기술을 보았겠는 가? 몸속에서 기운을 터뜨리는 내공법이라니! 보지도 못한 수법이었다. “사술? 여기서도 그런 말을 듣다니. 재미있군.” 제현은 1계에 있을 때, 불사교에서 들었던 말을 다시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 말은 곧 자신도 이제 좀 강해졌다는 것을 뜻했기 때문이다. “사술을 쓰는 놈을 처단하자!!” “처단하자!” 녀석들의 외침이었을 까? 제현을 시기하는 자들이 들고 일어나며 소리치고 있었다. 어디를 가나 저런 놈들이 있었다. 남이 잘되는 꼴을 보지 못하는 족속들...그런 자들이 살기를 내비치며 연무장의 주위로 걸어가고 있었다. 각자 무기를 취하며, 순위를 노리고 하는 짓이리라.... 죽음은 순위에서 제외 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다시 부활한다면 도전이 가능한게 순위였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순위의 사람들은 순위의 변동을 싫어했다. 괜히 죽은 자의 순위를 차지했다. 자신이 당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호영이 죽었음에도 순위의 쟁탈전 기미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허나, 풍운지의 때는 다르다. 지옥에서 없어지는 것. 그것은 부활도 없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갈(喝)! 물러서라! 그는 1계의 인물!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공도 있을 것이다.” 흉흉한 기세로 다가오던 자들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풍운지였다. 왜소한 체구였지만 강한 기도가 흘러나오자 모두 얼어 버린 것이다.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것 같은 기세. 그야말로 포식자의 기세였다. “오늘의 승자는 제현이다. 변치 않는 사실! 누구도 그에게 반하는 자는 나, 풍운마검 풍운지가 가만 두지 않겠다!” 딱 잘라 선을 그어 놓았다. 제현은 이것이 절대자의 위압감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서서히 의식이 가물거림을 느꼈다. 이유는 과도한 내력소모, 거의 고갈상태였다. 과도하게 기운을 폭사시킨 탓이다. 아직 부족한 능력으로 만검의 파를 시전 한 것이 오류였다. 그렇게 풍운지에게 뒤를 맞기며 쓰러졌다. “잘 싸웠다. 제현.....” 풍운지는 살짝 제현을 들쳐 업고는 수많은 관중들과 살기를 내비친 자들을 지나 주막으로 가서 제현을 눕혔다. 누구도 풍운지의 뒤를 따르는 자는 없었다. 물론, 제현의 전리품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가볍게 쥐듯이 왼손에 움켜쥐며 들고 가는 모습이란..... =============================================================== 훗! 엄청난 걸? 마도생사투(魔道生死鬪) 제현은 마도생사투의 첫 번째 대결을 펼치고 난 뒤, 한참이나 지난 뒤에서나 일어 날수 있었다. 허나, 딱딱한 침대 위에서 일어났을 때부터 일이 생겨 버렸다. “너....뭐냐?!” 제현은 당황했다. 자신의 방 안에서(주막에는 숙박시설도 있다.) 다음 결기의 대결 상대인 설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하는 말은 더욱 과 관이었다. "흑, 저의 순결을 가져가시지 않았어? 어쩜!“ “무, 무슨!” 침대에 걸쳐 앉아 있던 그녀는 돌연 우는 연기를 하면서 순결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누가 그 그녀의 말을 믿을 까? 환락환녀라는 별호까지 가지고 있는 그녀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물론, 그녀의 외모에 혹해 넘어갈 녀석들도 있겠지만 “헛소리 하지마라!” “아.....나의 순결을 가져가신 분! 설마 아까의 일을 잊은 것은 아니겠죠?” 제현은 화났다는 표정으로 말했지만 그녀에게는 씨알도 안 먹히는 것인지 장난의 도를 지나치게 높이고 있었다. 슬슬 짜증이 치솟아 오르며 주먹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까의 전투로 인해 내공의 손실이 컸기 때문에 함부로 내공을 운용 할 수 없었다. 지금의 단전은 완전히 텅텅 빈 상태! 약간의 충격을 받는 다면 육체 그대로의 당해 버리기 때문에 섣부른 행동을 취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제현은 풍운지를 찾기 위해 눈을 이리 저리 돌렸지만 어떤 흔적도 있지 않았다. “아앙ㅡ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보지 마요. 우리 사이에 우린 그렇고 그런 사이잖아요.” “하아ㅡ” 대강 그녀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러워 지자 머리가 아파 옴을 느꼈다. 확실히 그녀의 말투에는 장난기가 가득한 목소리였다. 게다가 행동거지를 보면 영락없는 어린 아이와 같은 행동이지만 육신은 엄연한 여성! 게다가 절세미녀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미모였다. “장난은 그만하고, 풍운지는 어디 있지?” “흐응ㅡ 재미없어.” 그녀는 얼굴을 들이 대며, 재미없다는 말을 하고는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그녀의 몸에서는 은은한 색기가 느껴지자, 약간 혼미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몸 안의 내공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무방비 상태였다. 게다가 그녀 정도라면 바로 현혹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졌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걱정 할 필요 없답니다. 무방비의 당신을 어떻게 할 정도로 마인은 아니니 까요. 하지만.....원한다면 줄 수도....?” “헛소리!” 제현은 애써 거부를 했지만 내심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말에 약간이나마 동했던 것도 사실이다. 누가 미녀를 거부할까? 고자나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엄연히 적으로써 2일후 대결을 펼칠 상대였기 때문에 방심은 근물 이었다. “그나저나 의외로군요. 그렇게 강해보이지는 않는데." “그거 참 미안하군. 약해 보여서 말이야.” 제현은 그녀의 말에 일일이 대꾸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없음에도 말이 저절로 튀어 나왔다. 그만큼 그녀는 매력적이었고 이성으로써는 최고의 상대였다. 다만, 그녀가 익히고 있는 무공이 거슬릴 뿐 “나가지...? 여긴 내방이 아닌가?” “어머! 실례하고 계신 거 아세요? 엄연히 여긴 제 방이랍니다. 불청객은 당신이랍니다.” 제현은 방의 주인으로써 축객령을 내렸지만 되려 당해버렸다. 이곳이 자기 방이란다. 그렇다면 이 광경은 무엇이란 말인가? 설마 풍운지가 일부러 이곳에 넣어 둔 것은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이곳 주막의 방은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어요. 혼동하는 것도 당연하겠죠. 호호, 그럼 불청객씨? 이만 나가 주시겠어요?” “.......” 설후의 말에 충격을 받았지만 할 행동은 다 하는 제현이었다. 누가 벗긴 것인지 모르겠지만 상의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바지춤도 살짝 열려 있었다. 모든 것을 제대로 갖춰 입고는 성큼 성큼 걸어서 문을 열고 나갔다. 끼이익ㅡ “불청객씨! 무기는 챙겨 가셔야죠. 호호...설마 무인이 그런 것도 잊을 정도로 치매는 아니겠죠?” 뒤에서 들리는 설후의 말에 빨리 검을 회수하며 문을 열고 나섰다. 문을 열자 사내들의 냄새가 진동했다. 그 방만 유독 향긋한 냄새가 진동했기 때문에 약간 아쉬움은 남았지만 이미 지난 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풍운지를 찾아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시끌시끌 복도를 따라 몇 발자국 나갔을 까. 주위가 시끄러웠으며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가끔씩 누군가 힐끔 거리고 있었고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슬금슬금 눈을 피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이 들어왔다. “어디 있는 거냐. 풍운지.” 한참을 찾았을 까. 풍운지는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술을 퍼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무슨 내기라도 했다는 듯이 즐거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제현은 들키지 않게 조용히 걸어가며 귀를 기울였다. “글쎄, 내가 제현을 설후의 발에 놓아두고 왔네, 친해지란 의미지. 자네들도 알고 있지 않나? 3달 정도 후면 지옥에서 나의 존재는 사라진다는 것을....” “그렇고말고요. 대협께서 지옥을 벗어나 환생의 문을 들어설 날도 얼마 남지 않았죠.” 이미 상당한 양의 용화주를 먹은 것인지 얼굴이 약간 빨개져 있었다. 풍운지의 실력정도면 내공으로 흩어 버릴 수도 있지만, 약간 취하고 싶은 것인지 소량의 취기를 그대로 놓아두고 있었다. “사실, 약간 걱정이라네, 친구 같은 녀석이지만 제자와 아들 같은 녀석이거든...비록 5년의 짧은 시간이지만 정이 들었어. 마치, 강가에 놓아둔 아이와 같다고 할까.” “대협, 솔직히 그 정도의 실력이라면....걱정 하실 필요까지는 헤헤..” 풍운지의 앞에 마주 앉아 술을 부어라 마셔라 하며 떠들고 있는 자들은 무엇이 재미있는지 풍운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답을 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자네들이 몰라서 그래! 잘 때는 웅크려서 잔다네. 악몽을 꾸는 것인지 신음도 흘리고....” 풍운지의 말에서 약간의 애틋함과 걱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게다가 제현의 잠버릇을 말 한때는 웃기까지 하며 여러 가지의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풍운지....고작 그런 이유에서....” 제현은 풍운지가 일부러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으로 착각하고 자기만의 상상의 나래를 펴며 방으로 올라갔다. 풍운지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3개월가량, 그 시간 안에 새로운 동료를 찾으라는 말이었다. 그 동료가 설후라는 여자. 문제라면 그녀의 무공, 하지만 모두 이해해버렸다. 그녀에게서 얻을 것이 있으니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현은 자신의 착각으로 빚어진 생각으로 모든 것을 해석해 버렸다. 제현은 씁쓸한 웃음을 띠며 방으로 올라가 마령심법을 전개했다. 사실 풍운지가 설후의 방에 제현을 눕히고 나온 것은 방을 착각해서였고, 약간 의도된 행동이었다. 물론, 모든 것이 술기운에 의해서 나온 행동이었음을 제현은 900년이 지나서도 모를 것이다. 그 착각으로 인해, 설후의 목숨을 살렸다는 것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 보너스 편이랄 까요? 마도생사투(魔道生死鬪) 제현은 방으로 올라와 정좌(正坐)를 취했다. 그리고 눈을 살짝 감으며 단전에 정신을 집중하며 마령심법(魔靈心法)을 운용했다. 서서히 몸이 차가워지며, 내공이 모공과 코, 입을 통해 기운이 들어오고 있었다. 소주천의 혈을 따라 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주천에 돌입하자 서서히 내공을 모으는 속도는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소수마공의 속성법과 마령심법의 수련법을 합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제현은 마령심법을 하는 와중 의문이 들었다. 보통의 수련법보다 빠르게 내공을 모으는 마령심법과 비슷한 속도의 소수마공을 합친 다면 얼마나 더 빠른 진전이 이룰지 모른다는 생각에 제현은 불순한 생각을 하고 말았다. 심법에 소수마공의 요결을 넣는 것은 큰 위험이 따르는 행동이다. ‘해보자....’ 운기를 하는 와중에 잡생각을 한다는 것은 위험이 따른 것이지만 이미 운기를 하는데 있어서는 익숙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데 까지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잠시후 소수마공의 구결과 마령심법의 구결을 뒤섞어 길이 이어지게 만들었다. 마령심법의 구결대로 한 바퀴를 돌고 마지막에서 단전에 들어오는 곳에서 역행을 하지 않고 소수마공의 구결에 따라 운기를 감행했다. 소수마공은 단전에서 시작해 양팔에 기운을 끌어 모으는 형식의 모공운기였다. 물론, 입과 코로도 기운을 모으는 것이 가능하지만 양손으로 기운을 모음으로써 강철과 같이 단단한 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후읍ㅡ 후우! 몇 번을 마령심법과 소수마공을 번갈아 가며 운기했을 까. 순식간에 단전을 가득 메우는 내공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 순간 내공이 소수마공의 구결에 따라 흘러 갈 때였다. ‘뭐....뭐야! 멈출 수가 없다?’ 보통 운기법에서 시전자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내공이지만 갑작스럽게 불어난 내공 때문에 통제권 밖으로 나가버렸다. 급히 마령심법의 구결로 안정시키려 했지만 소수마공의 경로로 흐르던 것이 역행을 하면서 고통이 느껴진 것이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내공이 부풀어지며 터질듯이 제현의 몸을 괴롭혔다. ‘아...안 돼, 빨리 어떻게든 해야.....!’ 내공의 움직임이 급속도로 빨라지며 가서는 안 되는 혈을 따라 흐르며 몸을 진탕으로 만들어 버렸다. 내공의 특성상 몸이 차가워야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몸이 뜨거워지며 단전이 타 들어 가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양팔의 내공이 서서히 여러 갈래로 흩어지며 가슴과 양 다리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전혀 경공을 사용 할 때를 제외하고는 사용하지 않았던 혈 자리를 자극하자 다리가 마비되는 느낌이 들었고 가슴으로 관통한 내공은 뚫지도 않은 혈을 마음대로 두드리고 있었다. 찌이익! 내공의 영향인지 의복이 찢어지는 소리가 요란히 울리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환골탈퇴와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었다. 과도한 내공의 영향으로 단전의 크기도 상승해버렸고, 갈무리 되지 않은 내공들은 마구 날뛰며 몸 밖으로 방출되는 현상이었다. ‘더 이상 이렇게 내버려둔다면.....’ 이 이상 놓아둔다면 확실히 위험하다! 자칫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마비가 올지도 모르는 상황, 내공은 좋은 작용도 하면서 부작용도 있는 것이다. 의지를 벗어난 내공은 소유자의 몸을 상하게 만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내공심법이나, 위험한 마공을 익힐 때에는 조심과 조심을 더해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내공의 끈을 놓친다거나 강한 충격으로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일단 주화입마에 걸린다면 정신을 통재 할 수 없고 마음대로 날뛰게 되는 것은 물론, 반신불수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이 꼭 그랬다. 제현은 지금 주화입마의 초기 상태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유는 과도한 내공의 유입! ‘그곳은....백회혈까지는 대주천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제현이 했던 대주천은 완전한 것이 아니었다. 백회혈을 거치지 않고 소주천의 방향과 그렇게 벗어나지 않은 혈도를 따라 크게 운기 한 것을 대주천이라고 했지만 진정한 대주천은 백회혈을 지나는 것을 말했다. 그것의 경지는 현경정도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내공들이 백회혈을 타격하기 위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자칫 머리가 터져 나가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운을 받아들이세요. 저의 인도에 따라 오시면 됩니다. 순간 누군가 제현에게 전음을 보내며 부드러운 기운이 제현의 명문 혈을 통해 유입되었다. 처음 느껴보는 부드러운 느낌에 포근해진 제현의 기운은 그 곳을 따라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 보다는 빠르지 않았지만 확실히 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통제권에서 벗어난 기운들이 조금씩 갈아 앉으며 단전으로 모여 들고 있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기운은 단전을 들어감과 동시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랫배에서 시작한 혈을 통해 가슴과 양팔 그리고 다시 가슴으로 마지막은 척추를 통해 양다리의 마비를 품과 동시에 단전으로 흡수되어 들어갔다. =기운을 부드럽게 움직이며 다루세요. 너무 거칠게 움직인다면 주화입마에 걸릴 수가 있답니다. 내공도 하나의 인격체와 같은 것이니까요. 그 말에 제현은 약간 공감을 하는 한편 의문이 들었다. 분명 전음을 통해 들려온 음성은 여자의 것, 하지만 전혀 적대적인 느낌이 아니었다. “후우ㅡ 고맙.....?” 제현은 서서히 눈을 뜨며 빙마의 기운이 눈에 어리며 냉기를 토해냈다. 하지만 내공을 갈무리한 제현에게서는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일반인처럼 평범함을 나타냈다. 눈을 뜬 제현은 자신을 구해준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나누기 위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냐, 설마?!” 제현의 옆에 싱글거리며 웃고 있는 여자, 설후였다. 그렇다면 부드러운 기운의 주인이 저런 천박한 여자라는 생각에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색기와는 질이 다른 내공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요. 제가 당신을 구했답니다. 강한 기운이 이방에서 느껴지더군요. 여자는 호기심의 동물이라고 하죠? 호호호. 아무튼 제가 오지 않았다면 당신은 지옥에서의 죽음을 경험했을 거예요.” 설후는 입을 살짝 가리고 얼굴을 붉히며 웃고 있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느낌이라는 것이 있는데 전혀 다른 기운임에도 이런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어떻게? 분명 네 몸에서는 색기(色氣)가 느껴지는 데?” “겉만 보고는 내공의 성질을 알 수 없죠. 안 그래요? 어리석은 불청객씨?” 그녀는 겉만 보고는 알 수 없다는 말을 하고는 희미한 웃음을 띠며 제현에게 다가왔다. 제현도 알고 있다.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 할 수 없으며,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는 것처럼 내공역시 직접격어 보지 못한다면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가? 구해줘서 고맙군.” “호호호! 고맙다면.....어때요?” 그녀는 진담을 장난으로 맞받아치며 놀렸지만 제현은 어색한 웃음을 띠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녀의 시선은 제현의 몸을 훑고는 얼굴을 붉히고는 얼굴을 숙이고 있었다. “뭐냐. 그 눈빛은?” “당신의 꼴이나 보고 말하시죠? 호호호, 나야 눈요기가 되니 좋지만....호호” 그제야 그녀의 눈빛이 이해가 갔다. 반라의 상태, 중요한 부위만 가린 상태로 의복이 갈가리 찢어져 나간 상태였다. 상체를 들어낸 뽀송한 듯 한 피부와 얇은 선, 그리고 좁은 어깨가 들어냈다. 물론, 근육으로 인해 강인한 느낌도 들었지만 몸매를 보면 가녀린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어머, 당신 영혼의 낙인이 있군요!” 설후는 제현의 가슴을 처다 보더니 놀랍다는 듯한 표정으로 왼쪽 가슴에 새겨져 있는 기이한 무늬를 보며 말했다. 영혼의 낙인은 예전에 말했듯이 기운을 흩어 버리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구속적인 문신이었다. 물론, 심장을 노린 기운들도 다 튕겨 내 버리기 때문에 방패효과도 있지만, 어쨌든 제현에게 있어서는 구속적인 효과였다. “이런 거 처음 봐요. 있다고는 들었지만 저런 무늬라니....아름다워요.” 그녀는 살짝 그 문신을 보는 척하며 손을 가져다 대며 제현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느낌 때문에 피가 한곳으로 쏠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소수마공과 여러 무공의 초식들을 생각하며 버텼다. 확실히 위험했다. 쾅! “자네! 무슨 기운....? 미안하네...좋은 시간 인 듯 한데...허허.” 거칠게 문을 열어젖히며 들어오려던 풍운지는 제현의 옷 상태와 그녀의 행동 때문에 오해를 해버렸다. 순간 오해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설후라는 여자가 입을 막아 버리며 풍운지에게 웃음을 흘리고는 고개를 숙였다. “오.....해...!”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외치려 했지만 이미 문은 닫힌 상태, 게다가 풍운지의 모습을 보니 내공으로 급히 술기운을 없애 버린 흔적이 나타나 있었다. 강한 기운이 술자리에까지 전해 졌으리라. 하지만 금방 없어져 버린 기운에 늦게 온 것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짓이지? 엄연히 너와 나는 적이다. 2일 후면 대결이 있단 말이다. 누구 하나는 없어져야 끝나는 마도생사투가 아닌가?” “호호, 뭔가 착각 하고 계신 듯 한데. 저는 순위 따위는 관심 없답니다. 그저 당신에게 약간 흥미가 생겼을 뿐이랍니다.” 제현은 그녀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미리 구해둔 옷을 대충 껴입으며 그녀에게 외치며 기운을 발산했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많아진 내공이었다. 대략적으로 1갑자 10년의 내공정도로 불어나 있었다. 방금 전의 모험성 행동으로 10년의 내공이 생겨버린 것이다. 이 정도라면 검사를 길게 뽑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제현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살짝 웃음만을 띠며 재밌다 는 표정으로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의심을 지우려는 지, 자신의 목적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목적이 없다면 이상하겠죠? 사실 저는 흡수마군의 흡성대법을 구하기 위해 이곳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온 것이랍니다. 소문으로는 당신이 흡성마군의 제자라고 하던데....?” “헛소리, 흡성마군이 누군지도 모른다. 나는 풍운지에게 무공 수련을 받았을 뿐. 사부라는 존재는 없다.” “그렇군요....하지만 흡성마군의 무공보다도 저는 당신에게 더 끌리데 어쩌죠?” 설후라는 여자는 고혹적인 자세를 취하며 색기를 발산했지만 제현의 내공으로 색기를 흩어 버리고는 경계했다. 그녀의 무공에는 변수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경계 하실 필요는 없답니다. 제가 익히고 있는 것은 흡성대법의 양산 무공인 채양보음술(採陽補陰術)과 환락취조(歡樂取爪), 섭혼술(攝魂術) 정도랄까요?” 그녀가 익힌 무공인 채양보음술은 남자와의 방사를 통해 양기를 흡수하는 흡성대법의 일종이었다. 게다가 환락취조는 조(클로)라는 무기를 사용하거나 손톱을 이용한 독술, 혹은 검과 같은 공격을 하는 방식의 무공이었다. 아마 그녀는 독을 이용한 무공일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익히고 있는 무공 중 보편적인 무공은 하나도 없었다. 섭혼술이라니! 상대의 정신을 사로잡아 노예로 만드는 기술이었다. 위험한 기술임에는 틀림없었다. “아아...사랑하는 이에게는 채양보음술을 사용하지 않는 답니다. 후후후” “헛소리! 저리가라!” 조금씩 몸을 밀착시키는 그녀를 금나수의 수법으로 손을 낚아챔과 동시에 문밖으로 내쫓아 버렸다. 하지만 약간, 동한 것도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애써, 그녀의 무공 탓이라고 넘어가 버렸다. 그렇게 2일이라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버렸다. 그리고 다시, 그녀와 연무장이라는 장소에서 마주섰다. 그날따라 유난히 하늘이 밝았다. ============================================================= 어째, 내가 않좋아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솔로 지향인데...아놔~~ 제현은 마지막에는 혼자가 됩니다. 900년이라는 시간이 모든 인연을 끓어 버리거든요. 이것 역시 지옥의 시련이랄 까요? 마도생사투(魔道生死鬪) “오늘은 환락환녀 설후와 흡수마소 조제현의 대결이 있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도 재미있는 구경을 보기 위해서 모여 있었다. 또한 그들은 모두 설후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인상을 약간 찌푸리고 있었다. 그 이유야 어찌 됐든 그녀는 남자들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자였다. 남자의 정기를 흡수해 말라비틀어지게 만들어 버리는 존재가 설후였다. 그녀의 무공인 채양보음술(採陽補陰術)은 남자의 정기인 양기를 흡수해 여자의 속성에 맞게 변화시킨 음기를 자신의 내공으로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엄연히 따지면 본질은 양기였기 때문에 어중간한 음기가 되었지만 음기임에는 변함없다. “그럼 긴 사설은 넘기고 곧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생사투 역시 상대가 항복하거나 죽음에 이르렀을 때, 경기는 종료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주십시오.” 사회자의 약간 짧은 말에 제현은 왼쪽 허리에 묶여 있던 검을 살짝 뽑아냈다. 하지만 설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손에서는 은은한 우윳빛의 기운이 감돌며 손날이 서있었다. “이거 진심이 아닌걸 아시죠? 먼저 항복하세요. 호호호.” “네가 항복해라, 나의 목숨을 살려 준 것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목숨만은 살려 주지.” “거절할게요. 조심하세요.” 설후는 호호거리며 제현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그에 제현은 검을 반경범위 내로 들어오는 설후를 보며 조소를 흘렸다. 게다가 이번에는 내공까지 상승해 검사를 완벽하게 펼쳐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차르릉! 우우웅ㅡ “일격필살(一擊必殺)! 만검 - 낙살!” 제현은 검에 기운을 불어 넣으며 간단한 휘두름으로 공기의 흐름을 대강 판단했다. 검 끝이 살짝 갈리지는 느낌이 드는 것을 봐서는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 이때 독을 흘린다면 귀찮아 지기 때문에 빠르게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검의 손잡이를 역으로 쥐며 빠른 낙의 초식과 적을 죽이는 살의 초식을 섞어 공격을 감행했다. 휘리릭, 슈아아악! 단 일수! 단 일수에 그녀의 왼팔 쪽이 갈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오른쪽 팔은 물론, 가슴 쪽은 난도질에 가까울 정도로 베여 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허상이었을 뿐인지 여전히 싱글러니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호호호! 저한테 안 좋은 감정 있으세요?” “......상당히.” 제현은 그녀의 말에 잠깐 대꾸하며 그녀의 틈을 찾기 위해 눈을 이리 저리 굴리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틈이 보이질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양손에 서려 있는 기운도 상당히 거슬렸다. 유우빛의 기 얼핏 보면 보통 기운과 다를 바가 없겠지만 약간의 녹기가 베여 있는 기운이었다. “독에 대한 공격은 소용없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역풍이다.” “호호, 알고 있답니다. 조심하세요.” 그녀가 드디어 움직였다. 바람의 방향은 아직 까지 변하지 않았지만 위치가 변했다. 역풍이 부는 곳에 제현이 서 있으며 약간의 웃음을 띠였다. 독에 당할 염려는 없다. 공기 중으로 분사한 독은 전혀 소용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것을 아는지 소매 속에 감춰 두었던 독을 다시 넣으며 손톱을 세우는 행동을 취하더니 손가락 끝에 기가 모여 들며 검사와 같은 효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미 제현의 검에는 검사가 솟아 있었고 그녀의 공격에 대비했다. “환락삼매(歡樂三昧)!” 슈욱! 손끝에 맺힌 수기(手氣)를 가진 손이 빠르게 제현의 피부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녀의 움직임은 하늘하늘 거리는 춤과 같았지만 공격은 실전적인 공격이 대부분이었다. 환락삼매는 새벽의 즐거움이라는 뜻이 있는데 그녀의 공격은 급소를 노리는 것이 아닌, 피부를 공격하기 위해 손을 휘두르고 있었다. 분명 독이 발려 있다. 그것도 즉사할 만큼의 독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제현은 몸을 비틀었다. 왼쪽 허리 쪽이었다. “어림없다!” 캉! 제현은 검은 역수로 취하며 옆구리를 가렸다. 그러자 검기와 수기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요란히 울려 퍼졌다.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는 듯이 손의 기운도 견고했다. 하지만 아쉽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는 것인지 약간 뒤로 물러서며 보법을 밟으며 기회를 노리는 모습이 보였다. “제의 보법은 귀영환락보(鬼影歡樂步), 상대의 눈을 현혹시키는 보법입니다. 호호 어때요?” 그녀는 보법을 밟는 와중에도 제현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발소리는 극도로 줄어들었으며 잔영은 수십 개로 늘어나며 원을 그리듯이 제현의 주위를 돌고 있었다. 잔영의 기척은 모두 같았다. 진실은 하나일지 모르나 허상은 모두 진실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었다. 확실히 귀영환락보는 현혹시키는 보법이었다. 물론, 그 보법의 묘리에는 섭혼술의 묘리도 들어 있었기 때문에 제현이 착각하고 있었지만 이곳에서 대결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그녀의 기척이 같다는 것을 알고 감탄만 터뜨릴 뿐이었다. “환상? 하하하! 모두 없애 버리면 끝이다!” 제현은 소수마공을 펼치며 소수신장(素手神掌)을 펼쳤다. 그러자 장에서 뿜어진 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신형을 향해 터뜨렸다. 그 잔영중에 단 하는 진실이기에 제현은 정신을 집중하며 관찰했다. 그 순간 그녀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제법이지만...아직 이예요 환락묘조(歡樂猫爪).” 환락묘조(歡樂猫爪)! 고양이의 움직임을 묘사한 초식이었다. 빠른 스피드를 지향하며, 날카로운 손톱으로 적을 긁어 버리는 수법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표정도 진지하게 변해 있었다. 이제, 진지하게 간다는 듯이었다. 그녀의 움직임은 고양이의 움직임과 같이 날렵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녀는 제현의 퇴로를 차단하는 한편 나머지 손으로 금나수를 펼쳐 제현의 검로를 방해했다. 게다가 오른손은 제현의 팔을 살짝 그어 놓았다. “큭? 당했다!” 탁, 타타탁! 제현은 당해버린 왼손의 혈을 집으며 약간의 시간을 벌었다. 독이 퍼지기까지는 대략 15분 정도가 소요될 것이다. 그전에 해약제를 받아 내고 승리를 해야 한다. 이것이 제현에게 필요한 미션이었다. “해약제는 있겠지?” “물론이죠. 독을 쓰는 자가 흥정을 하기 위해서는 해약제가 필요한 법입니다. 저를 쓰러뜨리세요. 그러면 해약제를 드리어요. 호호호.” 그녀는 자신의 손에 붙은 피를 묘하게 보며 제현에게 말했다. 그녀는 분명 해약제를 가지고 있었다. 조건을 내걸었지만 승산이 있는 경기였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겠죠?” 그녀는 거리를 벌리며 공격을 회피했다. 그녀는 지금 심리전을 쓰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모자란 제현, 시간만 끌면 이기는 설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지금 제현은 몰리고 있었다. 완벽한 술수에 걸려 든 것이다. 사실 그녀는 무공수위가 높아서 강한 것이 아니다. 독과 무공을 조합한 형식으로 알려져 악독하다고 알려 진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무공도 익혀서는 안 된다는 불문의 무공을 익힌 것도 한목을 한 것이었고....아무튼 그녀는 격장지계가 강했다. ========================================================== 오늘은 컨디션이 않좋습니다. 마도생사투(魔道生死鬪) 스스스슷! 제현은 마령심법을 운용해 검사를 만들어냈다. 검은 파랑의 블루블랙과 같은 색깔의 검기였다. 검에서는 한기가 새어 나오며 무엇이든 얼려 버릴 듯 한 기세를 내뿜었다. 이미 공기는 차갑게 식어 버렸고 수증기가 있던 자리에는 작은 얼음구슬이 되어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해약제를 준다면 목숨만은 살려 주지.....어차피 해약제가 없어도 다시 살아 날수 있다. 현생에서는 협박이 통했을지는 몰라도, 이 지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흥, 그래봤자죠. 지옥의 사람들은 누구도 지옥속의 지옥에 가고 싶어 하지 않답니다.” 독기가 퍼지는 왼팔을 보며 인상을 찌푸린 제현은 요리조리 피하며 약간의 빈틈이 있다면 역공을 들어오는 설후를 보며 나직이 말했다. 여전히 싱글거리고 있는 얼굴이었지만 제현의 의지가 변 한 것을 알고 약간 조급함을 보였다. “여전히 말이 통하지 않는 군.” 제현은 검을 쓸어버리듯이 검을 바닥을 질질 끌며 검사의 검기상인을 사용했다. 그러자 반월의 검기가 만검 - 유의 초식에 따라 검기상인이 방출되었다. 복잡한 초식에 걸맞게 제현의 앞에는 무수히 많은 검기들이 방출되어 있었다. 부드럽게 쥐어진 검병을 세게 잡으며 마영보법을 펼쳐 설후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검기를 피하기 위해 몸을 비틀며 움직인 곳이 연무장의 사각지대였다. 그곳을 노리고 검을 횡으로 그었다. 그러자 역시 몸을 숙이며 보법을 펼쳐 피하기 위해 이동했지만 다시 귀신처럼 나타난 제현을 보며 크게 당황했다. “마영보법, 그림자처럼 바짝 붙어서 이동 할 수 있는 보법, 어둠의 그림자....너는 피할 수 없다.” 제현의 말에 그녀는 다급해 하며 뒤로 물러 나려했지만 뒤쪽은 연무장의 바닥이었다. 바닥이라고 해봐야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바닥에 닫는 순간, 여기 있는 사람들의 공격을 받게 된다. 장외는 죽음이라는 말이었다. 주춤! “그만 해약제를 내놔라. 목숨만은 살려주마.” “흥, 거절하겠어요. 에잇!!” 설후는 제현의 말을 무시하며 환락취조의 무공을 사용하려했지만 제현의 천마소수(天魔素手)로 손이 묶여 버렸다. 천마소수는 특별한 초식이 없는 단일 수공이었다. 손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며, 방어와 공격이 동시에 가능한 만큼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많았다. 장점은 빠른 공방을 할 수 있고 내공을 이동시키는 경로가 그렇게 길지 않아서 내공을 빨리 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 덥석! “그만 포기해라. 큭?” 제현은 설후의 손을 잡으며 검을 가져다 댔지만 몸에서 퍼지는 독의 영향인지 식은땀과 잡고 있던 손이 풀려 버렸다. 그녀는 알게 모르게 공기 중으로 독 분을 날린 것이다. 해약제를 생각하며 무작정 달려든 결과였다. “공기 중으로 독 분을 뿌렸답니다. 이것으로 제가 이겼군요?” “후우ㅡ 졌다고 해야 할지, 이겼다고 해야 할지....” “에?” 제현은 눈을 감으며 하루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 * * 그날도 하염없이 수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녀의 독에 대한 대비를 준비하는 한편 검식의 모자란 부분을 풍운지에게 지도를 받으며 보완해 나가고 있었다. 그것은 검막의 효과와 호신강기를 배우기 위함이었다. 화경의 초중반 정도면 혹신강기를 펼 칠 수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검막을 선호한다. 허나, 제현에게 있어서는 호신강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자네, 정말 호신강기를 쓸 참인가? 겨우 1갑자 10년의 내공으로는 몇 번 사용하지도 못한다네, 그냥 검막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지.” “설후의 독, 그것을 피할 방법은 호신강기다. 후후, 나도 예전에는 호신강기 못지않은 것을 펼친 적이 있었지...아무튼 그것을 가르쳐 줘.” 풍운지는 할 수 없다는 듯이 호신강기를 펼쳐 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줬다. 그것은 몸속의 기운을 밖으로 방출해 연기처럼 몸 주위를 머물게는 방법의 고난위도의 내공 법이었다. “느껴지지 않는 공기의 존재를 실감해라....몸의 일부와도 같은 공기가 너의 몸 주위에 머물고 있지. 그것처럼 내공 역시 주위에 머물고 있다. 보이지도 않지만, 확실히 있는 존재.” 가부좌를 틀고 기운을 방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제현의 근처에 앉으며 방법과 느끼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풍운지는 자신이 경험한 바탕을 통해 상세히 가르쳐 줌으로써 제현이 좀 더 빠르게 습득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 물론, 혼자 하는 것보다야 빠르겠지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방출했다!” 명상에 잠겨 있던 제현의 주위에 한기가 느껴지는 것을 확인한 풍운지는 살짝 미소를 지었고 제현은 뛸 듯이 기뻐했다. 몸의 중심이 되는 단전에서는 빠르게 소모되어 가는 내공이었지만 지금은 상관 할 것이 아니었다. “윽....내공 소모가 심해...” “하하하! 자네는 독분만 막을 생각이라면 최소한으로 펼치면 될 것이네. 얇은 막을 두른 다고 생각하게, 투명한....너무 방출하면 상대가 눈치 챌지도 모르니까. 알겠는가?” “물론! 고맙다.” 제현은 풍운지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근처의 한적한 곳에서 내공수련에 들어갔다. 반드시 예전처럼 빠르게 실드를 펼치는 것처럼 사용하리라는 생각에 내공증진을 꾀한 것이다. * * * “공기 중의 독분 따위는 나의 근처에 오지 못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얇은 호신강기, 그것이 제현의 주위를 둘러싸며 전투를 했던 것이다. 내공소모가 심하겠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만은 호신강기를 펼친 것이 잘된 일이 되어 버렸다. “계속 할 텐가? 아니면 포기 할 것인가? 혹은 죽을 텐가? 살 텐가?” “포기 하죠.....” 이것으로 전투는 종료 되어 버렸다. 제현의 승리, 목숨을 살리는 것도 승리자의 전유물이었다. 주위는 괴상한 전투에 하품을 하고 있었지만 자리를 뜨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처음으로 환락환녀를 이긴 것이다. 물론, 그녀가 강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붙는 자들은 그녀의 농간에 놀아나며 패를 했던 것이다. 그녀는 순위는 들지 않았지만 승리만 해도 두 자리 수가 되고 있었다. “으윽....해약제를....” 제현은 15분가량이 넘어 가는 것을 느끼고 설후에게 해약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녀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에 제현은 눈이 크게 뜨이며 소리쳤다. “나쁜 계집! 나를 속였어, 애초에 해약제는 없었다 이 말인가!” 스르릉! 제현은 화가나 검집에 넣어 두었던 검을 빠르게 뽑아 들며 기운을 최대한으로 방출했다.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검사가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제현의 경지가 벌써 저 정도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었지만 제현에게는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예요. 그 독은 죽지는 않겠지만.....남녀가....너무 끌면 죽을 지도....” 그녀는 그 말을 하고는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려 버렸다. 땡그랑ㅡ 제현은 그만 검을 놓쳐 버렸다. 주위의 사람들도 싸늘한 분위기가 되어 버렸고 모두 그녀를 악녀라고 보고 있었다. 솔직히 그녀가 썼던 독 역시 이곳에서는 흔히 구할 수 없는 독이었다. 지옥의 처녀귀신의 머리카락과 숨결을 합쳐서 만든 것이 이 독이었다. “죽어도....그것은 못하겠다.....” 제현은 바닥에 떨어진 검을 들고 주점으로 향했다. 독으로 인해 몸이 비틀 거렸지만 아직 버틸 만 했다. 물론, 내공의 도움으로 독의 확산을 늦출 수 있겠지만 30분 정도가 한계 일 것이다. 벌써부터 온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마도생사투(魔道生死鬪) “후우ㅡ” 제현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열이 확 솟구침에도 누구의 도움도 없이 주막의 의자에 앉았다. 주위에는 제현 자신을 힐끔 거리며 바라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대충 넘어 갔다. 게다가, 풍운지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설후와 이야기를 나눈다면서 연무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주인장, 용화주로 가져와.” “예ㅡ” 주막의 주인은 평소 같으면 쾌활한 목소리로 말하겠지만 제현의 상태를 알고 있었기에 약간 무거운 느낌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곧, 안주거리의 몇 가지 음식과 용화주가 떡 놓여 있었다. 술병에는 용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아마, 용화주에 걸맞게 병까지 용의 무늬를 했을 테지만 그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쪼르르륵 제현은 술도 잘 마시지 못하면서 순잔 가득 용화주를 채웠다. 주위는 곧 제현에게서 시선을 떼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약간 무거운 듯 한 분위기면서 활기찬 분위기에 약간 머쓱해진 제현은 가득찬 술을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크으, 젠장, 그딴 독이라니.” 제현은 독한 술로 인해 속이 뜨거워짐을 느꼈지만 지금 몸 상태에서 그 정도의 열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제현이 당한 독은 음양화합산(陰陽和合散)이라는 독이다. 음양화합산은 정욕을 유발시키는 춘약으로 몸속에 들어가면 뇌와 단전을 자극하기 때문에 음양을 조화시켜 남녀가 살을 섞지 않으면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죽는 무서운 독이다. 물론, 독이 퍼진 순간, 하루간은 살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물이었다. 내공이 깊을수록 살 수 있는 날은 늘어나겠지만 제현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하루가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젠장! 젠장!” 제현은 그런 말을 하면서 계속 술잔에 술을 따르며 술을 퍼마셨다. 대략 5잔 정도를 먹자 속이 타는 듯 한 느낌이 들며 단전이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 들더니 몸속에서는 독 기운이 돌며 뇌의 생각기능이 정지 되는 느낌이 들었다. 눈앞에서는 모든 것이 열기로 보였다. 술기운으로 내공의 순환이 빨라져, 독을 막던 기운도 같이 유동해 버린 것이다. 물론 그것은 의도 된 것이 아니었지만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끼이익ㅡ 주막의 문이 조금씩 열리며 두 명의 남녀가 걸어 들어왔다. 여자의 의복은 칼에 난자 된 것인지 여기저기 베여 피가 찔끔 찔금 베어 나오고 있었고 남자는 도인과도 같은 풍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 두 명은 주위를 둘러보며 중앙 탁자를 차지하고 있는 제현에게 시선을 옮기며 서서히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네 용화주는 독한데 그렇게 마시다니...이런...벌써 독이 퍼지기 시작했군...” 제현에게 다가온 남자는 풍운지였다. 풍운지는 제현의 손목을 잡으며 내공을 흘려보내며 몸의 상태를 점검하는 한편 독의 확산을 막으며 술기운을 몰아 내 버렸다. 그리고 제현은 정신이 확 드는 것을 느끼고 뜨거운 열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풍운지...무슨 일이지? 저 나쁜 계집한테 당한 것이 있는데 같이 있다니! 그것도 내 앞에서!” “해독, 안 할 생각인가?” “아니 그럼, 저 딴 년이랑 성합을 해야 한단 말이냐?!” 제현은 흥분했다. 그렇게 믿었던 풍운지 마저 저 여우같은 계집에게 넘어 가버린 듯했다. 한 순 간이나마 믿었던 설후라는 여자에게 배신당한 기분과 악독한 독을 사용한 손속에 속이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 들었지만 예전부터 자신은 혼자였기 때문에 상관은 없었다. 흥분 할수록 제현의 머리는 깨질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극 받는 촉매처럼 점점 빠른 속도로 독이 퍼져 나가며 입에서는 피가 베어 나오고 있었다. 쿨럭ㅡ “카악, 퉷!” 입에서는 붉은 피가 뿜어지며 가래처럼 질펀한 피가 쏟아졌다. “진정하게...흥분 할수록 독의 진행은 빨라 질 뿐이야.” “흥, 까짓것 한번 죽는 것도 괜찮겠지.” 풍운지는 걱정스런 표정이었지만 제현은 요지부동이었다. 솔직히 누가 창녀와 같은 여자를 좋아 할까? 제현은 처음으로 자신의 안목을 탄식했다. 얼굴을 보고 혹한 것이 부끄러웠다. 저토록 잔인한 손속을 진인 여자였다면 처음부터 싸늘하게 대했을 것이다. “제가....제가...그렇게 싫나요?” 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설후는 돌연 눈물을 훌쩍이며 제현에게 말을 걸었다. 애처로운 눈빛, 애잔한 몸짓, 모든 것에서 색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런 것에 이골이 난 듯 한 표정으로 제현이 말했다. “흥! 웃기는 군, 섭혼술과 현혹에 누가 통할 줄 아느냐? 이 더러운.....미안 하군.” 제현은 그녀의 술수를 잘 알고 있었기에 있는 대로 말했다. 섭혼술과 현혹을 통해 제현 자신을 혹 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솔직히 누가 예쁜 여자를 보고 눈길이 안 갈수가 있을 까? 한 번 쯤은 눈길이 갔지만 그것이 섭혼술과 현혹이라고 생각한 제현이다. 그리고 이제는 마지막에 여자에게는 말해서는 안 될 금기를 말해버렸다. “후ㅡ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겠죠....사실 저는 채음보양술로 정기를 흡수하지 않았답니다. 흡성대법을 부분적으로 익혔기 때문에 상대의 내공을 갈취 해 오는 무공을 익히고 있어요. 그래서 흡수마소라는 당신에게 관심이 갔던 것이고...흡성대법을 익혔다면 그런 독 따위는 단숨에 배출 할 줄 알았기 때문에.....” 설후의 말을 들어보니 흡성대법에 관심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됐다. 이것도 술수인지 누가 알겠는가? 아무튼 제현은 믿기는 했지만 다 믿지는 않았다. 특히 채음보양에 관한 것은 절대 믿지 않았다. 익히지 않고서는 무공의 성취도 향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가던 개가 웃겠군. 아무튼 나는 그딴 짓 따위는 하지.....컥...풍....?” 제현은 설후에게 열변을 토해내며 소리쳤다. 순간 뒷목에 강한 타격이 오며 제현의 정신이 가물가물 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뒤에서는 풍운지의 웃는 모습이 보였으며 입으로 뭐라고 뻥긋 대고 있었다. 제현은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이미 내공이 상당히 고갈되어 있었기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휴ㅡ 제현에게는 미안하지만....지옥에 들어가면 1년 정도는 소비 되니 어쩔 수 없네....확실히 보상하지....나의 내공, 나의 무공.....모든 것을...나의 무공이 잊혀지는 것은 싫다네...나의 풍운가....” 끄덕ㅡ 풍운지는 설후를 보며 한탄조로 이야기 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곧 제현을 등에 업으며 방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아마 해독을 할 모양이었다. 사실 해독이라는 것은 남녀의 성합을 해야 하지만 그것의 행위에 거부감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모든 것을 뺏길 까봐 내공을 빼앗길까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 이유 중 하나였고 한번 한 여자는 책임 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부모님의 유전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어렸을 적 들었던 말이 있다. 책임 지지 못할 짓은 하지 마라. 이것 때문이었다. 게다가 처음이라는 것. “저는 당신이 흡성대법을 익히고 있는 줄 알았답니다. 그냥 확인 해보려했던 것 뿐.....그리고 저도.....아무튼 독을 썼으니 해독을 해야겠죠....” 설후는 흡성대법에 대한 아쉬움과 제현이 흡성대법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 슬픈 듯 한 느낌이 들었지만 얼굴이 화끈 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죽은 듯이 기절해 있는 제현에게 다가가며 하나 둘씩 옷을 벗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벗자 뽀얀 살결과 잘록한 허리, 머리 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가 눈에 띠였다. 여성의 상징인 가슴....들어 갈 곳과 나올 곳이 적절하게 나온 육신이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와 설후는 뜨거운(?) 밤을 보냈다. 물론, 제현은 기절 해 있었지만...... 동행(同行) 다음날, 제현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침을 시작했다. 몸은 무거웠으나, 어제처럼 뜨거운 기운은 없어져 있었다. 어지러운 머리는 여전 한 것인지 온 몸에 힘이 쫙 빠져 있었다. “후우ㅡ 응?” 창가로 다가가던 제현은 문득 침대에 한명의 인영이 더 있다는 것을 알고 그곳에 눈길이 갔다. 눈길이 그 인영에게 고정 되는 순간 눈이 커졌다. 그토록 거부했던 설후라는 여자가 자신의 침실에 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반라의 상태로 있는 것을 봐서는 그녀가 해독을 해준 것 같았다. “크....골치 아프게 됐군....풍운지!!” “으음....” 제현이 소리치는 것을 들었던 것일까? 조용히 잠에 빠져 들어 있던 설후는 눈을 비비며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색기가 발하는 모습이었지만 약간 변한 것이 있었다. 기도, 무인으로써의 기도가 확연히 바뀌었다. 예전 같았으면, 약간 자유로운 느낌이었다면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한 느낌, 강한 느낌이 들었다. “몸은 괜찮으세요? 제가....해독 했답니다.” “......고작 하루 밤 가지고 정을 줄 생각은 없다.” 제현은 싸늘한 말을 하고는 주위에 널려 있는 옷 중 자신의 옷을 대충 껴입고는 주막의 욕실로 갔다. 그곳은 따뜻한 물이 가득 받아져 있는 곳으로 지옥에서는 보기 드문 욕실이었다. 수수하지만 약간 웅장한, 누군가 조각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솜씨 같지 않은 조각들이 멋들어지게 놓여 있었다. 출렁ㅡ 아직 새벽인지 사람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큼은 전투에 대한 생각도, 목숨에 대한 걱정도 사라졌다. 뜨거운 물이 몸속의 독소를 제거 하는 것인지 점점 머리가 상쾌해짐을 느꼈고 설후와의 사건도 차츰 정리가 되어 갔다. 끼리릭ㅡ “누가 오는 건가?” 저벅ㅡ 저벅! 물기가 가득한 바닥이라서 그런지 질퍽한 느낌이 나는 발자국이었다. 그 사람의 발걸음은 조용했고 일정한 보폭의 소리가 났다. 아마 일정 수준에 오른 사람일 것이리라는 제현의 생각이었지만 이곳에서는 암묵적으로 싸움이 안 일어나는 곳이었기 때문에 조용히 물속으로 몸을 움츠렸다. “좋다....피가 있던데....정말일까?” 문득 제현은 생각했다. 막 일어났을 때, 침대 주위에는 붉은 피가 있는 것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린 것을 생각했다. 제현이 당한 왼팔에서 뿜어진 것으로 처음에는 착각했지만 그곳은 이미 검은 딱지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기 때문에 피가 배어나올 리가 없었다. 스르륵ㅡ 물소리가 났다. 누군가 탕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수중기가 가득차 있었기 때문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안력을 돋운다면 약간 보이겠지만 지금은 무공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아...시원하다. 그 사람...바보. 바보!” 누군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미 수중기 때문에 위치조차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목소리의 파장으로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했다. 제현이 있는 곳에서 반대쪽, 약간 목소리가 가는 것을 보니 여자였다. 제현은 귀찮았지만 몸을 일으켜 욕탕에서 나갈 것을 생각했다. 이곳은 엄연히 혼탕이다. 지옥에도 적은 수지만 여자들도 상당히 있었다. 대부분, 무공이나 마법, 여러 가지 기술을 익혀 강한 악녀였고 1계의 여자들도 초능력이나, 무공, 혹은 사기와 같은 것을 해서 이곳에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므로 이곳에도 엄연히 여자가 존재 하는 것이다. “목욕하기는 글렀군...나중에 다시 와야지...” 쉐에에엑! 탁! 덥석! 제현은 물소리가 작게 나도록 최대한 기척을 죽여 물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뒤쪽에서 살기가 느껴지며 손이 날아왔다. 물론, 제현은 천마소수의 수법으로 그 손을 튕겨 내며 도로 공격을 감행해 손목을 낚아 채 버렸다. “뭐냐...조용히 나가려 했건만....기분 안 좋은데.....이런.” 제현은 눈앞의 상대가 설후라는 것을 알고는 손목을 잡았던 것을 놓고는 그대로 지나쳐 밖으로 나가 버렸다. 마주치기도 싫었다. “이봐요....저...저, 처음....저는 그 채음보양술로 내공을 모으지 않아요! 어제도 말했을 텐데요?” “......”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어제도 말했었다. 흡성대법의 일부분인 초식으로 내공을 모으고 있다고, 그리고 그 무공을 완성하기 위해 흡성마군을 찾고 있다고 그 생각이 들자, 아침에 보았던 피의 주인이 저 여자인 것을 알고 얼굴을 굳혔다. “빛으로 생각하고 나중에 꼭 갚겠다. 그 이상이하도 아니다.” “아.....” 제현은 그 말을 하고는 문을 열어젖히고는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나가버렸다. 문 뒤에서 약간의 탄성이 들려왔지만 제현은 애써 무시하고는 묵묵히 옷을 걸치며 밖으로 나섰다. “여! 자네 잠은 잘 잤나?” “나쁜 자식! 감히!” 풍운지는 역시 연무장에서 검술 수련을 하고 있었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던 것인지 이마에는 축축한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 정도로 오랫동안 수련을 했던 것이리라....제현에게는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던지 짜증스러운 눈길로 풍운지를 쏘아 보며 소리쳤다. “왜! 왜! 죽지 않게 해독을 시킨 것이냐!” “내가 해독 한 게 아니지....설후라는 여자지..게다가 나는 너에게 줄 것이 상당히 많다네...자네도 알지 않은 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그건 이유가 되지 않아! 한판 붙자!” 풍운지는 어색한 웃음을 하고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제현은 허리춤에 놓여 있던 검을 살짝 건들며 풍운지에게 제안했다. “하하! 오랜 만에 같이 검이나 섞어 볼까?” “웃기고 있내....죽어라!” 제현은 바닥의 파편을 쳐내며 몇 십 조각으로 만들며 풍운지에게 날리며 같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이것도 일종의 기술이었다. 시선을 그곳에게 준 상대를 베는 것! “후후, 머리를 쓰는 군, 자네답지 않아!” 풍운지는 검을 마구 휘두르며 파편들을 쳐내는 한편 제현의 검을 경계했다. 그리고는 풍운지로를 사용하며 몸을 낮추며 제현의 살의 초식을 그대로 맞받아치며 튕겨 내었다. 게다가 제현이 튕겨 나가며 날린 소수신장을 그대로 왼손의 장으로 맞받아 치며 서로 약간 신음을 흘렸다. “후후후, 자네, 내공이 상당히 높아졌군...하루 밤 사이에 그 정도라니, 역시 설후의 내공인가?” “무슨 소리지!” 제현은 풍운지의 말에 약간 의문이 들었다. 방금 자신도 놀라버렸던 것을 떠올렸다. 내공이 비약적으로 상승해 있었다. 그것도 50년의 내공! 지금은 2갑자에 완전한 화경의 경지라고 봐도 될 것이다. 물론, 약간의 깨달음이 더 필요하겠지만! “사실 자네에게 말해 줄 것이 있다네, 설후에게는 너무 많은 내공이 있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내공 병이지. 이곳 지옥에서는 형벌에 따라 살아가는 날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알겠지? 능력에 맞지 않게 내공만 너무 놓아져 감당 할 수 없어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자들이 대부분이야. 그래서 순위권에 들지도 못하지. 그게 설후였다. 설후의 능력은 채음보양을 통해 상향되어야 하는데 이상한 흡성대법을 통해 능력이 상승해왔다.” “그래서....흡성대법을 역으로 보내, 나한테 내공을 넘김으로써 자신의 기도를 바꿨다?” “그게 아니지...그건 뜻하지 않았겠지. 그녀는 아무것도 몰랐을 것이야. 생각지 않게 자네에게 넘어가 버렸겠지. 그녀의 내공만 본다면 나와 비슷한 수준일 걸세. 상당한 내공이지. 그중 일부를 자네에게 넘어가 버렸지만 그녀는 느끼지 못하고 있어. 그만큼 많다는 소리야.” 제현은 풍운지의 말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상황에 놓여 버렸다. 그녀의 내공은 음기와 비슷 햇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내공과 부딪히는 일은 없었다. 풍운지의 말대로라면 그녀에게 받은 것이 너무 많았다. 물론, 그녀는 모르고 있지 못하지만, 이것도 빛이라고 생각한 제현이었다. “아무튼, 내일부터 설후도 우리와 동행 할 걸세...너무 싸늘하게 대하지 말게...의외로 약한 존재니까.” “.....노력은...해보지...” 제현은 그 말을 하고는 주막으로 들어가 버렸다. 흥이 깨진 탓이다. 풍운지는 주위에 널린 전투의 흔적을 보며 약간 미소를 지었다. 벌써 자신의 경지를 보며 따라 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몇 년 사이에 자신의 경지와 같아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온몸이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다시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 엄연히 이것도 판타지 입니다. 약간 무협틱 나는 것이랄까. 명계 편이 끝나면 판타지 가여....되도록 빨리 끝내도록 하죠...뭐... 나는 은근히 명계가 끌리는 데.... 동행(同行) 다음날, 일정대로 우리는 주점에서 머물렀던 것 금액을 무기를 쪼개 몇 개로 나눈 후, 그것으로 지불했다. 상당히 많은 양의 무기조각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대장간의 드워프에게 부탁해, 간단하게 들고 다닐 수 있거나, 무기로 쓸 수 있게 약간의 단검으로 만들었다. 물론, 남은 것은 드워프에게 제공해버렸다. “자네는 가고 싶은 곳이 있나?” “없는 데.....” “저도 없어요.” 제현과 설후는 풍운지의 양 옆에 자리하며 대치 경계했다. 물론, 제현 혼자서 경계 하고 있었지만, 일단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다. 제현으로써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비록 정신은 없었지만 살을 섞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럼 아크리치가 차지한 도시로 가보지, 우리는 무소속이니까.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을 걸세, 그곳과의 거리는 대략 이주 정도니까 그곳에서 나는 명계로 돌아가겠군.” 풍운지가 돌아갈 날도 그렇게 멀지 않았다. 많이 잡아 봐야 3달, 적게 잡으면 두 달 반 정도 남았다는 소리였다. 아무튼, 제현과 설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도시를 빠져 나가는 와중에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차마 어디로 고개를 돌려야 할지 모르는 둘이었다. “짜증나! 어이! 거기, 뭘 봐!” 사람들의 시선에 짜증이 난 제현은 살기를 뿜으며 소리쳤다. 그제야 약간 시선이 느슨해진 것을 알고 제현은 풍운지를 재촉해 성문까지 신법의 속도로 뛰어갔다. 셋은 그렇게 빠르게 이동하는 와중에도 주위의 시선을 살폈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 “거의 다 왔나보군.” 풍운지가 말했다. 제현은 멀리서 인기척이 들려오고서는 그곳을 노려보았다. 천천히 두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성문을 지키는 문지기처럼 보였다. 터벅ㅡ 터벅ㅡ 걸어오고 있는 자의 모습이 점점 더 확실해진다. 허리에 검과 도를 차고 있는 성인남자 두 명! 제현은 약간 경계를 했다. 문지기가 아니었다. 검을 찬 사람은 절로 위압감이 느껴지는 느낌의 사내였고 옆의 사람은 우직하게 생겨있어 강하게 보였다. 두 사람의 몸에서는 혈향(血香)이 퍼지고 있었다. 그것은 제현이 느끼기에도 확실했다. 설후는 약간 눈살을 찌푸리며 풍운지의 뒤로 이동했다. 상당한 고수라는 소리였다. 다가오고 있는 둘의 얼굴은 과연 무인과 같이 뚜렷한 이목구비와 장대한 기골을 가진 자들이었다. 둘 다 흑포(黑)布)를 바람에 너풀거리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한명은 중년인으로 보였으며, 한명은 젊은 티를 갓 벗어난 자 정도로 보인다. 그 둘도 다가오고 있는 풍운지, 조제현, 설후를 보며 걸음을 살짝 낮추었다 “오랜만이군. 풍운지.” 꾸욱ㅡ “오랜만입니다. 천마(天魔).” 소년처럼 보이는 자가 풍운지를 보며 이채롭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인사를 건 냈다. 하지만 풍운지는 살짝 주먹을 쥐고는 딱딱한 어조로 말했고, 그 옆의 덩치가 큰 남자는 그것을 보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천마가 그것을 제지했다. “교의 입단을 거부한 자는 자네뿐일 걸세, 자네 정도면 상당한 지위를 가질 수 있지만....혹시 생각 있다면...아 시간이 없지 참! 혹시 옆은 누구인가?” “천마, 네가 알 필요 없는 자다. 우리는 가던 길이나 나겠다.” 뜻밖에도 지옥 서열 1위의 천마였다. 키는 소년처럼 보였으며 약해 보였지만 풍운지의 음성이 약간씩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제현도 긴장했다. 그 옆에 있는 자도 상당히 강한 것인지, 풍운지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뭐, 때가 되면 알겠지. 거기 있는 자네, 혹시 입교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지 찾아오게, 풍운지의 명성을 봐서 입교시킬 테니....하하하! 오늘 참 운이 좋군. 보기 힘들던 풍운지를 만나다니!” 천마는 스치듯이 지나가며 호쾌하게 웃고는 빠르게 우리들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기척과 흔적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기운만이 발자취를 남기며 지나갔다. “자네도 봤겠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그를 당해낼 자가 없다고 알려져 있지, 지금 우리가 가려는 곳의 아크리치나 혈교의 교주 정도는 되어야 상대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천마를 이길 자가 없다고 생각한다네.” 풍운지의 말 대로였다. 서있기 조차도 힘들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지는 무형지기의 기운 때문에 다리가 후둘 거릴 정도였다. 반면, 설후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고 있었고 풍운지는 식은땀을 닦아 내며 흐느적거리며 길을 걸어갔다. “자네에게 말 안한 것이 있다네, 사실 나는 천마와 한번 붙어 봤다네. 첫 번째 죽음이었지. 지옥에서의 두 번째 싸움이었지, 예전의 무기도 이 무기, 풍검으로 싸웠음에도 그의 옷깃도 건들지 못하고 죽었다네, 그의 무공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강하네,” “.....꼭 넘어 주지.” “자네, 뭐라고 했나?” “아니다......” 풍운지의 말에 제현은 다짐 하듯이 살짝 말하며 길을 걸었다. 풍운지는 듣지 못한 것인지 다시 물어 왔지만 제현은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 가버렸다. 그 옆에 있던 설후는 똑똑히 들었던 것인지 약간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그것을 본 제현은 기운을 살짝 끌어 모아 날려 보냈다. 소수신장의 위력을 최소화 해서 날렸다. 푸슉! 탁! “아얏!” “쿡쿡, 무공이라고 익힌 것이 다리가 꼬여서 비틀 거리다니. 한심하다. 설후!” 제현은 아까의 웃음에 대한 것으로 살짝 기운을 흘려 설후의 다리에 약간 충격을 줘서 넘어 뜨렷다. 풍운지는 무슨 일이냐는 듯 한 시선으로 설후를 봤지만 별일 아니라는 듯이 걸음만 옮길 뿐이었다. “괜찮나? 너무 무리 하지 말게.....후후, 홀몸도 아닌 듯한데....” “풍운지!” 풍운지는 장난스럽게 설후에게 그런 말을 했고 제현은 그것을 뜻하는 바를 알고는 소리 높여 호통을 쳤지만 저만치 신법을 이용해 달려 나가는 풍운지를 보며 고개를 살랑 흔들다 마영신법을 이용해 풍운지의 뒤를 따랐다. 약간 무거운 분위기가 이런 식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설후는 두 사람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고 그녀 역시 신법을 이용해 부지런히 두 사람의 뒤를 쫒았다. 신법에 있어서는 그녀가 제일 느렸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났지만, 누구도 탓할 사람은 없었다. “아아! 기다려요! 저는 신법의 경지가 낮다구요!” 희미하게 들리는 설후의 목소리에 풍운지는 살짝 신법의 속도를 줄였고 제현은 그대로 풍운지의 뒤쪽으로 다가가 천마소수를 이용해 풍운지의 옷깃을 살짝 건드렸다. 순간 풍운지가 보법으로 살짝 옆으로 비껴난 탓이다. “후훗, 자네 아직 멀었네. 여기서 조금 기다리지. 상당히 온 것 같은 데.” “그래....요상한 날이야. 1위 따위를 다 만나고.” 제현의 말에 살짝 기분이 상한 풍운지는 자리에 대충 주저앉듯이 앉았고 제현도 뒤따라 자리에 앉았다. 주위에는 인기척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울창한 숲도, 그 흔한 풀들도, 아무것도 없었다. 황무지와 같은 붉은 토지가 있었고 하늘에는 누군가 쳐다보기라도 한 다는 듯이 불게 그을려, 화려한 하늘이었다. “하늘과 땅을 보니, 경계선이 맞 군.” “경계선?” “그래, 천마신교와 혈교의 경계선, 여기부터 혈교의 영역, 붉은 땅과 하늘은 혈교의 상징이지. 지금은 2계의 아크리치가 이곳을 지배한다고 하니까. 뭐, 2계의 인물들의 땅이라고 해도 되겠지.” 풍운지의 말에 제현은 살짝 고민 하다가 살짝 밝은 얼굴을 하며 생각했다. 2계라고 한다면 마법의 대명사인 곳이었다. 그렇다면 마법의 운용방법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상태였다. 또한, 2계를 안다면 나중에 환생을 할 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마법이라....간만인가? 어떻게 사용할까.....” 1분가량을 더 기다린 후에야 설후가 왔고 상념에 젖어 있던 제현은 자리를 털며 일어났다. 벌써부터 흥분되고 있었다. 마법! 그 얼마나 그리운 이름이었던가! “아...두 명! 너무 빨라요.” “네가 느린 거다!” “뭐에요? 남자가 되가지고, 여자를 배려해야지!” 싸우면서 친해진다고 했던가? 낮의 어색한 분위기는 싸움을 통해 둘의 감정을 희석시키기에 충분했던지 이제는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남이 보기에는 말싸움 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지만 풍운지에게는 그저 어린 아이의 장난에 불과했다. “자자! 조금만 더 가고, 노숙을 해야 할 듯하니. 빨리 움직이지. 그만하고.” 풍운지의 중재가 적절했던지 칼부림이 일어 날 뻔 하던 상황을 적절하게 타개했다. 물론, 가장 흥분했던 존재는 의외로 설후였다. 제현의 말 때문이었는데, 무슨 말을 했냐고 한다면, ‘멍청이’ 그 소리 때문에 설후는 살기를 내비치며 조법을 펼치려 했다. 물론, 제현은 잘됐다는 식으로 검을 뽑고 있었지만. 하지만 풍운지의 말에 다시 고분해진 둘이었다. “칫! 풍운지 때문에 목숨 건 진줄 알아라!” “누가 할 소리 인줄 아세요? 나 아니었으면 죽었을 목숨...아” 설후는 자신의 한말에 얼굴을 붉히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제현 역시 상당히 껄끄러운 표정으로 앞서서 걸어갔다. 풍운지는 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혈교의 경계선 초입 부근에서 자리를 잡고 노숙할 준비를 했다. ================================================================ 혈교 쪽의 영토에는 2계의 인물들이 대부분이고 이따금씩 무림인 들이 나옵니다. 평범한 사람도 나올 예정... 동행(同行) 근처 마른 땅을 선택한 풍운지는 세 명 정도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무를 주위에 노숙을 준비했다. 간단한 풀 같은 것을 침낭 대신으로 했기 때문에 새벽의 이슬은 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역풍이라....좋지 않군.” 풍운지는 어둑해진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지옥에서의 역풍, 그것은 산성비가 오는 징조였기 때문에 비를 맞으며 잘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나무 아래로 터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역풍이 불어온다면 나무 밑도 소용없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어디로 갈수는 없었다. “쳇, 또 비가 오겠군.” “산성이 있는 비인가요? 오늘은 자기 글렀군요.” 제현과 설후의 투덜거림 성 있는 말에 풍운지는 살짝 끄덕였다. 근처를 둘러봐도 비를 피할 만한 곳은 이 나무뿐이었다. 이곳은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으로 인적이 드물었다. 그 만큼 이 경계선 주위에는 척박한 땅이 자리 해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능력이 없는 자들은 살기 어려운 곳이었다. 이도 저도 아닌 자들은 이곳에 자리를 잡고 살기도 하지만 이곳은 아무른 흔적도 없었다. 잡초 한 뿌리, 심지어 흔했던 돌도 잘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모두들 약간 금심어린 표정으로 하늘을 보다. 배에서 울리는 소리에 살짝 고개를 숙였다. 자신들의 배에서 난 소리 때문이었다. 꼬르륵 소리가 요란히 울려 퍼지자 그제야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것을 자각 하고는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준비를 했다. “슬슬, 음식을 구하러 가야겠군.” “쳇, 그러니까 육포 같은 거라도 사오자니까!” 제현은 풍운지의 말에 짜증이 일어났다. 풍운지는 급히 떠나자는 말에 아무것도 준비 한 것이 없었다. 지금 와서 다시 돌아가기도 뭐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근처에서 대충 때워야 했다. “동물처럼 보이는 괴수는 먹을 수 있는 것이니. 보이는 대로 잡도록 하지. 나는 저기로 갈 테니 알아서 하게.” 풍운지는 동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간단하게 무기만을 챙기고 갔기 때문에 짐들은 고스란히 이곳에 남겨져 있었다. 제현은 풍운지와는 반대로 서쪽을 택했다. 남은 설후는 북쪽을 가려다가 제현을 따라 서쪽으로 향했다. 딱히 흩어져 봐야 모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봐, 넌 왜 나를 따라 오냐. 귀찮게 스리!” “내 맘이야! 무식하게 심법도 운용하지 못해 주화입마에 걸리는 바보가!” 제현은 설후가 따라 오는 것을 알고 얼굴을 구겼다. 길을 걸어오는 내내 투닥 거리며 말싸움을 했기 때문에 색다른 감정은 없었지만 상당히 거슬렸다. 말 빨에서 밀리는 것도 아니고 이기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주먹을 쓰는 것은 꺼림칙했다. 설후는 은근히 풍운지의 가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칼로 위협해도 풍운지가 대신 맞받아 쳤기 때문에 다음부터는 검을 뽑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칫! 말다툼 하려거든 절로 가버려. 누가 놀러 나올 줄 아나.” “으음....” 그제야 조용해진 설후였다. 오전 내내, 말다툼으로써 친해진 둘이었기 때문에 침묵은 휴전을 뜻했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딱 한 시간을 걸어 다니며 기척과 시각으로써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었지만 수확은 아무것도 없었다. 슬슬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풍운지가 미리 와서 기다릴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제현의 뒤에서는 지쳤다는 듯이 안색이 파리한 설후가 보였다. 무인으로써 수치스런 모습이었지만 그 여자는 독술을 익혔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약했다. 순간적으로 체력을 소모하는 타입이었다. 달리기에서 단거리를 하는 사람 같다고 할까? 제현은 다방면으로 수련했기 때문에 단거리와 장거리의 전투도 가능했다. “쉬었다 가자...너무 지쳐. 괜히 신법을 써서, 힘만 빼고...이게 무슨 꼴이야.” “멍청하게 내공을 있는 대로 퍼다 쓰더니 그런 꼴 나지.” 제현은 설후의 말에 하는 수 없이 근처에 대충 걸터앉았다. 걸어오는 내내 심심하지는 않았다. 설후와의 말싸움 탓이겠지만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신선했기 때문이다. 지옥의 태양이 지면서 이는 석양(夕陽)을 보면서 설후는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현생에서 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지옥의 태양역시 화려함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밝았고 붉었다. 핏빛을 띠는 태양이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저 태양, 중원에서도 보지 못한 아름다운 석양이야.” 설후가 말했다. 주위는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렇군....오염되지 않은 석양이다.” 제현은 차와 여러 오염물질로 인해 더렵혀진 하늘로만 보아오던 석양과는 차원이 달랐다. 비록 지옥이라는 틀에서 보는 가짜 태양이지만, 마음 한구석을 뭉클하게 만드는 석양이었다. “슬슬 돌아가자. 비도 오겠고. 풍운지가 기다릴 테니까.” 제현은 주위를 두러 번 거렸다. 이제는 석양이 지고는 불빛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설후와 제현에게는 어둠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장애는 아니었지만 많이 늦어졌다. 석양에 한눈을 파는 바람에 몇 십 분을 소요한 것이다. 잠깐 동안 둘에게서 흐르던 묘한 분위기는 급히 깨지며 자리를 일으키며 안광을 토해냈다. 제현의 마령심법의 영향이었다. 푸른빛이 감도는 싸늘한 안광, 혹은 살기처럼 발산하는 안광에 설후는 약간 움찔 했지만 무인이라면 가지는 안광이었기 때문에 내색은 하지 않았다. “뭘 봐, 갈 길이나 가자.” 제현과 설후의 눈이 부딪쳤다. 제현의 말에 설후는 ‘아’라는 소리는 내고는 급히 시선을 돌리며 신법을 펼쳐 앞서 나갔다. 제현은 설후의 속도에 맞춰 빠르게 이동했다. 오늘 저녁식사는 허탕이라는 생각에 배가 아우성을 쳤지만 어쩌겠는 가. 먹을 것이 안보이거늘.... “잠깐! 기척을 죽여.” 제현은 급히 설후의 손을 잡으며 강제로 정지 시켰다. 제현은 봤다. 앞에서 느껴지는 기척과 노란색의 안광이 비쳤다는 것을, 확실하다. 괴수였다. 그것도 상당한 덩치의 괴수 같았다. 스르릉! 제현은 조용히 발검을 하고는 출수를 준비했다. 여차하면 한 번에 목을 따 버리겠다는 심산이다. “희미하지만 발자국도...이것을 노치다니.” 밤하늘을 대낮같이 보는 듯이 제현은 바닥에 찍혀 있는 발자국을 보며 제현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후후후...드디어.” “조용히 해, 도망가면 어쩌려고.” 제현은 조용히 웃었다. 물론, 설후가 태클을 걸어오는 바람에 기분이 약간 잡쳐 졌지만 우선 잡아야 했다. "설후, 너나 조용히 해, 내가 처리하지. 하하!“ 그나마 인적이 드문 곳에서 괴수를 보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이것은 천운이었다. 제현과 설후는 기척을 죽이며 안광이 토해졌던 곳으로 조금씩 이동했다. 그곳으로 다가갈수록, 괴수의 거친 콧바람이 느껴졌다. 괴수 중에도 종류가 있다. 멧돼지와 호랑이의 모습을 혼합한 호돈(虎豚)과 토끼와 고양이의 모습을 한 묘묘(猫卯)등 여러 가지가 혼합된 괴수가 있었다. 물론, 타고 다닐 수 있는 괴수도 있었다. 제현 일행이 만난 것은 호돈! 멧돼지와 호랑이를 섞은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호랑이의 위압감도 느껴지고 있었고 성난 멧돼지의 느낌도 나고 있었다. 하지만 제현이 보기에는 먹잇감으로 보일 뿐이었다. “휘유! 크군, 대충 봐도 2미터는 넘어 보이는 군!” 텅치는 호랑이의 것과 닮아 있었지만 그래봐야 멧돼지일 뿐이다. 호돈은 성난 것처럼 제현에게 무작정 달려들며 들이 받아 버리기 위해 이마에 돋아 있는 뿔을 세우며 돌진 해왔다. [뒤로 물러나라. 방해만 되니] 제현은 설후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리고 제현은 설후의 앞을 가로 막으며 양손으로 검을 고쳐 쥐었다. 한발 짝 두발 짝 걸어서 십 보 뒤로 앞서 나갔다. 그리고 몸을 낮추고는 만검의 초식 중 유(流)를 이용해 호돈의 앞다리를 그대로 그어 버렸다. 꾸에에엑! 쿵!! 두 다리를 잃은 호돈은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쓰러졌다. 비명을 지르는 것이 돼지 멱따는 소리였다. 양 다리를 잃은 호돈은 흥분해 하며 대가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반항했지만 제현에게는 소용없는 짓이었다. “고통은 최소화 해주마. 그래야 육질이 좋거든! 살(殺)!” 꾸에에엑! 단발마가 일어나며 호돈의 몸에서 실선같이 균열이 일어나며 몸이 베여 버렸다. 순식간에 즉사! 약간의 비명이 뒤늦게 들렸다. 그리고 제현은 떨어지려던 육체를 보며 소수마공을 펼쳐 호돈의 육체를 얼려 버렸다. 제현의 손은 더욱 투명해져 있었다. 소수마공이 한층 성장했다는 소리였다. 예전에는 분홍색 끼가 느껴지던 것이었지만 이제는 붉은 색이 적게 느껴지고 있었다. “뭐해! 거들어, 혼자 들고 가기에는 덩치가 크니까!” 제현은 뒤에서 멍하니 있는 설후를 보며 소리쳤다. 그제야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아는지 정신을 차리고 호돈의 뒷다리 쪽을 잡고는 풍운지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대략 봐도 30분은 더 가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는 설후였지만 일단 목표는 달성했다는 생각에 얼굴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 이제야 스토리가 좀 이어 나가는 군요. 아크리치와 적대 할 것인지....친하게 지낼 것인지 그것이 문제로다...?? 동행(同行) “여! 풍운지, 수확은 있었나? 우리는 이렇게 잡아왔지!” 풍운지는 허탕을 친 것인지 약간 지친 듯 한 표정으로 나무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리고 제현과 설후가 오는 것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많이 기다렸다는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이미 노숙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호돈을 구워 먹는 일만 남아 있었다. 풍운지는 자신의 풍검을 이리 저리 휘두르며 호돈을 조각냈다. 피가 살짝 베어 나왔지만 내공으로 그것을 없앴기 때문에 피는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았다. 언제 피워 놓은 것인지 앞에는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아마 비를 피하게 해주는 나무의 잔가지를 쳐서 만든 모닥불이리라고 추측하는 제현이었다. “설후와 자네 덕에 포식하겠군.” “아무렴, 누가 잡은 것인데! 맛있게 먹어야지.” 제현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기를 나무에 꿰이며 모닥불 근처에 꽂아 두었다. 서서히 익어 가기 시작했고 호돈의 육질이 타면서 나는 향기가 주위로 퍼져나갔다. 상당히 맛있어 보였다. 설후는 자신의 몫을 챙기며 잘 구워진 고기를 입에 베어 물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많은 시간을 걸었기 때문에 상당히 지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육체는 무공을 익힌 것과는 상관없이 피곤했다. “그나저나 쉽게 보이지 않을 텐데 잘도 잡아왔군.” “사실 운이 좋았을 뿐이지.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할때 눈이 띠더라고. 아무튼 운수 좋은 날이야.” 풍운지는 어떻게 잡았냐는 식으로 물어왔지만 제현은 운이 좋았다고 할 뿐이었다. 사실 이 근방은 먹이 감이 없어 호돈이 잘 출몰하지 않는 곳이었다. 하물며, 먹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아귀와 같은 몬스터들도 없었다. 빠각! 그때, 제현과 풍운지의 귀에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 근방이었다. 먹던 호돈의 살을 바닥에 내팽개치듯이 버리고 옆에 놓여 있던 검을 움켜쥐었다. 풍운지의 검은 풍검, 제현의 검은 마령검이라고 칭해져 있었다. 이미 제현의 검신 한구석에는 마령검(魔靈劍)이라는 한자어가 똑똑히 적혀 있었다. 검병에는 기름기가 뭍은 손이 한번 스치듯 지나가며 꽉 잡았다. 그리고 멀리서 걸어오는 자들을 경계했다. 이곳에 있을 자는 자신과 같이 무슨 목적이 있어 움직이는 자들이다. 그리고 이곳은 지옥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만전을 기해야 했다. “누구냐!” “제발....저희 좀 숨겨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들은 다짜고짜 숨겨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었다. 약간 시간이 지나가 수십의 무리들의 기척이 나는 것을 봐서는 누군가에게 쫒기는 것 같았다. 풍운지는 제현을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하는 수 없이 제현은 미리 구덩이 같은 곳에 잘 곳을 만들어두었던 곳을 가리키며 두 명의 남녀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풍운지, 도대체 왜?” “그냥 그렇게 하게 내버려 두게...보아하니 쫒기는 것 같은데...” 풍운지는 안쓰러운 눈초리로 숨죽이며 몸을 숨기고 있는 남녀를 보며 중얼거리듯이 조용히 말했다. 제현은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에 들을 수 있었지만 설후는 고개를 갸웃 거릴 뿐이었다. 싁싁싁! 제현일 행이 있던 곳에서 바람이 가르는 소리가 나며 나뭇잎이 바닥으로 몇 개 떨어졌다. 그리고 검은 옷차림에 등 뒤에서는 교(矯)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교의 뜻은 바로잡다 는 뜻의 교였다. 아마 무슨 일을 행하는 집단인 것 같았다. 지옥의 달에서 비추는 월광(月光)으로 간간히 그들의 얼굴을 비추었다. 제현과 풍운지는 그 모습을 보며 잠깐 검을 뽑기 위해 검병에 손이 갔지만 뽑지는 않았다. 얼굴이 추했다. 벌레가 몸에 기어다니는 듯이 소름이 돋는 추인(醜人)이었다. 외모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제현과 풍운지도 절로 눈살이 찌푸려 질만큼 인상을 더불어 모습이 추했다. 그들이 몰고 온 모래먼지 머리 먼지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알고 풍운지는 손을 살짝 내저으며 먼지를 막았다. 흑의를 착용한 자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서며 포권을 취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저희는 마교의 집행자 집단인 대행천마단(代行天魔團)입니다.” “그래서?” 대행천마단이라고 소계한 자의 소속은 마교였다. 첫 인상부터 재수가 없다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인 제현은 싸늘하게 대꾸했다. 그러자 그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는 가 쉽더니 임무를 생각해서인지 얼굴을 펴며 공손히 말했다. 하지만 반말이 나왔기 때문에 되려 제현이 찌푸렸다. “정파에서 넘어온 녀석들이 있다. 그를 척살하기위해서 파견 된 것이다. 그들이 어디로 갔지? 이 근방일 텐데?” “짜증나는 군.” “저기로 갔네. 저기로 가보게.” 짜증난 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것을 본 대행천마단 일행들은 못마땅하게 제현을 보다가 풍운지가 가리킨 방향으로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얼마나 급한 것인지 주위를 둘러 볼 틈이 없었던 것 같았다. “저들이 대행천마단이었군.” “대행천마단?”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낀 풍운지는 제현을 보며 말했다. 처음 들어보는 용어 때문이었던지 제현은 살짝 얼굴을 굳히며 풍운지에게 물었다. 설후역시 궁금했던지 흥미로운 눈치였다. 숨어있던 자들은 몸을 일으키며 숨을 돌리고 있었다. “아..그건 제가 말씀 해드리죠. 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숨겨주었던 자중 남자가 말했다. 정파인 답게 예의를 잘 지키고 있었다. 포권까지 취하며 예의를 차렸으니 말이다. 처음으로 포권이라는 것을 본 제현은 색다른 인사에 약간 어정쩡했지만 고맙다는 말인 것으로 느끼고는 입을 다물었다. “저의 이름은 공야세가의 공야비운입니다. 저기 있는 소저는 향향입니다. 숨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건 됐고, 대행천마단이 뭐지?” 자기 소개시간으로 바뀐 것을 느낀 제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살기를 섞어 말을 끊어 버렸다. 왠지 모르게 저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풍운지에게서나 느껴지는 정순한 향기의 내공이 마음에 들지 않은 탓이다. 풍운지에게서는 간간히 마기라도 뿜어지니 친근한 느낌이었는데 저들은 완전한 정순한 느낌의 내공이었다. “저들은 대행천마단으로......” 공야비운의 말로는 이러했다. 마교 내에서 특권층 집단으로 누군가를 척살, 즉, 무한 척살단이었다. 형이 사라 질 때까지 쫒아가 죽이는 그야말로 극악한 집단이었다. 울고 불며 살려달라고 해도 눈 깜짝 하지 않고 목숨을 앗아 가는 존재. 게다가 교내에서도 그들에는 치외법권과 비슷한 법이 있는데, 교내에서의 교주에 대한 반란 외에는 어떤 일도 가능했다. 오직 누군가를 척살하는 집단인 만큼 목숨이 촌각에 달리는 집단이었다. 아무리 강한자라도 맞서 싸워야 하는 집단인 만큼 그 정도의 특권은 누릴만했다. 대행단의 수는 대략 40정도로 소수의 정예였다. “그런데, 왜 정파의 사람들이 이 지옥에는?” “후후...정파 사람도 사람은 사람이니, 악한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오. 게다가 살인 자체가 중벌이니, 아무리 정파 인이라도 살인 한번 하지 않은 자가 몇이나 될까. 게다가, 이번 정사대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소.” 마음이 진정된 것인지 떨리던 음성도 잦아지며 이제는 완전히 긴장을 풀고 있었다. 풍운지는 지옥에 온 이유를 묻자 공야비운은 즉각 대답했다. 풍운지의 몸에서 정파의 것과 비슷한 기운을 느낀 탓이리라. “정말 대단 했습니다. 사파의 사도련과 정파들과의 전쟁, 말로는 설명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지독하게도, 중원의 50년 정도 전의 마인 풍운마검 풍운검 외의 그런 마인이 나올 줄은....” 공야비운은 자신의 앞에 있는 풍운마검이라는 별호를 사용하고 있는 풍운지가 있는 것도 모른 채 그런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지금 대행천마단이 있다면 여기 있노라, 하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 제현의 모습을 보았을 까? 풍운지는 전음으로 아무 말 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아...그러셨군요. 그런데 잘못 자리를 잡으셨던 모양입니다. 이곳은 대부분이 마도인입니다. 정파 인들이 있을 곳이 못되지요. 호호호.” 설후가 대화에 끼어들며 약간 칙칙했던 분위기가 활기를 띠고 있었다. 설후의 존재 때문이었을 까? 향향이라는 여자도 대화에 끼어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간혹 제현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이 나왔지만 풍운지 때문에 차마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글세, 그들이 다짜고짜 어느 문파 출신이냐고 묻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가슴을 펴고 공야세가의 사람이라고 말했더니 이렇게 추격을 하지 않겠습니까?” 허세다! 누가 많은 마인들이 들끓고 있는 지옥에서 그렇게 오만한 말을 할까? 발단은 저 녀석의 입이리라는 생각에 실소를 하는 제현이었다. 옆에 있는 입이 약간 무거워 보이는 향향이라는 여자가 불쌍했다. “허세가 심한 것 같소이다? 보아하니, 허접한 실력으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오. 갓 화경의 맛을 본거 같은데 이곳에서는 순위에도 못 드시겠구려, 하하하!” “뭣! 보자보자하니까 이 사람이!” 더 이상 자기 자랑을 참지 못한 제현이 비아냥거리며 공야비운을 비웃었다. 그 말이 시작이었을 까? 풍운지가 말릴 틈도 없이 공야비운의 검이 뽑혀 나왔다. 확실히 싸움이 벌어졌다. 지옥에서 만났다는 향향은 몸을 오들오들 떨며 설후에게 몸을 기댔다. 같은 여자였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만하게, 자네답지 못하네. 아무리 허풍이라고 손 치더라도 어느 정도 신빙성이.” “아니! 당신까지!” “고작 도망자 주제에 어디서 입을 나불거리실까. 네놈의 첫 번째 실수는 풍운마검을 입에 담았을 때부터다.” 풍운지가 뜯어 멀리려 했지만 아까의 일이 떠올랐을 까. 잘 하지 않던 농담반, 진담반의 소리를 하며 제현을 거들었다. 솔직히 제현은 풍운지를 많이 존경하고 있었다. 나이가 많음에도 친구처럼 대하며, 모르는 것이 있다면 인자하게 사부처럼 가르치는 존재, 모든 것을 닮고 싶었다. 제현은 풍운지를 우상처럼 대했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속으로는 무한한 존경심으로 그를 대했던 것이다. 그런 풍운지를 욕했다. 비록, 50년 전의 일로 욕했다 하더라도 용서 할 수 없었다. 구해준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그래서 검을 뽑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천마의 졸개들의 일을 대신 하겠노라고! =============================================================== 너무 피곤해서 글을 못썻군요. 죄송합니다. 후후후.... 동행(同行) 공야비운은 제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자신의 살기를 허공에 사람을 귀찮게 하는 파리처럼 쉬이 넘기고 있었다. 앞의 제현이라는 자는 자신의 내력을 능가하고 있었다. 심연처럼 어두운 내공, 그리고 차가운 청색의 안광이 몸을 얼려 버릴 것만 같았다. 마치 살기는 톡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 할 것만 같은 제현의 살기에 사시나무처럼 몸이 떨려왔다. ‘제기랄, 엄청난 고수! 어찌 이런 자가. 아까 대행천마단을 대할 때부터 알아 봤어야 했어.’ 공야비운은 속으로 엄청 후회하고 있었다. 감히 상대하지 못할 정도의 고수 같았다. 그 옆의 부드러운 인상의 남자 역시 이자보다 강했지 약하지는 않았다. 순간 잘못 건드렸다는 생각에 입을 뗄 수가 없었지만, 겉으로는 당당한 척하기로 했다. 공야비운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 세상은 넓다. 그리고 지옥에는 수많은 고수가 존재한다. 처음 정사대전에 참가할 때를 떠올리는 공야비운 이었다. * * * 아버지! 저 공야비운, 정사대전에 참가 하기위해 이 서찰을 남기고 떠납니다. 가문의 세를 펼치기 위해서는 이 길 뿐 인거 같습니다. 다시 이곳에 올 때는 세상이 놀랄 정도의 별호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공야비운은 달랑 이 편지를 남기고 이곳에 정사대전에 참가하러 간 것이다. 그때 나이, 20살을 넘긴 약관의 나이였다. 그리고 그는 공야에서 자신이 가장 강했기 때문에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 정사대전이 일어나는 곳은 호남성 근처의 초원이었다. 하지만 공야비운은 그곳에 가기도 전에 사파에서 세를 넓히고 있는 사마사도 중, 철혈세가의 소가주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고 이곳, 지옥에 끌려오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공야비운 자신이 운이 나빴고 방심했다고 탓했지만 이미 몸은 싸늘한 죽음이 되어서 식어 버린 후였다. 게다가 그가 생전에 행했던 일 덕분에 이 지옥에 와서 기고만장했던 것이다. 공야의 지역에서는 그가 제일이었으며 천하제일이었다. 그가 이렇게 오만방자한 것도 이해가 갔다. * * * “나 공야세가야! 공야세가!” “그래서...어쩌라고.” 제현은 기가 막혔다. 공야세가, 공야세가 하는 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야지. 공야세가가 어쨌다는 듯이 제현은 살기를 내뿜으며 공야비운을 노려봤다. 츠츠츳! “한번만 더 공야세가 타령하면 네 목을 따 버리겠다.” “아아아...” 녀석은 전의를 상실한 녀석처럼 허탈한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화경도 아닌 것 같았다. 고작 일류정도의 녀석! 살기도 재대로 넘기지 못하는 하류중의 하류였다. 삼류잡배도 주저앉지는 않으리라는 제현의 생각이었다. (삼류잡배, 지옥 기준으로 말함 하하!) “어째서 아버지가 그토록 당부했는지 알겠어...이제야...그런 무공을 지녔음에도 소심한 행동을....” 공야비운은 중얼거리듯이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했다. 화경이 넘도록 아버지가 소심한 행동을 하던 분, 모든 무림인 앞에서 오만하지 않고 조용히 계시던 분, 싸움이 붙어도 말로써 해결하시던 분! 모든 것이 이제야 이해가 갔다. 천외천이라고 했다. 하늘위의 하늘! 자신이 이정도 경지를 가지고 있다면 더 강한 자가 있다는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왜, 아버지가 정사대전 참가를 꺼려하시는지 알겠다. 아버지는 현실을 직시 한 것이다. “죽여 버릴까.” 제현은 허리춤에서 뽑혀 나온 은빛의 검신을 보며 더욱 세가 움켜쥐었다. 녀석의 작태를 보니 미처 버린 것 같았다. 멍하니 중얼거리는 공야비운의 뒤통수에 제현의 시선이 박혔다.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무방비한 상태에서는 고수라도 죽는다. 허나, 허약한(?) 녀석에게 손을 쓸 정도 생각이 없지 않은 제현은 검을 거두어 드렸다. “미처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공야비운의 청명한 음성에 제현은 시선을 돌려 무심히 쳐다봤다. 녀석은 허리를 굽히며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런 녀석에게 제현은 싱긋 ㅡ 웃음을 주었다. 그러자 녀석도 따라 웃었다. 용서해준 것이라고 오해한 것이다. 팍! 공야비운의 복부에서 큰소리가 울렸다. 비운은 허공으로 떠올랐다.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제현이 뒤따라 하늘로 치솟았다. 소수신장(素手神掌)이었다. 무공을 흡수한 후에도 연공을 개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에 파괴적이었다. 이미 대부분의 무공은 거의 극성에 달하는 초식으로 탈바꿈 되어 있었다. 소수신장은 발경의 묘리가 들어있어 아무리 고강한 내력으로 몸을 보호한다고 하더라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장법이었다. 소수마공을 익힌 자에게는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무공이었다. 팍ㅡ 퍽ㅡ 퍼억ㅡ 팍ㅡ 허공에서 제현의 몸이 번쩍 거렸다. 마령신법의 영향이었다. 제현의 장에 맞아 이리저리 튕기는 공야비운의 모습은 처절했다. 튕길 때 마다 입에서 한 웅큼씩 피를 토해냈다. 주위는 토한 피로 지저분해져 있었다. 하지만 제현의 적절한 호신강기로 인해 멀리까지 튀지는 않았다. 일정 범위에서 튀길 뿐 사악한 미소를 띠며 난타하는 제현의 모습은 무서웠다. 예전에 미쳐 버렸을 때의 미소랑 비슷했다. 하지만 약간 달랐다. 눈이 빛나는 것이 정신은 있어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향향의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려왔다. 장법에 내력이 싣지 않았음에도 수백번 타격되는 소수신장의 수법은 사선(死線)까지 도달하게 만들었다. 탕ㅡ “다음부터 상대를 봐가면서 까불어라. 다음에는 이정도로 끝나지 않을 테니. 감히 풍운지를....” 땅으로 내려선 제현은 밑을 내려다 보았다. 온몸이 부어올라 사람이라고 할수 없는 고깃덩어리! 공야비운은 움찔 거리며 몸을 떨어댔다. 그의 주위로는 토해내진 피가 떨어져 있었다. 제현의 손바닥은 붉게 달아 올라있었으니 얼마나 쳤는지 알 수 있었다. 타박상만 당했기 때문에 약간의 치료로 움직일 수는 있을 것이다. 당분간 말을 하지 못하겠지만 제현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ㅡ 웃음을 터뜨리며 풍운지를 봤다. 풍운지는 어깨를 으쓱하며 공야비운의 명문혈에 기운을 불어 넣어주며 몸의 부상을 덜어주었다. “용서해주셔서 고마워요. 제현님.” 향향이라는 여자는 고맙다는 듯이 환한 미소로 제현을 보며 인사를 했다. 동행인 공야비운과는 그렇게 친하지는 않은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설후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 그동안 녀석의 허풍에 질려 있었다는 듯이... 아무튼 녀석만 불쌍하게 됐다. “다음에는 저분이 그렇게 허풍을 치지는 않으실 거예요.” 향향의 말 때문이었을 까? 제현의 몸은 차츰 흥분을 가라앉히며 먹다만 호돈의 육질을 탐했다. 물론, 공야비운은 식은땀을 흘리며 부어오른 온몸을 보며 멍한 상태가 되어버렸지만 목숨을 건졌기 때문인지, 향향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아서 그런지 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내갠 다음이라는 없어. 하지만 이정도로 참지....거기 공야비운, 기절하지 않았다는 것 아니까 몸을 일으켜라. 다음부터 그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제현은 소수 신장을 극성으로 끌어 올리며 장을 쏘아 보냈다. 싁! 쾅ㅡ! 근처의 바닥에 작열했다. 차가운 냉풍이 불어오며 땅은 얼어버렸다. 마치 예전부터 얼어있었던 것처럼 냉기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바닥은 폭탄이라도 맞은 듯이 움푹 패이며 얼음의 잔해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공야비운 앞에 떨어졌다. 명백한 경고였다. 그 모습에 풍운지는 잘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호돈의 고기를 먹었다. 호돈의 고기는 이미 식어버렸다. 식어버린 호돈의 육질은 딱딱했기 때문에 인상을 찌푸린 제현은 오물거리던 것을 멈추고는 퇫ㅡ 거리며 바닥으로 버려버렸다. 입만 아플 뿐이었다. 그제야 몸을 일으킨 공야비운은 풍운지에게 다가가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고 다시 침묵을 유지했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서 안 아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새로 구운 호돈의 살을 떼 내며 풍운지가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자, 얼른 먹어야 낳을 게 아닌가. 나는 괜찮네, 이미 50년이나 지난 일이니. 괜히 심술 같은 것을 부린 것이지.” “고맙..윽” 풍운지는 인자하게 정파의 인품을 따라가듯이 그의 등을 토닥거리며 안심시켰고 공야비운의 몸을 다시 한 번, 내공을 일으켜 치료해주었다. 그런 모습에 감동했을 까? 공야비운은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목의 상처 때문이었던지 말이 제대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슬슬 비도 오려고 하는 데, 사람이 늘었으니, 적당히 뭉쳐서 자야겠습니다.” 설후는 걱정스러운 듯이 사람을 둘러봤고 곧, 향향과 같이 자리에 누웠다. 이미 친한 자매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잠까지 같이 자는 듯했다. 잘 보이지 않는 여자들 때문에 금방 친해진 탓도 있지만 여자에게 있어서 무심한 제현과 풍운지에게 약간 질린 탓이었다. “그럼 우리도 자야지. 여자 두 명은 알아서 자겠고. 하하, 이거 오늘 자지는 못하겠군. 자네는 저 공야비운을 자리에 눕히게, 나는 오늘 밤을 꼬박 세어야 할 테니 자네가 나의 자리에 자고.” “음...아니, 내가 밤을 세지. 내 탓도 있으니.” 제현과 풍운지는 서로 자리를 양보하려 하고 있었다. 잠을 자는 척하고 있던 설후는 빙그레 웃음을 지었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둘이 대화를 할 때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하하하” “하하하! 오늘 같이 그냥 밤 새자고. 이렇게 대화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 절벽 밖으로 나와서 둘만 대화를 한지도 꾀 됐어.” 제현과 풍운지는 나무위로 올라갔다. 남은 자리에 있던 풀을 이용해 다리가 삐죽 튀어나온 설후의 몸을 덮어 주고는 나무에 올라가 적광이 띠는 달을 보며 서로의 전생에 관해서 이야기 했다. 설후는 그런 둘의 대화에 시간 가는 지도 모르고 밤을 꼬박 샜다. 물론, 다음날 피곤한건 말로 할 수 없었지만, 제현과 풍운지는 마치 형제 같았고, 부자지간처럼 다정했기 때문에 설후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못했다. ================================================================ 어제 못쓴거 보충입니다. 다음주는 축제라 연참이 가능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 하지 마세요 ㅋㅋ 동행(同行) “짜증나는 자식은 옆으로 밀어 버리면 된다는 것이지.” 제현의 괴소가 심상치 않았다. 제현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령심법(魔靈心法)을 연공하고 있었다. 날이 가면 갈수록 마령심법과 만검의 초식, 기타 무공들을 익히기 손쉬워졌다. 제현은 잘 모르지만 강자와의 싸움은 내공증진과 실력의 향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그가 고뇌와 같은 생각을 할수록 그의 차가운 마기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제현이 마령심법의 연공을 마치고 눈을 떴다. 그의 눈에서는 차가운 빙룡이 똬리를 틀고 사람을 옥좌하고 있는 용의 모습이었다. 빙룡의 입은 차가운 냉기가 감도는 기운이 돌고 있었다. 주위에는 얼어붙어버린 사람들의 시체가 가득 한 것 처럼 보였다. 가느다란 얼굴, 가냘픈 몸매와는 다르게 심지가 굳은 듯이 굳어 버린 얼굴에는 무심함이 가득했다. 그런 그의 다리를 잡고 있는 자가 있었다. 그 모습에 짜증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한 제현은 강제로 손을 떼어 놓으려 하고 있었다. “형님! 형님으로 모시게 해주십시오!” 공야비운이었다. 어제 밤에 그렇게 얻어터지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인지 제현의 바지 자락을 움켜쥐고는 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형님으로 모시고 싶단다. 하지만 저런 멍청하고 권세에 힘을 입은 녀석은 필요 없었다. “저리 가라! 귀찮다.” “형님!” 둘의 모습에 깔깔 거리고 있는 설후와 향향의 모습도 보였고 재미있다는 표정의 풍운지도 나무근처에서 보였다. 이미 밤을 센 탓에 몸이 말이 아니었지만 심법으로 인해 정신을 바로잡았기에 망정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이 녀석의 행동에 칼을 썼을 것이 뻔했다. “형님! 그만 포기 하시죠!” 공야비운은 끈질겼다. 떠날 채비를 하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말하고 있었다. 그때, 설후가 다가오며 제현의 귓가에 무어라 속삭였다. 아침의 햇살이 설후의 등 뒤를 밝히니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仙女)같았다. 그녀의 미소로 보아서는 심성이 고운 선량한 아가씨와 같이 보였다. “그냥, 받아 주지 그래?” [미쳤냐! 저런 녀석을....어제만 생각하면 그냥 단칼에 목을 쳐 버리고 싶지만 이것도 참고 있다.] 설후는 조용히 귀에 속삭였지만 제현은 그것도 귀찮다는 듯이 전음으로 말을 전했다. 그러자 설후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제현의 귓가에 속삭였다. 공야비운은 그 말이 궁금하다는 듯이 귀를 기울였지만 제현이 내공으로 공기의 진동을 차단하기 위해 호신강기를 쳐 버렸기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일정 무위에 도달하지 않는 다면 받지 않겠다고 해. 적당하내, 뭐” “좋아.” 설후의 도움으로 잘 해결 될 것 같았다. 저 녀석의 작태로 보아 절대 수련할 놈이 아니었다. 단순히 운으로 상승하겠다는 생각이 가득한 놈이었다. “좋다. 네 생각을 반영해서 일정 수준, 무위에 오른다면 동생으로 받아들이지. 허나, 그 일정수준이라는 것은 나의 생각에 바탕 된 것이다. 알아서 수련해.” “고맙습니다. 이제야 저를 받아...에? 일정수준?” 공야비운은 제현의 제안에 그만 얼이 나간 사람처럼 놀라며 제현에게 따지듯이 물었지만 살기에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이렇게 해서 간단하게 해결을 하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어쩌다 보니 동행이 늘어 버렸지만 상관할 것이 아니었다. 행보를 가로막는 다면 옆으로 치우면 그만, 달려 들며 베어버리면 그만이었다. 마령심법을 수련할수록 심지가 굳어가는 것이 심상치 않았지만 일종의 수련에 의한 결과라고 생각한 제현이었다. 한참을 걸어가고 있었다. 똑같은 흙바닥, 똑같은 하늘 어떤 것 하나 바뀐 것이 없었다. 심지어 불어가는 방향도, 축축해진 바닥에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지만 바닥이 약간씩 꿈틀거리는 것이 이상했다. 처음 지옥에 왔을 때처럼 발목을 잡는 괴물이 나온다면 쉽게 처리 할 수 있겠지만 워낙 알려진 게 없는 지옥인지라 무엇이 나올지는 몰랐다. “칫, 재미없어지는 걸.” “뭐 어때, 평화스러워서 좋기 만하지.” “호호, 제현님은 지루하신가 봐요.” 제현의 말에 두 명의 여자는 각자 할 말을 하고 있었다. 언제 부터인가 제현과도 약간 친해진 향향은 웃으며 대화하는 수준에 달해있었다. 풍운지는 이제 떠날 채비를 슬슬 하는 것인지 하나라도 눈에 담기 위해 주위의 티끌이라고 보겠다는 기색으로 눈 사위를 열심히 놀리고 있었다. 또한, 공야비운은 무엇을 하는지 손을 이리 저리 허공에 휘젓고 있었다. 아마 검법을 수련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원찮아 보였다. 자세는 바로 됐다는 생각에 약간 고개를 끄덕이고는 있었지만 어설퍼 보였다. “형님! 지루하십니까. 제가 재미있게...컥?” “너는 닥치고 수련이나 해라. 형님 타령하지 말고.” 제현은 평범한 주먹에 평범하게 살짝 휘둘렀다. 행보를 지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치는 척 하며 내기를 주입해 상처부위를 다스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모습을 풍운지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슬슬 쉬다가요. 다리가 아프네요.” 향향이었다. 그녀는 내공과 수련도가 깊지 않아. 금방 지친다. 그녀도 정파의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파의 무공과는 달리 정순한 내공을 소유하고 있지만 빨리 성장 할 수 없다. 그녀는 중원의 소문파 문주의 딸로 어느 정도의 기본무공과 가전무공을 익히고 있었지만, 어떤 계기로 마공을 익히게 되어 사파인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공은 정파의 것이었고 무공은 사파의 것이니 이도저도 아닌 상태였다. 어쩌다 보니, 중원의 마도집단에 가입하게 되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곳 지옥에 오게 된 것이다. 순간의 판단이 이런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그녀의 경지는 대략 일류의 상태였다. 결코 낮지 않은 경지임에도 금방지치는 것을 봐서는 지옥의 환경 중원과는 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곳에 지내다 보면 느끼지 못하겠지만 중력과 공기가 약간 탁하지만 기운이 많은 것이 어색한 곳이었다. 처음 제현이 지옥에 와서 환각을 느낀 것도 지옥의 환경 때문이었다. “이 정도에서 쉬지...한참을 걸어왔으니.” “아....살겠다. 너무 걷기만 했더니 지루해. 빨리 달리면 안 되나...?” 바짝. “아...뭐야, 더운데. 떨어져.” 풍운지는 근처 그늘이 잘 드는 곳을 가리키며 향향이 쉴만한 자리를 만들어준 뒤 자신도 뒤따라 앉았다. 설후는 이제 지루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린 채 공으로 빨리 달리고 싶다고 보채고 있었다. 요즘 따라 은근히 제현에게 말을 거는 것도 늘어나며 간단한 스킨 쉽을 하는 것이 심상치 않았지만 제현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옆에 앉아 있는 것도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제현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은근히 제현에게 다가서고 있는 설후였다. 처음에는 말싸움으로 시작해, 점점 친해져간다는 레파토리가 그녀의 생각이었다. 이제는 옆에 붙어 앉아 이야기를 나눌 정도니, 다음 행보가 기다려지고 있었다. 향향은 그 모습에 약간 미소와 홍조를 띠면서 부러워하고 있었다. “이 바보가. 오늘따라 왜이래. 저리 떨어져.” “뭐? 바보? 보자보자 하니까. 이놈이!” “이 놈!?” 또 싸움이 시작됐다. 요즘 따라 조용히 지내고 있던 제현과 설후의 언성이 높아지며 들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풍운지는 알 수 없다는 듯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최대한 음성이 잘 안들 리는 곳으로 향향을 피난 시켰다. 보여 봐야 좋을 것이 없었다. 허나, 향향은 재미있다는 듯이 설후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여자의 직감이었을 까? 이것도 작전이라고 생각한 향향이었다. 설후는 같은 여자인 향향에게 비밀 같은 이야기를 했다. 제현과의 있었던 일이며 좋아 한다는 것을. 물론 향향은 미소를 지으며 비밀로 유지하겠다고 하며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요즘 보기 드문 신용 있는 여자였다. 하지만 입이 싼 것도 여자였던가? 향향은 한손으로 입을 가리며 호호 거리며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대협, 저거 사랑싸움이에요. 사랑싸움. 물론 제현님은 모르겠지만.” “사....랑싸움?” 풍운지는 생소한 용어에 어색한 침묵을 날렸지만 곧 무슨 뜻인지 알았다는 듯이 손 벽을 치며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제현과 설후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말로는 싸우고 있었지만 설후의 표정은 사랑한다는 표정이었고 제현은 모른 다는 식으로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악의 있게 말하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간단한 용어뿐이었다. 바보, 멍청이, 무공치, 남자 같은 여자야! 등, 여러 가지 말이 있었지만 이것이 대부분이었다. 몇 십 분이 지나서였을 까?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며 둘의 싸움을 중재했다. 그 바람이 둘의 머리를 쓰다듬고 지나가며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 탓이다. “하ㅡ 좋다. 지루한 것이 싹 사라지는 느낌이군. 이 바람도 내 친구들에게 전해질까?” “누구누구?” 제현의 애잔에 찬 표정을 본 것일까? 약간의 질투 때문일까? 설후가 진짜 궁금하다는 듯이 말했다. 바람이 불어 올 때면 1계의 친구들이 생각나는 제현이었다. 비가 올 때도, 여러 가지 생각을 떠 올릴 때 마다 몸속의 내공이 용솟음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사색에 잠기는 것을 즐겨했다. “훗, 너는 모르겠지. 1계의 친구들이야. 모두 잘 살고 있겠지.” “여자야 남자야?” “후후후.” 제현은 설후의 말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다물어 버렸고 설후역시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알 수 없는 미소 속에서 여자의 향기가 느껴졌던 것이다. “이제 슬슬 가지. 친구 생각 그만하고. 이제 빠르게 이동하면서 조금씩 쉬지. 너무 지체했어, 이정도 행보라면 늦게 도착 할 걸세.” “알았어.” 모두 경공에는 자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 중에 가장 먼저 쏘아진 것은 의외로 향향이었다. 그녀의 발놀림은 사슴처럼 가벼웠다. 총 다섯 명의 경공으로 조용하던 들판은 삽시간에 침묵을 깨고 붉은 흙먼지가 날리며 하늘로 치솟았다. 제현과 풍운지의 신법은 일정한 거리를 두며 안전한 착지와 기척이 잘 느껴지지 않는 신법을 이용했고 설후는 보기와는 다르게 몸놀림이 많은 체력소비가 큰 신법이었다. 공야비운은 무엇이 불만인지 투덜거리면서도 열심히 제현의 뒤를 쫒고 있었다. 향향은 쪼그마한 내기로 가장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신투의 신법이라도 익힌 것인지 천외천의 경공이었다. 그렇게 사일 동안 조금만 쉬면서 달려 온 끝에 아크리치가 산다는 거대한 성이 보였다. 마교와는 다른 스케일의 성이었다. 주위에는 로브의 인물들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간간히 제현이 가장 싫어하는 붉은 피풍의를 착용한 무인도 보였다. 그들은 힐끔 거리며 제현 일행을 보며 경계하고 있었다. “서열 패를 보여 주십시오.” 마교의 성과 비슷하게 문지기가 신분증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것이 관례인지 먼저 와서 기다리던 사람들도 신분 패를 꺼내 보이며 한사람씩 입장하고 있었다. 드디어 제현 일행의 차례가 된 것인지 예의 같은 말을 내뱉고 있었다. “서열 패를 보여 주십시오. 성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패가 있어야 합니다. 노비나, 노예, 동행인의 명확한 신분이 제시 된다면 패가 없는 분도 입장됩니다만, 약간의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만약 분란을 일으킬 시에는 목숨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제현은 문지기의 말에 미간이 꿈틀 거렸지만 인내를 했다. 이곳에 와서까지 분란을 일으킬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분 나쁜 것은 나쁜 것이었다. =========================================================== 1계에서의 대전인, 얼라인먼트의 전쟁이후, 지옥에 온 여러 기관의 사람들이 잘 안보일 겁니다. 제현을 더불어 악행을 자행해온 그들이 왜, 지옥에 없을 까요? 시간차의 지옥으로 여러게로 나우어져 있어서 만나는 것이 아니랍니다. 풍운지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풍운지가 총 산횟수는 대략 150년 하지만 공야비운이 지옥에 온 것은 풍운지가 죽고 50년후, 그러니까 랜덤으로 시간차 지옥으로 가는 것입니다. 약간 억지가 보이지만 이해해주시기를 ㅎㅎ 분노(憤怒) 탁! 제현과 풍운지, 설후가 먼저 건 냈다. 설후의 것은 대충 훑어보고는 그대로 넘겨주었고 제현의 패와 풍운지의 패를 보고 놀랍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행보를 막아 죄송합니다. 통과하셔도 됩니다.” 문지기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아마 풍운지의 순위 때문이리라. 대부분의 순위 안에 드는 자들은 성안에 들어가지 않는다. 물론, 필요한 물건이 있거나, 생사투, 혹은 마교의 천마나 고위급 순위 자들에게 볼일이 있을 때, 혹은 혈교의 도시에 볼일이 있는 자만이 들어오는 것이다. 문지기는 침통한 얼굴로 허리를 굽신거리며 제현일행이 빨리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뒤쪽에 줄을 서 있던 자들도 연예인을 보는 것처럼 이리저리 제현과 풍운지를 쳐다보기에 바빠 있었다. “그런데 너희들은 패가 없는 건가?” “그게....” 제현의 물음 때문이었을 까? 향향이 얼굴을 붉히며 우물쭈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순위 패 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처음부터 도시에 들어가지 못하고 말썽만 일으켰던 것이다. 제현은 머리가 어지러워짐을 느꼈고 가까운 곳으로 찾아가 도시에 입장 할 수 있는 패를 만들어주겠다고 생각했다. “풍운지, 왜 이런 곳에 오자고 한 것이지?” “자네 아직도 모르고 있었나? 자네의 몸에 금제가 걸려 있다는 것을.” 그제야 생각났다는 제현의 모습에 풍운지는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심장은 엄연히 중단전이었다. 그것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제현의 성장에 큰 장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걸었다면 푸는 방법도 있겠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이곳을 택한 것이네. 2계의 인물들은 술법에 뛰어나다고 들었기 때문이지. 특히 이곳의 지배자인 아크리치는 알고 있지 않겠는가?” “아....아크리치면 마왕과 계약을 맺은 최강의 마법사...쉽사리 만나 줄지 모르겠는데?” “하하, 걱정 말게, 그자는 강한자의 육체를 필요로 한다고 하더군. 데스나이트인가?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였지? 아마, 나의 육신이야 이제 2달 정도 남았으니, 일찍 준다고 해도 상관없네.” 제현은 살짝 걱정이 됐다. 데스나이트는 영혼이 타락하는 것이었다. 육체 따위가 아니었다. 그것을 잘 아는 제현은 풍운지에게 사실대로 말했지만 풍운지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적당히 쉴 곳을 찾고 아크리치를 만나러 가보지.” “아....그딴 금제 안 풀어도 된다니까. 어째서 그런 위험한 일을 한다고 하는 거야.” 모두 말은 안했지만 제현의 말에 풍운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곳에 오는 동안 풍운지에게 정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친절하고 언제나 웃음을 지우지 않는 풍운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려운 일이 있다면 풍운지가 다 해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맞아요. 대협, 제현님은 괜찮다고 하시는데...그렇게 까지...” “큰형님!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향향과 공야비운이 거들고 있었다. 하지만 요지부동 풍운지는 이미 결심을 한 것 같았다. 게다가 이미 조금씩 제현에게 자신의 절기를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에 떠날 채비는 거의 완벽해져 가고 있었다. 마지막 선물인 제현의 몸에 깃들어있는 영혼의 낙인을 지워 줄 심산 인 것 같았다. “아아, 걱정하지 말래도. 저기서 여독을 풀지. 오랫동안 씻지 않아 먼지가 싸였군.” 풍운지는 가까운 곳에 여관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 도시의 이름은 데스카운터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당당한 혈교의 이름으로 된 도시였지만 수백 년 전, 혈마가 싸움으로 패배를 하는 바람에 2계의 인물들이 주축을 이루는 도시가 된 것이다. 게다가 이곳의 도시는 마교와는 다르게 엄청난 크기였다. 어떻게 보면 소국의 국가와 맞먹을 정도의 성이었다. 마교 역시 만만치 않게 컸지만 제현이 다 가본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잘 알지는 못했다. 풍운지 역시 마교는 무척 싫어했다. 끼이익ㅡ 기름칠을 하지 않은 것인지 여관의 문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리고 있었다. 여관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대부분 2계의 인물인지 이상한 로브나 좀처럼 보기 힘들던 이국적인 모습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우리의 등장을 알았을까? 많은 사람들이 시선을 집중했지만 복장을 보고는 여행자라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 버렸다. 여행자와 마찰이 있는 것은 여간 곤욕스러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행자의 대부분은 강한 자에 속했기 때문이다. “어서오세요. 헤헤, 어디로 모실까요?” 15세 정도로 보이는 꼬마였다. 아마 지옥의 인물 간에 낳은 자식이리라. 엄연히 지옥에서도 자손을 번식 할 수 있다. 점점 지옥도 하나의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꼬마는 주황색이 약간 도는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고 얼굴에는 장난끼 가득한 주근깨가 많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본다면 영락없는 계집의 모습이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꼬마였기 때문에 설후와 향향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을 것이다. 지옥에서 태어난 자들은 지옥을 벗어 날수 없다. 게다가 마족처럼 강한 육체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이곳으로 건너온 토착인보다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근래에 일어난 일이었다. 지옥의 사기를 그대로 받아들인 육체는 강철과 같았고, 몸속의 기운은 엄청났다. 허나, 몸을 놀리는 기술을 익히지 않아. 순위권에 들지 못할 뿐이다. “꼬마야. 우리는 이제 막, 이곳에 도착했거든? 우리에게 맞는 옷 정도와 목욕을 좀 했으면 하구나?” 제현은 이미 25세 정도의 나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아이는 그저 꼬마 일 뿐이다. 예전 같았으면 친구정도로 생각하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제현의 얼굴에 살짝 얼굴을 붉힌 꼬마는 제현이 쥐어준 강철조각에 눈을 크게 뜨더니 빠르게 어디론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제현의 수중에는 많은 강철이 있었다. 그 정도 양이라면 웬만한 것은 다 해결되는 것이다. 몇 분을 기다렸을 까? 꼬마의 부모로 보이는 자가 나와서 제현 일행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몇 가지의 옷이 들려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의 여관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 주문하신 옷가지는 여기 있습니다. 저기 옆으로 꺾인 곳으로 들어가시면 욕탕이 있을 겁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주인장의 말처럼 꺾인 곳을 들어가자 두 개의 문이 나왔다. 하나는 여자의 형상을 한 문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남자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남탕 여탕 구분이 되어 있었다. 그 문의 문양에 설후는 약간 입맛을 다셨고. 공야비운도 아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우리 먼저 들어가지.” “네...” 풍운지의 말에 힘없이 말한 공야비운은 끝까지 여탕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린 제현은 머리통을 때려줬다. 딱!! “그냥 들어가라. 뭐가 모자라서 여탕을 쳐다보고 그래." “하하, 형님, 남자의 소망은 당연히 여탕 아니겠습니까?” “아주 내가 여탕으로 보내 줄까? 거세시키고?” 공야비운의 말에 제현은 주먹을 꽉 쥐고는 거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녀석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다시는 안하겠다는 불쌍한 눈빛을 하고는 남탕으로 들어 가버렸다. 상당히 골치 아픈 녀석이었다. 어디 봐서 정파의 인물인지 의심이 가는 녀석이었다. “후아ㅡ 좋다!” 제현은 오랜만의 목욕 때문인지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육체에 스며드는 화기가 기분을 좋게 했던 것이다. 풍운지와 공야비운도 좋다는 듯 한 얼굴을 하고는 목까지 물속으로 담갔다. 탕은 각각 자신의 것이 있었다. 대략 수십 개의 통이 있었고 그곳에 물이 있었다. 위생적으로 상당히 잘 만들어진 탕이었다. 깔깔! 아...거긴! 설후님! 너무해요! 멀리서 여자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미 그런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제현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꿀꺽ㅡ “역시...여탕은 지상 낙원이었다는?” 펑!!! 그 말을 들은 제현이 소수신장을 날렸다. 약간의 기운을 이용해 물방울을 날렸기 때문에 그렇게 타격은 받지 않았겠지만 상당히 아프리라. 녀석의 몸이 붕 뜨며 고통을 토해냈다. “하하, 그냥 내버려 두게. 참 재미있는 동생일세...” “헤헤, 역시 큰 형님 뿐입니다.” 풍운지는 미소를 지으며 공야비운의 편을 들었다. 그러자 녀석은 아픈 등짝을 쓰다듬으며 풍운지에게 미소를 던졌다. 참으로 죽이 잘 맞는 녀석들이었다. “그런데, 정말 아크리치에게 그런 제의를 할 생각인가?” “당연하지. 내일 당장 찾아갈 생각이네.” “흠....솔직히 풀어준다면야 고맙지만 이 생활에 만족하고 있네. 중단전이 없어도 강해 질수는 있네.” 풍운지는 살짝 웃고 있었지만 약간 굳어 있었다. 아마 제현의 말이 걸렸던 탓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결심한 상태였기 때문에 물러 설 생각은 없었다. “자네, 중단전을 너무 모르는 군.” “중단전? 기운을 쌓는 또 다른 곳이 아닌가?” “그게 아니지.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중단전은 상단전으로 통하는 길목 일세. 게다가 몸의 중심으로 반드시 필요한 부위이고. 중단전의 내력을 일할로 친다면 그 일할의 내력이 하단전의 십 할을 낼 수 있는 위력이 있다네. 물론, 상단전은 엄청나지.” 풍운지의 말을 들을수록 제현의 눈은 급속도로 커지며 약간 끌렸지만 풍운지가 걱정된 탓에 머리를 흔들었다. “에이...형님들 그런 복잡한 이야기는 하지 말고 빨리 씻고 밥이나 먹읍시다.” “하하, 동생이 많이 배가 고팠군. 그러지.” 그렇게 공야비운의 말에 흐름이 깨졌지만 대충 넘어갔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셨다. 풍운지의 성격을 봐서는 반드시 할 것 같았다.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할 때, 풍운지가 내력을 이용해 물을 튕구며 제현에게 뿌렸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하는 가. 지금은 쉴 때네. 생각은 하지 말게.” 첨벙! “이런! 만검! 살!” 제현은 만검의 초식을 이용해 물을 가르며 풍운지에게 날렸다. 그러자 풍운지는 풍운신검을 이용해 맞수를 하며 제현의 검초를 막아 버렸다. 물초라 해야 하나? 아무튼 둘의 등살에 밀린 공야비운은 있는 내력을 쏟아 부으며 물을 날려 버렸다. 쾅!! “하하! 형님들 제가 있겼습니다.” 공야비운은 있는 내력을 다 쏟아 부었기 때문에 상당히 지친 표정이었다. 허나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욕탕이 부서 진 것! “저 바보가! 내력을 조절해야 할 것 아니야! 전쟁하러 왔어?” 끼리릭! “몸을 숨기고 빨리 나가자.” 세 명의 남자는 지금 들어오는 자에게 죄를 뒤집어쓰게 하기 위해서 은신을 하고 조용히 밖으로 이동했다. 물론, 욕탕은 부서졌지만, 다행히 탕으로 들어온 남자는 세 명의 남자를 보지 못했다. 분노(憤怒) 다음날 풍운지와 제현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크리치를 찾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물건이라고 해봐야, 새롭게 차려입은 옷과 병장기였다. 물론, 혹들인 설후와 향향, 공야비운도 있었지만 애써 무시하는 제현이었다. “따라 오지 마라니까.” “왜, 풍운지 대협도 허락한 일이야.” “끙....” 제현은 설후에게 경고하듯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역시 맞수를 놓으며 제현의 입을 막으며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눈까지 부릅뜬 것이 상당히 도전적이었다. 설후는 설마 놓아두고 가지 않겠지, 하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곧, 제현의 신음 같은 소리에 승리의 미소를 지은 설후는 앞장까지 서가며 걸어 나가고 있었다. 향향은 뒤에서 알다가도 모를 미소를 지었고 공야비운은 무엇이 신기한지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었다. “흠...상당히 멀군?” 풍운지는 약간 신음을 토해내며 먼 거리에 불만을 토해냈다. 풍운지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만큼 초조함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에 제현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풍운지는 상당한 거리가 마음에 걸렸던지 신법을 발휘하며 앞으로 쏜살같이 쏘아져 나갔다. “쳇! 마령신법!” 제현은 설후와 향향을 스쳐지나가듯이 빠르게 풍운지의 뒤를 따랐다. 설후도 뒤질세라 신법을 발휘하며 빠르게 쏘아졌다. 엄청난 속도였다. 주위에 있던 2계의 인물들은 놀랍다는 듯이 제현 일행이 지나간 자리를 보고 있었다. “시간이 없다. 빨리 금제를 풀지 않는 다면.....” 츠츠츳! 풍운지의 신형이 쭉쭉 뻗어나가는 와중에도 생각을 하고 있었다. 풍운지는 지금 내공을 물려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부가 제자에게 내공을 전해주는 방법이 있는데, 지금 그것을 생각하고 있다. 허나, 문제는 제현의 막혀있는 중단전 때문에 그것도 어려운 상태다. “아악! 미친놈아! 이거 못 놔?”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누군가 외치는 소리였다. 애써 무시하려했지만 신법을 발휘해가면서 들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개판이 따로 없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성내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이런 풍모는 상당히 많이 벌어졌다. 짧게 뱉은 말이었지만 저 여자의 음성엔 여러 감정이 실려 있었다. 풍운지의 신형도 곧 멈추어 서버렸다. 그 위로 제현이 조금씩 속도를 줄였고 설후와 향향, 공야비운도 조금씩 속도를 줄였다. 상당히 빠르게 온 탓인지 고른 숨이 거칠어져 있었다. 휘리링ㅡ 날카로운 칼바람이 일어났다. 누군가 죽은 것이다. 지옥에서는 흔히 볼 수있는 모습! 붉은 피가 바닥을 촉촉이 적시고 있었다. 꺄아아악! 쌍욕을 하고 있던 여자에게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검에 부상을 당한 것이다. 그 여자의 손에서는 가느다란 검이 바닥에 떨어지며 시신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무간지옥으로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자식들은 또 뭐야! 죽고 싶어?” 여자를 죽인 자였다. 내공으로만 봐서는 엄청났지만 검을 쥔 자세나 움직임이 둔해보였다. 몸집만 큰 바보나 다름없었다. 길을 막고 있는 자였다. 아크리치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가는 방해자라고 판단했다. “너희들도 이곳으로 지나가고 싶냐? 공짜로는 안 돼지! 하도 많이 찾아와서 나 같은 문지기가 필요 한 거다. 쯧. 쓰레기 들이 누굴 찾아와.” “네놈만 쓰러트리면 저곳으로 갈수 있다는 말이군.” “으하하하! 네가?” 검은 갑옷 같은 것을 착용한 남자가 광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풍운지의 말에 황당해진 탓인것 같았다. 허나, 풍운지는 왼쪽에 걸쳐있던 풍검을 뽑아 들며 차갑게 표정을 굳혔다. “시간이 없다. 빨리 덤벼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남자는 진지하게 검을 고쳐 쥐고 있었다. 풍운지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먼저 지나가라는 뜻이었다. 제현은 풍운지의 뜻을 알았기 때문에 느릿한 걸음으로 갑옷의 사내를 스치듯이 지나갔다. 뒤쪽의 세 녀석도 상황이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갔는지 금세 이해하고 따라오고 있었다. “어딜!” 슈악!! 팅! “무식하군.” 제현에게 검을 휘두르던 남자의 검이 돌연 막혀 버리며 튕겨나갔다. 풍운지의 검초였다. 아니, 검초라고 부르기도 민망했다. 간단히 쳐낸 기본 검식이었다. 풍운지는 일격필살로 끝낼 생각인지, 좀처럼 보이지 않던 몸놀림으로 빠르게 보법을 밟으며 검영을 뿜어댔다. 챙!! 풍검에서 불똥이 튀고 있었다. 풍운지는 제자리에 우뚝 선채 검을 밀어내듯이 흘려보내고는 사내의 가슴에 검을 그어버렸다. 갑옷이 막고 있었지만 간단하게 검강으로 그어버리고는 착도를 해버렸다. 그리고 몇 초 후 사내는 죽은 듯이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다. “문지기는 말이 많지 않은 법이다. 그리고 무식하게 검을 휘두르지 말도록.” 풍운지가 천천히 제현의 곁으로 걸어왔다. 채 1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한 녀석을 골로 보내버린 것이다. 녀석의 수준을 봐서 알 것 같았다. 순, 내공만 많은 떨거지들이라고 판단했다. 성안에 성이라고 했던가? 아크리치가 사는 곳은 성안의 성이었다. 검은 흑색과 붉은 빛이 감도는 것이 핏빛의 성이라고 불어도 될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성 주위를 철통같이 지키는 괴수들이 눈이 들어왔다. 특유한 기운을 내뿜으며 다가오는 자를 경계하고 있었고 그 문의 주위에는 예의 검은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 “당신들은 누구시오! 여기는 아크리치 벨즈비트님의 성이오! 돌아가시오!” 거대한 성벽위에서 누군가 호기롭게 외치고 있었다. 지금의 내력으로는 도저히 도약으로 뛰어 오를 수 없을 정도의 높이였다. 호기롭게 외친 자는 벨즈비트의 성의 수문장인 금석이라는 혈교의 인물이었다. 아크리치에게 복속된 혈교였기 때문에 강한 무인들이 문지기 신세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체계적으로 자리를 갖춘 혈교였다. 그는 혈교 내에서도 일신하고 있는 그는 쉰 살이 넘는 나이의 무인이었다. 그는 3계의 인물을 대할때에는 너그러우나 2계의 인물이라면 치를 떠는 자였다. 이유는 혈교가 2계의 인물에게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이 내심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그의 부하 대부분이 2계의 인물이었다. 이유는 반란을 하지 말라는 뜻! 성안에는 아크리치만의 수백의 대군이 있었다. “이 곳에 볼일이 있어서 왔으니 성문을 열어라!” 풍운지는 음성에 내력을 담았다. 정갈한 내력의 사자후가 성벽위의 수문장들에게 전달되어 고막을 뒤흔들었다. 색다른 내공 응용에 제현은 눈을 빛냈지만 나중에 물어 보기로 했다. 컥ㅡ 성벽 위에서는 사자후의 영향으로 움찔하며 몸을 떨고 있었다. 성벽위의 수문장은 유심히 제현 일행을 관찰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무림인들이었다. 제일 앞장선 자인 풍운지의 풍모를 보니 상당한 고수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순간 성벽위의 남송군은 호승심이 일어났다. “흐음.....” 남송군은 제현 일행을 찬찬히 살피다. 제현과 풍운지에게 시선을 닿았다. 멀리서 봐도 몸속에 깃든 내력이 상당히 많아 보였다. 특히 풍운지의 일갈이 터져 나간 내력은 확실히 질이 달랐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도가 그랬다. “무슨 볼일이오?” 풍운지의 기도에 마음이 동한 것인지 아니면 아크리치를 만나기 위한 이유가 듣고 싶은 것인지 질문을 해왔다. 그에 풍운지는 살짝 얼굴을 굳혔다. “왜 묻는 것인가?” "이유를 알아야 들일 것이 아니오!“ 약간 경계를 한 풍운지가 검을 살짝 뽑다가 다시 넣어 두었다. 그리고 약간의 설명을 하자 성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아마 통과 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그자 혼자서 당당히 걸어 나오며 갑옷을 내팽개치듯이 벗어 버리고는 피풍의를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외쳤다. “나! 남송군, 그대와 검을 섞어 보고 싶소!” 아크리치와 만나기도 전에 힘을 다 뺄 성싶었다. 순간 제현은 미간이 꿈틀 거리며 피풍의에 집중하고 있었다. 상당히 거슬리는 옷이었다. 그때, 제현이 앞으로 나섰다. 피풍의를 보면 약간 과민반응을 하는 제현이었다. “풍운지...넌 쉬고 있어라...저 녀석은 내가....” “알겠다. 방심은...?” “금물...” 제현의 말에 살짝 끄덕인 풍운지가 옆으로 살짝 빠졌다. 그 모습에 남송군이라는 자의 미간이 꿈틀 거렸지만 제현의 갑작스런 공격에 검을 크게 올리고는 놀라워했다. 빠른 대처였다. 분노(憤怒) “지랄하지마라! 네놈의 상대는 나다!” 제현과 남송군의 주위에는 아무도 있지 않았다. 모양새는 제법 비무장이 형성되었다. 지금 제현이 가지고 있는 내력만 놓고 본다면 대략 적으로 2갑자 정도에 육박하고 있었다. 이유는 익히 알겠지만 설후의 내공이 제현의 단전 속으로 스며들었다는 것! 제현은 언제든지 깨달음만 얻는 다면 현경을 바라 볼 정도의 실력이 된 것이다. “크큭, 쓰레기 같은 하수 따위가 나, 남송군에게 비무를 신청하다니! 어디 한번 네놈의 실력을 볼까?” 남송군은 약간 비웃음과 함께 제자리에 멈추어 섰다. 쓰앗! 그 위를 제현이 날렵한 고양이처럼 덮쳐들어갔다. 그의 마령검이 허공을 수직으로 베어 내려가자 남송군은 자신의 애도로 막고 있었다. 남송군은 도법을 사용하는 자였다. 이어 제현의 손이 바삐 움직이며 장법을 날려 버렸다. 팍! 일시지간 제현의 소수신장을 도로 갈라버린 남송군은 등을 보인 제현에게 발을 뻗었다. 그에 당한 제현은 허둥지둥 앞으로 튕겨나갔다. 거목처럼 우뚝 선, 혈교의 수문장 남송군과는 달리 제현은 쓰러질듯 말듯 균형이 흐트러졌다. “와아아아! 역시 수문장님이시다!” “역시...애송이었군.” 성벽 위에서는 이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혈교의 무인들은 비웃음을 띠고는 제현을 보고 있었고 2계의 인물들은 놀랍다는 듯이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크으...” 조제현은 마령검을 땅에 박으며 가까스로 균형을 바로잡았다. 그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이 화가 단단히 난 것 같았다. 치욕이었다. 처음 지옥에 왔을 때 만큼 치욕이었다. 시뻘건 용암이 두 눈에서 흘러나올 것만 같이 출혈되었다. 숨소리도 상당히 거칠어졌다. “이런 개자식!” 순간 성벽위의 혈교 무인이며 2계의 인물들이 흠칫 거렸다. 심지어 풍운지마저 흠칫 거렸다. 제현의 음성이 심장을 도려내는 것만 같은 음성과 살기 때문이었다. 성벽위에서 들리던 함성소리도 사라졌다. 고함소리의 여운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제현이 곧장 앞으로 쏘아졌다. 궁신탄영이었다. 쑤앙! 화살처럼 무서운 속도였으며 흡사 먹잇감에게 날아드는 독수리처럼 날렵했다. 궁신탄영에다 마령보법의 마령신법이라는 만오문의 신법이다. “처음 보는 신법! 허나, 펼치는 것이 형편 없다!” 남송군은 혼잣말로 뇌까리며 신형을 뽑아 올렸다. 펏! 순간 제현이 앞으로 날리던 몸을 급히 세웠다. 이 상태로 공격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악다문채 제현 역시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남송군의 뒤를 따를 생각이었다. 그러나 허공에서는 위를 먼저 점하는 자가 유리하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제현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휘이잉! 눈앞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제현은 머리의 시선과 몸을 위로 젖히며 마령검의 날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중력의 법칙 때문이었던지 큰 무게감을 느끼고 지상으로 추락해야만 했다. 다행히 땅에 떨어져 넘어지는 일은 없었다. 허나, 다리에서 저려오는 고통에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 “크읏!” 제현은 방금 전처럼 허둥지둥 신형을 뒤로 뺐다. 바로 앞에 남송군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태 라면 목이 날아갔을 것이 뻔했다. 허나, 수문장 남송군은 더 이상 공격을 잇지 않고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역시 대장님이시다!” 다시 성벽위의 사람들이 시끄러워 지고 있었다. 남송군과 제현의 대결은 신속했다. 너무나 신속했기에 신형을 쫒기에도 바빴다. 그러나 그 과정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결과는 알수있었다. 제현이 몰리고 있다는 것! “칫!” 백호영은 속으로 쌍욕을 하며 마령심법을 일으켰다. 게다가 소수마공까지! 몸속 깊은 곳으로부터 치밀어 오르는 한기와 양손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기운! 그 차가운 기운이 전신 곳곳에 퍼져나가며 마음이 착 가라앉았다. “감히 나를 장난감 취급하다니!” 모욕감이 마음속 저 밑바닥에서 분노를 이끌어냈다. 남송군의 얼굴위로는 지옥에서 처음 만났던 그 개자식의 얼굴이 오버랩 되었다. 같은 피풍의, 비록 머리 칼의 색깔이 달랐지만, 짜증나는 얼굴이었다. “이 개자식! 산산조각 내주겠다! 감히 나에게 치욕을!” 제현의 신형이 마구 흔들렸다.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아파서가 아니 었다! 분노! 분노! 분노 때문이었다. 녀석이 진짜로 지옥에 처음 와서 만난 그 피풍의만 같았다. 제현은 몸의 중심을 하반신 쪽으로 옮겼다. 흡사 호랑이가 먹잇감을 노릴 때 뒷다리에 힘을 주는 동작과 비슷했다. 제현은 오른손에 검기를 덮씌웠고 왼손에는 소수마공의 기운을 씌웠다. 언제든지 출수할 준비를 마쳤다. “만검의 살!” “호오! 너의 무공인가? 허나, 나에게 검을 뽑은 이상 고통을 자초한 것이다!” 남송군의 장난기 가득한 기백이 바뀌었다. 그의 애도에서는 은은히 흐르는 도기는 심오한 내력이 느껴졌다. 어느 순간 남송군의 얼굴에 비치던 미소가 사라졌다. 팟! 남송군의 잠깐의 빈틈! 그것을 놓치지 않은 제현의 두발이 땅을 박찼다. 마령검을 앞장세운 소수마공으로 제현의 신형을 쉴 새 없이 움직여갔다.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넷으로, 넷에서 여덟으로 늘어나며 남송군의 눈을 교란시켰다. 극 최상의 신법이었다. 여덟의 제현이 쇄도해들었다. 이것이 진정한 만오의 살이었다. 그러나 남송군은 침착하게 제현의 검을 막으며 오직 한명의 제현만을 쳐다 보고 있었다. 이윽고 제현의 신형이 남송군의 코앞까지 당도했다. 이제 복부를 찌르기만 하면된다. 그러면 파의 초식으로 연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제현은 천천히 검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꺼으?” 순간 자신의 복부를 스치고 지나가는 예리한 기운이 느껴졌다. 남송군의 도였다. 제현은 흠칫 하며 신형을 뒤로 빼냈다. “휘익~ 제법이군! 하지만 그것으로 살았다고는 생각하지마라! 고작 1천위 주제에!” 제현이 오산 한 것이 있었다. 녀석은 수문장이었지만 상당히 상위 클레스의 서열 인이었다.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느껴졌다. “크크크” 남송군이 흉소를 흘리며 제현을 직시했다. 제현의 분노를 차갑게 식으며 심연의 분노를 토해냈다. 마치 1계에 있을 때처럼 강자가 된 것 같았다. 몸속의 내공이 유수와 같았다. 백회혈을 자극 시키는 작은 기운들이 제현을 흥분시키고 있었다. 하단전의 내공들이 중단전으로 가기 위해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허나, 조금씩 올라간 기운들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믿 바닥이 뚫린 독처럼 어디론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곳은 상단전! 머리였다. 순간 제현의 백회혈이 뚫리는 것처럼 시원해짐을 느꼈다. 몸의 상처는 이미 아물기 시작했다! 목석처럼 우뚝 서있던 제현의 신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멍하니 서있었다. 남송군 역시 무슨 현상이냐는 식으로 멍하니 제현을 보고 있었다. 마치 마법처럼 투명한 막이 제현을 막고 서 있었다. 남송군은 도강까지 끌어 올렸다. 허나 그 막은 갈리지 않았다. “크어어어....” 제현은 머리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몸부림 치다 검을 놓쳤다. 허나 아무도 그곳에 다가가지 못했다. 엄청난 한기였다. 제현이 서 있는 바닥은 그야말로 북극과 남극이 되어 버렸다. 순간 투명한 막도 얼음으로 변해 버리며 막혀버렸다. * * * “엄마! 응? 엄마~ 이 세상에 초능력자가 있어?” “그래 있단다...우리 착한 아들! 조금만 더 가면 집이니까 참으 렴! 엄마가 맛있는 것 해줄게!” 제현은 환상을 보고 있었다. 6살 무렵의 환상을 그리고 곧 깨졌다. 다시, 중 3정도 때의 환상을 보게 되었다. 집으로 가던 중 그 망할 불사교에게 당하는 환상을! ‘젠장! 이딴 환상 따위 이제는 두렵지 않다!’ 끼이익! 차가 갑자기 정차를 하기 시작했다. 제현은 환상의 제현에게 흡수되듯이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옥은 어디 있나? 보옥!” “무슨 말이오! 보옥이라니!” 흑의 인이 부모님을 핍박하고 있다. 제현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차였다. 그리고 조용히 문을 열고 내렸다. “안 돼, 저 아이는! 제현아 어서 도망! 컥?” 순식간에 당해버렸다. 손쓸 시간도 없었다. 내공이 없는 것처럼 천만근과 같이 몸이 무거웠다. 순간 추위가 찾아 오는 것 처럼 한기에 몸을 떨었다. 아니, 한기가 아니었다. 녀석들의 살기였다. 분노가 치솟았다. 죽이고 싶었다. 제현의 소중한 것을 가져가는 악의 무리를! 힘만 있다면, 지금 이 순간 힘만 있다면 저 녀석들을 없애고 싶었다! “크으윽! 또 다시 이런 일이!” 제현은 부모님의 싸늘한 주검 앞에서 눈물을 토해냈다. 순간 좁은 공간으로 변하며 부모님의 주검과 자신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제현, 자신의 몸까지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허나, 피만은 좁은 공간을 조금씩 채우고 있었다. “개자식들! 무엇이든 앞에 있다면 죽여 버릴 테다!” 앙칼지게 피를 입으로 가져가며 배를 체웠다. 이미 3일 동안 이런 곳에 잠겨 있었다. 무지 추웠다. 몸속의 혈도들은 모두 막혀 버린 것인지 믿 빠진 독에 물체우기 식으로 모두 빠져 나가고 있었다. 크르르.. 순간 좁은 공간에서 이상한 소리가 울렸다. 동물의 것으로 느껴졌다. 허나 커다란 눈이 하늘에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적색이었다. 심장을 얼려 버릴 듯한 느낌! 허나 느낄 수 있었다. 그 녀석은 제현을 장난감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왠지 힘이 솟았다! “크르르! 잘있군! 장난감....컥!?” 갑자기 힘이 솟아난 제현은 힘껏 부모의 갈비뼈를 뜯으며 검처럼 던졌다. 그리고 녀석의 동공에 맞자 그 뼈들이 제현의 의지처럼 손으로 돌아왔다. 다시 던졌다. 녀석은 움직일 줄 몰랐다. “감히 인간 따위가!” 다시 검이 제현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며 녀석의 눈을 난도질 하며 뇌까지 파고들어갔다. 그리고 녀석의 눈에서 떨어지는 피를 받아 마셨다. “뜨겁다! 추위를 달래줄...” 괴수의 피를 일주일이나 마셨을 까? 순간 몸속의 차가운 것이 사라지며 제현은 다시 정신을 잃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 * * “개자식!” 이상한 막이 거쳤다. 그 속에서 제현이 욕을 하며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온 몸이 불덩이 처럼 뜨거웠기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상하게 기운이 달라졌다. 차갑기만 하던 내력은 온데간데없고 차갑기도 하며, 뜨겁기도 한 기운이 느껴졌다. 허나! 마기임을 누가 봐도 잘 알 수 있었다. 허나 예전과 같지는 않았다. 눈동자에게 적광과 청광이 비치며 현기를 토해냈다. 상단전이 열린 것이다! 중단전을 넘어가며, 그러나 불완전한 상단전이 얼린 것! 제현은 지금 현경의 경지라고 일컬어지는 것을 맛보고 있었다. 중단전을 얻고 나서야 오를 수 있다는 현경이었다. 사파 쪽에서는 혈신이라고 부르는 경지였다 “개자식! 죽어라!” 그 말을 하고 제현이 움직였다. 쾌속이었다. 예전과는 비교되지 않는 속도였다. 내공의 움직임은 부드러움을 뛰어넘어 패도가 되었고 이제는 다시 부드러움으로 변했다. 백회혈을 지나는 대주천의 길로 제현의 내공이 유통되고 있었다. 스팟! 꽈악! “피풍의 네놈!” 제현은 왼손을 녀석의 심장 쪽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소수신장을 일으키며 조용히 녀석을 비웃었다. 이제야 복수를 한 것이다! 분노(憤怒) “아니지, 아니야!” 제현은 소수신장을 흩어 버리고는 멀리 떨어져 있는 마령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을 뻗는 다면 올 것만 같았다. 그러자 검이 바닥에서 뽑히며 서서히 제현의 손으로 이동하고 있다. “격공섭물!” “아니야, 이기어검이다! 혈신! 혈신이다!” 셩벽 위에서 놀라움과 두려움의 눈빛으로 제현을 보고 있었다. 풍운지는 제현의 경지가 단숨에 현경으로 올라가자 패닉상태에 빠져 들었다. 현경이 아무나 오를 수 있던 경지인가? 화경만 해도 평생가도 오르지 못하는 자들이 수두룩하다. 풍운지 자신 역시 현경에 오른 지 한참이나 지났건만 다음 경지에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현경은 매력적인 경지이자, 마의 경지였다. 스르륵! 제현은 미소를 지으며 남송군의 멱살을 놓아 버렸다. 그리고 오른 손에 검을 쥐고는 왼손으로 다시 덤비라는 표시를 했다. 그러자 남송군은 얼굴을 붉히면서 부르르 떨었다. 제현의 눈동자에는 미끈거리는 흑색의 흑광이 어렸다. 마령심법이 극에 달한 것이다. 비록 완전하지 못한 현경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현경은 현경이었다. 앞을 가로막는 적은 물론이거니와 재수 없는 놈들은 사형이다. 피에 굶주린 마룡의 눈동자가 뒤룩뒤룩 소리를 냈다. 무심의 흑광을 발하는 마룡의 눈동자에 남송군은 가슴이 근거리 표적처럼 크게 확대되어 맺혔다. 그리고 제현의 마령검이 웅웅 거리며 공명을 토해냈다. 빨리 적의 심장을 찔러 버리고 싶다는 소리였다. 쑤앙! 순간 천지를 가를 듯한 소음이 토해졌다. 성벽위의 문지기들은 눈을 감아 버렸다. 그리고 귀를 틀어막으며 내력까지 운용했다. 사자후는 아니었다. 허나 엄청난 굉음에 아랫 쪽에서 물이 찔끔 세어 나옴을 느꼈다. 그리고 안심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남송군은 눈을 부릅 뜨고 죽어 버렸다. 갑자기 그의 심장 부근에서 뜨거운 열이 발생했다. 그동안 쌓아놓은 마기가 급속도로 빠져 나가는 현상이었다. 이런 경우는 딱 두 가지가 있다. 주화입마에 걸렸거나, 전혀 예기치 못한 상태로 즉사했을 때! 한 문지가가 급히 신법을 발하며 바닥으로 착지해 남송군의 목 언저리에 손을 댔다. 맥이 뛰지 않았다. “어, 어떻게?!” “하하하! 나의 앞길을 막는 자는 저 놈처럼 되게 해주겠다. 문을 열어라.” 제현은 자신의 손으로 이루어낸 쾌거를 보고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이거어검이다! 이기어검! 그것이 어떤 경지인가! 제현 자신조차 갈지도 못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경지! 풍운지 처럼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경지였던 것이다. 허나, 순간 이루었다. 어떻게 이루었는지는 자신조차 모른다. 이미 풍운지는 얼어붙어 버렸다. 설후는 물론, 향향, 공야비운 까지 입을 벌리며 제현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었다. “제현!” 멀리서 설후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현을 향해 떨리는 걸음으로 걸어오고 이었다. 순간 제현은 싸늘한 눈초리로 그녀를 노려봤지만 설후라는 것을 알고 살기를 거두어 들였다. 설후역시 제현의 살기에 약간 주춤했지만 살기를 거두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허나, 성벽위의 문지기들은 각자 병기의 날을 세우고 있었다. 자신의 대장이 죽은 것이다. 무적이라고 생각했던 대장이! “모두 죽을 각오하거라! 이젠 서열이든 뭐든 상관없다.” 문지기들은 제현에 대한 두려움보다 분노가 앞섰다. 자신들이 보는 앞에서 남송군이 죽었다.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 스스로에 대해서 분노마저 겹쳤다. 대장이 어떻게 죽는 지도 모르게 눈을 감아 버리다니, 치욕 스러웠다. “크크, 염병할 녀석들, 죽고 싶은 놈들은 어서 나서라! 나, 조제현이 가만 두지 않겠다.” 제현의 색다른 기운에 광오함 까지 비쳤다. 아니, 오만해졌다고 해야 하나? 그럴 자격은 충분했다. 내력은 거 진 두 배로 띠며 4갑자에 달하고 있었다. 두 개의 구슬이 머릿속에서 회오리치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상단전에 있는 하나의 구슬은 2갑자에 달하는 양이다. 게다가 중단전의 고리 두 개의 양과 맞먹는 양이었다. 중단전의 고리를 마법사의 서클과는 다르다. 고리 하나마다 1갑자에 달하는 양! 하지만 제현은 중단전을 지나처 바로 상단전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된 것인지 모른다. 다만, 영혼의 낙인의 영향인 것만 확실하다. “다 덤벼라, 이 개자식들아! 크하하하!” 다만, 제현이 본 환상에서의 커다란 눈동자는 마룡이었다는 것! 그것은 자신의 계약자 제이의 안배였다. 제현이 영혼의 낙인에 당한 것을 알고 행한 것이다. 제현의 마령검에서 한기가 맺히며 검강을 토해냈다. 얼마나 오만한 빛인가? 연한 푸른색의 냉기를 두른 검강!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검환의 실선과는 차원이 다르다. 유형의 검기가 맺혀 있는 것을 불러 검강이라 칭하고 있듯이 제현의 검에는 10센티미터 정도의 검강이 솟아 나 있었다. “그만둬 어떻게 저렇게 많은....” 순간 설후는 제현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족히 100명은 되어 보일 듯한 내력의 고수들이 버티는 곳을 향해 소리치는 모습이 마치 불속으로 뛰어 드는 불나방처럼 보였다. “아....” 그러나 곧 생각이 바뀌었다. 제현의 뒷모습이 점점 다르게 보였다. 넘실대는 자신감과 푸른 빛의 마기가 그를 수호하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게다가 마기의 영향인지 지각의 돌 같은 것이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엄청난 내공이다. 풍운지의 내력마저 뛰어 넘어 서는 듯했다. 마치 제현의 뒷모습은 산으로 보였다. 순간 멈추어져 있던 제현의 신형이 바닷물을 퍼 올리는 회오리 처럼 거센 기류를 일으키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풍운지와 설후, 향향, 공야비운은 자신들도 모르게 제현의 뒤를 따랐다. 눈앞에 아무리 거대한 암벽이 가로막고 있다 해도 웃음을 잃지 않고 달려 갈 것 같은 제현의 모습에 그만 자신들도 따라 가는 것이다. “오지 않겠다면 내가 가겠다.” “으으으!” 제현의 기세에 눌려 버린 녀석들은 뒷걸음질 치며 혈교의 본 단으로 뛰어 들어 가버렸다. 다신들의 임무를 망각 할 정도의 살기를 떠올리며 신법을 극성으로 발하며 도망가는 것이다. 그 모습에 제현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마령검을 검집에 착검했다. “제현 어떻게 그런 경지에?” 풍운지는 의문이 들어 제현에게 물었지만 들려오는 것은 이상한 미소 분이었다. 게다가 전보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예전 같았으면 치기어린 어린아이마냥 말했겠지만 이제는 입이 무거워 졌다. 눈빛도 중원의 무인처럼 사납고 절제되어 있다. 모습도 약간 변한 것 같았다. 여자의 티를 벗듯이 강인한 모습의 소년 같았다.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면 긴 머리와 약간 유약 해 보이는 몸집! 허나 몸속에서 뿜어지는 기운에 모든 것이 커버 되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절로 뿜어지는 마기에 주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일반인들은 절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날 부로 제현의 별호는 물론 순위마저 변했다. 마룡 조제현! 순위 400위 거력패도 남송군 패! 이건 놀라운 일이었다. 남송군이라고 한다면 혈교 내에서도 엄청난 자였다. 비록 수문장이라고는 하나, 거력패도라는 별호만 본다면 모두 벌벌 떨었다. 심지어 300위권과 200위권에 있는 자들까지도! 그러나 1000위라는 보잘 것 없는 순위를 가진 자에게 패했다.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조제현이라는 그자의 경지는 혈천의 경지를 넘어 혈신의 경지를 가지고 있다. 혈천이라고 한다면 화경의 경지와 같았고 혈신이라고 한다면 현경이다! 새로운 신진 고수였다. 그에 혈교는 진동했다. 순위 변동의 시기가 온 것이다. 이긴 자는 그자의 직위를 가질 수 있다. 심지어 교주의 직책까지! =============================================================== 뜸금 없을 지도....하지만 제현이 강해져야하죠.... 대충 생각으로는 제현이 너무 당하는거 같아서 좀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허나, 진짜 현경은 아니죠. 아직 화경이라고 봐도 될 겁니다. 내력만 상승했다고 보면 되요. 이기어검을 쓸려면 너무 많은 내력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화경 = 혈천 현경 = 혈신 생사경 = 마신 으로 설정했습니다. 물론, 경지입니다. 진짜 마신이 아니에요. 연참했습니다. 분노(憤怒) 물기가 가득한 동굴 안! 수백의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같은 검은 흑포를 입고 있었다. “지존 감축 드립니다.” 이백 명의 흑포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오직 한 사내를 향해 부복했다. 흑포인들의 극진적인 예를 받는 사내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 주변은 전장을 방불케 했다. 움푹 움푹 꺼진 지면과 갈라진 동굴의 벽면이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것 만 같았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마치 용암 속에라도 있는 듯이 주위는 뜨거운 열기가 가득 체워져 있어 있기만 해도 살갗이 타 들어갈 지경이었다. 허나, 아무도 그 영향을 받지 않는 듯이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표정이 있는 자는 붉디 붉은 적포를 입고 있으며, 날카로운 눈매와 적발을 소유하고 있는 자였다. 또한, 등 뒤에는 혈(血)이라는 글자가 당당히 적혀 있었다. 번쩍! 그런데 가부좌를 틀고 앉은 사내가 눈을 뜨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동굴안의 공기는 조금씩 식어 가고 있었다. 적광이었다. 머리와 옷을 뒤이어 눈까지 붉었다. 그리고 감히 그를 향해 지존이라고 말하고 있다.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그는 혈교의 교주, 혈마였다. “지존, 본교로 입교하셔서 척살령을 발표하시겠습니까?” 눈동자에는 어떤 표정도 없었다. 있다면 오직 교주에 대한 충성심만이 있는 듯했다. 또한, 상당한 강자인 것 같았다. 그런 자가 그를 향해 신형을 최대한 숙이며 예를 지키고 있었다. 뒤쪽의 이백 명의 흑포인들은 무척이나 흥분되어 있었다. 감정이 없는 그들도 흥분은 했다. 눈앞의 사내가! 자신들이 모시는 주군이 혈신을 뛰어 넘어 마신의 경지를 이룩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눈이 잘못 되지 않았냐는 듯이 눈을 비비고 또 비비며 확인을 여러 번 했다. 이제 그 2계의 잡종을 몰아 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들은 전율했다. 이제 혈교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다는 것에 몸서리를 치며 주군의 명을 기다렸다. “지존! 다시 한 번 감축 드립니다.” “닥쳐라!” 지존이라고 불린 자의 입이 드디어 열렸다. 입에서 나온 말은 천하고 험했지만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박력과 기도, 심후한 내력! 위압감! 이 모든 것이 그의 위상이 되었다. 그가 틀고 앉은 가부를 한 모습은 마치 혈룡(血龍)이 똬리를 틀고 앉은 모습이었다. 금방이라도 노도와 같은 벼락을 토해내며 하늘로 승천 할 것 만 같았다. 지존에게 말을 건, 1호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웃고 있었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웃는 다는 듯이 어색하기 짝이 없는 웃음이었다. 아크리치 벨즈비트에게 지고 나서 바로 패관에 들어간 지존이시다! 그동안은 억겹의 시간이 흐른 다는 듯이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 지존이 움직이신다! “근영혈마단(近影血魔團)!” “충(忠)! 하명하십시오!” 혈마의 입이 열렸다. 근영혈마단! 그 얼마나 단순한 이름인가? 허나 그 단체가 하는 일은 단순하지 않다. 교주를 호위하는 일!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교주를 지키며 교주의 명에 따른다. 그리고 교주의 명에 죽는 그들이다. 그들이 일제히 몸을 숙이며 혈마의 명을 기다렸다. 살기가 물씬 풍긴다. 이제 지옥의 상징은 마교가 아닌 이 혈교다! 모든 혈교인들의 생각이었다. 지존이 무공을 완성하고 이 지옥속의 지옥 같은 천혈동(天血洞)에서 나가는 것이다. “지금부터 혈교는 다시 우리가 접수한다!” “존명(尊命)! 신명을 다 바쳐 보좌하겠습니다.” 순간 1호는 전율했다. 이제 때가 온 것이다. 몇 십 년 전의 치욕을 값을 때가 되었다. 그 잡기를 익힌 아크리치 벨즈비트를 내 쫒을 때다! 1호는 눈물을 삼켰다. 이제 본교의 광명만이 비칠 뿐이었다. “크하하하!” 혈마교주가 불현듯 양천대소(洋天大笑)를 터뜨렸다. 모두 생각했다. 감축 드리고 또 감축 드릴 일이다. 자신들의 무공 성취가 된 듯이 든든했다. 이것은 본교의 축복이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마신의 강림이다. 혈마교주는 천천히 신형을 일으켰다. 그러자 주위의 이백 명, 근영혈마단은 혈마교주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였다. 그림자와 같았다. 그리고 어리 론가 스며들듯이 은신했다. 허나 이십여 보 근처라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웠다. 완벽한 동화! “크크크, 본교는 내일 입성한다!” 이제 더 이상 서두를 것이 없다는 듯이 스산한 웃음을 띠며 살기를 피워 올릴 뿐이었다. 이미 경천지동할 힘을 얻은 이상 본교를 차지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지옥 한 자락, 혈교와의 거리가 먼 곳의 천혈동은 조금씩 저물어 가고 있었다. 그 시각 제현은 걸음에 맞춰 도망간 문지기들의 뒤를 밟으며 아크리치가 있는 곳으로 추정 되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뿌우우우! 커다란 뿔피리 소리가 나고 있었다. 그러자 수십의 혈교인들이 튀어 나오며 검을 뽑아 들며 제현 일행을 경계 하고 있었다. 마치 전장에라도 나가는 듯이 긴장된 모습이었다. 오랜 만에 울린 뿔피리! 과거 아크리치가 쳐들어 왔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단신으로 쳐들어와 수많은 혈교인들을 몰살시켰던 인물, 지금 역시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때 혈마는 리치의 목숨을 취하고도 돌연 죽어버렸다. 다시 재생 한 리치에게 당해 버린 것이다. “네놈들은 누구냐!” 도망친 문지기들에게 들어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시 묻고 싶었다. “나 말인가? 하하하! 도망친 녀석들에게나 물어 보도록!” “감히!” 제현에게 말하는 자들은 사귀사단 중 4단에 속하는 자들이었다. 외각 중의 외각에 위치한 혈교를 수호하는 자들의 문지기였다. 그들 중 대장이었다. 총대장! 남송군과 비슷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서열이 비슷하리라! 허나 그것뿐이다. 더 이상 무서워서, 약해서 몸을 사릴 필요가 없었다. 제현은 가슴을 폈다. 제현이 입고 있는 검은 빛이 도는 묵 빛의 서양식 의복이 펄럭였다. 물론, 모처럼 입어보는 망토에 미소를 지은 제현은 거칠게 옆에 걸려 있던 검을 뽑아냈다. “길을 열 테냐....죽음을 택할 테냐!” “흐음...” 제현의 말에 풍운지는 약간의 신음을 토해내며 검을 뽑아 올렸다. 공야비운 역시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애검을 뽑아 올렸다. 향향은 뒤쪽에 물러나 있었으며 설후는 잘 사용하지 않던 조(爪)를 꺼내며 손가락에 끼웠다. 게다가 진한 보라색이 비치는 것을 보아 극독이 발린 듯했다. “길을....열어라.” 그의 음성이 떨리고 있었다. 치욕이라는 듯이 검을 떨어뜨렸다. 이것은 두 번째의 치욕이었다. 첫 번째의 치욕은 아크리치! 감히 범접 할 수 없었던 힘이 느껴졌던 두 번째 성의 주인! 그리나 다시 그런 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두 명씩이나. 그러나 아크리치 벨즈비트 보다는 약해 보였다. “한 가지 알아둬라. 혈마님이 돌아오시는 날! 네놈들의 오만한 웃음도 사라질 것이다. 천유양월! 천세만세지유본교! 천존교주, 독보염혈 군림천하! 무림 독보 천상천하 지상지하 광명본교! 이 치욕은 나의 목숨으로 갚으리....” 슈악! 녀석은 제현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목을 스스로 베고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대단한 충성심이었다. 길을 막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자신이 대표로 목숨을 버리는 것!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게다가 가의 우렁찬 함성이 씨가 되었을 까? 모든 사람들이 혈교를 찬양하는 말을 내뱉고는 눈물을 떨어뜨렸다. 두 번째 침입도 막지 못한 것이다. “옆으로 꺼져라.” 제현은 바닥에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녀석을 보며 조소를 흘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길을 막는 녀석들에게 살기를 내비치며 싸늘하게 말했다. 그러자 파도가 갈라지듯이 녀석들이 길을 터 주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살기가 느껴졌지만 어떤 공격도 없었다. 녀석들에게 있어서 오직 분노뿐이었다. 그것은 제현에 대한 분노와 약한 자신에 대한 분노! 그리고 아크리치 벨즈비트에 대한 분노였다. “가까워지고 있다.” “흠...자네, 너무 과격해 졌군...그게 자네의 깨달음인가?” “크하하하! 내 깨달음?” 제현은 풍운지의 말에 괴소를 흘리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제현이 깨달은 것은 가로막는 자는 부셔버린다는 무서운 깨달음이었다. 처음부터 깨달았다는 듯이 1계에서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허나 심마에 잡혀 살행을 저지르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끼요오오오! 제현의 머리위를 지나는 괴조 한 마리가 눈에 띠였다. 비둘기처럼 양손에 잡힐듯한 괴조였다. 그것은 한 두 마리가 아닌, 혈교의 곳곳으로 퍼지고 있었다. 발에서는 작은 쪽지가 걸려 있었다. 그 괴조 한 마리가 제현이 지나쳐온 사귀사단의 4단의 단원중 하나에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단원은 조용히 발목에 걸려있는 조잡한 천 쪼가리를 때어 내며 글을 읽었다. 혈마 지존 본교 입성, 때가 되었다. 동지여. 단 한 줄이었다. 허나, 그들은 하나 같이 전율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2계의 인물들을 떼어 놓으며 각자 무기를 가다듬고 있었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그 간악한 2계의 녀석들을 처단 할 때가! 혈교의 동지가 살 곳을 차지한 녀석들! 감히 혈룡좌를 차지한 아크리치 벨즈비트를 처단 할 때가! 내일 이면 이루어질 것이다! 게다가 덤으로 앞서 지나간 녀석들도! “동지여! 혈교도들이여! 때가 되었다. 2계의 녀석들을! 처단하자!” 슈악! “본교광명!” 모든 혈교인들은 자신들의 동료였다. 2계의 인간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칼 한번 힘 한번 써보지 못한 2계의 인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나갔다. 이 현상은 본교 내로 들어갈수록 짖어졌다. 오직 아크리치가 모르는 선에서만! 지존이 마신의 경지에 달했다. 이것만으로도 천군만마를 얻은 것만 같았다. 그들은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이 치욕스런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마교 족속들도 처단 할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크게 몸서리 쳤다. 전율하고 있는 것이다. 분노(憤怒) “혈교가 소란스러워 지고 있다. 이제는 돌발행동은 안 돼, 제현!” “그러지.” 제현은 풍운지의 말에 약간 짜증나기 시작했다. 허나, 그의 말을 들어서 손해 보는 것은 없었기 때문에 그 말에 따르기로 했다. 이미 한차례 혈교 녀석들이 하는 일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리 저리 뛰어 다니며 눈물을 흘리거나 미친 놈 처럼 괴성을 질러 대는 녀석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심지어 사람까지 죽이며 좋아하는 녀석들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저기도 2계 녀석들이 있다!! 죽여라!” 한 녀석이 우리 쪽을 가리키며 소리친다. 그리고 수백 명의 눈동자가 이리로 몰리면서 무작정 이곳으로 뛰어 들고 있었다. 마치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은 모습이었다. 제현은 앞으로 나서며 발검을 사용했다. 검에서 뽑힌 검기상인의 수법으로 수십 명이 허공으로 나뒹굴었다. 1합이었다. 검을 뽑았을 뿐! 허나 죽은 사람을 두 자리 숫자에 달한다. 이 얼마나 엄청난 수법인가? 그들은 그것에 개의치 않고 한명이라도 더 죽이겠다는 듯이 제현의 뒤로 이동해 나머지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풍운지의 검기에 나뒹굴 뿐! 혈마교도들은 일제히 검을 제현에게 겨누었다. 스스스슷 제현의 주위에도 풍운지와 설후가 바짝 다가서며 무기를 챙기고 있었다. 이건 뭐가 잘못됐다. 허나 자신은 있었다. 제현은 살기를 피워 올렸다. 진득한 살기가 혈풍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꿀꺽 긴장감이 팽팽한 자리인지라 혈교의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주춤 거리는 소리, 그 녀석을 향해 제현이 소수신장을 날리며 수백 명이 되는 녀석들 사이로 뛰어 들었다. 풍운지 역시 뒤를 따랐으며 향향은 이곳으로 오는 자들은 하나둘씩 죽였다. 머릿수로만 따져도 세배 이상에 달하는 녀석들이 주춤 거리고 있다! 고작 두 명의 사내에게 한명의 사내에게서는 마기가 풍겼으며 한명의 사내에게서는 자연의 향기가 풍기고 있다. 하지만 살기는 어떤가? 두 명다 엄청났다. 마치 누군가에게 원수라도 진 것 처럼 빠르고 경쾌한 검을 놀리고 있었다. “지금....나의 앞을 가로 막는 것인가? 크하하하!” 제현은 고개를 젖힌 채 양천광소를 터뜨렸다. 그들이 불나방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단 일수에 죽어나가는 수만 해도 십여 명! 횡 베기 한방이었다. 하체와 상체가 양단되며 피분수가 뿌려지며 제현의 얼굴을 적신다. 끈적끈적했다. 하지만 왠지 기분만은 좋았다. “만검 - 살(殺)” 제현의 검무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빠르게 휘둘러졌고 다음으로는 부드럽게 하지만 다시 강맹하고 저돌적인 검인 살이 펼쳐졌다. 수백의 검영이 난무했다. 처음에는 고작 두 개의 검영 뿐이었지만 수련이 깊어질수록 수백 수천의 검영이 생긴다. 하지만 오직 실초는 단 두초! 혈교인 들은 막을 레야 막을 수가 없었다. 수백의 검영을 막기에는 손이 부족했으며 수련이 부족했다. 살의 검무에 검기가 추가 되자 수백의 검영에는 힘이 생겼다. 실 초가 되어 버린 것이다. 수백의 시체가 바닥에 쓰러져 있다. 두사람이 행한 일이다. 풍운지와 제현은 약간 지친 기색을 냈다. 이곳에 오면서도 많은 내공을 소진했다. 허나, 이곳에서도 많은 상대와 싸우기 위해 전력을 다해 싸운 것이다. 끼요오오오오! 푸드득! “아니...전서구?” 괴조였다. 풍운지에게 날아든 한 마리의 괴조! 그 발에 달린 작은 두루마리에 글이 적혀 있었다. 지옥에서는 언어가 자연스럽게 펼쳐지기 떄문에 상관없는데 글은 아니었다. 틈틈이 풍운지에게 배우고 있지만 한자는 너무 난해한 글자였다. 부들부들ㅡ 풍운지가 떨고 있다. 무언가 큰 일이 있다는 것이다. 얼굴이 씰룩 거리는 것을 봐서는 심상치 않다는 징조다. 마치 풍운지의 표정은 마교의 천마를 만났을 때와 비슷하다. 그만큼 엄청난 일이란 소리다. “왜...왜 그러는 거지?” “혈마...혈마가 마신의 경지에 달했다. 생사경의 경지에 접어들었다는 소리다. 천년내공! 독보지존! 혈마 혼자서도 우리 정도는 손 하나 깜짝 하지 못하고 죽는 다는 소리네.” “그런.....” 제현은 무언 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어 버렸다. 마신! 얼마나 지고한 경지인가? 이제 막 혈신의 경지에 접어든 제현으로써는 아득한 경지였다. 하지만 가슴의 낙인만 지운다면 승산이 있는 싸움이다. 모든 전력을 살릴려면 오행의 기운을 얻어야 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으로는 마기의 빙(氷), 마기의 화(火) 단 두 가지. 세 가지 만 더 얻는 다면 블랭크 디스토션도 바라 볼수 있는 경지다. 이미 모든 마법의 구도는 다 알고 있는 상태! 낙인만 없다면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 할 수 있다. “어서 움직인다. 빨리 아크리치를 만나야해!” “큭, 내공이...” 제현은 신법을 발휘하려고 했지만 이미 바닥을 기는 내공. 약간 휴식이 필요했다. 풍운지 역시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현님, 여기 닦으세요. 풍운지님도...” 어디서 구해 온 건지 향향이 흰색 천을 건넨다. 새하얀 천위에 붉은 물이 든다. 사람들의 거친 피다. 허나, 손수건 같은 천에서 나는 냄새는 향긋했다. “고맙소.” “고마워.” 풍운지와 제현은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각자의 심법을 사용했다. 이미 많은 내력이 소모 된 상태에서 조금의 내력을 모으는 것으로 전력은 다시 상승하기 때문이다. “공야비운, 비겁하게....” 제현의 귓가에 설후의 외침이 들린다. 아마 공야비운을 탓하리라....그는 옆에서 방관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혈교 내로 들어오면서부터 이상한 낌새가 보인다. 일행과 떨어져 가질 않나. 혈마가 온다는 소리에 이상한 구호를 내뱉지 않나. 미친놈이 다름없다. “후후후....여러분이 어떻게 알리오? 나의 마음을...” 공야비운은 다시 한 번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고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에 이상한 낌새를 느낀 설후는 기척을 최대한 죽이고 공야비운의 뒤를 밟았다. 공야비운은 꿈에도 설후가 뒤를 밟는 것을 모를 것이다. 작은 동굴 같은 곳에서 내력을 하루 동안 꼬박 회복해야 할 것이다. 향향은 두 명의 미남자들이 눈을 감고 내기를 모으는 모습에 입을 벌리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제현의 주위에서는 차가운 냉기가 흘러 넘쳤고 풍운지의 주위에는 시원한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꼬르륵ㅡ “어머, 부끄럽게...배가 고프다....” 향향이 외친다. 배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에 듣는 사람도 없건만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감싸며 얼굴을 붉히는 꼴이란, 허나 그녀의 모습은 천상의 선녀와 비슷한지 동굴안의 작은 동물들이 하나 둘씩 모인다. 들 고양이, 허나 귀여운 새끼가 있는 지라 약간 경계를 하고 있었다. 꺄아옹! “특이한 소리를 내는 구나. 지옥의 고양이는...이리 온...” 향향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양이에게 손을 뻗었다. 순간 들 고양이의 어미가 눈을 빛내며 손을 뻗었다. 그때, 누군가 검을 뽑는 소리를 내며 그대로 베어 버렸다. “향 소저, 큰일 날 뻔 했소이다. 그 녀석은 보통 고양이가 아니오! 광묘(狂猫)로 사람을 먹는 고양이오. 설마 이런 곳에 저런 녀석이 있을 줄은...게다가 저렇게 많은 마물이라니!” “그나저나, 설후는 어디 갔지?” 풍운지는 동굴안의 깊은 곳을 바라보며 안력을 높이고 있었고 제현은 향향에게 설후의 행방을 물었다. 그러고 보니, 공야비운도 보이지 않는 다. “공야비운....의 뒤를 밟고 있어요. 요즘 들어 행동이 이상해진 것에 의문을 품으시고...” “아...그놈! 요즘 낌새가 이상했지...가는 곳 마다 혈교 녀석들이 많이 보인다 했더니 녀석, 역시 혈교 녀석?” “흐음.....나의 불찰이네.” 사실 풍운지가 그동안 공야비운과 향향을 감시하고 있었다. 갑자기 도망가다 만난 사이, 허나 대행천마단은 그날부로 보이지도 않았다. 천마가 심어 놓은 첩자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 풍운지가 도 맞아 감시했던 것이다. 츠츠츠츠! “허억, 도망...도...수백의 고수들이..” 설후였다. 몸에 붉은 피를 칠갑하고는 숨을 헐떡이고 있다. 몸의 곳곳에는 검상이 심했다. 누군가에게 당했다. “누가! 누가 이렇게 했냐!” “공...공야비...운.” 제현은 화가 났다. 분노였다. 설후의 말에 제현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었다. 반나절이었다. 눈을 감고 있던 반나절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자신에 대한 분노와 혈교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다. 이미 밖에서는 수백의 무인들의 함성과 병장기가 뽑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할 수 없네....좁은 틈을 이용해 싸우는 수밖에...아니면 저기로 들어가지...끝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크......젠장!” 쾅!!! 제현이 장법을 날리며 벽을 쳐 버렸다. 흔들리는 벽! 무너지는 돌덩이. 허나 제현의 장법 때문인지 금방 얼어 버렸다. 분노! 분노! 요즘 들어 제현은 분노를 자주 느낀다. 감히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녀석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분노만 치솟았다. 허나, 그 살기는 일행에게는 향하지 않았다. 오직 배신을 한 것 같이 떠난 공야비운에게만 보내 질뿐. 녀석은 처음부터 의심스러웠다. "안으로 들어간다...할 수 없어. 이미 내력의 반도 채우지 못한 상황. 지금 싸운다면 필패다!“ 제현은 결심했다는 듯이 걸음을 옮겼다. 이미 마물은 제현의 차가운 살기에 얼어붙으며 길을 열어 주고 있었다. 광묘는 물론, 수백의 마물들은 이를 벌리며 경계했지만 이미 소용없는 짓이었다. 흡혈마공(吸血魔功), 풍운지 돌아가다. “거기 서라!” 수십 명이 좁은 입구를 비집고 들어온다. 허나, 수많은 마물들의 먹잇감이 될 뿐이었다. 제현일 행이 잘 모르고 있었지만 마물의 수준 역시 뛰어났다. 웬만한 도검에는 상처를 입지 않는 피부를 지녔다. 풍운지의 검에서 출수된 것은 검기! 감히 검기에는 버틸 재간이 없는 것인지 뒤쪽에서도 많은 무인들이 들이 닥치고 있었다. 쑤쑤앙! 다발의 암기들이 제현의 귓불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상처로 인해 약간 인상을 찌푸렸지만 계속 안으로 들어갈 뿐이었다. “계속 안으로 들어간다. 이 동굴의 끝은 분명히 있을 거다.” 제현은 숨을 몰아쉬기 바쁜 설후를 등에 업고 뜀박질을 계속 하고 있었다. 간단히 혈도를 집어 상처에서는 출혈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죽을 지경이었다. 간간히 등을 통해 내공을 불어 넣어 주고 있었기 때문에 생명을 부지 하고 있었다. 하악... 등 뒤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거친 숨소리, 언제라도 숨이 끊어질지 모르는 상태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설후가 죽어 버린다. 이제 친근한 자는 죽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생각이 제현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벌써, 1계에서 여러 번 경험 하지 않았던가? 자신 때문에 나약한 자신 때문에 오만한 생각 때문에 모든 것이 제현 자신 탓으로 느껴졌다. “풍운지...설후를 엎어라...나는 녀석을 막아서겠다. 그동안 더 깊숙이 들어가라.” “차라리 내가 남겠다.” “아니, 혼자서는 언제든지 몸을 뺄 수 있어.” 제현은 결심했다. 녀석들의 움직임을 늦추기 위해, 약간 희생하기로, 죽을 지도 모른다. 허나 빠져 나올 자신이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력이 다시 바닥을 갈 것이 뻔 하기 때문에 싸우기로 결심한 것이다. “좋아...꼭 끝에서 만나는 것이네.” 풍운지도 제현의 의지를 느꼈던 탓일까? 순순히 설후를 등에 업었다. 설후는 온 몸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괜히 거기다 마기를 주입하면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이 때 만큼은 제현의 속성을 탓했다. 하필이면 마기를 지니고 태어난 집안 이라니! “자, 가라!” 스롸라라라! 제현의 온 몸에서는 마기가 요동치고 있었다. 흡사 마왕처럼 보였다. 은은히 퍼지는 마기에 근처에 있던 괴수들은 움찔 거리며 어둠속으로 숨어 버렸다. “그럼....먼저 가겠네!” 풍운지와 설후는 빠른 속도로 어둠속으로 사라 져 버렸다. 키에에에! 점점 가까워진다. 괴수들의 소리를 보고 확인 할 수 있었다. 점점 녀석들의 기척도 많아졌다. 제현의 심장은 평소 때 보다 심하게 쿵쾅거리고 있었다. 그간 수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문득 자신의 죽음을 느끼고 있었던 지도 모른다. 풍운지와 함께 했던 시간. 짧지만 설후라는 여자를 만나서 즐거웠던 일! 그리고 향향과 공야비운....그리고 공야비운의 어이없는 배신이 떠오르자 살심이 치솟아 올랐다. 스르릉! 제현은 문득 벽을 어루만졌다. 말라 있었다. 벽을 이루고 있는 흙에는 물기가 전혀 없었다. 아무리 주위를 두리번거려도 잡초 하나, 풀 쪼가리 하나 존재 하지 않았다. 텁텁한 공기와 함께 저 멀리서 괴수들과 혈교 녀석들의 울음소리만 들려올 뿐. 한참을 기다렸다. 녀석들의 신형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좁은 동굴이라 그런지 다섯 명 정도만이 걸을 정도의 통로였다. 이곳만 막으면 된다! 그 시간 안에 풍운지는 저 멀리 피하고 있으리라. “죽고 싶다면 그 선 안으로 들어오라.” 제현은 미리 그어 놓은 선을 향해 소리쳤다. 그 선에서 죽음의 냄새들이 물씬 풍겨오고 있었기 때문에 혈교의 인물들은 누구도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제현의 의지 때문이었다. 스산한 살기에 자극 받은 것인지 녀석들은 돌연 한꺼번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나방과 같았다. 제현이 땅에 꽂아 놓은 검에서 무수한 폭발이 일어났다. 만검(萬劍) - 파(破) 꽝! 그 초식은 꼭 사람에게 사용 할 필요가 없다. 땅에 꽂아 놓았던 검에서 미세한 진동과 폭발음이 나자 혈교인들은 행보를 늦췄다. 반 발짝 뒤로 물러났지만 제현을 제외한 자에게 파편이 날아들며 몸을 타격하고 지나갔다. 차르륵ㅡ 쉭! 무수한 파공음에 녀석들은 급히 호신강기를 일으켰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제현의 검에서 출수된 검기상인의 수로 녀석들이 사용하려던 검기상인은 와해되어 버린 것이다. 뒤쪽에 있었던 자는 간신히 호신강기를 끌어 올리며 막았지만 상당한 피해다. 즉사였다. 앞의 다섯 명은 물론 뒤쪽의 상당수도 부상을 입거나 죽었다. 엄청났다. 이것이 진한 내력이 담긴 파의 수법이었다. 제현의 선조는 다수와의 싸움에 능통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르륵! “이 선을 넘어 와라. 피를 보고 싶다면!” 제현은 다시 땅에 금을 그었다. 제현 역시 반 발짝 뒤로 물어난 상태. 약간 지친 기색이 보였지만 겉으로는 당당하고 오만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몸에서 뿜어지는 무형지기의 살기는 어떤가? 마치 마룡과 같았다. 감히 누구도 올려 보지 못할 강압적인 살기였다. 한기가 느껴지는 눈동자에서는 레이저라도 뿜어지는 것인지 눈을 보는 자는 벌벌 떨고 있었다. 동굴안의 텁텁한 공기는 순식간에 식어버리며 추워지기 시작했다. “동요하지마라! 녀석은 고작 하나다!” 녀석들도 정신을 차린 것인지 주위의 환경을 살피고 있었다. 이 동궁의 벽은 말라있다. 그렇다면 불을 이용한다면 제현은 당해 버릴 것이다. 그러나 동굴 속의 바람은 제현의 편인지 반대로 흘러 나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동굴의 끝은 막혀 있다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것도 확실치 않다. 미묘하지만 역풍도 불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암기를 꺼내라. 이 좁은 곳이라면 한발은 맞을 것이다.” 처처척! 수백의 무리에서 나온 암기의 고수들이 풍만한 소매 자락을 찰랑거리며 제현의 눈을 관찰했다. 어디로 피할 것이냐는 듯 한 모습이었다. “크하하하!” “하하하! 죽을 때가 되니 실성한 모양이구나!” 제현이 웃고 있는 이유는 녀석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냥 웃고 싶었다. 확실히 이곳이라면 암기에 당해버릴 것이다. 호신강기를 펼칠 수 있는 시간도 있다.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조적인 웃음을 띠고는 웃음을 뚝 그쳤다. “그 웃는 얼굴을 없애 주마!” 선수필승! 제현은 무작정 검을 뽑아 들며 달려들었다. 순식간이었다. 열 보나 떨어져 있던 녀석들에게 2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당도한 제현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이미 대비 하고 있었다는 듯이 암기고수들을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제현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소수마공!” 근접전에서는 검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이미 검을 쓰기에는 너무 가깝기 때문에 제현은 소수마공을 끌어 올리며 천마소수를 이용해 적을 격퇴시키기로 했다. 갑작스런 제현의 무공의 변화에 녀석들은 놀라워하는 한편 침착하게 뒤로 물러나며 검을 휘둘렀다. 캉! 땡강!! 투명해 질대로 투명해진 제현의 손에 검이 하나 붙잡혔다. 그 검에는 검은 빛의 검기가 일렁이고 있었지만 아무런 지장도 없다는 듯이 움켜쥐고는 부러 뜨려 버렸다. 정신없이 싸웠다. 적이 제현의 퇴로를 막을 정도로, 그러나 후회는 하지 않았다. 벌써 30분 이상이나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상처는 물론 내력까지 고갈 되 도망갈 힘도 없었다. 하나라도 더 무간지옥으로 보낼 심산으로 제현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검을 휘두르거나 소수신장으로 적의 심장을 얼려버렸다. “네놈! 과연 혈신의 경지답구나. 허나 혼자의 힘으로는 수백의 고수들을 당해 낼 수 없는 법! 그만 포기하라!” “끌끌끌...네놈들 같으면 포기 할 것이냐...죽어도 싸우면서 죽겠다. 크크크” 푹 제현의 목에서는 마른 웃음이 나왔다. 엄청난 체력소모, 1계에서를 제외하고는 이정도로 싸워보지 못했다. 몸의 체력까지 고갈되었는지 제현은 휘청거리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검을 바닥에 꽂아 넣었다. 뚜벅, 뚜벅! 조용해진 동굴 안, 말로만 싸우던 녀석이 앞으로 나왔다. 녀석 역시 상당한 직위인지 피풍의와 비슷한 적포를 입고 있었다. 순간 제현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하하하! 수적으로도 불리한 싸움이었다. 잘 싸웠지만 우리의 승리. 이대로 죽어서는 안 돼지. 단전을 폐해, 마물들의 먹잇감으로 만들어 버리겠다.” 주위의 혈교 원 들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이미 많은 동료가 죽었다. 혼자서 수십을 없애버린 괴물이었다. 거기가 내력까지 온전치 못했던 녀석이 그 정도의 능력을 발휘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마침 저기 깊은 낭떠러지도 있군! 클클!” 녀석은 손에 기운을 끌어 올리며 무력해 진 제현의 단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미 의복은 너덜너덜해져 몸이 훤히 비치는 모습이었다. 제현에게 다가온 녀석은 제현의 얼굴을 보더니 약간 음흉한 웃음을 띠더니 남자라는 것을 알고 단전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녀석은 기운을 터뜨리듯이 방출해버렸다. 쩡!! “개자식! 죽여 버리겠다!” 요란한 소리가 울리고 기운이 세어 나가는 것을 느꼈다. 상단전은 물론 하단전의 내공이 모조리 빠져 나가고 있었다. 제현은 이성을 상실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며 마인이 되어갔다. 이미 검을 들 힘도 없었지만 검은 굳게 움켜쥐고 있었다. “좋은 말이야. 저 녀석을 저곳에 던져 넣어 버려라!” “충(忠)” 하급 무사인지 조잡한 천으로 만들어진 자가 걸어 나와 너덜너덜해진 제현을 낭떠러지 속으로 던져 버렸다. 순간 제현은 풍운지와 향향, 설후는 무사할까? 라는 생각이 나왔지만 자신이 죽을 지경인데 그런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자조적인 웃음은 물론 악에 바친 소리를 내지르며 떨어지고 있었다. “크하하하! 크크크크!” 제현은 괴기한 웃음을 터뜨렸다. “다시 돌아와 모두 무참히 죽여 버리리라! 감히 누구도 넘보지 못할 무위를 손에 넣으리라!!” 제현은 떨어지는 와중에도 눈만은 부릅뜨고 하늘 위로 약간의 빛으로 보이는 녀석의 얼굴을 보았다. 순간 제현의 머릿속에는 죽여 버릴 녀석을 생각했다. 마교 교주, 천마 그리고 저 처음 만났던 녀석과 같이 재수 없는 혈교의 피풍의를 입은 녀석들! 제현은 엄청난 분노와 함께 복수를 다짐하고는 빠른 속도로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자 확인했으니 나머지는 포기하고 돌아간다. 교주님이 오신다! 모두 준비하라!” “존명! 천유양월! 천세만세지유본교! 천존교주, 독보염혈 군림천하! 무림 독보 천상천하 지상지하 광명본교!” 혈교 녀석들의 우렁찬 교리를 읊고 있었다. 그 누구도 웃음을 흘리지 않으며 굳은 결심을 했다는 듯이 당당히 교로 입교하고 있었다. 흡혈마공(吸血魔功), 풍운지 돌아가다. “아크리치의 종은 모두 죽여 버려라! 그리고 지존천실(至尊天室)에 아무도 들이지 말거라!” 다음날 혈교의 파란이 불고 있었다. 혈교의 교주 혈마가 귀환 한 것! 거기다 이미 상당 부분 다시 점령한 상태다. 아크리치는 어디로 숨어 버린 것인지 몇 일 전부터 보이지 않고 있었다. 거기에 혈마는 분노해, 이리 저리 찾고 다녔지만 어디로 사라 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아크리치가 혈마의 무위를 무서워해 도망갔다는 소리뿐이었다. “큭!” 혈마는 신음을 토해냈다. 중요한 녀석이 없어졌다. 아크리치 벨즈비트! 그 개자식이 사라졌던 것이다. “모든 교도들은 들으라!” “충(忠)”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이 곳은 혈교의 것이 되었다. 그간 풀지 못했던 혈행을 허락하노라!” 혈마는 아쉬운 마음을 접고 수많은 혈교의 무인들에게 명을 내렸다. 혈행! 그것은 혈교도 들에게는 꿈과 같은 일이었다. 인간사냥! 그것을 통해 내력을 증진 시킨다. 피를 볼수록 강해지는 것이 혈교였다. 살인을 저지를수록 강해지는 자들이 혈교! 많은 혈교도들이 함성을 지르며 여기저기로 흩어지고 있었다. 혈행의 시작이었다. 지옥에는 다시 피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잠잠하던 혈교가 다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마교 역시 질 수 없다는 듯이 혈교의 공세에 대비해 힘을 기르고 있었다. * * * “으아악!” 제현은 끊임없이 추락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몸 곳곳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설후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흐르는 피 때문에 가물가물해지는 정신이 번쩍 든 것이다. 제현의 비명소리는 거대한 성당의 종처럼 웅웅 거리며 낭떠러지 안을 울리고 있었다. 문득 풍운지를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수련을 한답시고 절벽아래에서 절벽을 기어오르던 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고통이 느껴지자 지금의 육신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씨익ㅡ 제현의 피가 진득이 묻어 있는 얼굴에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일그러진 웃음, 허나 그것은 진짜 웃음이 아니었다. 살기였다. 하단전이 파괴되었음에도 살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니 엄청난 한인 것이다. “크으으! 젠장 뼈가...” 갑자기 등 뒤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곳곳에 박힌 나무의 잔뿌리와 거암, 연신 제현의 등뼈를 자극했다. 그리고 부러졌다. 몸의 마비가 온 것이다. 움직일 수도 없다. “으아아악! 망할 혈교!“ 제현은 등뼈가 으스러지는 듯 한 느낌을 받고 그 충격에 정신의 끊을 노치며 의식을 잃었다. “으어어어” 제현의 얼굴에 작은 물기가 내려앉자 제현은 정신을 차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었다. 그러나 제현은 몸을 일으키기 위해 몸에 힘을 주었지만 요지부동이다. 몸은 이미 제현 자신의 몸이 아니었다.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간신히 양팔은 움직일 정도였으니 일어 설 줄을 몰랐다. 몸에 마비가 온 것이다. 순간 제현은 혈교와 마교의 천마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다. 모두 그들 때문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미친 놈 처럼 실실 웃음을 쪼갰다. “내 피었단 말인가?” 얼굴을 촉촉이 적시던 것은 자신의 피였다. 그것을 알고 다시 분노가 치솟았지만 화를 낼수록 정신은 아득해져만 갔기 때문에 화를 삭였다. “다시 돌아가 모두 죽여 버리리라!” 제현의 몸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거머리다. 벌써부터 피를 빠는 거머리들이 나타나다니! 개 같은 경우가 따로 없었다. 허나 그것의 좋은 점도 있었다. 죽은피를 빨아 준다는 것은 몸을 정화 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현은 몇 일이 지나서야 약간 거동 할 수 있었다. 다행히 식물인간처럼 못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약간 움직이는 것을 느끼자 뼈를 맞추며 탈골된 것을 바로 잡았다. 그에 따르는 고통도 만만치 않았다. 허나 복수에 대한 생각으로 고통을 참았다. 뭄 구석구석 부러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마치 차에 라도 치인 것처럼 바스라 졌다. 다행히 제현은 풍운지의 절벽아래에서 있던 금창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상처부위에 대충 발랐다. 예전에 효과를 톡톡히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현은 몸을 고통스럽게 움직여가며 구석구석 금창약을 발랐다. 그때가 3일이 지난 후다. 이제 제현이 할 일은 배고픔을 참으며 뼈가 일정수준 붙기를 기다려야 한다. 계속 이는 심마는 물론 분노로 인해 괴로웠다. 그 와중에도 배는 고프다는 식으로 울어 재끼고 있다. 꼬르륵ㅡ “크크....배고프다.” 제현의 배에서 천둥소리가 났다. 엄청 배가 고팠다. 3일간 제현 자신의 피로 배를 채웠다. 그에 따른 어지러움도 일었지만 더 괴로운 것은 몸의 내공으로 치유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령심법으로 내공을 다시 쌓으려 해도 소용없었다. 단전은 밑 빠진 독처럼 밖으로 새어 나갈 뿐이었다. 분노가 치솟았다. 모든 것에 대한! 분노는 광기로 변했다. 무척이나 배가 고픈 어느 밤 약 일주일이 지나 버린 것 같다. 그동안 동물처럼 피를 빨며 잠을 자고를 반복 했던 것이다. 이미 몸은 피골이 상접해 있다.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며 피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갈증과 배고픔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던가? 짐승들이 다가 온다. 멀리서 크르릉 소리를 내는 것 을 보니 괴수였다. 그러나 생김새가 이상했다. 검은 색의 한기가 느껴지는 괴수! 마치 도마뱀과 비슷했다. 어둠속에서 붉게 빛나는 괴수의 눈동자는 제현의 전신을 훓었다. 쩍쩍 입맛을 다시며 다가오는 놈들! “크크큭, 도마뱀이라니! 크큭, 드래곤과 비슷하게 생겼군 하하하!” 제현에게 있어서는 드래곤은 친숙한 존재였다. 놈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제현 자신의 분신을 보는 것 같았다. 비록 제현에게 죽음을 면치 못했던 드래곤들 이지만 드래곤을 좋아했다. 독보지존이기 때문이다. 최강의 존재, 그리고 제현도 1계에서 망토의 자락에 드래곤의 형상을 띠지 않았던가? 그만큼 인연 있는 생명체였다. 허나 지금은 먹잇감으로 보이는지 스산하고도 묘한 눈빛으로 전신을 훓터 보는 모습은 마치 제현 자신이 검을 들고 살기를 피워 올릴 때와 비슷하다. “이리와.” 도마뱀을 향해 손을 뻗었다. 환상이라도 보는 것 처럼 어릴 때의 제현으로 보이고 있다. 이미 사람의 형상을 갖추며 두발로 걸어오고 있다. 제현에게는 지금 환상이라는 인식을 할 겨를 이 없다. 배고픔의 절정에 달했기 때문에 자기 자신도 먹고 싶었다. 배를 채우고 싶었다. 육신으로 배를 채우며 피로써 갈증을 해소 하고 싶었다. 두근! 두근! “나를 먹고 싶다. 베어 버리고 싶어!” 누군가 제현을 보고 있다면 온 몸의 털이 쭈뼛 섰으리라! 광기의 절정이었다. 분노로 인한 광기! 제현은 오른손으로 마령검을 움켜쥐며 겨누었다. “나를 죽여 배를 채우겠다.” 제현의 단전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상단전은 물론, 중단전 역시 움찔 거리며 진동하고 있었다. 가슴에 새겨진 마법진은 조금씩 균열을 일으켰다. “고통을 해결하고 싶다.” 그동안 고통으로 몸부림치던 것이 순간 일시에 녹아내린다. 감각이 없어졌다. 자멸자생(自滅自生)! 자기 자신을 죽여! 자식자사(自食自死) 자신을 죽여 자신의 몸을 취한다. 혈흡자흡(血吸自吸) 피를 취해 자신의 것으로 흡수한다! 제현은 도마뱀의 피를 빨며 중얼거렸다. 순간 제현의 몸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한기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이미 중단전의 마법진은 사라진지 오래! 부우우웅! 쩌어어억! 그동안 억제 되어 왔던 중단전에서 수많은 기운들이 요동치듯이 모여 들었다. 모든 기운은 차가운 빙마기! 그 기운들이 제현의 몸속의 하단전 중단전은 물론 상단전까지 가득 메웠다. 그리고 그 기운에 맞게 육체가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부서진 뼈는 재구성 되어 버렸으며 거칠어진 피부는 다시 뽀얗게 변했다. 굴곡은 여자의 것과처럼 다시 변해버렸다. 머리칼은 다시 짧아지며 검은 색의 푸른빛을 띠었다. 이는 가지런히 놓였으며 제현의 얼굴도 가늘어지는 한편 은은한 살기가 비치고 있었다. 눈동자 역시 검은 색의 푸른빛이 도는 현기가 가득했다. 아니 현기라고 부르기가 민망했다. 광기는 물론 분노! 살기가지 비치는 눈빛이었다. 10분 가량 하늘로 치솟아 있던 제현의 육체가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발가벗겨진 모습이이다. 하단전을 쌓은 세계의 탑! 그리고 중단전을 채운 아홉 개의 고리! 그리고 상단전에 자리 잡은 두 개의 구슬! 총 제현이 쌓은 내력만 하더라도 천년내공이다! 아니 천년내공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했다. 심장의 마법진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영혼의 낙인이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아홉 개의 고리까지 복원 되다니! 천운이었다. 허나 제현은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허나 남성을 중요부위라는 것이 당당히 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남자! 그렇게 일주일간의 고통의 시간은 끝나 버렸다. 귀환의 시간이 온 것이다! “크으으....” 제현은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는 듯이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허나 전혀 어지럽지 않았다. 몸속을 채우고 있는 무수한 내공들! 기쁘기 그지없다. 하단전은 물론 중단전의 아홉 개의 고리라니! 쾌재를 불러 일으켰다. “하하하! 게다가 내가 무공을 창시하다니! 크하하하!” 제현은 미친 듯이 웃었다. 마법을 복원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게다가 새로운 무공까지 직접 창시한 것이다. “그래 피를 취해 내공을 쌓으니까 흡혈마공(吸血魔功)으로 칭한다!” 제현이 있었던 시각은 1주일이 넘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망각했다. 워낙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현은 자신이 옷을 입지 않는 다는 생각에 약간 얼굴을 붉히며 신형을 하늘로 뽑아 올렸다. 극 최상의 신법이다. 마치 능공허도, 허공답보를 보는 듯한 신선의 걸음이었다. 절벽을 밟으며 올라가는 모습은 마치 하늘을 누비를 매의 모습과 같았다. “개자식들! 너희들은 실수한 것이다. 우선 풍운지를 찾아 간다....” 흡혈마공(吸血魔功), 풍운지 돌아가다. 한명의 인영이 깊고 도 깊은 벼랑 끝에서 나타났다. 그의 머리는 푸른빛이 감도는 머릿결, 게다가 도톰한 입술과 찌를 듯 한 살기가 가득한 눈동자였다. 허나 나신의 모습이었다. 그의 몸에서는 무형지기가 뿜어지며 누구라도 접근을 허락하지 않다는 의지가 느껴지고 있었다. “크크큭! 내가 돌아 왔다.” 제현은 올라 온 즉시 근처에 몸을 가릴 것을 찾고 있었다. 옷이라고는 타 버린 오래. 아무것도 입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크르르륵.. 괴수의 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허나, 녀석들은 겁에 질린 울음일 뿐이었다. 제현은 그 녀석들에게 다가가며 검을 살짝 뽑아 올리고는 그대로 베어 버렸다. 상당한 덩치였다. 늑대의 형상을 한 녀석! 만검의 유를 이용해 녀석의 목을 양단 해 버리자, 시뻘건 피가 치솟고 있었다. 땅바닥을 적신 피는 제현의 발밑으로 꾸물꾸물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것을 본 제현은 묘한 미소를 피워 올리고는 흡혈마공을 끌어 올렸다. “크크큭, 흡혈마공!” 붉은 피는 제현의 말치에 닿자 연기처럼 제현의 몸속으로 흡수되어 들어갔다. 그리고 남은 것은 흰색의 물 뿐이었다. 흡혈마공이었다. 이미 피들은 내공화해 버려서 늑대의 몸은 미라처럼 쪼글 해졌다. 그리고 남은 가죽을 향해 다가간 제현은 하체를 가릴 정도로 잘라 내고는 대충 걸쳤다. 동굴 안에서는 붉은 눈동자가 스산히 빛나며 사방을 휘저었다. 맹수의 눈빛을 뛰어넘는 마룡의 눈빛이다. “너희들은 나중에 죽여주마. 하하하!” 스스스슷! 제현은 동굴 바깥쪽에서 들리는 혈교인들의 목소리에 기척을 죽이며 빠르게 안속으로 빨려가듯이 들어가 버렸다. 인간의 속도라고는 미끼지 않는 속도다. 이미 마령신법과 보법은 극성에 이르렀는지 작은 잔영조차 남기지 않았다. 빠르게 이동하고 있던 제현의 발치에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었다. 새하얗게 변한 백골! 해골이었다. 그것에서는 독기가 뿜어지고 있었다. 분명 이곳에 누군가 만들어 놓은 함정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 백골의 골격을 확인한 제현은 안도했다. 향향이나 설후 풍운지의 것은 아니었다. “혈교의 녀석인가? 크크” 제현은 백골을 힘껏 밟아 버리고는 앞으로 전진 했다. 이미 두려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쓰레기 같은 녀석들은 짖뭉개 주는 것 만 있을 뿐이다. 탁! 순간 앞으로 전진 하고 있던 제현의 발치에 무언가 밟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갑자기 동굴이 더욱 검은 색으로 변하며 파공음이 가득하다. 슈슉! 화살이다. 누군가 쏘아 보낸 것이 아닌 일정한 곳을 향해 날리는 기관인 것 같았다. 제현은 순간 날아온 화살을 호신강기를 펼치며 옆으로 살짝 피했다. 혹여 호신강기를 흩어버리는 화살이면 귀찮아 지기 때문이다. 차르륵! 바닥에서 창칼들이 치솟아 올랐고 간간히 독물들도 나왔다. 그만큼 이곳에 누군가를 들이고 싶지 않은 듯했다. 허나 가는 내내, 풍운지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표식을 따가 가고 있었다. 벽에서는 풍(風)이라는 글기가 적혀 있었다. 이 문양을 쓸 사람은 풍운지 밖에 없다는 생각에 빠르게 발을 놀렸다. “귀찮아..큭!” 제현은 검을 뽑아 들며 벽면을 사정없이 파괴하고 들어갔다. 그러자 더 이상 활과 창칼 같은 것들은 튀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제현이 알지 못했던 것이 있으니, 그것은 마법진이었다. 착은 마나의 파동으로도 발동되는 마법진이었기 때문에 이상한 굉음을 내며 마법진이 윙윙거리고 있었다. 거기가 마법진인줄 모르고 밟았던 곳에서는 다시 밟는 소리가 났다. 기관과 마법진이다! 제현은 신경을 곤두세우며 몸을 뒤쪽으로 날렸다. 불덩어리와 화살들이 제현의 얼굴 쪽으로 스치고 지나갔다. 허나 제현은 동물과 같은 반사 신경으로 등을 젖혔고 아무런 피해 없이 지나갔다. 슈슈슈슉! 허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등 뒤에서도 누군가 쏘아 보내는 것 처럼 화살들이 튀어나왔고 전류가 흐르는 듯한 노란 빛의 빛이 제현에게 쏘아졌다. 마법이다. 확실하다. 제현은 마령보법을 운용하며 앞으로 빠르게 뛰어나가다 천장에 설치된 마법진을 보며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독이었다. 마법의 데스클라우드를 펼쳐져 있어 연기가 자욱했다. 마법진이 파괴됐기 때문인지 더 이상 데스클라우드는 펼쳐지지 않았다. “크큭, 나에게 아무런 피해는 줄 수 없지. 헉?” 우르르릉! 불로된 거대한 암석이 굴러 떨어진다. 이곳은 좁은 동굴! 피할곳이 없다는 생각에 제현은 검을 뽑아 들며 만검의 살을 펼쳤다. 무수히 많은 검영이 돌덩이를 향해 날아가며 폭사했다. 슈슈슉, 스악! 꽝! 단 일합의 살(殺)에 거대한 돌덩이는 산산조각이 나며 무너져 내렸다. 무섭게 굴러 떨어져 내린 돌덩이를 보며 누군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느낀 제현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생각대로 누군가 있다. 어둠에 동화되듯이 검은 색의 옷을 착용하고 있다. 눈에서는 제현과 비슷한 적광이 비치고 있었다. “네놈이 만든 곳인가? 그렇다면 정말 염병할 곳이군! 크크” 제현의 이마에는 작은 땀방울이 맺혔다. 제현도 인간인 만큼 지치는 것도 당연했지만 땀방울의 의미는 힘들어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무섭다거나 그런 것이 아닌 일행을 찾을 생각을 하니 약간 긴장이 된 것이다. 두근거렸다. “네가 조제현이라는 자인가?”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다. 더욱이 마물은 아니었다. 제현은 손가락을 튕구며 라이트를 사용했다. 이미 확인했다. 내공과 마나는 같은 성질, 비록 마법을 쓰는 것이 약간 불편했지만 기본 적인 마법은 확실히 사용 할 수 있다. 파지직! 요란한 스파크가 튀며 하늘에는 밝은 빛을 내뿜는 라이트가 둥둥 떠 있었다. 제현은 오랜 만의 빛에 약간 눈살을 찌푸리며 앞의 녀석을 쳐다봤다. 검은 색의 로브! 거기다 하얀 백골과 적광이 빛나는 눈동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자였다. 그토록 찾고 있던 아크리치! “아크리치? 크큭, 드디어 만났군! 비싼 몸!” “호오...나를 알고 있는 모양이군...” 녀석이 말할 때 마다. 불이 켜졌다 하며 눈이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제현의 표정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이미 상단전이 발달해 적의 모습에 동할 정도로 수련이 낮지 않았다. “여기에 세 명의 사람이 왔을 텐데?” “아...세 명의 남녀 말인가? 크크크, 당연히 봤지. 그러니 네놈의 이름도 알고 있는 것이고.” “어디에 있지?” 제현은 녀석의 모습에 살기를 피워 올렸다. 허튼 수작이라도 부린다면 날려버릴 생각이다. 게임을 통해 아크리치의 약점도 간파하고 있다. 녀석의 생명인 라이프 베슬을 파괴하면 된다. 그것을 위한 것은 녀석의 유동하는 마나를 느껴야한다. “오호...나의 라이프 베슬을 느끼고 있군.” 아크리치, 벨즈비트는 감탄스럽다는 말을 하고는 로브를 거칠게 돌리고는 이동하고 있었다. 제현 역시 느긋한 표정으로 녀석의 뒤를 따랐다.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 아크리치! 허나 방심은 근물이었다. 녀석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극미량의 마나뿐이었기 때문이다. “크크...이곳이다.” 제현이 당도한 곳은 실험실 같은 곳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여기저기에 괴수의 시체는 물론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다. 죽이지 않고 산채로 쓴 듯이 약간 꿈틀거리고 있었다. 제현은 약간 긴장했다. 혹여 녀석의 실험에 풍운지가 당했을 지 않았을 까? 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때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쓰레기 같은 곳에서 살고 있군.” “쓰레기라고? 크크큭, 감히!” 벨즈비트는 싱그러운 이곳 환경에 적광을 토해내고는 로브를 펄럭이고 있었다. 마나의 방출이다. 제현의 내공을 뛰어 넘는 거대한 마나! 그러나 그뿐이다. 이미 제현의 검은 라이프 베슬을 향해 날아가며 앞에서 우뚝섰다. “닥쳐라. 더 이상 마나를 끌어 올린다면 죽음을 경험하게 해 주지.” 이기어검이었다. 이미 제현의 경지는 현경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몰랐다. 그러나 제현은 중단전의 제약이 풀렸다는 생각에 그러려니 넘어 갔던 것이다. “큭...재미있군. 혈마 조차도 나에게 패했거늘 크크, 재미있어.” 제현은 마령검을 회수하며 녀석에게 살기를 뽑아 올렸다. 녀석의 적광이 흔들린다. 동요한 것이다. 그러나 녀석도 재미없다는 표정으로 로브를 젖혔다. 그리고 녀석의 해골에서는 살이 차오르고 있었다. “폴리모프!” 녀석이 완전히 인간이 됐을 때는 인간 여자의 모습이었다. 새빨간 적발이었다. 눈 역시 적색! 그러나 그 여자의 표정은 심지가 굳은 듯이 무표정했다. “언데드 주제에 재밋는 모습을 하고 있군.” “호호! 재밋구나. 3계의 인물처럼 보이는데 2계의 생리를 잘 알아!” 제현은 비아냥거렸지만 녀석은 들은 채 만 채하며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그 방 역시 다른 곳과 다를 바가 없었다. 허나 그곳에는 제현이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었다. 그러나 어떤 것으로 만든 것인지 무형의 막에 갇혀 물속에 갇혀 있다. 실험이다! 제현은 그 순간 용암이 분출할 듯한 분노가 치솟았다. “죽고 싶나? 감히! 크크큭...죽여주지.” 이미 제현의 손에는 소수마공이 극성으로 펼쳐지며 투명하게 변하며 손등의 뼈가 훤히 비치고 있었다. 괴기스런 모습에 아크리치 벨즈비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고는 손을 튕구었다. 그리고 마기가 분출하며 막 주위를 감싸며 서서히 해체 되기 시작했다. “멍청하군. 실험이 아니라. 치유다. 나의 마법이 마에 속하니, 치유마법을 쓸 턱이 없지. 생체 치료다. 혈교 녀석들 몇 명을 잡아 왔지 호호!” 녀석은 로브로 살짝 드러난 가슴을 강조하듯이 어깨를 쫙 펴며 제현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입을 가리며 수줍은 듯이 웃음을 흘리고는 제현의 가슴을 쳐다 보고는 중얼거리듯이 말하고는 나가 버렸다. “낙인? 이미 없어 졌군. 쳇, 간만에 그랜드 마스터 급의 육체를 손에 넣을 수 있었는데.” 아크리치 벨즈비트는 이런 말을 하고는 나가버렸다. 이미 손에는 해골바가지 같은 지팡이를 움켜쥐고는 밖의 실험실에서 무엇을 실험하는지 비명이 간간히 들리고 있었다. “레비테이션(Levitation)” 제현은 축 늘어져 쓰러지려는 설후와 향향, 풍운지에게 부유마법을 걸며 천천히 근처 침대 같은 곳에 올려놓았다. 실상 실험대였지만...그리고 제현은 명문혈에 손을 가져대 다며 내공을 주입했다. 몸이 허해졌으니 내공이 필요 할 것 같았다. “수고했다.” 제현은 그 말을 하고는 자리에 주저앉으며 마령심법을 운기 했다. 근처에서는 붉은 적광을 토해내는 벨즈비트가 제현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격할 생각은 없는 것인지 풍운지를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흡혈마공(吸血魔功), 풍운지 돌아가다. “으으으.” 풍운지가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상당한 긴 시간이 지났기 때문일까? 이미 혈색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허나 기운이 많이 쇄한 것인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것은 모든 일행이 마찬가지! 제현은 기운을 불어 넣으며 모두를 깨웠다. “컥ㅡ” 향향, 설후, 풍운지가 거친 숨을 토해내며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공을 끌어 올려 축축해진 옷을 털어 내고 있었다. 아마, 벨즈비트와 이야기가 된 것인지 경계 따위는 없었다. “드디어 일어났군.” “제현?” 가장 먼저 대답한 것은 설후였다. 허나 제현의 모습이 입을 벌리고는 멍하니 있었다. 상당히 변한 모습이다. 머리카락은 짧아졌고 예전 보다 더욱 모습이 여자처럼 변한 것이다. 그것은 풍운지는 헛기침을 하고는 제현에게 다가왔다. “자네, 상당히 변했군. 외모, 심지어 기도까지.” “쿠쿡.” 제현은 미소를 지으며 풍운지의 말에 화답했다. 풍운지 역시 미소를 지었고 곧, 내공을 끌어 올리며 제현에게 주입했다. 아마 내공을 측정하는 행동이리라. 파파팟! “컥...! 대단한 반탄지기!” 풍운지는 급히 손을 떼고는 뒤로 물러났다. 상당한 충격이 갔는지 입에서는 검붉은 선혈이 토해지고 있었다. 제현은 아차 하는 생각에 내공을 급히 줄였지만 상당히 지난 후였다. “대단하군. 그 정도라니! 자네 무슨 일이 있었는가? 모든 게 변했어. 그러고 보니 낙인도 사라졌군!” “어머!” 풍운지와 설후는 놀랍다는 듯이 제현의 가슴을 보고 있었고 향향은 제현님이라는 소리를 하며 얼굴을 붉혔다. 아마 남자가 벗은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자자! 가족 상봉은 나중에 하고, 슬슬 떠나야지. 언제까지고 이곳에 있을 수는 없을 테니까. 게다가 혈교 녀석들도 나를 찾기 위해 이곳 까지 올듯하니.” 벨즈비트였다.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설후와 향향은 약간 경계했다. 허나, 벨즈비트라는 것을 알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몸까지 다 회복 된 마당에 이 음침한 곳에 눌러 앉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럼 계약은? 벨즈비트!” “아...그건 무효야. 낙인은 이미 풀려 있었기 때문에...굳이 육체를 포기 할 생각이라면 손수...” 풍운지의 말에 벨즈비트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혀를 뱀 처럼 놀리고 있었다. 그만큼 풍운지의 육체가 탐난다는 표정이었다. “거절하지.” 풍운지는 대번에 거절하고는 향향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곳에 자신의 검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살짝 뽑혀진 검에는 은은한 혈향이 느껴졌고 예기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향향 역시 옷맵시는 바로하고는 제현의 곁으로 다가가 벨즈비트를 경계했다. “그럼 이곳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지. 크큭.” 제현은 괴소를 흘리고는 벨즈비트를 지나쳐갔다. 뒤이어 풍운지와 향향, 설후까지 지나가자 벨즈비트는 다시 리치의 모습으로 돌아가며 괴소를 흘리고 있었다. 이제 벨즈비트 자신 역시 이곳을 떠나야 할 때 다. “크크크...편하게 실험하기는 글렀군. 지옥도 있을 곳이 못 되...크큭, 빨리 환생하고 싶군.” 스팟! 아크리치의 신형이 검은 물결에 휩싸였다. 텔레포트였다. 아마 장거리 이동인지 바닥에는 오밀조밀한 마법진이 새겨졌고 그곳 중앙에는 붉은 보석이 틀어 박혀 있었다. 아마 지옥의 마석인 혈류석인 듯했다. 상당한 붉기를 보아 많은 내력이 담겼으리라. 한편, 풍운지와 제현일행들은 느릿한 걸음으로 동굴의 입구를 향해 걸어 나가고 있었다. 이미 두 명의 건재한 강자가 있으니 든든해진 향향과 설후는 밝은 표정을 하고 재잘 거리고 있다. “설후, 저 번에는 죽을상을 하더니 팔팔하군.” “흥! 계집에처럼 변해서 온 주제에!” 설후가 괜히 제현의 화를 돋구었다. 그러나 제현의 반응은 시원찮았다. 그만큼 정신적인 경지가 높아 졌다는 증거였다. “그런가? 크크큭, 재미있는 말이군. 계집이라...크큭. 아예 폴리모프로 성도 전환 해봐?” “폴리모프?” 제현의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하는 3계의 인물들! 그들을 보며 제현은 머리를 두들겼다. 그들은 마법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제현이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폴리모프는 그래! 축골공, 역용을 혼합해 놓은 거라고 할까? 아무튼 자유자재로 모습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거다. 물론, 성별까지는 무리겠지만 이미 변해본 경험도 있으니....?” 제현은 1계에 있을 때를 떠올리며 폴리모프에 대해 설명했다. 그 말에 설후와 향향은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 마법이라면 젊음도 유지 할지도 모른 다는 생각인 것 같았다. 제현은 고개를 흔들며 수명은 변 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고는 입을 닫아 버렸다. “흠...자네, 어떻게 2계의 마법은....?” “그래, 어떻게 1계의 사람이 마법을 알아? 분명, 너는 1계의 인물 일 텐데?” 풍운지와 설후의 질문에 제현은 약간 난감해했지만 입을 열려 했다. 허나 이미 동굴의 입구가 보이며 많은 기척이 느껴졌던 것이다. 풍운지는 급히 내공을 순환 시키며 언제든지 출수할 준비를 했다. “드디어...복수를...” 제현의 눈에서는 적광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때가 된 것이다. 절벽에서 올라 온 시간으로부터 한참이 지났기 때문에 제현은 조금씩 초조해 하고 있었다. 이미 제현의 손에는 마기가 피어오르며 검을 뽑아 들었다. “대단하군. 엄청난 마기야.” 풍운지는 감탄을 하며 자신의 기운을 끌어 올리며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설후는 자신의 애병인 조(爪)를 꺼내 들며 손가락에 착용했다. “여기가 아크리치 벨즈비트가 사는 곳이다.” 엄청난 수다. 혈교의 상당한 지위를 가진 자가 입구에서 열변을 토해내며 사기를 높이고 있었다. 벨즈비트! 이름만 들어도 오금을 저리는 것이 아크리치 벨즈비트다. 혈교의 무리들에게는 그는 마왕이었으며 절대자였다. 허나 이제는 아니었다. 혈교의 교주인 혈마의 귀환! 엄청난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미 혈룡좌를 탈환한 혈마는 혈교를 안정시키며 벨즈비트가 타나나기만을 기다렸다. 허나, 그림자 하나 안보였기 때문에 직접 찾아 나선 것이다. 그리고 벨즈비트나 남긴 흔적을 찾아 이곳 까지 온 것이다. “벨즈비트의 옷깃을 베어 오는 자는 무기를! 녀석의 팔을 베어 오는 자는 여자를! 몸통을 베어 오는 자는 서열 상승을 주겠다!” 와아아아아! 수백, 수천이다. 그들이 함성을 지르니 지옥이 떠나갈 듯한 소리였다. 그들 하나하나가 내공을 끌어 올리며 소리치는 것이 보통이 아니었다. 숨죽이며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제현일행은 살짝 걱정했지만 제현은 표정은 이미 미소를 피어 올리며 살기까지 내비치고 있었다. “그냥 나가세, 굳이 싸워서 뭐가 득이 되겠는가?” “크크큭, 나는 반듯이 저 녀석들은 없애버리겠다. 떠나려거든 먼저 가라. 잡지 않을 테니!” 요지부동의 모습을 보이는 제현 때문에 풍운지는 속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고수라도 이정도의 수는 열세였다. 게다가 그들 하나하나가 화경이거나 그에 못 미치는 자들! 아무리 현경의 경지를 가지고 있다고 하나 많은 수의 고수는 상대하기 힘들다. “하하하!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그럼! 혼자서 처리 할테니!” 제현이 이렇게 나서는 이유는 밑는 구석이 있다. 바로 흡혈마공과 마법! 이 두가지가 있다면 아무리 많은 적이라도 당해낼 자신이 있었다. 내공이 모자라면 흡혈마공으로 흡수하며, 많은 적을 상대할 때는 마법을 사용 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환상의 조합이 아닌가! 제현은 이미 혈교의 앞에 당당히 섰다. 게다가 열변을 토해내며 말하고 있는 자의 앞에 다가서며 외쳤다. “덤벼라. 혈교의 떨거지들아! 나, 조제현이 돌아왔다! 크하하하!” 전설이 시작되었다. 제현이 흡혈지존 마룡으로 불리는 순간이 멀지 않았다. 지옥의 역사는 제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마인들의 입을 통해 후세에 들어온 마인까지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였다. 이 날은 흡혈지존의 부활이라고 부르는 날이다! 제현이 지옥에 온지 근 5년 2개월 되 던 해! 흡혈지존의 행보가 시작되었다. 흡혈마공(吸血魔功), 풍운지 돌아가다. “뭐냐, 네놈은! 감히, 혈교의 행사를 방해하다니!” 붉디붉은 피풍의다. 제현은 꿈틀거리는 미간을 고치며 싱긋이 웃었다. 허나 그의 웃음은 사이하기 그지없다. 심연의 어둠은 물론, 엄청난 살기가 요동치고 있었다. 한낮 무인이 받을 정도의 살기가 아니었다. “벗어라.” “뭐라고! 죽어라!” 제현은 나지막한 어조로 녀석에게 중얼거렸다. 지금 제현의 모습은 달랑 괴수의 가죽으로 중요부위만 가린 상황! 녀석의 옷을 갈취하려는 의도였다. 게다가 붉은 피풍의였다. 엿 같지만 이것을 입고 복수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슈악!!! 싸늘한 파공음이 제현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간다. 허나 이미 제현은 움직이고 허상만 베었을 뿐이다. 제현은 소수마공을 끌어 올리며 녀석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하늘로 끌어 올렸다. “크하하하! 내가 돌아왔다. 이 버러지 같은 혈교 놈들아!” “끄어어..! 컥!” 녀석의 목이 싸늘하게 얼어 가며 얼굴이 퍼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제현의 소수마공의 한독이 스며들어간 것이다. 점점 제현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얼어버린 녀석의 목을 바스라 트렸다. 쩌저적! 쾅! “크하하하!” 광소! 제현의 괴소가 동굴 앞의 넓은 공터에 올리며 모든 사람들을 앞도 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크게 숨을 들이키는 자는 없었다. 오직 제현의 웃음만이 가득 메울 뿐! 심지어 풍운지 마저 조용히 제현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미 제현은 거마(巨魔)의 풍모를 가지고 있었다. 잔인한 손속! 몸속에서 뿜어지는 위압감의 마기! 어느 것 하나 사파의 고수와 같은 모습이었다. 오직 인간을 없애는 것에 무를 추구하는 사파인! 힘과 파괴를 숭상하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스윽! “딱 맞군." 제현은 붉게 물든 피풍의를 보며 흡족해 했다. 이건 시작일 뿐이다. 이미 살기를 뿜으며 제현을 노려보고 있는 혈교의 고수 만해도 수백이다. 허나 제현은 마냥 즐거울 뿐이다. 이제 두려운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제현은 두려운 듯이 쳐다보고 있는 혈교의 마인들을 오만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모두 두려움과 경외의 표정이었다. 그런데 그때! 휘이잉! 향긋한 냄새가 풍긴다. 털썩! 독! 독이다. 가장 앞줄에 있던 혈교의 무리가 쓰러지고 있었다. 이윽고 제현에게까지 그 여파가 미치는 것인지 향긋한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풍운지는 급히 내력을 끌어 올리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독? 크크크, 드디어 시작인 거냐!” 제현은 포이즌 큐어 (Poison Cure)로 해독을 하고는 미친 듯이 웃었다. 녀석들의 행동에 웃음만 나올 뿐이다. 이제 자신은 무적이다. 설사 신이와도 이길 자신이 있다! 버러지 같은 독에는 이제 안 당한다. “제현! 피해! 극독!” 독에 일가견이 있는 설후는 해독을 하고는 부르짖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다는 눈빛이었다. 그 독은 내공은 물론, 몸까지 썩어 들어가는 극독중의 극독이다! 벌써 눈앞에 보이지 않는 가. 혈교의 무사들이 하나 둘씩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아군의 피해까지 불사하겠다는 모습이었다. 허나 이미 해독을 한 무리들은 병장기를 하나 둘씩 움켜쥐며 살기를 피워 올리며 제현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크크크, 크크! 크크크크!” 제현은 계속해서 웃음을 흘릴 뿐이다. 바닥에 쓰러지며 썩어들어가는 혈교의 무사들을 보며 쉴새없이 괴상스런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급히 설후는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이 정도의 역풍을 이용해 독을 쓰는 자는 상당한 고수다. 거기다 소수의 무인들을 중독시킨 것을 봐서는 일정한 내력을 가진 자를 중독 시키는 행동이었다. 설후는 급히 제현의 곁으로 다가 서며 해독약을 건 냈다. “크크, 필요 없다. 이미 해독 됐지.” “언제?” 놀랍다는 듯 한 표정의 설후가 뒤로 물러났다. 이미 무공에 있어서는 입신의 경지에 든 것인지 아니면 만독지체라도 된 것인지 제현은 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그리고 혈색마저 좋아보였다. 투투투투! “근영혈마단(近影血魔團)이다!!” 멀리서 괴수를 타고 등장하는 무리가 있었다. 제일 앞에는 붉은 머리! 붉은 적풍의! 그리고 핏빛의 눈동자! 교주였다. 거기다 뒤에는 200가량의 근영혈마단이 깃발과 휘장을 두른 채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그들 하나하나가 엄청난 고수였다. 심지어 그들은 혈교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엄청난 위인 들이었다. 그들이 뿜어내는 마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리고 그들은 괴수의 등 뒤에서 튀어 오르며 하늘로 치솟았다. 마치 허공으로 솟구치는 먼지바람의 돌풍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모두 전율하고 있었다. 교주의 등장!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리라! “아크리치 벨즈비트! 앞으로 나오라! 본좌와 겨루어보자!” 오만한 음성! 영혼마저 움켜 쥘 것 같은 음성이었다. 허나 제현은 자신 있었다. 허나 앞으로 나서는 자는 없었다. 오직 높은 곳에 위치한 제현은 오만한 표정으로 혈마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의 붉은 피풍의를 착용한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때 누군가 외치는 자가 있었다! “귀혈마권(鬼血魔拳) 마도영이시다! 부교주!” 제현도 익히 알고 있는 자였다. 지옥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만났던 자! 제현은 눈을 빛냈다. 드디어 만난 것이다. 복수! 장장 5년이다. 매일 매일, 수련을 하며 그 잘난 얼굴을 생각했다. 오만방자한 눈동자, 언제든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찬 녀석이었다. “철혈대마(鐵血大魔) 혈마(血魔) 교주!” 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으며 혈교의 주인을 찬양하고 있었다. 모두 긴장어린 눈으로 교주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이미 제현이 눈에 들어온 것인지 많은 혈교인들을 뚫고 나왔다. “자네 보아하니 본교의 고수인 듯한테 어찌하며 본좌에게 예를 차리지 않는 것인가!” “크크크, 크하하하! 본좌는 흡수마소, 아니지, 흡혈지존 조제현이다!” 제현은 스스로를 본좌라 칭하며 스스로의 명호도 바꾸었다. 흡혈지존! 얼마나 듣기 좋은 소리인가? 게다가 모든 마인들에게 경배를 받는 느낌 비록 자신에게 경배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묘한 느낌이 들었다. “감히! 누구 앞에서!” 부교주가 신법을 발휘하며 교주의 옆으로 섰다. 허나 제현의 행동이 싫지만은 안은 지 실실 쪼개고 있었다. “크크크, 본좌 앞에서 소리치지 마라! 마도영!” 혈마가 웃으며 부교주에게 말하자 부교주는 뒤로 살짝 물러나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오만한 얼굴이 쏙 들어간 것이다. 제현은 오만한 눈동자를 하며 자신을 보고 있는 혈마교주를 지나쳐 부교주에게 다가갔다. “아무런 패기도 가지지 못한 쓰레기군!” 제현은 예전에 자신이 들었던 말을 고스란히 부교주 마도영에게 돌려주었다. 부교주는 숙인고개를 들며 분노를 했다는 듯이 얼굴의 혈관이 우두둑 튀어나왔다. “흡혈지존이라.....감히 본좌만 가질 수 있는 지존의 명호를 사용하는가! 죽고 싶은가?” 휘리릭, 펑! 제현은 혈마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소수신장을 펼치며 혈마를 날려버렸다. 그리고 천천히 부교주에게 다가섰다. 아직도 그 오만한 얼굴이 눈에 선했다. 허나 이제는 아닐 것이다. “네놈도 저 멀리 나가떨어진 교주처럼 만들어주마! 천천히 오랫동안 고통을 느끼게 만들어주지! 크하하하!” 모든 혈교의 교도들은 눈을 부릅떴다. 단 일수에 혈마가 날아간 것이다. 그것도 입에서 선혈을 토해냈다. 그 얼마나 고강한 내공인가! 허나 혈마는 천천히 붉은 장포를 털며 일어섰다. 그리고 묘한 웃음을 흘리며 천천히 제현에게 다가섰다. 이미 부교주는 명을 받았다는 듯이 뒤로 물러서있었다. “감히, 본좌를 크크, 오랜 만이군! 이 피를 끓게 만드는 느낌! 본좌를 친 대가를 받아야 겠다.” 흡혈마공(吸血魔功), 풍운지 돌아가다. “다시 한 번 말하지, 본좌 앞에 무릎을 꿇어라.” “후후후.” 혈마의 말에 제현은 살짝 웃으며 무릎을 살짝 굽혔다. 그 모습에 혈마는 고운 이마를 살짝 일그러트리며 미소를 지었다. 혈마는 제현이 자신의 기도와 마기에 짓눌려 무릎을 꿇으며 용서를 빌 것을 알고 미소를 지은 것이다. 그에 많은 교도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함성소리와 혈마를 찬양하는 말을 내 뱉고 있었다. “역시 교주님이시다!” “와아아아아!” 지옥을 뒤 흔들 듯한 함성소리가 요동치고 있다. 풍운지는 그 정도면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허나 제현은 바닥에 꽂아 놓은 마령검을 힘껏 움켜쥐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무릎을 굽힌 것은 빠른 출수를 하기 위한 준비! 순식간이었다. “감히, 나에게 무릎을 꿇으라니! 크크, 죽어라!” 빠른 출수였다. 미처 대비를 하지 못한 혈마 교주는 웃던 표정을 굳히고는 노기를 들어냈다. 마기는 이미 살기로 뒤 덮혀 있었다. 제현의 검 역시 마기로 일렁이며 싸늘한 기운이 뒤덮었다. 소수마공의 내공이었다. 만검의 초식인 유폭이 시전 되었다. 이미 익숙해진 초식이기에 눈을 감고도, 의식하지 않아도 펼쳐지는 경지에 달한 제현의 검이 혈마에게 날아들었다. 쑤웃! 챙! 뒤로 백스텝을 펼친 혈마는 자신의 애검인 혈마검(血魔劍)을 뽑으며 제현의 검에 응수했다. 두 극강 고수의 대결에 혈교인들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제야 제현의 얼굴이 생각난 혈교의 부교주 마도영은 눈을 부릅떴다. “명을 재촉하는 구나. 네놈에게는 특별히 무한 지옥에 처하게 해주마!” “웃기지마라!” 펏! 제현의 검이 우뚝 서며, 다시 가볍게 검을 쥐며 횡으로 베어 버렸다. 그러자 수십 가닥의 검영이 혈마에게 덮쳤다. 혈마로써는 놀랄 정도로 눈을 부릅떴다. 처음 보는 검식이었다. 이런 검법은 중원의 정파나 사파를 통틀어 보지 못한 검법이다. 수십 가닥의 검영이라니! 이건 아무리 쾌검이라도 불가능한 초식이었다. 허나 혈마는 혈영(血影)을 만들어 내며 제현의 허초를 파악하고 실초를 막아서고 있었다. 그만큼 전투에 있어서 일가견이 있다는 소리였다. 혈마의 검에서 시뻘건 검강이 일렁이며 제현의 모든 실초를 막아 버렸다. 허나 제현은 이미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밑에서 불기둥이 솟구쳤다. 퓨전 전투! 마법과 검법의 조합이다. 이건 제현을 초고수로 끌어 올리는 방법이다. 혈마와 제현의 경지는 한 단계 차이! 허나 제현의 마법이 있음으로 해서 그 경지는 좁혀지고 있었다. “아니! 술법까지! 감히 본좌를!” 갑자기 솟구친 불기둥에 당황하며 급히 호신강기로써 제현의 마법을 막았다. 그러나 제현의 현란한 검식이 펼쳐지며 그것을 막기에 급급했다. “홀드 퍼슨(Hold Person)!” 제현의 외침에 잠깐 주춤 거린 혈마에게 제현의 검이 작열했다. 빠른 쾌검의 낙이었다. 검을 사용하는 극 고수에게 있어서는 잠깐의 주춤거림은 죽음으로 내몰린다. 그것을 잘 아는 제현으로써는 마법에 마나가 많이 먹는 것 보다. 상대의 움직임을 막는 방법을 택했다. 슈악! 빠른 낙의 초식에 혈교의 교주를 상징하는 혈룡포가 찢어졌다. 그 잘린 긴 가슴사에서 탄탄한 근육이 들어났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부교주 마도영은 몸을 떨었다. 그토록 애송이던 녀석이, 내공조차 느껴지지 않던 녀석이 이정도로 강해진 것이다. “크아아아! 감히 본좌를!” “크크큭, 웃기지마라! 이건 시작일 뿐이다.” 분노에 찬 혈마의 음성이 들리자 제현은 괴소를 흘렸다. 이미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판단했다. 비록 몇 초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충분했다. 잠깐의 주춤거림은 제현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타이밍이었다. “파혈만육검(破血萬肉劍) - 무무파천(武舞破天)” 이윽고 혈마의 초식이 터져 나왔다. 제현의 공세가 느슨해진 것을 확인 한 것이다. 혈마의 분노가 고스란히 담긴 초식이다. 하늘의 부수는 춤! 혈마의 초식이다. 그의 하나하나의 초식에는 제현과 비슷한 강맹한 기운이 일렁이며 혈로가 생겼다. 붉디붉은 검강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제현의 눈을 어지럽혔다. 중원의 검법의 특징이 허초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제현의 초식은 중원의 초식을 닮은 한편 대부분 실초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이 동쪽의 소국에서 만들어낸 극강의 검법이다. 신라국의 문신이자 무신! 대 장군! 송악(松嶽) 조씨 가문의 만검을 만들어낸 제현의 시조였다. 그는 오랑캐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이 만검의 4초식이다. 이 4초식만으로도 수백의 초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혈마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검식이 제현의 뒤덮었다. 허나 제현은 가볍게 손을 위로 들었다. 그리고 그 혈마의 검식의 중앙부인 폭풍의 핵으로 검을 찔러 넣으며 만검의 파를 시전 했다. 제현의 푸른 냉기가 도는 검강이 폭사하며 터져나갔다. 그리고 혈마의 기운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단 일합이다! 제현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과 혈마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혈마기가 부딪힌 것은 단 한 번! 허나 제현은 막아 버렸다. “크하하하!” “크릇! 감히 본좌의 검을! 허나 그것이 다가 아니다!” 괴소를 터뜨리는 제현의 모습에 화가 난 것일까? 혈마가 오른손에 있던 검을 왼손으로 옮기며 오른손에는 내공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검날에 손을 가져다 대며 자신의 손바닥을 베어 버렸다. 내공과 함께 피가 혈마검으로 흘러가며 스산한 기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것을 본 부교주 마도영은 물론 혈교의 교도들은 비명과 같은 함성을 질러 대기 시작했다. “수라혈무(壽裸血武), 목숨을 반드시 빼앗는 수라혈무!” 수라혈무! 그 얼마나 오만하고도 광오한 이름인가! 목숨을 반드시 취하겠다는 의지를 표현의 검이다. 마치 검법이 아닌 것 처럼 상대에게 접근한다. 검을 휘두를 때는 일정 선이 있기 마련이건만 이 초식은 그 것마저 없다. “끌끌끌, 감히 본좌를 이정도로 궁지에 내몰다니, 네 무위에 찬사를 보내마! 허나 이것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혈마의 기도가 바뀌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지던 마기도 돌연 사라지며 오직 검에서만 살기가 내비치고 있었다. 제현은 긴장했다. 보통이 아닌 것 같았다. 그의 검날 하나하나에서 혈기가 느껴진다. 베이는 즉시 사망하리라! 그것이 제현이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러나 제현도 차분히 검에 기운을 덧씌우고 있었다. 제현 역시 가장 자신 있는 초식을 펼치기로 결심했다. 만검의 살! 이건 단순히 수십의 검영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수천 혹은 수만의 검영이 나오는 초식! 내공과 깨달음이 합일 되었을 때야 비로소 진정한 오의가 될 수 있는 초식이다. 두명의 무인은 굳은 듯이 움직이지 않았다. 허나, 한번의 바람이 몰아치며 폭풍을 만들어냈다. 두가지의 기운이 맞부딪히며 내는 폭풍! 기의 소용돌이다. 그것에 내공이 얕은 자는 고막이 터지며 입과 코는 물론 눈에서까지 피가 세어 나온다. “내공을 끌어 올려 자신을 보호하라!” 이미 내공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던 부교주 마도영은 픽픽 쓰러져 가는 교도들을 보며 외쳤다. 물론, 풍운지와 설후, 향향은 이미 심상치 않은 기운에 몸을 보호하고 있었다. 게다가 거리도 상당히 먼 거리였기 때문에 그 여파는 미미했다. “본좌에게 대항한 것을 후회하게 해 주마!” “크크, 네놈은 움직이는 즉시 골로 가게 해 주마, 어기면 죽음 뿐! 오라!” 기의 파동이 급속도로 작아지며 각자의 검에 집중되었다. 그리고 움직였다. 먼저 움직인 것은 혈교의 교주! 그의 움직임은 비호와 같았다. 빠르게 접근한 혈마검이 제현을 베고 또 베어 넘겼다. 허나 제현 역시 만검의 살이 시전 되며 수백의 검영 혈마를 뒤덮었다. 수없이 난무하는 검강!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흡혈마공(吸血魔功), 풍운지 돌아가다. “쿨럭! 어, 어떻게!” “컥...병신 같군.” 두 명의 무인은 선혈을 토해내며 각자의 검으로 몸을 지탱했다. 먼저 당한 것은 제현이었다. 허나 뒤늦게 사용된 살이 이미 접근한 혈마의 몸에 적중되면서 몸을 난도질 해 버린 것이다. 이미 내공역시 고갈상태, 움직일 힘도 없었다. 혈마 역시 마찬가지, 내공만 놓고 본다면 제현이 우위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실력임은 부정 할 수 없었다. 제현은 방금 전의 싸움을 생각했다. “컥, 만검 살!” 제현은 복부를 훓고 지나가는 싸늘한 기운에 급히 내공을 복부로 보냈지만 이미 당했다. 그리고 곧 제현 역시 살을 사용하며 혈마를 베어 버렸다. 잠깐 혈마가 주춤 거린 것이다. 이유인즉! 제현이 순간 일루전(Illusion)을 사용함으로써 환상을 본 것이다. 허나, 경지가 경지 인 만큼 금방 빠져 나왔지만 이미 살의 초식에 몸이 난 자 된 상태! 그 누구라도 살의 초식에 무사하지 못한다. 이미 두 명의 사람은 회복 불능의 상태에 도래했던 것이다. 그러나 제현에게 있어서는 풍운지가 있었고 혈마에게 있어서는 수많은 교도들이 있다. 이것을 놓고 본다면 제현 쪽이 불리한 상황! “제현!” 챙! 이미 검을 뽑고 뛰쳐나온 풍운지가 제현을 부축하고 있었다. 이에 뒤질세라 부교주 마도영 역시 혈마를 부축하며 혈도를 집으며 출혈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혈교의 무리들이 겹겹이 혈마를 부축하고 있었다. “근영혈마단(近影血魔團), 1호, 본좌를 본교로....크으으” “충(忠)” 이미 근영혈마단은 부교주로부터 혈마를 인계(?)를 받았다. 그리고 즉시 혈교 내의 최고의 의원에게 달려갈 준비를 끝마쳤다. 허나 부교주는 천천히 제현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본교의 적이 될 자는 미리 죽이는 것도 좋겠지...크크.” 이미 피풍의가 펄럭이며 기운이 주위롤 퍼지고 있었다. 이에 풍운지는 결심을 했다는 듯이 제현에게 속삭였다. “자네....때가 된 것 같네. 나는 저 마도영이라는 자를 막을 수 없네. 잘 알고 있겠지...” “무슨!” 제현은 눈을 부릅떴다. 풍운지가 결심한 것! 그것은 이곳에 오기 전 이야기가 오고갔다. 만약 위급한 상황이 오면 풍운지 자신이 희생을 하겠노라고!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가져라고! “크으윽! 젠장! 내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제현은 자신을 탓했다. 이미 내공은 바닥을 기었고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한동안 몸을 사려야만 했다. 허나 지금의 상황을 보면 죽음을 경험할 것 같았다. 이제 남은 시간이라고는 대략 1달 남았건만 풍운지는 죽음을 결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서....지금이 아니면 시간이 없네..” “제현님!” 언제 다가 온 것인지 제현의 양 옆에 서서 부축하고 있었다. 짠 땀냄새가 진동함에도 두명의 여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상큼한 향기에 제현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천천히 풍운지를 보며 흡혈마공은 물론 흡수를 시도했다. “미안....” 푹! 풍운기의 팔뚝에 제현의 검이 꽂히며 제현에게 피가 서서히 이동하고 있었다. 정순한 내공이 제현의 단전을 메우며 정신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마기와는 차원이 다른 정순한 내공! 게다가 풍운지의 내력이 깃든 만큼 강맹했다. “프로필!” [프로필] 이름 : 풍운지(풍운검) 별칭 : 풍운마검(風雲魔劍) 성향 : 중(中) 능력 - 심법 - 풍운심법(風雲心法) 보법, 신법- 풍운보(風雲步), 풍운신법(風雲身法) 검법 - 광살마검(狂殺魔劍) - 광혈난무(狂血亂舞), 악귀현신(惡鬼現神) 풍운신검(風雲神劍) - 풍운지로(風雲知路), 유운참영(流雲斬影), 풍운연무(風雲煙霧) (검식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솔직히 귀찮음....대략적인 설명은 광혈난무 피의 춤이라고 보시면 되고, 악귀현신 악귀의 모습이라는 뜻으로 엄청난 살초입니다. 게다가 광살마검을 펼칠시는 내공이 급상승하며 적을 죽이고 나면 약간의 패널티가 부과 됩니다. 마성에의 고뇌라고 할까요? 풍운지로, 바람의 길? 일까나....유운참영, 바람을 베어 버린다. 풍운연무, 바람과 연기의 춤? 정도) 모든 내공과 자신의 능력이 빠져 나가는 상실감에 풍운지는 허탈한 느낌을 받았다. 점점 풍운지의 젊음을 유지 해주던 내공이 빠져 나가자 서서히 늙어 가기 시작했다. “허허허, 나도 죽을 때가 되었구만.....” 풍운지는 자조적인 웃음을 띠며 어울리지 않게 마른 눈물을 흘렸다. 제현은 그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지며 분노를 삼켰다. 혈교에 대한 분노! 또 다시 소중한 존재가 자신 때문에 죽어간다는 생각에 크게 노 한것이다. 풍운지의 내공에 제현은 약간 체력이 회복 되는 것을 느꼈다. “뭐, 뭐냐!” 갑작스런 내공의 파동에 부교주 마도영은 뒤로 살짝 물러났다. 허나 점점 늙어 가는 풍운지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제현....그만 도망가게.....이제는 이 지옥이...무림이 얼마나 험한 곳인지 알겠지...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가 없네....” “젠장! 최고가 되어 주지! 그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게! 네 녀석의 말처럼 약자를 도우며 악한 자를 벌하겠다. 이제 됐냐!” “허허허, 이제야....늙은이의 마지막 부탁이라고 생각하게....자네는 좋은 친구였네..” 풍운지의 말에 제현은 눈시울을 붉히며 풍운지의 내공을 끌어 올렸다. 바람이 느껴진다. 혈도를 타고 흐르는 시원한 바람! 제현은 두명의 여인을 끌어 안으며 내공을 중단전의 고리를 회전 시켰다. 일곱 개의 고리가 회전하자 제현은 주문을 외웠다. “텔레포트(teleport)” 우우우웅! “영원한 나의 사부....풍운지....” “헐헐헐....사부라...강해지게....” 스팟! 멍하니 그것을 보고 있던 부교주는 이제야 제현이 술법으로 도망갔다는 것을 알고 거칠게 풍운지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미 평범한 노인이 되어 버린 풍운지는 힘없이 마도영의 손아귀에서 몸을 축 늘어뜨렸다. 허나 눈만은 살아 있다는 듯이 자신의 애검을 만지고 있었다. “어디 있느냐! 그 놈이 어디 있어!” “허허허, 자네는 모르는 곳이네. 나조차도, 제현의 의지가 깃든 곳에 있을 것이네.” “에잇!” 퍽! 멀리 나가떨어진 풍운지의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와 피가 터져 나왔다. 건장한 사내의 힘에 날아 간 것이다. 풍운지는 편안하다는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이미 쭈글해 진 얼굴에는 미소라고는 찾아 볼 수 없지만 입 꼬리가 올라 간 것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주르륵. 피가 베어 나온다. 이미 늙은이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모두 돌아 가버린 혈교의 인물들과 싸늘하게 시체가 되어 나뒹구는 녀석들만 큰 싸움이 있었던 공터에 있다. 그러나 풍운지는 득도한 도인처럼 가부좌를 틀며 중얼거렸다. “바람은 자유를 상징하니, 나의 의지 역시 자유롭네. 바람이 하늘을 떠도니, 나의 영혼조차 자유롭구나....” 알 수없는 말에 풍운지의 몸이 1미터 가량 떠오르며 푸른빛을 토해냈다. 죽음의 순간, 깨달음을 얻어 현경의 벽을 넘었다. 허나 이미 내력이 없었기 때문에 정신적인 깨달음만 있을 뿐! 서서히 풍운지의 몸은 허물어지며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허허허, 조제현, 자네....자네는 가장 친한 지인이었으며 가장 훌륭한 제자였네....” 가루가 되어 흩날린 곳에는 청아한 빛을 토해내는 풍운지의 풍운검이 요란한 소리를 내뿜으며 주인에 대한 죽음을 애도했다. 바람이 되어 지옥을 떠도는 풍운지는 곧 하늘에서 열린 문을 통해 지옥에서 빠져 나와 하나의 영혼이 되었다. 그리고 서서히 문은 닫혀 버렸다. 그에 풍운검은 애잔한 울음을 토해냈다. 우우우웅! 풍운지의 100년가량의 애검! 그것 역시 주인을 따라 가듯이 가루가 되어 흩날리며 풍운지의 뒤를 따랐다. 외전 - 풍운지 검선(劍仙)이 되다. “허허허, 내가 지옥에서 빠져 나와 이곳에 다시 발을 딛다니.” “염라대왕 납시오!” 풍운지는 염라전에 발을 딛고 있었다. 늙어 버렸던 외모는 다시 내공을 회복한 것처럼 젊어져 있었다. 거기다 자신의 애검인 풍운검은 웅웅거리며 좋다는 듯이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것에 풍운지는 미소를 지으며 검을 쓰다듬었다. 이윽고 염라전의 주인이 등장했다. “이름 풍운지! 무간지옥 100년행을 무사히 완수했으며 마지막에는 자신을 희생, 깨달음을 얻었다라.....생사경이라.....현생이었다면 우화등선을 하고도 남았겠어. 좋다.” 염라대왕은 결심했다는 듯이 서류에 열심히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한 10분 가량을 고심하며 적었을 까? 그것을 펼치며 다시 읽기 시작했다. “풍운지 그대의 선행과 지옥에서의 깨달음을 종합해, 그대에게 3계의 공석인 검선의 자리를 주겠다. 그 자리는 비록, 지옥에 있었던 자가 앉을 자리는 아니나. 그대의 맑은 영혼과 깨달음을 종합해 내리는 상이니라.” 풍운지는 그 말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검선이라는 말에 살짝 표정을 굳혔다. 솔직히 풍운지는 그 자리에 오르고 싶지 않았다. 그곳에 가면 혹여 만나지 말아야 할 자들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거절하고 싶소만.” “허허허. 그 좋은 자리를 마다하겠단 말인가? 그곳에 간다면 더욱 편하게 수련을 할수 있을 것이고, 그대의 무를 더욱 완성 시킬 수 있을 터인데.” 풍운지는 그 말에 살짝 인상을 풀었지만 싫은 것은 싫었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환생을 하고 싶은 마음 뿐! 그러나 그것이 허락 되지 않은 것인지 풍운지는 3계의 통로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미 말이 오고 간 상태! “그럼 높은 자리에서 만나기를 기대하지....” “그러지요. 염라대왕이시여....” 고향을 떠나는 듯 한 풍운지의 모습에 염라대왕은 웃음을 흘리고는 빠르게 염라 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풍운지는 게이트 속으로 뛰어 들며 신선이 산다는 천궁으로 이동했다. “후....이곳이 신선이 산다는 천궁인가?”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시원한 바람과 흔들리는 풀들, 그리고 나무의 열매들! 모든 것이 무릉도원의 표본처럼 보였다. 거기다 하늘거리는 옷을 입은 선녀들 하며, 허허 벌판에 술잔을 기울이는 신선까지. 한눈에 봐도 신선의 세계가 틀림없다. “검선, 풍운지님이시지요?” “그렇소, 내가 풍운지요.” 갑자기 한 선녀가 다가오며 풍운지에게 물으며 조심스럽게 몸짓을 했다. 정갈한 품행이었다. 그에 풍운지는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아....드디어 검선께서 왔군요. 밀린 일이 있습니다. 전 검선께서 남기신 일입니다. 수련이라는 명목에서....” “허허허허....속았구나..” 선녀의 말에 풍운지는 그제야 속았다는 것을 알고 자신을 책망했다. 이미 선녀를 따라 들어온 곳은 무릉도원과는 딱딱한 사무실처럼 보이는 곳이다. 그곳에는 무에 대한 서류들과 신선들이 사는 곳에서 올라온 서류들이 많았다. “이게 무슨 서류인가? 이건 내가 처리 할 것이 아닌 것 같은데....” “호호호, 검선님도...혹여 염라대왕께서 말씀하지 않으셨나요? 검선은 이 선계의 왕과 같은 것이랍니다. 허나, 왕이라고 볼 수도 없죠. 그러나, 이 일을 끝마친 다면 이 자리를 양도 할 수 있지요.” 선녀의 말을 들은 풍운지는 고개를 설래 설래 흔들었다. 검선은 선계를 침입하는 자 까지 처리해야 하는 귀찮은 직업이었다. 거기다 도선은 물론 여러 병기를 사용하는 선인들도 있건만 왜, 검선이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풍운지였지만 자신의 맡은 바 일을 다 하겠다는 의지를 표하고는 열심히 손을 놀렸다. 허나, 풍운지는 알까? 이 런 일을 처리하는 것은 선계의 신입이 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것은 풍운지가 모든 일을 마치고 새롭게 들어온 신선이 있다는 말에 그 선녀에게서 들은 것이다. 그제야 풍운지는 분노를 표했지만 이미 엎질러 진 물인 것을 어쩌겠는가. 그렇게 풍운지의 선계에서의 이야기도 저물어 가고 있다. 혹시 모르지...풍운지와 제현이 만날 때가 있을 지....... 사라지는 고수들, 마도맹을 접수하다. “풍운지....” 제현은 멀리서 점점 사라져 가는 풍운지를 보고 있었다. 제현이 이동 한 것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바위틈, 그곳에서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차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풍운지가 중얼거리는 소리, 하나하나가 귀에 틀어 박혔다. 이윽고 풍운지가 지옥의 문으로 사라져 가는 모습...거기다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나, 풍운지가 가지고 있던 풍운검 역시 가루가 되어 흩날리며 문을 통해 사라지는 모습이 제현의 기억 속에 남았다. “제현님....” “제현....” 두 명의 여인이 제현에게 온기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쉴 새 없이 흐르는 제현의 눈물을 본 것이다. 가족보다도 친근했으며, 학교의 선생님 보다 가까웠으며, 1계의 친구보다 진한 우정을 나누었던 풍운지는 그렇게 떠났다. “끅....칫, 내가 눈물을 보이다니..” 피식ㅡ 제현은 숨이 넘어 갈듯이 눈물을 집어 삼키며 눈을 비볐다. 이미 퉁퉁부워 있는 눈 주위는 제현의 살기를 가라앉히며 싸늘하게 굳어갔다. 허나, 눈물을 흘린 여인과 같은 외모 때문에 피식 웃음을 흘린 향향과 설후는 제현의 모습에 안심을 한 모습이었다. “하아....수련이 필요해! 더욱 완벽한 초식!” 제현은 수련에 대한 생각이 꽉 찼다. 이미 너덜해진 몸을 보며 진작 생각 한 것이다. 그리고 결심했다. 풍운지가 남겨 놓은 추억의 장소! 수련의 장소로 향하기로. 그곳은 처음 지옥에 왔을 때의 스타트 점이자, 시작의 문이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나는 풍운지와 수련 하던 곳으로 가겠어. 너희들은 각자 갈 길을 가도록.” “그런!” 제현의 돌발적인 말 때문 이었을 까? 둘의 눈동자가 급격히 커지며 토끼처럼 동그래졌다. 그 모습에 제현은 실소를 흘리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에 둘은 멍 하니 있더니 제현의 뒤를 따랐다. “나도 따라갈래!” “제현님, 방해가 되지 않을 게요.” 둘의 말에 제현은 들은 채 만 채하며 걸음을 옮겼다. 은연중 허락을 한 것이다. 무언의 허락! 제현의 모습에 둘은 미소를 지으며 좋아라 했다. 제현의 마법 덕분인지 일주일은 넘게 걸릴 거리가 삼일 정도로 단축되었다. 사람의 이목을 피하며 왔기 때문에 제현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의복 곳곳이 찢어져 있었으며 머리는 지저분해져 있었다. 그에 반해 두 명은 의외로 깨끗한 모습이다. “드디어.” 울창한 숲이 나오고 풍운지가 가려 놓았던 수풀이 서서히 들어났다.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의 어두운 듯 한 느낌의 절벽이 나타났다. 그에 두 명의 여자는 약간 떨었고 제현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서, 설마...뛰어 내리자는 이야기는 아니...꺄아아” 제현은 두명의 여자를 옆구리에 움켜쥐고는 구멍 속으로 뛰어 내렸다. 이어 들리는 두 명의 비명소리! 체구가 비슷한 두 명의 여자를 옆구리에 낀 제현의 모습은 약간 언밸런스 했다. 청아한 느낌의 단발머리의 제현, 그리고 긴 생머리에 색기가 느껴지는 설후, 머리를 틀어 올려 단정하면서 미소녀 틱의 향향! 그 들은 제현과 풍운지이 수련과 우정이 함께 했던 곳에 도착했다.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행이 끝난 것이다. 제현은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손을 휘익 저었다. 그러자 주위의 바람이 일렁이며 집 주위의 잡다한 것들이 사라져 버렸다. “반드시...반드시 강해져서 다시 일어서리라!” 제현의 굳은 결심에 마령검이 진동하며 부르르 떨었다. 두 명의 여인은 주위를 둘러보며 황홀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곳은 처음이다. 지옥에서 이정도로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생각에 나온 모습이다. 제현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가옥으로 걸어갔다. 사람이 오랫동안 없었다는 듯이 먼지가 잔득 쌓여 있었다. 그러나 제현은 개의치 않는 다는 듯이 방구석에 있는 목검을 쳐다보고 있었다. 낡을 대로 낡아 언제 부러질지 모르는 목검이었다. “어머...이런 곳에 집도 지어 놓고 살고 있네? 이런 곳은 처음 봐....” “호들갑은 그만 떨고 집 청소나 해라. 얹혀사는 주제에.” 제현의 말에 설후는 미간을 좁히며 거부하겠다는 표정으로 하고 있었지만 제현이 떠나고 싶냐는 말에 군말 없이 구석에 놓여 있는 걸래 같은 것을 움켜쥐고는 가까운 곳에 흐르는 물줄기에 걸래를 적시고는 방을 닦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 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투덜거린다. “칫! 칫! 나쁜놈!” “뭐야?” “아, 아니!” 제현의 말에 급히 말을 바꾸고는 열심히 닦는 모습에 제현은 미소를 지으며 향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설후를 거들고 있는 지, 먼지를 닦은 걸래를 빨고 있었다. 쭈욱! “앗, 제현님!” 제현의 기척을 느낀 것인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모습에 제현은 내공을 일으켜 젖어 있는 손을 말려 주었다. 이미 차가워진 손이 빨갛게 식어 있었기 때문에 제현이 나선 것이다. 그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는 후다닥 설후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크....” 혈마에게 당한 검식의 상처에서 고통이 느껴진다. 횡으로 베어진 복부를 내려다 보며 제현은 분노를 삼켰다. 힐링으로 치료를 했음에도 붉은 피가 베어 나오며 적포를 적신다. 제현의 피로 인해 더욱 붉어진 적포에서는 혈향이 가득하다. “젠장! 힐(Heal)” 제현의 손에서 터져 나온 검은 색의 기류가 복부를 감싸자 점차적으로 피는 멎어가고 있었다. 제현은 복부를 한번 쓰다듬고는 물가로 갔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계집에처럼 생겼다. 우르릉! 비가 오려는 것 같았다. 간간히 비치는 하늘에는 검은 빛만 가득하다. 소나기가 내리는 것인지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빗방울이 거세어지고 있었다. 그 현상에 제현은 오두막으로 들어섰다. 두 명의 여인은 한숨을 돌리고 있는지 방바닥에 주저앉아 심법을 운용하고 있었다. “그나저나...풍운지가 있을 때는 몰랐는데, 방이 하나뿐이군...이거 난감....” 제현의 한탄조의 말을 하고 있을 때, 두 명의 여인은 심법을 마쳤다는 듯이 안광을 토해내며 눈을 스르륵 뜨고 있었다. 구석에 앉아 있던 제현의 숨소리에 놀란 둘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껌뻑였지만 밖에 비가 오는 것을 알고 조용히 앉았다. “저...제현님.” “응? 뭐지?” 조용한 방안에서 남녀가 앉아 있는 것, 여간 곤욕이 아니었다. 제현은 짜증이 나며 밖으로 나가려 했을 때, 향향이 용기를 내어 제현을 불렀다. 설후를 제외하고는 말을 잘 하지 않던 향향이기에 먼저 말을 건 낸 것은 의외였다. 그에 제현은 몸을 틀며 향향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게....” “아...답답해, 그러니까. 잘 곳이 하나뿐이니까. 다 같이 자자고!” 피식 제현은 둘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한창 쏟아져 내리는 비속으로 몸을 날렸다. 이미 마령신법이 극성에 근접했기 때문에 제현의 신형은 비를 뚫고 날아갔다. 비마저 피할 듯 한 느낌이었지만 워낙 많은 빗방울에 제현의 의복은 조금씩 젖어 갔다. “배라도 채워야 할 거 아니야. 칫, 여자라서 비속에 내보낼 수는 없고.” 제현은 혼자 중얼거리며 근처에 과일 나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지옥의 과일답게 오돌토돌한 돌기가 나 있었지만 속은 맛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제현으로써는 거침없이 과일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렇게 제현이 다시 방으로 들어간 것은 온몸이 젖은 후였다. 하지만 가져온 과일은 세 명이 먹고도 남을 정도의 양이었다. 바나나처럼 길 다란 것부터 시작해, 사과처럼 둥근 것, 심지어 수박처럼 큰 것도 있었다. 하나같이 지옥에서는 보기 드문 과일이었다. 츠츠츳! 방으로 돌아온 제현은 우선 내공으로 몸을 말리며 추위를 덜어냈다. 두 명의 여자는 제현의 몰골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가지고 온 과일을 보자 그제야 배가 고프다는 것을 인식하고 과일을 하나 둘씩 집어 들었다. “이 바보야, 이런 걸 따러 갈 거면 말을 해야지. 약간 걱정....” “그럼 너희들이 따오겠냐? 차마 여자라서 보낼 수 없어서 내가갔다.” 제현은 그 말을 하고는 과일을 입으로 가져갔다. 설후는 제현의 말에 약간 홍조를 띠며 고개를 숙였다. 와삭ㅡ “바보...” “하? 기껏 따왔더니...어이없군....청소도 못해 운기조식이나 하면서.” 이제는 제현의 말에 두 명의 여자가 고개를 숙인다. 향향 역시 힘들어 운기조식을 했던 것이다. 그제야 세 명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맞추어 무거운 분위기를 덜어갔다. “여기 넘어오면 내 조(爪)가 용서 하지 않을 거야.” “어익후...무서워서 잠을 자겠나...말 안 해도 안 넘어가니까. 조용히 자셔....” 제현은 설후가 그어놓은 선을 보며 어이없다고 생각했다. 기껏 선이라니. 제현은 그 선에 검을 놓아두며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제현의 모습에 향향과 설후는 조용히 잡담을 하고는 잠에 빠져 들었다. 쌔근... 제현은 눈을 살며시 뜨며 조심스럽게 자리에 누웠다. 풍운지와 이야기를 하며 잠에 빠져 들던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풋, 내가 무슨 생각을....” 제현은 두 명의 여인이 뿜어내는 숨결에 약간 마음에 동했지만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잠을 청했다. 이윽고 제현의 숨소리는 더욱 조용해지며 잠에 빠졌다는 듯이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스르륵... “바보.” 사실 설후는 잠을 자지 않았다. 제현의 말소리를 모두 듣고 있었던 것이다. 설후는 약간 두근거렸다. 제현의 말이 약간 애매했지만, 제현의 행동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력만 놓고 본다면 향향과 자신은 손도 못쓰고 당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 손도 쓰지 않는 것을 보며 약간 안심했지만 야속하기도 했다. 그렇게 설후는 잠을 청했다. 사라지는 고수들, 마도맹을 접수하다. “당신이 서열 30위 마호영입니까?” 미색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하지만 엄청난 위압감! 게다가 그의 눈빛은 죽음을 부르는 마룡의 눈빛과 같았다. 허나 앞의 마호영이라는 자 역시 엄청난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 얼마 전 그는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지옥의 사신이라고 부르는 엄청난 고수였다. 풍운지에게 죽고 난 뒤 약 5년 후에 다시 돌아 온 것이다. 더욱 사나워 진 모습이었다. 꿈틀거리는 근육에서는 자연히 위압감은 물론 사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너는? 크으으....개자식의 제자!” 꿈틀! “입 조심 하는 것이 좋을 거다. 웃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 일 테니. 마호영의 앞에 선 사람은 제현이었다. 무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침묵한 자! 혈교의 교주인 혈마와 맞수를 펼쳤던 이인 제현! 그 이름을 모르는 자는 지옥에는 없었다. 게다가 광호하기 까지 하다. 스스로를 흡혈지존이라고 칭한자! “크크크, 그 애송이가 이정도로 성장하다니! 크하하하!” “저와 가 주셔야 겠습니다. 마호영!” 제현이 5년 동안 해온 일은 무공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한 작업! 무려 5년이다. 그의 무위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부족하다고 느껴지던 파괴와 본능은 이미 선경을 넘어선지 오래다. 제현은 쾌도 무적이라고 칭해지는 자의 묘리를 그대로 옮겨 만검의 낙을 완성시켰으며 정파의 뿌리를 가지고 있는 유유마선(柳流魔仙) 일약지의 무공을 훔쳐 만검의 유를 완성시켰다. 그리고 남은 것은 파와 살! 오직 두 초식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또한, 풍운지가 남겨 놓은 광살마검과 풍운신검까지 도입했으니 어찌 무적이라고 칭하지 않을 수가 있을 까? 마호영의 패도적인 도법을 훔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무려 5년을 기다려 온 일이다. “분광도법(分鑛刀法)을 내놔라! 그렇다면 목숨은 부지 하게 해 주마. 크하하!” 돌연 제현의 정중하던 말투가 변했다. 오직 미친 놈 처럼 웃음을 흘리며 악 바친 소리를 내 뱉을 뿐이다. 이미 혈마를 뛰어 넘을 준비를 완전히 마쳤다. 마법이 없어도 이길 정도의 피나는 수련을 거듭했다. 심지어 스스로 무공을 패하고 수많은 괴수들 까지 상대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거둔 제현이었다. “크크크, 감히 나의 무공을 탐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그럴지도, 확실한 것은 네놈의 무공은 나의 것이 된 다는 것이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제현의 검은 이미 뽑힌 지 오래였고 마호영 역시 등 뒤의 거병을 꺼내 들며 분광도법을 펼칠 준비를 했다. “클클클, 이제 한 번 더 놀아 볼까?” 제현의 마령검에서 스멀스멀 마기가 피어올랐다. 푸른빛의 싸늘한 마기! 제현은 있는 힘껏 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펏! 제현의 마령검이 지나간 자리에는 싸늘한 얼음 조각이 떨어진다. 청아하기도 한 푸른 빛의 검영이 포물선을 그리며 마호영의 가슴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건 풍운지가 사용하던 풍운지로과 유유마선 일약지의 검식을 섞어 만든 만검의 유유(流柳)였다. 흐르는 물 처럼, 버들처럼 흔들리는 검식이었다. “어림없다! 필취파멸도(必取破滅刀)” 휘리릭! 여지없이 분광도법의 첫 번째 초식인 필취파멸도가 시전 됬다. 이미 한번 견식 했던 경험이 있었고 이미 그 보다 한참이나 높은 지고의 경지에 있는 제현은 그 도를 스치듯이, 혹은 물 흘러가는 버들처럼 빗겨나가며 마호영의 복부를 베고 지나갔다. 단 일초였다! 그 일초에 마호영은 피를 흩날리며 무릎을 꿇었다. 믿을 수 없어하는 눈빛! 뒤에서 벌벌 떨며 풍운지와 마호영의 비무를 보던 애송이가 아니었다. “크크크, 무공은 힘과 내공만으로 하는 게 아니지! 끌끌끌!” 이미 제현의 나이는 벌써 이십대 후반에 다가 서고 있었다. 여성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성숙해보이는 모습, 제현은 50세의 노인처럼 괴상한 웃음을 흘리고는 마호영을 비웃었다. 마호영은 죽을 맛이었다. 5년 전에는 풍운지에게 당했으며 이제는 그 제자에게 까지 당하고 있다. 지금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그곳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쓰라린 고통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토록 애송이가 자신을 뛰어 넘었다는 것이다. 제현의 모습은 흡사 토끼를 잡으려고 몸을 낮추고 있는 호랑이의 모습이었다. 감히 올려 다 보지 못할 정도의 기세가 마호영을 옥좌하고 있다. 허나 이대로 무너진다면 자신의 체면이 아니라는 생각에 억지로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흔들리는 다리는 요지부동!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 있었다. 어느 순간 마호영과 제현의 눈동자가 딱 마주쳤다. 마호영은 잘 알고 있다. 강자의 오만한 눈동자가 약자를 흘겨보는 것을 자신 역시 그러지 않았던가? “분뢰우혈도(分雷雨血刀)!” 마호영은 말 대신 초식으로 자신의 의지를 표현했다. 결코 무공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의 내공은 피가 되었고 하늘에서 피 비가 쏟아지듯이 많은 검강들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제현은 검을 바닥에 끌고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치 수백년을 서 있었던 거목처럼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에 미소를 지은 것은 마호영이었다. 그에 힘입어 더욱 내력을 분출 하며 분뢰우혈도에 집중했다! 그리고 빠르게 떨어져 내리는 거병! 공기를 가르고 부수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쉐에에엑! 퍽!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제현을 양단하고 지축을 흔드는 소리리라! 그리고 마호영은 광소를 터뜨렸다. 분명한 감촉이었다. 뇌수를 터뜨리고 뼈와 살을 가르는 느낌! 손의 감촉으로 느껴졌다. 츠츠츠! 돌연 제현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나타나는 제현의 신형! 그뿐 만이 아니었다. 제현이 서있었던 자리에는 바람의 기운이 느껴지며 주위를 뒤 흔들고 있었다. “바람은 자유로우니! 그 누가 속박을 하랴!” 제현은 미소를 지으며 한 소리였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 마호영으로써는 자신을 조롱하는 말처럼 들렸기에 노도와 같은 소리를 내고는 거병을 휘둘렀다. 다시 사라지는 제현! 이제는 수백 개의 분신이 생겨나며 움직이고 있다. “멍청한 것!” 우웅! 제현의 마령검에서 울리던 진동이 지축을 흔들고 있다. 검이 우는 순간은 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주인이 죽었을 때, 그리고 적을 앞에 놓아두고 살기를 토해 낼때! 제현은 후자에 속했다. 만검 - 낙쾌(落快) 제현이 처음 만들었던 초식, 극 쾌의 초식이다. 심지어 쾌검을 사용하는 자 마저도 맞받아 칠 수 없는 쾌검! 순간 제현의 눈빛은 마기로 뒤덮혔다. 아니, 지배한다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축 늘어져 있던 마령검을 빠르게 위로 한번 긋고 횡으로도 한 차례 그었다. 마령검을 휘두를 때 아무런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후우우우! 후폭이라고 들어 봤는가? 폭풍이 지난 뒤에 일어나는 현상, 뒤늦게 부서지는 현상! 그것을 제현이 실현 시켰다. 마령검에서 있던 마기가 그치자 피분수가 나는 소리가 들린다. “끄어어...” 믿을 수 없어 하는 마호영의 눈빛, 거병을 쥐고 있던 오른손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반듯하게 잘린 단면에서는 뒤늦게 분출된 피로 인해 마호영의 정신은 혼미해지고 있었다. 아직도 생기가 느껴지는 오른팔은 떨어진 와중에도 꿈틀 거리고 있었다. 스륵! 제현은 차가운 바닥에 떨어진 마호영의 오른팔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 팔을 버리고는 거병을 마호영의 발치에 던졌다. 쿵! 엄청난 무게임에도 제현은 왼손으로 가볍게 쥐고는 5미터가 넘는 거리에 있는 발치까지 정확하게 던 진 것이다. 유약하게만 보이는 제현의 손목에는 어떤 미동도 없다. 그정도의 무게라면 탈골이 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건만 아무런 일도 없었다. “후후후....그만 내 놓으시죠.” 다시 미소를 지으며 예의를 차리는 제현의 모습에는 오만함도 살기도 없었다. 싱긋이 웃는 모습! 그것은 제현이 상당히 화가 나 있다는 모습이었다. “크으으으, 내 무공을 줄 바에는 차라리 자결을! 큭?” 타타탁! 제현의 신형이 섬광과 같은 속도로 마호영의 앞에 나타나며 혈을 집었다. 옥당혈과 비슷한 위치에 위치한 마혈이라는 것이다. 몸을 마비시키는 혈도로 그곳을 집으며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이런, 이런, 목숨은 소중 한 것이랍니다. 크크크, 너는 내 손에서 벗어 날 수 없다. 오직 내 의지가 너를 죽이며, 살리는 것!” 이미 말 하지 않아도 무공을 가져가는 방법은 널리고 널렸다. 설후의 섭혼술로도 충분했으며 제현의 마법으로 세뇌를 시켜도 그만이었다. “자....이제 네놈의 무공으로 나의 무공을 완성시킬 차례군.” 제현은 간단하게 흡수할 목적으로 몇 가지의 질문을 했지만 녀석의 입은 굳게 다물고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후, 제현은 기운을 다시 끌어 올리며 세뇌마법을 펼쳤다. 한차례 검은 빛이 녀석의 이마에 흡수되듯이 사라지자 녀석의 동공이 확 풀린다. 세뇌에 걸린 것이다. “나의 질문에 대답을 한다. 하하하!” 제현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마치고는 흡수에 들어갔다. 이미 익숙하다는 듯이 흡수를 감행했다. “프로필 뷰....크흐흐흐” 그렇게 마호영의 무공은 자연히 제현의 것으로 변해 버렸고 마호영은 미친 놈 처럼 실실 웃으며 다녔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 아귀의 먹이가 됨으로써 다시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져 들고 말았다. “아직 흡수 할 녀석들은 남았지....혈교의 부교주..네놈은 반드시 흡수해 주마....살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네놈이 필요 하다. 하하하! 허나...죽음은 마음대로 못할 것이다.” 제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흡수할 생각을 했다. 이제 남은 사람은 단 둘! 혈교의 부교주 귀혈마권(鬼血魔拳) 마도영 그리고 흡성마군(吸星魔君) 염적장! 그 둘은 혈교와 마교에 속해 있는 중요한 인물이다. “마호영...네놈을 선택 한 것은 혈교의 부교주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원망을 하려거든 그 놈을 원망하도록!” 제현의 신형은 검은 빛 무리에 휩싸이며 어디론가 이동했다. 덩그라니 놓여 있는 마호영의 오른팔과 멍하니 있는 마호영! 남은 것은 죽음뿐이다. 싸늘한 바람이 몰아치며 하늘에서는 노도와 같은 벼락이 치고 있었다. 비가 올 심산인 것 같았다. 우르릉! 꽝!!!! 경쾌한 소음이 5년 만에 다시 울렸다. 그리고 세상을 정화 하듯이 차가운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멍하니 있는 마호영을 휘감는다. 끼에에에! 비가 오니, 아귀까지 흥분이 되는 것인지 배가 고파 움직이는 것인지 피 냄새를 맡고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제현의 신형은 두 명의 여인이 기다리고 있는 집이었다. 향향과 설후! “아...이제야 오셨군요! 낭군님!” 설후의 음성...아낙의 음성이다. 이미 4년 전에 정을 나눈 지 오래였다. 게다가 향향까지! 두명의 여인을 부인으로 맞이한 제현은 무덤덤했지만 살짝 말아 올라간 입 꼬리를 보아하니 싫지만은 않은 듯했다. 제현을 반기는 듯이 두명의 여인은 뛰어 나와 제현의 양옆을 껴안고 있었다. 그리고 방에서 싸우는 소리! 두 명의 아이였다. 한명의 조그마한 아이, 그리고 남자아이. 둘은 무엇이 불만인지 티격태격 싸우고 있었다. “으아아앙! 엄마! 송악오빠가 나 놀렸어. 나보고 바보래!” 둘의 나이는 같은 또래인 3~4살 정도로 보이고 있었다. 앙증맞은 입술과 조막만한 손이 보기 좋았다. 그 아이는 퉁퉁 부은 얼굴로 향향을 보며 말하고 있었다. 아마 엄마는 향향이리라. 그 여아는 제현을 발견하고는 종종거리는 걸음으로 뛰어 오며 제현에게 안겼다. 제현은 약간 굳은 얼굴로 껴안고는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칫! 하은! 치사하게 일러 바쳤겠다!” 급히 뛰어 나온 송악이라는 남자 아이역시 인상을 찌푸리며 설후에게 매달렸다. 설후는 그런 송악의 머리에 꿀밤을 놓으며 야단을 쳤지만 살짝 웃고 있었다. “앗! 아빠다!” 여자처럼 보이는 제현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오며 손을 벌린다. 자신도 안아 달라는 표시! 허나 제현은 빈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을 뿐 안지는 않았다. 허나, 마법으로 둘을 띄어 올리며 살짝 웃고 있다. “하하하! 내가 아빠?” “낭군님...” 제현의 웃음소리에 향향과 설후는 행복하다는 듯이 제현을 불렀다. 중원의 아낙과 같은 말소리로 말하는 것! 듣기 싫지 만은 않았기 때문에 제현은 미소만 지을 뿐이다. 허나, 목표가 있는 이상 언제까지고 이곳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만간에 이곳을 떠난 다....” 제현의 말에 신난 다는 듯이 웃고 있는 아이들, 걱정스러운 설후와 향향, 그러나 제현은 이 네 명을 놓아두고 갈 생각이다. 그만큼 제현에게는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라지는 고수들, 마도맹을 접수하다. “충(忠), 보고 드리겠습니다. 지옥 전체 서열, 30위 마호영이 사라졌습니다.” 등에 검은 깃발을 꽂은 사람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공손히 말하고 있었다. 손은 포권을 하고 있었으며 눈은 총명하게 빛났다. 허나 입에서는 단내가 나며 급히 왔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눈앞에 마룡좌에 앉아 있는 자는 천마, 그는 느긋하게 보고를 듣고 있었다. 허나, 점점 사라져 가는 본교의 고수들을 보자 마음이 쓰린 것은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경지가 경지인 만큼 겉으로는 무표정을 고수했다. “이른 현상은 본교만이 아닌, 혈교, 또는 소규모의 문파에서도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옥에도 엄연히 문파가 있다. 비록 작은 규모가 모여 만든 문파였지만 그들이 모인다면 무시하지 못할 세력이 만들어진다. 비록 척박한 땅에 터를 잡고 문파를 만들었지만 그들 역시 강한 세력임에는 분명하다. 지옥에는 세 가지의 세력이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첫째가 마교, 둘째가 혈교, 마지막으로 셋째는 문파의 집합체인 마도맹, 이 세 가지의 세력을 놓고 본다면 우위를 가리기 힘들이라. “크크크, 감히 본좌의 수하들은 건드려.” 천마는 싸늘한 웃음을 토해내며 비영단의 사람을 밖으로 보냈다. 그는 수하가 나가고도 끝없이 웃고 있었다. 그리고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 혈마와는 또 다른 느낌의 마기였다. 혈마가 패도적인 느낌이라면 천마는 잔잔한 어둠속에 비수를 숨긴, 마룡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것은 제현 역시 마찬가지. 제현 역시 겉으로는 들어나지 않는 무위, 속에서 용솟음치는 심연의 어둠이야 말로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행천마단을 소환하거라!” “예!” 어둠속에 잠겨 있던 천마의 호위들 중 1호가 나타나며 싸늘하게 웃음을 토해냈다. 이제 시작이다. 혈교와의 싸움! 허나, 견제해야 할 상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마도맹이라는 존재! * * * “크크큭, 마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혈마는 혈룡좌를 움켜쥐며 괴소를 흘렸다. 제현에게 입은 상처는 이미 다 나았다는 듯이 건재한 모습이다. 혈마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제 마교와 마도맹을 처단하기만 한다면 혈교천하 이리라! “우리도 가만있을 수 없지! 근영혈마단(近影血魔團)! 본좌와 마도맹으로 향한다!” “충(忠)” 어둠속에 잠겨있던 근영혈마단이 나타나며 무릎을 꿇으며 한 소리로 외쳤다. 드디어 혈교천하가 실현되려 한다. 지존의 무위! 게다가 본교의 전력이라면 마교는 물론, 마도맹까지 무사하지 못하리라! 혈마의 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의 복부에 기다랗게 나 있는 상처를 매만지며 제현에 대해 곱씹었다. 근영혈마단은 지존의 무위에 더욱 고개를 숙이며 그를 찬양했다. 감히 올려 다 보지 못할 하늘! 그런 존재가 혈교의 교주가 되어야 한다. 감히 그를 넘보지 못해야 한다. 지존이 그런 것이다. 감히 지존께 대항한자는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근영혈마단이 해야 할 일이다. “지존! 조제현이라는?” “크큭, 갈기갈기 나의 도(刀)를 이용해 찢어 발겨 주지! 크하하하!” 혈마의 괴소가 바람을 타고 흘러 수많은 교도들에게 흘러가자 교도들은 끝없이 함성을 피워 올렸다. 이제 시작이다. 그 망할 마교는 물론 마도맹 까지 피로 물들일 것이다. 이것은 혈교에 있어서 숙명이다. * * * 지옥의 절경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곳에서 제현은 결가부좌를 틀고 조용히 명상을 하고 있었다. 이미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바람이 되어 흩날렸고 제현은 미소를 흘리며 살짝 눈을 떴다. 번쩍! 그리고 터지는 안광, 앞의 물길은 순간 얼어 버렸다 다시 녹았다. 그만큼 제현의 소수마공과 마령심법의 숙련도가 극성에 이르렀다는 뜻이었다. 몸 하나하나에서 뿜어지는 기도는 말로는 표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후....이제 떠날 시간이 됐군.” 제현은 아이들의 뛰 노는 모습에 약간 한숨 끼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뇌까렸다. 제현의 심정을 모르는 아이들은 재잘 거리며 뛰어 다니며 물장난 까지 치고 있었다. 잠시후 아이들이 뛰어 오며 제현에게 말한다. “아빠, 아빠! 언제 바깥세상 구경해?” 송악이 물어 온다. 천진하다. 이곳이 인간에게 있어서는 지옥이라는 것을 모른다. 살짝 미안한 감정이 들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곧. 곧 나가겠지.” 뒤이어 뛰어온 하은이 제현에게 안아 달라고 하며 때를 쓰고 있었지만 제현은 요지부동이다. 하지만 마법으로 둘을 뛰워 주자, 꺄르르 거리며 미소를 짓는 모습이 영락없이 평범한 아이와 같았다. 그러나 지옥의 특성상 두 아이들의 몸 상태를 본다면 평범한 인간이라고 볼 수 없다. 게다가 제현의 마기는 물론, 자신의 모친에 따라 그 특성까지 따랐으니, 인간이고 볼 수 없었다. 하은의 상태를 본다면 경공에 일가견이 있으며, 송악은 독에 대한 내성이 뛰어났다. 게다가 자신의 어미를 따라, 미색까지 출중하니, 어디 내놔도 뒤처지지 않았다. 둘은 마법에서 벗어나 통통 거리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참으로 앙증맞다. 뒤이어 뛰어 나온 두 명의 아낙네가 아이들을 다그치며 물장난은 하지 말라고 말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평범한 가정집이었다. 허나, 제현 자신 때문에 그런 것도 이젠 할 수 없을 것이다. 살짝 아이들에게 미안해지며, 제현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낭군님...어째서?” 시간이 한참 지나 밤을 지나고 있었다. 제현은 두 명의 아이들에게 옥당혈을 집으며 잠을 재웠다. 병아리처럼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 참으로 안쓰러웠지만 할 수 없었다. 이곳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 은신처! 가족의 안전은 보장하는 곳이다. 혹여 누군가의 침입을 대비해 결계까지 치지 않았던가? “미안....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야.” 제현의 눈에서 안광이 토해지며 두명의 여인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두 여인은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그 안광이 폭사 된 곳은 이곳에는 없었다. 오직 혈마와 천마! 그리고 혈교의 부교주에게 향하고 있었다. “낭군님...아니, 제현, 어째서!” 설후는 눈물을 글썽이며 제현에게 안긴다. 오랜 만에 들어보는 이름! 제현은 살짝 미소를 지었지만 억지웃음이다. 그것을 잘 아는 설후는 더욱 세게 제현을 끌어안았다. 향향 역시 제현의 왼편에 안기며 세 명은 숨죽이며 흐느꼈다. 한참이 지나자 두 명의 여인은 눈물을 닦으며 제현을 더나 보낼 준비를 했다. 간단히 준비된 제현의 마령검이 은은한 빛을 토해내고 있었으며, 제현의 옷은 깨끗하게 수 놓여 있었다. 특히 제현이 좋아하는 문양인 서양식용의 무늬가 등 뒤에 수 놓여 있었다. 두 명의 아이 머리맡에는 제현이 써 놓은 무공이 있었다. 하은에게는 마영신법과 마영보법, 그리고 소수마공, 만검을 주었고 송악에게는 풍운지와 같이 강인한 사람이 되라는 뜻에서 풍운지의 무공을 다 주었다. 풍운신검, 풍운심법, 풍운신법, 풍운보법! 두 명의 아이에게는 제현의 절기가 묻어나는 것들을 모두 가져가 있었다. “후후...강한 사람이 되 거라. 이것이 가훈! 특히 송악, 다시 만날 때는 풍운지와 같은 모습을 찾기를...” 제현은 새근새근 조용히 자고 있는 두 명의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비록 4살이지만 알 것은 아는지 자는 와중에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자, 이건 당신들에게 줄 것. 이건 내 마법이 담긴 비서라는 것은 잘 알겠지. 그리고 이건 흡성대법은 아니지만 흡혈마공이라는 나의 절기다. 이거라면 설후의 무공도 완성 되겠지.” 제현은 두 명의 부인에게 상세히 설명하고는 나갈 채비를 갖추었다. 그러나 차마 발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나가야 했다. 뒤따라 나온 두명의 여인은 제현에게 다시 안기며 입을 맞추었다. 두 명의 여인에게 뿜어지는 은은한 향기에 제현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돌연 하늘로 신형을 뽑아 올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진다! 엄청난 신법이었다. 과거의 제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사라지는 고수들, 마도맹을 접수하다. 시작의 지점 서쪽! 그곳에는 거대한 성의 주인 마교가 있다. 그리고 지옥의 끝이라고 불리는 동쪽의 강자 혈교가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간에 끼여 있으며 최남단의 불모의 지대라고 불리는 곳에 위치한 마도맹! 가장 불리한 곳이 마도맹이다. 강한 세력의 중간에 위치했기 때문에 그들은 더욱 몸을 사릴 필요가 있다. 게다가 그들의 가장 불리한 점은 마교나 혈교처럼 최고의 고수가 없다는 것이다. 감히 범인(凡人)으로써는 상상하지 못할 두 명의 절대 고수! 그들이 있음으로 해서 마교와 혈교는 점점 거대해져 가기만 하고 있다. 특히 지옥에 처음 오는 신입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중원의 악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세력에 몰려드는 것은 벌이 향기로운 꽃을 찾듯이 자연스러운 현상,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능력이 되지 않거나 마교와 혈교에 안 좋은 감정이 있는 자들은 그나마 마도맹으로 모인다. 키르륵! 제현의 신형은 이미 남하 하고 있는 상태다. 천마나 혈마처럼 자신도 세력을 만들어야 했다. 그 중 가장 좋은 곳이 마도맹! 그곳의 맹주가 된다면 거대한 세력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 그것까지 생각에 미치자 제현은 마도맹의 행로를 택했다. “크크, 오년 전의 나였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겠지. 고작 홀로 싸우다 죽을 뿐!” 제현은 혼자서 중얼거리며 외로움을 덜었다. 이미 생각해 둔 생각이 있다. 마도맹의 세력을 이용해 마교와 혈교를 무너뜨리겠다는 의지가 눈에서 발했다. 몸에서 분출하는 무영지기 때문에 아귀나 다른 마물들의 접근은 허락하지 않았다. 제현은 곰곰이 생각했다. 자신의 생각처럼 했다가는 개죽음뿐이었다. 풍운지와 같은 포용력도 없을뿐더러, 생각도 깊지 못했다. 풍운지의 연륜과 몸에서 뿜어지는 지배력이 자신을 있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까지 미치자 제현은 살기를 방출했다. “반드시, 풍운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겠다.” 제현이 오년동안 무엇을 했던가? 풍운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비록 무위는 강해졌다고는 하나, 생각하는 바가 짧았다. 감정에 휩싸였으며, 몸이 가는 대로 행할 뿐이었다. 허나 이제는 아니다. 끼요오오오! 익히 들어봤던 전서구의 외침이다. 하늘을 비행하며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는 모습! 게다가 땅의 지축이 흔들릴 정도의 굉음이 난다. 구구구구구ㅡ 벌써 이 소리를 들은 지 3일째다. 게다가 그 소리가 흐르는 방향을 본다면 마도맹으로 가는 것이 느껴졌다. 멀리서 비릿한 혈향이 느껴졌지만 제현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점점 다가온다....?” 멀리서 검은 무복을 입은 자들이 각자 말의 형상을 한 괴수의 갈퀴를 움켜쥐고 제현을 스쳐 지나간다. 등 뒤에 적힌 교(矯)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본적 있는 대행천마단이었다. 키히힝! 먼지구름을 몰고 가는 토네이도처럼 그들은 질풍처럼 멀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지나가며 제현에게 시선을 주었지만 곧 관심을 끊고 오직 남단하고 있었다. 그제야 제현의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의 생각이 교차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당했다!” 그제야 제현은 그들의 목표가 마도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교와 혈교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는 존재들! 그들이 바로 마도맹이다. 그것이 제현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자 제현은 빠르게 신법을 전개했다. 허나, 상당한 거리를 벌려 놓은 대행천마단의 행보에 조급해진 것은 제현이었다. 벌써부터 이런 차질이 생가면 복수는 멀어지는 것이다. 극성의 신법을 펼치며 따라갔지만 그 괴수의 속도 역시 쾌속이다. 풍운지의 신법으로 자신의 신법의 약점인 내공 소모를 줄인 것이 다행이라 여겨졌다. 마영신법의 단점이 내공의 고갈이 크다는 점이다. 하지만 풍운신법으로 더욱 적은 양의 내공으로 먼 거리까지 갈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상대가 파악하지 못할 정도의 은밀함은 물론 기척도 미미했다. 이 정도라면 중원의 살수(殺手)들과 비추어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휘이잉! 한바탕 휘저은 것인지 혈풍이 제현의 코를 자극한다. 점점 흥분되어 가고 있었다. 싸늘하게 굳은 제현의 입가는 더욱 타들어가며 조급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제야 마도맹이 보인다. 허나 보이는 것은 불탄 흔적과 싸늘한 시신들이 즐비한 곳이었다. 게다가 마교와 혈교의 시신들도 보인다. 심지어 땅까지 페인 것을 봐서는 상당한 고수가 남긴 흔적 같았다. “끄어어” 싸늘한 시신 속에서 누군가의 신음이 들린다. 제현은 급히 보법을 사용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마교나 혈교의 교도였다면 한손에 쳐 죽였으리라. 허나 마교나 혈교의 잔당은 아니었다. “그레이트 힐(Great Heal)” 힐의 상위 마법인 그레이트 힐을 펼쳤다. 금방 청아한 기운이 그에게 날아가며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꿈틀거리던 손은 편안하게 풀려 버렸고 고통에 신음은 점차 줄어갔다. 제현은 한숨을 돌리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전통가옥처럼 나무로 지어진 어색한 곳이었다. 허나 뼈대만으로는 판단 할 수 없겠지만 상당히 멋진 곳이라고 생각했다. 하나의 문파처럼 거대한 집의 형상이다. 하지만 마교나 혈교에 비해서는 규모는 작았다. “칫, 귀찮게 됐군. 처음부터 일이 꼬이다니.” 제현은 앞에 쓰러져 있는 이름 모를 자를 억지로 가부좌를 틀게 하며 명문혈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내공을 순환 시키며 정신을 차리도록 만들었다. 어찌 되었건 이야기를 들어야 의문이 풀릴 듯했기 때문이다. “일어나라.” 근엄한 목소리 제현이 물었다. 마기(魔氣)가 가득 찬 눈과 입에서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위엄이 흘러 넘쳤다. 그리고 쓰러져 있던 자는 서서히 눈을 뜨며 자리에 일어났다. 허나 앞에서 뿜어지는 기운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누구...서, 설마! 대행천마단!” 제현의 용모가 그랬을까? 혹은 의복 때문이었을 까? 그는 경계를 하며 꼬리를 말기는커녕 살기를 피워 올리며 달려든다. 제현은 녀석의 행동에 코웃음을 치고는 혈을 집어 버렸다. 마혈이 제압당하자 녀석은 이제 죽는 구나라는 생각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네놈의 이름은?” “후후후, 죽을 사람 이름은 알아서 뭣 하겠나! 치욕은 그만 주고 나를 죽여라. 한때 마도맹의 맹주라는 직위를 가진 것에 걸맞게....” 제현은 의외의 직위에 눈을 부릅뜨며 싱긋이 웃었다. 하지만 눈에서는 안광이 터져 나오며, 공기를 싸늘하게 식혔다. “쿠쿠쿡! 크하하하! 드디어!” 제현은 부들부들 떨리는 몸에 주체 할 수 없이 웃음을 흘렸다. 이 순간만큼은 마교에 대해서 고마워해야 할 것 같았다. 맹주를 만난 것이다. “본좌는 마교와 혈교에 척(斥)을 두고 있는 조제현이다. 흔히 흡혈지존이라고 불리지.” “흡혈지존(吸血至尊) 조제현!” 제현은 오만하게 눈을 뜨고는 팔방(八方)에 자신의 기운을 뿜었다. 그리고 후광을 비추는 지옥의 태양이 제현을 더욱 돋보이게 하며, 맹주라는 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게다가 제현의 얼굴에는 위압감이 서리며 맹주는 절로 고개를 숙였다. 이미 마혈이 풀린지 오래였다. 뚜벅ㅡ 뚜벅! 제현에게 맹주가 다가온다. 그것도 무릎을 꿇고 기어서! 제현은 그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녀석의 다음 행동을 주시했다. 후광 때문인지 제현의 살기는 천지를 뒤엎을 정도로 상승했다. 대단 한 위압감! “나....마도맹의 맹주 당송군! 흡혈지존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끌끌끌! 영광은 당연하다. 나는 마교는 물론, 혈교를 없애기 위해 너의 마도맹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니! 나의 휘하에 두기 위해 이곳에 왔다!” 제현은 당송군의 말에 이미 다 됐다는 생각에 마기를 사위로 뿜으며 마왕과 같은 위엄을 토해냈다. 마치 똬리를 튼 마룡 처럼 제현의 모습은 대단해 보였다. 그에 당송군은 급히 몸을 일으키며 제현에게 포권을 취하며 외쳤다. “신명을 다해 주군(主君)을 따르겠습니다.” 이것으로 제현에게는 하나의 작은 세력이 생겼다. 드디어 첫발을 땐 것이다. 망할 마교와 혈교를 처단 하는 것은 마도맹을 정비가 끝난 후다. 그것으로도 자신의 내자(內子, 아내, 부인)은 물론 자신의 자식들 까지 편안하리라! “크크큭, 이제 마도맹은 지옥 제 1세력이 되리라!” 제현은 후광이 점점 사라져 가는 태양을 보며 수십 가닥의 검기를 분출하듯이 마법을 뿜었다. 하늘을 메우는 수십다발의 차가운 냉기들이 태양을 얼려 버릴 정도로 대단했다. 이 장관에 당송군은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드디어...우리에게도 지존이....” 그는 숨죽여 눈물을 흘리며 앞으로 있을 마도맹의 광명(光名)을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비록 살아남은 자는 자신 한명 뿐이지만 조만간에 다시 예전의 기상을 회복 하리라 생각했다. 지존의 등장은 세력 확장과 같았다. 사라지는 고수들, 마도맹을 접수하다. “주공,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제현은 하루 동안 폐허로 변한 마도맹의 총단에 머물고 있었다. 간간히 쓰러질듯 말 듯 한 위태한 모습이었지만 이슬에 젖지 않고 잘 정도는 되었다. “왔는가. 밤새 좋은 일이 있었는가 보군.” “예 주공, 감사합니다.” “하루 만에 혈색이 좋아 졌어. 크크.” 제현의 물음에 당송군은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만큼 제현의 존재가 큰 힘이 된 것이다. 여전히 그는 무표정했지만 얼굴의 빛깔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사무적인 모습의 당송군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인지 제현도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당송군은 명을 받으라.” “속하,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 제현의 엄중한 말을 들었을 까? 당송군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몸을 숙인다. 그리고 비장함 마저 보이고 있었다. 자신의 주군의 첫 번째 명이다. 그만큼 떨리는 일은 없으리라. “세력을 확장시킨다. 크큭, 지금 상태로는 이도 저도 못하니까.” “충(忠), 신명을 다해 주군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제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당송군을 스쳐지나갔다. 그의 몸에서 뿜어지는 무형지기가 발하자 바닥을 나뒹구는 먼지는 물론, 조잡한 나무 조각까지 하늘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제 시작이다. 세력을 모으는 일! 고수를 보유하는 것이야 말로 우선 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주변의 문파를 점령한다. 크크큭.” 제현은 주변의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파를 끌어들일 생각을 했다. 이도 저도 아닌 자들, 주위의 눈치를 보는 자들, 심지어 2계의 인물까지 다양하다. 그들을 끌어 들인다면 마교와 혈교 못지않은 세력을 모을 수 있으리라. 지옥에는 수많은 문파가 있다. 비록 규모는 미흡하지만 한 곳으로 모으면 큰 세력이 될 것이 뻔하다. 이 런 문파는 한두 개가 아니었던 것이다. 지옥의 모든 곳에는 작은 문파가 있기 마련이다. 가족 단위부터 시작해, 각 세계의 사람이 모여 만든 문파부터 시작해 가지각색의 문파가 있다. “주군, 그럼 어느 쪽부터 시작하시겠습니까?” “이 근방의 문파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점점 세를 넓혀 마교와 혈교 근처까지!” 제현은 앞장을 서며 마도맹의 터를 벗어나고 있었다. 둘로 시작하는 만큼 처음부터 큰 것을 바래서는 안 되는 것을 잘 알기에 제현은 느긋하게 걸었다. * * * 휘이잉! 남쪽에서 북쪽으로 사이한 흑풍이 몰아친다. 그 검은 바람은 마치 사술과도 같았다. 흑풍에 닿는 자는 온몸이 갈갈이 찢어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고통을 받는다. 또한 흑풍이 지나간 자리엔 육신이 모두 썩어 앙상한 인골(人骨)만 남게 된다. 흑풍에 반(叛)하는 자는 여지없이 죽음의 바람이 몰아친다. 그 흑풍은 인골 또한 온전치 못했다. 두 명의 남자, 앞서 걷는 자는 거침이 없다. 흑풍의를 걸친 그의 기도가 심상치 않았다. 허나, 얼굴은 어떠한가? 개미새끼 한 마리 죽이지 못할 것 같은 모습의 여리디. 여린 소녀 같은 생김새였다. 허나, 겉모습만 보고 만단하면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잘 짜여진 각본처럼 그 둘의 걸음은 느긋했다. 하지만 앞서 걷는 자의 뒤에는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전율하는 자가 있었으니, 그는 마도맹의 맹주 당송군이었다. 그 역시 남루하지만 흑풍의를 걸치며 제현의 뒤를 걷고 있었다. 그들은 남에서 북으로 향하고 있다. 허리에는 검을 찬 제현이 묵묵히 앞장서서 걷고 있다. 그들을 멀리서 본다면 작은 흑풍과 같았다. 다가가면 흑풍의 위협에 갈가리 육체가 갈리며 사라질 것처럼 보였다. 절로 공포가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주군! 저기 앞에 보이는 것이 흑사문(黑死們)입니다.” 쭈뼛. 당송군의 말 때문이었을 까? 제현의 살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다. 이곳으로 오는 와중에도 여러 문파를 들렀다. 허나, 모두 불가(不可)를 하며 제현을 거부했다. 하지만 모두 제현의 마령검 앞에 차디찬 죽음을 맛봐야 했다. 거부는 곧 죽음! 제현은 안광을 폭사하며 신법을 발휘했다. 뒤이어 당송군 역시 뒤를 따르며 빠르게 발을 놀렸다. 순식간에 도착한 흑사문이 눈에 들어왔다. “누, 누구?” 멀리서 나와 경계를 서고 있던 문도로 보이는 자가 제현의 기세에 눌려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고양이 앞의 쥐처럼 벌벌 떨고 있었다. 그의 입술은 버들잎처럼 바르르 떨고 있었다. “마도맹에서 찾아왔다. 너희 문주에게 제안 할 것이 있다. 크크큭.” 제현이 본 그들은 시시했다. 차마 병기도 꺼내지 못하고 벌벌 떠는 모습이란. 아무튼 제현은 싸늘한 웃음을 토해내며 문을 지키고 있는 문도에게 보내던 살기를 거두어들이며 정신을 일깨웠다. “감히! 주공의 명을 못들은 것이냐!” “끅!” 당송군의 살기에 그는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사람처럼 급히 꼬랑지를 말고는 급히 뛰어 들어갔다. 잠시후 당당한 기백의 모습을 한 자가 걸어 나왔다. 그의 몸에서 뿜어지는 기세는 제현의 몸을 옥좌하고 있었지만 제현의 표정은 그대로, 살짝 웃는 모습이었다. 잠시후 제현 역시 기운을 방출시키며 주위를 앞도 했다. “큭, 기...기운을...!” 역으로 옥좌당하는 기분을 느꼈을 까? 그는 시뻘게진 얼굴로 제현에게 부탁했다. 그에 제현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기운을 거두어 들였다. “마도맹이라 들었소, 본 흑사문에는 무슨 일이오.” “크큭, 일? 당연히 있지. 이곳을 본좌의 세력으로 끌어 들여야겠다. 거부한다면 알고 있겠지?” 강압적이다. 제현의 말에 그는 미간을 꿈틀 거리며 힘줄을 토해냈다. 요즘 들어 여러 문파의 소식이 끊겼을 때 의심했었다. 그게 이 자의 소행이었다는 생각에 그는 분노를 토해냈다. “감히! 본문을 탐하다니! 겨우 둘로 흑사문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 하느냐!” 흑사문의 문주인 일영의 외침 때문이었을 까? 대략 20여명의 문도들이 쏟아져 나오며 제현은 물론 당송군 까지 감싸고 있었다. 그들 하나하나 무기를 소지 하고 있었다. 그 무기는 곧 세력을 뜻했다. 모든 무인이 지옥에서 무기를 소지 할 수는 없다. 무기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허나 이곳의 문파는 모든 제자들이 무기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강한 문주가 있기 때문이다. “크크큭, 거절인가?” “하하하! 본문을 이긴다면 네놈의 휘하게 들어가겠다.” 제현의 오만한 표정이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인지 모든 문도들이 살기를 피워 올렸다. 좀 전에 보았던 겁에 질린 모습이 아니었다. 허나 제현은 모두 애송이로 보일 뿐이었다. 그들은 언제든지 출수할 준비를 위해 마기를 끌어 올렸다. “그게 조건인가? 쉽군!” 느긋하게 있던 제현이 갑자기 출수했다. 무기도 뽑지 않았다. 하지만 뇌락같이 날아들어 모두의 눈을 현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흑사문의 문주인 일영은 예상했다는 듯 내력을 끌어올리며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그의 장기인 급습을 감행하기 위해 극상의 신법을 발휘하며 신영을 흩트렸다. 스팟! 그리고 나타난 일영의 신형은 제현의 뒤쪽으로 옮겨져 있었다. 그의 손에서 출수된 단검은 제현의 등판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제현은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단검은 줄에라도 매달린 것처럼 허공에 멈추어져 버렸다. 고강한 내력에 의해 멈춘 것이다. 격공섭물을 응용한 것으로 내력으로써 날아드는 것을 잡아내는 것이었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만큼 내공 소모도 크지만 상대를 앞 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는 딱이었다. “후훗, 멍하니 있다면 죽음이다.” 이미 제현의 신형은 일영의 앞에 나타났다. 미처 피하지 못한 일영은 그대로 제현의 쌍장에 몸을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펑! 일영은 제대로 된 반격조차 못하고 뒤로 튕겨져 날아가 문도들과 부딪혔다. 단지 달려들어 일장을 내 뻗은 것뿐인데 일영의 입에서는 쉴 세 없이 피가 흘러내린다. 게다가 자신들의 문주와 부딪힌 자들도 입에서 선혈을 토해내며 비틀 거리고 있었다. “크윽....이대로는...!” 일영은 몸을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입에서 솟구치는 선혈은 물론 가슴에서 이는 통증으로 몸을 가눌 수 없었다. 몇 번이고 쓰러진 끝에 간신히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문주님이 단 일격에...!” 옆에서 지켜보던 문도들의 시선이 바동거리며 쓰러지길 반복하는 일영에게 닿아 있었다. 그들은 밑을 수 없었다. 30~50 위의 인물들도 자신의 문주를 이렇게 까지는 못만 든다. 그의 무위로 능히 30위의 마호영과 대적할 수준이 되는 것은 웬만한 지옥의 고수들도 알고 있다. 게다가 그가 일가를 이룬 것도 그의 무공 덕택이 아닌가? 은밀한 신법과 보법! 게다가 비도 술로 유명한 자였다. 그의 내력만 놓고 본다면 결코 낮다고 볼수 없었다. 하지만 일격에 당했다! 내력을 완전히 끌어올리지 않았다는 핑계를 댄다 해도, 그리고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핑계를 댄다 해도 단 일격에 몸을 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당했다는 것은 설명이 되지 않았다. “앞으로 네놈들은 나의 개일 뿐이다.” 제현은 일영에게 다가가 그의 안면을 발로 짓밟으며 뇌까렸다. 이미 일어선 몸은 비틀 거리며 쓰러진지 오래였다. “큭!” 일영은 치욕스러운 것인지 입이 찢어져서 인지 그 사이로 흘러내리는 피와 신음이 제현의 귓가를 때렸다. 순간 제현은 몇 년 전 빌빌 거리던 자신의 모습이 생각 난 것인지 더욱 발에 강한 힘을 주었다. “지존!” 당송군이 나지막이 말렸다. 그를 비롯한 주위의 모든 인물들은 제현의 내력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아니 추측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그의 몸에서 뿜어지는 기세는 물론, 자신들의 문주에게서 뿜어진 피를 흡수하듯이 끌어 들인다. “일영, 네놈의 눈빛이 참 마음에 들지 않다. 감히 주인에게 보이는 눈빛이 아니야. 죽이지는 않겠다. 죽인 다면 차질이 생기니까. 크크크” 제현은 발을 떼고는 일영을 일으켰다. 이미 마법으로 치유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제대로 몸을 가눌수 있었다. 허나, 그의 눈빛은 적을 보는 듯 한 싸늘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제현은 녀석의 멱살을 들어 올려 멀리 던져 버렸다. “본좌의 명을 따라야 할 것이다. 개같이 말이다. 물론 말 잘 듣는 자에게는 포상을, 그렇지 않은 개에게는 매가 간다는 것을 알 것이다. 크하하하!” 제현은 일영을 노려보며 대소를 터뜨렸다. 이미 제현의 심성은 마도에 물들어 있었다. 그게 다, 광살마검의 영향이리라. 틈나는 대로 광살마검을 연구했으며 펼치기 까지 했다. 하지만 자신의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는 이렇지 않았지만 떠나온 순간 이렇게 변한 것이다. “주공으로 받, 받아들이겠소...” “뭐라고?” 제현은 들리지 않는 다는 듯이 귀를 가져다 댔다. 그러자 그는 무릎을 꿇으며 포권을 취했다. 그 행동에 모든 문도들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흡혈지존을 주공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업이 끝날 때 까지 신명을 다해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그들의 표정에는 비통함이 어려 있었지만 말은 진심이었다. 한명의 지존을 만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만큼 그들은 제현의 무위에 경외감을 갖고 있었다. “크크크, 너희들은 좋은 선택을 한 것이다. 본좌는 더욱 세력을 넓혀 마교는 물론 혈교까지 싸그리 없애 버리겠다.” “으으으...” 그들은 제현의 위압감에 몸을 떨어야 했다. 게다가 마교와 혈교라니!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름이었다. 지옥의 3존이라고 불리는 존재 중, 둘을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지만 제현의 오만한 모습을 보자 마음이 놓이는 것인지 고개를 숙였다. 지존을 모시게 된 것이다. 비록 치욕스럽게 불린다고 해도 상관 없다는 듯이 그들은 표정을 굳혔다. “본좌는 더욱 세를 넓힐 것이다. 너희들 역시 본좌의 행사를 위해 문도를 이끌고 하위 문파를 점령하라!” “존명(尊名)” 흑사문은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일을 행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문주를 포함한 21명은 문파 내로 들어가며 떠날 채비를 갖추었다. 제현 역시 다른 문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흑사문은 동으로 향하리라! “주군! 드디어....” 당송군은 미소를 지으며 흑사문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쉽게 문파를 손에 넣는 일은 쉽지 않다. 아무리 강한 무위를 가쳤다고는 하나, 사람을 끌어들이는 포용력이 부족하다면 힘든 것이다. 지금 제현에게 절실한 것은 포용력이다! 하지만 부족한 포용력 덕분에 지금껏 하나의 문파도 포섭하지 못했던 것이다. 허나, 기어코 하나의 문파를 포섭하고야 말았다. 아마 이제부터는 일사 천리리라! “주군, 다음 문파는 검가로 알려진 검경(劍憬)이라는 문파입니다.” 당송군은 하나 둘씩 그 검경이라는 문파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었다. 검경의 문파는 순위권의 고위 고수가 만든 문파였다. 비록 마교에 척을 두고 있다고 하나, 그는 결코 마교에 굴하지 않는 자였다. 그의 무위는 풍운지와 비슷하거나 그에 못 미치는 정도의 실력자였다. 순위는 40위 낙화검(落華劍) 창천군! 그는 보기 드문 정파의 인물이었으나. 모든 사람이 그렇듯 정파의 옹졸함에 치가 떨려 마도에 몸을 담은 자였다. 별호에 걸맞게 화산파의 검을 사용하는 자였다. 비록 기초적인 검식만으로 고수의 반열에 올랐지만 정파에 몸을 담았다는 이유로 마교의 교도에게 목숨을 잃었다. 그 후로, 마교와는 척을 지었고 지옥에 와서 많은 마교도는 물론, 마교의 순위권의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마교에 치욕을 주었던 자다. “주군, 이 문파는 의외로 잘 구슬린다면 포섭하기 쉽겠습니다.” “크크크.” 제현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의 행보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것을 아는 당송군은 황송하다는 듯이 뒤를 따를 뿐이다. 5년 안에 모든 정비를 끝마치리라! 모든 정비가 끝난 다면 제일 먼저 혈교를 칠 생각이다. 제현의 의지에 반하는 고수들은 하나 둘씩 싸늘한 시체를 남기며 죽어나갔다. 그들은 모두 하나의 문파의 수장들이었다. 소리 소문 없이 죽어나가는 고수로 인해 많은 순위의 공석이 생김으로써 혈교와 마교는 혼란을 겪고 있었다. 그에 따라 순위 쟁탈전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사라지는 고수들, 마도맹을 접수하다. 리치들의 왕! 아크리치 벨즈비트 그는 텔레포트로 인적이 드문 산중턱에 나타났다. 게다가 그의 주위에는 한두 명이 아니었다. 2계의 인물들로 이루어진 리치 단! 아크리치는 마계의 군단장과 같은 위치에 있다. 게다가 마왕과도 같은 계약을 통해 많은 리치들을 보유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것은 지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교와도 떨어져 있으며, 혈교와도 동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산 중턱에는 언데드 들이 내 뿜을 수 있는 마기를 뿜어냈다. 그 기운은 죽음의 기운인 사기(死氣)였다. “크크큭, 지옥에서는 느껴지는 강한 세 가지의 기운! 친숙한 마왕의 기운이 느껴진다. 크하하하!” 벨즈비트의 말이었다. 그가 지칭하는 것은 마교의 천마, 혈교의 혈마를 지칭했고 마지막으로 강한 기세로 점점 강해지는 제현을 뜻했다. 그 괴소에 뒤에 자리 잡고 있는 많은 리치들도 안광을 토해내며 뼈만 남은 입을 덜 석였다. “나와라!“ 벨즈비트의 음성이 음침하게 흘러나왔다. 멀리서 괴수는 물론, 인간의 모습인지 의심이 되는 자까지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신형이 날아들듯이 벨즈비트의 앞으로 움직였다. 그때까지 로브 깊숙이 처박힌 벨즈비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벨즈비트!” 옷이 갈기갈기 찢어진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괴인은 온몸에 자잘한 상처를 입은 채 더욱 진지해진 표정으로 벨즈비트 올려다보았다. “인간을...언제 벌 할 것인가?” 괴인은 날카로운 손톱을 세우고 벨즈비트를 독촉했다. 싸늘한 말 한마디 하나에 기세가 흘러넘치며 벨즈비트의 로브자락을 뒤 흔들었다. 괴인의 모습은 자잘한 벌레부터 시작해 큰 벌레, 괴수 등 여러 잡스러운 것이 합쳐진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흡사 거대한 검은 토네이도 같았다. “크크큭, 그래, 내가 친히 인간들을 벌하지. 지옥의 정세가 심상치 않아. 더 이상 2계를 하찮게 보지 못할 것이다. 샤프” 샤프라고 불린 키메라의 형상을 한 자는 기운을 끌어 올리며 몸을 떨어댔다. 그는 리치의 왕인 벨즈비트와 호적수인 존재였다. 그는 키메라의 왕이라고 불리는 킹 키메라! 그것이 그의 존재였다. 그동안 숨죽이고 있었다. 2계와 다른 환경과 인간들의 경지에 몸을 사린 것이다. 그것이 장장 1천년! 이제는 부상할 때가 됐다. “크르륵, 드디어!” 벨즈비트의 말에 샤프는 돌연 하늘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르는 수십의 마물들! 흡사 마계의 괴수를 보는 것 같았다. 하늘을 가득 메우는 독충들과 괴수들의 날개 짓에 샤프는 점점 동화되어 사라져갔다. “크크큭, 2계의 인간들이여! 나, 벨즈비트의 의지에 반하는 자는 가차 없이 죽음을 뜻할 것이다!” 제현의 행보에 맞추어 벨즈비트 역시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군대! 흡사 인마대전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산 중턱을 가득 메운 마물들과 언데드! 보통의 언데드가 아니었다. 계약을 이행한 리치들! 그들은 싸늘한 안광을 토해내며 출전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 * * 마교와 가까운 곳의 한적한 문파로 보이는 검경(劍憬), 그리고 그곳의 문주인 순위는 40위 낙화검(落華劍) 창천군, 자신의 문파 근처에 마교가 있다는 것에 크게 분노했다. 매일 일상처럼 시작되는 것인지 문도들은 그런 문주를 쳐다보며 고개를 설래, 설래 저었다. 현생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마교에 대한 그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간혹 근처에 다가온 마교의 교도를 볼 낮이면 살아 돌아가지 못했다. “젠장, 저딴 곳에 위치한 것이 검경이라니!” 애꿎은 돌을 발로 차버린 마교의 교도가 힘없이 말했다. 마교의 세는 점점 커저가고 있었으니 그 걸림돌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검경! 이에 마교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검경을 지옥에서 없애 버리는 것이었다. 게다가 사파인 이라면 극히 싫어하는 정파의 냄새가 나는 것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유독 이곳에는 정화의 기운이 넘실거렸다. 그에 마교는 물론 다른 자파 역시 인상을 찌푸렸지만 감히 침범 할 수 없는 곳이 이곳 검경이었다. 허나, 마교에게 있어서는 언제든지 치워 버릴 수 있는 곳이었다. 휘이이잉 공허한 바람이 휩쓸고 지나자 검경의 문파가 한번 상쾌한 숨을 토해낸다. 허나 점점 다가오는 무리들, 그들의 손에는 병장기들이 가득했다. 이미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도 있었다. 검경의 문파에서는 작은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그것은 마교의 교도의 소리였다. “쓰레기 같은 마교 따위가 감히!” 창천군의 외침이다. 그의 검은 여지없이 꽃을 뿌리며 적을 베고 또 벨 뿐이다. 정파의 검 같지 않게 잔혹한 손속이었다. 그의 검은 애찬에 찬 비명을 토했으며 검병의 손잡이는 피로 물들어갔다. 어딘가 싸늘하게 보이는 창전군의 두 손에서는 쉴 새 없이 피를 불러 일으켰다. 가슴 언저리에 새겨져 있는 화산파의 표식인 매화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허나 그의 색깔은 검은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게다가 그의 손에는 울긋불긋한 힘줄과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그만큼 그의 무공 수위와 연습량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죽여 버릴 테다. 마교의 잔당!” 푸우 그의 검이 흔들리며 검영을 만들어냈다. 제현에 비해 턱없이 적은 양이었지만 현란한 검식에 마교의 잔당들이 쓰러져 간다. 이미 그의 제자들 역시 수십 명의 마교도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수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허나 그들의 기세는 누구에게 뒤지지 않았다. “낙화검 창천군을 먼저 처라!”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자는 없었다. 그만큼 마교의 존재들은 낙화검을 무서워했다. 그에 수십 명의 마교인들은 사방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여지없이 창천군의 검에 차디찬 시신으로 변해가자, 명을 내렸던 존재가 움직였다. “어딜 도망쳐? 너 같은 마교 놈들은 다 죽어야 해.” “사, 살려줘.“ 창천군의 검에 걸린 자는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다.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쳤지만 낙화검은 이미 사내의 허리춤에 깊숙이 박아 넣고 있었다. 낙화검에서 타고 흐르는 피에 창천군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내력 고갈은 있는 법인지 그의 숨은 평범한 남성처럼 헐떡이고 있었다. “창천군이 지쳤다. 지금이다!” 수십의 마교도들이 달려들었다. 창천군은 검을 휘두르려 했지만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는 개미 한 마리조차 벨수 없었다. 내력이 담기지 않은 그의 손짓은 허깨비에 불과했다. 이미 그의 제자들 역시 상당히 고전하고 있었다. 슈악! 하나의 단검이 창천군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닌지, 여러 곳에서 한꺼번에 날아드는 단검을 막을 재간이 없었다. 팔방을 다 막을 수 있는 검식은 없다. 게다가 창천군은 상당히 지쳐 있었다. “크크큭, 창천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가?” 이미 창천군과 검경의 제자들은 제압당해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절대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듯이 얼굴을 치켜 들었다. 그것은 창천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의 입이 오물거리며 조금씩 열렸다. “쓰레기 같은 마교도 들이여! 나는 이곳에서 떨어지겠지만, 기필코 다시 네놈들의 숨통을 끊어 주리라!” 쉐에엥! 그 말을 끝으로 열 가닥의 검기가 창천군은 물론 제자들까지 짓이겨 들었다. 그에 체념 적인 눈빛을 보내는 제자들, 허나 창천군은 달랐다. 끝까지 적을 보다 죽겠다는 듯이 눈을 부릅뜨며 눈을 부라렸다. 그에 절로 뒤쪽에 있던 마교인들은 고개를 돌리거나 숙였다. 캉!!! 하늘을 가득 메울 굉음! 게다가 어디선가 흘러내리는 마기로 창천군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것은 마교의 교주인 천마와 같은 위압감이다. 목을 치고 지나 갈듯이 날아간 검기는 순간 무슨 장벽에 걸린 것인지 요란한 소리를 울리며 소멸해 버렸다. 그리고 창천군은 서서히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왜소한 체구의 여자 같은 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자신 역시 잘 아는 마도맹의 맹주인 당송군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계집 같이 생긴 자가 입을 열었다. * * * 지옥은 지역 분할이 일정치 않다. 하지만 웬만한 소국의 땅보다 큰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어찌 보면 질서도 있는지 몰랐다. 지옥에는 신분이 있다. 서열이 높은 자는 통치자였고 계급이 낮은 자는 지배 받는 자! 마교의 지존, 극천신마(極天神魔) 천마(天魔) 혈교의 지존, 철혈대마(鐵血大魔) 혈마(血魔) 요즘 급부상하는 마도맹의 지존, 흡혈지존(吸血至尊) 조제현(曺帝鉉) 그리고...떠오르는 2계의 2존이 있으니... 불사의 아버지, 킹 리치 벨즈비트! 죽음의 아버지, 킹 키메라 샤프! 광활한 지옥의 지배자였다. 서쪽의 천마, 동쪽의 혈마, 남쪽의 제현, 그리고 북쪽의 킹 리치 벨즈비트! 이제는 이런 구도로 바뀌었다. 두 명의 지존에서 무려 다섯 명으로 바뀐 것이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제현과 벨즈비트였다. 그중 세력이 온전치 못한 것은 제현! 하지만 얼마든지 발전 가능성이 있는 존재였다. “주군! 저곳이 검경입니다.” 챙챙! 이미 수십 가닥이 검기가 난무하고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그것마저 뚝 그쳤다. 그리고 들리는 함성소리! “당송군.” 제현의 목소리에서 중엄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마음속 끝자락까지 심령을 울리는 절대자의 음성이었다. 그 음성에 당송군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지 입술을 질끈 깨문 치아의 힘이 들어갔다. “예, 주군!” “마교의 냄새가 난다. 신법을 전개 해라!” 제현의 느릿한 음성과 걸맞지 않게 제현은 빠르게 앞으로 쏘아졌다. 벌써부터 그의 신형은 검경의 담 자락에 올라가 있었다. 뒤이어 당송군 역시 제현의 옆에 서며 숨을 죽였다. 이미 당해 버린 것 같았다. “쓰레기 같은 마교도 들이여! 나는 이곳에서 떨어지겠지만, 기필코 다시 네놈들의 숨통을 끊어 주리라!” 쉐에엥! 당송군이 도착했을 때는 검경의 문주가 혈변을 토해내며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눈을 부릅뜨며 검기를 날리는 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지존, 저대로 두면....” 당송군은 차질이 생길 것을 걱정했다. 허나, 제현의 손에서 뿜어져 나간 검기들은 창천군은 물론, 그 제자들 까지 보호 하고 있었다. “크크큭, 감히 본좌의 수하를 건드리다니, 죽음을 자초하는 구나, 마교의 쓰레기들아!!” 제현의 목소리가 지축을 흔든다. 그의 음성에는 심오한 내공이 깃들어 있었다. 그에 내공이 얕은 자는 피를 토 하거는 귀의 고막이 찢어지며 피를 토해냈다. 내력이 깊은 자 역시 비틀 거리며 신형을 바로 잡지 못하고 있었다. “흡혈지존이다!” 한 사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교의 일마단인 탁문석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바로 옆의 고수들도 흡혈지존의 등장에 믿기지 않는 다는 듯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제현을 본 자들은 극한의 추위에 몸을 떨어댔다. 제현의 행보를 익히 들었다. 그의 의지를 반하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꺼져라. 그리고 알려라. 나의 앞을 막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허나 제현의 말을 떠나는 자는 순위의 축에도 못 끼는 자들이었다. 마교의 명을 받은 이상 이곳을 멸문 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는 고수들은 굳건히 자리를 버티고 서 있었다. “크크큭, 죽음을 부르는 군!” 싸늘하게 웃음을 흘린 제현은 마령검을 꺼내 들려다 옆의 당송군의 말에 손을 거두었다. “속하가 처리하겠습니다. 지존에게 귀찮을 뿐입니다.” 당송군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체격과 어울리게 도(刀)를 뽑으며 그 위용을 나타냈다. 비록 그가 수많은 마교도들에게 당했지만 그의 무위는 결코 얕지 않았다. 싸늘하게 공명음을 토해내는 도를 보며 당송군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살기를 피워 올리며 검강을 시전했다. 단숨에 없애 버리리라! 그의 도에는 푸른빛의 검강이 수십 명의 마교 고수들에게 날아들었다. 그의 무공은 절명도(絶命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름에 맞게 수십의 고수가 일수에 모두 바닥으로 쓸어져 내렸다. 단 일수였다. 하늘은 이미 지옥겁화를 보는 듯이 피분수가 치며 비릿한 피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창천군! 주군을 뵙게 되어 영광이오!” 오만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 제현에게 다가와 급히 무릎을 굽히는 존재! 창천군이었다. 그는 수십의 마교인들을 도륙하는 제현의 수하를 보며 눈을 빛냈다. 그의 수하가 된다면 저런 것을 자신도 할 수 있으리라! “주군을 따르며 수십, 수백의 마교인들을 도살해 버리겠습니다.” “크하하하!” 창천군의 말에 제현은 미소를 흘리며 등을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르는 존재들! 점점 제현의 세는 마교의 언저리까지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마교 마저 점령할 기세다! 창천군 역시 묵묵히 제현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의 문도들 역시! 그들은 세간이 이렇게 불릴 것이다. 마교척살단! 이것이 제현의 제2의 전투 집단이다. 당연히 첫 번째는 흑사문의 문주이자 비도술의 일가견이 있는 집단이 은밀한 살행을 하리라. 그들을 가리켜 참영살막단이라고 불릴 것이다. 이제 제현이 보유한 전투 집단은 둘, 참영살막단과 마교척살단, 그들은 소수였지만 최강이 되리라! 마교를 테러 하다. “크크큭, 버러지 같은 녀석들, 혼란을 부채질 하는 버러지!” 천마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순위 쟁탈전에 가담한 교도들을 비난했다. 그의 눈은 번쩍이는 살기에 온몸을 주체 할수 없었다. 마치 현생에서 정마 놈들을 보는 듯 한 눈빛이었다. 똑똑똑! 천마의 집무실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밖에서는 굵직한 음성이 새어 나왔다. “지존, 수하. 천류입니다.” 천류, 그는 천마의 둘도 없는 심복이었다. 게다가 천마와 같은 성을 쓰는 것으로 형제의 예까지 다 했으니 얼마나 믿는 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공과 사는 구분 하는 것이 둘이었다. 게다가 현생에서도 형제처럼 지냈으니 이 정도는 당연한 일이었다. “들어오라.” 천마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천류가 들어왔다. 그의 덩치에 걸맞게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지만 천마의 기세에 있는 듯 없는 듯 한 모습이었다. “급한 전보입니다.” “뭐지?” “그게....흡수마군의 재출현입니다. 본교의 큰 전력이 될 것 같으나...아직, 반발심은 줄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천류는 어색한 미소를 띠며 전보를 전하고 있었다. 그것은 흡수마군의 출현! 이미 십 수년 전에 자취를 감추었던 흡수마군의 등장이었다. 그는 천마에게 반발심을 품었고 도전했다. 하지만 일수에 목이 날아감으로써 자취를 감추었던 것이다. 천마와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흡수마군의 등장에 천마는 탐탁지 않은 얼굴을 했다. “다음으로는.....” “또 있는 가? 귀찮다. 나가보라...” “허나...” 천마는 천류의 눈을 직시하며 또박또박 말했다. 허나 천류는 미소를 흘릴 뿐이었다. 흡수마군의 이야기에 기분이 안 좋아진 천마는 천류를 물리치려했다. 하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이름에 다시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면 됩니다. 이곳에 오기 전 지옥의 남단 쪽에서 세를 확장시키는 조제현에 대해...” “뭐라? 조제현? 풍운지와 같이 있던 자 말인가?” 천마는 보고에 잠시 고심하는 얼굴로 천류를 보다 다시 이야기를 이어 들었다. 천마의 눈에서 푸른색의 정광이 감돌았다. “예! 조제현이 빠르게 문파를 규합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교도들이 확인 한바, 벌써 마도맹의 맹주인 당송군은 물론 본교의 걸림돌이었던 검경의 문주인 창천군에게 까지 손을 뻗힌 것 같습니다. 이대로 놓아두면 큰일입니다.” “조제현이라는 자의 행보를 막아야 합니다. 이것은 지옥의 평화를 깨는 것입니다. 반드시 제현의 행보를 막아야 합니다.” 천마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미 지옥의 균형을 깨진지 오래였다. 수백 년을 지켜온 두 명의 지배자인 천마와 혈마의 세가 점점 좁아진 다는 것은 전쟁을 의미 했다. 게다가 이미 혈교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2계의 무리 까지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천마의 고심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크크크, 기껏 소문파를 규합해봐야 얼마나 강해질 것인가? 감히 본교를 넘볼 수는 없을 것이다.” 천마는 잠시 고심하던 모습을 지우고는 웃음을 토해냈다. 자신의 교가 어떤 곳인가? 감히 올려다 보지 못할 지고의 무력집단이다. 그만큼 제현의 자잘한 행보에 눈길을 줄 필요가 없다는 말이었다. 허나, 천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심상치 않은 것은 제현뿐만 아니라, 아크리치 벨즈비트의 행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눈여겨보지 않았던 두 존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은 그들의 입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과 같았다. 2계의 버러지들이었던 마법사와 검사들은 그들의 무위에 못미치는 존재였지만 일단 뭉친다면 엄청난 힘을 발휘 할 것이 뻔했다. 게다가 중원의 인물들을 규합시키며 마법사까지 끌어 들이려 하는 제현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하나의 문파를 놓고 본다면 본교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은 미미 할지 모르나, 문파의 문주는 고수 축에 속하는 자들이었다. 그들이 뭉친다면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그것을 대수롭게 생각하는 천마의 생각에 천류는 주먹이 절로 쥐어졌다. “주군! 그렇게 생각 할...컥?” 수하인 천류는 천마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천마는 건방지다는 듯이 천류의 목 줄기를 움켜쥐고는 밖으로 던져 버렸다. 심기가 불편 한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천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걸음을 물릴 수밖에 없었다. * * * 제현은 희한한 꿈을 꾸었다. 육체를 가지고 있지만 육체를 가지지 못한, 아니, 여러 인체를 합쳐 놓은 듯 한 모습을 한 괴인, 게다가 벨즈비트! 그들이 이상한 산에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서부터 벨즈비트가 빙계의 마법을 펼치는 것까지, 또한 괴인이 하늘을 날아오를 때 꿈을 확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스스슷! 지옥에서 보기 드문 재질이 좋은 천 조각으로 만들어진 침대에서 눈을 뜬 제현은 불쾌하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뜨거웠던 곳의 공기가 급속히 식어가며 제현의 기분을 풀어주었다. 똑똑! “들어와라” 검정색의 무복을 입은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며칠을 자지 못했다는 듯이 눈 밑에 검은 다크 서클이 짙게 드리워졌지만 피곤한 기색은 전혀 없어 보였다. 맹주 당송군이였다. 그는 주위에 숨어 있는 제현의 호위들을 둘러보았다. 며칠 전 제현의 휘하에 들어온 자들이었다. 그들은 하나하나,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심성을 지녔다. 오직 주인의 말을 듣는 족속들이었다. 원래 주인이었던 자는 의외의 인물이었다. 바로 2계의 기사인, 루커스라는 검사였는 데, 어떻게 해서 그가 중원의 인물을 수하로 거두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주인은 제현이었다. 문제는 전혀 이지가 없다는 것이다. 아마 2계의 술법에 당한 듯했다. “버러지들.” 당송군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에 제현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어딘가에 대기하라는 표식이었다. “주군, 나타났습니다. 크크, 주군께서 찾으시던, 흡수마군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어디에?” 제현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그토록 기다리던 무공을 완성 시켜줄 존재중 하나가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는 그 위치가 마교의 본단 입니다. 허나, 흡수마군은 교주를 만나기를 꺼려 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염병할!‘ 제현은 속으로 뇌까렸다. 하필이면 마교라니! 하지만 순간 제현을 스치는 듯한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크크큭, 나가 보라. 생각 할 것이 있으니.” “예! 주군!” 당송군은 제현의 심중을 아는 것인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키며 밖으로 나갔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미 예전의 기상을 어느 정도 회복한 마도맹의 본 단이었다. 이미 많은 문파를 거두어 들여 예전보다 더욱 강대해진 곳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엄청난 순위의 고수들 까지 유치하게 되었으니 조만간에 지옥을 휘저을 날이 올 것이다. 마교를 테러 하다. 마교의 성에는 한창 순위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것은 마교의 혼란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교의 꼭꼭 숨어 있었던 흡수마군의 등장! 이것은 제현의 가슴에 불을 집히기 충분했다. “1호...” 마도맹의 성역! 그곳에 수많은 무리들이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혹시라도 지존의 심기를 거스를까봐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수수하지만 웅장하고 화려하게 지어진 가옥들이 늘어지게 서 있었다. 마도맹의 지존이 묶고 있는 곳에는 그를 보좌하는 자들이 항시 대기 하고 있다. 그들은 지존의 힘이 되는 단주들! 게다가 지존을 암중 호위하는 자들인 묵룡대(墨龍隊)들이 소리 소문 없이 지키고 있었다. 지존의 하위 조직은 이루어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물론, 대부분의 기관들이 지존의 명령 하나에 죽고 살수가 있다. 그 중 단연 꼽히는 것이 참영살막단과 마교척살단, 그들은 지존이 제일 처음 휘하로 거둔 조직이다. 심지어 잡스러운 일을 하는 자들 까지 대단한 자들로 이루어 진 곳이 마도맹이었다. 감히 누구도 입을 열수 없는 곳에서 나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를 수호하는 묵룡대 중 단연 무위가 가장 높은 자가 조용히 지존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부르셨습니까.” 지존, 아니 제현이 부른 존재는 무미건조한 어조를 내 뱉으며 사무적인 말을 내 뱉을 뿐 어떤 사심이나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오직 제현의 말에 죽고 살며, 제현의 말이 곧 그의 생각이었다. “마교척살단의 단주, 창천군을 들라 하라.” 츠르륵!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림자들이 흔들린다. 다시금 찾아온 침묵에 제현은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기드렸다. 그리고 급히 뛰어 들어오는 소리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문이 저절로 열리는 것이 아닌가? 격공섭물의 수였다. 이미 제현의 내공은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해져 굳이 몸을 움직이며 물건을 가져올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그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묵룡대 까지 있으니 직접 움직이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지존.” 열려진 문으로 한 명의 그림자가 들어온다. 그의 얼굴에는 희열에 차 있는 모습이었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마교를 휘저을 수 있는 기회가. 그것이 그에게는 큰일이었고 생각이었다. “창천군. 때가 되었다. 마교척살단을 모두 소집해라. 그리고 본좌의 명이 내려질 때까지 대기하라. 물러가라.” "존명(尊名)“ 그 말 뿐이다. 하지만 창천군의 얼굴에는 꽃이 핀 듯이 화사하기 그지없다. 혹여, 명령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의 의지는 이미 마교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창천군은 지존의 의지를 깨달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창천군은 각자의 거처로 걸음을 옮겼다. “드디어! 주공께서 의지를 뿜으셨다.” 걸음을 옮기는 내내 창천군의 머릿속에는 얼마나 많은 마교도들을 척살(斥殺)할지, 어떻게 처리 할지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의외로 잘 풀린일에 창천군은 걸음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그의 거처이자 마교척살단의 거처! “단원들은 다 들으라. 지존의 의지가 발했다." “개자식들...드디어!” 모두 상소리를 내 뱉으며 무기를 챙겨 들었다. 마도맹에서도 위명이 자자한 곳이었다. 마교에 있어서는 한 없이 잔인해지는 족속들, 검경의 문도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마교에 척을 두는 자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이제는 검경의 문도들만 있는 곳도 아니었다. 지옥을 종회하던 거마(巨魔)들도 속해 있었다. 심지어 창천군과 비슷한 경지를 가진 이도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두 눈에서 살기를 발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귀기가 흘러 넘쳤고 어떤 이는 광기가 분출 하고 있었다. 뼈속 깊은 곳에 사무친 원한이 그들의 원동력이 되어 주었고 마교도의 피가 그들의 술 안주 거리가 되었다. “미친놈들.” 창천군은 마교척살단을 훓어보고 있었다. 모두 흥분 된 눈초리인지 창천군의 말에도 흥분만 더해갔다. 모두 무공의 성취가 한 단계 성장해 눈에는 절로 살기가 감도며, 전율이 치솟는 모습이었다. “그만!” 사자후(獅子吼)가 울려 퍼지며 움직이던 자들은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단주의 명이다. 교주 와 단주의 명에는 그들은 누구의 명도 받지 않는 다. 심지어 이곳의 맹주 위를 차지하고 있는 당송군의 말에도 그들은 요지부동! 오직 지존과 창천군의 명만 받을 뿐이다. “모두 정비를 하라. 그리고 오늘...마교로 간다.” 단주 창천군은 거처를 빠져 나가며 담담하게 말했다. “몇 명?” 단주의 명에 음침하게 웃음을 흘리던 자가 말을 건 냈다. 문도는 아니었다. 문도였다면 감히 대꾸를 하지 않으리라. 하지만 그 역시 이제는 자신의 수하나 다름없었다. 그가 물은 것은 얼마나 죽이냐는 것이다. “될 수 있는 한 많이. 크크크” 창천군이 크게 외치자 그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모두 살인광으로 이루어져 있는 자들인 만큼 떠는 것은 당연했다. 인간의 육체를 가르는 병기의 손맛, 뼈를 가르는 느낌이 절로 느껴졌다. “크크” 모두 자연스럽게 창천군의 뒤를 따른다. 이미 수는 60을 육박할 정도로 많은 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왜 마교로 향하는 지는 그들이 알바가 아니었다. 죽도록 미운 마교도들을 죽일 수 있다면 이유는 충분했다. “지존, 마교척살단 전원이 모였습니다.” 제현이 있는 곳은 마도맹의 중심가였다. 그의 몸에서 뿜어지는 무형지기에 지래 겁을 먹은 자들은 각자 갈 길에 바빠 허둥지둥 지나가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예의를 차린다. 지존에 대한 존경과 두려움에 고개를 숙이는 자들, 이미 그런 일에 익숙한 제현으로써는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본좌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마교의 혼란!” “크크크.” 이미 제현의 의지를 확고히 들은 마교척살단들은 마기를 분출했다. 어떤 이는 미친 듯이 괴성을 질러 댔지만 감히 지존의 앞에서 살기까지는 뿌리지 못했다. “단, 1시간이다. 1시간 후에는 알아서 몸을 빼도록, 본좌는 할 일이 있다. 그것을 위해 너희들이 필요한 것이다.” 제현이 원하는 것은 마교의 혼란이다. 그 틈을 타서 마교에 있을 흡수마군을 납치 해오는 것! 그것을 위해 가장 마교와 원한이 깊은 자들이 미끼가 되어야 한다. 제현에게 있어서는 그들은 죽든 말든 상관없는 존재였다. 죽는 다면 다른 자로 채워 넣으면 그만인 소모품! “출(出)” 제현의 말에 그들은 함성을 지르며 마도맹을 벗어난다. 제현 역시 그들과 함께 했다. 일의 시작은 마교의 성 앞이다! 제현의 행보에 앞서 수많은 마도맹에 속해 있는 자들이 마교척살단과 제현에게 허리를 숙인다. 그들은 하나 같이 전율하고 있었다. 마도맹의 첫 번째 행사다. 그것도 지존이 같이 한다는 것에는 큰 의미가 다는 것이 틀림없다. 마교를 테러 하다. 두두두두! 남쪽에서 부는 남풍, 그것은 흑사병과 같았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앙상한 뼈만 남게 된다. 그들은 가히 흑풍(黑風)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그들의 행보는 조용했으며 신속했다. 흑포를 걸친 자들의 뒤에는 각자, 척살(刺殺)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게다가 그들이 타고 있는 것은 흉폭 하기로 소문난, 페닐(고양이와 말을 섞어 놓은 형태)의 괴수의 등에 올라타 있었다. 페닐은 아직 흉폭함이 덜 줄어들었는지, 괴성을 질러 대고 있었다. “크크, 페닐이 아직 길들여 지지 않았는가 봅니다.” 마교척살단 중 하나가 말을 걸었다. 확실히 길들여지지 않은 페닐이었다. 야생의 페닐은 이루어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며 난폭하다. 그것을 지옥의 인간들은 말 대신 이용 하는 것이다. 멀리서 마교의 성이 보인다. 그에 벌서부터 전율하기 시작하는 자들과 광기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이동하는 곳은 마교의 최대 외각! 눈에 잘 뛰지 않는 곳이었다. 숲으로 둘러 쌓여 있는 만큼 은신도 가능 할 것이다. “모두 대기한다.” “충(忠)” 마교의 외각에 도착한 제현 일행들은 각자 정비를 했다. 시작은 마교척살단으로 부터 시작할 것이다. 그 후, 제현은 조용히 흡수마군을 잡기만 하면 된다. “본좌가 지시 한 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크크.” “크크크, 저희들이 미끼가 되는 것은 뻔한것 아니겠습니까? 크크.” 제현의 말에 그들은 재밋다는 듯이 웃어 재꼈다. 그 사이에 완성된 마법진! 대규모 텔레포트였다. 정교하게 그려진 수십 가지의 도형에 마교척살단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지존의 말은 법이었다. “너희들이 할 일은...?” “마교도들을 죽이는 것! 크하하하!” 제현의 손짓에 그들은 병기를 움켜쥐고 마법진 위로 올라갔다. 곧 마법진이 발동한다면 마교의 외각으로 이동 하리라! 그것을 시작으로 제현은 움직이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달빛아래 검은 빛이 번쩍였다. 그들의 눈에는 악독한 살기가 떠올랐다. 그런 모습을 보고 놀랄 만한데 제현은 의아한 빛을 띠지 않고 덤덤히 말했다. “텔레포트!” 마법진에서 은은한 마기가 피어오른다. 독특한 마법이었다. 점점 빛이 되어 사라지는 자들의 얼굴에는 흥분한 표정이 역력했다. 비겁한 기습이라도 상관없다. 마교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면! 주위는 어두웠다. 지옥의 개기월식이 시작하는 것인지 얇은 크기의 빛만 뿌려질 뿐이다. 이런 환경이라면 가장 좋은 시기이리라! 제현은 날카롭게 눈을 빛내고는 도약을 감행했다. 벌써부터 주위에서는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휘이이이잉ㅡ 한 번도 불지 않던 바람이 몰아닥친다. 그것을 타고 제현의 콧속에는 비릿한 혈향이 가득 매치고 있었다. 이에 시작이라는 것을 알고는 미소를 지었다. 바람은 살을 베고 지나가는 듯이 날카로웠다. “크크크.” 제현은 바람에 몸을 숙이고는 눈을 힐끔 뜨며 주위를 살폈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자는 성벽의 경비병이 보인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리라. 이미 제현의 손에서 출수된 검이 빠르게 날아가 그들을 소리 소문 없이 베어 버렸다. 깔끔한 수법, 어둠에 가려져 그들의 시체조차 잘 보이지 않았다. “지독하게 넓군. 미처 몰랐어.” 제현은 끝없이 길며, 높은 성벽을 보며 사악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성벽이 높고, 끝없이 길다면 그곳은 중요한 곳이다. 이미 제현은 예전에 와봤던 곳을 지나치고 있었다. 범인 이라면 감히 눈길조차 주기 어려운 곳, 마교의 교주가 살고 있는 곳에 눈길이 번뜩였지만 이내 흥미를 잃었다는 듯이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훅ㅡ 제현은 멀리서 요란하게 살기를 뿜어대는 마교척살단의 행보가 보였다. 거리를 노닐고 있는 마교도를 척살하고 있었다. 감히 누가 마교를 공격할 생각을 하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유린하고 있다. 살일 찢고 뼈를 가르고! 뇌수가 터지고 있었다. “죽어라! 이 버러지 같은 마교놈들아!” 스앗! 예리한 파공성과 함께 단검이 날아들었다. 수백 보의 거리! 하지만 그 단검은 속도가 줄어가기는커녕 점점 속도가 붙어 가고 있었다. 이윽고 거리를 노닐던 마교도들이 하나 둘씩 쓰러져 간다. 가슴에 한 자루씩의 단검이 밖혀 있었다. 마교척살단들이 공통으로 쓰는 수법, 허수아비 같은 족속들은 자신의 검 조차 뽑을 가치가 없었다. 뿌우우우웅!! 뿌웅!! 요란하게 울리는 고동소리! 이것은 침입자가 있다는 소리였다. 이 소리를 들은 수많은 마교도들이 튀어 나왔다. 허나, 거리를 나오는 순간 죽음 뿐! 이 미 그 희생자는 상상을 초월했다. 투학! 단검이 사내의 목을 꿰뚫었다. 어디서 날아 온지도 모르게 죽어 버렸다. 그것은 그의 눈동자가 표현하고 있었다. 검을 움켜쥐고 있는 모습이 보이듯이 무기 한번 휘두르지 못했다. 게다가 그 단검은 사람의 목을 꿰뚫는 즉시 다음 타킷을 향해 날아든다. 한 사람을 죽이고 다음 타킷에 틀어박히는 힘이라니! 도통 그들의 힘을 측정 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들의 분노를 징표였다. 마교에 대한 원한이 똘똘 뭉친 그들로써는 이런 힘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죽어!” 수많은 단검 세례가 끝나자 ‘차창‘ 거리는 병장기를 뽑아 젖히는 소리가 들린다. 하늘을 가득 메운 흑포 자락이 펄럭였다. 흑포 자락에서 수십 가득의 검기들이 번뜩였다. 촤라락! 끄억?? 검경의 무리였다. 한 교도의 얼굴과 목을 꿰뚫었다. 그리고 나뒹구는 것은 희멀건 뇌수 뿐! 교도는 검붉은 피를 뿜어대며 뒤로 넘어갔다. 이미 죽어버린 상태였다. “크크크, 네놈은 내 거야! 흐흐흐” 또 다른 마교척살단원이 일검에 마교도를 쓰러트린다. 이미 바닥을 나뒹구는 마교의 교도들이 엄청 많았다. 최외각인 만큼 무위가 낮은 자들이 대부분이다. 척살단원들은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죽은 자들은 다시 한 번 죽어야 했다. 마교척살단의 검에 의해 난도질 당한 시체는 인간의 시체라고 보기 힘들었다. 파육(破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것들! 잘게 잘려 버린 시체! 그리고 다시 난도질한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잔악한 살육의 현장이었다. 이것은 마치 양떼의 가운데 늑대 한 마리가 유린 하는 것과 같았다. 손도 데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적안광을 토해내는 광인들! 순식간에 주변은 혈곡으로 변해 버렸다. 시체에 개때처럼 달라 붙어 난도질 하는 단원들의 표정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이미 걷잡을 수 없는 광기에 휩싸인 모습에 마교도들은 지레 겁을 먹고 도망가기에 바빴다. 뒤늦게 출동한 마교의 치안대들 역시 그들의 머잇감으로 전락해 버렸다. “크크, 크하하하!” 고양이 눈 같은 달이 오늘 따라 유난히 스산했다. 그들은 끝없이 살육을 하며 도륙했다. 이 차릿한 손맛! 살을 가르며 하늘을 가득 메우는 붉은 선들이 그들을 즐겁게 했다. 이미 그들의 흑포는 적포로 변해 있었다. 휘이잉! 순간 강한 강풍이 몰아치며 피 내음이 마교의 깊숙한 곳까지 퍼져 나갔다. “덮쳐라! 간악한 무리!” 마교의 고수들이 출동했다. 그들은 짜증난 다는 듯이 앞의 혈인들을 쳐다보고 있다. 그들은 얼마 전 검경을 멸하기 위해 나타났던 대행천마단 이었다. 마교집단 중 수위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대행천마단과 마도맹의 마교척살단의 첫 대결이다. “키키키, 유명한 대행천마단이 아닌가?” “예, 단주! 크크크, 죽으려고 작정했나 봅니다.” 창천군이 인육에 굶주린 아귀처럼 침을 질질 흘리며 달려들었다. 그리고 수많은 마교척살단원 역시 그러했다. 감히 자신들의 문파를 공격한 족속들! 이제는 그들을 벌할 때다. 게다가 그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 처럼 날뛰었다. 잔뜩 흥분을 하며 잔혹한 손속으로 검법을 펼쳐댔다. “막아라! 대행천마단!” “모두 족쳐! 키키, 없애 버린다!” 막으려는 자와 없애려는 자! 하지만 물 만난 고기처럼 활개를 치는 마교척살단을 막을 도리는 없었다. 마교척살단원 들이 날뛸 때 마다 구방은 피가 솟구쳤다. 그것은 대행천마단이 쓰러진다는 증거! “크크크, 감히 마교 따위가....” 후풍이 몰아치며 피 냄새가 자욱이 퍼져나갔다. 더러운 피라는 듯이 창천군은 인상을 찌푸렸다. 마교를 테러 하다. 차차착ㅡ 제현은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이미 그의 신형은 마교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했다. 천마척살단이 의외로 잘하고 있다. 모든 마교의 이목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를 스치듯이 지나간 대행천마단의 얼굴이 투덜거림을 본 제현은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본단의 정문의 문도들의 시야에 걸리지 않게 옆으로 돌아 고목에 다가갔다. 성벽은 이중으로 쳐 져 있는 지, 경비가 탄탄했다. 하지만 그뿐! “크크크” 제현에게는 그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죽여 버리면 그만인 자들! 어떻게 보면 제현의 행동이 옮았다. 귀찮게 살려두는 것 보다 죽이고 넘어 가야 하는 것! 한번 결정 내린 일에는 걱정 따위는 없어야 한다. “달빛이...좋군.” 성벽위에 그림자가 가득 메웠다. 이미 하늘은 검은 색으로 발했으며 제현의 신형은 귀신과 같았다. 성벽아래에는 간간히 한명의 호위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며 감시를 하고 있었다. 그에 제현은 스산한 눈빛을 토해내며 마령검을 빼들었다. 순간 밑으로 지나가는 그의 어깨에 올라타며 목줄을 그어 버렸다. 게다가 한손으로는 그의 입을 틀어막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물며, 초고수의 일격에 죽는 것을 인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일개 문지기 따위가! 초 고수에 해당하는 자가 암습을 감행했으니 오죽하겠는 가? 찍소리도 못 내고 죽는 수밖에 별안간 제현은 그 시체를 성벽 구석진 곳에 처박았다. 허나, 시체에 정신 팔렸기 때문일까? 두 명의 호위가 스쳐 지나간다. 멀리서 걸어오는 수리에 제현은 숨을 죽였다. 제현의 두 눈동자가 그들에게 꽂혔다. 두명의 호위들은 성벽쪽의 희멀건 것이 보여 그곳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저곳에 뭔가 있어.” “크크, 누가 꽤 부리는 거 아니야?” 그들은 성벽쪽으로 천천히 걸으을 옮겼다. 하지만 그들은 성벽 쪽으로 와서야 그것이 시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동료를 부르기 위해 소리를 지르려 했다. 아니, 질렀다. 하지만 목구멍에서 멈춰버린 그들은 눈을 부릅뜨고 뒤로 넘어갔다. “여기...컥!!” 단발마의 비명소리에 어둠속에 잦아들었다. 제현은 그대로 그 둘의 목을 양단 해 버린 것이다. 무릎을 굽힌 상태로 시체를 보고 있던 둘을 죽이는 것은 쉬웠다. 반항 한번 못하고 죽은 둘에게 조소를 흘리며 다시 한 번 제현은 어둠에 휩싸였다. 5년 전이었다면 이런 깨끗한 수는 나오지 못했으리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을 흘린 제현은 손을 뻗어 마기를 발산시켰다. “데스 스웝(Death Swamp)” 꾸물꾸물! 세구의 시체가 조금씩 바닥으로 빨려 들어갔다. 데스 스윕! 죽음의 늪이다. 이미 죽은 자들은 당연스레 그곳으로 빨려 들어간다. 게다가 이것의 특징은 발부 둥 칠수록 더욱 빨리 빨려 들어간다는 죽음의 흑마법이다. 게다가 6서클의 고위 마법인 만큼 효과는 확실했다. 그 늪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져 간다. 곧 누런 연기가 퍼지며 육신이 썩어가는 냄새가 퍼졌다. 그리고 점점 사라져가는 마법! “쳇, 이 밤중에 어떤 놈들이 소란을 피우는지 몰라!” “어서 가보자고, 정말 겁 대가리 상실한 놈들이군.” “우리가 제일 늦었어, 단원들은 이미 다 가있다고! 흐흐, 벌써 다 처리했을 지도 모르지” 대행천마단이다. 그들은 각자 투덜거리며 마교척살단이 소란을 피우는 곳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훔쳐보고 있던 제현은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예상외로 마교척살단원 들이 선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스르륵! 제현의 신형은 어둠을 방패막이 삼아 빠르게 신법을 전개했다. 앞서 돌아다니고 있는 후위들을 보며 제현은 마령검을 빼 들었다. 챙! 경쾌한 파공음이 허공에서 들려오자 호위들은 그 진원지를 향해 창검을 빼 들고는 들려오고 있었다. “거기 누구냐!” 혹시나 동료나 고위 교도일지 모르는 생각에 나직이 외쳤다. 하지만 뒤늦게 들려오는 싸늘한 외침에 검을 휘두르려 했다. “사신(死神)” 쉭ㅡ 순식간에 앞으로 쏘아진 제현의 인형이 튀어나왔다. 비호(飛虎)와도 같은 움직임에 그들은 손도 쓰지 못했다. 그리고 덮쳐들었다. “뭐, 뭐야!” 호위무사가 소리쳤다. 소리가 꽤 큰지라 제현은 옆에 있던 단검을 빼들며 빠르게 날렸다. 챙! “큭!” 엄청난 힘이었다. 간신히 막은 자들은 자신의 병기에 금이 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인상을 구겼다.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을 때 이미 제현의 신형은 그들을 덮쳤다. “소수신장(素手神掌)” 제현은 허공에서 쌍장을 내 뻗으며 그들을 내려찍었다. 그리고 팍ㅡ 하는 소리와 함께 뇌 속의 뇌수가 하늘로 솟구쳤다. 주위를 가득메운 혈향! “후읍!” 달콤한 듯한 향기에 제현은 코 속으로 향을 빨아 들였다. 타타타탁! 순간 제현의 기감에 빠른 움직임이 보였다. 빠른 경공! 무공의 달인이었다. 순식간에 제현의 기감에서 벗어난 존재가 숨을 죽이고 있었다. 하지만 제현에게 위치를 간파 당한 후였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보고를 할 생각인지 빠르게 사라진다. “큭, 빨리 찾아야 겠군.” 이미 제현은 흡성마군이 있을 만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외각 쪽에서 진하게 풍기는 고수의 기도가 확실히 느껴진 것이다. 차르륵! 마영신법을 극성으로 펼치며 흡성마군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순간 제현의 신형이 그림자처럼 사라지며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마교를 테러 하다. 뚜벅ㅡ 뚜벅 제현의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제현이 향한 곳은 마교의 손님이 머무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수수한 모습이었지만 웅장함을 자아내는 마교의 별채로 그곳은 중요한 손님이나 마교의 일원이 머무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중요한 곳일수록, 경계가 삼엄 한지 이리 저리 횃불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이곳이, 흡성마군이 묶고 있는 곳입니까?” 정중함이 묻어 나오는 어투, 하지만 그의 손에는 마령검이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호위, 그를 향해 제현은 싸늘하게 말을 토해냈다. “크어...누, 누가 말할 까 보냐!” “이런, 재미없는 말이군요. 제 앞에서 사라져 주세요.” 제현은 미묘한 표정의 변화도 없이 검을 휘둘렀다. 다시 진득한 혈향이 피어오르며 모락모락 김이 새어 올랐다. 제현은 깊은 숨을 들이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상당수의 호위들이 죽은 것인지 여기저기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곧 많은 무리들이 제현의 앞길을 막아섰다. “본교의 침입자!” “후후후, 그러면 손님이겠느냐! 흡성마군을 불러와라.” 제현의 앞길을 가로 막으며 뇌락과 같은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이미 그것은 별채의 곳곳으로 퍼지며 많은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그중에 늙은이도 있었기에 제현의 눈길은 자연히 그곳으로 향했다. 은연중 풍기는 잡스러운 기운 “헐헐헐, 노부(老父)를 찾는 것인가?” 노인이라고 믿기지 않는 덩치였다. 굳게 다문 입에서는 알 수 없는 카리스마가 느껴졌고 몸에서 뻗히는 내력은 제현의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내력뿐이다! 그 노인의 눈동자가 미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싱긋 “드디어 찾았군요. 흡성마군....” 수많은 무리에 둘러 쌓여있음에도 제현의 표정에는 긴장감은 없었다. 도망갈 퇴로는 전혀 없음에도 당당한 모습에 둘러싸고 있던 자들이 긴장을 했다. 반원의 형의 겹겹이 제현을 포위하고 있었는데 그중 가장 앞에 있는 자는 삼십대 중반의 중년인으로 상당히 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 손에는 길쭉한 봉이 달려있었고 그 양쪽에는 참마도와 같은 검 날이 틀어 박혀 있었다. 날카로운 예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제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흡성마군 당신입니다.” “노부를 어디 쓸려고 그러는 가? 허허허.” 제현의 말에 자조적인 웃음을 띠며 눈이 한차례 번뜩였다. 같은 느낌의 동질감이라고 할까? 하지만 곧 표정을 굳히고는 제현에게 수없이 몰아치는 폭풍처럼 집중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마치 성난 파도와 같았고 침입자는 죽이겠다는 의지가 전달되었다. 허나 제현의 손이 급속도로 빨라지며 오른손에 들려있던 마령검이 사라졌다. “성가시군요. 낙쾌(落快)” 제현은 만검의 색다른 초식을 시전 했다. 극상의 쾌의 수였다. 이미 제현의 사정권에 들어온 자는 몸에서 피분수가 치며 바닥으로 쓰러지기 일 수였다. 그리고 싸늘하게 조소를 흘리는 제현의 모습에 화가 난 것은 제일 앞에 서 있던 중년이었다. “쾌검수로군! 하지만 그 뿐이다. 쾌는 중을 이길 수 없는 법!” “뭔가 착각 하고 계시군요. 저는 쾌검수라고 한 적 없습니다. 하하하!” 약점이라도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 중년을 보며 제현은 웃음을 토해냈다. 아니, 어이가 없었다. 고작 한 초식이 이정도로 무너지는 마교인 들을 보며 적잖게 실망했다. 고작 한 수에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사라져 가는 존재라니! “실망이군요. 이 마교! 그렇다면 더욱더 철저하게 부셔주지!” 공손함을 표하던 제현의 표정인 더욱 사납게 빛냈다. 그리고 다시 움직이는 검! 그것은 오직 한 사람에게 짓이겨 들었다. 앞의 중년인이다. 장창 같은 것을 사용 하는 것만큼 이용범위도 한정되어 있다. 근접전에 취약하다는 것, 그것을 이용해 제현은 더욱더 그의 가슴 쪽으로 파고들었다. “후후, 얼마전 완성한 초식이지. 파천(破天)!” 파(破)의 변형이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찌고 기운을 폭사시키는 것이라면 패도적인 검식을 도입해 적을 무너뜨리는 것! 당연 끝은 적의 몸을 산산히 분해시키는 것이다. 순간 제현의 시선을 받은 중년은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꼈다. 수많은 마교의 고수들이 그의 일검에 무릎을 꿇었다는 것 보다. 그의 검에서 스산한 기운이 피어오름과 동시에 극한의 한기까지 느껴지는 것에 그의 정신은 패닉상태로 빠져 들었다. 마치, 한치 앞도 볼 수없는 혹한에 홀로 떨어져 있는 느낌 같은 것을 받자 그는 멍하니 제현의 검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파핫! “그럼, 사라져라!” 그 말로 끝이었다. 산산이 부서지는 자신의 육체를 올려다보는 기분을 알겠는가? 처음에 덜어진 것은 목이었다. 허나, 그의 육체에서 떨어져 나온 목에서는 전혀 피한 방울 세어 나오지 않는 다. 그리고 천천히 팔과 다리, 몸통이 수십 갈래의 검기에 난자 되었다. 그리고 제현이 지축을 흔들 정도의 진각을 밟자. 육체의 잔해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검기가 폭사되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몸통이 짓이겨진 검날에서 미세한 검강이 뿜어져 나오며 폭사되어버렸다. 펑!! 그리고 정적! “크크크, 이거 상당히 재미있는 초식으로 변해 버렸군요. 자...이제 당신 혼자 남았습니다.” 제현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흡성마군을 향해 손짓을 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흡성마군이 천천히 제현의 앞으로 날아왔다. 이건 무공이 아니었다. 마법에 의해 천천히 끌려 온 것! “뭐, 뭐냐! 원하는 것이!” “말이 짧군요. 하지만...뭐, 괜찮습니다. 당신의 무공! 잘 가져가도록 하죠.” 제현은 돌연 흡성마군의 목줄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싸늘하게 조소 어린 눈빛으로 쏘아보며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로 말하며 그의 목을 힘껏 틀어쥐었다. 마치 죽일 듯 한 기세다. “그전에 한 가지 실험 할 것이 있군요. 누구의 무공이 더 위인지! 흡성대법이냐 흡혈신공이냐!” 팟! 털석! 제현은 힘껏 쥐었던 목줄을 멀리 내팽개치며 검을 착검했다. 그에 놀란 것은 흡성마군이었다. 그제야 생각 난 것이다. 눈 앞의 존재가! “흡혈지, 지존!” 펄럭! 제현의 흑포가 펄럭이며 요사스러운 기운을 내뿜었다. 흡혈신공이다! 바닥에서 꾸물거리는 피 줄기를 당기는 힘! 붉디붉은 피들이 제현의 발밑으로 모여 들며 기운을 내뿜었다. 그리고 흡수되듯이 몸속으로 사라져 가는 피들! 이것이 흡혈마공. “자 누구의 내력이 더 빨리 고갈 될까요?” 스팟! 순간 제현의 손에서 기운이 몰려들며 흡성마군의 얼굴을 가격했다. 그리고 타격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피 줄기에 제현은 손을 가져다 대며 입을 틀어 막아버렸다. 재차 반격에 들어오는 흡성마군! 그의 손 역시 제현의 손을 탁 처내며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댄다. 흡수의 대결이다. 많은 내력들이 유동한다. 혼잡하게 잡스러운 기운들이 제현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가며 뒤엉켰고 그에 뒤질세라 흡성마군 역시 손의 흡입력을 돋우며 제현의 음기를 빼앗아 가고 있었다. 마교를 테러 하다. “훗, 장난은 여기까지!” 제현은 조금씩 몰려드는 마교도들을 보며 웃음을 토해냈다. 이미 숨죽이며 흡성마군과의 대결을 지켜보는 자 까지 있었다. 각자 흩어져 있었고 언제든지 덮칠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팟! 제현의 움직임은 번개와 같았다. 으윽! 흡성마군의 손을 떨쳐 내고 옆으로 이동한 제현은 마령검을 살짝 뽑아 올렸다. 청명하게 울리는 검명과는 다르게 싸늘하게 울며 부들부들 떠는 마령검의 기운에 한기까지 요동치고 있었다. “귀찮은 놈들은 사라져! 유유(流柳) %26 아이스 캐논(Ice Cannon)” 싸늘하게 내 뱉는 제현의 영창! 눈에서는 푸른 정광이 어렸고 그의 검신과 그 둘레에는 복잡한 마법진이 그려지며 앞으로 겨누었다. 그 앞에는 숨죽이며 대기하고 있는 마교의 잔당! 우우우웅! 마령심법의 영향으로 싸늘한 냉기를 피워 올리는 검기와 아이스 캐논의 마법이 사용되었다. 푸른 불꽃처럼 넘실거리는 검신 주위에 마법진이 둘레를 치듯이 돌고 있었다. 마법진은 가운데가 뻥 뚫려있었으며 그 가운데에는 중심이 되는 검이 있었다. 그리고 제현의 손을 시작해 뻗어 올라간 마법진은 세 개의 고리를 만들며 돌고 있었다. 사라라랑! 검 끝에서 뭉쳐지며 구슬 같은 모양으로 변한 구체가 조금씩 거지며 앞의 적을 향해 겨누어졌다. 그리고 뿜어지는 검기와 마법! “뭐, 뭐야! 피해라!” 끄악!!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검기가 그들의 육체를 갈랐다면 마법은 그대로 적을 얼려버렸다. 그들의 육신이 하늘을 비상하며 피를 뿜어댔지만 뒤이어 날아온 마법의 영향으로 그대로 얼어붙으며 공기를 싸늘하게 식혔다. 피할래야 피할 수 없었다. 워낙 빠른 검법에다. 마법의 절묘한 타이밍까지 있어 그들은 손놓고 죽을 뿐이었다. “나를...짜증나게 하지마라.” 다시 납검되어 버리는 검을 보며 흡성마군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무공에 있어서 이정도 차이가 날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싸늘한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는 얼음판에 발가벗겨진 듯 한 느낌, 게다가 그에게 모든 것을 보이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자, 다시 시작해 볼까?”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 그들의 시체를 내려다보던 흡성마군은 눈을 질끈 감았다. 생생하게 흘러내리던 피는 놀랍게도 얼어붙어 있었고 하늘에 멈춘 것처럼 얼어붙어 버린 피 분수는 장식처럼 보였다. “크크크, 노부가, 노부가 고작 어린놈에게!!!” “크크클!” 흡성마군의 웃음에 살짝 미소를 지은 제현은 살기를 뿜으며 손짓했다. 오만한 동작과 행동! 모든 것이 이해가 갔다. 심지어 그의 손에서 뿜어지던 신묘한 술법까지! “마법이라고 하지! 크크크, 너희 3계 놈들이 싫어하는..!!” “!!!” 검법과 마법의 조합!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두 가지를 동시에 익힌다면 무공간의 상성이 있어 몸의 균형이 어지럽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의 존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아니 숨 쉰다는 듯이 동시에 써 대고 있다. “크하하하!” 흡성마군의 표정에 광소를 터뜨렸다. 그때 불현듯 그의 가슴으로 파고드는 흡성마군을 보며 입맛을 다신 제현은 그대로 천마소수의 수법으로 그의 팔을 쳐냈다. 재차 오는 공격에 제현은 피식 웃으며 허리를 꺾어 흡성마군의 복부를 장법으로 튕겨냈다. 그리곤 가져다 댄 쌍장 튕겨내며 강하게 회전시켰다. “아쿠아 볼(Aqua Ball)” “큭!” 복부에서 터져 나오는 물줄기에 급해진 것은 흡성마군이다. 혹여 피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입에서 느껴지는 텁텁한 맛을 보면 물이었다. 그에 안심한 흡성마군은 다시 몸을 비틀어 제현의 쌍장에서 벗어났다. “고작 간단한 마법에 당황하는 꼴이라니!” 재미없다는 듯이 손을 털어낸 제현은 자세를 잡았다. 무릎을 살짝 굽히며 튕겨나갈 준비를 했다. 그에 조급해진 것은 흡성마군이다. 제현의 신위가 자신을 뛰어 넘는 다는 것을 알고 조심해진 것이다. “흡혈지존! 나의 흡성대법으로 죽여주겠다!” “크크크, 고작 흡성대법?” 제현은 코웃음을 치며 손의 힘을 풀었다. 주위에 흐르는 공기의 흐림이 변하며 양쪽의 내력이 분출하듯이 공기를 뒤 흔들었다. 그리고 곧, 두 명의 고수가 부딪히며 주위의 건물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쩌저적! 흡성마군에게서 이는 긴 흰머리가 그의 눈동자를 살짝 가렸다. 곧, 그의 거친 손이 움직였다. 흡성마군이 자랑하는 흡결지(吸抉指)가 제현의 얼굴에 들이 닥쳤다. “이런!” 주춤! 흡성마군의 재빠른 공격에 당황한 제현은 본의 아니게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허나, 단 한걸음! 한걸음뿐이었다. 곧 몸을 비튼 제현은 뒷걸음진 걸음을 바로 세우며 기초 보법인 삼재보를 이용해 흡성마군의 움직임을 바꿨다. 흡결지! 실로 놀라운 무공이었다. 빨아들일 듯 하면서 갈가리 찢어 버릴 듯 한 기세, 강기가 머금은 손가락에서 뿜어진 기운에 아찔해진 것은 제현이었지만 흡성마군역시 제현의 보법으로 인해 기혈이 뒤틀렸다. 갑작스런 운용에 기혈이 뒤틀린 흡성마군은 급히 내상을 바로 잡았지만 제현의 공격에 다시 뒤틀려 버렸다. “훗, 언제까지 그딴 수로...? 그 잘난 흡성대법을 보고 싶군!” 마령신법의 수로 움직인 제현은 빠르게 그의 코는 물론 입까지 가리며 강하게 움켜쥐었다. 가느다란 손에서 피 줄이 솟아오르며 우악스런 힘이 들어갔다. 게다가 제현의 손에서 핏기가 가시자 곧 붉은 느낌의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다. 흡혈대법의 시작이다. 하지만 곧 흡성마군의 수법인 흡성대법이 사용되었다. 일부러 그의 손을 처 내지 않은 제현은 느긋하게 그의 흡성대법에 맞섰다. 쭈우우욱! 흡성대법의 빨아들이는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쪽에서도 상당량 내력을 흡수했다. 그의 입에서 뿜어진 선혈에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그의 얼굴이 파리해지며 낮은 비명이 터져나왔다. “컥ㅡ” “크크크, 역시! 흡성대법 따위! 헉?” 쾅!! 제현은 더욱 흡혈마공을 끌어 올렸다. 허나, 순간 누구의 방해인지 정확하게 제현의 팔을 노린 검이 스치고 지나갔다. 고운 피부에서 느껴지는 선혈에 인상을 찌푸린 제현은 전각의 위쪽에 위치한 신형을 노려봤다. 보통 마교도가 아니었다. 뿜어지는 기세! 길게 늘어트린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게다가 출수된 검이 스스 하늘을 비행하며 그에게 날아가고 있었다. 이기어검이었다. 보통의 수법으로는 제현의 기감에 벗어나지 못하리라! 허나 살기조차 느끼지 않는 완벽한 수에 생체기를 입은 제현은 흡성마군을 향해 조소를 흘리고는 뒤로 약간 물러났다. “네놈! 누구냐!” 마교를 테러 하다. “후후, 저는 마교의 1장로 야월(夜月)이라 합니다.” 제현의 기감에 잡힌 숫자는 총 넷, 야월이라는 녀석보다 떨어지지만 상당한 고수가 세 명이나 있다는 사실에 제현은 약간 긴장했다. 흡성마군을 쥐고 있던 오른 팔에 생긴 생체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잘도, 본교의 별채에 침입했군요.” “호호, 그대가 흡혈지존이군요.” 야월에 이어 세 명이 제현의 앞에 섰다. 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 그중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여자였다. 그 여자가 입고 있는 것은 로브였기 때문이다. 아마 2계의 마법사를 흉내 내는 것이거나, 진짜 2계의 인물이라 생각했다. “운이 좋군. 흡성마군.....” 흡성마군은 섬뜩한 기운에 고개를 돌려버렸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졌다. 검에서 뿜어지던 새하얀 섬광에 얼어 버리던 마교들이 생생히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제현은 눈을 이리 저리 돌리며 퇴로를 생각했다. 2계의 마법사가 저 정도 기운이라면 텔레포트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만 먹는 다면 언제든지 몸을 빼 낼 수 있다는 생각에 여유는 넘쳤다. “본교의 적! 죽어 주셔야 겠습니다.” 우우웅! 야월의 몸에서 도는 푸른빛 그건 여러 가지 버프였다. 헤이스트, 스트렝스 등 무인에게 있어서 기본적인 것들을 결어졌다. 게다가 그 주위에 있던 다른 장로들 역시 모든 버프가 걸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건 여자의 마법실력이 상당하는 증거였다. “마법...쿠쿡, 쓸 대 없는 짓을!” 제현은 지붕을 박차며 달려드는 야월과 두 명의 장로를 보며 싸늘한 웃음을 흘렸다. “마법 전투를 보여 드리죠....마법사여!” 제현은 앞으로 달려드는 세 명의 장로를 보며 마령검을 빼 들었다. 그리고 검에서 미묘하게 울음이 터져 나왔다. 우우우웅! 뚝! 순간 검명이 멈추었다. 그 때, 제현의 검이 작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검식은 아니었다. 작은 움직임에 마법진들이 곳곳에서 생겨났다. 하늘, 땅, 제현의 주위에 작은 마법진이 생겨나는 즉시 제현은 빠르게 마영신법을 발휘하며 검초를 펼쳤다. “유(流)...” 가느다란 목에서 울리는 진동, 제현은 만검의 기본 검초, 유를 펼치며 그들의 검을 튕겨냈다. 세 방향에서 날아들던 검이 버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그들의 검이 공기의 흐름을 타듯이 스쳐지나갔다. 그 순간 제현은 눈을 빛냈다. “홀딩 브레이커(Holding Breaker)!!" 세 명의 장로들이 발을 묶인 것은 순간이었다. 그에 미소를 지은 것은 제현, 순간 푸른 정광이 어리며 미리 새겨 놓았던 마법진이 발동되었다. 게다가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 수십 가닥의 얼음들이 세 장로에게 날아들었다. 장로들은 제각기 무기를 고쳐 쥐며 호신강기를 펼쳤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저...저런 마법이 있을 리가!” 제현의 마법이 발동하는 순간 여자 장로는 실드를 펼치며 세 명의 장로를 막아섰다. 큰 마법진이 바닥에서 생겨나며 투명한 막을 만들어냈다. 파파파팟! 전쟁을 방불케 하는 마법 난무에 정신없는 것은 방어를 하는 자였다. 처음 보는 마법, 게다가 마검사! 있을 수 없는 조합이기에 정신없어진 것은 장로들이었다. “문라이트(Moon Light), 차가운 달빛이여...” 전력으로 실드를 펼치고 있는 장로를 보며 제현은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검이 하늘을 향하자, 마법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푸른빛의 마법진이 그려지는 순간 냉기가 모여 들며 제현의 몸은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와 동시에 제현의 손이 투명해 지기 시작했다. 그건 소수마공! 이미 완성된 마법진에 제현은 소수마공을 일으켜 장을 펼쳤다. 하늘에서 낙하하기 시작한 마법에 크게 놀란 것은 장로들이었다. 그토록 화려한 마법과 강한 마법! 처음 보는 마법들뿐이었다. 뒤이어 풀려난 그들은 제현의 마법에 크게 놀라며 사정권 밖으로 몸을 날렸다. 무공과 마법의 조합!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별채를 다 얼려버리는 위력에 입을 다물 줄 모르는 것은 흡성마군은 물론 장로들 까지. “2계에서는 그런 마법이!” “크크큭! 2계 따위의 마법이 아니다!” 아직도 못 믿겠다는 듯이 입을 벌리고 있는 여자의 모습에 조소를 머금고는 몸을 틀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끈다면 위험해진 다는 생각에 몸을 튼 것이다. 그를 추격해야 한다는 생각에 장로들은 신호를 보내려 손짓을 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손이 올려 지지 않았다. “루엔 장로...” “4장로..어찌 된!” 세 명의 장로는 순수 무인이었다. 그들은 검에서 뿜어져 나온 기묘한 기술에 놀라 4장로인 루엔을 쳐다봤다. 그녀 역시 점이 되어 사라지는 제현의 모습을 끝까지 쳐다보고 있었다. “있을 수...없는 마법입니다. 처음 보는....2계에서 저런 마법을 사용하는 자는 없었습니다. 무공과 마법의 조합이라니!” 루엔은 떨리는 손에는 마석(魔石)이 박힌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마법 촉매 없이 그 정도 마법을 펼치기 위해서는 엄청난 마력과 경지의 소유자라는 소리에 그녀는 소름이 돋았다. “크윽! 그는 진정 지존이오!” “흡성마군!” 네 명의 장로는 이곳의 온 목정을 상기 시키며 흡성마군에게 다가갔다. 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마법의 영향권에 있었기 때문인지 상당한 상처가 가득했다. 몸의 반이 얼어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심오한 내력 덕분인지 목숨은 부지 하고 있었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제가 치료를...” 루엔이 마법을 펼치며 흡성마군에게 활력을 돋웠다. 그리고 1장로인 야월이 내력을 순환 시킴으로써 흡성마군의 상태를 완화 시켰다. * * * “버러지 같은 것들!” 제현은 마도맹으로 돌아가는 길목을 보며 싸늘하게 중얼거렸다. 흡수는커녕 죽이기도 못했다. 문라이트를 펼치는 순간 천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그에 제현은 몸을 틀며 마교를 벗어났다. “마교에 마법사라...특이한 조합이군...” 제현은 미간을 좁히며 약간의 차질에 대해 자신을 질타했다. 굳이 흡성마군을 흡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와의 대결을 통해 약간의 보완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상대의 몸에 접촉하는 것을 일맥으로 삼는 흡성대법과는 달리, 상대의 피를 통해 기운을 갈취하는 것으로 하는 흡혈마공..... “크큭, 보완 따위 개나 줘라!” 제현은 괴소를 흘리고는 전력으로 신법을 발휘했다. 그 순간에도 마교는 물론, 혈교, 2계의 무리들, 그리고 마도맹에서는 곧 있을 전쟁에 대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에 움직인 존재들은 2계의 존재들이었다. “흐읍...오랜 만에 보는 군...크큭, 혈교라....” “크크큭” 아크리치와 키메라 킹, 샤프는 웃음을 흘리고는 조용히 어둠속으로 잠겼다. 곧 수천의 마물들과 리치들이 어둠에서 들어나며 전쟁은 시작되었다. 지옥전쟁(地獄戰爭) “지존, 명을 받들고 왔습니다.” 부교주 귀혈마권(鬼血魔拳) 마도영이 혈룡좌가 있는 지존천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혈마의 명에 따라 주위의 적들의 동태를 확인하고 왔다. 물론, 그의 직속 수하들인 혈귀단과 함께 동행 했었다. 게다가, 적의 동태를 살피다 발각당해 죽은 숫자도 만만치 않았다. 상당한 피해였음에도 혈마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혈룡좌에 오만하게 눈을 뜨고 있었다. 부교주인 마도영은 눈썹이 꿈틀거리며 분을 삭였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아크리치 벨즈비트...본좌의 혈룡검의 먹이가 되고 싶은 가보군...크크큭” “교주! 허나, 본교의 교도들은 긴장하고 있습니다.” “쳇, 나약한 것들! 모든 기관에 본좌의 이름으로 비보를 보내라. 전쟁이다!” 최근 마교의 혼란을 더불어 마도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게다가 2계의 존재인 자칭 ‘마신’ 이라고 칭하는 벨즈비트의 족속들의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았다. 게다가 아무런 세력에 소속되지 않은 군소 방파가 모조리 멸문 당했다는 소문은 모르는 자가 없었다. 그 이유는 삼 세력의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혈마교주와 마교교주, 마도맹은 그들은 용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2계의 존재들이 앞장서 그들을 멸했다. 그와 중, 마신군(魔神軍)이 혈교로 향했다는 소문...그리고 혈마대전 선언! 무엇보다도 혈교의 충격적인 소식은 모든 2계의 족속들이 벨즈비트에 종속되어 이번 혈마대전에 참가한다는 소리였다. “교주! 마신군의 전언입니다.” “읊어라.” “본 마신군의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라. 이를 어길시 본좌의 마신군이 혈교를 용서하지 않으리...이상입니다.” 쾅! “감히!” 혈마는 혈룡좌를 강하게 내려 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 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고 선전포고를 그대로 받고 있을 혈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 교도들에게 알려라. 시작이다.” “존명!” 근영혈마단의 1호가 물러가며 혈마는 고심에 잠겼다. 자신 역시 눈과 귀가 있으니 그들의 전력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괴상한 마물은 물론 요물까지 있다는 소리에 그의 신경을 거슬렸다. “훗, 그래봐야 2계의 족속!” 혈마는 호탕하게 웃었다. 자신에게는 무적의 교도들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똑똑.. “혈마님, 의복이 준비 되었습니다.” 한명의 시비가 들어서며 붉디붉은 혈룡의 수가 놓여 있는 붉은 장포를 가지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적포를 걸치며 뇌까렸다. “마교든, 마도맹이든, 가만두지 않겠다.” “호호호, 교주! 승전을.....” “크크큭, 네년이 무엇을 알겠느냐!” 혈마의 중얼거림에 시비인 사희(死嬉)가 입을 가리고 웃었지만 그녀의 어두운 낯빛에 눈살을 찌푸린 혈마가 그녀를 내쳤다. 그리고 그는 적포를 휘날리며 자신의 군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나섰다. * * * 동쪽의 혈교! 철혈대마 혈마의 붉은 눈동자가 잔인하게 적기를 발하며 번뜩였다. 모든 교도들이 모였다. 근영혈마단은 물론, 잡스러운 일을 보던 시비들까지! 그들 하나하나가 무공에 능통한 자들이었다. “혈령단 전원 대기하고 있습니다.” 혈마는 자신의 앞으로 나서는 단장들을 보며 입을 씰룩거렸다. 그들의 위상만 놓고 본다면 능히 지옥을 통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허나, 지금 시급한 것은 2계의 족속들을 막는 것이다. 혈마는 자신이 지옥에 온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 들며 미소를 지었다. “크크큭, 2계의 족속들을 죽여 버린다! 모두! 신나는 날이 될 것이다.” “본교광명!” 혈마의 말에 수없이 혈교의 연호가 울려 퍼졌다. 그에 성은 진동했고 성 밖에 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괴수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2계와의 전쟁 준비를 모두 끝냈다. 혈마의 뒤로 늘어지게 선, 근영혈마단, 혈령단, 혈귀단, 게다가 여러 장로들의 수하들 까지 셀 수 없을 정도의 전력이었다. 총 만 명에 달할 듯 한 전력이 일으키는 무형지기에 모래먼지가 피워 올랐다. 츠츠츠! 수없이 피어오르는 마기에 모두들 흥분한 눈치였다. “크크큭, 대단하군!” 혈마는 한 자리에 모여 흥분한 혈교인 들을 보며 말했다. 기세가 하늘을 부셔 트릴 것 만 같은 파천(破天)의 날 이었다. 각각의 소속을 나타내는 휘장이 펄럭였다. 병기를 틀어쥔 혈교도들은 혈마의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의 장관이었다. “본좌는....” 혈교 만세! 혈마가 고개를 숙이며 말문을 열었다. 그에 환호하는 혈교인들, 그들이 외치는 소리는 태산을 무너뜨릴 정도의 기세였다. 그들이 바닥을 찍으며 외치자 지축은 흔들리며 큰 지진을 만들어냈다. “모두 조용히 하라! 교주의 말씀이다!” 마도영이 참지 못하고 외치자 군중들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만 명이나 달하는 군웅들이었지만 마도영의 말소리를 듣지 못한 자는 없었다. 그의 고명한 내력이 그들의 귓속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모든 곳은 조용해 졌다. 심지어 바람의 흐름까지 딱 멈춘 것 같았다. “본좌는...세상에서 제일 재수 없는 놈이 2계의 놈이라고 생각한다! 허나, 아량이 높은 이 본좌는 그들을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그 놈들은 본좌에게 검을 들었다. 이에 우리 혈교는 그들을 벌하려 한다! 그들을 죽여라! 죽이고 불태워라! 영혼마저 불살라라! 하나도 빠짐 없이!!” 와아아아! 혈마의 연설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진동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혈교인들의 외침이! 순간 하늘을 가득 메우는 불덩이에 혈마는 물론 부교주 까지 약간 당황했다. 슈우우웅! 펑!! 시작이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것은 파이어 볼! 하나하나의 위력 역시 무시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키르르륵! 뒤이어 날뛰는 것은 마물들이었다. 하늘을 거멓게 만들며 강한 소음을 만들어냈다. 수만, 아니 수백만이었다! * * * “동지들이여!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핍박을 받았던가? 허나 이제는 바뀌었다. 우리 아덴계의 존재들이 그들을 벌할 때가 왔다. 마법의 힘에! 우리 기사들의 힘에! 언데드! 키메라의 힘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다! 모든 마신군은 들으라! 시작이다!” 우우우웅! 아크리치 벨즈비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백의 리치들의 발밑에는 검은 색의 마법진이 생겨나며 불꽃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쏘아 올렸다. 하늘을 수 놓은 파이어볼에 아크리치의 새하얀 뼈들은 붉은 빛을 만들어냈다. 흡사 피 붙은 얼굴 처럼 그의 뼈들은 붉게 물들어갔다. 게다가 검은 로브의 한 자락을 차지하는 붉은 섬광이 크게 발하며 소리쳤다. “언데드, 키메라들이여! 시작하라!” 키에에엑! 벨즈비트는 앙상한 뼈로 움켜쥐고 있는 지팡이를 높이 쳐들며 외쳤다. 그에 키메라 킹 샤프가 앞장서며 혈교의 문은 물론 하늘을 뒤엎었다. 지옥전쟁(地獄戰爭) “크아악!” 혈마의 주위에는 몸이 불타오르거나 갈라진 땅속으로 빠지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혈마는 이를 갈며 멀리서 술법을 사용하는 리치들을 노려 보고 있었다. “모두 산개! 축의 저 술법사들을 사살하라!” 혈마는 사자후를 터뜨리며 하늘에서 날아드는 마물들에게 검강을 내뿜었다. 붉은 빛의 검강이 발하자 하늘을 비행하던 수많은 마물들이 먼지 화 되어 날렸다. 혈마는 성의 장점을 보지 못한 채 저돌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이대로라면 저 술법사와 이상한 괴수들에게 당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아군의 피해는 엄청난 반면, 적의 피해는 미비했다. 어디서 나타나는 것인지 죽어도 끝이 나지 않았다. 하늘과 정면에서는 수없는 마물이, 양 옆에서는 리치들의 마법들이 쉴틈 없이 공격해왔다. 특히 이상한 지팡이가 중심이 되어 술법진이 빛을 발하는 순간 하늘은 더 없이 불꽃들이 요동쳤다. 쿠르르릉!! 꽝!! 하늘의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번개가 떨어진다. 지평선이 보이는 드넓은 평야지대와 마물들이 없다면 순간 밀어 붙일 수 있겠지만, 셀 수 없을 정도의 마물 때문에 이도 저도 못하게 되어 버렸다. “크크큭, 3계 따위들....!” 마신군의 총사령관 벨즈비트는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자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무적이라고 칭해지던 혈교를 힘 들이지 않고 멸(滅) 시키는 족속들이 허둥대는 꼴이란! 그들이 한 번에 상대 할 수 있는 수는 적었고 하늘을 어둠으로 물들인 마물들 덕택에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빈틈만 주지 않는 다면 필승(必勝)이 틀림없었다. “빈틈을 주지 마라. 마력을 최대한 아껴라!” “키키키, 죽고 나서도 그런 말을 하는 지 보자! 벨즈비트!!” 혈교의 교주가 순간 성문을 박차로 앞으로 뛰어 들었다. 그의 뒤를 따르는 근영혈마단(近影血魔團)이 눈부신 핏빛의 장관을 만들고 있었다. 하늘에서 날아드는 마물들은 곤죽이되어 죽어버렸다. 그들은 하나 같이 고강한 내력과 무위를 뽐내고 있었다. 그들의 도와 검이 하늘을 가를 때 마다 진한 녹색의 피가 튀어 그들의 핏빛 장포를 물들였지만 무심함 그대로였다. “케케케, 네놈이 혈교의 교주인가? 죽어!” 키메라 킹, 샤프가 뒤로 물러나며 혈마 앞에 섰다. 진득한 침이 흐르는 입가를 훔치고는 입을 벌렸다. 놀랍게도 그의 입에서는 엄청난 수의 마물들이 튀어 나왔다. 게다가 그의 검은 날개에서 떨어져 내리는 식인 초들이 근영혈마단의 퇴로를 막고 있었다. “크크큭, 마물 따위가!” 그러나 근영혈마단은 물론, 혈마는 피하기는커녕 앞으로 더욱 달려들었다. 그대로 샤프의 머리를 내려찍는 혈마의 눈에는 광기가 물들었다. “무무파천(武舞破天)!” 혈마의 무무파천이 터지자 샤프는 몸이 양단되어 버렸다. 허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폭사된 검강에 의해 난자된 육체를 소멸시켜 버릴 장적인지 그의 검이 하늘을 뒤 흔들었다. 싸늘하게 춤을 추는 핏빛의 검강에 앙단 되어 버린 샤프는 싸늘한 땅으로 추락해 버렸다. “키키키, 재미있어! 인간의 기술이란!” 놀랍게도 샤프의 몸에서 꾸물꾸물 새어 나온 마물들이 한 곳으로 뭉치며 키메라 킹의 육체를 만들었다. 추잡한 마물들의 침이 흐르는 육체에 근영혈마단들의 검에서는 기운이 폭사되며 리치들에게 달려 들었다. 쿵! “저 술법사들을 없애라!” “광명본교!” 모든 근영혈마단은 혈마의 진각에 땅을 박차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뒤이어 샤프의 손짓에 마물들은 근영혈마단의 뒤를 쫒았다. 키레레레! 엄청난 수, 마물들의 날개 짓이 고막을 뒤 흔들었다. 여전히 마법진에서 움직일 줄 모르는 리치들은 안광을 토해냈다. 그들은 다시 한 번, 지팡이를 흔들었다. “다크 캐논(Dark Cannon)!” 리치들의 로브가 펄럭이며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 틈에 리치의 근처까지 다가온 근영혈마단들은 심상지 않은 기세에 약간 움찔 거렸지만 곧 앞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터져 나온 마법! 푸시이이익! 마법진에서 뿜어진 다크 캐논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백여 명이나 되는 리치들의 마법에 곤욕스러운 것은 혈교들이었다. 좀 싸울 낫이면 날아드는 마법에 그들을 혼란 스럽게 만든 것이다. “근영혈마단, 저 술법의 틈을 비집고 들어간다!” “충(忠)” 1호의 명에 가득 메운 마법의 중앙을 파고들었다. 그들은 검강을 폭사시키며 다크 캐논의 중앙을 뚫었다. 아군의 마법에 당한 마물들은 요상한 울음을 토해냈지만 곧 키메라 킹에 의해 보충되었다. 하지만 곧 혈마의 검에 다시 몸이 분해되는 경험을 한 샤프는 짜증 난 다는 듯이 혈마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손톱에서 뿜어지는 독기와 온 몸에서 터져 나오는 독물들로 인해 혈마는 호신강기에 의지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무위가 무위인 만큼 독에 대한 저항력도 상당했기에 그의 검에 샤프의 몸은 조금씩 분해되어 갔다. “적의 약점은 라이프 베슬이라는 것이다. 기운에 정신을 집중하라!” 리치들의 근처까지 다가온 근영혈마단은 빠르게 적에 대한 정보를 생각했다. 혈마가 일러준 대로 몸속에서 유동하는 기운이 라이프 베슬이리라! 그들은 병장기를 고쳐 들며 리치들의 술법에 대항했다. “한 심한 인간! 근처로 온다면 이길 줄 알았는가? 리치들은 모두 다크니스를 펼친다!” 리치들의 앙상한 팔들이 들어났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서 요상한 기운이 흘러 넘쳤다. 그리고 서서히 퍼지듯이 하늘을 유영하는 마법! 다크니스였다. 공격력은 없지만 주위의 사물이나 그림자마저 없애 버린다. 그리고 하늘을 뒤덮는 어둠의 장막을 만드는 것이 다크니스였다. “이놈! 이 딴 사술 따위!” 어둠을 틈탄 리치들의 습격! 도무지 마법사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방법이었다. 혈교의 고수들은 리치들에게 하나 둘씩 나가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디서 날아드는 것인지 마법에 의해 몸이 분해되는 것은 예사였다. “크크큭, 신성력이 없는 이상 우리는 이길 자는 없다!” 아크리치 벨즈비트는 다크니스에 몸을 숨기며 근영혈마단을 도륙하고 있었다. 어둠을 헤메는 인간들의 모습에 그는 싸늘하게 웃음을 토해내고는 마법을 사용했다. 리치들의 마법이 거세어질수록 인간의 피와 시체는 산처럼 쌓여갔다. “죽어! 마물!” 혈마! 혈룡검이 싸늘하게 마물들을 베어 나갔다. 이미 키메라 킹의 육체는 덧없이 바닥으로 떨어진지 오래였다. 아무리 강하다고는 하나, 수 없이 베어진 육체는 복구하기 어려웠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 지, 키메라 킹은 끝까지 들었고 혈마에게 당해 버렸다. 물론, 곧 부활 할 테지만 전세를 역전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그의 검이 쾌속으로 움직이며 사방으로 날아드는 마물들에게 뻘건 검기의 포물선을 뿌렸다. 마물들은 이를 벌리며 막으려 했지만 이미 몸이 토막 난 뒤였다. 전신이 피로 물든 혈마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아군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마법을 난사하는 리치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아크리치!” 뿌옇게 물든 하늘이 보였다. 유독 그곳에만 검은 하늘! 그것을 본 혈마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토록 아끼던 근영혈마단이 하나 둘씩 쓰러지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개, 개자식들! 감히 본좌의....” 혈마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미친 듯이 안광을 폭사시켰다. 순간 그의 신형이 다크니스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지옥전쟁(地獄戰爭) 혈마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2계의 족속 따위야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자신의 가장 아끼는 존재들이 쓰러지고 있다. 그것도 본교의 최고의 무위를 자랑하는 근영혈마단이! “감히 술법사 따위가!” 다크니스 속에서 혈마의 신형이 하늘로 치솟았다. 게다가 그의 손에는 하나의 리치가 대롱대롱 메달 린 뒤였다. 끔찍한 미소를 머금은 혈마는 손에 힘을 주며 치리의 목을 부러뜨렸다. 게다가 라이프 베슬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혈룡검을 꽂아 넣으며 검강을 폭사시켰다. 펑!! 마나가 터지며 내는 굉음에 모든 존재들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마물들! 혈교도들! 모든 존재가 잠시 싸움을 멈추며 하늘에 떠 있는 혈마를 쳐다봤다. 그의 싸늘한 살기에 모두 숨을 죽였다. “떨고 있는 가? 마물 따위가! 죽엇!” 혈마의 혈룡검이 마물들의 안면에 찔러 넣었다. 마물들은 차가운 금속의 느낌에 움찔하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이미 왼손으로는 마물들을 움켜쥐며 터뜨려 버렸다. 이름 처럼 그의 모습은 혈마였다. “지존!” 혈마의 살행에 죽어가고 있던 근영혈마단을 일깨웠다. 그들은 리치들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갑작스런 그들의 기세에 놀란 것은 리치들이었다. 심연의 어둠에 갑갑하며, 질펀한 다크니스에서 온전한 움직임을 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존재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는 근영혈마단이다!!” 갑작스런 기세에 승기는 혈교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혈마와 근영혈마단의 검 아래 마신군의 시체들은 점점 늘어갔다. 게다가 죽지 않을 것 만 같았던 리치들까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번 우세를 점하자 일은 순조로웠다. 혈교가 어떤 존재이던가. 피의 집단. 그들은 광기어린 집단이었다. 이미 죽음과 공포가 사라진 그들에게 남은 것은 적을 베는 기세와 몸을 움직이는 의지 뿐이었다. 근영혈마단의 기세에 밀고들어오는 공겨로는 더욱 커져갔다. 이미 혈마교도들이 물밀 듯이 마물들을 처단하며 거리를 좁해 들고 있었다. 팟! 드디어 광기의 일반적인 살육이 시작되었다. “크하하하! 드디어! 피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2계의 족속들을 처단하라!” 혈마는 지팡이를 몸을 가누고 있는 리치의 라이프 베슬을 부수며 앙상한 뼈를 발로 밟아 으깨드리며 대소를 터뜨렸다. 사방에서 솟구치는 뼈의 잔해와 마물들의 녹색 빛 피가 많아질수록 혈교들은 전율했다. “사령관! 일이 틀어져 버린 것 같습니다. 후퇴 하시는 것이...” “닥쳐라!” 한 리치가 벨즈비테에게 다가서며 로브를 펄럭였다. 놀랍게도 로브가 펄럭일수록 리치의 입에서는 말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곧 그의 로브는 움찔 거리며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벨즈비트의 호통 때문이었다. 그들의 근처로 다가온 혈교도들은 여지없이 몸이 분해되며 사라지는 것은 물론, 몸이 쪼그라들며 미라가 되어 버리기 일 수였다. “후에 다시 대세를...도모하심이 어떻습니까. 이대로 라면 아까운 전력만...” “큭, 후퇴다. 모두 후퇴하라!” 아크리치 벨즈비트가 혈교에게 로즈 바디(Lose Body)를 사용하며 외쳤다. “어딜 간단 말이냐!” 혈마는 도망가려는 아크리치에게 다가서며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벨즈비트의 마법이 터져 나오며 뒤로 물러났다. 하나 둘씩 혈교와의 거리를 벌린 리치들과 마물들은 먼 거리 쪽의 언덕에 신형을 나타냈다. 후퇴였다. 그들은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며 물러났다. 이미 흥분한 혈교도들은 곧 달려갈 기세였지만 그들도 약간 뒤로 물러났다. 지금의 승부로 인해 양쪽의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게다가 혈교들이 그곳으로 다가 갈수록 마법이 폭사되어 더 이상 다가가기도 어려웠다. 혈마는 짜증 난 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교도들을 한 곳으로 모았다. 이미 피해는 엄청났다. 이대로 마교나 마도맹이 쳐들어온다면 멸교 당할 것이 뻔했다. * * * “교주, 지금 혈교와 마신군....전쟁이 한창이라고 합니다. 이대로 공격한다면 우리가 이길 것이 뻔합니다.” “흐음....” 천마는 장로들은 몇 시간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대로 출전하느냐, 마도맹의 행동을 관찰하느냐 두 파로 갈리었다. 이대로 간다면 혈교와 마신군을 몰살 시킬 수 있겠지만 피해도 엄청날 것이다. “마도맹의 움직임은?” 천마의 물음에 신음을 삼킨 것은 4장로였다. 그는 2계의 존재였지만 마교에 입교한 드문 존재였다. 마법도 상당했고 유일하게 이곳의 흑마법사가 아닌, 백마법사의 존재였다. “아...직 조용합니다. 하지만 곧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교주!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4장로의 입이 열렸고 다른 장로들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마도맹에 대해 분노를 표했다. 일 주일 전, 마도맹의 흡혈지존이라는 자와 자칭, 마교척살단이라는 녀석들에게 피해를 본 것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마도맹의 눈치만 보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이대로 움직이는 것이!” “허허...언제 네놈이 본좌에게 소리를 높일 수 있었던 가?” 천마의 눈에서 안광이 터져 나오며 온몸을 조여 오는 살기가 터져 나왔다. 천마 역시 고심하고 있었다. 그들이 재촉 하지 않아도 움직일 터였다. 하지만 마도맹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새롭게 조직된 마도맹은 쉽게 볼 수 없는 존재였다. “큭..죄, 죄송...” “마도맹이다. 마도맹을 멸문한다.” 천마가 순간 기운을 폭사시켰고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은 충격적이었다. 마도맹의 멸문! 얼마나 듣기 좋은 소리인가? 그들은 싸늘하게 기운을 터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휘하의 조직에게 알려야 했다. 오랜 잠룡의 시기를 깨고 마교가 움직인다. “크크크, 이제 움직이는 것인가? 지존에게...” 참영살막단이었다. 마교의 잠입한 참영살막단 중 하나가 빠르게 발을 놀리며 마도맹으로 향했다. 마교의 태동은 지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혈교와 마신군의 피해 역시 마도맹에서는 모두 알고 있었다. 마교와 마도맹의 싸움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다. 지옥의 주인이 누구인지! 지옥전쟁(地獄戰爭) 남쪽과 서쪽을 가르는 경계선, 그곳에 덧없이 흘러가는 바람을 따라 진한 혈풍이 느껴졌다.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두 개의 기운이 뒤덮으며 상충되는 마기에서 스파크가 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휘이잉ㅡ “천마! 오랜 만이군!” 마치 친근한 어투로 말하는 제현의 말에 천마는 무표정을 일관했지만 많은 마교도들은 살기를 뿜어댔다. 이에 뒤질세라 마도맹 역시 살기를 내뿜으며 언제든지 말살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풍운지의 제자! 크큭, 본좌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약간 언덕진 곳에서 흑포와 장발의 머리칼을 휘날리며 서 있는 자, 그의 눈동자는 싸늘한 맹수와 같았지만 평온함 그 자체였다. 말미암아 그들의 사이에는 작은 마기가 치솟으며 검이 살짝 뽑아지며 날카로운 예기를 발했다. “한번 붙고 싶었다. 네놈 따위가 풍운지를 이겼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 제현과 천마는 두 진형 사이의 앞으로 나서며, 각자, 검을 뽑아 들었다. 비슷한 체구, 비슷한 투기가 피어올랐다. “본좌의 말을 잘 들으라. 어떤 일이 있어도 움직이지 마라! 이건 우리 둘의 생사결이다!” “나, 역시....방해하는 자는 용서 하지 않겠다.” 튕! 천마의 말에 제현은 마령검을 살짝 튕기며 몸속의 기운을 유동시켰다. 한차례 부르르 떨던 몸은 마기에 휩싸였다. 양 진형간의 침묵이 흐른다. 싸늘한 바람 역시 잠잠해 지며, 둘을 주시 하는 느낌이 들었다. 제현의 목과 양 팔은 검은 천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반 팔 처럼, 양 소매는 작은 매듭으로 묶어져 있었으며 양 손목에는 긴 검은 천이 펄럭였다. 마치 망토와 같은 것이었으나. 움직임이 편한 의복이었다. “용서는 없다.” 팟! 순간 제현의 신형이 그림자처럼 흩날렸다. 그리고 천마 역시, 신형을 움직이며 제현에게 빠르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둘은 빠르게 공수를 전환했다. 제현은 피식 웃으며 만검의 낙쾌(落快)의 수법으로 내리찍었다. 웅! 검기가 스치고 지나간 주위의 땅 바닥에는 진득한 살기와 움푹 들어가버린 바닥이 보였다. 게다가 그 틈을 밟고 도약한 제현은 빠르게 검기상인을 시전했다. 파라락! “흥!” 천마는 검을 살짝 비틀며 검기를 모조리 튕겨냈다. 그의 검에서는 은은한 마기가 피워 오르며 되려, 제현에게 검기를 날렸다. 하늘에서는 피할 범위가 정해져 있다. 그것은 당연한 이치, 게다가 중력의 법칙에 의해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전투에 미숙하군. 하늘로 치솟다니! 멍청한!” 슈악! 하늘을 가득 메운 천마의 검기가 사방을 비영했다. 제현 역시 입을 굳게 다물고는 검을 아래쪽으로 향하게 했다. “쿡쿡.” 모든 사람들은 제현의 몸이 천마에 의해 갈라지리라 예상했다. “저건!” 마교의 4장로 루엔은 무심결에 소리를 질렀다. 제현의 양팔에서 뿜어져 나온 마기가 순식간에 그의 몸을 뒤덮었던 것이다. 발밑에 은은한 빛을 내뿜는 마법진 그곳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제현을 뒤덮을 만큼 순식간에 커졌다. “텔레포트(teleport)?” 루엔은 경악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순식간에 텔레포트를 사용할 정도의 실력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좌표계산과 공간좌표를 계산한다는 것은 여간 여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또한 움직이면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신력이 상당해야 했다. 하지만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제현의 마법은 좌표계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떠올려 이동하는 것이다. 굳이 계산할 필요성이 없는 것! 촤르륵! 애꿎은 하늘을 갈라버린 천마의 검기는 밝은 빛을 토해내며 사라졌다. 순간 제현의 신형은 천마의 뒤에서 나타났다. “아이스 볼트(Ice Bolt)” 순식간에 뒤에 나타난 제현은 빠르게 마법을 사용했다. 서클이 낮은 마법이라고는 하나, 상대의 다리를 묶을 정도는 되었다. 게다가 연발의 마법을 펼쳤기 때문에 천마도 여간 곤욕스러운 것이 아닐 것이다. “유운참영(流雲斬影)!” 제현의 손에서 풍운지의 초식이 펼쳐졌다. 공간을 메운 얼음을 뚫고 제현의 검이 천마에게 다가섰다. 좁아진 시야 덕택에 천마는 제현의 모습을 잘 보지 못했지만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고는 뒤쪽으로 살짝 물러났다. “디그(Dig)” 뒤로 물러 나려던 천마의 발이 순식간에 꺼지자 균형을 잡지 못하고 몸이 살짝 휘청거렸다. 하지만 절정의 무위를 자랑하는 지라, 몸을 비틀며 제현의 공격을 간신히 피해냈다. 하지만 옆구리에 난 상처에서 뿜어지는 자잘한 피에 천마는 혈을 집으며 이를 갈았다. “사술 따위에...” “별거 아니군...” 사실 천마의 검식은 일정한 초식이 없다. 오직 베고, 찌르고의 반복일 뿐! 이미 천마는 깨닫고 있는 것이다. 약간의 빈틈을 이용해 적을 베면 끝이라는 것을, 그것을 잘 알기에 그의 무위는 엄청난 수준에 이르렀던 것이다. 쨍그랑! 순간 천마의 검이 바닥에 내 팽겨 쳐졌다. 장난은 끝이라는 듯이 그의 눈이 사납게 빛냈다. “크큭, 내가 검을 사용하는 자 인 줄 알았는가?” 슈욱!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천마는 제현에게 각을 펼쳤다. 가히 블랭크와 맞먹는 신법이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난 줄 모르는 수법! 퍽! 제현은 왼팔로 간신히 막았지만 뼈의 이상을 느꼈다. 게다가 그 빠르기의 공격에 제현은 약간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이거 기분 나쁘군. 검 따위에 신경을 쏟다니!” “큭...” 제현은 신음을 삼켰다. 천마의 각법은 신기에 가까웠다. 그의 검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 했던 것이다. 그의 주력은 권과 각! 팟! 다시 날아드는 천마의 주먹에 제현은 몸을 비틀며 검을 치켜세웠다. 색다른 방법의 공격에 제현은 약간 당황했을 뿐, 밀리는 것은 아니었다. “리커버리(Ricovery)” 제현은 왼팔에 리커버리를 사용했다. 그러자 부어있던 팔은 살짝 가라앉으며, 통증이 서서히 없어졌다. 파스슥 점점 몸에 활력이 돋기 시작했다. 그에 천마는 흥미롭다는 듯이 한차례 본 후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각을 펼쳤다. 팍! 빠르게 휘둘러진 각에 제현은 검을 살짝 비틀며 각을 처냈다. 하지만 다시 들어오는 주먹에 왼손을 살짝 비틀며 그 주먹을 쳐낸 후, 마법을 사용했다. 약간 시간을 끌기 위해서였다. “그리스(Grease)” 바닥의 마찰력이 0으로 변하자 천마는 살짝 주춤거렸다. 하지만 곧 그는 바닥을 살짝 튕구며 제현의 가슴 쪽으로 파고들었다. “죽어...수신무(殊神武) - 폭(爆)” 퍽! 가슴으로 파고든, 천마는 손바닥에 기운을 집중시키며 제현의 가슴 언저리를 강하게 내려 쳤다. 그리고 무언가 터지는 듯 한 느낌이 들며 제현은 멀리 나가떨어졌다. “쿨럭.....컥.” 주르륵 입가에 한 움큼의 핏덩이가 떨어져 내리며 제현은 연신 고통에 찬 기침을 해 대며 몸을 진정시켰다. 내상이었다. 이대로 가다는 질 것이 뻔했다. “크크큭, 풍운지 조차 일격을 견디지 못했건만...네놈은...크크큭” “네, 네놈!” 천마의 말에 제현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새웠지만, 시야마저 흔들리며 혼이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마도맹의 사람들은 제현을 불러댔지만 제현은 손으로 제지 할 뿐이었다. “마도맹은 들으라! 맹주로써의 명이다. 간악한 마교를 척살하라!” 조용한 진형에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도맹의 맹주, 당송군이었다.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소리를 전, 진형에 울려 퍼지며 각자 병기를 움켜쥐었다. 천마 역시 손짓을 하며 공격을 명했다. 지옥전쟁(地獄戰爭) “크윽...” 제현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화살을 피하며 신음을 흘렸다. 많은 마교의 교도들의 공세에 치유는커녕 내상 초자 재대로 다스리지 못했다. 마교가 소낙비처럼 화살을 쏘아댔기 때문이다. 물론, 내상의 악화까지 고려한다면 그 정도쯤은 문제가 없겠지만, 그 정도로 피해를 감수 하며 싸워야 할 정도로 급박한 것은 아니었다. “지존, 후방으로...” “마도맹은 활을 가지고 오지 않았던가?” “활이라면....본 맹에서 사용하는 자가 없습니다.” “멍청한!” 당송군은 자기 딴에는 답답할 따름이었다. 어떻게든 지존을 보호해야 했으며, 천마의 행보를 막아야 했다. 하지만 맹의 지존은 내상을 입었기 때문에 그를 막을 존재가 없었다. “본 맹의 피해는...?” “본 맹의 주력은 피해가 없으나...활에 의해 피해가 속출했습니다....컥?” 말이 끝마치기가 무섭게 당송군을 향해 화살이 날아들었다. 웬만한 활로는 그에게 접근 할 수 없건만 그의 호신강기를 뚫고 들어가는 것을 보아 보통 궁수가 아니었다. 멀리서 장궁을 이용해 활을 쏘는 사내가 보였다. “저자는....” “크윽...천류라는 자로, 천마의 형제와 같은 자입니다.” “칫! 화살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라!” 제현의 명에 마도맹의 무인들은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그저 제현의 내상이 회복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후방에서 도와주는 장거리 궁수가 없다는 것이 이때만큼 한탄스러울 때가 없었다. “20분만 시간을 끌어라..그때는 본좌가 어떻게든 해결 하겠다.” “존명!” 제현은 뒤로 물러서며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천마의 무공에 당한 상처가 복부에 들어났다. 빨갛게 부어올라, 외상은 물론, 내상까지 심각했다. 하지만 20분이라면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다. “진형을 갖춰라!” 당송군의 지시에 따라 모든 맹의 무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그 중심에는 당송군과 운기 조식을 하는 제현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에 천마는 중앙을 향해 공격을 퍼붓기를 지시 했지만 필사의 각오를 한 마도맹의 저력 역시 만만치 않았다. “천마!!!” 창천군은 되려 마교도들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뒤를 따르는 마교척살단은 빠르게 발을 움직이며 화살의 틈을 향해 파고들었다. 화살의 재고가 떨어진 것인지 활을 들고 있던 천류는 물론, 궁수들은 병기를 꺼내 들며 마교척살단을 기다렸다. 츠츠츠츳! 마교의 진형 한 구석에서 그림자가 일렁이며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그들은 여러 개의 비도를 움켜쥐며 마교도들을 차례대로 척살해 나갔다. 그들은 참영살막단! 비도 하나하나에 살기가 가득 맺혀 있었다. 신속한 움직임, 오직 인간의 급소를 향해 일섬일살을 하고 있었다. 찌르고 또 찌르고! “흑사문의 영광을....” 흑사문의 문주는 흑의와 흑면을 착용하고 적의 그림자를 파고들었다. 들고양이와 같은 민첩한 움직임에 마교도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어디서 움직인 것인지 몰랐다.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인 자는 죽는 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아서 였다. “개자식! 어디냐!” 슈악!! 마교도 중 하나가 병기를 치켜세우며 한 발을 떼었을 때, 그의 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림자로부터 솟아난 참영살막단원들의 차가운 비도의 먹잇감이 된 것이다. 고도로 훈련 받은 천마대행단 역시 그들의 기척을 잡기란 어려웠다. 참영살막단은 하나의 진형을 같 추고 있었다. 마치 개미귀신처럼, 적이 반항 할수록 더욱 조여 왔다. “참영살막진....크크크.” 원을 이루며 움직이는 참영살막단원들에 의해 많은 수의 마교도들이 죽어나고 있었다. 점점 수세에 몰리는 마교도들은 천마의 지시를 기다렸다. 천마는 참영살막진의 중앙으로 뛰어 들며 진각을 밟았다. “본교의 행사를 막지마라..비천한 것들!” 쾅! 강한 진각에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그에 살막단은 약간 주춤 거리며 진형이 흔들렸다. 그 틈을 노린 천마는 대행천마단에게 손짓 하며 진형을 깨부수라고 명했다. “막아라!” 참영살막단은 침음 성을 삼켰다. 천마를 필두로 한 마교도 수천이 바로 코앞까지 닥쳐왔다. 그들은 언제든지 들이닥칠 것이며, 피할 수 없는 일전이 벌어질 것이다. “참영살막단을 보호하라!” 창천군은 제때 명을 내렸다. 1대 1의 승부에서는 참영살막단이 불리하다. 하지만 마교척살단이라면 많은 마교도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지존을 호위하고 있는 자들이 있으니 지존의 호위는 그들에게 맞기면 될 것이다. 모든 마도맹의 무인들이 뛰어 들며 마교, 마도맹 할 것 없이 뒤 섞였다. 어떤 자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상황에서도 묘하게 적을 향해 검기를 뿌리고 있었다. “크하하하! 이게 지옥이다!” 돌연 천마가 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볼에 묻은 피를 닦으며 소리쳤다. 진정 이곳이 지옥이었다. 쇠와 쇠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아닌, 쇠와 살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음율을 만들어냈다. 혈향은 하늘을 찔렀으며, 땅은 피로 인해 황폐해져 갔다. 천마의 광소를 시작으로 마도맹과 마교도들간의 접전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 천마는 멀리서 운기조식을 하는 제현에게 걸음을 옮겼다. 모두 싸움에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천마의 행보를 눈치 체지 못했다. 츠스스스! “더 이상의 접근은....죽음.” 묵룡대의 1호가 제현의 앞을 막아섰다. 그 앞에는 천마가 버티고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챙챙챙! 칼과 칼이 난무하고 창과 도가 끼어들며, 권과 장, 지법! 그리고 각이 빈틈을 노렸다. 온갖 무기들이 난무했지만, 실상 필요 한 것은 적을 베는 집중력과 무정함, 적중이었다. 그런 면에서는 마교들이 앞섰지만 이번 전쟁에서는 그것도 통하지 않았다. 주위의 혈향에 천마는 1호를 노려 보며 조금씩 다가왔다. “접근 한다면? 네가 날 죽일 수 있을 까?” “......” 천마는 전혀 이지가 느껴지지 않는 1호에게 흥미가 생긴 것 인지, 아니면 암중에서 호위하고 있는 묵룡대에 흥미가 있는 것인지, 그의 신형이 약간씩 흔들리고 있었다. 찻! 천마의 신형이 급속이 거리를 좁히며 운기조식을 하고 있는 제현에게 권을 펼쳤다. 빠른 손놀림에 모든 묵룡대들이 나타나며 제현을 호위하기 시작했다. 묵룡대의 수는 고작 여섯, 개중 어린 아이는 물론, 여자까지 있었다. 챙! 인간의 살과 검이 맞댔지만 괴상을 소리가 나며, 천마의 권을 막아섰다. “죽어....” 여섯의 묵룡대가 일제히 천마에게 달려들었다. 각자 무기를 움켜쥐며 천마의 움직임에 따라 검이 날아들었다. 하늘로 치솟은 천마의 신형에 어린 아이가 장을 펼쳤고 그 뒤로 묵룡대의 여자인 3호가 하늘로 치솟으며 천마에게 검기를 뿌렸다. 순간 천마의 신형이 급속히 웅크려 지며 검기를 모조리 튕겨냈다. 호신강기였다. 하지만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묵룡대의 1호가 비도를 던지며 그 비로를 밟았다. 빠른 몸놀림이었다. 이정도의 몸놀림에 천마도 약간 당황해하며, 몸을 비틀었다. 푹! 약간의 비틀림에도 1호의 검은 뱀처럼 천마의 다리를 살짝 베었다. 내력을 배제한 공격이었기에 망정이지, 내력이 담겨 있었다면 다리가 잘렸을 것이 뻔했기에 천마는 식은 땀을 흘렸다. “더 이상 접근 한다면 죽음 뿐....” “크크크큭, 이지도 없는 꼭두각시에게 이정도 고전하다니! 내가 너무 안일했군!” 천마는 1호의 외침에 비웃기라도 한다는 듯이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웃어재꼈다. 순간 천마의 눈이 다시 변하며 몸을 약간 낮췄다. 양손의 권에서 밝은 강기가 감돌며, 그의 다리에 내력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스팟!! “자비는....없습니다.” 1호 역시 천마에게 달려들었다. 1호의 양 다리와 양팔에는 미세한 공기의 흐름이 변하며 몸의 문신에서 기운이 터져 나왔다. 양팔과 양다리의 문신은 마법진 처럼 기묘하기 짝이 없었다. 지옥전쟁(地獄戰爭) “헤이스트(Haste)” 1호의 몸에서 일어나는 기운은 바람의 기운이었다. 무림인에 있어서는 술법을 쓴다는 것은 치욕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무를 숭상하며, 술법을 배격하는 존재, 자연히 2계의 존재들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시 되는 것이었다. 물론 마교의 루엔이라는 장로는 특이한 케이스였지만 1호의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도무지 설명할 도리가 없었다. 어떻게 본다면 이지를 제압당하면서 무인으로써의 자존심을 잃어 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고작, 한다는 것이 술법인가? 하하하!” “.......” 천마는 순간 일어난 기운에 당황스러움을 접고 웃음을 터뜨렸다. 한다는 것이 고작 내력을 일으켜 술법을 사용한다는 것에 웃음이 나왔던 것이다. 아무리 2계의 술법 중에 몸을 강화 시킨다던지, 움직임을 빠르게 한다고는 한들, 상대의 내력과 실력이 뒷밭임 되지 못한다면 소용없는 짓이었기 때문이다. “죽어라.....무인으로써의 자존심도 없는 녀석...역시 네놈의 주군과 다를 바가 없군. 무를 갉고 닦아도 모자랄 판에 술법이라니! 하하하” “주군의 적....피로써 대가를.” 1호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다. 중저음으로 일관하는 1호의 말에 천마는 표정을 굳히고는 자신의 보법인 천마군림의 수법으로 움직였다. 천마군림, 세상을 자신의 발아래 둔다는 보법이었다. 마교 내에서 자랑하는 극 최상의 신법으로 오직 교주만이 익힌다는 것이었다.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 보법이었다. 하지만 그 효과는 대단 한 것인지 지축이 들썩이며 상대방의 혼을 쏙 빼 놓기 좋은 보법에 많은 사람들이 당황해 했다. 게다가 전쟁이 한창 중인 주위에서도 이미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며 천마의 행보를 주시했다. 수신무(殊神武) - 극명(克明) 폭에 이은 두 번째 초식이 터져 나왔다. 천마의 손에서 흐르던 기운이 드릴과 흡사하게 움직이며 양 손에서 빠르게 주위의 공기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1호는 침착한 것인지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인지 오직 제현을 호위하며 천마를 경계했다. 그것은 나머지 묵룡대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2호는 자신의 병기인 장창을 움켜쥐었으며, 3호는 여자다운 것인지 전투부채를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4호와 5호는 평범한(?) 검을 가지고 있었고 나이가 가장 어려보이는 6호는 단검과 비슷한 도를 가지고 있었다. “쿠쿠쿡, 이지도 없는 주제에 주인을 보호하려고 애쓰는 군. 허나, 그 뿐이다.” 천마의 손에서 흐르는 기운이 더욱 거세어지며 1호에게 뻗어 나갔다. 순간 1호의 신형이 귀신처럼 사라져 버렸다. 스팟! 천마의 주먹이 1호의 얼굴을 향해 뻗어나갔다. 이미 움직임을 파악한 것인지 1호의 신형에 바짝 다가선 상태였다. 허나 1호도 만만치 않은 것인지 아니면 헤이스트의 영향인지 그의 공격과 이동 술이 급상승되어 버렸다. “죽....어!” 중저음을 고수하던 1호의 음성이 약간 상승함을 느낀 것은 천마 뿐이었다. 게다가 이지가 없는 자는 눈동자가 고정되어 있다. 오직 상대방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건만 1호는 기운을 읽고 있는 것인지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1호의 검이 천마에게 날아들었다. 헤이스트의 효과 덕에 천마의 속도를 따라가며 그의 옷자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허나 천마는 개의치 않는 다는 듯이 그대로 1호의 복부를 향해 극명이 발하는 주먹을 그대로 작열 시켰다. 퍽!! 단 일수로 1호의 신형이 급격하게 흔들리며 복부는 물론 내부 장기까지 그 여파를 미치게 만들었다. 약간의 경직에 1호는 급히 몸을 틀었지만 재차 들어오는 각법에 신형은 바닥으로 쓰러졌다. 허나, 1호는 왼손으로 내력을 일으키며 바닥을 박차고는 다시 천마에게 달려들었다. 퍼퍼퍽! 수없이 쏟아지는 수신무에 1호의 몸이 약간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물론 사방에서 묵룡대가 공격을 쏟아 부었지만 1호보다 모자란 무위로는 천마의 옷자락조차 베지 못하고 허무한 공격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1호와는 다르게 일정한 패턴의 공격 이것이 이지를 상실한 자의 오류였다. “훗, 인형 따위에게 지는 자가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더 이상의 접근은....” “하하하, 또 그 소리! 몇 번이고 접근해 주마!” 천마는 1호의 말에 더욱 웃으며 공격에 박차를 가했다. 이미 제현에게는 관심이 없어진 것인지 시간만 흐를 뿐이었다. 게다가 1호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았다. 또한 다른 묵룡대 역시, 어찌된 것인지 눈가에 생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주군에게 접근은 허락하지 않는다.” 가냘픈 음성이었지만 오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3호였다. 그의 전투부채에서 기광이 어리며 기(氣)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에 모든 묵룡대의 병기에 기운이 어리며 천마에게 공격을 가했다. “어리석은 인형! 죽어라!” 순간 천마의 눈에 살기가 어리며 3호의 부채를 살짝 쳐 내며 사혈인 목을 향해 권강을 일으켰다. 기만을 둘러도 바위를 부수는 판국에 권강은 소멸시킬 것이 뻔했다. 1호의 경지가 대략 화경 중에서 말이라면 나머지 대원들은 간간히 화경의 경지 근처에 발을 들여 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무위는 상당히 완숙했고 보통의 화경이라고 볼 수 없었지만 천마의 입장에서는 거기서 거기였다. 게다가 제현의 주위에서 기운이 사그라지는 것을 봐서는 조금 있으면 운기조식이 끝날 것 같았기 때문에 묵룡대를 처리하기로 결심했다. 팍! 순간 6호의 도가 천마의 초식을 약간 빗겨 내며 사혈을 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상당히 피해를 입은 것인지 비틀거리고 있었다. “장난은 끝이다!” 천마의 몸놀림이 빨라지며 천마군림보를 역행하기 시작했다. 하늘이라도 날겠다는 듯이 그의 각법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허나, 그 하나하나의 위력이 엄청났고, 속도 또한 빨랐기 때문에 빈틈이란 없었다. 파파팍! 순식간에 4호의 허리를 박차며 6호의 혈을 집어 버렸다. 채 5초도 걸리지 않아 천마는 모든 묵룡대를 제압하며 제현에게 접근했다. “접근하면 죽인다고 했다!!” 찌이익! 마혈이 제압당했음에도 1호가 움직이고 있었다. 게다가 그의 눈에서는 살기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인형이라고 보기 힘든 모습. 그는 자신의 사명을 다할 생각이었던지 마혈에 제압당했음에도 육체적인 힘으로 그 마혈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어...어떻게?!” 천마는 당황해 하는 한편 그대로 폭을 사용하며, 1호를 멀리 날려 버렸다. 깔끔한 초식을 펼쳤음에도 찝찝하다는 듯이 천마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운기조식의 막바지에 들어선 제현에게 손을 가져갔다. 이대로 작은 충격이라도 전해진다면 필시, 제현은 주화입마에 빠져, 사지가 비틀릴 것이다. 이것이 천마의 계획이었다. 천마는 왼쪽 허리가 달려있는 검을 살짝 뽑아 들었다. 이대로 베어버린다면 죽을 것이다. 챙! “끝이다. 마도맹이여!” 푹!! 살을 가르며, 뼈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붉은 피가 천마의 얼굴에 튀며 모락모락 김을 피워 올렸다. 신선한 피에 천마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검을 내려다 봤다. “큭....? 도대체....컥...” “더 이상의 접근은 죽는 다고 했다.” 천마는 뒤 늦게 느껴지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연거푸 입에서 떨어지는 선혈에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 뒤에서 싸늘하게 입을 여는 1호가 보였다. 1호의 모습도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무엇에 직격을 받은 것인지 복부는 물론, 칠공에서 피가 세어 나오며 다리뼈가 부러 진 것인지 기이하게 돌아가 있었다. 게다가 그의 왼팔은 뼈가 바르라졌다는 듯이 너덜거리고 있었으며, 피부는 거칠게 한곳으로 뭉쳐있었다. 챙.... 천마의 검이 바닥에 떨어지며 급히 혈도를 집고는 뒤로 물러났다. 다만, 그의 등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싸늘한 검에 비틀거리고 있었다. 1호는 그것으로 몸이 허물어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주군을....” 서서히 몸을 일으키고 있는 제현의 모습에 1호의 눈꺼풀은 조금씩 감기고 있었다. 그의 문신에서 발하던 빛이 조금씩 사라졌다. 외전 - 묵룡대(墨龍隊) 묵룡대(墨龍隊) 그들이 언제 생겼는지 모른다. 비밀리에 결사된 조직, 마도맹의 지존인 제현의 암중호위는 물론, 각 기관에 정보를 전하는 일을 맞고 있는 기관이었다. 그들이 언제 제현의 손에 들어온 것인지는 오직 제현만이 알고 있다. 그들이 제현의 휘하로 들어온 경위는 마도맹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움직일 당시였다. 때는 비가 질펀하게 내리는 밤이었다. 솨아아아ㅡ “당송군을 괜히 떼어 놓고 왔군...뭐, 할 수 없지.” 당시, 제현의 세력의 대부분이 만들어진 상태였다. 마도맹의 주력 기관인 참영살막단과 마교척살단은 이미 완성된 상태였으며, 웅장함을 자랑하는 본 맹의 은닉처 까지 완성된 상태였다. 모든 세력을 확장한 후, 마도맹에 부족한 세력인 세외세력, 즉, 2계의 존재를 모집하기 위해 움직였던 것이다. 물론, 그들을 포섭하는 것은 실상 위장 일뿐, 남겨 두고 온 가족을 보고 오기 위해서였다. 가족을 떠나온 기간이 상당히 지났기 때문에 약간의 그리움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에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시간을 내어 여행 겸, 어떻게 지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움직였던 것이다. “우선 비라도 피해야....” 마령심법의 영향으로 제현의 눈에는 기광이 어렸고 그의 주위를 둘러싼 실드로 인해 비는 그의 옷자락도 스치지 못했지만 찝찝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근처에 비를 피할 곳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아...저기!” 한 참을 찾을 끝에 토굴이 보였다. 비 때문에 무너질 위험도 있었지만, 소나기 같은 이 비를 피하기에는 충분하다고 느꼈다. 팟! 마영신법을 펼치며 땅을 박찼다. 이미 물기로 인해 질퍽하던 바닥은 약간의 발자국을 남겼지만 순간 떨어지는 비로 인해 지워져 버렸다. 20미터 정도의 거리를 순식간에 주파한 제현은 기운을 퍼뜨리며 몸의 스산한 기운을 털어냈다. “휘유~ 넓군.” 토굴의 안은 넓었다. 대략 6~7명 정도가 들어와도 비좁음이 없을 정도의 토굴이었다. 게다가 누군가 이곳에 있었던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지만 상당히 시간이 지난 흔적임을 나타냈다. “불부터....” 화르륵! 타다 남은 장작 같을 것이 눈에 보이자 제현은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제현이 사용한 마법은 버닝핸드로 삼매화진에 비해 위력은 떨어지지만,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그리고 불을 붙이기에는 안성맞춤의 마법으로 2계의 여행자들도 자주 사용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었다. “칫! 상당히 오래 떨어질 것 같군.”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 줄기에 제현은 투덜거리며 화기가 뿌려지는 불꽃을 보며 몸을 녹였다. 무공의 수위가 높아졌기 때문에 추위는 잘 타지 않겠지만 찝찝한 기분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불꽃에 의지하게 되었다. 십분 쯤 지났을 까. 제현은 조금씩 눈이 감기는 것을 느꼈다. * * * 솨아아ㅡ “칫, 이따위 비라니! 1호! 빨리 근처에 비를 피할 곳을 찾아라.” “예...” 2계의 사람으로 보이는 자가 3계의 무림인들을 다루고 있었다. 1호라고 불린 자의 뒤에는 다섯 명의 사람들이 보였는데, 눈동자가 흐린 것이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 마치 인간이 아닌 것처럼 일체의 감정도 보이지 않았으며, 중저음의 음성으로 말을 일관했다. “쓰레기 같은 것들! 뭘 보는 거냐!” 짝! 비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남자는 무림인중 가장 어려보이는 소년 꼬마의 따귀를 때리며 마음을 가라 앉혔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다. 오직 침묵뿐이었다. “주군...근처에 토굴이 있습니다.” “크큭, 잘됐군...그곳으로 간다.” “예...” 계속 떨어지는 비 줄기에 힘든 기색이라도 내비쳐야겠지만 여섯의 무인들은 2계의 사람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의 움직임은 조용했으며 은밀했다. 게다가 그와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은닉해 있었다. “저기냐? 좁군..네놈들은 밖에서 대기해라.” 2계의 남자는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동굴을 쳐다보며 무인들일 밖에서 대기하라는 명을 내리고는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미 토굴 안에는 제현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여섯 명의 무인 중, 유일한 여자인 3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3호, 네년은 나를 따라 오도록.” “예.” 음흉한 눈초리에 화라도 내야겠건만, 오직 명을 따를 뿐이었다. 나머지 다섯의 무인들은 토굴주위로 흩어지며 각자, 숨을 죽였다. “오늘 네년에게 2계의 기술을 느끼게 해 주마. 흐흐흐. 나는 운이 좋단 말이야. 이런 멍청한 녀석들을 얻다니!” 2계의 남자는 무엇이 그리 좋은 지 실실 웃음을 흘리며 옆구리에 찬 병기를 3호에게 건 냈다. 묵묵히 그것을 받아든 3호는 그의 뒤를 따를 뿐, 아무 말도 없었다. 토굴의 입구에 다다르자, 2계의 남자는 안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미소를 지었고, 곧 토굴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미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고 다섯의 무인들을 불러 들였다. “네놈들은 저놈을 끌어내라! 재수 없게!” 눈앞에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3계의 존재로 보이는 자가 있었다. 그의 모습에 여자라고 착각했지만 반반한 가슴과 목에 튀어나온 성대를 보고는 남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만약 여자였다면 절색이었겠지만, 남자에게 취향은 없었기 때문에 과감히 그를 없애버리기로 했다. “시끄럽군...” 조용히 감겨 있던 소녀 같은 소년이 눈을 뜨며 눈을 부라렸다. 휘우웅! 잘 타고 있던 장작이 순식간에 꺼져 버리며 서서히 토굴은 싸늘해졌다. 그에 놀란 것은 2계의 남자였다. 그는 사시나무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며, 여섯의 무인에게 명을 내렸다. “얼른 저놈을 없애버리지 않고 뭐해!” “예...주군.” 남자의 명에 여섯은 빠르게 무기를 치켜세우며 제현에게 달려들었다. 가소로운 공격에 제현은 마령검의 검집을 올리며 그대로 모든 공격을 쳐 냈다. 그리고 왼손에서 뿜어진 새하얀 빛이 순식간에 세 명의 무인들을 날려 버리고는 자리에 서 있는, 1호와 3호, 6호를 노려봤다. “쯔쯧, 네놈들도 불쌍하군. 네놈의 주군을 탓해라!” 검도 뽑을 필요가 없다고 느낀 제현은 천마소수의 수법으로 1호를 제압하고는 그대로 장으로 날려 버렸다. 토굴 밖으로 나가떨어진 1호는 입에서 뜨거운 액체가 뿜어졌지만 묵묵히 몸을 일으켰다. 게다가 3호와 6호가 움직이며 제현의 퇴로를 차단했다. 촤라락! 3호의 전투부채가 펼쳐지며 제현의 흑의를 스치고 지나갔다. 깔끔한 공격이었다. 허나, 제현은 그 부채를 보며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 볼뿐 다음 공격은 허용하지 않았다. 가장 어려보이는 소년은 도를 사용했는데, 짧은 단검과 비슷한 도였기 때문에 이채로운 눈길을 보냈다. “특이한 놈들이군....후후! 게다가 표정 변화가 없다니.” 소수마공을 맞고도 묵묵히 몸을 일으키는 녀석에게서 어떤 느낌도 나지 않았다. 마치 인형을 보는 듯 한 느낌과 타격을 했음에도 어색한 느낌에 이상함을 느꼈다. “네놈은 알겠지? 쓰레기 같은 녀석.” 제현은 2계의 남자를 쳐다보며 살기를 뿌렸다. 몸을 옥좌해오는 살기에 그는 이도 저도 못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간단한 살기에도 주저앉는 녀석을 본 제현은 이상함을 느꼈다. 여섯의 무인들은 엄청난 살기에도 몸을 움직이건만, 주군이라는 자는 평범함 그 자체였다. “설마 마법인가?” 세뇌와 비슷한 마법으로 제현도 알지 못하는 마법이었다. 물론, 게임 상에서 세뇌라는 마법은 몬스터에게나 통용되는 마법이었기에 좀처럼 배우는 사람은 없었다. 인간에게 조차 잘 안 쓰는 마법이었기 때문에 비싼 돈을 들여 배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현은 돈을 들여가며 쓸 대 없는 마법까지 모조리 익혔기 때문에 이런 마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주군의 명...죽어라” 1호의 양팔과 양다리에서 뿜어지는 바람의 기운에 제현은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조금씩 바뀐 그의 동장에 약간 긴장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무서워서의 긴장이 아닌, 투기가 느껴지는 긴장이었다. 약간의 호승심 정도랄 까? 챙! 맑은 검명이 울리며 제현의 마령검이 뽑아 올려졌다. “미안하지만....장난은 끝이다!” 마영보법을 밟으며 제현은 만검을 펼쳤다. 허나 1호의 몸은 날개라도 단 것인지 제현의 쾌검을 모조리 피하며 다섯의 무인과 협공을 펼쳤다. 현생에 있을 때에 느꼈던 진법처럼 그들은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왼쪽으로 움직인다면 3호가 가로 막았고 뒤로 몸을 뺀다면 6호의 단도가 기다렸다. 게다가 양옆은 4호와 5호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곤욕스러웠다. 게다가 1호와 2호는 특히 무공이 센 것인지 정면에서 공격을 가해왔다. “칫! 미안하지만 잠들어야겠다.” 스팟! 빠르게 땅을 박찬 제현은 뒤쪽에서 느껴지는 단도를 피하며 옥당혈을 하나씩 집어 나갔다. 단순한 패턴의 공격이었기에 그들의 움직임을 잡는 것은 오래가지 않아 알 수 있었다. 만약 그들이 이상한 마법에 걸리지만 않았다면 제현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파파팟! 순식간에 다섯의 무인을 제압한 뒤, 1호와 대치 상태까지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순간 뒤에서 공격해오는 2계의 존재를 본 제현은 주저 하지 않고 그대로 살수를 펼쳤다. “만검 - 살(殺)” 샤샤샥! 슈악! 순식간에 몸이 갈갈이 찢어지며, 육체가 갈라지고 있었다. 사방으로 튀는 피에 제현은 내공을 뿜으며 날아드는 피를 허공에서 소멸시켰다. 채 3초도 걸리지 않는 시간에 제현의 검은 수십 번을 왕복하며 2계의 남자를 베어 버렸던 것이다. 상당한 완성도였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듯이 제현은 고개를 설래, 설래 흔들며 공격을 할 1호를 노려봤다. 하지만 1호는 그 자리에서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으며 대기하고 있었다. “네놈들의 주군은 나의 심기를 건드렸다. 나는 뒤에서 공격해 오는 녀석이 제일 싫거든...하하!” 스스슷! “죽고 싶거든 덤벼라....육체를 만 갈래로 갈라 주마.” 검에서 타고흐르는 더러운 피를 본 제현은 검강을 뿜어 버림으로써, 그 피를 모두 없애 버렸다. 그리고 아직도 무기를 움켜쥐고 있는 1호를 보며 제현은 검을 늘어뜨렸다. 가까이 오면 만검의 낙쾌로 없애버릴 심산이었다. 뚜벅...뚜벅... 순간 1호가 제현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두 번의 걸음으로 제현의 마령검의 사정 권 쪽으로 다가 오고 있었다. 이제 한 걸음만 온다면 베어 버릴 심산이다. 사정없이 목이 떨어지리라. 털석! “새로운 주군을 뵙습니다.” 그것이 묵룡대와 제현의 만남이었다. 지옥전쟁(地獄戰爭) “천마, 내 수하에게 신세 졌군.” 불완전 했지만, 제현의 내상은 상당 부분 치유 되어있었다. 뜨거운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1호를 쳐다본 제현은 미간을 살짝 굽혔다. “그만 쉬어라...1호, 그레이트 힐(Great Heal)” 솨아아!! 냉마기(冷魔氣)가 1호를 휘감으며 조금씩 치유 되었다. 그리고 제현은 다시 한 번 손을 내 젓자. 마혈에 집혀 움직일 수 없었던 나머지 묵룡대원들의 혈도가 순식간에 풀렸다. 매직 애로우로 혈을 뚫었던 것이다. 찢어져 펄럭이는 흑포를 움켜쥔 제현은 비틀거리고 있는 천마를 향해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 마령심법(魔靈心法)이 극성에 달하면서 절로 뿜어지는 마령지기(魔靈志氣)로 상대에게 의지를 보내는 것이다. 마령지기는 상당히 많은 방법으로 쓰인다. 상대에게 의지를 보냄으로써 자신의 의지를 표출하는 것이다. 가령, 살기만으로도 죽는 다는 말이 있듯이, 그것은 상대를 죽이겠다는 의지를 보냄으로써 상대의 몸에 이상을 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로 쓰인다. 무언가를 지키고 싶은 자는 그에 맞게 투기가 발산된다. 길목을 지키는 수문장에게는 지키고 싶다는 의지로, 그곳을 지킨다는 의지를 발현하는 것이다. 즉, 그 의지가, 상대의 의지를 꺾을 때도 쓰이는 것이다. “널...죽이겠다.” 순간 제현의 몸에서 마령지기가 발산되며 의지가 천마에게 전달되었다. 그 의지를 막기 위해서는 천마 역시 의지를 발산하는 것 밖에 없었다. “네놈이 죽던, 내가 죽던 둘 중 하나다!” “죽는 것은 네놈이다!” 천마의 말에 제현은 싸늘하게 내 까리며, 바닥에 꽂혀 있는 마령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제현의 손으로 날아들었다. 팟! 손으로 촥 감기는 느낌에 제현은 지체 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바닥을 박차는 순간, 바닥에는 작은 바람이 일었다. 풍운신법과 마영신법의 혼용기인, 풍류마신보(風流魔神步)였다. 돌풍처럼 몰아치는 제현의 신형이 천마의 코앞까지 당도했다. 그리고 마령검을 횡그로 그었다. 슈악! “천마군림!” 쾅! 깨끗한 제현의 횡 베기에 천마는 땅을 박찼다. 제현과는 다른 신법과 보법이었다. 제현이 사푼거리며 움직이는 것이라면 천마는 땅을 그대로 찍어버리며 움직이는 코끼리와 같이 거대한 태산과 같았다. 게다가 부상마저 당한 천마의 몸놀림은 상당히 민첩했다. “부상당한 호랑이도 호랑이다!” “누가 할 소리!” 제현과 천마는 각자의 의지를 표출하며 다시 한 번 경합(競合)을 벌였다. 쉴세 없이 몰아치는 폭풍처럼 둘은 전쟁의 신이 된 것 같은 몸놀림을 보였다. “저것이....지존들의 싸움...?” 동에서, 서에서 번쩍이며 나타나는 그들의 싸움은 진정 지존의 싸움이었다. 멀리서 멍하니 들리는 소리의 진원지에서 제현과 천마의 신형이 나타났다. 허나 멍하니 중얼거리던 마교의 교도인 그는 다음 말을 잊지 못하고 제현의 마령검에 생을 마감했다. 깨끗하게 베어져 버린 목이 천마의 발치에 굴러다녔지만 그의 천마군림에 그 머리마저 온전치 못했다. 아군마저 짓밟아 버리겠다는 식의 천마의 행보는 두려움을 일게 만들 정도였지만 제현에게 있어서는 그저 적일뿐이었다. 파다닥, 캉! 천마의 주먹이 제현의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제현은 풍류마신보가 사용되며 연기처럼 신형이 흩어졌다. 그리고 나타난 곳은 천마의 등이 보이는 곳인 마교의 진형이었다. 몇 보의 걸음으로 그의 신형이 20미터 가 넘는 거리에 나타났다는 것은 보법이 신기에 달했다는 증거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자기 자신을 죽여....” 꾸물꾸물! 점점 바닥의 모든 피들이 제현의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마교, 마도맹 너나 할 것 없이 피를 피하며 뒤로 물러났다. 각각의 대치상황, 묘하게 처음으로 돌아 간 것 같았다. 양쪽의 피해는 너무나 컸지만 전장은 고요했다. 오직 천마와 제현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자들뿐이었다. “죽어 있는 자신의 몸을 자신이 취한다....” 붉은 피가 진물이 나도록 뿜어진 땅에서는 새하얀 피들이 가득 들어찼다. 그리고 그 피들은 허공으로 날아들며 제현의 검으로 모여 들고 있었다. “취한 피로써 나, 자신을 달래리! 이것이 바로 흡혈신공이다!” 검으로 모여든 수많은 피들에서 기운이 폭사되며 제현의 검으로 모여 들었다. 순간 모인 기운만 해도 제현의 내력과 맞먹을 것 같았다. 허나, 제현은 그것을 굳이 취하지 않았다.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면, 자신의 몸이 붕괴될 것을 자기, 자신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그 내공을 흡수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데 사용되었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던 이마에는 어느새 싸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수와아악! “훗, 고작 그것으로?” 청명한 한기가 느껴지는 검강을 보고 있음에도 천마는 여전히 미소만을 짓고 있다. 허나 순간 놀랄 일이 벌어졌다. 제현과는 다르지만 그의 손에서도 미세한 흡입력이 보였던 것이다. “배고픈 나의 몸이여, 적을 죽여...적의 것을 빼앗으리! 그것으로 나의 배고픈 몸을 채우리! 흡성대법!” 썩어 문 들어져 가는 자들의 몸에서 미약하게 뿜어지던 기운들이 모두 천마에게로 모여 들었다. 게다가 그의 몸에 난자 되었던 검상은 물론, 체력까지 보완되었다. 이것으로 제현과 천마는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다. “크하하하! 그것이 흡성마군의 흡성대법? 조잡하구나...천마! 네가 그것을 익힐 줄이야!” 천마라면, 흡성마군의 무공인 흡성대법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자였다. 하지만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수세에 몰리니 자연, 흡성대법을 펼치는 꼴이라니, 어떻게 그가 흡성대법을 익힌 것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흡성대법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네놈이 죽어야 할 이유는 한 가지 더 늘어났다.” 검으로 주입되었던 검강이 순간 제현의 양손으로 옮겨 가며, 제현은 입을 달싹 거렸다. 그의 발치로 생겨나는 거대한 마법진! 예전 못지 않는 기상을 회복 한 것인지 제현의 마법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어둠의 계약에 따라 나를 따르라,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고독, 빛의 달을 찌르는 어둠의 빙하가 되어, 빛과 살아있는 나의 적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어둠의 징벌!!! 다크 퍼니쉬먼트 (Dark Punishment)” 하지만 그 마법진에서 일어난 것은 의외의 효과였다. 검강을 해체시키고 사용한 것이 다크 퍼니쉬먼트라니, 게다가 그것은 광범위 마법으로써 주위를 초토화 시키는 대규모 마법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나건만 그 다크 퍼니쉬먼트의 마법이 제현의 검 한 자락으로 모여 들었다. “그래봐야...2계의 술법...” 수신무(殊神武)...천마(天魔) 천마는 강한 제현의 냉마기에 살짝 긴장하며 자신의 최종 오의를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수신무 마지막 초, 천마였다. 과감하게 초식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그 초식만큼은 자신있다는 증거였다. 게다가 오만하게 지어 버린, 하늘의 악마! 그의 양손에서 빨려 들어가는 무한의 기는 제현의 다크퍼니쉬 먼트에 뒤지지 않는 강한 마기였다. 다만, 색의 차이였다. 제현의 검으로 모여든 것인 극강의 냉기를 나타내는 새하얀 색이었다면, 그의 양손에는 극상의 열기를 나타내는 보랏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양손에서 일렁이는 투기에 제현은 미간을 좁히고는 검을 고쳐 쥐었다. “끝이다...광살(狂殺)...” 제현의 몸이 조금씩, 굽혀졌다. 양쪽의 발바닥의 혈에서 기운이 뭉치며 순간 폭발하듯이 날아갔다. 궁신탄영의 수로, 제현과 천마의 몸이 뒤엉켰다. “아....” 양쪽 진형에서는 신음이 터져 나오며, 밝은 빛에 눈을 질끈 감았다. 지옥전쟁(地獄戰爭) 제현의 두 눈이 순간 붉게 빛나고 있었다. 게다가 온 몸에서 들끓는 기운은 두 배로 훌쩍 뛰어 넘었다. 아슬아슬하게 걸친, 흑포 자락이 세 방향으로 치솟아 오르며 펄럭였다. 순간, 천마의 숨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마검(魔劍)!!!” 제현의 입에서 광살마검이라는 말이 터져 나왔고 곧, 검은 빛 무리가 제현의 검에서 뿜어져 나갔다. 그에 뒤질세라, 천마의 양 손에서 강한 기운이 폭사되었다. 같은 검은 색의 기류가 뒤 엉켰다. 경천동지(驚天動地)의 말이 이 순간 맞아 떨어졌다. 하늘은 놀랐으며, 땅은 움직였다. 강한 마기가 폭사되며 분사된 강한 기운에 양진형의 사람들은 하나둘씩 강한 기운에 녹아 내렸다. 크어억! 두려움과 절망, 희망의 감정이 교차했다. 두 기운이 스치듯 지나간 자리에는 그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 힘이 절정에 달했을 때! 천마의 기운이 제현에게 날아들었고, 제현의 기운이 천마에게 날아갔다. ‘피할...시간이 없다! 이대로라면!’ 제현은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이동마법으로 피하자니 늦었고 몸으로 막자니, 천마의 기운이 강했다. ‘젠장!’ 천마의 기운이 제현의 몸을 휘감았다. 바닥은 균열이 일어나며, 공기는 블랙홀에 빠지듯이 천마의 기운에 흘러 들어갔다. 제현은 순간 소멸을 느꼈다. 솨아아아! 제현의 정신은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지며, 몸을 지탱하던 힘이 공기 중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샤라랑! 흩어지던 기운이 순간 한 점으로 뭉치며 은빛 가루를 만들어냈다. 온 몸이 흩어지는 것을 본 제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